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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민 한양대 구리병원 피부과 교수(36)는 30대 초반까지도 운동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전공의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심지어 걷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상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고나 할까. 그랬던 그가 요즘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5년 전 여름, 우연히 한강공원에 갔다가 ‘한번 달려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주행거리를 측정해보기로 했다.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그날 3㎞를 달렸다. 운동하면서 느낀 첫 성취감. 그렇게 서 교수는 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체중 줄이려고 달리다” 한강 둔치 공원에서 처음 달릴 즈음, 서 교수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늘어나는 체중이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써야 할 논문도 많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식을 자주 먹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은 적정치에서 8~9㎏ 정도를 초과한, 74㎏까지 늘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업무 집중도도 떨어졌다. 모니터를 응시할 때 집중해보려고 얼굴을 들이밀다 보니거북목 증세도 생겼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 숙취가 심해, 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다이어트가 절실한 상황. 서 교수는 일단 식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저녁 한 끼만 먹었다. 채소와 신선한 음식을 골라 먹었다. 하지만 식욕만큼은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슬금슬금 음식 섭취량이 늘었다. 식이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달리기를 접했다. 그러니까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달리기를 택했는데, 그 달리기가 지금은 ‘인생 운동’이 된 셈이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처음에는 꽤 힘이 들었다. 하지만 주행 거리가 늘어날 때마다 성취감도 커졌다.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 교수는 “달릴 때마다 내 몸이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수록 달리기에 더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대회 참가할 때마다 기록 경신” 한 달이 지났다. 서 교수는 난도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당장 동아일보와 서울시가 공동주최한 2018년 서울달리기대회에 하프코스(21.0975㎞) 참가 신청서를 냈다. 달리기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한 것이다. 이때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5㎞를 달렸다. 한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10㎞ 달리기 대회에도 시험 삼아 출전했다. 목표했던 1시간보다 30초 일찍 들어왔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하프코스도 충분히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결과는 좋았다. 서울달리기대회 하프코스를 1시간 58분에 주파했다. 목표했던 2시간보다 2분 일찍 결승선을 끊은 것.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건강도 절로 되찾았다. 몸이 우선 날렵해졌다. 그 사이에 체중은 무려 16㎏이 빠졌다. 몸의 군살이 사라지는 것과 비례해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 거북목 증세도 사라졌다. 음주 후에 그토록 괴롭히던 숙취와 두통도 없어졌다. 다음 목표는 풀코스 완주. 이듬해 6월부터 주행 거리를 늘려나갔다. 처음에는 매월 150㎞를 달렸고, 얼마 후에는 이를 250㎞로 늘렸다. 또 20㎞ 이상의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훈련도 서너 차례 했다. 이어 한 번에 35㎞를 주파하기도 했다. 4개월 이상 집중 훈련을 한 서 교수는 2019년 11월,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4시간 이내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게 목표였다. 결과는 3시간 54분 5초.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서 교수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때마다 기록은 단축됐다. 현재까지 서 교수는 네 차례 풀코스에 도전했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기록은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달성했다. 3시간 38분 18초였다. 서 교수는 “겨울 추위 때문에 훈련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틈날 때마다 달린 덕분에 결과가 좋게 나왔다”며 웃었다. ●“매주 4회 이상 운동, 습관이 되다” 서 교수에게는 최종 목표가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서 3시간 이내에 풀코스를 주파하는 것이다. 이 기록을 달성하려면 평소에 체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게다가 서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이다. 가족력 때문이다. 당연히 약은 먹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 교수는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그토록 운동을 싫어하던 사람이, 이젠 운동을 하지 않고는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사실 처음 마라톤에 도전한 후로 한동안 운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4~5개월 정도 방심했을 뿐인데 그 사이에 다시 10㎏ 이상 불어났다. 운동의 필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이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다시 몸을 만들었다. 이후로는 운동을 중단한 적이 없다. 이때부터 운동은 ‘당연한 습관’이 됐다. 마라톤 대회가 몰려 있는 시즌에는 당연히 달리기 위주로 운동한다. 평일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주말에는 매일 달린다. 시즌이 아닌 3~7월에도 매월 평균 100㎞를 채운다. 이를 달성하려면 2,3일마다 5㎞ 이상 달려야 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시속 10㎞의 속도로 30분 정도를 채운다. 비시즌에는 추가로 하체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전거를 탄다. 진료가 있는 토요일에는 대체로 병원까지 왕복 40㎞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평일에도 가끔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매주, 최소한 4일 이상은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을 달린 뒤 출근하는 날이 많다. 병원 업무가 많을 경우에는 오전 4시에 일어나 달린다. ●“달리기 초반엔 몸 풀면서 천천히” 서 교수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며 무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나의 달리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서 교수는 대회를 앞두고 주 5회 달렸다. 최장 36㎞에 이를 때까지 1~2주마다 거리를 늘리면서 달렸다. 서 교수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산한 훈련이다”고 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약 10㎞를 50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는 체력과, 4시간 정도를 느리게 달릴 수 있는 능력, 두 가지만 갖춘다면 풀코스를 4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 자신은 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훈련했을 뿐이라는 것. 평소 달리기 연습을 할 때도 요령이 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움직이면서 1~2분 동안 100회 정도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린다. 때로는 앉은 채로 다리를 풀어준다. 달릴 때도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않는다. 보통 첫 1㎞를 달릴 때는 목표 시간보다 30초 정도 여유 있게 설정한다. 가령 1㎞를 6분에 달린다고 하면 일부러 6분 30초 정도로 시간을 맞추는 것. 이런 식으로 달리면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운동을 끝낸 후에는 반드시 5~10분 정도 마사지로 다리를 풀어준다. 일종의 마무리 관리인 셈인데, 이것을 하지 않으면 근육 경직으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운동을 끝내고 난 후에는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다. 무릎은 괜찮을까.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마라톤을 하는데 무릎 괜찮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며 웃었다. 근거가 있단다. 서 교수는 1천 회 이상 마라톤을 완주한 60대와 전혀 마라톤을 하지 않은 60대의 무릎을 MRI(자기공명영상) 촬영해 비교한 외국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서 교수는 “오히려 마라토너가 더 건강했다”며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무리한 동작만 없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에게도 운동을 권한다. 특히 수면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수영, 자전거, 걷기 등을 오전 이른 시간에 한두 시간 정도 할 것을 권한다. 이렇게 하면 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달릴 때는 피부 보호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바를 것을 서 교수는 권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20년 기준)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률은 5위다. 10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 순위도 6위에서 5위로 올랐다. 자궁암의 한 종류인 자궁내막암도 같은 기간 85% 늘면서 여성에서 발생하는 암 8위가 됐다. 난소암은 발생 순위가 10위권 밖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서 많이 늘고 있고,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가장 치명적인 여성암으로 꼽힌다. 여성암은 대부분 △서구형 식습관 △과체중과 비만 △여성호르몬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자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여성암인 난소암, 자궁내막암, 유방암의 치료법을 집중 조명한다.●3기 이후 난소암 생존율 50% 넘겨암이 난소에 국한되면 1기, 나팔관이나 자궁, 골반강까지 침범하면 2기로 본다. 암이 복강까지 퍼졌다면 3기, 먼 장기로 전이됐다면 4기로 진단한다. 보통 3기까지는 수술을 먼저 한 뒤 6회 항암치료를 한다. 단, 중요한 혈관과 장기에 암이 침투할 경우 항암치료 3회, 수술, 항암치료 3회의 순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난소암 수술은 난도가 높다. 난소에서 발생한 암은 복수(腹水)를 타고 맹장, 대장, 횡격막, 위장, 간까지 이동하면서 암 파편을 퍼뜨린다. 이 때문에 난소, 자궁, 방광은 물론이고 대장과 소장, 간의 일부 등 넓은 범위를 절제한다. 난소암은 특히 초기 증세가 거의 없다. 환자의 80∼90%는 3기 이후에 발견된다. 홍진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의 경우 암 덩어리가 테니스공만큼 커져도, 뱃살이 나왔다고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을 일찍 발견하려면 질 초음파 검사나 혈액으로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3기 이후의 난소암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홍 교수는 A 씨 사례를 들려주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10여 년 전, 당시 A 씨는 55세였다. 소변 횟수가 늘어났다. 복부에 혹도 만져졌다. 검사해 보니 복강 내에 암이 다 퍼진, 난소암 3기였다.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불가능한 상태. 홍 교수는 배를 열어 난소, 자궁, 대장과 소장의 일부, 복막, 림프샘, 맹장 등을 절제했다. 7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완치를 기대하며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암이 재발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난소암의 재발률은 70%에 이른다. A 씨는 그 후로 수술을 세 차례 더 받았다. 그때마다 항암치료도 했다. 끈질긴 투병 끝에 2년 전, 항암치료를 끝냈다. 이후 암세포는 보이지 않았다. 이를 ‘완전관해’라고 한다. 사실상 완치인 셈. 3년 후에는 의학적으로도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자궁내막암 면역항암제 효과 커자궁암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크게 자궁경부암과 자궁체부암으로 구분한다. 자궁내막암은 자궁내막에 생기는 암으로, 자궁체부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성암 발생률 1위는 자궁경부암이었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출산 시기도 늦어지면서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은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9년 자궁내막암이 1위로 올라섰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자궁암의 양상도 서양과 흡사해진 것이다. 자궁경부암보다 자궁내막암의 악성도가 높고 치료도 어렵다. 암이 자궁내막에 국한하면 1기, 자궁경부까지 침투하면 2기로 본다. 질, 나팔관, 난소, 주변 림프샘이나 대동맥까지 퍼지면 3기다.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지면 4기로 진단한다. 난소암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암도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다. 3기 이전에는 주로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수술한다. 다만 3기 말이거나 암이 공격적인 유형이라면 개복수술을 한다. 2017년 50대 초반의 B 씨가 홍 교수를 찾았다. 자궁내막암 3기였다. 심지어 공격적이고 재발이 잦은 유형이었다. 일단 수술까지는 잘 끝났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항암치료가 듣지 않았다. 이후 목 림프샘에서 암이 발견됐다. 원격전이가 이뤄진 것이다. 의료진은 B 씨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어 가장 적합한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암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B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홍 교수는 “최근 면역항암제가 자궁내막암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성 살리는 유방보존술 늘어유방암은 암의 크기가 2cm 미만이고 겨드랑이 림프샘에 전이되지 않으면 1기로 진단한다. 암이 2cm 이상이거나, 크기는 작아도 림프샘으로 전이됐다면 2기다. 이보다 더 커지고 전이된 개수도 많아지면 3기,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졌다면 4기다. 유방암 수술은 유방 조직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전절제술, 최소한의 유방 조직만 절제하며 암을 제거하는 유방보존술로 나눈다.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혹시라도 암이 남아있을지 몰라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7 대 3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3기까지는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먼저 할 때가 많다.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면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때도 흉터를 최소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정 교수는 “유륜 선을 따라, 혹은 유방 밑주름을 따라 2∼3cm 정도만 절개하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경우에는 겨드랑이 부위로 구멍 한 개만 뚫기 때문에 유방 부위에는 흉터가 없다.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만 4기에 발견하면 40%대로 떨어진다. 그래도 최종 완치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 교수가 치료한 환자 C 씨도 그랬다. C 씨는 진단 당시 32세였다. 왼쪽 유방에서 암이 발견됐다. 뼈로 전이됐고, 피부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암이 퍼져 있었다. 4기 유방암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투병했다. C 씨는 먼저 8회 항암치료를 받았다.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암은 완전히 제거됐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발하지 않고 있다. 유방을 복원하는 수술도 받았다. C 씨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유방암 환자 70%, 유방 재건 선택C 씨는 유방 조직 전체를 들어낸 뒤 유방을 재건했다. C 씨처럼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재건하려는 여성이 최근에는 더 많아졌다.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가 유방을 재건한다. 유방 재건은 미적 효과를 넘어 심리적 치료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형철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선천기형 치료나 유방재건술을 전문으로 한다. 90%는 유방 재건 환자다. 보형물을 가슴에 삽입하거나 뱃살로 유방 조직을 만들어 삽입한다. 보형물 삽입은 1시간 정도면 끝난다. 자기 조직을 이식하려면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보형물 삽입을 택하는 사람이 7 대 3 정도로 많다. 이 교수는 “암을 제거한 뒤 후속 치료를 할 때도 유방이 없으면 상실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70대 환자도 재건 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70대 초반의 D 씨가 그랬다. D 씨는 처음에는 재건 수술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D 씨의 남편과 자식들은 상실감을 덜 느끼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재건 수술을 적극 권했다. 결국 D 씨는 유방 재건 수술을 받았다. 나중에 D 씨는 그 선택이 옳았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유방 재건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지만 치료비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방 재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0만 원의 재건수술기금과 보형물을 확보한 상태다. 대상자는 이 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이 선정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20년 기준)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률은 5위다. 10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 순위도 6위에서 5위로 올랐다. 자궁암의 한 종류인 자궁내막암도 같은 기간 85% 늘면서 여성암 8위가 됐다. 난소암은 여성암 중 발생 순위가 10위권 밖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서 많이 늘고 있고,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가장 치명적인 여성암으로 꼽힌다. 여성암은 대부분 △서구형 식습관 △과체중과 비만 △여성호르몬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자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여성암인 난소암, 자궁내막암, 유방암의 치료법을 집중 조명한다. ●3기 이후 난소암 생존율 50% 넘겨 암이 난소에 국한되면 1기, 나팔관이나 자궁, 골반강까지 침범하면 2기로 본다. 암이 복강까지 퍼졌다면 3기, 먼 장기로 전이됐다면 4기로 진단한다. 보통 3기까지는 수술을 먼저 한 뒤 6회 항암치료를 한다. 단, 중요한 혈관과 장기에 암이 침투할 경우 항암치료 3회, 수술, 항암치료 3회의 순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난소암 수술은 난도가 높다. 난소에서 발생한 암은 복수(腹水)를 타고 맹장, 대장, 횡격막, 위장, 간까지 이동하면서 암 파편을 퍼뜨린다. 이 때문에 난소, 자궁, 방광은 물론 대장과 소장, 간의 일부 등 넓은 범위를 절제한다. 난소암은 특히 초기 증세가 거의 없다. 환자의 80~90%는 3기 이후에 발견된다. 홍진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의 경우 암 덩어리가 테니스공만큼 커져도, 뱃살이 나왔다고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을 일찍 발견하려면 질 초음파 검사나 혈액으로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3기 이후의 난소암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홍 교수는 A 씨 사례를 들려주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10여 년 전, 당시 A 씨는 55세였다. 소변 횟수가 늘어났다. 복부에 혹도 만져졌다. 검사해보니 복강 내에 암이 다 퍼진, 난소암 3기였다.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불가능한 상태. 홍 교수는 배를 열어 난소, 자궁, 대장과 소장의 일부, 복막, 림프절, 맹장 등을 절제했다. 7시간에 걸치는 대수술이었다. 완치를 기대하며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암이 재발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난소암의 재발률은 70%에 이른다. A 씨는 그 후로 수술을 세 차례 더 받았다. 그때마다 항암치료도 했다. 끈질긴 투병 끝에 2년 전, 항암치료를 끝냈다. 이후 암세포는 보이지 않았다. 이를 ‘완전관해’라고 한다. 사실상 완치인 셈. 3년 후에는 의학적으로도 완치판정을 받게 된다. ●자궁내막암 면역항암제 효과 커 자궁암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크게 자궁경부암과 자궁체부암으로 구분한다. 