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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 빈곤 노인들을 위해 지원활동을 펼쳐온 상조회사 ‘The-K예다함상조(이하 예다함)’가 제4회 ‘CSV 포터상’ 시상식 프로세스 분야 민간부문에서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예의를 지켜 정중하게 대한다는 ‘예우’와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의 ‘다함’의 뜻을 더한 예다함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자본금 500억 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상조회사다. 예다함은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웰 다잉(Well-Dying)’ 문화를 선도해 나가기에 앞서 우리 주변의 빈곤 노인들의 삶부터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 비해 각 개인의 노후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인 빈곤층 급증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로 2017년 4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3.8%에 이른 가운데, 지난해 노인 빈곤율은 4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명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의 4배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노인 빈곤율은 은퇴 노인가구 중에서 중위소득(우리나라 총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가운데)의 50%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가진 가구 비율을 말한다. ‘웰 다잉’은커녕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도 버거운 노인들이 적지 않은 형편이라는 얘기다. 이에 예다함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 및 빈곤 노인가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로, CSV 프로젝트인 ‘사랑(愛)다함’ 사업을 기획했다. 2016년 4월 기부 적립현황 및 공시를 위한 웹 페이지를 제작하고, 2016년 5월부터 고객의 납입금 및 임직원들의 모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홈페이지 상담, 전자청약(다이렉트 상품)을 통해 가입한 고객의 최초 월 납입금 10%와 전(全) 임직원 급여의 1000원 미만 끝전을 모아 기부금으로 전달하는 구조다. 2016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수도권의 65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와 급식을 지원하기 시작한 가운데 올 1월에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나눔의 공간, 요셉의원에 1000여만 원의 기부금을 지원했다. 요셉의원은 ‘영등포 슈바이처’로 불린 고 선우경식 원장이 노인,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등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을 위해 세운 무료 병원이다. 1987년 당시 달동네 중 하나로 꼽히던 관악구 신림1동에 개원했으나, 1997년 영등포구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예다함이 지원한 기부금은 치과진료를 위한 보형물과 방사선 필름 구매 등 진료 및 무료 급식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요셉의원 지원금을 포함해 ‘사랑(愛)다함’ 프로젝트를 통한 기부액은 2016년 7월∼2017년 6월 총 2475만 원에 이른다. 2016년 하반기(7∼12월) 대비 2017년 상반기(1∼6월) 기부액이 30% 이상 증가하며 지원 활동에 탄력을 받고 있다. 예다함의 CSV 활동은 투명성 측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예다함 홈페이지에서는 누적 기부 건수와 기부 금액울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상세 기부명세도 공개돼 있다. 예다함이 이렇듯 활발히 CSV 활동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한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상조업계 회계감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상위 15개사에 대한 4대 재무건전지표(△지급여력비율 110%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 △영업현금흐름 250억 원 이상 △자본금 100억 원 이상) 현황을 발표했는데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회사는 예다함뿐이었다. CSV 프로젝트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됨에 따라 올 상반기에도 지난해 하반기 대비 상품 가입 건수가 30% 이상 증가하는 등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예다함은 ‘사랑(愛)다함’ 프로젝트 외에 조손(祖孫)가정 장례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중고교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층 조손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모기업인 한국교직원공제회와 함께 조부모 사망 시 장례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장례비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장례절차를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에게 관련 정보 및 상담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한 상조산업의 미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장례 관련 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지원활동도 벌이고 있다. 관련 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우수학생들은 예다함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한편 현충원 묘역 정화 활동, 겨울철 사랑의 연탄나눔 활동 등 봉사활동도 매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김형진 예다함 대표이사는 “사회의 일원인 기업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통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착한 기업’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비싼 브랜드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어?” 막상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보면 다 비슷해 보이는 화장품인데도 브랜드마다 가격이 왜 수백 배까지 차이가 나는지 소비자들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물론 정부가 2008년도부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화장품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기재토록 하는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페녹시에탄올, 클로페네신’과 같은 화학 성분이 도대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소비자가 ‘해석’하기란 불가능했다. 한마디로 정보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던 화장품 시장을 바꿔 보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버드뷰의 이웅 대표와 2명의 고교 동창이었다. 3명의 창업자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화장품을 해석하다(이하 화해)’는 피부과 교수, 화장품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비자들이 이름만 들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화장품 성분의 특징과 영향을 자세히 소개했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값진 정보를 제공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향이 일었다. 2013년 7월 출시 이후 앱 스토어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해온 화해는 올해 들어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 화장품 구입 전후 화해를 사용하는 사람은 월 기준 110만 명에 이른다. 어느덧 화장품 시장에서 작지만 무시 못 할 존재로 성장한 화해의 성장 스토리를 DBR가 분석했다. ○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화해’ 사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화장품 성분 분석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시도는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이었다. 여행자들에게 같은 도시를 여행하는 다른 여행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앱으로, 이름도 ‘트렌즈(travel+friends)’라고 지었다.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라고 자부했지만 다운로드는 700건을 겨우 넘겼을 뿐이다. 그 다음엔 단백질 자판기 사업에 도전했다. 한창 단백질 보충제 열풍이 불 때라 성공을 자신했건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한 발짝 떨어져 두 번의 실패를 냉정히 복기해 보았더니 비로소 과오가 눈에 들어왔다. 소비자에 대해서도, 시장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했다. 여행지에서 친구를 연결시켜 주려면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했는데, 이에 대한 대안 없이 도전한 게 실책이었다. 단백질 보충제의 경우 주 사용자층은 이미 자세한 조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보충제를 신중하게 선택한 후 책상 서랍에 보관해 놓고 복용하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사먹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 이번엔 신중해야만 했다. 수개월간 고민을 거듭하다 마지막으로 승부수를 던진 곳은 화장품 시장이었다. 당초 구상한 비즈니스 모델은 ‘스펙 비교’를 즐기는 남성들을 위한 화장품 큐레이션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노트북 중앙처리장치(CPU), 자동차 엔진처럼 화장품의 스펙을 비교해 주려다 보니 성분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궁금해하는 소비자는 많았지만, 그걸 제대로 해결해 주는 곳은 없었다. “만약 성분만 제대로 정리해 줄 수 있다면 ‘A화장품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전혀 없는데, 10mL당 가격이 제일 저렴. 가성비 갑(甲)’ 이런 식의 자세한 분석이 가능해질 텐데….” 다행히 정부가 시행 중인 전 성분 표시제 덕분에 성분을 알 통로가 없진 않았다. 대한피부과의사회,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들이 공개해 놓은 데이터도 수두룩했다. 꼭 풀고 싶은 ‘과제’를 발견하자 속도가 붙었다. 성분을 제대로 분석하고, 쉽게 풀어준다면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생긴 이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거침없이 유사 서비스는 없는지, 서비스가 가능한지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바로 앱 출시를 위해 화장품 성분 정보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사실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최고의 기술이 아니다. 성공의 핵심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500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화해’를 내려받은 것은 화해의 앱이 사용성이 뛰어나거나 화려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화장품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고 싶다’는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줬기 때문이다. ○ 소비자들의 ‘니즈’ 따라 업그레이드 철저히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플랫폼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킨 것도 화해의 성공요인이다. 2013년 앱을 출시한 뒤 2014년 5월 리뷰 서비스를, 2015년 12월 화장품 랭킹 서비스를, 2017년 6월 화장품 구매 서비스를 추가했다. 서비스를 확대하되 창업 당시에 설정했던 ‘화장품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서 소비자 중심적인 시장을 만들자’는 큰 과제는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예컨대 화해의 리뷰는 여타 화장품 리뷰와는 다르다. 사실 블로그 등 리뷰를 볼 수 있는 공간은 많았지만 상업적인 리뷰, 불순한 의도를 가진 리뷰를 제대로 구분해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신뢰성이 작은 리뷰를 반드시 걸러내야만 리뷰 플랫폼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 화해는 그래서 몇 가지 ‘허들’을 만들었다. 일단 리뷰 작성자들에게 무조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기록하도록 했다. 