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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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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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훈아-남진-조용필… 연말 무대 달구는 ‘가요계의 전설’

    연말을 맞아 굵직한 가수들의 콘서트가 줄지어 찾아온다. 트로트 가수부터 발라드 가수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70, 80년대를 풍미했던 ‘원조 오빠’들의 무대다. 영원한 트로트계 라이벌 나훈아(76)와 남진(78)이 연말 콘서트에 나선다. 나훈아는 다음 달 9, 10일 대구 엑스코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벡스코(16, 17일)와 경기 고양시 킨텍스(30, 31일)에서 콘서트를 연다. 나훈아는 소속사를 통해 “그동안 아무 일 없었던 듯 애써 힘을 내어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찾아가는 2023년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공기가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그런 2023년을 보내야 하는 마지막 12월에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남진의 공연에서는 올 9월 공개한 신곡 ‘이별도 내 것이니까’와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다. 지난달 14일 부산에서 콘서트를 연 그는 다음 달 23일 전주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국 투어 콘서트를 이어간다. ‘가왕’ 조용필은 다음 달 2일 광주를 시작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9, 10일), 대구 엑스코(16일), 부산 벡스코(23일)까지 4곳에서 ‘조용필&위대한탄생 투어 콘서트’를 연다. 1990년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가수들도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2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여는 ‘댄싱퀸’ 엄정화는 다음 달 9,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 공연을 시작으로 23일 대구 엑스코,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콘서트 ‘초대’를 연다. 이에 앞서 엄정화는 ‘초대’의 부채 춤, ‘몰라’의 귀마개 춤 등의 주요 안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객석에 있는 여러분도 다 함께 신나게 춤추고 노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소라는 다음 달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4년 만에 콘서트를 연다. 소속사 측은 “긴 공백 끝에 여는 콘서트인 만큼 팬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노래하는 특별 이벤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돌아오는 ‘연말 공연의 귀재’ 박진영과 싸이,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을 비롯해 밴드 자우림, 힙합그룹 에픽하이, god와 동방신기, 백지영, 김범수도 다음 달 콘서트를 개최한다. 가요계는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가수들의 콘서트가 전국적으로 연이어 열리면서 팬데믹 이전처럼 공연 성수기를 맞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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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파크 1000원 공연, 막 내립니다”

    “공연을 여는데 한 번에 1500만 원 이상이 들어요. ‘잘 봤다’며 손을 잡아주시는 관객들 덕분에 한 회 한 회 버티다 보니 21년이 흘렀네요.” 2002년부터 화요일마다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등에서 공연 ‘재즈 파크’를 열어 온 컬처마케팅그룹의 김묘환 대표(63)는 26일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화행사 컨설팅 회사인 컬처마케팅그룹은 정헌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처음 2년 동안은 무료로, 이후엔 관람객으로부터 1000원만 받으며 재즈 공연을 열어 왔다. 그동안 공연을 227회 열어 누적 관객 12만 명을 모으며 국내 재즈 저변을 넓혔다. 그러나 섬유센터 임대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다음 달 12, 13일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시작은 쿠바의 노장 뮤지션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001년)이었다. 김 대표는 “미8군에서 한국 재즈 음악을 태동시킨 뮤지션들이 떠올랐다. 한국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만들고 싶어 나섰다”고 했다. 2005년부터는 젊은 뮤지션들도 공연에 참여했다. 임희숙, 전제덕, 말로, 웅산 등 많은 음악가가 ‘재즈 파크’를 거쳐 갔다. 500석인 객석은 10분이면 예약이 마감됐고, 때론 계단까지 관객이 들어차기도 했다. 관객 나이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김 대표는 “재즈를 매개로 여러 세대가 모여 함께 즐긴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마지막 공연에는 재즈파크 빅밴드, 기타리스트 찰리 정 등 60명이 무대에 오른다. 김 대표는 “피아니스트, 색소포니스트 등 세계 무대에서 연주할 실력이 있는 이들을 더욱 널리 알리지 못한 게 유일한 회한”이라며 “메세나(문화예술지원) 활동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콘텐츠를 고스란히 내주고 싶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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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 면서 익었음에도 늘 초조”

    23일 서울 마포구 공연장 벨로주 홍대. 가수 김창완 씨(69·사진)가 기타를 쥐고 무대에 올라 자세를 잡고 앉았다. 그는 어두운 조명 아래 베토벤의 ‘월광’을 기타로 편곡해 연주했다. 은은하면서도 서글펐다. 뒤이어 부른 곡 ‘둘이서’는 소박한 가사였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모두 그의 새 앨범에 실린 곡들이다. 그가 2020년 ‘문(門)’ 이후 3년 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24일 발매한다. 앨범엔 총 13곡이 수록됐다. 그는 “이번 앨범은 1983년 발매했던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기타가 있는 수필’이 서른 살이 되기 직전의 고민을 담았다면, 이번 앨범은 일흔을 앞둔 그의 성찰을 반영했다. 그는 “그때는 굉장히 용감했다. 감히 ‘고등어’를 가사에 넣고 클래식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지금은 여러 면에서 익었음에도 늘 초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 앨범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타이틀 곡 ‘나는 지구인이다’는 전자음악 사운드가 강한 신스팝으로, 단순하지만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그간 많이 들려줬던 소박한 포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쟁, 환경 문제 등 실시간으로 듣는 소식이 잔인하더라고요. 뮤지션으로서 무력감과 죄책감마저 드는 와중에 문득 ‘아, 나 지구에서 태어났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벅차게 느껴졌고, 일상이라는 게 기적 같은 나날들이니까요.” 타이틀 곡 외 12곡은 그가 연주한 기타의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린 곡들이다. 그는 그 가운데 “요즘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동요풍 멜로디의 ‘이쁜 게 좋아요’를 꼽았다. 그는 “(올해) 출연했던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 엔딩 장면에 출연진과 합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드라마 시작 전 만들었던 곡”이라면서 “사정상 못 부르게 돼 제 앨범에 넣었다”며 웃었다. ‘시간’은 그가 “젊은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어서” 만든 노래다. 그는 “얄팍한 경험에 비춰 조언하는 게 아니라, ‘틀니를 들고 머뭇거리는 나를 너희가 용서해주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만든 노래”라고 말했다. 2016년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와 함께 발표한 곡을 수정했다. 이번 앨범은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카드 앨범과 CD, LP로도 선보인다. NFC 앨범과 CD는 다음 달, LP는 내년 봄 나올 예정이다. 그는 다음 달 1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크라잉넛과 합동 공연을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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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걱정에 불안해하는 당신… 작지만 의미있는 꿈 계속 꾸세요”

