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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와 의원 26명에게 징역형과 벌금형 등 실형을 구형했다. 2019년 4월 사건이 발생한 지 약 6년 5개월 만이다. 이번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장찬) 심리에서 검찰은 나경원 의원(사진)에게 감금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국회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황교안 전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로 각각 징역 1년과 6개월을 구형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 원, 이만희 김정재 의원은 징역 10개월과 벌금 300만 원, 윤한홍 의원은 징역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았다. 이철규 의원은 벌금 200만 원과 100만 원을 구형받았다. 이날 구형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등 현직 광역단체장도 포함됐다. 당초 기소 인원은 27명이었으나 고 장제원 전 의원은 재판 도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공직선거법 제19조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제166조) 위반으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구형대로 형이 확정되면 나 의원과 황 전 대표 등 9명은 2028년 열릴 23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선고는 11월 20일에 난다.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전현직 당직자 10명도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의 공판은 1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비방 영상을 게재한 유튜버에 대해 최 회장 측이 신원을 확인하고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서울 용산경찰서에 유튜버 10여 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이들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주로 김 이사장의 과거사나 가족에 대한 비방, 조롱 중에서 이미 허위로 밝혀졌거나 사실무근인 낭설을 방송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오랜 지인으로 알려진 박모 씨도 지난해 9월 자신의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최 회장, 김 이사장과 관련한 명예훼손성 콘텐츠를 올린 혐의로 서울북부지법에 기소된 상태다. 유튜버 중에는 신원을 감춘 채 방송한 경우도 있었는데, 최 회장 측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증거 개시(디스커버리) 절차를 청구해 이들의 신원을 올 2월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이 특정된 유튜버는 ‘고추밭’ 등 10여 명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검찰이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와 의원 26명에게 징역형과 벌금형 등 실형을 구형했다. 2019년 4월 사간이 발생한 지 약 6년 5개월 만이다. 이번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된다.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장찬) 심리에서 검찰은 나경원 의원에게 감금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국회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황교안 전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로 각각 징역 1년과 6개월을 구형했다.송언석 원내대표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 원, 이만희 김정재 의원은 징역 10개월과 벌금 300만 원, 윤한홍 의원은 징역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았다. 이철규 의원은 벌금 200만 원과 100만 원을 구형받았다.이날 구형에는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등 현직 광역단체장도 포함됐다. 원외 인사 중 민경욱 이은재 전 의원은 감금 혐의로 징역 10개월, 김성태 전 의원은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았다. 당초 기소 인원은 27명이었으나 고 장제원 전 의원은 재판 도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공직선거법 제19조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제166조) 위반으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구형대로 형이 확정되면 나 의원과 황 전 대표 등 9명은 2028년 열릴 23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선고는 11월 20일에 난다.이 사건은 2019년 4월 공수처 신설·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국당 의원들은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고 의안과 사무실·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나 의원은 피고인 신문에서 “일상적 정치 행위일 뿐 폭력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감금 사실을 부인했고, 곽상도 전 의원은 “하지 않은 행위가 공소장에 기재돼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전·현직 당직자 10명도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의 공판은 1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공동폭행 혐의는 금고 이상 형이 확정돼야 피선거권이 박탈되므로 국회선진화법 위반보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한 40대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서더니 술을 집어 들었다. 그는 계산을 마치자마자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음주 상태로 운전하는 것을 본 시민이 신고하자 ‘술타기’ 수법으로 단속을 피하려 한 것이다. 올 6월 22일 경북 구미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경우 ‘운전대를 잡을 때부터 이미 취한 상태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을 피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경찰은 편의점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추궁한 덕에 이 남성의 음주운전 혐의뿐 아니라 술타기 혐의로도 입건할 수 있었다.도로교통법상 술타기 처벌 조항은 6월 4일 시행됐다. 음주운전 후 일부러 술을 더 마셔 측정을 방해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 음주 사고를 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술타기 수법을 쓰는 바람에 검찰은 그를 음주운전이 아닌 위험운전 등 혐의로만 기소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법 시행 100일을 맞은 지금,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9월 11일까지 음주 측정 방해 혐의로 입건된 건수는 전국에서 22건에 불과했다. 연간 음주운전 적발이 13만 건을 넘어서는 현실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적발 건수가 적은 이유는 법 조항의 특수성 때문이다. 김호중 방지법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람’이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했다는 걸 전제로 한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상태와 의도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어려운 과제라고 경찰은 하소연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카드 사용 명세와 CCTV를 확보해 행적을 추적한다 해도 ‘단순 음주인지, 측정을 방해하려는 음주인지’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이 사고 당시 음주측정 결과가 없을 때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위드마크 공식도 불완전하다.