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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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미술55%
인사일반13%
문학/출판10%
연극10%
음악3%
역사3%
칼럼3%
문화 일반3%
  • ‘케데헌’ 누적 시청수 3억회 넘었다…넷플릭스 최초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넷플릭스 콘텐츠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했다. 17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케데헌의 누적 시청수는 14일 기준 3억1420만 뷰를 기록했다. 6월 20일 공개된 후 약 석 달만의 기록이다. 이에 따라 케데헌은 지금까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 흥행작이 된 데 이어 첫 3억 회 시청 수를 돌파한 작품이 됐다.케데헌은 2주 전에 넷플릭스 역대 전체 시청수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오징어 게임 시즌1’의 2억6520만뷰다. 케데헌은 공개 후 13주 연속으로 영어 영화 10위 안에 올랐으며, 8~14일에도 시청수 2260만을 기록해 주간 1위 자리를 지켰다. 국가별로는 미국 영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39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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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곡미술관 공간-시간의 기억을 예술로

    미술관에서 눈에 띄는 곳을 그림으로 담거나, 그곳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예 전시 공간 전체를 캔버스 삼아 색을 칠해 커다란 설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국내외 미술가 14인이 개관 30주년을 맞은 성곡미술관을 재료 삼아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모은 전시가 16일 개막했다. 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다. 참여 작가의 면면은 30세인 송예환부터 78세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작가들은 2023년부터 미술관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관찰하며 작업을 구상해, 모두 신작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루스 작가는 미술관 2관 복층 구조인 전시장 벽면과 기둥에 색을 칠했다. 이 색 띠들은 작가가 표시해 놓은 공간에 서서 보면, 2차원의 납작한 직사각형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믿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민재영 작가는 한지와 수묵을 이용해 미술관 주변을 산책하며 봤던 광경 중에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미술관 관객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성지연 작가의 작품, 미술관 정원을 기록한 베로니크 엘레나와 윤정미 작가의 사진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1995년 11월 개관한 성곡미술관은 성곡 김성곤(1913∼1975)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곡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에 공공 미술관이 부족하던 시절, 현대미술을 전시할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탄생한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 미술관 중 하나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미술관은 ‘성곡내일의작가상’으로 젊은 작가를 지원했으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주제전이나 해외 교류전을 운영해 왔다”며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창의적으로 실험하며 성장할 토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12월 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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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관 30주년 성곡미술관, 그 자체가 ‘작품’이 되다

    미술관에서 눈에 띄는 곳을 그림으로 담거나, 그곳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예 전시 공간 전체를 캔버스 삼아 색을 칠해 커다란 설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국내외 미술가 14인이 개관 30주년을 맞은 성곡미술관을 재료 삼아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모은 전시가 16일 개막했다. 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다.참여 작가의 면면은 30세인 송예환부터 78세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작가들은 2023년부터 미술관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관찰하며 작업을 구상해, 모두 신작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루스 작가는 미술관 2관에 복층 구조인 전시장 벽면과 기둥에 색을 칠했다. 이 색 띠들은 작가가 표시해 놓은 공간에 서서 보면, 2차원의 납작한 직사각형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믿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민재영 작가는 한지와 수묵을 이용해 미술관 주변을 산책하며 봤던 광경 중에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미술관 관객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성지연 작가의 작품, 미술관 정원을 기록한 베로니카 엘레나와 윤정미 작가의 사진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1995년 11월 개관한 성곡미술관은 성곡 김성곤(1913~1975)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곡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에 공공미술관이 부족하던 시절, 현대미술을 전시할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탄생한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 중 하나다.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미술관은 ‘성곡내일의작가상’으로 젊은 작가를 지원했으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주제전이나 해외 교류전을 운영해 왔다”며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창의적으로 실험하며 성장할 토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12월 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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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 수 없는 광경을 그려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다

