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유엔이 하는 건 매우 강한 어조의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결코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뿐이다. 그건 공허한 말일 뿐이고, 공허한 말은 전쟁을 해결하지 못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6년 만에 다시 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의 무능을 질타하며 이같이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이어져 온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와 국제협력 체제를 사실상 부정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올 1월 재집권한 뒤 ‘관세 폭탄’을 날리며 국제 통상 구조에 혼란을 일으켰고, 동맹에 거액의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며 안보의 축도 흔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제질서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들에게 주어진 15분의 발표 시간을 훌쩍 넘겨 장장 56분간 재집권 후 자신의 치적과 미국의 우월함을 강조했다. 그는 다음달 창설 80주년을 맞이하는 유엔은 물론이고 미국과 오랜 협력 관계이며, 다자주의 질서 구축에 기여한 유럽의 이민과 에너지 정책 등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 이민자 수용, 親환경 정책 등 겨냥하며 유엔과 유럽 정면 비판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 대한 비판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내가 7개의 전쟁을 종식시킬 동안 유엔으로부터 최종 합의를 돕겠다는 전화 한 통조차 받지 못했다”며 “유엔이 했어야 할 일을 내가 해야 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또 “유엔으로부터 내가 받은 건 올라가다 멈춰 버린 에스컬레이터와 고장 난 프롬프터뿐”이라며 이날 오전 유엔 본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해프닝을 빗대 유엔의 무능을 질타했다.그러면서 재집권 후 미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한 경제와 강력한 국경을 갖게 됐다며 유럽이 미국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며 “미국은 지난 4개월간 국경을 넘은 불법 이민자가 0명이다. 하지만 유럽은 통제 불능의 이민 위기로 나라가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신들의 나라는 지금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유엔과 각국 주도의 탄소 감축 노력에 대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라고 몰아붙였다. 1982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2000년까지 기후변화가 세계적 재앙을 일으킬 거라고 경고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 “여러분이 ‘녹색 사기(green scam)’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여러분의 나라들은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특히 유럽을 향해 “재생에너지는 인류가 고안한 가장 비싼 에너지”라며 “유럽이 ‘정치적 올바름(PC)’을 지향하며 석유와 가스에서 강력한 우위를 포기하는 동안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규칙을 어기며 부자가 됐다”고 했다. 유럽 등의 재생에너지 집착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중국 같은 경쟁국에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연설 때 박수는 한 차례만 나와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등에서 자신의 전쟁 종식 노력을 열거하며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나의 (종전) 업적에 대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내가 신경 쓰는 건 상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최근 동맹인 영국, 프랑스 등이 잇달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데 대해선 “이 기구(유엔)의 일부 나라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일방적으로 인정하려 하고 있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너무 큰 보상이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이날 회의장에 모인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통상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선 정상들의 발언 중간중간에 박수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하마스에 인질 석방을 촉구할 때만 박수가 나왔다.뉴욕타임스(NYT)는 “유엔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 세계의 동맹국과 적대국을 맹렬히 비난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1일 오전 8시 30분경(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제로’를 찾았다. 2001년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현장이자 이후 추모공원 ‘9·11 메모리얼뮤지엄’이 들어선 곳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침통하고도 그리운 표정으로 끝없이 호명되는 사람들의 이름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바로 24년 전 테러에 희생된 2977명의 이름이었다.》테러 발발 24년이 흘렀지만 미국은 매년 열리는 추모식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단 한 명도 생략하지 않고 모두 부르고 있다. 끝까지 호명하는 데는 약 4시간이 걸린다. 희생자 명단은 유가족들이 돌아가며 읽는다. 두 사람씩 짝을 이뤄 번갈아 수십 명의 이름을 부르고 마지막에 자신의 가족을 추억하는 짧은 인사말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름 호명에 필요한 유가족만 100여 명에 달한다. 추모 행사를 주관하는 9·11 메모리얼뮤지엄 측이 유가족들에게 서신을 보내고 희망자를 받아 조율한다.이들은 총 6번에 걸쳐 함께 추모의 묵념도 한다. 각각 오전 8시 46분(비행기가 북쪽 타워에 충돌한 시각), 오전 9시 3분(비행기가 남쪽 타워에 충돌한 시각), 오전 9시 37분(비행기가 펜타곤에 충돌한 시각), 오전 9시 59분(남쪽 타워가 붕괴된 시각), 오전 10시 3분(비행기가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시각), 오전 10시 28분(북쪽 타워가 붕괴된 시각)을 의미한다. 묵념을 위한 종이 울릴 때마다 미국인들은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거듭할 수 있다. 미 전역의 주요 뉴스 채널이 매년 이 모습을 생중계한다. 뉴욕을 포함한 미 전역의 시민들이 함께 9·11테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이다. ● 암 환자 급증에 각종 지원 대책 테러 발발 24년이 흘렀지만 테러의 충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테러 당시 숨진 사람의 수보다 테러 이후 테러의 영향으로 사망한 이들의 수가 훨씬 많고,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희생자를 구조하고 사망자를 찾으며 무너진 잔해를 치우기 위해 뛰어들었던 수많은 소방관과 경찰, 기자, 작업자들과 자원봉사자 등 시민들은 엄청난 양의 발암 물질에 노출됐던 게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맨해튼 남부 지역은 엄청난 양의 연기와 콘크리트로 이뤄진 독성 먼지 구름에 뒤덮였다. 이것이 약 50가지의 발암 성분이 혼합된 치명적 물질이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문제는 인식될 여유조차 없었고, 다양한 임무를 자청한 시민들은 마스크조차 없이 초기 대응에 발 벗고 나섰다. 참사 후 얼마가 지나고 나서야 방진 마스크가 지급됐다. 당시 대응에 나섰던 이들은 주요 언론 인터뷰에서 “마스크를 끼고 1시간만 지나도 마스크가 완전히 새까맣게 변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20년 전후의 잠복기를 거쳐 최근 엄청난 수의 암 환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9·11테러의 영향으로 암 진단을 받은 소방관 등 응급 대응자와 시민들의 수는 4만8579명에 달한다. 이는 5년 만에 무려 143%나 증가한 수치다. 발암 성분이 오랜 잠복기에서 본격적으로 깨어나 인체를 공격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암의 종류도 다양하다. 피부암, 전립선암, 유방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흑색종, 림프종, 백혈병, 갑상선암, 신장암, 폐암, 방광암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암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남성들에게서도 유방암이 발병하고 있는데, 그 빈도가 전국 평균의 90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미 6000여 명의 응급 대응자를 포함해 8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이와 관련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테러 영향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위해 평생에 걸친 무상 치료를 제공하고, 희생자보상기금(VCF)을 만들어 피해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 활동한 응급구조대원뿐 아니라 해당 구역 내에 거주했던 주민들, 심지어 희생자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뛰었던 택시 운전사 등 일반 시민들도 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료 법률팀은 피해자들이 관련 프로그램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등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희생자 신원 확인 작업 지속 경제적, 물리적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인 면에서도 테러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다. 2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희생자 신원 규명’ 사업이 대표적이다. CNN 등에 따르면 최근 뉴욕시 검시관실은 그간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테러 희생자 3명의 신원을 밝혀냈다. DNA 대조를 통해 24년 만에 누구인지 밝혀낸 것이다. 2001년 9·11테러 당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는 1100여 명에 달한다. 