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토대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방식인데,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개인차가 크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발은 됐지만 입건이나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누적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입증 책임을 달리 두는 방식을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음주운전자가 ‘사후 음주’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이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그대로 처벌을 받는다. 노르웨이도 운전 종료 후 6시간 동안 음주를 금지하는 규정을 법에 명시해 사후 음주 자체를 원천 차단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재범자에게는 알코올 감지 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하거나, 사고 후 도주 시 더 무거운 처벌을 부과하는 등 술타기 수법을 근본적으로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청장 바로 아래 서열 2위 계급으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5명에 대한 승진 내정 인사가 12일 발표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넉 달 만에 이뤄지는 경찰 고위직에 대한 첫 대규모 인사다. 12일 경찰청은 치안정감 5명, 치안감 9명에 대한 승진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치안정감에는 한창훈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57·간부후보생 45기), 박정보 경찰인재개발원장(57·간부후보생 42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59·경찰대 6기), 엄성규 강원경찰청장(54·간부후보생 45기), 김성희 경남경찰청장(55·경찰대 9기)이 발탁됐다. 이번에 승진 내정된 이들은 서울경찰청장, 경기남부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다섯 자리에 각각 배치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시기였던 올 2월 치안정감으로 승진이 내정됐던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는 승진 명단에서 제외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차기 서울청장으로 경비나 정보 출신 인사가 물망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첫 경찰청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조지호 경찰청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라 직무가 정지돼 있다. 이 때문에 유재성 경찰청 차장(59·경찰대 5기)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유 차장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59·경찰대 5기)은 이번 정부 출범 직후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해당 보직에 임명됐다. 이들의 정년 퇴직은 내년이다. 올해 안에 조 청장을 파면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경우 이번 승진자들과 함께 이들 모두 이재명 정부 첫 경찰청장 후보군이 된다. 치안감 승진 내정자에는 곽병우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 홍석기 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심의관, 유윤종 서울청 치안정보부장, 고범석 서울청 기동단장, 김원태 인천청 인천국제공항경찰단장, 김영근 광주청 공공안전부장, 이종원 경기남부청 생활안전부장, 최보현 경기남부청 부천원미서장, 김종철 강원청 생활안전부장이 이름을 올렸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외에 분리수거나 청소, 택배 물품 관리 등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경비원이 경비 업무만 수행하게 한 경비업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8일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경비원의 종사 업무에는 경비 업무의 목적 달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 게시와 우편함 투입’ ‘도난·화재·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주차관리 및 택배물품 보관 등’도 규정된다. 기존 경비업법 7조에서는 경비원이 경비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했다. 시설 경비 업무 외의 일을 할 경우 경비업자는 허가가 취소됐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경비업자의 직업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올 1월에는 이 같은 판단을 반영해 경비업법이 개정됐고 경비원의 종사 가능한 업무 및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이번 시행령 입법 예고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 시행령은 내년 1월 8일 시행된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외에 분리수거나 청소, 택배 물품 관리 등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경비원이 경비 업무만 수행하게 한 경비업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8일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경비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경비원의 종사업무에는 경비업무의 목적 달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 게시와 우편함 투입’ ‘도난·화재·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주차관리 및 택배물품 보관 등’ 도 규정된다.기존 경비업법 7조에서는 경비원이 경비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했다. 시설 경비 업무 외의 일을 할 경우 경비업자는 허가가 취소됐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경비업자의 직업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올 1월에는 이 같은 판단을 반영해 경비업법이 개정됐고 경비원의 종사 가능한 업무 및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이번 시행령 입법 예고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 시행령은 내년 1월 8일 시행된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3일 오후 5시 48분경 인천국제공항 F게이트. 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수갑을 찬 채 호송관 양옆에 붙들려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관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했고, 피의자들은 모자나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줄지어 나온 피의자 가운데는 10, 2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적지 않았다. 공항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범죄자야?” “몇 명이야?”