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호

신석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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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석호 전무입니다.

kyle@donga.com

취재분야

2025-06-27~2025-07-27
사회일반54%
문학/출판20%
문화 일반13%
남북한 관계10%
정치일반3%
  • 무주의 ‘커플메이커’ ‘정착 요정’…여성 귀농인 서선아 리더십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지난달 20일 전북 무주 덕유산 인근 산에는 온통 하얀 밤꽃이 한창이었다. 무주IC에서 내려 옛 신라 영토로 들어가는 ‘나제통문’을 지나자, 덕유산국립공원이나 구천동계곡을 드나들 땐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무주의 모습이 펼쳐졌다. 완만한 산과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들판, 어머니 치마폭처럼 펼쳐 내린 대덕산 발치에 아스팔트 도로마저 끊긴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무풍면 지성리 율평마을이다.농촌에 청년이 없고 특히 성인 남성들이 아내를 구하기 어려운 게 세태지만 이곳은 예외였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육묘장과 과수원, 김치공장 등을 운영하는 서선아 씨(40)와 그의 남편 김동영 씨(39)가 정착해 농업회사법인 파머스FNS를 차려 운영한 이후 친구와 친지 등 모두 여섯 쌍의 청년 부부 또는 예비부부가 농부로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서 씨는 “옛 백제 쪽 무주에 비해 신라 쪽은 풍광도 언어도 사는 동물도 다르다”며 “‘오지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반갑게 맞이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친 그는 경북 김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어 부산과 전주의 대학에서 경영학 학부를 마친 뒤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가끔 상식이 통하지 않고 짜인 틀에 스스로를 꿰어 맞춰야 하는 도시 생활에 “이렇게 사는 것은 나답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귀향을 결정했다고 한다.전주의 대학에서 수업을 같이 듣다 만난 남편 김 씨와 2014년 결혼한 뒤 먼저 장인의 사업을 돕게 하고 자신도 2017년 합류했다. 2020년 법인을 설립하고 2022년부터 전북도의 도움을 받아 귀농을 원하는 청년들의 정착을 돕고 지역 아동들과 주민을 돌보는 농촌돌봄농장과 ‘무작정 농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후 지금까지 학교 후배인 최혜진 씨 부부, 남동생 부부, 사촌 동생과 독일 인 여자친구 커플, 서울에서 내려와 애플망고 농사를 짓는 청년커플, 무주 청년이 ‘도시와 농촌 청년의 삼락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배필을 만난 신혼부부, 부산에서 7일을 살고 무주에서 7일을 사는 ‘7도7촌’을 실천중인 예비부부 등 모두 여섯 쌍이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2025년 서 씨 부부의 파머스FNS는 중앙정부의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지원 프로그램에 도전 4수 끝에 합격했다. 스스로 정착한 여섯 쌍의 커플이 중심이 되어 무풍면과 대덕산 일대를 전국 청년들이 모여 백패킹과 농촌생활을 즐기고 정착을 모색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인근 폐교(구 증산국민학교)를 청년들의 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고 직접 마련한 대덕산 기슭 산지에서는 혼자만의 숲속 자연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백패킹장을 만들 예정이다.1남 2녀 중 맏이로 태어난 서 씨는 어려서부터 ‘주체적인’ 아이였다. 글을 잘 쓰고 말하기를 좋아해 학교에서 1등과 반장을 놓치지 않았다. ‘여럿이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는’ 스타일로 초등학생 때 마을에 굴러다니는 빈 병을 모아 대덕산에 아지트를 만드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남에게 끌려가거나 지루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도시 생활이 맞지 않았나 싶구요. 고향에 와서도 힘은 들었지만, 청년들이 떠나고 왜소해지는 고향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힘을 냈어요.”그냥 농사로는 안 돼. 그럼 뭘 해야 할까.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뭔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던 대로 하기보다 새로운 일을 찾고, 혼자 하기보다 여럿이 할 친구를 구하고, 남이 해주길 바라기보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이끄는 서 씨의 율평마을이 ‘산타지’라는 이름의 청년마을로 거듭나게 된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1학년인 세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아이들도 무주의 자연에서 자기 주도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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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업에 집중하니 지역 사업도 넓어지고 서울 친구도 찾아왔다”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행정안전부가 2023년 청년마을로 지정한 전북 익산 ‘지구장이’ 마을은 나무를 손으로 다듬어 필요한 것을 만드는 핸드메이드 목공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올해 상반기에 전국 청년들을 상대로 한 집수리 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창업에 필요한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새마을금고가 지원하는 청년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됐다. 목공과 집수리 등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4000만 원을 지원받았다.이 마을의 권순표 대표(41)는 먼 길을 돌아 지금의 ‘전공’을 찾았다. 전북 익산 원광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서울의 외국계 은행 지점에 근무하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을 취득했다. 내친 걸음에 CFP의 고향에서 활동하려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했다가 언어장벽 등을 실감하고 귀국했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은행에 취직하긴 어려웠다. 절치부심하던 중 2016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선정되어 지원금 2700만원으로 목공 핸드메이드를 주제로 하는 사회적기업 ‘사각사각’을 설립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다.이후 행안부와 새마을금고 등 든든한 협력파트너들을 만나게 된 것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관련 다각화(related diversification·본업에서 출발해 유사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를 통한 외부 협력(external alliance)의 사례다. 철도 교통의 중심지 익산의 청년마을 답게 지난해에는 코레일과도 인연을 맺었다. 익산역 사무공간을 빌려 목공 핸드메이드 전시회를 연 것이 인연이 되어 9월 청년의 날에는 코레일유통 및 삼양식품의 지원을 받아 ‘청년은 맵다’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지난달 26일 오후 새마을금고 청년마을기업 지정행사를 마치고 동아닷컴을 찾아온 권 대표는 “2023년 청년마을로 지정된 뒤 의류 유통사업, 청년 축제와 관광 사업 등 목공 핸드메이드와 관련이 없는 사업도 추진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해는 전공에 집중해 시너지를 낸 결과 회사도 이익을 냈고 마을 사업도 궤도에 올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웃음이 가득한 행복한 얼굴엔 자신감과 기대감이 가득했다.권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관련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회적경제를 더욱 깊이 있게 접하고 싶어 사회적경제학과 석사학위를 받았고 여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접목해 한양대 지속가능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산림자원 활용을 위한 공동체 활용방안’을 주제로 올해 논문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청년마을 같은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나무의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마무리하는 일관 체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생산된 목공 핸드메이드 제품을 캄보디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꿈도 꾸고 있다.그는 “여기까지 오는데 말 못 할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태어났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목공 핸드메이드 비즈니스라는 고유의 영역에 계속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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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생각을 실천하니 행운이 왔다…서울에서 속초로 그 후”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강원 속초시 동명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으로 이뤄진 ‘소호거리’를 운영하는 이상혁(39) 이승아(37) 씨는 두 살 터울의 남매다. 서울에서 태어나 학교를 마치고 나란히 금융회사에 취직했던 남매가 2015년 속초에 터를 잡고 ‘동명동 사람’이 된 데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실행력’과 ‘둘의 힘’이라는 비결이 숨어있다.“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고 직장 생활을 했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2011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영감을 얻었어요.”(승아 씨)당시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로마의 스테이 문화에 매료된 남매는 “이 낭만을 한국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비전이었지만, 꿈을 실행하려는 남매의 노력은 남달랐다.이후 남매는 월급을 아껴 모아 종잣돈 5000만 원을 모았고 이 돈으로 스테이 사업을 할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서울시 중구 회현동 일대가 눈에 들어왔지만 땅값이 너무 비쌌다. 지방 도시를 물색했다. 기준은 세 가지. 인지도가 높을 것, 관광지 근처일 것, 서울에서 2시간 이상 걸려야 할 것(왜냐하면 그래야 관광객들이 자고 갈 확률이 커지기 때문에).엑셀 파일에 입력하며 기준에 맞는 입지를 탐색한 결과 제천과 단양, 포항, 통영 그리고 속초가 최종 물망에 올랐다. 직접 발품을 팔아 현장에 가본 뒤 설악산과 동해라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품은 속초가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2015년 시외버스터미널 뒤 공동화가 시작된 후미진 골목에 꽂혀 단 10분 고민 끝에 ‘은광 여인숙’ 건물을 사들였다. 현재 ‘소호259’라는 이름을 가진 게스트하우스 1호점이었다.“고장 난 TV와 냉장고로 주차 금지 간판을 해놓은, 오래된 여인숙 건물들이 양옆에 있는 한옥을 보니 옛 정취가 물씬 느껴졌어요. 옛날 할머니 집에 가는 골목이 떠오르는 이 분위기가 무척 좋았습니다.”남매는 2017년에는 바로 옆 4층 건물도 사들여 ‘소호259’ 호스텔 2호점을 개점했다. 1층엔 카페를, 위층엔 숙박시설을 꾸렸다. ‘고구마쌀집’이라는 옛 쌀집도 ‘고구마쌀롱’이라는 컨시어지센터로 단장했다. ‘트리밸’ 이라는 회사 법인을 설립해 2022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는 청년마을로 선정됐다. 그동안 서울과 양양을 오가는 고속도로가 뚫렸고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 붐이 속초에도 이르렀다.성격이 다른 두 남매는 역할분담이 분명했고 시너지를 냈다. 경영학과 학부와 국제관광대학원 석사 출신이고 침착한 성격인 오빠 상혁 씨는 기획과 운영,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무용학과 학부와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을 나오고 적극적인 성격인 승아 씨는 실내장식 등에 예술 감각을 발휘하고 대외 활동을 주도했다. 평생을 함께 놀며 싸우며 자란 남매여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협업할 때 겪는 인간적 부대낌도 거의 없었다. 모든 성공, 성공한 일인자 뒤에는 합이 맞는 이인자가 있다는 죠슈아 울프 솅크의 ‘둘의 힘(반디)’이 떠오르는 대목이다.2022년 이후 현재까지 청년마을 ‘라이프벨리’가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300여 명의 청년들이 참여했다. 3년차인 지난해 8월 이틀 동안 열린 팝업스토어 축제 행사는 참가자들에게 속초의 자연 경관과 문화를 활용한 이색 여행 체험(트립), 속초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 체험(라이프), 여행과 생활이라는 속초살이의 균형을 찾는 콘텐츠(밸런스) 등 3개의 프로그램이 제공됐다.