자궁내막암은 자궁내막에 생기는 암으로, 자궁체부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부인암 발생률 1위는 자궁경부암이었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출산 시기도 늦어지면서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은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9년 자궁내막암이 1위로 올라섰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자궁암의 양상도 서양과 흡사해진 것이다. 자궁경부암보다 자궁내막암의 악성도가 높고 치료도 어렵다. 암이 자궁내막에 국한하면 1기, 자궁경부까지 침투하면 2기로 본다. 질, 나팔관, 난소, 주변 림프절이나 대동맥까지 퍼지면 3기다.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지면 4기로 진단한다. 난소암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암도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다. 3기 이전에는 주로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수술한다. 다만 3기 말이거나 암이 공격적인 유형이라면 개복수술을 한다. 2017년 50대 초반의 B 씨가 홍 교수를 찾았다. 자궁내막암 3기였다. 심지어 공격적이고 재발이 잦은 유형이었다. 일단 수술까지는 잘 끝났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항암치료가 듣지 않았다. 이후 목 림프절에서 암이 발견됐다. 원격전이가 이뤄진 것이다. 의료진은 B 씨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어 가장 적합한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암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B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홍 교수는 “최근 면역항암제가 자궁내막암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성 살리는 유방보존술 늘어 유방암은 암의 크기가 2㎝ 미만이고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되지 않으면 1기로 진단한다. 암이 2㎝ 이상이거나, 크기는 작아도 림프절로 전이됐다면 2기다. 이보다 더 커지고 전이된 개수도 많아지면 3기,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졌다면 4기다. 유방암 수술은 유방조직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전절제술, 최소한의 유방조직만 절제하며 암을 제거하는 유방보존술로 나눈다.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혹시라도 암이 남아있을지 몰라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7대 3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3기까지는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먼저 할 때가 많다.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면.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기 때문.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때도 흉터를 최소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정 교수는 “유륜 선을 따라, 혹은 유방 밑주름을 따라 2~3㎝ 정도만 절개하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경우에는 겨드랑이 부위로 구멍 한 개만 뚫기 때문에 유방 부위에는 흉터가 없다.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만 4기에 발견하면 40%대로 떨어진다. 그래도 최종 완치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 교수가 치료한 환자 C 씨도 그랬다. C 씨는 진단 당시 32세였다. 왼쪽 유방에서 암이 발견됐다. 뼈로 전이됐고, 피부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암이 퍼져 있었다. 4기 유방암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투병했다. C 씨는 먼저 8회 항암치료를 받았다.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암은 완전히 제거됐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발하지 않고 있다. 유방을 복원하는 수술도 받았다. C 씨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유방암 환자 70%, 유방 재건 선택 C 씨는 유방조직 전체를 들어낸 뒤 유방을 재건했다. C 씨처럼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보존하려는 여성이 최근에는 더 많아졌다.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가 유방을 재건한다. 유방 재건은 미적 효과를 넘어 심리적 치료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형철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선천기형이나 유방재건술을 전문으로 한다. 90%는 유방 재건 환자다. 보형물을 가슴에 삽입하거나 뱃살로 유방조직을 만들어 삽입한다. 보형물 삽입은 1시간 정도면 끝난다. 자기조직을 이식하려면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보형물 삽입을 택하는 사람이 7대 3 정도로 많다. 이 교수는 “암을 제거한 뒤 후속 치료를 할 때도 유방이 없으면 상실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70대의 환자도 재건 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70대 초반의 D 씨가 그랬다. D 씨는 처음에는 재건 수술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D 씨의 남편과 자식들은 상실감을 덜 느끼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재건 수술을 적극 권했다. 결국 D 씨는 유방 재건 수술을 받았다. 나중에 D 씨는 그 선택이 옳았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유방 재건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지만 치료비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방 재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0만 원의 재건수술기금과 보형물을 확보한 상태다. 대상자는 이 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이 선정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5세)까지 생존할 때 암 발생률은 36.9%다. 3명 중 1명은 평생에 걸쳐 한 번 이상 암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에 암은 사망 선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혁신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고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생존율은 크게 높아졌다. 일부 암을 제외하면 초기에 발견할 때의 생존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다. 암 치료에서도 수술의 역할은 무척 크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만으로 완치에 가까워진다. 3기 말 혹은 4기에 발견하면 과거에는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한다. 과거에 암 수술은 대부분 메스로 직접 절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내시경 수술에 이어 요즘에는 로봇 수술까지 널리 시행되고 있다. 진화하고 있는 암 수술 현장을 들여다봤다.●“고난도 암 수술도 척척”방광암 수술은 특히 난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져 있다. 방광은 물론이고 골반 림프샘까지 적출한다. 여기에 남자는 전립샘(전립선)과 정낭, 요도 일부까지 절제하며 여자는 자궁, 난소, 질, 요도 일부까지 들어낸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수술 시간만 8∼10시간이 소요됐다. 그나마 최근에는 4∼6시간으로 단축됐다. 암이 방광의 점막을 넘어 근육까지 퍼진 2기 혹은 3기일 때까지 수술을 시도한다.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대체로 항암치료를 먼저 한 뒤 수술에 돌입한다. 이 방식으로 치료했을 때 생존율이 6∼7%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년 전, 당시 30세의 남성 A 씨가 방광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결혼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아이 출산을 원했다. 암을 제거하면서도 생식 기능을 유지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방광암 수술 중에서도 최고 난도인 셈. 강 교수가 집도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A 씨는 암과의 투병을 이겨냈다. 2021년에는 그토록 원하던 아기도 얻었다. 강 교수는 91세의 고령자 수술도 성공한 바 있다. B 할머니는 방광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강 교수가 보니 수술하지 않으면 2∼3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다만 워낙 고령인지라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다행히 심폐기능을 비롯해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강 교수는 환자의 나이를 고려해 로봇 수술을 결정했다. 이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B 할머니는 5년 동안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완치된 것이다.●말기-전이암도 수술 성공암의 병기가 3기 말 이후라면 과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암 완치가 아닌 생명 유지가 사실상의 목표였다. 지금은 다르다.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한 뒤 수술로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6년 전 50대 남성 C 씨가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암은 이미 간과 폐로 전이됐다. 4기 암이었다. 암 진단을 내렸던 의사는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C 씨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C 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암이 여러 곳으로 전이돼 완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치료하기 시작했다. 김진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먼저 암이 발생한 부위인 직장을 들어내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간과 폐는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먼저 암의 크기부터 줄여야 했다. 간과 폐의 암 덩어리를 줄이기 위한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어느 정도 암의 크기가 줄어들자 간과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결과가 좋았다. C 씨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의 재발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재발성·전이성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30% 내외다. 김 교수는 이를 40%대로 끌어올렸다. 또 대장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항문을 최대한 보존한다. 김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최적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머릿속에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한 뒤 수술에 임한다”고 말했다.●암에도 로봇 수술 적극 시도보통 갑상샘(갑상선)암 수술은 목의 중앙 부위를 5cm 정도 절개한 뒤 진행한다. 이 때문에 수술 흉터가 그대로 남는다. 김훈엽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경구 로봇 갑상샘 수술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이 방법으로 1000건이 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 방법으로 수술하면 흉터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로봇팔이 입안으로 들어가 갑상샘만 정교하게 절제하기 때문에 다른 조직도 손상되지 않는다.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입안 상처도 사라지고 목소리 변화도 거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교수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 김 교수는 로봇 수술의 장점에 대해 “정밀해서 좁은 부위의 수술이 가능하고, 의사의 손 떨림도 보정되며, 실제와 같은 3차원 입체 영상을 20∼3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을 끝내고, 그 결과 통증과 흉터 크기를 줄여 빠르게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지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신경을 얼마나 더 살리느냐가 김 교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이를 위해 수술하는 도중에 후두 신경에 전기자극을 주고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김 교수는 D 씨 사례를 들려줬다. D 씨는 갑상샘암이 1cm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문제는 암이 신경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는 것. 이 경우 신경까지 도려내면 암은 제거할 수 있지만 목소리가 돌아올 확률은 50% 정도다. 김 교수는 신경 모니터링을 하면서 수술했고, 그 결과 3시간 만에 안전하게 암 덩어리만 제거했다.●흉부종양 로봇 수술 세계 최고흉부외과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의 도입이 무척 더딘 편이었다. 갈비뼈가 가로막고 있어 수술 부위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로봇팔이 움직이는 데도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흉부종양에도 로봇 수술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국내 흉부외과 의료진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10여 년 전인 2012년, 김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가슴에 단 1개의 구멍만 뚫고 폐암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다. 이 수술 노하우를 발전시켜 로봇 수술을 연구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폐암 로봇 수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김 교수는 흉부종양 수술에 적극적으로 로봇을 도입했다. 가슴의 양쪽에 폐가 있다. 폐와 폐 사이에는 가슴샘(흉선)이 있는데, 이곳에 생긴 암을 흉선종이라고 한다. 이 경우 흉선을 제거해야 한다. 가슴뼈(흉골)의 중앙 부위를 목 아래에서부터 명치 부위까지 절개한 뒤 견인기로 벌려 수술 부위로 진입한다. 절개 부위가 너무 커서 수술 후 통증이 심하며 회복 속도가 더디다. 2020년, 김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단 1개의 구멍만 뚫는 ‘단일공 흉부종양 절제술’을 시도했다. 당시만 해도 통상 3, 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했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로봇 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미국흉부외과학회지에도 보고됐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개의 구멍만 뚫고 폐암 로봇 수술을 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 교수의 실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수술 로봇 다빈치를 제작하는 글로벌 기업이 올 4월 고려대 구로병원에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 교육센터’를 처음으로 세운 것이다. 단일공 흉부 로봇 수술을 하려는 전 세계 의사들은 이곳에서 김 교수에게 기술을 배우게 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5세)까지 생존할 때 암 발생률은 36.9%다. 3명 중 1명은 평생에 걸쳐 한 번 이상 암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에 암은 사망 선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혁신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고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생존율은 크게 높아졌다. 일부 암을 제외하면 초기에 발견할 때의 생존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다. 암 치료에서도 수술의 역할은 무척 크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만으로 완치에 가까워진다. 3기 말 혹은 4기에 발견하면 과거에는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한다. 과거에 암 수술은 대부분 메스로 직접 절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내시경 수술에 이어 요즘에는 로봇수술까지 널리 시행되고 있다. 진화하고 있는 암 수술 현장을 들여다봤다. ●“고난도 암 수술도 척척” 방광암 수술은 특히 난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져 있다. 방광은 물론 골반 림프절까지 적출한다. 여기에 남자는 전립샘(전립선)과 정낭, 요도 일부까지 절제하며 여자는 자궁, 난소, 질, 요도 일부까지 들어낸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수술 시간만 8~10시간이 소요됐다. 그나마 최근에는 4~6시간으로 단축됐다. 암이 방광의 점막을 넘어 근육까지 퍼진 2기 혹은 3기일 때까지 수술을 시도한다.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대체로 항암치료를 먼저 한 뒤 수술에 돌입한다. 이 방식으로 치료했을 때 생존율이 6~7%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년 전, 당시 30세의 남성 A 씨가 방광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결혼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아이 출산을 원했다. 암을 제거하면서도 생식 기능을 유지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방광암 수술 중에서도 최고 난도인 셈. 강 교수가 집도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A 씨는 암과의 투병을 이겨냈다. 2021년에는 그토록 원하던 아기도 얻었다. 강 교수는 91세의 고령자 수술도 성공한 바 있다. B 할머니는 방광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강 교수가 보니 수술하지 않으면 2~3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다만 워낙 고령인지라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다행히 심폐기능을 비롯해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강 교수는 환자의 나이를 고려해 로봇수술을 결정했다. 이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B 할머니는 5년 동안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완치된 것이다. ●말기-전이암도 수술 성공 암의 병기가 3기 말 이후라면 과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암 완치가 아닌 생명 유지가 사실상의 목표였다. 지금은 다르다.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한 뒤 수술로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6년 전 50대 남성 C 씨가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암은 이미 간과 폐로 전이됐다. 4기 암이었다. 암 진단을 내렸던 의사는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C 씨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C 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암이 여러 곳으로 전이돼 완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치료하기 시작했다. 김진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먼저 암이 발생한 부위인 직장을 들어내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간과 폐는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먼저 암의 크기부터 줄여야 했다. 간과 폐의 암 덩어리를 줄이기 위한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어느 정도 암의 크기가 줄어들자 간과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결과가 좋았다. C 씨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의 재발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재발성·전이성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30% 내외다. 김 교수는 이를 40%대로 끌어 올렸다. 또 대장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항문을 최대한 보존한다. 김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최적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머릿속에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한 뒤 수술에 임한다”고 말했다. ●암에도 로봇수술 적극 시도 보통 갑상샘(갑상선)암 수술은 목의 중앙 부위를 5㎝ 정도 절개한 뒤 진행한다. 이 때문에 수술 흉터가 그대로 남는다. 김훈엽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경구로봇갑상샘 수술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이 방법으로 1000여 건이 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 방법으로 수술하면 흉터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로봇팔이 입안으로 들어가 갑상선만 정교하게 절제하기 때문에 다른 조직도 손상되지 않는다.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입안 상처도 사라지고 목소리 변화도 거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교수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 김 교수는 로봇수술의 장점에 대해 “정밀해서 좁은 부위의 수술이 가능하고, 의사의 손떨림도 보정되며, 실제와 같은 3차원 입체 영상을 20~3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을 끝내고, 그 결과 통증과 흉터 크기를 줄여 빠르게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지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신경을 얼마나 더 살리느냐가 김 교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이를 위해 수술하는 도중에 후두 신경에 전기자극을 주고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김 교수는 D 씨 사례를 들려줬다. D씨는 갑상샘암이 1㎝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문제는 암이 신경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는 것. 