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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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4-03-20~2024-04-19
건강97%
여행3%
  • 수차례 수술에도 의료진 무한 신뢰… 긍정 마인드로 ‘작은 기적’[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노승덕 씨(74)는 1990년대까지 전북 군산에서 화공약품 유통업체를 운영했다. 한때 꽤나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7년 들이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폐업의 후유증은 컸다. 우선 사는 게 힘들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도 이혼해야 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래도 넋 놓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택시 회사에 취직했다. 매일 12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았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다반사였다. 퇴근하면 술로 공허한 마음을 달랬다. 지독한 변비가 생겼다. 그러려니 했다. 그 다음에는 복통이 뒤따랐다. 약을 사 먹으면 참을 만하다가 사흘 정도 지나면 버틸 수 없을 만큼 아팠다. 2014년 초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진료의뢰서를 써 주며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의사는 암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노 씨는 진료의뢰서에 적혀 있는 ‘cancer(암)’라는 단어를 똑똑히 봤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항암 치료 후 극적으로 수술 가능해져 노 씨는 2014년 3월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대장암이었다. 변비와 복통이 대장암의 증세였던 것이다. 암은 이미 간으로 전이돼 있었다. 게다가 간의 여러 부위에 넓게 퍼져 있었다. 흔히 말기라 부르는 4기 대장암이었다. 민병욱 대장항문외과 교수,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 최새별 간담췌외과 교수 등이 모여 치료법을 논의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먼저 항암 치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오 교수는 “항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 교수 또한 “솔직히 완치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았다”며 “작은 기적이라도 바라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노 씨가 낙담할까 봐 걱정이 컸다. 하지만 노 씨는 의외로 차분했다. 당시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노 씨는 “의료진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가 시작됐다. 2주마다 병원을 찾아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힘든 4개월이 흘렀다. 치료 성적표를 확인할 시간. 컴퓨터단층(CT) 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간으로 전이됐던 암 세포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수술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간의 60%를 절제할 경우 남은 간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그래도 최선의 방법이었다. 의료진은 간의 60%, 대장의 30%를 절제하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그해 8월 노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세 차례의 수술도 거뜬히 극복먼저 최 교수가 간 절제술을 시행했다. 최 교수는 “수술 전부터 출혈을 가장 우려해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를 오래하면 지방간염이 심해진다. 이 경우 수술 도중 출혈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우려는 현실이 돼 버렸다. 간을 절제한 부위에서 출혈이 시작됐고, 좀처럼 지혈이 되지 않았다. 지혈을 하느라 2시간이면 끝날 간 절제 수술이 5시간으로 길어졌다. 이어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차례였다. 하지만 수술을 더 진행하면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대장 수술은 시도하지도 못했다. 민 교수가 노 씨에게 수술 과정을 찬찬히 설명했다. 의료진으로서는 나중에 추가 수술을 해야 하기에 환자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 씨는 “알아서 최적의 판단을 한 것 아니냐”며 의료진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간 절제 수술 결과는 좋았다. 회복 속도도 빨랐다. 덕분에 3개월 만에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민 교수가 집도했고, 대장의 30% 정도를 잘라냈다. 이로써 암 세포가 있는 간과 대장 수술이 모두 끝났다. 수술이 잘됐으니 암에서 완전 해방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간에서 작은 암 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이때가 2016년 2월이었다. 마지막 수술도 잘 끝났다. 이어 10개월 동안 진행된 마지막 항암 치료도 무사히 끝났다. 이후 더 이상 암 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 수술을 시행하고 5년이 지난 2021년 2월 민 교수는 노 씨에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후 그는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년마다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환자의 긍정 마인드가 최고의 특효약민 교수와 오 교수는 “노 씨는 4기 대장암이라도 항암 치료와 수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사실 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들이 절망에 빠진다. 일단 이 점에서 노 씨는 확실히 달랐다. 민 교수는 “노 씨는 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항상 쾌활했고 에너지가 넘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 씨는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과정을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별로 힘든 게 없었는데…”라고 답했다. 세 번의 수술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그게 내 팔자라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그랬던 것”이라며 웃었다. 투병 기간 내내 노 씨는 최대한 음식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냉면을 먹어도 곱빼기로 먹었다. 소화가 잘 안되면 소화제를 먹었다. 민 교수는 “암 환자들이 잘 못 먹는 반면 노 씨는 외부에서 음식을 공수해서라도 먹었다”며 “그런 적극적인 투병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오히려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마지막 수술이 끝난 후 병실을 찾아온 어린 손녀의 입맞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이후로 더 살고 싶다는 바람이 한층 강렬해졌단다. 삶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컴퓨터를 배웠다. 어느덧 3년째. 이젠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도 한다. 다만 요즘 들어 만성 질환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당뇨병과 심장질환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제자리팔벌려뛰기를 틈틈이 한다. 날이 풀리면 야외 산책도 할 계획이란다. ●“대장암 투병 중에도 육류 먹어야”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는 음식이 종종 제한된다. 가령 익히지 않은 날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게다가 식욕도 떨어진다. 노 씨 또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95㎏이던 체중이 60㎏까지 빠졌다. 당시 노 씨가 가장 생각났던 음식 중 하나가 커피다. 요즘에는 매일 한두 잔을 꼭 마신다. 괜찮은 걸까. 민 교수는 “대장암 재발을 걱정하며 커피를 안 마실 필요는 없다. 여러 잔을 마시면 문제가 되겠지만 하루에 두 잔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적색 육류가 대장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민 교수는 “이 또한 잘못 알려진 상식”이라고 했다. 고기가 주식(主食)인 서양인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민 교수에 따르면 밥을 주로 먹는 한국인은 매주 1, 2회 고기를 먹어도 대장암 발병이나 재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걱정 때문에 고기를 기피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특히 수술 후 회복 단계에는 고기를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날음식도 대장암과는 무관하다. 민 교수는 “회를 먹고 싶은데 참는 환자들이 있다. 그럴 때면 넉넉히 먹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특정 음식을 피하기보다는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게 암에 맞서는 식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너무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가공육은 대장암뿐 아니라 다른 암도 유발할 수 있으니 가급적 적게 먹거나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술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대장암에서 해방됐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알코올 성분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괜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막걸리 또한 술이다. 노 씨 또한 한때는 매일 술을 먹는다 해서 ‘노상술’이란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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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비인 줄 알았는데 ‘대장암 말기’…완치 특효약은 ‘긍정 에너지’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노승덕 씨(74)는 1990년대까지 전북 군산에서 화공약품 유통업체를 운영했다. 한때 꽤나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7년 들이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폐업의 후유증은 컸다. 우선 사는 게 힘들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도 이혼해야 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래도 넋 놓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택시 회사에 취직했다. 매일 12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았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다반사였다. 퇴근하면 술로 공허한 마음을 달랬다. 지독한 변비가 생겼다. 그러려니 했다. 그 다음에는 복통이 뒤따랐다. 약을 사 먹으면 참을 만 하다가 사흘 정도 지나면 버틸 수 없을 만큼 아팠다. 2014년 초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진료의뢰서를 써 주며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의사는 암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노 씨는 진료의뢰서에 적혀 있는 ‘cancer(암)’라는 단어를 똑똑히 봤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항암 치료 후 극적으로 수술 가능해져 노 씨는 2014년 3월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대장암이었다. 변비와 복통이 대장암의 증세였던 것이다. 암은 이미 간으로 전이돼 있었다. 게다가 간의 여러 부위에 넓게 퍼져 있었다. 흔히 말기라 부르는 4기 대장암이었다. 민병욱 대장항문외과 교수,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 최새별 간담췌외과 교수 등이 모여 치료법을 논의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먼저 항암 치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오 교수는 “항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 교수 또한 “솔직히 완치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았다”며 “작은 기적이라도 바라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노 씨가 낙담할까 봐 걱정이 컸다. 하지만 노 씨는 의외로 차분했다. 당시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노 씨는 “의료진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가 시작됐다. 2주마다 병원을 찾아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힘든 4개월이 흘렀다. 치료 성적표를 확인할 시간. 컴퓨터단층(CT) 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간으로 전이됐던 암 세포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수술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간의 60%를 절제할 경우 남은 간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그래도 최선의 방법이었다. 의료진은 간의 60%, 대장의 30%를 절제하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그해 8월 노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세 차례의 수술도 거뜬히 극복 먼저 최 교수가 간 절제술을 시행했다. 최 교수는 “수술 전부터 출혈을 가장 우려해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를 오래하면 지방간염이 심해진다. 이 경우 수술 도중 출혈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우려는 현실이 돼 버렸다. 간을 절제한 부위에서 출혈이 시작됐고, 좀처럼 지혈이 되지 않았다. 지혈을 하느라 2시간이면 끝날 간 절제 수술이 5시간으로 길어졌다. 이어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차례였다. 하지만 수술을 더 진행하면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대장 수술은 시도하지도 못했다. 민 교수가 노 씨에게 수술 과정을 찬찬히 설명했다. 의료진으로서는 나중에 추가 수술을 해야 하기에 환자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 씨는 “알아서 최적의 판단을 한 것 아니냐”며 의료진에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간 절제 수술 결과는 좋았다. 회복 속도도 빨랐다. 덕분에 3개월 만에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민 교수가 집도했고, 대장의 30% 정도를 잘라냈다. 이로써 암 세포가 있는 간과 대장 수술이 모두 끝났다. 수술이 잘됐으니 암에서 완전 해방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간에서 작은 암 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이때가 2016년 2월이었다. 마지막 수술도 잘 끝났다. 이어 10개월 동안 진행된 마지막 항암 치료도 무사히 끝났다. 이후 더 이상 암 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 수술을 시행하고 5년이 지난 2021년 2월 민 교수는 노 씨에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후 그는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년마다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환자의 긍정 마인드가 최고의 특효약 민 교수와 오 교수는 “노 씨는 4기 대장암이라도 항암 치료와 수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사실 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들이 절망에 빠진다. 일단 이 점에서 노 씨는 확실히 달랐다. 민 교수는 “노 씨는 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항상 쾌활했고 에너지가 넘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 씨는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과정을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별로 힘든 게 없었는데…”라고 답했다. 세 번의 수술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그게 내 팔자라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그랬던 것”이라며 웃었다. 투병 기간 내내 노 씨는 최대한 음식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냉면을 먹어도 곱빼기로 먹었다. 소화가 잘 안 되면 소화제를 먹었다. 민 교수는 “암 환자들이 잘 못 먹는 반면 노 씨는 외부에서 음식을 공수해서라도 먹었다”며 “그런 적극적인 투병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오히려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마지막 수술이 끝난 후 병실을 찾아온 어린 손녀의 입맞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이후로 더 살고 싶다는 바람이 한층 강렬해졌단다. 삶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컴퓨터를 배웠다. 어느덧 3년째. 이젠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도 한다. 다만 요즘 들어 만성 질환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당뇨병과 심장질환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 제자리팔벌려뛰기를 틈틈이 한다. 날이 풀리면 야외 산책도 할 계획이란다. ●“대장암 투병 중에도 육류 먹어야” 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는 음식이 종종 제한된다. 가령 날로 된 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게다가 식욕도 떨어진다. 노 씨 또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95㎏이던 체중이 60㎏까지 빠졌다. 당시 노 씨가 가장 생각났던 음식 중 하나가 커피다. 요즘에는 매일 한두 잔을 꼭 마신다. 괜찮은 걸까. 민 교수는 “대장암 재발을 걱정하며 커피를 안 마실 필요는 없다. 여러 잔을 마시면 문제가 되겠지만 하루에 두 잔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적색 육류가 대장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민 교수는 “이 또한 잘못 알려진 상식”이라고 했다. 고기가 주식(主食)인 서양인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민 교수에 따르면 밥을 주로 먹는 한국인은 매주 1, 2회 고기를 먹어도 대장암 발병이나 재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걱정 때문에 고기를 기피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특히 수술 후 회복 단계에는 고기를 먹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날로 된 음식도 대장암과는 무관하다. 민 교수는 “회를 먹고 싶은데 참는 환자들이 있다. 그럴 때면 넉넉히 먹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특정 음식을 피하기보다는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게 암에 맞서는 식단이라는 것이다. 물론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너무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가공육은 대장암뿐 아니라 다른 암도 유발할 수 있으니 가급적 적게 먹거나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술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대장암에서 해방됐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알코올 성분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괜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막걸리 또한 술이다. 노 씨 또한 한때는 매일 술을 먹는다 해서 ‘노상술’이란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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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무게-식사-운동량 매일 기록… 습관 되니 감량 유지 도움”

    친한 사람이 갑자기 큰 병에 걸리면 당혹스럽다.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제야 건강 관리를 시작한다. 대체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한다. 혹은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수영장 회원권을 끊는다. 또 다른 운동 종목을 찾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 다음이 문제다. 초기 결심은 금세 잊고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운동을 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주일을 건너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 만에 운동을 포기한다.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김영보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61)는“다이어트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그렇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전문 분야는 뇌 과학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에도 자신이 있단다. 그는 자신만의 다이어트 방법을 확립하기 위해 그동안 국내외 다이어트 관련 서적 100여 권을 탐독했다. 그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들어봤다. ●“내게 맞는 다이어트, 직접 설계”2010년경 김 교수의 선배 교수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다행히 치료가 잘돼 그 선배는 중환자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그와 같은 동네에 살았다. 이후 두 사람은 늘 함께 출근했다. 여러 해를 그 선배와 출근을 같이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냉정하게 말하면 김 교수 자신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체중은 이미 80㎏대 중반에 육박했다. 누가 봐도 비만이었다. 혈압도 꽤 높았다. 2015년부터는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수치 모두 정상 기준을 훌쩍 넘었다. 게다가 가족력도 있었다. 김 교수의 모친은 뇌중풍(뇌졸중)으로 60대 중반에 돌아가셨다.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김 교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결심을 하지 못해 시간만 끌었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당부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그런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2019년 설 연휴 때였다. 김 교수는 비로소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가장 먼저 비만 관련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김 교수는 간헐적 단식과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혈당을 체크해야 했다. ●3개월 만에 16㎏ 뺀 비결은?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게 체질량지수(BMI)다. 일반적으로 국내 성인 남자의 경우 BMI 수치가 23∼24㎏/㎡일 때 정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넘으면 과체중, 혹은 비만으로 규정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당시 김 교수의 체중은 83㎏이었다. BMI를 기준으로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16㎏을 빼야 했다. 김 교수는 16㎏ 감량을 목표로 정했다. 16시간 동안 굶는 간헐적 단식을 시도했다. 점심 식사로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고, 저녁에는 종전과 비슷한 양의 식사를 했다. 오후 9시 이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16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후 1시가 돼야 식사를 했다.