시신조차 찾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검시관실로부터 테러 당시 사망한 어머니의 신원 확인을 받은 폴 키팅 씨는 CNN 인터뷰에서 “이런 작업이 희생자들의 유가족에게 얼마나 큰 의미와 위로를 주는지 모른다”고 했다. 뉴욕시 검시관실의 제이슨 그레이엄 수석 검시관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확인하고 가족들에게 돌려보내 주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순직 소방관 기리는 마라톤도 진행 유가족들 역시 정부나 지역사회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단체와 행사를 조직함으로써 9·11테러를 기억하고 추모를 이끌어 내며 기금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가 매년 9월 맨해튼에서 열리는 ‘터널 투 타워스(Tunnel To Towers) 마라톤’이다. 이 마라톤은 9·11테러 당시 34세로 숨진 뉴욕 소방관 스티븐 실러가 뛰었던 길을 따라가는 행사다. 당시 실러 소방관은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다 테러 발생 소식을 듣고 차를 돌려 현장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가는 지하 터널이 통제돼 들어갈 수 없게 되자 27kg짜리 장비를 메고 터널로 들어가 4.8km가 넘는 거리를 뛰어 세계무역센터까지 갔다. 그곳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의 형 프랭크 실러 씨는 동생을 기리기 위해 그가 걸었던 발자취를 5.6km짜리 마라톤 코스로 만들었다. 매년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이 마라톤은 이제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5km 마라톤 대회로 거듭났다. 마라톤 참가자가 참가비 명목으로 내는 돈은 희생된 소방관 유가족들의 주택 마련 등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데 쓰인다. 오는 28일 개최되는 올해 대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우리는 계속해서 상호관세가 25%일 경우를 대비해 목표를 설정해 왔습니다. 관세로 비용은 높아지겠지만, 가격은 결국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를 마치고 진행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지금은 매우 똑똑하게 판단하고 생각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관세 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무뇨스 사장은 올해 4월 이후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품목 관세를 부과했는데도 차 가격을 올리지 않은 데 대해 “우리가 할 일은 (가격을 무조건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최대한 맞춰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7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통해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나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한국 수출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일본차의 관세는 16일부터 15%로 인하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를 통해 2030년까지 총 77조3000억 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555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무뇨스 사장은 관세 영향이 장기화하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 등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내부적인 원가 절감 방안과 함께 수요를 최대한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실제 우리는 훌륭한 디자인과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등급을 받는 등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무뇨스 사장은 다만 “새로운 기능을 더한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올릴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는 대형 픽업트럭을, 인도나 유럽 시장에는 신형 전기차 등을 새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지 기업이나 경쟁사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제조 역량과 엔지니어링 역량, 운영 역량이 모두 탄탄하다”며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경험이 없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리스크가 아니라 기회”라고 자신했다.한편 일각에서는 해외 생산기지 확대 계획을 놓고 한국 시장의 비중 축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발표에서 글로벌 판매량 중 국내 판매 비중을 현재 17% 수준에서 2030년 13%로 조정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지만 무뇨스 사장은 이에 대해 “현지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의미로, 한국 사업을 잠식(carnivalize)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글로벌 판매량 목표를 올해 417만 대에서 2030년 555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만큼 한국에서의 사업도 함께 성장 가도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무뇨스 사장은 “울산 신공장을 통해 생산 능력을 20만 대 증가시킨다는 계획도 함께 세우고 있다”며 “한국의 생산량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아니며, 우려할 필요 없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입법 과정이 완료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 2·3조 개정안)’에 대해서는 우려도 내비쳤다. 함께 자리한 이승조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미국과 유럽 상공회의소를 비롯해 투자자들도 해당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면서도 “입법이 됐고 시행이 곧 예정된 만큼 법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북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회복력을 조명하고자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북한 여성의 인권을 주제로 한 최초의 국제 전시회인 ‘UNSEEN(보이지 않는): 북한 여성들의 회복력과 권리에 대한 14인의 예술가들’이 20일(현지 시간) 개막 행사에서 전시를 기획한 김승민 큐레이터는 이같이 말했다. 트라이베카의 루메 갤러리에서 이달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세계인권선언 77주년 및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 국제 평화와 안보를 논의하는 유엔 총회 80차 고위급 회의 기간에 맞춰 준비됐다. 2개 층에 걸쳐 마련된 전시에는 크리스틴 해리스 아모스, 릴리아나 포터, 리비아 투르코, 조민상, 이선미, 트레이시 와이스먼, 김용남 등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북한 여성들을 위한 기도, 참여, 저항, 희망 등을 주제로 작품을 구성했다. 또 탈북 여성 10명의 영상 인터뷰와 그들이 그린 참혹한 현실의 일러스트 등이 함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전시됐다. 메시지 전달과 몰입감을 위한 조명과 전시를 위해 기획된 캠페인 음악도 함께 준비됐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디자인 기업인 펜타그램의 파트너이며 인권운동가로도 활동 중인 마라나 월러가 캠페인 디자인을 맡아 타임스스퀘어 등 뉴욕 곳곳의 대형 광고판을 통해서도 홍보가 이뤄졌다. 광고에서 북한 여성들의 얼굴은 붉은 점으로 대체돼 고통과 폭력, 이를 이겨내는 존엄과 회복력을 강렬하게 전달했다. 19일 열린 사전 오픈 행사에는 케리 케네디 로버트 케네디 인권센터 회장 등 100여 명의 인권운동가 및 전시 관계자, 언론인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 세계기독교연대(CSW), 한보이스, 북한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합(ICNK), 국제인권연맹(FIDH), 북한민주화인권네트워크(NK Net)가 공동 주최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 수수료를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100배 올리는 내용의 포고문에 19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H-1B는 세계 각국의 첨단 기술 분야 인재들이 미국 빅테크에 취업할 때 주로 발급받아 온 비자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던 전문직 비자 발급에서도 문을 잠그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고율 관세, 주요국에 대한 미국 내 투자 압박 등에서 나타났듯 ‘외국의 투자는 받지만, 사람은 받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또 한번 드러났단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과 한미 간 비자 제도 개선 논의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H-1B는 해외의 저임금 저숙련 노동력이 미국의 과학기술 분야에 유입되도록 하는 데 악용돼 왔다”며 “미국인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하고 해고를 야기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H-1B를 이용하는 기업에 더 높은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H-1B 비자 발급 비용은 기업들이 부담하는데, 이를 대폭 인상해 내국인 고용을 유도하겠다는 것. H-1B 제도를 반대해 온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주장을 수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발표로 외국인 고급 인력을 고용하며 기술력을 강화해 온 미국 빅테크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MS, 아마존, JP모건 등이 해외에 있는 직원들에게 새 규정이 발효되기 전에 미국으로 귀국하라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새 규정은 21일 0시 1분부터 발효되는데 이틀 내 돌아오라고 종용한 것. 