두 번째 허들로 내가 리뷰를 작성해야만 다른 사람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화해를 찾는 소비자 대다수가 리뷰를 작성하다 보니 행여나 일부 광고성 글이나 상업적인 글이 올라오더라도 충분히 희석될 수 있었다. 화해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리뷰 플랫폼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화해의 리뷰가 달랐듯이 올해 시작한 화장품 구매 서비스도 다르게 구성했다. 화해는 잘 팔릴 만한 제품 대신 화해 리뷰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상품을, 현란한 광고 문구 대신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선택한 이유를 보여주면서 상거래 플랫폼을 구성했다.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즐길 법도 하지만 화해는 성분 분석 정보를 제공해 얻은 인기와 인지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지금까지 앱을 출시한 후 업데이트만 99번을 진행했다. 지금도 화해는 매일같이 들어오는 소비자들의 요청과 문의를 통계로 정리해, 매달 “화해 유저들이 어떤 요구를 했는가”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물론 화해도 적잖은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일단 영향력을 쌓을 수 있을 만큼 쌓았으니,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다행히 광고 사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광고를 시작해 이 해에 30개사의 광고주를 유치했는데 2017년 상반기에는 200곳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는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이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는 화장품 시장의 구매 패턴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이 대표는 “브랜드 때문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성분을 제대로 알고, 리뷰를 확인하고, 똑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뭐 좋은 생각 없어?”라고 질문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또 “생각 좀 합시다”라는 말이 빈번하게 들린다. 이제 더 이상 생각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황이 아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의 지위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바야흐로 생각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은 바뀌어가는 현상들 중에서 어떤 일관된 흐름을 포착해 그것을 언어로 개념화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정신적인 활동을 가리킨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생각이라고 하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려워한다. 금방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다양한 요소를 비교하며, 장단점을 나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 고전은 생각의 보고 밥을 지으려면 쌀이 필요하듯 생각에도 ‘재료’가 필요하다. 우리가 멀리 여행을 가려면 적금을 부어 여유자금을 준비하듯 생각도 잘하려면 사전에 생각을 풀어나갈 자료를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는 고전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는 시대가 달라졌는데 고전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지금도 유효한 의미와 메시지를 던져준다. 예컨대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종래의 창조설을 대신해 진화론을 주장했다. 지금도 진화론은 생명의 탄생과 발전을 설명하는 유력하고 타당한 학술로 권위를 잃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생명 현상을 설명하고자 할 때 ‘종의 기원’은 19세기 중엽과 영국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해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다. 결국 고전은 후대 사람들이 생각을 진행시켜나가는 데 많은 자료를 제공하는 ‘사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을 읽어서 소화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떤 주제가 나에게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고전에서 캐낸 사상 자원을 바탕으로 생각을 요령 있게 전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생각의 형성 단계 생각이 아이디어 단계에 이르러 살이 붙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기되는 과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장자는 ‘지락(至樂)’에서 생명의 창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최초의 단계를 살펴보면 본래 생명이 없었다. 생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형체도 없었다. 형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도 없었다. 황홀한 가운데 섞여서 변하여 기가 되고 기가 변하여 형체를 갖추게 되고 형이 변하여 생명을 갖추게 된다.” 장자의 말에 따르면 생각도 처음부터 구체화돼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여러 가지 생각의 자료가 마구 뒤엉켜 있다. 이 상태에서 한 갈래를 잡고 늘어지면 “이게 좋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온다. 그것이 바로 기(氣)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구체적 생각을 더하다 보면 형상화와 개념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형(形)의 차원이다. 마지막으로 생각을 더 보태는 가운데 “꼭 이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들면 생(生)의 차원이 나타난다. 비로소 생각이 제 색깔의 옷을 입고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수많은 시간을 잡아먹으며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안 된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생전에 ‘상갓집의 개’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공자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은 ‘지기불가이위(知其不可而爲·안 되는 줄 알면서도 뭐라도 하려고 한다)’라 할 수 있다. 그는 오뚝이처럼 번번이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자신을 단련했다. 그 과정을 거쳐 공자는 사회현상을 겉으로만 보고 넘어가지 않고, 깊이 들여다보는 ‘시대의 기획자’가 될 수 있었다. 생각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종종 답답하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어 갑갑하기 그지없는 침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 공자처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주위의 격려와 위로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만 수만 갈래의 생각 소(素·물건의 시초나 바탕) 중 일부분이 현실 세계에서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 교수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서울 종로구 북촌로 한옥마을 사이에 자리 잡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계절별, 시간대별로 창가 블라인드의 세팅이 매뉴얼에 따라 미묘하게 바뀐다. 자연광에 취약한 디자인 서적들의 변색을 막으면서도, 이용자들이 ‘빛의 공간’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게끔 한 현대카드의 섬세한 배려다. 매일매일 일광량을 측정하고 햇빛의 각도를 계산해 적절한 블라인드 세팅을 찾아낸 것이다. 현대카드는 햇빛의 양과 각도까지 계산할 만큼 ‘공력’을 쏟아가며 2013년 2월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2014년 5월 트래블 라이브러리, 2015년 5월 뮤직 라이브러리, 올 4월 쿠킹 라이브러리 등 4개의 도서관을 차례로 개장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러리 하나의 구상에 통상 3년 정도 걸리고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장소에서 자료를 모은다”고 밝혔을 만큼 이들 라이브러리는 디테일도 디테일이지만 전문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첫 주자인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1만5000권이 넘는 디자인 전문서적을 보유했으며, 전체 장서의 70%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희귀 서적으로 구성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도 여행과 관련된 세계적인 간행물을 만나볼 수 있다. ‘지구의 일기장’이라 불리는 126년 전통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과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여행지리 잡지 ‘이마고 문디(Imago Mundi)’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라이브러리다.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1만여 장에 달하는 전 세계 희귀 LP판이 빼곡히 자리해 있다.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도산공원 인근의 쿠킹 라이브러리는 철저히 방문객의 ‘오감(五感)’을 만족시키기 위한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와 요리를 즐기고(1층), 서가의 책을 통해 요리를 학습한 뒤(2∼3층), 직접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3∼4층) 설계됐다. 방문자들은 라이브러리 내 서적에 나와 있는 레시피대로 자기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며, 쿠킹 클래스에도 참여할 수 있다. 금융회사인 현대카드가 이토록 라이브러리에 매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카드 측은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들이 실제로 ‘경험’하게 만들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한다. 현대카드 류수진 브랜드2실장은 “‘슈퍼 콘서트’ 등으로 현대카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많이 알려졌지만 일회성 행사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현대카드의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사용자들이 이를 체험할 지속가능한 브랜딩 공간이 필요해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카드를 발급하고 결제를 유도하기보다는 이용자들에게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가득 담은 라이브러리를 개방해 지적인 휴식을 제공했을 때, 고객들이 더 만족감을 느끼고 현대카드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게 될 것이라 본 셈이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실험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이미 도심 속 지적 휴식공간이자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2016년 디자인·트래블·뮤직 라이브러리 방문객 수는 연간 15만 명에 이르렀고 올해는 쿠킹 라이브러리가 더해져 방문객이 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한 번 찾으면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방문 비율도 높은 편이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재방문 비율은 30%, 트래블과 뮤직 라이브러리는 각각 15%로 집계되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과거 우리 사회는 1등만을 원했지만 이젠 달라졌어요. 1등이 아니라 나만의 ‘캐릭터’가 있으면 되죠. 나는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처럼 1등이 될 수 없어요. 하지만 되지 않아도 좋아요. 여러분도 틀을 깨버렸으면 좋겠어요.” ‘말 많고 안 웃기는 개그맨’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없으면 안 되는 캐릭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개그맨 김영철의 진솔한 이야기에 20대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김영철은 ‘스물네 살에 무엇을 해야 후회가 적을까’라는 고민을 던진 청중에게 즉석에서 강상중 교수의 저서 ‘고민하는 힘’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KT ‘청춘기(氣)업 토크콘서트 #청춘해’(이하 청춘해)에 참석한 수백 명의 청춘은 무더위와 기습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 않고 연사로 참여한 개그맨 김영철, 가수 홍진영과 뜨거운 ‘공감(共感)’의 시간을 즐겼다. 