라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경찰청은 이날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했거나 필리핀에서 검거된 범죄 피의자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2017년 47명의 피의자를 필리핀에서 송환한 이후로 역대 최대 규모다. 흉악범들을 한 교도소로 옮기기 위해 비행기로 이송하는 과정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콘 에어’(1997년)의 한국판인 셈이다. 송환된 이들 중에는 기업을 운영하며 2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횡령하고 16년간 도피한 60대와,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 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단체 조직원 10명 등이 포함됐다. 국제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이들만 45명이었다. 피의자들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immigration deportee(이민 추방자)’라고 적힌 주황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출국 심사를 마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약 1억 원을 들여 전세 낸 보잉 737 국적기에 차례로 올라탔다. 한국 경찰은 이들이 탑승하자마자 권리를 고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피의자 1명을 사이에 두고 호송관 2명이 양옆에 앉는 ‘샌드위치’ 좌석 배치가 이뤄졌다. 전세기에는 호송관 외에도 지원 경찰 20명과 필리핀 이민청 직원 12명 등이 함께 탑승했고, 테이저건과 포승줄 등도 갖췄다. 승무원은 전원 남성이었다. 기내식은 안전을 위해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샌드위치가 제공됐다. 오후 4시 40분경 전세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피의자들은 안전을 위해 전용 입국심사대와 수화물수취대를 거쳐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이어 곧바로 호송차량에 탑승해 각 사건 관할 경찰서로 이송됐다. 박재석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필리핀 당국과의 공조로 신속히 송환과 수사가 이뤄진 만큼 교민 사회에 안심을 줄 수 있고, 공범 추적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인천=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일 오후 5시 48분경 인천국제공항 F게이트. 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수갑을 찬 채 호송관 양옆에 붙들려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관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했고, 피의자들은 모자나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줄지어 나온 피의자 가운데는 10, 2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적지 않았다. 손목에는 수갑을 가리기 위해 검은 천이 감싸져 있었다. 공항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범죄자야?” “몇 명이야?”라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경찰청은 이날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했거나 필리핀에서 검거된 범죄 피의자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2017년 47명의 피의자를 필리핀에서 송환한 이후로 역대 최대 규모다. 송환된 이들 중에는 기업을 운영하며 2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횡령하고 16년간 도피한 60대와,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 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단체 조직원 10명 등이 포함됐다. 국제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이들만 45명이었다.피의자들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immigration deportee(이민 추방자)’라고 적힌 주황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오른쪽 가슴에 1번부터 49번까지 번호와 영문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았다.출국 심사를 마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약 1억 원을 들여 전세 낸 보잉 737 국적기에 차례로 올라탔다. 기내에서 대기하던 한국 경찰은 이들이 탑승하자마자 권리를 고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피의자 1명을 사이에 두고 호송관 2명이 양옆에 앉는 ‘샌드위치’ 좌석 배치가 이뤄졌다.전세기에는 호송관 외에도 지원 경찰 20명과 필리핀 이민청 직원 12명 등이 함께 탑승했고, 테이저건과 포승줄 등도 갖췄다. 승무원은 전원 남성이었으며 경찰병원 소속 의료진도 등승했다. 기내식은 안전을 위해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샌드위치가 제공됐다. 비행 내내 긴장감이 감돌아 기내는 조용했다고 한다.오후 4시 40분경 전세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피의자들은 안전을 위해 전용 입국심사대와 수화물수취대를 거쳐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이어 곧바로 호송차량에 탑승해 각 사건 관할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받았다. 박재석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필리핀 당국과의 공조로 신속히 송환과 수사가 이뤄진 만큼 교민 사회에 안심을 줄 수 있고, 공범 추적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인천=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경찰이 2022년 5월 통일교 간부진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첩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해 10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측에 수사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보다 약 4개월 앞선다. 권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경찰의 수사 내용을 흘렸다는 의혹으로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를 받고 있다.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5월 30일 제출된 첩보가 2건 있었지만, ‘수사 첩보 수집 및 처리 규칙’에 따른 보존 기간 2년이 지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권 의원 연루 의혹과는 무관하게 통일교 해외 원정도박 첩보가 존재했다는 뜻”이라고 했다.특검에 따르면 같은 해 10월 3일 권 의원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경찰 수사 진행 중이며 압수수색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이튿날 이를 한학자 총재와 측근에게 보고했고, 통일교 본부 직원들은 10월 말 회계 프로그램 기록을 수정·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법무부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관련해 “통일교 측에 어떠한 수사 정보를 전달한 적도, 금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앞으로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휴대전화를 단 한 차례만 불법적으로 개통해도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이 해지될 예정이다. 