공유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동부시간 1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9일 오후 11시)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18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러시아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대(對)러시아 제재 가능성을 거론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주요국 정상은 휴전 협상에 협조적이지 않은 러시아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중재를 중단할까 우려해 18일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그를 설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러, 드론 공격 vs 美, 제재 카드 만지작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현지 시간 18일 오전 8시 기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최소 273대의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후 2년 3개월 만의 최대 규모 공격이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만 최소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B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서방을 위협하기 위해 중서부 스베르들롭스크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핀란드 국경 일대에서 군사기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이틀 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강도가 높아졌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사 또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러시아에 불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루비오 장관은 18일 CBS 인터뷰에서 “(두 정상의 통화) 결과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다면 아마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스투브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시간 끌기 전략’에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공개했다. 특히 미국 집권 공화당 중진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추진 중인 러시아 제재 법안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제기했다.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을 구매한 국가들이 미국에 자국 제품을 수출할 때 ‘500% 관세’를 매긴다는 법안이다. 그레이엄 의원 측은 이 법안이 러시아에 ‘뼈가 으스러질 만큼의 고통(bone-crushing)’을 선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 밴스-카니와 잇따라 회동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바티칸에서 진행된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를 계기로 올 2월 말 공개 설전을 벌였던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의 주이탈리아 미국 대사관저에서 약 40분간 회동했다. 두 사람은 올 2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당시 목소리를 높여 언쟁을 벌였지만 이날 러시아 제재 가능성, 휴전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루 전 역시 로마에서 올 3월 집권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도 처음 회동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 비밀리에 운영하는 선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2016년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던 영국은 19일 EU와의 관계 재설정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양측은 새 협정을 통해 식품 검역과 영국 국민의 EU 국가 출입국 간소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영국이 15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에 동참하는 등 방위 및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의 후손들이 1946년부터 이탈리아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온 왕실 소유 보석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17일(현지 시간) 현지 매체 일메사제로에 따르면 로마 민사법원은 “사보이 왕가의 보석은 개인 자산이 아니라 국가 소유 재산”이라며 이를 돌려줄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현재 이탈리아 중앙은행 금고엔 과거 사보이 왕실 일원이 착용했던 왕관과 귀걸이 등 귀중품들이 보관돼 있다. 보석에 박힌 다이아몬드가 총 6732개, 진주가 2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감정된 적은 없지만 잠재 가치가 최대 3억 유로(약 4685억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1900년부터 이탈리아를 통치한 사보이 왕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6월 2일 이탈리아에서 국민투표로 입헌군주제가 폐지되고 공화국이 선포되면서 몰락했다. 사보이 왕가의 마지막 국왕 움베르토 2세는 국민투표 사흘 뒤 왕실 보석을 정부에 넘기고 황급히 망명길에 올랐다. 움베르토 2세의 손자인 엠마누엘레 필리베르토는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ECHR)까지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보이 왕가 후손들은 과거 왕실이 소유했던 부동산 자산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일부 미국 기업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집중적으로 로비를 펼쳐 사면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측근들의 말만 듣고 사면권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WSJ는 “사면을 바라는 범죄자들이 트럼프 측근에게 접촉할 수 있는 로비스트, 변호사들을 고용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또 소식통을 인용해 전기차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의 사면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로버트 F 케네디 보건복지장관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고 전했다. 밀턴은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잠시 경선에 나섰던 케네디 장관에게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에도 약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의 공동 창업자 아서 헤이스는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올해 3월 사면을 받았다. 헤이스는 사면을 받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로저 스톤을 고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서 미국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검사는 “사면은 사회에 빚을 갚고 뉘우치거나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최고 입찰자에게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WSJ에 말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적대국이었던 시리아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단교, 원유 수출 금지 등의 제재를 풀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리야드에서 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과 만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브라함 협정’에 시리아도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부터 갈등을 빚은 이란에도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 이란과 거래하고 싶다”며 핵무기 개발 포기를 촉구했다. 다만 “이란이 ‘올리브 가지’(핵 협상 제안)를 거부한다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고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관세 전쟁’을 벌였던 중국과도 최근 스위스에서 협상을 갖고 90일간 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12일 합의했다. 이후 시리아와 이란을 상대로도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실용주의’라는 평가와 ‘원칙 없는 좌충우돌’이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다.‘예측불허’ 트럼프, 시리아 임시 대통령 만나고 이란에도 손짓중동 순방 중 “시리아 제재 해제”첫 방문지 사우디서 “난 피스메이커”… 시리아의 광물 공동개발 러브콜에“모든 제재 풀겠다” 국익 극대화 행보… 이란 향해선 “협력관계 구축 준비”“나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peacemaker)’이고 ‘통합하는 사람(unifier)’이다.