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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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5-04-02~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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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간 방심에 잘린 손가락, 5시간 만에 접합해 되살려”[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작업장에서는 사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순간 방심했다가 신체 일부가 기계장치 안으로 딸려 들어갈 수도 있다. 특히 손가락이나 손목이 잘릴 위험이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손가락 및 손목 절단 사고는 매년 1만1000여 건 발생한다. 손가락 한두 개 없다고 해서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크게 불편해진다.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절단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면 신체 접합과 회복이 가능하다. 오토바이 정비사 박해일 씨(36)가 그랬다. ● 아차 하는 순간 손가락 끼어 박 씨는 오랫동안 오토바이 정비 일을 해 왔다. 정비 일을 마치면 택배 아르바이트도 했다. 몸이 힘들기는 했지만 가장으로서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되도록 오토바이 정비를 빨리 끝내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5년 전이었다. 아는 형이 오토바이 정비하다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로소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경각심은 반짝 생겼다가 곧 사라졌다. 그해 4월, 결국 오토바이를 점검할 때 사고가 터졌다. 엔진의 힘을 전달하는 체인을 들여다볼 때였다. 체인이 돌아가기 때문에 시동을 끈 상태로 정비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빨리 끝내려는 마음도 들었다. 시동을 켠 채 체인에 손을 댔다. 주의를 덜 기울여서도, 한낮이라 졸려서도 아니었다. 눈 깜짝할 새에 왼손 엄지손가락이 체인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황스러웠다. 손가락을 빼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팔에 힘을 줘 빼냈다. 하지만 ‘뚝’하는 느낌도 함께 전해졌다. 엄지손가락 첫 번째 마디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박 씨는 “자잘한 사고 한 번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큰 사고를 맞닥뜨리니 멍해졌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떡해야 할까, 엄지손가락이 없으면 일을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맴돌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단 부위를 수건으로 감싼 뒤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응급 구조 대원은 잘린 손가락을 잘 보관하라고 당부했다. 박 씨는 잘린 손가락을 깨끗이 씻고 응급차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응급차량은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의료진은 절단된 손가락이 마르지 않도록 젖은 거즈로 덮고 비닐봉지에 넣은 뒤 얼음물에 담가 보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때였다. 수술하기 전에 먼저 코로나19 음성이 확인돼야 수술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수술은 김지섭 정형외과 교수가 맡았다.● 4시간 응급 접합 수술 손가락 접합 수술은 가급적 신속하게 해야 한다. 그럴수록 결과도 좋다. 박 씨는 오후 7시에 수술대에 올랐다. 손가락이 절단되고 약 5시간 지난 시점이었다. 김 교수는 “절단 사고의 경우 6시간 이내에 수술해야 성공률이 높다. 늦어도 12시간 이내에 수술해야 성공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빠르게 수술에 들어간 사례라는 것. 김 교수는 “절단된 부위에 혈관과 신경이 살아 있다면 대체로 접합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절단 부위가 매끈하지 않으면 그만큼 수술이 어려워지고 시간도 길어진다. 박 씨의 경우 뜯어진 것처럼 손가락이 잘려져 있어 고난도 수술이 예상됐다. 전신 마취를 한 뒤 가장 먼저 뼈를 맞춰 금속 핀으로 고정했다. 이어 혈관, 신경, 피부 순으로 접합 수술을 했다. 해당 부위를 제대로 보기 위해 15배 정도 확대한 미세 현미경을 사용했다. 상처 부위를 꿰매는 실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것을 썼다. 수술을 끝내기까지 4시간 정도 소요됐다. 혈관을 이어 주는 데 절반 이상이 걸렸다. 혈관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수술이 끝나도 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엄지손가락은 전체 손가락 중 가장 많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박 씨는 아직 30대 초반이었고, 손을 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생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 때문에 혈관 접합에 특히 더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손가락 접합 수술 성공률은 일반적으로 80∼90%로 알려져 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 거머리 치료로 혈류 살려 손가락 접합 수술은 잘 끝났지만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박 씨는 2주 동안 입원해 후속 치료를 받았다. 혈관과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피기 위해서다. 이른바 ‘거머리 치료’를 1주일 동안 받았다. 김 교수는 “수술 직후에는 수술 부위에서 피가 흘러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혈관이 막혔다는 뜻이다. 동맥에서 정맥으로 혈류가 정상적으로 흐르도록 돕기 위한 방법이 바로 거머리 치료”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거머리를 활용한다. 거머리를 수술한 부위에 붙이면 피를 빨아 먹는다. 어느 정도 피를 빨면 저절로 떨어진다. 그러면 다른 거머리를 붙인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10마리 정도의 거머리를 썼다. 박 씨는 “처음에는 솔직히 거머리가 징그러웠다. 그런데 그 거머리가 내 손가락을 살려 준다고 생각하니 나중에는 귀엽게 보이더라”라고 했다. 피가 굳어 버려 흐르지 않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도 복용했다. 김 교수는 수시로 박 씨를 찾아 접합 부위 상태를 확인했다. 2주째 되던 날, 입원 상태에서 추가할 조치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박 씨는 퇴원했다. 3주째 되던 날 실밥을 뽑았다. 뼈를 고정하기 위해 삽입했던 금속 핀은 6주째에 제거했다. 사실상 치료의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다. 엄지손가락은 조금 작아져 있었다. 잘린 부위를 원래 손가락에 붙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 원칙 지키는 삶 새로 배워 가장 중요한 점은 따로 있었다. 엄지손가락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느냐였다. 박 씨는 퇴원한 후에도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손가락 상태를 점검했다. 금속 핀을 뽑고 난 후 이른바 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재활 치료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었다. 김 교수는 “따로 재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박 씨 엄지손가락 마디 부분을 꺾고 비틀었다. 박 씨는 “꽤 아팠다. 솔직히 겁이 나서 엄지손가락을 잘 움직이지 않았는데, 교수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많은 환자가 수술 후 겁을 내며 움찔한다. 하지만 과감하게 써야 회복도 빠르다”고 말했다. 그 후 박 씨는 틈날 때마다 엄지손가락 마디를 꺾고, 뜨거운 물에 담갔다. 처음에는 통증이 있었지만 점차 잦아들었다.사고가 나고 딱 6개월이 지난 그해 10월, 엄지손가락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통증은 조금 더 오래 남았다. 1년 동안은 욱신욱신 쑤실 때가 많았다. 김 교수는 “신경이 끊어져서 통증이 발생한 것이다. 일종의 신경통으로 점차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확인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2022년 4월, 김 교수는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완전하게 회복됐다는 뜻이다. 정말로 그럴까. 일단 엄지손가락을 쓰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단다. 물론 처음에는 물건을 집으려고 해도 엄지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감각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통증도 오래 지속됐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됐다. 오토바이 정비 기사로 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손가락 끝 감각이 미세하게 둔해질 때가 있다. 사고 후에도 박 씨는 오토바이 정비 일을 즐기고 있다. 다만 일하는 방법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박 씨는 “사람들이 왜 규칙을 지키라고 하는지, 사고를 겪은 후 알게 됐다. 이제는 원칙을 반드시 지키려고 한다. 원칙을 지킬 때 오히려 더 일이 빨리 끝나고 뒷맛도 개운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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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경케미칼 베트남 공장 가동… 글로벌 진출 발판 마련

    애경케미칼이 베트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동남아 및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애경케미칼은 2023년 2월 ‘로터스(LOTUS)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번영과 의지를 의미하는 꽃말을 가진 베트남의 국화(연꽃)에서 따온 이 프로젝트는 애경케미칼이 베트남에서 진행한 계면활성제 공장 증설 및 불포화폴리에스터수지(UPR) 생산기지 신설 프로젝트다. 애경케미칼은 올 2월 말 베트남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은 계면활성제와 합성수지 분야에서 최고의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시장으로 인정받는다. 계면활성제 사업과 관련해 베트남에서는 매일 약 3500만 개의 생활용품이 사용되지만 섬유 유연제 등 일부 생활용품용 계면활성제를 생산하는 기업은 애경케미칼 현지법인인 AK비나(VINA)가 유일하다. 합성수지 사업 역시 인조대리석, 기계 성형 등 베트남 내 전방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애경케미칼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베트남 내 UPR 수요는 연간 수만 t에 이르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고품질의 UPR을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공급해 시장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베트남과 함께 동남아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애경케미칼의 베트남 공장은 동나이성(省)에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도시 호찌민과 인접해 있어 양질의 노동력 확보에 유리하고, 물류 기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 등 입지 조건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애경케미칼은 베트남 공장 완공으로 계면활성제와 UPR 생산 능력을 각각 4만 t과 3만7000t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베트남 내 생산 거점을 공고히 한 뒤, 동남아 전체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현지에서 제품을 공급해 물류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즉시 생산·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더욱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공장은 초대형 시설과 환경 방지 시설, 자동 포장 시설, 자동화 창고 시설 등 다양한 신기술과 설비가 적용됐다. 베트남에서는 최대 규모이자 최고 수준의 제조 환경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업계 표준 이상의 철저한 품질관리로 ‘불량률 제로’를 이어 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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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골다 ‘컥’ 깬다고요? 수면다원검사 꼭 받으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50대 직장인 임지석 씨(가명)는 얼마 전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밤에 잠을 자던 중 ‘컥’ 소리를 내며 깬 날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내도 그가 심하게 코를 골며, 코골이 소리도 괴상하다고 말했었다. 게다가 최근 피로감이나 불면증이 모두 심해졌다. 임 씨는 수면 무호흡증일 거라고 짐작했다. 의사는 수면다원검사를 권했다. 잠을 자는 동안 임 씨의 무호흡 상태와 심장 기능 등을 검사하는 것. 검사 당일, 임 씨는 오후 11시에 클리닉을 찾았다. 머리와 가슴, 무릎 등 여러 부위에 전극을 부착한 후 오전 5시까지 잤다. 3일 후 결과가 나왔다. 기자가 이 데이터를 들고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찾았다. ● 무호흡-저호흡 지수를 확인하라 정 교수는 중증 수면 무호흡증이라고 진단했다. 잠을 잘 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으면 무호흡, 숨을 쉬더라도 호흡량이 평소의 70% 아래로 내려가면 저호흡으로 규정한다. 이 두 가지를 합친 무호흡-저호흡 지수(AHI)가 시간당 평균 5회 이하라면 정상이다. 5∼15회는 경증이다. 15∼30회는 중등도로 본다. 임 씨의 AHI는 30.4회였다. 잠을 자는 동안 1시간당 평균 30.4회 무호흡이거나 저호흡 상태였다는 뜻이다. 심각한 수면 무호흡증이다. 임 씨의 경우 가장 길었을 때는 34초나 숨을 쉬지 않았다. 저호흡 상태로 가장 길게 지속된 시간은 2분 19초였다. 산소 포화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정 교수는 “깨어있을 때는 산소포화도가 95%를 넘는 게 정상이지만 수면 중에는 92∼95% 정도면 대체로 괜찮다”라고 말했다. 임 씨의 경우 산소포화도가 평균 92.6%를 기록했다.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악일 때는 산소포화도가 73%로 떨어지기도 했다. 일시적으로 ‘위험한’ 상태였던 것. 임 씨의 수면 품질도 매우 나빴다. 수면 품질을 보통 3등급으로 나누는데, 임 씨는 가장 깊은 수면 상태인 3등급에 단 한 번도 진입하지 못했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니 낮에 피로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기도가 좁아져 점막이 떨릴 때 코를 고는 소리가 난다. 기도가 막혀 숨을 못 쉰다면 코를 더 심하게 골 수밖에 없다. 임 씨의 시간당 코골이 지수(SI)는 14.6이었다. 1시간에 14.6회 코를 곤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코를 고는 사람의 70%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을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면다원검사, 누가 받아야 할까 임 씨는 잠을 자다 기도가 막혀 자주 깼다. 증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거실에서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코를 골았다. 잠을 자던 중에 숨이 차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불면증도 갈수록 심해졌다. 모두 수면 무호흡증일 때 나타나는 증세다. 잠을 자면서 이를 갈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입안이 말라 있거나, 낮에 지나치게 졸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할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크게 폐쇄형과 중추형으로 구분한다. 중추형은 호흡을 담당하는 뇌 중추가 차단돼 나타난다. 폐쇄형은 기도가 일시적으로 막혀 나타난다. 수면 무호흡증의 90% 이상이 폐쇄형이다. 수면 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심뇌혈관 질환, 치매, 녹내장 등의 중증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도 넘쳐난다. 정 교수는 “기도가 막히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하드웨어, 그러니까 몸 안의 여러 장기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검사에 100만 원 안팎의 돈이 들었다.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면 무호흡증이 확인되면 의원급 기준으로 15만 원 이내의 비용만 든다. 1회 검사로 끝나기도 하지만 의원급에서는 수면 무호흡증이 진단된 후 치료 장비인 양압호흡기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2차 검사를 할 때가 많다. 수면다원검사는 몸 상태가 보통 수준을 유지할 때 받는 게 좋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이나 감기 기운이 있는 날에 검사 하면 결과가 더 안 좋게 나올 수 있다. 열이 난다면 검사를 연기하는 게 좋다. ● 양압기 사용-기도 주변 근력운동 해야 수면 무호흡증 치료는 어떻게 할까. 수술적 요법으로는 목젖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턱을 앞으로 빼내 입안 공간을 넓혀주는 수술이 시도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으며, 성공률도 천차만별이다. 정 교수는 “수술하면 30∼70% 정도에서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나빠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술만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가슴에 전기장치를 이식한 뒤 혀 안쪽 신경에 전극을 부착해 수면 중 호흡을 도와주는 치료도 한다. 정 교수는 “이르면 2년 이내에 국내에도 소개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게 양압호흡기 치료다. 양압호흡기는 산소마스크와 흡사한 장치다. 잠을 잘 때 코안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 기도 안의 공기 압력을 높여 기도 폐쇄를 막는다. 30일 동안 21일 이상, 4시간씩 이용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효과는 대체로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양압호흡기 착용 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임 씨의 경우 양압기를 꾸준히 착용한 결과 일주일에 3일꼴로 무호흡이 1회도 발생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는 시간당 1∼5회였다. 양압호흡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 양압호흡기는 착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시 수면 무호흡증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평생 써야 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다른 중증 만성 질환이 생기는 위험을 줄일 수 있으니 착용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여러 이유로 생기는데, 노화도 그중 하나다. 나이가 들면서 기도 주변의 근육이 쇠퇴하고 지방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것. 박 교수는 “기도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면 수면 무호흡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방법은 단순하다. 입을 다문 상태에서 혓바닥을 입 천장에 붙여 위로 밀어 올린다. 이어 입안에 알사탕을 넣은 것처럼 혀끝으로 양 볼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혓바닥을 입 밖으로 내밀어 한 번은 왼쪽, 또 한 번은 오른쪽으로 길게 빼는 것도 방법이다. 이 또한 근육 운동이기에 10∼15회씩 4세트 해 주는 게 효과적이다. 