알뜰폰 회사를 포함한 통신사들은 관리가 부족해 ‘불법 개통’이 많이 발생하면 등록 취소나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통신사들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 대리점에서 외국인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대포폰 개통이 의심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엔 ‘보이스피싱의 사슬’에 얽혀 있는 통신사, 판매점, 대리점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담겼다. ● 보이스피싱, 카드 분실처럼 ‘무과실 배상 책임’ 정부가 보이스피싱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연계된 주체들에 강한 책임을 지우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그만큼 보이스피싱의 규모나 수법이 통제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이스피싱은 1만4707건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776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발생 건수는 25.3%, 피해액은 98.7% 늘어났다. 정부는 통신사나 판매점과 함께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도 강한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무과실 배상 책임’을 도입해 금융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 책임이 있는 주체가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해도 금융사가 피해를 배상하게 되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송금 등 금융) 시스템 운영자인 금융사에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담시키는 것은 관심과 책임을 더 가져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카드사의 사례를 들어 금융사의 배상 책임을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은 카드 분실이 발생해 피해를 입었을 때 카드사의 책임이 아닌데도 이후 발생된 결제를 카드사가 책임지는 것과 같은 형태란 얘기다. 금융위는 영국, 싱가포르 등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고 허위로 신고한 뒤 금융사에서 돈을 받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근절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보험 사기처럼 은행으로부터 배상금을 뜯어내기 위한 허위 신고를 어떻게 막을지가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수사당국과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할 예정이다.● 코인 거래소도 책임 강화 가상자산 거래소도 더 강한 책임을 지게 된다. 정부는 거래소가 보이스피싱의 이상 거래 탐지, 거래 목적 확인, 지급 정지, 피해금 환급 등을 할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가상자산도 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응 인력도 대폭 강화된다. 금융위는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를 의무화한다. 금융감독원은 피해가 집중된 금융사의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10월 중 실시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전 금융회사·통신사·수사기관 등이 보유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발표한다. 정부는 내달부터 경찰청을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해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가동한다. 통합신고대응센터의 상주 인력을 43명에서 3배 이상인 137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또 상담·분석·차단·수사까지 연계하는 실시간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 대포폰, 대포통장, 개인정보 유출 범죄 등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앞으로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휴대전화를 단 한 차례만 불법적으로 개통해도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이 해지될 예정이다. 알뜰폰 회사를 포함한 통신사들은 관리가 부족해 ‘불법 개통’이 많이 발생하면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통신사들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 대리점에서 외국인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대포폰 개통이 의심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엔 ‘보이스피싱의 사슬’에 얽혀 있는 통신사, 판매점, 대리점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담겼다. ● 보이스피싱, 카드분실처럼 ‘무과실 배상책임’정부가 보이스피싱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연계된 주체들에 강한 책임을 지우는 강경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그만큼 보이스피싱의 규모나 수법이 통제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이스피싱은 1만4707건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776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발생 건수는 25.3%, 피해액은 98.7% 늘어났다. 정부는 통신사나 판매점과 함께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도 강한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무과실 배상책임’을 도입해 금융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 책임이 있는 주체가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해도 금융사가 피해를 배상하게 되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송금 등 금융) 시스템 운영자인 금융사에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담시키는 것은 관심과 책임을 더 가져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금융위는 카드사의 사례를 들어 금융사의 배상책임을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은 카드 분실이 발생해 피해를 입었을 때 카드사의 책임이 아닌데도 이후 발생된 결제를 카드사가 책임지는 것과 같은 형태란 얘기다. 금융위는 영국, 싱가포르 등 이같은 제도가 도입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고 허위로 신고한 뒤 금융사에서 돈을 받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근절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보험 사기처럼 은행으로부터 배상금을 뜯어내기 위한 허위 신고를 어떻게 막을지가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수사당국과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할 예정이다.● 코인 거래소도 책임 강화가상자산 거래소도 더 강한 책임을 지게 된다. 정부는 거래소가 보이스피싱의 이상 거래 탐지, 거래 목적 확인, 지급 정지, 피해금 환급 등을 할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가상자산도 보이스피싱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응 인력도 대폭 강화된다. 금융위는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를 의무화한다. 금융감독원은 피해가 집중된 금융사의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10월 중 실시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전 금융회사·통신사·수사기관 등이 보유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발표한다.정부는 내달부터 경찰청을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해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가동한다. 