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

황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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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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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황규인]해군 제독, 지휘자, 야구 감독… 이 셋을 꿈꾸던 사람 직업은?

    “남자로 태어나 해볼 만한 일이 세 가지 있다. 연합함대 사령관, 오케스트라 지휘자 그리고 프로야구 감독이다.” 미즈노 시게오 일본 후지산케이그룹 회장(1899∼1972)이 남긴 말이다. 미즈노 회장은 1965년 ‘고쿠테쓰(國鐵) 스왈로스’를 인수해 프로야구 팀 구단주가 됐다. 그러니까 이 글 제목의 정답은 프로야구 구단주다. 미즈노 회장은 구단주가 된 뒤 ‘후지테레비’에서 방영하던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에서 따와 팀 이름을 ‘산케이 아톰스’로 바꿨다. 아톰스는 구단 역사 6년 동안 센트럴리그 6개 팀 중 한 번도 4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미즈노 회장은 그래도 ‘차라리 내가 감독을 하고 말지’라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CNN 설립자로 유명한 테드 터너 구단주(85)는 달랐다. 1976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사들인 그는 이듬해 팀이 16연패에 빠지자 데이브 브리스틀 감독(90)에게 휴가를 명하고 자신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데뷔전 결과는 1-2 패배였다. 당시 38세였던 터너 구단주는 “다음 경기는 반드시 이기겠다”며 이를 갈았다. 그때 MLB 사무국에서 ‘코칭 스태프는 구단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제동을 걸었다. 터너 구단주가 브레이브스 감독을 계속 맡으려면 구단 지분을 전부 팔아야 했다. 터너 구단주는 “이 규정을 어제 갑자기 만든 게 틀림없다”면서도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는 그러면서 “1100만 달러를 모아 MLB 팀을 살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팀 감독도 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터너 구단주 이야기가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다. 실제로 MLB 초창기에는 이런 규정이 없었다. 코니 맥 감독(1862∼1956)이 MLB 역대 최다승(3731승) 사령탑이 될 수 있었던 건 그가 필라델피아(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그는 ‘잘릴 걱정’ 없이 1901년부터 50년 동안 애슬레틱스를 지휘할 수 있었다. 사실 맥 감독은 이긴 경기보다 패한 경기(3948번)가 더 많은 사령탑이었다. 이긴다고 잘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팀을 챔피언으로 만들어도 그렇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선 해마다 새로운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나왔다. 이 기간 팀을 챔피언으로 만든 감독 7명 중 내년에도 같은 팀 지휘봉을 잡는 지도자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벌인 염경엽 LG 감독(55)과 이강철 KT 감독(57)뿐이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가 발전하면서 야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숫자로 바꿀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래도 감독이 팀 성적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를 밝히겠다던 연구는 대부분 ‘거의 모든 감독이 자기 능력 또는 무능을 드러내기 전에 경질당하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내년에도 ‘자리를 걸고’ 지략 대결을 펼칠 프로야구 감독 10명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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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릿 콜, 데뷔 11년 만에 ‘만장일치’ 사이영상

    게릿 콜(33·뉴욕 양키스·사진)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11년 만에 사이영상을 받았다. 콜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16일 공개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 표 30장을 싹쓸이하면서 올해 AL 최고 투수로 인정받았다. 콜은 이번 시즌 15승(3위) 4패, 평균자책점 2.63(1위), 탈삼진 222개(3위)를 남겼다. 콜은 MLB에 데뷔한 2013년 이후 올해까지 총 145승(75패)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콜보다 승리가 많은 투수는 맥스 셔저(39·텍사스·162승)와 클레이턴 커쇼(35·LA 다저스·149승) 두 명뿐이다. 같은 기간 콜(2152개)보다 탈삼진이 많은 투수도 셔저(2538개) 한 명밖에 없다. 그러나 셔저가 세 차례, 커쇼가 두 차례 사이영상을 받는 동안 콜은 기자단 투표에서 1위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2위 두 번을 포함해 5위 안에 총 다섯 번 이름을 올렸다. 피츠버그(2013∼2017년), 휴스턴(2018, 2019년)을 거쳐 2020년부터 어린 시절 응원팀 양키스에서 뛰고 있는 콜은 “어렸을 때부터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사이영상을 받는 꿈을 꿨다. 오늘 마침내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양키스 투수가 사이영상을 받은 건 2001년 로저 클레먼스(61) 이후 22년 만이다.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은 김하성(28)의 샌디에이고 동료인 블레이크 스넬(31)에게 돌아갔다. 스넬은 1위 표 30장 중 28장을 받았다. 스넬은 올 시즌 14승(공동 5위) 9패, 평균자책점 2.25(1위), 234탈삼진(2위)을 기록했다. 탬파베이 시절인 2018년 AL 사이영상을 받은 적이 있는 스넬은 양대 리그에서 모두 이 상을 받은 7번째 투수가 됐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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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코비치, 테니스 연말랭킹 1위 확정… 사상 최초 ‘통산 400주’ 정상 머물러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사진)가 올 시즌 남자프로테니스(ATP) 연말 세계 랭킹 1위를 확정했다. 이와 함께 남녀 프로 테니스를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통산 400주 동안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키는 기록까지 세웠다. 조코비치는 2023 ATP 파이널스 첫날인 13일 대회 단식 조별리그 그린(green) 그룹 1차전에서 홀게르 루네(20·덴마크·10위)를 2-1(7-6, 6-7, 6-3)로 물리쳤다. ATP 파이널스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로 단식에는 그해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8명만 참가한다. 이날까지 총 399주 동안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조코비치는 이 승리로 이번 대회 최종 성적과 관계없이 올해 말까지 최소 405주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 부문 역대 2위는 로저 페더러(42·스위스)가 남긴 310주다. 2003년 ATP 무대에 데뷔한 조코비치가 연말 랭킹 1위를 차지한 건 2011, 2012, 2014, 2015, 2018, 2020, 2021년에 이어 올해가 8번째다. 조코비치는 올해 말 랭킹 1위에 오르면서 2년 전 자신이 세웠던 이 부문 역대 최고령 기록도 새로 썼다. 조코비치는 올해 52승 5패(승률 91.2%)를 기록했다. 개인 통산 승률(83.8%)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ATP 역사상 조코비치보다 연말 랭킹 1위를 많이 차지한 선수는 없다. 피트 샘프러스(52·미국)가 6회로 이 부문 2위다. 여자프로테니스(WTA)에서는 슈테피 그라프(54·독일)가 조코비치와 똑같이 8번 연말 랭킹 1위에 오른 게 최다 기록이다. 그라프는 WTA 랭킹 1위 자리에 가장 오래 (377주) 머문 선수이기도 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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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기만 하면 한국 기록…임준범, 전국장애인체전 MVP 뽑혀

