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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앞서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뿐 아니라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까지 제한하는 ‘1한(限)’까지 약속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중국은 그동안 사드 3불이 한국 정부의 약속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1한’을 정부 차원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우리 외교부는 “사드는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주권 사안으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중국의 도발은 윤석열 정부가 사드 운용 정상화에 나선 가운데 오히려 현재 배치된 사드 운용까지 사실상 문제를 삼은 것이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실제 ‘1한’을 논의했는지 등을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中 “韓 정부, 공식적으로 3불 1한 서약”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 측이 밝힌 ‘안보 우려 중시 및 적절한 처리’가 무엇인지 묻자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외에 3불 1한 정책을 서약했다”며 “중국은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을 중시했고 한중 양측이 (이런) 이해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절히 사드 문제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명백히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는 행위”라며 “중국은 이에 대해 한국 측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새로운 관리는 옛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는 말로 3불 이행을 강조한 바 있지만 1한까진 언급하지 않았다. 3불 1한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17년 11월 중국 관영 환추시보를 통해서다. 그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訪中) 전 한국 정부가 3불을 언급하자 환추시보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한중 회담에서 한국의 3불 1한 입장 표명을 언급했다”며 “한국이 3불 1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한중 관계가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후 공식적으론 1한을 지키라고 문제 삼지 않았다. ○ 사드 빌미로 ‘미국 편에 서지 말라’ 압박그러다 우리 정부가 바뀌고 이번에 중국이 갑자기 1한을 공식적으로 꺼내든 것. 특히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교장관회담 이후 “사드 3불은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전했다”고 밝힌 가운데 오히려 3불보다 더 나아간 1한까지 지키라고 나오면서 향후 사드 문제가 다시 한중 관계에서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도발은 전형적인 ‘중국식 압박 전략’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사드로 비판 수위를 높여 ‘미국 편에 서지 말라’고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다는 것. 우리 정부 당국자는 “사드 3불도 약속이 아니란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인데 1한은 더더욱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사드를 빌미로 한미 관계를 흔들겠다는 의도까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드 정상화에 나서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중국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군 당국은 6월 사드기지를 조기에 정상화하겠다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내년 3월까지 조기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현재는 환경영향평가의 첫 단계인 평가협의회 구성이 진행되고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은 “중국이 최근 한국의 사드와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사드 문제가 봉인 해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동물에서 유래한 새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서서히 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과 싱가포르 연구진은 2018년 중국 산둥성 및 허난성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 신종 헤니파바이러스 감염자가 35명까지 늘었다는 연구 결과 보고서를 최근 세계적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실었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전파되는 인수(人獸)공통 바이러스인 헤니파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 지역 돼지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말레이시아에서는 1년간 265명이 감염돼 105명이 사망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공개한 헤니파바이러스는 산둥성 랑야(琅琊) 지역에서 발견된 신종으로 연구자들은 ‘랑야 헤니파바이러스(랑야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신종 헤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무기력 기침 거식증 근육통 메스꺼움 같은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랑야바이러스는 더 확인해 봐야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헤니파바이러스 1차 숙주는 과일을 주로 먹는 ‘앙골라 과일박쥐’다. 앙골라 과일박쥐가 먹다 남긴 과일에 묻은 타액 등에 있던 바이러스가 2차 숙주인 돼지 닭 등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숙주도 박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니파바이러스는 전파력이 크지는 않지만 치명률이 최대 7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구팀은 “현재까지 감염 사례는 치명적이거나 매우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따라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애초 7일 대만 주변 해역 훈련을 끝내겠다고 했던 중국군이 9일에도 대만 주변에서 상공 봉쇄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대만) 통일이 될 때까지 (대만 포위) 훈련이 중단되지 않고 일상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군은 이날 최남단 핑둥현 인근 해안에서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4∼7일 대만 봉쇄 훈련을 벌인 중국군 동부전구는 9일 “대만 주변 해역에서 상공을 봉쇄하는 실전화 연합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동부전구는 8일에도 잠수함 공격 및 해상 돌격 훈련을 벌였다고 했다. 