참가자 가운데는 남매의 성공 스토리를 본받아 지방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려는 ‘제자’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하지만 성공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5월 24일 소호거리를 방문해 상혁 씨에게 물었다. 속초 시민인 그는 아내와 함께 일곱 살 된 딸 아들을 키우고 있다.“지역에서 뭘 하겠다는 아이템보다는 그곳과 현지 주민들에게 스며들려는 각오와 노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역에 봉사도 하고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면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나 혼자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승아 씨는 “사실 그게 우리도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부분”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상혁 씨는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면 용기를 가지고 실행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다만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부터 차차 진행하는 게 좋다”고 했다.“속초에 살기로 결정한 뒤 10년 동안의 많은 노력과 실행 그리고 결과가 지금까지 사는 동안 가장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운 경험”이라고 말하는 남매는 현재의 스테이 사업을 커피 티백 제조 및 유통, 관광객 짐 보관 및 운반 서비스 등으로 ‘관련 다각화’ 해 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이들은 최근 속초를 대표하는 실향민문화축제와 설악문화제에서도 지역의 문화기획과 축제 운영을 담당하며, 속초의 정체성을 알리는 대표 로컬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숙박·공간·식음료·네트워크 프로그램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승아 씨는 “속초시의 문화도시사업과도 긴밀히 연계하면서 청년 중심의 지속가능한 로컬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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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현장 40년 경험 책으로 냈더니…MZ 후배들과 새 인연 이어져 [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이나 회고록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5월 2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외교협회 대회의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북 콘서트가 열렸다. 신봉길 협회장이 회원과 일반인을 상대로 자서전 쓰기 강좌를 연 것. 교재는 그가 40년 외교관 인생을 책으로 엮어 2023년 5월 펴낸 ‘어쩌다 외교관(렛츠북)’이었다. 2021년 주 인도 한국대사를 끝으로 현직을 떠난 뒤 펴낸 책은 출판계 불황 속에도 2년 만에 4쇄를 돌파했다. 입소문을 타고 그의 성공담이 퍼지면서 이젠 자서전 쓰기 강좌까지 열게 된 것이다.“책 출간 이후 외교부나 가천대 등에서 북 토크를 열어 참석한 적은 있었지만 제가 제 북 토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처럼 인생을 글로 남기고 싶은 동료 선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신 회장은 책을 쓰게 된 동기, 책을 쓸 때 염두에 두었던 것, 저술의 구체적 테크닉, 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보람 등을 PPT로 만들어 설명했다. 청중으로 참석했던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은 “과거 통일 현장에 근무하면서 인상에 깊었던 일 등을 엮어 자전적 기록을 책으로 펴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신 회장의 강의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어느 누구의 삶도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다. 나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한 버킷리스트였다”는 신 회장은 우선 “나는 누구인가”라는 개인적 물음에 답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를 거쳐 북핵경수로원전지원기획단특보, 외교부 대변인, 주중 공사, 주요르단대사,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 초대 사무총장, 외교안보연구소장, 주인도대사 등을 거쳤다. 북한대학원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북한학 연구자이기도 하다. 책에는 그 과정의 파란만장한 일화들과 함께 평생을 아들에게 헌신한 아버지와 가문의 이야기 등 농밀한 개인사가 오롯이 녹아 있다.자서전 집필의 개인적인 동기는 이내 ‘외교관이란 무엇인가? 또 국익에 이바지하는 외교관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답하는 한 차원 높은 사회적 동기로 승화했고 이것이 외교·안보 분야 저술로는 이례적으로 4쇄를 돌파하는 등 독자들의 관심을 끈 흥행 포인트가 되었다.신 회장은 “특히 외교관을 꿈꾸는 젊은이들, 그리고 외교관 후배들에게 나의 스토리를 전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나의 성공과 실패담을 전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 외교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장차 외교관이 되고 싶은 학생들이나 외교 현장을 뛰는 MZ세대 후배 외교관들을 주요 독자들로 상정했고, 책을 집필하기 전에 친한 후배들을 모아놓고 ‘젊은 외교관 후배들이 선배로부터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하면 그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를 묻는 작업부터 시작했다.서울대 재학시절 학보인 대학신문사 편집장을 지낸 그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몸에 익혔다. 그는 이를 외교관 경력에도 활용했고 자서전 저술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북핵경수로원전지원기획단특보를 맡아 2002년 3월부터 12월까지 여섯차례나 함경도 신포, 함흥 그리고 수도 평양, 평안북도 향산 등 북한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면서 현지에서 만난 북측 인사와의 대화나 현장 방문 내용을 한 권의 노트에 깨알같이 기록했다. 그는 이 기록의 일단을 책에 인용해 마치 독자들이 현장에 같이 있는 느낌을 준다.무엇보다 신 회장의 자전적 기록은 은퇴한 외교관인 그와 새롭게 외교관 인생을 시작한 후배들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했다. 4쇄에 걸쳐 3000권을 찍어낸 뒤 외교부뿐 아니라 전국 대학과 고등학교 등에 강사로 초대되어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젊은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출간 첫해 외교부가 주최한 북 토크에는 50명의 좌석이 30분 만에 마감됐다. 전 현직 외교관들이 전화와 이메일로 리뷰를 보내왔다. 모교인 서울대는 물론이고 서울과 안동, 태백 등의 고등학교에도 초대받아 강연했다. 자식이 외교관이 되었으면 하는 학부모들도 연락을 해왔다.신 회장은 “책을 펴내고 많은 새로운 인연을 맺는 과정이 나를 더 건강하고 젊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책을 보고 찾아온 한 외교관 선배가 “나도 삶을 정리하고 싶어 회고록을 살펴보니 김용식 전 외교장관이 쓴 것이 제일이었고 후배들 것 중에는 신 대사 것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고 했지만 현재 건강이 나빠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힘이 있을 때 펜을 드는 용기도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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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돌아온 고성을 자연과 함께 행복한 마을로 만들겠습니다”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엄경환 씨(36)는 강원도 고성이 고향이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화진포와 초도 일대를 뛰어놀며 자랐다. 지금은 고향에 아내와 두 살짜리 딸을 둔 가정을 꾸렸고 고성이 고향인 친구들과 고성으로 이주한 친구들과 뜻을 모아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 사업까지 벌이게 됐다. 하지만 고향을 떠났다 돌아오기까지 긴 여정을 거쳤다. 마치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연어처럼.엄 씨는 속초시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고향을 떠난 뒤 춘천의 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보다 그림에 관심이 있었고 신문반에서 삽화를 그려 히트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미대 진학에는 돈이 많이 들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대학에서도 전공보다는 디자인에 마음이 끌렸고 독학으로 배운 펜드로잉 기술을 배운 결과 졸업 후 서울의 한 제조업체 디자인 파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서울 명문대 동양미술학과에서 진짜 미술을 전공한 아내 김소정 씨를 만났다. 고향 사람들의 눈에는 꽤 잘 풀린 케이스였다.하지만 드넓은 바다에서 뛰어놀며 자란 그에게 답답한 도시 생활은 고행 그 자체였다. 급한 성격 탓도 있지만 “아파트 우리 집에 올라가는데 왜 엘리베이터를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지”라거나 “지하철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구겨져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이 스스로를 괴롭혔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회사 업무는 그를 지치게 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는 원초적인 외로움을 느꼈다.인생의 방향을 틀어준 은인은 바로 아내 김 씨였다. 서울 토박이로 결혼 전부터 함께 그림책을 만들며 작품활동을 하던 김 씨는 어느 날 “우리 당신 고향으로 갈까?”라고 제안했다. 염려하는 친정 부모님께 “그림을 그리는 작가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라고 생각한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엄 대표는 아내와 함께 2021년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고향에서 그는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고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영화관을 맡아 관리했다. 미래를 위해 양조기술을 배워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엎질러진물 양조장’을 차렸다. 새벽부터 고기를 잡고 대낮에 돌아온 어부들이 즐겨 먹던 낮술에 착안해 ‘어부의 낮술’이라는 토속주 브랜드도 직접 디자인해 만들었다. 인생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아내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었다.부부가 그린 그림의 주제는 고성이라는 어촌과 어부에서 어촌의 문화와 역사로 확장됐다. 코앞에 마주한 북한으로 피랍돼 돌아오지 못한 어부와 가족들의 이야기, 돌아온 납북어부의 인생 역정 등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내년에는 대만에서도 그림을 전시할 계획이다. 속초시 납북어부 진상규명위원회 엄경선 기자와 인터뷰하고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하기도 했다. 정치외교학이 싫어 디자인으로 도망쳤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전공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이런 활동을 하는 과정에 뜻을 같이하는 고향 친구와 및 이주한 또래 친구들, 청년 예술가들을 만나게 됐고, 그들과 교류하는 과정에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 사업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됐어요.”커피 제조 회사 대표, 스테이 카페 대표, 애견 간식 제조업체 대표 등 네 명이 의기를 투합했다. 아내 김 씨도 경영과 회계 일을 맡았다. 올해 초 행안부가 선정한 12개 신규 청년마을에 포함된 ‘곁 마을’ 마을은 이렇게 탄생했다.엄 대표 부부와 친구 네 명 모두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반려견과 함께 다양한 어촌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함께 세웠다. 반려견과 함께 머물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고 수영하고 관련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다. 반려동물 친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고성군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반려동물로 조금 각을 세웠지만 어촌이라는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련할 계획입니다.”막 시작한 사업이어서 부부의 작업실에 사무실을 낸 정도다. 그래서 23일 오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있는 용대자연휴양림 갑판 위에서 인터뷰했다. 이날 새벽 아버지가 잡아온 문어 한 마리를 익힌 숙회와 그가 직접 만든 ‘어부의 낮술’ 한 병을 함께 나누면서. “서울에서는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다녀올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낙향 결정이 대단히 만족스러운 듯했다.“사실 여기서도 사는 게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서울에서는 내가 어쩔 수 없는 구조와 환경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 생각을 가다듬고 실행 방안을 만드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큰 차이예요. 저는 그게 좋습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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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재도약, 대학교육에 대한 관료적 통제 걷어내기부터” 경제사회연구원 ‘UP! KOREA’ 출간