    ‘시각 장애 중장거리 러너’ 임준범(24·경북)이 제4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임준범은 대회 마지막 날인 8일 기자단 투표에서 총 34표 중 10표를 받았다.임준범은 전남에서 열린 이번 대회 육상 남자 T13 등급 800m(2분11초19), 1500m(4분32초45), 5000m(17분19초88), 10km 마라톤(35분54초)에 출전해 전 종목에서 한국 기록을 새로 쓰면서 4관왕에 올랐다.임준범은 “MVP 소식을 듣고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기뻤다”면서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선수, 성실한 선수도 기억되고 싶다. 열심히 훈련해서 기록을 계속 단축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신인 선수상은 시각 장애 필드 종목 선수인 김지혜(17·광주)에게 돌아갔다.김지혜도 F13 등급 원반던지기(22.98m), 창던지기(21.27m), 포환던지기(7.06m)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면서 3관왕에 올랐다.김지혜는 “내년에도 3관왕을 달성하고 한국 기록을 계속 경신하면서 국가대표까지 선발되고 싶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대회서는 경기가 총 23만2976.4점을 받으면서 서울(20만6015.19점)을 제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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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일머니’ 축구 이어 야구까지… 중동-인도 넘보는 야구[인사이드&인사이트]

    《‘사막에 가서 난로를 팔았다.’ 한국을 수출 강국으로 이끈 ‘상사맨’ 활약을 묘사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1970년대 리비아에 2000만 달러어치가 넘는 난로를 팔았다. 얼핏 생각하면 그 더운 나라에 난로가 왜 필요할까 싶다. 그러나 사막은 낮에는 무덥지만 밤에는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다. 당시 리비아는 ‘오일머니’가 차고 넘치는 나라였기 때문에 구매력도 충분했다.‘베이스볼 유나이티드(BU·Baseball United)’를 이끌고 있는 캐시 셰이크 최고경영자(CEO·44)도 ‘상사맨 마인드’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BU는 중동과 남아시아를 타깃 시장으로 삼고 있는 프로야구 리그다. 인도 출신 아버지와 파키스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미국 이민 2세로 태어난 셰이크 CEO는 “중동과 남아시아에는 크리켓 팬이 10억 명도 넘는다”면서 “공과 방망이로 하는 크리켓 팬이라면 역시 공과 방망이로 하는 야구 팬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아랍에미리트(UAE)가 이 아이디어에 지갑을 열었다.》 ● UAE가 야구에 투자하는 이유UAE는 ‘석유 이후’에 대비하려 종합격투기(MMA), 포뮬러원(F1) 등을 통해 스포츠 세계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그러나 축구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빼앗긴 뒤로 ‘단체 구기 종목’에서는 돌파구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셰이크 CEO는 “이 지역에는 MMA나 F1 팬보다 크리켓 팬이 훨씬 더 많다. 10억 명을 야구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겠다”면서 UAE 7개 토후국 중 넘버 1, 2인 아부다비와 두바이 왕실에 투자를 권했다. UAE가 P&G 마케터 출신인 셰이크 CEO를 보고 야구 사업에 투자한 건 아니다.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였던 마리아노 리베라(54·파나마), 1995년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배리 라킨(59·미국), 한국에서 ‘박찬호 도우미’로 유명한 아드리안 벨트레(44·도미니카공화국), 2010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수상자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37·베네수엘라) 등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이 BU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뒤 셰이크 CEO는 ‘크리켓 본거지’ 인도로 날아갔다. BU는 올해 5월 15일 “뭄바이 코브라스가 BU 1호 프랜차이즈가 됐다”고 발표했다. 뭄바이는 프로 크리켓 리그인 인도 프리미어리그(IPL) 최다 우승 공동 1위(5회) 팀 ‘인디언스’가 둥지를 틀고 있는 도시다. BU는 보름 뒤에는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를 연고지로 삼는 모나크스(monarchs) 창단 소식을 전했다. 이에 대해 ‘카라치를 대표하는 크리켓 팀 이름이 킹스(kings)라서 모나크스(군주)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셰이크 CEO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크리켓에서 전통의 라이벌 관계다. 야구에서도 MLB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뛰어넘는 라이벌 관계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UAE에 아부다비 팰컨스와 두바이 울브스가 창단하면서 BU는 4개 팀 체제를 갖췄다. 앞으로 구단 수를 8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BU는 이미 원년 참가 선수 드래프트까지 마쳤다. 뉴욕 양키스 주전 유격수 출신 디디 호레호리위스(33·두바이), 2012년 월드시리즈 MVP 파블로 산도발(37·아부다비), MLB 통산 2639안타를 자랑하는 로빈슨 카노(41·두바이), 2005년 AL 사이영상 수상자 바르톨로 콜론(50·카라치) 등이 이 드래프트에서 뽑혔다. 한국 프로야구 LG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허프(39·카라치)와 한화 출신 윌린 로사리오(34·두바이)도 지명을 받았다. 현재 BU에는 총 80명이 선수 등록을 마쳤으며 이 중 36명(45%)이 MLB 출전 경험이 있다. 4개 구단 단장과 감독 이력을 합치면 월드시리즈 우승 4회, 올스타 선정 32회가 나온다. 야구 선수 국제 이적 시장에 밝은 관계자는 “아직 BU 선수가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 공개된 게 없다. 그래도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외국인 선수들이 ‘BU로 갈 수 있게 풀어 달라’고 구단에 요청하는 등 선수들 사이에서 관심이 올라간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도 외국인 선수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BU는 이달 24, 25일 두바이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을 통해 팬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두바이 인터내셔설 스타디움 역시 원래 크리켓 경기장이다. 크리켓 경기장에서 야구 경기를 치르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MLB도 2014년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시즌 공식 개막전을 치른 적이 있다. BU는 “MLB 등 기존 야구와는 다른 우리만의 규칙으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칙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에도 프로 크리켓 리그가 있다미국에는 셰이크 CEO와 정반대로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 공과 방망이로 하는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역시 공과 방망이로 하는 크리켓도 사랑할 것이라고 믿는 크리켓 팬들이 있었던 것. 