체중 감량도 병행해야 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기도 주변의 지방질도 감소하기 때문에 호흡에 더 도움이 된다. ● 불면증은 수면위생 지키며 해결해야 양압호흡기 치료가 특히 어려운 상황이 있다. 수면 무호흡증과 불면증이 동시에 나타날 때다. 실제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고령자일 경우 약 40%가 수면 무호흡증을 가지고 있다. 양압호흡기는 수면 중 호흡을 도와주는 장비다. 잠을 못 이루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불면증이 있다면 양압호흡기를 착용하고 잠을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잠에 들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미리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먹는 것도 방법이다. 정 교수는 “침실에서 나와 잠이 올 때까지 거실에 머무는 게 좋다. 잠이 올 것 같을 때 양압호흡기를 다시 착용해야 한다. 그래도 잠이 안 오면 다시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걸 반복하는 게 차라리 낫다”라고 말했다. 만약 새벽에 깬 뒤 양압호흡기가 거치적거려 잠을 못 이룬다면, 그날은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자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정 교수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수면위생’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불면증을 없애면서 효과적으로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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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팥-조혈모세포 딸에게… 모정이 살린 생명[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2018년 이서연 씨(가명·33)는 그토록 원하던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파릇파릇 새싹 같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학교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봄이 절정에 이를 무렵이었다. 아이들 체험 학습으로 인근 언덕에 오르던 중 갑자기 현기증이 일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눈앞이 아득했다. 다행히 그 후 암전 현상은 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씨는 체력이 떨어져 일시적으로 그랬거니 하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전에 없던 증세들이 나타나는 게 맘에 걸렸다. 월경 기간에 출혈량이 늘었다. 부딪친 적도 없는데 자꾸 멍이 들었다. 피로감도 훨씬 심해졌다. 이 씨는 동네 내과를 찾았다. 혈액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의사가 백혈병이 의심되니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 이 씨는 A 대형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백혈병은 아니었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란 진단이 떨어졌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 안에서 혈액세포가 덜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할 수 있다. 젊은 연령대에서도 곧잘 발생한다. 서양에 비해 국내 발생률이 2∼3배 높다. 이 병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멍, 월경 과다 등 출혈이 흔하게 나타난다. 피로감, 빈혈 등도 자주 나타나는 증세다. 이 씨에게 나타난 모든 증세와 일치한다. 경증일 때는 일단 관찰만 한다. 중증일 때는 감염과 출혈에 따른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씨는 경증과 중증의 중간 단계였다. 의료진은 일단 관찰하기로 했다. 몇 달이 지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걱정은 오히려 커졌다. 이 씨는 몸과 마음을 달래며 간신히 버텼다. 치료법을 찾던 차에 조혈모세포 이식이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 병원 의료진도 괜찮은 방법이라며 동의했다. 조혈모세포는 유전자가 어느 정도 일치해야 이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주로 가족에게서 기증받는 경우가 많다. 이 씨도 그랬다. 동생이 조혈모세포를 주기로 했다. 이 씨는 교사 생활 첫해를 마무리하고 휴직했다. 이어 2019년 4월 동생의 조혈모세포를 받았다. 이로써 투병 생활을 끝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 만성 신부전으로 악화 이 씨는 한 달 후 퇴원했고, 이후 수시로 외래 검사를 받았다. 다시 한 달이 지난 6월, 의사가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거대세포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로감이나 염증이 나타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증세가 미약하거나 거의 없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면 거대세포 바이러스는 장기에 침투해 심각한 질병을 발생시킨다. 이 씨의 경우 혈액 수치가 떨어지는 등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로 예정됐던 입원 기간은 점점 늘어났다. 재생불량성 빈혈도 중증으로 악화했다. 면역력이 너무 안 좋아 다인 병실 대신 1인실이나 2인실만 써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는 데 있었다. 의사는 동일한 치료를 이어가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불안했고 우울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씨는 별 성과를 얻지 못하고 9월에 스스로 퇴원을 결정했다. 이후 3일마다 병원을 찾아 수혈받았다. 그러던 중 혈액 검사에서 신장(콩팥) 이상이 발견됐다. 이 씨에게 이식된 동생 조혈모세포의 면역세포가 이 씨의 몸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한 것. 이를 이식편대숙주병이라 한다. 어쩔 수 없이 11월, 다시 입원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다. 치료 부작용으로 몸무게가 15kg이 순식간에 불어났다. 12월 퇴원한 뒤 여러 약물을 복용했다. 2020년 새해가 밝았지만, 이 씨의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렀다. 치료란 치료는 다 해 봤지만 ‘크레아티닌 수치’는 더 올라갔다. 크레아티닌은 콩팥을 통해 배출되는 노폐물이다. 이 수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악화한 것. ● 어머니 콩팥-조혈모세포 받아 그해 5월 이 씨는 신장 투석을 시작했다. 매주 4회, 4시간씩 투석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이 씨는 더 지쳐갔다. 이제 희망은 콩팥 이식밖에 없었다. 하지만 A 병원 의료진은 이 씨의 혈액 수치가 너무 낮아 장기 이식이 어렵다고 했다. 이 씨와 가족은 절망하지 않았다. 이 씨의 몸 상태로 콩팥과 조혈모세포를 모두 이식할 수 있는 병원을 물색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성공 사례가 여럿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으로 갔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각 진료과 교수가 모여 치료 방법을 논의했다. 이 ‘다학제’ 진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식할 콩팥이 필요했다. 이 씨의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의료진은 환자와 유전자가 더 가까운 어머니의 콩팥을 이식하기로 했다. 12월, 콩팥 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수술은 박순철 혈관·이식외과 교수가 맡았다. 수술은 약 4시간 만에 끝났다. 박 교수는 “콩팥 이식 수술은 3시간 정도면 끝나는데, 환자의 몸 상태를 의식해 꼼꼼히 마무리하느라 1시간 정도가 더 걸렸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장 이식 때는 복부를 20∼50cm를 L자 형태로 절개한다. 박 교수는 10cm만 절개하는 새로운 방법을 택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이 방법으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100회 수술을 기록한 바 있다. 콩팥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2개월 후 조혈모세포를 다시 이식했다. 이번에도 어머니가 기증했다. 그러니까 콩팥과 조혈모세포를 모두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문 편”이라며 “동일한 인물에서 조혈모세포와 콩팥을 이식받았기에 이식편대숙주병이 발생할 우려도 매우 적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씨는 소량의 면역억제제를 복용했고, 그마저도 2022년 9월 중단했다. ●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 사실 치료 과정에서 힘든 일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한때 호흡곤란과 같은 심부전 증세가 나타났다. 유방에 양성 종양이 생겼다. 월경이 중단되기도 했다. 양쪽 골반 부위 조직 일부가 괴사해 한동안은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체중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스테로이드를 먹을 때 60kg까지 올라갔던 체중은 콩팥 이식 후에는 36kg으로 뚝 떨어졌다.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 사실상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이뤄냈다. 가장 큰 원동력이 뭘까. 이 씨는 부모의 헌신을 꼽았다. 이 씨는 “어머니가 콩팥을 주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사랑은 자식이 감히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내가 조금만 더 건강했더라면 부모님이 그런 일을 안 겪으셔도 됐을 텐데, 너무 죄송스러웠다. 이 은혜를 평생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박 교수에게도 감사의 말을 남겼다. 이 씨는 “늘 위로와 격려로 불안감을 줄여줬다”라고 말했다. 콩팥 이식 수술 전날에도 박 교수는 병동을 찾아 이 씨의 몸 상태를 살피러 왔고,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 씨는 “바로 그 순간 믿음이 확 갔다”라고 말했다. 2023년 3월, 이 씨는 다시 교단에 섰다. 4년 만의 복직이었다. 이 씨는 “다시 일할 수 있고, 아이들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몸 상태는 어떨까. 극심했던 피로는 거의 사라졌다. 월경도 다시 규칙적으로 이뤄졌다. 더 이상 멍도 들지 않는다. 이 씨는 콩팥 이식 수술 이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건강 점검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씨가 웃으며 말했다. “첫 번째 삶을 보내고 두 번째 삶이 시작됐다고 받아들였어요. 하루하루가 소중한 선물이라 생각하면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답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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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경케미칼, 아라미드 핵심원료 TPC 공장 착공

    애경케미칼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구조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성장성이 높은 신규 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애경케미칼은 이를 위해 최근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 아라미드 섬유의 핵심 원료인 ‘테레프탈로일 클로라이드(TPC)’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TPC 공장은 애경케미칼 울산공장의 유휴 부지에 들어선다. 올 연말 완공과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한다. 이 공장에서만 약 1만5000t 규모의 TPC를 생산한다. 애경케미칼은 향후 아라미드 시장 성장과 TPC 수요 증가 추세에 따라 생산 규모를 확장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라미드는 가벼우면서도 철보다 5배 이상 강하다. 열에도 강하다. 섭씨 500도가 돼도 불에 타지 않는 내열성을 갖추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여러 제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자동차 타이어의 마모를 보완하는 소재로 사용되는데,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5G 광케이블 통신 인프라 구축에 활용되면서 아라미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나아가 자동차,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에도 아라미드 섬유의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경량 및 고강도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아라미드 수요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5% 증가했다. 앞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6%의 안정된 성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아라미드 생산 기업들 또한 잇달아 증설을 단행하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 시장이 커짐에 따라 아라미드의 핵심 원료인 TPC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국내 아라미드 섬유사는 주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애경케미칼의 TPC 생산은 수입 대체 효과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수입 TPC의 경우 들여오는 과정에서 굳어 버리기 때문에 이를 녹여서 활용해야 한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하면 액상 상태로 공급할 수 있어 시간과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애경케미칼은 열을 활용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빛을 이용해 TPC를 생산할 방침이다. 열을 활용하면 유해가스인 이산화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빛을 이용하는 ‘광 공법’은 이산화황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염화수소를 포집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게 애경케미칼의 설명이다. 애경케미칼은 이런 점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글로벌 환경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유해가스 발생이 없고, 시간과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생산 구조는 애경케미칼은 물론 국내 아라미드 생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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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암-자가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생존율 높여”

    혈액암 중에서 가장 환자가 많은 질병은 림프종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다발골수종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림프종은 백혈구 일종인 림프구에 생기는 종양을, 다발골수종은 골수에 생기는 종양을 뜻한다.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은 급성백혈병과 달리 1기, 2기 같은 병기(病期)가 존재한다. 급성백혈병으로 악화할 수 있는 골수증식종양이란 질병도 있다. 각각의 질병에 대해 알아본다.● 혈액암 중 림프종 비율 가장 높아림프종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非)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눈다. 박영훈 이대목동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20대에는 호지킨 림프종이 많이 생기다가 50대가 되면 비호지킨 림프종 발생률이 늘어난다. 60대 이후에는 다시 호지킨 림프종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비호지킨 림프종이 95% 정도이며 나머지가 호지킨 림프종이다. 림프종에 걸리면 림프절이 부어오를 때가 많다. 특히 턱 밑이나 쇄골 같은 부위가 두드러지게 붓는다. 사타구니 주변 림프절도 커질 수 있다. 해당 부위에서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눌렀을 때 빡빡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박 교수는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서 체중이 감소했고, 야간에 식은땀이 난다면 림프종을 의심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림프종을 진단하려면 림프절 조직을 전반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따라서 동네 의원이나 작은 병원에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의심 소견이 나왔다면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치료법은 악성도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대체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다만 아주 작은 부위에만 국한된 호지킨 림프종이라면 방사선 치료만 할 수도 있다.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때는 미세한 암세포까지 죽이기 위해 고용량 항암제를 투입한다. 이 경우 피를 만드는 세포들까지 모두 죽어 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리 자신의 조혈모세포(자가조혈모세포)를 추출했다가 항암치료가 끝나면 다시 이식한다. 최근에는 이른바 4세대 치료제로 부르는 카티(CAR-T) 세포치료도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림프종의 경우 암이 사라짐을 뜻하는 ‘완전관해(寬解)’ 비율은 70∼80%에 이른다. 다만 15% 정도는 암이 재발한다. 이를 감안한 림프종 완치율은 50∼60%다. ● 다발골수종, 증가 속도 빨라 다발골수종은 최근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혈액암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자 변이나 인구 고령화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발골수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단계를 거쳤다가 고령이 된 후 다발골수종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다발골수종은 형질세포에서 발생한 암이다. 형질세포는 백혈구 일종으로 항체 생산에 관여한다. 이 형질세포가 암으로 바뀌며 비정상적인 항체가 만들어진다. 비정상적인 항체 덩어리는 뼈를 침범하고 녹이면서 골절을 유발한다. 신장으로 가면 신부전을 일으킨다. 조혈모세포가 줄어드니 빈혈이 생긴다. 골수검사를 비롯해 여러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적잖은 환자들이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잘못 알고 병원에 갔다가 발견한다. 박 교수는 “X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뼈가 녹아 있다면 다발골수종을 의심할 수 있다. 골다공증(뼈엉성증)이 심하지 않은데 압박성 골절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이유 없이 빈혈, 단백뇨, 신장 기능 나쁨, 허리통증이 나타난다면 다발골수종 여부를 검사해 보는 게 좋다. 환자에게는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이때 림프종과 마찬가지로 자가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건강 상태가 지나치게 좋지 않거나 70세 이상 고령이라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렵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만 진행한다. 다발골수종은 완치가 쉽지 않은 병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생존율이 1∼2%에 불과했다. 요즘에는 50% 가깝게 생존율이 높아졌다. 박 교수는 “재발이 잦아서, 완치한 줄 알았는데 다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지속적으로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골수증식종양, 약물로 조절 가능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해 조혈모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증가하는데, 이 병을 골수증식종양이라고 한다.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유전자 변이 및 골수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골수증식종양은 적혈구 증가증, 혈소판 증가증, 일차성 골수섬유증, 만성 골수성 백혈병 등 네 종류로 나눈다.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증세와 치료법 모두 다르다. 이세원 이대목동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병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혈구 증가증이라면 얼굴이 빨개진다. 적혈구 수가 증가함에 따라 혈전증이나 심부전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처방한다. 혈소판 증가증일 때는 멍이 들 때가 많다. 이때도 혈전증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처방하거나 혈소판 수치를 조절하기 위한 약을 투입한다. 일차성 골수섬유증이라면 골수가 섬유화하면서 피를 만드는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빈혈 증세가 나타난다. 수혈을 자주 받아야 하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병을 방치하면 10년 동안 10% 정도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악화한다. 이 교수는 “좋은 약이 많이 나오면서 조절만 잘 하면 일차성 골수섬유증이나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평생 급성으로 악화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생존율은 90%를 웃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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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가족과 의사가 언제든 소통할 수 있도록 핫라인 운영할 것”

