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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달러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환전 수요가 한화 환전 수요의 5배를 넘어섰다. 15일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개인 고객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현찰 기준)한 금액은 총 4억8081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일평균 환전액은 2290만 달러로 지난해 1∼11월 일평균 환전액(1043만 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같은 기간 개인이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한 금액은 총 9031만 달러였다. 일평균 환전액은 430만 달러 수준. 단순 계산 시 달러화 수요가 원화 수요의 5배를 넘은 셈이다.지난달 24일은 외환 당국이 연말 환율 종가를 떨어뜨리고자 강도 높은 구두 개입에 나선 날이다. 그 무렵 국민연금의 본격적인 전략적 환 헤지도 예고됐다. 당일 환율은 하루 만에 33.8원 떨어졌고, 같은 달 29일까지 사흘 연속 내려 1480원대에서 1420원대까지 떨어졌다.원-달러 환율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5대 은행에서 개인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금액은 6304만 달러에 달했다. 평소 일주일 치에 가까운 환전 규모였다.이런 달러 환전 수요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13일 하루 5대 은행에서 개인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금액은 1744만 달러로 지난해 1∼11월 일평균 환전액(143만 달러)보다 70% 가까이 많았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해외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연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한 기업은 지난해 인도에 기기를 팔았다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물품을 보냈는데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해 4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다. 전쟁 위기에 자금난에 처한 현지 수입 업체는 대금 지급을 계속 미뤘다. 수출 기업은 결국 대금의 일부만 겨우 입금받았다. 이 수출기업 관계자는 “다른 국가에서도 대금이 늦게 들어올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긴장,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등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수출 기업들이 자금을 떼일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국제 정세 불안이 한국 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 치른 이란에서 회수 어려운 대금 143억 원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받은 ‘국외 채권 등급 및 잔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무역보험공사가 돌려받아야 할 수출대금 1조4584억 원 중 53.4%인 7782억 원이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운 수준(회수 가능성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 가능성이 50% 이상인 수출대금은 1.9%(273억 원)에 불과했다. 한국 수출 기업들은 물건을 해외에 수출한 뒤 돈을 제때 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한국무역보험공사 보증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물건을 받은 해외 기업이 대금을 보내지 않을 때 무역보험공사에서 해당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차후 대금을 해외 기업에서 받는다. 무역보험공사가 돌려받지 못한 수출대금은 2021년 1조5620억 원에서 2025년 1조4584억 원으로 소폭 줄긴 했다. 다만 이유는 대금을 밀린 기업에 대해 현지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거나 행정청이 영업 정지를 통보하면서 채권이 상각 처리된 영향이라고 무역보험공사는 설명했다. 한국과의 무역 규모가 클수록 한국 기업에 돌려주지 못하는 대금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89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 897억 원, 브라질 703억 원 등의 순이었다. 중국 정부가 2017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시행한 뒤 국내 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수출기업은 중국에서 대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의 경우 대형 유통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에 밀려 경영난에 처하며 이들에 납품하는 한국 수출기업들이 대금을 받는 데 애를 먹었다. 최근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란은 돌려받을 가능성이 10% 미만인 대금이 143억 원가량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 이란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며 이란 내부 금융 상황이 경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적 분쟁 해결 제도 강화해야”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 기업들이 물건을 보낸 뒤 대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으려면 국제적인 분쟁 해결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흥국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해 공식적인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신속히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수출 기업들이 수출 전에 해외 수입 기업의 신용을 파악할 수 있게끔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분쟁이 생기면 한국에 있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분쟁 조정을 신청하고 그 판결에 따르기로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외교·통상 조직과 공적 금융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국가 차원의 채권 회수 공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외화 예금 마케팅 자제령’을 내리자 주요 은행들이 달러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14일 신한은행은 신한 외화정기예금(만기지급식) 금리를 만기 3개월 이상 기준 연 3.18%로 0.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통상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조정되는 외화예금 금리를 은행이 일괄 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외화예금 유입이 많아져 금리 조정을 통해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 미국 달러 금리를 1.0%에서 0.1%로 대폭 낮췄다. 유로화도 0.5%에서 0%로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기준 금리 인하 등 여파로 외화 정기예금 금리는 낮아지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 달러 예금상품(국민UP외화정기예금) 금리(3개월 만기)는 이날 현재 연 3.08%로 지난해 12월 말(3.19%)보다 약 0.11%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주요 은행 실무자들을 불러 외화예금과 보험에 대한 과도한 영업을 자제하고 환율 유의 사항을 소비자에게 적극 안내해달라고 당부했다. 13일에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외화 예금·보험 등 증가로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지는 만큼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지도하라”고 메시지를 냈다.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12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655억 달러로 집계됐다. 연중 최고치를 보였던 지난해 말 대비 17억 달러 감소한 숫자다. 달러 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1조9288억 원으로 1년 새 101.6% 증가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외화 예금 마케팅 자제령’을 내리자 주요 은행들이 달러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14일 신한은행은 신한 외화정기예금(만기지급식) 금리를 만기 3개월 이상 기준 연 3.18%로 0.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통상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조정되는 외화예금 금리를 은행이 일괄 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외화예금 유입이 많아져 금리 조정을 통해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우리은행은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 미국 달러 금리를 1.0%에서 0.1%로 대폭 낮췄다. 