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13일(현지 시간) 대(對)시리아 제재를 전격 해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리야드에서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임시 대통령,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과 만나 시리아와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1971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3년간 시리아를 철권 통치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과 아들 바샤르 전 대통령은 반대파에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지탄받았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을 제어하기 위해 1979년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고 아사드 정권의 대량 학살이 본격화하자 시리아와 단교했고 시리아 투자도 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시리아에 화해 손짓을 보낸 건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출범한 시리아 과도정부와 협력하는 게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샤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 내 광물자원 개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집권 1기 때부터 갈등을 빚었던 이란에도 “영원한 적은 없다”며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외교정책의 재편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진단했다.● 시리아, 경제 협력으로 트럼프에 ‘구애’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시리아가 위대함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제재 해제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의 우선순위는 항상 평화와 파트너십”이라며 “시리아, 행운을 빈다.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는 하루 뒤 샤랴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집권 1기에 UAE,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며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에 시리아도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더 많은 아랍 국가를 이 협정에 참여시킬 뜻도 밝혔다. 시리아에 근거지를 뒀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재등장을 막기 위한 협력 강화도 요구했다. 샤라 대통령은 미국 기업의 시리아 투자를 당부했다. 시리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오랜 내전 등으로 경제가 피폐한 상태다. 그는 또 ‘마셜 플랜’(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유럽 부흥을 위해 제공한 대규모 공적 원조) 방식의 시리아 재건 구상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국 광물자원을 미국과 공동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이란,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미국을 적대시했던 시리아의 변화는 이 나라들의 중동 내 영향력을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트럼프, 이란과 시리아에 ‘실용 외교’ 구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선 “과거의 갈등을 끝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러분(이란)의 지역과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9일 이란에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한 달 만에 완전히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입장 변화는 ‘트럼프식 실용 외교’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뒤 중국과 극한의 통상 전쟁을 벌이다 12일 전격적인 관세 인하에 합의한 것도 실용주의의 연장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중국과의 통상 협상 타결을 높이 평가하며 “실용주의적 태도는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들 말에 따라 변덕스럽게 사면 권한을 행사하면서 ‘사면 쇼핑’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개인 변호사였던 로저 스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 등 측근들의 말만 듣고 사면 조치를 내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범죄자들은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 로비스트 등에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 달러씩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 시간) “사면을 바라는 범죄자들이 트럼프 측근에 접촉할 수 있는 로비스트와 변호사를 고용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의 사면은 케네디 장관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밀턴과의 통화에서 “케네디 장관이 당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밀턴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잠시 경선에 나섰던 케네디 장관에게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고다. 케네디 장관이 경선을 중단한 후에도 정치 채무 청산을 돕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후원했다. 동시에 트럼프 선거 슈퍼 PAC에도 200만 달러 가까이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맥스’의 공동 창업자 아서 헤이스는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25년 3월 사면을 받았다. 헤이스는 스톤을 고용해 사면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자들은 트럼프 기소 경험을 활용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의 전 동업자 데본 아처는 ‘정치적 희생자’라는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당신도 바이든 가족으로부터 당했군“이라는 말을 듣고 며칠 뒤 사면됐다는 것. 한 변호사는 “누군가가 대통령 앞에 나서서 단 5분 동안 억울하게 기소됐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고 WSJ에 전했다. 워싱턴에서 공직 부패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검사인 피터 자이덴버그는 “사면은 사회에 빚을 갚고 뉘우치거나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최고 입찰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법무부에서 사면을 담당하던 전직 직원은 WSJ에 사면 절차를 백악관이 담당하며 법무부는 소외됐다고 전했다. WSJ는 “법과 절차에 따라 행해지던 사면이 대통령의 변덕에 달리게 됐다”며 “무법천지 서부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중국이 (시장) 개방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통상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거나 없애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미중이 이번 협상을 통해 발표한 ‘제네바 미중 경제 및 무역회의 공동성명’에는 ‘상호 개방’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시점이나 방식이 적시되지 않았다. 그 대신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 등 원론적 입장만 담겼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개방을 강조한 건 향후 협상 국면에서 미국의 요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대규모 대(對)중 무역적자 등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향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구조적 문제까지 거론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시장 개방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중국으로선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간 ‘시장 개방’에 대한 인식 차이 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심각하게 피해를 받았고, 공장들은 문을 닫고 있었으며, 사회적 불안도 있었다”며 “그래서 그들은 (이번에) 우리와 어떤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수세에 몰렸다고 주장하며 양국 간 협상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우린 중국에 시장을 개방했지만 그들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며 “이는 말이 안 되고 불공정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엔 중국이 자국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동의했다”며 “중국은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거나 없앨 것이다. 그 장벽들은 매우 많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시장 개방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처럼 말했지만, 90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중국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미중 통상전쟁이 1년 반가량 이어지다가 2020년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체결 후에야 일단락됐다. 지금은 당시보다 양국의 갈등이 더 깊어진 상태라 협상이 계속 진행돼도 입장 차이가 좁혀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개방을 둘러싼 미중의 인식 차이 역시 향후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단순히 일부 품목에서 수입을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제한 해제나 경쟁 중립성 확보까지 중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 클라우드, 의료 분야 등에 대한 폭넓은 개방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계획경제’ 성격이 강한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중국 정부에 자국에 대한 개입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략적 필수품에 대해선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한다”고 밝혔다. 