    다음달 4일 이대목동병원에 혈액암병원이 문을 연다. 문영철 이대혈액암병원추진단 단장(혈액내과 교수)은 “최근 3년 사이 혈액암 환자가 크게 늘었다. 입원환자만 놓고 보면 3배 증가했다. 악성 혈액질환을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이대혈액암병원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문 단장은 “집중 치료를 통해 혈액암 환자가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진료와 재활 프로세스를 제공하겠다. 5년 이내에 다른 선두 주자들을 따라잡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형 병원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 의료 기관에는 혈액 분야 전문의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방에는 혈액 분야 전문의가 아예 없는 병원도 있다. 이대혈액암병원은 악성 혈액질환 전담 인력이 병원에 상주한다. 혈액 분야 전문의가 매일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알려 준다. 현재 확보한 혈액 분야 전문의는 모두 7명. 문 단장은 “5년 안에 1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대혈액암병원은 △림프종 센터 △백혈병 센터 △다발골수종 센터 등 3개 질환 센터와 △소아혈액종양센터 △이식지원센터 △카티(CAR-T)세포치료센터 △혈액암가족돌봄센터 등 4개 지원 센터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혈액건강연구소를 둬 세포치료제 개발과 신약 개발 및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병원이 가장 역점을 둔 센터가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여는 혈액암가족돌봄센터다. 문 단장은 “의사와 환자 가족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환자 가족 중 상당수가 막상 환자를 위해 무엇을 해 줘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돌봄센터는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질병에 대해 알려 주고, 가정에서 환자가 재활할 때 도울 방법 등을 교육한다.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도 가르쳐 준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가족의 불안감을 없앤다. 또 가족이 단순히 환자를 간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와 재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의 경우 공공 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한다. 박 단장은 “환자 가족이 수시로 주치의와 소통할 수 있고, 야간에도 간호사가 아닌 당직 의사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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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빈혈에 잇몸 출혈 안 멈춘다면 의심을”

    《2022년 한 해 국내에서 혈액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2만3000여 명이다. 전체 신규 암 환자의 8% 정도다. 매년 혈액암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혈액암은 치료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치료 자체도 어렵다.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장기에 걸리는 고형암(固形癌·암세포가 자라면서 덩어리를 이루는 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이 가능하지만 혈액암은 그럴 수도 없다. 다만 갈수록 치료법이 개선되고 신약이 속속 나오면서 완치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병에 대해 많이 알수록 치료 효과도 그만큼 커진다. 동아일보는 이대목동병원과 공동으로 혈액암을 집중 분석하는 2회 시리즈를 진행한다.》40대 중반 남성 민철구 씨(가명)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랐다. 피로감도 극심했다. 온 몸이 쇠약해진 느낌이었다.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했더니 백혈구가 늘어나 있었다. 반면 적혈구와 혈소판은 감소했다. 당시 치료를 담당한 이석 이대목동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백혈병을 의심했다. 골수검사 외에도 추가로 정밀검사를 시행했다. 예상대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었다.이 교수는 1차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했다. 썩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약물을 바꿔 2차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했지만 이번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이 교수는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다. 극적으로 암세포가 사라졌다. 이 교수는 혹시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를 이식했다. 이 모든 치료에 6개월이 소요됐다. 이후 민 씨는 암에서 해방됐다. 그로부터 3년 6개월이 흘렀다. 민 씨는 면역억제제를 비롯해 모든 약을 다 끊고 회사에도 복직했다.● 급성백혈병이란 뼈 안에는 골수라는 부드러운 조직이 있다. 이 골수에는 조혈모세포가 다량 들어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란 뜻이다. 이 조혈모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이 제대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정상 혈액세포가 덜 만들어지고, 대신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증식한다. 이것이 바로 백혈병이다. 백혈병은 악화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눈다. 급성의 경우 순식간에 악화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할 수 있다. 만성백혈병은 대체로 잘 관리하면 사망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암이 발생한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보통은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구분한다.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사용하는 항암제가 다를 뿐, 증세나 치료법은 대체로 같다. 급성백혈병은 주로 성인에서 발생하지만 소아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성인의 경우 대부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지만, 소아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더 많다. 전체적으로는 급성 골수성 환자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보다 조금 많은 편이다.● 증세를 잘 살펴야 만약 급성백혈병이 발병했는데도 3개월 이내에 발견해 치료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 기간에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도 가능하다. 문제는 급성백혈병 발생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병의 예방법이나 확실한 조기 진단법도 없는 상태다. 다만 건강검진이나 혈액검사를 통해 급성백혈병을 일찍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석 교수는 “빈혈, 감염, 발열 같은 증세가 나타나서 대수롭지 않게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충격에 휩싸이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급성백혈병에 걸리면 몸에 증세가 나타난다. 몸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일단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많아지면서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열이 나거나 기침 같은 증세가 오래 지속된다. 이런 증세가 1주일 이상 나타나고, 뼈와 관절 통증이 동반된다면 백혈병을 의심해야 한다. 빈혈 증세도 나타난다. 적혈구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피곤하고 전신 쇠약감이 느껴지거나, 어지럼증이 있다면 혈액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코피가 안 멈출 수도 있다. 혈소판이 부족해 피가 멈추지 않으며 며칠 동안 피가 나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양치질 도중 잇몸에서 난 피가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어딘가 부딪친 적도 없는데 신체 이곳저곳에 멍이 나타나는 것도 혈소판 부족 때문이다.이규형 혈액내과 교수는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혈액암을 의심해 보는 게 옳다.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골수성일 경우 빈혈 증세가 더 많이 나타나고, 림프구성의 경우 림프절(샘)이 부어오르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세가 급속하게 진행되면 폐렴이나 패혈증, 뇌출혈로 이어질 수도 있다. ● 치료는 어떻게 병의 정확한 진단은 혈액 및 골수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냐를 결정하기 위한 정밀검사를 추가로 진행한다. 보통은 2, 3일 후 검사 결과가 나온다. 두 질병 모두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한다. 항암제 여러 개를 혼합해 투입하는 방식이다. 보통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1주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2주일 동안 입원해서 매일 집중적으로 항암제를 투입한다. 항암제는 백혈병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죽인다. 따라서 1∼2주의 휴식 기간을 거친다. 휴식 기간이 끝나면 다시 항암치료를 한다. 그때마다 항암화학요법의 치료 효과를 평가해 약물을 조정한다. 이어 2차 치료에 돌입한다. 이런 식으로 보통 6∼8차에 걸쳐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한다. 이석 교수는 “급성백혈병 환자 30% 정도는 항암화학요법만으로 사실상 완치에 이를 정도로 상태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중간에 재발하거나 전혀 약물 효과가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표적치료제를 투입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필요하다면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표적항암제를 쓰면 90% 이상이 완치하는 유전자 유형도 일부 밝혀진 바 있다. 앞으로 완치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항암요법을 끝낸 후에도 재발할 위험이 큰 환자에게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도 한다. 이 경우 병에 걸린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사전에 없앤 후 새로 공여받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한다.● 생존율 점점 높아져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려면 공여자와 환자의 백혈구 항원(HLA)이 100% 일치해야 했다. HLA는 쌍으로 돼 있다.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씩 받는다. 따라서 HLA가 100% 일치할 수 있는 사람은 형제가 유일하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서 HLA가 같은 경우를 찾을 수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50%만 일치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모가 자식에게 조혈모세포를 주는 것도, 반대로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규형 교수는 2011년 HLA가 50%만 일치해도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방법(반·半 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조혈모세포 이식이 활발해졌다. 이 교수는 “요즘 조혈모세포 이식 전체 건수의 절반 정도는 반 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이다”라고 말했다. 보통 헌혈하는 것처럼 조혈모세포를 추출한다. 4∼5시간 걸리며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조혈모세포는 정상 수치로 돌아간다. 이 교수는 10년 전 이식 사례를 들려줬다. 당시 10대 후반 강인철 군(가명)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했는데 약이 잘 듣지 않았다. 강 군은 어머니에게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치료가 잘 되나 싶었는데, 얼마 후 백혈병이 재발했다. 강 군은 아버지에게서 다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이후 백혈병이 사라졌다. 현재 20대 후반이 된 그는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다. 최근 카티(CAT-T) 세포치료가 도입되면서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 면역세포를 환자 몸에서 뽑은 후 체외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면역세포 기능을 극대화한 뒤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치료법은 타깃으로 하는 항원이 림프구성 백혈병에만 있어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석 교수는 “좋은 치료법과 약물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와 결합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 암의 생존율은 과거에는 30%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50∼70%까지 늘어났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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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도암 안 걸리려면 술 담배부터 끊으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70대 남성 이철근 씨(가명)는 죽만 겨우 삼킬 정도로 음식을 먹는 게 고통스러웠다. 목소리도 쉬어버렸다. 20일 사이에 체중 5㎏이 빠졌다. 동네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식도암 판정이 떨어졌다. 이 씨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받았다. 림프절에 전이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항암-방사선치료를 먼저 한 뒤 수술에 돌입했다. 수술은 잘 됐고, 회복도 잘 됐다. 이 씨는 현재 면역항암제를 쓰고 있다. 이 씨는 그동안 매주 4회 이상 술을 마셨고, 30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 60대 남성 박연철 씨(가명)도 음주와 흡연을 오랫동안 해 왔다. 다만 이 씨와 달리 건강검진을 자주 받았다.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색깔이 변해 있는 것이 관찰됐다. 정밀 검사한 결과 식도의 점막에 암세포가 있었다. 박 씨는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내시경 절제술로 식도는 완전하게 살리고 암만 제거할 수 있었다. 식도는 구강에서 위까지 연결되어 있는 음식물 통로다. 이 식도에 생긴 암을 통틀어 식도암이라고 한다. 박성용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에게 식도암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90% 이상 편평상피세포암 식도암은 국내에서 발병률이 낮은 암으로 꼽힌다. 2021년을 기준으로, 식도암 발생률은 18위였다. 매년 3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환자 수는 적지만 식도암은 치명적인 암이다. 2021년 식도암 사망률은 10위를 기록했다.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아직도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후유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우려도 있다. 박 교수는 “식도암 판정을 받은 후 ‘어려운 암’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치료를 꺼리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병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식도는 안쪽(내강)으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 점막의 상피세포에 생긴 식도암을 편평상피세포암이라고 한다. 식도의 분비샘 조직에 암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것은 선암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식도의 중부 위쪽으로는 편평상피세포암이, 위장과 연결된 하부 식도에서는 선암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는 편평상피세포암의 발병률이 높다. 국내의 경우 전체 식도암 환자의 90% 이상이 편평상피세포암이며 선암은 3%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전체의 90% 이상이 선암이다. 식도암은 6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 성별로 보면 약 10대 1 정도로 남성 발생률이 높다. 박 교수는 “두 종류의 식도암이 있지만 조직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암이나 마찬가지다. 발생 원인도 다르다”라고 말했다. ● 식도암을 유발하는 원인식도암은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편평상피세포암의 경우 흡연과 음주가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흡연자가 편평상피세포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보다 3.7배 높다. 음주를 하는 사람의 발생 확률은 금주자보다 3.3배 높다”라고 말했다. 술과 담배를 같이 할 경우 발병 확률은 더 높아진다. 특히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식도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박 교수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면 아예 술을 끊는 게 좋다”라고 덧붙였다. 뜨거운 음식이나 차도 편평상피세포암 발병률을 높인다. 