이 경우 신경까지 도려내면 암은 제거할 수 있지만 목소리가 돌아올 확률은 50% 정도다. 김 교수는 신경모니터링을 하면서 수술했고, 그 결과 3시간 만에 안전하게 암 덩어리만 제거했다. ●흉부종양 로봇수술 세계 최고 흉부외과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수술의 도입이 무척 더딘 편이었다. 갈비뼈가 가로막고 있어 수술 부위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로봇팔이 움직이는데도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흉부종양에도 로봇수술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국내 흉부외과 의료진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10여 년 전인 2012년, 김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가슴에 단 1개의 구멍만 뚫고 폐암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다. 이 수술 노하우를 발전시켜 로봇 수술을 연구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폐암 로봇수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김 교수는 흉부종양 수술에 적극적으로 로봇을 도입했다. 가슴의 양쪽에 폐가 있다. 폐와 폐 사이에는 가슴샘(흉선)이 있는데, 이곳에 생긴 암을 흉선종이라고 한다. 이 경우 흉선을 제거해야 한다. 가슴뼈(흉골)의 중앙 부위를 목 아래에서부터 명치 부위까지 절개한 뒤 견인기로 벌려 수술 부위로 진입한다. 절개 부위가 너무 커서 수술 후 통증이 심하며 회복 속도가 더디다. 2020년, 김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단 1개의 구멍만 뚫는 ‘단일공 흉부종양 절제술’을 시도했다. 당시만 해도 통상 3, 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했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로봇수술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미국흉부외과학회지에도 보고됐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개의 구멍만 뚫고 폐암 로봇수술 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 교수의 실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수술 로봇 다빈치를 제작하는 글로벌 기업이 올 4월 고려대 구로병원에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 교육센터’를 처음으로 세운 것이다.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을 하려는 전 세계 의사들은 이곳에서 김 교수에게 기술을 배우게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두 달 전, 48세의 남성 A 씨가 한밤에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A 씨는 극심한 흉통을 호소했다. 급성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상황. 응급실 의료진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심장과 연결된 동맥이 찢어진 것 같았다. 의료진은 퇴근한 백만종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급히 호출했다. A 씨의 병명은 대동맥박리. 모든 심장질환 중에서 가장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병으로 꼽힌다. 이른바 ‘초응급 질환’이다. 백 교수는 얼른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른 수술을 제쳐 두고 당장 A 씨 수술에 들어갔다. 백 교수는 망가진 대동맥 혈관을 인조혈관으로 대체했다. 수술 시간은 9시간 정도 걸렸다. 좌심실과 붙어 있는 대동맥 뿌리, 대동맥에서 갈라져 나와 뇌로 향하는 혈관 3개를 인조혈관으로 바꿨다. 또 다른 부위에는 혈액이 잘 흐르도록 스텐트를 삽입했다. 수술 결과는 좋았다. A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회복 과정을 거친 뒤 일반 병실로 갔다. A 씨는 현재 건강한 상태다. ● 최고난도의 대동맥박리 수술 백 교수에 따르면 대동맥박리는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동맥경화, 협심증, 고혈압이 있을 때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통로다. 내막, 중막, 외막의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젊을 때는 혈관 탄성도가 높아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탄성도가 떨어지면 혈관이 딱딱해진다. 스트레스가 생기거나 혈압이 올라가면 혈관의 맨 안쪽 내막층에 가장 먼저 금이 간다. 얼마 후에는 중막층까지 찢어진다. 이런 식으로 대동맥이 찢어지면서 가짜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대동맥박리라 한다. 혈관이 찢어질 때 가슴과 어깨 등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박리가 시작되면 혈액이 샌다. 심장을 감싸고 있는 주머니인 심낭에도 혈액이 차게 된다. 그러면 심장 박동이 점차 어려워진다. 이 단계에서 수습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한다. 교통사고나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처음부터 대동맥이 파열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경우가 초응급 상황이다. 대동맥박리 단계에서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면 절반 정도가 이틀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게다가 대동맥 파열로 이어진다면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대동맥박리 단계에서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대동맥박리 수술은 심장 관련 수술 중에서 최고난도로 꼽힌다. 환자의 혈액을 모두 빼낸 뒤 서서히 공급하면서 체온을 낮춘다. 체온이 28도 정도 됐을 때 비로소 수술에 들어간다. 혈관의 어느 부위가 찢어졌느냐에 따라 수술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인조혈관을 여러 개 삽입할 경우 수술 시간은 9시간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 70대에도 심장이식 수술 가능10년 전, 당시 74세의 B 씨는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우선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해 관상동맥우회수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술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심근경색이 발생하며 심장이 멎어버렸다. 당장 응급 처치가 필요했다. 신재승 고려대 안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에크모 시술을 했다. 에크모는 중환자들의 호흡과 혈액 순환을 돕는 장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심장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응급 상황이었기에 심장이식 대기 순서가 높아졌다. 얼마 후 심장을 구해 수술할 수 있었다. B 씨는 2주 동안 중환자실에 머물렀고, 이후 재활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70대의 고령인데도 심장이식 수술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 80대가 된 B 씨는 지금도 건강한 상태다. 심장이식 수술은 고령자만 하는 게 아니다. 급성 혹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젊은 환자도 많다. 신 교수는 10대 초반의 C 양 사례를 들려줬다. C 양은 갑자기 힘이 떨어지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급히 응급실로 왔고, 소아과 병동에 입원했다. 병의 원인을 알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한 결과 심장이 크게 늘어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급성 전격성심근증이란 병이었다. 검사 도중에 C 양의 심장이 멎었다. 곧바로 에크모를 달았지만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다행히 3주 만에 뇌사자 심장 기증을 받을 수 있었다. 신 교수는 “심장이식은 큰 혈관을 연결하면 대부분 완료되며 수술 시간은 3∼4시간 정도 걸린다. 다만 장기 이식 동의에서부터 최종 이식까지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난도가 높은 수술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분초 다투는 심장 수술심장질환 관련 수술 중에는 관상동맥우회수술과 심장판막증수술이 비교적 흔한 편이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수술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발생한다. 이때 다른 혈관을 찾아 막힌 관상동맥을 대신하도록 연결해주는 수술을 시행하는데, 바로 관상동맥 우회 수술이다. 수술 시간은 대체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심장에는 피가 역류하지 않도록 문 역할을 하는 판막이 4곳 있다. 이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판막을 고쳐서 넣는 인공판막치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런 수술은 대략 3시간 남짓 걸린다. 대부분의 심장 수술은 사전에 복잡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심장부터 정지시켜야 한다. 움직이는 심장을 수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각 장기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할 수 없다. 이 경우 당장 뇌세포부터 손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 밖으로 인공심폐기를 연결한다. 정재승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인공심폐기는 심장 역할을 하는 펌프, 폐 역할을 하는 산화기로 구성됐다. 심장으로부터 온 혈액이 산화기에서 깨끗한 혈액으로 바뀐 뒤 펌프를 통해 다시 몸 안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심장은 뛰지 않아도 혈액 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장치는 1950년대 개발됐다. 그전에는 심장 수술이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중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에크모 시술의 원리가 이와 같다. ● 수술할 의사가 부족하다흉부외과 의사들은 무엇보다 사람을 살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해 전공의 지원자는 매년 20∼30명에 불과하다. 몇 년째 흉부외과 전공의를 받지 못한 병원이 수두룩하다. 올해 초,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2005년 이후 18년 만에 40명을 넘어섰다. 좋은 소식이지만 그들 모두가 끝까지 버텨낼지는 미지수다. 이미 3명이 중도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정 교수는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닥쳤을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단순히 의료수가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해외 의료 선진국의 정책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가령 고가의 비급여 진료는 해당 영역 전문의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런 방식을 포함해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수를 늘리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3명의 교수가 돌아가면서 모든 당직을 소화하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신 교수도 매월 9회의 당직을 서야 한다. 백 교수도 예정되지 않았던 응급 수술에 갑자기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기자와 인터뷰한 당일에도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응급 수술을 했다. 세 교수 모두 후배 의사가 없어 고난도 수술 기술의 맥이 끊기지 않을까를 가장 걱정했다. 공통으로 입을 모아 말했다. “이러다 환자는 밀려오는데 수술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 두렵습니다. 그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두 달 전, 48세의 남성 A 씨가 한밤에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A 씨는 극심한 흉통을 호소했다. 급성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상황. 응급실 의료진이 컴퓨터단층(CT) 검사를 했다. 심장과 연결된 동맥이 찢어진 것 같았다. 의료진은 퇴근한 백만종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급히 호출했다. A 씨의 병명은 대동맥박리. 모든 심장질환 중에서 가장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병으로 꼽힌다. 이른바 ‘초응급 질환’이다. 백 교수는 얼른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른 수술을 젖혀두고 당장 A 씨 수술에 들어갔다. 백 교수는 망가진 대동맥 혈관을 인조혈관으로 대체했다. 수술 시간은 9시간 정도 소요됐다. 좌심실과 붙어있는 대동맥 뿌리, 대동맥에서 갈라져 나와 뇌로 향하는 혈관 3개를 인조혈관으로 바꿨다. 또 다른 부위에는 혈액이 잘 흐르도록 스텐트를 삽입했다. 수술 결과는 좋았다. A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회복 과정을 거친 뒤 일반 병실로 갔다. A 씨는 현재 건강한 상태다. ●최고 난도의 대동맥박리 수술 백 교수에 따르면 대동맥박리는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동맥경화, 협심증, 고혈압이 있을 때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통로다. 내막, 중막, 외막의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젊을 때는 혈관 탄성도가 높아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탄성도가 떨어지면 혈관이 딱딱해진다. 스트레스가 생기거나 혈압이 올라가면 혈관의 맨 안쪽 내막층에 가장 먼저 금이 간다. 얼마 후에는 중막층까지 찢어진다. 이런 식으로 대동맥이 찢어지면서 가짜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대동맥박리라 한다. 혈관이 찢어질 때 가슴과 어깨 등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박리가 시작되면 혈액이 샌다. 심장을 감싸고 있는 주머니인 심낭에도 혈액이 차게 된다. 그러면 심장 박동이 점차 어려워진다. 이 단계에서 수습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한다. 교통사고나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처음부터 대동맥이 파열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경우가 초응급 상황이다. 대동맥 박리 단계에서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면 절반 정도가 이틀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게다가 대동맥 파열로 이어진다면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따라서 대동맥 박리 단계에서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대동맥 박리 수술은 심장 관련 수술 중에서 최고 난도로 꼽힌다. 환자의 혈액을 모두 빼낸 뒤 서서히 공급하면서 체온을 낮춘다. 체온이 28도 정도 됐을 때 비로소 수술에 들어간다. 혈관의 어느 부위가 찢어졌느냐에 따라 수술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인조혈관을 여러 개 삽입할 경우 수술 시간은 9시간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70대에도 심장이식 수술 가능 10년 전, 당시 74세의 B 씨는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우선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해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술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심근경색이 발생하며 심장이 멎어버렸다. 당장 응급 처치가 필요했다. 신재승 고려대 안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에크모 시술을 했다. 에크모는 중환자들의 호흡과 혈액 순환을 돕는 장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심장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응급 상황이었기에 심장이식 대기 순서가 높아졌다. 얼마 후 심장을 구해 수술할 수 있었다. B 씨는 2주 동안 중환자실에 머물렀고, 이후 재활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70대의 고령인데도 심장이식 수술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 80대가 된 B 씨는 지금도 건강한 상태다. 심장이식 수술은 고령자만 하는 게 아니다. 급성 혹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젊은 환자도 많다. 신 교수는 10대 초반의 C 양 사례를 들려줬다. C 양은 갑자기 힘이 떨어지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급히 응급실로 왔고, 소아과 병동에 입원했다. 병의 원인을 알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한 결과 심장이 크게 늘어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급성 전격성심근증이란 병이었다. 검사 도중에 C 양의 심장이 멎었다. 곧바로 에크모를 달았지만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다행히 3주 만에 뇌사자 심장 기증을 받을 수 있었다. 신 교수는 “심장이식은 큰 혈관을 연결하면 대부분 완료되며 수술 시간은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만 장기 이식 동의에서부터 최종 이식까지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난도가 높은 수술로 여겨진다”고 말했다.●분초 다투는 심장 수술 심장질환 관련 수술 중에는 관상동맥우회수술과 심장판막증 수술이 비교적 흔한 편이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수술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발생한다. 이때 다른 혈관을 찾아 막힌 관상동맥을 대신하도록 연결해주는 수술을 시행하는데, 바로 관상동맥우회수술이다. 수술 시간은 대체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심장에는 피가 역류하지 않도록 문 역할을 하는 판막이 4곳 있다. 이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판막을 고쳐서 넣는 인공판막치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런 수술은 대략 3시간 남짓 걸린다. 대부분의 심장 수술은 사전에 복잡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심장부터 정지시켜야 한다. 움직이는 심장을 수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각 장기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할 수 없다. 이 경우 당장 뇌세포부터 손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 밖으로 인공심폐기를 연결한다. 정재승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인공심폐기는 심장 역할을 하는 펌프, 폐 역할을 하는 산화기로 구성됐다. 심장으로부터 온 혈액이 산화기에서 깨끗한 혈액으로 바뀐 뒤 펌프를 통해 다시 몸 안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심장은 뛰지 않아도 혈액 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장치는 1950년대 개발됐다. 그전에는 심장 수술이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중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에크모 시술의 원리가 이와 같다. ●수술할 의사가 부족하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무엇보다 사람을 살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해 전공의 지원자는 매년 20~30명에 불과하다. 몇 년째 흉부외과 전공의를 받지 못한 병원이 수두룩하다. 올해 초,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2005년 이후 18년 만에 40명을 넘어섰다. 좋은 소식이지만 그들 모두가 끝까지 버텨낼지는 미지수다. 이미 3명이 중도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정 교수는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닥쳤을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단순히 의료수가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해외 의료 선진국의 정책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가령 고가의 비급여 진료는 해당 영역 전문의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런 방식을 포함해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수를 늘리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3명의 교수가 돌아가면서 모든 당직을 소화하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신 교수도 매월 9회의 당직을 서야 한다. 백 교수도 예정되지 않았던 응급 수술에 갑자기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기자와 인터뷰한 당일에도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응급 수술을 했다. 세 교수 모두 후배 의사가 없어 고난도 수술 기술의 맥이 끊기지 않을까를 가장 걱정했다. 공통으로 입을 모아 말했다. “이러다 환자는 밀려오는데 수술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 두렵습니다. 그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12년 전의 일이다. 김동식 고려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장기이식센터장)는 급히 A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뇌사자의 간 상태를 보기 위해서였다. 원래 그 장기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코노스)이 정한 대기 순서에 따라 다른 병원 환자에게 기증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기 상태가 나빠 그 병원 의료진이 포기한 것.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간이식이 절실한 B 씨가 있었다. 하지만 대기 순서가 뒤로 밀려 있어 이식이 힘든 상황. 다만 이런 경우에는 장기를 선택할 수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김 교수가 부리나케 A대학병원으로 달려간 것이다. 김 교수가 살펴보니 지방간이 심했다. 하지만 포기하면 B 씨는 영영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김 교수는 간 이식을 결정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B 씨는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다. 지방간까지 사라졌다. 김 교수는 “만약 당시에 그 장기를 포기했더라면 두고 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장기이식 수술을 하는 의사의 숙명이다”고 말했다.●말기 환자의 마지막 희망, 장기이식장기가 손상되면 생명은 위태로워진다. 간 기능이 멈추면 1년을 넘길 수 없다. 