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였기에 다이어트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하지만 체중 감량 속도가 기대한 만큼 빠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일주일에 이틀을 굶는 방식으로 바꿨다. 김 교수는 “번역본이 아닌 원전을 들여다보니 5일을 먹고 2일을 굶는 방법이 간헐적 단식의 원형이었다”고 말했다. 5일 동안은 탄수화물은 가급적 줄이되 넉넉히 먹었다. 나머지 2일에는 커피와 물만 마셨다. 효과는 훨씬 좋았다. 체중 감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다만 식사를 하지 않는 날에 주변 사람들과의 저녁 모임이 어려워졌다. 새로운 스트레스였다. 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적 건강’의 중요성은 무척 크다”고 말했다. 다시 다이어트 방법을 바꿨다. 1일 1식 다이어트다. 식사 횟수를 하루에 한 번으로 제한하되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는 방법이다. 덕분에 모임에서도 맘껏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체중 16㎏ 감량 목표는 다이어트 3개월 만에 달성했다. 김 교수는 1일 1식 다이어트가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이라 확신했다. 물론 현재도 이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땅콩, 아몬드, 고구마 같은 간식을 가끔 곁들이는 ‘여유’도 누린단다. ●“건강 수명은 운동에 달려 있어”김 교수는 “건강 수명은 운동에 달렸다”고 했다. 체중 감량은 식사량 조절로 가능하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교수 또한 2019년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동시에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계단 오르기를 했다. 일부러 10개 층을 매일 두 번씩 올랐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는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그만뒀다. 김 교수는 “운동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작해서 그런지 계단 오르는 게 재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대신 야외로 나갔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종종 산책했다. 별도로 가급적 매주 2회 정도는 집 근처 산책로에서 걸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매일 적게는 5000보, 많게는 1만5000보 이상 걷는다. 요즘은 여기에 주말 등산도 추가했다. 산에 오른 날에는 2만 보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부터는 필라테스를 추가했다. 매주 2, 3회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1시간씩 땀을 흘린다. 다른 종목도 많은데 왜 필라테스일까.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유연성이나 균형감이 떨어지기 쉽다”며 “이 점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이유는 또 있다. 혹시 부족해질 수 있는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만약 주 2회 걷기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필라테스의 운동량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과 운동의 결과는 흡족했다.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혈당도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까지는 당뇨병 전 단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수시로 ‘다이어트 일기’를 쓰는 의사김 교수의 다이어트 성공 비결은 또 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4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성하고 있는 ‘다이어트 일기’다. 김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체중부터 잰다. 이어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다. 모든 과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저장한다.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을 때에도 음식을 촬영한다. 이 데이터 또한 휴대전화에 저장한다. 운동할 때마다 운동량을 휴대전화에 적는다. 이렇게 수시로 휴대전화를 열어 데이터를 기록한다. 김 교수의 휴대전화에는 2019년 이후 날짜별로 이 모든 데이터들이 정렬돼 있다. 김 교수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이렇게 해 놓으면 식습관과 운동 상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변동 상황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록 습관은 다이어트 효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를 ‘자각 효과’라 했다. 사실 김 교수 또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독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습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번 놓치면 옛날 습관으로 한 달 만에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기록 습관은 뇌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빛을 보는 게 평균적으로 100일 정도다. 새로운 습관을 수시로 기록하면 뇌가 더 수월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 점을 다이어트에 활용하라고 그는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부터 재세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바꾸고 다 기록해 두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그 성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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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뜨자마자 체중계로…3개월만에 16kg 감량, 노하우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친한 사람이 갑자기 큰 병에 걸리면 당혹스럽다.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제야 건강 관리를 시작한다. 대체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한다. 혹은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수영장 회원권을 끊는다. 또 다른 운동 종목을 찾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 다음이 문제다. 초기 결심은 금세 잊고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운동을 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주일을 건너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 만에 운동을 포기한다.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김영보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61)는“다이어트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그렇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전문 분야는 뇌 과학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에도 자신이 있단다. 그는 자신만의 다이어트 방법을 확립하기 위해 그동안 국내외 다이어트 관련 서적 100여 권을 탐독했다. 그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들어봤다. ●“내게 맞는 다이어트, 직접 설계” 2010년경 김 교수의 선배 교수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다행히 치료가 잘돼 그 선배는 중환자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그와 같은 동네에 살았다. 이후 두 사람은 늘 함께 출근했다. 여러 해를 그 선배와 출근을 같이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냉정하게 말하면 김 교수 자신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체중은 이미 80㎏대 중반에 육박했다. 누가 봐도 비만이었다. 혈압도 꽤 높았다. 2015년부터는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수치 모두 정상 기준을 훌쩍 넘었다. 게다가 가족력도 있었다. 김 교수의 모친은 뇌중풍(뇌졸중)으로 60대 중반에 돌아가셨다.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김 교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결심을 하지 못해 시간만 끌었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당부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그런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2019년 설 연휴 때였다. 김 교수는 비로소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가장 먼저 비만 관련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김 교수는 간헐적 단식과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다만 간헐적 단식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혈당을 체크해야 했다. ●3개월 만에 16㎏ 뺀 비결은?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게 체질량지수(BMI)다. 일반적으로 국내 성인 남자의 경우 BMI 수치가 23~24㎏/㎡일 때 정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넘으면 과체중, 혹은 비만으로 규정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당시 김 교수의 체중은 83㎏이었다. BMI를 기준으로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16㎏을 빼야 했다. 김 교수는 16㎏ 감량을 목표로 정했다. 16시간 동안 굶는 간헐적 단식을 시도했다. 점심 식사로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고, 저녁에는 종전과 비슷한 양의 식사를 했다. 오후 9시 이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16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후 1시가 돼야 식사를 했다. 탄수화물 섭취량도 줄였기에 다이어트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하지만 체중 감량 속도가 기대한 만큼 빠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일주일에 이틀을 굶는 방식으로 바꿨다. 김 교수는 “번역본이 아닌 원전을 들여다보니 5일을 먹고 2일을 굶는 방법이 간헐적 단식의 원형이었다”고 말했다. 5일 동안은 탄수화물은 가급적 줄이되 넉넉히 먹었다. 나머지 2일에는 커피와 물만 마셨다. 효과는 훨씬 좋았다. 체중 감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다만 식사를 하지 않는 날에 주변 사람들과의 저녁 모임이 어려워졌다. 새로운 스트레스였다. 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적 건강’의 중요성은 무척 크다”고 말했다. 다시 다이어트 방법을 바꿨다. 1일 1식 다이어트다. 식사 횟수를 하루에 한 번으로 제한하되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는 방법이다. 덕분에 모임에서도 맘껏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체중 16㎏ 감량 목표는 다이어트 3개월 만에 달성했다. 김 교수는 1일 1식 다이어트가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이라 확신했다. 물론 현재도 이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땅콩, 아몬드, 고구마 같은 간식을 가끔 곁들이는 ‘여유’도 누린단다. ●“건강 수명은 운동에 달려 있어” 김 교수는 “건강 수명은 운동에 달렸다”고 했다. 체중 감량은 식사량 조절로 가능하지만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교수 또한 2019년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동시에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계단 오르기를 했다. 일부러 10개 층을 매일 두 번씩 올랐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는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그만뒀다. 김 교수는 “운동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작해서 그런지 계단 오르는 게 재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대신 야외로 나갔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종종 산책했다. 별도로 가급적 매주 2회 정도는 집 근처 산책로에서 걸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매일 적게는 5000보, 많게는 1만5000보 이상 걷는다. 요즘은 여기에 주말 등산도 추가했다. 산에 오른 날에는 2만 보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부터는 필라테스를 추가했다. 매주 2, 3회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1시간씩 땀을 흘린다. 다른 종목도 많은데 왜 필라테스일까.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유연성이나 균형감이 떨어지기 쉽다”며 “이 점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이유는 또 있다. 혹시 부족해질 수 있는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만약 주 2회 걷기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필라테스의 운동량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과 운동의 결과는 흡족했다.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혈당도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까지는 당뇨병 전 단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수시로 ‘다이어트 일기’를 쓰는 의사 김 교수의 다이어트 성공 비결은 또 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4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성하고 있는 ‘다이어트 일기’다. 김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체중부터 잰다. 이어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다. 모든 과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저장한다.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을 때에도 음식을 촬영한다. 이 데이터 또한 휴대전화에 저장한다. 운동할 때마다 운동량을 휴대전화에 적는다. 이렇게 수시로 휴대전화를 열어 데이터를 기록한다. 김 교수의 휴대전화에는 2019년 이후 날짜별로 이 모든 데이터들이 정렬돼 있다. 김 교수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이렇게 해 놓으면 식습관과 운동 상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변동 상황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록 습관은 다이어트 효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를 ‘자각 효과’라 했다. 사실 김 교수 또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독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습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번 놓치면 옛날 습관으로 한 달 만에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기록 습관은 뇌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빛을 보는 게 평균적으로 100일 정도다. 새로운 습관을 수시로 기록하면 뇌가 더 수월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 점을 다이어트에 활용하라고 그는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부터 재세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바꾸고 다 기록해 두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그 성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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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십견, 나이-성별 무관… 팔심 떨어지면 회전근개 파열 의심”

    70대 중반의 농부 강성국(가명) 씨는 10년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이 나타나면 진통제를 먹었고, 그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동네 의원에 가 주사를 맞았다. 약과 주사로 버티는 동안 어깨 가동 범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약물 효과도 거의 볼 수 없었고, 어깨를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예 팔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강 씨는 윤태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어깨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또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힘줄(회전근개) 여러 개가 파열돼 있었다. 이미 어깨 관절이 많이 손상된 터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까. 윤 교수는 “힘줄 봉합으로 끝낼 수술을, 관절을 교체하는 대형 수술로 악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다가 곧 낫겠지’ 하는 생각이 병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어깨 통증은 겨울에 더욱 심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목과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이로 인해 어깨 주변 근육이 경직된다. 혈액 순환도 잘 안 된다. 이러니 통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어깨 통증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 목 디스크가 원인이라면 어깨보다는 팔에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협심증이 원인이라면 통증이 어깨를 넘어 가슴과 팔 부위에서도 나타난다. 대상포진이 원인이라면 통증과 함께 피부 변화가 동반된다. 반면 어깨 자체의 질병이 원인일 때는 일반적으로 오십견, 회전근개 파열일 때가 많다.●오십견, 50대 이후에 생긴다?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50대에 주로 생긴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지만 실제로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윤 교수는 “임상적으로 봤을 때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30, 40대를 자세히 보면 90% 정도가 오십견이다”라고 말했다. 정식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에 걸리면 일단 통증이 나타난다. 개인마다 혹은 어느 정도 진행됐느냐에 따라 통증 강도는 다르다. 오십견이라면 대체로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줄어들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또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진행 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눈다. 초기에는 통증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팔의 가동 범위가 점차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바지춤을 올리거나 △뒷짐을 지거나 △안전벨트를 매거나 △양치질, 세수, 머리 감기 등을 하기 위해 팔을 들거나 △선반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고 팔을 들 때 어깨 통증이 심해진다. 물론 팔을 올릴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 더 악화되면 팔을 조금만 들어도 아프다. 아예 팔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팔을 잡고 들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다.●회전근개 파열, 60代 이상 여성환자 많아최근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회전근개 파열 환자도 늘었다. 이 때문에 회전근개 파열을 ‘스포츠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60대 이상 여성 환자의 비중이 가장 크다. 윤 교수에 따르면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60대 이상 환자의 10∼15%는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된다. 회전근개가 파열됐을 때도 오십견과 마찬가지로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깨 통증 외에 다른 증세를 체크해야 한다. 일단 이 경우에도 팔을 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오십견과 다른 점은 팔에서 근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기에는 물건도 잘 잡고 팔도 높이 올릴 수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팔을 들지 못한다. 나중에는 회전근개가 파열된 쪽의 팔을 다른 팔로 들어올려도 힘없이 툭 떨어진다.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십견으로 자가 진단하고는 약물로 버틴다. 그러는 동안 찢어진 힘줄이 관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병은 악화된다. 그 팔의 근력은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힘줄을 봉합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결국에는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초기 발견 땐 내시경 수술만으로도 회복오십견은 자주 병원에 가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꾸준히 어깨 스트레칭과 같은 자가 치료를 하면 된다. 굳이 비싼 치료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윤 교수는 “6개월 이상 이런 식의 자가 치료를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3, 4개월 만에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자가 치료를 게을리하면 1년 혹은 2년 이상 오십견이 지속될 수도 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 오십견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다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완전 회복에 이르기까지 2, 3년 이상 걸릴 수 있어 통증과 불편을 참아야 한다. 그사이에 근육량이 크게 줄어 예전 상태로 완벽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적절한 처방을 받아 꾸준히 자가 치료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경미한 상태라면 이 경우에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서 운동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섰다면 수술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일단 힘줄이 끊어졌다면 주사나 운동으로는 붙일 수 없다”며 “어깨가 아프다며 찾아온 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작은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연숙(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어깨 통증이 심해지자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이 모두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내시경 수술만으로 회복됐다.어깨통증 완화 위한 스트레칭 평소 어깨 뭉침이 심하거나 통증이 미세하게나마 있다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게 좋다. 윤태환 교수가 어깨통증 환자에게 실제로 처방하고 교육하는 스트레칭을 따라해 보자. 통증을 줄이고 어깨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 가지 동작을 따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5분. 