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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외딴 시골에 혼자 사는 아버지의 집을 찾은 남매. ②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1년에 한 번 엄마를 찾는 자매. ③부모 사망 후 둘만 남게 된 쌍둥이 남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이 세 가지의 이야기를 모아 만든 3부작 옴니버스 작품이다. 미국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짐 자무시 감독이 ‘데드 돈 다이’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올해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선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거쳐 이달 31일 극장 개봉한다. 영화의 파트들은 각각 미국 북동부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서 전개되는 별개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의 공통점은 사소한 반전을 매개로 ‘가족’의 민낯을 그려낸다는 것. 1부 ‘파더’에선 아버지와 남매 사이의 어정쩡한 거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매는 아버지가 불편하지만 완전히 외면하진 못한다. 남루한 모습의 아버지에게 안부 인사와 생필품을 함께 건네는 의무적인 방문이 이어졌던 게 아닐까 짐작된다. 그러나 실상 아버지의 ‘빈곤한 노년’은 연기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2부 ‘마더’는 자매가 어머니의 자택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은 딸 릴리스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은 우버 택시도 부르지 못할 정도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아한 취향을 가진 엄마는 딸들이 없는 사이에 전화상담 치료를 받는다. 3부 ‘시스터 브라더’는 경비행기 사고로 부모가 한꺼번에 세상을 떠난 탓에 둘만 남게 된 쌍둥이 남매의 시선을 따라간다. 부모님의 집을 살피던 남매는 유품에서 부모들의 위조 신분증과 가짜 결혼증명서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관객이 가족을 향한 양가적인 감정을 마주하도록 이끈다. 가끔은 멀어지고 싶지만 그렇다고 끊어내지는 못하는 존재인 가족. 자무시 감독은 현대사회의 가족을 신성화하지도, 해체하지도 않는다. 절제미로 유명한 감독답게 큰 사건이랄 게 없어 다소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멀어진 가족의 재회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긴 것이 장점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➀외딴 시골에 혼자 사는 아버지의 집을 찾은 남매 ➁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1년에 한 번 엄마를 찾는 자매 ➂부모 사망 후 둘만 남게 된 쌍둥이 남매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이 세 가지의 이야기를 모아 만든 3부작 옴니버스 작품이다. 미국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짐 자무시 감독이 ‘데드 돈 다이’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올해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선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거쳐 이달 31일 극장 개봉한다.영화의 파트들은 각각 미국 북동부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서 전개되는 별개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의 공통점은 사소한 반전을 매개로 ‘가족’의 민낯을 그려낸다는 것.1부 ‘파더’에선 아버지와 남매 사이의 어정쩡한 거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매는 아버지가 불편하지만 완전히 외면하진 못한다. 남루한 모습의 아버지에게 안부 인사와 생필품을 함께 건네는 의무적인 방문이 이어졌던 게 아닐까 짐작된다. 그러나 실상 아버지의 ‘빈곤한 노년’은 연기였다는 것이 드러난다.2부 ‘마더’는 자매가 어머니의 자택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은 딸 릴리스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은 우버 택시도 부르지 못할 정도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아한 취향을 가진 엄마는 딸들이 없는 사이에 전화상담 치료를 받는다. 3부 ‘시스터 브라더’는 경비행기 사고로 부모가 한번에 세상을 떠난 탓에 둘만 남게 된 쌍둥이 남매의 시선을 따라간다. 부모님의 집을 살피던 남매는 유품에서 부모들의 위조 신분증과 가짜 결혼증명서를 발견하게 된다.영화는 관객이 가족을 향한 양가적인 감정을 마주하도록 이끈다. 가끔은 멀어지고 싶지만 그렇다고 끊어내지는 못하는 존재인 가족. 자무시 감독은 현대사회의 가족을 신성화하지도, 해체하지도 않는다. 절제미로 유명한 감독답게 큰 사건이랄 게 없어 다소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멀어진 가족의 재회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긴 것이 장점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원작은 207년 전 만들어진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괴물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지. 그런데 왜 하필 괴물일까. 괴물에 관해 오래 연구해 온 저자는 “인류가 괴물을 창조해 낸 건 ‘생존’이라는 불안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대 포유류와 자연재해에 희생돼 온 인류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괴물을 상상해 냈다. 그리고 그 괴물의 결말은 보통 죽음이었다. 즉, 생존 불안에서 탈출하기 위해 인류가 괴물을 이용해 왔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뱀’이다. 뱀은 초기 영장류의 가장 위협적인 포식자였다. 이 역사는 길어서, 오죽하면 아직까지도 100명 중 2명꼴로 ‘오피디오포비아(뱀 공포증)’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 뱀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뱀 여성’이라는 혼종 괴물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게 2500여 년 전 탄생한 ‘메두사’다. 머리카락 대신 뱀이 자라고, 쳐다만 보면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말이다. 하지만 인류는 끝내 메두사의 힘을 빼앗으면서 자연에 대한 공포를 이겨낸다. 메두사는 제우스 아들 페르세우스의 손에 최후를 맞았다. 페르세우스는 잠에 든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신들에게 바친다. 아테나 여신은 그 머리를 방패에 장식했으며, 메두사 피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가졌다. 애초에 메두사가 본래 아름다운 인간 여성이었다는 이야기도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또 하나 깨닫는 사실이 있다. ‘고질라’ ‘쥬라기 공원’ 등에 등장한 인류 역사상 중요한 괴물들은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동물의 모습에 인간의 포악성을 결합시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포악한 모습을 다른 동물에 덧입혀 ‘괴물’로 탄생시킨다”며 “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아는 건 우리가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연예계 ‘주사이모’ 논란 일파만파연예계 ‘주사 이모’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주사 이모는 병원이 아닌 공간에서 수액, 진통제, 항생제 등 의약품을 불법적으로 주사하는 이들을 말한다. 개그우먼 박나래 씨에 이어 아이돌 그룹 멤버, 유명 유튜버까지 불법 방문 진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무면허 의료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가 처방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간단한 영양 수액주사도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 맞을 경우 감염, 쇼크, 장기 부담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개그우먼 박나래 씨를 둘러싼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연예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 씨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유명 유튜버 입짧은햇님(본명 김미경)도 19일 이른바 ‘주사이모’로 불리는 여성 이모 씨로부터 방문 진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마약류 의약품 중독을 초래하거나,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엔 여러 장기에 부담을 줘 급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글에서 “현재 논란 중인 이 씨와 지인 소개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 없이 의사라 믿고 진료받았다. 