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온몸을 돌며 산소를 공급한 혈액은 심장으로 귀환한다. 우심방과 우심실을 거쳐 폐로 간 뒤 정화된다. 신선한 혈액은 좌심방과 좌심실을 거쳐 대동맥을 통해 배출된다.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정상 혈액 순환에 차질이 생긴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위험이 커진다.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졌을 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병이 바로 비후성 심근증이다. 비후성 심근증은 ‘젊은 급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40대 이후에도 심부전 같은 치명적 합병증이 생기면서 급사 위험을 높인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병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해야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좌심실 벽 두꺼워져 발생 좌심실이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려면 강한 근육이 필요하다. 우심실 벽 두께가 보통 3mm인 데 반해 좌심실 두께가 9mm인 게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지나치게 두꺼워지는 것도 문제다. 좌심실 두께가 15mm 이상일 때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한다. 단, 가족력이 있거나 이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13mm만 넘어도 이 병으로 진단한다. 비후성 심근증일 때 심장은 잘 이완되지 않는다. 풍선처럼 팽팽하게 늘어나지 못하니 충분한 혈액을 저장하지 못한다.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혈액 통로를 막으면 아무리 심장이 수축해도 혈액이 제대로 나가지 못한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온몸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서 일시적 ‘허혈(虛血)’ 상태가 되면서 실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장 자체가 딱딱해지니 혈액을 덜 공급받기도 한다. 그러면 흉통이 생긴다. 심장이 제대로 박동하지 못하고 바르르 떨 수도 있다. 이것이 심실세동인데, 급사의 가장 큰 원인에 속한다. 병의 원인은 뭘까. 90% 이상이 유전적 요인이다.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거나 본인 대에서 갑자기 생긴다. 김 교수는 “고혈압과도 무관하다. 환경 요인도 있겠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고 말했다. 이 병 관련 유전자만 1000종을 훌쩍 넘는다. 국내에서는 관련도가 높은 9종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다. 다만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10명 중 6명꼴로 증세가 없거나 미약하다. 나머지 4명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 환자 수는 5만∼6만 명. 다만 김 교수는 “학계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20만∼30만 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숨은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럴 때 의심하라2008년 당시 20대 초반이던 강선미 씨(가명)는 길거리에서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걱정됐다. 병원을 찾아 검사하니 좌심실 벽 두께가 22mm였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의식을 잃을 뻔한 것. 강 씨 부모에게서는 이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강 씨 당대에 유전자 변이가 일어났다고 추정된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 치료했기에 이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실신 혹은 실신 전 단계의 아찔함은 비후성 심근증일 때 나타나는 증세 중 하나다. 김 교수는 △호흡곤란 △흉통 △가슴 두근거림 △아찔함과 실신 등 네 가지를 전조 증세로 꼽았다. 심·뇌혈관 질환일 때도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규칙성이 없고 애매할 때 비후성 심근증 전조 증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령 별 이유 없이 증세가 나타난다거나 의사가 제대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며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져서 잊어버리는 식이다. 일단 증세가 한 번 나타나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병이 생길 수도 있다. 올해 비후성 심근증을 진단받은 80대 초반의 박기섭 씨(가명)가 그런 경우다. 2년 전 검진 때만 해도 좌심실 벽 두께는 13mm였다. 숨이 조금 찼지만 고혈압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조절했다. 그런데도 올해 검진에서 좌심실 벽이 17mm로 두꺼워져 있었다. 김 교수는 “고령일 때 비후성 심근증은 급사 위험이 낮다. 숨이 차는 증세를 완화하는 치료를 통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 치료 반드시 받아야 김 교수는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도 높다. 다만 평생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꺼워진 심장을 완벽하게 원래 상태로 돌릴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도록 하는 치료는 가능하다는 것.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호흡곤란이나 숨참 등의 증세를 완화한다. 심장을 달래는 치료도 한다. 덜 수축하게 하거나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물을 투입하는 것. 최근에는 막힌 혈관 통로를 뚫는 신약이 나와 치료 효과를 높였다. 폐쇄된 길을 뚫으면 심장도 덜 수축하고, 벽 두께도 얇아진다. 김 교수는 “이 약을 쓰면 10명 중 9명은 벽 두께가 실제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는 두꺼워진 심장벽을 잘라내는 수술을 시도할 수도 있다. 수술이 부담스러울 땐 두꺼워진 심장 근육과 연결된 혈관만 차단해 그 부위 두께를 줄이는 시술도 있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사전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급사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심장 두께가 30mm를 넘었거나 △좌심실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졌거나 △6개월 이내에 실신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에 급사한 사람이 있거나 △좌심실 벽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좌심실류가 나타나거나 △1분당 120회 이상 맥박이 뛰는 심실빈맥이 나타나거나 △심장 섬유화가 15% 이상 진행되는 경우다. 이때는 급사를 막기 위해 몸 안에 삽입형 제세동기를 넣는다. 심장이 멈추면 제세동기가 강한 충격을 줘 다시 뛰게 한다. 김 교수는 “이 치료가 힘들어서 거부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는데, 현재로서는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의 환자 가운데 이런 사례가 있다. 그 환자는 당장 심각한 증세가 없다는 이유로 제세동기 삽입을 거부했다가 1년 후 비극을 맞았다고 한다. 불편하더라도 제세동기를 삽입하면 95% 이상 급사를 막아 준다. ● 병을 관리하는 방법 알아둬야비후성 심근증을 예방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김 교수는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본 경우가 있긴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연구 결과 비만과의 연관성이 높은 게 확인됐다. 김 교수는 “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때 이 병의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근육량이 많아서 체질량지수(BMI)가 높으면 상관이 없다. 이른바 ‘지방 많은 비만’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은 필수다.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질환이 그 자체로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진 않는다. 다만 비후성 심근증이 생긴 후에는 이런 질환이 병을 악화시킨다. 김 교수는 “이런 이유로 인해 40대 이후로는 짜게 먹지 않고 적절하게 운동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동도 가려서 해야 한다. 이 병이 의심된다면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운동들, 이를테면 축구, 농구, 야구, 테니스, 철인 3종 경기는 피하는 게 좋다.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이라면 이런 운동은 아드레날린을 갑자기 분비해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급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운동을 빼면 큰 상관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게 있다. 정기 검진이다. 심장초음파 검사로 충분하다. 김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면 3년 주기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족 중 한 명에게서 이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가족 전체 검사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자식 세대에게 병을 물려준다며 괴로워할 게 아니다. 빨리 병을 발견해 치료해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치명적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박정철 씨(가명)는 50대로 접어든 후 자주 깜빡깜빡한다. 머릿속이 뿌연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나마 큰 낭패를 본 적은 없다. 다만 얼마 전 일이 마음에 걸린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중이었다. 가끔 연락하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가 “어디까지 왔냐?”라고 물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친구들과의 약속이 그제야 생각이 났다. 박 씨는 “급한 일이 생겨서 가지 못할 것 같다. 미리 연락하려고 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었다”라고 둘러댔다. 단순한 건망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씨는 치매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중년 세대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정말 치매의 전조 증세일까.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 마흔 넘으니 깜빡깜빡… 이유가 있다 나이가 들면 뇌도 늙는다. 건망증은 ‘뇌의 노화’로 발생한다. 사실 건망증만 생기는 게 아니다. 우리 몸의 사령탑인 뇌가 노화하면 일상생활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가령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거나 주차가 어려워진다.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고, 내리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성격이 더 꼬장꼬장해지거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60대 이후에 흔하지만, 40대부터 시작될 수 있다. 서 교수는 “여러 증세가 나타나는 60대 이후에야 뇌의 노화를 의심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40대부터 뇌세포가 위축되고 대뇌피질이 얇아지면서 뇌의 노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뇌의 바깥층을 대뇌피질이라고 한다. 여러 영역으로 나누는데, 전두엽 공간이 가장 넓다. 전두엽은 기억, 사고, 감정 등을 총괄한다. 노화로 전두엽 부피가 줄어들고 기능이 떨어지면 건망증이 심해지고, 제대로 기획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뇌의 부피가 줄어들면 혈류량도 감소한다. 뇌는 전체 장기의 2% 정도이지만 에너지의 20% 이상을 쓴다. 혈류량이 감소하면 에너지를 덜 받기 때문에 정보처리 속도도 늦어진다. 사소한 것들을 곧바로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게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증세는 모두 병적인 것일까. 서 교수는 “중년 이후 건망증은 대부분 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병적인 증세를 잘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건망증일까, 인지 장애일까 건망증이 악화하면 인지 장애, 인지 장애가 악화하면 치매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가운데 건망증과 가벼운 인지 장애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서 교수는 “깜빡하는 상황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느냐, 즉 반복성 여부가 건망증과 인지 장애를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힌트를 줬을 때 “그랬었지”라며 과거 사실을 기억해 낸다면 건망증에 가깝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박 씨는 건망증 단계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잊는 일을 반복하지 않았고, 친구가 알려주니 바로 실수를 알아차렸기 때문.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고 대신 휴대전화를 안에 둔 채로 문을 닫았는데 완전히 까먹었다고 치자. 약속을 잊는 것보다 사안이 심각해 보일 수 있다. 인지 장애에 가까울까. 서 교수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반복하느냐, 힌트를 주면 알아차리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다. 약속 잊기를 반복하며, 그 사실을 일깨워줘도 기억해 내지 못한다면 인지 장애 단계로 볼 수 있다. 인지 장애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서 교수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수록 ‘병적인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령 치매 단계라면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우길 수도 있다. 인지 장애 단계에 근접하면 성격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서 교수는 “대범하던 사람이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화를 잘 낸다면 전문가를 만나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음식 맛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서 교수는 “가족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이런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억력 소실에 대한 걱정 버려야 건망증 단계인 데도 치매 걱정에 병원을 찾는 이가 적잖다. 뇌 건강을 해치는 행동이다. 서 교수는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곱씹는 습관은 인지 장애나 치매의 가장 나쁜 인자”라고 강조했다. ‘기억력이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부터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건망증 단계에서는 뇌를 자극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좋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몰입하면 새로운 뇌신경 세포가 만들어지거나 도파민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인지 기능이 개선된다. 서 교수는 “외국어 공부나 악기 연주 같은 게 좋은데, 정말 즐기면서 도전하는 기분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가던 길을 바꿔 다른 길을 찾아보는 등 일상에서부터 새로운 것을 찾는 방법도 괜찮다. 다만 인지 장애 단계 이후라면, 새로운 도전은 권장되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뇌가 새로운 도전을 스트레스로 여기기 때문이다. 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메모하고 물건을 같은 장소에 두는 식으로 ‘생활 루틴’을 만들어 실천하는 게 좋다. 저체중이라면 살을 찌우는 게 좋다. 서 교수는 “저체중은 뇌 노화를 유발한다. 게다가 저체중일 때 치매 발생률이나 사망률 모두 높다”고 설명했다. 물론 비만이 좋을 수는 없다. 배 둘레가 넓어지는, 이른바 내장 비만일 때도 저체중일 때와 결과가 같다. 다만 허벅지나 팔다리 피하지방에 있는 렙틴 성분은 뇌 노화를 막아준다. 지방도 가려서 빼야 한다는 이야기다.● 생활 습관 개선이 정답뇌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뇌의 맷집을 키우면 된다. 서 교수는 “이를 뇌의 ‘인지 예비능’이라고 하는데, 노화에 대비해 뇌의 저장고를 넉넉히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이후 꼭 필요한 습관으론 어떤 게 있을까. 일단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 삼시세끼가 좋지만 평상시에 두 끼만 먹는다면 그 습관이라도 지키는 게 좋다. 폭식과 과식은 피한다. 두부, 콩, 등푸른생선, 살코기를 비롯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자. 서 교수는 “단백질에 있는 성분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뇌에 좋다는, 이른바 ‘뇌 영양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건강기능식품이다. 뇌 기능을 개선하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되도록 매주 5회, 30분 이상 운동하자. 옆 사람과 얘기할 때 숨 차는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하루에 7500보 이상은 채운다. 근력 운동도 뇌 건강에 좋다. 근육에서 뇌 기능을 강화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나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 특히 여자의 경우 허벅지 근육이 발달하면 치매 예방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를 이완시키는 명상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자. 좋지 않은 생각은 털어 버려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지인들을 자주 만나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요즘 짧은 포맷의 영상 콘텐츠가 인기인데, 일방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이런 형식은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모바일 게임을 하더라도 머리를 많이 쓰는 걸 택하자. 중년 이후에 술과 담배는 되도록 끊어야 한다. 뇌는 심장, 폐, 간, 콩팥 등 모든 장기와 연관돼 있다. 장기가 손상되면 뇌도 다친다. 서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 뇌 기능이 유지됐다.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한다. 별다른 자각 증세가 없다가 어느 날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에서 고혈압은 가장 위험한 인자로 꼽힌다. 진단 기준을 알아 두자. 국내에서는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각각 140/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이때는 약을 먹어야 한다. 약이 싫다며 거부했다가는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최근 심·뇌혈관 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이 세계적으로 엄격해지고 있다. 특히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낮추는 추세다. 