연세대 경영학과 김모 씨(23)는 “아는 사람이 좋다고 해서 와봤는데 우리 눈높이에 맞춘 내용이라 공감이 갔고 즐길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N포 세대’,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 ‘흙수저’ 등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하는 신조어가 쏟아지는 시대에 청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소통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에 친근한 기업이미지를 조성하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고객 및 ‘팬’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언이나 가르침보다는 인정과 따뜻한 격려에 목말랐던 청춘들의 호응도 뜨거워 지난해 3월 시작된 KT의 ‘청춘해’는 이미 대학가에서 입소문을 타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입소문 타기 시작한 KT의 ‘청춘氣업 토크 콘서트’ 공연과 인생 상담이 버무려진 KT ‘청춘해’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쌍방향 소통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2030 청춘들과 출연진이 페이스북 대화 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며, 무대를 함께 꾸며 나간다. 2030 청춘들이 응모한 사연 가운데 토크쇼 아이템을 직접 채택하는 것. 실제로 ‘청춘해’에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학자금, 취업, 학업에 대한 고민부터 뒤처질까, 낙오될까 싶은 두려움까지 온갖 걱정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고민에는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이 오간다. 지난해 5월 26일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사에선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직원이 마이크를 들고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로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도 했는데, 월급은 대부분 학자금 갚는 데 들어간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행사 진행자 중 한 명이었던 가수 ‘샘 김’은 곧장 무대 아래로 내려가 그 직원을 따뜻이 안아줬다. 청춘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특징이다. 공연과 강연을 동시에 진행하지만 당초 공연 비중이 더 높았던 행사는 올해 들어 강연 비중이 높아졌다. 지난해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약 70%의 관객들이 “강연 비중을 높여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KT는 3월부터 전문 강사를 섭외하기 시작했고 강연시간도 지난해의 배로 늘렸다.○ 앞다퉈 청춘을 만나러 가는 기업들 사실 청춘들과의 스킨십에 나선 기업은 KT만이 아니다. 삼성은 2016년 5월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청춘문(問)답’ 행사를 진행했다. 2011년부터 4년간 ‘열정락(樂)서’, 2015년 ‘플레이 더 챌린지’ 등 토크 콘서트를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퀴즈와 토크 콘서트를 결합한 ‘청춘問답’을 선보인 것이다. 청춘問답의 주요 연사로는 외부 명사들은 물론이고 삼성 임원들도 참석해 수십 년간 경영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전달했다. 또 삼성은 청춘세대와 공감하는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2013년부터 20대가 즐기는 웹 드라마를 매년 한 편씩 만들어 오고 있다. 국민카드는 ‘청춘대로 프리마켓’ 행사를 개최해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의 ‘메이크업 유어드림’도 강연을 통해 청춘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청춘을 품어야 미래가 있다 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아직은 주류가 아닌 청춘들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유스(youth) 마케팅’ 차원일까.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마케팅연구소장)는 “청년실업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소통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몇 년간 청년실업이 최대 난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청년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사이 출생한 세대)의 까다로운 소비 취향도 기업들을 움직인 배경이다. 이 교수는 “현 2030세대는 기존의 오프라인 문법이 잘 통하지 않는 세대”라며 “젊은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디지털 데이터를 모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문화행사를 통해 기업의 ‘지지자(advocate)’를 확보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정성만 통하면 톡톡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사실 KT의 경우 공기업 이미지, 보수적 기업 이미지가 강해서 젊은층의 호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지만 KT를 두고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힘들었던 것. 고민 끝에 나온 ‘청춘해’ 콘서트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단기에 큰 성과를 얻고 있다는 게 KT의 자체 평가다. 관중 수가 초기 수백 명에서 최근 수천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던 타사 청춘 콘서트와 달리 전국을 돌면서 행사가 진행돼 ‘지지자’들이 전국구라는 특징도 생겼다. 이미지 제고는 상품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청년특화 상품인 ‘Y24 요금제’(만 24세까지 가입 가능, 매일 3시간 데이터 무제한, 이용요금은 2만∼5만 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 가입자 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KT는 ‘청춘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업 내부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KT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대공감 토크콘서트 ‘케미’가 열렸다. 2030세대와 4050세대가 얼굴을 맞댄 행사에서는 젊고 창의적인 KT를 만들기 위한 생산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청춘해’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KT홍보실 류준형 상무는 “KT는 진심으로 청년세대를 응원하며 이를 ‘청춘해’ 콘서트로 녹여내고 있다”며 “앞으로 행사 규모와 채널을 확대해 더 많은 청춘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전국에 요양병원들이 넘쳐나고 있다. 2002년 말 50여 개에 불과하던 전국의 요양병원 수가 매년 몇백 개씩 증가하더니 2017년에는 1400개를 넘어섰다. 당분간 요양병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생존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행위별수가제(진료할 때마다 따로 가격을 매기는 제도)가 아니라 포괄수가제(진료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만을 부담하는 제도)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되는 환자당 수가가 정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환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환자당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지방의 중소도시 두 곳에서 각각 300병상, 25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의료재단도 비용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 거동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존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지만 비용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 간병을 하자니 간호 인력 증가에 따른 인건비 상승 폭이 컸다. 더 깨끗한 병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환자복, 침대시트 등을 자주 갈다 보니 의료 소모품 구입비나 세탁비도 증가했다. A의료재단은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말 비용혁신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조직 구성원들은 보통 나에게 주어졌던 혜택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싶어 비용절감 운동을 반기지 않는다. A의료재단은 이러한 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용혁신 운동 추진 전에 다음과 같이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이 아닌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비용을 낮춘다. 둘째, 직원들의 노력을 통해 절감되는 금액은 모두 환자 서비스의 질 향상과 직원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셋째, 인력을 줄이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방식의 비용 절감은 추진하지 않는다. 최고경영진은 이 같은 원칙들을 전체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알리고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하지만 워낙 인건비 비중이 크다 보니 인건비를 건드리지 않고 비용 혁신을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A재단은 그동안 따로 관리되던 두 병원의 구매 및 사용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했다. 의약품, 의료소모품, 일반소모품 및 식자재 등 주요 구매 항목뿐만 아니라 전기료, 세탁비, 청소비 등 기타비용 항목을 망라해 병원별로 구매업체별 품목, 단가, 구매량, 구매조건 등을 파악했다. 또 병동별, 진료과목별, 간병사별 환자당 구매비 및 사용량을 계산한 후에 이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구매비용이나 사용량의 절감 가능성 및 절감 규모를 추산했다. 그 후 A의료재단은 가장 먼저 두 병원 간 식단을 통일했다. 이로써 두 병원의 구매 식자재가 같아졌고, 구매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할인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또 수년간 하나의 업체만을 통해 납품받던 것을 복수의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게 되면서 구매단가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A의료재단은 연간 10억 원의 식자재 구입비 가운데 무려 3억5000만 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재단의 사례는 비용이란 단순히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재단은 두 병원의 구매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매 역량도 키웠다.이상화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sangwha@handong.edu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14년 첫 단독 콘서트를 열고 1위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대세 아이돌이라기보다는 ‘기대주’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천천히 내공을 쌓으며 팬덤을 키우더니 결국 날아올랐다. 올해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은 전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보여주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6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빌보드 200 차트 진입으로 방탄소년단은 2015년 12월 ‘화양연화 pt.2’, 2016년 ‘화양연화 영포에버’, ‘윙스’에 이어 4연속 빌보드 200 차트 진입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 힙합음악으로 한국·해외 동시 공략 방탄소년단은 SM, YG, JYP 등 소위 국내 엔터테인먼트 ‘빅3’가 아닌 중소 기획사(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이다. 