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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중동산 원유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운항을 위해 중국에 군함 파견을 거듭 압박하며 이달 말~다음 달 초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90%의 원유를 들여온다”며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미중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을 거론하며 “2주는 긴 시간이다. (회담을) 연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 봉쇄 장기화와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조바심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이란산 원유를 대거 구매해 온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의 주요 수혜자인 만큼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1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회담이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호위 연합 구성과 관련해 “약 7개국에 참여를 요구했고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거론한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보다 2곳이 더 늘어난 것. 그는 국가명은 거론하지 않은 채 “우리가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며 “(참여 여부를)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도 같은 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세계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광범위한 연합이 해협을 다시 열고자 협력하는 것은 논리적인 일”이라고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의 참여를 촉구했다. 반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6일자 사설에서 “누군가(미국)가 불을 질러 놓고 세계가 함께 불을 끄고 비용까지 나누어 부담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고 세계 경제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 간의 협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통화는 루비오 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한국에 호르무즈해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중동 지역의 평화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이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안보와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이규연 대통령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같은 날 미국의 군함 파견 요구에 “한미 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하게 대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호르무즈 해협의 수혜자(중국)가 그곳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도와야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한 군함 파견에 참여해야 한다며 15일(현지 시간)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달 말~다음 달 초로 예정된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도 있다며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유럽 동맹국이 중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서는 “이란과의 전쟁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전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청받은 나라 중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칫 파병에 나설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16일 호르무즈 해협 보호가 “나토의 임무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여겨진 적이 없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중국도 비교적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한국 일본 등은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에 따른 파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中-나토 동시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90%의 석유를 공급받으며 이란과 외교적으로 가까운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푸는 작전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그는 정상회담까지 남아 있는 2주를 두고 “긴 시간”이라고 했다. 또 2주 안에 중국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연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16일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수행을 총괄하기 위해 워싱턴에 머무르기를 원한다”며 “이런 시기에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위험한 작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이 “꽤 있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군함 파견 요구에 관한 질문을 받자 전쟁의 “당사자들이 즉각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긴장 상황이 더 이상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를 촉구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파견을 거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는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진 후 “심도 있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협의를 진행했고, 관세 안전성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FT 인터뷰에서 나토 측도 거듭 압박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 두는 일에 “어떤 나라가 우리(미국)를 돕지 않겠다고 할지 지켜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나토가 호르무즈 해협을 여는 작업을 돕지 않는다면 “매우 나쁜 미래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또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기뢰 제거함을 보유했다며 “이란 해안선을 따라 있는 몇몇 불량 행위자를 제거할 사람들도 원한다”고 했다. 나토 측에 기뢰 제거함, 특수부대 지원 등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이란과의 전쟁에 동참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美, 빠르면 주내 ‘호위 연합체’ 발표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빠르면 이번 주에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연합체(coalition)’를 구성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호위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런 연합체 구성과 관련해 약 7개국의 참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4일 언급한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보다 2곳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는 “내가 그들에게도 전했는데, 우리는 (그들의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러한 연합 전력이 구성되면 “곧바로 작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받은 나라 중 명확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내놓은 건 동참을 촉구하는 동시에 동참을 안 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즉 이 발언은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동맹국들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동맹의 안보 협력을 무역이나 방위비 문제 등과도 연계해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작전의 참여 여부가 향후 미국과의 안보·경제 협상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고심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인도태평양을 포함해 전 세계에 배치됐던 미국의 항공모함, 미사일 방어 체계 같은 전략자산이 대거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 일본 대만 등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우방국이 안보 공백을 우려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는 물론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친(親)미국 국가를 공격하는 것을 본 중국이 대만 유사시 인도태평양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예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해군 수상함 전력의 약 3분의 1을 중동에 배치했다. 공중 급유기, 보급선 등도 이란 일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주한 미군의 패트리엇,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등도 중동으로의 차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더 많은 미국 전략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인도태평양에서 대만 방어를 포함한 미국의 대(對)중국 억지력이 대폭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후 현재까지 미국과 중동 내 미국 동맹국은 약 580발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용했다. 