유로화도 0.5%에서 0%로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기준 금리 인하 등 여파로 외화 정기예금 금리는 낮아지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 달러 예금상품(국민UP외화정기예금) 금리(3개월 만기)는 이날 현재 연 3.08%로 지난해 12월 말(3.19%)보다 약 0.11%포인트 하락했다.앞서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주요 은행 실무자들을 불러 외화예금과 보험에 대한 과도한 영업을 자제하고 환율 유의 사항을 소비자에게 적극 안내해달라고 당부했다. 13일에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외화 예금·보험 등 증가로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지는 만큼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지도하라”고 메시지를 냈다.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12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655억 달러로 집계됐다. 연중 최고치를 보였던 지난해 말 대비 17억 달러 감소한 숫자다. 달러 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1조9288억 원으로 1년 새 101.6% 증가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금융 당국이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이달 들어 두 차례 “외화예금에 대한 과도한 영업을 조정해달라”고 지도하면서 은행들이 달러 예금 금리를 인하하고 나섰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연중 최고치를 찍고 이달 들어 소폭 감소한 상황이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미국 달러 예금 금리를 5bp(1bp=0.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외화예금 금리는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조정되지만, 은행이 외화예금을 일괄 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 유입이 많아지다 보니 유입 속도 조절 차원에서 금리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우리은행은 15일부터 위비트래블 외화예금 미국 달러 금리를 1%에서 0.1%로 대폭 낮췄다. 유로화도 0.5%에서 0%로 조정했다. 이 상품은 외화 체크카드와 연결할 수 있는 해외여행 특화 외화 보통예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트래블카드 선택 시 예금 금리가 중요 고려 사항이 아닌 것으로 보여 다른 부수 혜택에 집중하기 위해 축소를 했다”고 말했다.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주요 은행 실무자들을 불러 외화예금과 보험에 대한 과도한 영업을 자제하고 환율 유의 사항을 적극 안내해달라고 당부했다. 13일에는 이찬진 원장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최근 외화 예금·보험 등이 증가함에 따라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지는 만큼,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 이벤트를 자제하도록 지도하라”고 메시지를 냈다.지난해 12월 미국 기준 금리 인하 등 여파로 타 은행들도 외화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하나은행 외화 정기예금 금리(1개월 만기)는 이날 기준 3.03%로, 지난달 말(3.05%) 대비 0.02%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의 달러 예금상품 ‘국민UP외화정기예금’ 금리도 연 3.07%로, 지난달 말(3.13%)보다 약 0.06%포인트 하락한 상태다한편,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1월 12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655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전월 말 대비 17억 달러 감소한 숫자다. 엔화 예금 잔액도 1조2145억 엔으로 지난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전월 말 대비 157억 엔 감소했다. 다만, 달러 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1조9288억 원으로 전년 말(9568억 원) 대비 두 배 이상(101.6%) 증가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지난해 12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서머빌시. ‘미국 바이오산업의 실리콘 밸리’,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 마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케임브리지시 켄들 스퀘어와 함께 바이오산업 혁신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에 ‘아프리오리 바이오(Apriori Bio·이하 아프리오리)’사가 있었다. 아프리오리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으로 바이러스의 미래 변이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효과적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벤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를 탄생시켜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 유명한 벤처캐피털(VC)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이하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끌었다.이날 찾은 아프리오리 입주 건물에서는 뜻밖에도 아프리오리 외에 플래그십이 창업시킨 바이오 벤처 회사 5곳을 한 층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플래그십이 유망한 신생 기업들을 모아 무럭무럭 키우는 거대한 인큐베이터인 셈이었다. 첨단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혁신 금융’ 플래그십은 씨앗 기업들을 집적해 창업 시너지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대형 VC가 마련한 바이오 창업 단지기업들은 넓은 한 층 공간을 각각 구역을 나눠 쓰고 있었다. 가벽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개방된 공간이라 겉보기에는 마치 한 회사의 거대한 연구실처럼 보였다.연구실에서 만난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직원이 20여 명이라 딱 스타트업 규모지만 우리가 누리는 자원은 일반 스타트업은 누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래그십이 투자한 여러 분야 바이오 벤처가 한 공간에서 협업하고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AI 전문가부터 계산 생물학, 데이터 분석, 실험 연구자 등 전문 인재가 풍부하고 수십억 원 규모의 첨단 장비를 쓸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날 돌아본 플래그십 창업 벤처 연구 공간에는 세포 배양과 분석부터 차세대 유전자를 읽는 기술 딥 시퀀싱에 이르기까지 직원 수십 명이 수일, 수십 일 동안 해도 해내지 못할 연구를 하루나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첨단 장비가 가득했다. 바이러스 시료 수십 종을 자동판매기처럼 자동으로 보관하고 출고해 주는 장비도 있었다.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이런 투자와 장비 덕분에 우리는 그 시간에 더 좋은 논문을 읽고 더 지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다”며 “플래그십 안에서 이뤄지는 투자, 협업을 통해 우리는 과학 기술 최전선에서 최대한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VC가 투자뿐 아니라 창업 과정에 참여연구 현장에서 만난 플래그십 출신 크레이그 윌리엄스 아프리오리 최고경영자(CEO)는 “이 모든 건 플래그십만의 독특한 벤처 투자 프로세스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래그십은 단순히 유망 벤처에 투자하고 이익을 얻는 일반 VC들과 달리 고유한 ‘창업(origination)’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플래그십은 매년 사내 전담 조직을 통해 100여 개의 ‘만약 ∼라면(What if?)’이라는 질문을 도출한다. 그런 뒤 사내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가능성 없는 질문을 제거해 나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 하나에서 여러 방향의 혁신 기회가 나올 수 있는가’이다. 이 과정을 통해 플래그십이 정말 투자를 통해 회사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3∼4개의 최종 질문을 찾아낸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진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불확실성(uncertainty)의 영역’에 투자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리스크는 줄여야 하므로 끝까지 살아남은, 검증된 아이디어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는 이런 방식이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플래그십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바로 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처음엔 회사 이름 없이 프로젝트 숫자만 부여된다. 