    《위아래가 거꾸로 뒤집힌 여성의 커다란 초상화. 그 옆에 나란히 놓인 그림에는 샤워를 하고 있는 여성이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뒤집힌 초상화는 독일 작가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회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거울이 있는 그림은 한국 작가 정강자의 ‘울지 마’다. 두 작가는 위아래가 바뀐 형상, 거울 속 얼굴을 어루만지는 손짓 등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을 표현해 자신이 본 세계의 모습을 드러낸다.》이처럼 ‘현실에 충격을 주는’ 형상을 담은 예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 ‘형상 회로’가 최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관의 2025년 하반기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형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논한다. 전시는 1970년대 단색화를 중심으로 조명된 추상회화와 민중미술 등 주요 사조에 속하지 않았던 회화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그 출발점이 되는 건 1978년 시작한 ‘동아미술제’다. 당시 동아미술제는 ‘새로운 형상성’을 화두로 개막했다. 동아미술제가 제시한 ‘형상’이란 용어를 일민미술관은 사실주의적 화법을 지칭하던 ‘구상’과 다른 것으로 해석했다. 이를테면, 기계 장치 같은 구조물에 기이한 오브제를 결합한 이승택의 대형 설치 작품은 산업사회의 잔해 위에 인간의 흔적이 화석처럼 얽힌 인상을 준다고 해석했다. 또 변종곤의 회화 작품은 그림 속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일부를 생략하는데, 이런 표현들이 현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고 봤다. 이렇게 전시엔 변종곤, 이승택, 박장년, 한운성, 곽정명 등 동아미술제 수상 작가를 중심으로 바젤리츠와 마르쿠스 뤼페르츠 등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 공성훈, 정석희, 이제, 박광수, 호상근, 김세은, 심현빈, 나디와 지와, 김현진 등 17명이 참가해 작품 98점을 선보인다. 동아미술제의 유산과 해외 작가, 그리고 최근 활동하는 작가들의 실험 정신이 맞닿는 지점을 부각하고자 했다. 전시가 조명하는 2000년대 이후 한국 미술에선 사진을 재구성하거나 내면의 심리, 동시대의 풍경을 결합하는 회화적 양식이 나타난다. 공성훈 작가의 ‘버드나무’, 이제의 ‘청계천 모뉴먼트’처럼 사진을 토대로 한 그림 작품부터 여러 형상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을 담은 박광수의 ‘집 유령 거미’ 등을 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인 ‘형상 회로’는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현실에 빠르게 불을 밝히는 예술 작품의 모습, 각자가 지닌 저마다의 회로 내부에서 다른 빛을 발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포괄한다. 동아미술제는 1970년대 미술계 인사를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성격과 명칭을 정한 뒤 1978년 출범했다. 신진 작가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통로가 부족했던 실정에 맞춰, 장르 구분을 최소화하고 작품 규격 제한을 없앴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면 대안 공간, 비엔날레, 상업 갤러리들이 등장해 작가들의 활동 무대가 증가했다. 이에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동아미술제는 전시기획 공모로 전환해 운영됐다. 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팀장은 “권위 의식에 도전해 미답의 가치를 발굴한 동아미술제의 창설 정신과 시대 변화를 읽고 혁신에 매진한 진지함은 오늘날 일민미술관과 한국 미술의 정체성에도 계승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26일까지 열린다. 매주 일요일 오후 3시엔 현장 신청자를 대상으로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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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자국부터 햇빛까지 컴퓨팅… 외계인의 시선으로 상상했죠”

    관객이 드나들어야 할 건물 입구는 흙더미로 가로막혀 있다. 대신 지하를 통해 내부로 들어서면 하얀 가벽은 모두 철거된 채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깨끗해야 할 미술관 바닥에 흙 언덕이 펼쳐진 가운데 ‘에이리언’이 떠오르는 기계 팔에 덮여 있는 세탁기만 조용히 돌아간다. 1995년 첫 전시 ‘싹’을 시작으로 30년간 운영된 미술관인 아트선재센터가 폐허가 된 듯했다. 이 생경한 광경은 3일 개막한 아르헨티나 출신 현대미술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첫 한국 개인전 ‘적군의 언어’가 빚어냈다. 미술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체 건물을 재료 삼아 하나의 조각 작품을 만들 듯 독특한 공간이 조성됐다. 첫 한국 전시를 위해 내한한 로하스 작가를 지난달 29일 미술관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을 하다가 작가에게 ‘흙 언덕 위에 올라갈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거절했다.“여기 발자국이나 모든 흔적은 컴퓨터로 정확하게 계산한 거라 밟으면 안 돼요. 아무렇게 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의 말처럼 엉망처럼 보이는 전시장 속의 모든 요소는 계획된 것이다. 심지어 창문을 가린 천 틈새로 비치는 햇빛까지도. 작가는 지난해 미술관을 찾아 수개월간 직원이나 관객이 건물을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후 작업실에 돌아가 공간을 구성했다.2층에 놓인 대형 조각은 ‘상상의 종말’ 연작 중 하나다. 작가가 개발한 디지털 시뮬레이션 도구인 ‘타임엔진’에서 그래픽으로 먼저 제작한 뒤 아날로그 조각으로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로하스는 ‘타임엔진’을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저는 마르셀 뒤샹 이후 현대미술이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이미 표현되거나, 이용되고, 미학적으로 해석돼 더 이상 쓸 것이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컴퓨터 기술의 힘을 빌려) 외계인이 된 것처럼 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편견도, 선입견도, 문화적 맥락도 모두 지우면 거기서 인간을 다시 사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로하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의 목소리를 지우고 “누구의 것도 아닌 동시에 모두의 것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했다.