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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원래대로라면 주문 전화가 계속 울리는데, 지금 한 통도 안 오잖아요. 이렇게 장사가 안 됐던 적은 없었어요.” 13일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대산산단) 내 롯데케미칼·LG화학 대산공장 앞에서 공구상을 운영하는 김정현 씨(56)가 한 말이다. 그는 “요즘 외상을 한 롯데케미칼·LG화학 협력업체들의 대금 지급이 자주 밀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산업의 핵심 동맥 역할을 해왔던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가 서산시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누적된 실적 부진이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생산 라인이 멈춰서면서, 대산산단 내 주요 공장에는 가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 앞에서 식당을 하는 박미정 씨는 “밥 먹으러 오던 손님들이 갑자기 안 보인다”며 “라인 가동이 중단되니 일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모 등 보호구를 판매하는 이상미 씨는 “최근 안전 장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안전 장비가 석유화학 공장의 필수품인데도 사지 않는다는 건 공장에 안전모를 쓸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세금 안 걷히고 인구 줄고, 불황 직격탄서산 내 협력업체와 지역 상권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특히 서산은 석유화학에 특화된 산단이라 최근 석유화학 불황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13일 서산시에 따르면 서산시 인구는 올해 7월 기준 17만9579명으로 18만 명 선이 무너졌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협력업체 직원과 임시 고용 직원, 또 그 가족들이 지역을 떠나며 인구 감소에 직면했다. 서산시 지방 재정에 큰 기여를 했던 대산산단의 석유화학 공장들은 최근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만난 서산시청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 위기로 기업들의 세금 납부액이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며 “지난해 지역 내 석유화학 기업 적자가 상당한 만큼, 올해도 세수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산시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실사단은 4일 서산을 방문해 현장 실사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실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공장들을 둘러보니 일부 라인은 철거를 앞두고 아예 배관을 분해한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 대산 에틸렌글리콜(EG) 2공장 등 일부 시설은 이미 오랫동안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서산시 전체 위기가 된 석유화학 위기서산시 최북단에 있는 대산산단의 위기는 서산시 전체의 위기로 번지고 있었다. 서산시청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6월에 보증금 300만 원짜리 월세 한 건, 7월에 매매 한 건을 했다. 8월에는 단 한 건도 계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둘러본 서산시청 근처 중앙로 거리 상가들에는 ‘임대’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약 1km 거리에 빽빽하게 들어찬 상가들은 세 곳 중 한 곳꼴로 공실이었다. 지역 경제가 빠르게 얼어붙자 이완섭 서산시장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에게 친필 손편지를 보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서산시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심의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과 마찬가지로 석유화학 산업 침체로 위기를 겪는 여수는 이미 산업위기 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업체 간 치킨게임에 뾰족한 지원책도 없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에 공통적으로 산업용 전기료 감면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료는 2021년 대비 약 80% 늘었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업 통합과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이다. 하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의 생산량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주력 제품을 전환하는 원론적인 해법은 이미 기업 간 ‘치킨게임’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12월 산업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은 민간 주도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발적인 사업 재편은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감산 또는 설비 폐쇄를 다른 곳보다 먼저 하면 ‘저 기업은 경영이 어렵구나’라고 시장에서 인식될 수 있어 꺼리는 상황”이라며 “각 사의 이해관계가 달라 자발적인 통합이나 생산량 감축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여유가 있는 기업은 무너지는 곳이 나오면 그 기업의 생산 시설을 싸게 인수할 수 있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서산=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28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회사의 자체 실적 전망치를 높였다. 인공지능(AI) 수요 급등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이 주된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11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를 기존 104억∼110억 달러(약 14조5000억∼15조3000억 원)에서 111억∼113억 달러(약 15조4000억∼15조7000억 원)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기존 2.50달러에서 2.85달러로 높였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상승 이유에 대해 “AI가 고성능 메모리의 전례 없는 수요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올해 생산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판매가 끝났으며, 내년까지 높은 HBM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HBM이 수요를 촉발시키며 구형 D램 가격도 오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분기(7∼9월) DDR4 가격이 최대 9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전날보다 4.06% 오른 123.7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에서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형태의 공동체가 ‘다자주의 수호’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사진)는 12일 한국경제인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개최한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최근 다자주의의 위기는 기존 제도가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자발성, 개방성, 비구속성, 합의 기반 협력이라는 APEC의 ‘열린 지역주의’ 원칙이 다자주의 쇠퇴와 보호주의 강화 등 ‘닫힌 지역주의’로 회귀하려는 글로벌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APEC이 ‘국가’ 대신 ‘경제체’ 개념을 사용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APEC은 경제체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국가가 아닌 홍콩 등의 참여가 가능하다. 