이 씨가 우리 집으로 와주신 적도 있다”며 불법 의료행위 의혹을 인정했다. 앞서 이들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샤이니 멤버 키(본명 김기범)도 방문 진료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했다.의료법에 따르면 방문 진료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응급환자, 정부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가정간호가 불가피한 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환자나 보호자 요청 시에도 방문 진료가 가능한데, 박 씨 등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 진료 시엔 기본 진찰과 상처 처치, 주사나 수액 투여가 가능하다. 방문 진료는 반드시 국내 의사면허가 있어야 한다. 일반 간호사가 혼자 집을 찾아가 주사 투여 등 의료행위를 할 순 없다. 다만 수술 후 퇴원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가정간호 서비스’를 받을 경우 의사 처치에 따라 가정전문간호사가 혼자 방문해 의사 처방에 따라 투약을 할 수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방문간호사도 의사 처방에 따라서만 주사 투여가 가능하다. ‘주사이모’로 불리는 이들은 이런 방문 의료 자격을 갖추지 않은 비의료인이라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의약품 유통 과정도 수사 대상이다. 박 씨와 김 씨는 이른바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의사가 처방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에는 대리 처방과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향정신성의약품 클로나제팜과 전문의약품인 트라조돈 등이 사용된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클로나제팜은 공황장애 치료에, 트라조돈은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에 주로 처방된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흔히 영양주사라고 맞는 수액도 심장이나 신장이 안 좋은 사람에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의사 처방에 따라 양과 성분을 조절해야 한다”며 “특히 마약류 의약품은 의존성이 강해 반복해서 더 많은 양을 찾게 된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의료법, 약사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 위반 등으로 박 씨를 조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박 씨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링거를 맞는 사진이 공개된 뒤 논란이 일자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김 씨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돼 경찰 마약범죄수사팀이 수사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무면허 의료행위 등을 일차적으로 처벌하지만, 의료법 위반임을 인지하고 적극 요청한 경우 등은 환자 본인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개그우먼 박나래 씨를 둘러싼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연예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 씨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유명 유튜버 입짧은햇님(본명 김미경)도 19일 이른바 ‘주사이모’로 불리는 여성으로부터 방문 진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마약류 의약품 중독을 초래하거나,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엔 여러 장기에 부담을 줘 급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김 씨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글에서 “현재 논란 중인 A 씨와 지인 소개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에 의심의 없이 의사라 믿고 진료받았다. 이 씨가 우리 집으로 와주신 적도 있다”며 불법 의료행위 의혹을 인정했다. 앞서 이들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샤이니 키(본명 김기범)도 방문 진료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했다.의료법에 따르면 방문 진료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응급환자, 정부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가정간호가 불가피한 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환자나 보호자 요청 시에도 방문 진료가 가능한데, 박 씨 등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 진료 시엔 기본 진찰과 상처 처치, 주사나 수액 투여가 가능하다.방문 진료는 반드시 국내 의사면허가 있어야 한다. 일반 간호사가 혼자 집을 찾아가 주사 투여 등 의료행위를 할 순 없다. 다만 수술 후 퇴원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가정간호 서비스’를 받을 경우 의사 처치에 따라 가정전문간호사가 혼자 방문해 의사 처방에 따라 투약을 할 수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방문간호사도 의사 처방에 따라서만 주사 투여가 가능하다. ‘주사이모’로 불리는 이들은 이런 방문 의료 자격을 갖추지 않은 비의료인이라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의약품 유통 과정도 수사 대상이다. 박 씨와 김 씨는 이른바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의사가 처방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에는 대리 처방과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향정신성의약품 클로나제팜과 전문의약품인 트라조돈 등이 사용된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클로나제팜은 공황장애, 트라조돈은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에 주로 처방된다.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흔히 영양주사라고 맞는 수액도 심장이나 신장이 안 좋은 사람에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의사 처방에 따라 양과 성분을 조절해야 한다”며 “특히 마약류 의약품은 의존성이 강해 반복해서 더 많은 양을 찾게 된다”고 우려했다.경찰은 의료법, 약사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 위반 등으로 박 씨를 조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박 씨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링거를 맞는 사진이 공개된 뒤 논란이 일자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김 씨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돼 경찰 마약범죄수사팀이 수사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무면허 의료행위 등을 일차적으로 처벌하지만, 의료법 위반임을 인지하고 적극 요청한 경우 등은 환자 본인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나는 별로 재능이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슬럼프에 빠진 한국인 각본가 ‘이’(심은경). 현실에서 도망치듯 설국의 작은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지도에도 없는 여관을 찾은 ‘이’는 수상할 만큼 무심한 주인 ‘벤조’(쓰쓰미 신이치)를 만난다. 그리고 이곳에서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10일 국내 개봉한 영화 ‘여행과 나날’은 일본 영화계에서 ‘신성(新星)’으로 불리는 미야케 쇼 감독(41)의 신작이다. 2010년 ‘야쿠타타즈’로 데뷔한 그는 두 번째 장편 ‘플레이백’부터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이름을 알렸다. ‘여행과 나날’ 또한 올해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받았다. 