    “정치는 실종되고 사회는 분열되었으며 국민의 소소한 일상은 중단되었다. 정치적 격변은 사회 전반에 깊은 충격을 남겼고,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일자리 및 주거 문제, 국제질서의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 등 구조적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뒤 최대석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의 소집으로 여섯 명의 학자가 모였다. 박지영 원장,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통일부 장관), 한준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인공. 모든 국민이 느꼈을 시대적 문제의식에 공감한 그들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토론하기 시작했고 6.3 조기 대선을 앞둔 지난달 중순 ‘UP! KOREA(도서출판 새빛)’라는 단행본을 출간하는 결실을 이뤘다.책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거의 모든 정책분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도전, 자부심, 자율성, 안심, 신뢰라는 다섯 가지 가치의 업그레이드라는 콘셉트로 묶어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키우고, 희미해져 가는 자긍심을 밝히며, 낮아지는 자율과 책임을 높이고, 불안한 삶을 안정시키며,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전체적인 철학적 관점은 자유주의. 정부는 본래의 책임 영역인 사회안전망 구축에 집중해 국민의 자부심과 안심을 키우고 민간과 시장이 도전정신과 자율성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 전체적으로 사회 신뢰를 이루자는 논리다. 연구자 대부분이 대학교수이기 때문에 5대 가치를 실현하는 근저에 배움을 통한 역량강화(learning and growth)라는 방법론이 곳곳에 드러난다. 특히 “자율적으로 혁신하는 고등교육” 분야에서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관료적 통제”를 꼽고 대학 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권한 축소와 폐지를 주장하는 대목은 가히 ‘대학교육 독립선언서’에 가깝다.23일 서울시 종로구 연구원 회의실에서 만난 한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어떤 사회에서도 고등교육을 한국처럼 통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지킬 때 한국의 교육계도 현재의 한계를 벗어나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교육과 학위의 수준과 질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등록금과 정원 등에 대해서도 교육부의 통제가 제약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교육 서비스의 수준과 운영의 원칙 및 법적 절차 준수를 대학들 스스로 책임지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교육 혁신을 이루도록 교육 당국은 큰 틀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것들은 학교에 맡겨야 지금처럼 교수, 대학교, 학생과 학부모, 기업들 모두 불만족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한 교수는 또 “현재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도 학교가 아닌 학생과 교수 중심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대학들의 퇴장 요건을 완화해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없애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공학박사인 박 원장은 “의학 계열을 제외한 이공계 기피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라며 “이는 연구자에 대한 낮은 사회 경제적 보상 때문이며 이로 인한 우수인력 유입 감소는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융합적 STEAM 교육을 강화하고 유입, 유지, 성장 등 전주기를 고려한 이공계 인력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원장은 “예를 들면 이공계 인력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기술뿐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등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에 이공계 출신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대학교육의 자율성 확대와 이공계 인력의 참여 확대는 자연스럽게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령화에 따른 은퇴 인력 활용 등 생산인구 구조정의 문제로 이어진다. 청년들의 첫 일자리 진입을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와 함께 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바탕으로 한 실무형 교육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은 첨단기술 제조업 육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노동 개혁, 인구감소 시대의 적정병력 유지를 위한 국방정책에도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된다.한 교수는 “대학생 수가 줄어들면 한 명 한 명이 더 귀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써온 자기소개서만 보면 모든 책을 읽은 것 같지만 대화를 해보면 아무것도 읽지 않은 것 같은’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의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자율성 회복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UP! KOREA’는 이외에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과 ‘노사 합의에 따른 자율적 정년 연장’을 제안하는 등 여타 정책 분야에도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담고 있다. 가치에 따른 5장의 33절의 제목 자체가 개별 정책 대안으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래는 상세 목차.1장 도전(Challenge) UP 1. 전력기반의 AI 생태계 구축 2. Hi-tech 제조업 육성 3. 기술주도 국가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4. 기술 적용성 확대를 통해 함께 누리는 성장5. 성장의 기초체력 업그레이드 6. 도전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 7. 경력직 채용 중심 시장의 ‘청년 첫 일자리’ 촉진 2장 자부심(Pride) UP 1. 사회적 활력과 혁신을 위한 공공부문의 개혁 2. 집중 지원을 통한 지역 격차 해소로 국토 자부심 고양 3. 좋은 이웃 정책을 통한 주변국 외교 업그레이드 4. 글로벌 외교 내실화를 통한 국익과 가치 증진5. 전방위적 경제외교 역량 강화 3장 자율성(Autonomy) UP 1. 노사 합의에 의한 자율적 정년 연장 2. 유연안정성을 위한 노동개혁 3. 자율적으로 혁신하는 고등교육 4. 지속가능한 다양성과 창의의 문화 5. 규제와 세제 개혁을 통한 자산의 형성과 세대 간 이전 촉진4장 안심(Safety) UP 1. 모두를 위한 돌봄 사회 서비스 2. 국민의 재산을 사기와 갈취로부터 지켜주는 책임지는 정부 3. 여성의 안전을 끝까지 보장하는 정부 4. 중대 재난에 신속한 대응 5. 첨단 군사력 건설을 통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억제 6. 인구감소 시대 적정병력 기획을 통한 안정적 국방 유지7. 군 문화 및 민군관계 재정립을 통한 ‘국민이 공감하는 제2창군’ 8.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통일 지향 5장 신뢰(Trust) UP 1. 모든 국민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받는 사회 2. 모욕과 혐오, 거짓과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디어 3. 국가와 사회 기본서비스 제공자의 존엄 수호 4. 이민을 통한 인재 유치와 다양성 제고 5.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여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 강화 6.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을 강화하여 민주주의 수평적 책임성 심화 7.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 임명 투명성 강화로 사법부 독립성 심화 8. 다양성과 포용성, 분권화를 강화하는 정치개혁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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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청년마을은 ‘이것’ 입니다” 지역살리기 뛰어든 새내기 12명이 답했다[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저에게 청년마을은 ‘간절함’ 입니다.”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가 경북 청송에서 개최한 2025년 전국 청년마을 만들기 발대식. 12대 1을 넘는 경쟁률을 뚫고 올해 12개 새내기 청년마을로 선발된 전북 ‘장수트레일빌리지’ 김영록 대표는 ‘당신에게 청년마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대표는 트레일러닝을 주업으로 하는 주식회사 락앤런 대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어떤 간절함이 그를 청년마을 조성사업에 뛰어들게 했을까.“행안부 청년공동체활성화 사업을 시작으로 전북도 등의 지원사업에 힘입어 장수 트레일러닝 대회와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장수에는 여전히 청년이 부족합니다. 대회를 위해 수천 명이 방문하지만, 청년은 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장수라는 천혜의 자연에 청년들이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 단순히 대회를 여는 것을 넘어, 청년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 수는 없을까.”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그 간절한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었다. 트레일러닝을 좋아하는 청년이 여행처럼 머물다, 일처럼 자리잡을 수 있는 곳, 지역과 청년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 ‘장수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장수에서 장수하는 트레일 빌리지’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대표는 “길 위에서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 숨 쉬고 웃고 꿈꾸고 싶다”며 “작은 트레일 한 걸음 한 걸음이 장수의 미래를 여는 길이 되어 장수에서 도전하는 삶을 그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의 ‘ ‘전체차랩(All+차+LAB)’ 용수진 대표는 “나에게 청년마을은 사람”이라고 했다. 대학에서 영상연출을 전공하고 6년 동안 방송계에서 일했던 그는 ‘번아웃’에 이르렀고 지난해 새로운 길을 찾기로 했다.“언제 쉴지 모르는 살인적인 일정과 날카로운 언어가 가득한 방송 현장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 병원을 찾는 날이 늘었습니다. 불안이 연속된 삶을 마주하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다는 사실이 두렵게 다가왔습니다.”퇴사를 앞두고 지도를 펼친 뒤 ‘수도권에서 떨어진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지역’을 찾다가 처음 방문한 곳이 보성이었고 그곳 사람들 속에서 치유를 받고 정착을 선택했다.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어제를 잊고 사람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개인사를 다른 청년들과 나누기 위해 청년마을 조성 사업에 지원한 것. 이 마을에선 차를 활용한 한식 양식 디저트 등 식품과 친환경제품을 개발하고 방문 청년들에게 밭에서 직접 녹차 수확하고 자신만의 차를 만들어 보는 지역살이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강원 고성의 ‘고루 멕이는 마을’ 엄경환 대표는 “제가 생각하는 청년마을은 ‘느리게 자라는 씨앗을 심는 일’”이라고 했다. 청년이 씨를 뿌리고 청년의 자식들이 수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고성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청년마을 조성사업에 합류했다. 참가자들이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와 여행, 축제를 기획하고 반려견 관련 창업아이템 발굴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왜 ‘고루 멕이는 마을’이냐고? “동네 최고참 해녀분이 수확량이 적어 실망하는 막내해녀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걱정 마, 바다는 고루 멕여’. 세상에서 가장 강아지랑 살기 좋은 동네, 어촌도 청년도 강아지도 고루 멕이는 청년마을이 되도록 만들겁니다.”