혼란이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는 H-1B 신규 발급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며,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개별 사례별로 예외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최근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비자 발급 확대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 수수료 100배 인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反)이민 기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로 해외 고급 인력을 H-1B 비자로 데려온 미국 주요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내 인력 고용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비자 발급 비용을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크게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근로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번 조치는 그 약속의 이행”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 등 주요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투자를 종용하면서도, 외국 인력이 미국에 들어오는 건 막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마가 “H-1B, 美 노동자 설 자리 없애” 비판 그간 H-1B는 미국에 정착하려는 과학기술 분야 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자로 꼽혀 왔다. 또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로 여겨졌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는 H-1B 발급이 추첨임에도 정보기술(IT) 분야 인력이 많은 인도계에 편중되는 상황을 지적해 왔다. 또 “고숙련 노동자가 아닌 단순 코딩 등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를 데려와 미국인 노동자가 설 자리를 없애는 제도”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미국 산업계에서 H-1B는 필요한 제도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H-1B 발급 수수료는 근로자가 아닌 고용주가 지불하도록 돼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주는 H-1B 비자 신청을 위한 노동 조건 신청서(ETA-9035), 고용주 청원서(I-129) 등 관련 비용을 급여 공제 등 어떤 방식으로든 근로자에게 부담하게 해선 안 된다. 학생 비자(F-1)에서 H-1B로 전환할 때도 고용주가 수수료를 내도록 돼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H-1B의 연간 수수료를 대폭 증액함에 따라 고용주들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변화가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기업뿐 아니라 H-1B를 통해 확보한 대학 연구진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인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주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H-1B 비자 발급 직원들을 긴급 소환하는 등 혼란이 커지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일회성’ 수수료”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포고문 서명식에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발언과 다른 내용이다. 러트닉 장관은 “핵심은 연 단위(수수료)라는 것”이라며 “최대 6년까지 적용돼 매년 10만 달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인의 미국 유입 문턱을 높이기 위해 비자 발급 비용은 높이고, 체류 기간은 단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기존 투자이민 제도를 폐지하고, 개인이 100만 달러(법인은 200만 달러)를 기부할 경우 영주권을 부여하는 ‘골드카드’ 제도 도입 행정명령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서명했다. 지난달부터는 미국 내 불법 체류 가능성이 높은 국가 출신들이 사업이나 관광 관련 비자를 받을 때 1인당 최대 1만5000달러의 ‘비자 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韓 정부 “한국인 쿼터 넓히더라도 비용 부담 우려”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번 H-1B 비자 관련 정책 변화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당국 간 비자 협의에 직접적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쿼터를 넓혀 주더라도 수수료를 올릴 경우 우리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B1(상용비자) 비자의 유연한 적용이나,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비자(E4) 신설을 받아주는 대신 수수료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이후 비자 제도 개선을 논의할 한미 간 워킹그룹(실무조직)은 아직 출범하지 않았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 수수료 100배 인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反)이민 기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로 해외 고급 인력을 H-1B 비자로 데려온 미국 주요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내 인력 고용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비자 발급 비용을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크게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근로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번 조치는 그 약속의 이행”이라고 밝혔다.미국이 한국 등 주요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투자를 종용하면서도, 외국 인력이 미국에 들어오는 건 막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마가 “H-1B, 美 노동자 설 자리 없애” 비판그간 H-1B는 미국에 정착하려는 과학기술 분야 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자로 꼽혀 왔다. 또 미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는 H-1B 발급이 추첨임에도 정보기술(IT) 분야 인력이 많은 인도계에 편중되는 상황을 지적해왔다. 또 “고숙련 노동자가 아닌 단순 코딩 등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를 데려와 미국 노동자가 설 자리를 없애는 제도”라고 비판해 왔다.하지만 미국 산업계에선 H-1B는 필요한 제도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H-1B 발급 수수료는 근로자가 아닌 고용주가 지불하도록 돼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주는 H-1B 비자 신청을 위한 노동 조건 신청서(ETA-9035), 고용주 청원서(I-129) 등 관련 비용을 급여 공제 등 어떤 방식으로든 근로자에게 부담하게 해선 안 된다. 학생 비자(F-1)에서 H-1B로 전환할 때도 고용주가 수수료를 내도록 돼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H-1B의 연간 수수료를 대폭 증액함에 따라 고용주들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게 된 것.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변화가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기업뿐 아니라 H-1B를 통해 확보한 대학 연구진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인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조치로 미국 주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H-1B 비자 발급 직원들을 긴급 소환하는 등 혼란이 커지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일회성’ 수수료”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포고문 서명식에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발언과 다른 내용이다. 러트닉 장관은 “핵심은 연 단위(수수료)라는 것”이라며 “최대 6년까지 적용돼 매년 10만 달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인의 미국 유입 문턱을 높이기 위해 비자 발급 비용은 높이고, 체류 기간을 단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기존 투자이민 제도를 폐지하고, 개인이 100만 달러(법인은 200만 달러)를 기부할 경우 영주권을 부여하는 ‘골드카드’ 제도 도입 행정명령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서명했다. 