“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또한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죠. 인간과 비인간, 산 자와 죽은 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죠. 저는 조각을 만들 때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이나 변형을 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럴 때 오히려 작품이 저를 벗어나 현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술관을 뜯고 해체하고 재조립한 로하스 작가의 작품을 보고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원상 복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그중 하나였다. 작가는 “나도 미술관에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이번 작업의 결과물은 이미 건물과 하나가 됐거든요. 우리가 만든 조각은 미술관 건축물과 보존팀이 만들어준 온도, 습도, 보호 환경 속에 편안히 적응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전시장은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있다.) 거미와 개미, 귀뚜라미 같은 생명체도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지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체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한 몸이 된’ 미술관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유일한 끝맺음일지도…?” 내년 2월 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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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함께 뛰는 그들의 러닝, 연대를 배우는 ‘러닝’이었다

    현재 세계 남자 마라톤 기록 상위 10명 가운데 절반은 에티오피아 출신이라고 한다. 또 올림픽 남자 1만 m 종목에서 케냐는 딱 1번 우승했지만, 에티오피아는 2025년 기준 여섯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사람들은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월등한 실력이 ‘유전자’나 ‘열악한 환경’ 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눈부신 기록 뒤엔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을 믿는 ‘집단적 신념’이 큰 역할을 했다. 공동체적 연대가 바탕이 된 고유의 탄탄한 훈련 시스템이 그들을 ‘달리기 강국’으로 만든 셈이다. 이 책은 영국 더럼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에티오피아로 직접 참여 관찰 연구를 떠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2시간 20분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저자는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뒤, 다음 날 무작정 밖으로 나가 러너들과 합류한다. 그렇게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15개월 동안 직접 달린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언덕을 달렸고, 하이에나를 쫓아간 적도 있다. 독창적이지만, 때로는 위험하기도 한 방식으로 달리는 에티오피아 러너들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에티오피아 러너들은 GPS 시계나 데이터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곳에선 달리기가 수치가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자 생존의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GPS 시계를 차더라도 그룹 중 한 명만 쓰거나, 서로 누가 더 느리게 달리는 지 실험하는 데 쓰기도 한다. 이는 무조건 빠른 기록을 세우는 것보다, 러닝이 몸에 주는 느낌과 서로의 호흡을 더 중시한다는 걸 보여준다. 재밌는 건 에티오피아에선 혼자 뛰는 걸 금기시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혼자 뛰는 러너는 ‘기록보다 건강을 위해 달리는 여행객’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에게도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함께 다양한 지형을 뛰면서, 빠른 페이스가 필요하거나 장애물이 있을 때 서로에게 신호를 주며 한 몸처럼 달린다. 책에는 걷기만 해도 숨이 차 뛰기 힘들 정도로 높은 지대에서 뛰는 러너들도 다뤘다. 이는 특별한 훈련법이라기보단, 고지대의 희박한 산소나 유칼립투스 나무가 가득한 숲 등 특정 장소에서 뛰면 ‘신비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늘 똑같은 조건의 트랙에서 뛰는 것보다 흙이 쌓인 숲이나 돌길 등 여러 곳에서 몸을 적응시키는 게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가 볼 땐, 희한한 ‘전통’도 존재했다. 훈련 중에 쓰러진 한 러너는 자신이 넘어진 이유가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료들은 그를 둘러싸고 퇴마 의식까지 치러준다. 하지만 이건 단순하게 미신으로 폄하할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오히려 이 러너가 자기에게 닥친 고통과 어려움, 압박 같은 불확실성을 ‘저주’로 받아들였단 점에 주목한다. 다른 이들과 힘을 합쳐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러닝을 위한 훈련법이나 심리적 성공담을 알려주진 않는다. 대신 저자의 전문성과 생생한 현장을 바탕으로 달리기의 참 의미를 찾는다. 어쩌면 달리기에는 인생과 문화, 공동체의 경험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도 ‘러닝 인구 1000만 명 시대’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달리기가 인기다. 달리기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전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을 통해 새로운 러닝의 매력을 얻을 수 있다. 또 자연환경의 마법적인 힘, 공동체와 연대, 실패와 희망의 인간적인 스토리에 깔린 인류 문화의 한 단면도 관찰할 수 있다. 인류학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마거릿 미드상’ 수상작.