이들은 1억 달러(약 1302억 원)가 넘는 돈을 투자받아 MI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나이트 라이더스, 샌프란시스코 유니콘스, 시애틀 오르카스, 워싱턴 프리덤, 텍사스 슈퍼킹스 등 6개 팀이 참가하는 ‘메이저리그 크리켓(MLC)’을 출범시켰다. MLC는 올해 7월 14∼31일 첫 시즌 일정을 진행했다. 아난르 라자만 샌프란시스코 공동 구단주(52)는 “첫해 (리그) 매출이 500만 달러만 나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800만 달러가 넘었다”면서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MLC 경기는 전 세계 87개국에서 전파를 탔다. BU가 UAE를 등에 업고 있다면 MLC는 인도 크리켓 리그 IPL로부터 지원 사격을 받는다. 올해 MLC에 참가한 뉴욕(뭄바이), LA(콜카타), 텍사스(첸나이) 등 3개 팀이 IPL 팀의 ‘위성 구단’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IPL(110억 달러)은 전 세계에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180억 달러) 다음가는 ‘부자 리그’다. IPL은 10개 팀이 두 달 정도 일정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하지만 30개 팀이 반년 동안 시즌을 이어가는 MLB(103억 달러)보다도 매출 규모가 크다. 크리켓이 이미 미국 시장을 ‘야금야금’ 점령해 가고 있다는 건 2028년 LA 올림픽 및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안한 ‘추가 종목’ 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다. IOC는 2021년 도쿄 대회 때부터 기존 올림픽 종목에 대회 조직위가 제안한 종목까지 추가해 대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태권도에 밀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지 못했던 가라테(空手)가 도쿄 대회 때 정식 종목이 됐던 이유다. LA 대회 조직위원회도 라크로스, 스쿼시, 야구·소프트볼, 플래그풋볼처럼 ‘미국적 특성’을 갖춘 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추천했다. 그러면서 크리켓도 추가 종목에 포함시켰다. IOC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크리켓은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2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야구와 크리켓이 나란히 올림픽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다. ESPN은 “미국에 히스패닉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축구 인기가 올라간 것처럼 인도 이민자 증가와 크리켓 인기 상승 역시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거둔 인도 이민자들이 주요 대학에 ‘크리켓 장학금’ 제도를 만든다면 축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미국 침공’을 끝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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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S ‘방문 최다’ 10연승 텍사스, WS 첫 우승까지 ‘1승’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2021년 12월 2일 자정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직장폐쇄 기간에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 선수 이동도 멈춘다. 텍사스는 직장폐쇄를 24시간도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마커스 시미언(33), 코리 시거(29)와 FA 계약을 맺었다고 연이어 발표했다. 그해 102패(60승)를 당했던 텍사스는 그만큼 두 선수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시미언과 시거는 1일 애리조나 방문경기로 열린 월드시리즈(7전 4승제) 4차전에서 텍사스가 자신들을 그렇게 원했던 이유를 증명해 보였다. 시미언은 팀이 1-0으로 앞서 가던 2회초 2사 1, 2루 기회에서 3-0을 만드는 2타점 3루타를 쳤다. 이어 시거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친 뒤 3루에 있던 시미언과 차례로 홈을 밟았다. 시미언 역시 7-0으로 앞서 가던 3회초 2사 2, 3루에서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에 10-0 리드를 안겼다. 텍사스는 결국 애리조나의 추격을 11-7로 뿌리치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갔다. 이제 남은 3경기 중 1경기만 더 이기면 텍사스는 1961년 워싱턴 세너터스로 창단한 뒤 62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텍사스는 이날 승리로 MLB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인 방문경기 10연승 기록도 이어갔다. 조나 하임(28)도 8회초에 솔로포를 터뜨린 텍사스는 이날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 경기 홈런 기록(15경기)도 새로 썼다. 올해 마지막 MLB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월드시리즈 5차전은 2일 오전 9시 역시 애리조나 안방 체이스필드에서 열린다. 텍사스는 네이선 이발디(33), 애리조나는 잭 갤런(28)을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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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카드, 男프로배구 개막후 5연승 신바람

    프로배구 남자부 선두 우리카드가 개막 후 연승 기록을 ‘5’까지 늘렸다. 우리카드는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방문경기에서 한국전력에 3-0(25-18, 25-21, 25-23) 완승을 거뒀다. 2013∼2014시즌 창단한 우리카드는 이전까지 개막 후 3연승도 없던 팀이다. 우리카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건 2년 차 세터 한태준(19)이다. 한태준은 수원 수성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V리그 무대에 진출한 ‘고졸 세터’다. 지난 시즌 전체 세트(토스) 횟수가 170번밖에 되지 않았던 한태준은 이번 시즌에는 팀 주전을 맡아 특정 선수에게 쏠리지 않는 공격 조율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날도 마테이(27·오퍼짓 스파이커·15점), 김지한(24), 한성정(27·이상 아웃사이드 히터·이상 11점) 삼각편대를 고루 활용하면서 1시간 27분 만에 팀에 승리를 안겼다. 중앙에서도 박진우(33)가 8점, 잇세이(28·일본)가 6점을 보탰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미들 블로커가 늘 고민이었는데 아시아 쿼터로 잇세이를 뽑으면서 고민을 덜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잔실수가 없는 선수다. 잇세이 덕분에 팀이 더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여자부 대전 경기에서는 안방팀 정관장(옛 KGC인삼공사)이 현대건설을 3-0(25-22, 25-21, 25-16)으로 제압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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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모델 지망생에서 항저우 3관왕으로…韓 장애인 탁구 간판 서수연 [태극전사, 지에군]