신장(콩팥)이 망가지면 투석 치료를 받지만,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 폐의 기능이 떨어지면 인공호흡장치로 버티지만 호전되기는 쉽지 않다. 이 모든 경우에 장기이식이 필요하다. 신장, 간의 경우 생체 기증을 꽤 한다. 췌장 생체이식은 기증자의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어 줄어드는 추세다. 인공 장기나 동물 장기이식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현재로서는 최고 해법이다. 간, 신장, 췌장, 폐, 심장, 각막 등 뇌사자 장기 기증이 결정되면 코노스에 등록된 대기자 순서대로 이식을 받는다. 환자의 생명이 위급할수록 이식 우선순위가 높아진다. 말기 환자에게는 마지막 희망인 셈. 하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장기 기증자에게는 마지막 나눔이기에 고귀한 뜻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모든 장기를 버리지 않고 수술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B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부녀가 모두 간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급성간부전인 딸은 생명이 위태로웠기에 대기 순위가 높아 간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간암인 아빠는 대기 순위가 낮아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 마침 지방의 한 병원에서 B 씨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김 교수는 당장 달려갔고, 그 간을 아빠에게 이식했다. 부녀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국내 장기이식, 세계 최고 수준지난해 말, 30대 후반의 여성 C 씨가 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에게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C 씨는 소아 당뇨 판정을 받은 뒤 콩팥까지 망가졌고, 15년 동안 투석을 받아 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C 씨는 2개월 전 결혼했고 해외로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장기투석 환자였던 C 씨에게 해외 나들이는 기적, 그 자체였다. 이처럼 국내 장기이식 수술 결과는 대체로 좋다. 하지만 수술 자체가 쉬운 건 아니다. 난도가 상당히 높다. 간 이식 수술은 과거에 10시간 남짓 걸렸다. 그나마 지금은 6∼8시간으로 줄었다. 신장과 췌장도 각각 3∼4시간, 7∼8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증 동의에서부터 최종 수술에 이를 때까지 협력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장기이식 수술은 ‘외과 수술의 꽃’이라고 한다. 장기이식 수술 이후 면역거부 반응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다만 최근 이 문제도 일부 해결하고 있다. 정 교수가 얼마 전 수술한 70대 부부가 대표적이다. 70대 아내 D 씨의 신장이 망가졌다. 남편은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D 씨의 혈액에서 남편의 신장을 거부하는 항체가 발견됐다. 이식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 정 교수는 먼저 D 씨의 항체를 없앤 후 수술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는 D 씨에게 이 항체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경과를 살피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내 병원을 속속 찾아오고 있다. 카자흐스탄 사업가는 아들과 함께 고려대 안암병원에 와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공항에서 피를 토할 정도로 응급 상황이었던 몽골 환자도 무사히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현재 건강하며 정기적으로 고려대병원을 찾아 상태를 살피고 있다.●보람으로 버티는 장기이식 의사들장기이식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은 개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장기이식 후 집중관리가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해서다. 충분히 쉴 수도 없고 당직은 밥먹듯이 한다. 한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아내가 주말에는 아예 집에 오지 말고, 병원에 있다가 응급 콜을 받으라고 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고려대 안산병원에는 내국인 외에도 외국인 장기이식 환자도 적잖다. 한 교수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더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역경 속에서도 교수들은 대부분 천직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일한다. 한 교수 또한 “장기이식 분야를 전공으로 삼은 사실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박평재 고려대 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도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대학 시절 한 동아리에 가입했다. 자신이 입학하기 전에 동아리 선배 한 명이 사고로 뇌사 판정이 떨어졌고, 이후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추모 행사를 치르면서 깊은 감명이 전해져 왔다. 이후 박 교수는 장기이식 분야를 전공으로 택했다. 박 교수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일에 행복을 느끼고, 내 인생의 꿈을 이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와 김 교수 또한 “단순히 의료 수가를 높이는 것을 떠나 임금을 비롯해 사회적 대우를 개선해야 이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장기 기증 늘리고 인식 개선해야인력난을 극복하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여러 병원이 협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도 간 이식과 관련해 안암, 구로, 안산 세 병원 통합이식팀을 운영 중이다. 세 병원의 의료진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환자 모두에 대해 사전 모니터링, 수술 방향 결정, 수술 결과 리뷰를 진행한다. 통합이식팀장인 김 교수는 “팀을 가동한 후 수술 성공률은 95% 이상으로 높아졌다. 생체 간 이식의 경우에는 100%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 수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장기 기증 건수가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기증을 늘리려는 의학계 노력이나 법 제정 움직임은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가 심정지에 이르면 곧바로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재는 연명치료 환자의 심장이 멎어도 뇌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기를 기증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연명치료 환자가 심정지에 이른 후 곧바로 장기 적출이 가능하다면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르는 장기를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떼어낸 장기를 보존하면서 기능을 개선하는 의료장비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우선 장기를 기증하면 건강이 악화한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이와 관련한 사례도 있다. 60대 중반의 남성 E 씨는 9개월 전 동생의 신장을 기증받았다.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건강했다. 이를 지켜본 E 씨의 아내 F 씨는 10년 동안 신장 투석을 받아온 자신의 동생에게 신장 한쪽을 떼어줬다. 장기이식 후에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수술을 집도했던 정 교수는 “이보다 아름다운 나눔 문화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그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12년 전의 일이다. 김동식 고려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장기이식센터장)는 급히 A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뇌사자의 간 상태를 보기 위해서였다. 원래 그 장기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코노스)이 정한 대기 순서에 따라 다른 병원 환자에게 기증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기 상태가 나빠 그 병원 의료진이 포기한 것.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간이식이 절실한 B 씨가 있었다. 하지만 대기 순서가 뒤로 밀려 있어 이식이 힘든 상황. 다만 이런 경우에는 장기를 선택할 수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김 교수가 부리나케 A 대학병원으로 달려간 것이다. 김 교수가 살펴보니 지방간이 심했다. 하지만 포기하면 B 씨는 영영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김 교수는 간이식을 결정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B 씨는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다. 지방간까지 사라졌다.김 교수는 “만약 당시에 그 장기를 포기했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장기이식 수술을 하는 의사의 숙명이다”고 말했다.●말기 환자의 마지막 희망, 장기이식 장기가 손상되면 생명은 위태로워진다. 간 기능이 멈추면 1년을 넘길 수 없다. 신장(콩팥)이 망가지면 투석 치료를 받지만,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 폐의 기능이 떨어지면 인공호흡장치로 버티지만 호전되기는 쉽지 않다. 이 모든 경우에 장기이식이 필요하다. 신장, 간의 경우 생체 기증을 꽤 한다. 췌장 생체이식은 기증자의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어 줄어드는 추세다. 인공 장기나 동물 장기이식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현재로서는 최고 해법이다. 간, 신장, 췌장, 폐, 심장, 각막 등 뇌사자 장기 기증이 결정되면 코노스에 등록된 대기자 순서대로 이식을 받는다. 환자의 생명이 위급할수록 이식 우선순위가 높아진다. 말기 환자에게는 마지막 희망인 셈. 하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장기 기증자에게는 마지막 나눔이기에 고귀한 뜻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모든 장기를 버리지 않고 수술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B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부녀가 모두 간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급성간부전인 딸은 생명이 위태로웠기에 대기 순위가 높아 간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간암인 아빠는 대기 순위가 낮아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 마침 지방의 한 병원에서 B 씨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김 교수는 당장 달려갔고, 그 간을 아빠에게 이식했다. 부녀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국내 장기이식, 세계 최고 수준 지난해 말, 30대 후반의 여성 C 씨가 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에게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C 씨는 소아 당뇨 판정을 받은 뒤 콩팥까지 망가졌고, 15년 동안 투석을 받아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C 씨는 2개월 전 결혼했고 해외로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장기투석 환자였던 C 씨에게 해외 나들이는 기적, 그 자체였다. 이처럼 국내 장기이식 수술 결과는 대체로 좋다. 하지만 수술 자체가 쉬운 건 아니다. 난도가 상당히 높다. 간이식 수술은 과거에 10시간 남짓 걸렸다. 그나마 지금은 6~8시간으로 줄었다. 신장과 췌장도 각각 3~4시간, 7~8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증 동의에서부터 최종 수술에 이를 때까지 협력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장기이식 수술은 ‘외과 수술의 꽃’이라고 한다. 장기이식 수술 이후 면역거부 반응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다만 최근 이 문제도 일부 해결하고 있다. 정 교수가 얼마 전 수술한 70대 부부가 대표적이다. 70대 아내 D 씨의 신장이 망가졌다. 남편은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D 씨의 혈액에서 남편의 신장을 거부하는 항체가 발견됐다. 이식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 정 교수는 먼저 D 씨의 항체를 없앤 후 수술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는 D 씨에게 이 항체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경과를 살피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내 병원을 속속 찾아오고 있다. 카자흐스탄 사업가는 아들과 함께 고려대 안암병원에 와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공항에서 피를 토할 정도로 응급 상황이었던 몽골 환자도 무사히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현재 건강하며 정기적으로 고려대 병원을 찾아 상태를 살피고 있다.●보람으로 버티는 장기이식 의사들 장기이식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은 개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장기이식 후 집중관리가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해서다. 충분히 쉴 수도 없고 당직은 밥먹듯 한다. 한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아내가 주말에는 아예 집에 오지 말고, 병원에 있다가 응급 콜을 받으라고 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고려대 안산병원에는 내국인 외에도 외국인 장기이식 환자도 적잖다. 한 교수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더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역경 속에서도 교수들은 대부분 천직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일한다. 한 교수 또한 “장기이식 분야를 전공으로 삼은 사실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박평재 고려대 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도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대학 시절 한 동아리에 가입했다. 자신이 입학하기 전에 동아리 선배 한 명이 사고로 뇌사 판정이 떨어졌고, 이후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추모 행사를 치르면서 깊은 감명이 전해져왔다. 이후 박 교수는 장기이식 분야를 전공으로 택했다. 박 교수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일에 행복을 느끼고, 내 인생의 꿈을 이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와 김 교수 또한 “단순히 의료 수가를 높이는 것을 떠나 임금을 비롯해 사회적 대우를 개선해야 이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장기 기증 늘리고 인식 개선해야 인력난을 극복하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여러 병원이 협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도 간이식과 관련해 안암, 구로, 안산 세 병원 통합이식팀을 운영 중이다. 세 병원의 의료진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환자 모두에 대해 사전 모니터링, 수술 방향 결정, 수술 결과 리뷰를 진행한다. 통합이식팀장인 김 교수는 “팀을 가동한 후 수술 성공률은 95% 이상으로 높아졌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에는 100%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 수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장기 기증 건수가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기증을 늘리려는 의학계 노력이나 법 제정 움직임은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가 심정지에 이르면 곧바로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재는 연명치료 환자의 심장이 멎어도 뇌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기를 기증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연명치료 환자가 심정지에 이른 후 곧바로 장기 적출이 가능하다면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르는 장기를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떼어낸 장기를 보존하면서 기능을 개선하는 의료장비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우선 장기를 기증하면 건강이 악화한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이와 관련한 사례도 있다. 60대 중반의 남성 E 씨는 9개월 전 동생의 신장을 기증받았다.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건강했다. 이를 지켜본 E 씨의 아내 F 씨는 10년 동안 신장 투석을 받아온 자신의 동생에게 신장 한쪽을 떼어줬다. 장기이식 후에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수술을 집도했던 정 교수는 “이보다 아름다운 나눔 문화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그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중증 난치성 질환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신약과 첨단 의료장비가 개발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수술 현장을 지키는 외과 의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외과적 수술은 치료의 기본이자 완결이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기피과’로 인식되면서 지원자가 줄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함께 모든 역경 속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지난달 초순의 한 늦은 밤, 7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A 씨는 평소 우울증과 불안증을 앓고 있었다. 그는 술을 먹은 상태에서 자해했다. 병원에 왔을 때는 장기 일부가 배 밖으로 나와 있었고 심장은 정지된 상태였다. 신속한 처치가 필요했다. 조준민 응급중환자외상외과 교수를 비롯해 의료진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몸 밖으로 나온 장기를 씻은 후 집어넣었다. 동시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떨어진 혈압을 끌어올렸다. 이어 의료진 10여 명이 수술에 돌입했다. 수술은 2시간여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A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그 덕분에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많이 사라졌다. 며칠 전, 조 교수는 외래 진료차 병원을 방문한 A 씨와 우연히 만났다. A 씨는 “감사하다”고 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조 교수는 자신이 응급중환자외상외과 의사라는 사실이 뿌듯했다. ●24시간 비상 근무하는 의사들긴박한 응급 상황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증외상 환자를 연중무휴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 서울의 경우 고려대 구로병원과 안암병원,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4곳이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는 외과 파트, 정형외과 파트, 신경외과 파트 등 14명의 교수로 구성돼 있다. 간호사와 수술보조 인력을 합치면 30명으로 늘어난다. 조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시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당장 수술에 돌입할 수 있도록 외과 파트 교수 1명 이상이 24시간 대기한다. 외과 파트는 응급중환자외상외과, 외과, 흉부외과의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모든 교수가 한 달에 10일 정도는 24시간 당직을 서야 한다. 이렇게 하고도 손이 부족하면 집에서 잠을 자다가도 뛰쳐 나온다. 이처럼 중증외상 분야는 팀워크가 무척 중요하다.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센터의 최고 연장자인 오종건 정형외과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의 가장 큰 강점이 바로 팀워크”라고 했다. 오 교수는 이어 “실제로 외과 팀과 정형외과 팀의 협력이 잘되지 않아 센터 문을 닫은 병원도 있다”고 말했다. ●중증외상, 종합적 접근 필요70대 후반의 남성 B 씨는 얼마 전 자전거를 타던 중 레미콘 차량과 충돌했다. 넘어지면서 레미콘 차량에 깔렸다. 이 사고로 양쪽 다리뼈가 크게 부러졌다. 게다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B 씨의 심장은 멎어 있었다. 구급대원이 급히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가늘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려대 구로병원에 도착할 무렵 다시 심장이 멎었다. 중증외상 의료진은 치료 계획을 얼른 짰다. 다리뼈 수술도 필요했지만 우선 심장부터 살려야 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다시 심장이 멎지 않게 하려면 안정적으로 혈액을 공급해야 한다. 적혈구, 혈소판, 혈장을 9L씩 번갈아 수혈했다. 심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면서 혈압도 올라갔다. 비로소 다리뼈 수술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자 정형외과 교수가 투입돼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을 끝낸 B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50대 C 씨는 공사장에서 추락했다. 약간의 뇌출혈, 가슴 골절, 기흉, 다리 골절이 확인됐다. 부러진 다리뼈는 몸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 경우에도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뇌출혈은 심하지 않아 수술을 미루기로 했다. 게다가 호흡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뇌수술을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일단 가슴에 관을 삽입해 호흡부터 안정시켰다. 이어 몸 밖으로 튀어나온 다리뼈 수술을 했다. 그러면서 뇌 상태를 관찰했다. 뇌출혈은 멈췄다. 수술하지 않은 채로 15일을 기다렸다. 그동안 C 씨의 의식이 돌아왔다. C 씨는 무사히 퇴원했다.