이 미사일을 제작하는 미국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의 연간 생산량은 620발. 약 2주 만에 1년치 생산량과 맞먹는 미사일이 사용된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전쟁 발발 후 첫 100시간에만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 168발이 사용됐다고 추산했다. 전쟁 발발 후 이란의 반격으로 중동 내 미군 기지, 외교 시설, 방공 인프라 등 최소 17곳이 공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 국제공공정책대학원의 라일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SCMP에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인도태평양 내 미군 기지를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인도태평양에는 평택 험프리스 기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 등 24곳의 미군 상주 기지가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인도태평양을 포함해 전 세계에 배치됐던 미국의 항공모함, 미사일 방어 체계 같은 전략자산이 대거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 일본 대만 등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우방국이 안보 공백을 우려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는 물론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친(親)미국 국가를 공격하는 것을 본 중국이 대만 유사시 인도태평양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예상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해군 수상함 전력의 약 3분의 1을 중동에 배치했다. 공중 급유기, 보급선 등도 이란 일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주한 미군의 패트리엇,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등도 중동으로의 차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더 많은 미국 전략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인도태평양에서 대만 방어를 포함한 미국의 대(對)중국 억지력이 대폭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후 현재까지 미국과 중동 내 미국 동맹국은 약 580발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용했다. 이 미사일을 제작하는 미국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의 연간 생산량은 620발. 약 2주 만에 1년치 생산량과 맞먹는 미사일이 사용된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전쟁 발발 후 첫 100시간에만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 168발이 사용됐다고 추산했다. 전쟁 발발 후 이란의 반격으로 중동 내 미군 기지, 외교 시설, 방공 인프라 등 최소 17곳이 공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 국제공공정책대학원의 라일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SCMP에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인도태평양 내 미군 기지를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인도태평양에는 평택 험프리스 기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 등 24곳의 미군 상주 기지가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0%로 소폭 낮추며 ‘성장 우선’에서 ‘체질 개선’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간에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 전 분야의 생산력을 높이고,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 정세 속에 내수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외교 분야에선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고려해 미국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일본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올해 전국인대 참석자와 주석단 규모가 줄어드는 등 반부패 드라이브를 통한 숙청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도 확인됐다.● AI+ 이어 ‘지능형 경제’ 내세워중국 정부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대 폐막식에서 표결을 통해 올해부터 시행될 제15차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에는 과학기술의 자립자강(自立自强·스스로 서고 스스로 강해진다)과 내수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미국과의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동시에 내수를 키워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겠다는 것. 중국은 특히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5일 공개된 계획 초안에선 AI가 52번 언급됐다. 2021년 발표된 제14차 5개년 계획 당시 11번 언급된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이번 계획에는 AI를 통한 산업 전반에서의 혁신, AI의 발전을 위한 여건 마련, 윤리 규범 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리창(李强) 총리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지능형 경제(智能經濟)’라는 단어를 새롭게 제시했다. 정부 업무보고 작성에 참여한 천창성(陳昌盛) 부주임은 “각 산업에서 AI를 활용하는 범위와 깊이를 확대해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밝혔던 ‘AI+’가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강조했다면, 지능형 경제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경제활동에 AI를 도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춘 것도 이런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둔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3년간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유지했고, 5% 아래로 목표를 제시한 건 1991년(4.5%) 이후 35년 만이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목표치를 내세울 경우 고품질 발전, 내수 확대 등의 체질 개선보다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계속되는 반부패 드라이브 올 1월 중국군 2인자인 장유샤(張又俠)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숙청된 뒤 열린 이번 양회에서는 반부패 드라이브 기조가 한층 뚜렷해졌다.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 참석한 대표는 2765명으로 약 4%인 113명이 불참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철저히 이뤄졌던 2022년을 제외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빠졌다. 전체 회의에서 주석단에 앉는 인원도 167명으로 지난해 176명보다 9명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군과 지방관료를 겨냥한 반부패 사정 작업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양회를 앞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등 극도로 불안정해진 글로벌 정세도 거론됐다. 왕이(王毅)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란 사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전쟁으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는 협력과 상생을 강조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 “철저히 준비하고, 불필요한 간섭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선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인데, 일본이 무슨 자격으로 개입할 수 있느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평양행 열차의 탑승 수속이 시작됩니다.” 12일 오후 5시(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역. 역에서는 열차 출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다. 열차 출발 시간과 탑승구를 안내하는 대형 전광판에 ‘열차 번호 K27, 종착역 평양’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베이징∼평양을 오가는 국제 여객 열차가 이날 운행을 재개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운행이 중단된 지 6년 만이다. 녹색의 일반객차 16량으로 구성된 평양행 K27 열차에는 맨 뒤쪽에 북한까지 가는 객차 2량이 추가돼 있었다.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국제열차 칸에는 ‘베이징-평양’이란 글자가 중국어와 한글로 쓰여 있었다. 철도 보안 요원들과 관계자들이 국제열차 칸이 있는 쪽으로는 기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K27 열차는 오후 5시 26분 베이징역을 출발했다. 중국 고속열차는 베이징에서 랴오닝성 단둥까지 4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지만, 이 열차는 심야 완행 열차여서 다음 날 오전 7시 35분 단둥역에 도착한다. 단둥역에서 출입국 수속을 마친 뒤 오전 10시 북한으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경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반대로 이날 오전 10시 26분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는 여객열차도 이날 오후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압록강 철교)를 통과했다. 