경남 통영에서 ‘섬바다음식학교’를 운영하게 된 정여울 대표는 “나에게 청년마을은 밥이다”라며 “꼭꼭 씹어서 온전히 소화시켜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섬바다음식학교는 섬과 바다의 삶과 철학을 기반으로 해산물 비즈니스 창업가를 양성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수산업에서 도전적인 청년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경남 거창에서 ‘고라니 워크 앤 런’을 운영하게 된 박영민 대표는 “나에게 청년마을은 ‘혁명’이다”라고 했다. 그는 “나와 대한민국의 청년들, 세계의 청년들이 삶에 농업과 자연을 통한 관계의 전환점을 만드는 ‘혁명’으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이들을 포함해 제주, 전북 부여와 무주, 경북 울릉 등에도 청년마을이 조성되어 2018년 시작된 행안부 청년마을 식구는 지난해 39개소에서 51개소로 늘어났다. 올해 12개 마을을 탄생시킨 지방자치단체에는 대구와 광주 두 대도시도 포함됐다. 대구 ‘북성로공구마을’을 운영하게 된 이만수 대표는 “북성로 공구골목에 기술과 예술 생태계 활용을 통한 청년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 다양한 창업과 창작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에 ‘서남예술촌’을 운영하게 된 정현우 팀장은 “서남동 인쇄거리를 중심으로 청년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마을을 만들겠다”며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사람을 이을 수는 있다고 믿는다. 청년과 지역의 문제를 예술로 풀어낼 것”이라고 했다.지난달 29일부터 3일 동안 청송에서 진행된 발대식에는 ‘선배’ 청년마을 대표와 운영진, 전문가 등이 참석해 ‘후배’들을 응원하고 지식과 경험을 전수했다. 전남 순창에서 지역활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주식회사 힙컬 장재영 대표는 “즐거운 일을 함께 할 동료를 찾아 취향 공동체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충남 공주에서 마을경험 설계회사 퍼즐랩을 운영하고 있는 권오상 대표는 “마을 내부와 외부, 청년마을 사이, 중앙과 지방정부 등과의 효율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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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선장 출신 CEO 김재철이 청년에게[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이나 회고록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긴긴 인생을 글로 옮기는데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페르소나를 제시해 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한 개인의 모습’을 뜻하는 페르소나는 한 사람에게 여러 개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핵심이 되는 페르소나를 제시한 뒤 이를 중심으로 또 다른 페르소나들을 열거하면서 인생의 에피소드를 전하는 방식인 셈이다.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최근 펴낸 자서전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콜라주 펴냄)’은 대표적인 사례가 될 듯하다. 김 회장은 원양어선 실습 항해사에서 출발해 그룹 총수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당연히 ‘나는 원양어선 항해사 출신’이라는 핵심 페르소나가 곳곳에 소개된다. 책의 제목도 거기서 나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서울대 진학을 포기하고 부산수산대를 나온 그는 배를 몰고 먼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주특기를 가지고 있다. 항해사라는 정체성은 인생의 고비 고비에 어려움에 부닥칠 때 마다 그를 단단하게 지지해 주었다.“1969년 사업을 시작할 때 한 선배가 조언을 해줬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라는 얘기였다. 사업을 하다 쫄딱 망하면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배를 타는 것뿐이었다. 선장 월급이면 그래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으리라는 생각에 이르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거센 풍랑을 만나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는 대목은 책의 인트로에 소개되어 남다른 비장미를 준다.항해사라는 정체성이 준 위안은 그를 평생 ‘도전하는 사람’으로 발전시켰다. 고기를 잡는 항해사에서 수산회사인 ‘동원산업’을 창업했고 증권사를 인수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창업주가 되었다. 광학 사업, 섬유 사업, 정보통신사업 등에 진출했다 실패하지만 깨끗이 접었다는 대목도 진솔하게 소개된다. 이 과정에 그는 ‘위험을 찾아 도전하라(Challenge) 그리고 세상의 변화에 맞춰 변신하라(Change)’는 ‘나만의 C’를 찾았다고 말한다.그는 끊임없이 “나의 우리 회사의 본질적 경쟁력은 무엇인가, 세상의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고민했는데, 그냥 생각만 하지 않았다. 그의 세 번째 페르소나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 읽는 사람’이다. 창업하고 경영하면서 고려대 연구 과정,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미국 하버드대 AMP 과정에 진학해 마쳤다. 항해사 시절 고기를 잘 잡기 위해 책을 손에 잡았다가 평생 독서광으로 지낸 그는 ‘독서는 취미라고 하기보다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에 가깝다’라고 말한다. 신문에 난 원양어선 모집 광고를 보고 항해사가 됐고 증권사 매각공고 기사를 보고 금융업에 뛰어든 사연으로 신문 읽기도 강조한다.이런 그가 아흔이 넘어 ‘책 쓰는 사람’이라는 또 하나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선보였다. 그답게 방식이 특이하다. 서문에서 그는 “젊은 친구들과의 만남”이 자서전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기왕에도 평생 젊은 직원들과 토론하고 대화를 해왔지만, 이번 작업을 위해 사내 젊은 직원들과 특별한 대화를 나눴다. 젊은이들의 질문과 노 총수의 답이 책의 살이 되었다. 그 과정을 귀동냥 한 언론인이 있었다. 취재원과 기자 사이로 만나 인연을 맺은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이다. 김 편집장은 그 대화를 듣고 기록하고 풀어서 이 책의 ‘정리자’가 되었다.“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하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는 것이다. 이 책이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이렇게 말하는 김 회장은 ‘청년 상담사이자 동기부여자’라는 다섯 번째 페르소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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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아이스하키와 30년…인생과 경영, 사랑의 지혜를 얻다 [내손자 클럽]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이나 회고록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혹자는 ‘한국 아이스하키는 정몽원 HL 그룹 회장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과찬이다. (중략) 그러나 ‘지금 정몽원의 모습은 (아내) 홍인화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은 확실한 명제라고 믿는다.”한 개인이 지나간 삶을 글로 회고할 때, 사랑하는 대상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전략이다. 자료 모으기와 집필 과정에 넣을 것과 버릴 것을 선택하기 쉽다. 애정의 깊이만큼 기억도 생생하고 표현도 리얼하게 된다. 정 회장이 최근 펴낸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브레인스토어 펴냄)’는 그가 1994년부터 30년 넘게 애정한 한국 아이스하키, 그 길을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들에 포커스를 맞춘 성공작이다. 정 회장보다 더 하키를 사랑했다는 아내 홍인화 씨에 대한 헌사는 본문 마지막에 ‘스페셜’이라는 꼭지로 실려 극치감을 준다. 읽다 보면 라벨의 볼레로 마지막 대목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2013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지내며 한국 아이스하키를 이끈 정 회장은 1994년 국내 최초의 아이스하키 실업팀 HL안양을 창단하면서 한국 아이스하키라는 공적 역사에 뛰어들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녀 대표팀을 출전시키는 등 정상에 올려놓기까지 개인의 역사가 책 속에 오롯이 녹아있다. 주요 경기장면과 우여곡절, 관련된 사람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그가 얼마나 이 일에 몰입했는지 보여준다.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운영 비화, 일테면 북한 선수들이 스케이트도 스틱도 하나 없이 몸만 내려와 당황했던 이야기 등은 남북관계사의 훌륭한 사료다. 그래서 이 책은 에세이라기보다는 회고록에 가깝다.‘왜 회고록을 쓰는가’에 대한 필자 스스로의 답변도 정답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그것이다.“아이스하키와 함께 한 30년 세월을 돌아보니, 불현듯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을 뿐, 지난 일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우리 아이스하키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미래 발전 모델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지난날부터 돌아보고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훌륭하다. 비인기 종목으로 인식되는 아이스하키를 알리기 위해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최대한 재미있고 흥미롭게 책을 구성하자는 뜻에서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을 완전히 빼고, 그룹 회장으로서의 권위, 체면, 체통 같은 것은 완전히 내려놓고 팬의 마음으로 썼다”는 것이다.저자의 의도대로 책은 쉽고 재밌다. 한 번 잡으면 술술 읽힌다. 하지만 그냥 경험의 묶음은 전혀 아니다. 1978년 한라해운에 입사해 HL그룹 회장에 오르며 경제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업인의 내공이 곳곳에 스며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부흥이라는 목표를 향해 30년을 달린 경험을 재료로 인생론과 경영론을 풀어놓는 것이다.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이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정 회장의 아이스하키 인생 초반은 난관과 극복의 연속이다.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로 실업팀을 만들기로 했지만 “왜 하필 비인기 종목이냐”는 임원들의 비판에 부딪히자 그들을 부부동반으로 ‘볼쇼이 아이스쇼’에 초대해 빙상종목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고 한다. IMF경제난으로 몇 안 되던 실업팀들이 문을 닫아 국내 리그가 불가능해지자 2003년 비슷한 처지의 일본 팀들과 아시아리그를 출범시킨 사례도 마찬가지다.그렇게 맞붙은 일본 팀에 연전연패하자 화가 났지만 이렇게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차이를 일단 인정해야 한다. 일단 마음을 비우자. 1년에 한 골씩 점수차를 줄여서 10년 안에는 일본을 이기자.”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방을 이기는 전략인 ‘지구전’은 7년 만인 2010년 일본을 꺾고 아시아리그 챔피언이 되는 성공을 거둠으로써 성공한다. 올림픽에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출전시켜야 한다는 소명을 느끼고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된 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가히 MBA의 사례연구 수준이다.성과를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가 있어야 하며, 노력하는 자에게 운도 따르고, 존경을 받으려면 실력을 갖춰야 하며, 지식격차를 가진 선진국 전문가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교훈이 경험과 함께 제시된다. 경기 전 선수들과 일일이 주먹을 부딪치며 기운을 불어넣는 현장 리더십을 발휘하고, 직접 방송에 출연하는 등 언론을 통한 아이스하키 대중화에 노력하는 대목은 그가 왜 젊은 직원 및 언론과 막역하게 소통하는 기업인으로 평가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그는 왜 아이스하키에 꽂힌 것일까?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의 여러 부분이 인생과 참 많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아이스하키는 모든 단체 종목을 통틀어 멤버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고 자기 몫을 해내야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팀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선수들을 조화롭게 운용해야 한다. 인재의 능력을 파악하고 조직을 잘 관리해야 한다. 라커룸의 분위기가 승패로 직결되는 것이다.”저자는 또 “늘 혁신해야 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이라는 점에서 하키와 기업 경영은 닮은 꼴”이라고 강조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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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양곡창고를 영화관으로 만들자!” 