지난 달부터는 미국 내 불법 체류 가능성이 높은 국가 출신들이 사업이나 관광 관련 비자를 받을 때 1인당 최대 1만5000 달러의 ‘비자 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韓정부 “한국인 비자 쿼터 넓히더라도 비용 부담 우려”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번 H-1B 비자 관련 정책 변화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당국 간 비자 협의에 직접적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쿼터를 넓혀 주더라도 수수료를 올릴 경우 우리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B1(상용비자) 비자의 유연한 적용이나,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비자(E4) 신설을 받아주는 대신 수수료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이후 비자제도 개선을 논의할 한미 간 워킹그룹(실무조직)은 아직 출범하지 않았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4일 오후에 재판을 하고 있었는데 모니터에 ‘해고 통보’라는 제목의 이메일 알람이 떴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데이비드 김(김광수) 전 뉴욕 연방이민법원 판사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3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 온 김 전 판사는 인정받는 이민법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2022년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연방이민법원 판사로 임명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 ‘세 줄짜리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법조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사법부 장악 움직임과 강경한 이민 정책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김 전 판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이미 수십 명의 이민법원 판사들이 해고됐는데 이들은 모두 이메일을 받고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해고 사유는 알 수 없지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 망명 신청 인용(허가)률이 높은 판사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시러큐스대 데이터 분석 비영리 연구기관인 트랙(TRAC)에 따르면 실제 김 전 판사의 망명 인용률은 96.9%로, 평균 기각률이 34.8%인 다른 뉴욕 연방이민법원 판사들보다 크게 높았다. 그는 이민법 전문가로서 최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체포 및 구금 사태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만 언뜻 봐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협박을 하고, 구금을 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분명히 있다”며 “미국은 절차법이 발달된 나라라 이민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ICE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면 이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간 구금자들 가운데 법적 대응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그는 “피해자가 300명이 넘는 만큼 법적 피해 구제 방법을 찾으려면 집단소송으로 가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며 “미국법 중에 외국인들이 미국에 의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신청할 수 있는 ‘외국인 불법행위 청구법(Alien Tort Claims Act·ATCA)’을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나 역시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해고 뒤 여러 저명한 이민 로펌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그는 다시 이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할 예정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9월 4일 오후에 재판을 하고 있었는데 모니터에 ‘해고 통보’라는 제목의 이메일 알람이 뜨더군요. 올 것이 왔구나 했습니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아 미국 법조계의 개탄과 지역 사회의 안타까움을 낳고 있는 데이비드 김(한국명 김광수) 전 뉴욕 연방이민법원 판사를 18일(현지 시간) 단독 인터뷰 했다. 1983년 고1을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한 김 전 판사는 인정받는 이민법 전문 변호사로서 2022년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연방이민법원 판사로 임명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 ‘세 줄짜리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된 사실이 미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사법부 장악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판사의 망명 신청 인용(허가)률이 높았던 게 해고 사유가 됐을 거라는 것이다.김 전 판사는 “나의 인용률이 높았던 이유는 의뢰인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변호사들을 못 참고 보완을 지시해 재판을 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라며 “추방 재판은 한 개인이 아닌 가족의 인생을 결정하는 재판이기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있었던 조지아주 구금 사태는 언뜻 봐도 분명히 문제”라며 “이민법 전문가로서 한국의 법적 대응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ㅡ미국 언론을 통해 해고 사실이 알려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4일 오후에 재판을 하고 있었는데 3시 15분쯤 모니터에 ‘해고 통보’라는 제목의 이메일 알람이 떴다. ‘올 것이 왔구나’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이래 이미 많은 판사들이 잘렸기 때문이다. 일부는 조기 퇴직 형태로, 또 일부는 해고로 그렇게 한 두 달 간격으로 판사들 해고가 계속 이어져 온 상황이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보스톤, 시카고, 뉴욕 등 미 전역에서 해고되거나 퇴직 처리된 이민 판사의 수는 이미 100명을 넘었다.) ㅡ이메일 내용은 뭐였나.“딱 세 줄이다. 모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내용을 받는다. ‘미국 헌법 제2조에 의거하여 대통령의 권한으로 오늘부로 당신은 이민법원 판사가 아니다. 그러니 오늘 영업시간 내에 모든 연방정부 기물을 반납하고 떠나라’는 내용이다.”ㅡ그래서 어떻게 했나. “일단 해고가 됐으니 재판을 하면 안됐다. 그래서 재판이 거의 막바지였는데 중단을 하고 ‘다른 판사와 새로운 재판 일정을 받게 될거다. 건투를 빈다’고 하고 나왔다. 아마 검사와 변호사, 재판받던 사람들이 가장 황당했을 거다. 그 뒤 컴퓨터와 출입증 등을 반납하고 떠났다.”ㅡ판사를 이메일 한통으로 자를 수 있나.“전례 없는 일이다. 트럼프 1기 때도 이민 법원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 이민 역사상 사상 초유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해고된 판사님들은 대부분 행정부에 대한 소송을 접수했고 나도 이번 주에 소송을 접수했다.”ㅡ해고 사유는.“나도 모른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나의 망명 인용률이 높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추정한다. 가능한 추측이다. 실제 앞서서도 망명 인용률이 높은 판사들이 해고됐기 때문이다.”ㅡ실제로 인용률이 무척 높긴 했다. 망명 인용이 96.9%, 기각률은 3.2%였다. 뉴욕 이민법원 판사들의 평균 기각률 34.8%보다 현저히 낮다. 이런 차이는 무엇 때문이었나. (※시라큐스대 데이터 분석 비영리 연구기관 트랙(TRAC) 분석 기준)“원래 판사들마다 인용률 차이가 엄청나다. 나는 90% 이상 인용했지만 판사들 중에는 90%이상 기각시키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인용률이 높았던 이유는 무엇보다 내가 심사했던 케이스가 모두 100% 변호사가 있는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추방 재판에서 변호사가 있느냐 없느냐는 천지 차이다. 또 어떤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변하느냐도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데 나는 변호사가 의뢰인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걸 못 참는 스타일이었다. 정말 불행하게도 같은 변호사 입장에서 봐도 말이 안된다 싶을 정도로 대충 하는 변호사들이 많은데, 이런 걸 다시 보완하게 지시했다.”ㅡ예를 들자면.“예컨대 망명신청서조차 제대로 작성 안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재판을 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가 있는데 자료에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의뢰인에게 물어보면 ‘난 그 서류를 변호사에게 줬다’고 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판사인 내게 그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다. 그런 경우 보통은 기각하거나 하겠지만 나는 짧게 시간을 주고 해당 서류를 접수하라고 지시하는 편이었다. 가끔은 법정 기록에 ‘당신은 의뢰인을 버리고 있다’고 남길 정도로 훈계하기도 했다. 당연히 검사는 싫어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문제 아닌가. 