소속사의 든든한 후광 없이도 방탄소년단이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초기부터 한국과 해외를 동시에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그해 12월 곧바로 일본에서 첫 번째 쇼 케이스를 열며 해외 시장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2년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호주, 멕시코, 칠레 등 북미, 유럽, 남미 국가들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특히 독일, 스웨덴, 브라질에선 2014년부터 팬 미팅을 개최했을 정도로 현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이 일기 시작하자 국내 팬덤도 자연스레 확산됐다. “방탄소년단이 도대체 누구인데 이렇게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것이냐”는 호기심에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접하게 된 이들이 새롭게 팬으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프로모션도 벌이지 않은 방탄소년단이 이처럼 해외 팬들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힙합’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는 “딱 들으면 K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여타 아이돌 음악과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달랐다”며 “K팝이라는 제한된 장르의 색채를 걷어내고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구현해낸 덕택에 해외 팬들도 거부감 없이 쉽게 수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 20대 청춘들의 고민 노래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논하는 데 있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히트 곡을 양산한 그가 직접 트레이닝한 방탄소년단의 연습생 생활은 다른 아이돌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통상 국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온종일 ‘칼 군무’에 목숨을 걸며 ‘주어진’ 곡을 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방 대표가 방탄소년단에 내린 주문은 “너희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였다.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찾아 노래로 만드는 과제를 해결하며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그 결과 멤버 전원이 작곡 및 작사가 가능한 그룹이 됐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래 줄곧 앨범 창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내고 있다. 예컨대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에서는 ‘네 꿈은 뭐니’, ‘삶의 주어가 되어 봐’ 같은 가사로 10대들에게 있어 ‘꿈의 의미’에 대한 그들만의 생각을 담아냈다. 10, 20대로서의 고민과 혼란스러운 청춘을 대변하는 듯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가사는 자연스레 팬들로부터 공감과 동질감을 자아냈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 타령’이 아니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청춘들의 고민과 꿈을 진솔하게 풀어놓은 덕택이다. ○ SNS로 팬들과 실시간 소통 방탄소년단은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며 이들이 즐길 만한 놀 거리와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열성 팬들은 자신들의 ‘입덕’(‘덕후’가 된다는 뜻) 계기로 멤버들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떡밥’을 꼽는다. 즉, 낚시꾼이 물고기를 유혹하는 미끼를 던지듯 팬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하며 팬을 유인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을 통해 해외 활동 중이거나 활동을 쉴 때도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했다. 부지런한 스타 덕분에 방탄소년단 팬들은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이들은 영상을 복습하고, 또 재가공해 2차 편집영상을 생산하며 ‘덕후질’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팬덤의 결속력은 더 강해져갔다. 과거의 아이돌은 신비로운 우상이었다. 하지만 2017년의 아이돌은 우상이라기보다는 언제든 만나러 갈 수 있는, 나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는 친구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친근한 모습이 얼마나 자주 노출되는지가 그들의 팬덤 규모를 좌우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아이돌이었다.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빅3 체제는 좀처럼 깨지질 않고 있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육성한 아이돌의 경우 데뷔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방송 출연 기회도 쉽게 잡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그런 혜택은 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들은 노력해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왔다.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해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지는 가운데 꾸준히 성장해 온 방탄소년단. 팬들은 이들의 ‘성장 스토리’에 감동과 흐뭇함을 표시하고 있으며, 이 성장 스토리의 매력은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23호에 게재돼 있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살펴보고 흥미와 기대감을 나타내던 투자자들이 정작 창업자와의 ‘피치 미팅’(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짧은 사업설명 미팅) 이후 관심을 거두는 일이 적지 않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호는 피치 미팅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분석, 정량화한 락슈미 발라찬드라 미국 뱁슨대 조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발라찬드라 교수의 첫 번째 결론은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발라찬드라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창업경진대회에서 녹화된 1분 피치 동영상 185개를 입수해 연구진들로 하여금 소리를 끄고 오직 영상만으로 발표자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이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창업자들의 활력 넘치고 결의에 찬 모습이 평가위원에게도 어필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평가 결과는 달랐다. 벤처투자사(VC)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은 침착한 언행의 발표자를 선호했다. 열정을 적당히 절제하며 냉철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피치에서는 더 중요했던 것이다. 유능함보다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에인절투자자들이 특정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창업자의 유능함보다는 인성과 신뢰도가 더 크게 작용했다. 사실 재무나 기술 분야에서 역량이 부족하다면 최고경영자(CEO)가 교육을 받거나 인재를 고용해 보완할 수 있지만, 인성 문제는 좀처럼 극복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신뢰도를 강조한 창업자가 투자 유치에 성공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창업자에 비해 무려 10%나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에인절투자자들은 피드백을 잘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창업자를 원했다. 질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미소를 짓는 행위는 ‘열린 사고의 소유자’처럼 비쳐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여전했다. 연구진은 MIT 창업경진대회 영상에서 나타난 발표자들의 행동을 남성적 성향(박력, 지배성향, 공격성, 단호함 등)과 여성적 성향(따뜻함, 감수성, 표현력, 감성 등)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여성적 성향의 행동을 많이 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투자 유치 성공 확률이 낮았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아빠상어 뚜루루뚜루, 엄마상어 뚜루루뚜루, 아기상어 뚜루루뚜루.” 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강한 동요 ‘핑크퐁 상어가족’으로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 모바일에 특화된 유아교육 콘텐츠를 선보이며 모바일 교육시장을 개척한 스마트스터디는 설립 6년 만인 지난해 매출 175억 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폰을 무대로 ‘핑크퐁 자장가’ ‘핑크퐁 ABC파닉스’ ‘핑크퐁 스티커 색칠놀이’ 등 다양한 유아전용 앱이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유튜브에서 무려 200만 명 이상(5개 채널 총합)의 채널 구독자를 모집하며 자연스레 해외에 이름을 알리더니 올해 1월 기준 112개국 앱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DBR 222호(2017년 4월 1일자)에 실린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와의 인터뷰를 요약해 소개한다. ―처음부터 유아를 겨냥한 콘텐츠를 기획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조금 더 높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준비하다가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아는데…. “우리 사명 자체가 ‘스마트스터디’이지 않은가. 사실 처음에는 진지하게 교육에 방점을 찍고 ‘모바일 학원’을 만들어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유치원 기관교재와 영어 교육열을 고려해 영어 동화책을 앱으로 내놓았다. 동요 앱은 그와 더불어 가볍게 출시해봤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영어 동화책이 아니라 신나는 동요 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바로 동요와 같은 유아 콘텐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스무 살, 스물다섯 살에 창업을 했다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무엇이 성공이고 실패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또한 사업 전환을 이렇게 빨리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 우물만 파다 죽든지 대박이 나든지 아마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창립 멤버 대부분이 10년 이상 회사생활을 했고, 특히 게임업종에서 시장 반응 측정에 닳고 닳은 사람들이었다. 시장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춰 기존 계획을 수정해 제2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우리에겐 너무나 ‘본능적인’ 일이었다.” ―단순히 훌륭한 콘텐츠라고 해서 모바일에서도 매력적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바일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많은 출판사가 기존 콘텐츠를 모바일상에 그대로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큰 착각이다. 애초에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다큐멘터리상의 북극곰이 거대한 설원을 기어가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TV로 보면 기가 막히게 감동스럽다. 심지어 북극곰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걸 모바일로 보면 북극곰이 너무 작아서 제대로 된 감흥을 느낄 수 없다. 모바일은 화면이 작기 때문에 좀 더 역동적이고 과장돼야 재미를 준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바일 콘텐츠를 새로 설계하고 제공했기 때문에 모바일에 특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비용도 많이 투자했다. 보통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1분짜리 동영상을 30만 원에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으면 어떻게든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두고 경쟁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편에 500만 원 정도로 다른 업체들보다 비용을 10배 정도 더 들여 콘텐츠를 만들었다. 당연히 품질은 월등히 올라갔고, 소비자들로부터 ‘이 정도면 충분히 돈을 지불해도 좋겠다’는 인식을 끌어낼 수 있었다.” ―사실 히트 앱, 히트 동영상을 내도 ‘돈’을 못 버는 회사가 굉장히 많다. 현재 수익구조는 어떠한가. “현재 앱에서 35%, 게임에서 30%, 유튜브에서 15%, 오프라인 상품 등 기타 분야에서 나머지 20%의 수익을 내고 있다. 지금은 콘텐츠만 매력적이면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대다. 하지만 온라인, 모바일 생태계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모수의 이용자 집단이 있어야 한다. 창업 전 게임업계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무료 이용자 대비 유료 이용자의 비율이 약 3%에 불과하다. 100명을 무료로 보게 해야 겨우 3명 정도가 돈을 낸다는 뜻이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가 40만 명이다. 