희토류와 반도체 등 국가 안보에 민감한 품목에 대해선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중 무역에서 ‘선택적 분리’를 시사한 것으로, 향후 미중 협상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중 ‘정상회담’ 모색할 수도 미중이 90일 안에 포괄적 합의 수준에 근접하려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대한 이른 시점에 만나 ‘톱다운식’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중관계는 매우 좋다”며 “이번 주말쯤 시 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네바 미중 무역협상을 계기로 향후 정상 간 접촉을 늘려 나갈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땐 백악관 입성 76일 만에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 주석과 마주 앉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일이 각각 6월 14일과 15일인 만큼 6월 워싱턴에서 ‘생일 정상회담’을 논의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고위급 협상이 몇 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보복 관세 부과가 유예된) 향후 90일간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대(對)중 관세가 (이번에 합의된 30%보다) 상당히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부과된 관세나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 관세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통상협상에서 미국은 대중 관세를 145%에서 30%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하기로 전격 합의했지만 ‘관세 전쟁’이 끝난 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재설정하는 데 성공했다”며 “좀 더 구조적인 사안들에 대해 계속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등 민감한 쟁점이 다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최종 합의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전용기를 선물 받는 게 ‘미국 우선주의’냐.”(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민주당은 세계적인 ‘패배자(loser)’들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로부터 대당 4억 달러(약 5600억 원)인 보잉 ‘747-8’ 항공기를 선물 받기로 했다. 역대 미 대통령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 중 최고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늘을 나는 궁전’으로 불리는 이 비행기를 2029년 1월 퇴임 전까지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퇴임 후에는 소유권을 트럼프 도서관으로 넘겨 사실상 자신이 보유할 뜻도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이 외국과 결탁해 노골적인 뇌물을 받았다”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민주당을 ‘패배자’라고 조롱하며 공짜 선물을 왜 마다하느냐고 맞섰다. 논란이 고조되자 카타르 측은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둘러싼 미 정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5년 된 낡은 에어포스원에 불만 11일 ABC 뉴스 등에 따르면 카타르 왕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방문에 맞춰 보잉 항공기를 미 국방부에 기증하기로 했다. 카타르 측은 당초 이 비행기를 트럼프 도서관에 곧바로 기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도중 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방부 기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 제안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와 가까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한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측은 올 2월 해당 비행기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 측이 만족을 표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과 데이비드 워링턴 백악관 법률 수석은 국방부가 항공기를 기증받은 뒤 대통령의 퇴임 전 트럼프 도서관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건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항공우주기업 ‘L3해리스 테크놀로지’에 이 항공기를 에어포스원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낡은 에어포스원에 불만을 표했다. 현재 쓰이는 에어포스원 두 대는 1990년 도입된 보잉 ‘747-200’. 노후 기종으로 잦은 정비가 불가피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보잉으로부터 두 대의 ‘747-8’을 에어포스원으로 납품받기로 했다. 그러나 2024년 인도받기로 했던 한 대는 코로나19, 보잉 하청업체의 부도 여파 등으로 인도 시점이 2027년으로 늦춰졌다. 나머지 한 대는 아예 그의 퇴임 이후 납품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카타르 측이 선물을 제안하자 덥석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노골적 뇌물 수수” 비판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해충돌 우려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세 나라로부터 대규모 투자 협약 등을 받아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천문학적인 고가의 비행기 선물을 받는다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해당 국가에 선물을 안겨줘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에는 미 공군의 해외 최대 기지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다. 미국이 카타르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줘야 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헌법이 정한 외국 수익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 노골적 부패”라고 비판했다. 미 헌법은 공직자가 의회 동의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 돈, 직위 등 어떤 선물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 및 보안 우려도 크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외국 정부가 준 비행기를 에어포스원으로 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CNN에 “에어포스원은 미사일 공격, 핵폭발 충격파 등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며 감청 장비 등을 탐지하기 위해 해당 비행기를 사실상 분해하는 수준으로 개조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드시 이 선물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11일 트루스소셜에 “국방부가 공짜 항공기 한 대를 받게 되는 것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거래”라며 “민주당은 세계적 수준의 패배자”라고 주장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전용기를 선물받는 게 ‘미국 우선주의’냐.”(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민주당은 세계적인 ‘패배자(loser)’들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로부터 대당 4억 달러(약 5600억 원)인 보잉 ‘747-8’ 항공기를 선물받기로 했다. 역대 미 대통령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 중 최고가다.트럼프 대통령은 ‘하늘을 나는 궁전’으로 불리는 이 비행기를 2029년 1월 퇴임 전까지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퇴임 후에는 소유권을 트럼프 도서관으로 넘겨 사실상 자신이 보유할 뜻도 밝혔다.야당인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이 외국과 결탁해 노골적인 뇌물을 받았다”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민주당을 ‘패배자’라고 조롱하며 공짜 선물을 왜 마다하느냐고 맞섰다. 논란이 고조되자 카타르 측은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둘러싼 미 정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5년 된 낡은 에어포스원에 불만11일 ABC뉴스 등에 따르면 카타르 왕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방문에 맞춰 보잉 항공기를 미 국방부에 기증하기로 했다. 카타르 측은 당초 이 비행기를 트럼프 도서관에 곧바로 기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방부 기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선물 제안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와 가까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한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측은 올 2월 해당 비행기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 측이 만족을 표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팸 본디 법무장관과 데이비드 워링턴 백악관 법률 수석은 국방부가 항공기를 기증받은 뒤 대통령의 퇴임 전 트럼프 도서관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건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항공우주기업 ‘L3해리스 테크놀로지’에 이 항공기를 에어포스원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맡겼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낡은 에어포스원에 불만을 표했다. 