윌리엄스 CEO는 “아프리오리도 처음엔 그저 ‘FL(Flagship Lab) 77’이었다”며 “질문에 대한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게 입증되기 전에는 회사라는 생각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자유롭게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덕분에 플래그십이 투자하고 창업을 이끈 바이오 회사는 각 전문 분야에서 빠르고 혁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화이자, 노보 노디스크, GSK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종의 빅파마(대형 제약사) 연구개발(R&D)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로서는 이 같은 혁신 ‘원천’에 가까워질수록 훨씬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플래그십 투자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플래그십, 25년간 118곳 창업 지원플래그십은 3년마다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바이오 벤처 투자를 진행한다. 가장 최근 펀드 규모는 36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그 전 펀드는 33억 달러 규모였다. 모더나부터 아프리오리까지 이런 방식으로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끈 기업은 25년간 118개에 달한다. 플래그십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고문인 안드레 안도니안 아태 지역 의장은 “플래그십은 VC가 아니라 기업 창조자(company creater)”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업가를 키우고, 자금을 대고, 회사를 운영하고 확장하는 모든 것을 한 지붕 아래에서 한다”며 “켄들 스퀘어 연구실 면적의 25%가 플래그십과 관련돼 있고 이를 통해 1만 명의 고용을 창출해 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안도니안 의장은 “혁신 측면에서 VC와 스타트업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파일럿’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으로 갈 ‘우주 비행사’에게 투자하길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반도체보다 큰 1000조 시장… 韓 스타트업, 큰 시장에 나와야”빅5 병원 데이터-우수 인력 강점보스턴 큰손 플래그십도 韓 개척“반도체가 400조 원 규모라고 하면 신약시장은 1000조 원이 넘습니다. 연간 성장률도 12%에 달하니 바이오에 베팅을 안 할 수가 없죠.”(이성환 SV인베스트먼트 이사)미국 바이오 산업 메카인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서 만난 한국 벤처캐피털(VC)들은 입을 모아 더 많은 한국의 VC와 바이오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2014년 보스턴에 진출해 올해로 현지 바이오 벤처 투자 13년 차를 맞는 솔라스타벤처스 윤동민 대표는 “바이오 투자야말로 현지에 나와 실시간으로 동향을 느끼고 중요 기업인과 네트워킹하며 독점 개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글로벌 빅파마 연구개발(R&D) 헤드와 바이오 벤처 수백 개가 모인 이곳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굉장히 많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이 이사는 “한국에서는 바이오벤처가 초기 투자를 받은 뒤 상장하지 않으면 중간에 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에서는 중간에 빅파마와 손을 잡거나 라이선스를 팔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엑시트할 다양한 기회가 있고, 많은 경우 한국보다 4∼5배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한국 VC 가운데 보스턴 현지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 진출한 곳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이사는 “한국에서 나오는 정책자금만 운용하거나 코스닥에만 상장시켜도 VC들이 먹고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 VC와 기업이 자꾸 더 큰 시장에 나오고 한미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야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역설했다.한편 이들은 “2, 3년 전부터 보스턴 VC 사이에서 한국 바이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며 “한국의 우수한 인력,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빅5 병원 환자 규모와 데이터, 시장 자금력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실제로 미국 대표 바이오 VC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도 2년 전 싱가포르에 지사를 내 한국과 일본 등 3개국 시장을 개척 중이다. 안드레 안도니안 플래그십 아태지역 의장은 “아시아는 혁신 원천이자 가장 큰 시장”이라며 “기회가 너무 많아 어디에 시간과 노력의 우선순위를 둘지가 가장 큰 고민일 정도”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새해 경영 화두로 인공지능 전환(AX)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인공지능(AI)을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무기’로 정의했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실패 사례 공유를 통해 ‘가짜 혁신’ 걷어내기에 나섰다. 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의 ‘2026년 상반기(1∼6월) 그룹 경영진 워크숍’ 행사장. ‘AI 시대 과학과 기술의 경계’를 주제로 강단에 오른 과학 유튜버 궤도가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파스타를 먹는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진짜인지 AI가 만든 건지 맞혀 보라”고 질문했다. 참석자들은 구버전 AI가 생성한 조잡한 이미지들을 쉽게 맞혀 냈다. 하지만 최신 기술로 만들어낸 정교한 이미지를 보고는 선뜻 ‘진짜’를 가려내기 어려워했다. 한 KB금융 임원은 “AI 사용에 따른 검증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더없이 중요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양 회장은 그룹 워크숍 특강에서 “AI 기술을 전략적 무기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 전환을 가속하자”며 “금융의 본질인 신뢰에 부합하는 전문성과 실력으로 고객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B금융은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에 집중한 ‘빌드업’ 단계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이뤄낸 ‘밸류업’ 단계를 거쳤다고 진단했다. 올해부터는 AX를 통해 고객, 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도약하는 ‘레벨업’ 단계로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11일 경기 용인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마친 경영전략회의에서 ‘진짜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보여주기식 가짜 혁신을 탈피하고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주자”며 “실행력을 바탕으로 강한 조직을 완성하자”고 했다. AI·디지털 대전환(AX, DX)과 생산적 금융, 금융소비자 보호를 제시하며 속도감 있는 실행을 주문했다. 올해 경영전략회의는 지난해 8월부터 진 회장이 직접 주제와 토론 방식, 강사 선정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가 고교 시절 활용한 발상 기법 ‘만다라트’ 계획표를 통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할지 고민했다. 마지막 날에는 ‘우리 회사, 진짜 혁신하기’라는 주제로 끝장토론이 이뤄졌다. 진 회장은 리더들의 주체적 사고와 책임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기업 시민의 의무를 다한다는 필수 전제하에, 기업의 리더는 조직의 미래를 위해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새해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16일, NH농협금융은 26일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새해 경영 화두로 인공지능 전환(AX)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인공지능(AI)을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무기’로 정의했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실패 사례 공유를 통해 ‘가짜 혁신’ 걷어내기에 나섰다.