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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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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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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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정, 10년만에 정규앨범 첫 히트곡… “이제 1년차 신인가수로 돌아온 느낌”

    “데뷔 1년 차 신인 가수로 돌아온 느낌이에요. 이제야 가수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16일 만난 가수 박재정(28)이 수줍게 말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가 ‘중고 신인’의 심정을 고백한 데에는 10년 만에 낳은 첫 히트곡의 영향이 크다. 올 4월 발매된 첫 정규앨범 ‘얼론(Alone)’의 타이틀곡인 ‘헤어지자 말해요’가 바로 그것. 이 곡은 발표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음원차트 상위 10위 안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또 금영노래방 발라드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10년 만에 히트곡을 낸 데 대해 그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성공에) 취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발라드란 장르 자체가 누군가를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발라드 가수라면 힘든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들뜨거나 흥분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 엠넷 ‘슈퍼스타K5’ 우승자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싱글과 미니앨범을 꾸준히 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2021년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멤버로 합류하며 다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준비 기간만 4년이 걸린 이번 앨범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앨범 수록곡 10곡 모두 그가 작사·작곡했다는 것이다. 타이틀곡 ‘헤어지자 말해요’와 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대개 청춘이 겪는 불안과 외로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그는 “이제껏 (인기 없는 가수로서) 무시받았던 경험들, 스스로 모자라다는 생각이 곡을 만드는 동력이 됐다. 이번 앨범엔 내 20대 인생이 담겨 있다”고 고백했다. “슈퍼스타K에서 우승한 뒤 전 시즌 우승자들과의 비교도 심했고, 여기저기서 치였어요.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음악을 1순위로 두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감도 컸죠. 팬들이 원하는 멜로디를 만들어 부르고픈 욕심이 늘 있었는데, 올해 이를 이룬 게 가장 짜릿해요.(웃음)” 그의 다음 행보는 뭘까. “지난달 첫 단독 콘서트에서 불렀던 미발매곡 ‘준비’를 포함한 더블 싱글 앨범을 군 입대 전 내고 싶어요. 스스로 ‘대중을 위해 노래하는 공무원’이라 부르는데, 오랫동안 롱런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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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같은 무대 ‘명불허전’… 콘서트 성황 이룬 김동률

    “불이 꺼지고 내 등 뒤로 밀려오는 음악 소리에/천천히 검은 막이 걷혀질 때….” 13일 서울 송파구 KSPO 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 곡 ‘The Concert’(2008년)에 맞춰 가수 김동률(49·사진)의 공연 ‘Melody’가 시작됐다. 올해 데뷔 30년을 맞은 그의 차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 그는 7일부터 15일까지 총 6회 콘서트를 통해 관객 6만여 명을 만났다. 김동률은 콘서트에서 자신의 히트곡을 적게 부르는 걸로 유명하지만 이번엔 팬데믹으로 목말랐던 팬들의 오랜 기대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곡을 여러 곡 선사했다. ‘사랑한다는 말’(2001년)을 시작으로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1년), ‘이방인’(1996년)을 비롯해 ‘취중진담’(〃), ‘기억의 습작’(1994년)까지 이어졌다. 김동률은 “히트곡이 유독 반가웠다. 저도 이런데 관객들은 얼마나 반가워들 하실까 하는 생각에 듣고 싶을 것 같은 노래들로 채웠다”고 했다.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그의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40여 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연극처럼 무대를 꾸민 ‘망각’(2001년) ‘연극’(2018년) 등을 노래할 때 풍부한 음색으로 귓전을 울렸다. 김동률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한 ‘기억의 습작’에선 특유의 깊은 목소리와 섬세한 떨림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올해 발표한 댄스곡 ‘황금가면’에서는 댄서들이 등장해 뮤지컬처럼 무대를 구성해 객석 1층에선 관객들이 일어나 춤추기도 했다. 발라드 곡이 주인 그의 공연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것. 색다른 느낌으로 편곡해 부른 곡도 적지 않았다. 김동률은 “젊었을 때 쓴 곡이 낯간지러워서 못 견디겠더라”고 했다. 탱고 버전으로 편곡한 ‘아이처럼’(2008년)을 부르고 난 뒤 “후반부를 바꿔봤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망각’을 부른 뒤엔 “(잘 알려지지 않아) 아픈 손가락인 곡들을 편곡해 무대에 올리는게 뿌듯하다”고 했다. 김동률은 다음 달 싱글 발매를 알리며 “시간이 오래 걸려도 누군가에게 닿아서 싹이 트고 꽃이 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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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 스미스-찰리 푸스, 이번주 연달아 내한 공연

    세계적 팝스타들의 내한 콘서트가 이달 열린다. 영국 출신 팝스타 샘 스미스(31)는 17, 18일 서울 송파구 KSPO 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GLORIA the tour’를 연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32)는 20∼22일 같은 장소에서 공연 ‘Charlie Puth Live in Seoul’을 연다. 샘 스미스는 ‘아임 낫 디 온리 원(I’m Not the Only One·2014년)’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2015년)로 유명하며 그래미 어워즈, 브릿 어워즈,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감성적인 발라드를 주로 선보이다가 최근 파격적인 댄스곡까지 소화하고 있다. 올해 4월 발매한 싱글 ‘언홀리(Unholy)’도 대담한 퍼포먼스와 가사로 인기를 모았다. 첫 내한 공연 뒤 5년 만의 방한이다. 찰리 푸스는 2015년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OST,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으로 세계적 스타가 됐다. 이후 ‘데인저러슬리(Dangerously·2016년), ‘위 돈트 토크 애니모어(We Don’t Talk Anymore·2016년)’가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국과 협업해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를 냈다. 2018년 이후 5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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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제일 센가… 강철부대3가 최강자전”