최근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에서 만난 미야케 감독은 “심 배우와 함께 한 작업이기도 해서 한국 개봉이 긴장되고 기대된다”고 했다. 이 영화는 “살아 있다는 실감”이란 대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착실하고 성실한 캐릭터 ‘이’가 필요했다. 미야케 감독은 “가장 큰 전제는 ‘이’가 자신의 일에 진지했다는 점”이라며 “그렇기에 ‘재능이 없다’는 갈등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뭔가를 계속하다 보면 타성에 젖어 자신의 100%를 발휘하지 않아도 가능해지는 순간이 있을 텐데요. 이때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낄 겁니다. 이 영화는 그 감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주고 싶었어요.” 이 영화의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여백’이다. 심적 고통을 겪는 이에게 벤조는 구원자로 등장하진 않는다. 이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 서로 대화 자체도 원활하지 않다. 하지만 벤조는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이는 온전히 스스로 성장을 이뤄낸다. 이러한 시적 연출에 대해 미야케 감독은 “여행이라는 건 말과 멀어지는 것”이라며 “말은 달라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있단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미야케 감독은 현재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년) 등을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47)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본 감독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감독은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았다.“이번 영화까지 연달아 세 편을 같은 스태프들과 만들었는데요. 아마 현재의 평가는 그동안의 작업이 축적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감독 개인적으로는 상을 많이 받는다고 아이디어가 많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떻게 찍어야 하지?’ 항상 불안해합니다, 하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나는 별로 재능이 없구나, 생각했습니다.”슬럼프에 빠진 한국인 각본가 ‘이’(심은경). 현실에서 도망치듯 설국의 작은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지도에도 없는 여관을 찾은 ‘이’는 수상할 만큼 무심한 주인 ‘벤조’(츠츠미 신이치)를 만난다. 그리고 이곳에서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10일 국내 개봉한 영화 ‘여행과 나날’은 일본 영화계에서 ‘신성(新星)’으로 불리는 미야케 쇼 감독(41)의 신작이다. 2010년 ‘야쿠타타즈’로 데뷔한 그는 두 번째 장편 ‘플레이백’부터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이름을 알렸다. ‘여행과 나날’ 또한 올해 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받았다. 최근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에서 만난 미야케 감독은 “심 배우와 함께 한 작업이기도 해서 한국 개봉이 긴장되고 기대된다”고 했다.이 영화는 “살아있다는 실감”이란 대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착실하고 성실한 캐릭터 ‘이’가 필요했다. 미야케 감독은 “가장 큰 전제는 ‘이’가 자신의 일에 진지했다는 점”이라며 “그렇기에 ‘재능이 없다’는 갈등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뭔가를 계속하다 보면 타성에 젖어 자신의 100%를 발휘하지 않아도 가능해지는 순간이 있을 텐데요. 이때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낄 겁니다. 이 영화는 그 감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주고 싶었어요.”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여백’이다. 심적 고통을 겪는 이에게 벤조는 구원자로 등장하진 않는다. 이가 한국 사람이다보니, 서로 대화 자체도 원활하지 않다. 하지만 벤조는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이는 온전히 스스로 성장을 이뤄낸다. 이러한 시적 연출에 대해 미야케 감독은 “여행이라는 건 말과 멀어지는 것”이라며 “말은 달라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있단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미야케 감독은 현재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년) 등을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47)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본 감독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감독은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았다. “이번 영화까지 연달아 세 편을 같은 스태프들과 만들었는데요. 아마 현재의 평가는 그동안의 작업이 축적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감독 개인적으로는 상을 많이 받는다고 아이디어가 많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떻게 찍어야 하지?’ 항상 불안해합니다, 하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평일 황금시간대는 채널A와 함께!’ 채널A가 2026년부터 평일 오후 9시, 10시에 시사보도 및 예능 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한다.오후 9시엔 채널A 시사 뉴스쇼 ‘뉴스A CITY LIVE’를 신설한다. 채널A가 가진 고유의 시사보도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 프로그램이다. 오후 10시에는 새롭게 선보이는 ‘셰프와 사냥꾼’을 비롯해 ‘탐정들의 영업비밀’과 ‘야구여왕’ ‘개와 늑대의 시간 시즌2’ 등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일 1예능’ 라인업을 구축해 시청자들을 맞이한다.● “에드워드 리와 추성훈의 특급 조합”내년 1월 5일 새롭게 출발하는 채널A 개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평일 오후 10시대 ‘예능존’ 통합이다. 요일별로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시청자들에게 “10시엔 채널A 예능”이란 고정 시청 패턴을 선사하고자 한다. 먼저 월요일 밤은 채널A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은 ‘탐정들의 영업비밀’이 포문을 연다. 지난해 1월부터 방영해 데프콘과 유인나, 김풍 등의 감칠맛 나는 말맛이 사랑받으며 종편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작품. 화요일은 지난달 첫 방송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야구여왕’이 기세를 이어간다. 박세리 단장과 추신수 감독의 지휘 아래 일취월장하고 있는 여성 야구단 ‘블랙퀸즈’의 경기가 갈수록 입소문을 타고 있다. 수요일은 시즌2로 돌아온 ‘개와 늑대의 시간’이 책임진다. 한층 더 놀라워진 ‘개통령’ 강형욱의 반려견 솔루션을 만날 수 있다. 목요일은 방영 전부터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와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 방송인 추성훈의 만남으로 뜨거운 신규 예능 ‘셰프와 사냥꾼’이 1월 8일 첫선을 보인다. ‘예능 치트키’ 임우일과 김대호 전 아나운서도 합류해 야생 식재료를 찾아 헤매는 생존 미식 탐험기. 금요일은 설명이 필요 없는 채널A 간판 예능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오후 9시부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젠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핱시’(하트시그널)도 내년 상반기 시즌5로 돌아온다. 2017년 첫 시즌부터 연애 관찰 예능의 원조 맛집으로 자리 잡은 ‘핱시’가 새로운 시즌엔 어떤 청춘남녀의 짜릿한 서사를 보여 줄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 “이슈 맥락을 짚는 뉴스A CITY LIVE”평일 오후 10시 예능존에 앞서 오후 9시는 채널A의 새로운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궁금증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뉴스A CITY LIVE’(시티 라이브)가 1월 5일부터 매주 월∼목요일 방송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그날의 주요 화제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시사 뉴스쇼가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 12년 경력의 채널A 대표 앵커 김종석이 진행을 맡은 ‘시티 라이브’는 해당 이슈를 직접 취재한 채널A 보도본부 베테랑 기자들이 출연해 이슈를 풀어낸다. 