특히 추방 재판은 한 개인이 아니라 가족의 인생이 결정지어지는 것인데. 그렇게 하다보면 인용 케이스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이민법원 재판장 밖 복도에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각 처분이 내려질 경우 곧바로 체포돼 구금되고 신속 추방되는 경우가 많다.)ㅡ인용률이 높으면 불이익이 있으리라 생각 안했나.“이민법원 본부에서 ‘앞으로 판사 평가시 재판 결과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침이 온 적이 있다. 당시 판사들 대부분이 망명 승인을 많이 해주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실제 트럼프 2기 이후 판사들의 망명 기각률, 추방률을 보면 그래프가 갑자기 상향곡선을 그리는 걸 볼 수 있다. 또 해고된 판사들도 대부분 망명 승인률이 높은 판사들이었다. 반대로 기각률이 90% 이상인 판사 중에는 해고된 사람을 본 일이 없다.”ㅡ이민법 전문가로서 최근 조지아주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는 어떻게 봤나.“법적으론 미국 시민권자지만 한국은 조국이고 늘 강한 애착이 있다. 그래서 비슷한 일이 있으면 눈여겨보는 편이다. 조지아주 사건은 자료를 제대로 봐야 알겠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만 언뜻 봐도 ICE에서 협박 구금을 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분명히 있다. 이 분들은 미국에 눌러 앉으려 온 사람들이 아니고 공장을 지으러 온 전문가들 아닌가. 트럼프 2기는 절차를 안 따르는 경우가 많아서 법조계에서도 굉장히 걱정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미국은 절차법이 발달된 나라라 실제 법적 다툼에 들어가면 이를 굉장히 따진다.”ㅡ한국으로 돌아간 구금자 가운데 법적으로라도 억울함을 풀고 싶다는 목소리가 많다.“피해자가 300명이 넘는 만큼 법적 피해 구제 방법을 찾으려면 집단소송으로 가는게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이민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ICE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불법이다. 미국법 중에 ‘외국인 불법행위 청구법(Alien Tort Claims Act·ATCA)’이라는 법이 있다. 미국에 의해 외국인들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신청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걸 할 수 있는 변호사가 많지 않고 굉장히 드물다. 나 역시 이 분야에서 최고 대가로 꼽히는 아이라 커즈반 변호사 밑에서 3년 간 일하며 이민법 전문가의 길을 갈 수 있었다.” (※커즈반 변호사는 미국 이민법의 최고 권위자로, 그의 책은 이민법 변호사들 사이에서 ‘바이블’로 불린다.)ㅡ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어떻게 보면 이번 일은 한국 정부에게 기회일 수 있다. 그간 한국이 전문직 취업 비자 확대를 위해 십년 이상 노력해 왔는데 관련 법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입법을 푸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의 역량이 발휘돼야 하는 부분이다. 또 이와 관련해 미국 이민법에 대해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해줄 고문 변호사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나 역시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ㅡ본인도 이민자이다. “아직도 이민 오던 날이 생각난다. 1983년 2월 14일 고1 연말고사를 보는 날이었다. 16살의 이민이란 쉽지 않았다. 친구들도 다 여기 있는데 왜 가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던 기억이 난다. 평생 감리교 목사님이셨던 아버지는 서슬퍼런 박정희 정권에서 간접적으로 유신헌법 반대 성명을 지지했다가 긴급조치 1호로 감옥에 가셨다. 보통 군사 법정에서 15년형씩 징역 재판을 받던 땐데 기적적으로 엠네스티 국제기구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며 외신에 보도가 되고 전 세계에서 5000통이 넘는 편지가 오고 하면서 1년 1개월 1일만에 석방되셨다. 하지만 늘 까만 양복을 입은 아저씨 두 명이 날 따라다녔고, 전두환 정권에 들어서서는 좌파로 낙인이 찍여 목회 활동을 못할 정도로 탄압이 더 심해졌다. 결국 이렇게는 아들 둘이 사회에 나가도 직장도 못잡겠다는 생각을 하신 부모님이 신학대학원 유학을 오며 이민을 오게 됐다.”ㅡ고등학생 때 이민 와 판사가 되기까지 많이 힘들었겠다.“한국에서도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미국에 와서는 영어가 부족하니 고등학교 때 정말 평생 가장 열심히 공부했다. 한국을 떠날 때 친구들이 그랬다. ‘미국 가서 꼭 성공해라, 우리를 절대 잊지 마라’. 그말을 생각하면서 매일 악착같이 공부했다.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영어를 생각했고, 샤워할 때도 단어를 외웠다. 티비 뉴스를 보면서도 입모양과 발음을 늘 유심히 보며 따라했다. 그래서 이민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한다.”ㅡ앞으로의 계획은.“이번 일이 있고 나서 많이 놀란 게 하루 종일 이메일, 전화, 문자가 끊이지 않을만큼 수백 수천명이 지지를 보내주신다. 이미 저명한 이민 로펌들에서도 영입 제안이 와 몇 군데 인터뷰를 했다. 이력서를 낼 필요도 없다고 하더라. 이번 주 중 결정하려 한다.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은 신비로운 방식으로 일하시며 이번 일도 어떤 이유로 허락하셨다고 생각한다. 이민법은 힘든 분야고 모두가 진지하게 임하는 것 역시 아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들은 깊이 존중받는 분야다. 인생이란 결국 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의 가치와 덕목을 쏟아내며 최선을 다할 뿐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의 금리 인하로 최근 미국의 고용 지표가 얼어붙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첫 금리 인하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연 4.0∼4.25%가 됐고, 한국(2.50%)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날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3.6%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연준이 연말까지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고용의 하강 위험이 증가하면서 균형이 바뀌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을 두고 ‘위험 관리 인하(risk management cut)’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에 큰 변화는 없지만, 미국 경제의 고용 둔화 조짐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날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 동결 이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4.0∼4.25%로 낮추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올 10월과 12월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국제금융센터는 주요 10개 글로벌 투자은행(IB) 중 7개가 연내 2회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고용 냉각에 “위험 관리 차원”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가지 목표인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 모두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7월 물가 상승률은 연준 목표(2%)를 상회하는 2.6%. 연준은 물가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했고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영향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에 대해선 기존 성명의 ‘고용 시장이 견고하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파월 의장은 “실업률이 소폭 상승했고,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은 이제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8월 기준 실업률은 4년 만에 최고치인 4.3%로 집계됐다. 3개월 평균 일자리 증가 규모는 6월 15만 개에서 8월 2만9000개로 급락했다. 파월 의장은 “역동성이 떨어지고 다소 부진한 노동 시장에서 노동력 공급과 수요 모두가 현저히 둔화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지금은 위험 없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노동 수요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으로 공급도 함께 줄어드는 ‘이상한 균형’이 발생했다는 것.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의 노동 시장 평가는 파월이 ‘이상한 균형’이라고 부른 상황 때문에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실제 고용 시장이 얼마나 취약한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준 내년에는 금리 인하 신중해질 듯” 이날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금리 인하)은 이미 시장이 예상한 결과다.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FOMC 위원 중 11명의 찬성으로 결정됐다. 이에 유일하게 반대한 한 명은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지지해온 그는 홀로 빅컷(0.5%포인트 인하)을 주장했다. 친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베이비 스텝에 동조했다. 