현재 쓰이는 에어포스원 두 대는 1990년 도입된 보잉 ‘747-200’. 노후 기종으로 잦은 정비가 불가피하다.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보잉으로부터 두 대의 ‘747-8’을 에어포스원으로 납품받기로 했다. 그러나 2024년 인도받기로 했던 한 대는 코로나19, 보잉 하청업체의 부도 여파 등으로 인도 시점이 2027년으로 늦춰졌다. 나머지 한 대는 아예 그의 퇴임 후 납품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카타르 측이 선물을 제안하자 덥석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노골적 뇌물수수” 비판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해충돌 우려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세 나라로부터 대규모 투자 협약 등을 받아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천문학적 고가의 비행기 선물을 받는다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해당 국가에 선물을 안겨줘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카타르에는 미 공군의 해외 최대 기지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다. 미국이 카타르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줘야 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헌법이 정한 외국 수익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 노골적 부패”라고 비판했다. 미 헌법은 공직자가 의회 동의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 돈, 직위 등 어떤 선물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안전 및 보안 우려도 크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외국 정부가 준 비행기를 에어포스원으로 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CNN에 “에어포스원은 미사일 공격, 핵폭발 충격파 등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며 감청 장비 등을 탐지하기 위해 해당 비행기를 사실상 분해하는 수준으로 개조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반드시 이 선물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11일 트루스소셜에 “국방부가 공짜 항공기 한 대를 받게 되는 것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거래”라며 “민주당은 세계적 수준의 패배자”라고 주장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7,8일 양일간 치러진 콘클라베 전에는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히지 않았지만 7일 첫 투표부터 두드러진 표를 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조용한 미국 출신 추기경, 어떻게 교황이 되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레오 14세의 선출 과정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첫 투표에서 두드러진 표를 얻은 후보는레오 14세 외에도 당초 유력 후보로 꼽혔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탈리아),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헝가리) 3인이었다.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 서열 2위인 국무원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부터 유력한 차기 후보로 일찌감치 거론돼왔지만 출신국인 이탈리아 측 추기경들로부터 일치된 지지를 얻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파롤린 추기경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은 추기경들도 일부 있었다. 보수 성향인 에르되 추기경은 일부 아프리카 추기경을 포함해 보수 추기경들의 지지를 모았다. 하지만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중 임명된 진보 성향 추기경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그가 추가로 표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때문에 추기경단의 이목은 첫 투표에서 두드러진 표를 얻은 남은 후보자인 레오14세에게 쏠렸다고 NYT는 전했다. 페루에서 오랜 세월 사목했고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라틴아메리카 교황청 위원회 수장을 거쳤다는 점에서 남미 지역 추기경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미국에 뿌리를 뒀다는 점 역시 북미 대륙의 추기경들에게 만족감을 줬다. 네 번째 투표 결과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레오14세가 교황 선출에 필요한 89표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는 순간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필리핀의 파블로 비르질리오 시옹코 다비드 추기경은 그 순간에 대해 “그는 앉아 있었다. 누군가 그를 일으켜 세워야 했다. 우리 모두 눈물을 글썽였다”라고 회상했다.일본 산케이신문은 레오 14세가 콘클라베 네 번째 투표에서 전체 133표 중 약 80%에 해당하는 105표를 얻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고 11일 보도했다. 1차 투표에서는 레오14세, 에르되 추기경, 파롤린 추기경 세 후보가 모두 25~30표 안팎을 얻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레오14세의 득표가 늘었다고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폴 매카트니와 콜드플레이 등 영국 문화계 인사 400명이 인공지능(AI)으로부터 저작권 보호를 해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사용 및 접근에 관한 법안’이 저작권 침해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저작권 보호를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가수 폴 매카트니, 엘턴 존, 콜드플레이, 두아 리파, 영화배우 휴 그랜트,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 유력 언론사의 대표들도 참여했다. 영국 정부는 AI를 포함한 첨단과학기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고객 및 기업 데이터 사용, 개인정보 처리 등 광범위한 조항을 담은 ‘데이터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창작물 사용 금지를 명시하지 않는 한, AI 기업들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창작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저작권자가 모든 AI 플랫폼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서한을 통해 “소수의 강력한 해외 대기업의 요구로 우리의 작품을 미래의 수입, 창작 강국으로서 영국의 지위와 함께 내준다면 엄청난 성장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번 키드런 영국 상원의원이 제시한 수정안 채택을 요구했다. 수정안은 테크기업이 AI 모델 개발에 음악, 서적, 영화, 신문 등의 창작물을 사용할 때 저작권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폴 매카트니와 콜드플레이 등 영국 문화계 인사 400명이 인공지능(AI)으로부터 저작권 보호를 해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사용 및 접근에 관한 법안’이 저작권 침해를 부추길 거라고 주장했다.1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저작권 보호를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가수 폴 매카트니, 엘튼 존, 콜드플레이, 두아 리파, 영화배우 휴 그랜트,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 유력 언론사의 대표들도 참여했다.영국 정부는 AI를 포함한 첨단과학기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고객 및 기업 데이터 사용, 개인정보 처리 등 광범위한 조항을 담은 ‘데이터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창작물 사용 금지를 명시하지 않는 한, AI 기업들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창작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저작권자가 모든 AI 플랫폼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서한을 통해 “소수의 강력한 해외 대기업의 요구로 우리의 작품을 미래의 수입, 창작 강국으로서 영국의 지위와 함께 내준다면 엄청난 성장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들은 비번 키드런 영국 상원의원이 제시한 수정안 채택을 요구했다. 수정안은 테크기업이 AI 모델 개발에 음악, 서적, 영화, 신문 등의 창작물을 사용할 때 저작권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인도-파키스탄 ‘78년 분쟁사’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지 ‘카슈미르’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두 나라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극심한 종교, 역사, 정치 갈등을 빚었다. 특히 카슈미르가 왜 ‘화약고’가 됐는지를 짚어 본다.》“파키스탄의 핵탄두는 전시용이 아니다. 인도를 겨냥하고 있다.”인도와 파키스탄의 오래된 영토 분쟁지 ‘카슈미르’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하니프 아바시 파키스탄 철도장관이 영국 가디언에 인도와 핵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공식 핵보유국인 두 나라의 갈등이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세계 최대 인구 대국’ 인도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무슬림 인구가 많은 ‘세계 2위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78년간 카슈미르를 놓고 격렬하게 대립했다.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파할감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로 힌두교도 26명이 숨진 뒤 두 나라는 국지적 교전을 벌였다. 이달 7일에는 양측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다. 