평양행 기차표는 베이징역에서는 직접 구입할 수 없다. 베이징 시내 중심부의 중국국제여행사 사무실에서 살 수 있다. 기차표 값은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1등 침대칸 기준 1476위안(약 32만 원)이었다. 사무실 직원에게 지금 표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대사관에 배정된 표를 남겨놔야 해서 지금은 표가 많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단둥에서도 평양행 기차가 출발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오전 10시 단둥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기차가 중조우의교를 통과해 북한으로 진입했다. 열차는 화물 차량 1량과 여객용 객차 6량으로 구성됐고, 중국어와 한글로 ‘단둥-평양’이라고 적혀 있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평양행 기차가 잠시 후 출발합니다.”12일 오후 5시(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역. 역에서는 열차 출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다. 열차 출발 시간과 탑승구를 안내하는 대형 전광판에 ‘열차 번호 K27, 종착역 평양’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베이징~평양을 오가는 국제 여객 열차가 이날 운행을 재개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운행이 중단된지 6년 만이다.녹색의 일반객차 16량으로 구성된 평양행 K27열차에는 맨 뒤쪽에 북한까지 가는 객차 2량이 추가돼 있었다.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국제열차 칸에는 ‘베이징-평양’이란 글자가 중국어와 한글로 써 있었다. 철도 보안 요원들과 관계자들이 국제열차 칸이 있는 쪽으로는 기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K27 열차는 오후 5시 26분 베이징역을 출발했다. 중국 고속열차는 베이징에서 랴오닝성 단둥까지 4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지만, 이 열차는 심야 완행 열차여서 다음날 오전 7시 35분 단둥역에 도착한다. 단둥역에서 출입국 수속을 마친 뒤 오전 10시 북한으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경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반대로 이날 오전 10시 26분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는 여객열차도 이날 오후 중조우의교를 통과했다.평양행 기차표는 베이징역에서는 직접 구입할 수 없다. 베이징 시내 중심부의 중국국제여행사 사무실에서 살 수 있다. 기차표 값은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1등 침대칸 기준 1476위안(약 32만 원)이었다. 사무실 직원에게 지금 표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대사관에 배정된 표를 남겨놔야 해서 지금은 표가 많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단둥에서도 평양행 기차가 출발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오전 10시 단둥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기차가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압록강 철교)를 통과해 북한으로 진입했다. 열차는 화물 차량 1량과 여객용 객차 6량으로 구성됐고, 중국어와 한글로 ‘단둥-평양’이라고 적혀 있었다. 닛케이는 “당분간 외교관과 사업가 위주로 열차를 이용하겠지만, 일반 관광객까지 타게 되면 북한의 외화 획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0%로 소폭 낮추며 ‘성장 우선’에서 ‘체질 개선’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간에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 전 분야의 생산력을 높이고,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 정세 속에 내수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외교 분야에선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고려해 미국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일본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올해 전국인대 참석자와 주석단 규모가 줄어드는 등 반부패 드라이브를 통한 숙청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도 확인됐다.● AI+ 이어 ‘지능형 경제’ 내세워중국 정부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대 폐막식에서 표결을 통해 올해부터 시행될 제15차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에는 과학기술의 자립자강(自立自强·스스로 서고 스스로 강해진다)과 내수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미국과의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동시에 내수를 키워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겠다는 것.중국은 특히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5일 공개된 계획 초안에선 AI가 52번 언급됐다. 2021년 발표된 제14차 5개년 계획 당시 11번 언급된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이번 계획에는 AI를 통한 산업 전반에서의 혁신, AI의 발전을 위한 여건 마련, 윤리 규범 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리창(李强) 총리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지능형 경제(智能經濟)’라는 단어를 새롭게 제시했다. 정부 업무보고 작성에 참여한 천창성(陳昌盛) 부주임은 “각 산업에서 AI를 활용하는 범위와 깊이를 확대해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밝혔던 ‘AI+’가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강조했다면, 지능형 경제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경제활동에 AI를 도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춘 것도 이런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둔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3년간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유지했고, 5% 아래로 목표를 제시한 건 1991년(4.5%) 이후 35년 만이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목표치를 내세울 경우 고품질 발전, 내수 확대 등의 체질 개선보다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계속되는 반부패 드라이브올 1월 중국군 2인자인 장유샤(張又俠)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숙청된 뒤 열린 이번 양회에서는 반부패 드라이브 기조가 한층 뚜렷해졌다.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 참석한 대표는 2765명으로 약 4%인 113명이 불참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철저히 이뤄졌던 2022년을 제외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빠졌다. 전체 회의에서 주석단에 앉는 인원도 167명으로 지난해 176명보다 9명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군과 지방관료를 겨냥한 반부패 사정 작업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올해 양회를 앞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등 극도로 불안정해진 글로벌 정세도 거론됐다. 왕이(王毅)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란 사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전쟁으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는 협력과 상생을 강조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 “철저히 준비하고, 불필요한 간섭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선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인데, 일본이 무슨 자격으로 개입할 수 있느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북한 평양과 중국 베이징을 오가는 국제 여객열차 운행이 6년 만에 재개된다.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해당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10일 중국 국가철도그룹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2일부터 베이징∼평양 국제열차 운행이 재개된다”고 밝혔다. 평양행 열차는 12일 오후 5시 26분 베이징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거쳐 오후 6시경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열차는 매주 4회(월, 수, 목, 토) 왕복 운행한다. 평양에서도 12일 오전 중 베이징행 열차가 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열차는 외교관이나 공무 목적의 인원을 대상으로만 운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철도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홈페이지에선 열차 도착지로 평양을 선택할 수 없는 상태다. 국가철도그룹 관계자는 여행을 위해 평양행 기차표를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대사관을 통해 비자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조만간 일반 승객도 평양행 열차에 탑승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북-중 간 여객열차가 재개되면서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일부 중국 여행사들은 다음 달 이후 평양과 개성을 다녀오는 일정의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까지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9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따라서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재개되면 북한의 외화벌이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을 우호적인 이웃 국가라고 지칭하며 “상시적으로 여객열차를 운영하는 건 양국의 편리한 인적 왕래를 촉진하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속히 끝내라고 제안했다. 