유럽심장학회는 2년 전, 약물 치료 중이라면 혈압을 120∼129mmHg까지 낮출 것을 권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도 지난해와 올 3월 잇달아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원호연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방과 치료 효과가 높은 방향으로 지침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학회들도 유럽과 미국의 변화를 반영해 진료 지침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을 원 교수와 살펴봤다. ● “고혈압, 지켜보자 → 적극 치료” 미국 고혈압 진단 기준은 국내보다 엄격하다. 130∼139/80∼89mmHg부터 1기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국내의 ‘고혈압 전 단계’가 미국에서는 고혈압 환자인 셈. 단, 모든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하지는 않았다.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거나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만성 콩팥 질환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10% 이상일 때만 약을 줬다. 이런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생활 습관을 개선토록 했다. 새 가이드라인에서도 고혈압 진단 기준은 그대로다. 하지만 대응 방식은 달라졌다. 1기 고혈압의 경우 3∼6개월 동안 생활 습관을 개선해도 효과가 없다면 약물 처방을 권고했다. 오래 두지 말고, 적극 치료하라는 뜻이다. 원 교수는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보이는 가장 큰 변화다. 일찍 치료에 개입해 심·뇌혈관 질환 발병률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혈압이 아주 높지 않더라도 방치하면 혈관은 손상된다. 그 손상이 누적되면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새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환자라면 1기 고혈압 수치 이하로 목표치를 잡으라고 권했다. 더불어 30∼64세 모든 성인에 대해 ‘가급적’ 120/80mmHg 미만으로 혈압을 낮추라고도 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1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고혈압 전 단계일 때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을 처방한다. 다만, 고위험군이라면 고혈압 전 단계라도 약을 쓸 수 있다.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다면, 고혈압 전 단계에서부터 약물을 복용하는 걸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떡 만드는 리포단백(a) 검사 권고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은 100mg/dL 미만이면 정상이다. 130mg/dL을 넘어서면 위험군으로 규정한다.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이 낮아도 문제다. 60mg/dL 이상을 정상으로 보고 있으며 40mg/dL 미만은 위험군이다. 특히 고위험군일수록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도록 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은 70mg/dL 미만, 심·뇌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초고위험군은 55mg/dL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한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미국의 새 가이드라인은 한국의 기존 지침과 비슷하다. 다만 위험도가 높다면 30대부터라도 약물 치료를 권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조기 치료를 강조한 것. 새 가이드라인은 ‘리포단백(a)’라는 혈중 단백질에 주목했다. 성인이라면 1회 이상 혈액 검사로 이 단백질 수치를 확인하라는 것. 이것은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물질(지단백) 중 하나다. 혈관에 잘 달라붙어 혈전(피떡)을 만든다. 리포단백(a) 농도가 30mg/dL 미만이면 정상이다. 50mg/dL 이상이면 고위험, 100mg/dL 이상이면 초고위험군이다. 초고위험군의 경우 심장병 위험이 2배 높아진다. 리포단백(a)의 90% 이상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으로 숫자를 줄일 수 없다. 원 교수는 “여러 방법을 써도 LDL콜레스테롤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리포단백(a)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수치가 높다면 유전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다는 뜻이니 더 주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다행히 최근 관련 약물의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결과에 따라 몇 년 이내에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 심혈관 질환 위험도 예측 가능 미국 새 가이드라인은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기 위해 프리벤트(PREVENT)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미국심장협회 홈페이지(professional.heart.org)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종전에는 40대 이후부터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측정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30대부터 확인할 수 있다. 원 교수는 “이 또한 위험 요인이 있다면 나이를 앞당겨 적극적으로 치료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가동한 뒤 혈압,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 사구체여과율, 당화혈색소 등 건강검진 데이터를 입력하면 된다. 10년과 30년 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수치가 곧바로 나온다. 43세 남성 A 씨와 57세 남성 B 씨 데이터를 입력해 봤다. A 씨는 10년 내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4.3%, 30년 위험도가 23.8%로 나타났다. B 씨는 각각 5.7%와 23.6%로 나타났다. 10년 위험도는 나이가 많은 B 씨가 높았지만, 30년 위험도는 오히려 A 씨가 높았다. 왜 그럴까. B 씨는 혈압이 정상 범위였다. 당화혈색소가 다소 높았지만 잘 관리하는 편.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약물도 복용하고 있었다. 반면 A 씨는 혈압과 체질량 지수,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높았다. 아직 젊어 10년 위험도는 낮았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30년 이내에 발병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 것. ● 꾸준한 관리만이 예방의 비결결국 적절한 관리가 최선이다. 가이드라인은 소금 함량을 줄일 것을 당부했다. 원 교수는 “사람마다 환경이 다르기에 섭취량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싱겁게 먹는 것, 국물을 덜 먹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체중 조절도 필요하다. 덜 먹고 운동해야 한다. 원 교수는 “주 5회, 30분 이상씩 중강도 이상으로 운동해야 한다. 숨이 약간 가쁘고 땀이 날 정도면 좋다”고 설명했다. 평지만 느릿하게 걷기보다는 굴곡이 있는 지역을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 추천된다. 먹는 방식도 고쳐야 한다. 일단 가공식품은 피하는 게 좋다. 채소와 과일도 많이 먹으면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원 교수는 “좋은 음식을 덜 먹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잘 자야 한다. 수면무호흡 상태라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혈당을 모두 올린다. 특히 밤에 혈압이 높아지는 ‘야간혈압’은 뇌압을 높여 뇌졸중 위험도 높인다. 별 이상이 없다고 무심해서는 안 된다. 원 교수는 “가능하다면 매년, 최소한 2년에 한 번 정도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라”고 말했다. 고위험군이라면 매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콜레스테롤 검사 국가 검진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줄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는 게 당연히 좋다. 스트레스도 줄여야 한다. 원 교수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대 초반 여성 김선희 씨(가명)는 몇 년 전 골감소증 진단을 받았다. 키가 160cm였는데, 몸무게가 32kg에 불과했다. 지독하게 마른 이유가 있었다. 살찌는 게 너무 싫었다. 안 먹었고, 먹은 후에는 토해냈다. 거식증이었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생리불순이 나타났다. 곧 무월경으로 악화했다. 골밀도가 너무 낮아, 그대로 두면 뼈가 쉽게 부서질 것 같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음식량을 늘렸다.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도 투입했다. 덕분에 느린 속도였지만 조금씩 체중이 늘었다. 지금은 40kg을 웃도는 상황. 골감소증도 많이 호전됐다. 중단됐던 월경도 다시 나타났다. 하정훈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0∼40대 젊은 여성 골감소증 환자가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뼈엉성증)은 ‘노인병’이라고 여겨졌다. 진료를 받는 젊은 여성이 실제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대와 30대 환자가 매년 2000∼3000명이다. 40대 환자도 1만7000명을 넘어섰다. ● 식이 제한 다이어트가 큰 원인 젊은 여성의 뼈 건강이 왜 악화하고 있을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꼽을 수 있다. 운동보다는 음식 섭취량을 극도로 줄이는 방식의 다이어트가 대표적이다. 김 씨 사례와 비슷하다. 하 교수는 “극단적으로 음식을 줄이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덜 나온다. 이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에스트로겐은 뼈를 부수는 세포(파골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 뼈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 덕분에 젊은 여성들은 대체로 뼈가 튼튼하다. 여성호르몬은 폐경 이후 급격하게 줄어든다. 보호막이 사라지니 뼈는 약해진다. 폐경 이후에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많이 생기는 이유다. 하 교수는 “음식을 극도로 제한하면 섭식장애가 먼저 나타나고, 생리불순이나 무월경이 동반되며 뼈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의 햇볕 기피도 뼈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피부 건강을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쓰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야외 활동 자체를 줄이거나 아예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여성도 있다. 이 경우 비타민D 수치가 크게 떨어진다. 20대와 30대는 모든 연령을 통틀어 비타민D 수치가 가장 낮다. 비타민D 수치가 낮으면 뼈 건강에 특히 중요한 칼슘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다. 골밀도 검사를 받는 젊은 층이 많아진 것도 환자가 늘어난 이유다. 다만 검사 결과를 과잉 해석해서 환자가 많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40대의 엄격한 진단 기준을 따르지 않고 50대 이후 기준을 따르다 보니 젊은 골감소증 환자가 많아졌다는 것. ● 약물보다 생활 습관 개선이 먼저 골감소증 단계에서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골밀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방치하면 60% 정도는 골다공증으로 악화한다. 골감소증 단계에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50대 이후라면 뼈를 강화하는 약물을 쓴다. 최근에는 뼈를 만드는 세포(조골세포)를 늘리고 기능을 강화하는 ‘골 형성 촉진제’가 주목받고 있다. 주사제 형태로 매달 1회 투입한다. 하 교수는 “예전에는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약물이 대부분이었고 조골세포를 늘리는 약물은 거의 없었다. 조골세포는 운동으로만 늘려야 했기에 뼈가 생성되는 시간이 더뎠다”고 말했다. 골 형성 촉진제를 투입하면 골밀도 증가 속도가 기존의 7배 정도로 빨라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2회 이상 골절이 있었거나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약이 효과가 없는 등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골대사학회는 조건을 완화해 줄 것을 보건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20∼40대 젊은 여성은 치료법이 다르다. 일단 치료제를 곧바로 처방하지 않는다. 음식을 안 먹거나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이 뼈 건강 악화의 원인이기 때문. 그 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는 크다. 게다가 아직 가임기라서 약물이 미래의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게 첫 번째 치료다. 상황을 보면서 칼슘과 비타민D를 추가로 처방한다. ● 탄산음료 줄이고 우유 늘려야평소 뼈 건강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우선 뼈를 약하게 만드는 음식부터 피하자. 카페인과 탄산이 든 음료나 방부제가 들어있는 가공식품이 대표적이다. 뼈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성분은 칼슘과 인이다. 이런 음식들은 칼슘과 인을 몸 밖으로 배출해 버린다. 두 성분의 적절한 조합도 방해한다. 하 교수는 “칼슘과 인이 잘 섞여야 품질 좋은 시멘트 같은 뼈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을 많이 먹으면 푸석푸석한 시멘트처럼 뼈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뼈 건강은 ‘골밀도 80%, 품질 20%’ 비중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뼈의 품질 검사 방법은 아직 없다. 뼈 품질이 나빠도 골밀도에 문제가 없으면 ‘정상’으로 나온다. 하 교수는 “가족력, 과거 골절 이력 등을 검토해 뼈 품질을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칼슘과 인이 뼈에 좋다고 해서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하 교수는 “칼슘과 인은 부족해도 문제, 과해도 문제인 무기질이다. 딱 적당한 만큼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제보다는 음식 형태로 섭취하는 게 좋다. 영양제는 과도할 경우 몸에 쌓이고, 요로결석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음식으로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상관없다.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단, 최소한의 섭취량은 지켜야 한다. 칼슘의 경우 하루에 800∼1000mg은 섭취해야 한다. 하루 세 끼를 정상적으로 먹는다면 보통 500∼600mg의 칼슘은 챙길 수 있다. 추가로 300mL 우유 한 잔만 마셔도 충분한 것. 칼슘과 인은 멸치와 유제품에 풍부하다.● 빨리 걷기-달리기-줄넘기 좋아흡연과 음주는 뼈를 약화시킨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운동도 필요하다. 조골세포는 운동할 때 생성되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학교에서 ‘체력장’을 시행한 세대보다 그 이후 세대가 뼈가 약하다는 보고가 있다. 운동량이 그만큼 줄었기에 나타나는 결과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대와 20대 때 뼈를 튼튼하게 할수록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걷기 같은 운동도 좋다. 하지만 뼈 건강을 위해서라면 다소 빠른 속도로 걸어야 한다. 그래야 뼈에 자극이 간다. 하 교수는 “뼈가 자극을 받아야 조골세포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튼튼한 뼈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뼈에 자극을 더 많이 주려면 강도가 높은 달리기, 줄넘기,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이 좋다. 달리기가 힘들면 속도를 낮춘 ‘슬로 조깅’, 그것도 어렵다면 빨리 걷기가 좋다. 이런 유산소 운동은 주 3회 이상 30분씩 꾸준히 하는 게 좋다. 뼈에 자극이 가해지지 않는 수영은 뼈 건강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운동이다. 근력 운동도 필요하다. 하 교수는 “근육과 뼈는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근육이 강해지면 뼈도 강해진다. 근육이 빠지면 뼈 밀도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스쾃이나 아령 들기 같은, 가벼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K2 전차, 천무 다연장로켓 등 우리 군 주력 무기 체계가 해외에서 인기다. ‘K방산’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은 글로벌 방산 시장의 핵심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금융 문제로 난관에 부닥칠 때도 있다. 지난해 말 폴란드 2차 방산 수출 과정에서 그랬다. 한국수출입은행은 1차 수출 때 폴란드 정부에 대출 형태로 금융을 지원했다. 2차 때는 그럴 수 없었다. ‘동일 차주 여신 한도 제한’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폴란드 정부에 일정 비율(40%) 이상 대출하지 못한다. 금융 문제로 거래가 무산될 위기를 맞은 것. 이때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우리 정책금융 지원액인 52억 달러 가운데 무보가 39억 달러를 보증하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거래는 성사됐다. 무보가 보증기관으로서 수출을 이끈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무보는 정부 투입 예산의 20∼30배를 지원할 수 있어 대형 프로젝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지난달 루마니아 재무부와의 협상에서도 무보의 역할이 컸다. 무보는 루마니아 재무부 앞으로 9억 유로 금융을 제공했다. 루마니아는 우리 기업 참여를 전제로 한 방산물자 조달 등 국책 프로젝트 계약 이행에 이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된 것. 무보는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에 20억 달러 규모 선(先)금융을 제공한 바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넓히고 있다.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핵심 부품과 소형 화기를 책임지는 ‘허리 기업’과의 조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산 중소기업 다산기공㈜ 지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보는 수출 계약 시 수입자가 요구하는 은행 보증서에 대해 손실을 보장하는 형태인 수출보증보험을 지원했다. 이 기업은 은행에 담보로 묶인 자금을 제작 공정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보증 사고가 발생하면 은행도 무보에서 손실을 보상받는다. 지난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팀을 신설한 이후 방산 중소기업 수출 거래를 직접 지원한 첫 사례다. 최근에는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기업과 은행이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하면 무보가 출연 규모의 20배에 이르는 수출 자금을 중소기업 협력사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민간 자본과 공적 기금의 결합으로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기아와 하나은행이 400억 원을 출연해 6300억 원 규모 협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HL만도, 포스코, HD현대중공업, 콜마, 무신사 등으로 확산 중이다. 현재까지 누적 협약 규모는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무보는 최근 이 모델을 방산 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 산업통상부와 협업하고 있다. 