인도는 전투기를 동원한 폭격에도 나섰다.이처럼 갈등의 중심에 자리한 카슈미르는 히말라야 산맥 서부의 산악 지대다. 면적은 약 22만 km². 한반도와 비슷하다. 고급 의류 소재 ‘캐시미어’는 이곳에 사는 산양 털로 만든다.카슈미르는 크게 인도 땅인 잠무카슈미르와 라다크, 파키스탄 영토인 아자드카슈미르와 길기트발티스탄,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인 아크사이친 등 5개 지역으로 나뉜다. 전체 1300만 여 명 주민 중 약 70%가 무슬림이지만 인도령 카슈미르의 면적이 약 9만5356km²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약 5만6003km²)보다 약 4만 km² 넓다.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인도 내 최대 무슬림 거주지 중 하나로 꼽히는 잠무카슈미르가 가장 갈등이 심한 지역이다.집권 마지막 시기에 양국 갈등을 중재하느라 바빴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2000년 3월 “카슈미르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양국의 교전을 보노라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양국 갈등이 영국 식민 지배 시절부터 발발한 뿌리 깊은 종교 및 역사 대립에서 유래한 탓에 이번 충돌 또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종교 민족주의가 갈등 원인카슈미르는 원래 인도와 파키스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토호국이었다. 영국은 식민 지배 내내 ‘이이제이(以夷移夷)’식 통치를 위해 전 인도의 민족 및 종교 갈등을 부추겼다. 1947년 8월 인도와 파키스탄이 모두 영국에서 독립해 독자 국가를 세우면서 양측 갈등이 본격화됐다.인도의 정치 경제 중심지인 북인도와 파키스탄은 원래 ‘힌두스탄’으로 묶여서 불렸다. 파키스탄의 주요 공용어인 우르두어와 인도의 주요 공용어인 힌디어 또한 언어학적으로 유사하다. 다만 우르두어는 아랍 문자로, 힌디어는 데바나가리 문자로 표기한다. 파키스탄은 정치·종교적 이유로 아랍 문자를 쓰고 우르두어 사용을 장려할 만큼 인도와 구별되는 독자적 정체성을 강조한다.카슈미르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이어서 파키스탄은 이곳을 처음부터 자신의 영토로 여겼다. 다만 잠무캄슈미르의 군주 마하라자 하리 싱(1895∼1961)은 힌두교도였다. 그는 두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파키스탄계 민병대가 자신을 공격하자 인도에 병합을 요청했다. 그러자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4개월에 걸쳐 영유권 전쟁을 벌였다. 바로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다.두 나라는 유엔 등 국제사회 중재로 휴전했다. 유엔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어느 나라를 택할지 투표를 실시하라고 권고했지만 인도가 거부했다. 이 와중에 1962년 중국과 인도가 국경 분쟁을 벌이다 중국이 아크사이친을 점령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카슈미르에서 영토와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던 파키스탄은 1965년 특수부대를 민간인으로 위장시켜 인도령 카슈미르에 침투시켰다. 이후 한 달간 제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했다. 역시 유엔이 휴전을 중재했다.파키스탄은 독립 당시 현재의 파키스탄인 서(西)파키스탄과 현재의 방글라데시인 동(東)파키스탄으로 나뉘어 있었다. 사회 전반이 서파키스탄 위주로 돌아가는 것에 불만을 가진 동파키스탄은 독립을 시도했다. 인도는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1971년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했다.이 전쟁의 휴전 협상 과정에서 현재의 국경선, 즉 ‘통제선(LoC)’이 확정됐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카슈미르 내 이슬람계 무장단체들이 인도와 격렬한 충돌을 벌이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이 무장단체들을 배후에서 지원했고 인도와의 갈등이 격화됐다.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은 연이어 지하 핵실험을 단행했다. 양국 모두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카슈미르 분쟁이 핵전쟁의 위험까지 안게 됐다.파키스탄은 1999년 5∼7월 인도령 카슈미르 카르길 일대의 험준한 고지대를 점령하기 위해 정규군을 침투시켰다. 카르길 전쟁으로 불리는 국지전이다. 약 세 달간 인도군 527명, 파키스탄군 700∼1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클린턴 미 대통령이 개입해 교전이 끝났다. 극단적 상황까지 가진 않았지만 핵보유국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힌두 극우주의’ 모디, 카슈미르 자치권 박탈두 나라의 지도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종 카슈미르 갈등을 부추겼다.2014년부터 집권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역대 지도자 중 힌두 극우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구자라트 주지사였던 2002년 2월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힌두교도 수백 명이 탑승한 열차에서 불이 나 60여 명이 숨졌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방화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번졌고 대대적인 반(反)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모디 총리는 힌두교도의 무슬림 탄압을 묵인했다. 당시 2000여 명이 숨졌다.그는 집권 후에도 노골적인 반이슬람 정책을 펼쳤다. 특히 2019년 8월 카슈미르에 부여한 헌법상 특별 지위를 전격 박탈하고 연방정부 직할지로 편입했다. 1954년 발효된 헌법 370조에 근거해 외교·국방을 제외하고 폭넓은 자치가 가능했는데 이를 없앤 것이다. 무슬림들은 모디 정권이 카슈미르에 힌두교도를 대거 유입시켜 무슬림 우위인 현재의 인구 구조를 변경하려 한다고 본다.모디 총리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 등 이웃 3개국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2015년 이전 인도로 온 불법 이민자에게 인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시민권법 개정 과정에서도 무슬림을 배척했다. 그는 힌두교·기독교·불교·자이나교·파르시교·시크교 등 6개 종교의 불법 이민자에게만 시민권을 허락했고, 무슬림 이민자를 제외했다.이 법이 2019년 12월 의회를 통과한 후 인도 내 무슬림은 격렬한 항의 시위를 펼쳤다. 이로 인해 잠시 시행이 미뤄졌지만 모디 총리는 3선을 노리던 지난해 3월 총선 직전 이 법안을 전격 시행했다.그럼에도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그의 집권 1, 2기 때와 달리 당시 총선에서 단독 과반에 실패했다. 그의 장기 집권 동안 나타난 양극화 심화, 청년 실업과 고물가, 종교 차별 정책에 대한 비판과 사회 불안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모디 총리는 연정을 꾸려 간신히 3선에 성공했다. 정권 기반이 취약할수록 그가 핵심 지지층인 힌두 극우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으로 일관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카슈미르 갈등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카르길 전투 주도한 무샤라프는 망명 중 사망족벌 정치가 만연하고 정정 불안이 극심한 파키스탄의 지도자들도 자신들의 안위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카슈미르 분쟁을 이용했다.파키스탄에서는 건국 후 지금까지 집권한 지도자 중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사람이 거의 없다. 퇴임한 지도자의 상당수도 암살, 처형, 해외 도피를 겪었다. 쿠데타로 축출된 줄피카르 부토 전 총리는 반대파에 의해 교수형을 당했다. 그의 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또한 재집권을 노리던 중 암살당했다. 임란 칸 전 총리 또한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으로 탄핵됐다.1999년 카르길 전투의 후폭풍은 인도와의 갈등을 이용한 지도자의 말로를 보여준다. 이 전투는 나와즈 샤리프 당시 총리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군참모총장이 주도했다. 파키스탄군이 많은 전사자를 내면서 사실상 패하자 두 사람은 패배의 책임을 두고 대립했다.나와즈 전 총리는 무샤라프를 해임했고 무샤라프는 쿠데타로 반격했다. 무샤라프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대통령에 올라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그의 독재에 대한 범국민적 반발이 고조되는 가운데 2007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됐다. 부토 지지층은 무샤라프의 소행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펼쳤고 국가 혼란이 고조됐다. 결국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 해외 망명에 올랐고 2023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숨졌다.셰바즈 샤리프 현 총리는 무샤라프 전 대통령과 대립했던 나와즈 전 총리의 동생으로 세속주의 우파 정당 파키스탄무슬림동맹(PML)을 이끌고 있다. 세 차례 집권한 나와즈 전 총리는 전 세계 유력 인사의 부패와 돈세탁을 폭로한 ‘파나마페이퍼스’에 이름을 올릴 만큼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셰바즈 총리 또한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셰바즈 총리는 칸 전 총리의 탄핵 후 임시 총리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총선에서 PML은 칸 전 총리가 창당한 정의파키스탄운동(PTI)을 추종하는 무소속 후보들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셰바즈 총리는 부토 일가가 이끄는 중도 좌파 성향의 3위 파키스탄인민당(PPP)과 연정을 꾸려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역시 정권 기반이 취약하다.