중국도 이란 측에 휴전을 요청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번 전쟁이 발발하자 초기에는 ‘공습을 규탄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전쟁이 계속되고, 공습으로 숨진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가 새 이란 최고지도자로 선출되자 전쟁 중재에 나서며 동시에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국은 성장 둔화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 우방국인 이란 정권이 전쟁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미국이 중동 내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이란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고,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트럼프 “우크라 종전이 먼저” 받아쳐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1시간가량 전화 통화에서 이란 전쟁을 신속히 끝내자고 제안했다. 이번 전쟁 발발 후 양국 정상의 첫 통화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외교, 정치적으로 이번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여러 생각을 밝혔다”며 “이란, 걸프국, 기타 국가 지도자와도 접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푸틴 대통령과 좋은 통화를 했다. 그가 (종전 중재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게 (미국에)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이란과 오래전부터 밀착하고 있다. 특히 두 나라는 군사적으로 긴밀히 협력 중이다. 러시아는 이란이 제작한 샤헤드 공격 드론을 대거 수입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전쟁 발발 후 중동에 배치된 미 군함, 항공기 등의 정보도 이란에 제공했다. 오랜 제재와 경제난으로 레이더 등 첨단 기술이 낙후된 이란은 군사 위성이 많지 않아 표적 탐지 능력이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위성 정보 및 우주기반 정찰 능력은 이란이 미국을 보복 공격할 때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미-러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이란 전쟁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것을 축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이란이 무력 침략을 맞닥뜨린 시기에 이 같은 높은 직책을 수행하려면 큰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이슬람공화국의 든든한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中, 이란 수출 원유 80∼90% 수입 중국도 이란을 두둔하고 있다. 중국은 모즈타바의 새 최고지도자 선출을 두고 “이란이 자국 헌법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9일 자르라 자비르 알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의 승인 없이 이란을 공격한 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다만 그는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상황도 이해한다”며 “걸프국의 주권과 안전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자이쥐안(翟雋) 중국 중동문제 특사는 8일 걸프협력회의(GCC) 본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 주요국 순회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이번 전쟁의 중재에 나서며 동시에 중국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이란을 적극 지원해 왔다. 이를 통해 중동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던 것. 특히 중국은 최근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80∼90%를 수입하고 있는 ‘큰손’이다. 중국은 핵 개발 문제로 국제제재를 받아 서방 국가에 정상적으로 원유를 팔지 못하는 이란으로부터 시세보다 훨씬 싼값에 원유를 들여왔다. 또 이란 내 항만 건설, 철도망 확충 등에도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왕 부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이 이란의 정권 교체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정 불간섭’이 꼭 필요하다며 “(미국 주도의) 정권 교체 추진은 (이란) 민심을 얻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反美 국가인 이란, 中-러엔 중요한 자산 사우디, 이스라엘, UAE,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 등 중동 주요국들이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모두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도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중동학)은 “중동 주요국 중 반미 성향이 가장 강하고, 오랜 기간 우방 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에 모두 중요한 자산”이라며 “현 이란 체제가 붕괴되고, 이란에서 친미 성향이 강해지는 건 러시아와 중국에 모두 큰 부담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북한 평양과 중국 베이징을 오가는 국제 여객열차 운행이 6년 만에 재개된다.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해당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10일 중국 국가철도그룹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2일부터 베이징~평양 국제열차 운행이 재개된다”고 밝혔다. 평양행 열차는 12일 오후 5시 26분 베이징을 출발해 다음날 오전 중국 라오닝성 단둥을 거쳐 오후 6시경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열차는 매주 4회(월·수·목·토) 왕복 운행한다. 평양에서도 12일 오전 중 베이징행 열차가 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해당 열차는 외교관이나 공무 목적의 인원을 대상으로만 운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철도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홈페이지에선 열차 도착지로 평양을 선택할 수 없는 상태다. 국가철도그룹 관계자는 여행을 위해 평양행 기차표를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대사관을 통해 비자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조만간 일반승객도 평양행 열차에 탑승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북중 간 여객열차가 재개되면서 조만간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일부 중국 여행사들은 다음달 이후 평양과 개성을 다녀오는 일정의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까지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9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따라서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재개되면 북한의 외화 벌이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을 우호적인 이웃 국가라고 지칭하며 “상시적으로 여객 열차를 운영하는 건 양국의 편리한 인적 왕래를 촉진하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최근 서해 국제수역에서 호주와 중국군 헬리콥터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지난달에도 주한미군 전투기가 서해상으로 출격해 중국 전투기가 대응 출격에 나서는 등 일대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서해가 남중국해, 대만 해협에 이어 중국과 미국의 우방국들 사이에 새로운 전략 경쟁 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주 국방부에 따르면 호주의 ‘HMAS 투움바호’는 4일 서해 국제수역에서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아르고스 작전’을 수행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아르고스 작전의 주요 목표는 바다 위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불법 환적’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다. 이날 중국군 헬기가 투움바호에서 이륙한 호주의 헬기를 가로막거나 같은 고도에서 근접 비행을 했다. 결국 호주 헬기가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게 호주 측 주장이다. 호주 국방부는 “중국 헬기의 위험하고 전문성 없는 행위에 대해 중국 측에 우려를 표했다”고 항의했다. 중국은 호주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장빈(蔣斌) 국방부 대변인은 호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한 제재 결의를 구실로 “서해와 동중국해에 수차례 헬기를 보내 근접 정찰 등 도발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호주가 먼저 도발을 시작했고 중국은 사후 대응에 나섰다는 취지다. 양국은 2024년 5월에도 서해 공해상에서 중국 전투기가 호주군 헬리콥터를 향해 조명탄을 발사하며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중순 평택 오산 기지의 주한미군 F-16 여러 대가 서해상으로 출격해 한국과 중국 방공식별구역 중간 지점까지 진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역시 자국 전투기를 맞불 출격시키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당시 주한미군이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차관 등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주요 인사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기존의 ‘북한 억지력 강화’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동참’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F-16 출격과 중국의 맞불 출격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서해에 무단으로 설치한 대형 구조물 또한 양국 갈등의 단골 소재다. 