통합신고대응센터의 상주인력을 43명에서 3배 이상인 137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또 상담·분석·차단·수사까지 연계하는 실시간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 대포폰, 대포통장, 개인정보 유출 범죄 등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인터넷에서 네가 나온 영상을 본 것 같아.” 지난해 2월, 업계 동료의 이 한마디가 20대 여성 이모 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동료가 알려준 일본 소재 Y사이트에는 이 씨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는 나체 영상이 걸려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알게 된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태국 소재 C사이트 등 플랫폼 2곳에서도 어떻게 촬영됐는지 모를 이 씨의 영상이 유통되고 있었던 것. 그는 불안에 떨며 사설 업체에 착수금 200만 원을 주고 영상을 없애 달라고 의뢰했지만, 이미 퍼진 영상을 모두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최근 불법 촬영물이 텔레그램 등 잘 알려진 플랫폼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조짐이 뚜렷하다. 텔레그램이 불법 촬영물 확산의 주요 통로로 지목된 후 서비스 약관 등을 바꿔 불법 행위를 한 사용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자,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n번방 망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마이너 플랫폼에 들어선 ‘불법 촬영물 장터’ 또 다른 20대 여성 임지은(가명) 씨는 올 6월 미국 소재 P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가 노출된 영상을 발견했다. 남자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찍힌 것이었다. 혼비백산한 임 씨는 남자 친구 몰래 그의 휴대전화를 열어봤고, 남자 친구가 임 씨뿐만 아니라 최모 씨 등 전 연인들의 수많은 불법 촬영물을 P앱과 B앱 등에 업로드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임 씨로부터 전해 들은 최 씨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최 씨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새로운 사이트에서 제3자가 재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또 영상이 나타날지 몰라 하루하루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임 씨와 최 씨는 이 남성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27일 취재팀이 직접 B앱에 접속해 ‘영상’ ‘영상 판매’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보니, 여성의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과 함께 “영상을 판다”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었다. B앱은 X(옛 트위터)처럼 게시글, 댓글, 메시지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용자들은 주로 판매자가 올린 영상 샘플을 보고 쪽지(DM)로 계좌번호를 교환하고 있었다. P앱의 경우 구조가 더 노골적이었다. 영상을 사고팔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였는데, 상단에 노출된 크리에이터 프로필을 누른 뒤 하단에 제시된 링크만 클릭하면 불법 촬영물들이 ‘미리 보기’ 형태로 쉽게 드러났다.● 전문가 “국제 공조 없이는 무력” 이런 마이너 플랫폼의 문제는 본사와 서버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상 삭제나 유포범 추적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락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제도도 한계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불법 촬영물이 올라오면 접속 차단이나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할 권한은 없다. 성범죄 전문 김지진 변호사는 “이름조차 생소한 마이너 플랫폼에 불법 촬영물이 유통돼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사건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범죄처벌법상 불법 촬영물 제작·유포 피해는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2020년 5032건에서 지난해 7202건으로 4년 새 43.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공조를 통한 사이버범죄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이버범죄 처벌과 신속한 국제 공조를 규정한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은 2023년부터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사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록 등이 삭제되지 않도록 하는 ‘보전 요청’ 제도가 미비해 승인되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6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시에서 생활비를 훔치려고 20년 지기인 70대 여성의 집에 침입했다가 그를 살해한 뒤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훔쳐 달아난 돈은 현금 10만 원이었다. 지난달 인천에서 벌어진 사제 총기 살인과 올 5월 지하철 방화 사건도 60대 피의자의 소행이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중 61세 이상이 피의자인 경우가 18.8%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9∼30세 피의자의 비중을 앞질렀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크지만, 노년층이 사회에서 ‘여전히 일할 수 있음에도 기회가 적은 세대’라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 고령화·실직에 60세 이상 범죄 증가24일 경찰청의 ‘2024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는 총 158만3108건이다. 피의자 비중은 51∼60세가 20.6%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41∼50세(20.5%), 61세 이상(18.8%), 19∼30세(18.3%), 31∼40세(17%), 18세 이하(4.8%) 순이었다. 61세 이상 피의자의 비율은 2020년부터 증가했는데, 지난해 18.8%(23만8882명)로 통계 집계(2011년) 이래 처음 19∼30세의 비율(18.3%·23만2924명)을 추월했다. 강력범죄에서도 노인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살인을 비롯한 강력범죄 피의자 중 61세 이상의 비율은 2020년 12.4%에서 지난해 15.7%로 지속해서 늘었다. 특히 지난해 살인 피의자 중 61세 이상의 비율은 23.2%로 모든 나이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어 41∼50세(22.1%), 31∼40세(20.3%), 51∼60세(17.8%), 19∼30세(15.9%) 순이었다. 이는 일차적으로 올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초과) 진입이 확실시되는 등 노인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수는 해마다 줄어든 데 비해 60세 이상 인구는 늘었다. 2020년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4%(1244만 명)였지만 지난해엔 28.2%(1444만 명)로 나타났다. 사회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노인’이라는 시선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이 고령층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피의자 중 살인을 저지른 이는 44명이었는데 이 중 65.9%에 해당하는 29명은 무직이었다. 