이 같은 K방산 상생 금융 모델은 방위산업의 기초 체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영진 무보 사장은 “무역보험은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출길을 여는 ‘황금 지렛대’다. 기금의 레버리지 효과를 바탕으로 방산 같은 전략산업의 성장이 자금 부족으로 멈추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척추 수술을 받아도 때론 재발한다. 10년 이내에 재발할 확률은 15∼18%이다. 통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거나 더 악화하는데, 이를 ‘척추 수술 실패 증후군(FBSS)’이라고 부른다. 재발 원인은 다양하다. 척추 퇴행일 수도 있고, 수술이 불완전했을 수도 있으며, 나사못 같은 부품이 손상됐을 수도 있다.그 어떤 경우든 재수술은 난도가 높다. 척추 내부 구조가 상당히 변형됐을 가능성이 큰 데다 나사못이 여기저기 박혀 있을 수 있어서다.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재수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술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조 교수는 얼마 전 성영희 씨(65)의 5번째 척추 수술을 집도했다. 성 씨는 FBSS, 척추 협착증, 측만-후만증 진단을 받았다. 허리를 펴지 못했고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 첫 수술 3개월 만에 재수술 1990년대 후반, 처음 척추 디스크 증세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왼쪽 발목이 저렸다. 저림 증세는 곧 왼쪽 다리 전체로 퍼졌다. 이어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척추 수술하면 몸이 더 망가진다”며 성 씨를 말렸다. 잘못된 상식을 믿었다. 한의원 ‘물리치료’나 주사에 의존했다. 고통은 심해졌다. 그토록 좋아하던 등산도 중단해야 했다. 급기야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얼마 후에는 몸도 잘 안 움직여졌다. 이젠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2002년 3월, 성 씨는 한 지역 병원에서 허리뼈 4번과 5번 척추 유합술을 받았다. 병든 디스크를 제거하고 인공 구조물을 넣은 뒤 나사못으로 척추 마디를 고정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몸이 가벼워졌다. 헬스클럽을 찾아 열심히 재활 훈련을 했다. 3개월이 흘렀다. 그날도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척추 근처에서 ‘두둑’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대로 드러누웠다. 몸에 힘을 줘도 일어날 수 없었다. 의사는 수술 부위 주변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 범위를 좀 더 넓힐 걸 그랬다”고 말했다. 사실 이는 척추 재수술 원인 중 하나다. 수술한 부위 주변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운동 등으로 척추 마디에 과도한 압박이 가해지면 나사가 풀리거나 부러질 수도 있다. 재수술이 필요한 상황. 다행히 재수술은 별 탈 없이 끝났다. 이후 성 씨는 조심, 또 조심했다. 덕분에 당분간 허리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4차 수술 후에는 고통만 남아 2011년 성 씨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러는 중에도 척추 질환은 재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다시 증세가 나타났다. 처음엔 엉덩이 주변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리 저림은 덜했지만 통증은 더 심했다. 이번에도 수술을 피하려 애썼다. 소용이 없었다. 그해 말에 세 번째 수술을 받았다. 허리뼈 1번과 2번 부위 유합술이었다.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허리통증이 더 심해졌다. 척추 수술 실패 증후군이 나타난 것. 의사는 “뼈가 부러지고 나사를 박은 부위도 흔들린다”며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급히 찾아간 A 병원은 재수술을 거부했다. 다행히 B 병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2018년 허리뼈 2번부터 4번까지 척추 유합술을 시행했다. 네 번째 수술이자 세 번째 재수술이었다.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양쪽 다리에서 힘이 급속하게 빠져나갔다. 허리가 좌우로 심하게 굽으면서 서 있기조차 힘들어졌다. 성 씨의 딸 박주연 씨(30)가 회사를 관두고 어머니를 간호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는 딸의 팔을 붙들고 나서야 겨우 5m를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허리통증은 더 심해졌다.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럴수록 근육은 감소했다. 병원에서는 버텨보라는 말과 함께 통증약만 줬다. 그렇게 5년이 흘러갔다. 지난해에는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사구체 여과율이 39%까지 떨어졌다. 신장의 39%만 기능한다는 뜻이니, 만성 신부전증과 다름없었다. 돌파구를 찾던 중에 딸 주연 씨가 척추 재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올해 1월, 성 씨는 조 교수를 찾았다. ● 5번째 수술, 2차례 나눠 시행조 교수가 허리 상태를 살폈다. 척추 마디에 박은 나사와 지지봉이 여러 개 부러져 있었다. 척추 변형도 심했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퇴행성 변화까지 겹치면서 상태가 더욱 나빠진 것. 웬만한 병원이라면 재수술을 거부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다. 대장암으로 인한 장 유착은 수술에 지장이 될 수도 있었다.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진 점이 더 맘에 걸렸다. 콩팥이 안 좋다면 척추가 잘 붙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고난도 수술이 예상됐다. 그래도 조 교수는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성 씨와 가족을 안심시켰다. 당시 수술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환자는 희망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예상대로 수술 과정은 험난했다. 조 교수는 성 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두 차례 나눠 수술을 집도했다. 1차 수술에서는 등으로 접근해 기존 나사못과 지지봉 등을 제거했다. 1주일 후에는 옆구리로 2차 수술을 진행해, 디스크 사이에 인조 뼈를 넣고 나사를 조였다. 길이 8cm 내외의 나사 13개를 새로 박아 넣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성 씨는 재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 조 교수는 “사실 수술 직전 상태는 말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다. 딸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지 않았더라면 더 악화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족의 헌신이 수술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라는 것. 성 씨도 “딸 덕분에 내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통증 없이 허리 펴고 걷다 아직은 허리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성 씨는 “통증이 거의 없어졌다. 등을 펴지 못했는데, 허리를 곧추 펼 수 있게 됐다. 빨리 걷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사실 한창 아프던 2016년 무렵에는 우울증 때문에 1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기도 했다. 조 교수는 “여러 차례 수술에 실패하면 무력감이 커지고 위축될 수 있다. 그러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 우울증을 극복하기 시작한 것. 10년 넘게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기에 뼈와 척추가 다 약해졌다. 근육량도 매우 적다. 이 때문에 젊을 때처럼 쌩쌩 움직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1년 정도는 재활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물속에서 걷기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관절에도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 땅 위에서 걷는 건 어떨까. 조 교수는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걸어야 한다. 무리하게 1만 보를 채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누워서 자전거 타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척추 수술 환자는 모두 외상을 조심해야 한다. 조 교수는 “특히 앉고 일어설 때 엉치뼈 부위를 조심해야 한다. 절대로 ‘쾅’ 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곤할 때 온찜질을 자주 해 주는 것도 좋다. 성 씨와 주연 씨는 “재활 훈련 열심히 해서 활기찬 날을 되찾을 것”이라며 웃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심장동맥(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혈관을 뚫어야 한다. 이를 경피(經皮)적 관상동맥 중재술(스텐트 삽입술)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4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스텐트 삽입술은 1년 동안 7만여 건이 이뤄졌다. 수술과 시술을 통틀어 전체 9위다. 그만큼 심혈관 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심혈관 질환 환자는 2022년 100만 명을 처음 기록했고, 현재 110만 명을 넘어섰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 비중이 높다. 하나만 꼽으라면 협심증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연간 70만여 명이 협심증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이라면 막힌 혈관을 시급히 뚫어야 한다.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심증이 서서히 진행된 만성일 때는 스텐트를 삽입하지 않고 약물 치료만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 스텐트 삽입술을 해야 할까. 안전하기는 한 걸까. 궁금증을 풀어 본다.● 심혈관 질환이 늘어나는 이유심장동맥을 좁히거나 막는 주범은 동맥경화다. 일단 노화가 주된 원인이다. 다른 만성질환까지 겹치면 동맥경화를 피하기 어렵다. 고령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다. 다만 50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심지어 30대에도 환자가 적잖게 발생한다. 강정현 씨(가명)가 그런 사례다. 10년 전, 강 씨는 극심한 흉통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의식은 잃지 않았다. 곧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 심장동맥이 거의 막혀 있었다. 강 씨는 흡연자였고 비만이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당연히 높았다. 스텐트 시술로 ‘고비’를 넘겼다. 강 씨는 담배를 끊었다.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하면서 체중도 줄였다. 그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확 떨어졌다. 강 씨는 다시 찾은 건강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한 교수는 “젊은 심혈관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단적인 사례”라며 “서구형 식단에다 고콜레스테롤 음식까지 자주 먹는 습관 때문에 동맥경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력도 ‘젊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한 교수는 “같이 사는 가족의 생활 습관을 말하는 것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부부라도 고콜레스테롤 음식을 같이 먹고 운동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가족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생활 습관을 개선하라는 뜻이다. 흡연도 치명적이다. 한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다른 질병으로 인해 심혈관 질환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젊은 층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없더라도 흡연이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금연은 필수”라고 말했다. ● 치료해야 할지 자가 진단 필요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증세를 꼼꼼히 살펴보자. 일단 협심증이라면 주로 운동하거나 계단 오를 때처럼 움직일 때 흉통이 나타난다. 혈관이 좁아진 탓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쉬고 있으면 흉통은 사라진다. 다만 협심증을 방치하면 심근경색과 비슷한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는데, 이때는 쉬는 시간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흉통은 보통 30초 이상 이어진다. 길어도 30분 이내에는 해소된다. 흉통 지속 시간이 10초 정도로 짧다면 협심증이 아닐 확률이 높다. 한 교수는 “다만 10초가 되지 않아도 흉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협심증을 배제할 수 없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증 양상을 세심히 관찰하자. 둔탁하고 묵직한 느낌일 때가 많다. 가슴이 심하게 눌리거나 답답하며 뻐근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날카롭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은 덜하다. 어느 지점이 아프다고 딱 짚을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통증은 명치 부위, 목, 턱, 치아까지 번질 수도 있다. 이런 증세가 없어도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심장동맥 석회화 수치다. 혈관에 칼슘이 쌓이면 그만큼 딱딱해진다. 석회화 수치가 0점이라면 3∼5년 이내에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거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0.4%에 불과하다. 하지만 400점을 넘어서면 위험도는 7.2배 높아진다. 400점 이상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추가 검사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석회화 수치는 심장 CT(컴퓨터단층)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석회화 수치가 높은 사람은 칼슘을 섭취하면 안 되는 걸까. 한 교수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칼슘 보충제 형태로 먹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텐트, 안전성 높고 성능 개선 중 협심증이 확인되면 우선 약물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약물,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를 먹는다. 심박수를 낮추기 위해 베타차단제라는 약물과 혈관확장제도 복용한다. 고위험군은 이런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답답함과 흉통이 사라지지 않으면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이럴 때 스텐트 삽입술을 고려한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혈관이 70% 이상 막혔을 때 시도한다. 석회화가 심하다면 먼저 딱딱한 석회를 깨뜨리는 시술을 하고 나서 스텐트를 삽입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스텐트 삽입술은 대체로 30분 정도면 끝난다. 과거에는 시술받은 환자의 30%에서 부작용이 보고됐다. 지금은 재발률이 5%에 불과하다. 평생 금속을 몸 안에 지니는 것을 걱정하는 이도 더러 있다. 이런 거부감을 반영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스텐트가 개발 중이다. 한 교수는 “1∼2년 이내에 국내 승인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술 후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항혈소판제, 베타차단제 등을 평생 먹어야 한다. 최근에는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한 교수팀도 심부전이 없는 환자라면 시술 후 베타차단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최근 발표했다. 한 교수는 “환자의 불편과 비싼 약제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르면 2년 이내에 임상 지침을 만들어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이 최선… 꾸준히 관리를예방이 최선이다. 만성질환부터 다스리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중 어느 하나만 있더라도 심근경색 위험도가 2∼3배 높아진다. 생활 습관은 꼭 고쳐야 한다. 먼저 식습관. 건강한 식사가 필요하다. 특별한 식단을 찾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과식하지 않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충분하다. 한 교수는 “지중해성 식단을 비롯해 혈관 건강에 좋다는 식단이 많다. 육류를 줄이고 생선을 늘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강박적으로 이런 식단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미국심장학회는 심장 건강을 위해 매주 150분 이상, 시속 6km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권한다. 한 교수는 “권고 기준을 따르는 것도 좋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운동할 필요는 없다. 숨이 가쁘고 땀이 나는 강도로 자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연은 필수다. 스트레스도 줄여야 한다.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는 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자주 심장 CT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한 교수는 “증세가 없는 상황에서 예방적 검사는 의학적으로 권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채널A 유튜브 ‘건강IN으로’에 업로드된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이다. 당뇨병 전 단계를 합치면 1500만 명. 위험군까지 추가하면 혈당 관리가 필요한 인구는 2000만 명으로 늘어난다. 혈당 관리가 국민적 과제가 돼 버렸다. 정상 혈당치부터 알아 두자. 공복 혈당은 99mg/dL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밥 먹고 2시간이 지나 측정하는 식후 혈당도 140mg/dL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 기준을 넘는다면 당뇨 전 단계이거나 이미 당뇨병 환자다. 최근에는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의학 용어는 아니다. 식후에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떨어지는 모양이 뾰족한 송곳이나 못(스파이크)을 닮았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물론 좋지 않은 징후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는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혈관 내피세포를 다치게 한다. 동맥경화, 미세혈관 손상을 비롯해 당뇨병성 합병증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몸이 망가진다는 뜻이다. ● 혈당 스파이크, 정확히 알자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난다면 최소한 당뇨병 전 단계일 확률이 높다. 조 교수는 “혈당이 정상치라면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식사량이 많다면 일시적으로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날 수는 있다. 다만 반복된다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한다. 기준부터 정해야 한다. 조 교수는 “식전 혈당보다 50mg/dL 이상 오르거나 140mg/dL 이상 나오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식전 혈당 수치로 돌아가기까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원래 정상 수준이었다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당뇨병 환자는 5시간 정도. 