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이처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중증외상 치료를 제대로 하려면 수술 외에도 치료 우선순위를 정하고 체계적으로 협진하는 등의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이런 시스템을 일찍 도입한 덕분에 중증외상 환자들의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증외상 70%는 정형외과 수술 동반중증외상 환자 중에는 특히 골절 사고가 많다. 이 때문에 심정지나 심각한 출혈과 같은 문제가 있다면 그것부터 해결한 뒤 환자의 70% 정도는 정형외과적 수술을 거친다. 다만 심각한 상황이라면 곧바로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50대 초반의 남성 D 씨는 자동차 사고를 당해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고관절(엉덩관절)과 무릎뼈 골절이 확인됐다. 출혈이 심하지 않아 곧바로 수술을 시행해도 무방했다. 서동훈 정형외과 교수(진료부원장)가 집도했고, 수술은 3시간 반 만에 끝났다. D 씨는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심각한 골절 사고는 노인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서 교수는 “고관절 골절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97%가 노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간혹 20대도 골절 사고로 병원을 찾는다. 현역 군인 E 씨는 훈련 도중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 대퇴골경부골절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E 씨의 수술 또한 서 교수가 집도했다. 수술 자체는 20여 분 만에 끝났다. 바로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2년 정도 지난 후 괴사가 진행될 수도 있었다. 이 경우 나중에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신속한 처치 덕분에 위기를 피한 것이다. ●중증외상 정부 지원 늘려야중증외상 분야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필수의료 영역이다. 하지만 늘 인력난에 허덕인다. 업무 강도가 세고, 고난도 수술이 많은 데다, 늘 대기하기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피한다. 대우도 넉넉하지 않다.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을 뜻하는 의료 수가가 다른 진료과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의 수술 수가와 비교하면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중증외상 분야 의사들은 “생사의 기로에 있던 환자가 퇴원한 다음에 외래 진료에서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 얻는 보람만으로는 중증외상 분야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보건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실 중증외상외과를 지원해도 교육받을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나마 고려대 구로병원이 운영하는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가 도움이 되고 있다. 센터는 보건복지부가 2014년 전국에서 처음 지정했다. 현재 이런 센터는 고려대 구로병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5곳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에는 고려대 구로병원이 유일하다. 오종건 정형외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센터가 지금까지 배출한 중증외상 전문의는 약 10명이다. 오 교수는 “중증외상 분야는 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병원 적자는 커지는 구조다. 인력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중증 난치성 질환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신약과 첨단 의료장비가 개발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수술 현장을 지키는 외과 의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외과적 수술은 치료의 기본이자 완결이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기피 과’로 인식되면서 지원자가 줄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함께 모든 역경 속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지난달 초순의 한 늦은 밤, 7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A 씨는 평소 우울증과 불안증을 앓고 있었다. 그는 술을 먹은 상태에서 자해했다. 병원에 왔을 때는 장기 일부가 배 밖으로 나와 있었고 심장은 정지된 상태였다. 신속한 처치가 필요했다. 조준민 응급중환자외상외과 교수를 비롯해 의료진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몸 밖으로 나온 장기를 씻은 후 집어넣었다. 동시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떨어진 혈압을 끌어올렸다. 이어 의료진 10여 명이 수술에 돌입했다. 수술은 2시간여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A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덕분에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많이 사라졌다. 며칠 전, 조 교수는 외래 진료차 병원을 방문한 A 씨와 우연히 만났다. A 씨는 “감사하다”고 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조 교수는 자신이 응급중환자외상외과 의사라는 사실이 뿌듯했다. ●24시간 비상 근무하는 의사들 긴박한 응급 상황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증외상 환자를 연중무휴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 서울의 경우 고려대 구로병원과 안암병원,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4곳이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는 외과 파트, 정형외과 파트, 신경외과 파트 등 14명의 교수로 구성돼 있다. 간호사와 수술보조 인력을 합치면 30명으로 늘어난다. 조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시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당장 수술에 돌입할 수 있도록 외과 파트 교수 1명 이상이 24시간 대기한다. 외과 파트는 응급중환자외상외과, 외과, 흉부외과의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모든 교수가 한 달에 10일 정도는 24시간 당직을 서야 한다. 이렇게 하고도 손이 부족하면 집에서 잠을 자다가도 뛰쳐나온다. 이처럼 중증외상 분야는 팀워크가 무척 중요하다.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센터의 최고 연장자인 오종건 정형외과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의 가장 큰 강점이 바로 팀워크”라고 했다. 오 교수는 이어 “실제로 외과 팀과 정형외과 팀의 협력이 잘 되지 않아 센터 문을 닫은 병원도 있다”고 말했다. ●중증외상, 종합적 접근 필요 70대 후반의 남성 B 씨는 얼마 전 자전거를 타던 중 레미콘 차량과 충돌했다. 넘어지면서 레미콘 차량에 깔렸다. 이 사고로 양쪽 다리뼈가 크게 부러졌다. 게다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리는 바람에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B 씨의 심장은 멎어 있었다. 구급대원이 급히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가늘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려대 구로병원에 도착할 무렵 다시 심장이 멎었다. 중증외상 의료진은 치료 계획을 얼른 짰다. 다리뼈 수술도 필요했지만 우선 심장부터 살려야 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다시 심장이 멎지 않게 하려면 안정적으로 혈액을 공급해야 한다. 적혈구, 혈소판, 혈장을 각각 9L씩 번갈아 수혈했다. 심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자 혈압도 올라갔다. 비로소 다리뼈 수술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자 정형외과 교수가 투입돼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을 끝낸 B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50대 C 씨는 공사장에서 추락했다. 약간의 뇌출혈, 가슴 골절, 기흉, 다리 골절이 확인됐다. 부러진 다리뼈는 몸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 경우에도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뇌출혈은 심하지 않아 수술을 미루기로 했다. 게다가 호흡이 불안한 상황에서 뇌수술을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일단 가슴에 관을 삽입해 호흡부터 안정시켰다. 이어 몸 밖으로 튀어나온 다리뼈 수술을 했다. 그러면서 뇌의 상태를 관찰했다. 뇌출혈은 멈췄다. 수술하지 않은 채로 15일을 기다렸다. 그동안 C 씨의 의식이 돌아왔다. C 씨는 무사히 퇴원했다.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이처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중증외상 치료를 제대로 하려면 수술 외에도 치료 우선순위를 정하고 체계적으로 협진하는 등의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이런 시스템을 일찍 도입한 덕분에 중증외상 환자들의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증외상 70%는 정형외과 수술 동반 중증외상 환자 중에는 특히 골절 사고가 많다. 이 때문에 심정지나 심각한 출혈과 같은 문제가 있다면 그것부터 해결한 뒤 환자의 70% 정도는 정형외과적 수술을 거친다. 다만 심각한 상황이라면 곧바로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50대 초반의 남성 D 씨는 자동차 사고를 당해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고관절(엉덩관절)과 무릎뼈 골절이 확인됐다. 출혈이 심하지 않아 곧바로 수술을 시행해도 무방했다. 서동훈 정형외과 교수(진료부원장)가 집도했고, 수술은 3시간 반만에 끝났다. D 씨는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심각한 골절 사고는 노인들에서 많이 발생한다. 서 교수는 “고관절(엉덩관절) 골절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97%가 노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간혹 20대에서도 골절 사고로 병원을 찾는다. 현역 군인 E 씨는 훈련 도중에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 대퇴골경부골절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E 씨 수술 또한 서 교수가 집도했다. 수술 자체는 20여 분만에 끝났다. 하지만 바로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2년 정도 지난 후 괴사가 진행될 수도 있었다. 이 경우 나중에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신속한 처치 덕분에 위기를 피한 것이다. ●중증외상 정부 지원 늘려야 중증외상 분야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필수의료 영역이다. 하지만 늘 인력난에 허덕인다. 업무 강도가 세고, 고난도 수술이 많은 데다, 늘 대기하기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피한다. 대우도 넉넉하지 않다.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을 뜻하는 의료 수가가 다른 진료과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의 수술 수가와 비교하면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중증외상 분야의 의사들은 “생사의 기로에 있던 환자가 퇴원한 다음에 외래 진료에서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 얻는 보람만으로는 중증외상 분야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보건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실 중증외상외과를 지원해도 교육받을 만한 인프라도 부족하다. 그나마 고려대 구로병원이 운영하는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가 도움이 되고 있다. 센터는 보건복지부가 2014년 전국 처음으로 지정했다. 현재 이런 센터는 고려대 구로병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5곳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에는 고려대 구로병원이 유일하다. 오종건 정형외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센터가 지금까지 배출한 중증외상 전문의는 약 10명이다. 오 교수는 “중증외상 분야는 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병원 적자는 커지는 구조다. 인력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충북에 사는 김용덕 씨(50)는 35세이던 2008년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다. 배 속에 묵직한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처럼 답답해졌다. 이런저런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했다. 속을 뻥 뚫어준다고 광고하는 약을 사 먹고, 열심히 자전거도 탔다. 체했나 싶어 손가락도 따 봤다. 한의원에서 침도 맞았다. 하지만 증세는 개선되지 않았다. 김 씨는 인근 대학병원을 찾았다. 확장성심근병증 진단이 떨어졌다. 의사는 혈관확장제와 이뇨제를 처방했다. 김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병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010년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심장 혈관을 확장하기 위한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다. 별 효과가 없었다.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김 씨는 고민 끝에 2011년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에게 수술을 받고 싶어서였다.●소화불량 증세 후 심근병증 진단김 씨가 진단받은 확장성심근병증은 심부전의 일종이다. 심부전은 심장에 문제가 생겨 각 조직으로 제대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병이다. 심장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면 심근병증(심근증)으로 진단한다. 확장성심근병증은 그중에서도 심장이 늘어나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의 급성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졌기에 발목 부종도 생기고 피로감도 심해진다. 김 씨는 소화불량과 급체 증세를 느꼈다. 조 교수는 “이 또한 흔한 증세 중 하나”라고 했다. 소화를 잘해내려면 장에 많은 혈액이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이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소화불량이나 급체, 더부룩한 증세가 나타나는 게 이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다만 이 증세만으로 심부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약물치료를 계속했다. 지금은 퇴임한 전은석 박표원 순환기내과 교수들이 담당했다. 다행히 이후 7년 동안 증세는 더 악화하지 않았다. 김 씨는 “약이 내 몸에 잘 맞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약물치료만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고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발병 11년 만에 심장 말기 상황 맞아 2019년부터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2019년에만 6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달려갔고, 입원도 1회 했다. 2020년에도 2회 입원했다. 서울까지 올라오지 못할 정도로 긴박할 때는 인근 응급실로 직행했다. 김 씨는 약물치료가 한계에 왔음을 직감했다. 조 교수 또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심장 말기 상황이 됐다는 신호”라고 했다. 조 교수는 심장 이식이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판단했다. 심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심장이 멈추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제세동기를 삽입했다. 이것은 컴퓨터 역할을 하는 장치다. 심정지 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작동한다. 조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응급 처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심장 기능은 더 악화했다. 숨이 차고 배 위쪽이 불편한 증세가 수시로 나타났다. 2021년 들어서도 7월과 8월에 잇달아 응급실로 달려와야 했다. 심장 이식만 무한정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 교수는 인공심장(LVAD) 삽입 수술을 하기로 했다. 사실 인공심장 삽입 수술은 복잡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인공심장의 1대당 가격이 1억 원을 넘기 때문이다. 워낙 고가인 터라 이 수술이 꼭 필요한지, 정말로 시급한지 등을 인정받아야 건강보험 재정에서 95%를 지원한다. 8월 말 수술 허가가 떨어졌다. 수술은 잘 끝났다. 더불어 김 씨의 심장 이식 대기 순위도 올라갔다. 보통 인공심장을 삽입하면 앞으로는 더 시도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인정돼 이식 대기 순위가 올라간다. 현재 국내에서는 매년 170여 건의 심장 이식을 시행한다. 장기 이식 적합성, 면역 문제, 시급성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인공심장 수술 후 14개월 만에 심장 이식인공심장 삽입 수술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병원에서 뇌사자가 발생했다. 그의 심장이 김 씨에게 적합한 것으로 판정났다. 삼성서울병원 장기 적출팀이 심장을 공수하러 간 사이에 조 교수는 이식 수술을 준비했다. 장기가 도착하면 곧바로 이식하기 위해 김 씨의 가슴을 열고 기다렸다. 돌발 상황이 생겼다. 기증자의 심장이 갑자기 정지한 것이다. 조 교수는 다시 김 씨의 가슴을 닫아야 했다. 조 교수는 “의사 생활 하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마취에서 깨어난 김 씨도 실망한 눈치였다. 그래도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이식이 불발된 게 다행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기증자의 심장을 그대로 이식했을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결실로 이어졌다. 인공심장을 달고 14개월이 지났을 무렵, 마침내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무사히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김 씨는 새 심장을 얻었다. 회복 과정은 힘겨웠다. 초기에는 심한 섬망 증세가 나타났다. 김 씨는 “칼을 들고 누군가와 싸우는 환각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의료진은 김 씨를 꽁꽁 묶어야 했다. 그대로 두면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김 씨 자신까지 다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심장 이식 수술 후에 섬망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꽤 많다. 이는 두려움의 표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게 마지막 고비였다. 김 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고, 마침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심장병 진단을 받고 15년 만에 완치한 것이다. 면역억제제를 쓰느라 손발에 힘이 빠지고 떨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대체로 건강하다. 면역억제제 용량도 점점 줄이고 있어 이 부작용도 곧 사라질 거라고 조 교수는 말했다.●가족의 헌신-의료진 신뢰가 투병 비결김 씨는 “아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내 황옥주 씨(48)는 섬망 증세를 보이는 남편이 걱정돼 지하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에서 잠을 자며 병 수발을 했다. 김 씨는 의료진의 헌신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 씨는 “인공심장 삽입 수술을 받았을 무렵부터 의료진이나 주변 환자들 모두가 가족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같은 병을 가진 다른 환자들과의 소통도 큰 희망이 됐다. 조 교수는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500여 명인데,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요즘 김 씨는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자전거를 다시 타고 있다. 다만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1회 주행거리는 종전의 200km에서 30∼50km로 줄였다. 주행속도와 시간도 종전보다는 많이 줄어 3∼4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김 씨는 퇴원하기 전에 30개 정도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이 중 자전거 타기와 여행, 맛집에서 낮술 먹기 등 일부는 이미 이행했다. 아직 △넉넉히 책 읽기 △찻집에서 쌍화차 마시면서 수다 떨기는 시도하지 못했단다. 조 교수는 “김 씨의 이런 점을 다른 환자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긍정적 태도가 병을 떨치는 데 무척 중요하다는 것. 반대로 우울하거나 두려움이 강하면 결과도 좋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조 교수는 환자들에게 “수술이 끝나고 퇴원하면 무엇을 하며 삶을 즐길 것이냐를 생각하시라”고 권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충북에 사는 김용덕 씨(50)는 35세이던 2008년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다. 뱃속에 묵직한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처럼 답답해졌다. 이런저런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했다. 속을 뻥 뚫어준다고 광고하는 약을 사 먹고, 열심히 자전거도 탔다. 체했나 싶어 손가락도 따 봤다. 한의원에서 침도 맞았다. 하지만 증세는 개선되지 않았다. 김 씨는 인근 대학병원을 찾았다. 확장성심근병증 진단이 떨어졌다. 의사는 혈관확장제와 이뇨제를 처방했다. 김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병의 심각성을 미처 알지 못했다.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010년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심장 혈관을 확장하기 위한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다. 별 효과가 없었다.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김 씨는 고민 끝에 2011년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에게 수술을 받고 싶어서였다. ●소화불량 증세 후 심근병증 진단 김 씨가 진단받은 확장성심근병증은 심부전의 일종이다. 심부전은 심장에 문제가 생겨 각 조직으로 제대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병이다. 