그는 “더 유연한 정체성이 필요한 시대에 APEC의 접근법이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 구축에 있어 유럽연합(EU)보다 더 적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과 관련해선 “휴대전화, 선박, 자동차뿐만 아니라 K팝, ‘오징어게임’, K뷰티까지 경제적, 문화적으로 놀랍도록 창조적인 사회”라며 “APEC 내에서 다양한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 갈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를 연 PECC는 APEC의 싱크탱크이자 공식 옵서버(참관 단체)다. 올해 한국이 20년 만에 APEC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서울에서 열렸다. 총 4개 세션으로 진행된 이날 총회 결과는 ‘여의도 선언’으로 정리해 10월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저사양 반도체 수출 재개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대중(對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미국 정부에 내는 ‘수출 통행세’만 최소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저사양 인공지능(AI) 칩인 엔비디아 ‘H20’의 중국 수출 재개는 H20 제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는 일단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조건이라, 향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납품단가 인하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NYT “美 정부 최소 20억 달러 수익”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반도체 H20, AMD는 MI308(중국 수출용 저사양 AI칩)에 대한 중국 수출을 재개하는 대신 각 품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FT는 “미국 기업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수익 일부를 정부에 지불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최소 20억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엔비디아의 올해 H20 매출액 예상치를 뉴욕타임스는 150억 달러, FT는 230억 달러로 내다봤다. 이 수치에 15%를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서만 22억5000만∼34억5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미국은 올 4월 H20과 MI308을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당시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최신형 반도체가 중국의 AI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엔비디아는 꾸준히 “저사양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과 이달 6일 거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수출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8일 H20과 MI308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 이익 되면 자국 기업도 쥐어짜는 트럼프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향 AI 칩 수출 재개가 양사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단기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업체들의 H20 주문이 재개되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20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를 한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 수출 재개는 물량 증가로 이어져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엔비디아와 AMD가 매출의 15%를 세금 형태로 내야 하는 만큼, 이를 협력사인 한국 기업에 전가해 고통을 분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을 ‘재확인’시킨 사례로 해석되는 만큼, 대미(對美) 투자 압박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이를 참고해 유연한 대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자국 기업에 수출 허가를 내주는 대신 돈을 받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 당초 H20의 중국 수출을 막았던 이유인 기술 유출 우려가 해소됐다는 정황도 없다. 그런데도 H20 수출을 허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통행세’를 받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던 중국 전문가 리자 토빈은 “중국은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로 수익을 창출한 것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록히드마틴도 중국에 전투기를 팔고 15% 수수료를 내면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트럼프식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려면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관세와 시장 규모 변화에 맞춰 글로벌 생산 설비를 재배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저사양 반도체 수출 재개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대중(對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미국 정부에 내는 ‘수출 통행세’만 최소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H20 수출 재개는 H20 제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납품단가 인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 “美 정부 최소 20억 달러 수익”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반도체 H20, AMD는 MI308에 대한 중국 수출을 재개하는 대신 각 품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FT는 “미국 기업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수익 일부를 정부에 지불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최소 20억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엔비디아의 올해 H20 매출액 예상치를 뉴욕타임스는 150억 달러, FT는 230억 달러로 내다봤다. 