이들 모두가 매년 1만 원짜리 앱을 구매하는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연 매출은 고작 40억 원이다. 대한민국은 너무 작은 시장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도 준비하고, 다양한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보는 것이다. ―앱스토어 등 해외시장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당초 영어 버전도 한국의 영어 교육열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팔 수 있을 것 같아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어로만 만들면 한국에서밖에 못 팔지만 영어 버전은 전 세계에서 팔 수 있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런 국가들에서 먼저 반응이 오고 캐나다와 호주 정도가 뒤따라왔다. 이를 경험하고 나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국가’가 아니라 ‘언어’의 개념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됐다. 지금은 중남미를 겨냥해 스페인어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연중 무제한 휴가에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운 조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이런 자유로운 인사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자유로운 시스템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자유 속에서 오히려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다른 조직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 아무 조직에나 자유가 적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스마트스터디를 통해 어떤 비전을 이루고 싶은가.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 가령 초등학교 1학년용으로 동물에 대한 책을 시리즈로 만든다고 치자.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코끼리 사진을 5000원 정도 주고 사거나 일러스트로 그려 책을 만든다. 코끼리를 직접 사진으로 촬영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 그렇게 공을 들여도 책이 안 팔리고, 설령 팔려도 시장이 너무 작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출판사들은 코끼리를 직접 촬영해 고급스러운 책을 만든다. 애초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비즈니스로 보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 독보적 성과를 낸다. 아이들 것이라고, 안 팔린다고 적당히 만들어서 팔고 끝내면 발전이 없다. 더 공들여, 더 비싸게 만들어,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디즈니나 픽사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라디오, TV,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 덕분에 기업들이 홍보를 할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생겼다. 하지만 해묵은 과제는 아직 그대로다. ‘돈을 들여 광고를 한다고 매출이 올라가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런 의문은 기업들로 하여금 광고비 지출을 디지털 미디어로 옮기게 만들고 있다. 광고주들은 사람들의 온라인 습관을 추적하는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기업들이 구매 가능성이 큰 사람들 앞에 적절한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가 대기업들의 광고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1%에 달하며 2018년에는 5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2015년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이베이가 대규모 검색엔진에 광고를 시작했다가 게재를 중단해도 방문자 트래픽에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과연 ‘검색 광고는 효과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3월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마이클 루카 교수는 대표적 온라인 지역 정보 서비스인 ‘옐프(Yelp)’를 두고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지역 업체가 옐프의 유료 광고 상품을 구입하면 옐프는 검색 결과 화면에 이들 업체의 광고를 더 좋은 위치에 올려주는데, 과연 이것이 실제로 더 많은 고객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 루카 교수는 동료 연구진과 무작위로 미국 내 1만8295개 식당을 표본 집단으로 추출하고 옐프 광고를 이용한 적이 없는 7210곳을 선정해 각 업소에 맞게 무료 광고 패키지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3개월에 걸쳐 식당의 사용자 현황을 자세하게 추적한 다음 광고를 내리고 변화를 관찰했다. 광고가 올라간 동안 광고 속 식당들은 다른 곳들보다 더 많은 페이지 조회수를 기록했다. 데스크톱 브라우저에서 22%, 모바일 기기에서 30%, 전체 조회수가 각각 25% 상승했다. 손님들이 식당 위치를 묻는 빈도가 18% 늘었고 문의 전화는 13% 늘었으며, 웹사이트로의 클릭률도 9% 증가했다. 광고를 내렸더니 이런 차이는 바로 사라졌다. 이 같은 결과는 종전 이베이에 대한 연구 결과와 대조되는데, 루카 교수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베이와 같이 소비자가 이미 자주 검색하는 브랜드를 광고에 올리면 효과가 미미하지만 옐프 광고주와 같이 사람들이 거의 들어보지 못한 지역 업체들의 경우 노출 빈도를 올리는 광고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루카 교수는 검색 광고는 소비자들이 아직 모르는 무언가를 알려줄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우리의 미래는 ‘유동적이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대한 초복잡성’ 앞에 우리가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이처럼 극심한 변화가 예상될 때에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해 미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하나의 미래를 예측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동인을 파악해서 다양한 미래상을 그려 보는 경영 방법론이다. 따라서 예측 실패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 위협 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경영 현장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218호(2월 1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미래 한국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외교적 딜레마,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10년 후 한국의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현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동인을 제대로 파악하면 다양한 미래상을 점쳐 볼 수 있고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DBR에 실린 미래 한국 시나리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양대 축 10년 후 한국 시나리오를 결정할 양대 축은 무엇일까.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부분은 단연 경제성장이다.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내수 시장 활성화와 수출 경쟁력 확보다. 미국 내수 시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 스타트업과 그들을 지원하는 투자 생태계 덕분에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영업 또는 1인 사업장 중심으로 내수 시장이 구성되어 있으며 서비스업의 생산성도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내수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내수 시장의 양적·질적 개선 기회가 아직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출 경쟁력 역시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동인이다. 과거 한국은 적당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 이런 전략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다행히 스마트폰, 자동차, 화장품 등에서 선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등장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철강, 화학, 건설, 소비재 등 타 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추가로 발굴하느냐가 향후 수출 경쟁력과 경제적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추가하자면 ‘4차 산업혁명’을 꼽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에 의한 기술 융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의 혁신은 고용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어 내수 성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유통에서의 혁신, 즉 ‘리테일 4.0’이나 콘텐츠 산업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내수 시장 활성화, 수출 경쟁력 확보와 4차 산업혁명 주도 여부 등에 따라 10년 후 한국 경제는 ‘성장 재점화’와 ‘성장 절벽’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뉠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또 다른 축은 사회적 통합 여부다. 심화되고 있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신뢰 및 협력에 대한 의구심, 진보와 보수의 충돌, 부유층과 중산층 이하의 계층 갈등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미래의 모습을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다. 사회의 주도권이 누구에게로 넘어갈 것인가도 관건이다. 다양한 집단과 계층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채택될 것인가, 아니면 기득권 세력의 주도권이 유지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지속될 것인가는 중요한 변수다. 결국 10년 뒤 한국은 사회적 통합, 아니면 분열이라는 양 극단의 방향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 위대한 전쟁이냐 곡성으로 가득 차느냐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통합 여부를 두 축으로 해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를 4가지로 작성해 볼 수 있다(이해를 돕기 위해 각 시나리오를 한국 영화 대표 흥행작과 연결시켰다). 일단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4% 이상의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일군 일명 ‘명량’ 시나리오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물리쳤던 것처럼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중 일부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며 화려하게 비상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요 국가로 국제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도 할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 경제적 성과는 높지 않으나 사회적 통합에 기반을 둬 안정적 사회로 진입하는 미래상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똘똘 뭉쳤던 영화 ‘국제시장’ 속 가족들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겠지만 젊은 세대와 중산층 이하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반영되고 경제 정의 및 복지가 중시될 것이다. 단, 현재 경쟁력이 있는 전자나 자동차 산업 등에서의 혁신은 지속될 수 있지만 타 산업의 경쟁력은 답보 상태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 세 번째는 성장 재점화에는 성공하나 사회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른바 ‘내부자들’ 시나리오다. 경제성장률이 3%대를 유지하며 미국, 중국의 성장률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다만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이 이어질 것이며 제조업의 기술 혁신으로 국내 고용은 더 위축될 수 있다. 사회적 불균형이 확대되고 양극화 현상도 심화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기 침체와 사회적 충돌이 맞물리는 일명 ‘곡성’ 시나리오다. 세대 간, 계층 간 ‘한쪽이 이득이면, 한쪽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질 것이다. 또 정책적 오류가 정치적 무관심을 야기할 수 있다. 