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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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신문협 “美, 외국언론인 비자 240일 제한 철회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 언론인의 비자(I 비자) 유효기간을 24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세계신문협회(WAN-IFRA)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신문협회와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한 국내외 언론단체들은 11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새 규정안은 외국 언론인의 주택 확보, 은행 계좌 개설 등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특파원의 활동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현재 미국의 외국 언론인 비자는 5년간 유효하지만 특정 조건을 준수하면 미국 근무 기간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성명은 이어 “(비자 유효기간 단축은) 미국에서 보도되는 보도의 양과 질을 저하시키고, 개방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해 온 미국의 유산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세계 각국의 신문과 방송, 디지털미디어 및 언론단체 119곳이 참여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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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신문협회 “美, 외국언론인 비자 240일로 단축 철회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 언론인의 비자(I 비자) 유효기간을 24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세계 언론계가 철회를 촉구했다.세계신문협회(WAN-IFRA) 등은 11일(현지 시간)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새 규정안은 외국 언론인의 주택 확보, 은행 계좌 개설 등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특파원의 활동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현재 미국의 외국 언론인 비자는 5년간 유효하지만 특정 조건을 준수하면 미국 근무 기간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성명은 이어 “(비자 유효기간 단축은) 미국에서 보도되는 보도의 양과 질을 저하시키고, 개방성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해 온 미국의 유산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신문과 방송, 디지털미디어 및 언론단체 119곳이 참여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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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 ‘소와 아동’ 70년만에 경매 나온다…시작가 25억원

    이중섭 화백(1916~1956)의 1954년 작품 ‘소와 아동’이 70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온다. 케이옥션은 24일 열리는 9월 메이저 경매에 이 작품이 출품된다고 12일 밝혔다. 시작가는 25억 원이다.‘소와 아동’은 1955년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개인전에서 처음 공개된 후 한 개인 소장자가 70년간 줄곧 소장해 온 작품이다. 1972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유작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이중섭, 백 년의 신화’전에 출품된 바 있다. 케이옥션은 “이중섭의 ‘소’ 연작은 현재 10점가량만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상당수를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며 “경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이 드물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다른 ‘소’ 작품이 세운 낙찰가 47억 원을 넘어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이번 경매에는 박수근(1914~1965)이 1959년 그린 작품 ‘산’도 출품된다. 시작가 13억 원으로 나온 이 작품은 황갈색과 회백색을 중심으로 표현한 산의 풍경을 담고 있다. 이밖에 ‘물방울 작가’ 김창열(1929~2021)의 작품 5점 등 작품 총 126점이 경매에 나온다. 출품작은 13일부터 24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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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물방울은 마리아의 눈물같다”… 佛디자이너 손길로 살아난 김창열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의 회고전 ‘김창열’이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6전시실 지하 깊숙한 곳엔 사방이 검은색으로 연출된 방이 있다. 여기엔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 2점만 걸려 있다. 이 어두침침한 공간에 비치는 한 줄기 조명. 마치 캔버스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분위기가 자못 극적이다. 이 공간 디자인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현대미술관이 처음으로 초청해 협업한 해외 전문가로, 프랑스 출신 전시 디자이너인 아드리앵 가르데르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이다. 11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 응한 그는 “김창열의 물방울은 마리아의 눈물이 떠오른다”고 했다. 실제로 가르데르는 미술관과 만나 예수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마리아를 담은 종교화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는 김창열 작품에서 ‘애도와 속죄’라는 키워드를 끌어냈던 설원지 학예연구사의 해석과도 맞닿는다. 이에 물방울 연작의 전시 공간은 어둡고 무겁게 연출됐다. 그와 함께 전시공간을 디자인한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기획관은 “가르데르의 프랑스 루브르-랑스 박물관의 석상 전시실 디자인을 인상 깊게 봐 김창열 전시에 그를 초청했다”며 “김창열 작가가 파리에서도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해석하면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김 기획관이 디자인적으로 주목해주길 바라는 공간이 하나 더 있다. 6전시실 계단으로 내려가 마주하는 지하 복도와 옆 전시실로 연결되는 동선이다.“이 복도엔 김창열이 가장 힘들고 주눅 들었던 시기인 뉴욕 시절 작품을 빽빽이 걸었습니다. 작가의 웅크린 마음과 새로운 것을 쥐어 짜내는 상황을 표현했죠. 복도 끝 넓은 전시실로 나가기 직전의 작은 벽엔 ‘밤에 생긴 일’을 배치했어요. 이 작품은 물방울 연작이 탄생하는 결정적 시기의 작품이거든요. 고뇌 끝에 물방울 회화가 탄생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동선을 짠 거죠.”