이 수치에 15%를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서만 22억5000만~34억5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미국은 올 4월 H20과 MI308을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당시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최신형 반도체가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엔비디아는 꾸준히 “저사양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과 이달 6일 거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수출 재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8일 H20과 MI308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 이익 되면 자국 기업도 쥐어짜는 트럼프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향 AI 칩 수출 재개가 양사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단기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업체들의 H20 주문이 재개되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20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를 한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 수출 재개는 물량 증가로 이어져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엔비디아와 AMD가 매출의 15%를 세금 형태로 내야 하는 만큼, 이를 협력사인 한국 기업에 전가해 고통을 분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을 ‘재확인’시킨 사례로 해석되는 만큼, 대미(對美) 투자 압박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이를 참고해 유연한 대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자국 기업에 수출 허가를 내주는 대신 돈을 받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 당초 H20의 중국 수출을 막았던 이유인 기술 유출 우려가 해소됐다는 정황도 없다. 그런데도 H20 수출을 허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통행세’를 받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던 중국 전문가 리자 토빈은 “중국은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로 수익을 창출한 것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록히드마틴도 중국에 전투기를 팔고 15% 수수료를 내면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트럼프식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려면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관세와 시장 규모 변화에 맞춰 글로벌 생산 설비를 재배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제품 수출을 허가받는 조건으로 대중(對中) 판매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했다. 중국 반도체 공급망과 연계될 경우 자국 기업이라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례없는’ 정책 방향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0일(현지시간) 엔비디아와 AMD가 각각 중국 수출용인 인공지능(AI) 칩인 H20와 MI308의 판매수익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대중 수출 허용을 조건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이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MD는 FT의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엔비디아는 “우리는 미국 정부가 세계 시장 참여를 위해 설정한 규칙을 준수한다”고 밝혔다.앞서 FT는 8일 수출 통제를 관장하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엔비디아에 수출 허가를 발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수출 허가 문제를 논의한 지 이틀만이다.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성능을 낮춰 설계한 H20 칩의 수출을 금지했다가, 지난달 입장을 바꿔 수출 재개를 허용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의 H20 칩 수출 허가 발급이 지연돼 대중국 판매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FT는 “미국 기업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매출의 일부를 정부에 내기로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거래는 ‘관세’를 고리로 국내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유치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협상) 패턴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연계된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을 공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립부 탄 인텔 CEO에 “즉시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비판했는데, 이에 탄 CEO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탄 CEO는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계 미국인이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은 “탄이 중국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하며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실제 탄은 직접 또는 벤처 펀드를 통해 중국 군부와 관련된 일부 기업을 포함, 여러 중국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건설하거나, 짓겠다고 약속하는 기업에는 반도체 품목별 관세(100%)가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건설 예정인 SK하이닉스 등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전날) 발언은 대통령 임기 중에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상무부에 신고한 뒤 건설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받을 경우 관세에서 면제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100% 품목관세’ 발언에 노심초사하던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동안에는 관세 없이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는 러트닉 장관의 설명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관세율 100%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관세 100%는 ‘미국에 투자하라’고 다른 반도체 기업들에 보내는 정치적 신호로 읽히기 때문에 과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춘 기업에 눈에 띄는 혜택을 주면서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미국 본토에 투자를 하도록 압박하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 지역에 3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 행정명령 등으로 관세 적용 범위가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계심도 여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령 파운드리는 관세를 면제해주고, 메모리 반도체는 면제 품목에서 제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직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와 투자 결정 시점을 두고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트럼프 임기 내 투자’를 핵심 기준으로 삼을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 현지 생산 시설 확충을 결정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가 투자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이 오히려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결국 미국의 목적은 최신 반도체 제조 공정을 본토에 끌어들여 반도체 패권국이 되는 것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를 기회 삼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오히려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 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만든 여천NCC가 운영 자금 부족에 따른 부도 위기에 처했다.