    “돈과 인기, 명예를 다 가진 유명한 스타도 사랑의 여정에선 상처 입고 혼란을 겪습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늘 큰 숙제예요.”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과 연습생의 상담자로 10여 년 전부터 활동한 주현덕 멘털케어 대표(53·위 사진)의 말이다. BTS의 리더 RM이 멘털 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 대표를 언급해 주목받았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역시 10여 년 전 초기 우울증으로 힘들 때 그의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아이돌 멘털 케어 선생님’으로 유명한 그가 에세이집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나무의마음)을 15일 출간했다. 그는 16일 본보와 가진 통화에서 “1000회 넘게 아이돌과 가수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학 교육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사랑’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역사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국회 정책비서관 등으로 일하다 우울증에 빠진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연세대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했다. 2008년 JYP엔터테인먼트의 멘털 고문으로 활동하며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책 출간에 결정적 동력이 된 이는 RM이었다. 주 대표는 “RM은 학구적이다. 일본과 미국 공연을 갈 때도 나를 초청해 인문학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며 “사랑을 주제로 책을 쓰면 좋겠다는 RM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었고, 출간을 결심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돌 멘털 케어를 하며 가장 곤혹스러웠던 시기는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알려졌을 때였다. 주 대표는 “(자살을 하는 건) 나답게 사는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기쁨, 슬픔 등 본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는 관계를 쌓아야만 나의 더 좋은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주 대표는 최근 젊은층 가운데 상당수가 불안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경제 악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강하다”고 말했다.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뭘까. 그는 ‘작지만 의미 있는 꿈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는 것, 나를 위해 신발을 하나 사는 것 같은 작은 꿈들을 갖길 바랍니다. 이런 꿈을 지니면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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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렬한 세계관 앞세운 걸그룹… 레트로-록 무장한 보이그룹

    11월, 가요계 ‘빅매치’가 시작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을 비롯해 에스파, 레드벨벳 등 정상급 가수들이 정규 앨범이나 미니 앨범을 낸다. 특히 올해는 어둡고 강렬한 세계관을 앞세운 걸그룹들의 대전이 주목된다. 크러쉬 등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음원 분야 강자들도 컴백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연말은 통상 해외 투어 등으로 일정이 꽉찬 시기지만 신곡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쏟아지는 콘서트와 시상식으로 관심이 분산되는 연말에 각자의 팬덤을 더 공고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걸그룹, 서늘한 전사로걸그룹들은 가볍게 듣기를 즐기는 최근 가요계 흐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돌아왔다. 에스파는 6곡으로 이뤄진 새 미니앨범 ‘Drama(드라마)’에서 빠른 비트를 바탕으로 전사와 같은 강렬하고 서늘한 매력을 드러낸다. 뮤직비디오 역시 절도 있고 힘찬 안무를 통해 소녀같았던 이전 앨범과는 반전된 분위기를 선보인다. 새 미니앨범의 티저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각 멤버들의 이야기가 드라마 형식으로 담겼는데, 액션 장면도 인상적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담았다”고 했다. 레드벨벳이 6년 만에 낸 정규앨범 ‘Chill Kill(칠 킬)’은 잔혹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앨범엔 총 10곡이 수록됐다. 동명의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는 한 남성을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뮤직비디오에 대해 멤버 조이는 “자매 5명이 비극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했다. 남성은 소유욕, 억압, 장애물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뮤직비디오는 경찰차 앞에서 멤버들이 밝게 춤추는 모습으로 마무리돼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27일 데뷔한다. 다국적 6인조로, YG가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YG는 “YG의 정체성을 담은 강렬한 힙합곡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각양각색 보이그룹보이그룹은 레트로,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정국은 3일 발매한 솔로 정규 앨범 ‘골든’으로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타이틀 곡 ‘Standing Next to You(스탠딩 넥스트 투 유)’는 마이클 잭슨의 ‘골반춤’을 앞세운 노래로, 복고풍 리듬이 인상적이다. 정국은 “복고풍 리듬에 제가 갖고 있는 스타일을 섞어 표현해 봤다”고 했다. 스트레이키즈는 10일 미니 앨범 ‘樂-STAR(락-스타)’로 돌아왔다. 제목처럼 강렬한 록 사운드가 특징이다. 이들은 “록스타다운 자유로운 모습을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라이즈는 일명 ‘악기 시리즈’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곡 ‘Talk Saxy(토크 색시)’는 도입부부터 반복되는 색소폰 소리가 매력적이다.● 돌아온 음원 강자공백기가 꽤 있던 가수들도 이달 잇따라 새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크러쉬가 14일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3집 ‘wonderego’는 발매 직후 멜론 음원 차트 ‘HOT 100’에 19곡 전곡이 올랐다. 태연은 27일 미니앨범 ‘To. X’를 발매한다. ‘I’, ‘Fine’, ‘사계’ 등 기존 솔로곡 모두 국내 음원 순위 상위권에 오른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성 듀오 다비치는 15일 이해리, 강민경이 처음으로 공동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 ‘지극히 사적인 얘기’를 내놓았다. 박봄은 1년 8개월 만에 신곡 ‘아이’를 22일 발매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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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학전’ 폐관 소식에… 가수들 ‘릴레이 콘서트’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學田)이 내년 3월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가수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가수 박학기, 동물원, 윤도현, 이은미 등이 출연료 없이 학전에서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17일 학전에 따르면 박학기, 윤도현, 알리, 동물원,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이한철, 이은미, 자전거 탄 풍경, 여행스케치, 크라잉넛, 하림,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의 유재하 동문회 등 ‘학전을 사랑하는 가수’들이 릴레이 콘서트에 참여한다. 시인과 촌장의 멤버 하덕규와 함춘호 또한 24년 만에 함께 정식 무대에 서기로 했다. 릴레이 콘서트는 학전의 마지막 행사가 될 예정이다. 1991년 개관한 학전은 대학로 공연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가수들의 소규모 콘서트장으로도 사랑받았다.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등이 학전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고 김광석은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을 했다. 학전은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 등이 겹쳐 개관 33주년인 내년 3월 15일에 문을 닫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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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역사와 문학, 신화가 건네는 위로