칸 전 총리 지지층은 탄핵과 이번 총선 결과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대립해 온 PML과 PPP 또한 언제든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 정정 불안,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허약한 경제, 잦은 수해 등으로 고전하는 셰바즈 총리가 국력과 군사력이 우위인 인도와의 대립에서 정치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대리전 양상도세 차례의 전쟁, 1999년 카르길 전투는 모두 유엔과 미국의 중재로 해결됐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태에서는 제대로 된 중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표 강대국으로 ‘중재 역량’을 갖춘 미국과 중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두고 오히려 일종의 대리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전쟁, 중국과의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및 가자 전쟁 휴전 추진 등 다른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교전을 벌인 7일에도 “양국은 오랜 기간 싸워 왔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8일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관련 없는 사안”이라며 “미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전쟁 한복판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동조했다.다만 미 국무부는 지난달 22일 ‘파할감 테러’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을 거론하며 “테러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했다. ‘중국 견제’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인도를 사실상 지지하는 메시지란 해석이 나온다.반면 중국 외교부는 “파키스탄의 반테러 행동을 굳게 지지한다”며 파키스탄을 두둔했다. 파키스탄과 테러를 감행한 단체와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이다.파키스탄은 ‘인도 견제’를 위해 내내 중국에 밀착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도 적극 협력했다. 특히 최소 620억 달러(약 86조8000억 원)가 투입되며 2030년 건설을 목표로 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원유 수송망을 건설해 중동산 원유를 중국 영토로 곧바로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력은 인도 우위나 핵탄두는 비슷두 나라의 국력과 군사력에서는 인도가 확실한 우위에 있다. 인도 인구는 약 14억4000만 명으로 파키스탄(약 2억4000만 명)의 6배다. 국가총생산(GDP) 또한 인도가 4조1900억 달러(약 5850조 원)로 3746억 달러(약 520조 원)인 파키스탄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인도의 2023년 기준 국방 예산 또한 738억 달러(약 102조 6000억 원)로 파키스탄(63억4000만 달러·약 8조 8000억 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인도의 병력 또한 148만 명으로 파키스탄(66만 명)의 두 배다.다만 추정 핵탄두 보유 개수는 인도(172개)와 파키스탄(170개)이 큰 차이가 없다. 비슷한 핵 전력, 오랜 갈등 역사와 이에 길들여진 국민 정서,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양국 지도자의 태도, 적절한 중재자의 부재 등을 감안할 때 이번 갈등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머스크)이 가장 가난한 어린이들을 죽이는 건 보기 좋지 않다.” 세계 5위 부호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70)가 세계 최고 부호이며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격으로 미국의 국제 원조 삭감을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4)를 강하게 비판했다. ‘부유하게 죽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남은 인생 동안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주도한 미 국제개발처(USAID)의 해체 시도를 비판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국제 원조 삭감이 저개발국의 식량 및 의약품 부족, 전염병 창궐을 야기해 결과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이츠는 머스크가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가자 일대를 중동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착각해 모잠비크에 대한 의료 지원을 중단한 것 또한 질타했다. 그는 “모잠비크의 병원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확산을 막고 있는 곳”이라며 머스크가 USAID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무리한 일을 벌였다고 꼬집었다. 모잠비크 현지에서 HIV에 감염된 어린이들을 만나 봤으면 돈을 줄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9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 기준 게이츠의 재산은 1680억 달러(약 235조2000억 원), 머스크의 재산은 3350억 달러(약 469조 원)다. 기부에 비판적인 머스크는 “자선은 대부분 허튼소리”라며 게이츠에 비판적이다. 특히 2022년 게이츠가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다. 한편 게이츠는 향후 20년간 재산 전부를 자신이 설립한 ‘게이츠재단’을 통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게이츠재단은 최근 25년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가 넘는 돈을 자선 사업에 썼다. 게이츠는 남은 재산의 99%를 게이츠재단에 기부할 것이며 역시 이 재단에 기부해 온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도 추가 기부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재단이 2045년까지 최소 2000억 달러(약 280조 원)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가장 가난한 어린이들을 죽이는 건 보기 좋지 않다.”8일(현지 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국제 원조 삭감을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강하게 비판했다.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게이츠는 갑작스러운 국제 원조 삭감이 식량·의약품 부족과 전염병 창궐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미국 관료조직에 칼을 휘두르면서 사실상 국제개발처(USAID) 해체를 주도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게이츠는 머스크가 USAID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운영된 조직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착각해 모잠비크 가자 지방의 병원 지원을 중단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로 인해 가자 지방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모자 간 수직 감염 방지를 위한 병원 지원이 끊긴 것. 게이츠는 “그(머스크)가 그 돈을 삭감했으니 거기 가서 HIV에 감염된 어린이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두 사람은 이전 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2012년 머스크는 게이츠와 워렌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캠페인인 ‘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후 “자선은 대부분 허튼소리”라고 비난하며 기후 문제 해결에는 테슬라 같은 상업적 해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2022년 게이츠가 자신의 기업 테슬라의 주식을 공매도한 사실을 알게 된 머스크는 게이츠를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사이가 더 틀어졌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차익을 보는 것을 이른다. 머스크의 전기를 쓴 작가 윌터 아이작슨은 게이츠는 이에 대해 머스크에 사과했으나, 머스크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게이츠는 자기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게이츠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내가 죽으면 난 그가 부유하게 죽었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며 기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난 앞으로 20년간 내 재산의 사실상 전부를 게이츠재단을 통해 전 세계의 생명을 구하고 개선하는 데 기부하겠다. 그리고 재단은 2045년 12월 31일에 영구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가 전처인 멀린다와 2000년에 설립한 자선단체인 게이츠재단은 원래 게이츠가 죽은 뒤 20년을 더 운영한 뒤 활동을 종료할계획이었는데, 그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또한 그는 “우리는 앞으로 20년 동안 기부액을 두 배로 늘릴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난 재단이 지금부터 2045년까지 2천억달러를 넘게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게이츠재단은 지난 25년간 1천억달러를 넘는 돈을 기부해왔다. AP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남은 재산의 99%를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며 이는 현재 가치로 1070억달러(약 150조원)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재단 운영 자금의 약 41%를 버핏이, 나머지는 게이츠가 기부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재로 비공식 소통 채널을 개설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시리아는 최근 자국을 노린 이스라엘의 연이은 군사 작전에 따른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원조 또한 받기 위해 2020년 이스라엘과 수교한 UAE를 중재자로 삼았다. ‘숙적’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역내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UAE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샤라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소통 필요성을 거론했고 며칠 뒤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소통 채널이 개설됐다는 것이다. 