박 교수는 “동물실험에서는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식이 발암물질로 입증됐다”라며 “다른 연구에서도 뜨거운 음식이나 차를 장기간에 걸쳐 마시면 식도암 발생률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뜨거운 물질이 식도 점막을 자극하면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겨 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선암은 이와 다른 원리로 발병한다. 이 암은 비만과 관계가 깊다. 그 때문에 서양에서 발생률이 높다. 비만할 경우 위-식도 역류가 자주 발생한다. 그 결과 식도 점막의 상피세포가 위 점막 세포로 변화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암 전 단계로 규정한다. 이렇게 변한 식도에서 선암이 발생한다. 위-식도 역류가 식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국내의 경우 위-식도 역류가 편평상피세포암의 원인일 가능성은 작다. 박 교수는 “위-식도 역류로 인한 선암은 주로 위장과 가까운 식도에서 발생한다. 만약 위산이 목구멍 부위까지 역류하면 가슴 위쪽이 답답할 수는 있지만 식도암으로 인한 증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목에서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칼칼한 기분이 든다고 해도 이 또한 식도암과는 무관하다. 맵고 짠 음식도 당장 식도암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박 교수는 “그 모든 원인을 다 합쳐도 술과 담배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술 담배만 피해도 식도암에 안 걸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60대 이후에 환자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나쁜 생활 습관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면서 식도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치료 어떻게 하나 암이 얼마나 진행됐는가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진다. 식도 점막에 국한됐다면 1기로 본다. 내시경을 이용해 암세포만 긁어낸다. 식도는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점막에서 더 안쪽으로 암세포가 들어갔다면 식도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주변 림프절로 전이가 됐다면 항암-방사선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한다. 만약 원격 장기로 전이됐다면 4기로 보며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식도 점막에 암이 국한된 1기를 빼면 식도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 박 교수는 “식도암의 경우 부분 절제를 하지 않고 전체 절제를 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식도의 윗부분 3∼4cm만 남기고 식도를 제거한 후 위장과 연결한다. 식도암의 수술 후 사망률은 4.7%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환자의 50∼60%는 합병증을 경험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여는 수술이 대부분이었으니 최근에는 흉강경이나 로봇 수술과 같은 미세 침습 수술이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사망률도 줄어들고 있고 치명적인 합병증도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식도 절제 후유증을 잘 견뎌내야 한다. 식도와 연결한 위장은 더 이상 음식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적은 양의 음식을 하루 7, 8끼씩 먹어야 한다. 역류도 자주 일어나서 완전히 눕지는 못하고 비스듬히 기대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후유증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그래도 적응해 나가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식도암 예방하려면 박 교수는 “식도는 신경 조직이 없고 잘 늘어나기 때문에 작은 암이 생기더라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장기는 장막이라는 막이 있어 암의 침투를 막는다. 하지만 식도에는 장막도 없다. 암의 침투가 더 쉽다는 얘기다. 게다가 식도의 점막하층에는 림프관과 혈관이 많아 이것들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도 쉽다. 식도암에 걸리면 90% 이상에서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증세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고기와 같은 덩어리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 암 덩어리가 더 커지면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도 넘기기 어렵다. 심지어 물을 마시는 것도 쉽지 않아진다. 음식물을 삼킬 때 통증이 생기거나 쉰목소리도 나타난다. 식사량이 줄기 때문에 체중도 줄어든다. 박 교수는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이미 암이 전이된 3기 이후일 확률이 높다”라며 조기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식도암 환자의 70∼80%는 위내시경 검사 도중에 조기 발견한다. 55세 이후로는 매년 1회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술과 담배는 식도암 중 편평상피세포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박 교수는 “다른 요인도 있지만, 이 두 가지가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금주와 금연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뜨거운 물질도 식도암을 유발할 수 있어 식혀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반면 채소와 과일은 넉넉히 먹는 게 좋다.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으면 편평상피세포암 발생률을 11%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선암의 경우 비만과 위-식도 역류가 원인이 된다. 따라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위산 억제제를 먹는 등 적절하게 위-식도 역류를 치료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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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연습 중 터진 뇌혈관… 방치한 고혈압이 사람 잡을 뻔”[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뇌졸중(뇌중풍)은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눈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뇌졸중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20%가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다. 뇌출혈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뇌혈관이 터지는 뇌동맥류, 동정맥 기형으로 인한 출혈, 뇌종양으로 인한 출혈을 비롯해 원인이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환자 비중이 높다. 전체 뇌출혈 환자의 3분의 2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가장 전형적인 뇌출혈인 셈이다. 김재훈 씨(60)가 그랬다. 14년 전, 40대 중반에 고혈압성 뇌출혈으로 쓰러졌다. 그의 수술은 고교 동창인 이형중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현 한양대병원장)가 맡았다. 두 사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상해 보인다”… 갑자기 쓰러져 당시 김 씨는 학원을 운영했다. 2011년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새해 계획을 세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창밖으로 동이 터왔다. 의도치 않게 밤을 새우고 말았다. 의욕은 충만했다. 그날 유달리 추웠지만 야외 운동을 강행했다. 김 씨는 평소 매일 야외 골프연습장에서 공을 쳤다. 보통 20분 정도 공을 쳤는데 그날은 40분 동안 운동했다. 날씨가 추웠지만 연습장 벽에 부착된 히터 덕분에 머리 부분은 따뜻했다. 한창 공을 치는데, 어딘가 비정상적인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공을 치던 사람이 김 씨에게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를 부축해 눕혔다. 곧바로 119에 전화했다. 김 씨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는 동안 김 씨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의식이 혼미해졌다. 왼쪽 팔과 다리에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혀를 제대로 놀릴 수가 없어 말하는 것도 어려웠다. 응급차가 도착했다. 김 씨는 A병원으로 실려 갔다. A병원 의료진은 뇌출혈로 진단했다. 다만 수술을 바로 할 것인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응급실 병상에 누운 채로 몇 시간을 기다렸다. 구토 증세가 나타났다.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김 씨의 아내가 김 씨의 고교 동창생과 연락이 닿았다. 그 동창생은 “우리 동창 중에 유능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한양대병원에 있으니 그리로 옮기자”고 말했다. 그 ‘유능한 전문의’가 바로 이 교수였다. 연락을 받은 이 교수는 A병원 의료진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김 씨의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보고 난 후 이 교수는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A병원에 환자 이송을 부탁했다. 김 씨는 자정 무렵 한양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발병 10시간 지난 후 수술 이 교수가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뇌 중앙부 오른쪽 부위에서 발생한 출혈을 확인했다. 운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 미세혈관이 터지는 바람에 왼쪽 마비와 발음 장애 등이 나타난 것이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발병한 지 10시간 정도 지난 후였다. 그사이 뇌출혈이 더 심각해지지는 않았을까. 다행히 출혈 부위가 뇌 심부(深部)로 국한돼 있었고, 바깥쪽에는 출혈이 없었다. 만약 출혈 범위가 크다면 진작 머리를 여는 수술을 시행했어야 했다. 이 교수는 머리에 구멍을 뚫고 관을 집어넣어 출혈 후 응고된 혈액을 녹이는 약물을 투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혈압성 뇌출혈의 경우 첫 출혈이 생기고 6∼8시간 후 출혈이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혈압부터 조절해야 한다. 뇌압을 유지하면서 이뇨제를 투입한 뒤 상태를 지켜본다. 이후 대량 출혈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 이런 수술을 하게 된다. 이 교수는 “A병원을 거쳐 오는 동안 추가 출혈이 없었기에 곧바로 수술에 돌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혈압성 뇌출혈의 경우 뇌 심부 미세한 혈관은 터지는 동시에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혈관을 봉합할 필요는 없지만 피떡처럼 굳어버린 혈액을 빼내야 한다. 그걸 그대로 두면 뇌 다른 부위를 누르거나 자극해 추가로 뇌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고, 더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 피떡을 녹이는 약물을 투입하는 수술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처음엔 가장 깊은 곳으로 관을 넣어 약물을 투입한 뒤 상태를 보면서 조금씩 위치를 바꿔 다시 약물을 투입했다. 하루에 두 번씩 총 4회에 걸쳐 이런 수술을 반복했다. 이 교수는 “최단 기간에 고인 피떡을 녹여서 빼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고혈압부터 잡아야” 김 씨는 자신이 뇌출혈 환자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운동 애호가였다. 조기 축구회, 조기 족구회에 가입해 꾸준히 활동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축구대회에서 김 씨가 속한 축구팀이 우승하기도 했다. 김 씨는 야구 동호회에도 가입해 활동했다. 김 씨는 “이렇게 운동을 많이 하니까 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그전 수십 년 동안 병원에 가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게 자만이었음을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 학원을 운영하면 하루 업무가 밤에 끝난다. 그 대신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오전에는 시간이 많다. 다음 날 오전 늦게까지 잘 수 있어 밤에 술잔을 기울일 때가 많았다. 김 씨는 또 고교 동창회 총무를 맡고 있었다. 사람을 만날 기회도 많았고 그때마다 술을 마셨다. 이러다 보니 일주일에 3일 정도는 2병 혹은 3병씩 술을 마셨다. 흡연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술 때문에 뇌출혈이 발생한 것일까. 이전의 병원 검사 기록이 없어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다만 이 교수는 “이미 고혈압이 발생했는데, 그걸 본인이 전혀 모르고 있다가 뇌혈관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바로 전날 밤을 새우고 강추위 속에 야외 운동을 한 게 뇌출혈 원인은 아니었을까. 이 교수는 “혈압이 정상이었다면 그런 일시적인 상황만으로 뇌혈관이 터지는 법은 드물다. 게다가 김 씨의 경우 고혈압성 뇌출혈이 자주 일어나는 부위였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김 씨가 정상 혈압이었다면 뇌출혈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다.● 평생 재활훈련 중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보통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 정도. 이 때문에 병원 세 곳을 옮겨 다니며 9개월 동안 재활치료를 받았다. 처음 3개월 동안은 걸을 수조차 없었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재활치료에 임한 덕분에 첫 병원을 나설 때 부축을 받으면서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시 3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렇게 6개월 동안 재활치료를 받은 결과 벽을 잡고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됐다. 재활치료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아직도 왼쪽 다리는 불편하다. 왼손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재활치료는 2년 내외까지 받는다. 그 후로는 스스로 재활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매일 2시간씩 걷는다. 많이 걸을 때는 4시간을 채운 적도 있다. 혹시 넘어지는 것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을 골라 걷는다. 묵직한 팔을 들어 올리는 운동도 30분∼1시간씩 한다. 혈압을 낮추기 위해 약 복용도 잊지 않는다. 김 씨는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하다”고 했다. 말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 교수는 3∼6개월 단위로 김 씨 상태를 점검했다. 술을 여전히 많이 마시는지, 혈압 조절은 잘하는지를 살폈다. 이 교수는 동창회에 가서까지 김 씨가 술 마시는 것을 말렸다. 지난해 9월 CT 검사 결과 이 교수는 재발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관리해야 해. 혈압, 혈당, 고지혈 세 가지를 꼭 살펴야 해. 성질 급한 것도 좀 죽이고”라고 말했다. 성격이 급하면 어떤 일에 맞닥뜨렸을 때 혈압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것. 이에 김 씨는 “생명의 은인이 내린 처방인데 잘 들어야지”라며 웃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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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시는 창업하기 좋은 도시”

    창조경제혁신센터(창경센터)는 지역 사회의 기술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창경센터는 2015년 공식 출범한 뒤 올해 만으로 10년째를 맞고 있다. 오득창 센터장(사진)에게 세종창경센터의 성과와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세종창경센터의 특징에 대해 말한다면. “슬로건을 ‘창업하기 좋은 도시, 세종’으로 정했다. 창업에 있어 중요한 조건이 거주와 이동이다. 세종시는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해 어디든 2∼3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중앙 부처나 기관이 모여 있는 것도 창업에 이점이 되는 요소다.” ―세종창경센터의 소상공인 창업 지원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신사업창업사관학교-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강한 소상공인 지원 사업(라이콘·LICORN)의 3단계로 운영된다. 라이콘은 ‘Lifestyle & Local Innovation uniCORN’의 약자로, 일상과 라이프스타일 및 로컬 분야 혁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라이콘타운’도 대전시와 함께 조성해서 대전과 세종 지역 내 창의적인 예비 소상공인의 운영과 성장을 돕고 있다. 세종창경센터는 일상과 관련한 소상공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 50개 팀을 선발해, 팀당 1억 원의 지원금을 전달했다.” ―2024년 사업 성과를 설명해 달라. “작년에는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서 큰 성과를 냈다. 예를 들면 ‘스위트바이오’라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은 3평(약 9.9㎡) 남짓한 소매장으로 출발해 3000평(약 9900㎡) 규모의 공장을 거느리며 연 매출 260억 원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종창경센터가 이 회사를 지원해 일본 도쿄 번화가인 오모테산도에 플래그십 매장까지 열었다. 디저트 식품에 까다로운 일본인의 입맛을 공략해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다. 일회용 종이컵을 자동 세척, 건조, 보관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 ‘나와’도 일본 내 은행이나 기업 등과 도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세종 스타트업이 작년 두각을 나타냈다.” ―대학교와의 청년 창업 교류 현황은 어떤가. “세종시 소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로컬 콘텐츠타운을 운영 중이다. 매년 4팀을 선발해 지역 크리에이터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세종 유니온(UNION)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진행하고 있다. 창업아이디어를 가진 대학생들이 세종시의 지역 문제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보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도 ‘창업하기 좋은 도시, 세종’의 기본 목표는 분명하다. 예비 창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 우수한 스타트업이 중견 및 대기업과 협력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에도 좀 더 공격적인 지원을 제공하려 한다. 특히 올해 ‘팁스 투자 기업’으로 세종 스타트업이 많이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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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 건강 지키려면 과식 피하고 운동하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심혈관질환 환자와 고위험군은 특히 겨울에 조심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한다. 혈관이 좁아지다가 완전히 막혀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할 수 있다. 혹은 동맥경화가 있는 혈관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협심증(변이형 협심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 굳은 혈관이 터지면 역시 급성 심근경색이 돼 버린다. 심근경색은 초응급 상태다.