외부 패널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취재와 팩트에 바탕을 둔 진행이 특징. 오랫동안 종합뉴스가 지켜온 오후 9시 시간대를 현장감을 살린 심층 분석으로 차별화한다. 오후 5시대를 책임져 온 채널A 대표 시사 프로그램 ‘뉴스 TOP10’은 ‘취재하는 앵커’ 노은지가 새롭게 합류한다. 정치와 법조 등의 현장을 거친 노 앵커가 좀 더 현장감 있고 깊이 있는 뉴스를 전달한다. 정회욱 채널A 콘텐츠전략본부장은 “이번 개편은 시청자들이 ‘매일 같은 시간에 찾게 되는 채널’로 자리 잡기 위한 전략적 변화”라며 “예능과 드라마는 물론이고 보도 프로그램까지 균형 잡힌 편성을 통해 2026년 한 해 동안 더 안정적이고 풍부한 콘텐츠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명불허전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명불허전.’17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는 이 한마디로 가름할 수 있다. 2022년 2편 ‘아바타: 물의 길’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는 기술과 상상력의 정점을 다시 한 번 끌어올렸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흩어지는 재 하나까지 정교하게 구현해 낸 ‘비주얼 어트랙션’의 선구자임을 다시금 증명한다. 3시간 17분이라는 장대한 러닝타임에도 관객을 끝까지 붙잡아두며,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이번 영화 속 모든 사건의 시작에는 인간이면서 나비족의 일원인 스파이더(잭 챔피언)가 있다. 스파이더가 마스크 없이도 판도라 행성에서 호흡이 가능해지자, 이를 알게 된 지구인 집단 ‘RDA’의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이 재침투에 나선다. 쿼리치 대령은 판도라 공략의 열쇠를 쥔 스파이더와 인간의 배신자로 불리는 제이크(샘 워딩턴)를 데려오기 위해 ‘재의 부족’과 손을 잡는다.줄거리에서 대략 유추할 수 있듯, ‘아바타: 불과 재’는 크게 3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인간 대 자연’ 구도를 벗어났다. 이 판도를 바꾼 건 ‘재의 부족’ 망콴족의 등장 덕이다.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하진 않지만, 망콴족은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부족이다. 판도라의 어머니 ‘에이와’에게 적개심을 품은 지 오래. 이들은 전작에서 소개된 ‘숲의 부족’ 나비족, ‘물의 부족’ 멧케이족과 한눈에 봐도 매우 다르다. 앙상한 잔해만 남은 곳에 터전을 잡고 다른 부족을 약탈하며 살아간다.지구인과 망콴족의 동맹은 판도라의 방대함을 암시하는 신호탄이다. 이미 5편까지 계획돼 있는 ‘아바타’ 시리즈를 이끌어가야 하는 캐머런 감독 입장에선 세계관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테다.둘째, 전투에 참여하는 주체가 많다 보니 그 스케일 또한 엄청 커졌다. 수중 비주얼에 집중했던 ‘아바타: 물의 길’이 아쉬웠던 관객이라면, 이번 3편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영화는 시작부터 망콴족과의 작은 전투들을 발판 삼아 인간과 나비족, 멧케이족, 망콴족 등이 총동원되는 클라이맥스 전투로 나아간다. 이때 물과 불, 인간과 자연 등 다각도의 대조를 통해 구현해 낸 전투 방식과 스케일은 1, 2편을 뛰어넘을 정도로 웅장하다.마지막으로 ‘아바타: 불과 재’는 주인공들의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앞선 두 작품이 제이크와 네이티리(조이 살다나)의 시점에서 진행됐다면, 이번 작품은 차남 로아크(브리튼 돌턴)를 중심으로 키리(시거니 위버), 스파이더 등 그들의 아이들 시각에서 전개된다. 아이들 역시 각기 다른 성장과 변화를 경험하면서, 전편에서 죽은 장남 네테이얌의 부재를 극복해간다.이는 “‘아바타: 불과 재’는 가족 서사의 완결판”이라고 했던 캐머런 감독의 의도로 풀이된다. 원래 ‘아바타: 불과 재’는 ‘아바타: 물의 길’과 한 편으로 기획됐던 영화였다. 실제로도 한꺼번에 촬영했다. 그러나 한 가족의 여정을 전하고자 했던 감독이 스토리를 2개 영화로 나누길 원했다. 결국 제작사에 “20억 달러(약 2조9500억 원)를 두 차례 벌게 해주겠다”고 설득한 끝에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고 한다.‘아바타: 불과 재’가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모은다. 아바타 1, 2편은 각각 개봉 3주 차, 2주 차에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 2위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좀비딸’ 모두 560만 명대. ‘아바타: 불과 재’가 연말 성수기 기세를 타고 선전하면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 개봉을 하루 앞둔 16일 현재 예매 관객 수는 49만 명에 이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매니저에 대한 갑질 논란과 불법 의료행위 의혹이 불거진 개그우먼 박나래 씨(40·사진)가 16일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 8일 만이다. 이날 박 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최근 제기된 사안들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걱정과 피로를 드린 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현재 제기된 사안들은 사실관계를 차분히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더 이상의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이 영상 이후로는 관련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임현택 전 대한의료협회 회장이 박 씨 의혹과 관련해 ‘주사 이모’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12일 접수했으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경찰로 사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임 전 회장은 또 박 씨가 또 다른 ‘링거 이모’로부터도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박 씨와 성명 불상의 해당 인물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내가 죽였다고 자백할게요.” 넷플릭스 12부작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감옥에서 만난 두 여자, 윤수(전도연)와 모은(김고은)의 거래에서 시작한다. 남편 살해 누명을 쓴 윤수에게 모은이 은밀한 제안을 하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라 할 수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전도연(52·사진)은 “여태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많은 얼굴 근육을 썼다”며 웃었다. 액션뿐 아니라 밀도 높은 감정 연기가 많은 작품이어서 “힘들었다”고 허심탄회하게 소회를 밝혔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두 여성의 서사가 스릴러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성 투톱물’이란 표현에 대해선 “씁쓸하다”고 했다. “여성 투톱물을 특별한 시선으로 봐주시는 게 오히려 아쉬웠어요. 남성 배우 투톱 작품은 특이하거나 희귀하게 여기시지 않잖아요. 작품이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해요.” 김 배우와 호흡을 맞춘 건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년) 이후 10년 만. 김 배우는 현장에서 본 선배 전 배우에 대해 “저러다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고 매 장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전 배우는 이에 대해 “내가 몸을 사리지 않는 건, 사리는 법을 몰라서 그렇다”며 웃음을 지었다. 전 배우는 되레 후배를 향해 “쉽지 않은 연기를 해낸 배우”라고 칭찬했다. “내가 감히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하기도 조심스러워요. 같은 배우로서 늘 ‘내가 한순간도 이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데, 고은이는 그걸 완주해낸 배우였어요.” 1990년 광고로 데뷔해 올해로 35주년을 맞는 전도연. 그는 2007년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밀양’)을 포함해 수많은 수상 이력이 있지만, 한순간도 연기에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제가 너무나 중요한 시기도 있었어요. 