영암 청년 5인의 고향 살리기[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전남 영암군은 7일부터 3일동안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 30년 동안 폐허로 방치됐던 대동공장 양곡창고를 활용한 이색 영화제를 열었다. 제1회 숲숲영화제로 이름 붙여진 이번 행사는 지역 청년기업인 ‘숲숲협동조합’이 기획하고 진행했다. 영암 양곡창고가 돌아가선 시대를 기억하는 주민들은 물론 이곳을 닫힌 철문 건너 폐허로만 알아온 청년들이 모여 과거의 공간이 열린 예술의 장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경험을 공유했다. 인근인 전남 함평 출신 관객은 “주변 공간과 영화가 조화롭고 분위기도 신선해서 좋았다”고 만족해 했다. 영암 토박이인 정서진 대표가 이끄는 조합은 올해 초 대동공장 터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청년마을 ‘달빛포레스트’를 출범시켰다. 공장 부지 내 2층 양옥집을 청년마을 본부와 외지 청년들이 머물 공간으로 꾸미고 날 좋은 여름 이곳에서 멋진 영화제를 열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대동공장 터는 정대표의 지인 소유였고, 2층 양옥집은 고모와 고모부가 살던 곳이었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뛰어놀았던 정 대표는 대형 스피커로 안내말씀이 전달되고 인부들이 오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던 5월 중순 정대표를 비롯한 청년마을 구성원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영암군은 이미 30여 년이나 비어있던 낡은 양곡창고를 폐산업시설로 지정하고 공간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오래된 구조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엔 안전위험이 우려된다는 판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서 대표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새실’에 청년마을 거점을 마련하고 환경포럼을 여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영암군이 월출산 국화축제와 맞물려 대동창고의 안전지대 일부분에서 영화제를 기획하면서 서 대표 등이 꿈을 실현할 기회가 왔다. 우선 10월 인근 월출산 도갑사에서 숲숲영화제를 시작했고 7일부터 3일 동안 대동공장 창고안에서 꿈에 그리던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청년작가 생태환경 특별전시와 대동공장 사진전 등도 시작됐다.상영된 영화는 모두 폐허로 남은 공간을 주제로 한 것들이다. 방치된 공간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용도를 찾으며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숲숲협동조합이 지향하는 가치를 다뤘다. 7일 상영된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가’는 전북 등지에서 건축을 통한 지역 공간 활용에 힘쓴 건축가 정기용 씨의 일생을 그렸다. 8일에는 김기성 감독의 ‘봉명주공’, 9일에는 정다운 감독의 ‘땅에 쓰는 시’ 등이 상영됐다.숲숲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청년마을 ‘달빛포레스트’는 “자연을 위한 젊음, 청년(youth for nature)”을 슬로건으로 활동한다. 정 대표는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성찰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청년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영암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뜻을 같이 하는 청년들이 월출산을 중심으로 하는 주변 자연환경을 체험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환경을 살려 나가는 공동체를 이뤄나가겠다는 목표다.서 대표를 비롯해 영암의 환경과 생태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일과 시선, 생각을 가진 다섯 명이 함께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 대를 이은 농업인이면서 새실카페를 운영하는 정 대표와 함께 건설업 전문가인 하준호 부대표, 사회복지사인 문세라 회계책임, 영암곤충박물관 부관장인 김여송 대외협력 담당, 김도성 운영선임 등이 그들이다. 모두 영암에서 나고 자란 토박들. 자신을 낳아준 고향을 살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타지 출신들이 운영하는 경우보다 강점이 많다. 일하는 사람도 큰 의미를 가지게 되고 도청과 군청등 지방정부와의 협조도 원활한 편이다. 하준호 부대표는 “태어나 보고 자란 천혜의 환경을 유지하면서 외부 청년들과 공유하고 후대에 전수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서울에서 귀향한 문세라 사회복지사는 “고향에 와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조금 외로웠는데, 조합 멤버들을 만나 외로움에서 벗어났다”고 즐거워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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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6.25전쟁 개입 기밀문서 한중 학자들에 의해 한국어로 번역돼 [책의향기 온라인]

    6·25전쟁 당시 중국의 참전 과정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밀문서집이 한중 학자들에 의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기밀문건 속 한국전쟁’이라는 책으로 김일성과 마오쩌둥, 스탈린 사이의 공개 미공개 전보 등 총 540건의 문서로 구성되었다. 중국 내 6·25전쟁 권위자인 션즈화 화동사범대학 역사학과 종신교수가 편저했고 김동길 중국 북경대 역사학과 종신교수와 이강범 중앙대 명예교수 겸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이 한국어로 번역했다. 션즈화 교수는 머리말을 대신한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결정’이라는 논문에서 “중국의 6·25전쟁 파병 결정은 ‘아시아혁명의 지도자’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잘못은 제 때에 정전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피앤에이월드, 7만2700원.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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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실 줄 테니 맘대로 쓰라” 젊은이들 품은 감포항 어르신들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인구 5000명이 조금 넘는 경북 경주시 감포항 마을엔 16일부터 아침부터 젊은이들이 북적댔다. 내년도 청년마을 지원대상 선정을 위한 행정안전부의 첫 설명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산부족으로 지원대상을 선정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예산이 배정돼 2018년부터 해마다 탄생해 온 청년마을의 ‘대가 끊겼다’는 우려를 지우고 새내기 마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행사는 2022년에 선정된 경주 청년마을인 ‘가자미마을’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마카모디’가 주관했다. 마을과 주식회사 대표인 김미나 이미나 씨는 물론이고 영덕 고흥 강진 예천 완주 등 타 지역 청년마을 ‘선배 대표님’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예비 후배님들에게 정부 지원 청년마을로 선발되는 비법을 전수했다. 김 대표는 “경주 속 숨겨진 작은 항구마을 감포라는 보석을 찾아냈다”며 차별화를 주문했다.행안부 청년마을로 지정되면 3년 동안 6억 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이 돈으로 사무실과 숙소 등을 마련하고 타지 청년들이 찾아와 쉬고 놀며 사업과 새로운 인생을 구상할 수 있는 일을 돕게 된다. 김 대표가 이끄는 가자미마을은 외지 청년들이 가자미로 유명한 감포항 일대에서 낚시와 관광을 하고, 쉬면서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워케이션’도 하고, 바다 폐기물을 함께 줍는 ‘플로깅’ 봉사도 하고, 지역 주민들과 지역살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마을의 센터이자 이번 행사가 열린 카페 ‘1925감포’는 일제강점기 감포 최초의 공중목욕탕이었던 신천탕을 리모델링해 만든 것이다. 1925는 감포항이 개항한 공식 연도. 지역 주민들과 외지 청년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기억을 담는 목욕탕 프로젝트’를 시작해 30년 이상 방치됐던 신천탕을 멋진 주민 공유공간으로 만들어냈다.가자미마을은 지역 어르신들과 외지 청년들이 함께 힘을 모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다른 청년마을과 다르다. 어린이집 원장, 외항어선 선주, 체리와인점 사장, 보리밥집 주인 등 지역 어르신 6명과 경주 시내에서 활동하던 청년 주식회사 ‘마카모디’는 4년 전 인구가 줄어가는 감포항 일대를 살리기 위한 주민단체 ‘함께 가는 길’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은 신천탕을 사들이고 어린이집 한 층을 비워 청년들에게 무료로 제공했고 이렇게 마련한 활동 공간을 근거로 가자미마을이 탄생한 것이다.“김미나 대표 등이 2021년 행안부 청년마을에 지원했는데 사무실 공간이 없어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무상으로 공간을 구해 줄 테니 들어와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했죠.”그렇게 선뜻 해원어린이집 2층을 통째로 내어준 서삼란 씨(69)는 “빈 공간이 주는 무게가 나를 덮칠 판인데 청년들이 사무실로 쓰고 왔다갔다 하니 오히려 내가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서 씨는 1987년에 유치원을 시작해 1997년 3층 건물을 지어 어린이집을 열었다. 한 때 원아가 100여 명이 넘었지만 거주 인구가 줄면서 현재는 방과 후 학원으로 10명 정도의 원아들을 돌보고 있다.“인구가 줄어가는 항구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청년들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가 청년들이 계속 살 곳은 못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어요. 있는 동안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떠난 뒤엔 ‘감포가 참 좋았다’고 기억할 수만 있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이렇게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젊은이들은 감포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듯했다. 김 대표는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감포에 들리도록 알리는 역할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초중고 학교를 모두 경주에서 나온 토박이다. 대학에서 영상디자인학과를 전공한 뒤 대전에서 짧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4년 동안 인도 배낭여행을 떠나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국제NGO활동을 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경주시내를 근거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람을 모아 재미와 의미를 함께 주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주식회사 ‘마카모디’는 경상도 사투리로 ‘모두 모여라’라는 뜻이다. 공동대표인 이미나 씨도 그러다 만났다. 현재 직원은 모두 10명이다.“재미가 없으면 죽을 것 같다는 ‘ENTP’ 형이에요. 여기저기 다니며 새로운 사람 만나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완성되지 않은 것을 완성시키는 것에 의미를 두고요. 그래서 직원을 뽑을 때도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며 좋은 일을 해나갈 수 있는지를 봅니다.”두 대표는 2019년 자본금 200만 원으로 창업해 2020년 중기부의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자로 선정됐고 재수 끝에 2022년 행안부 청년마을로 승인된 것. 공유주거 사업자로도 선정돼 감포 인근에 청년 주거 공간을 더 마련하게 된다. 이 대표는 “감포항 일대가 지속가능한 마을이 되도록 앵커 조직으로서 사람들과의 연대를 키워가겠다”고 말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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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농업을 스마트 하게” 꿈 쫓다 지방과 청년, 건강이란 가치 만나[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전국 39개 지역에 조성한 청년마을 대표들이 8월 29일 오후 충북 진천에 모였다. 지방을 살리고 청년들의 활동 공간을 넓히기 위해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날씨보다 더 뜨겁게 펼쳐진 활동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를 호스트한 사람은 진천 청년마을 ‘뤁빌리지’ 전태병 대표였다.농업법인 만나CEA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2022년 4월 진천 이월면 진광로 6000여 평에 스마트팜 복합 생활 단지인 ‘뤁빌리지’를 열었다. 수경재배의 일종인 아쿠아포닉스 공법 기술을 토대로 시스템도 개발하고 직접 샐러드 식자재도 재배해 e커버스에 납품하는 것이 본업. 수경재배에 관심이 있는 도시 사람들이 찾아와 먹고 즐기고 잠도 잘 수 있는 복합 체험 관광단지다. 스마트팜 체험농장, 시스템 연구 및 제조 공장은 물론이고 사무실과 컨퍼런스룸, 카페와 식당 등을 갖춘 이곳은 이미 진천의 ‘핫 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다.전 대표는 2008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공학도였다. 