    극한의 전투 미션이 주는 긴장감과 전우애, 도전정신으로 2021년 시즌1부터 큰 호평을 받은 채널A·ENA의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강철부대’가 지난달 시즌3(화요일 오후 10시 반)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미특수부대(USSF)를 포함해 총 6개 특수부대가 실제 군사시설인 해양경찰 최대 규모 함정 5001함, 제50보병사단 사령부 실거리 사격장 등에서 난도 높은 전투미션을 치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시즌3는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시리즈’(10월 6일 기준) 2위,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집계하는 9월 4주 차 ‘비드라마 검색 이슈 키워드 TOP10’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됐다. 시즌1부터 각각 연출자 및 마스터로 활약 중인 신재호 채널A PD(35)와 최영재 마스터(41)를 9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이번 시즌의 특징으로 “최강자전” “더 강해진 미션” “실제 군사시설을 활용해 한층 높아진 긴장감”을 꼽았다. 신 PD는 “이번 시즌은 ‘최강자전’을 키워드로 삼았다. 섭외 단계에서부터 ‘누가 제일 센데?’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갖고 시작했다. 승부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돋보이는 인물들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 생동감 있는 장면이 많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USSF는 가장 섭외가 어려웠던 부대다. 최 마스터는 “미군 전우회에 메일을 보내고, 주한미군특수작전사령부에 찾아가는 등 전방위로 뛰었다. 마침내 그린베레(미 육군 특수부대)의 윌 라벨로가 섭외됐고, 그의 도움으로 네이비실(미 해군 특수부대)에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시즌1 해군특수전전단(UDT)의 우승 주역 정종현, 시즌2에서 뛰어난 사격 실력과 날 선 인터뷰로 눈길을 끌었던 육군첩보부대(HID) 출신 이동규도 시즌3에 출연했다. 신 PD는 “각 시즌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대결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 온 USSF는 최강대원 선발전에서 전원이 탈락해 충격을 줬지만, 본미션에서 UDT를 누르고 승리했다. 최 마스터는 “최강대원 선발전 때 USSF가 ‘다른 대원들이 목숨 걸고 대결에 임하는구나’라고 느끼고 마인드세팅을 다시 한 듯하다”고 말했다. 시즌2 우승 부대인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가 이번 시즌 첫 본미션인 ‘해상 폭탄 제거 작전’에서 패해 첫 탈락 부대가 된 것도 충격이었다. 제작진은 시즌을 거듭하며 출연진과 시청자의 관점 변화를 체감한다고 했다. 신 PD는 “이제 시청자들은 승패 여부보단 ‘누가 더 특수부대답게 싸웠는가’를 평가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가 1회 실탄 사격 미션이다. 5001함 위에서 10초 내에 사격하는 미션 중 USSF가 다른 팀과 달리 속사를 했다. 결과는 USSF의 패배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신 PD는 “현장에서 제작진은 속사에 대해 걱정했는데, 방송 후 ‘실전이었다면 USSF처럼 속사를 했을 것이다. 리얼해서 좋았다’는 시청자 반응이 이어졌다”며 놀라워했다. 대원들의 투지도 감동 포인트다. 첫 탈락 팀인 특전사는 대결이 종료됐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통나무 및 모래주머니 1400kg을 적재한 3t 군용 트럭을 끝까지 밀었다. 박문호는 “특전사 현역과 예비역 선후배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렸고, 김대성은 “특전사를 기억해주십시오”라고 외쳐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최 마스터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신 PD는 “저희가 우직하게 조명해야 하는 건 이런 모습”이라며 “시즌3에선 결과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패자의 노력과 정신력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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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주검은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다

    젊은 남자가 추락사했다. 경찰은 평소 그가 동생과 경쟁하는 일이 잦았으며, 당일 술에 취한 형제가 파쿠르(도시나 자연의 지형, 건물, 사물을 이용해 곡예처럼 뛰어다니는 스포츠)를 했고 ‘동생이 형을 밀었다’는 목격자 진술을 언급했다. 하지만 영국 법의병리학자인 저자는 부검을 통해 고인이 다리 근육이 서서히 퇴화하는 장애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어떤 유전병은 이른 나이에 나타나지 않지만 점점 활동에 지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부검 사례 24건을 통해 인물의 죽음과 생애에 관한 비밀을 밝혀낸다. 생후 6개월 된 아이의 죽음과 대체의학을 맹신하는 부모, 결혼 생활이 위기를 맞은 중년기에 배우자를 살해한 이 등 주검이 품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심리 부검을 통해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 2010년, 정보기관에서 일하던 30대 남성의 죽음이 그렇다. 남성은 자신의 집에 놓인 가방 속에서 벌거벗은 채 태아와 같은 자세로 죽어 있었다. 언론에서는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살해했다는 추정이 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달리 봤다.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그가 죽기 1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이용했던 한 웹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은 좁은 장소에 갇혀 있다가 탈출하는 성적 판타지를 종종 즐겨 왔던 것으로 판단됐다. 도착적 행위의 수위를 높여가다가 안전한 수위를 벗어나 죽음을 맞았던 것이다. 저자는 유아부터 노인까지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누고 시기별 죽음을 분석한다. 나이와 죽음 간의 관계가 높은 시기는 노년기다. 같은 날짜에 사망한 노부부 사건은 범죄가 아니라 쇠약해진 노인이 병사한 배우자를 찾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죽음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느닷없는 죽음이 두렵게 느껴지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죽음이 어떻게 일어났든 고인의 얼굴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안식을 보여준다”고. 그리고 “대개의 죽음은 과정이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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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문학상에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사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 시간) “말할 수 없는 것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썼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역대 네 번째다. 1928년 소설가 시그리드 운세트가 수상한 후로는 95년 만이다.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포세는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다.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소설 ‘3부작’, ‘아침 그리고 저녁’을 비롯해 희곡,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1990년대 중반 발표한 희곡 ‘이름’, ‘기타맨’, ‘가을날의 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포세의 작품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라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 꼽힌다. 2003년 프랑스 공로훈장, 2007년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등을 받았다. 국내에는 ‘3부작’을 비롯해 ‘이름’, ‘기타맨’, ‘가을날의 꿈’, ‘보트하우스’ 등이 출간됐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 원)다.“생존투쟁의 그늘 파고들어… 입센의 재림” 노벨문학상,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희곡-산문 넘나들며 작품 활동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려“죽음-가족 등 소재로 인간 본질 탐구”혼란이 넘치는 시대,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5일(현지 시간) 선정된 포세는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끄는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포세의 작업은 노르웨이의 언어와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예술적 기교와 섞었고 인간의 불안과 양가성을 본질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날 세계에서 작품이 가장 널리 공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지만, 산문으로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상 소식을 들은 포세는 “벅차고 다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극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건 영국의 해럴드 핀터(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그는 희곡, 소설, 시, 에세이, 동화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방대한 작품을 썼다. 한림원은 노르웨이 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재림’이자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환생’이라는 평가를 받는 포세가 희곡과 산문을 넘나들며 경계를 부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59년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포세는 하르당에르피오르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는 비교문예학을 전공했다.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고,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했다. 약 40편의 희곡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다. 희곡과 소설뿐만 아니라 시, 에세이, 동화는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그는 군더더기를 극도로 배제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 중간쯤에 있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매일 생존투쟁에서 체념하고 절망하는 인간이 등장하는 비극을 산문과 희곡을 넘나들며 선보였다. 대표적인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은 고독하고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고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풀어낸다. 연작소설집 ‘3부작’(새움)은 3편의 중편소설을 묶었다. 세상에 머물 자리가 없는 연인과 그들 사이에 태어난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하고 비루한 이들의 삶과 죽음을 들여다본다. 동화 ‘오누이’(아이들판), 희곡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등 여러 작품이 국내에 출간됐다. 이달 20일엔 빛을 사랑했지만 그늘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의 일생을 그린 산문 ‘멜랑콜리아 I-II’(민음사)가 나온다. 포세는 한때 알코올중독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정민영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교수는 “죽음, 가족, 남녀관계 등 보편적 소재를 시적으로 깊게 다루는 작가”라며 “극단으로 치닫고 혼란스러워지는 시대에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고들었다는 점에 한림원이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는 “포세의 작품엔 눈 덮인 산과 호수 등 북유럽의 풍광과 감성이 탁월하게 담겨 있다”고 했다. 홍재웅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학과 교수는 “평범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삶과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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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파 “발라드는 그만… 록으로 팬 만나요”

