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앱 업데이트 99번… 소비자 요구 철저히 반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화장품 성분분석 앱 ‘화해’ 성공비결

“비싼 브랜드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어?” 막상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보면 다 비슷해 보이는 화장품인데도 브랜드마다 가격이 왜 수백 배까지 차이가 나는지 소비자들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물론 정부가 2008년도부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화장품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기재토록 하는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페녹시에탄올, 클로페네신’과 같은 화학 성분이 도대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소비자가 ‘해석’하기란 불가능했다.

한마디로 정보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던 화장품 시장을 바꿔 보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버드뷰의 이웅 대표와 2명의 고교 동창이었다. 3명의 창업자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화장품을 해석하다(이하 화해)’는 피부과 교수, 화장품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비자들이 이름만 들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화장품 성분의 특징과 영향을 자세히 소개했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값진 정보를 제공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향이 일었다. 2013년 7월 출시 이후 앱 스토어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해온 화해는 올해 들어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 화장품 구입 전후 화해를 사용하는 사람은 월 기준 110만 명에 이른다. 어느덧 화장품 시장에서 작지만 무시 못 할 존재로 성장한 화해의 성장 스토리를 DBR가 분석했다.

○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화해’

사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화장품 성분 분석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시도는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이었다. 여행자들에게 같은 도시를 여행하는 다른 여행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앱으로, 이름도 ‘트렌즈(travel+friends)’라고 지었다.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라고 자부했지만 다운로드는 700건을 겨우 넘겼을 뿐이다. 그 다음엔 단백질 자판기 사업에 도전했다. 한창 단백질 보충제 열풍이 불 때라 성공을 자신했건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한 발짝 떨어져 두 번의 실패를 냉정히 복기해 보았더니 비로소 과오가 눈에 들어왔다. 소비자에 대해서도, 시장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했다. 여행지에서 친구를 연결시켜 주려면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했는데, 이에 대한 대안 없이 도전한 게 실책이었다. 단백질 보충제의 경우 주 사용자층은 이미 자세한 조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보충제를 신중하게 선택한 후 책상 서랍에 보관해 놓고 복용하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사먹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

이번엔 신중해야만 했다. 수개월간 고민을 거듭하다 마지막으로 승부수를 던진 곳은 화장품 시장이었다. 당초 구상한 비즈니스 모델은 ‘스펙 비교’를 즐기는 남성들을 위한 화장품 큐레이션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노트북 중앙처리장치(CPU), 자동차 엔진처럼 화장품의 스펙을 비교해 주려다 보니 성분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궁금해하는 소비자는 많았지만, 그걸 제대로 해결해 주는 곳은 없었다. “만약 성분만 제대로 정리해 줄 수 있다면 ‘A화장품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전혀 없는데, 10mL당 가격이 제일 저렴. 가성비 갑(甲)’ 이런 식의 자세한 분석이 가능해질 텐데….” 다행히 정부가 시행 중인 전 성분 표시제 덕분에 성분을 알 통로가 없진 않았다. 대한피부과의사회,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들이 공개해 놓은 데이터도 수두룩했다.

꼭 풀고 싶은 ‘과제’를 발견하자 속도가 붙었다. 성분을 제대로 분석하고, 쉽게 풀어준다면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생긴 이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거침없이 유사 서비스는 없는지, 서비스가 가능한지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바로 앱 출시를 위해 화장품 성분 정보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사실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최고의 기술이 아니다. 성공의 핵심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500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화해’를 내려받은 것은 화해의 앱이 사용성이 뛰어나거나 화려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화장품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고 싶다’는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줬기 때문이다.

○ 소비자들의 ‘니즈’ 따라 업그레이드

철저히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플랫폼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킨 것도 화해의 성공요인이다. 2013년 앱을 출시한 뒤 2014년 5월 리뷰 서비스를, 2015년 12월 화장품 랭킹 서비스를, 2017년 6월 화장품 구매 서비스를 추가했다. 서비스를 확대하되 창업 당시에 설정했던 ‘화장품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서 소비자 중심적인 시장을 만들자’는 큰 과제는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예컨대 화해의 리뷰는 여타 화장품 리뷰와는 다르다. 사실 블로그 등 리뷰를 볼 수 있는 공간은 많았지만 상업적인 리뷰, 불순한 의도를 가진 리뷰를 제대로 구분해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신뢰성이 작은 리뷰를 반드시 걸러내야만 리뷰 플랫폼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 화해는 그래서 몇 가지 ‘허들’을 만들었다. 일단 리뷰 작성자들에게 무조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기록하도록 했다. 두 번째 허들로 내가 리뷰를 작성해야만 다른 사람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화해를 찾는 소비자 대다수가 리뷰를 작성하다 보니 행여나 일부 광고성 글이나 상업적인 글이 올라오더라도 충분히 희석될 수 있었다. 화해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리뷰 플랫폼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화해의 리뷰가 달랐듯이 올해 시작한 화장품 구매 서비스도 다르게 구성했다. 화해는 잘 팔릴 만한 제품 대신 화해 리뷰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상품을, 현란한 광고 문구 대신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선택한 이유를 보여주면서 상거래 플랫폼을 구성했다.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즐길 법도 하지만 화해는 성분 분석 정보를 제공해 얻은 인기와 인지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지금까지 앱을 출시한 후 업데이트만 99번을 진행했다. 지금도 화해는 매일같이 들어오는 소비자들의 요청과 문의를 통계로 정리해, 매달 “화해 유저들이 어떤 요구를 했는가”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물론 화해도 적잖은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일단 영향력을 쌓을 수 있을 만큼 쌓았으니,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다행히 광고 사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광고를 시작해 이 해에 30개사의 광고주를 유치했는데 2017년 상반기에는 200곳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는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이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는 화장품 시장의 구매 패턴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이 대표는 “브랜드 때문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성분을 제대로 알고, 리뷰를 확인하고, 똑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화장품#성분분석#앱#화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