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당장 이달 21일까지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한화그룹은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려 하지만, DL그룹은 근본적인 경영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석화단지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여천NCC는 이날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추가 자금 수혈이 없다면)이달 21일 여천NCC는 부도가 불가피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 50%씩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한때 연간 3000억 원에서 1조 원대의 이익을 내던 알짜 회사였다. 하지만 2020년대부터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22년 3477억 원, 2023년 2402억 원, 지난해 2360억 원 등 3년 내리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 3월 주주사 간 협의를 통해 2000억 원을 증자했으나, 누적 손실로 인해 또 자금난에 빠졌다. 한화그룹과 DL그룹은 추가 자금 지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신속하게 자금 지원에 나서 기업 지속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DL은 여천NCC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했으나, 여천NCC 이사회 내 DL 측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천NCC 이사회는 총 6명으로, 한화그룹과 DL그룹이 3명씩 지명해왔다.DL케미칼 측은 “논의가 진행 중으로,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여천NCC의 현금흐름이 안 좋아진 이유, 자구책을 갖췄는지, 주주가 얼마나 자금지원을 해야 하는지 등 경영상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한화 측 관계자는 “25년간 공동 경영을 해온터라 경영상황을 잘 알고 있다”라며 “양사가 1500억 원씩 지원을 할 경우 정상화되는데 문제가 없다”고 내다봤다. 또 “디폴트가 날 경우 지역사회, 근로자, 정부의 화학업계 구조조정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명확하다”고 덧붙였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 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그는 기고문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 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가진 기업들은 이번 관세 부과의 대상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 당분간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예측 못한 반도체 관세 100%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7일 국내 반도체 업계는 관세의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15% 상호 관세율에는 ‘다른 나라보다 손해 보는 건 아니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반도체 품목 관세가 100%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직 불확실성이 남은 것도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약속하거나 진행 중인 경우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에도 외국 반도체 기업의 경우 미국 내 생산 물량에 한해 관세 면제를 하는지, 아니면 본국 생산분까지인지가 불명확하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주력 고객사로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율 관세 대상이 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지금이 정확히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100%’ 발언을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압박하는 의도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미국에 생산 기지를 갖춘 기업에 ‘눈에 띄는’ 혜택을 준 뒤,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상황이 나을 수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 지역에 3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최혜국 대우만 믿고 안심은 금물” 그러나 만일 미국이 현지 생산 물량에만 반도체 관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일부 물량만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한국이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에 생산 기반이 없다. 미국 외 생산 반도체에 100% 관세를 매기는 것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충격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최혜국 대우’ 약속만 믿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관세 부과 품목이 완제품, 부품, 가공품 중 무엇일지 명확하지 않다”며 “만약 부품 반도체가 관세 부과 품목이 될 경우 D램, 낸드, HBM 등 부품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 업체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대미 투자를 앞으로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할지 고민도 커지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에 고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기업도 그만큼 비싸게 반도체를 사야 하고,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역시 주요 생산 시설이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 있다”며 “반도체 고관세가 미국 기업에도 유리하지 않은 만큼 미국 현지 투자 여부를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SK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베트남 빈그룹 지분 전량을 6년 만에 매각해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빈그룹은 부동산 개발과 유통, 호텔,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이다. SK는 ‘SK 인베스트먼트 비나 Ⅱ’를 통해 보유하던 빈그룹 지분 전량(6.05%)을 올 1월부터 지난달 초에 걸쳐 사전 지정된 제3자에게 장내 분할매각하는 ‘기관투자가 간 장내 매매 방식’으로 팔았다. SK는 2019년 빈그룹에 1조1000억 원을 투자하며 4대 주주로 올라섰다. SK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회수했다”며 “최근 빈그룹의 주가 상승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올 1월 베트남 호찌민거래소에서 빈그룹 주가는 한 주당 3만9000동(약 2070원)이었는데, SK의 지분 매각 완료 시점인 이달 초 10만4000동으로 약 167%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SK가 이번 매각으로 약 1조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빈그룹 지분 매각은 SK그룹이 진행하는 ‘리밸런싱’(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최근 비주력 자산을 처분하고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자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 작업에 나섰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 생산 촉진 세제가 빠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올 4월 첫 일정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엔 최대 10%의 생산세액 공제를 적용해 반도체 기업에 힘을 싣겠다”며 내세운 대선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반도체는 격차가 생기면 따라잡기 어렵다”며 국가적 지원을 다짐했습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심장입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2%를 차지했습니다. 