샤라 대통령이 이끄는 수니파 무장단체 ‘하이아트타흐리르알샴(HTS)’은 2011년부터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인 바샤르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과 치열한 내전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아사드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과도정부를 세워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다만 샤라 대통령이 과거 9·11 테러를 일으킨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을 맺었턴 터라 그가 대내외에 온건 통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경계가 상당하다. 이스라엘 또한 시리아와 국경을 면한 북부 일대에 병력을 진입시키고 군사 우위를 앞세워 시리아 곳곳에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은 아직도 샤라 대통령을 반군 시절 가명인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로 지칭할 정도로 시리아 과도정부를 불신한다. 특히 샤라 대통령이 HTS 수장 시절부터 중동 패권을 노리는 튀르키예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것 또한 경계한다. 그럼에도 시리아와의 관계 모색을 시도하는 것은 국내외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하마스와의 휴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통치 방안, 미국과 이란 핵합의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때 밀착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서먹한 상황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여기부터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죠? 도로로 나가 걸어갈 수밖에 없어 위험해 보입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자에게 학교 바로 옆 골목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행자를 위한 보행로가 중간에 끊겨 있었다. 그 자리에는 보행로 대신에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이 보였다. 이날 동아일보는 임 연구원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강남구, 송파구 등 2023년 스쿨존 사고 발생 지점 6곳을 돌아봤다. 그 결과 대부분의 장소에서 아이들 보호 시설이 부족하거나 불법 주정차, 속도위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매년 500여 명의 아이가 스쿨존 안에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는다. 지난해는 556명으로 2023년(514명)보다 42명 늘었다. ‘위험한 등하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교통기획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두 번째 주제로 스쿨존 안전 실태를 다뤘다. 매년 2000명이 넘게 교통사고로 숨지는 우리나라에서 스쿨존 사고를 막을 운전자, 시민의 준법정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프라가 절실하다.● 스쿨존 사고, 연중 5월에 가장 많아 본보와 임 연구원이 살펴본 서울 양천구 초교 인근 스쿨존은 곳곳에 구분된 보행자 통로가 없어 차와 어린이들이 서로 엉켜 다녔다. 인근 한 지점에서는 2023년 7월 12세 아이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 초교 1, 2학년쯤 돼 보이는 어린이가 도로를 뛰어가다 차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광경도 목격했다. 학교 앞 이면도로 곳곳의 불법 주차 차들도 어린이 안전을 위협했다. 불법 주정차 차들 사이로 아이들이 튀어나오면 차와 부딪히기 십상이다.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부터 스쿨존 내 모든 형태의 주정차가 금지됐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주민들은 ‘스쿨존 과속’ 문제도 지적했다. 교통지도원 80대 송모 씨는 “언덕에서 내려오는 차들이 너무 빨리 달린다. 매일 아이들이 차에 치일까봐 마음 졸인다”고 말했다.스쿨존 어린이 사고는 연중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최근 3개년 5월에 벌어진 스쿨존 어린이 보행자 사고는 총 183건이었다. 연중 사고의 12%가 이 시기에 몰려 있어 ‘사고가 가장 많은 달’이었다. 어린이 부상자도 3년간 5월에만 191명이 발생해 총 부상자의 12%를 차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간 매년 2명씩, 총 6명의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상대적으로 날씨가 풀려 외부 활동이 늘어나는 4∼7월에 일어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져 어린이들의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3월부터 사상자가 증가해 5월에 정점을 찍는 추세”라며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 운전에 특히 유의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 스쿨존 단속 결과 음주 운전, 속도위반… 안전 위협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31개 경찰서가 각 학교 개학 시즌인 올해 3월 4일부터 4월 25일까지 8차례 스쿨존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신호 위반, 보행자 보호 위반 등 교통 법규 위반이 총 428건 적발됐다. 이 중에는 음주 운전도 40건 있었다. 도로교통공단이 3월 서울과 대전 2곳의 스쿨존에서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 신호등이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 앞에서 주변에 보행자가 없을 때 ‘일시 정지’ 원칙을 지킨 운전자는 한 명도 없었다.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있든 없든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있는 경우에도 운전자의 8.6%(105대 중 9대)만이 일시 정지했다. 체구가 작고, 도로에 뛰어들기 쉬운 어린이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2022년 7월 스쿨존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 조항이 시행됐지만, 3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 보행로 확보하고 바닥 요철 포장 늘려야” 스쿨존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95년으로, 30년이 지났다. 어린이 통행이 많은 초등학교, 유치원 등 인근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2022년부터는 ‘어린이가 자주 왕래하는 곳 중 조례로 정하는 시설 및 장소’로 지정 범위를 넓혔다. 다만 안전 시설물 설치 등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자율이다. 그 때문에 일부 필수 안전 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를 위한 보행로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보행로와 차도를 확실히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며 “좁은 이면도로라도 바닥 색상이나 포장 재질을 달리해 보행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교통 법규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스쿨존에 바닥 요철 포장을 늘리면 운전자 입장에서 스쿨존을 피부로 체감을 할 수 있고 속도 제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등 외국에는 스쿨존 근처에 주정차를 어렵게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국, 독일에서는 화분형 구조물 등의 장애물을 곳곳에 설치하거나 길을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스쿨존 불법 주정차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운전자가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물론이고 학원, 상가 밀집 지역을 운행할 때 보행 중인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스웨덴은 ‘홈존’ 시행… 스쿨존보다 넓게 보호‘차는 사람보다 느리게’ 제한유럽 등 선진국은 학교 인근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운전자의 편의보다 어린이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다.스웨덴은 스쿨존보다 더 넓은 구역을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홈존(Home zone)’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모든 생활 반경을 특수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학교 주변뿐만 아니라 근처 주택가, 놀이터, 골목길 등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곳을 홈존으로 지정해 주행 속도 등을 통제한다. 홈존 안에서는 차가 보행자에게 반드시 통행을 양보해야 하고 차의 주행 속도는 보행자의 걸음걸이 속도(시속 약 7km)를 초과할 수 없다.네덜란드는 이와 비슷한 ‘보너르프(Woonerf)’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너르프는 네덜란드어로 ‘사람이 살고 있는 거리(Living street)’란 뜻이다. 좁은 도심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보호한다는 취지로, 1960년대 네덜란드에서 차가 크게 늘어 도심 보행자 사고가 늘자 도입한 제도다. 보너르프로 정해진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도로 폭 전부를 사용해 걸어 다닐 수 있다. 반면 운전자는 주변 보행자들의 통행 속도보다 느리게 차를 몰아야 한다. 이 구역에는 바닥에 각종 요철과 장애물이 설치돼 있고, 길도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형태로 뚫려 있다. 차 속도를 자연스레 늦추고 불법 주정차가 어렵도록 유도한 것이다. 1967년 네덜란드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보너르프 제도를 법제화했다.