앞서 연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줄곧 대통령으로부터 금리를 내리라는 강력한 압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명된 리사 쿡 연준 이사가 해임 위기에 놓인 데 이어,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연준 이사를 겸직하는 등 전례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한편 연준이 내년에는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FOMC가)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기존 대비 0.2%포인트 올려놨다”며 “올해까진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금리 인하를 유지하지만 내년에는 금리 인하에 좀 더 신중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이날 16, 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연 4.0~4.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내린 뒤 9개월 만의 인하다. 이에 따라 한국(2.50%)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2%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좁혀졌다.이날 투표권을 행사한 12명의 FOMC 위원들 가운데 11명은 0.25%포인트 인하를 지지했다. 0.5%포인트 인하를 지지한 1명은 전날 새로 취임한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로, ‘트럼프 책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해왔던 대로 유일하게 빅컷(0.5%포인트 인하)에 표를 행사했다. 반면, 친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미셀 보우먼과 크리스토퍼 윌러 이사는 월가의 예상과 달리 0.25%포인트 인하를 지지했다.FOMC는 이날 성명에서 고용 시장이 견고하다는 기존 표현을 삭제하고 “일자리 증가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또 “물가상승률이 상승했고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양측(고용과 물가)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밝혔다.또 이날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3.6%로 제시하며 점도표를 통해 연말까지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10월과 12월 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한편, 연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간에 금리 인하를 둘러싼 갈등에서 큰 정치적 파장에 시달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을 고려하는 한편, 민주당 성향의 리사 쿡 연준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 등을 주장하며 연준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를 사왔다. 앞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연준 이사는 임기 종료를 5개월 남기고 돌연 개인 사유를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 자리를 미란 이사가 차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연준을 둘러싼 전례 없는 정치 소용돌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년 만에 가장 이상한 연준 회의”라고 평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줄줄이 뛰었다. 코스피는 역대 2번째로 긴 11거래일간 상승했다. 미국 뉴욕증시와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6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열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임박하자 주요국 증시가 질주하는 모양새다. 미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9개월 만에 내리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역대 2번째 긴 ‘11거래일’ 연속 상승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4% 오른 3,449.6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2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2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와 함께 상승한 코스닥은 이날 0.1%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가 11거래일 상승한 시기는 ‘닷컴 버블’ 때였던 1999년 5∼6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등기였던 2009년 7월이다. 13거래일 상승한 때는 1984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였던 2019년 3∼4월, 같은 해 9월뿐이다.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한국 주식 매수에 나선 외국인은 이날도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1조7000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도체 투 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79%, 5.14% 올랐다. 각각 주당 8만 원, 35만 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에 앞서 뉴욕 증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15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1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47%), 나스닥종합지수(0.94%) 등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나스닥은 6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테슬라, 1월 이후 처음으로 주당 400달러 회복뉴욕 증시가 상승한 것은 미 연준이 16, 17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향후 기준금리 움직임을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4.25∼4.5%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95.9%, 0.50%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4.1%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에 “‘투 레이트(Too Late·의사결정이 항상 늦는 사람)’는 당장,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향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빅컷’(0.5%포인트를 한 번에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4차 고위급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매우 잘됐다”고 평가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주요 기업들의 호재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 협상도 타결됐음을 시사했는데, 미국 소프트웨어(SW) 기업 오라클이 인수 후보로 떠오르며 3% 상승 마감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12일 자사 주식을 10억 달러어치(약 1조3800억 원) 매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올 1월 이후 처음으로 주당 400달러를 회복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챗봇 제미나이의 선전 소식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시가총액은 3조 달러를 넘겼다. 시총 3조 달러를 넘긴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에 이어 알파벳이 네 번째다.● 일본, 대만도 최고가 경신 뉴욕증시 상승세는 아시아 증시로도 이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 상승하며 3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반도체 호황 전망에 1.07% 상승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주가가 2%가량 상승하는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였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국제 금·은 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이어갔고, 비트코인도 11만5000달러 선에서 횡보하는 등 글로벌 자산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런던귀금속거래소(LMBA)에 따르면 금 현물은 온스당 3658달러, 은 현물은 온스당 42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상승했으나, 뉴욕 제조업 지수가 부진하는 등 경기 우려가 공존하고 있고, 경기 민감 업종 기업의 주가는 혼조세를 보인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간) ‘한국에서의 추방 반발’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근로자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미국 임시 비자도 더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보수 성향 매체인 WSJ마저도 이번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의 근간에 비자 발급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일본과 대만 매체들도 이번 사태로 대미 투자에 나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WSJ는 “아직도 (한국인 근로자의) 대량 추방이 경제적, 정치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며 이번 사건의 여파가 한미 관계와 한국의 대미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향후 미국 직접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노동자들이 구금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매우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도 