중국은 올 초 한중 정상회담 이후 구조물 1개를 한중 잠정조치수역 밖으로 이동시켰지만 아직 2개가 남아 있다. 중국은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나 군사 목적으로 쓰일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서해가 주한 미군 기지와 중국 본토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충돌 지역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4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6 한중 평화통일포럼‘에서 한국과 중국의 학자들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남북중 협력으로 북한과의 신뢰 회복에 나서야한다거나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이날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남북 간의 신뢰 부족을 더 이상 방치할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이 교수는 “다음달 초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의제가 될 수 있도록 한국이 먼저 미중에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던져야 한다”고 덧붙였다.이 교수는 남북중 협력으로 평화의 모멘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고속철 연결 사업(베이징-평양-서울-부산, 단 평양은 무정차)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관광 활성화 △남북중 의료협력(의사 파견, 의약품·진단기구 공급)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을 꼽았다.이 교수는 “원산-갈마 지구의 호텔 객실이 1만 개인데 이를 유지하려면 현실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한국 재외 동포의 관광이 순차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도로나 통신 인프라 등 추가 협력 요인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관광 협력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적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이 북한의 광물과 희토류를 구매하고, 그 대금을 국제 기구의 관리 아래 북한이 보건과 민생 물자를 구입하는 방식의 인도적 지원도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반면 김동길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을 현 시점에 맞게 조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북한 경제가 적지 않게 성장했고, 9차 당대회 이후로도 최대 관심사는 경제 개발이다. 한반도 평화 공존은 북한도 바라는 바다”고 전제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해 중국과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냉전 시대의 한미 동맹을 일정 부분 조정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한셴둥 정법대 겸임교수 역시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트럼프식 먼로주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유사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군사대국화 움직임,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추진 등이 더해져 동북아는 전례 없이 치열한 군비 경쟁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중일 FTA 등 역내 경제 협력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동북아의 핵 확산과 군비 경쟁을 관리할 다자간 협의 매커니즘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와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노재헌 주중한국대사, 서만교 민주평통 중국부의장, 정한범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방용승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포럼을 주관한 박기락 민주평통 베이징협의회장은 개회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 없다”면서 “올해 초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 바탕으로 남북중 삼각협력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출근길 지하철에서 로봇과 함께 타니 신기하죠.” 지난달 11일 새벽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지하철 첸하이완역.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배송 로봇을 처음 본 20대 첸모 씨는 연신 사진을 찍었다. 평소 같은 시간대에 이 노선을 이용하는 다른 승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잠을 청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지하철에서 인간과 로봇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선전시에서 점점 흔한 풍경이 되고 있다. 펭권을 닮은 형태의 로봇은 이날 새벽 적재함에 생수와 음료수 박스를 싣고 업무를 시작했다. 스스로 개찰구 옆 통로를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라이다 센서 기술을 통해 공간과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다가오면 스스로 멈춰 어느 정도 사람들이 붐빌 때도 안전사고 위험이 작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로봇은 출입문이 열리자 객차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철 로봇 배송은 지난해 12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해 총 40대가 8개 노선 61개 역에 배송을 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운송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11일 선전시의 대표적인 상업 중심지인 푸톈역. 스마트폰에서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 앱으로 커피 2잔을 주문했다. 약 10분 뒤 ‘윙’ 소리를 내며 머리 위로 드론이 나타났다. 드론이 배달해 놓은 음료를 찾으러 온 한 여성은 “배달원은 차가 막히거나 중복 배송을 하면 늦는 경우가 있는데, 드론 택배는 늘 시간을 정확히 지킨다”고 말했다. 커피를 주문했던 매장이 있는 쇼핑몰을 찾아가 보니 건물 외부 한편에 대규모 드론 이착륙장이 마련돼 있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쇼핑몰 안에 있던 업체 직원들이 상품을 이착륙장으로 가져왔다. 드론 담당자가 상품이 담긴 배송 박스를 드론에 매달면 곧장 이륙했다. 업체 직원은 “평일 기준 하루에 100건가량 주문이 들어오고, 주말에는 300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선전시에서는 이처럼 도시 곳곳에서 첨단 기술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민들이 로봇과 AI를 자주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이테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창출된다. 기업들에는 매출 증대는 물론이고 일선 현장에서 데이터를 쌓을 기회가 생긴다. 홍콩 싱다오일보는 2일 “극장에서 로봇이 팝콘을 튀기고, 길거리에 순찰 로봇이 다니는 선전은 도시 전체가 테스트베드”라고 전했다.선전=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 연구실 안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지난달 11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AI 기반 신약 개발 업체 ‘엑스탈파이(XTalPI)’ 본사. 보안구역 내 독립된 공간에는 면적 2.5㎡의 자동화 로봇 워크스테이션 100대가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그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로봇 팔이 AI가 설계한 공식에 따라 각종 화학 실험을 이어갔다. 워크스테이션 사이로 자율주행로봇(AGV)이 지나다니며 실험이 끝난 샘플을 옮겨 담았다. 사람 없이 AI가 공장을 운영하는 ‘다크 팩토리’처럼 AI가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다크 실험실’의 모습이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홍콩과 마주하고 있는 중국 남부의 선전시는 대표적인 첨단 제조의 중심지다. 텐센트, 화웨이, 비야디(BYD)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즐비하다. 최근에는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 전반에 AI를 접목시키는 ‘AI 상용화’에 가장 앞선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화학연구 분야의 엑스탈파이를 비롯해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비테크, 자율주행을 선도하는 로보센스도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다. 5일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전국인민대표회의 업무보고에서 중점 산업에서 AI를 통한 상용화와 규모화를 강조하면서 선전시와 이곳의 기업들은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I·로봇 투입하니 신약 개발 효율 5배 높아져“다들 처음에는 바이오나 제약회사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AI와 로봇으로 화학 연구를 하는 기술 플랫폼 기업입니다.” 엑스탈파이의 허메이 박사는 회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 회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출신 3명이 2014년 공동으로 창업했다. 이들의 전공은 각각 양자 물리, 양자 화학, 수학, 물리학 등이다. 엑스탈파이가 신약 개발 회사로 잘 알려진 건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와의 인연 때문이다. 사업 초기 화이자가 개최한 화학 분자 구조 예측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엑스탈파이의 실력을 인정한 화이자가 이들의 첫 번째 고객이 된 것. 