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KB금융그룹의 ‘2026년 상반기(1~6월) 그룹 경영진 워크숍’ 행사장. ‘AI 시대 과학과 기술의 경계’를 주제로 강단에 오른 과학 유튜버 궤도가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파스타를 먹는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진짜인지 AI가 만든 건지 맞혀 보라”고 질문했다.참석자들은 구버전 AI가 생성한 조잡한 이미지들을 쉽게 맞혀 냈다. 하지만 최신 기술로 만들어낸 정교한 이미지를 보고는 선뜻 ‘진짜’를 가려내기 어려워했다. 한 KB금융 임원은 “AI 사용에 따른 검증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더없이 중요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양 회장은 그룹 워크숍 특강에서 “AI 기술을 전략적 무기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 전환을 가속하자”며 “금융의 본질인 신뢰에 부합하는 전문성과 실력으로 고객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KB금융은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에 집중한 ‘빌드업’ 단계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이뤄낸 ‘밸류업’ 단계를 거쳤다고 진단했다. 올해부터는 AX를 통해 고객, 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도약하는 ‘레벨업’ 단계로 나간다는 방침이다.신한금융은 11일 경기 용인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마친 경영전략회의에서 ‘진짜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보여주기식 가짜 혁신을 탈피하고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주자”며 “실행력을 바탕으로 강한 조직을 완성하자”고 했다. AI·디지털 대전환(AX, DX)과 생산적 금융, 금융소비자 보호를 제시하며 속도감 있는 실행을 주문했다.올해 경영전략회의는 지난해 8월부터 진 회장이 직접 주제와 토론 방식, 강사 선정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가 고교 시절 활용한 발상 기법 ‘만다라트’ 계획표를 통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할지 고민했다. 마지막 날에는 ‘우리 회사, 진짜 혁신하기’라는 주제로 끝장토론이 이뤄졌다.진 회장은 리더들의 주체적 사고와 책임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기업 시민의 의무를 다한다는 필수 전제하에, 기업의 리더는 조직의 미래를 위해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다른 금융그룹들도 새해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16일, NH농협금융은 26일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사진)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8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쿠팡 TF는 최근 로저스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쿠팡이 자체적으로 조사와 포렌식을 진행했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 로저스 대표의 소환을 통보했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직원을 접촉했고, 해당 직원이 범행에 사용한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수사 당국에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됐다. 경찰은 또 로저스 대표를 불러 쿠팡의 5개월 치 로그 기록이 삭제된 정황과 관련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연 18.9%의 고금리 상품 취급 논란을 빚은 쿠팡 계열사 쿠팡파이낸셜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쿠팡파이낸셜에 다음 주 검사에 착수한다는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쿠팡파이낸셜은 쿠팡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최대 5000만 원까지 최고 연 18.9% 금리로 빌려주는 ‘판매자 성장 대출’을 해주고 있다. 금감원은 이 대출의 금리 산정 적정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현장 점검에서 대출금 취급·상환 규정 등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3, 2, 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에 생기던 파도가 사라졌어요.”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엔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기자가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에서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 칸델라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여객선 ‘P-12 노바(Nova)’ 운항을 시작했다. 100% 전기로 움직여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로 빠른 시속 46km로 달린다. 노바 이용객이기도 한 링엔홀 씨는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성장시켜 수출 엔진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엔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엔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3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지난해 엔라이드가 아이온큐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약 1억 달러(약 1452억 원)에 달한다.이들 기업 창업자는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하는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대표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EQT)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팔크 엔라이드 대표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창업 선배가 VC로 활약하는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1인당 VC 투자액은 2020∼2024년 누적액 기준 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 명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에인절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스웨덴 스타트업의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 기업공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에인절 투자자 또는 VC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엔라이드, 클라르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 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EQT 벤처는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고 설명했다. 韓 은행들 혁신기업 찾는 ‘AI 헤드헌터’ 도입… “기술력은 갈 길 멀어”국내 은행, 올해 AI로 우량기업 선별AI가 은행의 대출 심사 기간 줄여줄 듯“AI의 기업대출 기능, 아직은 보조적”인공지능(AI)으로 혁신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AI를 기업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AI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측모델을 AI 기반 기업대출 자동심사 시스템 ‘빅스(Bics)’에 반영할 계획이다. 빅스는 AI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에 대한 판정 결과를 기업대출 심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신속한 심사를 도울 뿐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AI가 심사관뿐 아니라 일종의 헤드헌터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심사 업무를 돕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심사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재무 분석, 사업 역량, 기술 경쟁력, 업종 분석 등을 포함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이르면 3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부터 AI가 기업대출 심사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동심사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우량기업을 선별하고, 재무 정보와 산업 전망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대출 사후 관리 등 기업대출 과정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 소득과 신용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 역량, 업황 등 검토 요소가 많아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AI가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면 은행 담당자가 심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주도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와 혁신 기업 선별을 맡기에는 기술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 심사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우선 심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토스뱅크는 자금 이동 경로와 수취 시점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해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송금은 전 세계 30개국 해외 은행에 가능하다. 