    ‘지에군(結棍)’은 중국 항저우 지역 방언으로 ‘대단하다’ ‘강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 선수단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그 시절 키 크고 ‘예쁘다’는 말을 곧잘 듣던 소녀라면 흔히 그랬던 것처럼 서수연(37)도 ‘슈퍼모델’을 꿈꿨다.대학 새내기가 된 2004년 자세를 교정하려고 찾은 병원에서 ‘일자목이 심하다’면서 주사 치료를 권했다.서수연은 “주사액이 들어오는 순간 왼팔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튕겨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 의료사고로 서수연은 척수에 문제가 생겨 ‘런웨이’를 걸을 수 없게 됐다.서수연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찾아온 상실감과 절망감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죽어야 할까’를 매일 고민했다”고 말했다.그때 탁구가 서수연을 찾아왔다.서수연은 “라켓을 잡고 있는 순간에는 그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서수연은 척수 장애 때문에 악력이 떨어져 물건을 오래 쥐고 있지 못한다.이 때문에 손과 라켓을 붕대로 묶은 채 2.75g짜리 탁구공을 때려야 한다.서수연은 “라켓이 묶여 있으면 공에 스핀을 걸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연습을 통해 많이 극복한 상태”라고 말했다.‘많이 극복한’ 정도가 아니다.서수연은 28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막을 내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탁구 TT2 부문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서수연의 개인 첫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서수연은 계속해 이미규(35)와 짝을 이뤄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박진철(41)과 함께 혼합 복식 금메달도 합작했다.한국 탁구 선수가 장애인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한 건 서수연이 처음이다.비장애인 탁구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탁구에서도 중국이 강세다.서수연의 여자 단식 결승 상대였던 류징(劉靜·35)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東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 금메달을 차지했던 선수다. 두 대회에서 모두 류징에게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서수연은 다른 곳도 아닌 ‘적진’에서 기어이 류징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서수연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립을 바꿨다.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돌아보니 옳은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단식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단식에서 우승한 뒤로 경기가 잘 풀렸다”고 웃었다.한국은 서수연이 따낸 금메달 3개를 포함해 금 30개, 은 33개, 동메달 40개로 중국, 이란, 일본에 이어 종합 순위 4위를 차지했다.한국은 5년 전 자카르타 대회 때는 종합 순위 2위였지만 당시 금메달 12개를 땄던 볼링이 이번 대회 정식 종목에서 빠지면서 순위가 내려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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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황규인]9년 전 세월호 참사가 한국 스포츠에 남긴 것

    한국 수영(경영)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 6개, 은 6개, 동메달 10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금메달 수는 물론이고 전체 메달 숫자(22개)도 역대 최고 성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불교에서는 ‘직접 원인’ 인(因)과 ‘간접 원인’ 연(緣)이 모두 있어야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우유는 특정한 온도와 습도가 맞을 때만 치즈로 변한다. 우유(인)만 있거나 발효 조건(연)만 있을 때는 치즈를 얻을 수 없다. 스포츠 역시 저변과 엘리트 시스템이라는 인과 연이 모두 갖춰졌을 때만 국제대회 성적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초등부 수영 등록 선수는 1596명이었다. 올해는 1.6배에 가까운 2484명으로 늘었다. 반면 수영과 함께 대표적인 기초 종목으로 꼽히는 육상은 10년 전 2167명에서 올해 2430명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수영처럼 ‘돈이 되지 않는’ 종목 선수가 이 정도 늘어났을 때는 어떤 ‘사건’이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 초등부 수영 선수가 늘어난 건 세월호 참사(2014년) 이후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생존 수영’을 가르치는 학교가 늘었고, 그러면서 수영에 재능이 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게 된 거다. 때마침 대한수영연맹 집행부도 바뀌었다. 2021년부터 연맹을 이끌게 된 새 집행부는 엘리트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이전까지 한국 수영 대표 선수들은 “국제 무대 경험이 부족해 아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이번 대회 때는 이런 말을 듣기가 쉽지 않았다. 정부에서 2019년 ‘풀뿌리 체육’ 담당인 국민생활체육회와 ‘엘리트 스포츠’를 관장하던 대한체육회를 통합한 것도 스포츠에 인과 연이 모두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 체육회 초대 수장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맡고 있던 이기흥 회장(68)이 뽑힌 건 기막힌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일본에 추월당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등 엘리트 스포츠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흔히 부카쓰(部活)라고 부르는 학교 방과 후 활동을 통해 남녀 학생 가리지 않고 운동하는 나라가 됐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 체육이 흔들리면 여학생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남학생은 뛰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뛰어노는 존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여학생 비율(97.2%)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러니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부 경기에서 한국이 금메달 13개를 따는 동안 일본이 1.7배 많은 22개를 가져간 건 우연이 아니다. 남자부 금메달 숫자는 한국과 일본이 26개로 똑같았다. 생활 체육 없는 ‘엘리트 스포츠 타령’은 그저 공염불일 뿐이다.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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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소방관이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태극전사, 지에군]