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유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6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근경색은 여름보다 겨울에 발생 확률이 높다. 심근경색은 겨울철 돌연사의 가장 큰 주범에 속한다. 심근경색 위험을 낮추면 돌연사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유 교수는 “평소 심혈관 건강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정기적으로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심근경색과 돌연사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정보를 알아둘 필요도 있다.● 협심증부터 알아두자 심장혈관이 이런저런 이유로 좁아지면 심장에 혈액이 덜 전해진다. 심장은 3개의 심장혈관으로 연결돼 있는데, 이를 관상(冠狀)동맥이라고 한다. 동맥경화증이나 혈전(血栓·피떡)으로 관상동맥의 70% 정도가 막히거나, 혈관 수축 등으로 협착되면 혈액 공급이 줄어든다. 심장으로 가는 산소와 영양도 부족해진다. 심장이 이른바 허혈(虛血·혈액 부족) 상태에 빠진다. 이것이 협심증이다. 협심증은 보통 3종류로 구분한다. 첫째가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혈관이 협착해 생기는 협심증이다. 만성 협심증, 혹은 안정형 협심증이라고 한다. 둘째, 죽상(粥狀)경화증으로 인해 생긴 혈전이 혈관을 막아 생기는 것을 불안정형 협심증이라고 한다. 셋째, 죽상경화증이 없는데도 혈관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수축하는 바람에 혈류 장애가 생기는 협심증으로, 변이형 협심증이라고 한다. 동맥경화와 죽상경화는 비슷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두 증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동맥경화는 말 그대로 동맥이 단단히 굳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노화와 고혈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섬유화가 진행돼 혈관 탄력도가 떨어져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혈관 건강에 더 치명적인 건 죽상경화다. 죽상경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이다. 동맥의 가장 안쪽 벽에 지방과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쌓여 혈전이 된다. 혈전에 혈소판, 적혈구까지 달라붙으면 덩어리는 점점 커진다. 이 커진 덩어리가 혈관을 막으면 혈류 장애가 생긴다. 이런 현상이 뇌동맥에서 일어나면 뇌경색, 관상동맥에서 일어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된다.● 다양한 징후를 잘 살펴야 60세 남성 이진성(가명) 씨는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가슴에서 쿵쿵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한숨을 자주 내쉬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증세가 1∼2분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러다 증세가 지속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나중에는 10분 이상 통증이 이어졌다. 유 교수는 이 씨가 협심증 단계를 지나쳐 심근경색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씨가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는 데다 상당한 흡연가였기 때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비만은 심혈관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인자(因子)다. 유 교수는 “위험인자를 가진 고위험군의 경우 흉통뿐 아니라 흉부 불편감이 그 전조 증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며칠 동안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불편한 느낌이 가슴과 그 주변에 나타난다면 협심증 여부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심증 단계에서는 흉통이 나타나더라도 강도와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묵직한 통증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바늘로 콕콕 찌르는 통증을 느낀다. 반면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이도 있다. 통증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그 대신 무거운 돌덩어리를 가슴에 얹은 것처럼 답답할 수 있다. 이 씨가 그런 사례에 속했다. 때에 따라서는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도 있고 호흡 곤란을 호소할 수도 있다. 방사통(放射痛)이 생겨서 왼쪽 턱과 귀에 통증이 느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증세가 협심증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유 교수는 20대 초반 여성 박지수(가명) 씨 예를 들었다. 박 씨는 심한 흉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박 씨 심장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박 씨는 고혈압도, 당뇨도 없었고 흡연자도 아니었다. 협심증 위험인자가 없는 것. 유 교수는 “박 씨는 직전에 연인과 헤어졌다고 했는데, 그 상실감에다 위장관 문제 등이 겹쳐 흉통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흉통이나 흉부 불편감이 협심증으로 인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 교수는 “심전도검사나 운동부하검사를 받으면 협심증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0대 이후에는 1, 2년마다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협심증이 진단되면 증세에 따라 치료법은 다르다. 혈관확장제와 항혈전제를 쓰는 게 보통인데 막힌 정도가 심하다면 스텐트 시술을 한다.● 남녀 증세 약간씩 달라 대체로 여자보다는 남자가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다. 남자들이 음주와 흡연에 더 많이 노출돼 있고 고혈압 유병률(有病率)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도 심혈관질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일수록 그렇다. 유 교수는 “여자는 나이가 들어 혈관질환이 생기면 호르몬 영향으로 동맥경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 혈관 크기도 남자보다 작아 혈전도 더 쉽게 생기는 체질이 된다”고 말했다. 협심증일 때 나타나는 증세도 남녀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남자는 보통 운동을 하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나타났다가 쉬었을 때 사라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심장이 빨리 혈액을 공급해야 하는데 혈관이 좁아져 있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휴식을 취하면 다시 혈액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통증이 사라지는 것. 반면 중년 이후 여자에게는 이 같은 흉통보다는 흉부 불편감이 더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돌덩이를 가슴에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함을 느낀다. 이른바 화병이라 부르는 증세도 많이 나타난다. 유 교수는 “중년 여성은 비전형적인 경우가 많다. 화병이라고 넘길 게 아니라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증세를 아예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당뇨병성 신경증으로 인해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흉통이나 흉부 불편감이 분명히 있는데도 본인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정기적인 검사 외에는 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고위험군의 경우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좁아진 혈관이 막히거나 터진다면 곧바로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20분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속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심혈관질환 예방하려면 고위험군은 겨울철 야외 활동을 삼가는 게 좋다. 추운 날씨에 외출할 일이 생기면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유 교수는 “목 윗부분이 열이 많이 발산되는 부위다. 머리와 얼굴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자와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평소에는 위험인자를 없애는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유 교수는 “위험인자를 방치하면 심장 건강을 지킬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위해 식습관 개선을 권했다. 일단 과식을 피해야 한다. 남은 열량이 내장이나 혈관 벽에 쌓이면서 심혈관질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약간 허기진 느낌이 들 정도로,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야식도 삼갈 것을 주문했다. 음식이 너무 맵거나 짜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혈압을 높이며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다. 음식도 싱거운 느낌이 들 정도로 먹는 게 좋다. 유 교수는 운동을 생활화하라고 주문했다. 식사한 후 바로 드러눕지 말고 단 몇 보라도 움직이는 습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강도를 높이지 말고 자신에게 맞게 시작해야 한다. 너무 춥거나 더울 때 운동은 피한다. 땀을 흘리면 반드시 물을 마셔줘야 혈액 점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유 교수는 “금연과 절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들만 잘 지켜도 심혈관질환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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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한 통증 없는데 발은 퉁퉁, 손가락 울퉁불퉁… “통풍입니다”[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병이 통풍이다. 대체로 나이가 많을수록, 남자일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극심한 통증이 대표적 증세다. 하지만 모든 통풍이 그렇지는 않다. 통증이 의외로 미약할 수도 있다. 그 대신 붓거나 결절이 생기는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관절염으로 오인해 방치할 우려가 있다. 치료를 미루는 동안 염증이 퍼져 뼈와 관절이 손상된다. 이른바 ‘비(非)전형적 통풍’이다. 특히 폐경기 이후 여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미애 씨(66)가 그랬다.● 1년 4개월 동안 통풍인지 몰라 1년 전 5월 어버이날 바로 다음 날이었다.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친 올케가 이 씨의 왼발을 내려다보더니 물혹 같은 게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이 씨가 보니 정말로 달걀만 한 혹이 복숭아뼈 주변에 튀어나와 있었다. 이 씨는 집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 의원에 갔다. 의사는 발목 혹보다는 허리 쪽이 더 큰 문제라며 도수치료를 받자고 했다. 몇 번 도수치료를 받았지만, 혹 치료는 따로 하지 않았다. 이 씨는 화가 나서 치료를 중단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때 이 혹은 통풍으로 인한 증세였다. 다만 심각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통풍을 의심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게 1년 정도가 흘렀다. 왼쪽 손가락에서 쌀알 모양의 것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결절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관절염 정도로만 생각했다. 올 4월 무렵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났다. 찬물로 설거지하면 손가락이 시려 왔다. 관절 부위가 점점 부어올랐다. 나중에는 손가락을 굽히지 못할 정도로 악화했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손수건으로 항상 왼손을 가렸다. 발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간헐적으로 통증이 찾아왔다. 발 전체가 부어올랐다. 발바닥 안쪽 아치 부위가 편평해져 신발 바닥에 닿을 정도였다. 원래 신던 신발보다 두 치수 큰 신발을 신어야 했다. 이 씨는 “마치 코끼리 발 같았다”고 했다. 그래도 통증은 극심하지 않아 통풍보다는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현상)을 의심했다. 9월에 진료 잘한다는 정형외과 의원을 소개받아 갔다. 의사는 발과 손가락 모두 통풍으로 진단했다. 그제야 이 씨는 지난 2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증상이 통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10월, 이 씨는 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찾았다. 이 교수는 혈중 요산 수치와 신장 및 간 기능 등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 요산 수치는 dL당 9.2mg이었다. 정상 기준치는 dL당 6mg 미만이다. 통풍이 상당히 진행된 것. X레이 검사에서는 뼈 일부가 손상된 것이 확인됐다. 간 기능도 다소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신장 기능은 정상이었다.● 폐경 여성에게 찾아오는 비전형적 통풍 ‘퓨린’(푸린·purine·질소화합물의 일종)이란 물질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대사 후에 요산이 남는다. 콩팥은 요산을 처리해 소변으로 내보낸다. 콩팥 기능이 약해지는 등의 이유로 요산이 체내에 머물 수 있다. 요산 농도는 짙어지고 관절이나 그 주변 공간에 요산 결정이 쌓인다. 이렇게 되면 관절 등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관절이 손상돼 변형되는 경우도 잦다. 이것이 통풍이 발생하는 원리다. 즉,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은 고(高)요산혈증이 생기고 이후 통풍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씨도 그랬다. 고요산혈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대체로 기름진 식습관, 대사증후군, 비만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자들은 폐경 이후에 통풍이 종종 발생한다. 이 교수는 “폐경 이전에는 여성호르몬이 요산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서 통풍이 덜 발생하다가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폐경 이후 통풍 환자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때 여성 통풍은 일반적인 남성 통풍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대체로 통풍은 엄지발가락이나 발목에 처음 발생한다. 통증은 극심하며 짧은 시간에 나타났다가 며칠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에도 통풍이 나타난다. 물론 극심한 통증을 수반한다. 이 씨는 그렇지 않았다. 발이 붓거나 손가락 결절이 생겼지만 극심한 통증까지는 없었다. 이 때문에 통풍을 알아채지 못했고, 그동안 염증이 지속되면서 뼈 일부가 손상된 것이다. 이 교수는 “발에서 시작해 손가락으로 번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씨는 왜 통풍에 걸린 걸까. 이 교수는 “보통은 신장에서 요산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통풍이 발생하는데, 이 씨는 신장에 문제가 없었다”며 “기질적인 이유로 요산 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한때 체중이 많이 나갔고 2006년에는 뇌출혈 투병까지 했었다. 이 교수는 “이런 병력(病歷)이 어느 정도 관련은 있을 수 있다”며 “통풍 환자를 보면 혈압, 당뇨 같은 대사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둘째, 술이 어느 정도 통풍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씨는 거의 매일 저녁 남편과 술자리를 가졌다. 다만 맥주는 별로 마시지 않아 통풍 걱정은 하지 않았다. 맥주는 퓨린 성분이 있어 혈중 요산 수치를 높인다. 이 교수는 “다른 술도 퓨린 성분은 들어 있지 않지만 요산 배출을 억제하기 때문에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술은 종류를 불문하고 통풍에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 치료 2개월 만에 확 좋아져통풍은 중증도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대체로 염증을 낮추는 약물을 사용하면서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물을 병행한다. 통증이 못 참을 정도로 심하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 씨는 염증이 심했고 뼈에 이어 관절 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통증 지수가 낮아 수술까지 검토하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요산 수치를 낮추는 치료법을 택했다. 염증 억제제와 요산 저하제를 투입하면서 혈중 요산 수치 변화를 관찰했다. 이 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약을 먹었다. 식습관도 개선했다. 통풍의 경우 약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 퓨린 함량이 적은 음식 위주로 식단을 바꿔야 한다. 이 씨는 일단 술부터 완전히 끊었다. 식단도 채소 위주로 바꿨다. 채소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두부를 들기름에 구워 먹거나 칠리 소스, 땅콩 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좋아하던 고기를 줄이고, 심지어 고깃국 국물도 먹지 않았다. 한때 햄버거와 피자도 무척 좋아했지만 일절 손대지 않았다.치료를 시작하고 2개월 만에 몸 상태가 달라졌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발의 부기가 눈에 띄게 빠졌다. 발바닥 아치가 다시 생겨났다. 전혀 굽히지 못하던 손가락도 다시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게 됐다. 돌처럼 단단했던 관절 부위도 물렁물렁해졌다. 혈중 요산 수치도 넉넉하게 정상 범위인 dL당 4.4mg으로 떨어졌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치료 경과가 좋지만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1, 2년 정도 걸린다”며 “통풍은 완치 개념 없이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약을 끊으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예방하자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통풍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교수는 “고요산혈증 환자의 15% 정도만 통풍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따라서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당장 통풍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통풍 예방법은 통풍 치료법과 동일하다. 이 씨가 그랬듯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최선이다. 우선 적절한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은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다. 식사 습관도 바꿔야 한다. 콩과 미역 등은 퓨린 함량이 적은 반면 내장류나 갑각류, 등푸른생선은 함량이 높다. 이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육류를 너무 제한하면 단백질 섭취가 줄어들 우려가 있으니 살코기 위주로 소량씩 먹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술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과당도 요산 수치를 높인다. 탄산수 자체는 괜찮지만 탄산음료는 과당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약 중에는 혈중 요산 수치를 높이는 약들이 더러 있다. 