소개했다. WSJ는 특히 “시설을 짓거나 공장에 장비를 설치할 땐 기술자가 필요한데 미국에는 그런 인력이 없다”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 조명했다. WSJ는 “미국인들에게는 듣기 힘든 말이겠지만 이는 사실”이라며 “미국에는 이런 일을 할 만한 인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곳이라며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H-1B 전문직 종사자와 H-2B 임시직 비자 모두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WSJ는 또 “수갑과 족쇄를 찬 한국인들의 모습은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어떤 경우에서든 이번과 같은 단속이 이뤄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자유시보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이 미국 근로자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촉박한 마감 시한으로 미국인에게만 공장을 맡길 수 없다”며 “이번 일로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 직원들의 구금 뒤 일본 기업도 협력업체를 포함해 비자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의 경제 전문가가 “관세 인하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돈을 주느니 차라리 자국 수출업체를 지원하라”고 한국과 일본에 조언했다. 실익도 없이 막대한 돈을 미국에 투자하는 건 어리석은 결정이란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홈페이지에 올린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보다 자국 수출업자에 돈을 줘야 한다’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베이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경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1999년 CEPR을 공동 설립했다. 또 버블 경제의 생성과 붕괴를 분석한 ‘약탈과 실책(Plunder and Blunder)’을 2009년 펴냈다. 베이커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각각 5500억 달러와 3500억 달러를 지원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구체적인 계약 사항이 트럼프 대통령이 묘사하는 것과 비슷하다면 두 나라가 이 협정을 받아들이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 점은 약간의 계산을 통해서도 명확히 알 수 있다”며 두 나라의 수출액수를 비교했다.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1480억 달러의 상품을 수출했고, 추가 관세로 줄어들 예상 수출액은 140억 달러 수준이다. 즉, 140억 달러를 지키기 위해 5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건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것. 한국 또한 지난해 대미 수출액 1320억 달러 가운데 약 125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3500억 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베이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각한 문제는 어떤 거래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가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와 포크스턴에서 미 이민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을 취재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문제가 됐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을 지난해 말 취재했던 때와 너무도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현지에선 한국 기업들의 20조 원 규모 투자와 긴밀해지고 있는 한미 간 경제 협력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조지아주 관계자는 “이곳을 선택한 한국 기업은 ‘조지아의 기업’이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불과 9개월 만에 조지아주에 다시 돌아와 구금소에 수감된 우리 국민 300여 명의 안부를 걱정하고, 유령 도시처럼 변한 공장을 둘러봤던 것이다.공장 빨리 만들려던 게 체포·구금 이유 HL-GA에서 일했던 기업 관계자들은 자신들은 그저 공장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들려고 공을 들였던 게 전부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현대차가 이곳에 여의도 4배 규모 부지를 확보하긴 했지만, 인력이 많은 동네도 아니고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력은 더욱 부족해 한국에서 사람을 데려다 쓸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미 이민당국이 적법한 비자를 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단기 상용비자(B1)나 전자여행허가(ESTA)로 왔다”는 사연이 수두룩했다. 결국 HL-GA의 많은 직원들은 신속하게 공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 미 이민당국의 쇠사슬에 묶였던 것이다. 손목, 발목, 허리에 수갑과 족쇄를 차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홍보영상 속에서 총을 든 요원들에게 쫓겨 호송 버스에 올랐을 이들의 심정이 얼마나 처참했을지는 상상으로도 잘 안 느껴졌다. 풀려난 근로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구금소 이야기는 더 기가 막힌다. 70명이 넘는 인원이 한방에서 지내기도 했고, 그 안에서 제대로 가려지지도 않은 상태로 용변을 본 경우도 있다. 구금소 관계자 중에는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쓰이는 제스처인 ‘눈 찢기’를 보이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현지 동포들은 “한국 근로자들이 쇠사슬 모욕까지 받아야 할 정도의 중범죄자들이라면 왜 지난 정권에서는 이들의 비자 문제를 알면서도 공항에 ‘현대차 패스트 트랙 창구’까지 만들어 주며 대접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美 악수(惡手)로 ‘韓 역량’ 더 부각될 듯 큰 상처를 남겼지만, 정부와 기업 그리고 동포사회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구금자들이 신속히 풀려나게 노력했고, 심각한 문제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을 두고 한국인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과 인력들의 수준 높은 기술력이 입증됐고, 이들이 얼마나 미국에 필요한 존재인지가 부각됐다는 진단 역시 힘을 얻고 있다. 한국 기업의 지역경제 기여도 역시 다시 한번 재조명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현지에선 “사태 전말이 알려질수록 ‘한국 기업과 인력을 제대로 대우해 줘야 한다’는 인식이 커질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다만, 이번 사태로 트럼프 행정부, 나아가 미국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감이 커졌다는 건 미국의 악수(惡手)가 초래한 심각한 부작용으로 여겨진다. 이미 소셜미디어 등에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동맹국이자 투자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도 중단하자”며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하루빨리 관세 협정에 사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 정부는 25%의 관세 못지않게 ‘국민감정’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미국이 과도한 조치로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한미 신뢰의 근간에 큰 상처를 낸 결정적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간) ‘한국에서의 추방 반발’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근로자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미국 임시 비자도 더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보수 성향 매체인 WSJ마저도 이번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의 구금 사태의 근간에 비자 발급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일본과 대만 매체들도 이번 사태로 대미투자에 나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이날 WSJ은 “아직도 (한국인 근로자의) 대량 추방이 경제적, 정치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며 이번 사건의 여파가 한미 관계와 한국의 대미국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향후 미국 직접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노동자들이 구금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매우 주저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도 소개했다. WSJ은 특히 “시설을 짓거나 공장에 장비를 설치할 땐 기술자가 필요한데 미국에는 그런 인력이 없다”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 조명했다. WSJ은 “미국인들에게는 듣기 힘든 말이겠지만 이는 사실”이라며 “미국에는 이런 일을 할 만한 인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곳이라며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H-1B 전문직 종사자와 H-2B 임시직 비자 모두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WSJ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 정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수용하려 했던 동맹국들의) 유연성이 자국 유권자들의 인내심과 충돌했다”고 진단했다. 