스트레칭 효과를 높이려면 먼저 어깨를 따뜻하게 찜질한 후에 운동하는 게 좋다. ❶책상 혹은 식탁, 세면대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다. 책상 위에 손날을 세운 뒤 팔을 쭉 펴고 상체를 구부린다. 이 상태에서 목을 10∼15초 동안 바닥 쪽으로 천천히 내린다. 통증이 심하면 중단한다. 다만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는 큰 상관이 없다. 3회 정도 이어서 스트레칭을 한 뒤 잠시 쉬었다가 같은 방식으로 하고, 2세트를 더 한다. 만약 허리가 아프다면 같은 동작을 벽을 짚고 해도 된다. ❷한쪽 팔로 벽을 짚는다. 이때 팔은 어깨와 수직을 이루도록 하고 팔꿈치는 벽에 닿아야 한다. 상체는 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상체를 10∼15초 동안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몸 전체가 따라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회씩 3세트. ❸어깨너비로 발을 벌리고 선 후 두 팔을 등 뒤로 보낸다. 이어 등에 댄 양팔을 10∼15초 동안 천천히 올린다.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올리는 게 좋다. 3회씩 3세트. 두 팔을 올리기가 힘들다면 수건을 잡고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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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40대 어깨 통증, 10명중 9명이 ‘이 병’…“‘이러다 낫겠지’ 방치 마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70대 중반의 농부 강성국(가명) 씨는 10년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이 나타나면 진통제를 먹었고, 그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동네 의원에 가 주사를 맞았다. 약과 주사로 버티는 동안 어깨 가동 범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약물 효과도 거의 볼 수 없었고, 어깨를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예 팔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강 씨는 윤태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어깨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또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힘줄(회전근개) 여러 개가 파열돼 있었다. 이미 어깨 관절이 많이 손상된 터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까. 윤 교수는 “힘줄 봉합으로 끝낼 수술을, 관절을 교체하는 대형 수술로 악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다가 곧 낫겠지’ 하는 생각이 병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어깨 통증은 겨울에 더욱 심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목과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이로 인해 어깨 주변 근육이 경직된다. 혈액 순환도 잘 안된다. 이러니 통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어깨 통증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 목 디스크가 원인이라면 어깨보다는 팔에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협심증이 원인이라면 통증이 어깨를 넘어 가슴과 팔 부위에서도 나타난다. 대상포진이 원인이라면 통증과 함께 피부 변화가 동반된다. 반면 어깨 자체의 질병이 원인일 때는 일반적으로 오십견, 회전근개 파열일 때가 많다.●“오십견, 50대 이후에 생긴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50대에 주로 생긴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지만 실제로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윤 교수는 “임상적으로 봤을 때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30, 40대를 자세히 보면 90% 정도가 오십견이다”라고 말했다. 정식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에 걸리면 일단 통증이 나타난다. 개인마다 혹은 어느 정도 진행됐느냐에 따라 통증 강도는 다르다. 오십견이라면 대체로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줄어들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또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진행 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눈다. 초기에는 통증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팔의 가동 범위가 점차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바지춤을 올리거나 △뒷짐을 지거나 △안전벨트를 매거나 △양치질, 세수, 머리 감기 등을 하기 위해 팔을 들거나 △선반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고 팔을 들 때 어깨 통증이 심해진다. 물론 팔을 올릴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 더 악화되면 팔을 조금만 들어도 아프다. 아예 팔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팔을 잡고 들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다.●“팔에 힘 떨어지면 회전근개 파열 의심” 최근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회전근개 파열 환자도 늘었다. 이 때문에 회전근개 파열을 ‘스포츠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60대 이상 여성 환자의 비중이 가장 크다. 윤 교수에 따르면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60대 이상 환자의 10~15%는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된다. 회전근개가 파열됐을 때도 오십견과 마찬가지로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깨 통증 외에 다른 증세를 체크해야 한다. 일단 이 경우에도 팔을 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오십견과 다른 점은 팔에서 근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기에는 물건도 잘 잡고 팔도 높이 올릴 수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팔을 들지 못한다. 나중에는 회전근개가 파열된 쪽의 팔을 다른 팔로 들어올려도 힘없이 툭 떨어진다.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십견으로 자가 진단하고는 약물로 버틴다. 그러는 동안 찢어진 힘줄이 관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병은 악화된다. 그 팔의 근력은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힘줄을 봉합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결국에는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오십견은 자가 치료,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 오십견은 자주 병원에 가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꾸준히 어깨 스트레칭과 같은 자가 치료를 하면 된다. 굳이 비싼 치료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윤 교수는 “6개월 이상 이런 식의 자가 치료를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3, 4개월 만에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자가 치료를 게을리 하면 1년 혹은 2년 이상 오십견이 지속될 수도 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 오십견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다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완전 회복에 이르기까지 2, 3년 이상 걸릴 수 있어 통증과 불편을 참아야 한다. 그사이에 근육량이 크게 줄어 예전 상태로 완벽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적절한 처방을 받아 꾸준히 자가 치료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경미한 상태라면 이 경우에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서 운동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섰다면 수술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일단 힘줄이 끊어졌다면 주사나 운동으로는 붙일 수 없다”며 “어깨가 아프다며 찾아온 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작은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연숙(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어깨 통증이 심해지자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이 모두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내시경 수술만으로 회복됐다.●“매일 세 가지 스트레칭으로 어깨 통증 완화” 평소 어깨 뭉침이 심하거나 통증이 미세하게나마 있다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게 좋다. 윤태환 교수가 어깨 병 환자에게 실제로 처방하고 교육하는 스트레칭을 따라해 보자. 통증을 줄이고 어깨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 가지 동작을 따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5분. 스트레칭 효과를 높이려면 먼저 어깨를 따뜻하게 찜질한 후에 운동하는 게 좋다. ① 책상 혹은 식탁, 세면대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다. 책상 위에 손날을 세운 뒤 팔을 쭉 펴고 상체를 구부린다. 이 상태에서 목을 10~15초 동안 바닥 쪽으로 천천히 내린다. 통증이 심하면 중단한다. 다만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는 큰 상관이 없다. 3회 정도 이어서 스트레칭을 한 뒤 잠시 쉬었다가 같은 방식으로 하고, 2세트를 더 한다. 만약 허리가 아프다면 같은 동작을 벽을 짚고 해도 된다. ② 한쪽 팔로 벽을 짚는다. 이때 팔은 어깨와 수직을 이루도록 하고 팔꿈치는 벽에 닿아야 한다. 상체는 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상체를 10~15초 동안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몸 전체가 따라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회씩 3세트. ③ 어깨 너비로 발을 벌리고 선 후 두 팔을 등 뒤로 보낸다. 이어 등에 댄 양팔을 10~15초 동안 천천히 올린다.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올리는 게 좋다. 3회씩 3세트. 두 팔을 올리기가 힘들다면 수건을 잡고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면 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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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월급 딸의 ‘검진 선물’… 술 끊고 달리기로 ‘청천벽력’ 극복[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갑자기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을 진단받는다면 좌절감과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를 극복해 완치되거나 완치에 가까운 수준까지 이른다. 동아일보는 새해를 맞아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들의 투병 스토리가 똑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투병 의지를 불태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남짓이다. 암 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다. 췌장은 우리 몸의 중심부,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췌장에 암 덩어리가 생겨도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3기나 4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암을 극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항공정비업을 하다 은퇴한 이재운 씨(64)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뒤 만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씨와 의료진을 만났다. ●생애 첫 종합검진에서 췌장암 발견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생애 첫 종합건강검진을 받던 2017년 3월의 상황을 떠올렸다. 초음파 검진을 하는 의사가 시간을 너무 끄는 것 같았다. 순간 뭔가 심상찮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췌장 몸통 부위에 물혹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정밀 검사를 위해 추가 진료를 예약했다. 이후 의료진은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와 조직 검사를 시행했다. 암으로 보이는 혹의 크기는 2㎝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조직 검사에서는 ‘양성(암이 아니라는 뜻)’으로 나왔다. 소화 불량, 체중 감소, 황달 등 암 동반 증세는 없었다. 암이 아닌 걸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초기 췌장암의 경우 종종 조직 검사 결과가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내시경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했다. 결과를 놓고 간담췌외과, 종양내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등 7개 진료과 교수들이 회의를 가졌다. 홍태호 간담췌외과 교수는 “의료진은 암일 확률이 70∼80% 이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의료진은 수술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암이 아닐 수도 있지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자칫 시기를 놓쳐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이 씨에게 검사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수술을 권했다. 이 씨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암 선고’였다. 그는 “믿기 싫었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을까 말까,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의료진을 믿기로 하고 수술 권유를 받아들였다. 췌장암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수술로 췌장 50% 절개, 이후 항암 치료수술은 홍 교수가 집도했다. 복강경 수술로 췌장의 50%를 절제했다. 절제한 조직을 검사해 보니 2기 췌장암이었다. 의료진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홍 교수는 “만약 더 끌었더라면 3기로 악화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그야말로 천운인 셈이다”고 말했다. 수술이 끝나고 20일 후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 치료는 이명아 종양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이때부터 6개월 동안 6회의 집중 항암 치료가 시행됐다. 이 교수는 “항암 치료가 힘들어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 용량을 조절하면서 고통과 부작용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예상치 않았던 어려움도 있었다. 원래 당뇨 전 단계였던 이 씨가 수술과 항암 치료를 이어 하다 보니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이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가 당뇨병이 생기거나 만성 당뇨병 환자가 췌장암으로 악화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이에 내분비내과 의료진이 인슐린 치료를 시행했다. 항암 치료를 끝낸 후에는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CT로 추적 검사를 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췌장암이 발견되고 만으로 5년이 흐른 지난해 4월 이 씨는 미세한 암 세포도 발견하는 장비인 PET CT(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았다. 깨끗했다. 이 교수는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 씨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CT 검사를 받으며 추적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홍 교수 또한 “당뇨병만 잘 관리하면 췌장암 재발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딸의 ‘효심’이 부모 생명 살려”이 씨의 검진은 딸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바로 그해 초 생애 첫 월급을 받은 딸은 부모님의 종합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이 검진에서 이 씨는 췌장암, 이 씨의 아내는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이 씨 아내가 먼저 수술대에 올랐고, 일주일 뒤 이 씨도 수술을 받았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생명을 건졌다. 딸의 효심이 부모를 살린 셈이다. 요즘 이 씨의 삶은 6년 전과 완전 딴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완전히 끊었다. 평생 하지 않던 운동도 열심히 한다. 병과 싸우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하루에 3회, 매회 1시간씩 달렸다. 요즘에도 매일 1시간씩은 잊지 않고 달린다. 덕분에 수술 전에는 76㎏이었던 체중이 65㎏으로 줄었다. 물론 혈당과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에 비하면 용량이 크게 줄었다. 혈당 자체도 떨어졌다. 요즘에는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당뇨병 상황을 체크한다. 몸이 좋아지니 식욕이 당긴다. 하지만 과식을 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침과 점심은 양껏 먹지만 저녁에는 소식을 한다. 추가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과 우유를 많이 먹는다. 얼마 전 이 씨는 아내와 반려견들을 데리고 속리산 자락의 한 마을로 이사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도 하고 새로 얻은 삶도 즐기기 위해서다. 이 씨는 많은 췌장암 환자들이 자신처럼 완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투병에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낙담하지 마세요.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병을 이기겠다는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면 병을 이길 수 있습니다.”●“췌장암 조기 발견하려면 정기 검진이 최선”홍 교수는 “임상에서 볼 때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에서 수술이 가능한 사례는 30% 정도이며 이 중 30%가 완치된다”고 말했다. 완치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위나 대장암은 내시경 검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췌장암은 이런 검사로는 찾아낼 수 없다. 췌장암은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를 통해 진단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초기인 1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 2기에 발견되면 수술이 가능하다. 췌장은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과 닿아 있다. 3기부터는 암이 이 혈관에 침투한다. 따라서 3기 이후로는 수술이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2기에 발견해야 완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정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홍 교수는 “당뇨병이 새로 생겼거나 더 심해질 경우, 갑자기 체중이 빠지는 경우, 황달이나 복통과 같은 증세가 갑자기 생겼을 경우에는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완전히 여는 수술을 했지만 요즘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덕분에 환자 회복이 빨라져 항암 치료 시기를 앞당겼다. 이 교수는 “요즘 항암 치료제는 과거보다 효능은 좋아지고 부작용도 줄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췌장암이라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 투병한다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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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의 ‘검진 선물’…췌장암 조기 발견해 5년 만에 완치[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갑자기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을 진단받는다면 좌절감과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이를 극복해 완치되거나 완치에 가까운 수준까지 이른다. 동아일보는 새해를 맞아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들의 투병 스토리가 똑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불태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남짓이다.암 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다. 췌장은 우리 몸의 중심부,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췌장에 암 덩어리가 생겨도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3기나 4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암을 극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항공정비업을 하다 은퇴한 이재운 씨(64)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뒤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씨와 의료진을 만났다. ● 생애 첫 종합검진에서 췌장암 발견 이 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생애 첫 종합 건강검진을 받던 2017년 3월의 상황을 떠올렸다. 초음파 검진을 하는 의사가 시간을 너무 끄는 것 같았다. 순간 뭔가 심상찮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췌장 몸통 부위에 물 혹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정밀 검사를 위해 추가 진료를 예약했다. 이후 의료진은 복부 CT(컴퓨터단층) 검사와 조직 검사를 시행했다. 암으로 보이는 혹의 크기는 2㎝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조직 검사에서는 ‘양성(암이 아니라는 뜻)’으로 나왔다. 소화 불량, 체중 감소, 황달 등 암 동반 증세는 없었다. 암이 아닌 걸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초기 췌장암의 경우 종종 조직 검사 결과가 암이 아닌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내시경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했다. 결과를 놓고 간담췌외과, 종양내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등 7개 진료과 교수들이 회의를 가졌다. 홍태호 간담췌외과 교수는 “의료진은 암일 확률이 70~80% 이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의료진은 수술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암이 아닐 수도 있지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자칫 시기를 놓쳐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이 씨에게 검사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수술을 권했다. 이 씨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암 선고’였다. 그는 “믿기 싫었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을까 말까,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의료진을 믿기로 하고 수술 권유를 받아들였다. 췌장암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 수술로 췌장 50% 절개, 이후 항암치료 수술은 홍 교수가 집도했다. 복강경 수술로 췌장의 50%를 절제했다. 절제한 조직을 검사해 보니 2기 췌장암이었다. 