가능한 통화는 미국·캐나다·호주·싱가포르·홍콩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등 7종이다. 해외 주소 자동 완성 서비스를 만들어 수취인이 직접 정보를 입력하는 부담을 덜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케이뱅크는 7일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2030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2030년까지 고객 수 2600만 명, 자산 85조 원의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6년 1월 설립된 케이뱅크 고객은 약 1500만 명이다. 올해는 고객을 1800만 명까지 늘리고 플랫폼, 중소기업,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동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금융감독원이 연 18.9% 고금리 상품 취급 논란을 빚은 쿠팡 계열사 쿠팡파이낸셜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쿠팡파이낸셜에 다음 주 검사에 착수한다는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쿠팡파이낸셜은 쿠팡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최대 5000만 원까지 최고 연 18.9% 금리로 빌려주는 ‘판매자 성장 대출’을 해 주고 있다. 금감원은 이 대출의 금리 산정 적정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현장 점검에서 대출금 취급·상환 규정 등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코스피가 새해 들어 4거래일 연속 상승한 가운데 P2P 대출이 4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증권계좌담보대출(스톡론) 잔액은 12개월 연속, 신용대출 잔액은 8개월 연속 증가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중은행에서도 마이너스통장(마통) 잔액이 3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고, 카드론도 두 달째 증가하고 있다.7일 P2P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체 대출잔액은 1조6072억 원이었다. 전월 말 대비 6.3%(1314억 원) 늘었다. 대출잔액의 전월 대비 증가 폭은 2021년 9월(2600억 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이 가운데 증권계좌담보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6204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8.7%(497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1366억 원으로 같은 기간 29.6%(312억 원) 증가했다.P2P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상승과 함께 대출 잔액이 늘고 있다”면서 “신용대출은 10·15 대책으로 은행권 규제가 강화되며 P2P로 몰린 부동산 대출 수요와 기관의 저축은행 투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직장인 김모 씨(46)는 최근 온라인으로 개인끼리 돈을 빌리거나 빌려줄 수 있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서비스로 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받는 증권계좌담보대출을 이용했다. 김 씨는 “시장이 계속 오를 때 기회를 잡으려 대출받았다”며 “주가 상승이 이어진다면 수수료 등 대출의 부대 비용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분위기는 은행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6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마통 잔액은 40조1190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0.48%(1915억 원) 늘었다. 2023년 1월 말(40조5395억 원) 이후 최대치다.카드론도 증가세다. 9개 카드사(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카드)의 지난해 11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529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14%(4778억 원) 불었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2024년 10월(1.28%)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다.전문가들은 빚투 위험성을 투자 전에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가 하루에 30%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어 하락 시 빚내서 투자한 사람들은 일반 투자자보다 감내하기가 더 어렵다”며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국내 주요 은행들이 국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180만 원가량의 혜택을 주는 ‘나라사랑카드’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가서비스 제공에 워낙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카드회사가 아니라 재원이 더 많은 은행들이 전면에 나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젊은 장병들이 잠재적인 고객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신한·하나 등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는 전날부터 나라사랑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혜택은 군 마트(PX) 할인(페이백)을 비롯해 교통카드, 편의점 할인 등이 있다. 은행별로 월 최대 15만∼15만5000원 상당의 혜택을 준다. 다만 혜택을 챙기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을 알아둬야 한다. PX 캐시백을 월 최대 10만 원 받으려면 건당 3만 원 이상을 써야 하거나 5만 원 통합 할인을 받으려면 월 최소 100만 원 을 써야 한다는 조건이 덧붙는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로 신규 카드 연회비는 올리고, 통신 할인과 같은 제휴 서비스를 과감하게 줄이는 추세를 고려하면 나라사랑카드는 (제공하는 혜택이 많아) 발급 순간부터 역마진 날 만한 상품”이라면서도 “젊은 고객층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고객과 금융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다”고 말했다.은행들이 다른 카드에 비해 비교적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는 미래 고객층인 젊은 고객들을 선점하려는 데 있다. 가입 대상자는 만 38세 이하의 병역판정검사 수검(예정)자, 현역병과 사회복무요원,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병무청이 나라사랑카드 가입을 승인한 개인) 등이다. 다만, 사관생도나 예비군은 발급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연간 병영판정검사 대상이 약 20만 명 수준으로 3기 사업 기간(2026∼2033년) 동안 160만 명의 고객을 새롭게 유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기 나라사랑카드 고객 250만 명의 재발급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410만 명가량 된다. 나라사랑카드 가입자는 전역 후에도 3기 사업 기간에는 계속 이용할 수 있다. 군 장병 월급이 10년 전에 비해 많게는 8배가량 오른 점도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올해 병장 월급은 150만 원, 상병 120만 원, 일병 90만 원, 이병 75만 원 등이다. 10년 전 월급 대비 계급에 따라 5∼8배가량 올랐다. 은행들은 카드를 매개로 은행과 연계된 혜택도 내놨다. 나라사랑카드와 연결된 수시입출금 계좌의 금리를 연 2%대로 적용한다. 발급 대상자에게는 적금 금리를 연 10%대로 제공한다. 은행들은 국군 장병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신한은행은 국방금융팀을 올해 1월 기관제휴영업그룹 소속 기관영업1부 국방금융셀로 격상해 운영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12월 사업 준비조직(TF)인 나라사랑카드 사업추진단을 정규 부서인 나라사랑사업부로 전환하고 리테일그룹 산하에 편성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국내 주요 은행들이 국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180만 원가량의 혜택을 주는 ‘나라사랑카드’ 가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가 서비스 제공에 워낙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카드회사가 아니라 재원이 더 많은 은행들이 전면에 나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젊은 장병들이 카드사는 물론 은행의 잠재적인 고객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신한·하나 등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는 전날부터 나라사랑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혜택은 군 마트(PX) 할인(페이백)을 비롯해 교통카드, 편의점 할인 등이 있다. 