의사와 상담해서 다른 약으로 교체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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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심한 통증 없는데 발이 퉁퉁… 통풍입니다”[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병이 통풍이다. 대체로 나이가 많을수록, 남자일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극심한 통증이 대표적 증세다. 하지만 모든 통풍이 그렇지는 않다. 통증이 의외로 미약할 수도 있다. 그 대신 붓거나 결정이 생기는 식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관절염으로 오인해 방치할 우려가 있다. 치료를 미루는 동안 염증이 퍼져 뼈와 관절이 손상된다. 이른바. ‘비전형적 통풍’인데, 특히 폐경기 이후 여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미애 씨(66)가 그랬다. ●1년 4개월 동안 통풍 몰라1년 전 5월, 어버이날 바로 다음날이었다.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친 올케가 이 씨의 왼쪽 발을 쳐다보더니 물혹 같은 게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이 씨가 발을 보니 정말로 달걀 크기의 혹이 복숭아뼈 주변에 튀어나와 있었다. 이 씨는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 의원에 갔다. 의사는 발목의 혹보다는 허리 쪽이 더 큰 문제라며 도수치료를 받자고 했다. 몇 번 도수치료를 받았지만, 혹 치료는 따로 하지 않았다. 이 씨는 화가 나서 치료를 중단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때 이 혹은 통풍으로 인한 증세였다. 다만 심각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통풍을 의심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게 1년 정도가 흘렀다. 왼쪽 손가락에서 쌀알 같은 것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결정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관절염 정도로만 생각했다. 올 4월 무렵부터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났다. 찬물로 설거지하면 손가락이 시려왔다. 관절 부위가 점점 부어올랐다. 나중에는 손가락을 굽히지 못할 정도로 악화했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손수건으로 항상 왼손을 가렸다. 발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간헐적으로 통증이 찾아왔다. 발 전체가 부어올랐다. 발 안쪽의 아치 부위가 편평해져 신발 바닥에 닿을 정도였다. 원래 신던 신발보다 두 치수 큰 신발을 신어야 했다. 이 씨는 “마치 코끼리 발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통증이 극심하지 않아 통풍보다는 무지외반증을 의심했다. 9월에 진료 잘 한다는 정형외과 의원을 소개받아 갔다. 의사는 발과 손가락 모두 통풍으로 진단했다. 그제야 이 씨는 지난 2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게 통풍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0월, 이 씨는 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찾았다. 이 교수는 혈중 요산 수치와 신장 기능, 간 기능 등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 요산 수치는 9.2mg/dL이었다. 정상 기준치는 6mg/dL 미만이다. 통풍이 상당히 진행됐던 것. X레이 검사에서는 뼈의 일부가 손상된 것이 확인됐다. 간 기능도 다소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신장 기능은 정상이었다. ●폐경 여성 ‘비전형적’ 통풍‘퓨린’이란 물질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면 대사 후에 요산이 남는다. 콩팥은 요산을 처리해 소변으로 내보낸다. 콩팥의 기능이 약해지는 등의 이유로 요산이 체내에 머물 수 있다. 요산 농도는 짙어지고, 관절이나 그 주변 공간에 요산 결정이 쌓인다. 이렇게 되면 관절 등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관절이 손상돼 변형되는 경우도 아주 잦다. 이것이 통풍이 발생하는 원리다. 즉,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은 ‘고요산혈증’이 생기고, 이후 통풍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씨도 그랬다. 고요산혈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대체로 기름진 식습관, 대사증후군, 비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여자들은 폐경 이후에 통풍이 종종 발생한다. 이 교수는 “폐경 이전에는 여성호르몬이 요산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서 통풍이 덜 발생하다가,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폐경 이후가 되면 통풍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여성 통풍은 일반적인 남성 통풍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대체로 통풍은 엄지발가락이나 발목 등에 처음 발생한다. 통증은 극심하며 짧은 시간에 나타났다가 며칠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에도 통풍이 나타난다. 물론 극심한 통증을 수반한다. 이 씨는 그러지 않았다. 발이 붓거나 손가락 결절이 생겼지만, 극심한 통증까지는 없었다. 이 때문에 통풍을 알아채지 못했고, 그동안 염증이 지속되면서 뼈의 일부가 손상된 것이다. 이 교수는 “발에서 시작해 손가락으로 번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씨는 왜 통풍에 걸린 걸까. 이 교수는 “보통은 신장에서 요산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통풍이 발생하는데, 이 씨는 신장에 문제가 없었다”며 “‘기질적’인 이유로 요산 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한때 체중이 많이 나갔고, 2006년에는 뇌출혈 투병까지 했었다. 이 교수는 “이런 병력이 어느 정도 관련은 있을 수 있다”며 “통풍 환자를 보면 혈압, 당뇨 등 대사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둘째, 술이 어느 정도 통풍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씨는 거의 매일 남편과 함께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다만 맥주는 별로 마시지 않아 통풍 걱정은 하지 않았다. 맥주는 퓨린 성분이 있어 혈중 요산 수치를 높인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다른 술은 퓨린 성분이 들어있지 않아도 요산 배출을 억제하기 때문에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술은 종류를 불문하고 통풍에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치료 2개월 만에 확 좋아져통풍은 중증도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대체로 염증을 낮추는 약물을 사용하면서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물을 병행한다. 통증이 못 참을 정도로 극심하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 씨는 염증이 심했고, 뼈에 이어 관절 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통증 지수가 낮아 수술까지 검토하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요산 수치를 낮추는 치료법을 택했다. 이 교수는 염증 억제제와 요산 저하제를 투입하면서 혈중 요산 수치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 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약을 먹었다. 이와 함께 식습관을 개선했다. 통풍의 경우 약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 퓨린 함량이 적은 음식 위주로 식단을 바꿔야 한다. 이 씨는 일단 술부터 완전히 끊었다. 식단도 채소 위주로 바꿨다. 좋아하던 고기를 줄이고, 심지어 고깃국물도 먹지 않았다. 한때 햄버거와 피자도 무척 좋아했지만, 일절 손대지 않았다. 예전에는 채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두부를 들기름에 구워 먹거나 칠리소스, 땅콩 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치료를 시작하고 2개월 만에 몸 상태가 달라졌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발의 부기가 눈에 띄게 빠졌다. 발 안쪽의 아치가 다시 생겨났다. 손가락을 전혀 굽히지 못했는데, 다시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게 됐다. 돌처럼 단단했던 관절 부위도 물렁물렁해졌다. 혈중 요산 수치도 넉넉하게 정상 범위인 4.4mg/dL로 떨어졌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치료 경과가 좋지만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1,2년 정도 걸린다”며 “게다가 통풍은 완치 개념 없이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약을 끊으면 다시 통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풍 예방 어떻게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통풍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교수는 “고요산혈증 환자의 15% 정도만 통풍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따라서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당장 모두 통풍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통풍 예방법은 통풍 치료법과 동일하다. 이 씨가 그랬듯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최선이다. 우선 적절한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은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다. 식사 습관도 바꿔야 한다. 콩과 미역 등은 퓨린 함량이 적은 반면 내장류나 갑각류, 등푸른생선에는 함량이 높다. 이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육류를 너무 제한하면 단백질 섭취가 줄어들 우려가 있으니 살코기 위주로 소량씩 먹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술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과당도 요산 수치를 높인다. 탄산수 자체는 괜찮지만 탄산음료는 과당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약 중에는 혈중 요산 수치를 높이는 약들이 더러 있다. 의사와 상담해서 다른 약으로 교체하는 게 좋다. <이미애 씨의 ‘비전형적 통풍’ 투병일지>-2023년 5월 : 발목 복숭아뼈 부위에 달걀 크기 혹 발생. 동네의원 진료에서 원인 못 밝힘. 이후 진료 사실상 중단-2024년 4월 : 손가락 관절이 붓고 통증이 나타남. 발 전체가 퉁퉁 부어오르고 간헐적 통증 시작됨-2023년 9월 : 동네의원에서 통풍 의심 소견-2023년 10월 :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에서 통풍 확진. 발에서 시작해 손가락으로 확산됐다고 판단. 염증억제-요산저하 치료 병행-2023년 12월 : 2개월만에 증세 크게 호전. 앞으로 3개월 단위로 증세 체크 예정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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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증, 원인 질병에 따라 치료제도 달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60대 초반 여성 강순희(가명) 씨는 최근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허리 통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강 씨는 다시 병원을 찾아 검사했지만 수술 부작용은 아니었다. 이후 통증은 더 심해졌다. 엉덩이를 지나 다리로까지 번졌다. 5분도 채 걷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강 씨는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정밀 검사해 보니 극심한 척추관협착증이 발견됐다. 장비를 투입해 유착 부위를 벌려 줬고, 통증 완화 약물을 투입했다. 이 치료 후 강 씨의 통증 점수는 8점(가장 아프면 10점)에서 1점으로 줄었다. 1시간 이상 거뜬히 걸을 수 있게 됐다. 문 교수는 “통증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가장 먼저 통증 원인이 되는 질병을 찾아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씨가 허리디스크 수술 후유증으로 오인하고 진통제만 먹었다면 통증은 더 악화했을 테고, 척추관협착증은 더 심해졌을 거란 뜻이다. ● 통증, 이것만은 알아두자 통증 자체는 병이 아니다. 우리 몸이나 정신에 손상이 발생하면 신경계가 그것을 포착해 뇌에 전달한다. 그러면 뇌는 불쾌감을 느낀다. 그게 바로 통증이다. 그러니까 통증은 건강 이상 증세이자 경고등인 셈이다. 통증은 원인에 따라 몇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가장 흔한 침해성 통증이다. 어떤 병에 걸렸을 경우 과도한 자극에 노출되면 신경에서 뇌로 통증 신호가 전달된다. 그러면 뇌는 통증을 느낀다. 관절통이나 허리 통증이 대표적이다. 강 씨가 이런 경우다. 둘째가 신경병성 통증이다. 신경 자체가 다쳐서 발생한다. 통증 수용체가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았는데도 통증을 느끼거나 작은 통증을 극심한 통증으로 느낀다.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 후에 나타나는 통증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 조직을 손상시킴에 따라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셋째,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통증도 있다. 이 경우 대뇌 혹은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있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통증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눈다. 보통은 3개월을 기준으로, 그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만성으로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만성 통증은 질병으로 규정해 따로 치료해야 한다. 가령 손가락을 베거나 다쳤다면 급성 통증이 생긴다. 하지만 2주 내외로 상처가 아물며 통증도 사라진다. 그 후로도 계속 아프다면 만성 통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에 따른 통증도 만성 통증이다. 문 교수는 “다른 통증과 달리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통증은 완치 개념이 없다.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 통증 치료는 질병에 맞게 30대 초반 여성 이정민(가명) 씨는 6개월 전 일본 의료기관에서 피를 뽑다 손끝에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통증이 시작됐다. 손이 붓고 빨개졌다. 피부가 벗겨지는가 싶더니 살짝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 심해졌다. 손톱과 털이 지나치게 빨리 자랐다. 관절은 굳어 버렸다. 이 씨는 귀국한 뒤 문 교수를 찾았다. 문 교수는 채혈 과정에서 신경이 일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 병명을 찾기까지는 한 달이 걸렸다. 최종적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란 진단을 내렸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희소 질환이다. 3개월 동안 신경을 차단하는 치료를 시행했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혈관은 수축하고 통증은 심해진다. 이를 막기 위해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것. 정맥주사도 놓았고 마약성 진통제도 투여했다. 하지만 통증은 잡히지 않았다. 문 교수는 척수 신경 자극기를 이 씨의 몸 안에 이식했다.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때 이 전기 장치를 가동하면 자극 효과를 발생시켜 통증을 억제한다. 이렇게 6개월간의 치료 끝에 이 씨의 통증 점수는 8∼9점에서 2∼3점으로 떨어졌다. 문 교수는 “제대로 병을 밝혀냈기에 통증 처치가 가능했다. 통증 치료는 원인 질환을 얼마나 밝혀내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가령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문 교수를 찾은 70대 남성 박지석(가명) 씨의 치료법은 완전히 다르다. 박 씨는 이마에 대상포진이 걸렸다.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속하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입해야 하는데 명절 연휴라서 병원에 가지 못했다. 치료 시기가 좀 늦어진 데다 당뇨병으로 혈당 조절도 잘 안 되는 상황이었다. 통증이 심해졌다. 박 씨가 느끼는 통증 점수는 9점 이상이었다. 문 교수는 항경련제와 항우울제를 낮은 용량으로 투여한 뒤 단계적으로 용량을 올렸다. 통증이 신경에 전달되지 않도록 말초신경을 초음파로 일시 차단했다. 효과가 나타났다. 통증이 점점 줄어들었다. 문 교수는 약 용량을 줄였고, 대상포진 예방 백신도 맞도록 했다. 이후 박 씨의 통증 점수는 1∼2점으로 떨어졌다.● 원인 모르는 통증 치료는? 섬유근육통은 전신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병이다. 수면 장애나 피로감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소한 통증도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통증 민감도가 높은 것. 이런 경우 통증 치료는 어떻게 할까. 40대 초반 대학교수 민현지(가명) 씨는 오랫동안 무용을 했다. 무용을 하다 여러 차례 다쳤고, 학교의 경쟁적 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운동만 하면 근육이 뭉치는 것 같았다. 초반에는 마사지로 풀어주면 괜찮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없었다. 통증은 더 심했다. 아침에 몸이 굳기도 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는 두통까지 심해졌다. 문 교수는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하고 관련한 약을 처방했다. 곧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문 교수는 새로이 수면 치료를 실시했다. 뇌로 올라가는 통증의 신호를 조절하고, 뇌가 통증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막는 약을 투입하는 치료다. 부작용으로 환각 효과가 있어서 수면 상태에서만 투입한다. 이어 보톡스 치료를 통해 두통도 개선했다. 민 씨는 통증 점수가 다소 줄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통증이 낮아지지는 않았다. 문 교수는 “통증을 받아들이는 심리 문제도 있다. 민 씨의 경우 통증을 과도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할 때가 많다. 최근 들어 병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통증 환자가 꽤 많아졌다. 문 교수는 “수면 장애, 기분 장애, 불안 장애 모두 통증을 유발한다. 이럴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함께 받는 게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진통제 먹을까, 참을까? 통증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이 진통제다. 침해성 통증일 때는 소염제를, 신경병성 통증일 때는 항우울제나 항경련제를 투입한다. 평소에는 복용하지 않다가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때만 먹는 약도 있다. 패치 형태 진통제도 있고 마약성 진통제도 있다. 그 어떤 진통제든 환자가 임의로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 교수는 “통증 양상이나 지속성 등을 고려해 진통제를 처방한다. 그런데도 별 차도가 없다면서 처방된 진통제를 먹지 않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정반대로 아프다면서 무작정 아무 진통제나 먹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 어느 쪽이든 통증 치료에는 방해가 된다. 문 교수는 “통증 원인에 따라 가장 적합한 약을 찾아야 한다. 환자가 적극적으로 통증 양상을 설명해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노인 통증의 경우 진통제로는 해결이 안 될 때도 많다.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근력이 떨어지는 대신 살이 찌면 통증은 더 악화한다. 술, 수면 장애, 혈당도 통증을 악화하니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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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진공, 청년상인 판로개척 적극 지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청년상인 판로개척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청년 상인들의 판로를 확장하고 제품을 홍보하며 상인 간의 교류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형태의 공동 판매전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전통시장과 전통상점가에 입주한 만 39세 이하의 청년 상인이다. 지원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온라인 공동 판매전을 통해 유명 온라인 플랫폼과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해 청년 상인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지원한다. 둘째, 오프라인 공동 판매전을 연다. 지역 축제와 연계해 청년 상인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며 여기에 참여한 상인들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셋째, 청년 상인 축제에서는 우수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함으로써 청년 상인의 판로를 확대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이나 상점가, 골목형 상점가 안에 청년몰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세워진 청년몰은 따로 ‘청년몰 활성화 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은 청년몰의 홍보·마케팅을 강화하고 청년 상인의 자생력을 증대하기 위해 소진공이 추진하고 있다. 공동 마케팅과 홍보, 청년상인 교육, 컨설팅, 메뉴 개발, 협동조합 운영, 공동상품 개발 등 청년몰 활성화 사업에는 청년몰 1곳당 최대 4억 원까지 지원한다. 상권 규모나 청년 가게 수 등에 따라 지원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청년상인 영업 기반 시설, 고객 유입 촉진 시설, 점포 추가 조성, 기반 시설 확장 비용도 지원한다. 청년몰 활성화 지원사업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소진공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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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입맛 사로잡은 노점 만두… 전통시장과 청년상인의 상생

