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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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6-04-08~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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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 지렛대’로 K방산 수출 영역 더 넓힌다

    K2 전차, 천무 다연장로켓 등 우리 군 주력 무기 체계가 해외에서 인기다. ‘K방산’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은 글로벌 방산 시장의 핵심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금융 문제로 난관에 부닥칠 때도 있다. 지난해 말 폴란드 2차 방산 수출 과정에서 그랬다. 한국수출입은행은 1차 수출 때 폴란드 정부에 대출 형태로 금융을 지원했다. 2차 때는 그럴 수 없었다. ‘동일 차주 여신 한도 제한’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폴란드 정부에 일정 비율(40%) 이상 대출하지 못한다. 금융 문제로 거래가 무산될 위기를 맞은 것. 이때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우리 정책금융 지원액인 52억 달러 가운데 무보가 39억 달러를 보증하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거래는 성사됐다. 무보가 보증기관으로서 수출을 이끈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무보는 정부 투입 예산의 20∼30배를 지원할 수 있어 대형 프로젝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지난달 루마니아 재무부와의 협상에서도 무보의 역할이 컸다. 무보는 루마니아 재무부 앞으로 9억 유로 금융을 제공했다. 루마니아는 우리 기업 참여를 전제로 한 방산물자 조달 등 국책 프로젝트 계약 이행에 이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된 것. 무보는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에 20억 달러 규모 선(先)금융을 제공한 바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넓히고 있다.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핵심 부품과 소형 화기를 책임지는 ‘허리 기업’과의 조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산 중소기업 다산기공㈜ 지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보는 수출 계약 시 수입자가 요구하는 은행 보증서에 대해 손실을 보장하는 형태인 수출보증보험을 지원했다. 이 기업은 은행에 담보로 묶인 자금을 제작 공정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보증 사고가 발생하면 은행도 무보에서 손실을 보상받는다. 지난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팀을 신설한 이후 방산 중소기업 수출 거래를 직접 지원한 첫 사례다. 최근에는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기업과 은행이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하면 무보가 출연 규모의 20배에 이르는 수출 자금을 중소기업 협력사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민간 자본과 공적 기금의 결합으로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기아와 하나은행이 400억 원을 출연해 6300억 원 규모 협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HL만도, 포스코, HD현대중공업, 콜마, 무신사 등으로 확산 중이다. 현재까지 누적 협약 규모는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무보는 최근 이 모델을 방산 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 산업통상부와 협업하고 있다. 이 같은 K방산 상생 금융 모델은 방위산업의 기초 체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영진 무보 사장은 “무역보험은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출길을 여는 ‘황금 지렛대’다. 기금의 레버리지 효과를 바탕으로 방산 같은 전략산업의 성장이 자금 부족으로 멈추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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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년 넘게 지속되던 척추 고통… 5번째 수술 만에 씻은 듯[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척추 수술을 받아도 때론 재발한다. 10년 이내에 재발할 확률은 15∼18%이다. 통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거나 더 악화하는데, 이를 ‘척추 수술 실패 증후군(FBSS)’이라고 부른다. 재발 원인은 다양하다. 척추 퇴행일 수도 있고, 수술이 불완전했을 수도 있으며, 나사못 같은 부품이 손상됐을 수도 있다.그 어떤 경우든 재수술은 난도가 높다. 척추 내부 구조가 상당히 변형됐을 가능성이 큰 데다 나사못이 여기저기 박혀 있을 수 있어서다.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재수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술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조 교수는 얼마 전 성영희 씨(65)의 5번째 척추 수술을 집도했다. 성 씨는 FBSS, 척추 협착증, 측만-후만증 진단을 받았다. 허리를 펴지 못했고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 첫 수술 3개월 만에 재수술 1990년대 후반, 처음 척추 디스크 증세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왼쪽 발목이 저렸다. 저림 증세는 곧 왼쪽 다리 전체로 퍼졌다. 이어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척추 수술하면 몸이 더 망가진다”며 성 씨를 말렸다. 잘못된 상식을 믿었다. 한의원 ‘물리치료’나 주사에 의존했다. 고통은 심해졌다. 그토록 좋아하던 등산도 중단해야 했다. 급기야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얼마 후에는 몸도 잘 안 움직여졌다. 이젠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2002년 3월, 성 씨는 한 지역 병원에서 허리뼈 4번과 5번 척추 유합술을 받았다. 병든 디스크를 제거하고 인공 구조물을 넣은 뒤 나사못으로 척추 마디를 고정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몸이 가벼워졌다. 헬스클럽을 찾아 열심히 재활 훈련을 했다. 3개월이 흘렀다. 그날도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척추 근처에서 ‘두둑’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대로 드러누웠다. 몸에 힘을 줘도 일어날 수 없었다. 의사는 수술 부위 주변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 범위를 좀 더 넓힐 걸 그랬다”고 말했다. 사실 이는 척추 재수술 원인 중 하나다. 수술한 부위 주변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운동 등으로 척추 마디에 과도한 압박이 가해지면 나사가 풀리거나 부러질 수도 있다. 재수술이 필요한 상황. 다행히 재수술은 별 탈 없이 끝났다. 이후 성 씨는 조심, 또 조심했다. 덕분에 당분간 허리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4차 수술 후에는 고통만 남아 2011년 성 씨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러는 중에도 척추 질환은 재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다시 증세가 나타났다. 처음엔 엉덩이 주변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리 저림은 덜했지만 통증은 더 심했다. 이번에도 수술을 피하려 애썼다. 소용이 없었다. 그해 말에 세 번째 수술을 받았다. 허리뼈 1번과 2번 부위 유합술이었다.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허리통증이 더 심해졌다. 척추 수술 실패 증후군이 나타난 것. 의사는 “뼈가 부러지고 나사를 박은 부위도 흔들린다”며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급히 찾아간 A 병원은 재수술을 거부했다. 다행히 B 병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2018년 허리뼈 2번부터 4번까지 척추 유합술을 시행했다. 네 번째 수술이자 세 번째 재수술이었다.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양쪽 다리에서 힘이 급속하게 빠져나갔다. 허리가 좌우로 심하게 굽으면서 서 있기조차 힘들어졌다. 성 씨의 딸 박주연 씨(30)가 회사를 관두고 어머니를 간호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는 딸의 팔을 붙들고 나서야 겨우 5m를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허리통증은 더 심해졌다.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럴수록 근육은 감소했다. 병원에서는 버텨보라는 말과 함께 통증약만 줬다. 그렇게 5년이 흘러갔다. 지난해에는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사구체 여과율이 39%까지 떨어졌다. 신장의 39%만 기능한다는 뜻이니, 만성 신부전증과 다름없었다. 돌파구를 찾던 중에 딸 주연 씨가 척추 재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올해 1월, 성 씨는 조 교수를 찾았다. ● 5번째 수술, 2차례 나눠 시행조 교수가 허리 상태를 살폈다. 척추 마디에 박은 나사와 지지봉이 여러 개 부러져 있었다. 척추 변형도 심했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퇴행성 변화까지 겹치면서 상태가 더욱 나빠진 것. 웬만한 병원이라면 재수술을 거부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다. 대장암으로 인한 장 유착은 수술에 지장이 될 수도 있었다.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진 점이 더 맘에 걸렸다. 콩팥이 안 좋다면 척추가 잘 붙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고난도 수술이 예상됐다. 그래도 조 교수는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성 씨와 가족을 안심시켰다. 당시 수술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환자는 희망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예상대로 수술 과정은 험난했다. 조 교수는 성 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두 차례 나눠 수술을 집도했다. 1차 수술에서는 등으로 접근해 기존 나사못과 지지봉 등을 제거했다. 1주일 후에는 옆구리로 2차 수술을 진행해, 디스크 사이에 인조 뼈를 넣고 나사를 조였다. 길이 8cm 내외의 나사 13개를 새로 박아 넣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성 씨는 재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 조 교수는 “사실 수술 직전 상태는 말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다. 딸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지 않았더라면 더 악화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족의 헌신이 수술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라는 것. 성 씨도 “딸 덕분에 내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통증 없이 허리 펴고 걷다 아직은 허리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성 씨는 “통증이 거의 없어졌다. 등을 펴지 못했는데, 허리를 곧추 펼 수 있게 됐다. 빨리 걷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사실 한창 아프던 2016년 무렵에는 우울증 때문에 1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기도 했다. 조 교수는 “여러 차례 수술에 실패하면 무력감이 커지고 위축될 수 있다. 그러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 우울증을 극복하기 시작한 것. 10년 넘게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기에 뼈와 척추가 다 약해졌다. 근육량도 매우 적다. 이 때문에 젊을 때처럼 쌩쌩 움직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1년 정도는 재활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물속에서 걷기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관절에도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 땅 위에서 걷는 건 어떨까. 조 교수는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걸어야 한다. 무리하게 1만 보를 채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누워서 자전거 타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척추 수술 환자는 모두 외상을 조심해야 한다. 조 교수는 “특히 앉고 일어설 때 엉치뼈 부위를 조심해야 한다. 절대로 ‘쾅’ 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곤할 때 온찜질을 자주 해 주는 것도 좋다. 성 씨와 주연 씨는 “재활 훈련 열심히 해서 활기찬 날을 되찾을 것”이라며 웃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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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거나 계단 오를 땐 가슴통증, 쉬면 멀쩡… 혹시 협심증?”[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심장동맥(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혈관을 뚫어야 한다. 이를 경피(經皮)적 관상동맥 중재술(스텐트 삽입술)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4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스텐트 삽입술은 1년 동안 7만여 건이 이뤄졌다. 수술과 시술을 통틀어 전체 9위다. 그만큼 심혈관 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심혈관 질환 환자는 2022년 100만 명을 처음 기록했고, 현재 110만 명을 넘어섰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 비중이 높다. 하나만 꼽으라면 협심증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연간 70만여 명이 협심증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이라면 막힌 혈관을 시급히 뚫어야 한다.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심증이 서서히 진행된 만성일 때는 스텐트를 삽입하지 않고 약물 치료만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 스텐트 삽입술을 해야 할까. 안전하기는 한 걸까. 궁금증을 풀어 본다.● 심혈관 질환이 늘어나는 이유심장동맥을 좁히거나 막는 주범은 동맥경화다. 일단 노화가 주된 원인이다. 다른 만성질환까지 겹치면 동맥경화를 피하기 어렵다. 고령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다. 다만 50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심지어 30대에도 환자가 적잖게 발생한다. 강정현 씨(가명)가 그런 사례다. 10년 전, 강 씨는 극심한 흉통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의식은 잃지 않았다. 곧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 심장동맥이 거의 막혀 있었다. 강 씨는 흡연자였고 비만이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당연히 높았다. 스텐트 시술로 ‘고비’를 넘겼다. 강 씨는 담배를 끊었다.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하면서 체중도 줄였다. 그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확 떨어졌다. 강 씨는 다시 찾은 건강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한 교수는 “젊은 심혈관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단적인 사례”라며 “서구형 식단에다 고콜레스테롤 음식까지 자주 먹는 습관 때문에 동맥경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력도 ‘젊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한 교수는 “같이 사는 가족의 생활 습관을 말하는 것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부부라도 고콜레스테롤 음식을 같이 먹고 운동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가족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생활 습관을 개선하라는 뜻이다. 흡연도 치명적이다. 한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다른 질병으로 인해 심혈관 질환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젊은 층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없더라도 흡연이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금연은 필수”라고 말했다. ● 치료해야 할지 자가 진단 필요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증세를 꼼꼼히 살펴보자. 일단 협심증이라면 주로 운동하거나 계단 오를 때처럼 움직일 때 흉통이 나타난다. 혈관이 좁아진 탓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쉬고 있으면 흉통은 사라진다. 다만 협심증을 방치하면 심근경색과 비슷한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는데, 이때는 쉬는 시간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흉통은 보통 30초 이상 이어진다. 길어도 30분 이내에는 해소된다. 흉통 지속 시간이 10초 정도로 짧다면 협심증이 아닐 확률이 높다. 한 교수는 “다만 10초가 되지 않아도 흉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협심증을 배제할 수 없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증 양상을 세심히 관찰하자. 둔탁하고 묵직한 느낌일 때가 많다. 가슴이 심하게 눌리거나 답답하며 뻐근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날카롭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은 덜하다. 어느 지점이 아프다고 딱 짚을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통증은 명치 부위, 목, 턱, 치아까지 번질 수도 있다. 이런 증세가 없어도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심장동맥 석회화 수치다. 혈관에 칼슘이 쌓이면 그만큼 딱딱해진다. 석회화 수치가 0점이라면 3∼5년 이내에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거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0.4%에 불과하다. 하지만 400점을 넘어서면 위험도는 7.2배 높아진다. 400점 이상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추가 검사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석회화 수치는 심장 CT(컴퓨터단층)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석회화 수치가 높은 사람은 칼슘을 섭취하면 안 되는 걸까. 한 교수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칼슘 보충제 형태로 먹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텐트, 안전성 높고 성능 개선 중 협심증이 확인되면 우선 약물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약물,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를 먹는다. 심박수를 낮추기 위해 베타차단제라는 약물과 혈관확장제도 복용한다. 고위험군은 이런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답답함과 흉통이 사라지지 않으면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이럴 때 스텐트 삽입술을 고려한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혈관이 70% 이상 막혔을 때 시도한다. 석회화가 심하다면 먼저 딱딱한 석회를 깨뜨리는 시술을 하고 나서 스텐트를 삽입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스텐트 삽입술은 대체로 30분 정도면 끝난다. 과거에는 시술받은 환자의 30%에서 부작용이 보고됐다. 지금은 재발률이 5%에 불과하다. 평생 금속을 몸 안에 지니는 것을 걱정하는 이도 더러 있다. 이런 거부감을 반영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스텐트가 개발 중이다. 