    ‘지에군(结棍)’은 중국 항저우 지역 방언으로 ‘대단하다’ ‘강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장애인 아시안게임 선전을 기원합니다.마지막까지 누가 1위가 될지 알 수 없었다. 레이스 후반부터 선수 5명이 무리를 이뤄 달렸기에 사진 정밀 판독으로나 순위를 가릴 수 있을 상황. 10m 정도를 남겨놓고 한 명이 튀어나왔다. 다른 선수들이 추월하려 애썼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마지막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 선수는 그밖에 없었다. ‘마스터스 사이클의 왕자’가 돌아왔다. 윤중헌(28·팀 수티스미스펠트)이 27일 강원 인제군 스피디움에서 열린 ‘투르 드 코리아(TDK) 2019 스페셜’ 첫날 56분 29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2019년 9월 28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이렇게 등장했던 윤중헌은 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 소속으로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이다. 그렇다고 4년 사이에 장애를 얻은 건 아니다. 윤중헌은 시각장애인 선수 김정빈(31·하이브시스템)과 짝을 이뤄 이번 대회 ‘탠덤 사이클’ 부문에 참가했다. 탠덤 사이클은 비장애인 ‘파일럿’이 앞에 시각장애인 선수가 뒤에 타는 2인승 자전거다.김정빈-윤중헌 조는 대회 개막 이튿날인 23일 4000m 개인 추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었다. 이어 26일에는 18.5km 도로독주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대회 사이클 마지막 경주일인 27일 69km 개인도로에서 1시간35분27초로 우승하면서 한국 사이클 선수로는 처음으로 장애인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했다.윤중헌은 “첫 번째 시상식 때는 벅차기만 했는데 세 번째 애국가를 들으니 훈련하며 고생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같이 땀 흘리며 고생한 정빈 님에게 고맙다. 저를 파일럿으로 선택해주시고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윤중헌은 동호회 동료 박찬종(33)이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장애인 사이클 선수로 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탠덤 사이클 세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9월 왼쪽 다리를 절단한 뒤 장애인 전업 선수가 된 박찬종은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재활 일기’를 남겨 사이클 동호인들 심금을 울린 인물이다. 윤중헌은 “(박)찬종이 형 소개로 정빈 님을 만났다”라며 “탠덤 사이클을 알게 된 뒤 ‘정말 아름다운 동행이구나’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윤중헌은 “(트랙보다) 도로는 변수가 많다. 짧은 코너가 있는가 하면 깊게 꺾이는 구간이 있고,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거나 오르막에서 같이 댄싱(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을 밟는 것)을 해야 할 때도 있다”면서 “정빈 님이 몸으로 느끼기 전에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정빈은 “저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윤중헌의 말을) 들으면서 탄다. 그렇게 서로 맞춘다”라고 했다.윤중헌은 경기 남양주소방서에서 일하는 소방관이다. 원래는 자전거 숍 직원이었는데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며 소방관이 됐다. 윤중헌은 장애인 국가대표가 되면서 비번인 날을 쪼개 훈련하고 공가를 내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윤중헌은 김정빈과 호흡을 맞춰 6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도로독주에서 우승하며 국제대회 금메달을 처음 따낸 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장애인 사이클 역사를 새로 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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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텍사스, 방문경기서만 4승… 월드시리즈 첫 정상 도전

    텍사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정상을 가리는 월드시리즈에 선착했다. 텍사스는 24일 휴스턴 방문경기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최종 7차전에서 11-4로 승리했다. 텍사스가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따낸 건 2010, 201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텍사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적은 없다. 텍사스는 이번 ALCS 때 휴스턴에서 열린 1, 2, 6, 7차전을 모두 따낸 반면 안방에서 열린 3∼5차전은 모두 내줬다. 7전 4승제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방문경기 4승으로 마무리한 건 텍사스가 MLB 역사상 두 번째다. 2019년 월드시리즈 때 워싱턴이 첫 사례를 남겼다. 당시 상대팀 역시 휴스턴이었다. 휴스턴은 올해 정규시즌 때도 안방경기 승률(0.481)이 방문경기(0.630) 때보다 떨어지는 팀이었다. ALCS 최우수선수(MVP)는 아돌리스 가르시아(30)에게 돌아갔다. 가르시아는 챔피언십시리즈 7경기에서 타율 0.357(28타수 10안타), 5홈런, 15타점을 올렸다. 가르시아는 5차전 6회말 역전 3점 홈런을 치고 나서 방망이를 내던지는 세리머니를 했다가 8회말 다음 타석에서 빈볼을 맞았다.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 뒤 분위기가 휴스턴 쪽으로 넘어가면서 텍사스는 결국 4-5로 재역전패했다. 이후 이를 갈고 경기에 나선 가르시아는 6차전 9회초에 쐐기 만루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7차전 때도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차전에서는 애리조나가 필라델피아를 5-1로 꺾으면서 승부를 최종 7차전까지 끌고 갔다. 한국프로야구 SK(현 SSG)에서 4년간 활약했던 메릴 켈리(35)가 애리조나 선발 투수로 나서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25일 역시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7차전 승자가 27일부터 텍사스와 7전 4승제로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MLB 양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가 모두 7차전까지 열리는 건 2003, 2004, 2020년에 이어 올해가 네 번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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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육상 간판 유병훈, 100m부터 마라톤까지 종횡무진 [태극전사, 지에군]

    ‘지에군(结棍)’은 중국 항저우 지역 방언으로 ‘대단하다’ ‘강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장애인 아시안게임 선전을 기원합니다.비장애인 육상 선수가 올림픽 100m와 마라톤에 동시 도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장애인 육상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 육상 대표 유병훈(51·경북장애인체육회)은 2021년 열린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 100m와 마라톤은 물론 400m, 800m까지 출전했다. 유병훈은 당시 “장애인 스포츠에서도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다. 젊은 선수들은 육상이 힘든 종목이라고 생각해 도전하는 친구가 별로 없다”면서 “내가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유병훈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인 아시안게임 때는 100m와 800m만 참가한다. 대신 이번 대회가 끝나면 마라톤에 집중할 계획이다. 23일 선수촌에서 만난 유병훈은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도로만 달릴 거다. 내년 파리 패럴림픽 때도 트랙 종목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유병훈은 2002년 부산 대회 때부터 이번 대회까지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6회 연속 출전해 은 7개, 동메달 5개를 따냈다. 패럴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병훈은 “이번에는 금메달을 따고 싶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은메달”이라며 “좋은 기억, 좋은 추억, 좋은 경험을 갖고 대표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병훈은 그러면서 “나도 운동을 통해 거듭났다”며 장애인들에게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유병훈은 “나는 원래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운동하면서 성격이 달라졌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변했다”며 “장애는 선택할 수 없어도 장애 이후는 선택할 수 있다. 운동에는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그리고 계속해 “국제 대회에 가보면 외국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게 참 부러웠다. 쉰 살이 넘어서도 계속 국가대표로 뛰는 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육상에 많이 도전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마라톤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국내에서 휠체어 마라톤 국제대회에 나설 만한 선수는 문자 그대로 ‘극소수’다. 유병훈은 “뉴욕 도쿄 런던 베를린 보스턴 시카고 등 세계 6대 메이저 대회에는 모두 휠체어 부문이 있다”면서 휠체어 마라톤 대회가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유병훈은 “현재는 휠체어 장애인이 단거리를 할지, 마라톤을 할지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마라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휠체어 장애인이 뛰고 싶은 종목을 찾아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공동 취재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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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빈 나선 사이클서 한국 항저우 APG 첫 金 수확