지금은 세계 20대 제약사 중 17곳이 엑스탈파이와 협업 중이다. 화이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만들 당시 엑스탈파이와의 협업을 통해 AI 기술을 실험에 대거 적용했다. 그 결과 수개월 걸리는 연구를 6주 만에 끝냈다. 한국 회사 가운데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신약 개발 단계가 어려운 건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몸속의 표적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 표적에 잘 들어맞을 ‘분자 물질’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수백 개의 가설을 세우고,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해 적합한 물질을 찾아야 했다. 엑스탈파이는 이 과정에 AI를 도입해 실험해야 할 경우의 수를 크게 줄였다. 실험 이후 결과 데이터가 나오면 다시 AI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며 완성도를 더 높였다. 엑스탈파이는 2019년부터 로봇을 통한 실험 자동화를 추진했다. 로봇은 카메라와 센서로 워크스테이션 내 상황을 확인하고 시험관에 재료를 넣고, 섞고, 걸러내는 등의 복잡한 작업을 인간의 개입 없이 수행한다. AI가 제시해 준 실험 설계도에 따라 한 치의 오차 없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으니 결과 데이터의 양과 신뢰도가 높아졌다. AI가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PC 속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실제 연구와 산업 현장의 생산력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신약을 만드는 화학 실험의 80% 이상을 로봇이 해내고 있어요. 24시간씩 주 7일을 일하며 실수도 없죠. 실험 효율은 5배 이상 빨라졌고, 데이터는 40배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태양광 전지, 배터리 전해질, 슈퍼 농작물을 만드는 기업들과도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전, 피지컬AI 앞장서는 기업 즐비 선전시 바오안구에서 국도 107호선을 따라 약 10km 구간은 ‘로봇 밸리’로 불린다. 유비테크와 두봇 등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업체를 비롯해 200여 로봇 제조사가 밀집해 있다. 감속기, 모터, 컨트롤러 같은 로봇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회사까지 포함하면 800여 개에 달한다. 남방과학기술대학, 칭화대 선전국제대학원 등 대학과 연구기관까지 들어서 중국 로봇 공급망의 핵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유비테크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중 상용화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S2 유비테크의 최신형 로봇 ‘워커 S2’는 출시 단계부터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표방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사람이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충전시켜 주지 않아도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고 공장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중국 자동차업체 지커의 저장성 지역 공장에서 진행한 실전 테스트를 시작으로 니오, 둥펑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에도 투입되고 있다. 선전시에 본사를 둔 라이다(LIDAR) 센서 기업인 로보센스 역시 피지컬AI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라이다 센서는 주변에 레이저를 쏘아서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AI가 로봇의 두뇌에 해당한다면, 라이다는 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자율주행차는 물론 공장 자동화 시스템, 로봇 등에 필수적 요소가 됐다. ●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기업에 비용 50% 지원 선전시는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과 함께 AI, 로봇 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베이징은 칭화대를 중심으로 한 뛰어난 인재와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AI 원천 기술 개발에 강점이 있다. 상하이는 반도체 등 제조 시설과 금융 인프라가 갖춰진 생산의 거점이다. 반면 선전은 AI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과 서비스에 적용하는 상용화에 초점을 맞췄다. 1월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올해 첫 지방 일정으로 선전시를 찾았다. 리 총리는 엑스탈파이 본사를 둘러본 뒤 유비테크, 로보센스 등 중국 대표 로봇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는 “로봇과 드론 등 신기술 제품들을 광범위하게 보급해야 한다”면서 “제품의 성능 향상에 속도를 내려면 실제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전시도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 발표한 인공지능 선도 관련 계획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PC,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로봇 등을 출시하면 최대 300만 위안(약 6억4000만 원)을 지원한다.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1000만 위안(약 21억2000만 원)까지 시에서 보조해 준다. 제품 공급자뿐 아니라 수요자에 대한 지원도 있다. 기업이 자신들의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AI 모델을 구입하거나 AI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최대 200만 위안(약 4억2000만 원)까지 보조금을 준다. 또 중소기업이 산업용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매할 경우 비용의 50%(연간 최대 100만 위안)를 지원한다.선전=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0%로 정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등에 따른 저성장 기조에도 줄곧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고수하던 중국 정부의 기조가 달라진 것이다. 중국이 성장률 목표를 5.0% 미만으로 잡은 것은 1991년 이후 사실상 35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2020년을 제외하고 5.0% 미만의 목표를 잡은 적이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를 인정했다”며 “대규모 경기 부양책보다 고품질 경제 발전을 통한 체질 개선에 무게를 뒀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의식한 듯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해보다 7% 늘린 1조9096억 위안(약 406조 원)으로 책정했다. 중국의 국방비가 한화 기준으로 40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은 “군수 분야를 담당했던 장유샤(張又俠)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숙청된 가운데서도 국방 예산이 연속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자립 자강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또한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4264억 위안(약 90조51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미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이 중요”리창(李强)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4.5∼5.0%로 제시했다. 그는 올해가 제15차 5개년 경제 계획의 첫해라는 점을 언급하며 “구조조정과 개혁을 촉진시켜 (계획의) 후반부에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중국은 통계 조작 의혹이 불거질 만큼 국제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에 비해 다소 공격적인 5%대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해왔다. 2023년(5.2%), 2024년과 2025년(각 5.0%)에는 목표치도 달성했다. 이를 통해 대내외에 중국 경제 성장 기조가 굳건함을 알리고 국민들의 자부심을 독려해왔다. 다만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의 장기화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까지 발발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가 5%대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대두했다. 실제 지난해에도 연간으로는 5.0% 성장했지만 같은 해 1분기 성장률(5.4%)과 4분기(4.5%) 성장률의 차이가 0.9%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선고후저(先高後低)’ 양상이 뚜렷했다.이에 중국 지도부는 주요 지방정부의 중복 투자,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는 태도 등을 꾸준히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국가 전체로 연간 성장률 목표를 낮춘 것은 내실 성장에 주력해 첨단 산업의 발전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다만 리 총리는 이날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거시 정책을 펴겠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지난해와 같은 4.0%로 정했다. 성장률 달성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셈이다.● 국방-R&D 예산 증가세 지속2027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앞두고 관심을 받았던 국방 예산은 지난해보다 7% 늘었다. 지난해 증가율(7.2%)보다 0.2%포인트 낮아졌지만 2022년 이후 5년 연속 전년 대비 7%대 증가율을 유지했다.R&D 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와 같은 10%다. 리 총리는 2년 전 업무보고에서 AI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의미하는 ‘AI+’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AI를 최소 7차례 언급하며 세계 AI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발언 수위는 이전보다 높아졌다. 