한 교수는 “1∼2년 이내에 국내 승인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술 후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항혈소판제, 베타차단제 등을 평생 먹어야 한다. 최근에는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한 교수팀도 심부전이 없는 환자라면 시술 후 베타차단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최근 발표했다. 한 교수는 “환자의 불편과 비싼 약제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르면 2년 이내에 임상 지침을 만들어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이 최선… 꾸준히 관리를예방이 최선이다. 만성질환부터 다스리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중 어느 하나만 있더라도 심근경색 위험도가 2∼3배 높아진다. 생활 습관은 꼭 고쳐야 한다. 먼저 식습관. 건강한 식사가 필요하다. 특별한 식단을 찾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과식하지 않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충분하다. 한 교수는 “지중해성 식단을 비롯해 혈관 건강에 좋다는 식단이 많다. 육류를 줄이고 생선을 늘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강박적으로 이런 식단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미국심장학회는 심장 건강을 위해 매주 150분 이상, 시속 6km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권한다. 한 교수는 “권고 기준을 따르는 것도 좋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운동할 필요는 없다. 숨이 가쁘고 땀이 나는 강도로 자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연은 필수다. 스트레스도 줄여야 한다.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는 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자주 심장 CT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한 교수는 “증세가 없는 상황에서 예방적 검사는 의학적으로 권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채널A 유튜브 ‘건강IN으로’에 업로드된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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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당 낮추는 식사법? 채소와 고기 먼저, 밥은 나중에!”[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이다. 당뇨병 전 단계를 합치면 1500만 명. 위험군까지 추가하면 혈당 관리가 필요한 인구는 2000만 명으로 늘어난다. 혈당 관리가 국민적 과제가 돼 버렸다. 정상 혈당치부터 알아 두자. 공복 혈당은 99mg/dL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밥 먹고 2시간이 지나 측정하는 식후 혈당도 140mg/dL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 기준을 넘는다면 당뇨 전 단계이거나 이미 당뇨병 환자다. 최근에는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의학 용어는 아니다. 식후에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떨어지는 모양이 뾰족한 송곳이나 못(스파이크)을 닮았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물론 좋지 않은 징후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는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혈관 내피세포를 다치게 한다. 동맥경화, 미세혈관 손상을 비롯해 당뇨병성 합병증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몸이 망가진다는 뜻이다. ● 혈당 스파이크, 정확히 알자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난다면 최소한 당뇨병 전 단계일 확률이 높다. 조 교수는 “혈당이 정상치라면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식사량이 많다면 일시적으로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날 수는 있다. 다만 반복된다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한다. 기준부터 정해야 한다. 조 교수는 “식전 혈당보다 50mg/dL 이상 오르거나 140mg/dL 이상 나오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식전 혈당 수치로 돌아가기까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원래 정상 수준이었다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당뇨병 환자는 5시간 정도. 그러니까 밥을 먹고 나서 식전 혈당으로 돌아가기까지 3∼5시간이 걸린다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 이 경우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몇 종류의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혈당 스파이크 횟수는 달라진다. 가령 피자만 먹었다면 혈당 스파이크는 1회로 끝날 수 있다. 콜라를 같이 마셨다면 최소한 2회 이상 나타난다. 치킨까지 먹었다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조 교수는 “한 종류 음식만 먹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의 패턴과 횟수는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스나 단순당 식품은 위장에서 빨리 배출한다. 소장에서 흡수되면서 먼저 혈당이 오른다. 이어 기름기 있거나 섬유질 음식이 나중에 소화되면서 뒤늦게 다시 혈당을 올리는 것.● 식후 치솟는 혈당 막는 식사법 혈당이 정상이라면 어떻게 식사하든 상관이 없다. 골고루 먹는 게 최선이다. 혈당 스파이크를 걱정해야 하는 상태라면 적게 먹어야 한다. 조 교수는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건강에 좋은 것만 가려 먹는다고 해도 양이 많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소식(小食)부터 시작하자. 먹는 순서도 지켜야 한다. 채소와 고기부터 먹고, 밥은 나중에 먹는다. 속도도 중요하다. 천천히 먹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할 의학적 근거는 많다. 채소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위에서 끈적끈적한 ‘그물망’을 친다. 밥(탄수화물)이 ‘식이섬유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탄수화물 흡수 속도도 느려진다. 늦게 소화되니 포도당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속도도 그만큼 느려진다. 하지만 허겁지겁 식사한다면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간다. 음식은 위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간다. 탄수화물이 곧바로 쏟아져 들어가면 혈당이 치솟는다. 혈당 스파이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음식을 20회 이상 꼭꼭 씹어 먹으면 입에서부터 음식 소화 속도를 더 줄일 수 있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일 수도 있다. 하루 세 끼를 여러 끼로 나눠 소량씩 먹을 때도 소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밥보다 고기를 먼저 먹어야 하는 이유도 있다. 고기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분비를 돕기 때문이다. 반대로 밥은 줄여야 한다. 조 교수는 “단지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게 아니라 ‘밥=주식’이고 ‘반찬=부식’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과일은 껍질째 씹어 먹어야 혈당이 지극히 정상이라면 과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뇨 전 단계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조 교수는 “이 경우 간식이 아닌 디저트 용도로만 적은 양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먹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껍질째 씹어 먹는 게 가장 좋다. 여러 연구에서 블루베리가 혈당을 가장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껍질째 먹는 이런 과일이 섬유질이 많기 때문. 반면 멜론처럼 과육만 먹는 과일은 혈당을 높일 수 있다. 껍질이 너무 질기면 과육만 먹을 수밖에 없다. 이때도 씹어 먹는 게 낫다. 주스 형태로 먹는 게 가장 좋지 않다. 위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이 순식간에 치솟는다. 그나마 블렌딩 믹서기로 갈아 만든 주스에는 식이섬유가 남아 있다. 시중에서 파는 과일 주스는 이 식이섬유를 거의 제거한 상태다. 당뇨병이 걱정된다면 피하는 게 좋다. 조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이런 음료는 ‘당분 폭탄’이다”라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열대 과일을 말려서 팔기도 한다. 이런 ‘건과일’도 덜 먹는 게 좋다. 건과일은 수분만 뺐을 뿐이다. 당분과 열량은 그대로 들어 있다. 그러니 적은 양만 먹어도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단순당과 정제 곡물, 초가공식품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백미, 밀가루, 설탕이 대표적이다. 소화와 흡수가 빨리 이뤄지므로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현미나 통곡물 같은 복합 탄수화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 혈당 다이어트, 효과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으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혈당 다이어트’다. “혈당 스파이크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포도당이 지방으로 쌓인다. 따라서 혈당만 치솟게 하지 않으면 체중도 빠진다”는 원리다. 사실일까. 조 교수는 “최근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진행된 여러 실험이 있었는데, 이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혈당만 낮춘다고 해서 체중이 절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탄수화물을 줄여도 고기를 많이 먹는다면, 혈당 스파이크가 없더라도 체중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혈당 관리가 다이어트에 도움은 된다. 단순당과 초가공식품을 채소와 통곡물류로 바꾸면 포만감이 높아지면서 섭취 열량을 낮출 수 있다. 조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에만 너무 몰입하지 말고,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연속 혈당측정기를 착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식후 혈당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다만 혈당이 정상인 사람까지 이런 기기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조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면 연속 혈당측정기 효능을 별로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런 기기는 혈당만 측정한다. 포화지방, 염분 같은 요소는 확인할 수 없다. 기기만 믿다가 심혈관 건강을 놓칠 수도 있다. 조 교수는 “식단을 개선하고 식후에 운동하는 등 생활 습관부터 개선하는 게 건강을 챙기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는 생활 수칙〉● 식사량을 줄여 소식(小食)한다●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인다● 소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먼저 먹는다● 채소류,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대로 식사한다● 가공된 것보다는 덜 가공된 음식을 먹는다● 과일을 주스 형태로 마시지 않고 씹어 먹는다● 식후에는 짧게라도 반드시 운동한다● 연속 혈당측정기를 사용할 경우 식후 혈당이 140mg/dL을 넘으면 병원에 간다●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생활을 관리한다● 충분한 수면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니 푹 자자자료: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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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콩팥 받고 메스꺼움과 피로 사라져… 남은 건 효도뿐”[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콩팥(신장) 안에 있는 모세혈관 뭉치를 사구체라고 한다. 정수기로 치자면 고성능 필터다. 혈액 속 노폐물을 소변으로 내보낸다. 입자가 굵은 단백질과 적혈구는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걸러 낸다. 몸의 수분과 전해질을 조절한다. 이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게 사구체신염이다. 그러면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해 독소가 몸 안에 쌓인다. 반대로 단백질과 적혈구는 빠져나간다. 소변에 거품이 일면서 단백뇨가 생기고, 빨간색 혹은 콜라 색 혈뇨가 나온다. 소금 성분은 못 나가고 수분도 조절되지 않아 몸 여기저기가 붓는다. 이런 증세가 3개월 이상 나타났다면 만성 신부전일 확률이 높다. 사구체신염은 당뇨병, 고혈압과 함께 만성 신부전의 3대 원인으로 꼽힌다. 사구체가 1분 동안 걸러 내는 혈액의 양과 노폐물 비율을 사구체 여과율이라고 한다. 사구체 여과율이 60% 밑으로 떨어지면 만성 신부전으로 본다. 자각 증세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주한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이 때문에 콩팥이 완전히 망가지고 난 후에야 병원에 오는 환자도 적잖다”라고 했다. ● 건강검진에서 사구체신염 발견 2020년 12월, 임다솜 씨(32)는 회사를 관두고 잠시 쉬고 있었다. 몸이 상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의사는 “단백뇨 수치가 높으니 큰 병원으로 가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긴장하지는 않았다. 중고교 다닐 때도 학생 건강 검사에서 단백뇨가 종종 검출됐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학업 스트레스, 격한 운동 등으로 인해 단백뇨가 일시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재검사를 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최소한 1년 이내에 재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임 씨는 A대학병원을 찾아갔다. 사구체신염 진단을 받았다. 아무 증세도 없는데 병은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흔하다. 이 교수는 “사구체 여과율이 20%까지 떨어져도 증세를 못 느끼는 환자가 많다. 건강검진이 병을 발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구체신염 환자의 20∼30%는 10∼20년에 걸쳐 만성 신부전으로 악화한다.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임 씨는 의사 처방에 따라 식단부터 조절했다. 일단 덜 먹어야 했다. 단백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백질 섭취량도 낮췄다.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했다. 여드름이 나고 얼굴이 동그랗게 부어올랐다.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이었다. ● 사구체 여과율 급격히 떨어져 임 씨는 2021년 2월부터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치료법이 살짝 달라졌다. 스테로이드 약물을 줄이고 면역억제제를 투입했다. 염증은 항체가 과도하게 반응할 때도 발생한다. 면역 반응을 줄이면 염증도 줄일 수 있어 이런 약물을 투입한 것. 덕분에 얼굴 부기는 많이 빠졌다. 하지만 사구체 기능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었다. 당시 사구체 여과율은 29%. 만성 신부전증이 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폐물이 몸 안에 쌓여 나타나는, 이른바 요독 증세는 별로 없었다. 이 교수는 “환자에 따라서는 사구체 여과율이 10% 이하로 떨어져도 요독 증세를 자각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환자는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그 경우에도 철분제를 먹으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신장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 병을 ‘침묵의 병’이라고도 부른다. 임 씨는 이후로 1년 7개월 동안 2∼3개월마다 신장내과를 찾아 몸 상태를 살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급기야 2023년 8월, 사구체 여과율이 12%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15% 이하로 떨어지면 투석을 준비해야 한다. 신장 이식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해 9월, 임 씨는 이식외과로 옮겨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 1년 반 동안의 투석 끝에 이식 수술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구체 여과율은 다시 8%로 떨어졌다. 이 무렵 만성 신부전 증세가 극심해졌다. 갑자기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이 강해졌다. 부대낌도 심해졌고 구역질도 나왔다. 신발에 발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부어올랐다. 당장 투석을 시작했다. 콩팥 이식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뇌사자 콩팥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임 씨 아버지가 콩팥 기증을 결심했다. 수술 날짜는 2개월 후인 11월로 결정했다. 다만 기증자인 아버지 혈액형(O형)과 수혜자인 딸 혈액형(A형)이 일치하지 않았다. O형의 항체가 지나치게 강하면 이식 자체가 힘들 수 있다. 고난도 수술이 예상됐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면역 체계가 혈관을 공격하는 비정형성 용혈요독증후군이란 희귀 질환이 발생했다. 혈액이 깨져 혈전으로 변하는 병이다. 신부전을 비롯한 심각한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콩팥을 이식한 후에도 재발 확률이 높아진다. 의료진은 고심 끝에 수술을 보류했다. 이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이 교수는 “의학적으로 아주 복잡한 일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 기간이 1년 6개월이나 걸렸다”라고 말했다. 위험은 여전히 있었지만, 의료진과 환자 모두 동의해 수술을 결정했다. 2025년 2월 임 씨는 아버지 콩팥을 자신의 오른쪽 콩팥 부위에 이식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4일 만에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5일이 더 지나 퇴원했다. 다만 4개월 후 거대세포바이러스가 발견돼 위기를 맞은 적도 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큰 탈없이 마무리했다. 이후로는 순탄했다. 2∼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점검할 뿐이다.● 이식 후에 새로 얻은 삶임 씨는 수술하기 전, 매주 3회씩 1년 6개월 동안 투석을 받았다. 힘겨운 나날이었다. 요독이 쌓여 항상 피곤하고 지쳤다. 음식 조절은 고역이었다. 못 먹는 게 많았다. 조금이라도 자극적이면 피해야 했다. 물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회사, 병원, 집만 오가는 쳇바퀴 생활. 여행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임 씨는 “의식 자체가 또렷하지 않고 늘 뿌연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콩팥을 이식받은 후 새 삶을 얻었다. 구역감은 사라졌다. 피로감도 일상의 피로 수준으로 확 떨어졌다. 무엇보다 먹는 즐거움이 커졌다. 먹지 못하던 채소와 고기도 맘껏 먹게 됐다. 식탁이 풍성해졌다. 가족과 외식도 자주 한다. 덕분에 체중이 늘었지만, 필라테스로 조절하고 있다. 언감생심이던 운동이다. 이 교수는 “콩팥을 이식받은 후에도 격한 운동만 아니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콩팥이 이식된 오른쪽의 다리가 가끔 욱신거린다. 매일 면역억제제, 혈압약, 고지혈증약 등을 먹어야 한다. 그래도 투석받을 때와 비교하면 ‘천국’ 수준이다. 이 교수는 “욱신거리는 느낌도 점점 무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요즘 늘 ‘효도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아버지가 콩팥을 내어준다고 할 때에도 불효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버지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죄송했다. 그 감사함을 서툴게나마 표현했다. “부모님이 주신 장기 잘 유지하고, 앞으로는 건강한 모습만 보여드릴게요.”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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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갑은 완결이 아니라 성찰을 위한 재출발”