국민의 생계형 부채가 증가하고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은 어떠한 기술적 차별성도 갖지 못할 것이다. 외교적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동인 중에는 통제가 불가능한 요인도 있지만 준비를 통해 일부 통제할 수 있는 요인도 존재한다. 사회적 통합 여부는 통제하기 어렵지만 경제적 성과 측면에서는 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각국은 이제 다시 비슷한 출발선상에서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또 내수 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10년 후 한국의 모습을 결정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심태호 AT커니 한국사무소 파트너 Taeho.Sim@atkearney.com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다양한 사회 인프라를 관리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 등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준정부기관 116곳이 매년 경영성과에 대해 엄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많은 공공기관이 매년 조금씩 바뀌는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상당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한다. 지난해 9월부터 약 두 달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동국대 공공기관경영평가연구원이 공동으로 ‘공공기관 전략적 성과 관리’과정을 만들어 운영한 것도 이러한 공공기관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교수진으로 참여했던 4명의 전현직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원 등 최고 전문가들이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공공기관 전략적 리더십 및 CFO과정’ 출범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공기업 경쟁력 강화 및 평가 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곽채기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홍길표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6층에서 2017년 공공기관경영평가의 변화, 현 평가 시스템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고승연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공공기관 전략적 성과관리 과정 주임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제도는 긍정적인 효과도 많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곽채기 원장=지금의 평가 제도는 점수를 내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기관장의 해임을 건의하거나 경고하는 것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영 평가 제도의 진정한 가치는 경영 진단 후 피드백 정보를 생성해서 기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제도도 그런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홍길표 교수=‘1983년 체제 극복’이 필요하다. 현 공공기관 경영 평가 체제의 기원은 1983년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있다. 현존하는 공공기관 평가의 많은 관리 요소들이 이때 생겨났다. 1980년대는 민간 기업보다 정부의 능력이 더 좋았던 때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통제하고 평가하고 이끌어 나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이제 60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공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 관료들이 계속 ‘통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근본적인 체제 변화가 1, 2년 안에 있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에 잘 통했던 관행의 연장선상에서 미래 계획을 짜는 방식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12월 27일 공공기관 평가를 총괄하고 기획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2017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편람을 확정했다. 내용을 보니 공공성 지표를 강화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는데…. 곽=바뀐 편람을 보고 공공기관들이 올해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데 일단 공공성 지표가 대폭 강화됐다. 그동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성과’와 ‘효율성’만을 강조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런 지적을 수용한 셈이다. 다만 일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준정부기관과 공기업은 사실 그 존재 자체가 공공성을 담보로 한다. 기관의 본질적인 미션과는 관계없는 ‘사회적 책임 경영’을 지나치게 요구하면 공공기관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인 목적이 뒷전으로 밀릴 위험이 있다. 또 공기업의 경우 여전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는데 여기에 ‘공공성’ 잣대를 일괄적으로 들이대면 공기업이 지향해야 할 성과 목표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홍=‘공공성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다시 해 봤다. 민간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경제적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반면 공공기관은 본원적 목표가 공적인 사명을 달성하는 것이다. 자기 목표를 잘 달성하는 것 자체가 공공성이자 사회적 책임이다. 안전이나 환경 문제를 잘 관리하는지 평가하겠다고 하는데, 취지는 아주 좋지만 등급을 나눠 평가해야 할 부분이 아니라 ‘법을 잘 지켰는지’를 위주로 판단해 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완선 교수=다른 분들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개념을 더 확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한국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기부 활동으로만 좁혀서 생각한다. 기업 활동 전반의 신뢰를 구축하는 모든 활동을 사회적 책임으로 본다면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가 장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즉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움직여서 선도하게 만드는 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박개성 대표=좀 더 큰 ‘방향성’ 측면에서 쓴소리를 하고 싶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 철학 등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공기업은 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 내부적인 역량과 시스템, 직원 수준이 계속 높아지는데 외부적인 통제 강도 역시 높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이번에 정부에서 평가하겠다고 강조한 내용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하는 것 등이 있는데 이건 각 기관이나 조직의 특성에 따라 자율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지 획일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정부기관과 공기업 등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곽=공공기관의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 공공기관은 그 기관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경영을 해 왔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이제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혁신하거나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기관도 많아질 것이다. 과거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기관들의 생존을 담보했지만 이제는 기관들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게 재무관리다. 재무적으로 생존 기반을 확보해 전략적 투자를 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문을 닫을 수 있다. 개별 공공기관이 재무 역량과 재무관리 역량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다. 박=리더십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재 사람을 고용하고 평가하는 게 시스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장들이 큰 과업을 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전반적인 기업문화처럼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바꿔 갈 필요가 있다. 리더십이라고 해서 엄청난 걸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중요한 것들을 찾아내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정리=장윤정 yunjung@donga.com·고승연 기자}
대부분의 조직은 고객 설문조사를 통해 개선할 부분을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문제’에 역점을 둬 고객들에게 ‘잘못된 것을 찾아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고객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가 아니라 좋았던 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어떨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017년 1·2월호)에 관련 연구가 소개됐다. 미국 유타주립대 헌츠먼경영대학원 부교수인 스털링 본과 연구팀은 설문조사라는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고객 인식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실험에 나섰다. 실제로 연구진이 “우리 회사를 방문했을 때 잘된 점이 무엇이었나요?”와 같이 칭찬을 요청하기 시작하자 고객만족도가 올라가고, 재구매 가능성과 소비금액은 물론이고 고객 충성도도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한 소매 브랜드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칭찬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고객들은 이런 요청 없이 설문조사에 응한 고객에 비해 9%가량 더 많이 거래를 하고, 8%가량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간 거래(B2B) 소프트웨어 기업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좋아하는 기능에 관해 질문을 받은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은, 그 같은 질문을 받지 않은 사용자에 비해 이듬해 이 회사 제품을 이용하는 시간이 32%나 더 길었다. 연구진은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얘기하도록 하면 이 경험에 대한 기억이 또렷해지고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인식까지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칭찬의 효과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샌드위치 전문점인 서브웨이는 계산대 옆에 ‘샌드위치 어때요? 딱 좋아! 완벽해! 훌륭해! 말해주세요. 알고 싶어요!’라고 쓰인 표지판을 게시한다. 미국 국내선 항공사인 제트블루의 연락처 페이지는 고객이 기업에 칭찬을 건넬 수 있는 ‘칭찬을 나누세요’ 링크로 연결된다. 하지만 칭찬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의료 과실처럼 아주 나쁜 경험, 또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한 고객에게 칭찬을 요구하면 고객이 격분하지 않을지 알아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또 일부 관리자들이 이를 활용해 고객만족도 점수를 부풀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소나무 아래 홀로 앉은 인물의 꼿꼿한 모습을 보면 보는 이도 흠칫 등을 곧추세우고 마음마저 경건하게 다스리게 된다. 이러한 감상이 유익했던 것일까. 소나무 아래 한 인물이 의연하게 앉아 있는 그림은 중국의 송나라부터 조선시대 말기까지 꾸준히 제작됐다. 이러한 그림은 ‘청송(聽訟·소나무 소리를 듣다)’, 혹은 ‘청천(聽泉·물소리를 듣다)’으로 부르거나 ‘송하인물도(松下人物圖·소나무 아래의 인물)’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허련(許鍊·1808∼1893)이 그린 송하인물도는 널리 알려진 그림은 아니지만 한 번쯤 감상해볼 만한 작품이다. 추가 김정희의 제자인 허련은 스승인 김정희와는 달리 그 당시 문사들이 요구하던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그렸다. 특히 상단에 적혀 있는 글은 ‘송하인물도’를 통해 그 시절 학자들이 느끼고자 했던 주제를 보여준다. 맑은 물 굽이진데, 푸른 소나무 그늘. 