그 모습을 한순간 흉내 낼 순 있었지만, 저는 직업이 배우라는 이유로 저 자신을 잃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나’에 집중했는데, 그러다 보니 연기에 더 집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속일 수 없으니, 순간순간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한 거예요.” 이 과정은 그가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기도 했다고. 전 배우는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하게 활동하다 보면, 육체적으론 힘들지 몰라도 정신적으론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며 “뭘 했지보다는 뭘 해야 하지를 더 많이 생각하면서, 내 눈앞에 닥친 하루를 잘 지내자는 생각에 지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차기작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영화 ‘밀양’(2007년) 이후 이 감독과 거의 20년 만의 재회다.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이 감독님과 다시 영화를 찍는 게 꿈만 같았어요. 설경구 씨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촬영했습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내가 죽였다고 자백할게요.” 넷플릭스 12부작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감옥에서 만난 두 여자, 윤수(전도연)와 모은(김고은)의 거래에서 시작한다. 남편 살해 누명을 쓴 윤수에게 모은이 은밀한 제안을 하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라 할 수 있다.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전도연(52)은 “여태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많은 얼굴 근육을 썼다”며 웃었다. 액션 뿐 아니라 밀도 높은 감정 연기가 많은 작품이어서 “힘들었다”고 허심탄회하게 소회를 밝혔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두 여성의 서사가 스릴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성 투톱물’이란 표현에 대해선 “씁쓸하다”고 했다. “여성 투톱물을 특별한 시선으로 봐주시는 게 오히려 아쉬웠어요. 남성 배우 투톱 작품은 특이하거나 희귀하게 여기시지 않잖아요. 작품이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해요.”김 배우와 호흡을 맞춘 건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년) 이후 10년 만. 그는 현장에서 본 선배 전 배우에 대해 “저러다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고 매 장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실제로 작품에선 윤수가 매회 얻어맞고, 도망치고,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전 배우는 이에 대해 “내가 몸을 사리지 않는 건, 사리는 법을 몰라서 그렇다”며 웃음을 지었다.전 배우는 되레 후배를 향해 “쉽지 않은 연기를 해낸 배우”라고 칭찬했다. “내가 감히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하기도 조심스러워요. 같은 배우로서 늘 ‘내가 한 순간도 이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데, 고은이는 그걸 완주해낸 배우였어요.”1990년 광고로 데뷔해 올해로 35주년을 맞는 전도연. 그는 2007년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밀양’)을 포함해 수많은 수상 이력이 있지만, 한 순간도 연기에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제가 너무나 중요한 시기도 있었어요. 그 모습을 한순간 흉내낼 순 있었지만, 저는 직업이 배우라는 이유로 저 자신을 잃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나’에 집중했는데, 그러다 보니 연기에 더 집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속일 수 없으니, 순간순간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한 거예요.”이 과정은 그가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기도 했다고. 전 배우는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하게 활동하다 보면, 육체적으론 힘들지 몰라도 정신적으론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며 “뭘 했지보다는 뭘 해야 하지를 더 많이 생각하면서, 내 눈 앞에 닥친 하루를 잘 지내자는 생각에 지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차기작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영화 ‘밀양’(2007년) 이후 이 감독과 거의 20년 만의 재회다.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이 감독님과 다시 영화를 찍는 게 꿈만 같았어요. 설경구 씨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촬영했습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 ‘승리호’(2020년)와 ‘콜’(2020년), ‘낙원의 밤’(2021년)은 공통점이 있다. 극장 개봉용으로 제작했으나, 팬데믹 여파로 영화관 상영을 포기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한 작품들이다. 영화 ‘자산어보’(2021년)와 ‘한산: 용의 출현’(2022년)은 개봉은 했지만 2개월이 채 되지 않아 OTT에 풀렸다.올해 극장가 침체가 장기화되며 최근 비슷한 사례가 늘어나자 영화계에서 ‘홀드백 제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에 상영된 뒤 다른 플랫폼에 공개될 때까지 일정 기간을 두자는 것. 특히 9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정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며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영화계 살리는 최소한의 장치”홀드백 제도는 영화관과 인터넷TV(IPTV), OTT, 제작·배급사 등의 입장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찬성 측은 “국내 영화산업은 매출 대부분을 영화관에서 회수해온 만큼, 극장 상영이 흔들리면 산업 전체가 붕괴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팬데믹 이후 변화한 영화 소비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채 공개 시점을 법으로 강제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고 맞선다.홀드백 제도를 적극 요구하는 쪽은 주로 영화관이다. ‘극장→IPTV·케이블TV·주문형비디오(VOD)→OTT→TV 채널’로 이어지는 기존 유통 구조가 유지돼야, 극장가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극장 개봉 4∼6개월 후 OTT 공개’라는 관행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팬데믹으로 영화관 개봉이 어려워 극장과 OTT에 동시 개봉하거나 곧장 OTT로 간 작품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는 영화관 관람객 감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극장가가 “최소한의 홀드백 기준을 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홀드백 제도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명확하다. 극장 상영 기간이 보장되면 지금보다 관객이 늘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영화산업의 안정화에 보탬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 근거가 영화발전기금. 해당 기금은 영화관 입장권의 3%를 걷어 영화 제작 지원 및 영화제 운영 등에 쓰인다. 늘어난 영화발전기금으로 영화 제작 생태계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넷플릭스의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OTT 의존도를 낮추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스크린쿼터제 덕에 국내 영화가 자생력을 갖춘 것처럼, 영화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홀드백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대착오적, 개봉 포기할 수도”반대 입장도 만만찮다. 홀드백은 영화계가 아니라 ‘극장만을 위한 제도’라고 본다. 