영국도 최대 교통량이 시간당 100대 미만, 총길이 600m 미만인 도로는 노면 포장, 장애물 설치 등을 통해 ‘보행자 친화적’ 도로로 바꾸고 있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 앞 도로는 일시적으로 차량 출입을 막는 ‘스쿨 스트리트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호주는 차량 운행 속도를 시속 10km 이하로 제한하는 ‘공존공간(Shared Zone)’을 운영 중이다.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학교 주변 골목길 등까지 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서울 지역 스쿨존에서 발생한 13세 미만 어린이 교통사고 총 1391건 중 75.8%(1055건)는 차로가 1, 2개인 좁은 도로에서 발생했다. 반면 5차로 이상 넓은 도로에서는 스쿨존 사망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보고서는 “협소한 도로가 많은 지역에는 어린이 안전을 보호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사회부 기자 payback@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서지원(사회부) 오승준(산업2부) 기자}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재로 비공식 소통 채널을 개설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시리아는 최근 자국을 노린 이스라엘의 연이은 군사 작전에 따른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원조 또한 받기 위해 2020년 이스라엘과 수교한 UAE를 중재자로 삼았다. ‘숙적’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역내 영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은 지난달 13일 UAE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샤라 대통령은 나하얀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소통 필요성을 거론했고 며칠 뒤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소통 채널이 개설됐다는 것이다.샤라 대통령이 이끄는 수니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는 2011년부터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과 치열한 내전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아사드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과도정부를 세워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다만 샤라 대통령이 과거 9.11 테러를 일으킨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을 맺었턴 터라 그가 대내외에 온건 통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경계가 상당하다. 이스라엘 또한 시리아와 국경을 면한 북부 일대에 병력을 진입시키고 군사 우위를 앞세워 시리아 곳곳에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네타냐후 정권은 아직도 샤라 대통령을 반군 시절 가명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로 지칭할 정도로 시리아 과도정부를 불신한다. 특히 샤라 대통령이 HTS 수장 시절부터 중동 패권을 노리는 튀르키예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것 또한 경계한다. 그럼에도 시리아와의 관계 모색을 시도하는 것은 국내외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하마스와의 휴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前後) 통치 방안, 미국과 이란 핵합의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때 밀착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서먹한 상황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 땅(캐나다)은 ‘절대’ 판매되지 않을 것이다.”(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절대’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마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각각 올 1월, 3월 집권한 두 정상의 첫 회동이다. 두 사람은 이날 캐나다 주권, 미국의 관세 부과 등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줄곧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카니 총리의 전임자인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또한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로 폄훼했다. 카니 총리 역시 “경제 및 군사 협력에 기초한 미국과의 관계가 끝났다”며 줄곧 미국에 날을 세워 왔다. 그는 지난달 28일 총선에서도 유권자의 반(反)트럼프 심리를 자극해 당초 지지율 열세를 뒤집고 승리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 주권-관세 놓고 내내 신경전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왜 캐나다에 연 2000억 달러(약 280조 원)를 보조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며 대(對)캐나다 무역적자에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지난해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357억 달러(약 50조 원)로 그의 주장보다 훨씬 적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여전히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믿느냐”고 묻자 “여전히 그렇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답했다. 이어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봐도 인위적인 국경을 없애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며 캐나다 병합을 ‘멋진 결혼’에 비유했다. 다만 그는 “누군가(캐나다)가 원치 않는다면 논의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부동산에서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며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백악관, 당신도 방문했던 (영국 런던의) 버킹엄 궁전 같은 곳이 절대 팔 수 없는 매물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 또한 “절대란 말은 절대 하지 말라(never say never)”고 두 번 반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캐나다산이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를 원한다.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도 원치 않는다”며 관세 위협을 거듭했다. 자신의 집권 1기에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하며 미국에 더 유리하게 변경할 뜻을 밝혔다. 그는 ‘카니 총리가 관세 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도 “없다”고 단언했다. ●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 이날 두 정상의 회담은 올 2월 말 역시 백악관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동 때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평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카니 총리의 총선 승리를 거론하며 “내가 (승리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 같다”고 농담했다. 이어 “오늘은 누구(젤렌스키 대통령)와 그랬듯 폭발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에도 “카니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니 총리가 트뤼도 전 총리보다 더 좋다고도 했다. 카니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국경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혁신적인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지난달 22일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지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양국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일부를 차단했다. 인더스강에 식수 및 농업 용수를 의존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맞서는 등 양국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5일 인도 당국은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체나브강의 바글리하르 댐에서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강물을 막았다. 인근 키샨강가 댐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무하마드 칼리드 자말리 주러시아 파키스탄 대사는 3일 러시아 관영 방송 ‘RT’ 인터뷰에서 인도의 강물 차단 시도를 파키스탄에 대한 ‘전쟁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등 모든 전력을 사용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 또한 “인도가 인더스강에 새로운 구조물을 짓는다면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사거리 120km의 지대지 미사일을 5일 시험 발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3일에도 사거리 450km의 지대지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휴양지인 파할감 인근에서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26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인도는 파키스탄 정부를 테러 배후로 지목하며 인더스강 물줄기를 끊겠다는 뜻을 줄곧 밝혀 왔다. 테러 이후 양국은 사실상의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을 두고 열흘 연속으로 소규모 교전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인의 비자를 취소하고 파키스탄으로부터 상품 수입과 선박 입항, 우편 교환 등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파키스탄은 인도 항공기의 영공 진입 금지, 무역 중단, 인도인 비자 취소 등으로 맞섰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