의료진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홍 교수는 “만약 더 끌었더라면 3기로 악화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그야말로 천운인 셈이다”고 말했다. 수술이 끝나고 20일 후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 치료는 이명아 종양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이때부터 6개월 동안 6회의 집중 항암 치료가 시행됐다. 이 교수는 “항암 치료가 힘들어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 용량을 조절하면서 고통과 부작용을 줄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예상치 않았던 어려움도 있었다. 원래 당뇨 전 단계였던 이 씨가 수술과 항암 치료를 이어 하다 보니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이 악화된 것이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가 당뇨병이 생기거나 만성 당뇨병 환자가 췌장암으로 악화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이에 내분비내과 의료진이 인슐린 치료를 시행했다. 항암 치료를 끝낸 후에는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CT로 추적 검사를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췌장암이 발견되고 만으로 5년이 지난 지난해 4월 이 씨는 미세한 암 세포도 발견하는 장비인 PET CT(양전자컴퓨터단층) 검사를 받았다. 깨끗했다. 이 교수는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 씨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CT 검사를 받으며 추적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홍 교수 또한 “당뇨병만 잘 관리하면 췌장암 재발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딸의 ‘효심’이 부모 생명 살려” 이 씨의 검진은 딸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바로 그 해 초 생애 첫 월급을 받은 딸은 부모님의 종합검진을 예약했다. 이 검진에서 이 씨는 췌장암, 이 씨의 아내는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이 씨 아내가 먼저 수술대에 올랐고, 일주일 뒤 이 씨도 수술을 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생명을 건졌다. 딸의 효심이 부모를 살린 셈이다. 요즘 이 씨의 삶은 6년 전과 완전 딴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완전히 끊었다. 평생 하지 않던 운동도 열심히 한다. 병과 싸우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하루에 3회, 매회 1시간씩 달렸다. 요즘에도 매일 1시간씩은 잊지 않고 달린다. 덕분에 수술 전에는 76㎏였던 체중이 65㎏으로 줄었다. 물론 혈당과의 싸움은 진행 중이다. 여전히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지만 병원에 있을 때에 비하면 용량이 크게 줄었다. 혈당 자체도 떨어졌다. 요즘에는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당뇨병 상황을 체크한다. 몸이 좋아지니 식욕이 당긴다. 하지만 과식을 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침과 점심은 양껏 먹지만 저녁에는 소식을 한다. 추가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과 우유를 많이 먹는다. 얼마 전 이 씨는 아내와 반려견들을 데리고 속리산 자락의 한 마을로 이사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요양도 하고 새로 얻은 삶도 즐기기 위해서다. 이 씨는 많은 췌장암 환자들이 자신처럼 완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투병에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낙담하지 마세요.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병을 이기겠다는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면 병을 이길 수 있습니다.”“췌장암 조기 발견하려면 정기 검진이 최선” 홍태호 교수는 “임상에서 볼 때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에서 수술이 가능한 사례는 약 30% 정도이며 이 중 30%가 완치된다”고 말했다. 완치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위나 대장암은 내시경 검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췌장암은 이런 검사로는 찾아낼 수 없다. 췌장암은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를 통해 진단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초기인 1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다. 2기에 발견되면 수술이 가능하다. 췌장은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과 닿아 있다. 3기부터는 암이 이 혈관에 침투한다. 따라서 3기 이후로는 수술이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2기에 발견해야 완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정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홍 교수는 “당뇨병이 새로 생겼거나 더 심해질 경우, 갑자기 체중이 빠지는 경우, 황달이나 복통과 같은 증세가 갑자기 생겼을 경우에는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완전히 여는 수술을 했지만 요즘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덕분에 환자 회복이 빨라져 항암 치료 시기를 앞당겼다. 이명아 교수는 “요즘 항암치료제는 과거보다 효능은 좋아지고 부작용도 줄었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췌장암이라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 투병한다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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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키 신고 등산하니 땀 줄줄… “힘들어도 설산 매력에 푹”

    스키는 대표적인 겨울 레저이자 스포츠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 부상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스키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눈 위를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쾌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스키어들이 그런 건 아니다. 스키가 밋밋하고 운동 효과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51)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로봇위원회 초대위원장, 한국수술로봇교육훈련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꽤 오래전부터 스키를 즐겼다. 그러다가 2년 전 일반 스키를 중단하고 산악스키를 시작했다. 산악스키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단다.○ “테니스, 등산, 자전거로 기초체력 다져”이 교수는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7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이 나왔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였다. 비만도 아니었고, 다른 질병도 없었다. 결국 가족력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동시에 혈압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충분한 운동 덕분에 혈압이 안정적으로 떨어졌지만 약을 끊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도 혈압 관리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운동은 테니스였다. 2008년 우연히 교수 테니스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이후 수술을 끝낸 날 퇴근한 후 평균 주 2회 테니스를 했다. 스트레스가 꽤나 풀리는 기분이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이 교수는 선수단 메디컬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같은 팀에서 활동하던 의사 상당수가 스키 마니아였다. 그들은 겨울이 되기 전 체력 단련을 위해 평소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혈압과 체력 관리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2020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주행 거리가 늘어났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1박 2일로 왕복 150km를 주행했다. 얼마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병원 뒤편으로 나 있는 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4, 5회 수술이 끝난 후 혹은 퇴근한 뒤 산에 올랐다. 무척 빠른 속도로 걸었다. 5km에 가까운 산길을 1시간에 주파했다. ○“산악스키, 무릎에 무리 가지 않아”다른 운동을 하면서도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갔다. 꽤 오랜 기간 즐겼지만 40대 후반이 되면서 흥미를 잃었다. 일단 스키가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무릎 건강도 걱정이 됐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효과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가 산악스키를 추천했다. 스키를 신고 등산을 한다니, 흥미가 생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교수는 한 달 후 그 교수에게 장비를 빌려 강원 평창에서 산악스키에 도전했다.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에 산 밑에서 출발했다. 스키를 끌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몇 겹의 옷을 뚫고 나온 땀은 그새 얼음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였다. 하산은 순식간에 끝났다. 다만 일반 스키처럼 빠른 스피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일반 스키와 달리 산악스키는 썰매를 타듯 슬슬 내려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악스키를 하고 나서는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게다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모든 점에서 운동 효과가 일반 스키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교수는 산악스키에 빠져들었다. 주말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 오후 수술이 끝나자마자 평창으로 달려갔다. 밤 12시 무렵 도착하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산악스키를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산악스키 레벨이 초급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스키장이나 비교적 난도가 낮은 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울릉도의 산악스키 코스가 난도가 높으며, 그곳을 자주 올라야 고수 소리를 듣는단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이달 말에는 산악스키 대회에도 출전해볼 생각이다. ○“규칙적 운동, 10년 후 효과 나타나”이 교수는 “40대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운동 종목을 결정할 때는 신체적 노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 교수는 테니스가 재미는 있지만 갈수록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40대 이후에는 30대 때의 80% 힘으로만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무심코 전력을 다했다가 부상이 생긴다. 이 교수 또한 엉덩이와 무릎 부상, 테니스엘보가 생겼다. 일부러 힘을 빼고 나서야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면 근력 강화에도 좋고 무릎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탄다. 평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일부 개조해 연구실에 설치했다. 수술을 끝낸 후 가끔 1시간씩 대략 25∼30km를 주행한다. 등산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아내에게도 적극 권유했다. 처음엔 등산을 딱히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1년 전부터 함께 산에 오른다. 이 교수는 주로 주말에 아내와 안산에 간다.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산행이다. 이처럼 운동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겨울로 좁히자면 산악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더 크게 보자면 평생 건강을 위해서다. 이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튼튼한 ‘건강 뿌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종목보다는 여러 종목을 동시에 혹은 번갈아 가면서 운동할 것을 이 교수는 추천했다.산악스키 즐기려면 장비 제대로 갖추고 동반자와 함께 체력에 맞는 코스로 올라야 산악스키는 등산과 스키를 접목한 스포츠다. 일반 스키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을까. 이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자도 속도를 늦추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만 산악스키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기초 체력이다. 그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도 어려운데, 스키를 신고 올라가려면 사전에 규칙적으로 체력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와 등산 외에도 계단 오르기를 추천했다. 그는 등산을 할 때도 계단이 있는 곳을 일부러 선택한다. 둘째, 산악스키를 할 때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폭설이 내린 날 동반자들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이탈했다. 눈이 더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얗게 변하자 방향을 잃었다. 1시간 정도 헤매다가 다행히 길을 찾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셋째, 제대로 된 장비로 충분히 훈련한 뒤 도전해야 한다. 산악스키 장비는 일반 스키 장비와 다르다. 스키는 더 가볍고 폭이 더 넓다. 장비 가격도 비싸다. 처음에는 장비를 사는 것보다 숍에서 빌리는 게 좋다. 산에 간다고 해서 두툼한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 얇고 보온성이 높은 옷 여러 벌을 겹쳐 입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춰 코스를 정해야 한다. 보통 40, 50대까지는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0대가 넘으면 해가 뜨고 난 다음에 충분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출발하는 게 좋다. 내려올 때도 속도를 줄이도록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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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릎 안아프고 운동효과도 최고”…산악스키에 푹 빠진 의사

    《스키는 대표적인 겨울 레저이자 스포츠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 부상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스키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눈 위를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쾌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스키어들이 그런 건 아니다. 스키가 밋밋하고 운동 효과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51)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꽤 오래전부터 스키를 즐겼다. 리프트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식의 알파인스키다. 그러다가 2년 전 스키 타는 방법을 업그레이드했다. 스키의 단점을 보완한 산악스키를 시작한 것이다. 산악스키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단다.》 ● “테니스, 등산, 자전거로 기초체력 다져” 이 교수는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7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이 나왔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였다. 비만도 아니었고, 다른 질병도 없었다. 결국 가족력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동시에 혈압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충분한 운동 덕분에 혈압이 안정적으로 떨어졌지만 약을 끊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도 혈압 관리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운동은 테니스였다. 2008년 우연히 교수 테니스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이후 수술을 끝낸 날 퇴근한 후 평균 주 2회 테니스를 했다. 스트레스가 꽤나 풀리는 기분이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이 교수는 선수단 메디컬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같은 팀에서 활동하던 의사 상당수가 스키 마니아였다. 그들은 겨울이 되기 전 체력 단련을 위해 평소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혈압과 체력 관리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2020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주행 거리가 늘어났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1박 2일로 왕복 150km를 주행했다. 얼마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병원 뒤편으로 나 있는 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4, 5회 수술이 끝난 후 혹은 퇴근한 뒤 산에 올랐다. 무척 빠른 속도로 걸었다. 5km에 가까운 산길을 1시간에 주파했다. ● “산악스키, 무릎에 무리가지 않아” 다른 운동을 하면서도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갔다. 꽤 오랜 기간 즐겼지만 40대 후반이 되면서 흥미를 잃었다. 일단 스키가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무릎 건강도 걱정이 됐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효과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가 산악스키를 추천했다. 스키를 신고 등산을 한다니, 흥미가 생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교수는 한 달 후 그 교수에게 장비를 빌려 강원 평창에서 산악스키에 도전했다.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에 산 밑에서 출발했다. 스키를 끌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몇 겹의 옷을 뚫고 나온 땀은 그새 얼음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였다. 하산은 순식간에 끝났다. 다만 일반 스키처럼 빠른 스피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일반 스키와 달리 산악스키는 썰매를 타듯 슬슬 내려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악스키를 하고 나서는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게다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모든 점에서 운동 효과가 일반 스키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교수는 산악스키에 빠져들었다. 주말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 오후 수술이 끝나자마자 평창으로 달려갔다. 밤 12시 무렵 도착하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산악스키를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산악스키 레벨이 초급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스키장이나 비교적 난도가 낮은 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울릉도의 산악스키 코스가 난도가 높으며, 그곳을 자주 올라야 고수 소리를 듣는단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이달 말에는 산악스키 대회에도 출전해볼 생각이다. ● “규칙적 운동, 10년 후 효과 나타나” 이 교수는 “40대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운동 종목을 결정할 때는 신체적 노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 교수는 테니스가 재미는 있지만 갈수록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40대 이후에는 30대 때의 80% 힘으로만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무심코 전력을 다했다가 부상이 생긴다. 이 교수 또한 엉덩이와 무릎 부상, 테니스엘보가 생겼다. 일부러 힘을 빼고 나서야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면 근력 강화에도 좋고 무릎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탄다. 평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일부 개조해 연구실에 설치했다. 수술을 끝낸 후 가끔 1시간씩 대략 25~30km를 주행한다. 등산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아내에게도 적극 권유했다. 처음엔 등산을 딱히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1년 전부터 함께 산에 오른다. 이 교수는 주로 주말에 아내와 안산에 간다.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산행이다. 이처럼 운동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겨울로 좁히자면 산악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더 크게 보자면 평생 건강을 위해서다. 이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튼튼한 ‘건강 뿌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종목보다는 여러 종목을 동시에 혹은 번갈아 가면서 운동할 것을 이 교수는 추천했다.산악스키 도전하려면 무엇부터 준비할까산악스키는 등산과 스키를 접목한 스포츠다. 일반 스키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을까. 이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자도 속도를 늦추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만 산악스키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기초 체력이다. 그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도 어려운데, 스키를 신고 올라가려면 사전에 규칙적으로 체력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와 등산 외에도 계단 오르기를 추천했다. 그는 등산을 할 때도 계단이 있는 곳을 일부러 선택한다. 둘째, 산악스키를 할 때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폭설이 내린 날 동반자들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이탈했다. 눈이 더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얗게 변하자 방향을 잃었다. 1시간 정도 헤매다가 다행히 길을 찾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셋째, 제대로 된 장비로 충분히 훈련한 뒤 도전해야 한다. 산악스키 장비는 일반 스키 장비와 다르다. 스키는 더 가볍고 폭이 더 넓다. 장비 가격도 비싸다. 처음에는 장비를 사는 것보다 숍에서 빌리는 게 좋다. 산에 간다고 해서 두툼한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 얇고 보온성이 높은 옷 여러 벌을 겹쳐 입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춰 코스를 정해야 한다. 보통 40, 50대까지는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0대가 넘으면 해가 뜨고 난 다음에 충분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출발하는 게 좋다. 