    “양파라는 콘텐츠가 지금으로선 향수로 느껴지는 상황인 걸 저도 알아요. 다시 현재 진행형으로 돌리는 것이 제겐 숙제겠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44)는 이렇게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양파는 14, 1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2년 만에 단독 콘서트 ‘어웨이크닝’을 연다. 그는 “선배 가수나 옛 가수 같은 느낌보다는 늘 곁에 있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이제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고 했다. 1996년 정규 1집 ‘Yangpa’로 데뷔한 양파는 타이틀곡 ‘애송이의 사랑’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정규 3집 ‘개구리 연못 속의… 날다’(1999년) 이후 미국 버클리음대 진학, 소속사와의 분쟁이 이어지며 활동 공백이 잦았다. 양파는 인터뷰 내내 “공연에서 부를 노래들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새로운 곡을 빨리,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조바심을 냈다. 이번 공연은 행성 ‘어웨이크닝’으로 이주한 양파가 그곳에서 만난 음악 파트너들과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어웨이크닝’은 성경에 나오는 “늘 깨어있으라”는 문구에서 착안한 것으로, 지금의 양파에게는 신조 같은 말이라고 한다. 양파는 “록을 워낙 좋아해 이번 공연은 록으로 편곡을 많이 시도했다. 재밌게 즐기셨으면 한다”고 했다.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을 꼽아달라고 하자 정규 5집 ‘The Windows Of My Soul’(2007년) 이후 모든 앨범을 꼽았다. 양파는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랑… 그게 뭔데’ 등 히트곡이 적지 않지만, 양파만의 창법과 정체성이 희미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올해 싱글, 내년 상반기 미니 앨범 발매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발라드는 아닐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음악인으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양파는 올 6월 ‘수퍼픽’이란 플랫폼을 만들고 인디 가수들과 팬들을 위해 작은 공연을 열어왔다. 그는 “음악을 잘하는데 제도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거나 스스로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과거의 저도 그랬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해 봤다. 현 소속사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1인 기획사를 만들고 이 플랫폼을 계속 꾸려 나가고 싶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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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대원 선발전’ 참호격투서 이변 속출

    채널A·ENA 공동 제작 예능 ‘강철부대’ 시즌3의 1, 2회를 재방영한다. 1회 관전 포인트는 웅장한 출정식이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육군첩보부대(HID), 제707특수임무단(707), 해군첩보부대(UDU), 해군특수전전단(UDT), 미특수부대(USSF) 등 6개 특수부대 대원 24명이 대한민국 해양 경찰의 최대 규모 함정 ‘5001함’에서 출정식을 가진다. 2회부터는 ‘최강 대원 선발전’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첫 라운드인 2 대 2 참호격투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이어진다. 강렬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보였던 USSF가 전원 탈락한 것. 치열한 참호 격투 끝에 HID와 UDT는 전원 생존, USSF와 707은 전원 탈락했다. ‘최강 대원 선발전’ 두 번째 라운드는 장애물 각개 전투. 4명씩 한 조를 이뤄 철조망 포복 구간, 8m 네트 장애물, 컨테이너, 수중 포복 구간, 11m 외줄을 돌파하는 과정이다. HID의 강민호, 박지윤, 고야융과 UDT의 정종현, 이한준, 그리고 UDU의 이병주가 2라운드를 통과했다. 6명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가운데 ‘최강 대원 선발전’ 우승자의 혜택을 공개한다. 최영재 마스터는 “최강 대원은 첫 번째 탈락 부대가 나오는 본 미션의 대진 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3라운드는 인질 구출 호송 사격”이라며 이전 시즌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미션을 제시했다. 강철부대 시즌3의 1, 2회 몰아보기 방송은 29일 오후 3시 반 채널A에서 볼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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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 없는 질문에 매달린 뮤지션이 ‘인생곡’을 만든다[차트 밖 K문화]

    음원 TOP 100 차트인, TV 화제성 순위…. 매일 같이 쏟아지는 기사 제목입니다. 시선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 예술계도 성공의 기준은 꽤 명확한 편입니다. 그럼 당장 순위권에 없는 이들은 어떨까요? ‘차트 밖 K문화’는 알려졌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유치할지라도 대놓고 진지하게, 이 시대 예술가들의 철학을 소개합니다.검버섯 핀 얼굴의 할아버지가 방바닥에 앉아있다. 그의 시선은 자신의 앉은키와 비슷한 어린아이를 향한다. 우뚝 서선 말갛게 눈을 뜨고 있는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장난감 안경을 가만히 건넨다.곡 ‘그렇게 살아가는 것’(2022년)의 앨범 커버다. 보기만 해도 뭉클해지는 이 사진은 기자에게 처음 ‘허회경’(25)이란 뮤지션을 알려준 존재다. 이 곡은 흔들리는 삶에 대한 진한 고민을 녹여낸 노래로, 허회경은 몰라도 여러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될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그에 대한 인상이 짙어진 때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그의 첫 단독 공연 ‘나와 내 이웃에게’에서 허회경이 팬들의 사연을 읽는 시간이었다. “사소한 행복을 어떻게 느껴야 할까” 묻는 팬의 질문에 허회경은 무덤한 듯 말을 이었다. “5일간 머리를 감지 말아 봐라. 참고 참다가 머리를 감으면 그날은 진짜 행복할 것”이라고.원숙한 곡에 엉뚱한 말조. 이 상반된 매력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걸까. 19일 서울 마포구 소속사에서 이뤄진 허회경과의 만남을 통해 이 의문이 풀렸다. 허회경은 “딱히 특별한 인생사는 없었다. 유달리 어른스럽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대신 그는 “쓸데없이 혼자 고민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말했다.‘산다는 건 무엇일까.’‘10년 뒤에 나 망하면 어쩌지?’‘누군가가 나를 떠나면 어떡하지?’이런 고민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정답이 없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굴었다”던 그는 “참 피곤하게도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둔중한 가사들은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정 덕에 탄생할 수 있었다.앞서 언급한 곡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데뷔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허회경이 자신 있게 “인생곡”이라 꼽은 곡이다. 당시 허회경은 ‘왜 살아야 하는 걸까?’에 대해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막상 친구들을 만나면 행복했고, 집에 오면 극심하게 감상적인 사람이 됐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던 단어가 “돌고 도는 것들”이었다.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또 사랑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사랑 같은 말을 내뱉고/작은 일에 웃음 지어놓고선/또 상처 같은 말을 입에 담는 것그의 가사에는 세상을 향한 애잔한 마음과 서늘한 시선이 뒤섞여 있다. 때때로 겁을 내고 질투도 하는 평범한 우리네를 노래한 곡 ‘김철수 씨 이야기’(2021년)도, 사사로운 일에 연연하지 않고 싶은 바람을 담은 데뷔곡 ‘아무것도 상관없어’(2021년)도 마찬가지다.누군가는 그의 곡을 두고 “우울할 때 들으면 기분이 나아지진 않지만 납득은 되는 노래”라고 했다. 이에 대해 허회경은 “제 노래를 듣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찝찝해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본인도 마음이 편치 않은 콘텐츠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허회경은 “난폭하고 기괴해도 끝났을 때 남는 생각이 많은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다.가출청소년들을 다룬 영화 ‘박화영’,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몬스터’, 고양이를 학대한 사람과 이를 추적하는 사람들을 찍은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등…. “저 사람은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를 곰곰이 고민해보는 것이 그에겐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허회경은 “삶에 대한 고민을 곡으로 풀 때 가장 해방감이 크다”고 말했지만, 미제 같은 질문들 앞에 가끔 권태로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때에도 창작을 계속하게 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없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동력이 되는 건 없고요. 그냥 안 하다 보면 하고 싶어져요.너무나 명백해서 무심해 보이기까지 한 답이었다. 한때 음악에 권태를 느꼈던 그는 반년 넘게 작업도, 음악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심연에 불안이 쌓여갈 때쯤 다시 악기 앞에 앉았고, 그때 그 쾌감을 기억할 뿐이다. 적극적으로 안 하다 보면, 되레 하고 싶어지는 것. 그에게는 삶과 음악에 대한 고민이 그랬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태도로 삶을 대하면서도 ‘쓸데없어 보이는’ 고민에 시간을 들이는 이유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도, 그렇지 못해도 매일매일 고민이나 사건사고는 이어지잖아요. 계속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 생각해요.”5일간 머리를 감지 않다 보면 감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는 여전히 인생을 고민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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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 들고 떼창… 환호성 쏟아진 ‘포서방’