지도교수님의 스마트팜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기술로 한국 농업을 멋지게 변화시키자’는 인생 꿈을 갖게 됐다. 2013년 대학 친구들과 대전에서 만나CEA를 창립했지만 농촌인 이곳 진천에 터전을 잡게 될 줄은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스마트팜 시스템 개발 사업을 한다고 하니 누가 ‘너 농사는 지어봤냐’고 하더라구요. 진짜 농사는 안 해 봤잖아요.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고 다짜고자 땅을 알아봤죠. 포털을 검색하다 진천에 1000평 절대 농지를 발견했고 덜컥 계약을 했어요. 여기서 5분 거리 땅인데 거기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진천에 오게 됐지요.”돌아보면 ‘비합리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국 농업을 스마트하게 변화시키자’는 큰 꿈이 있었기에 작은 선택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거기서 직접 농사도 짓고 스마트농법도 실험했다. 그래서 생산된 채소들을 직접 유통도 해보고 홈쇼핑에 홍보도 해봤다. 이후 e커머스 배송업체들과 협업하고 직접 가공한 요리 브랜드 ‘옛홈’을 런칭하는 등 유통 분야에도 진출했다. 신선한 채소를 아침 식자재로 전국에 배송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가히 국민 건강도 크게 이바지했다.그러는 동안 직원이 27명으로 늘어났고, 직원과 가족들이 진천에 거주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먹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2019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대 이하 리더’로 선정되는 등 언론에 홍보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스마트팜과 농업, 지역과 건강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게 됐다.그래서 지금의 터전을 기획했다. ‘뤁빌리지’ 내의 ‘뤁스퀘어’ 중앙에는 ‘컬티베이션 하우스’라고 불리는 복합 문화 공간을 배치했다. 지난해에는 행안부 청년마을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이곳에서 매월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빌리지 내에는 전국의 청년들이 와서 머물며 스마트팜 창업을 구상할 수 있는 주거 공간도 마련됐다. 기술로 시작한 공학도가 농업을 만나고 지역을 만나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면서 지역에 청년들을 끌어들이게 된 것이다.“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굳이 청년마을 사업까지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젊은 직원과 가족을 위해서 이미 하고 있는 일이에요. 새롭거나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기술에서 시작해 지역 살리기와 국민 건강, 청년의 행복 등 다양한 인문학적 가치로 외연을 확장한 그는 올해부터 다시 본업인 기술에 집중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전국 농촌에 개발하는 사업으로 올해 30억 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한국 농촌을 스타트하게 변화시키자는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그것을 생각하고 실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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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출산을 함께 보며 환경과 청년,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합시다[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올해 6월부터 한반도에 이어지고 있는 아열대성 이상기후는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의 미래는 지속가능한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전남 영암에서 나고 자란 다섯 명의 청년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정서진 대표가 이끄는 영암 청년마을 ‘달빛포레스트’는 2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다”라는 주제의 환경포럼을 연다. 지역과 청년의 관점에서 기후와 환경, 자연의 문제를 짚어보고 실천적인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다.첫 날 오후 6시30분부터 영암군 새실마을에 있는 새실오브앰비언스에서 네 명의 청년 연사들이 주제발표를 한다. 쳥년환경단체 김민 빅웨이브 대표, 조미림 ㈜제작소 대표, 김은효 아트앤어스 대표, 이종건 ㈜오롯컴퍼니 대표 등이다. 참가자들은 다음날 조식을 함께 하고 새들과 시냇물의 화이트노이즈를 들으며 새실마을을 돌고 강진군 백운동 정원과 도갑사 계곡을 산책한다.‘달빛포레스트’는 “자연을 위한 젊음, 청년(youth for nature)”을 슬로건으로 활동하는 영암청년단체다. 2024년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 로 선정됐고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행사를 열게 된 것. 정 대표는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성찰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청년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말했다.“우리가 이날 모여 나누는 이야기들은 청년들이 자연과 상호작용하고 활동하며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청년이 그리는 지속가능한 미래와 앞으로 살아갈 세대의 역할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행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과 참여 신청은 인스타그램(moonforest_yeongam)을 참조.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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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조례’를 향한 입법 전문가의 강의 노트[책의 향기 온라인]

    ◇착한 조례 만들기/유상조 지음/314쪽·2만5000원·시간의 물레과도한 사교육 시장이 대한민국 사회에 초래하는 문제를 지방분권이라는 헌법상 권력분점 제도로 해결할 수 있을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인 저자는 “그렇다”고 한다. “사교육의 유지 및 폐지 여부를 법률에서 조례로 위임해 주는 것이다. 대학도 학생 선발의 자유를 주는 등 사교육이 없는 지역에서 보다 많은 학생들이 선발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면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교육 문제 해결에 천착한 책은 아니다. 저자가 오랫동안 몸담은 입법 분야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방자치의 법률적 수단인 조례가 무엇이며 공동체 다수를 위한 좋은 조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강의하듯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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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성맞는 일 즐기니 마음맞는 사람 만났다…영덕 청년마을이 전국 사업가 된 사연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서울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14일 오후 서울숲 가족마당에서는 제2회 전국 청년마을 패스티벌이 이틀간 일정의 막을 올렸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조성한 전국 39개 청년마을과 경상북도 대표들이 형형색색의 부스를 열고 구경온 시민들을 맞았다. 지역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고 보드타기 체험을 시켜주는 등 다양한 먹거리와 놀거리, 볼거리가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서울 등 수도권 주민들에게 전국 청년마을을 알리고 ‘한번 찾아와 주세요’라고 홍보하는 이 행사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다. 원래 공주와 울산 등에서 성과공유 활동으로 진행되던 이 모임을 서울에서 열자고 주장한 것은 2022년부터 청년마을협의체 회장을 맡고 있는 설동원 경북 영덕 ‘뚜벅이마을’ 대표였다.“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청년들에게 지역을 체험하고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게 청년마을의 취지인데 우리끼리만 지방에서 모이는 게 너무 아쉬워서 제안을 했어요. 서울, 그 중에서도 가장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우리를 알리자는 것이지요.”그렇게 지난해 10월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첫 패스티벌이 열렸다. 이곳에서 청년마을을 알게 된 서울 청년들이 여름과 가을에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올해는 6월로 시기를 앞당긴 것. 두 번의 행사 모두 설 대표와 그의 대학 1년 후배 장명석 대표가 이끌고 있는 ‘메이드인피플’ 사가 기획, 준비, 운영 등을 모두 맡아서 했다. 이 회사는 영덕에서는 자연 트레킹에 특화한 ‘뚜벅이마을’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지자체와 대학, 기업 등의 행사 및 마케팅을 수행하는 문화기획사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뭘 하면 재미있을까?’를 궁리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은 뭘 하면 재미있을까?’를 현실로 구현해내는 기획 일이 재밌더라구요. 대학생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도 그런 행사들을 많이 기획하고 실행했거든요.”하지만 자신만의 적성을 찾아내 나의 일로 만드는 과정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수학보다 국어를 잘했고, 남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문과성향’이 강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문과를 가게 됐을 때 겪게 될 취업난이 걱정됐던 아버지의 권유로, 2011년 대구에 있는 국립대학의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본인의 관심은 ‘인간’과 ‘구체적인 경험’에 있지만 전자공학은 ‘사물’과 ‘추상적인 이론’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군에 다녀오고 졸업을 앞둔 2017년 큰 전자회사 인턴사원이 되어 오리엔테이션까지 갔다가 포기했습니다. 함께 모인 사람들을 보니 다들 진심이더라구요. 저는 그 정도로 진심도 아니고, 실력도 없으니, 코딩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인턴을 취소하고 시간이 남아 산티아고 둘레길에 걸으러 갔습니다. 다시 방황을 하게 된 거죠.”방황과 고민의 결과 ‘자유’와 ‘재미’, ‘성취’와 ‘책임’ 등 추구하고 싶은 가치를 충족하는 일을 찾기 위해 창업이라는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2017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하여 2019년 법인을 설립, 2020년부터 경북 의성의 청춘구 행복동 프로그램으로 처음 로컬 사업에 발을 들였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얻은 영감으로 2021년 ‘영덕 뚜벅이마을’이라는 지역 트레킹 프로그램을 착안해 행안부의 청년마을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나의 길을 가게 되니 나와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곧 결혼해 인생의 동반자가 될 여자친구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처음 만났다. 한 지역 성당에서 단체로 온 한국인들과 동행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길잡이와 통역 등의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일행 중에 여자친구 남매가 있었던 것이다. 사업의 동반자인 장명석 대표와는 학생 캠프 프로그램에서 멘토와 멘티로 알게 되었다. 고민이 많았던 선배로서 후배들의 진로와 인생 상담을 하다 ‘우리 사업해보자’라는 도원결의에 이르렀다.“두 사람 다 저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저는 사람의 심리 같은 미시적인 걸 좋아하고 동적인 사람인데, 여자친구는 우주와 같은 거시적인 걸 좋아하고 늘 평온한 사람입니다. 또, 저는 즉흥적으로 일을 먼저 벌이는 성격이고 장명석 대표는 먼저 꼼꼼하게 따지고 계획해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14일에도 설동원 대표는 이상민 장관 등 외빈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고, 대신 현장 운영을 챙기는 일은 장명석 대표가 도맡았다. 장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영역을 나눠 맡아 역할분담을 한다”고 자랑했다.“둘이 똑같으면 위아래가 생기지만 둘이 다르면 위아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과 조직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죠.” 이렇게 말하는 설 대표는 지난해 부산의 ‘이바구마을’과 함께 옷을 만드는 청년마을간 연합사업을 시작했다. ‘뚜벅이마을’의 기획력에 ‘이바구마을’의 디자인 및 유통 능력을 접목한 것. ‘뚜벅이마을’의 본업인 트레킹 프로그램은 최대한 시스템화하는 동시에 의류 사업, 행사 기획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비관련 다각화’를 시도하는 과정인 셈이다.설 대표와 장 대표는 후배들을 가르치는데도 관심이 많다. 지금도 모교 앞 회사 건물을 창업동아리에 공짜로 빌려주고 기회가 될 때마다 리더십과 창업 강연에 강사로도 나선다. 기획자와 경영자, 소통인, 리더이자 교육자. 