그러니까 밥을 먹고 나서 식전 혈당으로 돌아가기까지 3∼5시간이 걸린다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 이 경우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몇 종류의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혈당 스파이크 횟수는 달라진다. 가령 피자만 먹었다면 혈당 스파이크는 1회로 끝날 수 있다. 콜라를 같이 마셨다면 최소한 2회 이상 나타난다. 치킨까지 먹었다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조 교수는 “한 종류 음식만 먹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의 패턴과 횟수는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스나 단순당 식품은 위장에서 빨리 배출한다. 소장에서 흡수되면서 먼저 혈당이 오른다. 이어 기름기 있거나 섬유질 음식이 나중에 소화되면서 뒤늦게 다시 혈당을 올리는 것.● 식후 치솟는 혈당 막는 식사법 혈당이 정상이라면 어떻게 식사하든 상관이 없다. 골고루 먹는 게 최선이다. 혈당 스파이크를 걱정해야 하는 상태라면 적게 먹어야 한다. 조 교수는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건강에 좋은 것만 가려 먹는다고 해도 양이 많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소식(小食)부터 시작하자. 먹는 순서도 지켜야 한다. 채소와 고기부터 먹고, 밥은 나중에 먹는다. 속도도 중요하다. 천천히 먹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할 의학적 근거는 많다. 채소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위에서 끈적끈적한 ‘그물망’을 친다. 밥(탄수화물)이 ‘식이섬유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탄수화물 흡수 속도도 느려진다. 늦게 소화되니 포도당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속도도 그만큼 느려진다. 하지만 허겁지겁 식사한다면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간다. 음식은 위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간다. 탄수화물이 곧바로 쏟아져 들어가면 혈당이 치솟는다. 혈당 스파이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음식을 20회 이상 꼭꼭 씹어 먹으면 입에서부터 음식 소화 속도를 더 줄일 수 있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일 수도 있다. 하루 세 끼를 여러 끼로 나눠 소량씩 먹을 때도 소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밥보다 고기를 먼저 먹어야 하는 이유도 있다. 고기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분비를 돕기 때문이다. 반대로 밥은 줄여야 한다. 조 교수는 “단지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게 아니라 ‘밥=주식’이고 ‘반찬=부식’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과일은 껍질째 씹어 먹어야 혈당이 지극히 정상이라면 과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뇨 전 단계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조 교수는 “이 경우 간식이 아닌 디저트 용도로만 적은 양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먹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껍질째 씹어 먹는 게 가장 좋다. 여러 연구에서 블루베리가 혈당을 가장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껍질째 먹는 이런 과일이 섬유질이 많기 때문. 반면 멜론처럼 과육만 먹는 과일은 혈당을 높일 수 있다. 껍질이 너무 질기면 과육만 먹을 수밖에 없다. 이때도 씹어 먹는 게 낫다. 주스 형태로 먹는 게 가장 좋지 않다. 위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이 순식간에 치솟는다. 그나마 블렌딩 믹서기로 갈아 만든 주스에는 식이섬유가 남아 있다. 시중에서 파는 과일 주스는 이 식이섬유를 거의 제거한 상태다. 당뇨병이 걱정된다면 피하는 게 좋다. 조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이런 음료는 ‘당분 폭탄’이다”라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열대 과일을 말려서 팔기도 한다. 이런 ‘건과일’도 덜 먹는 게 좋다. 건과일은 수분만 뺐을 뿐이다. 당분과 열량은 그대로 들어 있다. 그러니 적은 양만 먹어도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단순당과 정제 곡물, 초가공식품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백미, 밀가루, 설탕이 대표적이다. 소화와 흡수가 빨리 이뤄지므로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현미나 통곡물 같은 복합 탄수화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 혈당 다이어트, 효과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으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혈당 다이어트’다. “혈당 스파이크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포도당이 지방으로 쌓인다. 따라서 혈당만 치솟게 하지 않으면 체중도 빠진다”는 원리다. 사실일까. 조 교수는 “최근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진행된 여러 실험이 있었는데, 이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혈당만 낮춘다고 해서 체중이 절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탄수화물을 줄여도 고기를 많이 먹는다면, 혈당 스파이크가 없더라도 체중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혈당 관리가 다이어트에 도움은 된다. 단순당과 초가공식품을 채소와 통곡물류로 바꾸면 포만감이 높아지면서 섭취 열량을 낮출 수 있다. 조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에만 너무 몰입하지 말고,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연속 혈당측정기를 착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식후 혈당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다만 혈당이 정상인 사람까지 이런 기기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조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면 연속 혈당측정기 효능을 별로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런 기기는 혈당만 측정한다. 포화지방, 염분 같은 요소는 확인할 수 없다. 기기만 믿다가 심혈관 건강을 놓칠 수도 있다. 조 교수는 “식단을 개선하고 식후에 운동하는 등 생활 습관부터 개선하는 게 건강을 챙기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는 생활 수칙〉● 식사량을 줄여 소식(小食)한다●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인다● 소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먼저 먹는다● 채소류,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대로 식사한다● 가공된 것보다는 덜 가공된 음식을 먹는다● 과일을 주스 형태로 마시지 않고 씹어 먹는다● 식후에는 짧게라도 반드시 운동한다● 연속 혈당측정기를 사용할 경우 식후 혈당이 140mg/dL을 넘으면 병원에 간다●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생활을 관리한다● 충분한 수면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니 푹 자자자료: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콩팥(신장) 안에 있는 모세혈관 뭉치를 사구체라고 한다. 정수기로 치자면 고성능 필터다. 혈액 속 노폐물을 소변으로 내보낸다. 입자가 굵은 단백질과 적혈구는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걸러 낸다. 몸의 수분과 전해질을 조절한다. 이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게 사구체신염이다. 그러면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해 독소가 몸 안에 쌓인다. 반대로 단백질과 적혈구는 빠져나간다. 소변에 거품이 일면서 단백뇨가 생기고, 빨간색 혹은 콜라 색 혈뇨가 나온다. 소금 성분은 못 나가고 수분도 조절되지 않아 몸 여기저기가 붓는다. 이런 증세가 3개월 이상 나타났다면 만성 신부전일 확률이 높다. 사구체신염은 당뇨병, 고혈압과 함께 만성 신부전의 3대 원인으로 꼽힌다. 사구체가 1분 동안 걸러 내는 혈액의 양과 노폐물 비율을 사구체 여과율이라고 한다. 사구체 여과율이 60% 밑으로 떨어지면 만성 신부전으로 본다. 자각 증세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주한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이 때문에 콩팥이 완전히 망가지고 난 후에야 병원에 오는 환자도 적잖다”라고 했다. ● 건강검진에서 사구체신염 발견 2020년 12월, 임다솜 씨(32)는 회사를 관두고 잠시 쉬고 있었다. 몸이 상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의사는 “단백뇨 수치가 높으니 큰 병원으로 가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긴장하지는 않았다. 중고교 다닐 때도 학생 건강 검사에서 단백뇨가 종종 검출됐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학업 스트레스, 격한 운동 등으로 인해 단백뇨가 일시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재검사를 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최소한 1년 이내에 재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임 씨는 A대학병원을 찾아갔다. 사구체신염 진단을 받았다. 아무 증세도 없는데 병은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흔하다. 이 교수는 “사구체 여과율이 20%까지 떨어져도 증세를 못 느끼는 환자가 많다. 건강검진이 병을 발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구체신염 환자의 20∼30%는 10∼20년에 걸쳐 만성 신부전으로 악화한다.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임 씨는 의사 처방에 따라 식단부터 조절했다. 일단 덜 먹어야 했다. 단백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백질 섭취량도 낮췄다.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했다. 여드름이 나고 얼굴이 동그랗게 부어올랐다.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이었다. ● 사구체 여과율 급격히 떨어져 임 씨는 2021년 2월부터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치료법이 살짝 달라졌다. 스테로이드 약물을 줄이고 면역억제제를 투입했다. 염증은 항체가 과도하게 반응할 때도 발생한다. 면역 반응을 줄이면 염증도 줄일 수 있어 이런 약물을 투입한 것. 덕분에 얼굴 부기는 많이 빠졌다. 하지만 사구체 기능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었다. 당시 사구체 여과율은 29%. 만성 신부전증이 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폐물이 몸 안에 쌓여 나타나는, 이른바 요독 증세는 별로 없었다. 이 교수는 “환자에 따라서는 사구체 여과율이 10% 이하로 떨어져도 요독 증세를 자각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환자는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그 경우에도 철분제를 먹으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신장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 병을 ‘침묵의 병’이라고도 부른다. 임 씨는 이후로 1년 7개월 동안 2∼3개월마다 신장내과를 찾아 몸 상태를 살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급기야 2023년 8월, 사구체 여과율이 12%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15% 이하로 떨어지면 투석을 준비해야 한다. 신장 이식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해 9월, 임 씨는 이식외과로 옮겨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 1년 반 동안의 투석 끝에 이식 수술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구체 여과율은 다시 8%로 떨어졌다. 이 무렵 만성 신부전 증세가 극심해졌다. 갑자기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이 강해졌다. 부대낌도 심해졌고 구역질도 나왔다. 신발에 발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부어올랐다. 당장 투석을 시작했다. 콩팥 이식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뇌사자 콩팥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임 씨 아버지가 콩팥 기증을 결심했다. 수술 날짜는 2개월 후인 11월로 결정했다. 다만 기증자인 아버지 혈액형(O형)과 수혜자인 딸 혈액형(A형)이 일치하지 않았다. O형의 항체가 지나치게 강하면 이식 자체가 힘들 수 있다. 고난도 수술이 예상됐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면역 체계가 혈관을 공격하는 비정형성 용혈요독증후군이란 희귀 질환이 발생했다. 혈액이 깨져 혈전으로 변하는 병이다. 신부전을 비롯한 심각한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콩팥을 이식한 후에도 재발 확률이 높아진다. 의료진은 고심 끝에 수술을 보류했다. 이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이 교수는 “의학적으로 아주 복잡한 일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 기간이 1년 6개월이나 걸렸다”라고 말했다. 위험은 여전히 있었지만, 의료진과 환자 모두 동의해 수술을 결정했다. 2025년 2월 임 씨는 아버지 콩팥을 자신의 오른쪽 콩팥 부위에 이식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4일 만에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5일이 더 지나 퇴원했다. 다만 4개월 후 거대세포바이러스가 발견돼 위기를 맞은 적도 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큰 탈없이 마무리했다. 이후로는 순탄했다. 2∼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점검할 뿐이다.● 이식 후에 새로 얻은 삶임 씨는 수술하기 전, 매주 3회씩 1년 6개월 동안 투석을 받았다. 힘겨운 나날이었다. 요독이 쌓여 항상 피곤하고 지쳤다. 음식 조절은 고역이었다. 못 먹는 게 많았다. 조금이라도 자극적이면 피해야 했다. 물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회사, 병원, 집만 오가는 쳇바퀴 생활. 여행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임 씨는 “의식 자체가 또렷하지 않고 늘 뿌연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콩팥을 이식받은 후 새 삶을 얻었다. 구역감은 사라졌다. 피로감도 일상의 피로 수준으로 확 떨어졌다. 무엇보다 먹는 즐거움이 커졌다. 먹지 못하던 채소와 고기도 맘껏 먹게 됐다. 식탁이 풍성해졌다. 가족과 외식도 자주 한다. 덕분에 체중이 늘었지만, 필라테스로 조절하고 있다. 언감생심이던 운동이다. 이 교수는 “콩팥을 이식받은 후에도 격한 운동만 아니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콩팥이 이식된 오른쪽의 다리가 가끔 욱신거린다. 매일 면역억제제, 혈압약, 고지혈증약 등을 먹어야 한다. 그래도 투석받을 때와 비교하면 ‘천국’ 수준이다. 이 교수는 “욱신거리는 느낌도 점점 무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요즘 늘 ‘효도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아버지가 콩팥을 내어준다고 할 때에도 불효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버지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죄송했다. 그 감사함을 서툴게나마 표현했다. “부모님이 주신 장기 잘 유지하고, 앞으로는 건강한 모습만 보여드릴게요.”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세대를 떠나 도전은 결과보다 시도, 그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환갑이든 칠순이든 과감하게 한 걸음 내딛기를 적극 권합니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는 나이 때문에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늘 강조한다. 한계를 설정해 놓는 것이 가장 큰 제약이 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환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촐한 잔치를 벌이거나 기념 여행을 다녀오는 게 최선은 아니란다. 지난해 김 대표는 환갑을 맞았다. 60년간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의미도 있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 환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도 제안하고 싶었다. 연극을 하기로 했다. 1965년생 동년배 4명이 함께했다. 모두 바쁜 가운데도 5월부터는 매주 일요일에 모여 맹연습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마침내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그게 바로 창작 연극 ‘백자(Back 自)’다. 이 연극은 환갑을 맞은 네 친구의 관계와 내면을 풀어냈다. 김 대표는 이 작품이 60년 인생을 돌아보고 가족, 특히 부부 관계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극 중에서 김 대표는 미학 교수이자 백자에 집착하는 인물인 ‘현우’를 맡았다. 그는 백자 균열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운 아내와의 균열은 외면한다. 결국 백자를 깨뜨리는 순간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부부는 겉으로 화목해 보이더라도, 다양한 고민과 갈등을 안고 산다. 김 대표는 이런 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데 의미를 뒀다. 김 대표는 또 흠과 상처가 감춰야 할 결함이 아니라, 60년 세월을 잘 살아냈다는 증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환갑은 완결이 아니라 성찰을 통한 재출발이며, ‘나다움’을 재정의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연극 기획과 출연을 모두 소화한 김 대표는 “조금씩 양보하며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했고, 이는 가정이나 조직, 회사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임을 절감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연극 제작 과정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를 실행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공공기관장의 역할과도 맞닿아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연극이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후 ‘백자 2기’, ‘3기’ 등으로 이런 ‘환갑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매년 환갑을 맞게 될 예비 60대들이 각 세대의 시각과 방식으로 극을 개선하면 그 의미가 더욱 커질 거라는 이야기다. 연극 제작과 공연 과정에서 느낀 게 또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작품 공연과 같은 프로젝트가 이어져 단순하게 개인의 기념 이벤트가 아니라 대학로 연극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회 공헌 모델로 확장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코 질환은 우리나라 국민이 병의원을 가장 많이 찾는 병이다. 급성 비염(코감기),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세 가지만 합쳐도 외래 진료 건수 1위다. 평균적으로 성인은 연간 2회, 소아는 6∼10회 콧병 때문에 병의원에 간다. 급성 비염은 2개월마다, 급성 축농증은 6개월마다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코 질환의 대표적 증세는 코막힘, 재채기, 콧물 등 세 가지다. 환자의 30% 정도만 병의원을 찾는다. 나머지는 약으로 자가 해결하거나 그냥 참는다. 그러다 보니 급성 비염이 종종 축농증으로 악화한다. 