    전통시장이 변신하고 있다. 한때 존폐 위기에 놓였던 전국의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이 되살아나자 지역 상인들도 숨통이 트였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명소로 발전한 전통시장도 늘어나고 있다. 이 변화의 주역은 청년이다.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둥지를 틀고 지역 상인과 협업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청년 상인들을 소개한다. ● 삼척 청년몰, 지역과 상생하는 ‘청년희망플랫폼’ 강원 삼척시 진주로에 있는 삼척중앙시장은 1770년 읍내 장으로 출발했다. 전통시장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75년. 삼척탄전이 번성할 때 크게 번영했지만 광업 쇠퇴로 어려움을 맞았다. 이러다가 시장 자체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때 청년들이 이곳에 왔다. 2018년 12월, 청년몰 ‘청춘해’를 만들었다. 청춘해는 시장 건물의 2층과 3층에 자리 잡았다. 이후 이 지역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아지트가 됐다. 현재 20여 개의 가게가 성업 중이다. 2층에는 노브랜드 매장과 푸드코트를 비롯해 돈가스와 햄버거를 파는 가게가 있다. 3층에는 도자기 공방, 미용실, 수족관, 꽃집 등이 포진해 있다. 청년몰 청춘해의 박영훈 대표는 돈가스 가게를 운영 중이다. 박 대표에게 청춘몰의 장점을 물었다. 박 대표는 “청년이 지역사회에서 창업에 도전할 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저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임차료 외에도 창업에 필요한 교육 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써 일종의 ‘창업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 삼척 청년몰은 지역사회와도 적극 협력한다. 삼척시와 연계해 지역 축제와 행사에 참여한다. 청년몰 공간에서 문화 공연을 진행하거나 분기별로 플리마켓을 연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역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졌고, 삼척시장을 찾는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박 대표는 “삼척시장 청년몰은 청년 상인의 열정과 지자체, 다양한 기관이 잘 어우러져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척 청년몰은 내년 KTX 개통을 앞두고 삼척관광문화재단과 협업해 삼척 투어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하고 있다.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전통 만두로 글로벌 시장 개척 ‘육거리소문난만두’충북 청주시 석교동 도심에 육거리시장이란 전통시장이 있다. 여섯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에 있다고 해서 육거리시장이라 부른다.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은 2000여 명이다. 하루 방문객이 1만여 명에 이를 만큼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1970년대 노점으로 시작해 1980년대 이 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후 3대, 50년 동안 전통의 맛을 지켜 왔다. 하지만 후계자가 없어 폐업 위기에 놓였다. 그러던 중 2020년, 은행원이었던 이지은 씨가 후계자를 자처해 사업을 이어갔다. 폐업 당시 육거리소문난만두의 대표는 이 씨 남편의 친척이었다. 그 인연을 통해 사업을 ‘물려받은’ 것. 이 대표는 무말랭이를 활용해 독특한 만두소를 만들어냈다. 지역의 신선한 재료를 주로 썼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전통시장은 아우성이었지만 이 대표는 적극적인 판로 개척에 나섰다. 소진공의 온라인 판로 개척 지원이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 판매와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했다. 그 결과 네이버 쇼핑 냉동만두 부문 1위에 올랐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2023년 8억1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20억 원이 예상된다. 2025년 36억 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특히, 올해 미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건강과 채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신 흐름과 현지 사정에 발맞춰 ‘제로 슈거 만두’와 ‘비건 만두’를 개발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런 제품들은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출발했지만, 혁신을 통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현대화하고 소비자층을 해외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전통시장은 단순한 거래의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터전”이라며 “전통시장과 상생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전통시장이라는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지역 경제와 전통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청년 상인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시장 창업을 선택한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광주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은 1913년 출범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시장의 이름에 출범 연도인 ‘1913’을 넣었다. 바로 이 1913송정역시장에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한 청년 상인이 있다. 바로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의 노지현 대표다. 노 대표는 김부각을 만든다. 2015년, 어린 아들이 김부각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잊혀 가던 전통 먹거리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다. 1913송정역 시장에 가게를 차렸다. ‘왜 쇠퇴해 가는 전통시장에 터를 잡느냐’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노 대표는 전통시장을 고집했다. 시장의 문화와 전통에 기반한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는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마음으로 창업했다. 김부각이 밥반찬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인의 간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저염식, 고품질 재료, 한입 크기라는 특징을 내세웠다. 노 대표는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우리 먹거리가 이렇게 훌륭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선택은 옳았다. 그의 브랜드는 로컬 유명 점포로 자리 잡았다. 부각의 연간 누적 판매량은 125만 개. 연평균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노 대표는 “전통시장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며 경험한 피드백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시장이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성과 가치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됐다”고 했다. 이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2028년까지 8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허받은 비건 부각 레시피를 개발하고, 제조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노 대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전통 먹거리를 만들고 싶다. 부각을 통해 감자칩을 대체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간식 문화를 만드는 것이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시장에서 시작한 작은 아이디어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간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공동기획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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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 병원 못지않은 뇌 질환 전문 의원”[베스트 메디컬 센터]

    뇌는 가장 정교한 장기다. 호흡과 움직임을 비롯해 모든 생각과 행동을 관장한다. 그만큼 뇌 질환은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 가벼운 두통인 줄로만 알았는데, 심각한 뇌 질환일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일차 의원에서 뇌 질환을 체계적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다. 환자들 또한 증세가 나타나면 대형 병원 응급실부터 찾는다. 하지만 대형 종합병원 못잖은 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뇌 질환을 전반적이며 체계적으로 다루는 의원도 드물지만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이다. ● 23년 역사의 뇌 전문 의원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뇌신경센터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뇌 신경계와 관련한 장비를 거의 대부분 갖추고 있다. 의원의 역사도 오래됐다. 2002년 이태규 대표원장이 문을 열었다(당시는 이태규신경과의원). 23년째 뇌 질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에는 5명의 신경과 전문의와 1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포진해 있다. 신경과 전문의는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진료한다. 가령 이 대표원장의 경우 두통과 뇌혈관 질환, 혈관성 치매를 주로 보며, 뇌중풍(뇌졸중) 예방을 위한 진료도 한다. 파킨슨병, 치매, 삼차신경통, 어지럼증, 뇌전증, 안면경련과 통증, 수면장애, 수전증 등의 질병은 다른 4명의 신경과 전문의가 각각 맡는다. 이런 식으로 뇌 질환 대부분을 살피고 있다. 이 점이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의 강점이다. 다른 신경과 의원은 대부분 1, 2명의 전문의가 이 모든 분야의 진료를 맡는다. 이 원장은 “수술을 제외하고는 모든 뇌 질환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의원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문의가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진료를 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학병원 응급실로 무조건 가기보다는 제대로 된 일차 의원에서 진료를 먼저 받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원장은 장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혈관영상(MRA)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3.0 테슬라 MRI 장비는 국내 웬만한 대학병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신 사양이다. 촬영 속도가 빠르고 결과도 빨리 나오며 정밀도도 높다. 이 장비 가격만 20억∼30억 원에 이른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일차나 이차 병원의 진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 환자들이 밀려 있어 예약 잡기도 쉽지 않다. 반면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은 당일 예약, 당일 진료가 가능하다. 검사 결과도 이르면 당일, 늦어도 다음 날에는 나온다. ● “뇌 질환 제대로 진료” 23년 동안 뇌 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다 보니 최고 기록도 많다. 특히 두통 분야에서는 압도적이다. 매년 4000여 명의 환자가 이 원장을 찾는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온다. 내원 환자의 30∼40%가 지방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이 원장은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것은, 우리 의원의 의사들이 친절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의사들이 깐깐하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친절보다는 치료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서 지방에서 환자들이 올라온다는 것. 환자들이 늘다 보니 주 6일 진료는 기본이다. 이 대표원장은 “주말에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인들이 많아 토요일 진료를 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의 정확도다. 우리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70대 남성 A 씨가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을 찾았다. A 씨는 두통이 심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A 씨에게 다른 증세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했다. 속이 메슥거리거나 어지럼증 같은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두통이 좀 더 심해졌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정밀 검사를 위해 뇌 MRI 검사를 시행했다. 뇌출혈이 발견됐다. 이 원장은 즉각 A 씨를 대학병원 응급실로 보냈다. 이 원장은 “두통은 때론 사소해 보이지만, 이처럼 중증 뇌 질환의 전조 증세이기도 하다. 이런 사례가 매달 한두 건은 꼭 발생한다. 단순 두통이라고 여기고 무심코 넘기기 쉬운데 두통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두통학회가 ‘이태규펠로우십’이란 상을 제정했다. 두통 연구에 기여한 의학자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상이다. 개원가 의사의 이름으로 상을 만드는 건 매우 드문 사례다. 사실 이 원장은 1988년 만들어진 대한두통학회의 창립 멤버다. 지금까지도 두통에 관련해서는 대학병원, 개원가를 통틀어 명의로 꼽힌다. ● 뇌 종합검진 시행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뇌 질환을 예방하려면 미리 점검하는 게 필수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뇌 전문 종합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일차 의원이 가동한다는 것부터가 이례적이다. 프로그램은 올 6월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주 수요일에만 시행했는데, 검진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많아서 지금은 화, 목요일로 확대했다. 검진 프로그램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있다. 가격은 단계별로 다르다. 1단계는 뇌 MRI와 뇌혈관 MRA, 경동맥 초음파로 구성돼 있다. MRI는 뇌 구조의 모양과 변화를 살필 때 유용하다. MRA는 뇌혈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에 좋다. 경동맥 초음파는 경동맥의 혈액 흐름이나 혈관 두께 등 여러 가지를 파악한다. 경동맥은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통과하는 길이다. 2단계 검진은 1단계 검진에 혈액 종합검진이 추가된다. 3단계 검진은 2단계에 목 혈관 MRA가 추가된다. 어떤 사람이 뇌 종합검진을 받는 게 좋을까. 일단 △60세 이상 남녀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 △고혈압, 당뇨, 고지혈이 있거나 있었던 사람 △하루 반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 △주 2회 이상 과음하거나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 △가족이나 친척 중에 뇌졸중이 있었던 사람 등이 모두 뇌 종합검진의 대상자다. 다만 검진 주기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체로 가족력이 있거나 그전에 이상 소견이 발견된 적이 있다면 MRI는 2∼4년, MRA는 1년마다 검사하는 게 좋다. ● 치매 분야 확대 예정 이 원장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치매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에서는 치매 인지중재 치료를 시행한다. 환자는 월 2회, 의원으로 와서 1시간 동안 도형을 그리거나 낱말을 이어 붙이는 등 뇌를 자극하는 훈련을 받는다. 전문의와 작업치료사가 참여한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레벨을 정한다. 문제를 해결하면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식이다. 모든 훈련이 끝나면 과제를 준다. 환자는 다음 훈련 때까지 스스로 그 과제를 이행한다. 이 원장은 “주 3회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사실 이익만 따지자면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의사와 작업치료사가 적극 개입하는데, 필요한 공간도 마련돼야 하고 별도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기 때문. 이 의원에서는 치매를 전문으로 보는 전문의가 따로 있다. 이 대표원장도 치매를 치료한다. 이 원장은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 분야 전문 인력을 더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매 예방 효과가 큰 신약도 곧 처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의원을 더 발전시키려면 대표원장인 이 원장부터 건강해야 한다. 그의 건강 비결을 물었다. 일단 이틀마다 30∼40분씩 유산소운동을 빠짐없이 한다. 몸에 나쁜 술과 담배는 일절 손에 대지 않는다. 식단은 지중해 식단으로 짠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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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 헬스케어 시대, 제도 정비와 사회적 합의 필요[건강수명 UP!]