(김 기획관)“이번 전시 디자인은 작품과 공간, 스토리텔링을 서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서두를 장식한 유리 물방울 조각 ‘의식’부터 프랑스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과 사색의 공간인 ‘현상’, 기념비적 작품인 ‘회귀’에 이르기까지 전시의 모든 요소를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끔요.”‘김창열’전은 작가의 대표작과 초기작, 뉴욕 시기 등 미공개 작품 31점을 포함해 120여 점을 소개한다. 6, 7전시실은 작가의 작품을, 8전시실은 미공개 자료와 작품으로 구성한 ‘별책부록’ 성격의 공간이다. 12월 2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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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존 最古 ‘임진년 호작도’ 리움미술관 첫 공개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까치·호랑이의 그림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일 개막했다. 이 가운데 1592년 제작된 ‘호작도’(사진)는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리움미술관은 M1 2층에서 열리는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호작(虎鵲)’에서 호랑이와 까치를 주제로 한 전통 회화와 민화 7점을 선보인다. 1592년 호작도는 그림 오른쪽 윗부분에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지금까지 알려진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민화가 아닌 정통 회화 형식으로 그려져, 중국 원나라에서 시작한 호작도 형식이 한국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호작도는 19세기 들어 민화로 그려지며 크게 유행했다. 이번 전시에는 단순하고 해학적인 화풍을 지녀 ‘피카소 호랑이’란 별명이 붙은 19세기 호작도도 전시된다. 이 그림의 호랑이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프가 됐으며,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도 1874년 신재현이 그린 ‘호작도’, 호피 무늬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 등도 만날 수 있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430여 년 전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11월 3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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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독 미디어 제국’ 장남이 승계, 상속분쟁 마무리

    미국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포스트 등 보수 성향 매체들을 보유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94) 가문이 수십 년에 걸친 상속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간) “머독 가문은 루퍼트 머독의 후계자인 장남 래클런이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갖는 대가로 다른 형제들에게 33억 달러(약 4조5751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로 머독 가문이 소유한 매체들이 보수적 성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래클런을 제외한 다른 세 자녀인 프루, 리즈, 제임스는 기존에 보유했던 가족 신탁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에 각각 11억 달러를 받기로 했다. 루퍼트 머독은 미디어 기업 지분을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인 장남에게 몰아주려고 상속 계획 변경을 시도하다가, 다른 자녀들의 반발에 부딪혀 오랫동안 소송을 벌여 왔다. 래클런은 이번 합의를 통해 머독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가족 신탁은 2030년까지 유효해 루퍼트 머독이 그 전에 사망할 경우,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나머지 자녀들이 래클런의 지배권을 흔들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향후 가족 신탁은 이번 합의를 반영해 새로운 신탁으로 바뀌게 된다. 머독 가문이 소유한 언론 기업은 크게 폭스 코퍼레이션과 뉴스코프로 나뉜다. 폭스 코퍼레이션 산하에는 폭스 뉴스 미디어, 폭스 엔터테인먼트, 폭스 스포츠 등이 있다. 뉴스코프는 WSJ와 다우존스 간행물, 뉴욕포스트,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함께 영국 더타임스·선데이타임스·더선, 호주 오스트레일리안 등을 보유하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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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데헌 마스코트’ 까치와 호랑이, 조선시대 그림으로 본다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까치·호랑이의 그림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일 개막했다. 이 가운데 1592년 제작된 ‘호작도’는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리움미술관은 M1 2층에서 열리는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호작(虎鵲)’에서 호랑이와 까치를 주제로 한 전통 회화와 민화 7점을 선보인다.1592년 호작도는 그림 오른쪽 윗부분에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에 남아 있어 지금까지 알려진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민화가 아닌 정통 회화 형식으로 그려져, 중국 원나라에서 시작한 호작도 형식이 한국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호작도는 19세기 들어 민화로 그려지며 크게 유행했다. 이번 전시에는 단순하고 해학적인 화풍을 지녀 ‘피카소 호랑이’란 별명이 붙은 19세기 호작도도 전시된다. 이 그림의 호랑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프가 됐으며,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이밖에도 1874년 신재현이 그린 ‘호작도’, 호피무늬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 등도 만날 수 있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430년 전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11월 3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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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해자 감싸던 변호사, 성폭력 피해자 되다