    “아름다운 나라에 나를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23일 첫 내한 콘서트를 연 팝스타 포스트 말론(28·오스틴 리처드 포스트)이 3만여 명의 관객에게 소리쳤다.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콘서트에서 그는 연신 손 하트를 날리며 감사를 표했다. 말론은 이날 ‘Better Now’(2018년), ‘Wow.’(2019년)를 시작으로 총 23곡을 불렀다. 그룹 블랙핑크의 티셔츠를 입고, 한 손에는 맥주가 든 컵을 든 채 등장한 말론은 첫 곡부터 열띤 떼창을 끌어냈다. 올 7월 발표한 신보 수록곡 ‘Mourning’ 무대에서는 익살스러운 댄스를, 50주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오른 ‘Congratulations’(2016년)에서는 절규하듯 노래해 좌중을 압도했다. 강렬한 곡과 달리, 노래를 마칠 때마다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며 공손하게 인사해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젊은 팬과의 협업 무대도 선보였다. 말론이 “한국에 도착해 공항에서부터 마주친 팬”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말론의 곡 ‘stay’의 기타 연주를 했다. 갓을 쓴 채 무대를 뛰놀던 말론은 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한국계 여성과 약혼해 최근 딸을 낳은 그는 국내 팬들에게 ‘포 서방’으로 불린다. 그는 이날 ‘Too Young’(2016년)을 부르며 “요즘 내 모든 순간은 나의 아이를 위해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앙코르 곡 ‘Sunflower’(2018년)를 열창할 땐 태극기를 펄럭이며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고양=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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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게임’ 리얼리티쇼, 456만 달러 놓고 경쟁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본떠 만든 리얼리티쇼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가 올해 11월 22일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22일(현지 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역대 최대 규모 리얼리티 경쟁으로 변형한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가 올가을에 나온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생사가 걸린 건 아니지만, (드라마처럼) 456명의 참가자가 리얼리티 TV쇼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인 456만 달러(약 61억 원)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기회주의적인 동맹과 냉혹한 전략, 시의적절한 배신 등 승리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게 된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드라마 속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나온 인형 ‘영희’와 현금으로 가득 찬 대형 돼지 저금통, 진행 요원이 등장한다. 한 참가자는 “456만 달러? 사람들은 훨씬 적은 돈을 위해 더 나쁜 짓을 한다”고 말한다. 리얼리티쇼는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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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하기 그지없는 날에도 “행복하다” 자신하는 고영배의 비법은? [차트 밖 K문화]