    작은 장치 하나만 몸에 착용하면 혈압, 혈당 등 건강정보가 수시로 병원으로 전달된다. 의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처방을 내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면 각각에 맞는 운동법과 식단도 알려준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모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홈 헬스케어’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런 방식의 홈 헬스케어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력은 이미 어느 정도 갖췄다는 뜻이다. 홈 헬스케어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 진단에 도움 주는 웨어러블 기기 23세 남성 A 씨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자주 나타났다. 심하면 정신을 잃기도 했다. 동네 의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러던 중 심장에 이상이 있을지 모른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부정맥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심전도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증세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무렵 그 증세가 사라질 때가 더러 있다. A 씨가 그런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의료진은 심전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시계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도록 했다. 이틀 후 A 씨에게 가슴 두근거림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A 씨는 즉시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갔다. 의료진은 웨어러블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했고, 그 결과 심실빈맥을 발견했다. 심실빈맥은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어 신속하게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다. 50대 여성 B 씨도 A 씨와 상황이 비슷했다. 가슴 두근거림 때문에 응급실을 몇 번이나 찾아갔다. 하지만 그때마다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 혹시나 해서 정신건강의학과 검사도 받았다. 그러던 중 패치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했고, 심방세동을 발견했다. 당뇨병 환자들도 이런 웨어러블 기기를 쓴다. 기기에 꽂힌 바늘이 혈당을 일정한 간격으로 체크해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식후 혈당이 얼마나 오르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자가 검사나 심전도 측정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질병 데이터를 축적하고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진단과 검사를 ‘홈 헬스케어의 시작 단계’로 규정한다.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 패치, 반지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피부 안쪽에 이식하기도 한다. ● 보완해야 할 과제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들이 이런 기기를 이용해 건강을 관리하면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 의료비용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커지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면 데이터가 곧바로 수집돼 의료기관에까지 전송도 가능하다. 원격으로 전달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고, 처방도 내릴 수 있다. 특히 식이요법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이런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혈당 관리가 수월해진다. 하지만 이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박홍석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고려대의료원 의학지능실장)는 “일단 그 기기들이 의료 장비로 안전한지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또 환자들의 어떤 데이터를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표준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이런 시스템을 참고 자료로 활용할 뿐, 당장 의료 서비스로 연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정부 차원의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일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원격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의료 서비스가 개별적이고 맞춤형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법적·제도적 문제가 남아있다. 이를테면 A 씨 웨어러블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곧바로 병원으로 전송해 의료진이 A 씨의 심장 관련 데이터를 바로 분석해서 결과를 통보했다고 치자. 이것은 원격의료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직 현행 법에서는 대학병원의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의사가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방하는 것을 의료 서비스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의료 서비스로 본다면 신의료기술로 채택한 뒤 적정한 서비스 가격(의료수가)을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아직 국내 홈 헬스케어는 초보적 단계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더해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 단골 의원이 헬스케어보통 65세가 되면 통념상 노인으로 본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나이가 아니라 단순 만성질환자인지, 복합 만성질환자인지가 더 중요하다. 중년이 되면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하나씩 발생한다. 중년을 넘기면서 고지혈증이 추가되거나 당뇨 합병증이 생기는 등 여러 만성질환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 상태를 복합 만성질환이라고 한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복합 만성질환자가 되면 협심증, 만성콩팥증, 당뇨병성망막병증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단순 만성질환에서 복합 만성질환으로 이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시간 원격의료가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아직은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처방은 없을까. 김 교수는 “동네 단골 의원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헬스케어를 받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병을 키워 대형 병원을 찾을 게 아니라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건강 상태를 수시로 살피자는 것. 일단 만성질환자라면 동네 의원을 홈 헬스케어의 ‘본부’처럼 사용하란 뜻이다. 김 교수는 또 단골 의사와 언제든지 전화로 상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것을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의 전화 상담은 의료행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단순 상담으로 여기는 것. 김 교수는 “5∼10분 동안 의사가 전화 통화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에 맞는 대가가 책정돼야 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령자 재택의료 시스템 갖춰야거동이 어려운 고령 환자를 위한 홈 헬스케어, 즉 ‘재택의료’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는 “건강하지 못한 노인은 병원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다. 그분들을 위해 의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 의사’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때도 법적 문제가 생긴다.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병원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 예외 규정들이 있긴 하지만 1차 의원이 아닌 대학병원 의사의 경우 방문 진료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정부가 방문 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100∼200명의 의사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그 의사들은 대부분 휴일도 없이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방문 진료만 전문으로 하는 의사 C 씨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C 씨는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와 환자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고 하루 동선을 짠다. 환자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다. C 씨는 휴대용 엑스레이, 초음파 기기, 컴퓨터 등을 들고 다닌다. 현장에서 혈액도 채취하고 검사도 시행한다. 환자 한 명을 진료하는 데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일반 의원 진료 시간보다 상당히 길다. 박 교수는 “일단 방문해 보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약효가 듣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 약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며, 약 관리만 잘해줘도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병원에 와야 안심이 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병원 밖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것이 진짜 홈 헬스케어”라고 거듭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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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안-난청, 잘 관리하면 늦출 수 있다[건강수명 UP!]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진다. 노안이다. 귀가 먹먹해지다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노인성 난청이다. 노안과 노인성 난청은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 두 질환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최대한 늦추거나 증세를 완화시킬 수는 있다. 눈과 귀를 건강하게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 40대부터 시작되는 노안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하고 가까운 사물이 잘 안 보인다면 노안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노안이라고 해서 시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송종석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눈이 안 보인다며 병원을 찾아온 40대와 50대 환자 중에 정상 시력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시력 감퇴가 노안의 원인이 아니란 얘기다”라고 말했다.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성과 관련이 있다. 원래 가까운 것을 볼 때는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멀리 있는 것을 볼 때는 수정체가 얇아진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면 이 조절력이 떨어져 가까운 사물을 잘 볼 수 없게 되는 것. 노안을 늦추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송 교수는 “동공을 수축시켜 수정체의 역할을 돕는 방식으로 노안을 해결해주는 약물이 해외에선 상품화돼 팔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 백내장을 피하기도 쉽지 않다. 70대의 경우 백내장이 있는 경우가 90%를 넘을 정도다. 나이가 들면서 투명했던 수정체가 혼탁해지거나 다치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사물이 흐려 보이거나 빛 번짐이 있는 질병이다. 백내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시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영섭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는 “수술은 10∼20분이면 끝나고 큰 부작용도 없다”라고 말했다. 각막을 2∼3mm 절개해서 초음파 기구를 넣고 백내장이 생긴 수정체를 빼내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한다. 상처 부위가 아무는 데 2개월 정도가 걸린다. ● 올바른 눈 관리법 송 교수는 “눈 영양제로 알려진 건강 기능성 식품을 먹는다고 해서 노안과 백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습관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와 엄 교수에게 눈 관리법을 들어봤다. 첫째,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자외선이 눈의 노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시신경 보호를 위해 금연은 필수다. 둘째, 눈에 작은 병이라도 생긴다면 눈의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 가령 눈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이 있을 때 수정체도 빨리 노화한다. 따라서 안과 질환이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안구 건조를 막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고 눈을 많이 쓸수록 눈이 마르기 쉽다. 이럴 때 인공눈물만 넣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안구 건조가 진행되면 안구 표면에 상처가 생기고 염증으로 이어진다.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를 해야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휴대전화는 안구 건조증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평균 4초마다 눈을 깜빡이는 게 정상인데, 휴대전화에 집중하면 수십 초 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있다. 넷째, 평소 근거리 작업을 했다면 가끔 먼 곳을 응시하는 게 좋다. 눈을 쉬게 하자는 취지다. 최소한 10초 이상은 먼 곳을 보도록 하자. 눈동자를 돌리는 식의 ‘눈 체조’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체조를 한다면 눈동자를 너무 크게 돌리면 안 된다. 시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따뜻하게 눈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눈물에 있는 기름 성분이 배출된다. 10분 정도 해 주면 좋다. 젖은 수건보다 마른 수건이 좋고, 대략 40도 내외의 온도가 적당하다. 세게 눈을 누르면 각막 등에 손상이 갈 수 있으므로 살짝 대는 식으로 마사지하는 게 좋다. 눈 마사지 기구들은 안압을 올릴 수 있어 녹내장 환자는 피해야 한다. ● 노인성 난청 예방해야 노인성 난청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국내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의 38% 정도에서 발견된다. 노인성 난청은 이르면 30대부터 시작된다. 이후 점차 심해져서 60대 이후에는 청력이 거의 들리지 않는수준까지 악화할 수도 있다. 노인성 난청이 시작되면 이명부터 나타난다. 임기정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라디오가 고장 나면 잡음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나이가 들수록 고음이 잘 안 들리고 ‘삐’ 하는 이명이 들린다”라고 말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낮은 소음의 이명이 들리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두통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청력과 관련된 근육에 문제가 생긴 근육성 난청일 확률이 높다. 근육성 난청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큰 소리에 노출된 게 원인인 소음성 난청도 있다. 소음성 난청은 당장 노인성 난청과는 관련이 없지만 방치했을 경우 청각 신경에 손상이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중에 노인성 난청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소음 난청도 미리 치료하는 게 좋다. 노인성 난청이 심해지면 청력이 떨어진다. 보통 청력의 40%가 손상되면 보청기 착용을 검토해야 한다. 청력의 50%가 손상되면 반드시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청력 손상 정도가 60%에 이르면 청각 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임 교수는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데도 노화를 인정하지 않고 착용을 거부하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그 경우 청력은 더 빠른 속도로 나빠진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상태를 방치할 경우 치매 확률도 높아진다. 임 교수는 “잘 들리는 사람과 난청이 있는 사람을 5∼10년 동안 비교했더니 난청이 있는 사람이 치매 발병 확률이 5배 높다는 연구가 있다”라고 말했다. 소리가 뇌를 충분히 자극하는데, 잘 듣지 못하니 뇌에 미치는 자극이 떨어진다는 것. ● 귀 건강 관리법 노인성 난청에 걸리면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임 교수는 “난청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건강기능식품들이 많은데, 아직 의학적으로 난청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우선 노인성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음성 난청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음에 덜 노출돼야 한다. 귀를 혹사해서는 안 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나는 소음은 40∼60dB이다. 이어폰을 쓰고 음악을 큰 소리로 들을 때 소음은 80∼100dB 정도까지 올라간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소음성 난청에 걸리기 쉽다. 둘째, 난청 자가 진단을 해보자. 먼저 △전화 통화에 어려움이 있는지 △두 명 이상과 동시에 대화하기가 어려운지 △TV 볼륨을 높여 주변 사람들이 불평한 적이 있는지 △대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를 떠올려 보자. 이어 △시끄러운 장소에서 듣기가 어려운지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말해 달라고 청했는지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이는지를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못 이해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특히 아이나 여자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지 △다른 사람의 말을 잘못 이해해 주변에 피해를 줬는지를 따져 보자. 총 10개의 문항에서 3개 이상 해당한다면 난청의 위험이 크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임 교수는 “정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식습관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짠 것과 단것,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메니에르병과 같은 귀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이 또한 난청으로 악화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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