    닥터 수스의 동화 ‘호튼이 알을 품다’에서 코끼리는 휴가 동안 알을 품어 달라는 새의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새는 돌아오지 않는다. 코끼리는 구경거리가 되어도 알을 품었다. 그렇게 알에서 나온 새끼는 귀와 꼬리, 코가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 새였다. 이 이야기는 지독한 편견을 마주하는 계모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현대인에게 전하는 위로를 담고 있다.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석좌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역사와 문학, 신화 등을 소개하며 인간의 상처를 짚어나간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약 7년간 동아일보에 ‘스토리와 치유’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연재한 글 중 136편을 추렸다. 예술에 내재된 상처와 예술가들이 건네는 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란 고무신’은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자인 한국계 러시아 작가 아나톨리 김의 이야기다. 유년 시절 가난했던 그는 아버지가 사준 노란 고무신을 잃어버린다. 목이 말라 신발을 강가에 벗어놓은 채 강에 들어가 물을 마신 뒤 그대로 집에 온 것. 이상한 옹기쟁이 노인이 신발을 가져갔단 말을 들은 그는 노인을 찾아간다. 소문과 달리, 노인은 고무신을 건네며 그를 집까지 바래다준 다정한 동포였다. 인간의 선량함에 대한 믿음이 그에게 싹트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라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상처의 고통과 치유의 절박함만큼 중요한 개념은 없다”며 “사랑보다는 미움이, 용서보다는 복수가, 공감보다는 냉소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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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을 영상처럼 보는 시대… 비주얼로 승부”

    올 9월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래퍼 이영지가 함께 부른 노래 ‘Smoke’가 빌보드 200에 진입하자 가요계에선 ‘고무적’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이 곡이 가수의 정식 발표곡이 아니라 지난달 31일 종영한 엠넷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2’(스우파2) 미션에 맞춰 선보인 음원이기 때문이다. 이 곡은 안무 챌린지로 인기를 얻으며 ‘방송용’ 음원이 빌보드 메인 차트까지 진출했다. 이런 성과를 낸 데는 CJ ENM 소속 제임스 리 A&R팀장(사진)의 역할이 컸다. A&R은 프로듀서, 작곡가, 가수 등의 의견을 조율해 곡을 감수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 마포구 CJ ENM 본사에서 14일 그를 만났다. 미국 유명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 출신인 그는 2016년 CJ ENM에 합류했다. ‘Smoke’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그는 “방송 PD들에게 촬영 무대나 배경 사진 등을 먼저 받았다”며 “스트리트 댄스 배틀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맞는 프로듀서 목록을 뽑은 뒤 그중 다이나믹 듀오와 무대 비주얼에 대해 소통하며 곡 작업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래퍼 이영지를 투입한 것에 대해선 “지금 주목받는 힙합 가수가 참여해 시너지를 내면 좋겠다는 제작진 의견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A&R로서 ‘교두보’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령 방송 PD들이 ‘이 장면은 파란색이 연상되는 시원한 느낌이면 좋겠다’고 하면 그 이미지를 가장 잘 살리는 음악을 제작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한다. 그는 “가수와 PD, 작곡가와 작사가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윤활제가 되는 동시에 대중에게 강렬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디테일을 잘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팬들은 음악을 영상 보듯 즐긴다”며 “음악과 영상이 시너지를 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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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로 되살린 비틀스 ‘마지막 신곡’… 첫날 492만회 조회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마지막 신곡이 2일(현지 시간) 발표됐다. 유니버설뮤직은 이날 “비틀스의 모든 멤버가 참여한 마지막 노래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이 나왔다”며 “1996년에 나온 ‘리얼 러브(Real Love)’ 이후 27년 만”이라고 밝혔다. 비틀스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 공개된 지 21시간 만에 조회수 492만 회를 넘어섰다. 멤버 존 레넌(1940∼1980)이 1977년 녹음해 놓았던 미완성 데모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곡 ‘나우 앤드 덴’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구현됐다. ‘나우 앤드 덴’은 레넌이 비틀스 해체 후 만든 곡으로 그의 아내 오노 요코(90)가 1994년 폴 매카트니(81)와 링고 스타(83), 조지 해리슨(1943∼2001)에게 미완성곡이 담긴 데모 테이프를 넘겼다. 남은 멤버들은 이 곡을 완성해 발매하려고 힘썼지만 몇몇 구간에서 레넌의 목소리가 피아노 반주에 묻히는 등 음질이 좋지 않아 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다 2021년 영화 ‘킹콩’(2005년)의 감독 피터 잭슨이 다큐멘터리 ‘비틀스: 겟 백’을 만드는 과정에서 AI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찾았다. 잭슨 감독은 ‘렛잇비’를 녹음하는 장면에서 악기와 보컬, 말소리 등을 분류하는 기술을 사용한 것. ‘나우 앤드 덴’도 이 기술을 통해 피아노와 레넌의 보컬을 분리한 뒤 추출해 낼 수 있었다. 신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담은 12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도 2일 공개됐다. 매카트니는 “컴퓨터 신호음이 몇 초간 나오더니 레넌의 선명하고 깨끗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에 다른 멤버들의 연주까지 더해지니 진정한 비틀스의 노래가 탄생했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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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실험실에서 만든 음식도 괜찮을까