은행별로 월 최대 15만 원~15만5000원 상당의 혜택을 준다.다만 혜택을 챙기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을 알아둬야 한다. PX 캐시백을 월 최대 10만 원 받으려면 건당 3만 원 이상을 써야 하거나 5만 원 통합 할인을 받으려면 월 최소 100만 원 을 써야 한다는 조건이 덧붙는다.업계 관계자는 “카드 업계 수익성 악화로 신규 카드 연회비는 올리고, 통신 할인과 같은 제휴 서비스를 과감하게 줄이는 추세를 고려하면 나라사랑카드는 (제공하는 혜택이 많아) 발급 순간부터 역마진 날 만한 상품”이라면서도 “젊은 고객층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고객과 금융사 모두 윈-윈 할수 있다”라고 말했다.은행들이 다른 카드에 비해 비교적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는 미래 고객층인 젊은 고객들을 선점하려는 데 있다. 가입 대상자는 만 38세 이하의 병역판정검사 수검(예정)자, 현역병과 사회복무요원,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병무청이 나라사랑카드 가입을 승인한 개인) 등이다. 다만, 사관생도나 예비군은 발급할 수 없다.업계에서는 연간 병영판정검사 대상이 약 20만 명 수준으로 3기 사업 기간(2026~2033년) 동안 160만 명의 고객을 새롭게 유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기 나라사랑카드 고객 250만 명의 재발급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410만 명가량된다. 나라사랑카드 가입자는 전역 후에도 3기 사업 기간에는 계속 이용할 수 있다.군 장병 월급이 10년 전에 비해 많게는 8배가량 오른 점도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풍부한 예치금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병장 월급은 150만 원, 상병 120만 원, 일병 90만 원, 이병 75만 원 등이다. 10년 전 월급 대비 계급에 따라 5~8배가량 올랐다.은행들은 카드를 매개로 은행과 연계된 혜택도 내놨다. 나라사랑카드와 연결된 수시입출금 계좌의 금리를 연 2%대로 적용한다. 발급 대상자에게는 적금 금리를 연 10%대로 제공한다.은행들은 국군 장병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신한은행은 국방금융팀을 올해 1월 기관제휴영업그룹 소속 기관영업1부 국방금융셀로 격상해 운영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사업 준비조직(TF)인 나라사랑카드 사업추진단을 정규 부서인 나라사랑사업부로 전환하고 리테일그룹 산하에 편성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지난해 6·27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주춤했던 카드론 잔액이 최근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은행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급전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카드론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4,450을 돌파하는 등 최고치 기록을 연일 경신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도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카드)의 지난해 11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529억 원으로, 전월 말(42조751억 원) 대비 1.14%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2024년 10월(1.28%)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는데, 여기에 카드론도 포함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지난해 6·27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주춤했던 카드론 잔액이 최근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은행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급전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카드론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4,450을 돌파하는 등 최고치 기록을 연일 경신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도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카드)의 지난해 11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529억 원으로, 전월 말(42조751억 원) 대비 1.14%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2024년 10월(1.28%)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는데, 여기에 카드론도 포함했다.카드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 문이 좁아지자, 급전 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 열풍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10월 추석 명절 상여금 지급으로 대출 수요가 11월로 밀린 영향도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고환율에 ‘짠내’ 해외여행고환율에 여행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 등 환율이 덜 오른 나라로 향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국내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경비를 최소화해서라도 해외 여행을 포기하지 못하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태국 물가는 저렴할 줄 알았는데 스타벅스를 가보니 아메리카노 한 잔에 120밧(5497원)이네요. 한국은 4700원인데….” 40대 직장인 오대석 씨는 지난해 12월 태국 푸껫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애초 가고 싶었던 미국 하와이, 괌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나마 비용이 저렴할 것 같은 태국을 대안으로 골랐는데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신혼여행 계획을 처음 세웠던 지난해 6월만 해도 1밧에 41원대였는데, 현재 46원에 육박하면서 6개월 만에 12%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오 씨는 “저렴한 물가를 기대하고 갔는데 환율이 상승하면서 장점이 사라졌다”면서 “호텔 현지 결제 비용부터 비싸졌는데, 커피값마저 한국보다 비싸 여행 기간 내내 환율을 신경 썼다”고 하소연했다. 고(高)환율에 해외여행 풍속도가 달라졌다. 여행지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환율이 떠오르고 있다. 환율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을 선택하거나, 현지 식당에 가는 대신 숙소에서 직접 사서 해 먹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 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환율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패키지 여행이 선호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비용 부담에 해외를 포기하고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옮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환율 덜 오른 나라가 대세직장인 김태진 씨(39)는 올 초 친구들과 중국 상하이 여행을 계획 중이다.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인 만큼 마음 편하게 놀고 먹고 마시자는 생각에 환율이 여행지 선택의 최우선 기준이 됐다. 지난해 12월 평균 원-위안 환율은 208.26원 수준. 전년 동기(196.93원) 대비 5.8%(11.33원)가량 올랐다. 유로가 같은 기간 14.3% 오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편이다. 중국을 택한 건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관광 입국을 허용한 점도 한몫했다. 김 씨는 “소도시보다 물가가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비자 발급 수수료를 아낀 돈으로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서모 씨(40)는 지난해 11월 아내와 함께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거리와 비슷한 분위기에 과거 포르투갈이 지배할 당시 지어진 유럽풍 건축물의 느낌도 마음에 들었다. 홍콩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점은 덤. 무엇보다 마카오 화폐인 파타카는 지난 1년간 원화 대비 가치가 1.6% 오르는 데 그쳤다. 