이때는 항생제를 10∼14일 먹어야 낫는다. 이마저도 그냥 두면 만성이 된다. 삶의 질은 그만큼 떨어진다. 그야말로 ‘국민 질환’이지만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김성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잘못된 의학 상식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꽤 많다”라고 말했다. 코 질환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콧속 습도 조절이 관리의 시작 알레르기 비염일 때는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급성 비염, 그러니까 코감기는 기침, 재채기를 통해 전염된다.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평소 콧속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콧속 점막은 항상 축축해야 한다. 정상적이라면 매일 1L의 콧물과 2L의 침이 만들어진다. 이 점액은 점막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점막에 주름살이 늘어나는 30대부터 이 점액 분비량이 줄어든다. 60세가 되면 분비량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70세가 되면 30%, 80세가 되면 20%만 나온다. 점액 안에는 면역 물질도 많다. 점액이 줄어들면 면역력도 떨어진다. 농도까지 짙어져 찐득해진다. 이 때문에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기도 한다. 노인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된다. 콧속 습도 조절이 해법이다. 보통 콧속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질 때 점막이 마른다. 콧병은 대체로 10월 말부터 이듬해 4월 초순까지가 많이 발생한다. 습도가 낮은 시기라서 그렇다. 코점막만 축축하게 해도 급성 비염을 줄일 수 있다.습도 조절 방법을 알아두자. 첫째,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쓴다. 감염 예방만이 목적이 아니다. 날숨이 마스크 안에 고여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둘째,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튼다. 이때 목표 습도가 낮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반드시 5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식염수로 된 인공 콧물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스프레이 형태로 돼 있어 사용이 편하다. 30분∼1시간 간격으로 수시로 코안에 뿌려주면 된다. 보습 연고도 좋다. 다만 면봉으로 지나치게 안쪽까지 바르면 점막이 다친다. 손가락에 묻혀 코 입구에만 바르는 게 좋다. ● 약 사용법 알고 쓰자 비염 환자들은 약을 달고 산다.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많다. 대체로 안전하지만, 언제까지고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비염일 때 콧속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전신 부작용이 없다. 따라서 아이나 노인이 써도 좋다. 다만 용법을 지켜야 한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간헐적으로 쓰면 효과가 없다. 최소한 2주 이상 꾸준히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통 약 한 통을 한 달에 다 쓰면 된다. 코가 막힐 때 뿌리면 몇 분 이내로 코가 뻥 뚫리는 약의 용법은 전혀 다르다. 이런 약은 효과는 좋지만,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크다. 코점막을 강제로 수축시키는 혈관수축제인데, 계속 사용하면 혈관의 ‘자정 능력’이 떨어진다. 혈관이 굳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는 효과도 없고 증세만 심해진다. 5일 이내로만 사용해야 한다. 약을 살 때 혈관수축제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과 재채기가 심할 때 많이 쓴다. 한 시간 이내에 증세가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이런 약은 콧속을 건조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스테로이드 약물과 정반대로 간헐적으로만 먹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약을 먹으면 나중에 코점막이 더 말라버린다. 콧물이 멈추지 않을 때가 있다. 코점막이 쪼그라들어 신경 조절이 안 되는 경우다. 부교감신경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차단하면 되는데, 이것이 항콜린제 약물이다. 미리 코안에 뿌려두면 한두 시간 동안 콧물이 흐르지 않는다. 혈관수축제와 같은 부작용은 없다. 물로 콧속을 청소하는 건 피해야 한다. 수분을 보충하니 괜찮을 것 같지만 오히려 더 건조해진다. 맹물이 점액질의 수분을 빼앗기 때문이다. 딱지가 앉고 갈라져 피가 날 수 있다. 수영장의 물도 마찬가지다. 코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수영을 당분간 피하는 게 좋다. 콧속이 답답하다고 해서 휴지를 돌돌 말아 안을 닦아내는 것도 점막을 다치게 하는 행동이니 삼가자. 맹물 코 세척은 안 되지만 식염수 세척은 괜찮다. 식염수 스프레이를 뿌리면 좋다. 스프레이를 뿌렸을 때 콧속이 따끔거린다면 방부제 성분 때문일 확률이 높다. 방부제가 없는 스프레이를 고르면 된다. ● 약물 치료 안 되면 수술까지 검토 만성 코 질환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오랫동안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60대 여성 박정미 씨(가명)는 갑자기 후각을 잃었다. 코감기와 축농증을 방치한 게 원인이었다. 김 교수는 “점막 염증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흉터가 섬유화하고 후각 신경 세포가 손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했다. 다행히 박 씨는 후각을 되찾았다.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50대 여성 이지선 씨(가명)가 그런 경우다. 10년 넘게 축농증을 앓았고, 후각이 떨어져 있었다. 고름과 물혹이 콧속 통로를 꽉 막고 있었다. 이 통로를 여는 수술을 하고 난 후에야 이 씨는 후각 장애에서 해방됐다. 김 교수는 “3개월 이상 축농증을 치료해도 효과가 없거나 여러 개의 혹(용종)이 코를 막고 있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 질환이 여러 개 겹치면 치료가 복잡해진다. 40대 여성 정이연 씨(가명)는 20년 전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받았고, 10년 전 출산 후에 후각을 거의 잃었다. 나중에는 양쪽 코에서 혹도 발견됐다. 2023년부터는 코감기와 축농증이 거의 매달 도졌다. 천식까지 생겼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알레르기 비염, 용종, 천식, 두드러기 등으로 형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콧속 염증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가 나와 그나마 효과를 보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정 씨 또한 약물 치료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수술을 고민 중이다.● 한쪽 코만 막히면 검사 필요 약을 먹었는데도 코막힘이나 코피와 같은 증세가 한쪽 코에서만 2주 이상 나타난다면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통증이 한쪽 코에서만 나타나거나 콧물에서 심한 악취가 날 때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이 경우 반드시 코 내시경 검사로 원인을 찾아낸 뒤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치과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잇몸에 염증이 생겼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부위 위쪽 코의 점막이 부어오르면 이런 증세가 종종 나타난다. 냄새를 잘 못 맡거나 천식 증세까지 나타난다면 염증성 물혹이 있을 확률이 높다. 물혹보다 더 위험한 건 종양이다. 콧속 혹은 90%가 염증성 물혹이지만 10%는 종양이다. 이 중 10%는 악성 종양이다. 김 교수는 “코안이 완전히 막히기까지는 종양이 진행돼도 잘 모른다. 양쪽 코가 다 막힐 때도 있다. 특히 악취가 많이 나면 종양 의심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정현 씨(가명)도 몇 년 전 콧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림프종을 발견했다. 당시 코 양쪽이 다 막혀서 비염 수술을 했다. 하지만 증세가 좋아지지 않았다. 조직 검사를 했더니 림프종이 나온 것. 김 교수는 “콧속은 그물망처럼 혈관 다발이 있어 암세포가 여기에 ‘정착’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일찍 발견한 덕분에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5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암은 재발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2주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면 코 내시경 검사하는 것을 꼭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당뇨 환자가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혈당이 안정적이라고 칭찬했다. 이어지는 환자의 비결. “혈당 낮추는 데 OO가 좋다고 연예인이 말하길래 밥과 함께 먹고 있어요.” 의사는 뜨악했다. OO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급히 검색해 보니 곡물의 한 종류였다.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의사에 따르면 이 환자는 평소 열심히 운동하고, 소식(小食)하며, 식단도 잘 관리했다.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건 이 습관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환자는 연예인이 알려준 OO가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의사들에게도 들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의사나 전문가가 다이어트 유행을 선도했다. 지금은 연예인, 운동선수, 인플루언서 등이 그 역할을 한다. 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방송에서 “이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라고 하면 열풍으로 번진다. 다이어트 열풍, 의학적 근거는 지난해 초중반, 사과 발효식초(Apple Cider Vinegar)가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 식품이 식욕을 줄이고, 혈당도 안정시켜 지방 축적을 억제한다고 알려져서다. 줄여서 ‘애사비’라 부르는 이것을 마시면 3개월 만에 체중이 8kg 빠진다는 논문이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애사비 다이어트’라 부르며 열광했다. 먼저 ‘글로벌’하게 유행했다. 세계적 스타들이 애사비를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여러 스타가 애사비 다이어트 중이라 했다. TV에 나와 애사비를 마시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니 검증할 필요가 있나. 너도나도 애사비 다이어트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사태가 급변했다. BMJ가 데이터가 조작됐다며 애사비 관련 논문을 철회했다. 애사비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가 사라진 것. 사과 발효식초는 산도가 높다. 과도하게 마시면 치아의 법랑질이 녹을 수 있다. 위장이 약하면 속이 쓰리고 소화불량 증세도 나타난다. 이 모든 불편을 참고 애사비 다이어트를 했던 사람이라면 속이 더 쓰렸을 것 같다. 그래도 이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소량만 물에 희석해 마시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라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무조건 스타 따라 하기는 금물 스타들의 다이어트 관련 뉴스는 늘 대중의 관심을 끈다. 스타가 SNS에 다이어트 소식을 전하는 자체가 어쩌면 팬들과의 소통일 테니 문제 될 것은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혈당 다이어트와 같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다이어트를 시도한다는 스타들도 많다. 다만 여전히 우려는 남아 있다. 1주일에 7kg을 뺐다느니, 방울토마토와 물만 먹고 살을 뺐다느니, 올리브 오일이나 레몬수를 지속적으로 먹어서 건강해졌다느니, 고구마로만 살을 뺐다느니 하는 식의 ‘비결’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음식 섭취량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초단기에 왕창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는 그게 어떤 것이든 피해야 한다. 어떤 스타는 탱탱한 피부의 비결을 돼지껍질과 닭발에서 찾는데, 이 또한 걸러야 한다. 이런 음식에 콜라겐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자 구조가 커서 흡수율이 매우 낮다. 그런데도 스타의 피부가 좋다면 닭발 덕분은 아닐 것이다. 고가의 피부 시술을 받는다면 몰라도. 또 한 가지. 스타의 상당수는 의사나 트레이너, 영양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이유다. 다이어트는 초기 체중 감량보다 ‘유지’가 훨씬 어려운데, 전문가가 도와준다면 아무래도 더 낫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이유로 스타를 따라 하기보다는 나만의 다이어트 비법을 갖는 게 나을 듯하다. 사실 다이어트 원칙은 늘 같다. 첫째,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되 과식하지 않는다. 둘째,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한다. 셋째, 숙면한다. 넷째, 금연과 절주(가능하면 금주)한다. 너무 빤하다고? 그래도 거기에 정답이 있는 걸 어쩌겠나. 우린 이미 비결을 알고 있다. 맞다. 다이어트는 유행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나의 의지다.김상훈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장급 corekim@donga.com}

강추위에 몸을 오래 웅크리면 추위는 잠시 잊을지 몰라도 어깨에 무리가 간다.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휴대전화를 볼 때도 어깨가 다친다. 목을 쭉 내민 자세로 키보드를 쳐도 마찬가지다. 팔베개를 하고 자는 동작도 어깨에는 좋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깨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일상생활에 너무 많다. 팔을 높이 들어 올리는 것도, 심지어 다리를 꼬고 앉는 것도 어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어깨 질환은 노화와 관련이 있다. 40대 이후에 어깨 질환이 늘어난다. 이때부터는 어깨 질환 위험을 안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로 어깨 주변에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사고나 갑작스럽게 입은 부상일 때만 곧바로 치료한다. 그냥 방치했다가 통증이 극심해진 후에야 병원에 가는 사람이 많다. 늦어진 만큼 치료도 어려워진다. 정웅교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40대∼70대에 가장 많은 어깨 질환을 알아 두고 증세에 따라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회전근개 질환 △오십견 △석회성 건염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 팔 올릴 때 아프면 회전근개 질환 어깨를 감싸고 있는 힘줄이 회전근개다. 회전근개가 뼈와 자꾸 충돌하면 염증이 심해진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처음에는 괜찮다가 어느 각도 이상이 되면 통증이 나타나거나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뒷짐 진 상태에서 팔을 위쪽으로 끌어 올릴 때도 아프다. 고지혈증, 당뇨 같은 대사질환을 방치하거나 흡연을 하면 힘줄이 더 약해져 병이 악화할 수 있다. 망치질을 반복한다거나 높은 곳에 짐을 올리는 동작을 자주 해도 회전근개가 손상될 수 있다. 키보드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어깨가 앞으로 굽어지는데, 이 또한 회전근개 질환의 원인이다. 틈나는 대로 가슴을 내밀고 어깨를 쫙 펴는 자세를 취해주는 게 좋다. 한쪽 어깨에 이 병이 나타난다면 다른 어깨도 손상될 확률이 크다. 정 교수는 “처음에는 자주 사용하던 팔 쪽 어깨에서 이 병이 시작된다. 그러다가 반대쪽 어깨에 병이 나타날 확률이 약 40% 정도”라고 말했다. 만약 한쪽 어깨에 증세가 나타난다면, 반대쪽 어깨도 잘 관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달 정도 지켜보자. 증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치료가 필요하다. 염증을 억제하면서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한다. 한 달 정도 제대로 치료하면 증세는 크게 좋아진다. 대체로 3∼4개월이면 치료가 끝난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힘줄 자체가 찢어질 수도 있다(회전근개 파열). 그때는 통증이 더 날카로워진다. 팔을 들어 올렸다가 내릴 때 힘이 빠져 ‘툭’ 떨어질 수도 있다. 팔을 든 상태로 오래 있기가 힘들어진다. ● 오십견, 관절 운동 꼭 해야 어깨 관절을 둘러싼 주머니를 관절낭이라고 한다. 이 관절낭이 염증으로 굳어 버린 게 오십견이다. 나이 오십에 잘 걸린다고 해서 속칭 오십견이라고 하지만 정식 병명은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일 때도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양상이 다르다. 회전근개 질환일 때는 팔을 들어 올릴 때 주로 아프다. 반면 오십견일 때는 상하좌우 어디로 팔을 움직이든 아프다. 관절 가동 범위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팔을 올리거나 돌리거나 만세를 부르는 동작 모두가 고역이다. 뒷짐 지는 것도 힘들다. 밤에 통증이 심한 것도 오십견의 특징이다. 정 교수는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에 오는 오십견 환자 상당수가 주사 같은 약물에 의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는 통증을 완화해 줄 뿐 질병 자체를 낫게 해 주진 않는다. 정 교수는 관절 운동을 병행해야 완전한 치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오십견은 대부분 치료를 받지 않아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다만 완치는 아니다. 약물은 통증을 완화해 주는 효과만 낸다. 정 교수는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오십견도 없어진 건 아니다. 관절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관절 가동 범위는 종전의 60∼70%만 복구된다”고 말했다. 관절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나중에는 근육도 약해진다. 다시 비슷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4∼5개월 동안은 꾸준히 관절 운동을 해 줘야 한다. ● 극심한 통증, 석회성 건염 의심 회전근개 힘줄 안에 세포 변성으로 인해 석회가 쌓이면 염증이 생긴다. 그게 석회성 건염이다. 주로 40대와 5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증세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때가 있다. 통증을 못 참고 응급실로 오는 환자도 많다. 일단 이런 통증은 병이 치유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이 통증만 지나가면 1∼2주 이내에 좋아진다. 다만 통증이 사라지는 ‘자연 치유’ 기간은 사람마다 달라 1년 혹은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이상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면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먼저 약물로 시도한다. 효과가 없을 때는 바늘로 자극을 주거나 체외충격파를 쏘아 단단해진 부위를 쪼갠다. 이마저도 효과가 없을 때는 내시경 수술도 고려한다. ● 매일 30분씩 어깨 스트레칭을 어깨를 강화하는 게 최선의 치료이자 예방법이다. 스트레칭이 기본이다. 통증이 나타나도 참을 수 있을 정도라면 운동하는 게 좋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세 가지 어깨 질환을 모두 예방할 수 있는 운동법을 소개했다. ➊ 벽과 약 30cm 간격을 두고 선다. 벽에 상체를 밀착하고 한쪽 팔을 위로 천천히 뻗는다. 팔을 늘린다는 느낌이어야 한다. 최대한 팔을 들어 올린 후 5∼10초 멈춘다. 15∼20회 반복한 뒤 같은 요령으로 반대쪽도 운동한다.➋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 공간을 이용한다. 양쪽 벽에 팔을 댄 뒤 가슴을 편 채로 천천히 내민다. 최대한 가슴을 내민 후에는 5∼10초 멈춘다. 가슴이 뻐근해지는 게 느껴진다. 15∼20회 반복.