    “왜 더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죠? 이건 곧 허락한다는 의미 아닌가요. 멈추라고 왜 크게 말하지 않았나요?” 유능한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테사. 그는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법정에서 이렇게 묻곤 했다. 노동자 계층 출신으로 정상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렸던 그에게 재판은 이겨야 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성폭행 가해자를 변호할 때도 거침없었다. 피해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든 피해자에게도 테사는 가혹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던 어느 날, 테사는 동료 변호사에게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행을 당한다. 하루아침에 피해자가 된 그는 변호사로서 피해자들에게 했던 질문을 자기가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법을 잘 알기에 자신의 피해를 법정에서 입증하기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테사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782일간의 외로운 법정 싸움을 이어간다.2019년 호주에서 초연한 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국내 초연을 펼치고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인 수지 밀러가 쓴 이 작품은 신유청이 연출을 맡았고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이 무대에 오른다. 무대 위엔 나무 책상과 의자, 조명 등 소도구만이 놓여 있다. 이 소품을 옮기며 배우가 10여 명의 인물을 홀로 연기하면서 러닝타임 120분을 이끌어 간다. 세 배우의 개성에 맞춰 동선이나 소품이 조금씩 다르게 연출된다. 신 연출은 “테사의 중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각 배우가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상황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김신록은 날카롭지만 의외의 면모가 있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입니다. 이자람은 포근하지만 한없이 따뜻하기보다 역할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 해설자처럼 관객을 이끌어 감정을 느끼도록 돕는 측면이 있죠. 차지연은 부상으로 아직 무대에 못 올랐지만 두 배우의 중간 지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 연출은 ‘프리마 파시’의 매력으로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을 꼽았다. “일반적인 공연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작품은 공연의 옷을 입은 현실이란 점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는데 주변에선 공감이나 이해를 해주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반복되고 있죠. ‘무언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테사의 말에 관객의 마음이 움직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극을 준비했습니다.” 11월 2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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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자 편에 섰던 냉혈 변호사, 자기가 피해자 돼보니…

    “왜 더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죠? 이건 곧 허락한다는 의미 아닌가요. 멈추라고 왜 크게 말하지 않았나요?”유능한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테사. 그는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법정에서 이렇게 묻곤 했다. 노동자 계층 출신으로 정상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렸던 그에게 재판은 이겨야 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성폭행 가해자를 변호할 때도 거침이 없었다. 피해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 피해자에게도 테사는 가혹한 질문을 던진다.그러던 어느 날, 테사는 동료 변호사에게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행을 당한다. 하루아침에 피해자가 된 그는 변호사로서 피해자들에게 했던 질문을 자기가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법을 잘 알기에 자신의 피해를 법정에서 입증하기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테사는 진실을 밝히겠단 일념으로 782일간의 외로운 법정 싸움을 이어간다.2019년 호주에서 초연한 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국내 초연을 펼치고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인 수지 밀러가 쓴 이 작품은 신유청이 연출을 맡았고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이 무대에 오른다.무대 위엔 나무 책상과 의자, 조명 등 소도구만이 놓여 있다. 이 소품을 옮기며 배우가 10여 명의 인물을 홀로 연기하며 러닝타임 120분을 이끌어 간다. 세 배우의 개성에 맞춰 동선이나 소품이 조금씩 다르게 연출된다. 신 연출은 “테사의 중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각 배우가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상황에 맞췄다”고 설명했다.“김신록은 날카롭지만 의외의 면모가 있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입니다. 이자람은 포근하지만 한없이 따뜻하기보다 역할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 해설자처럼 관객을 이끌어 감정을 느끼도록 돕는 측면이 있죠. 차지연은 부상으로 아직 무대에 못 올랐지만 두 배우의 중간 지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신 연출은 ‘프리마 파시’의 매력으로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을 꼽았다.“일반적인 공연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작품은 공연의 옷을 입은 현실이란 점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는데 주변에선 공감이나 이해를 해주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반복되고 있죠. ‘무언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테사의 말에 관객의 마음이 움직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극을 준비했습니다.” 11월 2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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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특별 군사 작전’ 용어 뒤에 숨은 의도는?