심장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면 심근병증(심근증)으로 진단한다. 확장성심근병증은 그중에서도 심장이 늘어나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의 급성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졌기에 발목부종도 생기고 피로감도 심해진다. 김 씨는 소화불량과 급체 증세를 느꼈다. 조 교수는 “이 또한 흔한 증세 중 하나”라고 했다. 소화를 잘 해내려면 장에 많은 혈액이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이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소화불량이나 급체, 더부룩한 증세가 나타나는 게 이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다만 이 증세만으로 심부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약물치료를 계속했다. 지금은 퇴임한 전은석·박표원 순환기내과 교수들이 담당했다. 다행히 이후 7년 동안 증세는 더 악화하지 않았다. 김 씨는 “약이 내 몸에 잘 맞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약물치료만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고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발병 11년 만에 심장 말기 상황 맞아 2019년부터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2019년에만 6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달려갔고, 입원도 1회 했다. 2020년에도 2회 입원했다. 서울까지 올라오지 못할 정도로 긴박할 때는 인근 응급실로 직행했다. 김 씨는 약물치료가 한계에 왔음을 직감했다. 조 교수 또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심장 말기 상황이 됐다는 신호”라고 했다. 조 교수는 심장 이식이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판단했다. 심장 이식 대기자에 명단을 올렸다. 이어 심장이 멈추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제세동기를 삽입했다. 이것은 컴퓨터 역할을 하는 장치다. 심정지 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작동한다. 조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응급 처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심장 기능은 더 악화했다. 숨이 차고 배 위쪽이 불편한 증세가 수시로 나타났다. 2021년 들어서도 7월과 8월에 잇달아 응급실로 달려와야 했다. 심장 이식만 무한정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 교수는 인공심장(LVAD) 삽입 수술을 하기로 했다. 사실 인공심장 삽입 수술은 복잡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인공심장의 1대당 가격이 1억 원을 넘기 때문이다. 워낙 고가인 터라 이 수술이 꼭 필요한지, 정말로 시급한지 등을 인정받아야 건강보험 재정에서 95%를 지원한다. 8월 말 수술 허가가 떨어졌다. 수술은 잘 끝났다. 더불어 김 씨의 심장 이식 대기 순위도 올라갔다. 보통 인공심장을 삽입하면 앞으로는 더 시도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인정돼 이식 대기 순위가 올라간다. 현재 국내에서는 매년 170여 건의 심장 이식을 시행한다. 장기 이식 적합성, 면역 문제, 시급성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인공심장 수술 후 14개월 만에 심장 이식 인공심장 삽입 수술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병원에서 뇌사자가 발생했다. 그의 심장이 김 씨에게 적합한 것으로 판정났다. 삼성서울병원 장기 적출팀이 심장을 공수하러 간 사이에 조 교수는 이식 수술을 준비했다. 장기가 도착하면 곧바로 이식하기 위해 김 씨의 가슴을 열고 기다렸다. 돌발 상황이 생겼다. 기증자의 심장이 갑자기 정지한 것이다. 조 교수는 다시 김 씨의 가슴을 닫아야 했다. 조 교수는 “의사 생활하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마취에서 깨어난 김 씨도 실망한 눈치였다. 그래도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이식이 불발된 게 다행이었다. 건강하지 않은 기증자의 심장을 그대로 이식했을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기 때문. 기다림은 결실로 이어졌다. 인공심장을 달고 14개월이 지났을 무렵, 마침내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무사히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김 씨는 새 심장을 얻었다. 회복 과정은 힘겨웠다. 초기에는 심한 섬망 증세가 나타났다. 김 씨는 “칼을 들고 누군가와 싸우는 환각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의료진은 김 씨를 꽁꽁 묶어야 했다. 그대로 두면 주변 사람은 물론 김 씨 자신까지 다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심장 이식 수술 후에 섬망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꽤 많다. 이는 두려움의 표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게 마지막 고비였다. 김 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고, 마침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심장병 진단을 받고 15년 만에 완치한 것이다. 면역억제제를 쓰느라 손발에 힘이 빠지고 떨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대체로 건강하다. 면역억제제 용량도 점점 줄이고 있어. 이 부작용도 곧 사라질 거라고 조 교수는 말했다. ●가족의 헌신-의료진 신뢰가 투병 비결 김 씨는 “아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내 황옥주 씨(48)는 섬망 증세를 보이는 남편이 걱정돼 지하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에서 잠을 자며 병 뒷바라지를 했다. 김 씨는 의료진의 헌신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 씨는 “인공심장 삽입 수술을 받았을 무렵부터 의료진이나 환자들 모두가 가족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또 같은 병을 가진 다른 환자들과의 소통도 큰 희망이 됐다. 조 교수는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500여 명인데,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요즘 김 씨는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자전거를 다시 타고 있다. 다만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1회 주행거리는 종전의 200㎞까지 30~50㎞로 줄였다. 주행시간도 종전보다는 많이 줄어 3~4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김 씨는 퇴원하기 전에 30개 정도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이 중 자전거 타기와 여행, 맛집에서 낮술 먹기 등 일부는 이미 이행했다. 아직 △넉넉히 책 읽기 △찻집에서 쌍화차 마시면서 수다 떨기는 시도하지 못했단다. 조 교수는 “김 씨의 이런 점을 다른 환자들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긍정적 태도가 병을 떨치는데 무척 중요하다는 것. 반대로 우울하거나 두려움이 강하면 결과도 좋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조 교수 또한 환자들에게 “수술이 끝나고 퇴원하면 무엇을 하며 삶을 즐길 것이냐를 생각하시라”고 권한다. 김용덕 씨 심장이식까지의 투병일지2008년 -소화불량과 급체 증세 나타나 충북의 A 대학병원 방문 -확장성심근병증 진단. 약물치료 시작2010년 -서울의 B대학병원으로 전원. 스텐트 시술받아 -약물치료는 계속 받음2011년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 약물치료 재개 -이후 7년 동안 증세가 크게 악화하지 않음.2019년 -심장병 증세 악화. 6회 응급실행, 1회 입원2020년 -2회 입원. 심장 말기 상황. 심장 이식 대기 명단 올림 -비상상황 대비해 제세동기 삽입2021년 -인공심장(LVAD) 삽입 수술 시행2022년 -첫 번째 심장 이식은 기증자의 심장 정지로 실패 -11월, 두 번째 심장 이식에 성공. 15년 만의 완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일일까. 단순한 노화 현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다. 명백한 질병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 근력,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근감소증에 해당된다.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처음 질병으로 인정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질병 코드가 부여됐다. 근감소증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이나 척추 협착증과 같은 퇴행성 질환의 영향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60세 이후 국내 근감소증 유병률은 남자 21.6%, 여자 30.7%다. 약 3명 중 1명꼴로 근감소증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김성환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노인 근감소증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인일수록 걷기가 힘들 만큼 일상생활이 어렵고, 낙상 골절도 자주 발생하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사망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근감소증-근력 상태 자가진단하기 근감소증은 노인만의 질병이 아니다. 국내 40,50대에서 근감소증 유병률은 남자 13.0%, 여자 21.7%다. 남자는 열 명 중 한 명 이상, 여자는 열 명 중 2명 이상이 근감소증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근감소증 자가진단을 해 보자. 김 교수는 △1초당 1m의 속도로 연이어 6m 이상 걸을 수 있는지 △12초 동안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나기를 5회 반복할 수 있는지 △(악력기가 있다면) 남자 28㎏, 여자 18㎏의 손아귀 힘을 낼 수 있는지를 측정하라고 했다. 기준치를 넘기지 못하면 근감소증이 거의 확실하다. 이 세 가지 검사에서 합격점을 받았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김 교수는 추가로 두 가지 검사를 더 제시했다. △벽에 등을 대고 무릎을 굽힌 채 10초 이상 스쾃 자세 취하기 △벽에 손을 짚고 선 채로 발뒤꿈치를 들고 10초 이상 버티기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근감소증이 우려된다. 이 검사를 자신의 근력 상태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간단한 다섯 가지 운동 동작으로 판단할 수 있다. △벽에 등대고 20회 이상 스쾃 △서서 발뒤꿈치 들기 10초씩 20~30회 △30초 이상 플랭크 자세 유지하기 △20회 이상 팔굽혀펴기 △30회 이상 윗몸일으키기 중에서 어느 한 동작이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근육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근육이 건강하다면 가능한 운동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김 교수는 “팔굽혀펴기 30회, 윗몸일으키기 50회, 플랭크 1분 이상을 할 수 있다면 근육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근감소증 우려되면 운동강도 높여야 걷기는 건강 증진에 가장 좋은 운동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근감소증이 우려되는 사람에게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산책하는 수준의 운동 강도로는 근육이 커질 수 없기 때문이다. 빨리 걸으면 도움이 될까. 김 교수는 “그 경우에도 근육에 부하가 걸리지 않기 때문에 근력을 키우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걷기를 택하겠다면 계단 오르기가 좋다. 하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동행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계단 오르기 원리를 이용한 운동 기구인 스테퍼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주일에 4일 이상 15~20분씩 스테퍼 위를 걸어주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물속에서 걷는 아쿠아로빅도 괜찮다. 이 경우 30분 이상 연속적으로 운동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자전거 타기를 권했다. 야외에서 자전거를 탄다면 야트막한 오르막을 반드시 올라야 한다. 이런 식으로 1주일에 4일 이상 20~30분씩 자전거를 타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근감소증이 심한 노인들은 야외 자전거가 위험할 수 있어 실내 자전거로 대체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페달이 빡빡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스쾃 또한 근력을 키우기에 좋다. 벽에 등을 대고 하더라도 노인이나 근감소증 환자들은 5회도 어려울 수 있다. 이를 서서히 10회까지 늘리도록 한다. 스쾃이 어렵다면 누워서 한 발 들기를 해도 좋다. 다리를 들고 10초 버티는 동작을 10회까지 하면 된다. 일주일에 4,5일은 해 주는 게 좋다. 이와 함께 서서 발뒤꿈치 드는 운동도 병행한다. 김 교수는 “6개월 정도면 근감소증이 꽤 개선된다. 반면 이 정도의 강도도 유지하지 못하면 관절도 굳고 근감소증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 3회 세트가 효과적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충분히 근력 운동을 해 줘야 한다. 다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처음에는 헬스클럽에서 전문 트레이너에게 근력 운동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것을 권했다. 특히 장비 사용법은 제대로 알아둬야 한다. 여러 장비에 골고루 손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필요한 장비를 골라 집중적으로 하는 게 좋다. 어떤 장비든 10~15회를 하고 나면 더 들지 못할 정도의 무게로 운동해야 한다. 이 무게로 10~15회를 한 뒤 쉬었다가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3세트를 채우는 게 가장 좋다. 김 교수는 “무턱대고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다. 휴식 시간에 근육에 영양이 공급되며 노폐물이 빠지기 때문에 중간에 반드시 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무밴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의자 다리와 발목에 밴드를 묶은 뒤 발을 들어 올리면 종아리 근육 강화에 좋다. 문고리에 밴드를 걸거나 발끝으로 밟은 뒤 팔로 잡아당기거나 끌어올리면 어깨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경우 팔을 지나치게 들어 올리면 어깨 관절이 손상될 수 있다. 지면과 수평이 되는 정도까지만 들어올리자. 자전거 타기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일주일에 4일 이상 20~30분을 타면 좋다. 다만 운동 강도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20분 동안 자전거를 탔을 때 허벅지가 뻐근한 느낌이 들 정도의 강도가 좋다. 김 교수는 “긴 시간을 낮은 속도로 타면 근지구력이 좋아지겠지만 근력이 약한 상태라면 먼저 근력을 올리고, 이후에 근지구력을 올리는 방향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한 강도로 20분씩 자전거를 타다가 점차 시간을 늘리라는 뜻이다. ● 단백질, 충분하게 섭취해야 근력 강화 근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체로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근력 약화의 주된 원인 중 한다. 체내에 흡수된 단백질이 인체의 근육 조직을 만드는 단백질(근육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근육도 커진다는 뜻이다. 효과적으로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김 교수는 “한 끼에 몰아서 먹기보다는 세 끼에 나눠 먹는 게 좋다”고 했다. 똑같은 양이라도 여러 번 나눠 먹을 때 근육 단백질이 더 많이 합성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끼니마다 25~30g의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권했다. 보통 우유 800~1000mL, 콩 250~300g, 육류 100~200g 내외에 각각 25~30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김 교수는 “닭가슴살 한 조각만이라도 꾸준히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음식섭취가 어렵다면 단백질 보충제, 그중에서도 아미노산 보충제라도 먹을 것을 김 교수는 권했다. 여러 임상시험 결과 일반 단백질 보충제보다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 보충제를 먹었을 때 근육 단백질 합성도 더 촉진되고 근감소증 개선 효과가 더 컸다는 것. 보충제는 운동을 병행할 때 근감소증 개선 효과가 더 크다. 또한 운동하고 난 직후에 먹는 게 좋다. 이와 함께 근육 합성에 방해가 되는 담배와 술은 멀리 해야 한다. 김 교수는 담배는 당장 끊고 술은 절주할 것을 권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경기 구리에서 축산업을 하는 정영필 씨(61)는 50대가 될 때까지만 해도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무엇을 먹든 잘 소화해 냈고, 아침마다 화장실에도 꼬박꼬박 갔다.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2012년 하반기에 갑자기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났다. 먹는 것도 시원찮았다. 체중도 3개월 사이에 7kg이 빠졌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그해 7월, 평생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동네병원 의사는 위암이라고 했다. 정 씨는 “하늘이 노랗게 변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정말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 16cm 초대형 위암 3기 말 진단급히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겼다. 검사 결과 위암 3기 말, 혹은 4기로 추정됐다. 종양의 크기는 16cm로, 의료진마저 깜짝 놀랄 정도로 컸다. 암 덩어리는 위장의 70% 정도를 덮었으며 주변 장기인 간, 췌장, 횡격막, 식도까지 침범한 상태였다. 그나마 전이가 되지 않은 점은 다행이었다. 다만 왼쪽 콩팥 위쪽의 부신에서 암의 전이가 의심됐다. 추가로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를 진행했고, 전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정 씨는 최종적으로 진행성 위암 3기 말로 진단됐다.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해 종양을 줄인 후 수술할 것이냐, 곧바로 수술을 시행할 것이냐를 놓고 의료진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김범수 위장관외과 교수는 수술이 옳다 여겼다. 암 덩어리가 크지만 흩어져 있지 않아 뿌리째 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암치료를 먼저 하면 종양이 여러 덩이로 쪼개질 수도 있고, 그때는 통째로 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수술이 100%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절제해야 할 장기들이 너무 많았다. 수술 시간도 꽤 길어질 것이고, 환자의 체력이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수술 후 장기 절제 합병증 우려도 컸다. 그래도 수술이 최선이었다. 김 교수는 정 씨에게 수술 과정과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씨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극도로 어려운 수술인데도 해 준다는 게 오히려 감사했다”고 말했다. ● 수술 후 1년 만에 암 전이2012년 8월, 정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위암의 경우 대체로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한다. 하지만 정 씨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종양이 워낙 큰 데다 주변 장기까지 침투해 있었기에 직접 배를 열어야 했다. 수술은 김 교수가 집도했다. 위는 통째로 들어냈다. 간, 췌장, 비장, 왼쪽 부신, 식도의 일부까지 절제했다. 이런 수술의 경우 보통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실력파로 소문이 나 있는 김 교수도 3시간 정도 걸렸다. 김 교수는 “지금껏 했던 모든 수술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정 씨는 약 40일 동안 입원했다. 회복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퇴원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난 10월 말, 정 씨는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류민희 종양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류 교수는 1년 일정으로 항암치료를 한 뒤 이후 3개월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경과를 확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약 5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정 씨는 6차 항암치료를 끝냈다. 결과를 보기 위해 2013년 4월 CT 검사를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제거한 부신 부위, 대동맥과 왼쪽 콩팥 사이에서 혹이 발견된 것이다. 혹의 크기는 7mm 정도. 너무 작아서 아직 암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경과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 7월에 다시 CT 검사를 했다. 혹은 21mm로 커져 있었다. 류 교수는 위장이 아닌 다른 장기가 있던 부위에 암이 발생했기에 전이된 것으로 판단했다. 진행성 위암에서 전이성 위암으로 병명이 바뀐 것. 다행히 전이된 다른 부위는 없었다. 전이성 위암의 경우 다시 배를 여는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영상장비를 통해 암의 재발과 전이를 확인하면 방사선-항암치료를 하는 게 표준 치료법이다. 암과의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됐다.● 수술 5년 만에 암 완전히 사라져먼저 집중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5주 동안 주말 이틀을 빼고 매일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종양은 절반 크기로 작아졌다. 다른 부위로 추가 전이된 것 같지도 않았다. 류 교수는 암이 어느 정도 조절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추가 조치 없이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다행히 3개월, 6개월이 지나도 종양은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4월 검사에서 종양이 다시 약간 커진 게 확인됐다. 종양이 다시 자라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은 현실이 돼 버렸다. 5월 다시 검사해 보니 또 커졌다. 류 교수는 항암제 내성 등을 우려해 다른 항암제로 바꿔 이틀씩 2주 간격으로 12주 동안 항암치료를 했다. 이후 종양은 성장을 멈췄다. 2014년 12월, 류 교수는 다시 항암제를 바꿨다. 종전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은 면역항암제였다. 이 면역항암제를 2주 주기로 장기간 투여했다.