    제로 슈거, 곰팡이로 만든 단백질, 닭 없는 닭고기…. 식탁에 다양한 대체식품이 올라오고 있다. 배양육 같은 ‘실험실 식품’은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고, 채식주의자들의 관심도 높다. 그런데 이들 식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준다. 인슐린 분비가 부족해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이 있는 그는 어릴 적부터 모든 음식을 성분 단위로 분석해 섭취해 왔다. 음식 전문 기자로서 첨단식품 기술 분야를 폭넓게 취재한 그는 자신의 병력과 이력을 바탕으로 실험실 식품의 개발, 생산, 가공, 저장, 유통, 소비 과정을 꼼꼼히 쫓는다. 대표 사례가 ‘두류’다. 콩 단백질을 활용하면 고기의 식감과 형태를 가장 흡사하게 낼 수 있다. 맛과 식감을 위해 생산 과정에서 분리와 가공 절차를 거친다. 대개 북미에서 완두를 재배하고 콩이 마를 때 거둬들인다. 그런 뒤 중국 제조 시설로 옮겨 콩의 분자를 단백질과 섬유질, 전분으로 분리한다. 대체식품에 활용할 단백질은 미국으로 다시 보내고, 전분은 중국에서 국수 제조에 사용한다. 문제는 가공한 후에도 원재료의 좋은 기능이 남아있느냐 여부다. ‘다이어트 안 하고 사는 법’을 쓴 유명 임상영양학자(의학 박사)인 마이클 그레거는 “정제된 단백질에는 다량의 영양소가 제거되고 없다”고 했다. 저자는 “가공된 완두콩 단백질에는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카로티노이드와 루테인 같은 완두콩의 식물 영양소가 대부분 사라진다”고 말한다. 또 풍부한 섬유질과 무기질은 가공되지 않은 콩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배가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탄소 배출이 늘고, 감염병을 확산시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도 환경과 인간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식품회사들이 마케팅에서 밝히지 않는 사실들을 풀어놓는다. 가공을 많이 한 음식일수록 순식간에 소화돼 더 빨리 허기를 느끼고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게 대표적이다. 저자는 “실험실 식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식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식탁을 구상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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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타강사 만난 전교 꼴찌,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세요”

    “꼭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5일 오후 7시 50분 첫 방송을 하는 채널A 새 예능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에서 공동 MC를 맡은 전현무, 한혜진, 장영란의 말이다. 이들은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서울에서 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게끔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는 대한민국 최고 강사진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쳐 성적을 올려주는 교육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각각 수학과 영어 과목의 ‘일타 강사’로 유명한 정승제(47) 조정식 씨(41)가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정승제 강사는 이투스, EBS 등에서 활동하며 누적 수강생 91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메가스터디교육 소속인 조정식 강사는 거침없는 독설과 뛰어난 강의로 데뷔 1년 만에 일타강사가 됐다. 두 강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30일간 학생들과 일대일 밀착 수업을 한다. 바쁜 스케줄 틈틈이 문자메시지 등으로 질문을 받고, 직접 학생 집으로 찾아가 과외 수업을 하기도 한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 혹은 방임 속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청소년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1회에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꼴찌 취급을 받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 학생이 출연한다. 두 강사는 “‘학생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마음가짐과 태도 변화’”라고 강조했다. 정승제 강사는 “‘한 달간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어’가 아니라 영어와 수학이라는 과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뀌었을 때 성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널A 대표 예능인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제작진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김승훈 CP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졸업한 부모들이 필요한 다음 콘텐츠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갈등을 자주 빚는 시기에 놓인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어떤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는지부터 차근차근 고민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두 강사를 섭외하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이들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뭘까. 정승제 강사는 “‘수학은 강남 대치동 사교육을 받아야만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통설을 깨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수학을 대하는 태도만 바뀐다면 누구나 문제 풀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정식 강사는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다 보니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받기가 어려웠다. (프로그램을 통해) 일대일로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어느 부분을, 왜 모르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출연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면 학생들 개인사를 알게 되니 이제 독설을 못 하겠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세 명의 MC는 프로그램의 감초 역할을 한다. 전현무는 “목동에서 치맛바람 속에 자란 아들로서 이 프로그램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 제가 옛 사교육 세대라 학생들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수학 문제 앞에서 겁을 많이 먹었던 학생이었는데, 정승제 선생님 말씀을 듣고 문제에게 지지 말자는 마음을 배웠다”며 “두 강사분을 미리 만났다면 내 출신 학교가 바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현재 목동맘’ 장영란과 초등학생 딸을 둔 한혜진은 부모의 입장에서 질문한다. 한혜진은 “부모님에게는 같은 학부모로서, 아이들에겐 이모나 엄마처럼 친근하게 마음을 열어드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란은 “학부모로서 공감도 됐고,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저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 출연료를 깎아도 될 정도”라며 애정을 표했다. 학생들이 이뤄내는 놀라운 변화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50분에 확인할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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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익 0원 자영업자 살려낸 ‘장사의 신’… “중요한건 의지”