    김정빈(32·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이 경기 파트너인 윤중헌(31)과 함께 한국 선수단에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안겼다.김정빈은 23일 중국 항저우 CSC 벨로드롬에서 열린 대회 사이클 남자 4000m 개인추발 시각장애(MB) 경주에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선수를 제치고 우승했다. 김정빈은 예선에서 4분32초549로 대회 신기록을 새로 쓰면서 일찌감치 우승을 예감했다.김정빈이 출전한 탠덤 사이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조를 이루는 종목이다. 앞쪽에는 비장애인이 핸들을 조작하면서 페달도 밟고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는 페달만 밟는다.김정빈은 24일 주 종목인 1000m 도로 독주에서 개인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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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톱서 악연… 황대헌-린샤오쥔 ‘4년만의 맞대결’

    ‘황타스틱’ 황대헌(24·강원도청)과 ‘제2의 안현수’ 린샤오쥔(임효준·27)이 드디어 대결을 펼친다. 두 선수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21일 시작하는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 각각 한국과 중국 대표로 출전한다. 황대헌과 린샤오쥔이 국제대회에 같이 참가하는 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던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4년 만이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황대헌과 린샤오쥔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 ‘투톱’으로 통했다. 그러다 2019년 황대헌이 ‘진천선수촌 훈련 도중 린샤오쥔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린샤오쥔은 2020년 5월 7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해 6월 3일 중국으로 귀화했다. 이후 이듬해 5월 27일 대법원은 린샤오쥔의 무죄를 확정했다. 린샤오쥔은 귀화 후 3년이 지나야 새 국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황대헌은 이 대회 남자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린샤오쥔이 중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건 지난 시즌부터다. 다만 지난 시즌에는 황대헌이 태극마크를 달지 못해 두 선수가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만날 일이 없었다. 황대헌은 지난해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도중 기권했다. 선발전을 한 달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는 바람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이번 시즌에는 ‘얼음공주’ 최민정(25·성남시청)이 한국 여자 대표팀에서 빠졌다. 최민정은 ‘2023∼2024시즌은 재도약 기회로 삼고 싶다’면서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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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연속 가을야구 실패 샌프란시스코… MLB 첫 여성 코치 내컨 ‘감독 면접’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5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감독이 탄생할 수 있을까.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얼리사 내컨 수석코치(33·사진)와 감독 면접을 봤다”고 16일 보도했다. 구단도 이 사실을 즉시 인정했다. MLB.com은 “MLB 감독 면접을 본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여성은 내컨 코치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년 연속으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한 뒤 게이브 캐플러 감독(48)을 경질하고 새 감독을 찾고 있다. 학창 시절 소프트볼 선수로 이름을 떨친 내컨 코치는 2014년 프런트 직원으로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입사했으며 2020년 캐플러 감독 취임과 함께 수석코치가 됐다. 여성이 MLB 정규직 코치가 된 것도 내컨 코치가 처음이었다. 내컨 코치는 캐플러 감독을 도와 주로 대타 작전을 담당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1년 대타 홈런 18개로 MLB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내컨 코치는 지난해 4월 13일 안방 경기 도중 앤토안 리처드슨 1루 코치(40)가 퇴장당하자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MLB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코치가 그라운드를 밟는 기록도 남겼다. 다만 내컨 코치가 내년 2월 10일 출산 예정인 임신부라 감독 취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컨 코치는 입덧이 심해 올 시즌 후반기에 2주간 휴가를 내기도 했다. 내컨 코치는 “벌써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시즌 중에 아이가 태어나 휴가를 내는 (남성) 코치도 적지 않다. 출산 후에도 몸 상태 때문에 일을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내컨 코치 외에도 기존 코칭스태프 3명과 감독 면접을 본 상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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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굴라 “난 하프 코리안… 어머니의 나라서 우승, 아주 특별한 기분”

    제시카 페굴라(29·미국·세계랭킹 4위·사진)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 오픈 정상을 차지했다. 1번 시드를 받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페굴라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단식 결승에서 위안웨이(25·중국·128위)를 상대로 1시간 12분 만에 2-0(6-2, 6-3) 완승을 거두고 WTA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페굴라가 코리아 오픈에 출전한 건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페굴라는 우승 직후 ‘온 코트 인터뷰’에서 “나는 어머니가 한국에서 입양된 하프 코리안이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진다”면서 “한국말을 할 줄 몰라서 미안하다. 그래도 삼겹살과 김치를 아주 좋아한다”며 웃었다. 어머니 킴 페굴라 씨(54)는 1974년 서울 노량진 파출소 앞에 버려졌다. 이후 보육원에서 생활하면서 ‘1969년 6월 7일생 김숙희’가 됐다. 실제 생일이 언제인지 본명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해 12월 미국에 입양되면서 보육원에서 얻은 성(姓)이 이름이 됐다. 1993년 남편 페리 씨(72)와 결혼한 킴 씨는 천연가스, 부동산,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통해 2021년 기준 부부 합산 7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모았다. 킴 씨는 2019년 딸의 코리아 오픈 출전에 맞춰 입양 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심장병과 싸우고 있어 이번에는 동행하지 못했다. 그 대신 한국 팬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페굴라는 “한국 팬들이 이 정도로 응원을 보내주실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못해 놀랐다”면서 “어머니가 잘 회복하셔서 내년에는 함께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굴라가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자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7121명이 박수갈채로 화답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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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도 체력 필요” vs “땀 흘려야”… 스포츠 기준 놓고 갑론을박