    2022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특별 군사 작전’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을 막으려는 러시아의 침략적 의도가 다분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테러 용의자들에게 ‘고강도 심문 기법’을 이용했다는 발표를 한다. 이 역시 거창해 보이지만, 비밀 감금 시설에서 가혹한 물리적 심리적 심문 즉 ‘고문’을 했단 뜻이다. 이 책은 이처럼 언어가 얼마나 교묘하게 진실을 왜곡하고 현실을 숨길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제목 ‘더블스피크(doublespeak)’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묘사한 ‘신어(newspeak)’와 ‘이중사고(doublethink)’를 결합해 나온 용어다. 실제 의미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하거나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감추거나 왜곡하는 언어 표현을 일컫는다. 책에 따르면 더블스피크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불쾌하거나 부정적인 사실을 부드럽고 긍정적으로 표현해 직접 언급을 피하는 ‘완곡어법’, 특정 집단이나 기관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용어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들게 해 실상을 숨기는 ‘전문용어’, 정부 문서에서 흔히 쓰는 과도하게 장황하고 모호한 문장인 ‘관료적 언어’, 실제보다 더 웅장하거나 중요하게 보이도록 표현해 실체를 왜곡하는 ‘과장된 표현’ 등이다. 이러한 더블스피크는 정치판이나 관가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책은 기업 운영이나 광고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분야에서도 맞닥뜨릴 수 있는 더블스피크의 사례를 충실히 보여준다. 이를테면 월스트리트에선 주식시장이 절대 ‘무너졌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기술적 조정’, ‘후퇴’, ‘완화’ 등을 자주 쓴다. 또 치약 광고는 ‘충치를 예방해 준다’고 말하지 않는다.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책임을 회피한다. 저자는 이런 더블스피크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대중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무기임을 여실히 경고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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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을 바라보고 눈을 감았을 때, 그 잔상…

    최지목 작가의 개인전 ‘백 개의 태양’이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최 작가가 수년 전부터 몰입해 온 ‘잔상’ 연작 중 신작 18점을 공개했다. 연작 제목인 ‘잔상’은 태양을 바라보고 눈을 감았을 때 남는 잔상을 표현한다고 한다. 형광 물질이 흐르거나 폭죽이 터지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세포의 모습을 촬영한 것 같은 모습들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림을 실제로 보면 도색을 마친 벽면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작품은 물감에 작은 돌멩이나 반짝이 같은 것을 섞어 스프레이로 뿌리면서 겹겹이 쌓아 올려서 그려졌다. 이 덕분에 빛이 그림 깊은 곳에서 스며 나오는 것 같은 효과가 연출된다. 여기에 형광색을 사용해서 눈부신 빛의 느낌을 살렸다. 최 작가는 “이전에는 캔버스 위에 색 조명을 비춰서 빛나는 느낌을 표현하려 했는데, 이번 전시는 백색의 갤러리 공간에서 열려 조명을 쓰지 않고 완전히 캔버스와 물감만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해당 연작을 “인간의 눈이 빛을 통해 색을 보는 ‘광학적인 현상’을 순수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6일에는 갤러리에 조명등을 설치하고 관객이 빛의 변화에 따라 눈에 비치는 잔상을 경험해 보도록 하는 퍼포먼스 ‘당신의 망막은 나의 캔버스’도 개최한다. 최 작가는 “조명을 붓처럼 사용하면서 관객들의 눈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이달 2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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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의 ‘잔상’을 표현한다면…갤러리바톤서 최지목 개인전

    최지목 작가의 개인전 ‘백 개의 태양’이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최 작가가 수년 전부터 몰입해 온 ‘잔상’ 연작 중 신작 18점을 공개했다. 연작 제목인 ‘잔상’은 태양을 바라보고 눈을 감았을 때 남는 잔상을 표현한다고 한다. 형광 물질이 흐르거나 폭죽이 터지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세포의 모습을 촬영한 것 같은 모습들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림을 실제로 보면 도색을 마친 벽면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작품은 물감에 작은 돌멩이나 반짝이 같은 것을 섞어 스프레이로 뿌리면서 겹겹이 쌓아 올려서 그려졌다. 이 덕분에 빛이 그림 깊은 곳에서 스며 나오는 것 같은 효과가 연출된다. 여기에 형광색을 사용해서 눈부신 빛의 느낌을 살렸다. 최 작가는 “이전에는 캔버스 위에 색 조명을 비춰서 빛나는 느낌을 표현하려 했는데, 이번 전시는 백색의 갤러리 공간에서 열려 조명을 쓰지 않고 완전히 캔버스와 물감만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작가는 해당 연작을 “인간의 눈이 빛을 통해 색을 보는 ‘광학적인 현상’을 순수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6일에는 갤러리에 조명등을 설치하고 관객이 빛의 변화에 따라 눈에 비치는 잔상을 경험해 보도록 하는 퍼포먼스 ‘당신의 망막은 나의 캔버스’도 개최한다. 최 작가는 “조명을 붓처럼 사용하면서 관객들의 눈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이달 2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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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년 전 장인이 한 장씩 만든 고서의 감촉, 예술이에요”