    ‘매출이 줄고 손님 발길이 끊겨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구하라.’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 맞춤형 해법을 제시해 재기의 발판을 제공하는 채널A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토요일 오후 7시 50분)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계속되는 경영난에 6개월간 순수익 0원을 기록한 초밥집, 월 매출 1억5000만 원을 올린 대박집이었지만 매달 적자를 면치 못하다 폐업 위기에 처한 돈가스집, 갑작스러운 남편과의 사별로 7개월간 가게 문을 열지 못하며 위생 상태가 최악이 된 코다리집 등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놀라운 성장기가 매회 감동을 전하고 있다. 2014년 12월 시작한 ‘서민갑부’는 자수성가한 서민들의 성공법을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7월부터는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에게 해법을 제시하는 새로운 포맷의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을 방송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두 MC 은현장(39)과 제이쓴(37)은 자영업자들의 ‘동아줄’ 같은 존재다. 두 MC는 매장을 직접 찾아가 메뉴 개발, 영업 방식, 인테리어 등에 대해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3주 뒤 재방문해 변화를 확인한다. 은 씨는 배달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를 키워낸 뒤 200억 원에 매각했다. 구독자 114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장사의 신’을 운영하고 있다. 제이쓴은 셀프 인테리어 전문가다. 경기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6일 은 씨를 만났다. 10월 말 기준으로 15회까지 방영된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서 솔루션 도움을 받은 자영업자는 총 13개 팀이다. 은 씨는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으로 경기 수원의 고깃집을 꼽았다. “이 고깃집은 촬영 전 하루 평균 손님이 단 두 테이블일 정도로 고전 중이었어요.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함께 매장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항암 치료를 받게 되면서 30대 사장님이 굉장히 버거워했죠. 시청자들도 너무 안타까워했고요. 하지만 사장님이 변하려는 의지가 강했어요.” MC들이 내린 고깃집 솔루션은 눈에 띄지 않는 간판 교체와 새로운 점심 메뉴 개발 등이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촬영 전 10만∼20만 원이던 하루 매출이 촬영 후 최고 130만 원으로 올랐다. 은 씨는 “장사는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게 중요하다.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 마케팅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강해주면 의외로 쉽게 어려움이 해소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MC의 적절한 독설과 위로는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다. 제이쓴이 자영업자들의 사연에 공감해주는 데 집중한다면, 은 씨는 문제점을 찾아 혹독하게 다그치는 편이다. “시청자들은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보며 ‘장사를 저렇게 하면 안 되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시청자를 대신해 잘못된 부분을 속시원하게 지적하면 시청자들도 공감하죠. 빠른 시간 안에 변화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독설을 할 수밖에 없어요.” 자영업자들의 태도 변화도 볼거리다. 경기 시흥의 닭 요리 전문점 사장은 MC들의 지적을 받자 계속 변명했다. 그러나 MC들과 개인 면담 시간을 가진 뒤 바뀌었다. 은 씨는 “다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분들이기에 자존심이 강하다. 지적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안하면 대부분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 가게 역시 190만 원가량이던 월 매출이 방송 후 약 8배인 1580만 원까지 껑충 뛰었다. 은 씨는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에게 “꾸준한 부지런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서민갑부가 되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고양=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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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균-유아인 영화 제작비만 940억 날려… K컬처 ‘마약 리스크’

    연예계 마약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선균, 유아인 등 배우와 가수, 작곡가까지 마약류 투약 정황이 드러나며 연예계를 파고든 마약 실태가 충격을 안겼다. 영화 ‘기생충’(2019년),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년)을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연이은 성공으로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는 ‘K컬처’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선균-유아인이 날린 제작비만 940억 원 이선균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한국 영화계는 더욱 침체되는 분위기다. 올해 개봉할 예정이던 이선균 주연의 제작비 200억 원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탈출…’은 5월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뒤 해외 판매에도 주력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모두 중단된 상태다. 제작비 약 90억 원을 투입한 영화 ‘행복의 나라’도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올스톱됐다.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첫 촬영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선균이 하차하면서 대체할 배우를 찾고 있고, 그가 주인공인 ‘Dr.브레인 시즌2’는 제작이 불투명해졌다. 앞서 올해 3월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유아인 역시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와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개를 앞두고 있었지만 모두 무기한 연기됐다. 세 작품의 제작비는 총 650억 원이다. 이선균, 유아인 두 배우가 출연했다가 개봉이 연기된 작품 제작비는 약 940억 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연이은 악재에 영화계 패닉 영화계는 팬데믹 이후 좀처럼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약 사태까지 터져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영화산업 전체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2017∼2019년 각 상반기 평균)의 72.5%였고, 관객 수는 57.8%에 그쳤다. 특히 영화계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이 있던 9월에도 영화산업 전체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 같은 기간의 52.9%로 절반 수준이었다. 올해 추석에 맞춰 개봉한 대작 한국 영화 3편(‘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 ‘1947 보스톤’)도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가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마약 사태까지 벌어져 걱정이 크다”며 “연말에도 관객 수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제작사 관계자는 “마약 관련 루머만 돌아도 긴장하고 있다”며 “우리 작품에서는 부디 (마약 이슈가) 터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폭탄 돌리기 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외신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스타 이선균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선균은 ‘기생충’으로 미국 배우조합상도 받은 유명 배우”라고 보도했다. 미국 할리우드리포터도 이선균 소식을 전하며 “한국 연예계에서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들의 일탈이 한국 영화·콘텐츠업계의 해외 투자에도 리스크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배우 개인의 책임을 실효성 있게 묻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작품마다 계약서가 제각각이고, 위약금 조항 유무와 배상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의 출연료에 비례해 위약금 조항을 넣지만 수백억 원의 콘텐츠 투자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업이어서 문제를 일으킨 배우의 소속사와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한 명만 추락해도 도미노 붕괴 이선균과 함께 작곡가 등도 수사 대상에 오르자 가요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멤버 한 명의 마약류 투약이 팀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2019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가 마약 사건으로 입건된 후 탈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리더이자 프로듀싱 멤버였던 비아이의 탈퇴 후 아이콘의 팬덤 규모나 활동 범위는 현격히 축소됐다.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작곡가이자 가수 돈스파이크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엑스터시를 건네 지난달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위상과 영향력이 단시간에 높아지면서 연예인들도 그에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했지만 실제로는 부족했다”며 “몇몇 사람에 의해 K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연예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기 관리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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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마약 연예인, 자숙후 은근슬쩍 복귀… 日선 거액 손해배상 해야