    “세대를 떠나 도전은 결과보다 시도, 그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환갑이든 칠순이든 과감하게 한 걸음 내딛기를 적극 권합니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는 나이 때문에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늘 강조한다. 한계를 설정해 놓는 것이 가장 큰 제약이 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환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촐한 잔치를 벌이거나 기념 여행을 다녀오는 게 최선은 아니란다. 지난해 김 대표는 환갑을 맞았다. 60년간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의미도 있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 환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도 제안하고 싶었다. 연극을 하기로 했다. 1965년생 동년배 4명이 함께했다. 모두 바쁜 가운데도 5월부터는 매주 일요일에 모여 맹연습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마침내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그게 바로 창작 연극 ‘백자(Back 自)’다. 이 연극은 환갑을 맞은 네 친구의 관계와 내면을 풀어냈다. 김 대표는 이 작품이 60년 인생을 돌아보고 가족, 특히 부부 관계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극 중에서 김 대표는 미학 교수이자 백자에 집착하는 인물인 ‘현우’를 맡았다. 그는 백자 균열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운 아내와의 균열은 외면한다. 결국 백자를 깨뜨리는 순간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부부는 겉으로 화목해 보이더라도, 다양한 고민과 갈등을 안고 산다. 김 대표는 이런 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데 의미를 뒀다. 김 대표는 또 흠과 상처가 감춰야 할 결함이 아니라, 60년 세월을 잘 살아냈다는 증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환갑은 완결이 아니라 성찰을 통한 재출발이며, ‘나다움’을 재정의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연극 기획과 출연을 모두 소화한 김 대표는 “조금씩 양보하며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했고, 이는 가정이나 조직, 회사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임을 절감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연극 제작 과정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를 실행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공공기관장의 역할과도 맞닿아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연극이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후 ‘백자 2기’, ‘3기’ 등으로 이런 ‘환갑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매년 환갑을 맞게 될 예비 60대들이 각 세대의 시각과 방식으로 극을 개선하면 그 의미가 더욱 커질 거라는 이야기다. 연극 제작과 공연 과정에서 느낀 게 또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작품 공연과 같은 프로젝트가 이어져 단순하게 개인의 기념 이벤트가 아니라 대학로 연극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회 공헌 모델로 확장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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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주 이상 코막히면 코 내시경 검사로 원인 찾아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코 질환은 우리나라 국민이 병의원을 가장 많이 찾는 병이다. 급성 비염(코감기),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세 가지만 합쳐도 외래 진료 건수 1위다. 평균적으로 성인은 연간 2회, 소아는 6∼10회 콧병 때문에 병의원에 간다. 급성 비염은 2개월마다, 급성 축농증은 6개월마다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코 질환의 대표적 증세는 코막힘, 재채기, 콧물 등 세 가지다. 환자의 30% 정도만 병의원을 찾는다. 나머지는 약으로 자가 해결하거나 그냥 참는다. 그러다 보니 급성 비염이 종종 축농증으로 악화한다. 이때는 항생제를 10∼14일 먹어야 낫는다. 이마저도 그냥 두면 만성이 된다. 삶의 질은 그만큼 떨어진다. 그야말로 ‘국민 질환’이지만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김성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잘못된 의학 상식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꽤 많다”라고 말했다. 코 질환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콧속 습도 조절이 관리의 시작 알레르기 비염일 때는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급성 비염, 그러니까 코감기는 기침, 재채기를 통해 전염된다.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평소 콧속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콧속 점막은 항상 축축해야 한다. 정상적이라면 매일 1L의 콧물과 2L의 침이 만들어진다. 이 점액은 점막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점막에 주름살이 늘어나는 30대부터 이 점액 분비량이 줄어든다. 60세가 되면 분비량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70세가 되면 30%, 80세가 되면 20%만 나온다. 점액 안에는 면역 물질도 많다. 점액이 줄어들면 면역력도 떨어진다. 농도까지 짙어져 찐득해진다. 이 때문에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기도 한다. 노인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된다. 콧속 습도 조절이 해법이다. 보통 콧속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질 때 점막이 마른다. 콧병은 대체로 10월 말부터 이듬해 4월 초순까지가 많이 발생한다. 습도가 낮은 시기라서 그렇다. 코점막만 축축하게 해도 급성 비염을 줄일 수 있다.습도 조절 방법을 알아두자. 첫째,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쓴다. 감염 예방만이 목적이 아니다. 날숨이 마스크 안에 고여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둘째,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튼다. 이때 목표 습도가 낮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반드시 5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식염수로 된 인공 콧물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스프레이 형태로 돼 있어 사용이 편하다. 30분∼1시간 간격으로 수시로 코안에 뿌려주면 된다. 보습 연고도 좋다. 다만 면봉으로 지나치게 안쪽까지 바르면 점막이 다친다. 손가락에 묻혀 코 입구에만 바르는 게 좋다. ● 약 사용법 알고 쓰자 비염 환자들은 약을 달고 산다.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많다. 대체로 안전하지만, 언제까지고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비염일 때 콧속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전신 부작용이 없다. 따라서 아이나 노인이 써도 좋다. 다만 용법을 지켜야 한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간헐적으로 쓰면 효과가 없다. 최소한 2주 이상 꾸준히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통 약 한 통을 한 달에 다 쓰면 된다. 코가 막힐 때 뿌리면 몇 분 이내로 코가 뻥 뚫리는 약의 용법은 전혀 다르다. 이런 약은 효과는 좋지만,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크다. 코점막을 강제로 수축시키는 혈관수축제인데, 계속 사용하면 혈관의 ‘자정 능력’이 떨어진다. 혈관이 굳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는 효과도 없고 증세만 심해진다. 5일 이내로만 사용해야 한다. 약을 살 때 혈관수축제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과 재채기가 심할 때 많이 쓴다. 한 시간 이내에 증세가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이런 약은 콧속을 건조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스테로이드 약물과 정반대로 간헐적으로만 먹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약을 먹으면 나중에 코점막이 더 말라버린다. 콧물이 멈추지 않을 때가 있다. 코점막이 쪼그라들어 신경 조절이 안 되는 경우다. 부교감신경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차단하면 되는데, 이것이 항콜린제 약물이다. 미리 코안에 뿌려두면 한두 시간 동안 콧물이 흐르지 않는다. 혈관수축제와 같은 부작용은 없다. 물로 콧속을 청소하는 건 피해야 한다. 수분을 보충하니 괜찮을 것 같지만 오히려 더 건조해진다. 맹물이 점액질의 수분을 빼앗기 때문이다. 딱지가 앉고 갈라져 피가 날 수 있다. 수영장의 물도 마찬가지다. 코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수영을 당분간 피하는 게 좋다. 콧속이 답답하다고 해서 휴지를 돌돌 말아 안을 닦아내는 것도 점막을 다치게 하는 행동이니 삼가자. 맹물 코 세척은 안 되지만 식염수 세척은 괜찮다. 식염수 스프레이를 뿌리면 좋다. 스프레이를 뿌렸을 때 콧속이 따끔거린다면 방부제 성분 때문일 확률이 높다. 방부제가 없는 스프레이를 고르면 된다. ● 약물 치료 안 되면 수술까지 검토 만성 코 질환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오랫동안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60대 여성 박정미 씨(가명)는 갑자기 후각을 잃었다. 코감기와 축농증을 방치한 게 원인이었다. 김 교수는 “점막 염증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흉터가 섬유화하고 후각 신경 세포가 손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했다. 다행히 박 씨는 후각을 되찾았다.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50대 여성 이지선 씨(가명)가 그런 경우다. 10년 넘게 축농증을 앓았고, 후각이 떨어져 있었다. 고름과 물혹이 콧속 통로를 꽉 막고 있었다. 이 통로를 여는 수술을 하고 난 후에야 이 씨는 후각 장애에서 해방됐다. 김 교수는 “3개월 이상 축농증을 치료해도 효과가 없거나 여러 개의 혹(용종)이 코를 막고 있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 질환이 여러 개 겹치면 치료가 복잡해진다. 40대 여성 정이연 씨(가명)는 20년 전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받았고, 10년 전 출산 후에 후각을 거의 잃었다. 나중에는 양쪽 코에서 혹도 발견됐다. 2023년부터는 코감기와 축농증이 거의 매달 도졌다. 천식까지 생겼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알레르기 비염, 용종, 천식, 두드러기 등으로 형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콧속 염증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가 나와 그나마 효과를 보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정 씨 또한 약물 치료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수술을 고민 중이다.● 한쪽 코만 막히면 검사 필요 약을 먹었는데도 코막힘이나 코피와 같은 증세가 한쪽 코에서만 2주 이상 나타난다면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통증이 한쪽 코에서만 나타나거나 콧물에서 심한 악취가 날 때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이 경우 반드시 코 내시경 검사로 원인을 찾아낸 뒤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치과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잇몸에 염증이 생겼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부위 위쪽 코의 점막이 부어오르면 이런 증세가 종종 나타난다. 냄새를 잘 못 맡거나 천식 증세까지 나타난다면 염증성 물혹이 있을 확률이 높다. 물혹보다 더 위험한 건 종양이다. 콧속 혹은 90%가 염증성 물혹이지만 10%는 종양이다. 이 중 10%는 악성 종양이다. 김 교수는 “코안이 완전히 막히기까지는 종양이 진행돼도 잘 모른다. 양쪽 코가 다 막힐 때도 있다. 특히 악취가 많이 나면 종양 의심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정현 씨(가명)도 몇 년 전 콧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림프종을 발견했다. 당시 코 양쪽이 다 막혀서 비염 수술을 했다. 하지만 증세가 좋아지지 않았다. 조직 검사를 했더니 림프종이 나온 것. 김 교수는 “콧속은 그물망처럼 혈관 다발이 있어 암세포가 여기에 ‘정착’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일찍 발견한 덕분에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5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암은 재발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2주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면 코 내시경 검사하는 것을 꼭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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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김상훈]“스타가 내 건강 챙겨주나, 내 건강은 내가!”

    당뇨 환자가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혈당이 안정적이라고 칭찬했다. 이어지는 환자의 비결. “혈당 낮추는 데 OO가 좋다고 연예인이 말하길래 밥과 함께 먹고 있어요.” 의사는 뜨악했다. OO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급히 검색해 보니 곡물의 한 종류였다.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의사에 따르면 이 환자는 평소 열심히 운동하고, 소식(小食)하며, 식단도 잘 관리했다.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건 이 습관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환자는 연예인이 알려준 OO가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의사들에게도 들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의사나 전문가가 다이어트 유행을 선도했다. 지금은 연예인, 운동선수, 인플루언서 등이 그 역할을 한다. 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방송에서 “이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라고 하면 열풍으로 번진다. 다이어트 열풍, 의학적 근거는 지난해 초중반, 사과 발효식초(Apple Cider Vinegar)가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 식품이 식욕을 줄이고, 혈당도 안정시켜 지방 축적을 억제한다고 알려져서다. 줄여서 ‘애사비’라 부르는 이것을 마시면 3개월 만에 체중이 8kg 빠진다는 논문이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애사비 다이어트’라 부르며 열광했다. 먼저 ‘글로벌’하게 유행했다. 세계적 스타들이 애사비를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여러 스타가 애사비 다이어트 중이라 했다. TV에 나와 애사비를 마시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니 검증할 필요가 있나. 너도나도 애사비 다이어트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사태가 급변했다. BMJ가 데이터가 조작됐다며 애사비 관련 논문을 철회했다. 애사비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가 사라진 것. 사과 발효식초는 산도가 높다. 과도하게 마시면 치아의 법랑질이 녹을 수 있다. 위장이 약하면 속이 쓰리고 소화불량 증세도 나타난다. 이 모든 불편을 참고 애사비 다이어트를 했던 사람이라면 속이 더 쓰렸을 것 같다. 그래도 이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소량만 물에 희석해 마시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라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무조건 스타 따라 하기는 금물 스타들의 다이어트 관련 뉴스는 늘 대중의 관심을 끈다. 스타가 SNS에 다이어트 소식을 전하는 자체가 어쩌면 팬들과의 소통일 테니 문제 될 것은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혈당 다이어트와 같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다이어트를 시도한다는 스타들도 많다. 다만 여전히 우려는 남아 있다. 1주일에 7kg을 뺐다느니, 방울토마토와 물만 먹고 살을 뺐다느니, 올리브 오일이나 레몬수를 지속적으로 먹어서 건강해졌다느니, 고구마로만 살을 뺐다느니 하는 식의 ‘비결’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음식 섭취량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초단기에 왕창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는 그게 어떤 것이든 피해야 한다. 어떤 스타는 탱탱한 피부의 비결을 돼지껍질과 닭발에서 찾는데, 이 또한 걸러야 한다. 이런 음식에 콜라겐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자 구조가 커서 흡수율이 매우 낮다. 그런데도 스타의 피부가 좋다면 닭발 덕분은 아닐 것이다. 고가의 피부 시술을 받는다면 몰라도. 또 한 가지. 스타의 상당수는 의사나 트레이너, 영양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이유다. 다이어트는 초기 체중 감량보다 ‘유지’가 훨씬 어려운데, 전문가가 도와준다면 아무래도 더 낫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이유로 스타를 따라 하기보다는 나만의 다이어트 비법을 갖는 게 나을 듯하다. 사실 다이어트 원칙은 늘 같다. 첫째,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되 과식하지 않는다. 둘째,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한다. 셋째, 숙면한다. 넷째, 금연과 절주(가능하면 금주)한다. 너무 빤하다고? 그래도 거기에 정답이 있는 걸 어쩌겠나. 우린 이미 비결을 알고 있다. 맞다. 다이어트는 유행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나의 의지다.김상훈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장급 corekim@donga.com}