서 씨는 “라스베이거스처럼 호텔 앞 분수 쇼를 즐길 수 있었고, 포르투갈 음식도 합리적인 가격에 사 먹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여행 카드인 하나카드 ‘트래블로그’의 국가별(12개국) 환전액·이용액을 분석해 보면 이처럼 환율이 덜 오른 나라를 여행지로 삼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2025년 1∼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환전액 증가 비중이 높아진 나라는 중국(171.9%)이었다. 뒤이어 말레이시아(59.4%), 필리핀(58.3%), 인도네시아(37.8%)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2022년부터 매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은 2025년 1∼11월 환전액 비중이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감소(―2.0%)했다. 원-엔 환율은 2025년 연평균 951.39원으로 2024년 연평균(901.59원)에 비해 50원 가까이 올랐다. 동일 인원이 동일한 금액을 환전했다면 환전액이 늘어야 하는데 실상은 거꾸로인 것이다.지갑이 얇은 젊은 여행객들의 증가로 싸고 맛있게 즐기는 ‘짠돌이’ 여행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2만 원에 24시간 카레와 우동 같은 음식을 제공하는 고시원 방 수준의 호텔에 묵으면서 비용을 아끼거나, 야키니쿠나 초밥을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는 식이다. 최근 일본 홋카이도를 방문한 김모 씨(30)는 “술과 고기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을 찾거나 편의점 음식으로 때웠다”면서 “할인점인 돈키호테나 다이소에서 한 푼이라도 더 싼 물건을 구매하려 다른 외국인들과 경쟁적으로 쇼핑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7월 대지진설’ 여파로 일본 관광 수요 둔화에 더해 해외 직구 활성화로 인해 현지 쇼핑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도 환전액 비중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여행 떠나기 직전 국내 여행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숙박, 교통, 레저, 투어를 할인받아 결제한 뒤 출국하는 경향성도 한몫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환율 등락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은 자주 방문하는 나라인 만큼 기념품 수요 등이 타 국가 대비 적을 수 있고, 비행 시간이 짧아 체류 기간이 적은 만큼 환전액 둔화 경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하와이서 장 보고 끼니 때워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5년 11월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REER)는 87.05(2020년=100)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말(85.47) 이후 최저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86.63)과 비슷하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0개 교역 상대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췄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당시 원화의 REER 순위는 64개국 중 63위였다. 일본(69.4) 덕에 꼴찌를 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여행은 포기하지 못할 삶의 가치다. 유년기부터 해외여행을 접했거나, 각종 여행 유튜버에게 친숙한 2030세대들에게 환율은 불편할 뿐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캡슐 호텔에 몸을 구겨 넣을지언정. 대학생 강모 씨는 “2025년 9월 미국으로 떠났을 때 편의점에서 2달러짜리 머핀과 커피세트로 연명했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친구들은 다 해외여행 가는데 왜 우리만 안 가느냐”는 자식들 원성을 못 이기는 경우도 많다. 성수기마다 국내 유명 관광지에서 바가지요금을 경험하며 “그 돈이면 차라리 해외를 가겠다”고 결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행의 목적을 소비보다 경험에 둠으로써 고환율을 견디는 이들도 생겨났다. 바닷가 또는 번화가 인근 호텔을 잡아 조식과 해수욕, 쇼핑을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다소 수고로움을 더하는 식이다. 40대 전문직 송모 씨는 “매년 부모님과 함께 하와이로 2주가량 가족 여행을 떠나고 있는데 올해는 환율 부담으로 와이키키 해변 앞 호텔이 아닌,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현지인 집을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서비스)로 구했다”면서 “외식도 인근 식당을 찾기보다는 코스트코 회원권을 활용해 구매해서 숙소에서 음식을 해 먹었다”고 말했다. 여행사를 통한 여행 상품 중 배낭보다는 패키지 상품을 선호하고 있는 경향성도 엿보인다. 패키지 상품은 전체 여행 경비의 70∼90%가량을 한국에서 결제하고 가기 때문에 현지에서 고환율 부담이 적다는 게 여행사들 설명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10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사전 결제를 하는 패키지 여행의 경우 예약 취소율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4, 5개월 뒤 상품의 경우 여행 상품 가격 자체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여행이 부담스러운 여행객은 캐나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 월보 10월호에 따르면 전년 대비 여행객 증가율이 높은 국가는 중국(39.3%), 인도네시아(36.7%), 캐나다(27.3%), 홍콩(13.9%) 순이었다. 북미, 유럽 통틀어 10%대 넘는 증가율을 보인 국가는 캐나다가 유일했다.● 해외여행 취소하고 국내 관광도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1422.2원으로 비상계엄으로 국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4년(1364.0원)보다 4.3% 높았다. 심지어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1398.9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치 환율에 국민들도 역대 최고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 탓에 일부는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모 씨는 “방학을 맞아 아들 어학연수 겸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려 했는데 달러 강세로 체류비가 걱정돼 포기했다”면서 “그 돈으로 아들은 국내에 있는 영어 캠프를 보내고, 국내 여행을 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주부 윤모 씨(39)는 “겨울 휴가를 동남아 리조트에서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높은 환율로 인한 금액적 부담 등을 고려해 국내 호텔, 풀빌라로 계획을 변경했다”면서 “수영장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이 많기도 하거니와 숙박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비행기 삯, 현지 식대 등을 고려하면 해외와 국내 여행 전체 예산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예약한 해외여행마저 취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모 씨(58)는 “태국 깐짜나부리 지역으로 봄마다 보름간 골프 여행을 다니고 있어 내년 3월에도 항공권은 끊어놨는데 요즘 밧화 값이 올라 장점이 줄고 있다”며 “취소하고 한국에서 골프를 쳐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 이곳에서는 청소기처럼 생긴 작은 로봇이 흰 바닥 위를 분주히 누비고 있었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 바닥에는 건물의 외형, 배관 위치 등이 담긴 설계도가 그려졌고 그 위로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시공 안내문이 새겨졌다. 다양한 국적의 현장 작업자들은 언어 장벽과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미국의 대형 건설사, 데이터센터, 아파트 등에서 쓰인다. 건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이 기술은 사람이 직접 설계도를 그리던 기존 방식보다 업무 효율을 수 배 높였다.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디렉터는 “로봇이 설계도를 정확히 그려주면 사람들은 시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로봇 기술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혁신 금융’이 든든한 연료가 됐다. 이곳 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은 창업 초기 2, 3년간은 수익을 안 따지고 밀어준다”고 입을 모았다. 실리콘밸리 금융 생태계에는 ‘홈런 한 번을 위해 99번의 실패를 포용한다’는 문화가 진작에 뿌리내렸다. 혁신 금융의 토양에서 성장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최근 미 증시가 3년 연속 20%대 상승을 이어가며 견고하게 성장하는 비결 역시 혁신 금융이 키워낸 혁신 기업의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혁신 금융 기반이 약한 국내에서는 한계를 느낀 창업가는 물론이고 투자처를 찾으려는 금융사들까지 실리콘밸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이제는 혁신금융 전쟁] 〈2〉 실패해도 투자하는 실리콘밸리기술 결함 겪었던 美 로봇 스타트업실패에도 재도약 할 수 있던 비결로 벤처캐피털 꾸준한 투자 기반 꼽아유행 테마산업에 쏠리는 韓과 달리 실리콘밸리선 기업 잠재력 우선시“B급 사업도 A급 맨파워면 선택”“첫 투자자는 우리와 커피를 몇 번 마신 뒤 투자를 결정했어요.”