리 총리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하게 타격하고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지난해 발언보다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 연구실 안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지난달 11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AI 기반 신약 개발 업체 ‘엑스탈파이(XTalPI)’ 본사. 보안구역 내 독립된 공간에는 면적 2.5㎡의 자동화 로봇 워크스테이션 100대가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그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로봇 팔이 AI가 설계한 공식에 따라 각종 화학 실험을 이어갔다. 워크스테이션 사이로 자율주행로봇(AGV)이 지나다니며 실험이 끝난 샘플을 옮겨 담았다. 사람 없이 AI가 공장을 운영하는 ‘다크 팩토리’처럼 AI가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다크 실험실’의 모습이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홍콩과 마주하고 있는 중국 남부의 선전시는 대표적인 첨단 제조의 중심지다. 텐센트, 화웨이, 비야디(BYD)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즐비하다. 최근에는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 전반에 AI를 접목시키는 ‘AI 상용화’에 가장 앞선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화학연구 분야의 엑스탈파이를 비롯해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비테크, 자율주행을 선도하는 로보센스도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다. 5일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전국인민대표회의 업무보고에서 중점 산업에서 AI를 통한 상용화와 규모화를 강조하면서 선전시와 이곳의 기업들은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I·로봇 투입하니 신약 개발 효율 5배 높아져“다들 처음에는 바이오나 제약회사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AI와 로봇으로 화학 연구를 하는 기술 플랫폼 기업입니다.”엑스탈파이의 허메이 박사는 회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 회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출신 3명이 2014년 공동으로 창업했다. 이들의 전공은 각각 양자 물리, 양자 화학, 수학, 물리학 등이다.엑스탈파이가 신약 개발 회사로 잘 알려진 건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와의 인연 때문이다. 사업 초기 화이자가 개최한 화학 분자 구조 예측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엑스탈파이의 실력을 인정한 화이자가 이들의 첫 번째 고객이 된 것. 지금은 세계 20대 제약사 중 17곳이 엑스탈파이와 협업 중이다. 화이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만들 당시 엑스탈파이와의 협업을 통해 AI 기술을 실험에 대거 적용했다. 그 결과 수개월 걸리는 연구를 6주 만에 끝냈다. 한국 회사 가운데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초기 신약 개발 단계가 어려운 건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몸속의 표적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 표적에 잘 들어맞을 ‘분자 물질’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수백 개의 가설을 세우고,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해 적합한 물질을 찾아야 했다. 엑스탈파이는 이 과정에 AI를 도입해 실험해야 할 경우의 수를 크게 줄였다. 실험 이후 결과 데이터가 나오면 다시 AI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며 완성도를 더 높였다.엑스탈파이는 2019년부터 로봇을 통한 실험 자동화를 추진했다. 로봇은 카메라와 센서로 워크스테이션 내 상황을 확인하고 시험관에 재료를 넣고, 섞고, 걸러내는 등의 복잡한 작업을 인간의 개입 없이 수행한다. AI가 제시해 준 실험 설계도에 따라 한 치의 오차 없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으니 결과 데이터의 양과 신뢰도가 높아졌다. AI가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PC 속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실제 연구와 산업 현장의 생산력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신약을 만드는 화학 실험의 80% 이상을 로봇이 해내고 있어요. 24시간씩 주 7일을 일하며 실수도 없죠. 실험 효율은 5배 이상 빨라졌고, 데이터는 40배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태양광 전지, 배터리 전해질, 슈퍼 농작물을 만드는 기업들과도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선전, 피지컬AI 앞장서는 기업 즐비선전시 바오안구에서 국도 107호선을 따라 약 10km 구간은 ‘로봇 밸리’로 불린다. 유비테크와 두봇 등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업체를 비롯해 200여 로봇 제조사가 밀집해 있다. 감속기, 모터, 컨트롤러 같은 로봇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회사까지 포함하면 800여 개에 달한다. 남방과학기술대학, 칭화대 선전국제대학원 등 대학과 연구기관까지 들어서 중국 로봇 공급망의 핵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유비테크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중 상용화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S2 유비테크의 최신형 로봇 ‘워커 S2’는 출시 단계부터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표방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사람이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충전시켜 주지 않아도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고 공장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중국 자동차업체 지커의 저장성 지역 공장에서 진행한 실전 테스트를 시작으로 니오, 둥펑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에도 투입되고 있다.선전시에 본사를 둔 라이다(LIDAR) 센서 기업인 로보센스 역시 피지컬AI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라이다 센서는 주변에 레이저를 쏘아서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AI가 로봇의 두뇌에 해당한다면, 라이다는 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자율주행차는 물론 공장 자동화 시스템, 로봇 등에 필수적 요소가 됐다.●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기업에 비용 50% 지원선전시는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과 함께 AI, 로봇 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베이징은 칭화대를 중심으로 한 뛰어난 인재와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AI 원천 기술 개발에 강점이 있다. 상하이는 반도체 등 제조 시설과 금융 인프라가 갖춰진 생산의 거점이다. 반면 선전은 AI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과 서비스에 적용하는 상용화에 초점을 맞췄다.1월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올해 첫 지방 일정으로 선전시를 찾았다. 리 총리는 엑스탈파이 본사를 둘러본 뒤 유비테크, 로보센스 등 중국 대표 로봇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는 “로봇과 드론 등 신기술 제품들을 광범위하게 보급해야 한다”면서 “제품의 성능 향상에 속도를 내려면 실제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선전시도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 발표한 인공지능 선도 관련 계획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PC,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로봇 등을 출시하면 최대 300만 위안(약 6억4000만 원)을 지원한다.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1000만 위안(약 21억2000만 원)까지 시에서 보조해 준다.제품 공급자뿐 아니라 수요자에 대한 지원도 있다. 기업이 자신들의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AI 모델을 구입하거나 AI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최대 200만 위안(약 4억2000만 원)까지 보조금을 준다. 또 중소기업이 산업용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매할 경우 비용의 50%(연간 최대 100만 위안)를 지원한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0%로 정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등에 따른 저성장 기조에도 줄곧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고수하던 중국 정부의 기조가 달라진 것이다. 중국이 성장률 목표를 5.0% 미만으로 잡은 것은 1991년 이후 사실상 35년 만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을 제외하고 5.0% 미만의 목표를 잡은 적이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를 인정했다”며 “대규모 경기 부양책보다 고품질 경제 발전을 통한 체질 개선에 무게를 뒀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의식한 듯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 해보다 7% 늘린 1조9096억 위안(약 406조 원)으로 책정했다. 