내려올 때도 속도를 줄이도록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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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먹은후 가려움-발진-구토 증세땐 부작용 의심을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5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다약제 복용’이라고 규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가지 이상의 약을 3개월 이상 복용하는 65세 이상의 내국인 고령자는 2010년 165만 명에서 2019년 275만 명으로 늘었다. 10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한 경우도 같은 기간 40만 명에서 94만 명으로 급증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고령자의 다약 복용 정도가 심하다. 2019년 기준으로 75세 이상의 국내 환자 중에서 5가지 이상의 처방약을 3개월 복용한 비율은 70.2%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48.3%)를 한참 웃돈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장(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이 통계에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한약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은 약을 먹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국의 고령자가 약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 셈이다. 이대로 괜찮을 걸까. 강 교수는 “적절한 약의 복용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약을 동시에 먹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약물 동시 복용, 부작용 확률 커”강 교수는 국내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65세 이상 고령자가 5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할 경우 4가지 이하의 약을 먹을 때보다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약 복용 환자들이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할 확률은 2배, 사망 확률은 3배 높았다. 다약 복용의 부작용은 의외로 흔하다며 그가 들려준 사례를 살펴보자. 70대 후반 남성 A 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던 중 저혈압 쇼크가 왔다. 여러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의료진은 A 씨가 복용 중인 15가지 약의 성분을 확인했다. 그중에 혈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는 약이 있었다. 그 약물만 끊었는데 혈압이 다시 올라갔고, A 씨는 의식을 되찾았다. 70대 초반 여성 B 씨는 천식 환자다. 어느 날부터 소변이 잘 안 나오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 응급실로 실려 왔다. 검사해 보니 팔다리 근육에 염증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콩팥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급히 신장 투석을 했다. 나중에 보니 B 씨 또한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었다. 감기에 걸려 동네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중 위장을 보호하는 알약의 성분이 천식을 악화시킨 것이다. 다행히 치료는 잘 끝났지만 조금 더 늦었더라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약 복용 부작용 막으려면많은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어지럼증, 졸림, 낙상, 인지 저하, 구역질, 구토 등을 꼽을 수 있다.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 콩팥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은 젊은층보다는 고령자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강 교수는 “노인들은 간과 콩팥은 물론이고 전체적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있다”며 “젊은층과 동일한 용량의 약을 먹어도 몸 안에 더 오래 머물다 보니 이상 반응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개의 약을 먹어도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약들은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를 통해 걸러진다. DUR는 의사와 약사가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컴퓨터 화면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이 시스템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잡아내지 못한다.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아 온 내력을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이 시스템만으로는 다약 복용의 부작용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새로운 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잘 체크해야 한다. 이를테면 새로운 약을 먹은 이후로 △1, 2일 만에 가려움증이 나타나거나 △7∼10일 이후에 전신 발진이 나타나거나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구토 증세가 있다면 다약 복용 부작용을 의심해야 한다. 약물 성분이 서로 충돌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환자가 알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의사에게 복용 중인 약의 목록을 주고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전국의 대학병원 등에 설치된 한국의약품안전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도 약물 부작용 상담이 가능하다. 건강보험공단이 시범 진행 중인 ‘다제약물 관리 사업’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병원에서는 입·퇴원과 외래 진료 때 다약 복용 상담이 가능하다. 약사들이 직접 10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 중인 만성질환자를 방문해 상담해 주기도 한다. 건보공단, 각 병원, 대한약사회 등에 문의하면 된다.○ 환자들의 잘못된 약 복용 습관도 고쳐야이와 별개로 노인들이 약 복용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가령 “진통제를 하루 2회 복용하라”고 처방했는데도 통증이 나타난다며 임의로 더 먹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약 복용 기간에는 금주를 당부했지만 이를 어기는 사례는 너무 많다. 이 경우 약의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간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 항진균제, 타이레놀을 비롯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물, 항히스타민제는 술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또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수면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할 때도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임의로 약을 먹었다가 끊었다가 다시 먹기를 반복하는 사례도 많다. 강 교수는 “재진 환자 중에 상당수가 처방약을 다 먹지 않은 상태로 온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아침 식전에 복용했는데 깜빡 잊고 식전과 식후에 중복으로 복용하는 경우 △약이 떨어졌다며 다른 사람의 처방약을 얻어먹는 경우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을 먹는 경우도 많다. 강 교수는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은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변질로 인해 독성이 생길 수도 있다”며 “복통이나 두드러기, 콩팥 손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혈압-당뇨 포함 특정질환에 약효 떨어지는 비타민 등 성분 확인을영양제는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치료제가 아닌 영양제는 많이 먹어도 상관없을까. 강혜련 교수는 “영양제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기에 건강한 사람의 경우 대체로 무방하다”면서도 “하지만 질병이 있다면 여러 영양제를 동시에 복용할 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성분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약을 복용한다면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테면 고지혈증 치료제와 고용량의 비타민C, 비타민E를 함께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녹내장 치료제(아세타졸라마이드 성분)를 비타민C와 같이 먹을 때도 신장 결석이나 요로 결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아스피린과 비타민E를 같이 먹으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뇌중풍(뇌졸중), 심방세동 등 심·뇌혈관 환자들은 혈액 응고를 막는 약물(와파린 성분)을 복용하는데, 동시에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K를 같이 먹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혈전 약과 오메가3를 동시에 먹으면 오메가3가 혈액 응고를 방해해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적절한 용량만 섭취하며 건강 검진을 통해 영양 성분이 충분하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두드러기, 가려움증,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즉각 복용을 멈출 것을 권했다. 또 유통 기한이 지난 영양제는 독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된다. 강 교수는 병이 있는 환자들은 영양제를 선택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할 것을 권했다. 강 교수는 영양제 복용이 ‘차선책’임을 강조했다. 먼저 매주 3회 이상 운동하고, 절주 혹은 금주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한 뒤에도 영양제가 필요하다면 먹으라는 주문이다. 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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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혈압 쇼크 온 파킨슨병 환자, 원인은 약?…잘못 먹으면 ‘독’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5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다약제 복용’이라고 규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5가지 이상의 약을 3개월 이상 복용하는 65세 이상의 내국인 고령자는 2010년 165만 명에서 2019년 275만 명으로 늘었다. 10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한 경우도 같은 기간 40만 명에서 94만 명으로 급증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고령자의 다약 복용 정도가 심하다. 2019년 기준으로 75세 이상의 국내 환자 중에서 5가지 이상의 처방약을 3개월 복용한 비율은 70.2%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48.3%)를 한참 웃돈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장(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이 통계에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한약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은 약을 먹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국의 고령자가 약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 셈이다. 이대로 괜찮을 걸까. 강 교수는 “적절한 약의 복용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약을 동시에 먹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여러 약물 동시 복용, 부작용 확률 커”강 교수는 국내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65세 이상 고령자가 5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할 경우 4가지 이하의 약을 먹을 때보다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약 복용 환자들이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할 확률은 2배, 사망 확률은 3배 높았다. 다약 복용의 부작용은 의외로 흔하다며 그가 들려준 사례를 살펴보자. 70대 후반 남성 A 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던 중 저혈압 쇼크가 왔다. 여러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의료진은 A 씨가 복용 중인 15가지 약의 성분을 확인했다. 그중에 혈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는 약이 있었다. 그 약물만 끊었는데 혈압이 다시 올라갔고, A 씨는 의식을 되찾았다. 70대 초반 여성 B 씨는 천식 환자다. 어느 날부터 소변이 잘 안 나오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 응급실로 실려 왔다. 검사해 보니 팔다리 근육에 염증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콩팥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급히 신장 투석을 했다. 나중에 보니 B 씨 또한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었다. 감기에 걸려 동네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중 위장을 보호하는 알약의 성분이 천식을 악화시킨 것이다. 다행히 치료는 잘 끝났지만 조금 더 늦었더라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C 씨는 결핵 치료를 1년 넘게 받았던 60대 남성이다. 결핵 약은 사람에 따라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C 씨도 그랬다. 너무 가려웠지만 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생각해 참았다. 하지만 이 또한 약물 부작용이었다. C 씨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먹었던 약이 가려움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C 씨가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콜레스테롤 약을 다른 성분으로 바꿨을 것이다. 물론 가려움증으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C 씨로서는 억울할 따름이다. ● 다약 복용 부작용 막으려면많은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어지럼증, 졸림, 낙상, 인지 저하, 구역질, 구토 등을 꼽을 수 있다.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 콩팥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은 젊은층보다는 고령자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강 교수는 “노인들은 간과 콩팥은 물론이고 전체적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있다”며 “젊은층과 동일한 용량의 약을 먹어도 몸 안에 더 오래 머물다 보니 이상 반응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개의 약을 먹어도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약들은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를 통해 걸러진다. DUR는 의사와 약사가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컴퓨터 화면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이 시스템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잡아내지 못한다.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아 온 내력을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이 시스템만으로는 다약 복용의 부작용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새로운 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잘 체크해야 한다. 이를테면 새로운 약을 먹은 이후로 △1, 2일 만에 가려움증이 나타나거나 △7~10일 이후에 전신 발진이 나타나거나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구토 증세가 있다면 다약 복용 부작용을 의심해야 한다. 약물 성분이 서로 충돌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환자가 알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의사에게 복용 중인 약의 목록을 주고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전국의 대학병원 등에 설치된 한국의약품안전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도 약물 부작용 상담이 가능하다. 건강보험공단이 시범 진행 중인 ‘다제약물 관리 사업’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병원에서는 입·퇴원과 외래 진료 때 다약 복용 상담이 가능하다. 약사들이 직접 10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 중인 만성질환자를 방문해 상담해 주기도 한다. 건보공단, 각 병원, 대한약사회 등에 문의하면 된다. ● 환자들의 잘못된 약 복용 습관도 고쳐야 이와 별개로 노인들이 약 복용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가령 “진통제를 하루 2회 복용하라”고 처방했는데도 통증이 나타난다며 임의로 더 먹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약 복용 기간에는 금주를 당부했지만 이를 어기는 사례는 너무 많다. 이 경우 약의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간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 항진균제, 타이레놀을 비롯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물, 항히스타민제는 술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또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수면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할 때도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임의로 약을 먹었다가 끊었다가 다시 먹기를 반복하는 사례도 많다. 강 교수는 “재진 환자 중에 상당수가 처방약을 다 먹지 않은 상태로 온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아침 식전에 복용했는데 깜빡 잊고 식전과 식후에 중복으로 복용하는 경우 △약이 떨어졌다며 다른 사람의 처방약을 얻어먹는 경우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을 먹는 경우도 많다. 강 교수는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은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변질로 인해 독성이 생길 수도 있다”며 “복통이나 두드러기, 콩팥 손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치료제 아닌 ‘영양제’는 많이 먹어도 될까 치료제가 아닌 영양제는 많이 먹어도 상관없을까. 강혜련 교수는 “영양제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기에 건강한 사람의 경우 대체로 무방하다”면서도 “하지만 질병이 있다면 여러 영양제를 동시에 복용할 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성분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약을 복용한다면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가령 고지혈증 치료제와 고용량의 비타민C, 비타민E를 함께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녹내장 치료제(아세타졸라마이드 성분)를 비타민C와 같이 먹을 때도 신장 결석이나 요로 결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아스피린과 비타민E를 같이 먹으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뇌중풍(뇌졸중), 심방세동 등 심·뇌혈관 환자들은 혈액 응고를 막는 약물(와파린 성분)을 복용하는데, 동시에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K를 같이 먹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혈전 약과 오메가3를 동시에 먹으면 오메가3가 혈액 응고를 방해해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적절한 용량만 섭취하며 건강 검진을 통해 영양 성분이 충분하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두드러기, 가려움증,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즉각 복용을 멈출 것을 권했다. 또 유통 기한이 지난 영양제는 독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된다. 강 교수는 병이 있는 환자들은 영양제를 선택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할 것을 권했다. 강 교수는 영양제 복용이 ‘차선책’임을 강조했다. 먼저 매주 3회 이상 운동하고, 절주 혹은 금주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한 뒤에도 영양제가 필요하다면 먹으라는 주문이다. 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약의 올바른 복용 및 관리법1. 복용 중인 모든 약물의 이름, 복용 방법, 효과와 부작용을 목록으로 만든다.2. 의사가 처방한 그대로 약을 복용한다.3. 복용하는 약이 많아지면 의사에게 반드시 문의한다.4. 약 복용 시간을 알람으로 맞추고 복용 기간을 달력에 표시한다.5. 증세가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끊지 않는다.6. 증세가 비슷하더라도 임의로 남의 약을 먹지 않는다.7. 유통 기한이 지난 약은 폐기한다.8. 약물 부작용이 있다면 약물안전카드를 발급받고 의료진에게도 알린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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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걸쳐 둘레길-자전거 국토종주… “일상이 운동”