미국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의 테사 라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첫 투자 유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2018년 창업한 라우 CEO는 창업 초기 첫 투자자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커피를 마시며 건설 산업에 대해 새로 배운 점과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시간이 가면서 우리가 점점 발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시 더스티 로보틱스는 신생 기업이라서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전진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클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라우 CEO는 과거 창업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실패해도 투자 기회를 주는 ‘혁신 금융’의 힘이 더스티 로보틱스를 키운 셈이다. 덕분에 이 기업은 7년간 약 7000만 달러(약 1011억 원) 투자를 모을 수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2024년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도 꼽혔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혁신 금융가들이 스타트업 실패를 이해해주고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가치 있게 여긴다고 소개했다.● “여러 실패가 기업을 성장시켜” 라우 CEO는 이미 한 번 사업을 접고 더스티 로보틱스를 창업했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초창기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로봇을 쓰다가 반품시켰다. 작동 오류로 바닥에 설계도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곧바로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때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이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제품을 재설계했다. 기술이 개선됐고 당시 로봇을 퇴출시켰던 아파트 건설사를 다시 고객으로 돌렸다. 라우 CEO는 “우리의 역사는 많은 실패로 가득 차 있고 그 실패가 우리를 성장시켰다”고 회고했다. 더스티 로보틱스가 실패에도 버텨내고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생태계 역할이 컸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사업 완성도나 손익보다, 이 기술이 실패를 거쳐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 99번 실패하더라도 1번의 성공을 기다려준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마케팅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늘 ‘이 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사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초기 2, 3년간 수익화 여부를 묻지 않는다. 안준영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장은 “벤처 펀딩은 육아와 비슷해서 4, 5년 만에 크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 “맨파워, B급 사업도 A+급으로 키운다” 데이터 분석업체 ‘디맨드세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 전역엔 114만8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455억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105개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 전체 유니콘 기업은 13개였다. 실리콘밸리 지역 유니콘 기업이 한국 전체의 8배다. 실리콘밸리가 유니콘 기업을 활발하게 배출할 수 있는 비결은 ‘혁신 금융’의 투자 공식이다. 혁신 투자자는 사업 자체의 우수성보다 창업 멤버 역량을 본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쿼이아는 한번 검증한 창업가를 ‘세쿼이아 패밀리’로 본다. 세쿼이아 투자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진에딧’ 박효민 대표는 “세쿼이아는 사업보다는 사람을 검증하고, (검증된 사람들인) ‘세쿼이아 패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리에게 ‘망하더라도 다음 창업 때 우리에게 제일 먼저 오라’고 말한다”고 했다.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설적인 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나는 A급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B급 팀보다, B급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A급 팀에 투자하겠다. 왜냐하면 A급 팀은 B급 아이디어의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 A+급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 금융권은 사람의 역량이나 기업의 가능성 대신 그때그때 유행하는 테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공지능(AI) 등 테마 분야가 아닌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었다”면서 “특히 내수 산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수익에 ‘0’ 하나 더 붙어” 실리콘밸리에 韓벤처 지원 조직 러시‘IBK창공’, 韓 스타트업 美진출 지원HD현대-중기부도 현지 거점 마련“장기적 안목으로 투자 방식 바꿔야”국내서도 창업 생태계 강화 목소리“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보다 수익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IBK창공’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기관은 IBK기업은행 창업 육성 조직이다. 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큰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선 한 번 투자 기회가 올 때 규모가 크다”며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투자를 받으면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력으로 남는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서 재창업하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한국 은행과 대기업도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지원 조직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이유는 혁신 자금이 풍부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기회가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은 2021년 KDB실리콘밸리를 설립했다. 창업가가 자연스럽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 ‘넥스트라운드’를 매년 실리콘밸리에서 연다. HD현대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 ‘마루SF’를 열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창업가들에게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개소를 목표로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를 조성하고 있다. SVC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던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KVIC)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확장해 마련한다. 정부와 기업, 은행이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건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혁신 금융을 키워 국내 창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은행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해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한 국내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벤처 투자는 외면받기 쉽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실리콘밸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보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서울=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서울=신무경 기자 yes@donga.com서울=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서울=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