고려대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국의 경기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산업이 바로 반도체 산업입니다. 연구소는 “반도체 산업은 2000년 이후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내놓은 첫 세제 개편안에서 반도체 지원책은 제조장비·원재료 관세 감면 기간을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세수 부족과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등 통상 마찰 가능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한국판 IRA를 제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주요국은 세계 반도체 패권을 놓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IRA에 이어 트럼프 정부 들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시행해 내년부터 반도체 설비 투자세액 공제를 25%에서 35%로 상향합니다. 미국보다 먼저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선 중국은 ‘제조 2025’를 내세워 제조설비 보조금과 연구개발 세제 혜택을 대규모로 지원합니다. 중국 CXMT는 이에 힘입어 신형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양산에 돌입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경쟁국들이 갑옷을 입고 미사일을 쏘는 전쟁터에서 우리는 맨몸에 고무총을 든 상황”이라고 토로합니다. 고려대 경제연구소는 “반도체 시장은 작은 기술 격차가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승자 독식으로 흐른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가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지금, 단 한 번의 망설임이 돌이킬 수 없는 기술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아직 마무리됐다고 보기엔 성급하다”며 세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4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많은 사람들이 관세 문제를 걱정했는데 정부가 잘 풀어줘 다행”이라면서도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기에는 성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장관에게 “(협상 관련) ‘디테일(세부사항)’을 조금 더 가져가 주고, 새로운 산업 지도와 환경을 조성해 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이에 김 장관은 “큰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환자로 비유하면 수술이 막 끝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발 방지 등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우리 기업·산업 경쟁력에 (정부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하겠다”고 덧붙였다.김 장관은 같은 날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도 만났다. 손 회장은 김 장관과의 면담에서 “관세 협상 결과가 잘 나왔지만,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은 좋지 못하다”며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경영계 우려가 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등과 관련해 “(산업부 내에) 경제계 이슈에 전담으로 대응할 ‘기업환경팀’을 신설·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조합법은 6개월, 상법은 1년의 시행 준비 기간이 남은 만큼 논의 과정에서 기업 부담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전략 과제를 전담하는 조직인 ‘이노X 랩(InnoX Lab)’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임원이 아닌 실무자(부장급)를 ‘랩장’으로 선임할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이날 ‘이노X 랩’을 출범했다고 사내 공지했다. 이노X 랩은 삼성전자 전사를 아우르는 과제와 사업부별 전략 과제를 단시간 내에 성과로 만들기 위한 ‘실행형 조직’이다. 과제별로 필요한 인재를 조직 경계 없이 선발·충원한 뒤 고난도 과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이노X 랩은 현재 삼성전자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4대 과제를 우선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트윈 솔루션 적용·확산 △로지스틱스 AI 기반 물류 운영 모델 혁신 △피지컬(물리적) AI 기반 제조 자동화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기술 개발 등이다. 이노X 랩 신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기술 중시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그간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며 삼성전자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강조한 ‘세상에 없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 및 서비스를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에 내놓을 계획인데, 여기도 이노X 랩이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 5월 DX부문에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신설해 AI 인프라 구축과 활용 지원, 우수 사례 확산 등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사업부에는 ‘AI 생산성 혁신 사무국’도 새로 설치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LG그룹이 최근 미국 암 치료제 개발사 지분을 확보하면서 바이오 분야 누적 투자 금액이 총 5000만 달러(약 695억 원)를 넘어섰다. 3일 LG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메신저 리보핵산(mRNA) 치료제 개발사 ‘스트랜드 테라퓨틱스’의 시리즈B(사업성 검증 후 성장을 위한 투자 단계) 투자자로 참여했다.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트랜드 테라퓨틱스는 2017년 매사추세츠공대(MIT) 바이오 엔지니어링 전공자들이 창업한 회사다. 체내 세포가 적절한 양의 항원을 제때 만들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기술을 통해 암,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바이오 분야 누적 투자 금액은 이번 투자까지 합하면 50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까지 LG그룹의 바이오 분야 총투자액은 3500만 달러였는데, 올해 들어 15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은 앞서 희귀 비만 치료제 개발사 ‘아드박 테라퓨틱스’,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 ‘에티온’ 등에 투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의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다가오면서 경제계가 반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경제계는 미국 관세 폭탄 등으로 한국 경제가 벼랑에 몰린 상황에서 기업 발목을 잡는 입법은 재고해야 한다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31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은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재검토를 호소했다. 