    《게임-체스… 스포츠 인정 여부 논란 e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종합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e스포츠 같은 마인드스포츠도 스포츠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마인드스포츠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살펴봤다.》 “부상의 위험과 감량의 고통을 이겨내고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과 앉아서 키보드, 마우스만 잘 움직이면 되는 종목을 똑같이 취급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40대 스포츠 팬 J 씨의 이야기다. 종합국제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e스포츠가 정식종목 지위를 얻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이와 비슷하게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다. 바둑이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도 ‘바둑이 정말 스포츠가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한국 남자 선수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군 복무를 사실상 면제받기 때문에 e스포츠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병역 혜택을 주는 게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리그오브레전드’(롤) 금메달을 따면서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은 ‘쵸비’ 정지훈(22)이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인터뷰하면서 논란이 더욱 불타올랐다.● 몸을 얼마나 써야 스포츠일까 아시안게임, 올림픽 같은 종합국제대회는 경기(sport), 종목(discipline), 세부종목(event) 순서로 대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예로 들면 ‘마인드스포츠’라는 경기 아래 바둑과 e스포츠를 비롯해 브리지(카드 게임), 샹치(象棋·중국식 장기), 체스 등 5개 종목이 있는 구조다. 육상 종목에 남자 100m, 여자 200m 같은 세부종목이 있는 것처럼 e스포츠에서는 롤, 스트리트파이터V 등이 세부종목이다. 마인드스포츠에 걸려 있던 금메달은 총 20개로 이번 대회 40개 경기 가운데 5번째로 많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한국 대표로 참가한 15명은 모두 남자였지만 e스포츠는 사실 성별에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이다. 성별에 따라 세부종목을 나누지 않는 아시안게임 종목은 e스포츠와 승마뿐이다. 공교롭게도 승마 역시 ‘말이 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다니는 종목이다. 일본 승마 대표 호케쓰 히로시(82)는 71세였던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호케쓰가 역대 최고령 올림픽 출전 기록 보유자는 아니다. 오스카르 스반(1847∼1927)이 1920년 안트베르펜 대회 때 73세에 스웨덴 사격 대표로 출전한 게 기록이다. 사격도 ‘몸을 많이 쓰는 종목’이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운동선수 사이에서도 ‘몸을 그렇게 안 쓰는데 그 종목이 스포츠냐’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축구 선수 상당수는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도 남자 60kg급 금메달리스트인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60)는 “격투기를 했던 사람에게 축구는 일종의 레크리에이션”이라고 말한다. 물론 야구 선수들도 “야구는 경기장에서가 아니라 경기 전에 땀 흘리는 종목”이라면서 ‘우리도 몸을 쓴다’고 주장하기 바쁘다. 반면 마인드스포츠는 경기 전에도, 경기 중에도 땀 흘릴 일이 거의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마인드스포츠도 스포츠일까 김진환 명지대 교수(바둑학)는 “극히 일부 예외가 있지만 이창호(48), 이세돌(40) 사범 같은 기사도 30대 이후에는 국제대회 우승이 거의 없다. 바둑에서 2시간 넘게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며 “대근육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인드스포츠를 스포츠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은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연철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장은 “1인칭 총쏘기게임(FPS)의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의 동체시력도 요구된다. 마인드스포츠가 신체 활동과 관련성이 없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신체 활동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더 우위다. 김홍식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청소년지도학)는 “활동량이 적은 편인 양궁, 사격도 시위를 당기고 격발을 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근력 훈련을 필요로 한다. 신체 활동이 수반되지 않는 마인드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용배 단국대 교수(스포츠경영학)는 “신체 활동이 있어야만 스포츠로 인정한다는 과거의 정의(定義)를 고집하기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정의란 없다”며 “마인드스포츠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를 벌이는 구조가 다른 스포츠와 똑같기 때문에 스포츠로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해외에서도 ‘그때그때 달라요’다. 2015년 잉글랜드브리지협회와 잉글랜드체육회는 ‘브리지는 스포츠인가 아니면 그저 카드 게임인가’를 놓고 법정 싸움을 벌였다. 브리지협회에서 ‘체육회가 가맹 단체에 나눠주는 체육진흥복표(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우리에게도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 법원은 “브리지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로부터 4년이 지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당시 세계브리지연맹(WBF) 남자부 랭킹 1위였던 게이르 헬게모(53·모나코)에게 1년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제대회 기간 채취한 샘플에서 합성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나왔다는 이유였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WADA에서 금지하고 있는 물질이다. 모나코브리지연맹은 “이번 징계는 마인드스포츠의 특징을 무사한 처사다. 테스토스테론이 정말 지적 능력을 끌어올린다고 믿는 것이냐”고 항변했지만 징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WADA에서 브리지 선수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건 WBF 역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인 단체이기 때문이다. 세계체스연맹(WCF)도 IOC 공인을 받았다. 이론적으로는 브리지와 체스 모두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두 단체는 마작, 바둑, 샹치, 체커(드래프트), 카드 게임, e스포츠 등 6개 종목 국제기구와 함께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IMSA)를 만들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도 올림픽에 꼭 몸을 쓰는 종목만 있었던 건 아니다. 1912년 스톡홀름 대회 때부터 1948년 런던 대회 때까지는 올림픽에 건축, 음악, 문학, 조각, 회화를 종목으로 거느린 ‘예술’ 경기가 있었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을 심사한 뒤 금, 은, 동메달을 주던 이 경기가 올림픽에서 빠진 건 몸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프로 선수’가 참가한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 대회 이전까지는 아마추어 선수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e스포츠는 올림픽 종목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브리지나 체스보다 올림픽 종목이 될 확률이 더 낮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70)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e스포츠는 폭력적이라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칼 싸움에서 유래한) 펜싱 선수 출신인 바흐 위원장이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성을 이유로 e스포츠를 반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론도 나오지만 바흐 위원장이 IOC에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커 대세를 바꿀 정도는 못 된다. IOC는 대신 사이클, 야구, 양궁, 요트, 태권도 등 기존 스포츠 형식은 유지하면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접목한 ‘버추얼 스포츠(virtual sports)’ 보급에 힘쓰고 있다. 태권도를 예로 들면 선수가 몸에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를 붙인 채 가상 공간에서 상대 선수와 겨루기를 벌이는 식이다. IOC는 이미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버추얼 스포츠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버추얼 스포츠가 팬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온라인 시청자 수는 ‘최다’ 접속 순간을 기준으로 2만2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은 ‘평균’ 시청자가 82만6000명을 넘었다. 롤이 가장 인기가 높고 인구도 많은 아시아권 시청자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본방 사수’에 애를 먹었는데도 그랬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올림픽도 e스포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온라인 배틀 게임 ‘도타’ 선수로 함께 뛰는 ‘팀 스피릿’ 이야기를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로를 ‘진정한 친구’라고 부르는 이들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우리는 모든 전쟁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e스포츠야말로 탁월함(excellence), 우정(friendship) 그리고 존중(respect)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보도했다. 2021년 연임에 성공한 바흐 위원장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고 쓰던 올림픽 표어에 ‘다 함께’를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그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IOC 총회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127년 만에 올림픽 표어가 바뀌었다. e스포츠는 ‘다 함께’에도 잘 맞는다는 의견도 들렸다. 이유찬 전남과학대 e스포츠융합학과장은 “장애인들에게 e스포츠는 장벽이 없는 스포츠”라며 “비장애인과 달리기로 경쟁할 수는 없어도, 게임 안에서는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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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 가을야구 ‘텍사스 돌풍’… 12년만에 챔프전 진출