또 수갑과 족쇄를 찬 한국인들의 모습은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어떤 경우에서든 이번 같은 단속이 이뤄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대만 자유시보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이 미국 근로자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촉박한 마감 시한으로 미국인에게만 공장을 맡길 수 없다”며 “이번 일로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 직원들의 구금 뒤 일본 기업도 협력업체 포함 비자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의 경제전문가가 “관세 인하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돈을 주느니 차라리 자국 수출업체를 지원하라”고 한국과 일본에 조언했다. 실익도 없이 막대한 돈을 미국에 투자하는 건 어리석인 결정이란 것이다.11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PR)의 딘 베이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홈페이지에 올린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보다 자국 수출업자에 돈을 줘야 한다’는 글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그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각각 5500억 달러와 3500억 달러를 지원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구체적인 계약 사항이 트럼프 대통령이 묘사하는 것과 비슷하다면 두 나라가 이 협정을 받아들이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평가했다.특히 그는 “이 점은 약간의 계산을 통해서도 명확히 알 수 있다”며 두 나라의 수출액수를 비교했다.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1480억 달러의 상품을 수출했고, 추가 관세로 줄어들 예상 수출액은 140억 달러 수준이다. 즉, 140억 달러를 지키기 위해 5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건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것. 한국 또한 지난해 대미 수출액 1320달러 가운데 약 125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3500억 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베이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각한 문제는 어떤 거래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가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금액의 20분의 1만이라도 대미 수출 감소로 피해를 입은 자국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한다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중국과 달 탐사 등을 놓고 ‘우주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인의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프로그램 참여를 막았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대중 수출 통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이 우주 분야에서도 기밀 유출이 우려된다며 중국의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나사는 적법한 미국 비자를 소지했더라도 중국인의 나사 프로그램 참여를 금지했다. 베서니 스티븐스 나사 대변인은 “중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내부 조치를 취했으며 우리 업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시설, 자료, 네트워크에 대한 물리적·사이버 보안 접근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나사는 이전에도 중국인 고용을 제한해 왔지만 미국 비자를 보유한 중국인의 경우 계약직 연구원, 대학원생, 대학 소속 연구자 등의 자격으로 나사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5일부로 이들의 데이터 시스템 접근이 차단됐고, 대면 및 화상 업무 회의 참여도 할 수 없게 됐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미중이 향후 5년 내 유인 달 탐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나사의 인력과 예산이 줄어들고 있어 중국과의 경쟁이 한층 어려워진 점에 주목했다. 나사 임시 국장을 겸직하고 있는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중국은 우리보다 먼저 달에 가기를 원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과거에도 우주 분야를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1일(현지 시간) 오전 1시 20분경 굳게 닫혀 있던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의 철문이 열렸다. 곧이어 철문 옆에 서 있는 버스 주변에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중 일부는 배웅 나온 한국 정부 현장대책반 관계자의 손을 꼭 잡았고, 버스에 탑승해 도로 건너편에 있는 취재진을 보고 손을 흔든 이도 있었다. 일주일 전 이곳에 들어갈 때 이들의 손발을 옥죄었던 손수갑과 쇠사슬은 없었다. 이날 버스에 오른 이들은 한국인 근로자 316명을 포함해 총 330명. 앞서 4일 조지아 엘라벨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됐던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 만에 버스 8대를 나눠 타고 이곳을 벗어났다. 현장에 있던 정부 관계자는 “버스에 오르시는 한 분, 한 분의 표정에 피곤함과 허탈함, 홀가분함이 다 묻어 있었다”고 전했다. ● “큰 탈 없이 풀려나 다행” “하루가 1년 같았을 것” 근로자들을 태우기 위해 동원된 버스 8대는 전날 오후 10시를 전후해 이미 구금소 정문 앞 왼편에 쭉 대기하고 있었다. 이 버스들은 한미 당국 협의를 거쳐 ICE가 아닌 한국 회사가 준비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그 역할을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근로자들을 위해 버스 안에 물과 초콜릿 등 간식을 챙겨뒀다. 자정 무렵, 창문마다 짙게 틴팅(선팅)된 버스들이 정문 쪽으로 줄지어 차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 등 현장대책반과 구금소 관계자, 경찰 등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어 오전 1시 20분경 근로자들이 마침내 구금소에서 나왔고, 버스에 차례로 탑승했다. 모두 안에서 입던 죄수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이었다. 일부는 버스 탑승을 기다리면서도 힘겨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들이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은 “저희도 초조하고 답답했지만 안에 있던 분들은 어땠겠느냐”며 “일단 그래도 큰 탈 없이 풀려났고, 한국으로 갈 수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또 다른 협력사 직원은 전날 한 차례 버스 탑승이 불발됐던 상황을 떠올리며 “저분들에겐 하루가 1년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오전 2시 17분 마침내 모두 탑승을 완료했고, 버스들은 구금소 밖 도로로 줄지어 이동했다. 버스 행렬 앞뒤론 경찰차가 붙었다. 구금소에서 전세기가 기다리는 애틀랜타 국제공항까진 차로 5시간 거리지만 8대가 간격을 맞춰야 하는 데다 ICE가 지정한 도로로만 이동해야 했던 탓에 시간은 그보다 몇 시간 더 걸렸다. 이후 이들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는 현지 시간 11일 낮 12시(한국 시간 12일 오전 1시) 무렵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출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근로자들이 복귀하는 전세기 좌석 중 일등석(2석)과 비즈니스석(48석)을 구금 중 건강 상태가 악화됐거나 의료 처치가 필요한 사람들로 배정했다. 이날 귀국행 전세기에 몸을 실은 한국인 근로자는 미국 잔류를 선택한 1명을 제외한 316명이었다. 외국 국적자 14명(중국 10명, 일본 3명, 인도네시아 1명)도 함께 귀국했다.● 美당국, 韓기업에 기소 가능성도 구금됐던 근로자들은 무사히 귀국길에 올랐지만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정부는 적법한 비자를 소지했거나 업무 중 문제가 없었는데 이민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직원들을 우선 파악하고, 파악이 끝나면 미국 정부에 이와 관련된 항의 및 피해 보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미 이민당국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요원들이 합법 비자 체류자임을 알면서도 한국 직원을 불법으로 구금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 이민당국의 단속 당시 현장에 있던 기업 관계자들 중에서도 “합법 비자임을 아무리 설명해도 강제로 직원들을 구인해 갔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구금됐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근로자들이 향후 미국에 재입국할 경우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새로운 직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미국을 갈 때 적법한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과제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한국 기업들이 조만간 기소 등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체포 및 구금됐을 때 조지아주 수사당국은 “(불법 고용에 대해) 단순히 모기업뿐만 아니라 그 하청업체까지 전체 네트워크를 밝혀내려 한다”며 기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포크스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