영화의 생명력은 화제성에 달려 있는데, 홀드백을 강제하면 그 초기 효과를 영화관이 대부분 가져가 이후 사업자들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특히 중저예산 영화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영화관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블록버스터와 달리, 소규모 영화는 개봉 스크린 수가 적고 기간도 짧다. 극장 상영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쉽지 않다. 결국 OTT나 IPTV 등으로의 빠른 전환이 관건인데, 홀드백에 묶이면 수익 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홀드백이 되레 ‘글로벌 OTT 쏠림’을 강화할 거란 예측도 나온다. 홀드백이 강제화되면 제작사나 배급사는 ‘영화관에서 승산 없는 작품’은 아예 개봉하지 않는 걸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배급사 대표는 “당장 몇 개월의 수익 창구가 극장으로만 제한되면 배급사의 협상력이 약해진다”며 “그럴 경우 오히려 극장을 건너뛰고 OTT로 직행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화가 극장 중심 산업이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여러 플랫폼과 거래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게다가 단순히 홀드백을 보장한다고 극장 수익이 회복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홀드백(Holdback) 제도영화가 극장에 상영된 뒤 다른 플랫폼에 공개될 때까지 일정 기간을 두는 제도.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은 ‘홀드백 6개월 준수’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 ‘승리호’(2020년)와 ‘콜’(2020년), ‘낙원의 밤’(2021년)은 공통점이 있다. 극장 개봉용으로 제작했으나, 팬데믹 여파로 영화관 상영을 포기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한 작품들이다. 영화 ‘자산어보’(2021년)와 ‘한산: 용의 출현’(2022년)은 개봉은 했지만 2개월이 채 되지 않아 OTT에 풀렸다.올해 극장가 침체가 장기화되며 최근 비슷한 사례들이 늘어나자 영화계에서 ‘홀드백(Holdback) 제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 상영된 뒤 다른 플랫폼에 공개할 때까지 일정 기간을 두자는 것. 특히 9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정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며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홀드백 제도는 영화관과 IPTV, OTT, 제작·배급사 등 입장에 따라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찬성 측은 “국내 영화산업은 매출 대부분을 영화관에서 회수해온 만큼, 극장 상영이 흔들리면 산업 전체가 붕괴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팬데믹 이후 변화한 영화 소비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채, 공개 시점을 법으로 강제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고 맞선다.● “영화계 살리는 최소한의 장치”홀드백 제도를 적극 요구하는 쪽은 극장이다. ‘극장→IPTV·케이블TV·VOD(주문형비디오)→OTT→TV채널’로 이어지는 기존 유통 구조가 유지돼야, 극장가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극장 개봉 4~6개월 후 OTT 공개’라는 관행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팬데믹으로 영화관 개봉이 어려워, 극장과 OTT 동시 개봉하거나 곧장 OTT로 간 작품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는 영화관 관람객 감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극장가가 “최소한의 홀드백 기준을 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홀드백 제도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명확하다. 극장 상영 기간이 보장되면, 지금보다 관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영화산업의 안정화에 보탬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 근거가 영화발전기금. 해당 기금은 영화관 입장권의 3%를 걷어 영화 제작 지원 및 영화제 운영 등에 쓰인다. 늘어난 영화발전기금으로 영화 제작 생태계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단 뜻이다.넷플릭스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OTT 의존도를 낮추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수의 지식재산권(IP)이 OTT로 넘어간 상황에서, 한국 시장 철수 등 변수가 생기면 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스크린쿼터제 덕에 국내 영화가 자생력을 갖춘 것처럼, 영화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홀드백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대착오적, 개봉 포기할 수도”반대 입장도 만만찮다. 홀드백은 영화계가 아니라 ‘극장만을 위한 제도’라고 본다. 영화의 생명력은 화제성에 달려 있는데, 홀드백을 강제하면 그 초기 효과를 영화관이 대부분 가져가 이후 사업자들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특히 중저예산 영화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영화관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블록버스터와 달리, 소규모 영화는 개봉 스크린 수가 적고 기간도 짧다. 극장 상영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쉽지 않다. 결국 OTT나 IPTV 등으로 빠른 전환이 관건인데, 홀드백에 묶이면 수익 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홀드백이 되레 ‘글로벌 OTT 쏠림’을 강화할 거란 예측도 나온다. 홀드백이 강제화되면, 제작사나 배급사는 ‘영화관에서 승산 없는 작품’은 아예 개봉하지 않는 걸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배급사 대표는 “당장 몇 개월의 수익 창구가 극장으로만 제한되면 배급사의 협상력이 약해진다”며 “그럴 경우 오히려 극장을 건너뛰고 OTT로 직행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화가 극장 중심 산업이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여러 플랫폼과 거래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게다가 단순히 홀드백을 보장한다고 극장 수익이 회복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971년 미국 뉴저지주. ‘존 리스트’는 부인과 어머니, 세 자녀를 살해한 뒤 실종됐다. 그가 목사에게 남긴 편지엔 “가족을 천국에 보내기 위해서”였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18년 뒤 밝혀진 이 범죄의 양상은 달랐다. 리스트는 아주 내성적이었으며, 자주 해고됐고, 신앙심 강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며 쌓인 뭔가가 ‘갑자기 폭발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자칭 ‘샘의 아들’이라 불리는 미 연쇄살인범 데이비드 버코위치는 살인 전 뉴욕 전역에서 2000건 이상의 작은 방화를 저질렀다. 그는 종종 진화 현장을 지켜보면서 성적인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소방관, 경찰관, 언론 등 권력을 통제하는 느낌이 이 방화범에겐 이른바 흥분 작용을 한 셈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지원부의 전 수장인 존 더글러스와 영화 제작자인 마크 올셰이커가 뭉쳐 강력 범죄의 동기를 파헤친 책이다.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범 티머시 맥베이나 존 레넌을 살해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 등 방화범, 납치범, 살인범 등 다양한 범죄자의 정신세계를 탐구했다. 우선 저자들이 가진 강력한 전제는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였다. 모든 범죄엔 분명히 동기가 있다.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이해하고 수단을 평가할 수 있다면, 범인을 식별하는 데 훨씬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가장 깊이 다루는 범죄자 유형은 ‘암살자 성격’이다. 갑자기 폭발하는 유형으로, 폭탄 테러범 ‘유나바머’가 대표적 사례다. 이런 유형이 폭력으로 치닫는 핵심적인 원인은 오랜 시간 누적된 소외감과 편집증으로 분석된다. 