    《안세현 이대목동병원 유방외과 교수(65)는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닥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다. 수술을 이렇게 많이 집도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아직 체력적으로 문제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올 3월 건강검진에서도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15년 동안 체중은 68kg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비결을 물었다. 안 교수는 “생활 자체가 운동”이라고 했다. 의자에 앉는 시간은 줄이고, 병원 안이든 밖이든 걷는 시간을 늘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 후 한강 둔치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주말농장도 직접 가꿨다. 안 교수는 10월까지 춘천에서 옥수수, 감자, 고추 농사를 했다. 안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는 메달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의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 전국의 웬만한 걷기길 완주2010년 걷기 열풍이 불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던 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걸어볼까?’ 대학교수들은 일정 근무 기간을 채우면 1년 동안 안식년 휴가를 준다. 안 교수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 1년을 오롯이 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한두 달씩 쪼개 몇 년에 걸쳐 휴가를 써야 했다. 그 휴가를 이용해 전국 걷기길(둘레길)을 완주하리라 결심했다. 그 즈음 제주도에 갔다가 풍광에 반해 버렸다. 진심으로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바로 안식년 휴가를 내고 일주일 동안 제주올레길 코스 여러 곳을 걸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안 교수는 틈날 때마다 휴가를 내고 제주도에 내려가 나머지 코스를 걸었다. 이런 식으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26개 코스, 425km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은 현재 27개 코스, 437km로 늘어난 상태다. 걷다 보니 그 매력에 심취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하면서 동시에 지리산둘레길에도 도전했다. 2018년까지 22개 코스, 295km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 완주에 8년이 걸렸는데 지리산둘레길 완주에는 3년이 걸렸다. 이어 서울 둘레길(8코스, 157km), 북한산 둘레길(21코스, 72km), 부산 갈맷길(21코스, 270km)도 완주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부산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50코스, 770km 길이의 해파랑길도 다 걸었다. 지난해에는 5일 만에 경기 구리에서 양평에 이르는 10코스, 125km의 경기옛길평해길을 완주했다. 국내 걷기길을 거의 다 걸었으니 다음 목표가 생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올해 5월 그 꿈을 이뤘다. 16일에 걸쳐 전체 800km 중에서 250km를 걸었다. 걷는 요령이 있을까. 안 교수는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하면서 걸어야 한다. 시속 3∼4km 속도로 7, 8시간 걷는다. 그러면 대체로 하루에 20∼25km를 주파한다”고 말했다.○자전거 완주 그랜드슬램 달성제주올레길 완주에 도전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자전거에 흠뻑 빠졌다. 당시 전국적으로 강을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자전거 길도 잇달아 만들어졌다. 자전거만 있으면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감도 생긴 상황이었다. 내친김에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려면 △국토 종주(아라서해갑문∼낙동강하구둑) △4대강 자전거길 종주 △구간별 종주(강원도 동해안 자전거길, 제주 해안도로 등)를 끝마쳐야 한다. 2014년 가장 먼저 국토 종주에 도전했다. 아라서해갑문에서 출발해 충주까지 2박 3일 동안 자전거를 탔다. 그다음에는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두 달 후 충주로 가서 3박 4일 동안 낙동강하구둑까지 자전거를 탔다. 2회에 걸쳐 안 교수가 자전거를 탄 거리는 633km나 됐다. 첫 자전거 여행을 국토 종주로 마무리했다. 안 교수는 달리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의 속도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후 틈나는 대로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 계획은 당장 이행하지 못했다. 걷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데다 병원 업무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2020년 다시 자전거를 꺼냈다. 그해에 동해안 강원 지역(242km)과 동해안 경북 지역(76km)을 달렸다. 2021년 들어서는 제주도 일주(234km), 오천자전거길(105km), 금강자전거길(146km)을 돌았다. 올 들어 4월까지 영산강(133km), 섬진강(149km)을 추가로 돌았다. 이렇게 해서 총 1718km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다. 마침내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30년 넘게 간헐적 단식”요즘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올 9월 현재의 병원으로 옮긴 뒤 환자도 더 늘었고, 젊은 교수들에게 수술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1주일에 사흘은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하루 1시간 정도는 걷는 게 다행이라 했다. 안 교수는 하루빨리 다시 걷고 자전거 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충분히 운동을 많이 해 놓은 덕분에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 후로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빨리 시스템을 안정시켜 놓고 다시 운동하고 싶다”며 웃었다. 운동을 다시 한다면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고 싶단다. 상체 근력 운동이다. 안 교수는 “하체는 튼튼하니까 상체만 보강하면 균형 있는 몸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뒤늦게 안 교수가 또 하나의 건강 비결을 알려줬다. 전공의 시절부터 유지하고 있는 식사 습관이다. 보통 오후 7시에 식사를 한 후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금식한다.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을 30년도 훨씬 전부터 해 온 셈이다. 안 교수는 아침 겸 점심을 병원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음식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다만 양을 줄여 먹는다. 대신 저녁 식사는 넉넉히 먹는 편이다.집 근처 가까운 길부터 실천… 혼자보다 벗과 함께하면 좋아… 완수 마음가짐이 성공 동력 고령에 국토완주 가능할까 안세현 교수는 50대 이후에 전국 걷기길 완주와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10년 넘게 지속한 끝에 60대 이후에 완주에 성공했다. 고령자들에게 이런 도전이 무모한 건 아닐까. 안 교수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계획을 잘 세우고 그대로 이행한다면 60대 이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까운 산책로부터 걷기를 추천했다. 그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가장 가까운 걷기길(둘레길)을 걸어보고,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전국 걷기길을 찾아 걷는다. 서울 시민이라면 우선적으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추천했다. 한 코스를 정해 휴일마다 걷고, 나중에 서울둘레길을 모두 걸었다면 휴가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걷기길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혼자 걷기보다는 벗이 있는 게 좋단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오래 걷다 보면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목표를 명확히 정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그게 동력이 돼 다음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다. 물론 전국의 걷기길을 완주하거나 자전거로 국토 완주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더디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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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둘레길 완주, 자전거 그랜드슬램 달성…“15년 동안 68kg 유지”

    안세현 이대목동병원 유방외과 교수(65)는 유방암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닥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 동안 2만6000여 건의 유방암 수술을 집도했다. 하루 평균 2.6회다.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다. 수술을 이렇게 많이 집도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아직 체력적으로 문제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올 3월 건강검진에서도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15년 동안 체중은 68㎏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비결을 물었다. 안 교수는 “생활 자체가 운동”이라고 했다. 의자에 앉는 시간은 줄이고, 병원 안이든 밖이든 걷는 시간을 늘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 후 한강 둔치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주말농장도 직접 가꿨다. 안 교수는 10월까지 춘천에서 옥수수, 감자, 고추 농사를 했다. 안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는 메달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의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전국의 웬만한 걷기길 완주2010년 걷기 열풍이 불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던 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걸어볼까?’ 대학교수들은 일정 근무 기간을 채우면 1년 동안 안식년 휴가를 준다. 안 교수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 1년을 오롯이 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한두 달씩 쪼개 몇 년에 걸쳐 휴가를 써야 했다. 그 휴가를 이용해 전국 걷기길(둘레길)을 완주하리라 결심했다. 그 즈음 제주도에 갔다가 풍광에 반해 버렸다. 진심으로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바로 안식년 휴가를 내고 일주일 동안 제주올레길 코스 여러 곳을 걸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안 교수는 틈날 때마다 휴가를 내고 제주도에 내려가 나머지 코스를 걸었다. 이런 식으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26개 코스, 425㎞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은 현재 27개 코스, 437㎞로 늘어난 상태다. 걷다 보니 그 매력에 심취했다. 제주올레길을 완주하면서 동시에 지리산둘레길에도 도전했다. 2018년까지 22개 코스, 295㎞를 완주했다. 제주올레길 완주에 8년이 걸렸는데 지리산둘레길 완주에는 3년이 걸렸다. 이어 서울 둘레길(8코스, 157㎞), 북한산 둘레길(21코스, 72㎞), 부산 갈맷길(21코스, 270㎞)도 완주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부산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50코스, 770㎞ 길이의 해파랑길도 다 걸었다. 지난해에는 5일 만에 경기 구리에서 양평에 이르는 10코스, 125㎞의 경기옛길평해길을 완주했다. 국내 걷기길을 거의 다 걸었으니 다음 목표가 생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올해 5월 그 꿈을 이뤘다. 16일에 걸쳐 전체 800㎞ 중에서 250㎞를 걸었다. 걷는 요령이 있을까. 안 교수는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하면서 걸어야 한다. 시속 3~4㎞ 속도로 7, 8시간 걷는다. 그러면 대체로 하루에 20~25㎞를 주파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완주 그랜드슬램 달성 제주올레길 완주에 도전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자전거에 흠뻑 빠졌다. 당시 전국적으로 강을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자전거 길도 잇달아 만들어졌다. 자전거만 있으면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신감도 생긴 상황이었다. 내친김에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려면 △국토 종주(아라서해갑문~낙동강하구둑) △4대강 자전거길 종주 △구간별 종주(강원도 동해안 자전거길, 제주 해안도로 등)를 끝마쳐야 한다. 2014년 가장 먼저 국토 종주에 도전했다. 아라서해갑문에서 출발해 충주까지 2박 3일 동안 자전거를 탔다. 그다음에는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두 달 후 충주로 가서 3박 4일 동안 낙동강하구둑까지 자전거를 탔다. 2회에 걸쳐 안 교수가 자전거를 탄 거리는 633㎞나 됐다. 첫 자전거 여행을 국토 종주로 마무리했다. 안 교수는 달리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의 속도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후 틈나는 대로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 계획은 당장 이행하지 못했다. 걷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데다 병원 업무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2020년 다시 자전거를 꺼냈다. 그해에 동해안 강원 지역(242㎞)과 동해안 경북 지역(76㎞)을 달렸다. 2021년 들어서는 제주도 일주(234㎞), 오천자전거길(105㎞), 금강자전거길(146㎞)을 돌았다. 올 들어 4월까지 영산강(133㎞), 섬진강(149㎞)을 추가로 돌았다. 이렇게 해서 총 1718㎞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다. 마침내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 “30년 넘게 간헐적 단식”요즘 안 교수는 걷기와 자전거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올 9월 현재의 병원으로 옮긴 뒤 환자도 더 늘었고, 젊은 교수들에게 수술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1주일에 사흘은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하루 1시간 정도는 걷는 게 다행이라 했다. 안 교수는 하루빨리 다시 걷고 자전거 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충분히 운동을 많이 해 놓은 덕분에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 후로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빨리 시스템을 안정시켜 놓고 다시 운동하고 싶다”며 웃었다. 운동을 다시 한다면 새로운 종목을 추가하고 싶단다. 상체 근력 운동이다. 안 교수는 “하체는 튼튼하니까 상체만 보강하면 균형 있는 몸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뒤늦게 안 교수가 또 하나의 건강 비결을 알려줬다. 전공의 시절부터 유지하고 있는 식사 습관이다. 보통 오후 7시에 식사를 한 후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금식한다.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을 30년도 훨씬 전부터 해 온 셈이다. 안 교수는 아침 겸 점심을 병원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음식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다만 양을 줄여 먹는다. 대신 저녁 식사는 넉넉히 먹는 편이다.가까운 산책로부터 벗과 함께 걸어보아요안세현 교수는 50대 이후에 전국 걷기길 완주와 자전거 국토 완주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다. 10년 넘게 지속한 끝에 60대 이후에 완주에 성공했다. 고령자들에게 이런 도전이 무모한 건 아닐까. 안 교수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계획을 잘 세우고 그대로 이행한다면 60대 이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까운 산책로부터 걷기를 추천했다. 그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가장 가까운 걷기길(둘레길)을 걸어보고,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전국 걷기길을 찾아 걷는다. 서울 시민이라면 우선적으로 서울둘레길 걷기를 추천했다. 한 코스를 정해 휴일마다 걷고, 나중에 서울둘레길을 모두 걸었다면 휴가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걷기길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혼자 걷기보다는 벗이 있는 게 좋단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지만 오래 걷다 보면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가족이나 친구, 동호회 회원들과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목표를 명확히 정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그게 동력이 돼 다음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다. 물론 전국의 걷기길을 완주하거나 자전거로 국토 완주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더디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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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부염, 질환별 부위 제각각… 장시간 뜨거운 물 목욕 삼가야

    겨울만 되면 피부 질환이 생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겨울에는 보통 습진이라 부르는 피부염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건조한 날씨 탓에 피부 수분이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피부염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건성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동전 모양 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이 흔하다.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성피부염 환자가 겨울에 가장 많고, 아토피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등이 다음”이라고 했다. 때로는 두세 가지 피부염이 겹쳐 나타날 때도 있다. 피부염과 구별하기 어렵지만 전혀 다른 질병이 있다. 바로 건선이다. 건선은 일종의 면역 질환으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대 혹은 50대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피부염보다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고 교수에 따르면 겨울철 피부 질환 환자의 1∼2% 정도가 건선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부 질환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다만 증세가 나타나면 자가 진단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 피부염과 건선, 발생 부위가 다르다가려움증은 피부 질환의 공통된 증세다. 다만 피부염의 경우 초반부터 가려운 반면에 건선일 때는 대체로 증세가 악화되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따라서 가려움증만으로 피부 질환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피부가 붉게 변하는 증세도 대부분 피부 질환에서 나타난다. 이 또한 병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증세가 처음 나타나는 부위는 피부 질환마다 약간씩 다르다. 처음부터 잘 관찰하면 어떤 피부 질환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선은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발꿈치나 무릎처럼 뼈가 돌출된 부위에 잘 생긴다. 머리에도 생길 수 있다. 비듬이 갑자기 우수수 떨어진다면 머리 피부에 건선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정반대다. 나중에는 전신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주로 접히는 부위, 그러니까 팔 안쪽이나 오금 부위 주변에서 발생한다. 성인이 된 후 아토피피부염에 걸렸다면 얼굴에 붉은 반점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지루성피부염은 얼굴이나 눈썹, 코와 입술 주름, 귀, 겨드랑이와 가슴골 사이 등 몸통에 먼저 생긴다. 다리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반면 건성피부염은 팔다리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인체에서 가장 먼저 건조해지는 부위가 팔과 다리이기 때문이다. 동전 모양 피부염도 팔과 다리에서 많이 발생한다. ○“피부 질환 부위 모양 보고 2차 판단 가능”각각의 피부 질환에 걸리면 해당 부위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비슷해 보이는 것이 건성피부염과 건선이다. 건성피부염일 때는 해당 부위가 붉게 변하고, 그 위로 각질이 생긴다. 이때 각질의 양은 많지만 두께는 얇다. 가뭄으로 논밭이 갈라졌을 때, 혹은 도자기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을 때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건선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건성피부염으로 착각할 수 있다. 건선일 때는 각질이 훨씬 더 두껍게 덮인다. 이 때문에 그 부위가 하얗게 보인다. 주변 피부와는 명확하게 붉은색 경계선으로 나뉜다. 또 건선 부위는 얇은 판이 살짝 부풀어 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건선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붉은 점에서 시작해 점차 커지거나 주변의 다른 붉은 점과 합쳐져 더 큰 반점이 된다. 건선일 때 각질을 떼면 피가 나오지만 지루성피부염일 때는 진물이 먼저 나올 때가 많다는 점도 다르다. 물론 건선이나 지루성피부염 모두 각질을 함부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 동전 모양 피부염은 특히 노인 환자의 피부 건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피부가 건조한 겨울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말 그대로 해당 부위가 동전처럼 동그랗게 보인다. 하얀 각질이 없는 대신 진물이 눌어붙어 노란 딱지가 생긴다.○만성 질환 되면 치료 힘들어져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부터 한다. 다만 각각의 질환에 필요한 약물을 쓰기 때문에 어떤 피부 질환인지를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사실 건선은 경증과 중증 모두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만 피부염은 경증일 때는 겨울만 잘 넘겨도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 고 교수는 “빨간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면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증일 때 가렵다고 마구 긁어대면 증세가 악화된다. 해당 부위가 점점 두꺼워지고 피부색이 칙칙한 갈색으로 바뀌며, 주름도 깊고 뚜렷해진다. 급성 단계를 지나 만성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고 교수에 따르면 보통 최초 증세가 나타나고 6∼8주가 지나면 급성 단계를 지나 만성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만성 단계가 되면 치료 기간은 훨씬 길어지고, 효과도 떨어진다. 따라서 급성 단계에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이 경우 2, 3주 동안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을 쓴 뒤 보습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진물이 나오는 피부염이라면 하루 2, 3회 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찜질 과정에서 불순물이 배출된다. 찜질을 끝내고 약을 바르면 흡수도 더 잘된다. 다만 냉찜질이나 온찜질 모두 좋지 않으며 20∼30도에서 5∼10분 이내에서 끝내야 한다. 건선의 경우 초기에 발견하더라도 치료 기간이 수개월 걸릴 수도 있다. 고 교수는 “건선은 한 번에 낫는 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약을 장기간 사용할 때 부작용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이런 부작용을 없앤 약들이 나와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건선에도 찜질이 좋을까. 그렇지 않다. 고 교수는 “건선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의 찜질이든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목욕은 주 3회에 순한 비누-보습제 활용… 등산 등 장시간 외출땐 자외선 차단제를 건조한 겨울에는 피부 또한 푸석푸석해지기 쉽다. 때로는 잘못된 목욕이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고주연 교수는 “샤워나 목욕 횟수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목욕하는 것은 피부에 좋지 않다. 1주일에 3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날씨가 추운 탓에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거나 한증막에서 땀을 빼는 사람이 많은데, 이 또한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정도로 끝내는 게 좋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시간은 5∼10분 이내로 한다. 거친 때밀이 수건으로 피부를 박박 문지르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 비누는 순한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피부에 비누나 세정제 성분이 남아있지 않도록 여러 번 씻어내야 한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에는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린다. 목욕이 끝나고 3분 이내에 보습제나 로션을 바르는 게 좋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는다. 보통 온도는 24도 내외, 습도는 40∼50% 정도로 설정하는 게 좋다. 자기 전에 젖은 빨래를 널어 두면 습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찬 바람도 피부에는 큰 자극이 된다. 지나치게 추운 날씨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 만약 스키나 겨울 등산 등의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또한 춥다고 핫팩을 너무 오랜 시간 피부와 접촉시키면 적갈색 반점이나 색소 침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겨울만 되면 각질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다. 해당 부위가 빨갛게 변하지 않는다면 병은 아니다. 얼굴이 지성 피부라고 해도 다리 부위는 건성 피부일 수 있다. 이 경우 충분히 보습제를 바르는 게 좋은 대처법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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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불청객’ 피부 질환… 건조한 날씨 피부 관리법은