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2017년 7월, CT 검사에서 암 덩어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류 교수는 완치를 확신했다. 하지만 혹시 암이 남아 있을지 몰라 항암치료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2020년 3월, 류 교수는 항암치료를 끝냈다. 미세한 암도 보이지 않고 전이 확률도 낮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아직 완치는 아니다. 완치 판정은 항암치료를 끝내고 5년이 지나는 2025년 3월 내린다. 정 씨는 3개월, 6개월 주기로 검사를 하고 있다.● 강한 투병 의지가 완치 원동력정 씨는 11년째 암과 싸우고 있다. 여러 장기를 절제하는 힘겨운 수술을 이겨냈다. 암이 다시 생겨났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집중 방사선치료는 물론 6년 넘게 항암치료를 견뎌냈다. 그 결과 완치를 앞두고 있다. 성공적인 투병은 정 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1년 동안 정 씨는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의료진을 전폭적으로 믿었다. 김 교수와 류 교수도 “정 씨의 투병 의지가 상당히 강했기에 좋은 결과를 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정 씨는 11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과 담을 쌓았었다. 암 수술이 끝나고 난 후부터는 매일 한 시간씩 걸었다. 이 걷기 운동은 정 씨의 건강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환자들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힘들어한다. 정 씨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식사를 반드시 챙겨 먹었다. 정 씨는 “뭐든지 먹으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치료가 수월했다”며 웃었다. 위장이 없으니 음식을 먹기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 숟가락을 넘기는 것도 힘들었다. 위장을 절제한 대부분의 환자는 3개월 동안 미음을 먹다가 이후 반 그릇으로 늘리며, 1년 후에야 3분의 2그릇까지 늘린다. 정 씨는 이 용량도 일찍 늘렸다. 지금은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물론 오랜 치료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간이 구역질 증세가 나타난다. 손과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모두 항암제 부작용이다. 정 씨는 이 또한 웃어넘긴다. 게다가 수술 후에 사용하는 항암제의 용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부작용이 덜한 편이다. 김 교수는 “정 씨는 성공적인 케이스”라면서도 “더 좋은 방법은 미리 대처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강검진을 빠뜨리지 말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조기 진단만 되면 수술이 수월하기에 암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2년에 한 번은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류 교수는 과학적 치료를 믿을 것을 환자들에게 당부했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요법 혹은 민간요법을 따르는 환자들이 간혹 있는데,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 정 씨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 씨는 “의사를 믿고 따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게 치료에 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경기 구리에서 축산업을 하는 정영필 씨(61)는 50대가 될 때까지만 해도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무엇을 먹든 잘 소화해 냈고, 아침마다 화장실에도 꼬박꼬박 갔다.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2012년 하반기에 갑자기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났다. 먹는 것도 시원찮았다. 체중도 3개월 사이에 7㎏이 빠졌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그해 7월, 평생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동네병원 의사는 위암이라고 했다. 정 씨는 ”하늘이 노랗게 변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정말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16㎝ 초대형 위암 3기 말 진단 급히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겼다. 검사 결과 위암 3기 말, 혹은 4기로 추정됐다. 암의 크기는 16㎝로, 의료진마저 깜짝 놀랄 정도로 컸다. 암 덩어리는 위장의 70% 정도를 덮었으며 주변 장기인 간, 췌장, 횡격막, 식도까지 침범한 상태였다. 그나마 전이가 되지 않은 점은 다행이었다. 다만 왼쪽 콩팥 위쪽의 부신에서 암의 전이가 의심됐다. 추가로 PET CT(양전자방출단층) 검사를 진행했고, 전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정 씨는 최종적으로 진행성 위암 3기 말로 진단됐다.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해 종양을 줄인 후 수술할 것이냐, 곧바로 수술을 시행할 것이냐를 놓고 의료진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김범수 위장관외과 교수는 수술이 옳다 여겼다. 암 덩어리가 크지만 흩어져 있지 않아 뿌리째 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암치료를 먼저 하면 암이 여러 덩이로 쪼개질 수도 있고, 그때는 통째로 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수술이 100%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절제해야 할 장기들이 너무 많았다. 수술 시간도 꽤 길어질 것이고, 환자의 체력이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수술 후 장기 절제 합병증 우려도 컸다. 그래도 수술이 최선이었다. 김 교수는 정 씨에게 수술 과정과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씨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극도로 어려운 수술인데도 해 준다는 게 오히려 감사했다”고 말했다. ●수술 후 1년 만에 암 전이 2012년 8월, 정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위암의 경우 대체로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한다. 하지만 정 씨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암이 워낙 큰 데다 주변 장기까지 침투해 있었기에 직접 배를 열어야 했다. 수술은 김 교수가 집도했다. 위는 통째로 들어냈다. 간, 췌장, 비장, 왼쪽 부신, 식도의 일부까지 절제했다. 이런 수술의 경우 보통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실력파로 소문이 나 있는 김 교수도 3시간 정도 걸렸다. 김 교수는 “지금껏 했던 모든 수술 중 세 번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정 씨는 약 40일 동안 입원했다. 회복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퇴원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난 10월 말, 정 씨는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류민희 종양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류 교수는 1년 일정으로 항암치료를 한 뒤 이후 3개월마다 컴퓨터단층(CT)검사를 통해 경과를 확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약 5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정 씨는 6차 항암치료를 끝냈다. 결과를 보기 위해 2013년 4월 CT 검사를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제거한 부신 부위, 대동맥과 왼쪽 콩팥 사이에서 혹이 발견된 것이다. 혹의 크기는 7㎜ 정도. 너무 작아서 아직 암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경과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 7월에 다시 CT 검사를 했다. 혹은 21㎜로 커져 있었다. 류 교수는 위장이 아닌 다른 장기가 있던 부위에 암이 발생했기에 전이된 것으로 판단했다. 진행성 위암에서 전이성 위암으로 병명이 바뀐 것. 다행히 전이된 다른 부위는 없었다. 전이성 위암의 경우 다시 배를 여는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영상 장비를 통해 암의 재발과 전이를 확인하면 방사선-항암치료를 하는 게 표준 치료법이다. 암과의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됐다. ●수술 5년 만에 암 완전히 사라져 먼저 집중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5주 동안 주말 이틀을 빼고 매일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암은 절반 크기로 작아졌다. 다른 부위로 추가 전이된 것 같지도 않았다. 류 교수는 암이 어느 정도 조절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추가 조치 없이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다행히 3개월, 6개월이 지나도 암은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4월 검사에서 암이 다시 약간 커진 게 확인됐다. 암이 다시 자라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은 현실이 돼 버렸다. 5월 다시 검사해 보니 암은 또 커졌다. 류 교수는 항암제 내성 등을 우려해 다른 항암제로 바꿔 이틀씩 2주 간격으로 12주 동안 항암치료를 했다. 이후 암은 성장을 멈췄다. 2014년 12월, 류 교수는 다시 항암제를 바꿨다. 종전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은 면역항암제였다. 이 면역항암제를 2주 주기로 장기간 투여했다.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2017년 7월, CT 검사에서 암 덩어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류 교수는 완치를 확신했다. 하지만 혹시 암이 남아있을지 몰라 항암치료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2020년 3월, 류 교수는 항암치료를 끝냈다. 미세한 암도 보이지 않고 전이 확률도 낮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아직 완치는 아니다. 완치 판정은 항암치료를 끝내고 5년이 지나는 2025년 3월 내린다. 정 씨는 3개월, 6개월 주기로 검사를 하고 있다. ●강한 투병 의지가 완치 원동력 정 씨는 11년째 암과 싸우고 있다. 여러 장기를 절제하는 힘겨운 수술을 이겨냈다. 암이 다시 생겨났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집중 방사선치료는 물론 6년 넘게 항암치료를 견뎌냈다. 그 결과 완치를 앞두고 있다. 성공적인 투병은 정 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1년 동안 정 씨는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의료진을 전폭적으로 믿었다. 김 교수와 류 교수도 “정 씨의 투병 의지가 상당히 강했기에 좋은 결과를 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정 씨는 11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과 담을 쌓았었다. 암 수술이 끝나고 난 후부터는 매일 한 시간씩 걸었다. 이 걷기 운동은 정 씨의 건강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환자들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힘들어한다. 정 씨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식사를 반드시 챙겨 먹었다. 정 씨는 “뭐든지 먹으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치료가 수월했다”며 웃었다. 위장이 없으니 음식을 먹기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 숟가락을 넘기는 것도 힘들었다. 위장을 절제한 대부분 환자는 3개월 동안 미음을 먹다가 이후 반 그릇으로 늘리며, 1년 후에야 3분의 2그릇까지 늘린다. 정 씨는 이 용량도 일찍 늘렸다. 지금은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물론 오랜 치료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간이 구역질 증세가 나타난다. 손과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모두 항암제 부작용이다. 정 씨는 이 또한 웃어넘긴다. 게다가 수술 후에 사용하는 항암제의 용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부작용이 덜한 편이다. 김 교수는 “정 씨는 성공적인 케이스”라면서도 “더 좋은 방법은 미리 대처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강검진을 빠뜨리지 말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조기 진단만 되면 수술이 수월하기에 암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2년에 한 번은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류 교수는 과학적 치료를 믿을 것을 환자들에게 당부했다.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요법 혹은 민간요법을 따르는 환자들이 간혹 있는데,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 정 씨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 씨는 “의사를 믿고 따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게 치료에 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필 씨의 투병일지2012년 -7월, 소화불량-체중감소 증세, 동네 병원 건강검진에서 위암 발견 -8월, 서울아산병원 전원 후 진행성 위암 3기 말 판정. -8월 말, 위 전체, 간 췌장 비장 부신 식도 부분 절제 수술 시행. -10월 말, 항암치료 시작2013년 -4월, 6차 항암치료 후 부신 부위에 7㎜ 크기 혹 발견 -7월, 암 재발 확인, 전이성 위암으로 전환. -7~8월, 집중 방사선 치료 진행. 종양 절반으로 축소.2014년 -4월. 종양이 다시 커지기 시작함. -5~11월, 2주 간격으로 12회 항암치료. 종양 성장 멈춤. -12월, 면역항암제로 전환, 2주 주기로 치료. 2017년 -7월, CT 검사에서 종양 완전히 소멸 확인. 2020년 -3월, 항암치료 종료. 현재까지 추적 관찰 중.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40대 초반의 A 씨는 올 3월 딸과 함께 쉼터에 입소했다. 남편은 10여 년 동안 A 씨를 폭행했다. 보다 못 한 딸이 A 씨에게 도망가라고 했지만 혼자 그럴 수는 없었다. A 씨는 용기를 내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남편을 신고했다. 이후 1366을 통해 딸과 함께 해당 쉼터에 입소했다. A 씨는 자신의 몸에 남은 폭력의 흔적보다 아빠의 폭력을 수차례 목격했던 딸의 트라우마가 더 걱정이다. A 씨의 딸은 성인 남자만 봐도 숨는 버릇이 생겼다. 이런 사례가 적잖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녀의 65.5%가 폭력 현장을 목격한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은 우울하거나 공격성을 띠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어려워할 수 있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은 대부분 피해 여성과 함께 보호시설에 입소한다. 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등의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은 2016년부터 가정폭력 피해아동 가정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약 17억 원을 투입해 1419명의 피해자를 도왔다. 올해에는 2억 원을 투입해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와 함께 66개 쉼터에 입소한 가정폭력 피해아동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곽혜전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NGO의 지원으로 피해자의 자녀들에게 미술치료나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는 등 트라우마 치료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은 “가정폭력 노출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가정폭력 피해아동 가정 자립지원 사업 성과연구 및 정책 포럼’도 열었다. 이 포럼의 영향은 컸다. 여가부 주도로 1366 여성긴급전화를 아동학대 신고의무기관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률 개정 움직임이 감지됐다. 경찰청은 가정폭력 신고 현장에서 아동학대 피해에 적극 대응하라고 강조하는 지침을 시도 경찰위원회에 내렸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아동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이를테면 가정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가 최대 10회로 제한돼 있어 더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가정폭력 노출 아동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여가부 예산 확대 및 관계 부처 협력 강화를 요구하는 등 그 아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올 3월 서울 성동구는 만 39세 이하의 탈모증 환자에게 치료비로 연간 20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 사업을 내놓고 있다. 탈모증 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용 치료’로 분류돼 있어서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난치병 지원을 더 늘려야 할 마당에 미용 치료비를 지원하는 건 ‘혈세 낭비’라는 것이다.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탈모증 환자의 고통은 작지 않다. 우울증에 대인 기피증까지 유발한다. 치료해야 할 질병이란 점은 확실하다. 현재 국내 탈모 환자는 수백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35만 명만이 지난해 탈모증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이 경제적 부담, 혹은 다른 이유로 인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증은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며 일찍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탈모증, 20대 초반부터 시작 탈모는 크게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증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이 원인인 남성형탈모증과 여성형탈모증으로 나눈다. 원형탈모증은 면역력이 가장 강한 20대와 3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 동그랗게 모발이 빠진다. 머리에 주로 생기지만 눈썹, 수염에도 발생한다.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할 수 있다. 100명 중 2명꼴로 평생 한 번은 겪는 질환이다. 뚜렷한 약이 없었는데 최근 치료 효과를 높인 글로벌 신약이 개발돼 국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보통 ‘탈모’라고 하면 남성형탈모증과 여성형탈모증이다. 전체 탈모증 환자의 80~90%가 이 유형이다. 남자는 먼저 앞머리가 M자 모양으로 빠진다. 이어 정수리 부위가 빠지고, 두 탈모 부위가 만나 대머리 형태가 된다. 여자는 이마 부위가 아닌 정수리 부위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DHT라는 호르몬이 탈모증을 유발한다. 서양에서는 50대가 될 때까지 남자의 50%, 여자의 25%가 이 탈모증을 겪는다. 한국은 남자가 25%, 여자가 12% 정도로, 서양의 절반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0대 이후 탈모증이 늘어나면서 서양과 비슷해진다. 70대가 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체 인구의 70%가 탈모증을 겪는다. 탈모증은 우성 유전 질환이다. 부모 중 한쪽만 탈모증이 있어도 자식에게 탈모증이 일어날 수 있다. 부모가 모두 탈모증이라면 자식의 탈모증이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되거나 진행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탈모는 사춘기가 시작되고 10년 정도 지난 시점에 발생한다. 최근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탈모의 시작 속도도 앞당겨졌다.●채소와 단백질 섭취, 탈모 막는다 탈모를 예방하려면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안토시아닌을 비롯해 채소에 들어있는 항산화 성분이 탈모를 막는 역할을 한다. 브로콜리, 콩, 깨, 토마토, 카레 등이 이런 음식에 해당한다. 다만 당도가 높은 과일은 식후 혈당을 급격하게 높여 탈모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적당히 먹도록 한다. 기름진 고지방 식품은 줄여야 한다. 과잉 섭취한 포화지방은 머리카락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모낭에 들러붙는다. 이로 인해 모낭의 기능이 약해지고 탈모증이 일어난다. 탄수화물도 줄이는 게 좋다. 탄수화물이 과하면 간에서 지방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 유행인 ‘맛있는 빵집 순례’가 탈모증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인 버터를 한꺼번에 많이 먹기 때문. 지나치게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도 좋지 않다. 머리카락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됐다. 단백질 섭취가 적으면 모발의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 음식을 충분히 먹지 않고 다이어트를 할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채식주의자들 중에 탈모가 많은 게 단백질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동 부족과 과체중이 탈모를 유발할 수도 있다. 과식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두피 관리도 필요하다. 30대까지만 해도 피지도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매일 2회 정도 머리를 감는다. 하지만 피부가 건조해지는 40대 이후에는 일주일에 4회꼴로 머리를 감고, 두피 보습제를 쓰는 게 탈모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다만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외출한 후에 반드시 머리를 감는다. 두피를 가볍게 두들기거나 마사지로 자극을 주는 것도 탈모 예방 효과가 있다. 이때 손톱으로 두피를 긁어서는 안 된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들기거나 끝이 뭉툭한 빗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빗질해주는 게 좋다. ●탈모 초기 증세 잘 살펴야 탈모가 시작됐다면 이른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 초기 증세를 잘 살펴야 한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색이 옅어졌다면 탈모증의 초기 증세일 가능성이 있다. 보통 탈모가 시작되면 모낭은 작아지고 피지선이 커진다. 따라서 피지가 더 많이 분비되고, 머리카락에는 더 많은 기름기가 느껴진다. 뻣뻣하던 머리카락이 최근 부드러워져 빗질이 쉬워졌다면 이 또한 탈모의 초기 증세일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머리 형태를 관찰하자. 