    텍사스가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AL) 최고 승률을 기록한 볼티모어를 꺾고 챔피언결정전(ALCS)에 진출했다. 텍사스는 11일 안방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AL 디비전시리즈(ALDS·5전 3승제) 3차전에서 볼티모어를 7-1로 꺾고 3전 전승으로 ALCS에 선착했다. 텍사스가 ALCS 무대를 밟는 건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텍사스는 2010년과 2011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두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1961년 창단한 텍사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가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를 세 차례(2010, 2012, 2014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브루스 보치 감독(68)에게 지휘봉을 맡긴 텍사스는 정규시즌을 90승 72패(승률 0.556)로 마치면서 AL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텍사스는 탬파베이와 맞붙은 와일드카드 시리즈(ALWCS)에서 2전 전승을 거뒀고, ALDS에서도 싹쓸이 승리를 거두면서 ‘가을 야구’ 무대 5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볼티모어는 정규시즌에 101승 61패(승률 0.623)를 기록하면서 1980년(100승) 이후 43년 만에 100승 이상을 거뒀지만 3경기 만에 포스트시즌 일정을 접었다. 볼티모어가 포스트시즌에 오른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었다. 이날 미네소타에서 열린 반대편 ALDS에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이 미네소타를 9-1로 꺾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갔다. 휴스턴이 ALCS에 진출하면 ‘지역 라이벌’ 텍사스와 역사상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을 벌이게 된다. 휴스턴도 올해 정규시즌 때 텍사스와 똑같이 90승 72패를 기록했지만 맞대결에서 9승 4패로 앞서면서 AL 서부지구 우승팀 자격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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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황규인]‘파이팅!’이라고 외칠 자유를 허하라!

    오늘은 제580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영어 ‘baseball’을 ‘야구’로 쓰게 된 걸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베이스볼’이라고 쓸 수 있게 된 걸 축하하는 날이다. 한글이 없었더라도 baseball은 野球(야구), 奉球(봉구) 또는 영어 그대로 壘球(누구)가 되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을지 모른다. 글과 말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순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합시다’가 목적인 기념일이 따로 없다 보니,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토박이말을 씁시다’ 캠페인이 벌어진다. 올해도 분명 ‘세종대왕께서 요즘 아파트 이름을 보면 울고 가실 것’이라고 탄식하는 기사가 나올 것이다. 한글날 사회면 단골 아이템이 아파트 이름이라면 스포츠면은 ‘파이팅’이다. 파이팅 대신 ‘힘내자’, ‘아자’ 같은 순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거다. 몇 해 전 한 스포츠 매체 논설위원은 “파이팅은 일본에서 유래한 국적 불명 용어”라며 “외국인에게는 주먹을 쥐고 ‘한번 붙어볼래?’라는 식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메달’도 일본에서 한자 ‘金’과 영어 낱말 ‘medal’을 합쳐 만든 국적 불명 낱말 아닌가. 게다가 파이팅은 이제 엄연히 한국어 낱말이다. 파이팅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등재어라는 게 가장 ‘공식적인 증거’다. 이 사전은 이름 그대로 한국어 표준 낱말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애플(apple)’처럼 간단한 외국어 낱말도 이 사전에 없다. 또 구글에 ‘oppa fighting(오빠 파이팅)’이라고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438만 개도 넘게 나온다. 위키피디아에는 한국어 감탄사 ‘paiting(파이팅)’을 설명하는 페이지도 따로 있다. 이 페이지는 ‘hwaiting(화이팅)’도 같은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파이팅이 격려와 응원이 필요할 때 쓰는 한국어 낱말이라는 걸 전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영어가 전 세계에서 가장 힘센 언어가 된 제일 큰 이유는 물론 이 말이 모국어인 나라(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전 세계 언어로부터 어휘와 문법을 적극적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ketchup(케첩)’은 중국어(鮭汁), ‘shampoo(샴푸)’는 힌디어, ‘tatoo(타투)’는 폴리네시아어에서 왔다. ‘chaebol(재벌)’도 영어 낱말이다. ‘오랜만이야’라는 뜻인 ‘Long time no see’도 중국어(好久不見)가 뿌리다. 그런데 우리는 ‘순수한 한국어’라는 게 원래 따로 있었던 것처럼 자꾸 반대로 가려고 한다. 낱말은 언중(言衆) 선택을 받으면 살아남고 아니면 사라진다. 동아일보에 ‘파이팅’이라는 낱말이 처음 등장한 건 1926년 9월 5일이었다. ‘4개 구락부(俱樂部) 야구 연맹전’에서 3위에 그친 중앙 구락부 서상구 감독이 ‘파이팅 부족’을 패인으로 꼽은 것. ‘클럽’을 뜻하는 일본식 조어 ‘구락부’가 우리 언어생활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동안 ‘파이팅’이 계속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 한글날을 맞아 ‘한글 파이팅!’이라고 외칠 수 있는 자유를 허(許)하라!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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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배구협회 “남녀 대표팀 감독 모두 교체”

    아시안게임 출전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부 동반 ‘노메달’에 그친 한국 배구가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했다.대한배구협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임기가 끝난 임도헌 남자 대표팀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8일 발표했다.그러면서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여자 대표팀 감독과도 계약을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덧붙였다.협회는 이와 함께 “남녀 경기력향상위원장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현재 남자경기력향상위원장은 최천식 인하대 감독, 여자경기력향상위원장은 김철용 중앙여중·고 총감독이 맡고 있다.협회는 “뼈를 깍는 쇄신을 통해 한국 배구가 성장통을 거쳐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실행하겠다”고 했다.협회는 다음 달 중 언론, 전문가, 팬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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