전문직·관리직에 해당하는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또 전과가 없는 사람이 12명(29%)이었다.● “일할 기회, 경제적 보상 늘려야” 고령층 범죄는 생계난과 연결돼 절도·살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짙다. 절도는 61세 이상이 33.9%를 차지한 반면,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하는 강도의 경우 61세 이상이 7.1%였다. 올해 광주 동구에서는 한 주택에 들어가 현금 200만 원과 금반지 3개를 훔친 60대 남성이 구속됐는데, 그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4월에는 서울 성북구 한 슈퍼에서 사과를 훔치던 80대 노인이 붙잡혔다. 전문가들은 노인 범죄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고령층이 처한 구조적 상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보다 건강 상태가 좋아 일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지만,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와 대우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로 사회적 연결망이 끊기고, 경제적 체면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빈곤 문제가 겹치면서 일부는 범죄로 내몰린다는 해석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제적 곤궁이 심한데도 일할 기회는 적고 가족들에게도 따뜻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생계를 위해 범행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경제적 보상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더 제공하는 등 사회 제도적 보완을 통해 긍정적 경험을 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피의자의 47.5%가 배우자나 자녀, 부모 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살인 사건의 절반에 육박하는 범죄가 가족 간에 벌어진 것이다.24일 경찰청에서 발간한 2024 범죄통계에 따르면 전체 살인범죄 피의자 276명 가운데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51명(18.5%)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애인(40명, 14.5%) 자녀(39명, 14.1%) 부모(30명, 10.9%) 등의 순이었다. 배우자·부모·자녀·친인척 등 친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131명이었다. 피의자 성별에 따라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배우자에 대한 범죄의 비율(16.5%)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여성은 자녀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비율(40.6%)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살인범죄가 발생한 현장도 ‘거주지 또는 집’이 61.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올해도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는 사건과 경기 김포시 주택에서 30대 남성이 부모와 형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4월에는 용인시에서 50대 남성이 자택에서 부모와 아내, 자녀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했고, 2023년에는 40대 친부와 50대 외조모가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아이를 2015년 살해해 구속되기도 했다.한편 우리나라가 지난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등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60대 이상이 범죄 피의자가 되는 비중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2024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 전체 건수는 158만 3108건이다. 나이별로 살펴봤을 때 50대가 20.6%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40대(20.5%), 60대(18.8%), 20대(18.3%), 30대(17%) 10대(4.8%) 순이었다. 범죄 피의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2020년 15.8%에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20대의 범죄 비율을 추월했다.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는 해마다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매년 늘면서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20년 60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였지만,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28.2%를 차지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피해를 예방할 방법과 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계약 시점과 거주 중, 이사할 때 등에 맞춰서 살펴봤다. ①계약 전: 주택 임대차 계약을 통해 세를 드는 경우 우선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한다. 등본 ‘을구’에서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금융기관이나 타인에게 돈을 빌렸는지 볼 수 있다. 계약하려는 집이 신탁된 부동산인지도 등본 ‘갑구’에서 살펴야 한다. 신탁된 부동산은 신탁사가 실질적인 집의 소유주이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도 해당 회사와 맺어야 한다. 신탁사와 계약하지 않고 집에 들어가 살면 ‘불법 점유’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집주인이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했는지도 국세완납증명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세금이 밀리면 집이 압류나 공매로 넘어갈 위험이 있다. ②보증보험 가입: 다음으로 중요한 건 임대인이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했는지, 임차인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지다. 두 제도는 모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제도다. 임대사업자는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들어야 한다. 국토교통부 ‘렌트홈’(임대등록시스템)에서 검색하거나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세반환보증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가입할 수 있는데,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인 경우에만 가입이 된다. ③계약 직후: 이런 사항들을 확인한 이후 전세계약을 하게 되면 바로 전입신고를 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전입신고를 해야 계약을 맺었음을 법적으로 주장할 수 있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주택이 경매나 공매에 넘어가더라도 먼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우선변제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④거주 중: 만약 집에 살던 중 강제경매 개시결정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면 섣부른 이사는 금물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우선변제권을 누리려면 집을 점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을 비워 새로운 곳에 전입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 이는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이 있다는 사실을 등기부등본에 명시해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는 제도다. ⑤계약 종료·이사 전: 계약 종료를 앞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계획이면 계약이 끝나기 2개월 전에는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기존 보증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묵시적으로 갱신이 됐거나 혹은 해당 임대차 계약을 연장해 집에서 계속 살고자 하는 경우에도 보증보험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해서는 청년안심주택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서의 주의사항을 동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이 도로는 보행자가 우선인 도로라고 보기 힘드네요. 