대만 포위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중화주의와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훈련 동영상을 속속 공개하며 젊은층 여론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열렬히 호응하고 있지만 배타적 애국주의를 이용하는 중국공산당의 선전전이 주변국과 갈등을 더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8일 오후 6시경 작전명 ‘심해상어 사냥’이라는 3분 6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훈련 과정을 한 편의 전쟁 영화처럼 편집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동영상은 공개된 지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870만 뷰를 기록했다. 댓글이 1만5000개가 달렸다. 특히 댓글의 상당수는 ‘훈련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전쟁을 시작하라’ ‘곧 대만을 수복할 것’ 등 대만 침공을 옹호하고 정당화했다. 이 동영상에 열광하는 세대는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라 중국공산당의 최대 지지층으로 꼽히는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중부 켄터키주 홍수 현장에서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을 우려한다면서도 “중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콜린 칼 미 국방차관은 이번 훈련을 현상 변경을 위한 중국의 ‘살라미 전술’이라고 규정하며 “우리는 그 미끼를 물지 않을 것이고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이달 초 미국 주최 다국 간 연합 훈련인 림팩 훈련에서 존립 위기 사태를 가정해 무력행사를 가하는 시나리오 훈련을 처음 벌였다고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이 밝혔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9일 중국 수도 베이징이 아니라 베이징에서 약 560km 떨어진 산둥성 칭다오에서 회담했다. 특히 중국이 칭다오에서 불과 150여 km 떨어진 서해에서 실탄사격 군사훈련을 벌인다고 밝힌 기간과 겹친다. 중국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 장소가 확정된 상태인 6일 이날부터 15일까지 장쑤성 롄윈강(連雲港) 앞바다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훈련이 “한국 정부를 위협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에선 중국이 시행 중인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 ‘제로 코로나’를 이유로 회담 장소를 베이징이 아닌 칭다오로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와 맞닿은 칭다오는 한국과 경제적 교류가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중국이 항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해 실탄사격 훈련을 벌이는 롄윈강 앞바다에서 차로 3시간 거리밖에 안 된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대만을 봉쇄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실탄사격 훈련을 진행한 뒤 곧바로 이곳에서 실사격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박 장관이 서해에서 실사격 군사훈련을 벌이는 인근 지역으로 가 왕 부장과 회담을 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을 중국과 갈등 중인 대만과 마주보는 남부 푸젠성 샤먼으로 불러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기도 했다. 8일(현지 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군의 서해 실탄사격 훈련에 대해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한국 타격을 염두에 두고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 개입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주한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중국 해군을 한반도에 근접 배치하려 한다는 것. 베넷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서해) 지역에서 우위를 점할 여건을 조성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미 앤절로주립대 브루스 벡톨 교수도 “최근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이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중국이 한국 정부를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유로 베이징에서 공식 외교 행사를 줄이긴 했지만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난달 26일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9일 “(한중 양국은)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견제하는 동시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Chip)4’에 한국이 참여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까지 표출한 것.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을 통해 새로운 도전들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했다. 또 “우리 국내 관계부처 간 긴밀한 검토를 거쳐서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오늘 왕이 부장에게 통보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이 지켜야 할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 것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할 것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할 것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지할 것 등이다. 미국 견제 의지가 뚜렷한 이 5가지를 두고 그는 “중한(한중) 양국 국민 뜻의 최대공약수”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이 원하는 사실상의 ‘레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박 장관은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거론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문제가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고 했다. 