    •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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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 아프면 약-주사 찾기보다 스트레칭부터”[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강추위에 몸을 오래 웅크리면 추위는 잠시 잊을지 몰라도 어깨에 무리가 간다.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휴대전화를 볼 때도 어깨가 다친다. 목을 쭉 내민 자세로 키보드를 쳐도 마찬가지다. 팔베개를 하고 자는 동작도 어깨에는 좋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깨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일상생활에 너무 많다. 팔을 높이 들어 올리는 것도, 심지어 다리를 꼬고 앉는 것도 어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어깨 질환은 노화와 관련이 있다. 40대 이후에 어깨 질환이 늘어난다. 이때부터는 어깨 질환 위험을 안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로 어깨 주변에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사고나 갑작스럽게 입은 부상일 때만 곧바로 치료한다. 그냥 방치했다가 통증이 극심해진 후에야 병원에 가는 사람이 많다. 늦어진 만큼 치료도 어려워진다. 정웅교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40대∼70대에 가장 많은 어깨 질환을 알아 두고 증세에 따라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회전근개 질환 △오십견 △석회성 건염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 팔 올릴 때 아프면 회전근개 질환 어깨를 감싸고 있는 힘줄이 회전근개다. 회전근개가 뼈와 자꾸 충돌하면 염증이 심해진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처음에는 괜찮다가 어느 각도 이상이 되면 통증이 나타나거나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뒷짐 진 상태에서 팔을 위쪽으로 끌어 올릴 때도 아프다. 고지혈증, 당뇨 같은 대사질환을 방치하거나 흡연을 하면 힘줄이 더 약해져 병이 악화할 수 있다. 망치질을 반복한다거나 높은 곳에 짐을 올리는 동작을 자주 해도 회전근개가 손상될 수 있다. 키보드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어깨가 앞으로 굽어지는데, 이 또한 회전근개 질환의 원인이다. 틈나는 대로 가슴을 내밀고 어깨를 쫙 펴는 자세를 취해주는 게 좋다. 한쪽 어깨에 이 병이 나타난다면 다른 어깨도 손상될 확률이 크다. 정 교수는 “처음에는 자주 사용하던 팔 쪽 어깨에서 이 병이 시작된다. 그러다가 반대쪽 어깨에 병이 나타날 확률이 약 40% 정도”라고 말했다. 만약 한쪽 어깨에 증세가 나타난다면, 반대쪽 어깨도 잘 관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달 정도 지켜보자. 증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치료가 필요하다. 염증을 억제하면서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한다. 한 달 정도 제대로 치료하면 증세는 크게 좋아진다. 대체로 3∼4개월이면 치료가 끝난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힘줄 자체가 찢어질 수도 있다(회전근개 파열). 그때는 통증이 더 날카로워진다. 팔을 들어 올렸다가 내릴 때 힘이 빠져 ‘툭’ 떨어질 수도 있다. 팔을 든 상태로 오래 있기가 힘들어진다. ● 오십견, 관절 운동 꼭 해야 어깨 관절을 둘러싼 주머니를 관절낭이라고 한다. 이 관절낭이 염증으로 굳어 버린 게 오십견이다. 나이 오십에 잘 걸린다고 해서 속칭 오십견이라고 하지만 정식 병명은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일 때도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양상이 다르다. 회전근개 질환일 때는 팔을 들어 올릴 때 주로 아프다. 반면 오십견일 때는 상하좌우 어디로 팔을 움직이든 아프다. 관절 가동 범위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팔을 올리거나 돌리거나 만세를 부르는 동작 모두가 고역이다. 뒷짐 지는 것도 힘들다. 밤에 통증이 심한 것도 오십견의 특징이다. 정 교수는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에 오는 오십견 환자 상당수가 주사 같은 약물에 의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는 통증을 완화해 줄 뿐 질병 자체를 낫게 해 주진 않는다. 정 교수는 관절 운동을 병행해야 완전한 치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오십견은 대부분 치료를 받지 않아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다만 완치는 아니다. 약물은 통증을 완화해 주는 효과만 낸다. 정 교수는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오십견도 없어진 건 아니다. 관절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관절 가동 범위는 종전의 60∼70%만 복구된다”고 말했다. 관절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나중에는 근육도 약해진다. 다시 비슷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4∼5개월 동안은 꾸준히 관절 운동을 해 줘야 한다. ● 극심한 통증, 석회성 건염 의심 회전근개 힘줄 안에 세포 변성으로 인해 석회가 쌓이면 염증이 생긴다. 그게 석회성 건염이다. 주로 40대와 5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증세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때가 있다. 통증을 못 참고 응급실로 오는 환자도 많다. 일단 이런 통증은 병이 치유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이 통증만 지나가면 1∼2주 이내에 좋아진다. 다만 통증이 사라지는 ‘자연 치유’ 기간은 사람마다 달라 1년 혹은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이상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면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먼저 약물로 시도한다. 효과가 없을 때는 바늘로 자극을 주거나 체외충격파를 쏘아 단단해진 부위를 쪼갠다. 이마저도 효과가 없을 때는 내시경 수술도 고려한다. ● 매일 30분씩 어깨 스트레칭을 어깨를 강화하는 게 최선의 치료이자 예방법이다. 스트레칭이 기본이다. 통증이 나타나도 참을 수 있을 정도라면 운동하는 게 좋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세 가지 어깨 질환을 모두 예방할 수 있는 운동법을 소개했다. ➊ 벽과 약 30cm 간격을 두고 선다. 벽에 상체를 밀착하고 한쪽 팔을 위로 천천히 뻗는다. 팔을 늘린다는 느낌이어야 한다. 최대한 팔을 들어 올린 후 5∼10초 멈춘다. 15∼20회 반복한 뒤 같은 요령으로 반대쪽도 운동한다.➋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 공간을 이용한다. 양쪽 벽에 팔을 댄 뒤 가슴을 편 채로 천천히 내민다. 최대한 가슴을 내민 후에는 5∼10초 멈춘다. 가슴이 뻐근해지는 게 느껴진다. 15∼20회 반복.➌ 두 손으로 우산을 잡고 양팔을 옆구리에 붙인다. 이때 손등이 바닥을 향하게 해야 한다. 손등을 천장으로 향하게 하면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이어 팔을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린다. 팔은 옆구리와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 최대한 팔을 돌린 후 5∼10초 정지. 15∼20회 반복 후 좌우 교대. ➍ 앉은 자세에서 우산을 어깨 너비로 벌려 잡는다.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다가 머리 위에서 멈춘다. 5∼10초 정지 후 15∼20회 반복. 이때 팔이 머리에 닿아서도, 완전히 펴져서도 안 된다. 팔을 굽혀야 어깨 회전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 팔이 아니라 어깨를 회전한다는 느낌이어야 한다.➎ 한 팔은 어깨 뒤로, 다른 한 팔은 허리 뒤로 보낸다. 등 뒤에서 수건을 약간 비스듬하게 잡는다. 이어 천천히 위쪽으로 수건을 끌어 올린다. 아래쪽 팔의 어깨 관절 가동 범위가 넓어진다. 그 상태로 5∼10초 정지. 15∼20회 반복 후 좌우 교대. 이 동작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 경우 운동을 중단하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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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재발-전이’ 모두 극복한 비결은 환자 의지와 노력[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2008년, 당시 50대 후반의 김양순 씨(75)는 모처럼 자녀들과 거제도로 여행을 떠났다.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급기야 현기증이 일더니 식사도 못 할 지경이 됐다. 여행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잔 후에는 피로가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다만 소변을 봤을 때 변기 물이 빨개진 게 맘에 걸렸다. 혈뇨다. 김 씨는 평소 당뇨병 약을 처방받던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 볼 것을 권했다. 그해 11월, 김 씨는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격렬한 운동 후 소변에 피가 일시적으로 섞여 나올 수 있다. 충분히 쉬면 사라진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혈뇨는 신장(콩팥), 방광, 전립샘 질환 같은 비뇨기계 질환 증세일 확률이 높다. 특히 통증이 없는 혈뇨가 반복되는 게 가장 심각할 수 있다. 암까지도 의심해야 한다. ● 신장암 3기, 한쪽 콩팥 들어내 박 교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복부 CT(컴퓨터 단층) 검사에서 왼쪽 콩팥에 15cm 정도 되는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고 했다. 콩팥을 다 덮었는데, 다행히 다른 장기로는 전이되지 않았다. 신장암 3기였다. 암이 이토록 커질 때까지 김 씨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신장암으로 인한 혈뇨의 경우 통증이 없을 때가 많은 탓이다. 박 교수는 “40세 이상이며 무통증 혈뇨가 나온다면 일단 비뇨기계 종양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김 씨처럼 변기 물 색깔이 변할 정도라면 당장 병원에 가는 게 옳다. 암이 너무 크면 보통은 항암 치료로 크기를 줄인 후에 수술한다. 신장암은 다르다. 항암 치료 효과가 작아 곧바로 수술을 통해 콩팥을 제거하는 것을 표준 치료로 삼는다. 다만, 최근에는 16년 전과 달리 신장암에 효과적인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가 많이 출시돼 상황에 따라 항암 치료를 하기도 한다. 김 씨의 경우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복강경 수술이 어려웠다. 부득이하게 배를 여는 개복 수술을 했다. 왼쪽 콩팥을 통째로 들어냈다. 약 3시간 만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일주일 정도 더 입원한 상태로 경과를 지켜본 후 퇴원했다. 김 씨의 신장암 치료는 사실상 이것으로 끝났다. 이후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재발이나 전이를 살피는 추적 관찰만 시행했을 뿐이다. 요즘에는 재발이나 전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면역항암제를 투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16년 전에는 그런 치료 절차가 없었다. ● 폐로 전이… 6개월 만에 사라져 암이 다른 장기로까지 전이되면 4기로 진단한다. 박 교수는 암이 너무 커서 전이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다만 전이가 발견되지 않아 3기로 결정된 것이다. 신장암 수술을 끝내고 9개월이 흘렀다. 2009년 8월, 김 씨의 폐에서 작은 암 여러 개가 발견됐다. 원격 전이가 발생한 것. 암은 4기로 조정됐다. 신장암은 전이와 재발이 잦은 암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수술 후 2년 이내에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김 씨 또한 3기였기에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아주 미세해서 첨단 장비로도 발견할 수 없는 ‘미세 암세포’가 뒤늦게 자라면 재발 혹은 전이가 되는데, 김 씨가 그런 사례였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신장암은 간이나 폐로 잘 전이되는 경향이 있다. 신장암 세포는 새로운 혈관을 잘 만든다. 게다가 콩팥에서 나온 혈액은 폐로도 흐른다. 이러니 신장암 세포가 혈관을 타고 간과 폐로 쉽게 이동하는 것이다. 폐로 암이 전이되면 항암 치료가 우선이다. 다행히 효과 좋은 표적항암제가 출시돼 있었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료비도 아낄 수 있었다. 곧바로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따로 입원하지는 않았다. 약을 처방받아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 복용하는 방식이었다. 항암 치료에 돌입하고 아주 짧은 시간에 효과가 나타났다. 3개월 만에 폐암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시 3개월이 지난 후 CT 검사를 했다. 폐암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그 후 6개월 동안 항암 치료를 이어갔다. 두 차례 추가 검사에서도 폐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추적 관찰은 해야 하지만, 사실상 모든 치료가 끝났다. 박 교수는 “항암 치료 효과가 이렇게 좋은 경우는 흔하지 않다. 김 씨가 정말 열심히 치료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재발한 신장암도 이겨내 두 차례 암을 이겨냈고, 건강도 되찾았다. 오랜만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처음 신장암을 발견하고 딱 10년이 지난 2018년 11월이었다. 이번엔 오른쪽 콩팥에서 암이 발견됐다. 첫 번째 신장암과 똑같은 종류였다. 10년 만에 암이 재발한 것이다. 김 씨는 낙담했다. 유독 운이 나빠서 그런 걸까. 신장암을 영영 극복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박 교수는 “신장암은 재발이 잦다. 1기에 발견돼 치료를 끝냈는데도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후 재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이라면 면역력이 떨어져 신장암이 재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신장암은 ‘완치’로 규정하는 5년이 지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 추적 관찰 과정에서 신장암이 발견되면 보통은 크기가 작은 1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처가 수월하다. 콩팥은 살리고 암 조직만 떼어낼 수 있다. 암 덩어리가 커진 상태로 뒤늦게 발견하면 이런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신장암 환자는 5년이 지난 후라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생’ 추적 관찰해야 한다. 김 씨도 1기였다. 암 크기는 약 2cm였다. 콩팥은 살리고 암만 제거하는 수술을 무사히 끝냈다. 항암 치료는 추가로 받지 않았다. 이로써 세 번째 암 치료를 끝냈다. 물론 추적 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3개월 단위로, 다음에는 6개월 단위로 검사를 받았다. 지금은 1년 단위로 검사를 받는다.● ‘정석대로 투병’이 중요 김 씨는 “정말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매주 네댓 번은 집 근처 산자락에 있는 공원에서 1시간씩 걷는다. 스퍼를 집에 들여놓아 틈틈이 하체 근력 운동도 한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다만 당뇨병 때문에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여러 곡물을 섞은 밥을 먹는다. 박 교수는 “암 환자라고 해서 먹는 것을 가려야 할 필요는 없다. 영양 균형을 맞추고 충분히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병을 이겨 내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박 교수는 “환자가 ‘정석대로’ 관리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이고, 나머지는 병을 이겨 내려는 환자의 의지와 철저한 관리라는 것. 박 교수는 “김 씨는 의사의 처방과 지시를 항상 100% 이행하려고 했고, 덕분에 치료 효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전이된 폐암을 치료할 때 놀라울 만큼 항암 효과가 컸던 것도 김 씨 자신의 노력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항암 과정은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진물이 났다. 입 주변도 헐었다. 머리카락도 뭉텅이로 빠졌다. 항암 치료를 견뎌 내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물도 넘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먹었나 싶으면 잠시 후 다 토해 냈다. 서 있을 기운도 없었다. 그래도 매일 오전 10시가 되면 산에 가서 걸었다. 정오가 되면 집에 돌아와 죽을 끓여 먹었다. 흰죽, 채소죽, 전복죽…. 죽밖에 못 먹으니 재료라도 바꿔 만들었다. 그나마 죽이라도 먹어 항암제를 견뎌 냈다. 박 교수는 “항암 치료가 힘들어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김 씨는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정량을 유지했고, 단 한 차례도 중단하지 않았다. 치료 효과가 좋은 게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도 추적 검사를 잘 받으며 건강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김 씨는 입원 당시에 아침저녁으로 병실을 찾아 독려한 박 교수를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의사와 환자로 17년째 이어 가는 인연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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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다 숨 막혀 수차례 깨던 나… 타비 시술 받고 푹 잡니다”[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심장은 대동맥판막으로 외부 혈관과 이어져 있다. 이 대동맥판막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거나 역류한다.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심장은 혈액을 외부로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결과 심장벽이 두꺼워진다. 나중에는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중증이 될 때까지 방치하면 2년 이내에 절반 정도가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낡은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면 된다. 방법은 두 가지. 첫째, 가슴을 여는 수술이다. 다만 난도가 높다. 고령자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가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이다. 보통 영어 앞 글자만 붙여서 ‘타비(TAVI)’로 많이 부른다.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를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2시간 정도면 시술이 끝나고 안전해 고령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김윤범 씨(90)는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타비 시술을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흐른 지난달 김 씨는 다시 박 교수를 만났다. 시술 후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 씨의 대동맥판막 질환은 고쳐진 걸까.● 고령자, 숨차고 막히면 의심 가슴이 답답하거나 흉통이 느껴지면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다. 김 씨도 그랬다. 2011년 3월 똑같은 증세가 나타나서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를 찾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 별 이상은 없었다. 대동맥판막 협착도 없는 상태였다. 당시 김 씨를 진료한 의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흉통’으로 봤다. 이후 비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다 2018년 3월, 대동맥판막에 처음으로 이상이 발견됐다. 다만 이 병에 따른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대동맥판막 질환은 대체로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5년이 지난 2023년 2월, 대동맥판막 질환 증세가 나타났다. 그해 3월부터 김 씨 진료를 담당한 박 교수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동맥판막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 씨에게 타비 시술을 권했다. 박 교수는 대동맥판막 질환이 악화하면 크게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프며 △눈앞이 캄캄해지는 세 가지 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는 보통 휴식할 때보다는 ‘움직일 때’ 나타난다. 고령자의 경우 숨이 차는 증세가 가장 흔하다. 의심 증세가 있으면 심장초음파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최종 진단을 내린다. 김 씨는 2011년 흉통을 느꼈다고 했다. 흉통은 대동맥판막 질환의 의심 증세이기도 하다. 혹시 그때 대동맥판막 질환이 시작된 건 아니었을까. 박 교수는 “당시 심장초음파 진단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의 흉통과 판막 질환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대동맥판막 질환 진단을 받은 후에는 증세가 급격히 악화했다. 가슴이 누르듯이 아팠다. 숨을 쉬기도 어려웠고, 온몸에서 힘이 빠질 때도 많았다. 밤에도 잠을 자다 서너 번씩 숨이 막혀 깼다. 