이에 저자들은 이런 유형은 ‘백인 남성 고독자’일 가능성이 크고, 대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리더보다는 추종자 성향이 강하다는 특징을 꼽았다. 저자들은 이러한 범죄의 원인이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전이라면 자신에게 향했을 분노가 타인을 향하면서, 과거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 이들도 이젠 타인을 타깃으로 삼는다고 본다. 저자들은 “그들은 실제든 상상된 것이든 자신의 결핍을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며 “궁극적인 폭력 행위는 뿌리 깊은 무능력감의 결과”라고 강조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아바타’ 시리즈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단 1초도 쓰지 않았습니다.” 17일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71·사진)은 12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아바타 시리즈의 화면이 환상적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이유는 배우들의 실제 연기에 기반했기 때문”이라는 것. 외계의 가상의 종족을 주인공으로 한 ‘아바타’ 시리즈는 1편부터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실제 배우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표정 연기까지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 왔다. 시리즈의 3편인 이번 영화는 아예 ‘생성형 AI를 쓰지 않았다’고 공지한 뒤 상영이 시작된다. 캐머런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인간 배우의 독창성은 절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시리즈 중 “가장 감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가족의 장남 네테이암이 죽음을 맞이한 2편 직후에서 시작돼 이들 가족이 상실과 고통을 견디며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을 담았다. 캐머런 감독은 “(나 역시) 아이 5명의 아버지이자 어린 시절 대가족에서 자란 만큼 ‘가족’이란 주제를 판도라 행성으로 옮겨오고 싶었다”고 말했다.3편에 새로 등장하는 ‘재의 부족’인 ‘망콴족’은 이전 시리즈에 나온 ‘나비족’ 등과는 달리 타 부족에게 적대적이고, 사납다. 캐머런 감독은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팀과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화산재에 뒤덮인 마을을 보고 부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재의 부족’은 증오와 폭력, 혼돈, 트라우마의 결과로 생겨났다”며 “고향의 파괴를 겪은 무력함과 고통을 공격적인 특성으로 발현한 부족을 상상했다”고 밝혔다. 재의 부족을 이끄는 지도자 ‘바랑’은 찰리 채플린의 딸 우나 채플린이 연기했다. 캐머런 감독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배우”라 평했다. 이번 영화는 12일 기준 사전 예매 관객 수가 24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역대 1위(1편), 3위(2편)’라는 전편의 성적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캐머런 감독은 “3000명 넘는 사람이 4년간 이 작품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며 “이번 시리즈의 가장 공들인 장면은 사실상 모든 장면”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아바타’ 시리즈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단 1초도 쓰지 않았습니다.”17일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71)은 12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아바타 시리즈의 화면이 환상적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이유는 배우들의 실제 연기에 기반했기 때문”이라는 것. 외계의 가상의 종족을 주인공으로 한 ‘아바타’ 시리즈는 1편부터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실제 배우들의 움직임뿐 아니라 표정 연기까지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 왔다.캐머런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인간 배우의 독창성은 절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시리즈의 3편인 이번 영화는 ‘생성성 AI를 쓰지 않았다’고 공지한 뒤 상영이 시작된다. 특히 이번 영화는 시리즈 중 “가장 감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야기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가족의 장남 네테이암이 죽음을 맞이한 2편 직후에서 시작돼 이들 가족이 상실과 고통을 견디며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을 담았다. 캐머런 감독은 “(나 역시) 아이 5명의 아버지이자 어린 시절 대가족에서 자란 만큼 ‘가족’이란 주제를 판도라 행성으로 옮겨오고 싶었다”고 말했다.3편에 새로 등장하는 ‘재의 부족’인 ‘망콴족’은 이전 시리즈에 나온 ‘나비족’ 등과는 달리 타부족에 적대적이고, 사납다. 캐머런 감독은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팀과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화산재에 뒤덮인 마을을 보고 부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재의 부족’은 증오와 폭력, 혼돈, 트라우마의 결과로 생겨났다”며 “고향의 파괴를 겪은 무력함과 고통을 공격적인 특성으로 발현한 부족을 상상했다”고 밝혔다. 재의 부족을 이끄는 지도자 ‘바랑’은 찰리 채플린의 딸 우나 채플린이 연기했다. 캐머런 감독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배우”라 평했다.이번 영화는 12일 기준 사전 예매 관객 수 24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역대 1위(1편), 3위(2편)’라는 전편의 성적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캐머런 감독은 “3000명 넘는 사람들이 4년간 이 작품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며 “이번 시리즈의 가장 공들인 장면은 사실상 모든 장면”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피고용인으로서, 디즈니플러스에 정말 감사합니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배우 지창욱(38)은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아들’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2023년 ‘최악의 악’부터 지난해 ‘강남 비-사이드’, 올해 ‘조각도시’까지 3년째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주연을 맡았다. 지 배우가 이 과정에서 얻은 또 하나의 별명은 ‘한국판 톰 크루즈’다. 남성적 성향이 강한 작품들이다 보니 격투는 물론이고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신들을 소화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딱히 액션물을 선호하진 않는다”고 고백했다. “개인적인 취향은 사람 냄새 나는 휴머니즘이나 멜로물에 더 가까워요. 하지만 ‘지금의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액션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액션은 나이가 들면 지금처럼 할 순 없을 테니 ‘이번이 내 인생 마지막 액션’이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당분간 액션은 그만하고 싶어요. 하하.” 그중에서도 ‘조각도시’는 특히나 “힘든 작품”이었다고 한다. 촬영 기간만 약 1년. 2017년 개봉했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로 리메이크했는데, 당시 주인공 역시 지 배우였다. 그는 “시리즈화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제안을 주셨다”며 “또 한 번 이 작품을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외모만 보면 ‘타고난 주연 배우’로 보이지만, 그는 18년간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왔다. 2008년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했고, 같은 해 KBS 아침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로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조·주연을 가리지 않고 연기했다. 지 배우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해 왔던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고 했다. 