➌ 두 손으로 우산을 잡고 양팔을 옆구리에 붙인다. 이때 손등이 바닥을 향하게 해야 한다. 손등을 천장으로 향하게 하면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이어 팔을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린다. 팔은 옆구리와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 최대한 팔을 돌린 후 5∼10초 정지. 15∼20회 반복 후 좌우 교대. ➍ 앉은 자세에서 우산을 어깨 너비로 벌려 잡는다.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다가 머리 위에서 멈춘다. 5∼10초 정지 후 15∼20회 반복. 이때 팔이 머리에 닿아서도, 완전히 펴져서도 안 된다. 팔을 굽혀야 어깨 회전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 팔이 아니라 어깨를 회전한다는 느낌이어야 한다.➎ 한 팔은 어깨 뒤로, 다른 한 팔은 허리 뒤로 보낸다. 등 뒤에서 수건을 약간 비스듬하게 잡는다. 이어 천천히 위쪽으로 수건을 끌어 올린다. 아래쪽 팔의 어깨 관절 가동 범위가 넓어진다. 그 상태로 5∼10초 정지. 15∼20회 반복 후 좌우 교대. 이 동작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 경우 운동을 중단하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08년, 당시 50대 후반의 김양순 씨(75)는 모처럼 자녀들과 거제도로 여행을 떠났다.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급기야 현기증이 일더니 식사도 못 할 지경이 됐다. 여행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잔 후에는 피로가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다만 소변을 봤을 때 변기 물이 빨개진 게 맘에 걸렸다. 혈뇨다. 김 씨는 평소 당뇨병 약을 처방받던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 볼 것을 권했다. 그해 11월, 김 씨는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격렬한 운동 후 소변에 피가 일시적으로 섞여 나올 수 있다. 충분히 쉬면 사라진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혈뇨는 신장(콩팥), 방광, 전립샘 질환 같은 비뇨기계 질환 증세일 확률이 높다. 특히 통증이 없는 혈뇨가 반복되는 게 가장 심각할 수 있다. 암까지도 의심해야 한다. ● 신장암 3기, 한쪽 콩팥 들어내 박 교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복부 CT(컴퓨터 단층) 검사에서 왼쪽 콩팥에 15cm 정도 되는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고 했다. 콩팥을 다 덮었는데, 다행히 다른 장기로는 전이되지 않았다. 신장암 3기였다. 암이 이토록 커질 때까지 김 씨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신장암으로 인한 혈뇨의 경우 통증이 없을 때가 많은 탓이다. 박 교수는 “40세 이상이며 무통증 혈뇨가 나온다면 일단 비뇨기계 종양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김 씨처럼 변기 물 색깔이 변할 정도라면 당장 병원에 가는 게 옳다. 암이 너무 크면 보통은 항암 치료로 크기를 줄인 후에 수술한다. 신장암은 다르다. 항암 치료 효과가 작아 곧바로 수술을 통해 콩팥을 제거하는 것을 표준 치료로 삼는다. 다만, 최근에는 16년 전과 달리 신장암에 효과적인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가 많이 출시돼 상황에 따라 항암 치료를 하기도 한다. 김 씨의 경우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복강경 수술이 어려웠다. 부득이하게 배를 여는 개복 수술을 했다. 왼쪽 콩팥을 통째로 들어냈다. 약 3시간 만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일주일 정도 더 입원한 상태로 경과를 지켜본 후 퇴원했다. 김 씨의 신장암 치료는 사실상 이것으로 끝났다. 이후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재발이나 전이를 살피는 추적 관찰만 시행했을 뿐이다. 요즘에는 재발이나 전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면역항암제를 투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16년 전에는 그런 치료 절차가 없었다. ● 폐로 전이… 6개월 만에 사라져 암이 다른 장기로까지 전이되면 4기로 진단한다. 박 교수는 암이 너무 커서 전이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다만 전이가 발견되지 않아 3기로 결정된 것이다. 신장암 수술을 끝내고 9개월이 흘렀다. 2009년 8월, 김 씨의 폐에서 작은 암 여러 개가 발견됐다. 원격 전이가 발생한 것. 암은 4기로 조정됐다. 신장암은 전이와 재발이 잦은 암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수술 후 2년 이내에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김 씨 또한 3기였기에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아주 미세해서 첨단 장비로도 발견할 수 없는 ‘미세 암세포’가 뒤늦게 자라면 재발 혹은 전이가 되는데, 김 씨가 그런 사례였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신장암은 간이나 폐로 잘 전이되는 경향이 있다. 신장암 세포는 새로운 혈관을 잘 만든다. 게다가 콩팥에서 나온 혈액은 폐로도 흐른다. 이러니 신장암 세포가 혈관을 타고 간과 폐로 쉽게 이동하는 것이다. 폐로 암이 전이되면 항암 치료가 우선이다. 다행히 효과 좋은 표적항암제가 출시돼 있었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료비도 아낄 수 있었다. 곧바로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따로 입원하지는 않았다. 약을 처방받아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 복용하는 방식이었다. 항암 치료에 돌입하고 아주 짧은 시간에 효과가 나타났다. 3개월 만에 폐암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시 3개월이 지난 후 CT 검사를 했다. 폐암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그 후 6개월 동안 항암 치료를 이어갔다. 두 차례 추가 검사에서도 폐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추적 관찰은 해야 하지만, 사실상 모든 치료가 끝났다. 박 교수는 “항암 치료 효과가 이렇게 좋은 경우는 흔하지 않다. 김 씨가 정말 열심히 치료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재발한 신장암도 이겨내 두 차례 암을 이겨냈고, 건강도 되찾았다. 오랜만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처음 신장암을 발견하고 딱 10년이 지난 2018년 11월이었다. 이번엔 오른쪽 콩팥에서 암이 발견됐다. 첫 번째 신장암과 똑같은 종류였다. 10년 만에 암이 재발한 것이다. 김 씨는 낙담했다. 유독 운이 나빠서 그런 걸까. 신장암을 영영 극복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박 교수는 “신장암은 재발이 잦다. 1기에 발견돼 치료를 끝냈는데도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후 재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이라면 면역력이 떨어져 신장암이 재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장암은 ‘완치’로 규정하는 5년이 지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 추적 관찰 과정에서 신장암이 발견되면 보통은 크기가 작은 1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처가 수월하다. 콩팥은 살리고 암 조직만 떼어낼 수 있다. 암 덩어리가 커진 상태로 뒤늦게 발견하면 이런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신장암 환자는 5년이 지난 후라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생’ 추적 관찰해야 한다. 김 씨도 1기였다. 암 크기는 약 2cm였다. 콩팥은 살리고 암만 제거하는 수술을 무사히 끝냈다. 항암 치료는 추가로 받지 않았다. 이로써 세 번째 암 치료를 끝냈다. 물론 추적 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3개월 단위로, 다음에는 6개월 단위로 검사를 받았다. 지금은 1년 단위로 검사를 받는다.● ‘정석대로 투병’이 중요 김 씨는 “정말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매주 네댓 번은 집 근처 산자락에 있는 공원에서 1시간씩 걷는다. 스퍼를 집에 들여놓아 틈틈이 하체 근력 운동도 한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다만 당뇨병 때문에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여러 곡물을 섞은 밥을 먹는다. 박 교수는 “암 환자라고 해서 먹는 것을 가려야 할 필요는 없다. 영양 균형을 맞추고 충분히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병을 이겨 내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박 교수는 “환자가 ‘정석대로’ 관리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이고, 나머지는 병을 이겨 내려는 환자의 의지와 철저한 관리라는 것. 박 교수는 “김 씨는 의사의 처방과 지시를 항상 100% 이행하려고 했고, 덕분에 치료 효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전이된 폐암을 치료할 때 놀라울 만큼 항암 효과가 컸던 것도 김 씨 자신의 노력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항암 과정은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진물이 났다. 입 주변도 헐었다. 머리카락도 뭉텅이로 빠졌다. 항암 치료를 견뎌 내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물도 넘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먹었나 싶으면 잠시 후 다 토해 냈다. 서 있을 기운도 없었다. 그래도 매일 오전 10시가 되면 산에 가서 걸었다. 정오가 되면 집에 돌아와 죽을 끓여 먹었다. 흰죽, 채소죽, 전복죽…. 죽밖에 못 먹으니 재료라도 바꿔 만들었다. 그나마 죽이라도 먹어 항암제를 견뎌 냈다. 박 교수는 “항암 치료가 힘들어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김 씨는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정량을 유지했고, 단 한 차례도 중단하지 않았다. 치료 효과가 좋은 게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도 추적 검사를 잘 받으며 건강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김 씨는 입원 당시에 아침저녁으로 병실을 찾아 독려한 박 교수를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의사와 환자로 17년째 이어 가는 인연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심장은 대동맥판막으로 외부 혈관과 이어져 있다. 이 대동맥판막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거나 역류한다.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심장은 혈액을 외부로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결과 심장벽이 두꺼워진다. 나중에는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중증이 될 때까지 방치하면 2년 이내에 절반 정도가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낡은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면 된다. 방법은 두 가지. 첫째, 가슴을 여는 수술이다. 다만 난도가 높다. 고령자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가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이다. 보통 영어 앞 글자만 붙여서 ‘타비(TAVI)’로 많이 부른다.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를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2시간 정도면 시술이 끝나고 안전해 고령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김윤범 씨(90)는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타비 시술을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흐른 지난달 김 씨는 다시 박 교수를 만났다. 시술 후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 씨의 대동맥판막 질환은 고쳐진 걸까.● 고령자, 숨차고 막히면 의심 가슴이 답답하거나 흉통이 느껴지면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다. 김 씨도 그랬다. 2011년 3월 똑같은 증세가 나타나서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를 찾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 별 이상은 없었다. 대동맥판막 협착도 없는 상태였다. 당시 김 씨를 진료한 의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흉통’으로 봤다. 이후 비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다 2018년 3월, 대동맥판막에 처음으로 이상이 발견됐다. 다만 이 병에 따른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대동맥판막 질환은 대체로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5년이 지난 2023년 2월, 대동맥판막 질환 증세가 나타났다. 그해 3월부터 김 씨 진료를 담당한 박 교수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동맥판막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 씨에게 타비 시술을 권했다. 박 교수는 대동맥판막 질환이 악화하면 크게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프며 △눈앞이 캄캄해지는 세 가지 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는 보통 휴식할 때보다는 ‘움직일 때’ 나타난다. 고령자의 경우 숨이 차는 증세가 가장 흔하다. 의심 증세가 있으면 심장초음파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최종 진단을 내린다. 김 씨는 2011년 흉통을 느꼈다고 했다. 흉통은 대동맥판막 질환의 의심 증세이기도 하다. 혹시 그때 대동맥판막 질환이 시작된 건 아니었을까. 박 교수는 “당시 심장초음파 진단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의 흉통과 판막 질환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대동맥판막 질환 진단을 받은 후에는 증세가 급격히 악화했다. 가슴이 누르듯이 아팠다. 숨을 쉬기도 어려웠고, 온몸에서 힘이 빠질 때도 많았다. 밤에도 잠을 자다 서너 번씩 숨이 막혀 깼다. 지난해 5월부터는 더 나빠졌다. 매일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산책했는데, 숨이 막혀 서너 번 쉬지 않으면 산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어지러움도 심해졌다.● “암 겪고 고령이라 더 두려워” 지난해 11월, 김 씨는 박 교수가 권한 지 2년 8개월이 지나서야 타비 시술을 받았다. 박 교수가 최소 10회 이상 시술을 권했지만 그때마다 김 씨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김 씨는 “수술이나 시술에 대한 공포가 커서 선뜻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 씨는 70대 이전까지 중병을 앓은 적이 없으며, 심지어 병원에 갈 일도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70대 중반, 처음 암에 걸렸다. 김 씨의 병원 진료 기록지에는 당시 상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2011년 1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다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김 씨는 곧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갔다. 입원 후 검사를 받았고 신우요관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왼쪽 신우와 요관에서 발견됐다. 신우는 소변이 모이는 장기이고, 요관은 그 소변을 신우에서 방광으로 이동하는 기관을 말한다. 다행히 초기였고, 그해 2월 왼쪽 신장과 요관을 절개하는 것으로 치료는 일단락됐다. 항암치료도 따로 받지 않았다. 이듬해 3월 방광에서도 암이 발견돼 긁어내는 수술을 4회 받았지만, 그때도 항암치료는 받지 않았다. 설상가상이라 해야 할까. 암 추적 관찰 과정에서 2013년 1월 담낭암이 발견됐다. 그나마 이번에도 초기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그해 2월 담낭을 절제하고, 그 다음 달에는 림프절을 절제했다. 항암치료는 없었다. 두 차례 암에 걸리면서 병원 출입이 잦아졌다. 그 와중에 흉통도 느꼈다. 약도 많아졌다. 그러니 몸에 ‘칼 대는’ 게 절로 두려워졌다. 고령이라는 점도 시술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었다. 박 교수는 “이 환자 분만 그런 게 아니라 80대 이상 고령 환자 중 많은 분이 시술을 꺼린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점이 특히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고령 환자도 시술을 받으면 금세 좋아진다. 병을 키우지 말고 가급적 빨리 시술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 기저질환 관리해야 회복 빨라져 퇴원 후 첫 진료에서 김 씨의 시술 후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숨이 찬 증세가 많이 사라졌다. 잠자다 숨이 막혀 깨는 일도 없어졌다. 다만 김 씨는 “아직도 간혹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남아있다.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혹시 시술 부작용은 아닐까. 박 교수는 검사 기록을 살펴본 뒤 “시술은 잘 됐다. 심장 박동도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심장 기능에도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어지럼증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원인은 빈혈이라고 했다. 시술 받기 전부터 빈혈 수치가 높았다는 것. 박 교수는 “빈혈과 고혈압을 함께 치료해야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철분 주사와 빈혈약, 고혈압 약을 처방했고 45일 후에 치료 결과를 보자고 했다. 타비 시술은 사흘 만에 입원에서 퇴원까지 이뤄진다. 큰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적은 편이다. 며칠 만에 좋아지기도 하지만 병을 오래 방치할 경우 회복 속도는 더디다. 박 교수는 “ 만약 대동맥판막 질환이 발견됐을 때 바로 시술했다면 회복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야외에서 산책을 무척 하고 싶다고 했다. 박 교수는 고령인 데다 회복 속도가 늦고 추운 겨울이라 시기상조라고 했다. 자칫 감기라도 걸리면 회복이 더 늦어지기 때문. 박 교수는 “한두 달 동안 약을 잘 먹고 관리를 잘하면 지금의 증세가 거의 사라질 것이고, 운동은 그때 가서 하시라”고 처방했다. 박 교수 설명을 듣고 난 후 김 씨 표정이 밝아졌다. 김 씨는 박 교수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했다. 김 씨는 “시술 후 박 교수가 병실에 와서 손을 꼭 잡으며 좋아질 거라고 격려해 줬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지식이 많은 의사보다 박 교수처럼 인간적으로 교감하는 의사를 볼 때 환자들은 더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70대 환자 늘어나는데 건강보험 적용은? 대동맥판막 질환은 대표적인 고령 질환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시술 비용은 3000만 원 정도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다만 80세 이상이거나 가슴을 여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라면 5%인 150만∼200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등 여러 진료과 의사가 회의를 통해 대상자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최근 70대 환자가 급증하지만 이 연령대에는 보험 혜택이 20%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시술 비용은 약 2500만 원으로 껑충 뛴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면역력과 체력이 모두 떨어졌어도 대형 수술을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타비 시술 보험 혜택을 70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양푸른누리 수구 선수(17)에겐 두 가지 꿈이 있었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우승하는 것이 첫째. 