    음원 TOP 100 차트인, TV 화제성 순위…. 매일 같이 쏟아지는 기사 제목입니다. 시선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 예술계도 성공의 기준은 꽤 명확한 편입니다. 그럼 당장 순위권에 없는 이들은 어떨까요? ‘차트 밖 K문화’는 알려졌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유치할지라도 대놓고 진지하게, 이 시대 예술가들의 철학을 소개합니다.2011년 4월 8일. 13년 차 밴드 소란의 보컬이자 리더 고영배(40)는 이날을 기억한다.데뷔 앨범 ‘그때는 왜 몰랐을까’을 내고 반 년가량 흐른 날. 당시 처지로선 큰 규모였던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지인과 팬들이 300석을 채워주었다. 공연 후반부, 데뷔 앨범 수록곡 ‘이렇게 행복해’를 부를 때였다. 첫 소절을 읊는데 관객들이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어떻게 가사를 다 알지?”하는 의문과 “어딘가에 우리 음악이 닿고 있었구나”하는 안도감 사이로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계속 밴드를 해도 되겠다”는 확신.12일 서울 마포구의 소속사에서 만난 고영배는 이 찰나를 “인생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이 교수가 되길 바라셨던 어머니께 ‘1년만 밴드 해보겠다’고 설득해 놓았던 때였다. 수익이 부족해 멤버들에게도 빚진 마음이 컸었다. 그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떼창을 마주한 거다. 그 순간이 여전히 기억난다”고 말했다.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소란은 ‘페스티벌 강자’로 우뚝 섰다. 고영배는 최근 첫 에세이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북폴리오)를 발간하며 “순간순간을 느끼는 것이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책에는 그가 인디밴드를 만들고 손수 앨범을 제작하고 콘서트를 열어왔던 시절, 유년의 기억,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 등 인생 전반에 대한 짧은 글 34편이 담겼다.가장 두드러지는 그의 능력은 ‘소소한 행복을 잘 발견하는 것’이다. 고영배는 딸아이에게 부부의 연애 스토리를 들려주며, 군 생활 때 먹었던 밤빵을 떠올리며 행복해한다. 자칫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각별한 하루로 탈바꿈하는, 그야말로 ‘능력’이다. 이를 위해 그가 하는 노력은 “호들갑 떨기”다. 날 좋은 날에 나들이를 나왔다고 치자. 그는 단순히 “날씨가 좋네”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우리가 같이 있네! 이게 진짜 행복 아닌가?”하며 조금은 소란스럽게 말해본다.남들이 좋다는 것은 다 해보자는 주의다. 근사한 레스토랑에 갔다고 하면, 좋은 와인을 주문해보는 식이다. “돈이 아깝거나 괜히 모르는 분야라 겁이 나서, 물어보기 창피해서 행복해질 기회를 피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이걸 ‘허세’가 아닌 ‘조금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한다.행복이란 게 수동적이에요. 알아서 다가와주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대신 한 발만 더 가면 닿을 수 있는 행복이 많은데, 가만히 있거나 그것이 행복인 줄 몰라버렸을 때 불행해질 수 있죠.평범함의 미학을 좇는 태도는 밴드 소란의 음악과도 닮아있다. 소란은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일상을 노래한다. 멜로디는 편안하고, 가사는 쉽다. 밴드 결성 초반에는 “무릇 밴드란 파격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통속적’이라는 평가가 거슬리지 않는다. “그것이 소란에게는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연애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곡 ‘연애 같은 걸 하니까’, 설렘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곡 ‘너를 공부해’ 등 소란의 음악은 ‘척’하지 않는다. 고영배는 “멋진 척, 뭐라도 있는 척하지 않고 싶다. 그냥 들었을 때 곧장 화자의 상황이 그려질 수 있는 음악이고 싶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하루에 몇백 곡의 신곡이 쏟아져요. 이제 적극적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시대는 지났죠. 음악은 천장에 매달려있는 조명처럼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그 와중에도 때때로 귀가 제 음악에 머물러있을 때는 당장의 현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아가셨으면 해요. 저 또한 음악이 가구가 되어버린 상황 속에서 제 음악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을 더 자주 생각하고요.이따금 초조함이 찾아올 때도 있다. 온 국민이 다 아는 히트곡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금세 고개를 젓는다. “초조하다고 해서 써지는 게 히트곡이 아니지 않냐”며 호방하게 한번 웃어버리고 말 뿐이다. “대신 우리는 쉬면 바로 도태된다”며 장난스레 말했지만 “묵묵히, 물 아래서 발을 멈추지 않는다”는 태도로 매 순간 불안과 싸운다.그렇게 쌓인 시간은 ‘유쾌한 밴드’라는 그림의 밑바탕이 됐다. “우리에게도 특별해지는 법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있었다”는 그는 이제 “헤매던 시간들 모두 가치 있고 특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소란이 엄청 대단한 건 아니다’라는 말이 너스레는 아니에요. 절대적인 인지도나 규모 면에서 더 뛰어난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 공연에 오면 어디에도 느낄 수 없던 재미와 행복을 줄 수 있단 자신감은 별개랍니다. 저희 공연에 놀러 오세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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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괴물’ 등 출연 원로배우 변희봉 별세

    영화 ‘괴물’에 출연한 배우 변희봉(본명 변인철·사진)이 1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해 왔다. 연극 배우였던 고인은 1963년 동아방송(DBS) 성우 1기로 방송계에 데뷔했다. 드라마 ‘제1공화국’(1981년),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1984년), ‘찬란한 여명’(1995년), ‘허준’(1999년)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고인은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년)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2003년) ‘옥자’(2017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봉 감독은 고인에 대해 “파도 파도 더 나오는 뭔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옥자’가 2017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은 고인은 당시 “꼭 벼락 맞은 것 같고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라고 말했다. 2020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날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발인은 20일 낮 12시 반. 02-3410-3151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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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이비에 빠진 각자의 사연

    윤 씨는 어느 날 친구 한 씨로부터 개벽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 씨는 “개벽교 영상을 보고 따라 한 뒤 암이 나았다”고 했다. ‘어린 남자’가 나오는 이 영상은 아침에 일어나 찬물을 떠놓고 조상에게 공을 들이고, 숯과 소금을 먹는 생활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면 된다고 한다. 윤 씨는 생전 다단계 판매에 빠졌던 부인을 나무랐던, 의심 많은 사람이었지만 속는 셈치고 따라 하니 몸이 건강해지고 변비가 낫는다. 그러다 개벽교 모임에 나가게 된 뒤부터 윤 씨는 정말로 변한다. 조상의 은덕을 강조하는 어린 남자의 말에 크게 동감해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는 아들과 싸우고, 숯과 소금을 강박적으로 먹으며 신장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 ‘개벽’의 줄거리다. 아들 부부와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던 윤 씨가 이상한 종교를 믿으며 변해가는 심리가 설득력 있게 묘사됐다. ‘유사과학’, 즉 사이비 과학을 주제로 정 작가를 포함한 공상과학(SF) 작가 10명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최의택 작가의 ‘유사 기를 불어넣어드립니다’는 노인이 대부분인 시골 마을 기 치료소가 배경이다. 동네에는 기 치료의 효과가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건만 정작 치료소 주인인 ‘해수’는 그저 노인들의 팔다리를 주물러주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치료소에 근육병이 있는 아이와 엄마가 찾아온다. 아이의 엄마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결국 안 된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마음에 걸렸는데, 해수 씨는 희망을 깨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그 간절함에, 해수는 진심을 다해 기 치료에 힘쓰려 한다. 이처럼 책에는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없더라도 그 길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 나온다. 사주 운세에 목을 매거나 광고에 홀려 효과를 알 수 없는 만병통치약을 구매하는 이들의 믿음과 불안,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좌절이 펼쳐진다. 이들의 좌충우돌은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저마다 가볍지 않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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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60주년 앞둔 남진, 신곡 내고 전국투어

    “무대를 떠날 때까지 오빠라는 말과 환호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가수 남진(77·사진)이 13일 서울 마포구 YTN 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신곡 ‘이별도 내 것’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을 공개했다. 1964년 데뷔한 그는 “몇 년 활동을 했건 새로운 곡을 만날 때마다 설레고 떨린다. 그런 열정이 생길 때마다 행복하고 즐겁다. 신인이라는 느낌으로 사랑을 담아 신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두 신곡은 이날 USB 음반으로 발매됐다. 음원 사이트에는 이달 말 공개된다. ‘이별도 내 것’은 애절한 트로트 발라드 곡이다. 남진은 “뜨거운 사랑에 어쩔 줄 몰랐다가 후일 이별을 맞게 되면 그제야 아픔도 내 것이라는 감성으로, 젊은 시절 추억을 생각하며 불렀다”고 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은 경쾌한 라틴 재즈 댄스곡이다. 남진은 내년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14일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 대전, 대구, 울산, 제주, 서울 등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연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선 ‘님과 함께’를 록 버전으로 부르거나 히트곡 40∼50개를 골라 판소리를 접목하는 등 변화를 주려고 한다”고 했다. ‘님과 함께’ ‘둥지’ ‘빈 잔’ ‘가슴 아프게’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그는 가요계의 ‘영원한 오빠’로 불린다. 그는 “팬들은 ‘귀여운 오빠 부대’다. 지금 60, 70대인 이 동생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신나게 놀 때 가장 행복하다. 혼과 사랑을 담아 콘서트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왕’보다는 ‘오빠의 원조’라는 수식어가 더 좋다”며 “끝까지 오빠 소리를 들으며 좋은 무대를 보인 후 떠나는 게 꿈”이라면서 웃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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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가 참 많이 그리웠다” 솔로 정규 1집으로 돌아온 데이식스 영케이