지난해 5월부터는 더 나빠졌다. 매일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산책했는데, 숨이 막혀 서너 번 쉬지 않으면 산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어지러움도 심해졌다.● “암 겪고 고령이라 더 두려워” 지난해 11월, 김 씨는 박 교수가 권한 지 2년 8개월이 지나서야 타비 시술을 받았다. 박 교수가 최소 10회 이상 시술을 권했지만 그때마다 김 씨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김 씨는 “수술이나 시술에 대한 공포가 커서 선뜻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 씨는 70대 이전까지 중병을 앓은 적이 없으며, 심지어 병원에 갈 일도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70대 중반, 처음 암에 걸렸다. 김 씨의 병원 진료 기록지에는 당시 상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2011년 1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다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김 씨는 곧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갔다. 입원 후 검사를 받았고 신우요관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왼쪽 신우와 요관에서 발견됐다. 신우는 소변이 모이는 장기이고, 요관은 그 소변을 신우에서 방광으로 이동하는 기관을 말한다. 다행히 초기였고, 그해 2월 왼쪽 신장과 요관을 절개하는 것으로 치료는 일단락됐다. 항암치료도 따로 받지 않았다. 이듬해 3월 방광에서도 암이 발견돼 긁어내는 수술을 4회 받았지만, 그때도 항암치료는 받지 않았다. 설상가상이라 해야 할까. 암 추적 관찰 과정에서 2013년 1월 담낭암이 발견됐다. 그나마 이번에도 초기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그해 2월 담낭을 절제하고, 그 다음 달에는 림프절을 절제했다. 항암치료는 없었다. 두 차례 암에 걸리면서 병원 출입이 잦아졌다. 그 와중에 흉통도 느꼈다. 약도 많아졌다. 그러니 몸에 ‘칼 대는’ 게 절로 두려워졌다. 고령이라는 점도 시술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었다. 박 교수는 “이 환자 분만 그런 게 아니라 80대 이상 고령 환자 중 많은 분이 시술을 꺼린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점이 특히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고령 환자도 시술을 받으면 금세 좋아진다. 병을 키우지 말고 가급적 빨리 시술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 기저질환 관리해야 회복 빨라져 퇴원 후 첫 진료에서 김 씨의 시술 후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숨이 찬 증세가 많이 사라졌다. 잠자다 숨이 막혀 깨는 일도 없어졌다. 다만 김 씨는 “아직도 간혹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남아있다.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혹시 시술 부작용은 아닐까. 박 교수는 검사 기록을 살펴본 뒤 “시술은 잘 됐다. 심장 박동도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심장 기능에도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어지럼증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원인은 빈혈이라고 했다. 시술 받기 전부터 빈혈 수치가 높았다는 것. 박 교수는 “빈혈과 고혈압을 함께 치료해야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철분 주사와 빈혈약, 고혈압 약을 처방했고 45일 후에 치료 결과를 보자고 했다. 타비 시술은 사흘 만에 입원에서 퇴원까지 이뤄진다. 큰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적은 편이다. 며칠 만에 좋아지기도 하지만 병을 오래 방치할 경우 회복 속도는 더디다. 박 교수는 “ 만약 대동맥판막 질환이 발견됐을 때 바로 시술했다면 회복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야외에서 산책을 무척 하고 싶다고 했다. 박 교수는 고령인 데다 회복 속도가 늦고 추운 겨울이라 시기상조라고 했다. 자칫 감기라도 걸리면 회복이 더 늦어지기 때문. 박 교수는 “한두 달 동안 약을 잘 먹고 관리를 잘하면 지금의 증세가 거의 사라질 것이고, 운동은 그때 가서 하시라”고 처방했다. 박 교수 설명을 듣고 난 후 김 씨 표정이 밝아졌다. 김 씨는 박 교수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했다. 김 씨는 “시술 후 박 교수가 병실에 와서 손을 꼭 잡으며 좋아질 거라고 격려해 줬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지식이 많은 의사보다 박 교수처럼 인간적으로 교감하는 의사를 볼 때 환자들은 더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70대 환자 늘어나는데 건강보험 적용은? 대동맥판막 질환은 대표적인 고령 질환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시술 비용은 3000만 원 정도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다만 80세 이상이거나 가슴을 여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라면 5%인 150만∼200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등 여러 진료과 의사가 회의를 통해 대상자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최근 70대 환자가 급증하지만 이 연령대에는 보험 혜택이 20%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시술 비용은 약 2500만 원으로 껑충 뛴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면역력과 체력이 모두 떨어졌어도 대형 수술을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타비 시술 보험 혜택을 70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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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향한 아이들의 꿈을 지원합니다”

    양푸른누리 수구 선수(17)에겐 두 가지 꿈이 있었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우승하는 것이 첫째. 꼭 어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었다. 둘째, 청소년 수구 국가대표팀 선수가 되는 것이다. 올 7월 양 선수는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입단했다. 10월에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때 어머니의 병원 치료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경을 이겨냈고, 마침내 꿈을 이뤄냈다. 전남드래곤즈(U-18) 소속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남자월드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맹활약하고 있는 오하람 선수(17)도 비슷하다. 오 선수 또한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축구에 집중한 덕에 성과를 이뤄냈다. 두 선수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바로 ‘초록우산 아이리더’ 사업이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2009년부터 운영 중인 인재양성지원 사업이다. 국내외 체육, 예술, 학업 등 여러 분야에 재능 있는 아동의 꿈을 지원한다. 2025년 현재까지 1만1622명의 아동이 ‘초록우산 아이리더’가 돼 자신의 미래를 개척했다. 현재도 2209명의 아이리더가 내일을 향한 도전을 진행 중이다. 초록우산이 배출한 ‘아이리더’는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체육 분야 아이리더 133명은 올 10월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육상 역도 태권도 체조 사격 등 39개 경기 종목에 출전했다. 또 62명이 메달을 거머쥐었다. 역도 윤진명, 태권도 김수진, 유도 심재윤 등 26명의 아이리더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예주 선수는 다이빙 종목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또 전국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태권도-54kg급 한철호 선수, 수영·수구 부문의 홍인혁 선수, 유도 부문의 전민형 선수 등 10명의 아이리더는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되거나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했다. 예술 분야에서도 아이리더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정건세 아이리더는 올 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22회 베를린 국제 무용 콩쿠르-탄츠올림프’ 현대무용 부문에서 시니어 솔로 금상을 차지했다. 그는 2023년 KACIEA문교협국제무용콩쿠르 종합대상, 2024년 제8회 탄츠올림프아시아 국제무용콩쿠르 그랑프리 전체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초록우산 황영기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이룬 선수들과 전국의 아이리더들을 언제나 응원한다”라며 “앞으로도 초록우산은 아이들의 꿈에 대한 도전에 현실이 답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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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궁-난소암이라도 임신 포기는 일러”[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자궁, 난소 같은 여성 생식 기관에 발생하는 암을 부인암이라고 한다. 자궁 입구에 해당하는 자궁 경부에 발생하는 자궁경부암, 자궁 몸통 안쪽 내막에 생기는 자궁내막암, 자궁 양쪽 난소에 생기는 난소암이 대표적이다. 부인암에 걸리면 ‘원칙적으로’ 자궁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다. 1기에 발견해 수술한다면 5년 생존율은 최대 95%다. 다만 향후 임신은 불가능해진다. 출산 계획이 있는 젊은 여성에게는 청천벽력 그 자체다. 부인암에 걸리면 모두 자궁과 난소를 제거해야 할까. 임신은 영영 불가능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김주현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부인암 환자의 경우 암을 없애는 것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도록 가임력을 보존하는 데도 집중한다. 여건이 맞고 치료가 잘 돼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 젊은 부인암 증가, 비만도 큰 원인 최근 ‘젊은 부인암’ 환자가 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2022년)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암 발생 상위 3가지는 유방암 갑상샘암 대장암 순이다. 자궁경부암은 8위, 난소암은 9위다. 하지만 15∼34세로 국한하면 자궁경부암이 4위, 난소암이 5위로 껑충 뛸 만큼 젊은 부인암 환자가 많다. 김 교수는 “비만과 서구화된 식습관이 젊은 부인암 증가의 공통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인암에 따라 환자 증가의 구체적 이유는 약간씩 다르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원인이다. 백신 접종 여성이 늘고 정부의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이 시행되면서 증가세가 꺾였다. 그런데도 20대에서 증가하는 것은 검진을 기피하는 젊은 여성이 많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검진을 받으면 자궁경부암 전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국가 검진을 받는 비율은 60%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성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성의 성생활 연령대가 과거보다 젊어진 점도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이다. 자궁내막암은 가장 꾸준히 증가하는 부인암이다. 김 교수는 “결혼하지 않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출산을 늦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임신하면 태반에서 프로게스테론이란 호르몬이 분비돼 자궁내막 세포가 지나치게 증식되는 것을 막는다. 그 결과 암 발병 위험이 떨어지는 건데, 임신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 실제로 임신했을 때 자궁내막암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난소암은 보통 폐경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그 경우 상피성 난소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대와 30대는 이와 달리 생식세포 종양이나 경계성 난소종양일 때가 더 많다. 이런 유형은 상피성 난소암보다 치료 효과가 좋아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임신은 자궁내막암뿐 아니라 난소암 위험도 줄인다. 잦은 배란이 난소의 상피세포를 다치게 하고 이게 누적돼 난소암이 된다. 임신하면 배란이 일어나지 않아 난소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암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다.● 암의 신호 잘 찾아내야20대 중반 여성 박미현 씨(가명)는 한동안 무(無)월경 상태였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생리가 없어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친구와 병원에 갔다가 예기치 않게 자궁 검사를 받았고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비혼주의자였다. 출산 계획이 없다며 자궁을 적출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박 씨가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암 전 단계에서 발견해 자궁을 살릴 수도 있었다. 김 교수는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얼마나 빨리 암을 발견하느냐가 치료 성적을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암의 증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암 초기에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면밀히 관찰하면 발견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일 때 가장 잦은 증세는 비정상적인 출혈이다. 생리 기간이 아닌 데도 출혈이 있거나 성관계 후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혹은 박 씨처럼 생리 자체를 안 할 때도 있다.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복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하복부와 골반 주변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이미 암이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난소암은 다른 암에 비해 특히 초기 증세가 없어 발견하기가 어렵다. 김 교수는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느냐가 치료의 관건이다. 건강검진을 비롯해 꾸준히 관찰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 가임력 보존 치료 조건 부인암에 걸려도 가임력을 보존하면 향후 임신 출산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가임력 보존 치료를 적용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자궁과 난소를 살리면서 암을 치료한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1기이면서 암 크기가 2cm보다 작아야 하고 공격성이 낮아야 가임력 보존 치료가 가능하다. 여러 검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조건이 맞으면 자궁 경부를 떼어내고 밑동을 묶는다. 밑동을 묶지 않으면 임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20대 중반 이혜선 씨(가명)는 자궁경부암에 걸린 후 이 수술을 받았다. 이후 1차 임신 시도에는 실패했지만 2차 시도에 성공해 무사히 아기를 낳았다. 현재 이 씨는 건강하며 정기적으로 암 추적 관찰 중이다. 자궁내막암일 때 가임력 보존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조건도 비슷하다. 암이 1기이고 자궁내막에만 국한돼 있으며 공격성이 약해야 한다. 고용량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을 투입한다. 처음에는 3개월, 나중에는 6개월 단위로 확인한다. 치료 기간이 꽤 지났는데도 암이 제거되지 않으면 자궁 적출을 검토한다. 30대 초반에 자궁내막암을 발견한 고민선 씨(가명)도 이 과정을 밟았다. 비만 체형이던 그는 체중부터 줄이고 6개월 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이후 임신에 성공해 쌍둥이를 출산했다. 난소암도 1기이며 악성도와 공격성이 모두 낮을 때 가임력 보존 치료가 가능하다. 추가로 암이 양쪽이 아닌 한쪽 난소에 국한돼 있어야 한다. 다만 악성으로 꼽히는 상피성 난소암일 때는 가임력 보존 치료를 신중히 결정한다. ● 풀어야 할 숙제는가임력 보존 치료를 결정할 때는 암의 유형이나 병기(病期), 환자 상태 등을 모두 고려한다. 자칫 암 치료에 걸림돌이 된다면 이 치료를 시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진료 단계마다 여러 진료과가 협의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활발한 소통도 필요하다. 젊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안일함은 암 발견이나 치료에 큰 방해물이다. 김 교수는 “의외로 젊은 여성들이 암에 걸릴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증세가 나타나도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의 편견도 걸림돌이다. 김 교수는 “젊은 여성이 왜 산부인과를 가느냐는 식의 주변 시선을 의식해 병원 찾는 것을 꺼리는 여성이 많다. 특히 성 경험이나 출산 경험이 없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젊은 부인암의 산정 특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산정 특례는 암, 중증질환, 희귀질환 등에 걸렸을 때 일정 기간(보통 5년) 치료비의 5∼10%만 내도록 하는 제도다. 부인암 판정을 받더라도 5년이 지나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문제는 부인암 환자의 경우 가임력을 보존하려면 5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갑자기 치료비가 껑충 뛰는 바람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자궁과 난소를 적출해 임신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대 초반에 자궁내막암 치료를 받은 신미진 씨(가명)가 그랬다. 암은 2년 만에 사라졌지만 진료는 그 후로도 이어졌다. 산정 특례 기간이 끝나 진료비가 뛰었다. 신 씨는 치료를 중단했고 몇 년 후 암이 재발했다. 이미 3기를 넘긴 상태라 자궁을 들어내야 했다. 산정 특례 혜택을 계속 받았더라면 암 재발을 일찍 발견해 자궁을 살릴 수 있었던 상황. 김 교수는 “홀로 모든 치료를 감당하는 젊은 부인암 환자를 많이 봤다. 그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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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뇌졸중? 증세 양상 살피고 혈압부터 재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눈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 뇌졸중의 90%는 고혈압성 뇌졸중이다. 뇌졸중을 피하려면 고혈압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고위험군이라면 1∼2년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아 뇌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 △흡연과 음주가 잦은 사람 등 네 가지 유형을 고위험군으로 규정했다. 검사 주기는 의사와 상의한 후 결정한다. 발병한 후에는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경색 ‘골든타임’은 4.5시간. 이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야 온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골든타임은 연장되는 추세다. 정 교수는 “발병 후 6시간 이전에만 치료하면 온전한 효과를 보는 환자가 많다. 일부 환자는 24시간까지도 치료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뇌출혈은 골든타임이 따로 없다. 출혈 규모와 부위에 따라 향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이 터지면 뇌 안에 피가 고여 멍울(혈종)이 된다. 