적성을 일로 바꿔 삶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도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영락없는 ‘문과생’이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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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를 일로 만들어 고향 살리는 청년 부부들…그들만의 파트너십 비결은?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충북 보은군 주민들에게 ‘라이더’들은 귀찮은 이방인에 불과했다. 보은과 청주를 연결하는 피반령을 비롯해 말티재, 수리티재, 대청호 둘레길 등에서 자전거나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동네를 그저 지나가는 익명의 존재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라이더들이 지역에 머물며 주민들과 친분도 쌓고, 소비도 하도록 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라이더들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5년 전 고향인 회인면에 정착한 이경수 씨가 아이디어를 내자 친구 김한솔 씨가 맞장구를 쳤다. 2017년부터 대전에서 이씨와 함께 문화기획자로 함께 교류해온 김 씨는 열아홉 살 때부터 바이크를 타던 라이더였다.“그래. 라이더들을 위한 축제도 열고 모토캠핑(모터사이클을 타고 와서 캠핑을 즐기는 야외활동)도 열자. 라이더들도 마을을 즐기고, 마을 주민들은 지역특산물도 팔고 ‘불멍’을 위한 장작도 팔면 좋겠다.”보은군 회인면 일대에 조성된 청년마을 ‘라이더타운회인ㅎo’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김씨가 가지고 있던 ‘삶은동네’라는 사업자를 가지고 행정안전부에 제출해 2023년 청년마을 지원사업 에 선정됐다. 라이더들을 위한 카페 ‘라이드&브루’,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수리가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 ‘라이더유치원’을 열었다. 청년들이 2박 3일 동안 지역살이를 하며 마을과 라이더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금토일캠프’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학교 운동장과 마을 광장을 임대해 지난해 10월 제1회 휠러스 페스티벌을 열었고, 올해는 6월 1일과 2일 1박 2일간 두 번째 축제를 열었다. 행사 협력기관도 지난해 4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었다.페스티벌 첫 날인 1일 현지에서 만난 두 대표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두 번째 해보는 행사라 자신이 있었다. 아이들 자전거대회와 성인 자전거대회에는 전국에서 각각 130팀, 330팀이 참가신청을 했다. 특히 아이들 자전거대회는 부모님을 포함해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오는 경우가 있어 대회 관련 인원수만 약 1000여 명에 달했다. 회인중학교 운동장에는 일찍 도착한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텐트를 치고 바이크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모토캠핑 커뮤니티 ‘개미귀신’의 김동욱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와서 합법적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인만큼 50팀 이상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주민들도 관심이 많았다. 두 대표와 함께 회인면 중앙리 거리를 오가는 동안 주민들이 “행사 잘 준비했냐” “오늘은 뭐를 하냐”며 관심을 나타냈다. 지역 부녀회, 청년회 등은 행사장 주변에 직접 식음료 부스를 열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회인은 조선시대에 회인현이었을만큼 큰 동네. 지금도 현감이 묵던 숙소인 동헌내아와 객사 등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방 인구 감소로 한때 1만 명이 넘던 주민이 지금의 1700여명으로 줄어들며 겨우 바닥을 친 상황이다. 사직단과 향교에다 풍림정사에 천주교 공소, 일제강점기 천재시인이라 불리던 오장환시인의 기념관 등 다양한 역사와 문화 공간들이 남아있었다. 골목골목을 돌며 마을 역사를 소개하던 이 대표가 곳곳에 세워진 점판암 돌담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릴 때부터 왠지 저 돌담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내도 이곳을 방문했다가 돌담에 푹 빠져서 ‘여기 와서 살자’고 결심을 하게 됐죠.” 그리고 지금 그는 아내와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고향을 살리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바로 인근에 회인IC가 있고 2028년에 피반령 터널이 뚫려 청주와 이어지게 되면 교통 환경이 개선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적 유산들이 시너지를 내면 ‘아웃도어타운 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자유롭게 이동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 모터사이클을 탔던 김 대표는 지난해 로얄 엔필드 사가 만든 ‘클래식350’을 사서 회인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취미가 일이 되어 좋습니다. 아내가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을 반대했는데, 청년마을 사업을 하면서 다시 타는 것을 동의했어요. 이제는 일로서, 취향으로서 존중받고 있습니다.” 남편이 파트너인 아내와 함께 고향에 정착하고 이들이 또 친구와 친구의 아내를 불러들여 파트너가 되었다. 두 부부를 제외한 동료 네 명 중 두 명은 보은 주민이고, 다른 둘 역시 조만간 주민이 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회인을 공유주거 시범단지로도 지정해 청년들이 머물 숙소 건축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숙소가 늘어나면 축제를 보러 온 청년 및 라이더들이 한 달 살이를 넘어 아예 이곳에서 창업도 하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것이 두 대표의 기대다. 취미를 일로 만든 행복한 사람 김 대표는 또 다른 청년 파트너들을 불러들일 행복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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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을 부르는 지방 청년 리더십…“고흥에 오시면 정 이장을 찾으세요”[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마음이 아픈 두 청년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했던 장중한 씨. 고향인 부산에서 관련 사업을 하던 중 심장에 이상 신호가 왔다. 10년 전 어머니가 귀촌해 있던 전남 고흥으로 지난해 휴양을 왔다가 포두면 신촌마을 이장이던 정지영 씨를 만났다. “모자와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함께 하면서 그의 성실함과 기획력, 사고의 유연함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마침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지원 사업에 응모하려던 정 이장은 장 씨를 기획팀장으로 전격 채용했다. 호남 최남단 고흥에 자리잡은 청년마을 ‘신촌꿈이룸마을’의 기획서가 탄생했고 최종 선정됐다. 정 이장의 선발 능력이 귀한 인연을 이룬 사례다.‘신촌꿈이룸마을’의 눈과 귀, 목소리를 담당하는 홍보팀장 김진우 씨도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방송일을 하던 그는 직장 상사와의 마찰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고 그로 인한 대인기피 트라우마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전국의 청년마을 일곱 곳을 차례로 방문했다. 마지막 일곱 번째 마을이 바로 정 이장과 장 팀장이 막 런칭한 ‘신촌꿈이룸마을’이었다. 김 씨의 사진촬영감각과 영상편집 능력을 캐치한 정 이장이 함께 일할 것을 제의했던 것.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능력 뒤편이 있는 아픔을 알게 되었고, 활동을 통해 서로를 보완하고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5월 18일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마을 이곳저곳을 안내해 준 장 팀장과 김 팀장은 얼굴에 건강이 넘쳐흘렀다. 표정과 말 속에는 나로호 발사장으로 유명해진 땅끝 고흥의 건강한 자연이 흠씬 묻어났다. 마복산과 비봉산, 고흥 바다에 둘러싸인 조용한 촌마을이 주는 아늑함. 자신의 재능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자기 효능감, 누군가 나의 내면을 알아보고 소통해준다는 안정감 등이 두 청년의 마음을 치유했던 것이다.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소임을 주는 일. 청년마을을 이끌어가는 정 대표의 ‘인재 채용 리더십’이다. 정 대표 또한 험한 도시와 해외 생활을 뒤로 하고 2015년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정착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11년 동안 일본에서 관광 등 서비스업종에서 일했다. 한국와 일본 도시의 빌딩, 자동차, 네온사인…. 반복되는 일상에 번아웃이 찾아왔음을 느낀 그는 조상이 대대로 살아왔고 지금도 일가가 있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찾기 시작했다. 농사작업원, 태양광 공사장 일용직, 오이상하차, 농막 수리 등 다양한 일거리를 전전하면서 지방에서도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온 청년들과 마을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필요한 사람을 찾아내고 내 편으로 만드는 것과 동시에 고향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외지 청년들을 불러들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콘텐츠 기획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의 농사, 취미, 공동작업 활동 등을 사진으로 남겨 외지에 사는 가족들이 찾는 명절에 마을 사진전을 열고 사진이 담긴 앨범과 달력을 가족에게 전달했다. 앵무새 체험장, 마굿간, 서핑스쿨 등 동료 정착 주민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묶었다. 지자체의 공동체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마을 편백숲 쉼터 조성, 신촌꿈이룸센터 건축 등 유무형의 마을 자산을 창출했다. 신촌마을 주민들은 이런 노력을 인정해 정 대표를 고흥에서 가장 어린 이장님(2022∼2023년) 으로 만들어 주었다.행안부가 2018년부터 조성한 전국 39개 청년마을 대표 가운데 최고령인 그는 동생 조카뻘인 20, 30대 대표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멘토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외부 협력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어떤 마을의 운영진은 어머니가 저보다 어렸어요. 처음엔 이질감도 많이 느꼈지만 젊은 에너지와 사업수완에 감탄하며 한편으론 뒤지지 않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로컬 생활을 미리 경험한 삼촌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니 상담자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고향이 아닌 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지역 주민이나 지자체 관계자들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는지, 나와 사업을 어떻게 잘 어필할 수 있는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들어주어서 감사해요’ ‘주위에 선배님 같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고흥 지역의 다른 청년단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을 찾아 지역적 시너지를 내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그는 고흥군의 청년 공동체 지원사업 심사에 참여한 뒤 저녁 식사 자리에 합류했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들어 운영하는 ‘관광두레’ PD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고흥 지역사회의 중요 인물이 됐다. “어떤 것이 청년을 부르고 어떤 것이 떠나가게 하느냐”는 질문에 “사람”이라고 답했다.“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힘든 줄 모르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아직 경험이 적을 뿐이지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로컬에서 꿈을 이루고 살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관계를 통해 전달되는 응원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저녁 식사 자리 내내 정 대표와 장 팀장, 김 팀장 등은 최근 유명한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몰입’을 주제로 청년 체류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 토론을 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를 외치는 그들은 지역살이를 통한 청년들의 힐링을 넘어 정신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영적인 리더십’을 키워가는 것으로 보였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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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북극성’을 찾고 있나요? 