꼭 어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었다. 둘째, 청소년 수구 국가대표팀 선수가 되는 것이다. 올 7월 양 선수는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입단했다. 10월에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때 어머니의 병원 치료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경을 이겨냈고, 마침내 꿈을 이뤄냈다. 전남드래곤즈(U-18) 소속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남자월드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맹활약하고 있는 오하람 선수(17)도 비슷하다. 오 선수 또한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축구에 집중한 덕에 성과를 이뤄냈다. 두 선수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바로 ‘초록우산 아이리더’ 사업이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2009년부터 운영 중인 인재양성지원 사업이다. 국내외 체육, 예술, 학업 등 여러 분야에 재능 있는 아동의 꿈을 지원한다. 2025년 현재까지 1만1622명의 아동이 ‘초록우산 아이리더’가 돼 자신의 미래를 개척했다. 현재도 2209명의 아이리더가 내일을 향한 도전을 진행 중이다. 초록우산이 배출한 ‘아이리더’는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체육 분야 아이리더 133명은 올 10월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육상 역도 태권도 체조 사격 등 39개 경기 종목에 출전했다. 또 62명이 메달을 거머쥐었다. 역도 윤진명, 태권도 김수진, 유도 심재윤 등 26명의 아이리더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예주 선수는 다이빙 종목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또 전국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태권도-54kg급 한철호 선수, 수영·수구 부문의 홍인혁 선수, 유도 부문의 전민형 선수 등 10명의 아이리더는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되거나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했다. 예술 분야에서도 아이리더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정건세 아이리더는 올 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22회 베를린 국제 무용 콩쿠르-탄츠올림프’ 현대무용 부문에서 시니어 솔로 금상을 차지했다. 그는 2023년 KACIEA문교협국제무용콩쿠르 종합대상, 2024년 제8회 탄츠올림프아시아 국제무용콩쿠르 그랑프리 전체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초록우산 황영기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이룬 선수들과 전국의 아이리더들을 언제나 응원한다”라며 “앞으로도 초록우산은 아이들의 꿈에 대한 도전에 현실이 답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자궁, 난소 같은 여성 생식 기관에 발생하는 암을 부인암이라고 한다. 자궁 입구에 해당하는 자궁 경부에 발생하는 자궁경부암, 자궁 몸통 안쪽 내막에 생기는 자궁내막암, 자궁 양쪽 난소에 생기는 난소암이 대표적이다. 부인암에 걸리면 ‘원칙적으로’ 자궁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다. 1기에 발견해 수술한다면 5년 생존율은 최대 95%다. 다만 향후 임신은 불가능해진다. 출산 계획이 있는 젊은 여성에게는 청천벽력 그 자체다. 부인암에 걸리면 모두 자궁과 난소를 제거해야 할까. 임신은 영영 불가능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김주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부인암 환자의 경우 암을 없애는 것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도록 가임력을 보존하는 데도 집중한다. 여건이 맞고 치료가 잘 돼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 젊은 부인암 증가, 비만도 큰 원인 최근 ‘젊은 부인암’ 환자가 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2022년)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암 발생 상위 3가지는 유방암 갑상샘암 대장암 순이다. 자궁경부암은 8위, 난소암은 9위다. 하지만 15∼34세로 국한하면 자궁경부암이 4위, 난소암이 5위로 껑충 뛸 만큼 젊은 부인암 환자가 많다. 김 교수는 “비만과 서구화된 식습관이 젊은 부인암 증가의 공통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인암에 따라 환자 증가의 구체적 이유는 약간씩 다르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원인이다. 백신 접종 여성이 늘고 정부의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이 시행되면서 증가세가 꺾였다. 그런데도 20대에서 증가하는 것은 검진을 기피하는 젊은 여성이 많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검진을 받으면 자궁경부암 전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국가 검진을 받는 비율은 60%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성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성의 성생활 연령대가 과거보다 젊어진 점도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이다. 자궁내막암은 가장 꾸준히 증가하는 부인암이다. 김 교수는 “결혼하지 않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출산을 늦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임신하면 태반에서 프로게스테론이란 호르몬이 분비돼 자궁내막 세포가 지나치게 증식되는 것을 막는다. 그 결과 암 발병 위험이 떨어지는 건데, 임신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 실제로 임신했을 때 자궁내막암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난소암은 보통 폐경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그 경우 상피성 난소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대와 30대는 이와 달리 생식세포 종양이나 경계성 난소종양일 때가 더 많다. 이런 유형은 상피성 난소암보다 치료 효과가 좋아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임신은 자궁내막암뿐 아니라 난소암 위험도 줄인다. 잦은 배란이 난소의 상피세포를 다치게 하고 이게 누적돼 난소암이 된다. 임신하면 배란이 일어나지 않아 난소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암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다.● 암의 신호 잘 찾아내야20대 중반 여성 박미현 씨(가명)는 한동안 무(無)월경 상태였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생리가 없어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친구와 병원에 갔다가 예기치 않게 자궁 검사를 받았고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비혼주의자였다. 출산 계획이 없다며 자궁을 적출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박 씨가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암 전 단계에서 발견해 자궁을 살릴 수도 있었다. 김 교수는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얼마나 빨리 암을 발견하느냐가 치료 성적을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암의 증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암 초기에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면밀히 관찰하면 발견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일 때 가장 잦은 증세는 비정상적인 출혈이다. 생리 기간이 아닌 데도 출혈이 있거나 성관계 후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혹은 박 씨처럼 생리 자체를 안 할 때도 있다.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복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하복부와 골반 주변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이미 암이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난소암은 다른 암에 비해 특히 초기 증세가 없어 발견하기가 어렵다. 김 교수는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느냐가 치료의 관건이다. 건강검진을 비롯해 꾸준히 관찰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 가임력 보존 치료 조건 부인암에 걸려도 가임력을 보존하면 향후 임신 출산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가임력 보존 치료를 적용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자궁과 난소를 살리면서 암을 치료한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1기이면서 암 크기가 2cm보다 작아야 하고 공격성이 낮아야 가임력 보존 치료가 가능하다. 여러 검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조건이 맞으면 자궁 경부를 떼어내고 밑동을 묶는다. 밑동을 묶지 않으면 임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20대 중반 이혜선 씨(가명)는 자궁경부암에 걸린 후 이 수술을 받았다. 이후 1차 임신 시도에는 실패했지만 2차 시도에 성공해 무사히 아기를 낳았다. 현재 이 씨는 건강하며 정기적으로 암 추적 관찰 중이다. 자궁내막암일 때 가임력 보존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조건도 비슷하다. 암이 1기이고 자궁내막에만 국한돼 있으며 공격성이 약해야 한다. 고용량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을 투입한다. 처음에는 3개월, 나중에는 6개월 단위로 확인한다. 치료 기간이 꽤 지났는데도 암이 제거되지 않으면 자궁 적출을 검토한다. 30대 초반에 자궁내막암을 발견한 고민선 씨(가명)도 이 과정을 밟았다. 비만 체형이던 그는 체중부터 줄이고 6개월 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이후 임신에 성공해 쌍둥이를 출산했다. 난소암도 1기이며 악성도와 공격성이 모두 낮을 때 가임력 보존 치료가 가능하다. 추가로 암이 양쪽이 아닌 한쪽 난소에 국한돼 있어야 한다. 다만 악성으로 꼽히는 상피성 난소암일 때는 가임력 보존 치료를 신중히 결정한다. ● 풀어야 할 숙제는가임력 보존 치료를 결정할 때는 암의 유형이나 병기(病期), 환자 상태 등을 모두 고려한다. 자칫 암 치료에 걸림돌이 된다면 이 치료를 시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진료 단계마다 여러 진료과가 협의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활발한 소통도 필요하다. 젊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안일함은 암 발견이나 치료에 큰 방해물이다. 김 교수는 “의외로 젊은 여성들이 암에 걸릴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증세가 나타나도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의 편견도 걸림돌이다. 김 교수는 “젊은 여성이 왜 산부인과를 가느냐는 식의 주변 시선을 의식해 병원 찾는 것을 꺼리는 여성이 많다. 특히 성 경험이나 출산 경험이 없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젊은 부인암의 산정 특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산정 특례는 암, 중증질환, 희귀질환 등에 걸렸을 때 일정 기간(보통 5년) 치료비의 5∼10%만 내도록 하는 제도다. 부인암 판정을 받더라도 5년이 지나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문제는 부인암 환자의 경우 가임력을 보존하려면 5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갑자기 치료비가 껑충 뛰는 바람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자궁과 난소를 적출해 임신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대 초반에 자궁내막암 치료를 받은 신미진 씨(가명)가 그랬다. 암은 2년 만에 사라졌지만 진료는 그 후로도 이어졌다. 산정 특례 기간이 끝나 진료비가 뛰었다. 신 씨는 치료를 중단했고 몇 년 후 암이 재발했다. 이미 3기를 넘긴 상태라 자궁을 들어내야 했다. 산정 특례 혜택을 계속 받았더라면 암 재발을 일찍 발견해 자궁을 살릴 수 있었던 상황. 김 교수는 “홀로 모든 치료를 감당하는 젊은 부인암 환자를 많이 봤다. 그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눈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 뇌졸중의 90%는 고혈압성 뇌졸중이다. 뇌졸중을 피하려면 고혈압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고위험군이라면 1∼2년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아 뇌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 △흡연과 음주가 잦은 사람 등 네 가지 유형을 고위험군으로 규정했다. 검사 주기는 의사와 상의한 후 결정한다. 발병한 후에는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경색 ‘골든타임’은 4.5시간. 이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야 온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골든타임은 연장되는 추세다. 정 교수는 “발병 후 6시간 이전에만 치료하면 온전한 효과를 보는 환자가 많다. 일부 환자는 24시간까지도 치료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뇌출혈은 골든타임이 따로 없다. 출혈 규모와 부위에 따라 향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이 터지면 뇌 안에 피가 고여 멍울(혈종)이 된다. 그냥 두면 혈종은 더 커지고, 뇌 안 압력은 높아진다. 3시간을 넘기면 위험하다. 6시간이 지나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고 생명을 잃을 확률도 높아진다. 뇌졸중 발병 초기에 나타나는 전조 증세를 알아차려야 한다. 전조 증세는 다양하다. 두통, 어지럼증, 마비, 균형감 상실, 호흡 곤란, 구토, 복시(複視) 등이 나타난다. 정 교수는 “뇌는 영역별로 관장하는 기능이 다르다. 뇌졸중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증세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전조 증세 양상을 숙지해야 전조 증세 중에서 △얼굴 한쪽의 처짐과 마비 △한쪽 팔다리 마비 △어눌함과 언어장애 등 세 가지가 가장 흔하다. 이 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뇌 앞부분(전반부)이다. 정 교수는 “뇌 전반부 면적이 가장 넓어서 뇌졸중 발생 확률이 높다 보니 관련된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비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 뇌는 좌우로 나뉘어 있다. 왼쪽 뇌에 문제가 생겼다면 몸 오른쪽에서 마비 현상이 나타난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서 증세가 나타나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뇌 후반부에서 뇌졸중이 발생하면 평형 기능과 균형감이 떨어져 제대로 걷지 못한다. 어지럼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이라서 사물 일부가 덜 보이고 갈라져 보이거나 겹쳐 보인다. 두통도 대표적인 전조 증세다. 다만 모든 두통이 그렇지는 않다. 정 교수는 “일단 뇌졸중과 관련된 두통은 마비나 어지럼증 같은 다른 증세를 동반할 때가 많다. 두통만 단독으로 나타난다면 뇌졸중과 관련이 없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두통은 특히 뇌출혈일 때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도 특징이 있다. 정 교수는 “종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강도의 두통, 망치로 때린 듯한 두통이 나타난다. 구토 증세를 동반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뇌출혈일 때는 의식을 잃는 경우도 꽤 많다. 의식을 잃은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가족이나 보호자가 신속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증세가 나타났을 때 우선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바로 ‘급작성’이다. 정 교수는 “어떤 증세든 오래전부터 만성적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을 때 특히 더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병이 진행되면 일반적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특히 뇌출혈일 때는 혈압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가정용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고혈압 약을 먹었는데도 전조 증세가 나타나면서 동시에 혈압이 상승한다면 뇌졸중일 확률이 높다. ● 증세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으로 전조 증세는 뇌졸중이 발생했다는 신호탄이다. 이후 증세가 드러나는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정 교수는 이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유형이다. 정 교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갑자기 증세가 나타나고, 이후에 다른 증세까지 나타나며, 증세도 악화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처음에 한쪽 팔다리에서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비 증세가 심해진다. 그러다가 움직이지 못하는 증세가 추가된다. 말도 심각하게 어눌해진다. 시야가 좁아지거나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증세를 경험하고, 다음에는 어지럼증으로 쓰러지는 사례도 많다. 이런 유형은 증세가 짧은 시간에 명확하게 발현된다. 이 때문에 뇌졸중을 조기에 발견하는 비율은 높다. 정 교수는 “이런 유형의 경우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치료 효과도 좋아 정상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두 유형이 전조 증세를 알아차리기 힘든 게 문제”라고 말했다. ● 증세가 사라졌으니 괜찮다? 두 번째, 증세가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유형이다. 교사 출신 60대 남성 박진수 씨(가명)가 그랬다. 박 씨는 매일 아침 신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 날 글자가 흐릿해지다 곧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운동했더니 증세가 사라졌다. 2일 동안 같은 일이 반복됐다. 3일째 되던 날 아침 식사 때 딸이 아버지가 말하는 게 어눌하고 멍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제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검사 결과 이미 뇌경색이 진행돼 있었다. 척추에서 뇌로 연결된 동맥이 가장 먼저 막힌 것으로 추정됐다.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고 어지러웠던 게 이 때문이다. 하지만 증세가 곧 사라지자 전혀 뇌경색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소뇌와 후두엽 부위 혈관까지 막혔고, 결국에는 왼쪽 후두엽 뇌 손상이 심해 오른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런 양상의 뇌졸중을 보통은 ‘미니 뇌졸중’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작은 형태의 뇌졸중이란 표현은 안일하다. 잠시 쉬고 있는 것일 뿐, 병은 진행 중이다. 이런 환자의 15% 이상은 일주일 이내에 뇌경색으로 악화한다. 그러니까 폭발을 앞둔 휴화산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뇌로 혈류 공급이 중단되자 혈액을 보충하려는 우리 몸의 방어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혈류가 공급되면서 증세가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병은 다시 진행된다. 이를 의학적으로 ‘일과성 허혈발작’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눈앞이 캄캄해지는 등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지속시간이 10분이 되지 않더라도 병원을 찾아 검사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애매모호할 때 더 주의해야 셋째 유형은 더 모호하다. 