다른 차로와 다를 바가 없어요.” 지난달 10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선릉로86길.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약 390m인 ‘보행자 우선도로’ 일대를 둘러보고 이같이 진단했다. 이곳은 201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 12월 보행자 우선도로로 정식 지정됐다. 하지만 이날 보행자들은 차량을 피해 도로 양측 구석으로 몰려 걸었다. 도로 중앙을 차지한 건 주행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였다. 점심시간이 되면서 보행자가 많아지자, 곳곳에서 경적 소리가 들렸다. 보행자 앞에서 차가 급정차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쉽게 목격됐다.● 보행자도 몰라, 설비만큼 홍보 시급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량이 많지만 보도블록이 없거나 한쪽에만 있어 위험한 이면도로 등에 지정한다. 2013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2022년 7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정식 시행에 들어갔다. 운전자는 시속 30km(필요시 20km) 이하로 주행하며 보행자와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속도를 높여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면 범칙금이 부과된다. 보행자는 차량을 피하지 않고 도로 전 구간을 통행할 수 있다. 제한속도를 초과해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를 위협하면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손해보험협회는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이 100% 과실 책임을 진다는 기준도 마련했다. 그런데도 이날 점검한 보행자 우선도로는 사실상 ‘자동차 우선도로’였다. 노면에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표기가 있고, 다른 도로와 구별하기 위해 일부 구간에 아스팔트와 다른 바닥재를 사용했는데도 그랬다. 상당수 보행자도 이곳이 보행자 우선도로인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강남구 인근 직장인 김현지 씨(32)는 “사람이 많은 점심시간 외에는 차가 엄청 빨리 다닌다”고 말했다. 같은 날 송파구 백제고분로7길의 보행자 우선도로도 다르지 않았다. 보행자를 추월해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1분에 1대꼴로 나타났다. 길가를 점거한 불법 주정차 차량도 보행을 방해했다. 원칙적으로 보행자 우선도로에는 주정차가 금지돼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줄었는데 보행자 사망은 늘어각 지자체가 매년 보행자 우선도로 사업 대상지를 새로 지정하면서 시행 초 전국 21곳에서 2024년 기준으로 전국 269곳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서울만 해도 올해 2월 기준 133곳의 보행자 우선도로가 있다.하지만 보행 안전 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521명 가운데 보행자는 920명으로 그 비율이 36.5%였다. 2023년 34.7%에 비해 높아졌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4%)과 비교해도 약 2배로 높다. 특히 보행자에게 위험한 건 차로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좁은 길이다. 2019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행 중 사망자의 74.9%가 인도·차로 혼용도로에서 발생했다. 또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매해 34명의 보행자가 인도·차로 혼용도로 가장자리에서 숨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못지않게 제도를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면 포장 등 도로 정비에 보행자 우선도로 사업이 치중된 측면이 있다”며 “보행자 우선도로가 무엇인지, 제한속도는 시속 몇 km인지,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사고 시 과실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등 중요한 정보를 사회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자체 및 경찰 차원의 적극적인 계도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 수석연구원은 “기존 무인단속 카메라는 신호위반이나 불법 주정차는 적발해도 보행차 추월까지 단속하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속적인 계도 노력을 통해 보행자 우선도로에선 차량이 아닌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운전자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벤치-조경시설 등 감속 유도 시설 늘려야” 벤치나 조경시설 설치, 도로 폭 줄이기 등 차량의 통행을 어렵게 하는 노력들을 통해 불법 주정차나 과속을 실질적으로 막는 방법도 있다. 단속과 규제가 아니라 운전자들이 자연스럽게 보행자 안전을 우선할 수 있도록 교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편으로, 유럽 및 미국 일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돼 왔다. 다만 속도 저감시설 설치는 지자체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선도로 지정 시 노면 포장이 우선되고, 속도 저감시설 설치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날 이동민 교수 역시 방문한 2곳에 대해 “현실적으로 속도를 감속시킬 만한 장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후 효과성 검증을 의무화하는 절차를 둔다면 노면 포장 외의 시설 설치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보행자가 주인공인 거리… 차를 ‘천천히’ 만드는 도시 설계차도 줄이고 속도 늦춰 보행안전 확보유럽 확산 ‘정온화’, 국내 도입 확대1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차도가 직선이 아닌 지그재그 형태로 굽어 있다. 차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기 위한 설계다. 차도의 폭은 과거 10m에 달했던 때도 있지만 현재는 약 3m밖에 되지 않는다. 대신 보행자가 다니는 길이 크게 넓어졌다.이처럼 보행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물리적 시설을 설치해 자동차의 통행량과 속도를 낮추는 것을 ‘교통 정온화(靜穩化)’ 기법이라고 한다. 자동차 중심에서 벗어나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를 재편하자는 철학이 들어 있다.세종시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회전교차로도 정온화의 대표 사례다. 교차로 중앙에 원형 교통섬을 두고 차량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유도해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춘다. 보행자도 한 방향만 주의하며 건너도 무방하기에 더 안전하다. 고원식 횡단보도, 소형 회전교차로, 과속방지턱, 노면 요철 포장 등이 정온화의 대표적 사례다.