한 사람은 땔나무 지고, 한 사람은 금(琴) 을 듣는다. 감정과 본성이 가는 곳은 오묘하여 찾을 수 없으리니. 하늘에 맡겨두면 만나는 것이 맑은 희음 (希音)이라. 희음이란 무엇인가. 희음이란 ‘드문 소리’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다. 홀로 앉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은 요동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호흡을 고르고 그 생각을 멈추고 그 감정을 하늘에 맡기면 희미하게 울리고 들리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희음’이다. ‘큰 소리는 소리가 드물고, 큰 형상은 형체가 없다(大音希聲, 大象無形).’ 아주 큰 대상은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형상을 알 수 없고, 같은 방식으로 아주 큰 소리의 파장을 우리는 듣지 못한다. 쉽게 보고 듣는 것은 대개 누구나 보고 듣는 사소한 것들이다. 노자(老子)는 위 구절을 통해 우리의 좁아지는 시야에 주의를 요한다. 작은 것에 매달려 흔들리지 말고 묵직하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큰 흐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희음을 어떻게 감지하나. 이 그림 속 선비처럼 소나무 아래 홀로 앉는 것일까. 그것이 정답일 리는 없다. 소나무 아래 홀로 앉은 이 선비의 그림은 성찰하고 통찰하는 안목을 넓게 키우고자 하는 노력을 표현한 상상이다. 이 그림은 바쁜 일상 속에 조급해진 마음을 잠시 멈추고 복잡한 감정을 하늘에 내려놓는 순간을 요구하는 성찰의 시간, 즉 성찰의 표상이다. 조선시대 학자들에게 크게 인기를 누렸던 ‘시품(詩品)’은 우리 예술과 시문이 추구할 수 있는 24가지의 멋진 격조를 보여준다. 실제 저자는 수수께끼지만 시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품’의 18번째 품격 ‘실경(實境)’에도 노자의 희음이 등장한다. 시품이 바라보는 희음은 진실이다. 소나무 아래 정좌를 하고 우리를 지켜보는 저 학자는 우리에게 소나무 아래로 올 것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림 속 학자는 그저 잠시 생각을 멈추라고 가르친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계획과 계산들을 내려놓으면 들리고 보이는 것이 있다고 말이다. 고연희 서울대 연구교수 lotus126@daum.net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동시대인 1500명의 삶을 직업, 교육수준, 결혼,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삶의 조건에 따라 80년간 추적 조사한 기념비적인 연구인 미국 스탠퍼드대 ‘터먼 프로젝트’에 따르면 오래 살기 위한 삶의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과 성실성이다. 사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장수에도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소통은 곧 ‘생명’이다.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기업들의 성공 요인도 대단한 경영기법이나 탁월한 시스템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도 있다. 일단 나쁜 소식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에는 한 개인의 자아, 세상에 대한 인식, 관계적 욕구가 총체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단, 위안을 삼을 만한 좋은 소식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조금만 달라져도 상대방이 느끼는 체감 변화가 크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통지수를 올릴 수 있을까. 일단 첫 번째 기술로는 ‘협력관계 디자인’이 있다. 리더와 구성원 간에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서로 어떻게 대해줄 때 생산성이 올라가는지 등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해 합의를 보는 것이다. “당신의 상사로서, 내가 당신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내가 당신을 잘 리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에 대한 당신의 기대는 무엇인가?” 이렇게 물어오는 상사 앞에서 존중과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 직원은 없다. 표현되지 않은 기대, 동의받지 않은 기대. 이런 기대들이 크고 작은 갈등의 원인이 된다. 리더는 구성원에 대해, 구성원은 리더에 대해 일방적으로 기대치를 설정해놓고 상대를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 번째 기술로는 새로움을 주는 ‘질문’을 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냥 질문이 아니라 좋은 질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 이것밖에 못했지? 문제가 뭐야?”라는 질문에는 잘못을 따지고 상대방을 질책하는 시선이 녹아 있다. 좋은 질문이란 심판자적 질문이 아니라 배움을 확장시키는 질문이다. 사실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묻는 질문, 내 궁금증 해소를 위한 질문보다는 상대의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질문, 그 질문이 아니라면 갈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하는 질문 말이다. “이것을 하는 게 어떤 점에서 중요한가?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그 일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나?” 이미 아는 정보를 뒤지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사고의 지평을 넓혀줄 때 질문은 강력해진다. “나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로 아마존 왕국을 일으킨 제프 베저스의 목적형 질문, 그리고 “왜 컴퓨터를 중간 판매상을 통해 사야 하나?”라는 호기심을 델 컴퓨터 창업으로 발전시킨 마이클 델의 질문, “평생 설탕물만 팔 것인가?”라며 펩시 부사장 존 스컬리를 도발해 스카우트한 스티브 잡스의 동기 자극형 질문은 모두 질문의 강력함을 보여준 좋은 예이다.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star@hanscoaching.com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경기 가평군 자라섬은 매년 10월이면 재즈 선율에 이끌린 인파로 북적인다. 확 트인 자연 속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페스티벌이 열리는 10월 첫째 주에 매년 20여만 명의 관광객이 자라섬을 찾기 때문이다. 가평군은 재즈 페스티벌 관광객을 일회성 방문객이 아니라 가평군의 ‘팬’으로 만들기 위해 올 7월엔 자라섬 테마파크에 야외수영장을 만들었고, 카누와 수상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는 마리나 관광시설까지 조성했다. 22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2016년 지역경쟁력지수 평과 결과 가평군처럼 ‘작지만 강한’ 지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청양군은 ‘부자농촌 만들기’ 사업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았고 경북 칠곡군, 강원 화천군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면서 경쟁력을 되찾고 있었다. 지역경쟁력지수를 구성하는 △생활서비스 △지역경제력 △삶의 여유 공간 △주민활력 등 4개 부문별로 높은 점수를 얻은 지자체를 분석했다.○ 순위 상승 가파른 양주시(생활서비스), 청양군(지역경제력) 생활서비스 부문에서는 경기 수원시를 비롯해 부천·안양·구리시 등 수도권 지역들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36위에서 23위로 올라선 양주시의 약진이 단연 돋보였다. 양주시는 병의원이 먼 의료 취약지역을 찾아가 주민들의 만성 질환을 치료·예방 관리하는 ‘찾아가는 이동보건소’를 운영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여성보육비전센터를 통해 시간제 영아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도 했다. 평가 대상 159개 시군 중 영유아 1000명당 보육시설도 4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수와 사업체 수, 1인당 지방소득세, 재정자립도 등으로 평가하는 지역경제력 부문에서는 혁신도시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혁신도시가 들어선 충북 진천군(7위)과 음성군(13위)은 예정된 11개 기관 중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한국고용정보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등 8개 공공기관의 이전이 완료됨에 따라 일자리가 증가하고 세수 및 재정자립도가 상승했다. 진천군은 전국 시군 가운데 인구 대비 일자리 수가 2번째로 많았고 음성군은 3위였다. 지역경제력 부문에서 40계단 이상 순위가 오른 충남 청양군(42위)은 ‘부자농촌 만들기’ 프로젝트로 성과를 거뒀다. 청양군은 농업예산으로 연간 700여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농업생산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최근 고소득 유망 작목으로 각광받는 아로니아 등의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임산물특화단지도 완공해 지난해에만 560t의 ‘청양밤’을 수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청양군 농가 평균소득은 3980만 원으로 충남(평균 3417만 원) 내 1위를 차지했다.○ 출산친화 칠곡군(주민활력), 자연친화 가평군(삶의 여유 공간) 주민활력 부문에서는 경북 칠곡군(19위)이 눈에 띈다. 칠곡군은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칠곡군 아이맘앱’을 제작해 임산부들에게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칠곡군의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지난해 기준 11.2명으로 경북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이 부문 순위가 34계단 올라선 강원 화천군(29위)은 군부대 장병과 군인 가족들을 군민으로 유입시키는 ‘군(軍)의 우리 군민화 운동’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1∼2015년 화천군의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2.13%로 159개 시군 중 6위를 차지했다. 가평군은 삶의 여유 공간 부문에서 지난해에는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지만 올해는 39위로 껑충 뛰었다. 스포츠 투어리즘을 성장 원동력으로 잡은 가평군이 올 들어 지하 3층, 지상 2층에 연면적 7880m² 규모의 한석봉체육관을 여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성주인 농경연 연구위원은 “삶의 여유를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교통망이 발달하면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며 “자연과 공존하는 생활환경이 새로운 가치로 주목받고 있으며, 지역 경쟁력을 키우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지역경쟁력지수는 전국의 기초생활권 159개 시군(특별시와 광역시 구 제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각 지역이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지수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9년 개발했으며 2010년 이후 2년마다 평가해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농경연이 개발한 지역발전지표를 기초로 하고 있다. △생활 서비스 △주민 활력 △지역 경제력 △삶의 여유 공간 등 4개 부문 총 20개 세부 지표로 구성돼 있으며, 4개 부문 중 생활 서비스에 가장 높은 가중치가 주어진다. 세부 지표는 재정 자립도와 1인당 지방소득세, 인구 1000명당 체육 시설 및 문화 기반시설 수, km²당 학교 수 등으로 구성돼 주민소득 수준, 문화체육 기반, 교육 여건을 종합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이번 조사의 데이터로는 주로 2015년 통계가 활용됐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착하다고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느낄 때가 있다. “착한 사람은 항상 손해 본다”는 말과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진리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분노를 마냥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했다. 특히 분노 표현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어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과학자의 권고다. 분노는 양면성을 갖는 감정이다.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왜 화를 내는지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가도, 때로는 갈등을 회피하고자 이를 외면하고 싶기도 하다. 분노는 이처럼 ‘접근 신호’이자 ‘기피 신호’를 던져준다. 그렇다면 양면성을 가진 분노를 어떻게 읽어내고 활용할 수 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14호(12월 1호)에 소개된 원하는 것을 이뤄내기 위한 분노 표현의 기술과 분노의 생리학적 특성 등을 요약해 싣는다.○ 사람들은 화난 표정에 가장 빨리 주목 분노는 ‘광속(光速)’으로 주목을 받는다. 사람들은 많은 표정 가운데서도 화를 내는 표정에 가장 빨리 집중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제 화난 표정, 슬픈 표정, 행복한 표정의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뒤 반응 시간을 쟀다. 