    겨울만 되면 피부 질환이 생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겨울에는 보통 습진이라 부르는 피부염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건조한 날씨 탓에 피부 수분이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피부염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건성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동전 모양 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이 흔하다.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성피부염 환자가 겨울에 가장 많고, 아토피피부염, 지루성피부염 등이 다음”이라고 했다. 때로는 두세 가지 피부염이 겹쳐 나타날 때도 있다. 피부염과 구별하기 어렵지만 전혀 다른 질병이 있다. 바로 건선이다. 건선은 일종의 면역 질환으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대 혹은 50대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피부염보다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고 교수에 따르면 겨울철 피부 질환 환자의 1~2% 정도가 건선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부 질환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다만 증세가 나타나면 자가 진단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 피부염과 건선, 발생 부위가 다르다가려움증은 피부 질환의 공통된 증세다. 다만 피부염의 경우 초반부터 가려운 반면에 건선일 때는 대체로 증세가 악화되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따라서 가려움증만으로 피부 질환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피부가 붉게 변하는 증세도 대부분 피부 질환에서 나타난다. 이 또한 병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증세가 처음 나타나는 부위는 피부 질환마다 약간씩 다르다. 처음부터 잘 관찰하면 어떤 피부 질환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선은 어디든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발꿈치나 무릎처럼 뼈가 돌출된 부위에 잘 생긴다. 머리에도 생길 수 있다. 비듬이 갑자기 우수수 떨어진다면 머리 피부에 건선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정반대다. 나중에는 전신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주로 접히는 부위, 그러니까 팔 안쪽이나 오금 부위 주변에서 발생한다. 성인이 된 후 아토피피부염에 걸렸다면 얼굴에 붉은 반점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지루성피부염은 얼굴이나 눈썹, 코와 입술 주름, 귀, 겨드랑이와 가슴골 사이 등 몸통에 먼저 생긴다. 다리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반면 건성피부염은 팔다리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인체에서 가장 먼저 건조해지는 부위가 팔과 다리이기 때문이다. 동전 모양 피부염도 팔과 다리에서 많이 발생한다. ● “피부 질환 부위 모양 보고 2차 판단 가능”각각의 피부 질환에 걸리면 해당 부위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비슷해 보이는 것이 건성피부염과 건선이다. 건성피부염일 때는 해당 부위가 붉게 변하고, 그 위로 각질이 생긴다. 이때 각질의 양은 많지만 두께는 얇다. 가뭄으로 논밭이 갈라졌을 때, 혹은 도자기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을 때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건선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건성피부염으로 착각할 수 있다. 건선일 때는 각질이 훨씬 더 두껍게 덮인다. 이 때문에 그 부위가 하얗게 보인다. 주변 피부와는 명확하게 붉은색 경계선으로 나뉜다. 또 건선 부위는 얇은 판이 살짝 부풀어 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건선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붉은 점에서 시작해 점차 커지거나 주변의 다른 붉은 점과 합쳐져 더 큰 반점이 된다. 건선일 때 각질을 떼면 피가 나오지만 지루성피부염일 때는 진물이 먼저 나올 때가 많다는 점도 다르다. 물론 건선이나 지루성피부염 모두 각질을 함부로 떼어내서는 안 된다. 동전 모양 피부염은 특히 노인 환자의 피부 건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피부가 건조한 겨울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말 그대로 해당 부위가 동전처럼 동그랗게 보인다. 하얀 각질이 없는 대신 진물이 눌어붙어 노란 딱지가 생긴다. ● 만성 질환 되면 치료 힘들어져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부터 한다. 다만 각각의 질환에 필요한 약물을 쓰기 때문에 어떤 피부 질환인지를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사실 건선은 경증과 중증 모두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만 피부염은 경증일 때는 겨울만 잘 넘겨도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 고 교수는 “빨간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면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증일 때 가렵다고 마구 긁어대면 증세가 악화된다. 해당 부위가 점점 두꺼워지고 피부색이 칙칙한 갈색으로 바뀌며, 주름도 깊고 뚜렷해진다. 급성 단계를 지나 만성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고 교수에 따르면 보통 최초 증세가 나타나고 6~8주가 지나면 급성 단계를 지나 만성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만성 단계가 되면 치료 기간은 훨씬 길어지고, 효과도 떨어진다. 따라서 급성 단계에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이 경우 2, 3주 동안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을 쓴 뒤 보습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진물이 나오는 피부염이라면 하루 2, 3회 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찜질 과정에서 불순물이 배출된다. 찜질을 끝내고 약을 바르면 흡수도 더 잘된다. 다만 냉찜질이나 온찜질 모두 좋지 않으며 20~30도에서 5~10분 이내에서 끝내야 한다. 건선의 경우 초기에 발견하더라도 치료 기간이 수개월 걸릴 수도 있다. 고 교수는 “건선은 한 번에 낫는 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약을 장기간 사용할 때 부작용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이런 부작용을 없앤 약들이 나와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건선에도 찜질이 좋을까. 그렇지 않다. 고 교수는 “건선의 경우에는 어떤 형태의 찜질이든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미지근한 물·순한 비누…피부 살리는 목욕법 건조한 겨울에는 피부 또한 푸석푸석해지기 쉽다. 때로는 잘못된 목욕이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고주연 교수는 “샤워나 목욕 횟수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목욕하는 것은 피부에 좋지 않다. 1주일에 3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날씨가 추운 탓에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거나 한증막에서 땀을 빼는 사람이 많은데, 이 또한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정도로 끝내는 게 좋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시간은 5~10분 이내로 한다. 거친 때밀이 수건으로 피부를 박박 문지르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 비누는 순한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피부에 비누나 세정제 성분이 남아있지 않도록 여러 번 씻어내야 한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에는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린다. 목욕이 끝나고 3분 이내에 보습제나 로션을 바르는 게 좋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는다. 보통 온도는 24도 내외, 습도는 40~50% 정도로 설정하는 게 좋다. 자기 전에 젖은 빨래를 널어 두면 습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찬 바람도 피부에는 큰 자극이 된다. 지나치게 추운 날씨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 만약 스키나 겨울 등산 등의 운동을 장시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또한 춥다고 핫팩을 너무 오랜 시간 피부와 접촉시키면 적갈색 반점이나 색소 침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겨울만 되면 각질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다. 해당 부위가 빨갛게 변하지 않는다면 병은 아니다. 얼굴이 지성 피부라고 해도 다리 부위는 건성 피부일 수 있다. 이 경우 충분히 보습제를 바르는 게 좋은 대처법이다.겨울철 피부 관리법1. 뜨거운 욕조 목욕을 피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한다. 2. 목욕 후에는 3분 이내에 보습제를 바른다. 3. 순한 비누를 사용하고 때를 밀지 않는다. 4. 실내 온도를 24도, 습도를 40~50%로 유지한다. 5. 지나치게 추운 날씨에는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 6. 피부에 자극을 주는 옷이나 침구류는 피한다. 7. 과로를 피하고 물을 충분히 섭취한다. 자료: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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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소-운동 곁들인 나만의 ‘황제 다이어트’ 성공”

    2000년대 중반 이른바 ‘황제 다이어트’가 국내에서 크게 유행했다. 밥이나 빵과 같은 탄수화물 음식을 안 먹는다면 고기나 햄, 버터 등 고지방·고단백질 음식만 먹어도 체중이 빠진다는 얘기였다. 고기를 양껏 먹는데도 살이 빠지니 황제 식사나 다름없다며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것이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원조다. 이 다이어트를 창시한 미국 의사 로버트 앳킨스는 2003년 건강이 악화돼 사망했다. 이후에는 변형된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에는 탄수화물을 전체 식단의 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95%를 지방과 단백질로 채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당장은 괜찮아도 장기적으로 콩팥을 망치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의학계에서도 안전성과 효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다이어트를 직접 시도한 의사가 있다. 강상희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4)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의 한계와 부작용을 명확히 알고 있었지만 감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 비만과 고혈압 잡으려 저탄고지 시작2018년 나이 마흔이 될 무렵 건강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체중은 점점 불어나다가 그해 4월 82kg을 찍었다. 체질량지수(BMI)가 고도비만에 가까운 수준인 30에 육박했다. 혈압도 치솟았다. 검사 결과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60mmHg와 100mmHg로 나타났다. 고혈압 기준은 각각 120mmHg, 80mmHg 이상이다. 이미 고혈압 환자였던 셈이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수도 빨라졌다. 보통 성인의 정상 심박수는 60∼100회. 강 교수의 경우 100회에 육박했다. 가까스로 정상 범위를 지켰지만 더 빨라지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다.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마침 수술을 집도할 때 봤던 비만 환자의 배 속 상태가 떠올랐다. 장기에 들러붙어 있는 지방은 염증을 유발한다. 암 수술을 하려면 지방부터 제거해야 한다. 강 교수는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란 점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해 의학 논문을 뒤졌다. 그러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꽂혔다. 이 다이어트가 논란이 많고, 어떤 의사들은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점까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러 자료를 추가 확인한 후 ‘의학적으로’ 타당한 다이어트라고 판단했다. 체중이 최고점을 찍고 한 달이 지난 뒤 강 교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5개월 사이에 21kg 감량 성공”가장 먼저 식단을 확 바꿨다. 밥, 빵, 면과 같은 탄수화물 위주 음식은 일단 끊었다. 고기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었다. 완벽한 저탄고지 다이어트인데, 다른 점이 있었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를 살짝 변형해 채소를 많이 먹었다. 하루 세 끼를 두 끼로 줄였다. 아침 식사는 건너뛰었다. 점심으로는 소시지 몇 점을 먹었다. 그 대신 저녁에는 고기와 채소를 양껏 먹었다. 얼핏 따져 보니 저녁에만 2인분 이상의 고기를 먹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인 덕에 효과가 당장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5kg이 줄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은 체중 감량 속도가 놀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부작용도 생겼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졌고, 코피가 나기도 했다. 만성 피로감도 느껴졌다. 강 교수는 “대체로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초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한 달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운동을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3개월 만이었다. 퇴근 후 오후 10시 무렵 야외로 나가 걸었다. 처음에는 30분 정도를 느린 속도로 걸었다. 점차 걷는 시간과 속도를 늘렸다. 어떤 날에는 달리기도 했다. 이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나중에는 평균적으로 주 3회 1시간 이상 운동을 했다. 이후 부작용도 사라지고 몸도 가뿐해졌다. 체중 감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5개월 사이에 21kg이 빠졌다. 그 전까지 입었던 옷이 헐렁해졌다.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얼굴과 몸매가 날렵해졌다. 목표한 체중까지 빠졌으니 다이어트 성공. 이게 끝일까.○ “다이어트 변형하며 효과 유지”사실 다이어트는 단기 효과보다 장기 효과가 중요하다. 초기에 반짝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늘거나 혹은 더 불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 교수는 다이어트 4년째 대체로 63kg 내외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 단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일단 저녁 식사 위주로 넉넉히 먹는 습관은 고수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약간의 변화를 줬다. 음식 섭취량을 더 줄였다. 소식(小食)으로 바꾼 것이다. 저녁에 먹는 고기의 양을 2인분에서 1인분으로 줄였다. 대신 채소는 더 먹었다. 점심을 소시지에서 야채샐러드로 바꾼 것도 달라진 점이다. 장기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나타나기 쉬운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다른 다이어트를 접목했다. 이를 위해 다이어트 초기에 완전히 끊었던 쌀, 빵, 면도 가끔 ‘특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체중 감량기가 아니라 유지 단계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식단에 통곡물류 음식을 주 2회 정도 추가했다.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을 권하는 지중해식 식단을 추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늦은 시간대에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다음 날 낮이 돼서야 첫 식사를 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이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면 다양한 방법을 자신에게 맞도록 변형하는 게 장기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강 교수가 신경 쓰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운동이다. 강 교수는 “아무리 좋은 다이어트라고 해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만 더 힘들 수 있다”며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일단 시작하면 밀어붙이고 소량 섭취-운동은 필수… 보상 심리 충족돼야 지속 다이어트 실패 막으려면지난해 12월 이후 올 4월까지 강상희 교수의 체중이 일시적으로 7kg 늘었다. 입덧하는 아내와 음식을 같이 먹느라 다이어트를 잠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올 6월 아기를 출산한 후 다이어트를 재개해 7kg을 뺐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철학만 확고히 해 놓으면 이런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첫째,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빼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강 교수의 경우 찔끔찔끔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초기 효과가 큰 방법을 택했다. 일단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누군가 “이런 게 좋은 다이어트다”라는 식으로 말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둘째, 소식(小食)을 해야 한다. 넉넉히 먹으면서 살이 빠지는 방법은 없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음식은 없다”고 말했다.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덜 먹고, 얼마나 적게 먹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뜻이다. 셋째, 다이어트를 지속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식사량을 줄이면 우울해지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다. 이때 운동으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운동을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넷째, 그는 “다이어트는 뇌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음식을 줄이는 대신 뭔가 뇌를 자극해 보상 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라는 얘기다. 가령 가끔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거나 식비를 줄인 돈으로 여행을 가는 식이다. 보상 심리가 충족되면 그만큼 다이어트를 지속할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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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기 먹으면서 살 뺀 의사…‘저탄고지 다이어트’ 성공 비결은

    2000년대 중반 이른바 ‘황제 다이어트’가 국내에서 크게 유행했다. 밥이나 빵과 같은 탄수화물 음식을 안 먹는다면 고기나 햄, 버터 등 고지방·고단백질 음식만 먹어도 체중이 빠진다는 얘기였다. 고기를 양껏 먹는데도 살이 빠지니 황제 식사나 다름없다며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것이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원조다. 이 다이어트를 창시한 미국 의사 로버트 앳킨스는 2003년 건강이 악화돼 사망했다. 이후에는 변형된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에는 탄수화물을 전체 식단의 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95%를 지방과 단백질로 채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당장은 괜찮아도 장기적으로 콩팥을 망치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의학계에서도 안전성과 효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다이어트를 직접 시도한 의사가 있다. 강상희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4)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의 한계와 부작용을 명확히 알고 있었지만 감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 비만과 고혈압 잡으려 저탄고지 시작2018년 나이 마흔이 될 무렵 건강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체중은 점점 불어나다가 그해 4월 82kg을 찍었다. 체질량지수(BMI)가 고도비만에 가까운 수준인 30에 육박했다. 혈압도 치솟았다. 검사 결과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60㎜Hg와 100㎜Hg로 나타났다. 고혈압 기준은 각각 120㎜Hg, 80㎜Hg 이상이다. 이미 고혈압 환자였던 셈이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수도 빨라졌다. 보통 성인의 정상 심박수는 60~100회. 강 교수의 경우 100회에 육박했다. 가까스로 정상 범위를 지켰지만 더 빨라지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다.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마침 수술을 집도할 때 봤던 비만 환자의 배 속 상태가 떠올랐다. 장기에 들러붙어 있는 지방은 염증을 유발한다. 암 수술을 하려면 지방부터 제거해야 한다. 강 교수는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란 점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해 의학 논문을 뒤졌다. 그러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꽂혔다. 이 다이어트가 논란이 많고, 어떤 의사들은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점까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러 자료를 추가 확인한 후 ‘의학적으로’ 타당한 다이어트라고 판단했다. 체중이 최고점을 찍고 한 달이 지난 뒤 강 교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5개월 사이에 21kg 감량 성공”가장 먼저 식단을 확 바꿨다. 밥, 빵, 면과 같은 탄수화물 위주 음식은 일단 끊었다. 고기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었다. 완벽한 저탄고지 다이어트인데, 다른 점이 있었다. 강 교수는 이 다이어트를 살짝 변형해 채소를 많이 먹었다. 하루 세 끼를 두 끼로 줄였다. 아침 식사는 건너뛰었다. 점심으로는 소시지 몇 점을 먹었다. 그 대신 저녁에는 고기와 채소를 양껏 먹었다. 얼핏 따져 보니 저녁에만 2인분 이상의 고기를 먹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인 덕에 효과가 당장 나타났다. 일주일 만에 5kg이 줄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은 체중 감량 속도가 놀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부작용도 생겼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졌고, 코피가 나기도 했다. 만성 피로감도 느껴졌다. 강 교수는 “대체로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초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한 달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운동을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3개월 만이었다. 