교통 정온화는 1970년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6년부터 ‘슈퍼블록(Superblock)’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여러 블록을 하나로 묶고, 그 내부의 차량 속도와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이다. 기존 차도는 폐쇄하거나 우회시키고, 내부 도로는 놀이터·벤치·카페 등 사람 중심 공간으로 전환했다. 차량 통행을 최소화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유럽에선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차량에 불편을 주는 도로 구조가 오히려 일반적이다. 프랑스에는 약 3만 개의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고, 영국에도 약 2만5000개가 있다.뉴욕 브로드웨이 역시 교통 정온화를 도입하여 도시 설계를 재편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08년부터 2년간 브로드웨이 미드타운 구간에 보행 공간이 조성됐다. 기존 4차로를 2차로로 줄이는 대신 마련된 공간이었다. 차도와 자전거 도로가 자연스럽게 분리되면서 자전거 이용자는 안전한 주행경로를 확보했고, 보행자 역시 쾌적하고 넓은 보도공간에서 쉴 수 있는 새로운 휴식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권구용 사회부 기자 9dragon@donga.com▽김보라(국제부) 김수연(경제부) 박종민(산업1부) 서지원 오승준(사회부) 기자}

8일 오후 3시경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 A 씨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A 씨는 사고 당시 외벽에 설치된 추락 방지용 그물망을 철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18층에 설치된 그물망을 해체해 내려보내던 중 그물망 일부가 6층에 걸리자 이를 밑으로 내려보내려다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DL건설이 시공하는 해당 아파트 공사 현장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였다. 사고 당시 안전모는 착용한 상태였다. 추락 방지용 안전고리가 제대로 걸려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5층, 6개 동, 총 815채 규모로 지어지고 있으며, 내년 9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의 전자발찌 착용, 구금 등을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입찰 담합 등 불공정거래 사건도 검찰 대신 경찰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직접 넘겨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 경찰의 수사 권한을 넓히는 조치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선 경찰은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접근금지나 전자발찌 착용 등 긴급응급·잠정조치를 할 때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경찰이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판단해 법원에 청구하는 구조다. 앞으로는 검찰의 판단과 청구 과정을 생략해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울산에서 20대 여성이 30대 스토킹 가해자의 흉기에 찔렸을 당시, 경찰은 가해자의 구금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한 바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도 공정위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에는 관련 범죄가 명백하고 중대하다고 인정될 경우 검찰에 고발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향후 법 개정을 통해 경찰도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특정금융정보법도 개정을 추진해 자금세탁행위 등에 대한 검찰과 경찰 간 정보 격차도 해소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스토킹처벌법과 공정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관인데, 이들 상임위의 위원장은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다.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여야가 법안을 빠르게 처리할 수도 있지만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방향과 궤를 같이하는 입법에 야당이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로드맵은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법 개정이 이뤄져 경찰이 공정거래 사건 등을 수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한정된 수사 인력으로는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제도 시행 초기에는 공정위나 검찰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해 수사 체계가 개선됐고, 수사 완결성도 높아졌다는 입장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의 전자발찌 착용, 구금 등을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입찰 담합 등 불공정거래 사건도 검찰 대신 경찰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직접 넘겨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 경찰의 수사 권한을 넓히는 조치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역량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선 경찰은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접근금지나 전자발찌 착용 등 긴급응급·잠정조치를 할 때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경찰이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판단해 법원에 청구하는 구조다. 앞으로는 검찰의 판단과 청구 과정을 생략해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울산에서 20대 여성이 30대 스토킹 가해자의 흉기에 찔렸을 당시, 경찰은 가해자의 구금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한 바 있다.경찰은 이와 함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도 공정위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에는 관련 범죄가 명백하고 중대하다고 인정될 경우 검찰에 고발하도록 규정돼있다. 그런데 향후 법 개정을 통해 경찰도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특정금융정보법도 개정을 추진해 자금세탁행위 등에 대한 검찰과 경찰 간 정보 격차도 해소할 계획이다.다만 이를 위해서는 스토킹처벌법과 공정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관인데, 이들 상임위의 위원장은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다.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여야가 법안을 빠르게 처리할 수도 있지만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방향과 궤를 같이하는 입법에 야당이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로드맵은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의미”라고 말했다.실제 법 개정이 이뤄져 경찰이 공정거래 사건 등을 수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한정된 수사 인력으로는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제도 시행 초기에는 공정위나 검찰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해 수사 체계가 개선됐고, 수사 완결성도 높아졌다는 입장이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