각각의 표정에 주목하는 데 걸린 시간은 화난 표정(652ms·1ms는 1000분의 1초), 슬픈 표정(670ms), 행복한 표정(692ms)의 순이었다. 나이 든 사람도 속도만 200ms 더 늦을 뿐 반응 순서는 같았다. 이처럼 분노가 다양한 표정 가운데서도 가장 빨리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생존과 위협의 감정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듯 광속의 반응을 이끄는 분노에는 성차별이 존재한다. 남녀가 각각 화난 표정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을 때 집단 내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과학자들은 5명으로 구성된 집단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4명이 같은 의견이고 다른 1명(남성 또는 여성)이 분노한 표정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을 때 어떠한 평가가 나오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여성이 화난 표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 구성원 대부분이 여성의 입장을 신뢰하지 않고 등을 돌렸지만, 남성의 경우 그와 반대로 대부분이 남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화를 낸 사람이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시각이 달랐다. 분노는 남성에게는 파워, 여성에게는 상실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분노의 표현에 대한 성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성은 화가 나더라도 이를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숨기거나 억누르려 한다. 화를 내면 부정적인 인상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성차별 때문에 분노하지 않고 이를 꾹꾹 눌러오다 여성들은 속병이 들거나, 다른 여성이 분노하는데도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한계도 보인다. 계속해서 분노를 억누르고 표현하지 않다 보니 자신의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지만, 상대방의 분노를 읽고 대응하는 데도 서투른 것이다. ○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분노의 기술 화를 잘 내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생활에서 남성의 완력과 여성의 신체적 매력은 힘의 원천이다. 과학자들은 거구의 남성과 매력적인 여성이 화를 내면 사회생활에서 어떤 이점을 얻는지 검증했다. 실제로 거구의 남성이 화를 냈더니 사람들은 그를 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구체적으로 덩치 큰 남성이 화를 내면 갈등이 쉽게 해결됐다. 마찬가지로 금발의 미녀가 화를 내거나 까다롭게 굴면 더 환대를 받았다. 남성의 완력과 여성의 신체적 매력이 분노와 결합하면 사회생활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 매력적인 남녀가 화난 표정을 지으면 그것조차도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실험 결과도 있었다. ‘매력 남녀’가 화난 표정을 짓는 것(7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균 3.62점)은 매력 없는 사람의 행복한 표정(평균 2.68점), 중립적 표정(평균 2.53점), 화난 표정(평균 2.42점)보다 더 매력적으로 평가를 받았다. 일상생활에서 소위 쓰이는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표현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고 하겠다. ○ 분노가 넘쳐나는 시대 사회 문제에 대한 분노는 공익에도 도움이 되지만 당사자의 이미지도 좋게 한다. 예컨대 타인의 이기적인 행동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일은 자신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광고하는 셈이 된다. 사회운동가나 정치인들이 흔히 정의를 명분삼아 분노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들이 정의 때문이라기보다는 개인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서 분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분노는 협상 생산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감정 표현이 금기시되는 협상에서 분노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실속 있는 전술이라고 밝힌다. 협상에서 화를 내면 입장이 완고해 양보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해석돼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분노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노라는 감정은 진실함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의 ‘시그널’을 전달한다는 점을 이용해 때때로 거짓말이 탄로 나거나 잘못이 드러났을 때 일부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분노한다. ‘방귀 뀐 사람이 성낸다’, ‘적반하장’이란 말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하겠다. 요즘은 분노의 시대이자 분노를 마케팅하는 시대이다. 정치인, 학생, 직장인 모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이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분노를 표현하고,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갑질’에 불매운동으로 분노 표현을 한다. 분노를 표출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없지만 그 대가로 ‘개념 있다’는 이미지를 얻어갈 수 있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분노가 집결되고 있다. 공작 수컷이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려한 깃털을 과시할 수 있게끔 진화한 것처럼 요즘은 도덕적 분노가 개인의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돼 버렸다. 자기 이익을 위해 분노를 잘 표출하는 전문가들로 넘쳐난다. 따라서 그런 분노가 과연 사회 정의를 위한 것인지,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인지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분노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해준 덕분에 우리는 분노 뒤에 숨은 이기심의 그림자를 추리할 수 있게 됐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사내 정치’ 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줄서기, 학연, 지연 등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사내 정치를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역할을 찾아가는 일’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리더십 컨설팅사 한앤파트너스를 이끄는 한만현 대표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14호에 실린 사내 정치 관련 인터뷰에서 “정치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보니 사내 정치란 단어만 봐도 꼼수를 부리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사내 정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다이내믹스’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두가 사내 정치에 능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거부감이 강해 사내 정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임원들에게 한 대표는 “이해관계와 관계의 자발성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크게 네 그룹으로 나눠보라”고 조언했다. 만약 상호 이해관계가 적고 관계의 자발성도 낮다면 그들은 나에게 존재감이 낮은 무리다. 주목해야 할 그룹은 관계의 자발성도 높고 상호 이해관계도 높은 그룹이다. 즉, 이해관계가 부닥칠 수도 있어 협력이 필수적인 그룹이 정치가 필요한 대상이다. 한 대표는 “이처럼 자신의 주변 그룹을 나누고,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내 정치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면 일단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을 떠올려 보는 게 좋다. 특히 상대방의 실수를 들춰내기보다 잘한 것을 기억하고 부각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관계 형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한 대표는 이와 더불어 “부하 직원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말했다. 나를 좋아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부하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갑을 여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 역시 사내 정치의 중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만약 업무능력에서는 굉장히 뛰어난 것 같은데 인정은 그만큼 받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사내에서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실력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외모로라도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외벽의 ‘미디어 캔버스’는 탄생 당시 엄청난 반대에 부닥쳤다. 초대형 건물 전면을 활용해 아트 워크를 시행한 전례가 없으니 기술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이 프로젝트는 진통 끝에 겨우겨우 완성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그 제안에 반대했던 사람들조차 미디어 캔버스를 ‘세계의 유명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칭송한다. 사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아이템을 구상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분통 터지고 끔찍한 상황은 “경험이 있느냐?”고 묻는다거나, “전례가 없어서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올 때다. 새로운 일이나 아이템은 그야말로 처음 하는 시도이기에 어렵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러한 취지 따윈 팽개쳐 버리고 근거만을 내세워 제안을 거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 조선은 예법과 전통을 대단히 중시한 나라였다. 그러니 ‘전례가 없다’는 것처럼 무서운 말이 없었지만 이것이 복지부동이나 책임 회피를 위해 사용되진 않았다. 전례를 따지는 것의 제일 큰 용도는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왕이 능을 크게 지으려 한다거나, 총애하는 신하에게 과도한 권력을 몰아주려고 하거나 인기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려고 할 때, 신하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론하는 것이 “전례가 없다”였다. 그뿐만 아니라 권력가가 중국 사신의 부당한 청탁을 거절하는 방법도 “나는 정말 들어주고 싶은데 전례가 없다”였다. 조선시대에도 백성들이 큰 고통을 받거나 법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전례에 구애받지 않고 전례에 없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전례 위의 원칙’이 있었다. 이것이 조선시대 전례의 진짜 원칙이었다. 개혁군주라고 불리는 영조와 정조는 이런 전례 사용의 원칙에 더더욱 철저했다. 전례를 악용하는 사례는 철저히 색출해 금지하고 새로운 전례를 만들어내는 데 더 적극적이었다. 18세기 관리들은 자기들이 편한 대로 ‘행정관행’ ‘조세관행’ ‘행사관행’을 만들었고 그것을 기록해놓은 뒤 전례와 관행을 내세우며 수탈을 일삼았다. 한마디로 전례를 악용하기 일쑤였다. 그러자 영조는 모든 관청에 있는 ‘전례등록(前例謄錄)’, 즉 관청별로 시행되고 있던 관행 기록을 정리한 책을 모두 태워버리게 했다. 정조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과거에 여러 가지 전례가 있는데 그중에서 백성에게 제일 좋은 것을 사용하고, 필요하면 새 법을 빨리 제정해 그것을 새로운 전례로 만들라고 명했다. 1789년(정조 13년)에 사도세자의 무덤을 이장해야 했다. 조선에서는 이런 왕실 행사에 백성들을 동원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정조는 이러한 관행이 전례를 핑계로 백성들을 괴롭히는 처사라며 금지했다. 그 대신 임금을 지불하고 고용하라고 명령했다. 많은 사람이 전례와 경력을 따지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사정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례를 사용하는 이유와 전례의 목적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례가 없다’는 말이 편하고 안전하고,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이제 다시 한 번 전례의 사용 원칙을 재점검해볼 때가 됐다. 전례를 올바로 사용하고, 전례에 의지하기보다는 이를 창조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노혜경 호서대 인문융합대 교수 kroh68@hotmail.com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