그냥 두면 혈종은 더 커지고, 뇌 안 압력은 높아진다. 3시간을 넘기면 위험하다. 6시간이 지나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고 생명을 잃을 확률도 높아진다. 뇌졸중 발병 초기에 나타나는 전조 증세를 알아차려야 한다. 전조 증세는 다양하다. 두통, 어지럼증, 마비, 균형감 상실, 호흡 곤란, 구토, 복시(複視) 등이 나타난다. 정 교수는 “뇌는 영역별로 관장하는 기능이 다르다. 뇌졸중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증세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전조 증세 양상을 숙지해야 전조 증세 중에서 △얼굴 한쪽의 처짐과 마비 △한쪽 팔다리 마비 △어눌함과 언어장애 등 세 가지가 가장 흔하다. 이 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뇌 앞부분(전반부)이다. 정 교수는 “뇌 전반부 면적이 가장 넓어서 뇌졸중 발생 확률이 높다 보니 관련된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비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 뇌는 좌우로 나뉘어 있다. 왼쪽 뇌에 문제가 생겼다면 몸 오른쪽에서 마비 현상이 나타난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서 증세가 나타나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뇌 후반부에서 뇌졸중이 발생하면 평형 기능과 균형감이 떨어져 제대로 걷지 못한다. 어지럼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이라서 사물 일부가 덜 보이고 갈라져 보이거나 겹쳐 보인다. 두통도 대표적인 전조 증세다. 다만 모든 두통이 그렇지는 않다. 정 교수는 “일단 뇌졸중과 관련된 두통은 마비나 어지럼증 같은 다른 증세를 동반할 때가 많다. 두통만 단독으로 나타난다면 뇌졸중과 관련이 없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두통은 특히 뇌출혈일 때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도 특징이 있다. 정 교수는 “종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강도의 두통, 망치로 때린 듯한 두통이 나타난다. 구토 증세를 동반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뇌출혈일 때는 의식을 잃는 경우도 꽤 많다. 의식을 잃은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가족이나 보호자가 신속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증세가 나타났을 때 우선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바로 ‘급작성’이다. 정 교수는 “어떤 증세든 오래전부터 만성적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을 때 특히 더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병이 진행되면 일반적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특히 뇌출혈일 때는 혈압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가정용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고혈압 약을 먹었는데도 전조 증세가 나타나면서 동시에 혈압이 상승한다면 뇌졸중일 확률이 높다. ● 증세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으로 전조 증세는 뇌졸중이 발생했다는 신호탄이다. 이후 증세가 드러나는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정 교수는 이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유형이다. 정 교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갑자기 증세가 나타나고, 이후에 다른 증세까지 나타나며, 증세도 악화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처음에 한쪽 팔다리에서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비 증세가 심해진다. 그러다가 움직이지 못하는 증세가 추가된다. 말도 심각하게 어눌해진다. 시야가 좁아지거나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증세를 경험하고, 다음에는 어지럼증으로 쓰러지는 사례도 많다. 이런 유형은 증세가 짧은 시간에 명확하게 발현된다. 이 때문에 뇌졸중을 조기에 발견하는 비율은 높다. 정 교수는 “이런 유형의 경우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치료 효과도 좋아 정상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두 유형이 전조 증세를 알아차리기 힘든 게 문제”라고 말했다. ● 증세가 사라졌으니 괜찮다? 두 번째, 증세가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유형이다. 교사 출신 60대 남성 박진수 씨(가명)가 그랬다. 박 씨는 매일 아침 신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 날 글자가 흐릿해지다 곧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운동했더니 증세가 사라졌다. 2일 동안 같은 일이 반복됐다. 3일째 되던 날 아침 식사 때 딸이 아버지가 말하는 게 어눌하고 멍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제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검사 결과 이미 뇌경색이 진행돼 있었다. 척추에서 뇌로 연결된 동맥이 가장 먼저 막힌 것으로 추정됐다.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고 어지러웠던 게 이 때문이다. 하지만 증세가 곧 사라지자 전혀 뇌경색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소뇌와 후두엽 부위 혈관까지 막혔고, 결국에는 왼쪽 후두엽 뇌 손상이 심해 오른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런 양상의 뇌졸중을 보통은 ‘미니 뇌졸중’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작은 형태의 뇌졸중이란 표현은 안일하다. 잠시 쉬고 있는 것일 뿐, 병은 진행 중이다. 이런 환자의 15% 이상은 일주일 이내에 뇌경색으로 악화한다. 그러니까 폭발을 앞둔 휴화산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뇌로 혈류 공급이 중단되자 혈액을 보충하려는 우리 몸의 방어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혈류가 공급되면서 증세가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병은 다시 진행된다. 이를 의학적으로 ‘일과성 허혈발작’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눈앞이 캄캄해지는 등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지속시간이 10분이 되지 않더라도 병원을 찾아 검사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애매모호할 때 더 주의해야 셋째 유형은 더 모호하다. 특수한 상황에서만 같은 전조 증세가 반복된다. 언뜻 보기에 뇌졸중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여 일찍 발견하지 못한다. 70대 중반 남성 이석천 씨(가명)는 운동을 좋아했다. 한강 둔치로 나가 달렸고 헬스클럽에도 자주 갔다. 언젠가부터 운동을 마치고 난 후에 손아귀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멀쩡해졌다. 이 씨는 근력 운동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꼭 운동하고 난 후에만 오른손에서 힘이 빠졌다. 아주 심하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증세가 악화했다. 오른손에서만 나타나던 무기력과 마비 증세가 다리까지 뻗었다. 이 씨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다. 그제야 걱정돼 병원에 달려갔다. 왼쪽 경동맥이 80% 가까이 막혀 있었다.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졌고, 뇌 손상은 진행되고 있었다. 급히 처치했지만 손상된 부위는 살릴 수 없었다. 정 교수는 “특히 탈수, 운동, 음주, 과식을 한 뒤 위장으로 혈류가 몰리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뇌 혈류가 줄어들어 뇌졸중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뇌졸중 전조 증세 비슷한 게 반복해 나타난다면, 설령 뇌졸중이 아닌 것 같아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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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피하고 싶다고? 10대 예방 원칙부터 지키세요”

    국내 기대수명은 남자 79.9세, 여자 85.6세다. 이 나이까지 살 때 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올 1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남자는 37%, 여자는 34.8%였다. 남자 5명 중 2명, 여자 3명 중 1명꼴로, 사망 전까지 1회 이상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암이 고령자만의 질병은 아니다. 현재 암 환자이거나, 한때 암 환자였던 비율은 전 국민의 5% 정도이다. 국민 100명 중 5명은 암과의 투병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다. 물론 고령 환자의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왜 그런 걸까. 이 증가율을 떨어뜨릴 수는 없을까. ● 고령 암 발생 늘어나는 까닭은초고령 사회, 최선의 시나리오는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피할 수 없다면 맞서야 한다. 암 관련 정보를 잘 알아두고, 적극 투병하는 등 기본적인 사항부터 지키면 설령 암에 걸리더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볼 때 고령 암 환자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누적되면서 발생한다. 임채홍 고려대 안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정상적이라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죽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돌연변이가 누적되면서 암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도 “나이가 들면서 면역 체계의 방어 능력, 문제가 있는 세포가 자멸하도록 유도하는 기능, 돌연변이를 수리하는 능력이 모두 떨어진다. 이런 점도 고령 암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설명을 종합하면, 암은 고령자에게 일종의 만성질환이다. 수명이 늘어나면 고령자도 늘어난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 암을 더 쉽게 진단해 낸다. 결과적으로 암 환자는 증가한다. 앞으로도 고령 암 환자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나이 들어 암에 걸렸으니 젊었을 때보다 악화하는 속도가 더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틀렸다. 암의 종류에 따라 속도가 다를 뿐, 고령이라고 해서 속도가 더딘 암은 없다. 오히려 폐암, 대장암, 위암, 전립샘암 등에서는 간혹 고령에서 난치성일 때가 있다. ● 그래도 암 예방법은 있다 나이가 들어 암에 안 걸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젊었을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모든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젊었을 때 잘 관리해야 65세 이후에 암에 덜 걸린다”라고 말했다. 중년 이후에 관리에 돌입하면 늦을까. 박 교수는 “50대든 60대든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관리하면 그만큼 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관리의 기본은 다른 만성질환 예방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절히 운동하고 잘 먹고, 체중 관리 잘하며, 유해환경을 피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국립암센터가 권고한 10대 암 예방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암 예방 수칙 참고)임 교수는 흡연, 식이 습관, 유전 및 환경 요인이 각각 3분의 1씩 암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담배는 끊고, 올바른 식습관을 갖추는 게 중요한 이유다. 임 교수는 “미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 여러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붉은 육류보다는 생선과 닭고기를 먹으며, 백미보다는 현미나 통곡물을 많이 먹었을 때 암 사망률이 61% 감소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추가로 “고열량, 고지방 음식을 자주 먹으면 비만이 되기 쉽다. 비만은 암의 가장 큰 위험 인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건강검진은 필수다. 초기에 암을 발견할 때 사망률은 크게 떨어진다. 임 교수는 “유방, 위, 대장암의 경우 국가 검진을 잘 받아 초기에 발견했을 때의 5년 생존율은 94∼99%다. 반면 발견이 늦으면 위암은 7%, 대장암은 20%, 유방암은 49%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가 암 검진에서 고령자 가이드라인은 따로 없다. 80세 이후에는 검진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75세 이후부터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적절한 시기에 검진하는 게 최선이다.● 의료 발전으로 치료 효과 높여 과거에는 암 진단이 곧 사형 선고로 여겨졌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검진으로 일찍 암을 발견한 덕분에 완치율이 높아졌다.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됐더라도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 먼저 항암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한다. 수술 결과에 따라 추가 항암치료를 통해 암을 제거할 수 있다. 약물 효과도 크게 개선됐다. 과거에는 항암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죽이는 바람에 후유증이 컸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병행 투입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정밀의학이 대세다. 박 교수는 “암이 재발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경우에도 유전자를 분석한 뒤 가장 적합한 약물을 골라 투입한다”라고 말했다. 방사선치료 효과도 좋아지고 있다. 임 교수는 “전립샘암이나 자궁경부암, 성대암, 인두암의 경우 방사선치료가 항암치료 성적과 비슷할 정도로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조기 폐암과 간암을 앓고 있는 고령자의 경우 방사선수술로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 박 교수는 “대체로 초기 암이라면 완치를 목표로 치료한다. 4기라 하더라도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생존 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있다”라며 “해외 여러 나라와 비교해도 국내 암 치료 성적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슬기로운 투병이 치료율 높여잘 관리해도 암에 걸릴 수는 있다. 어떻게 투병하느냐가 중요하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평소 건강 관리를 주문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체력이 약하면 치료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체력이 좋아야 암과 싸워 이겨낼 수 있다. 몇 년 전, 70대 후반 여성 김미순 씨(가명)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뼈로 전이돼 있었다. 가족은 고령 때문에 항암치료를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임했다. 의료진은 항암 용량을 낮추고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암은 더 이상 악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후 암이 뇌로 전이됐다.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에도 가족은 고령 환자가 대형 수술을 견디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의료진은 충분히 설명했고, 가족은 의료진을 믿기로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후로 4년이 흐른 지금, 김 씨는 80대의 나이지만 건강하게 살고 있다. 박 교수는 이를 모범적인 투병 생활 사례라고 소개했다. 첫째, 암을 이겨내겠다는 환자의 의지가 강했다. 간혹 비교적 초기에 암을 발견했는데도 절망감에 빠져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있다. 특히 노인 중에 이런 환자가 많다.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고 운동도 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의료진이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 병과 싸우려는 환자 의지가 중요하다. 환자의 적극적 의지는 완치에 이르는 요소 중에서 30∼40%는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둘째,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의사의 지침을 무시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드물지 않다. 김 씨의 가족은 의사와 소통했고, 의사의 지침을 따랐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고령 환자일수록 겁을 먹어 치료에 소극적일 때가 많다. 고령 암 환자의 10∼20%는 초기에 수술과 같은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럴 때 가족이 나서서 안심시켜 주고, 투병 과정에서도 독려해야 치료 효과가 좋아진다”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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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가지 지식보다 사소한 실천이 만성질환 예방한다