남성형탈모증의 대표적 초기 증세인 M자형 탈모를 파악할 수 있다. 앞머리와 정수리, 뒷머리의 사진을 찍어놓고 모발의 굵기와 밀도도 비교하자. 앞머리와 정수리의 모발이 뒷머리의 모발보다 가늘고 밀도가 낮다면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고 해서 탈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매일 50~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더 많은 머리카락이 빠진다. 다만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면 탈모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도 비슷하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쌓였다고 해서 탈모는 아니다. 뜨거운 열에 머리카락이 부러진 것이다. ●잘 치료하면 6개월 후 모발 15% 증가 사람의 모발은 자라다가(성장기), 쉬기를(휴지기) 반복한다. 휴지기를 거친 머리카락은 모낭에서 빠져나가며, 그 자리에서 다시 모발이 자라난다. 정상적이라면 모발의 90%는 성장기, 나머지 10%는 휴지기에 있다. 휴지기일 때 모낭의 1% 정도에서 머리카락이 빠진다. 대체로 하루 50~100개다. 탈모가 진행되면 휴지기 비율이 20~30%로 늘어나면서 하루 최대 3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탈모 치료제로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두 종류가 있다. 미녹시딜 성분의 바르는 약은 모낭 주변 혈관을 넓히고 모낭을 직접 자극한다. 이를 통해 휴지기에서 성장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먹는 약은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DHT)을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는 원리다. 대체로 탈모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바르는 약을 쓴다. 탈모가 더 진행되면 먹는 약을 추가로 사용한다. 여자는 바르는 약 위주로 쓰다가 임신 가능성이 없는 중년 이후에는 먹는 약을 추가할 때가 많다. 음식이나 두피 마사지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없다. 이런 방법은 보조 요법으로 제한해야 하며 의사의 처방에 맞춰 제때 약을 먹거나 발라야 한다. 치료가 잘 되면 머리카락은 한 달에 1㎝ 정도 자란다. 피부를 뚫고 머리카락이 나오기까지는 2개월 정도 소요된다. 6개월 동안 꾸준히 약을 사용하면 환자의 90%에서 효과를 본다. 이 경우 머리카락 수가 최대 20%, 평균 15% 정도 늘어난다. 증세가 좋아졌다고 판단해 약을 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경우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 의사와 상담한 뒤 용량을 조절하는 게 현명하다. 권 교수는 “탈모 치료는 자신의 머리 위에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다. 꽃이 좀 자랐다고 물을 안 주면 말라버리지 않는가. 평생 관리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모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1. 담배 연기는 탈모를 유발한다. 금연하자.2. 과체중이면 탈모가 심해질 수 있다. 체중 유지 필요!3. 당뇨, 고지혈증, 신장 질환도 탈모를 심화시킨다. 대사질환을 조절하자.4.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5. 수면장애는 탈모를 촉진시킨다.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자.6. 모발과 두피를 늘 청결하게 관리하자.※ 자료 :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A 씨는 50대로 접어든 후부터 방귀 뀌는 횟수가 늘었다. 사무실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덜한 편인데, 집에만 있으면 거푸 방귀를 뀐다. 방귀 소리도 꽤 크다. 간혹 독한 냄새가 날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 다른 50대 남성 B 씨도 방귀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다. 방귀를 뀌는 횟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냄새가 더 독해졌다. 친구들의 타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장에 큰 병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두 사람은 병에 걸린 것일까. 한윤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에게 물었다. 한 교수는 “방귀는 대체로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면서도 “대장 질환의 전조 증세일 수는 있으니 동반 증세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A 씨는 질병이 아니지만 B 씨는 질병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입을 자주 벌려도 방귀 많이 생겨방귀가 생기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음식 소화 과정에서 장에서 만들어진 가스가 항문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소화 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는 음식일수록 장내 미생물의 발효 작용이 활발해져 더 많은 가스가 발생한다. 보통 ‘포드맵(FODMAP)’이라고 부르는 당류 식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포드맵은 발효당,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당알코올 등 식품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방귀가 지나치게 잦다면 가스를 덜 발생시키는 저(低)포드맵 식품을 먹는 것도 좋다. 바나나, 딸기, 오렌지, 토마토, 고구마, 감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유와 치즈는 고(高)포드맵 식품에 해당한다. 다만 유당을 제거한 우유나 고형 치즈는 저 포드맵 식품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는 가스를 많이 담고 있지만 방귀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트림을 통해 입으로 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둘째, 입으로 마신 공기가 대장을 거쳐 방귀로 배출된다. 코로 숨을 쉰다면 공기는 기도를 통해 폐로 가기 때문에 방귀를 유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말을 많이 하거나 △많이 웃거나 △껌을 많이 씹거나 △허겁지겁 음식을 먹을수록 몸 안에 가스가 더 차고, 방귀도 자주 나올 확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코골이가 심하거나 비염이 심하다면 잠을 잘 때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공기를 더 많이 들이마시게 되므로 방귀를 자주 뀔 수 있다. ● 방귀, 대장질환 전조 증세일 수도A 씨처럼 중년 이후에 방귀가 잦아졌다는 사람이 많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면 음식을 이동시키는 대장의 연동 기능이 떨어진다. 장 안으로 들어온 음식이 한 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미생물의 발효 작용도 활발해진다. 그 결과 가스가 더 많이 발생하고, 방귀를 자주 뀌게 되는 것이다. 방귀 소리가 크고 냄새가 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육류 단백질, 콩이나 청국장 같은 음식을 먹으면 방귀 냄새가 심하다. 반면 회와 같은 수산물의 경우 방귀 냄새가 독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방귀는 대체로 질병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방귀를 참는 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장 안에 많은 양의 가스가 차 있으면 장기적으로 장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스를 오래 참다 보면 괄약근의 기능까지 약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괄약근의 노화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방귀를 뀔 때 변이 조금씩 나오는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방귀를 참지 말고 어떻게든 해소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때로 방귀는 대장 질환에 걸렸다는 징후가 된다. 우선 냄새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고기를 많이 먹지도 않았고, 다른 음식 섭취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 방귀에서 고약한 냄새가 자주 난다면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방귀가 나오지 않는 것도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배 속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데 방귀가 안 나오고, 배변 횟수도 주 1회 정도로 떨어졌으며, 배가 심하게 불러온다면 ‘구불결장 염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은 장의 연동 기능이 극도로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소화가 안 된 음식이 이동하지 못하고 S자 모양의 결장에 쌓이는 바람에 그 부위가 주머니처럼 축 늘어지는 것이다. 여성은 40대와 50대에서, 남성은 60대와 70대에서 발생하는 편이다. ● 대변 상태 수시로 체크해야대변은 장 건강의 가장 중요한 지표다. 한 교수는 “방귀와 마찬가지로 대변 또한 냄새와 횟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2, 3일에 한 번꼴로 배변하거나 냄새가 나도 질병과의 연관 관계가 낮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대신 △변의 색깔 △형태 △잔변감 등 세 가지를 반드시 살필 것을 주문했다. 검거나 빨간 혈변이 자주 나온다면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혈변이라고 하면 빨간 변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출혈 부위가 항문의 깊은 안쪽이라면 혈변은 검은색을 띤다. 변이 가늘어지거나 툭툭 끊어질 때, 혹은 토끼 똥처럼 작은 덩어리 모양일 때도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변비가 있을 때도 장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변이 나올 수 있다. 한 교수는 “변비가 없는데도 이런 형태의 변이 1주일 이상 계속 나온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배변 후에도 찜찜한 느낌이 남아 있는 잔변감도 대장암의 징후일 수 있다. 암 덩어리가 커지면 변을 배출할 통로가 일부 막힌다. 때로는 배변 활동 자체가 힘겨워질 수도 있다. 암 덩어리가 클수록 잔변감도 커진다. 한 교수는 용변을 본 후 대변 상태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서도 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속 안 좋을 때 간헐적 단식 시도해볼 만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해외여행만 가면 변비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대장과 뇌 신경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교수는 “낯설거나 힘든 상황이 되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 여파로 대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자폐 증세가 있을 때 대변을 잘 보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시험, 업무 미팅 등 중요한 일이 임박하면 극심한 복통이 시작되는 사람들이 있다. 배를 움켜쥐다 급기야 화장실로 달려간다. 과민성장증후군인데, 스트레스 상황을 뇌가 인식했기 때문에 장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만약 평소에 장을 편안하게 해 주면 어떨까. 한 교수는 “뇌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그 결과 장도 편안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미생물을 늘리는 건강식품이 많이 출시됐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사람에 따라 효과는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는 유산균 식품을 먹으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이 좋지 않을 때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 장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 한 교수는 “단식 기간에는 먹은 음식이 없으니 장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저녁 식사까지만 하고 다음 날까지 14시간 동안을 금식할 것을 권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은 하루 혹은 이틀로만 끝낼 것을 당부했다. 한 교수는 “그 이후로도 속이 좋지 않다면 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의사를 찾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튼튼한 장을 만들려면 이 밖에도 △지방을 줄이고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고 △반드시 운동하되 과하지 않도록 하며 △절주하고 금연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A 씨는 50대로 접어든 후부터 방귀 뀌는 횟수가 늘었다. 사무실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덜 한편인데, 집에만 있으면 거푸 방귀를 뀐다. 방귀 소리도 꽤 크다. 간혹 독한 냄새가 날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 다른 50대 남성 B 씨도 방귀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다. 방귀를 뀌는 횟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냄새가 더 독해졌다. 친구들의 타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장에 큰 병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두 사람은 병에 걸린 것일까. 한윤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에게 물었다. 한 교수는 “방귀는 대체로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면서도 “대장 질환의 전조 증세일 수는 있으니 동반 증세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A 씨는 질병이 아니지만 B 씨는 질병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입을 자주 벌려도 방귀 많이 생겨 방귀가 생기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음식 소화 과정에서 장에서 만들어진 가스가 항문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소화 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는 음식일수록 장내 미생물의 발효 작용이 활발해져 더 많은 가스가 발생한다. 보통 ‘포드맵(FODMAP)’이라고 부르는 당류 식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포드맵은 발효당,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당알코올 등 식품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방귀가 지나치게 잦다면 가스를 덜 발생시키는 저(低) 포드맵 식품을 먹는 것도 좋다. 바나나, 딸기, 오렌지, 토마토, 고구마, 감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유와 치즈는 고(高) 포드맵 식품에 해당한다. 다만 유당을 제거한 우유나 고형 치즈는 저 포드맵 식품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는 가스를 많이 담고 있지만 방귀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트림을 통해 입으로 다시 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둘째, 입으로 마신 공기가 대장을 거쳐 방귀로 배출된다. 코로 숨을 쉰다면 공기는 기도를 통해 폐로 가기 때문에 방귀를 유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말을 많이 하거나 △많이 웃거나 △껌을 많이 씹거나 △허겁지겁 음식을 먹을수록 몸 안에 가스가 더 차고, 방귀도 자주 나올 확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코골이가 심하거나 비염이 심하다면 잠을 잘 때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가스를 더 많이 들이마시게 되므로 방귀를 자주 뀔 수 있다. ●방귀, 대장질환 전조 증세일수도 A 씨처럼 중년 이후에 방귀가 잦아졌다는 사람이 많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면 음식을 이동시키는 대장의 연동 기능이 떨어진다. 장 안으로 들어온 음식이 한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미생물의 발효 작용도 활발해진다. 그 결과 가스가 더 많이 발생하고, 방귀를 자주 뀌게 되는 것이다. 방귀 소리가 크고 냄새가 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육류 단백질, 콩이나 청국장 같은 음식을 먹으면 방귀 냄새가 심하다. 반면 회와 같은 수산물의 경우 방귀 냄새가 독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방귀는 대체로 질병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방귀를 참는 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장 안에 많은 양의 가스가 차 있으면 장기적으로 장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스를 오래 참다 보면 괄약근의 기능까지 약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괄약근의 노화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방귀를 뀔 때 변이 조금씩 나오는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방귀를 참지 말고 어떻게든 해소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때로 방귀는 대장 질환에 걸렸다는 징후가 된다. 우선 냄새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고기를 많이 먹지도 않았고, 다른 음식 섭취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 방귀에서 고약한 냄새가 자주 난다면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방귀가 나오지 않는 것도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배 속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데 방귀가 안 나오고, 배변 횟수도 주 1회 정도로 떨어졌으며, 배가 심하게 불러온다면 ‘구불결장 염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은 장의 연동 기능이 극도로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소화가 안 된 음식이 이동하지 못하고 S자 모양의 결장에 쌓이는 바람에 그 부위가 주머니처럼 축 늘어지는 것이다. 여성은 40대와 50대에서, 남성은 60대와 70대에서 발생하는 편이다. ●대변 상태 수시로 체크해야 대변은 장 건강의 가장 중요한 지표다. 한 교수는 “방귀와 마찬가지로 대변 또한 냄새와 횟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2,3일에 한 번꼴로 배변하거나 냄새가 나도 질병과의 연관 관계가 낮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대신 △변의 색깔 △형태 △잔변감 등 세 가지를 반드시 살필 것을 주문했다. 검거나 빨간 혈변이 자주 나온다면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혈변이라고 하면 빨간 변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출혈 부위가 항문의 깊은 안쪽이라면 혈변은 검은색을 띤다. 변이 가늘어지거나 툭툭 끊어질 때, 혹은 토끼 똥처럼 작은 덩어리 모양일 때도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변비가 있을 때도 장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변이 나올 수 있다. 한 교수는 “변비가 없는데도 이런 형태의 변이 1주일 이상 계속 나온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배변 후에도 찜찜한 느낌이 남아있는 잔변감도 대장암의 징후일 수 있다. 암 덩어리가 커지면 변을 배출할 통로가 일부 막힌다. 때로는 배변 활동 자체가 힘겨워질 수도 있다. 암 덩어리가 클수록 잔변감도 커진다. 한 교수는 용변을 본 후 대변 상태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서도 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튼튼한 장을 만들기 위한 생활 수칙1. 지방 함량을 줄이고, 육류를 먹되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다.2. 식사는 천천히 한다. 과식이나 폭식은 피한다. 3. 매일 1.5~2L의 물을 충분히 먹는다.4. 장 활동을 돕기 위해 유산균을 추가로 먹는다. 5. 반드시 운동한다. 단, 과도한 운동은 피한다. 7. 절주하고 금연한다.8.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한다.※자료 : 한윤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속 안 좋을 때 간헐적 단식 시도해 볼만 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해외여행만 가면 변비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대장과 뇌 신경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교수는 “낯설거나 힘든 상황이 되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 여파로 대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자폐 증세가 있을 때 대변을 잘 보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시험, 업무 미팅 등 중요한 일이 임박하면 극심한 복통이 시작되는 사람들이 있다. 배를 움켜쥐다 급기야 화장실로 달려간다. 과민성장증후군인데, 스트레스 상황을 뇌가 인식했기 때문에 장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만약 평소에 장을 편안하게 해 주면 어떨까. 한 교수는 “뇌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그 결과 장도 편안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미생물을 늘리는 건강식품이 많이 출시됐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사람에 따라 효과는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는 유산균 식품을 먹으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이 좋지 않을 때는 간헐적 단식을 하면 장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 한 교수는 “단식기간에는 먹은 음식이 없으니 장이 충분히 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저녁 식사까지만 하고 다음 날까지 14시간 동안을 금식할 것을 권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은 하루 혹은 이틀로만 끝낼 것을 당부했다. 한 교수는 “그 이후로도 속이 좋지 않다면 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의사를 찾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튼튼한 장을 만들려면 이밖에도 △지방을 줄이고 영양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고 △반드시 운동하되 과하지 않도록 하며 △절주하고 금연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