중국의 국방비가 한화 기준으로 40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은 “군수 분야를 담당했던 장유샤(張又俠)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숙청된 가운데서도 국방 예산이 연속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자립 자강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또한 지난 해보다 10% 늘어난 4264억 위안(약 90조51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미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이 중요”리창(李强)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4.5~5.0%로 제시했다. 그는 올해가 제15차 5개년 경제 계획의 첫 해라는 점을 언급하며 “구조조정과 개혁을 촉진시켜 (계획의) 후반부에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중국은 통계 조작 의혹이 불거질 만큼 국제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에 비해 다소 공격적인 5%대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해왔다. 2023년(5.2%), 2024년과 2025년(각 5.0%)에는 목표치도 달성했다. 이를 통해 대내외에 중국 경제 성장 기조가 굳건함을 알리고 국민들의 자부심을 독려해왔다. 다만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의 장기화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까지 발발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가 5%대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대두했다. 실제 지난해에도 연간으로는 5.0% 성장했지만 같은 해 1분기 성장률(5.4%)과 4분기(4.5%) 성장률의 차이가 0.9%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선고후저(先高後低)’ 양상이 뚜렷했다.이에 중국 지도부는 주요 지방정부의 중복 투자,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는 태도 등을 꾸준히 개선해야할 사항으로 지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국가 전체로 연간 성장률 목표를 낮춘 것은 내실 성장에 주력해 첨단 산업의 발전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다만 리 총리는 이날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거시 정책을 펴겠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지난 해와 같은 4.0%로 정했다. 성장률 달성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셈이다.● 국방-R&D 예산 증가세 지속2027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앞두고 관심을 받았던 국방 예산은 지난해 보다 7% 늘었다. 지난해 증가율(7.2%) 보다 0.2%포인트 낮아졌지만 2022년 이후 5년 연속 전년 대비 7%대 증가율을 유지했다.R&D 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와 같은 10%다. 리 총리는 2년 전 업무보고에서 AI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의미하는 ‘AI+’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AI를 최소 7차례 언급하며 세계 AI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발언 수위는 이전보다 높아졌다. 리 총리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하게 타격하고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지난해 발언보다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출근길 지하철에서 로봇과 함께 타니 신기하죠.”지난달 11일 새벽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지하철 첸하이완역.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배송 로봇을 처음 본 20대 첸모 씨는 연신 사진을 찍었다. 평소 같은 시간대에 이 노선을 이용하는 다른 승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잠을 청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지하철에서 인간과 로봇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선전시에서 점점 흔한 풍경이 되고 있다.펭권을 닮은 형태의 로봇은 이날 새벽 적재함에 생수와 음료수 박스를 싣고 업무를 시작했다. 스스로 개찰구 옆 통로를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라이다 센서 기술을 통해 공간과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다가오면 스스로 멈춰 어느 정도 사람들이 붐빌 때도 안전사고 위험이 작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로봇은 출입문이 열리자 객차 안으로 들어갔다. 또 내려야 할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객차에서 내렸고, 역사 안에 있는 편의점까지 이동해 배송을 마쳤다.지하철 로봇 배송은 지난해 7월부터 선전시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 12월부터는 총 40대가 8개 노선 61개 역에 배송을 하고 있다. 운영 업체 관계자는 “교통 체증이 없는 데다 로봇이 스스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니 인건비, 추가 물류비용이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드론을 이용한 운송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11일 선전시의 대표적인 상업 중심지인 푸톈역. 스마트폰에서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 앱으로 커피 2잔을 주문했다. 약 10분 뒤 ‘윙’ 소리를 내며 머리 위로 드론이 나타났다. 드론이 배달해 놓은 음료를 찾으러 온 한 여성은 “배달원은 차가 막히거나 중복 배송을 하면 늦는 경우가 있는데, 드론 택배는 늘 시간을 정확히 지킨다”고 말했다.커피를 주문했던 매장이 있는 쇼핑몰을 찾아가 보니 건물 외부 한편에 대규모 드론 이착륙장이 마련돼 있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쇼핑몰 안에 있던 업체 직원들이 상품을 이착륙장으로 가져왔다. 드론 담당자가 상품이 담긴 배송 박스를 드론에 매달면 곧장 이륙했다. 업체 직원은 “평일 기준 하루에 100건가량 주문이 들어오고, 주말에는 300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선전시에서는 이처럼 도시 곳곳에서 첨단 기술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난산구의 인재공원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2대가 커피를 직접 만들어주고, 룽강구에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팔이 국수를 말아주는 무인 매장도 있다. 시민들이 로봇과 AI를 자주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이테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창출된다. 기업들에는 매출 증대는 물론이고 일선 현장에서 데이터를 쌓을 기회가 생긴다. 극장에서 로봇이 팝콘을 튀기고, 길거리에 순찰 로봇이 다니는 선전은 도시 전체가 테스트베드라고 홍콩 싱다오일보는 2일 전했다.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의 김종문 센터장은 “선전은 AI 관련 뛰어난 공급망이 갖춰져있다. 여기에 상용화까지 앞서간다면 향후 저고도경제, 6G, 휴먼노이드로봇 등의 분야에서 중국 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선전=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개막했다. 특히 5일 진행될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의 전국인대 업무보고에 관심이 쏠린다. 리 총리는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비롯한 중국의 경제 정책 추진 방향, 주요 분야의 예산 계획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가장 큰 관심은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예년보다 낮출지 여부다. 중국은 최근 3년간 국내총생산(GDP)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해 왔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계속되는 내수 부진, 잇따른 국제 분쟁 등을 감안할 때 올해는 5%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관영 경제지 증권시보는 1일 “목표치가 4.5∼5%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외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올해가 15차 5개년 계획의 첫해인 만큼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홍콩 밍보는 내다봤다.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도 관심사다. 리 총리는 2년 전 업무보고에서 AI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강조한 ‘AI+’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중국은 AI, 로봇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산업 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국방 예산은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국방 예산을 2024년보다 7.2% 늘렸다. 2022년 이후 4년 연속 7%대 증가율을 유지했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 지난해 10월 집권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방 예산의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우친젠 전국인대 제14기 4차 회의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미가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는 게 역사의 교훈이자 현실의 필요라고 말했다”며 “중국은 미국과 각 채널의 소통을 강화해 양측 협력을 위한 더 넓은 공간을 열어 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한편 4일 정협 개막식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정치국 위원 23명 가운데 21명만 참석했다. 불참한 2명은 올 1월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사실이 공개된 장유샤(張又俠)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지난해 7월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당서기에서 해임된 뒤 행방이 묘연한 마싱루이(馬興瑞)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