    국내 70대 이상 고령자 10명 중 1명꼴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여러 질환에 동시 노출된 경우도 흔하다. 질병이 있는 65세 이상이라면 평균 4.1개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사망과의 연관성도 높다. 전체 사망자의 사망 원인을 따져 보면 80%가 만성질환이다. 오래 방치하면 합병증 위험도 크다. 3대 만성질환인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은 심뇌혈관 질환, 암, 치매, 간부전, 신부전 등을 유발한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병이지만 적극 대처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만성질환이 오랜 기간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이다. 병이 악화하기 전까지는 별 증세가 없어 방치하게 되는 것. 분명한 사실 하나. 만성질환은 초고령 사회, 노년 건강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복병이다. 또 한 가지. 60대 이후에 관리를 시작하면 늦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40대부터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 비만은 여러 만성질환의 주범이다. 비만만 예방해도 만성질환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국내 성인 남성 비중은 48.8%였다. 2명 중 1명이 과체중 혹은 비만이란 뜻이다. 특히 20∼4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일단 많이 먹기 때문이다. 열량만 높고 영양이 떨어지는 음식을 폭식한다.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야식을 자주 챙겨 먹는다. 밤새 게임하거나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만 있다.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살이 안 찔 수 없다. 비만의 원인을 우리는 안다. 대표적인 것이 과식과 운동 부족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비만 환자는 줄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류혜진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알면서도 여러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이 같지는 않다. 스트레스, 생활환경, 유전적 요인, 약물 부작용, 질병 후유증 등 다양하다. 다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다. 류 교수는 “이 두 가지만 개선해도 만성질환 예방 효과는 커진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은 일찍 관리할수록 좋다. 평생 정성을 쏟아야 한다. 관리의 핵심은 실천이다. 사소한 것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류 교수는 이를 연금에 빗대 “젊었을 때 보험료를 내듯이 차곡차곡 건강 습관을 실천하면 나중에 ‘노년 건강’이란 연금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 잘 먹고, 운동하고, 검진받고 식습관부터 개선한다. 류 교수는 “식습관 개선이야말로 만성질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첫째, 양질의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 혈당 스파이크를 피한다며, 혹은 다이어트한다며 탄수화물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류 교수는 “섬유질이 풍부한 다당류 위주로 충분히 먹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단백질 섭취량을 늘린다. 나이가 들수록 근 손실이 빨라지기 때문. 소화가 안 된다며 육류를 줄이는 건 잘못이다. 어느 정도 먹어야 할까. 류 교수는 “매 끼니, 손바닥 크기만큼의 단백질 식품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용량을 가늠하기 힘들다면 하루에 달걀 2개, 고등어 반 마리, 두부 한 모 이상을 챙겨 먹자. 셋째,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다. 질병 치료 효과나 안전성에 의문이 든다. 무턱대고 먹었다가 간이나 신장 손상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영양 결핍이 우려되면 양질의 음식을 더 먹는 게 낫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의사와 꼭 상의하자. 운동이야말로 실천이 특히 필요한 요소다.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단 10분이라도 걷자. 최대 심박수의 80% 정도, 혹은 약간 숨이 차고 옆 사람과 말하기 조금은 버거운 강도(중강도)로 주 3회 이상 운동하면 더 좋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1주일에 150분 정도의 중강도 운동만으로도 심폐 기능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 근력 운동도 필수다. 대체로 유산소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근력 운동을 하면 된다.만성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게 또 있다. 건강검진이다. 정진만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도 40대부터는 만성질환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심각한 중증 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기 나이에 맞는 관리 필요 류 교수는 “20대와 30대는 만성질환과 무관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는 50대 이후 중증 질환에 많이 걸린다. 다만 병의 ‘불씨’는 30대, 40대부터 자란다.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면서 날씬한 30대가 많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는 무관해 보인다. 하지만 체성분을 측정해 보면 내장지방 비율이 정상 범위 끝에 있거나 초과한 경우가 꽤 있다. 40대부터는 이런 ‘내부 변화’ 속도가 빨라진다. 30대 때보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지방이 더 쌓인다. 그런데도 여전히 혈당과 혈압이 정상으로 나오면 경각심은 생기지 않는다. 혈당과 혈압 수치가 정상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40대는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직장, 육아, 부모 모시기 등 여러 문제가 겹쳐 스트레스를 최대한으로 받기 때문.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다. 류 교수는 “60대 이후 만성질환의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40대의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충분히 투자해야 한다. 양질의 음식을 먹고, 시간을 내서 운동해야 한다. 그래야 만성질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40대에 적극 관리하지 못하면 50대에 만성질환이 본격화한다. 늦지 않았다. 다만 병의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류 교수는 “약 먹기를 거부하거나 자주 빼먹는 50대가 의외로 많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악화하지 않으려면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60대 이후에는 병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 근육량 유지가 필수다. 단백질 풍부한 음식을 넉넉히 먹어 줘야 한다. 물론 약은 빠뜨리면 안 된다. 골절 사고로 사망률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뼈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 중증 질환 증세 빨리 알아차려야 잘 관리해도 뇌출혈 같은 중증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병은 시간이 생명이다. 전조 증세를 알아두는 게 좋다. 정 교수는 “뇌졸중 초기 대처가 늦으면 뇌가 영구 손상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의 경우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강도의 두통이 나타나거나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 어지럼증이 생기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도 생긴다. 얼마 전까지 없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증세는 5∼30분 이내에 사라지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병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2차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잊힌 채 방치된다. 정 교수는 “만성질환이 있는 60대 이후라면 첫 증세가 나타났을 때 환자가 판단하려 하지 말고 신속하게 응급실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급성심근경색 증세도 알아 두자. 주로 통증이 나타나는데, ‘쥐어짜듯’ 혹은 ‘강하게 누른 것처럼’ 아픈 게 특징이다. 호흡 곤란도 발생한다.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이런 증세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초고령 사회, 더 건강하게!] 〈1회〉 주목, 일본 노인 의료 시스템“건강장수 비결? 웃으며 재활, 근력운동은 꾸준히!”▶[초고령 사회, 더 건강하게!]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인터뷰▶[초고령 사회, 더 건강하게!] 〈2회〉 치명적 노인 질환 미리 막자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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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성 중증 치료 전담할 대학병원 노인의학센터 필요”

    국내 대학병원은 중증 난치성 질환 치료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전문가 양성, 신약 및 신의료 기술 개발 같은 일도 대학병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이후 이런 대학병원의 역할은 달라질까.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고려대 의료원장)은 “노인의학센터의 본격적인 가동을 비롯해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부총장에게 초고령 사회, 달라질 대학병원의 모습에 대해 들어 봤다. ―이미 노인센터를 운영하는 병원과 의원이 꽤 있다.“물론 그렇다. 하지만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고령자 진료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사 인식도 강하지 않다. 제대로 노인의학센터가 운영되려면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혈액종양내과 같은 여러 진료과가 한데 모여 고령자 진료에 집중해야 한다.” ―노인의학센터 진료는 뭐가 다른가. “현재 시스템에서는 콩팥이 안 좋은 70대 환자가 병원에 가도 해당 진료과만 들렀다가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나이라면 여러 질병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 노인의학센터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종합적으로 살피고 치료한다. 또 환자가 복용하는 약을 분석해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줄이고 빠뜨린 약도 찾아낸다. 그 결과 치료 성적을 높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질병을 미리 찾아낼 수도 있다.” ―동네 의원 역할과 겹치지는 않나.“대학병원 노인의학센터는 급성기 중증 고령 환자를 주로 치료할 것이다. 이런 환자를 1∼2주 동안 집중적으로 치료한 뒤 재활병원, 중급 병원, 동네 의원에 단계적으로 이송한다. 역으로 동네 의원 등에서 중증 질환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 정기 검진을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역할은 의원과 중급 병원이 중심이 되고,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 치료와 의료기관 간 진료를 연계하는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대학병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자다. 문제는, 그 환자들이 재활병원 등으로 옮겨져 물리치료를 받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퇴원 후 추가 조치 없이 집에 있다가 넘어져 골절상을 당하고, 1주일 만에 다시 병원에 실려 오는 사례를 숱하게 봤다. 이런 상황을 줄이려면 대학병원 노인의학센터는 급성기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하위 병원에 보낸 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대학병원이 고령 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점이 가장 다르다.” ―노인의학센터를 당장 출범시킬 수는 없나. “제도적으로 손봐야 할 부분이 적잖다. 가령 노인 치료에 적용되는 의료비용인 ‘고령 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령자일수록 치료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 시간이 더 많아진다. 하지만 치료비는 40대나 70대를 구분하지 않고 같다. 그 차액을 고령 수가를 통해 어느 정도 지원해야 대학병원이 노인의학센터를 설치, 운영할 여력이 생긴다. 비대면 진료 제도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보완할 점이 또 있나.“이른바 고령 수가가 적용되는 나이도 결정해야 한다. 60세로 할 것인지, 65세로 할 것인지, 혹은 추가로 다른 합의를 볼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노인의학센터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노인 병동은 건축재부터 달라야 하고 바닥재도 푹신푹신한 재료를 써야 한다. 공간 배치도 따로 신경 써야 한다.” ―대학병원의 또 다른 역할은 무엇인가.“치료 분야 말고도 연구와 전문가 교육은 오롯이 대학병원 역할로 남는다. 미국과 일본 같은 외국에서도 이 점은 변하지 않았다. 대학병원과 지역 연계 시스템이 구축되면 1차 의원과 2차 병원 인력을 교육하는 것도 대학병원 역할이 될 것이다.” ―초고령 사회, 새로운 병원 모델을 제시한다면.“다양한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한 병원이어야 할 것이다. 고령 환자를 위한 별도의 노인의학센터가 있어야 한다. 급성기 환자의 다음 치료가 가능한 재활병원과 요양병원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좋다. 주거 공간인 ‘시니어 하우스’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일종의 고령 사회 의료 콤플렉스다. 이런 미래 병원 모델을 고려대 의료원이 추진하고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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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장수 비결? 웃으며 재활, 근력운동은 꾸준히!”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2024년 12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그 파장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노인 의료 시스템 개혁이 절실하다.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아일보는 고려대 의료원과 함께 이 방법을 찾기 위한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일본은 20여 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자 건강 관리가 더 시급해졌다. 대표적 노인 질환인 치매만 보더라도 인지장애를 포함하면 900만여 명에 이른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곧 들이닥칠 미래다. 병에 걸리지 않는 것, 그리고 걸려도 건강하게 사는 것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일본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일본 아이치현 오부시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를 찾았다. 2004년 설립된 NCGG는 고령자 전문 국립센터로 301개 병상을 갖추고 20개 이상의 진료과를 운영한다. 치매를 비롯해 노인 질병에 대한 예방과 연구 활동도 활발하다.아라이 히데노리 이사장(노년내과 전문의)은 “NCGG는 노인 환자가 삶의 질을 유지하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노년을 보내기를 가장 원한다”고 말했다. 혹시 이곳에서 해답이 보일까. NCGG를 들여다봤다. ● “참여형 재활, 병 진행 늦춰”먼저 재활 치료를 지켜봤다. 매주 3회 오후 1시간씩 주로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환자와 스태프 등 10여 명이 참여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그저 왁자지껄 e스포츠를 즐기는 듯했다. 벽에 걸린 대형 TV에 볼링 게임 화면이 떴다. 환자들은 순번이 돌아오자 게임기를 들고 볼링 동작을 취했다. 볼링핀을 쓰러뜨리든 쓰러뜨리지 못하든 격려와 환호의 박수가 쏟아졌다.여러 감각 기관을 써서 다른 환자들과 사회적 교류를 하며 유쾌하게 즐기는 것. 이것이 이 센터의 재활 치료였다. 환자들은 내내 웃었다. 아라이 이사장은 “치매 환자들은 잘 웃지 않는다. 자주 웃게 만들어야 감정도 풍부해지고 치매 진행도 늦춘다”고 말했다. 즐겁게 투병해야 치료 효과도 높다는 뜻이다. 치매 치료실이 유쾌했던 이유다. 노인 질병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방식의 재활 프로그램은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영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은 충실히 운영되고 있다. 아이치현 나고야시 신차야 노인보건시설은 국내 요양병원과 노인주간보호센터를 혼합한 모델인데, 단지 ‘수발’만 하지는 않았다. 사와다 아키히로 사업부장은 “노인들이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활을 돕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 젓기, 실내 자전거 타기 같은 재활 훈련을 하는 경증 환자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근력 강화 운동이나 그룹 재활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었다. 가령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소프트볼을 하거나 산책을 하기도 한다. 사와다 부장은 “이런 참여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높임으로써 우울증과 기억력 감소를 막는다. 결과적으로 치매 진행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절대 필요한 근력 운동 아라이 이사장은 “노인 건강에 운동, 특히 근력 운동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NCGG는 여러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근력과 유연성을 모두 키울 수 있으면서 노인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을 추려 봤다. 매일 30∼60분씩 해보자. 가능하면 시간을 정해놓고 같은 시간대에 하는 게 좋다. 기본 자세는 의자에 앉아 상체를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① 한쪽 무릎을 펴며 지상과 수평이 되게 쭉 뻗는다. 발끝은 천장을 향한다.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가며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② 한쪽 발을 바닥에 댄 채로 쭉 뻗는다. 상체를 숙이면서 손을 발끝으로 뻗는다. 발끝은 천장을 향한다. 30초 동안 멈춘 후 좌우 바꿔 시행한다. 3세트 반복한다. ③ 한쪽 다리를 끌어 올려 허벅지가 배에 닿도록 노력한다. 좌우 번갈아 가며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④ 앞 동작을 반복하되 허벅지를 들어 올렸을 때 상체를 뒤튼다. 오른발을 들면 왼쪽 팔꿈치가 오른발 허벅지에 닿도록 한다. 좌우 교대로 10회씩 3∼5세트를 한다. 의자에서 일어서자. 의자 등받이를 잡고 선다. ① 다리를 앞뒤로 벌린 후 앞무릎을 구부리고 뒷다리를 쭉 편다. 종아리에서 팽팽함이 느껴져야 한다. 30초 동안 지속한다. ② 다리를 살짝 벌려 선다. 한쪽 발을 뒤쪽으로 쭉 찬다. 이때 무릎은 자연스럽게 굽힌다. 좌우 돌아가며 30회씩 3세트를 한다. ③ 앞 동작을 똑같이 하되 무릎을 편다. 좌우 돌아가며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④ 어깨너비로 발을 벌린다. 한쪽 발을 옆으로 들어 올린다. 좌우 번갈아 가며 30회씩 3세트를 한다. ⑤ 두 발을 붙인 후 까치발 동작을 취한다.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⑥ 옆으로 선 뒤 한쪽 발끝으로 마룻바닥에 크게 원을 그린다. 무릎은 쭉 편다. 좌우 돌아가며 10회씩 3세트를 한다. 벽을 이용할 수도 있다. 벽에 등을 대고 선 뒤 ① 몸을 쭉 뻗으며 만세를 부른다. 30초 동안 그 자세를 유지한다. ② 스쾃 자세를 취한다. 무릎을 많이 구부릴 필요는 없다. 강도를 조절하며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③ 벽에서 떨어져 두 팔을 앞으로 뻗는다. 허리를 펴고 무릎만 구부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3m씩 10회 반복한다. ● 촘촘히 연결된 노인 건강 네트워크 치매, 근력 감소, 우울증 예방은 NCGG가 가장 염두에 두는 목표다. 아라이 이사장은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센터가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노인 건강 네트워크다. 코그니사이즈(Cognicise)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영어로 인지(Cognition)와 운동(Exercise)을 결합한 용어다. 뇌와 몸을 함께 훈련함으로써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이를테면 걷거나 체조하면서 계산을 수행하는 식이다. 숫자를 세며 걷다가 3의 배수가 나오면 손뼉을 치기도 한다. 지자체는 센터가 만든 프로그램을 매주 한두 번씩 지역 회관에서 진행한다. 이와 별도로 NCGG는 노인들을 위한 운동법이나 식사법 같은 건강 지침을 만들어 지자체에 제공한다. 시민 대상 건강 강좌도 진행한다. 때론 NCGG 전문가들이 직접 노인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아라이 이사장은 “센터 하나만으로는 노인 질병 예방을 완전히 달성할 수 없다.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라이 이사장은 촘촘하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으면 노인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고 했다. 그는 “주민끼리 사회적 교류를 늘리면 생활 만족도가 올라가고 ‘우울 점수’가 낮아진다. 이에 따라 치매와 근력 감소도 예방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고 제대로 가동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글·사진 아이치현=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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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가지 넘는 림프종, 다학제 협진으로 최적 치료법 찾는다”[베스트 메디컬 센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에는 다른 대학병원(3차 병원)을 거쳐 온 환자가 꽤 많다. 이 때문에 ‘혈액암 4차 병원’이라고도 부른다. 여러 강점이 있기 때문인데, 특히 두드러진 것이 다학제 협진이다. 다학제 협진은 여러 진료과 의사가 모여 환자 치료법을 논의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림프종센터는 다학제 협진 분야 선두에 서 있다. 