    “책장에서 조용히 꺼내 보는 필사본은 아주 내밀한 예술품이에요. 수백 년 전 장인이 만든 책을 만져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 필사본만의 매력입니다.”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고미술품을 다루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꾸준히 중세 유럽 책을 가져와 눈길을 끄는 갤러리가 있다. 30년 전 프랑스 파리에 설립돼 미국 뉴욕에 지점을 둔 ‘레장뤼미뉘르’다. 이 갤러리를 이끄는 샌드라 하인드먼 대표(81)를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옥에서 만났다. 하인드먼 대표는 50대에 갤러리를 열기 전까진 대학에서 중세 미술사와 필사본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그는 “중세 필사본 분야는 매우 특수해 고미술 상인이 도움을 요청할 때가 많았다”며 “필사본을 감정하고, 고객 연결을 도와주며 갤러리 운영의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가 올해 프리즈 마스터스에 가져온 건 14세기 필사본 ‘장미 이야기(Le Roman de la Rose)’와 중세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기도서 ‘시간의 서’ 등이다. 그는 “장미 이야기는 중세의 사랑과 모험을 담은 것으로 1350년경 기욤 드 로리스와 장 드 묑이 제작했다”며 “총 19권 중 18권은 공공기관이 소장하고 있고, 외부로 나온 유일한 한 권”이라고 설명했다. 청금석과 공작석, 송아지 가죽을 다듬은 피지로 만든 이 책은 중세 왕족이나 귀족이 주문 제작했다. 하인드먼 대표는 중세 필사본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3명의 딜러 가운데 한 명이다. 미술품도 수집한다.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예술가 도라 마르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한다. 하인드먼 대표는 “여성으로 일하며 자연스레 중세는 물론이고 모든 시대 여성 미술가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며 한국 작가 노은님(1946∼2022)의 작품도 소장하게 됐다”고 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미술사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한 하인드먼 대표는 2023년 서울대에서 ‘중세 필사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는 등 세계에서 이 분야를 알리려 노력한다. 그는 “중세 필사본은 틈새시장이지만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일본까지 세계 곳곳에 열정적인 컬렉터들이 있다”며 “파리엔 ‘시간의 서’ 수십 권을 수집하고 매일 밤 한 권씩 꺼내 감상한다는 소장가도 있다”고 소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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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에 몸 사린 ‘프리즈 서울’… “실험성보단 팔릴 작품”

    “지난해보다 덜 붐비고 작품도 더 차분해졌다.” 3년째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고 있는 한 해외 갤러리스트의 평이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이 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동시 개막했다. 이 갤러리스트는 “글로벌 경제 불황의 여파가 느껴진다”며 “초기엔 개념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많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팔릴 만한 작품이 많다는 인상”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올해 4회 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28개국에서 120개 갤러리가 참가했는데, 유럽이나 영미권 갤러리 참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줄어들었다. 첫해 프리즈 서울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서구 젊은 작가들의 도전적인 작품이나 에곤 실레 같은 미술사 거장의 작품으로 눈길을 끈 바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갤러리들의 참가 비중이 35%에 이르렀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이에 대해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졌고 한국 갤러리의 성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판매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송료 등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글로벌 갤러리가 아닌 서구권 갤러리는 상당수 참가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빈자리를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갤러리가 채웠다. 이런 가운데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갤러리들이 미술관과 협업해 작가를 홍보하고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호암미술관과 리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 이불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마크 브래드퍼드,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아모아코 보아포 작품을 페어장에서 볼 수 있었다. 그간 한국과 인연이 많지 않던 동남아시아 갤러리들의 적극적인 진출도 인상적이다. 태국 방콕이 거점인 SAC 갤러리는 현지 작가 쁘라빳 지와랑산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구성했다. 지와랑산 작가는 버려진 사진을 콜라주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 관객을 위해 한국인의 사진을 활용한 작품도 출품했다. 그는 “서울의 구제 시장에서 구한 사진들을 조합해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갤러리들은 프리즈 서울을 당장 작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미술관 관계자나 큐레이터를 페어장에서 만나 작가를 소개하는 기회로 여긴다. SAC 갤러리의 프로그램 디렉터 대니시 섹산은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면 한국은 물론 여러 아시아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서울에 모여든다”며 “그들이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 전시 기획으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키아프 서울은 지난해 206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나, 올해는 175개 갤러리로 규모를 줄였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참가 갤러리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며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한 고민 끝에 외형보다 내실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 C, D홀에서 6일까지,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1층 A, 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7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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