    “군 복무 중에 제가 무대를 참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밴드 DAY6(데이식스) 멤버 Young K(영케이·30)가 말했다. 올 4월 카투사를 전역한 영케이는 전역 5개월 만인 이달 4일 정규 1집 ‘Letters with notes’를 발매한다. 발매에 앞서 1~3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 그는 “입대 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여서 대면 콘서트를 잘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모습을 보여드리다보니 긴장된다”고 말했다.영케이는 대중이 인정하는 싱어송라이터다. 2015년, 데이식스로 데뷔한 이래 히트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예뻤어’ ‘Zombie’ 등을 세상에 내보였다. 올 상반기 역주행 신화를 쓴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그는 JYP 소속 프로듀싱 멤버 중 수정 요청을 거의 받지 않는 아티스트라고 한다. 이번 정규 1집을 듣고 박진영 프로듀서 또한 그에게 “노래를 참 잘한다”고 칭찬했다고 한다.이번 음반의 수록곡은 총 11개. 영케이는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항상 “어떻게 하면 최대한 오래 무대에 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그의 마음은 첫 트랙에서부터 드러난다. 곡 ‘오늘만을 너만을 이날을’은 “눈을 감고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순간을 상상하며 쓴 곡”이다. 타이틀곡 ‘이것밖에는 없다’는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홍지상 작곡가와 대화하다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할 상황에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내면”을 발견하곤 사랑 이야기로 재해석해 만든 곡이다.밴드로 시작했다 보니 솔로 활동을 하며 고민도 많았다. “나만의 특색은 뭘까?” 고민하던 영케이는 점차 “다양한 색을 펼칠 수 있는 것이 나의 강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타 아티스트의 곡 작업이다. 그는 “늘 발전하면 좋겠지만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면 변화라도 해야 한다”는 홍 작곡가의 말을 언급하며 “주어지는 도전을 최대한 마다하진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번 앨범 작업에도 “새로운 분들과도 작업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지인을 통해 여러 작곡가를 소개받기도 했다.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 개수만 162개.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수록 본인의 부족한 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건강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부족하기 때문에 나는 안 된다’보다는 ‘이만큼 내가 발전할 가능성을 갖고 있구나’하며 채워나가려 한다”고 했다. 그저 “오래 노래하고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꿈을 위해 그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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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나는 그들을 외면한 적 없을까

    어린이집 교사인 ‘나’는 자신이 선생님이 아닌 ‘보육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와 할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주승이가 어린이집에서 이상행동으로 실내 배변을 해도, 그런 주승이를 보며 다른 학부모들이 항의를 해도 기계적으로 이해하는 체할 뿐이다. 어느 날 주승이의 배에 나 있는 크고 뚜렷한 멍 자국을 본다. 작고 마른 아이의 배를 한 곳만 집요하게 내리치는 어른의 손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는 경찰에 신고하고야 만다. 이 책의 첫 번째 수록작인 안보윤의 단편소설 ‘밤은 내가 가질게’는 2020년 16개월 아이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아동과 장애인, 노인, 불법 취업자 등 사회적 약자를 주제로 소설가 8명이 쓴 단편소설 8편을 엮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향해 ‘틀딱’, ‘짱개’, ‘급식충’ 등 혐오 표현을 스스럼없이 던지고, 이들을 위한 주거 시설 등을 지으려고 하면 극렬하게 반대한다. 각 소설에는 외면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조남주의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는 노인 혐오를 다뤘다. 소설은 백은빌딩 옆에 있던 낡은 상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요양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때부터 병들고 늙은 이들은 서영동의 골칫거리이자 혐오의 대상이 된다. 경화도 요양원을 반대하던 이 중 한 명이었다.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서영동 사교육의 중심인 백은빌딩에 입성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어머니가 인지 저하로 판명되자 태도가 변한다. 경화는 스스로에게 한심한 감정을 느끼며 공사장을 빠져나온다. 소설 속 몇몇 주인공은 이중적이고 이기적이다. 그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 그들의 변화는 묵직한 의미를 갖는다. 엮은이들(이혜연 김선산 김형태)은 머리말에서 “‘각자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같이 함께 있는 것’을 지향하자. 다시 계속해서 희망하는 태도를 갖자”며 “소설(小說)의 ‘소’는 작은 존재들을 품어주는 소설의 태도에서 온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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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하는 ‘청춘예찬’, 2000년대생 밴드는 어리다고 주눅 들지 않는다 [차트 밖 K문화]