림프종센터는 2009년 다학제 협진을 도입했다. 14년 만인 2023년 11월 협진 4000건을 돌파했다. 지난달 기준 4160건으로 늘었다. 국내 최다 기록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주역이자, 지금도 림프종 다학제 협진팀을 이끄는 조석구 혈액내과 교수에게 장점을 물었다. 조 교수는 “림프종의 질병 특성상 다학제 협진은 꼭 필요하다. 진료 정밀도와 환자 만족도를 모두 높이는 최적의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림프종 다학제 협진 꼭 필요 림프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림프계에 발생한다.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非)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뉜다. 호지킨은 가장 먼저 림프종을 발견한 영국인 의사 이름이다. 호지킨 림프종보다는 비호지킨 림프종에서 악성이 많다. 국내 림프종 환자 95%는 비호지킨 림프종을 앓고 있다. 생존율을 높이려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우선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위에 혹이 만져지는지 확인한다. 종양이라면 대체로 크기 2cm 이상이며 눌렀을 때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고무공보다는 딱딱하지만 호두알보다는 딱딱하지 않다. 혹에서 열이 감지되지도 않는다. 체중 변화도 살펴야 한다. 림프종이 많이 진행됐다면 보통 6개월 사이에 체중의 10% 이상이 빠진다. 잠을 잘 때 땀을 많이 흘리는 경향도 강해진다. 이불이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면 병의 악화를 의심해야 한다.다만 림프조직이 전신에 퍼져 있어 어느 부위든 종양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조 교수는 “몸 깊숙한 곳 림프조직에서 림프종이 발생하면 알아차릴 방법이 없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건강검진에서 특정 질병을 발견해 치료하러 갔다가 림프종을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 가령 소화불량 증세가 심해 소화기내과에 갔다가 위장에서 림프종을 발견하거나, 고환 이상이 의심돼 비뇨기과에 갔다가 해당 부위에서 림프종을 발견하는 식이다. 빈혈 치료를 하러 갔다가 골수에 림프종이 침범한 사실을 알게 되는 환자도 많다. 림프종은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외에도 세포 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다만 세부 유형만 60여 종이어서 각각의 병리학적 판단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조 교수는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치료 효과도 높다. 림프종 치료에서 다학제 협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 다학제 협진 어떻게 하나 림프종센터에서는 다학제 협진에 환자가 참여한다. 다학제 협진 현장은 토론장을 방불케 한다. 사전에 준비된 원고나 시나리오는 없다. 미리 치료법을 정하지도 않는다. 의료진은 각자 최선의 치료법을 내놓는다. 의견이 엇갈리면 여러 개 옵션이 나올 수도 있다. 환자는 언제든지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고, 의사들이 내놓은 옵션에서 치료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조 교수는 “14년째 이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30대 여성 A 씨가 눈꺼풀 안쪽에 림프종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 이 경우 방사선 치료가 보통 시행된다. 하지만 백내장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안과 교수가 포함된 협진팀은 환자 상태를 고려해 6개월 혹은 1년마다 추적 관찰하자고 제안했다.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고 환자 불편도 크지 않으니 굳이 급하게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실상 ‘치료 보류’인 셈인데, A 씨는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나서 기꺼이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조 교수는 “치료하지 말자고 결정하는 것도 치료의 일환이다. 다학제 협진이 아니라면 이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혈액병원 림프종센터장을 맡고 있는 민기준 혈액내과 교수도 “다학제 협진은 각 분야 전문가가 상의하고 환자도 참여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진짜 맞춤형 진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학제 협진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의정 갈등 사태 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열었다. 보통 한 환자당 20분 정도 소요된다. 다학제 협진팀에는 △혈액내과(조석구 민기준 교수) △소화기내과(강동훈 교수) △호흡기내과(이진국 교수) △안과(양석우 박정열 교수) △방사선종양학과(최병옥 최규혜 교수) △병리과(박경신 김수연 교수) △영상의학과(최준일 교수) △핵의학과(오주현 교수) △전문간호사(이정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삶의 질 높이는 치료법 모색 70대 후반의 B 씨는 몇 달 전 지방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위암이 발견돼 내시경으로 종양이 있는 부위만 일부 절제하는 시술을 시행했다. 얼마 후 의사는 암이 깊은 부위까지 침투했다며 위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 씨는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 추가 검사를 받았다. 이때 위에서 림프종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위암과 림프종 모두를 치료하려면 위 전체를 들어내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학제 협진에서 결과가 바뀌었다. 암의 전이가 없는 데다 위암과 림프종 사이를 부분 절제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 위 부분 절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암은 전이되지 않았다. 다만 림프종은 남아 있었다. 다학제 협진팀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헬리코박터 치료부터 시행했다. 조 교수는 “헬리코박터를 죽이면 림프종도 50∼80% 줄어든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치료부터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B 씨는 위 림프종에 대한 추적 관찰을 받고 있다. 헬리코박터 치료가 끝나고도 위 림프종에 변화가 없다면 방사선 치료를 시행할 예정이다. 위를 완전히 들어내느냐, 부분 절제하느냐는 이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이다. 무엇보다 삶의 질이 확 달라진다. 만약 다학제 협진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B 씨는 외과 판단에 따라 위를 완전히 들어내는 수술을 시행했을 확률이 높다. 당시 B 씨는 부분 절제술 결정에 대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며 크게 반겼다고 한다. ● 오진 막는 데도 기여 림프종 다학제 협진은 불필요한 진료나 오진 위험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30대 남성 C 씨의 경우 다학제 협진 덕분에 불필요한 추가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됐다. C 씨는 다른 병원에서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은 후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림프종 다학제 협진팀이 C 씨 진료를 맡았다. 림프종의 전이를 비롯해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시행했다. 폐의 실질 부위에서 종양처럼 보이는 게 발견됐다. 폐암이나 폐 림프종으로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협진팀은 단정하지 않고, 추가 조직검사를 했다. 그 결과 ‘이상 부위’는 폐결핵으로 판명이 났다. C 씨는 결핵 치료에 이어 호지킨 림프종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현재 C 씨는 종양이 발견되지 않는 ‘관해(寬解)’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C 씨 다학제 협진은 두 차례 진행됐다. 협진팀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하게 검토했다. 그 결과 정확한 병명을 진단했고, 덕분에 C 씨는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고 병원을 일찍 나올 수 있게 됐다. 다학제 협진을 통해 오진을 바로잡은 사례도 있다. 50대 남성 D 씨가 그랬다. D 씨는 3년 전 다른 병원에서 십이지장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얼마 후 재발했고 결국 서울성모병원에 왔다. 림프종 다학제 협진팀이 살펴보니 진단 과정에 석연찮은 점이 있었다. 협진팀은 십이지장과 위장 사이 소장에도 림프종이 있을 거로 의심했다. 이 부위는 일반 내시경 검사로는 확인이 어렵다. 협진팀은 캡슐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고, 소장에 침투한 림프종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D 씨는 십이지장 림프종이 재발한 게 아니었다. 소장 림프종의 존재 사실을 의료진이 몰랐던 것이다. 원인을 찾아냈으니 치료 과정은 수월했다. 조 교수는 “다른 병원의 오진이라고 일방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병리적 판단이 다소 달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점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처음엔 화가 났던 환자도 나중에는 어느 정도 수긍했다”고 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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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옷소매 타고 목까지 타오른 불… 11회 수술로 이겨내[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길어야 수십 초. 사고는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2019년 9월이었다. 오전 6시경 주부 이현정 씨(53)는 부엌으로 향했다. 남편과 딸의 출근 시간에 맞춰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국을 데우기 위해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식탁 준비 등을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잠옷 자락이 휘날리며 가스 불을 스쳤다. 불이 잠옷에 올라탔다. 곧이어 이 씨의 어깨와 목을 넘어 머리까지 삽시간에 번져 갔다. 딸이 기겁해 비명을 질렀다. 이 씨가 다급하게 두 손으로 옷자락에 붙은 불을 껐다. 불은 금세 꺼졌다. 얼핏 보기에 큰 화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화상 치료 전문 A 병원으로 향했다. 이 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투병 기간이 그토록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3도 화상, 소독부터 ‘죽을 만큼의 고통’ 1도 화상일 때는 피부가 붉게 변한다. 화상 부위가 따끔따끔하다. 물집은 별로 생기지 않는다. 햇볕이 강할 때도 1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증세가 가볍다면 해당 부위를 식혀 주고 보습제를 바르는 것으로 어느 정도 처치를 할 수 있다. 증세가 심하면 진통제를 먹는 것으로 치료될 때가 많다. 2도 화상은 표피 안쪽 진피층까지 손상된 상태다. 물집이 여러 개 잡힐 때가 많다. 진피층 깊은 곳까지 손상됐다면 심부 2도 화상 진단을 받는다. 피부 상태가 상당히 나빠진다. 물집이 터지면서 얼룩덜룩한 모양새가 된다. 이 씨는 A 병원에서 심부 2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부상 정도는 더 심했다. 나중에 이 씨의 추가 수술을 담당한 김연환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재건복원센터장)는 “이 씨는 3도 화상에 더 가까웠다”고 말했다. 3도 화상은 진피층을 넘어 피하 지방층까지 손상된 상태다. 피부 이식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 씨는 3도 화상에 준해 치료를 받았다. A 병원 진단 결과 화상은 옆구리부터 어깨, 목까지 광범위했다. 물집도 심하게 잡혀 있었다. 피부 이식 수술을 당장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술을 진행하려면 물집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딱지가 생겨야 한다. 좀처럼 상처 부위는 단단해지지 않았고 흐물거렸다. 이 때문에 입원 초기에는 상처 부위를 소독(드레싱)하기만 했다. 거즈를 떼고 붙일 때마다 비명이 절로 나왔다. 통증은 드레싱을 끝낸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24시간 내내 아팠다.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진통제를 달고 살았지만 통증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이 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든 시기였다. 정말 치료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 손에도 화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병원에서 알게 됐다. 불을 끄려고 두 팔을 휘젓다가 화염에 노출된 것이다. 손에 입은 화상은 심하지 않아 머잖아 회복됐다. 사고 당시 연기를 삼키는 바람에 목구멍이 막혀 한동안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이 또한 곧 회복됐지만 이 씨의 ‘고통 지수’는 점점 커져만 갔다. ● 3회의 수술에도 큰 호전 없어 이 씨는 3개월 동안 A 병원에 입원했다. 어느 정도 피부가 안정되자 피부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상처 부위가 워낙 커서 수술은 두 차례 했다. 1차 수술은 입원 한 달 후인 10월, 2차 수술은 11월에 시행됐다. 명함보다 얇은 두께로 허벅지 피부를 절개해 어깨와 목에 이식했다. 수술은 잘 된 것 같았다. 상처에서 진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염증 악화를 막은 데는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목과 어깨 주변 관절 및 근육이 위축되고 움직이는 범위가 줄어드는 구축 증세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목 근육이 약해져 목이 자꾸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그때마다 당김 현상이 심했다. 두 차례 수술 후에도 구축 증세는 그대로였고 통증은 여전했다. 수술 부위는 얼룩덜룩했고 흉터로 가득 찼다. 이 씨는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내 몸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12월 이 씨는 퇴원했다. 외래 진료를 이어갔지만 믿음은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이 씨는 다른 병원을 물색했다. 2020년 2월, 이 씨는 B 병원에서 다시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머리 뒤쪽 피부를 떼어 내 이식했다. 3회의 피부 이식 수술 후 의료진은 더 이상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다. 재건 수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을 뿐, 구체적인 방법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 씨는 열감이 느껴지는 수술 부위를 얼음찜질할 뿐이었다. 뭘 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의 상처는 깊어졌다. 흉터가 보일까 봐 한여름에도 외출할 때 스카프를 둘렀다. 온몸이 수술 상처로 가득해 대중목욕탕에는 가지도 못했다. 점점 더 우울해졌다. 그런 이 씨를 위로하기 위해 남편이 벚꽃 거리로 데려갔다. 팔과 목이 드러난 예쁜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에 시선이 머물렀다.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이 씨는 “처음 3개월은 그래도 회복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는데, 이 무렵에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유리피판술’ 시행 후 확 달라져 2020년 4월, 이 씨는 한양대병원을 찾았다. 큰 기대감은 없었다. 그러다 김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이 씨에게 “흉터를 더 줄이고 구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피부만 이식한 앞선 세 차례 수술은 화상 치료의 대표 방식이다. 다만 이 씨는 화상 범위가 넓고 깊어, 피부 이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위 조직을 되살리는 재건 수술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때 김 교수가 제안한 것이 ‘유리피판술’이었다. 단순히 표피 조직만 이식하는 게 아니라 진피층과 피하지방, 혈관 같은 복합조직을 한꺼번에 이식해 잘 정착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구축 증세가 심한 목 부위부터 유리피판술을 진행했다. 왼쪽 옆구리에서 복합조직을 떼어 내 오른쪽 목에 이식했다. 옆구리에는 허벅지에서 떼어낸 조직을 채워 넣었다. 이런 수술은 보통 8시간 남짓 걸린다. 이 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김 교수의 경우 3시간 정도 소요됐다. 목 부위 구축 증세는 크게 개선됐다. 이어 미용 목적이 가미된 수술을 3회 더 진행했다. 일종의 미세 조정 수술에 해당한다. 턱선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귀 뒤쪽에서 피부를 떼어 내 이식했다. 다음에는 흉터가 덜 보이도록 지그재그로 성형 수술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식받은 부위가 두툼해진 걸 해결하기 위해 지방층을 제거하는 수술도 시행했다. 그해 12월에는 어깨 부위 구축 증세를 해결하기 위해 2차 유리피판술을 시행했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복합조직을 떼어 내 어깨에 이식했다. 마찬가지로 옆구리에는 허벅지 피부를 이식했다. 이후로는 1차 유리피판술과 비슷한 절차로 미세 조정 수술을 3차례 진행했다. 이 모든 수술은 지난해 11월 끝났다. 사고 발생 5년 만이었다. 김 교수는 “관절이 상했다면 더 큰 문제가 있었을 텐데, 다행히 관절은 다치지 않은 상태였다. 덕분에 모든 수술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이제 웃을 수 있어요”이 씨는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매달 1회 병원을 찾아 수술 부위를 확인하고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를 살핀다. 지금 상태는 어떨까. 목과 어깨에는 당기는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다. 궂은 날씨에는 증세가 더 심해진다. 그래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운 여름에도 목에 둘러야 했던 스카프와는 이별했다. 수술 흉터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졌다. 가족도 안정을 되찾았다. 이 씨의 우울한 느낌도 줄어들었다. 비로소 웃을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사고 전으로 100%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80% 이상 만족한다. 의료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수술 과정에서 생긴 흉터는 추가 재건 성형으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상처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자존심 회복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재건 성형이 필요한 경우는 상당히 많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가 다소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사고는 이 씨의 성격도 바꿨다. 가스 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다. 모든 화구를 인덕션으로 바꿨고, 주변 사람들에게 가스 다룰 때 특히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잠옷이나 펑퍼짐한 옷을 입고 주방 불 앞에 서지 말라는 것이다. 옷자락이 살짝만 휘날려도 불에 닿을 수 있고, 순식간에 불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보면 얼굴 주변 화상 사고 상당수가 가스 불에 의한 것이었다”며 “이런 화상의 경우 처음에는 상처 부위가 살짝 붉어 보이기만 하지만 점점 깊어져 치료가 어려워지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상 사고는 미리 막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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