특수한 상황에서만 같은 전조 증세가 반복된다. 언뜻 보기에 뇌졸중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여 일찍 발견하지 못한다. 70대 중반 남성 이석천 씨(가명)는 운동을 좋아했다. 한강 둔치로 나가 달렸고 헬스클럽에도 자주 갔다. 언젠가부터 운동을 마치고 난 후에 손아귀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멀쩡해졌다. 이 씨는 근력 운동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꼭 운동하고 난 후에만 오른손에서 힘이 빠졌다. 아주 심하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증세가 악화했다. 오른손에서만 나타나던 무기력과 마비 증세가 다리까지 뻗었다. 이 씨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다. 그제야 걱정돼 병원에 달려갔다. 왼쪽 경동맥이 80% 가까이 막혀 있었다.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졌고, 뇌 손상은 진행되고 있었다. 급히 처치했지만 손상된 부위는 살릴 수 없었다. 정 교수는 “특히 탈수, 운동, 음주, 과식을 한 뒤 위장으로 혈류가 몰리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뇌 혈류가 줄어들어 뇌졸중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뇌졸중 전조 증세 비슷한 게 반복해 나타난다면, 설령 뇌졸중이 아닌 것 같아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국내 기대수명은 남자 79.9세, 여자 85.6세다. 이 나이까지 살 때 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올 1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남자는 37%, 여자는 34.8%였다. 남자 5명 중 2명, 여자 3명 중 1명꼴로, 사망 전까지 1회 이상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암이 고령자만의 질병은 아니다. 현재 암 환자이거나, 한때 암 환자였던 비율은 전 국민의 5% 정도이다. 국민 100명 중 5명은 암과의 투병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다. 물론 고령 환자의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왜 그런 걸까. 이 증가율을 떨어뜨릴 수는 없을까. ● 고령 암 발생 늘어나는 까닭은초고령 사회, 최선의 시나리오는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피할 수 없다면 맞서야 한다. 암 관련 정보를 잘 알아두고, 적극 투병하는 등 기본적인 사항부터 지키면 설령 암에 걸리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볼 때 고령 암 환자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누적되면서 발생한다. 임채홍 고려대 안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정상적이라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죽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돌연변이가 누적되면서 암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도 “나이가 들면서 면역 체계의 방어 능력, 문제가 있는 세포가 자멸하도록 유도하는 기능, 돌연변이를 수리하는 능력이 모두 떨어진다. 이런 점도 고령 암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설명을 종합하면, 암은 고령자에게 일종의 만성질환이다. 수명이 늘어나면 고령자도 늘어난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 암을 더 쉽게 진단해 낸다. 결과적으로 암 환자는 증가한다. 앞으로도 고령 암 환자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나이 들어 암에 걸렸으니 젊었을 때보다 악화하는 속도가 더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틀렸다. 암의 종류에 따라 속도가 다를 뿐, 고령이라고 해서 속도가 더딘 암은 없다. 오히려 폐암, 대장암, 위암, 전립샘암 등에서는 간혹 고령에서 난치성일 때가 있다. ● 그래도 암 예방법은 있다 나이가 들어 암에 안 걸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젊었을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모든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젊었을 때 잘 관리해야 65세 이후에 암에 덜 걸린다”라고 말했다. 중년 이후에 관리에 돌입하면 늦을까. 박 교수는 “50대든 60대든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관리하면 그만큼 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관리의 기본은 다른 만성질환 예방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절히 운동하고 잘 먹고, 체중 관리 잘하며, 유해환경을 피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국립암센터가 권고한 10대 암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암 예방 수칙 참고)임 교수는 흡연, 식이 습관, 유전 및 환경 요인이 각각 3분의 1씩 암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담배는 끊고, 올바른 식습관을 갖추는 게 중요한 이유다. 임 교수는 “미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 여러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붉은 육류보다는 생선과 닭고기를 먹으며, 백미보다는 현미나 통곡물을 많이 먹었을 때 암 사망률이 61% 감소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추가로 “고열량, 고지방 음식을 자주 먹으면 비만이 되기 쉽다. 비만은 암의 가장 큰 위험 인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건강검진은 필수다. 초기에 암을 발견할 때 사망률은 크게 떨어진다. 임 교수는 “유방, 위, 대장암의 경우 국가 검진을 잘 받아 초기에 발견했을 때의 5년 생존율은 94∼99%다. 반면 발견이 늦으면 위암은 7%, 대장암은 20%, 유방암은 49%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가 암 검진에서 고령자 가이드라인은 따로 없다. 80세 이후에는 검진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75세 이후부터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적절한 시기에 검진하는 게 최선이다.● 의료 발전으로 치료 효과 높여 과거에는 암 진단이 곧 사형 선고로 여겨졌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검진으로 일찍 암을 발견한 덕분에 완치율이 높아졌다.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됐더라도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 먼저 항암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한다. 수술 결과에 따라 추가 항암치료를 통해 암을 제거할 수 있다. 약물 효과도 크게 개선됐다. 과거에는 항암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죽이는 바람에 후유증이 컸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병행 투입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정밀의학이 대세다. 박 교수는 “암이 재발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경우에도 유전자를 분석한 뒤 가장 적합한 약물을 골라 투입한다”라고 말했다. 방사선치료 효과도 좋아지고 있다. 임 교수는 “전립샘암이나 자궁경부암, 성대암, 인두암의 경우 방사선치료가 항암치료 성적과 비슷할 정도로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조기 폐암과 간암을 앓고 있는 고령자의 경우 방사선수술로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 박 교수는 “대체로 초기 암이라면 완치를 목표로 치료한다. 4기라 하더라도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생존 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있다”라며 “해외 여러 나라와 비교해도 국내 암 치료 성적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슬기로운 투병이 치료율 높여잘 관리해도 암에 걸릴 수는 있다. 어떻게 투병하느냐가 중요하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평소 건강 관리를 주문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체력이 약하면 치료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체력이 좋아야 암과 싸워 이겨낼 수 있다. 몇 년 전, 70대 후반 여성 김미순 씨(가명)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뼈로 전이돼 있었다. 가족은 고령 때문에 항암치료를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임했다. 의료진은 항암 용량을 낮추고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암은 더 이상 악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후 암이 뇌로 전이됐다.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에도 가족은 고령 환자가 대형 수술을 견디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의료진은 충분히 설명했고, 가족은 의료진을 믿기로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후로 4년이 흐른 지금, 김 씨는 80대의 나이지만 건강하게 살고 있다. 박 교수는 이를 모범적인 투병 생활 사례라고 소개했다. 첫째, 암을 이겨내겠다는 환자의 의지가 강했다. 간혹 비교적 초기에 암을 발견했는데도 절망감에 빠져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있다. 특히 노인 중에 이런 환자가 많다.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고 운동도 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의료진이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 병과 싸우려는 환자 의지가 중요하다. 환자의 적극적 의지는 완치에 이르는 요소 중에서 30∼40%는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둘째,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의사의 지침을 무시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드물지 않다. 김 씨의 가족은 의사와 소통했고, 의사의 지침을 따랐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고령 환자일수록 겁을 먹어 치료에 소극적일 때가 많다. 고령 암 환자의 10∼20%는 초기에 수술과 같은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럴 때 가족이 나서서 안심시켜 주고, 투병 과정에서도 독려해야 치료 효과가 좋아진다”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국내 70대 이상 고령자 10명 중 1명꼴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여러 질환에 동시 노출된 경우도 흔하다. 질병이 있는 65세 이상이라면 평균 4.1개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사망과의 연관성도 높다. 전체 사망자의 사망 원인을 따져 보면 80%가 만성질환이다. 오래 방치하면 합병증 위험도 크다. 3대 만성질환인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은 심뇌혈관 질환, 암, 치매, 간부전, 신부전 등을 유발한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병이지만 적극 대처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만성질환이 오랜 기간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이다. 병이 악화하기 전까지는 별 증세가 없어 방치하게 되는 것. 분명한 사실 하나. 만성질환은 초고령 사회, 노년 건강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복병이다. 또 한 가지. 60대 이후에 관리를 시작하면 늦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40대부터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 비만은 여러 만성질환의 주범이다. 비만만 예방해도 만성질환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국내 성인 남성 비중은 48.8%였다. 2명 중 1명이 과체중 혹은 비만이란 뜻이다. 특히 20∼4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일단 많이 먹기 때문이다. 열량만 높고 영양이 떨어지는 음식을 폭식한다.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야식을 자주 챙겨 먹는다. 밤새 게임하거나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만 있다.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살이 안 찔 수 없다. 비만의 원인을 우리는 안다. 대표적인 것이 과식과 운동 부족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비만 환자는 줄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류혜진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알면서도 여러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이 같지는 않다. 스트레스, 생활환경, 유전적 요인, 약물 부작용, 질병 후유증 등 다양하다. 다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다. 류 교수는 “이 두 가지만 개선해도 만성질환 예방 효과는 커진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은 일찍 관리할수록 좋다. 평생 정성을 쏟아야 한다. 관리의 핵심은 실천이다. 사소한 것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류 교수는 이를 연금에 빗대 “젊었을 때 보험료를 내듯이 차곡차곡 건강 습관을 실천하면 나중에 ‘노년 건강’이란 연금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 잘 먹고, 운동하고, 검진받고 식습관부터 개선한다. 류 교수는 “식습관 개선이야말로 만성질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첫째, 양질의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 혈당 스파이크를 피한다며, 혹은 다이어트한다며 탄수화물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류 교수는 “섬유질이 풍부한 다당류 위주로 충분히 먹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단백질 섭취량을 늘린다. 나이가 들수록 근 손실이 빨라지기 때문. 소화가 안 된다며 육류를 줄이는 건 잘못이다. 어느 정도 먹어야 할까. 류 교수는 “매 끼니, 손바닥 크기만큼의 단백질 식품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용량을 가늠하기 힘들다면 하루에 달걀 2개, 고등어 반 마리, 두부 한 모 이상을 챙겨 먹자. 셋째,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다. 질병 치료 효과나 안전성에 의문이 든다. 무턱대고 먹었다가 간이나 신장 손상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영양 결핍이 우려되면 양질의 음식을 더 먹는 게 낫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의사와 꼭 상의하자. 운동이야말로 실천이 특히 필요한 요소다.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단 10분이라도 걷자. 최대 심박수의 80% 정도, 혹은 약간 숨이 차고 옆 사람과 말하기 조금은 버거운 강도(중강도)로 주 3회 이상 운동하면 더 좋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1주일에 150분 정도의 중강도 운동만으로도 심폐 기능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 근력 운동도 필수다. 대체로 유산소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근력 운동을 하면 된다.만성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게 또 있다. 건강검진이다. 정진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도 40대부터는 만성질환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심각한 중증 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기 나이에 맞는 관리 필요 류 교수는 “20대와 30대는 만성질환과 무관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는 50대 이후 중증 질환에 많이 걸린다. 다만 병의 ‘불씨’는 30대, 40대부터 자란다.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면서 날씬한 30대가 많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는 무관해 보인다. 하지만 체성분을 측정해 보면 내장지방 비율이 정상 범위 끝에 있거나 초과한 경우가 꽤 있다. 40대부터는 이런 ‘내부 변화’ 속도가 빨라진다. 30대 때보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지방이 더 쌓인다. 그런데도 여전히 혈당과 혈압이 정상으로 나오면 경각심은 생기지 않는다. 혈당과 혈압 수치가 정상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40대는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직장, 육아, 부모 모시기 등 여러 문제가 겹쳐 스트레스를 최대한으로 받기 때문.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다. 류 교수는 “60대 이후 만성질환의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40대의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충분히 투자해야 한다. 양질의 음식을 먹고, 시간을 내서 운동해야 한다. 그래야 만성질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40대에 적극 관리하지 못하면 50대에 만성질환이 본격화한다. 늦지 않았다. 다만 병의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류 교수는 “약 먹기를 거부하거나 자주 빼먹는 50대가 의외로 많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악화하지 않으려면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60대 이후에는 병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 근육량 유지가 필수다. 단백질 풍부한 음식을 넉넉히 먹어 줘야 한다. 물론 약은 빠뜨리면 안 된다. 골절 사고로 사망률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뼈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 중증 질환 증세 빨리 알아차려야 잘 관리해도 뇌출혈 같은 중증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병은 시간이 생명이다. 전조 증세를 알아두는 게 좋다. 정 교수는 “뇌졸중 초기 대처가 늦으면 뇌가 영구 손상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의 경우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강도의 두통이 나타나거나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 어지럼증이 생기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도 생긴다. 얼마 전까지 없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증세는 5∼30분 이내에 사라지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병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2차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잊힌 채 방치된다. 정 교수는 “만성질환이 있는 60대 이후라면 첫 증세가 나타났을 때 환자가 판단하려 하지 말고 신속하게 응급실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급성심근경색 증세도 알아 두자. 주로 통증이 나타나는데, ‘쥐어짜듯’ 혹은 ‘강하게 누른 것처럼’ 아픈 게 특징이다. 호흡 곤란도 발생한다.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이런 증세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초고령 사회, 더 건강하게!] 〈1회〉 주목, 일본 노인 의료 시스템“건강장수 비결? 웃으며 재활, 근력운동은 꾸준히!”▶[초고령 사회, 더 건강하게!]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인터뷰▶[초고령 사회, 더 건강하게!] 〈2회〉 치명적 노인 질환 미리 막자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