    음원 TOP 100 차트인, TV 화제성 순위…. 매일 같이 쏟아지는 기사 제목입니다. 시선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 예술계도 성공의 기준은 꽤 명확한 편입니다. 그럼 당장 순위권에 없는 이들은 어떨까요? ‘차트 밖 K문화’는 알려졌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유치할지라도 대놓고 진지하게, 이 시대 예술가들의 철학을 소개합니다.“이 밴드가 다른 밴드에 비해 갖고 있는 특장점은 무엇인가요?”“어려요!”밴드 ‘크리스피’의 답변은 명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밴드의 최고령자는 2001년생이다. 김승윤(보컬), 허민석(기타)이 2001년생, 신승호(베이스), 오장호(드럼), 하동준(피아노)은 2002년생이다.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반지하 빌라. 벽과 바닥에는 방음재가 붙어있고, 여러 대의 기타와 전자 피아노, 스피커가 방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작업실 바닥에 둥그렇게 앉은 이들 다섯 사이로 날것의 대화가 오갔다.“멋있고 싶어서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솔직한 고백부터 “어릴 때 너무 놀아 대서 뭐라도 하라는 가족의 권유에 음악을 배웠다”, “사람들이 저희 노래만 들었으면 좋겠다” 등등….청춘이 스스로 청춘임을 알 때 드러낼 수 있는 기백이었다.이들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패기만만이다. 다섯이 처음 다 같이 모인 날은 2021년 5월 20일. 이날은 곧 밴드 결성일이 됐다. “밴드하고 싶다”는 승윤의 말에 고등학교 동창인 민석과 승호가 모였고, 민석의 대학 동기인 동준과 장호가 합류했다. 밴드 이름도 당일에 결정했다. 안면을 트며 치킨을 먹었다. 그래서 ‘Creespy’다. ‘Crispy’(바삭한)의 변주다.갓 20대에 접어든 다섯 소년들 앞에는 숱한 갈등이 예고되어 있었다. 본래 좋아하는 음악마저 ‘재즈’(민석·장호), ‘밴드’(승윤), ‘알앤비’(동준), ‘팝’(승호)…. 각기 다른 다섯은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크리스피의 색깔을 꾸려가는 과정까지 맞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냉전은 영원하지 않은 법. “울고불고 참 많이도 싸웠다”는 이들은 점차 융화되어갔다. 그러다 처음으로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킨 밴드를 찾았다. 바로 영국의 록 밴드 ‘The 1975’다.크리스피는 ‘The 1975’로부터 영향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The 1975’의 음악은 “누구 한 명 소외되지 않고 다섯 명 다 같이 즐기며 할 수 있는 음악”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음악적 동경만이 아니다. 이들은 “우린 민주주의면서 독재주의”라는 ‘The 1975’ 보컬 멤버 매튜 힐리의 말을 되새기며 “우리도 한 의견을 따라가기도 하고 다섯의 의견을 협의해나가기도 한다. 서로의 말을 잘 수용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이날 이후 이들은 여러 ‘처음’을 함께 경험해갔다. 작업실 하나를 빌려 같이 살다시피 했다. 밴드 결성 6개월쯤, 한 유통사에 데모곡을 첨부한 메일을 넣었고 다음 날 회신을 받았다. 데뷔곡 ‘dance party ballad’(2021년)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음원 사이트에 곡이 발매되기 1시간 전, 이들은 당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작업실에 모여 그들만의 음악 감상회를 열었다.“5명이 앉으면 꽉 차는 비좁은 방이었어요. 곡이 발매되는 걸 보고 눈물을 머금었죠. 흘리진 않았어요. 애써 참았습니다. (웃음) 아, 이제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출발선을 넘긴 다섯 청춘이 선택한 길은 “작가 시점으로 캐릭터의 이야기를 쓰기”였다. 크리스피는 가상 인물과 그가 처한 상황을 설정해놓고, 그 인물의 삶을 상상하며 곡을 만든다. 프로듀싱 멤버 중 한 명인 승윤은 “솔직히 아직 겪어본 일이 많지 않다. 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곡을 쓰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며 꾸밈없이 말한다.일례로 곡 ‘Hero’(2022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영감을 받았다. “히어로물 세계관에 저희 유년기를 태웠다”는 이들은 이 곡을 통해 영웅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곡 ‘daydreaming’(2023년)은 가제가 ‘소년 만화에서 살아남기’였다. 만화 속 여자주인공을 구하러 가는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다. ‘Ella’(2021년), ‘Ray’(2022년)의 곡 이름은 이들이 만든 가상의 캐릭터 이름을 본 따왔다.하이틴스러운 미국 팝 멜로디에 재기발랄한 소재. 그 신선함을 무기로 이들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지난해 1월, 크리스피는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그 연합 무대가 끝난 후 처음 두 명의 팬이 생겼고 그해 10월, 밴드 결성 후 첫 목표였던 ‘롤링홀 단독 공연’을 성사시켰다. 올해에는 유명 인디 뮤지션 발굴 사업인 CJ 문화재단의 ‘튠업’에도 당선됐다.“롤링홀 단독 공연, 기분이 날아갔죠. 2년은 걸릴 줄 알았거든요. ‘이제 ‘The 1975’처럼 될 일만 남았구나!’ 싶었어요.”물론 언제나 명랑할 수만은 없다. 이들 또한 유쾌하지 않은 순간들을 마주한다. “곡 작업으로만 먹고살고 싶다”(승윤)는 꿈을 꾸기도 하고, “현재에 만족하다 보니 발전이 없는 느낌”(승호)을 받으며 스스로 채찍질도 해보고, “과한 욕심과 열정이 발전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에만 영향을 미쳐 행복하지 않았다”(동준)는 깊은 고민도 안고 있다.그러나 이들은 함께다. “밴드하지 말라”는 주변의 조언에도 결국 모인 이들이기에, 청춘의 미숙함과 고단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어른스러움을 선망하며 주눅 들지도 않는다. 이 시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솔직함을 무기 삼아 모든 첫 순간들을 함께 대면해 왔다.‘다양한 연령층이 있는 밴드 신에서 2000년대생 밴드로서 겁나는 상황은 없냐’는 질문에 다시 한 번, “전혀”라는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힘이 여기 있다.“오히려 더 시간이 흐르면 ‘나이에 안 맞게 어린 음악을 하는 것 아닌가’ 스스로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부담 하나도 없어요.”(민석)“저희의 열정과 단합력은 계속 갖고 가되, 겉의 색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세월에 맞춰서요. 지금은 지금 나름의 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동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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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펀’한 개편… ‘강철부대3’ 등 예능 6개 황금시간대 배치