    국내 연예계에서 마약류 투약·흡입이 확산된 데는 일정 기간 쉬다가 복귀하면 아무 제약 없이 다시 활동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하정우는 202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3000만 원 벌금형을 받은 후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2년 만에 복귀했다. 이후 영화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케타민, 엑스터시 투약 혐의로 2009년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배우 주지훈은 2012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활동을 재개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공작’ ‘비공식작전’을 비롯해 드라마 ‘킹덤’ ‘하이에나’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999년 대마초 흡연 등의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신동엽은 이듬해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후 자숙 기간조차 없이 곧바로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마약류 투약·흡입 후 빠르게 복귀한 여러 선례가 마약에 대해 안일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예인 마약 범죄는 형량이 가벼운 데다 자숙하면 ‘부활’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만들었다. 막대한 돈을 버는 연예인들에게 회생 불가능한 수준의 손해배상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교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연예인이 위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광고 및 작품 제작 등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2019년 유명 가수 겸 배우인 피에르 다키가 코카인 복용 혐의로 체포되자 그가 성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포함해 여러 작품의 상영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피에르가 제작사 등에 물어준 위약금은 총 10억∼30억 엔(약 90억∼27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4년부터 ‘마약 연예인 명단’을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은 마약 범죄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제작 및 출연한 작품의 방송과 상영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편 국내 연예인들의 마약류 투약·흡입이 잇달아 알려지며 세계에서 깨끗한 이미지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K컬처도 타격을 입게 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K스타들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기에 마약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10대들의 팬덤을 중심으로 성장한 K팝은 아이돌 그룹의 반듯한 이미지가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K팝 가수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숙식을 함께하며 소속사가 밀착 관리해 스캔들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마약류 투약·흡입이 가요계로 확산될 경우 청정 이미지가 추락하며 K팝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해외에서는 K팝 가수들이 지닌 도덕적인 이미지를 좋아하기에 가수의 마약 범죄 혐의 자체만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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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설운도 부인 몰던 차, 상가 돌진 10명 부상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승용차가 상가로 돌진해 행인 등 1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는 가수 설운도 씨(65)의 부인 이모 씨였는데 차량에는 설 씨도 동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25일 오후 8시 반경 이 씨가 몰던 벤츠 차량이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인근 골목으로 들어가던 중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앞서 가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은 이후 식당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행인 등 시민 6명과 택시기사가 부상을 입었다. 차량에 있던 설 씨와 이 씨, 아들도 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 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 씨의 소속사 측은 “설 씨 가족이 같이 이동하던 중 급발진으로 보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에어백도 안 터져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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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에 불발됐던 한국 공연, 다시 하게 돼 기뻐”

    영화 ‘위플래쉬’(2015년), ‘라라랜드’(2016년)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38)가 다음 달 16∼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연다. ‘라라랜드 인 콘서트’(16, 17일)와 ‘위플래시 인 콘서트’(18일)다. 두 공연에선 그의 지휘에 맞춰 영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의 주요 OST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2017년 첫 내한 후 다섯 번째 한국에 오는 허위츠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에 예정됐던 내한 공연이 불발돼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한국 팬들을 만날 때마다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 5월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위플래쉬 콘서트의 드럼 파트는 짧은 시간에 쉽게 익힐 수 없어서 드러머만 유일하게 미국에서 함께 출발한다”고 했다. 하버드대 음대 재학 시절 학교 친구였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다섯 편의 영화를 만들어온 허위츠. 그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에서 재즈를, ‘퍼스트맨’(2018년)에서는 전자음악을, ‘바빌론’(2023년)에서는 컨템퍼러리 음악을 선보이는 등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그는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라라랜드를 꼽았다. 그는 “우리가 이미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라라랜드만큼 상징적인 작품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음악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의 배경음악 중 ‘City of Stars’(라라랜드), ‘Caravan’(위플래시)처럼 작품 못잖게 큰 인기를 얻은 곡도 많다. 그는 “언제나 영화 음악에서 지향하는 목표 한 가지는 영화와 상관없이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허위츠는 라라랜드를 뮤지컬로 제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초반 단계다. “몇 년 안에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뿐 아니라 다른 도시들에서도 뮤지컬 라라랜드가 공연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많은 각색 작업을 하고 새로운 노래들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 때 미니 키보드를 갖고 가서 시간 날 때마다 뮤지컬 작업을 할 겁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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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능보다 시간의 힘을 믿은 가수는 히트곡을 얻었다[차트 밖 K문화]

