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실험실에서 만든 음식도 괜찮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4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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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라리사 짐버로프 지음·제효영 옮김/352쪽·1만8500원·갈라파고스

제로 슈거, 곰팡이로 만든 단백질, 닭 없는 닭고기….

식탁에 다양한 대체식품이 올라오고 있다. 배양육 같은 ‘실험실 식품’은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고, 채식주의자들의 관심도 높다. 그런데 이들 식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준다. 인슐린 분비가 부족해 발생하는 제1형 당뇨병이 있는 그는 어릴 적부터 모든 음식을 성분 단위로 분석해 섭취해 왔다. 음식 전문 기자로서 첨단식품 기술 분야를 폭넓게 취재한 그는 자신의 병력과 이력을 바탕으로 실험실 식품의 개발, 생산, 가공, 저장, 유통, 소비 과정을 꼼꼼히 쫓는다.

대표 사례가 ‘두류’다. 콩 단백질을 활용하면 고기의 식감과 형태를 가장 흡사하게 낼 수 있다. 맛과 식감을 위해 생산 과정에서 분리와 가공 절차를 거친다. 대개 북미에서 완두를 재배하고 콩이 마를 때 거둬들인다. 그런 뒤 중국 제조 시설로 옮겨 콩의 분자를 단백질과 섬유질, 전분으로 분리한다. 대체식품에 활용할 단백질은 미국으로 다시 보내고, 전분은 중국에서 국수 제조에 사용한다.

문제는 가공한 후에도 원재료의 좋은 기능이 남아있느냐 여부다. ‘다이어트 안 하고 사는 법’을 쓴 유명 임상영양학자(의학 박사)인 마이클 그레거는 “정제된 단백질에는 다량의 영양소가 제거되고 없다”고 했다. 저자는 “가공된 완두콩 단백질에는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카로티노이드와 루테인 같은 완두콩의 식물 영양소가 대부분 사라진다”고 말한다. 또 풍부한 섬유질과 무기질은 가공되지 않은 콩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배가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탄소 배출이 늘고, 감염병을 확산시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도 환경과 인간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식품회사들이 마케팅에서 밝히지 않는 사실들을 풀어놓는다. 가공을 많이 한 음식일수록 순식간에 소화돼 더 빨리 허기를 느끼고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게 대표적이다. 저자는 “실험실 식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식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식탁을 구상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실험실에서 만든 음식#음식의 미래#대체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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