퇴근 후 오후 10시 무렵 야외로 나가 걸었다. 처음에는 30분 정도를 느린 속도로 걸었다. 점차 걷는 시간과 속도를 늘렸다. 어떤 날에는 달리기도 했다. 이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나중에는 평균적으로 주 3회 1시간 이상 운동을 했다. 이후 부작용도 사라지고 몸도 가뿐해졌다. 체중 감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5개월 사이에 21kg이 빠졌다. 그 전까지 입었던 옷이 헐렁해졌다.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얼굴과 몸매가 날렵해졌다. 목표한 체중까지 빠졌으니 다이어트 성공. 이게 끝일까. ● “다이어트 변형하며 효과 유지”사실 다이어트는 단기 효과보다 장기 효과가 중요하다. 초기에 반짝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늘거나 혹은 더 불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 교수는 다이어트 4년째 대체로 63kg 내외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 단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일단 저녁 식사 위주로 넉넉히 먹는 습관은 고수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약간의 변화를 줬다. 음식 섭취량을 더 줄였다. 소식(小食)으로 바꾼 것이다. 저녁에 먹는 고기의 양을 2인분에서 1인분으로 줄였다. 대신 채소는 더 먹었다. 점심을 소시지에서 야채샐러드로 바꾼 것도 달라진 점이다. 장기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나타나기 쉬운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다른 다이어트를 접목했다. 이를 위해 다이어트 초기에 완전히 끊었던 쌀, 빵, 면도 가끔 ‘특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체중 감량기가 아니라 유지 단계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식단에 통곡물류 음식을 주 2회 정도 추가했다.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을 권하는 지중해식 식단을 추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늦은 시간대에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다음 날 낮이 돼서야 첫 식사를 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간헐적 단식이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면 다양한 방법을 자신에게 맞도록 변형하는 게 장기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강 교수가 신경 쓰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운동이다. 강 교수는 “아무리 좋은 다이어트라고 해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만 더 힘들 수 있다”며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다이어트 철학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이후 올 4월까지 강상희 교수의 체중이 일시적으로 7kg 늘었다. 입덧하는 아내와 음식을 같이 먹느라 다이어트를 잠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올 6월 아기를 출산한 후 다이어트를 재개해 7kg을 뺐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철학만 확고히 해 놓으면 이런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첫째,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빼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강 교수의 경우 찔끔찔끔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초기 효과가 큰 방법을 택했다. 일단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누군가 “이런 게 좋은 다이어트다”라는 식으로 말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둘째, 소식(小食)을 해야 한다. 넉넉히 먹으면서 살이 빠지는 방법은 없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음식은 없다”고 말했다.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덜 먹고, 얼마나 적게 먹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뜻이다. 셋째, 다이어트를 지속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식사량을 줄이면 우울해지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다. 이때 운동으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운동을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넷째, 그는 “다이어트는 뇌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음식을 줄이는 대신 뭔가 뇌를 자극해 보상 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라는 얘기다. 가령 가끔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거나 식비를 줄인 돈으로 여행을 가는 식이다. 보상 심리가 충족되면 그만큼 다이어트를 지속할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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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한쪽 쿡쿡 쑤시면 폐렴, 밤에 콜록콜록땐 천식 의심

    기침을 달고 산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2, 3일 콜록거리다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길게는 몇 달째 기침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도 커진다. 기침은 그 자체로는 질병이 아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를 쫓아내기 위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둬서도 안 된다. 때로는 기침이 특정 질병의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지예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동반 증세는 없는지부터 찬찬히 살펴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급성인지 만성인지부터 확인해야정 교수는 “기침이 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언제 시작했느냐’이다”고 말했다. 기침이 지속된 기간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질병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기침을 한 기간이 2주 이내인 경우를 급성기로 본다. 기간이 2∼8주라면 중간 단계(아급성기), 8주 이상 지속됐다면 만성기로 분류한다. 급성 기침의 가장 큰 원인은 감기다. 혹은 이물질을 흡입한 뒤 급성 기침을 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있다면 열이 날 수도 있다. 단, 이런 경우에도 피를 토하거나 가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푹 쉬면 기침이 사라진다. 다만 급성 기침인데도 피를 토한다면 폐렴일 수 있다. 즉시 병원에 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만성 기침이라면 여러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보통은 역류성후두염, 천식, 후비루증후군이 전체 만성 기침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후비루증후군은 코의 점액 물질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세를 말한다. 이 밖에 기관지가 본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 폐와 관련된 중증 질환으로 인해 기침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 폐암의 경우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없다가 뒤늦게 기침이 나타날 수 있다. 아급성기의 기침은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감기가 원인일 수도 있고, 폐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2주 이후부터는 기침의 양상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8주 이상 지속돼 만성 기침이 된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 ○동반 증세 살피면 어떤 병인지 알수 있어만성 기침에서 벗어나려면 동반 증세부터 체크해야 한다. 우선 가슴 통증 여부를 살피자. 기침할 때 양쪽 가슴 모두에서 통증이 나타난다면 근육통이나 갈비뼈 골절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 주로 기침하는 순간에만, 혹은 갈비뼈 주변을 눌렀을 때 통증이 나타난다. 반면 기침할 때 가슴의 어느 한 부위만 특히 아프다면 폐렴이나 늑막염(흉막염)이 원인일 수 있다. 주로 숨을 들이마실 때 쿡쿡 쑤시는 느낌의 통증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통증의 강도가 약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강해질 수 있다. 기침을 할 때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교수는 “기침과 뇌질환의 의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기침이 많아지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천식과 관련한 호르몬이 야간에 우리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숨소리도 달라진다. 보통 ‘쌕쌕’거리는 소리가 느껴진다. 반면 앉아 있을 때는 기침을 하지 않다가 누우면 기침을 할 때도 있다. 주로 밤에 누운 자세에서 기침을 더 한다면 위산 역류에 따른 후두염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기침 소리에도 주목해야 한다. 목(상기도)에서 나오는 기침 소리는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반면 기침 소리가 좀 더 크고 묵직한 느낌이 들면 폐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가래가 나온다면 색깔을 확인해야 한다. 누렇거나 녹색을 띠면서 점도가 높을수록 감염성 질환이나 기관지 관련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폐렴이 심하다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도 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에 잠을 자던 중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면서 깰 때도 있다. 이런 발작적인 기침은 주로 침이나 다른 물질을 잘못 삼켜서 발생한다. 원래는 잠을 잘 때 침이 기관지로 넘어가지 않도록 후두 부위가 덮어준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작적 기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예민해진 목구멍이 원인 아니면 참지 말아야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기침이 그치지 않거나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목의 예민도가 높아져 기침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감기가 나았는데도 기침이 한동안 지속될 때가 있다. 감기에 걸린 동안 자주 기침을 하다 보니 목구멍이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할 정도로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와 무관하게 목의 예민도가 높은 사람들도 기침을 자주 한다. 이 경우 조금만 자극해도 기침이 발생한다. 심지어 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때도 공기가 기도를 자극한다. 만약 목소리의 톤을 높이고 힘을 줘서 말하면 예민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조금만 목에 자극을 줘도 간질간질하다가 기침이 발작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기침은 원인 질환을 밝혀내고, 그 질환을 고치면 해소된다. 하지만 목이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결할 수 없다. 기침을 자극하는 원인과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가령 선풍기 바람만 맞아도 기침을 한다면 가급적 찬 바람을 피해야 한다. 헛기침을 자주 한다면 헛기침을 하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말을 줄이거나, 말을 할 때도 톤을 낮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질환이 원인일 때는 기침을 참지 않는 게 좋다. 기침을 통해 가래 등 이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이 예민해 터지는 기침은 참는 게 좋다. 자주 기침을 할수록 더 자극이 강해지고 예민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건조한 시기에 이런 증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기관지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가래 늘어나고 구토-근육통 동반… 흉부 X선 찍어보면 원인 물질 밝혀져 폐렴 의심증상과 치료 기침을 유발하는 질병 중 폐렴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정지예 교수는 “폐렴은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수 있다”며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크게 바이러스나 세균 등 미생물에 의한 감염성 폐렴과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비감염성 폐렴으로 나눈다. 대체로 감염성 폐렴의 비율이 높다. 폐렴에 걸리면 가래가 늘어난다.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 기침도 발생한다. 대체로 구토와 설사, 근육통,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때로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미생물이 폐를 싸고 있는 막까지 침투하면 가슴 통증도 생긴다.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데, 그 전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게 좋다. 폐렴 여부는 흉부 X선 촬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혹 폐렴을 유발한 미생물을 찾기 위해 정밀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를 투여한다. 경증이라면 1, 2주 정도면 상태가 호전된다. 다만 환자의 상태나 미생물의 종류, 폐렴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폐렴은 심각한 질병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은 폐렴에 걸렸어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체온을 자주 측정하는 등 항상 상태를 살펴야 한다. 페렴구균 예방접종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미생물의 침투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정 교수는 “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게 폐렴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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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록콜록’ 2주 이상 지속땐…동반 증세 살펴야 큰 병 막는다

    기침을 달고 산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2, 3일 콜록거리다가 좋아질 수도 있지만 길게는 몇 달째 기침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도 커진다. 기침은 그 자체로는 질병이 아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를 쫓아내기 위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둬서도 안 된다. 때로는 기침이 특정 질병의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지예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동반 증세는 없는지부터 찬찬히 살펴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급성, 만성 여부부터 확인해야”정 교수는 “기침이 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언제 시작했느냐’이다”고 말했다. 기침이 지속된 시간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질병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기침을 한 기간이 2주 이내인 경우를 급성기로 본다. 기간이 2~8주라면 중간 단계(아급성기), 8주 이상 지속됐다면 만성기로 분류한다. 급성 기침의 가장 큰 원인은 감기다. 혹은 이물질을 흡입한 뒤 급성 기침을 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있다면 열이 날 수도 있다. 단, 이런 경우에도 피를 토하거나 가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푹 쉬면 기침이 사라진다. 다만 급성 기침인데도 피를 토한다면 폐렴일 수 있다. 즉시 병원에 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만성 기침이라면 여러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보통은 역류성후두염, 천식, 후비루증후군이 전체 만성 기침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후비루증후군은 코의 점액 물질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세를 말한다. 이 밖에 기관지가 본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 폐와 관련된 중증 질환으로 인해 기침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 폐암의 경우 초기에는 아무 증세가 없다가 뒤늦게 기침이 나타날 수 있다. 아급성기의 감기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감기가 원인일 수도 있고, 폐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2주 이후부터는 감기 양상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8주 이상 지속돼 만성 감기가 된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 ● “기침 동반 증세를 살펴라”만성 기침에서 벗어나려면 동반 증세부터 체크해야 한다. 우선 가슴 통증 여부를 살피자. 기침할 때 양쪽 가슴 모두에서 통증이 나타난다면 근육통이나 갈비뼈 골절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 주로 기침하는 순간에만, 혹은 갈비뼈 주변을 눌렀을 때 통증이 나타난다. 반면 기침할 때 가슴의 어느 한 부위만 특히 아프다면 폐렴이나 늑막염(흉막염)이 원인일 수 있다. 주로 숨을 들이마실 때 쿡쿡 쑤시는 느낌의 통증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통증의 강도가 약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강해질 수 있다. 기침을 할 때 두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교수는 “기침과 뇌질환의 의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기침이 많아지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천식과 관련한 호르몬이 야간에 우리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숨소리도 달라진다. 보통 ‘쌕쌕’거리는 소리가 느껴진다. 반면 앉아 있을 때는 기침을 하지 않다가 누우면 기침을 할 때도 있다. 주로 밤에 누운 자세에서 기침을 더 한다면 위산 역류에 따른 후두염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기침 소리에도 주목해야 한다. 목(상기도)에서 나온 기침 소리는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반면 기침 소리가 좀 더 크고 묵직한 느낌이 들면 폐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가래가 나온다면 색깔을 확인해야 한다. 누렇거나 녹색을 띠면서 점도가 높을수록 감염성 질환이나 기관지 관련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폐렴이 심하다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도 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에 잠을 자던 중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면서 깰 때도 있다. 이런 발작적인 기침은 주로 침이나 다른 물질을 잘못 삼켜서 발생한다. 원래는 잠을 잘 때 침이 기관지로 넘어가지 않도록 후두 부위가 덮어준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작적 기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 “예민해진 목구멍이 기침 원인일 수도”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기침이 그치지 않거나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목의 예민도가 높아져 기침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감기가 나았는데도 기침이 한동안 지속될 때가 있다. 감기에 걸린 동안 자주 기침을 하다 보니 목구멍이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할 정도로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와 무관하게 목의 예민도가 높은 사람들도 기침을 자주 한다. 이 경우 조금만 자극해도 기침이 발생한다. 심지어 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때도 공기가 기도를 자극한다. 만약 목소리의 톤을 높이고 힘을 줘서 말하면 예민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조금만 목에 자극을 줘도 간질간질하다가 기침이 발작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기침은 원인 질환을 밝혀내고, 그 질환을 고치면 해소된다. 하지만 목이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결할 수 없다. 기침을 자극하는 원인과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가령 선풍기 바람만 맞아도 기침을 한다면 가급적 찬 바람을 피해야 한다. 헛기침을 자주 한다면 헛기침을 하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말을 줄이거나, 말을 할 때도 톤을 낮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질환이 원인일 때는 기침을 참지 않는 게 좋다. 기침을 통해 가래 등 이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이 예민해 터지는 기침은 참는 게 좋다. 자주 기침을 할수록 더 자극이 강해지고 예민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건조한 시기에 이런 증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기관지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치명적인 병’ 될 수 있는 폐렴, 이런 증상땐 병원 찾아야 기침을 유발하는 질병 중 폐렴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정지예 교수는 “폐렴은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수 있다”며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크게 바이러스나 세균 등 미생물에 의한 감염성 폐렴과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비감염성 폐렴으로 나눈다. 대체로 감염성 폐렴의 비율이 높다. 폐렴에 걸리면 가래가 늘어난다.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 기침도 발생한다. 대체로 구토와 설사, 근육통,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때로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미생물이 폐를 싸고 있는 막까지 침투하면 가슴 통증도 생긴다.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데, 그 전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게 좋다. 폐렴 여부는 흉부 X선 촬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혹 폐렴을 유발한 미생물을 찾기 위해 정밀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를 투여한다. 경증이라면 1, 2주 정도면 상태가 호전된다. 다만 환자의 상태나 미생물의 종류, 폐렴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폐렴은 심각한 질병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은 폐렴에 걸렸어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체온을 자주 측정하는 등 항상 상태를 살펴야 한다. 페렴구균 예방접종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미생물의 침투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정 교수는 “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게 폐렴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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