그는 오랜 시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음에도 “하나라도 더 하고 싶은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내년에는 ‘메리 베리 러브’(가제), ‘인간X구미호’(가제) 등 로맨틱코미디 장르로 복귀한다. ‘수상한 파트너’(2017년)와 ‘도시남녀의 사랑법’(2020∼2021년), ‘웰컴투 삼달리’(2023∼2024년) 등 그의 멜로 연기에 대한 팬층도 상당히 두터운 편. 지 배우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진하게 생긴 사람 중에 내가 제일 담백하고 귀엽다’고 이야기한다”며 “아주 귀여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살면서 제가 포기했던 게 포기하지 않았던 것보다 훨씬 많은데요. 그중에 포기하지 않은, 딱 하나가 ‘연기’입니다. 그 사실이 대견하고 뿌듯해요. 나중에 제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에도 ‘내가 포기하지 않았었구나’ 했으면 합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피고용인으로서, 디즈니플러스에 정말 감사합니다.”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배우 지창욱(38)은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아들’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2023년 ‘최악의 악’부터 지난해 ‘강남 비-사이드’, 올해 ‘조각도시’까지 3년째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주연을 맡았다.지 배우가 이 과정에서 얻은 또 하나의 별명은 ‘한국판 톰 크루즈’다. 남성적 성향이 강한 작품들이다보니 격투는 물론이고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씬들을 소화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딱히 액션물을 선호하진 않는다”고 고백했다.“개인적인 취향은 사람 냄새 나는 휴머니즘이나 멜로물에 더 가까워요. 하지만 ‘지금의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액션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액션은 나이가 들면 지금처럼 할 순 없을 테니 ‘이번이 내 인생 마지막 액션’이라고 마음으로 임했어요. 당분간 액션은 그만하고 싶어요. 하하.”그중에서도 ‘조각도시’는 특히나 “힘든 작품”이었다고 한다. 촬영 기간만 약 1년. 2017년 개봉했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로 리메이크했는데, 당시 주인공 역시 지 배우였다. 그는 “시리즈화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제안을 주셨다”며 “또 한 번 이 작품을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외모만 보면 ‘타고난 주연 배우’로 보이지만, 그는 18년간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왔다. 2008년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했고, 같은 해 KBS 아침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로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조주연을 가리지 않고 연기했다. 지 배우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해왔던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고 했다. 그는 오랜 시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음에도 “하나라도 더 하고 싶은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내년에는 ‘메리 베리 러브’(가제), ‘인간X구미호(가제) 등 로맨틱코미디 장르로 복귀한다. ‘수상한 파트너’(2017년)와 ‘도시남녀의 사랑법’(2020~2021년), ‘웰컴투 삼달리’(2023~2024년) 등 그의 멜로 연기에 대한 팬층도 상당히 두터운 편. 지 배우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진하게 생긴 사람 중에 내가 제일 담백하고 귀엽다’고 이야기한다”며 “아주 귀여울 것”이라고 예고했다.“살면서 제가 포기했던 게 포기하지 않았던 것보다 훨씬 많은데요. 그중에 포기하지 않은, 딱 하나가 ‘연기’입니다. 그 사실이 대견하고 뿌듯해요. 나중에 제 인생을 되돌아 봤을 때에도 ‘내가 포기하지 않았었구나’ 했으면 합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의 리즈 테일러’ 배우 김지미 별세‘한국의 리즈 테일러’ ‘원조 팜 파탈’,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은막의 톱스타로 군림했던 배우 김지미 씨가 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영화 700편에 출연하며 700가지 인생을 살았다”는 고인은 배우로서도, 연애와 결혼으로도 언제나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나 이상의 배우는 없단 자신감으로 살았다”는 그는 당대 ‘자유로운 신여성’으로도 평가받았다.》“수백 편 출연했지만 완성작은 한 작품도 없어요. 아직도 배울 게 많은, 철 안 든 배우일 뿐입니다.”(2017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1950∼80년대 최고의 여배우로 인기를 누리며 ‘한국의 리즈 테일러’라 불렸던 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 씨가 6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10일 “김 배우가 6일 오전 11시 반(한국 시간 7일 오전 4시 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데뷔부터 주연을 맡아 영화 수백 편에 출연하며 당대의 미녀 배우로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배우 최무룡(1928∼1999), 가수 나훈아 등과 만나고 헤어지며 자유롭고 주체적인 ‘신여성(新女性)’ 이미지도 강했다.● “영화계 원조 팜파탈” 1940년 충남 대덕군(현 대전 대덕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7세였던 1957년 고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덕성여고 재학 시절, 명동에 가던 고인을 마주친 김 감독이 광화문 인근 집까지 따라와 섭외했다고 한다.고인은 1950년대 후반부터 독보적인 톱스타였다. ‘별아 내 가슴에’(1958년) ‘비 오는 날의 오후 3시’(1959년) ‘장희빈’(1961년) 등에 출연하며 상종가를 쳤다. “김지미가 나오면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아 한 해 34편에 출연한 적도 있다.영화 제작 침체기였던 1970년대에도 ‘잡초’(1973년) ‘토지’(1974년) 등에 출연하며 국내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고인과 영화 13편을 찍은 김수용 감독은 “그토록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 걸 보면, 연기는 그의 큰 특기였던 듯하다”고 했다.화려한 외모로 유명했던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1932∼2011)와 비견되던 고인은 삶의 궤적도 무척 닮았다. 보수적인 시대에도 네 차례 결혼과 이혼으로 화제를 모았다. 데뷔 1년 뒤 홍성기 감독과 결혼했다가 4년 만에 파경을 맞았으며, 최고의 스타였던 최무룡 배우와 1963년 결혼했다가 6년 뒤 헤어졌다. 이혼 발표 당시 최 배우는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을 남겨 두고두고 회자됐다. 나훈아 씨와 1976∼1982년 사실혼 관계였고, 1991년 결혼한 이종구 박사와는 2002년 이혼했다. 고인은 훗날 한 인터뷰에서 “나이 많은 남자, 어린 남자, 능력 있는 남자 다 살아봤는데 별거 아니더라. 다 어린애”라고 했다.● 대표작 ‘길소뜸’ 최고의 연기1980년대부턴 영화 제작자로도 활약했다. 1985년 본인 이름을 딴 ‘지미필름’을 창립했다. 고인은 후에 “군사 독재 시대에 심의와 검열이 심했다. 여배우는 늘 기생이나 유흥가 여성을 연기해야 했다”며 “혼이 담긴 영화를 하고 싶어 직접 제작을 결심했다”고 했다.배우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임권택 감독과 ‘길소뜸’(1986년) ‘티켓’(1986년) 등을 찍으며 연기 폭을 넓혀갔다. 특히 ‘길소뜸’에선 전쟁 이후의 상처와 모성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 출연작 ‘명자 아끼꼬 쏘냐’(1992년)까지 공식 집계된 출연작만 370여 편. 고인은 “700편 이상 출연했을 것”이라며 “700가지 인생을 살았던 만큼 미련은 없다”고 했다. 1995년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1998년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영화계 발전에 힘썼다. 2010년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고인에 대한 추모공간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