    《채널A가 이달부터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을 강화한 개편을 단행한다. ‘강철부대’ ‘도시어부’ 등 간판 예능 3개의 새 시즌 프로그램과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 식탁’ ‘도전! 애슐랭 아이셰프’ ‘선 넘은 패밀리’까지 새 프로그램 3개를 선보인다. 채널A 기자들이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한 이슈를 방송과 유튜브에서 생생하게 전달하는 새 보도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다. 》‘강철부대3’ ‘도시어부5’의 귀환● 더 짜릿하게 더 실감나게 채널A가 이달부터 방송하는 새 시즌 예능은 ‘강철부대3’ ‘도시어부5’와 ‘하트시그널’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애프터시그널’이다. 1일 오후 10시 50분 처음 방송하는 ‘애프터시그널’은 지난달 25일 종영한 ‘하트시그널 시즌4’ 출연진 8인의 최종 선택 후 근황과 방송에서 전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총 6회로, 출연진 8인은 시그널하우스가 아닌 각자의 일상에서 다시 만난다. 최종 커플로 맺어진 한겨레와 김지영, 신민규와 유이수가 방송 전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몰래 데이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하트시그널’에서 ‘썸’의 기류가 있었지만 아쉽게 어긋났던 출연진이 방송 후 예측 불가 데이트를 이어간다. 이들이 함께 여행을 다니며 보여주는 색다른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MC는 하트시그널 패널이었던 김이나와 미미가 맡았다. 4회부터는 오후 11시에 방영한다. 하트시그널 연출에 이어 애프터시그널 CP(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박철환 채널A PD는 “하트시그널의 진짜 이야기는 시그널하우스 퇴소 후부터 시작된다. 출연진이 또 다른 인연을 찾을지, 남아 있는 ‘썸’의 잔상이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한의 전투 미션이 주는 긴장감과 전우애, 도전정신으로 큰 호평을 받았던 채널A·ENA의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강철부대’도 19일 오후 10시 반 시즌3로 돌아온다. 이번 시즌에 참가하는 부대는 총 6개다. 정보사령부 해군첩보부대(UDU)와 미국 특수부대가 새로 합류해 지난 시즌 접전을 펼쳤던 제707특수임무단, 해군특수전전단(UDT), 육군첩보부대(HID), 육군특수전사령부와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인다. 특히 UDU는 ‘강철부대2’부터 출연해온 HID와 팽팽한 라이벌이 돼 존재감을 과시할 예정이다. 미션은 난도가 높아지고 규모도 커졌다. 이전 시즌까지는 민간 사유지에서 촬영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국방부, 해양경찰, 주한미군 관할 장소에서 대결을 펼친다. 실제 군사 시설을 활용해 긴박감이 한층 높아졌다. 연출을 맡은 신재호 채널A PD는 “UDU는 영화 ‘아저씨’ 원빈의 모티브가 된 부대이고, HID 이상으로 베일에 싸인 부대다. 또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미 특수부대의 등장이 ‘최강자전’이라는 이번 시즌 키워드를 완성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김희철 김동현 윤두준 츄 최영재가 MC로 활약한다. 7일 오후 10시 반에는 ‘도시어부’가 시즌 5로 시청자와 다시 만난다. 총 30부작으로 예정된 ‘도시어부5’는 누가 낚시로 돈을 더 많이 버는가를 놓고 대결한다. 누가 더 큰 물고기를 낚는지 경쟁했던 이전 시즌과 확연히 달라졌다. 멤버들이 잡은 물고기는 제작진이 시세에 맞춰 돈으로 교환해준다. 멤버들은 식사하고 음료수 등을 사는 데 이 돈을 쓰며 생활한다. 당일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이 황금 배지를 거머쥔다. 더욱 절박하게 낚시에 임하는 출연진으로 인해 긴장감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돈이 있는 자가 곧 왕이 되는 ‘도시어부 내 계급사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핵심 멤버인 이덕화 이경규 이수근이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1회 게스트로 주상욱, 성훈, 김동현 등이 참여한다. 시즌1부터 연출을 맡아온 구장현 채널A PD는 “7년 차 프로그램이 된 만큼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했다. 물고기를 낚아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풍족한 저녁 식사부터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생생한 생활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스타의 식탁 토크쇼, 셰프 요리대결 ● 스타의 속내-요리 대결-세계 속 K라이프 4일 오후 8시 10분 첫선을 보이는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 식탁’은 스타의 가장 사적인 공간 중 하나인 식탁에서 친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만이 알고 있는 사연을 이야기하는 토크쇼다. 첫 회엔 ‘홈쇼핑의 여왕’으로 불리는 방송인 최유라가 출연한다. 방송 회차는 총 4회다. 18일 오후 9시 반 처음 방송하는 ‘도전! 애슐랭 아이셰프’는 스타 셰프들이 평균 나이 5세인 어린이 셰프들을 보스로 두고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스타 셰프 최현석, 이원일, 정지선, 조셉 리저우드가 어린이 셰프와 짝을 이뤄 ‘케미’를 보여준다. 총 4회 차로 구성됐다. 22일 오후 9시 반에 처음 공개하는 ‘선 넘은 패밀리’에서는 프랑스, 스위스, 헝가리, 독일,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며 ‘K라이프’를 전파하는 국제 가족(한국인과 외국인 커플 가족)의 생활을 들여다본다. 각 나라의 물가, 교육, 육아 방식 등을 살펴보고 생활하며 겪는 고민도 들여다본다.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안정환과 이혜원 부부가 MC를 맡았다. 시사 이슈, 방송-유튜브 속으로 ● TV-유튜브로 깊이 있게 전하는 시사 이슈 보다 젊고 깊이 있는 보도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다. 4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오후 3시 50분부터 방송되는 ‘강력한 4팀’은 변호사, 범죄심리학 교수, 기자 등이 출연해 그날의 강력 사건부터 불륜, 가사소송, 층간소음 등 생활 속 갈등까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사회부에서 경찰과 검찰을 취재한 채널A 구자준 앵커가 진행한다. 4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채널A 기자들이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채널A 정치부 노은지 기자는 매주 월∼목요일 오전 8시부터 50분간 유튜브에서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을 진행한다. 청와대와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국회 여당팀장을 지낸 노 기자가 정치 뉴스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김진의 돌직구쇼’ 진행자인 김진 기자는 4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 20분부터 30분간 유튜브 라이브 방송 ‘김진의 더라방’을 통해 시청자와 만난다. ‘김진의 돌직구쇼’가 끝난 직후 김 기자는 ‘김진의 더라방’을 통해 방송에서 전하지 못한 뒷이야기를 생생하고 상세하게 소개한다.오후 8시 시간대 대표 프로 배치 ● 오후 8시 이후, 한층 알차고 즐거워진다 채널A는 이번 가을 개편에서 경쟁력 있는 대표 프로그램과 신규 프로그램을 오후 8시대에 전면 배치했다. 월요일에는 새로운 토크쇼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 식탁’(오후 8시 10분), 화요일에는 상담 예능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오후 8시 10분), 목요일에는 건강 버라이어티 ‘나는 몸신이다 시즌2’(오후 8시 10분), 금요일에는 육아상담 예능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오후 8시), 토요일에는 ‘서민갑부 폐업탈출대작전’(오후 7시 50분)이 방영된다. 민정호 채널A 편성기획팀장은 “TV 시청 총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간대인 오후 8시에 채널A의 대표 프로그램과 새 프로그램을 전면 배치해 메인 뉴스인 ‘뉴스A’가 끝난 뒤 계속 시청이 이어지며 추가 시청자도 대폭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 팀장은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폭넓게 선보이는 만큼 시청자들이 취향에 맞춰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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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벤트 논란 있었지만… 팬서비스-명곡 메들리로 무대 달군 라우브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OST ‘Steal The Show’를 부른 미국 팝 가수 라우브(29)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9일 국내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엘리멘탈’은 30일 기준 705만 명이 관람해 국내에서 상영된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라우브의 노래 ‘Steal The Show’가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어서 내한 콘서트 전부터 관심이 높았다. 이날 공연에서 라우브는 ‘Love U Like That’을 시작으로 총 24곡을 열창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Paris in the Rain’(2018년), 트로이 시반과 함께 부른 히트곡 ‘I’m So Tired’(2019년) 등 초반부터 이어진 명곡에 관객 1만5000여 명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라우브는 입을 틀어막으며 “한국은 정말 사랑스럽고 대단한 나라”라고 외쳤다. 라우브는 방탄소년단(BTS)이 피처링에 참여해 화제가 된 ‘Who’(2020년)도 불렀다. 라우브는 ‘Tattoos Together’(2020년)를 부를 때 팔에 새긴 한글 타투 ‘맛살♡’을 드러내 보였다. 기타와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논란도 있었다. 공연 막바지 라우브가 피아노를 치며 ‘Steal The Show’을 열창할 때 한 일반인 커플이 등장해 깜짝 프러포즈를 한 것. 이는 라우브가 직접 기획한 이벤트로, 라우브는 커플의 프러포즈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특히 관심이 높았던 이 곡을 기대했던 관객들을 중심으로 “노래가 아닌 프러포즈에 집중된 무대가 아쉬웠다”는 의견이 쏟아졌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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