    음원 TOP 100 차트인, TV 화제성 순위…. 매일 같이 쏟아지는 기사 제목입니다. 시선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 예술계도 성공의 기준은 꽤 명확한 편입니다. 그럼 당장 순위권에 없는 이들은 어떨까요? ‘차트 밖 K문화’는 알려졌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유치할지라도 대놓고 진지하게, 이 시대 예술가들의 철학을 소개합니다.어린 나이에 화려한 데뷔, 그 후 이어진 수년간의 무명기, 10년 만에 히트곡 탄생. 한 사람의 10년을 요약할 순 없지만, 가수 박재정(28)의 활동은 이렇게 정리되곤 한다.19살이던 해,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엠넷 ‘슈퍼스타K5’에서 우승하며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발매한 앨범들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러다 데뷔 10년 만인 올해, 첫 정규앨범 ‘얼론(Alone)’을 냈고 그중 자작곡 ‘헤어지자 말해요’가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누구에게나 성장의 시간이 있다. 달리 말하면 큰 성과는 없는 이 기간. 어떤 예술가는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몸집을 키워가지만, 박재정은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소속사에서 16일 만난 그는 ‘솔직히 그동안 쓸쓸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놀랄 만큼 덤덤하게 “대중에게 섭섭함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감사하다”고 했다.으레 하는 겸손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는 “큰 사랑을 받기엔 제게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지나온 날들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이런 겸허한 태도는 발라드에 대한 박재정의 정의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그는 “발라드의 힘은 많은 이의 공감에서 온다. 누군가 제게 ‘살면서 무엇을 남기겠는가’ 묻는다면 저한텐 ‘위로’ 밖에 없다”고 했다.애초에 발라드 가수의 길을 걷게 된 배경도 ‘위로’에 있다. 어릴 적 그는 윤종신, 김동률의 곡을 들으며 펑펑 울곤 했다. 타고난 음색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노래하는 성대보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음에 가장 감사하다”고 말한다.위로받고 위로하는 인생을 꿈꾸기에 그는 가난했던 지난날을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주변의 멸시를 되레 감사히 여긴다. 스스로를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 용서했다.“20대 내내 원한의 감정이 작업의 동력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음악계의 인정에 목매다 보니 질투도 샘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절 사랑해 주시는 분들만 생각해요.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죠. 이젠 정말 괜찮아요. 제 상처는 앨범으로 다 보내줘서 기억이 안 나요. (웃음)”올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리 미련 없이 말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기엔 박재정은 10년 만의 성공에도 흥분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작업도, 본인의 30대도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고 했다. “삶을 거창하게 대하고 싶진 않다. 그냥 음악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 행복한 것, 그게 박재정이다”라고 말할 뿐이다.그는 그저 시간의 힘을 믿는 듯했다. 딱히 탐하는 것 없어보였던 박재정은 “빨리 늙고 싶다”고 했다. “힘든 것도 좋은 것도 모두 다 빨리 경험하고 싶다. 생각도 성장해야 하고, 목소리도 익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저는 저만의 강점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뮤지션이라고 해서 자신만의 강점이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에요. 그냥…열심히 살면 안 될까요?이렇게 묻는 그는 세월이 주는 자연스러운 깨달음을 기다리고 있었다.특히 연륜 있는 가사를 쓰게 될 미래를 동경했다. 곡 ‘헤어지자 말해요’가 포함된 그의 정규앨범 수록곡 10곡은 모두 그가 작곡 작사했다. 어릴 때부터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그는 2018년 곡 ‘가사’부터 조금씩 작사에 도전해왔다.작사는 그에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특히 청춘의 불안함과 분노에 대해 노래한 이번 앨범은 공을 많이 들였다. “박재정이 궁금한데 굳이 앨범 전곡을 다 듣고 싶지 않다면 가사만 보셔도 어느 정도 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말할 정도다.“그전에는 곡을 받아 노래했었기 때문에 배우로 살았다고 봐도 무방해요. 이번에 전곡 작사 작곡을 하면서 다시 1년 차가 된 느낌이에요. 이제야 제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달까요? 앨범을 내보낸 지금, 저는 새로운 경험을 기다립니다. 앞으로 제게 올 모든 경험을 정성스럽게 맞이할 거예요.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박재정이 필요했으면 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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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TT와 첫 ‘거래’ 유승호… “잘하는 것-편한 것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배우 유승호(30)가 6일 공개된 웨이브 8부작 드라마 ‘거래’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에 첫 도전장을 내민다. ‘거래’는 빚에 쫓겨 우발적으로 친구 민우(유수빈)를 납치한 준성(유승호)과 재효(김동휘)가 100억 원의 몸값을 요구하며 벌이는 스릴러물이다. 삭발한 머리에 욕설을 내뱉고, 과격한 액션을 거침없이 하는 유승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를 2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서른이 되면서 잘하는 것, 편한 것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걸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거래’에 출연한 계기를 밝혔다.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의 아역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집으로…’(2002년), 드라마 ‘선덕여왕’(2009년), ‘공부의 신’(2010년)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탄탄하게 다져왔다. 로맨스와 사극에 주로 출연하던 그에게 ‘거래’는 변화의 물꼬였다. 그는 “초반에는 긴장했는데 점점 이전에 못 본 제 모습을 보니 재밌었다”고 했다. 그가 맡은 준성은 재효가 주도한 납치를 따르는 인물이다. 재효와 준성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민우를 죽이려 하고, 민우는 살기 위해 친구들을 설득한다. 셋의 감정은 급격히 널뛰기하며 긴장을 자아내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이야기가 몰아친다. 유승호는 시청자 반응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한다. “촬영 초반에는 큰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다행히 동료 배우들과 감독님이 잘 이끌어줘 빨리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겁 많은 사람”이라고 한 그는 최근 새로운 행보에 나섰다. 이달 ‘런닝맨’을 통해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은 늘 어른들이었고 그들은 멋있었어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죠. 단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저는 한없이 약하고 말랑한 사람이에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2회차씩 공개되는 ‘거래’는 27일 7, 8회가 마지막으로 방영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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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 순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미술을 감상할까? 일본인 시라토리 겐지는 선천적 시각장애 탓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20여 년 동안 미술 작품을 감상해왔다. 겐지는 동행자가 시각 정보를 말해주면 그에 관한 여러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감상한다. 세계적인 미술관인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이 제창한 ‘대화형 감상’과도 비슷한 방식이다. 일본 도쿄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저자가 겐지와 함께 2년 넘게 일본 각지의 미술관을 방문한 경험을 담았다. 저자가 설명해주는 미술 지식뿐만 아니라 겐지와 함께 작품을 보는 방식이 특히 흥미롭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 보나르(1867∼1947)의 작품 ‘강아지와 여자’(1922년)는 개를 안고 있는 여자를 그린 그림이다. 저자는 겐지에게 “한 여성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데 강아지 뒤통수를 유독 자세히 보네요. 개한테 이가 있는지 보는 건가” 하며 묘사한다. 그렇게 보기를 10분. 그림의 크기, 형태, 색채, 구성 등을 설명하다 보니 저자는 “슬퍼하며 식사하는 듯했던 여성은 느긋하게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처럼 겐지와 함께 미술관에 가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저자는 “평상시였다면 지나칠 작품을 앞에 두고 그에게 조금이라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작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기억을 소재로 작업하는 오타케 신로(68)의 콜라주 ‘8월, 하리활도(荷李活道)’(1980년)를 보며 하단의 사진 속 인물이 백인인지 흑인인지 논쟁하다가 인종의 개념에 대해 고민한다. 시간과 삶을 다룬 설치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1944∼2021) 전시관을 둘러보며 내세와 죽음을 생각한다. 인간과 역사, 장애 등 다양한 주제로 확장돼 가는 이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모순투성이 세계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2022년 일본 서점대상(논픽션 부문)을 받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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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존 걸그룹 에스파는 가상현실 무대에…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는 오프라인 공연