그는 “수십, 수백 개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 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 없어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잦고 과격한 쟁의 행위로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미래 세대 일자리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소한의 노사관계 안정과 균형을 위해 경영계의 대안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달라”고 했다. 이날 회견에는 주요 기업 임원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보탰다. 수많은 협력사를 둔 구조 탓에 법 개정 시 큰 영향을 받게 될 조선사인 HD현대의 박명식 상무는 “미국 사업에 대한 투자도 노조와의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대화 없이 (법 개정이) 급진적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8단체가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연 ‘위기의 한국 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도 재계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시켜 상시 파업을 조장하는 등 노사관계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경제계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 논평을 통해 “수출환경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이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주요국과 같거나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할 여건이 마련됐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미 경제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제 6단체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산업 발전의 지렛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6단체는 “양국 간 산업 협력 고도화를 위한 펀드는 한국 기업들이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제조 경쟁력과 미국의 혁신 역량, 시장을 결합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제계는 관세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상법 추가 개정안 등 경제 관련 법안 추진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호소했다. 경제 6단체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관련 법안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신중한 검토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스피도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장중 한때 3,290 선에 근접했지만 전일보다 9.03포인트 내린 3,245.44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주요 완성차 기업과 자동차부품 기업들 주가가 내렸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인 한국 자동차 업계엔 결과적으로 과거 대비 손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4.48%, 기아는 7.34% 하락 마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경영 정상화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의 2분기(4∼6월) 영업 손실 폭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영업손실이 41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8억 원) 대비 손실 폭이 3718억 원 늘었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19조30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75억 원 증가했다. 사업별로 보면 석유사업이 매출 11조1187억 원, 영업손실 4663억 원을 나타냈다. 유가와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한 분기 만에 5026억 원 줄어들었다. 배터리 사업은 매출 2조1077억 원, 영업손실 664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유럽 공장의 가동률 개선과 판매 증가에 따라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1% 늘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2330억 원 증가하며 적자 폭을 줄였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관세 영향, 유가 하락 등 어려운 대외 환경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3분기(7∼9월)에는 정제마진 개선과 관세 리스크 완화, 배터리 사업의 유럽 판매 물량 증가가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SK온과 SK엔무브 합병, 자본 확충 등의 사업 재편안을 발표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이번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반도체·의약품 분야에 ‘최혜국 대우’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한국 협상단에 따르면 미국은 추후 부과가 예고된 한국의 반도체, 의약품 관세를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대우하기로 약속했다. 업계는 당초 우려했던 25% 고율 관세를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대체로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관세는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다른 나라와 동일 조건이라면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며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관세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최혜국 대우를 받으면 동등한 조건에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역시 주력 생산시설이 아시아에 있어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을 짓기로 했다. 다만 단기 수익성 악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현대차증권은 “관세가 15%로 확정되면 가격 저항을 줄이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할 수밖에 없어 미국향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 업계도 최혜국 대우 방침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EU, 일본과 같은 조건으로 협의될 것 같아 다행”이라며 “올해 물량은 이미 미국에 수출했고, 향후 관세 발표에 맞춘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서 판매 중이며,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와 재고 비축 등으로 대응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품목별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관세율 인하를 비롯해 미국과의 다른 협력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바이오시밀러 숫자가 미국에 이어 2위”라며 “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제 혜택, 인건비 보조, 공동 연구 등 다양한 협력을 후속 협상에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