강진 ‘어나더랜드’에서 함께 고민해 보아요”[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모진 경쟁을 뚫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20대 초반 내내 자신만의 ‘북극성’을 잃어버린 채 수많은 날들을 헤맨 청년이 있었다. 전남 땅끝 강진에서 청년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전지윤 대표. 부산에서 나고 자라는 내내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을 선망했고 바라던 데로 입학도 했지만, 학부 생활은 시작부터 방황의 연속이었다. 어디에서도 지지 않고 잘해 내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전공 공부부터 동아리 활동, 대외 활동 등 어느 것 빠지지 않고 열심을 다했지만 그럴수록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고 한다. 겉보기엔 누구보다 외향적이고 활발하게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듯했지만 알 수 없는 마음이 늘 따라다녔다. 낯선 풍경밖에 없는 서울은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았고 처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나온 생활도 생소하고 서툴기만 했다.“학업에서도 인생에서도 내 인생의 좌표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며 정말 주체적으로 10대를 보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토록 바라던 서울로, 대학으로 왔는데 오히려 방향을 잃은 것만 같았어요. 쉼 없이 선택하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기 어려웠던 때이기도 했어요. 그 시기에 나만의 ‘북극성’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강의 시간에 해외 시장 조사를 하다가 소위 어떤 시장에서든 큰손으로 유명한 중국 상인들의 취향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던 순간은 전 씨의 이후 진로를 확연하게 바꾸어 놓았다. 미술품은 그중 하나였는데 태어나서 예체능 쪽은 전혀 연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그는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이 분야는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 남을 수 있겠구나.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책임이 주어지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전 씨는 청담동 아트센터에서 도슨트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스펙 쌓기의 연장선으로 시작한 도슨트 활동은 전 씨에게 오히려 경쟁에서 벗어나 새롭게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자유로웠고, 때가 되면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이 비교적 적었으며, 이전보다 훨씬 삶의 속도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이 공부를 해야겠다!’ 미술사 전공 석사과정을 18학번으로 시작했다. 학사 때와는 달리 석사 과정은 즐거웠다.2020년 2월 졸업 무렵 코로나19가 번졌고, 작가가 가진 트라우마와 작품에 관해 연구하던 전 씨는 자연스럽게 인문학과 예술 작품을 매개로 한 사람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여러 제약에 갇혀버리게 된 환경. 그 안에서 예술이 그가 경험했듯 사람들에게 숨을 틔우는 한구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술치유 워크숍이라는 아이템으로 ‘넥스트 로컬’이라는 서울시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남 강진을 처음 방문했고 2021년에는 강진에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예술치유 지도사 전문가 양성 과정과 예술 주간을 기획, 운영했다. 그렇게 지역에서 기반을 쌓기 시작하여 2022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되었고 지금의 ‘어나더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조금은 늦지만 자신의 북극성을 찾아 차근차근 그 빛을 따라 부산에서 서울로, 또 서울에서 강진으로 떠났다. 그 과정에서 정부, 지자체와 협력하며 스스로 커리어를 개척해 온 케이스다.“자신만의 북극성을 찾고 있는 청년들이 강진에서 지역살이를 하며 스스로 삶의 기준을 정하고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다시금 매핑(mapping) 해보는 작업을 돕습니다. 어나더랜드의 운영진은 모두 인증 자격을 갖춘 코치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과 좌표를 찾아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중간중간에는 강진 고유의 문화, 역사 자원들을 새롭게 풀어낸 지역 경험 콘텐츠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진은 청자의 고장이고 다산 정약용이 유배되었던 곳이기도 하지요. 북쪽 ‘개성상인’만큼 유명하고 기세가 대단했던 ‘병영상인’들의 활동 무대이기도 했습니다.”2022년 강진 청년마을 어나더랜드(구 병영창작상단)가 조성된 이후 5,000여 명이 다양한 기회로 방문했고, 100여 명의 청년 창작자들이 강진에서 체류하며 지역을 새롭게 만나고 더불어 교류했다. 참가자들은 따로 또 함께 자신만의 작업을 직접 기획하고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지역과 어우러지는 동안 흐릿하게나마 자신들만의 북극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중 강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친구들이나, 좀 더 이곳에 머물며 삶의 다음 단계를 고민해 보고 싶었던 친구들은 강진에 남아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진짜 프로젝트들에도 도전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강진 읍내에 있는 ‘남상객잔’이라는 숙소에 머물렀는데, 동시 거주 인원이 8명에 불과했다.‘프로그램이 끝나고 강진에서 살아보기에 진심이 된 친구들이 좀 더 이곳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들려온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 공모사업 소식에 강진군과 함께 도전했다. 그렇게 마을 주민들의 응원까지 힘입어 선정되었던 사업이 작년 한 해 내내 부지런히 추진되었다. 그리고 올해 봄, 마침내 전라병영성 바로 앞에 ‘성하객잔’이 문을 열었다. 은하수 꼬리가 지나가는 전라병영성 앞에 위치해서 ‘별 아래 객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공유 주거 공간은 연고와 상관없이 이 마을과 사랑에 빠져 좀 더 긴 호흡으로 이곳에 머물러보고자 하는 청년들이 마을과 함께 수많은 접점을 경험하고 찾아나갈 터전이기도 하다.2022년 강진과 강원 영월, 경북 영덕 등 3곳에서 시작해 강원 홍천, 충북 보은, 경북 경주, 경남 의령과 함양 등 8곳으로 확대된 공유주거 시범사업 가운데 실제 건물이 준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준공식에 참석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공유주거 공간이 단순한 청년 주거 공간을 넘어 창업 등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주민과의 상생과 교류의 장이자 젊은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어나더랜드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3년차가 되는 올해로 끝나게 돼 전 대표는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일부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타깃을 바꾸어 제안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 대표는 “어나더랜드는 지지 기반의 연결감으로 청년기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독립된 성인기로 이행하는 시기인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어나더랜드를 꼭 찾아주세요!”라고 말했다.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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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휴식(休食)이 있는 먹케이션 ‘고마워, 할매 ’로 초대합니다” [그 마을엔 청년이 산다]

    5월 5일 일요일 어린이날 정오 경남 함양군 삼휴마을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의 어버이날 잔치가 열렸다. 전체 25가구의 작은 마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마을주민 2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엔 특별한 손님이 함께했다. 손녀뻘 되는 ‘숲속언니들’ 농업회사법인 박세원 대표(29) 등 직원 4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22년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함양군 수동면, 병곡면 등 4개의 마을에서 활동했지만 ‘마을의 일원’으로서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을 이장님은 이참에 “어르신들게 사업을 소개해보라”고 기회를 줬다.“저희는 도시 청년들이 우리 마을에 와서 로컬, 음식, 휴식을 경험하도록 돕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지역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로컬푸드와 식문화를 알아가고, 진정한 쉼을 찾아가죠. 앞으로 많은 청년이 마을에 방문해 하루에서 사흘 정도 머물 예정이에요. 인사도 잘 받아주시고 손녀처럼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박 대표가 이끄는 ‘숲속언니들’은 함양 할머니들의 음식 레시피를 활용한 지역살이로 출범했다. 이후 함양 삼휴마을 단양댁 할머니, 진해댁 할머니, 도천댁 할머니, 대천댁 할머니의 대대로 물려받은 레시피를 전수받아 향토 음식 만들기 교육이나 팝업식당 운영, 밀키트 기획 및 배송 등의 사업 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 2년 동안 할머니와 청년 여성들이 협업한 결과 향토 음식 사업만으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결국 3년차인 올해 도시 청년들의 지역살이 프로그램으로 사업의 큰 방향을 다시 돌렸다. 군에서 빌려 쓰던 읍내 사무실을 정리하고 삼휴마을 내에 새 사무실과 도시 청년을 위한 숙소를 마련했다. 손실댁 할머니와 진해댁 할머니가 개인 사정으로 빈집이 된 자신들의 집 한 채씩을 저렴한 세로 내주었다. 사무실과 텃밭을 손보고 숙소를 리모델링해 5월 15일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손님맞이를 시작했다.‘숲속언니들’은 지역살이로 식사를 뜻하는 먹(食)과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인 ‘먹(食)케이션’을 내세웠다. 휴가지에서 로컬, 음식,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시즌별 프로그램 ‘먹케이션 - 봄 이야기’는 5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운영된다. 1인당 하루 8만 원의 숙박비이며 현재 6월까지 총 50여 명이 SNS 등을 보고 예약했다.방문객은 숙소와 함께 함양 할매 레시피로 만든 요리와 직접 키우고 수확한 제철 식재료로 가득 찬 아침 식사를 제공 받았다. 그 외 다양한 유료 프로그램들도 시골살이의 맛을 느끼게 해줬다. 할머니가 가꾸는 텃밭에서 제철 채소 ‘서리’하기, 할머니댁에서 요가 배우기, 시골 마을 풍경 그리기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신청해 즐겼다.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 조모 씨는 “숙소도 너무 좋고, 푹 쉬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킬포(킬링포인트)가 많아서 뭐가 제일 좋았는지 쓰기도 어렵네요! 고마워, 할매 먹케이션이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함양 지역 향토 음식뿐만 아니라 로컬, 휴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장시켰습니다. 방문하는 분들은 바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마을과 어르신들은 고령화로 비어있는 집들을 활용하면서 도시 청년들과 소통할 기회를 갖게 되는 거지요.” (박 대표)‘숲속언니들’이라는 회사 이름처럼 박 대표가 이끄는 사업의 참여자들은 모두 여성이다. 4명의 회사 직원도, 여기에 참여하는 함양 어르신들도, 지역살이 체험 대상자도 49세 이하 여성들로 제한된다. 박 대표가 이 길로 뛰어든 것도 전통장류기능보유자인 어머니 김청희 씨의 힘이 컸다. 창원에서 태어나 문화콘텐츠학과를 전공한 박 대표는 2020년 함양에 사는 어머니가 직접 만든 전통장류를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것부터 함께 사업을 키워나갔다.“할머니들과 어머니, 그리고 손녀이자 딸뻘인 청년들이 서로 협업하며 지역을 살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1인 가구 시대에 3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경험이기도 하구요.”무엇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의 도시 손녀 손자들이 고마워한다. 홍보담당인 김승현 씨는 “사업을 홍보하는 SNS에 단양댁 할머니와 함께 하는 사진과 글을 올렸더니 타지에 사는 친손녀가 ‘손주들이 해야 할 일인데 대신 함께 해주셔서 고마워요’라는 댓글을 달았을 때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동아닷컴은 연중기획으로 지방에 터를 잡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 살리기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도 좋고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이메일(kyle@donga.com)로 보내주세요.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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