    영화관에 입장해 가상현실(VR) 기기를 쓰자 그룹 에스파 멤버들이 악당 블랙맘바의 눈이 움직이는 무대 중앙에 섰다.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와 함께 성장한 콘셉트를 내세운 에스파는 ‘Next Level’ 등을 선보이며 춤춘다. 중간중간 코멘트와 메이킹 필름까지 상영돼 실제 공연 같다.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에서 25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되는 에스파의 VR 콘서트 ‘링팝: 더 퍼스트 브이알 콘서트 에스파’다. 약 50분간 진행되는 이 콘서트는 66석으로 된 2개관에서 열린다. 콘서트 제작사인 스튜디오 리얼라이브의 이승우 대표는 “VR 콘서트는 현장감이 있는 데다 관객 1인을 위한 공연처럼 느껴지면서도 함께 관람하는 이들과 응원하며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티켓 가격은 2만2000∼3만3000원이다. K팝 콘서트를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실존 가수의 공연을 3차원(3D) 배경으로 옮겨오거나 가상 아이돌 그룹을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전광판을 통해 초대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2023 이세계 페스티벌’에는 멜로망스, 로꼬 등 실존 가수들이 참석했지만 더 주목받은 건 5팀의 가상 아이돌 그룹이 펼치는 오프라인 콘서트였다. 발표하는 곡마다 속속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기록하는 6인조 가상 그룹 ‘이세계아이돌’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커다란 전광판에 이세계아이돌이 나타나자 응원봉을 든 1만 명의 관객은 함성을 질렀다. 이세계아이돌은 “지금까진 방송에서만 여러분을 봤는데 팬들과 가까이 만나는 공연은 처음이라 설레서 잠을 못 잤다”며 4곡을 선보였다. 공연을 주최한 패러블엔터테인먼트는 “전광판을 통해 콘서트를 관람하기에 전문 확장현실(XR) 스튜디오와 함께 전광판의 굴곡 정도를 실험하며 입체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광판으로 콘서트를 즐기다 보니 선호하는 자리도 바뀌었다. 5인조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첫 오프라인 콘서트 ‘아이돌 라디오 라이브 인 서울’이 열린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통상 무대 바로 앞자리를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 것과 달리 플레이브 팬들은 전광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층석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애썼다. 플레이브의 소속사 블래스트는 “전석 매진된 이날 공연에서 좌우 전광판과 가까운 좌석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룹 에스파에 이어 내년 1월경 두 번째로 여는 VR 콘서트에는 그룹 엑소의 멤버 카이가 설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5월 카이가 입대하기 전 콘서트에 필요한 영상을 촬영했다. SM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형식의 콘서트를 계속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요계에서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콘서트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수의 외형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수준을 넘어 캐릭터별 특징을 살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콘서트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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