이날 회담을 앞두고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한국에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등을 시시콜콜 말하지 않지만 한국은 결코 친구(미국)가 건네는 칼(사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진 “북핵 협력을”… 왕이, ‘사드 3不’ 등 5가지 요구 쏟아내왕이, 칩4-대만 문제 조목조목 거론… “응당 해야할 5가지” 레드라인 제시中외교부 발표엔 북핵 언급 없어… 中매체 “친구가 건네는 칼 받지말라”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덕담으로 시작됐지만 각종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200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5가지 요구까지 내걸며 미중 갈등 속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로 한국을 압박했다. ○ 中 ‘미국 편 서지 말라’ 전방위 압박 회담 모두발언부터 양국의 온도차는 감지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 비핵화, 한한령 해제 등을 언급했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 그 대신 “현재 한중 양국 국민 뜻의 최대공약수이자 시대적 흐름의 필요적 요구”라면서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왕 부장의 요구들은 미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동시에 한국의 안보나 국익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중국식 일방주의에 가까웠다. 첫 번째 요구인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건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인 셈이다. 두 번째 ‘서로의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사드 추가 배치 않고 미국의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중국 입장에서 고려해 준수해 달라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도 이날 ‘한국이 독립·자주 외교를 견지한다면 자연히 존중받을 것’이란 사설에서 “중국은 한국에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등을 시시콜콜 말하지 않지만 한국은 결코 친구가 건네는 칼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사드 문제에 대한 협박성 경고를 보냈다. 여기서 ‘친구’는 미국, ‘칼’은 사드를 가리킨다. 회담 직후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외교장관 모두 깊이 있게 각자의 사드 관련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고 전해 사드와 관련해 입장차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왕 부장은 세 번째로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 박 장관은 이날 ‘공급망 안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중국은 ‘수호’에 방점을 둔 셈이다. 박 장관은 한국이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통보하면서 “특정 국가를 배제할 의도가 결코 없다”고 안심시키면서도 “앞으로 우리는 오직 국익에 기초해 판단하겠다”는 원칙도 중국 측에 전달했다. 한중은 공급망 문제에 대한 소규모 역내 협의 내지 대화체를 추진하는 방향도 논의했다. 네 번째 ‘내정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는 대만 문제에 대한 간섭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미국의 각종 제재 등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 내용을 발표하면서 “5가지 응당 해야 할 것을 견지하라”는 제목을 붙여 이 요구들이 한중 관계의 ‘레드라인’임을 분명히 했다. ○ 박진 외교장관 “시 주석, 연내 방한 기대” 박진 외교부 장관은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전례 없이 위협받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장관은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서 최고위급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한국을 방문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고위급 소통을 더욱 활성화하자며 올해 하반기에 차관급 외교안보대화 ‘2+2’를 개최하자고 했다. 칭다오=외교부 공동취재단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만 정부를 사실상 별도 정부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대만정책법안(Taiwan Policy Act·TPA)이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해온 중국은 예고 종료일을 넘겨 훈련을 계속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 상원이 백악관 요청으로 3일 표결 예정이던 TPA 처리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상원에 “행정부의 외교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며 일부 조항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6월 발의한 이 법안은 대만을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 동맹으로 지정하고 대만 정부를 대만 국민의 합법적 대표로 인정한다. 또 미-대만 외교 관계 제한 금지 및 대만 국기 사용 제한 철폐와 함께 미국에 있는 대만 경제문화대표부를 대만대표부로 바꾸도록 했다. 사실상 대만을 별도 정부로 인정하고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 미-대만 관계 기초인 대만관계법에 적시된 무기 지원 요건인 ‘방어적 방식’을 ‘중국군 공격 억지를 위한 무기’로 확대하며 무기 판매를 위한 미 행정부 심사·승인 과정에 패스트트랙 절차를 적용하도록 했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도 찬성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중 관계는 다시 격랑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은 7일 정오 종료라고 발표했던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지속했다.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8일 오후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대만 주변 해상과 하늘에서 잠수함 공격과 해상 돌격 연합훈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대만이 ‘처절한 인내’를 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3일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은 곧바로 ‘대만 봉쇄’ 훈련에 돌입해 대만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중국의 각종 도발에도 대만군은 ‘싸움을 유발하지 않는다(不求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인내했다. 대만 주민들도 사재기나 혼란 없이 평온하게 일상을 유지했다. 중국의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한 중국인 지인은 “만약 대만군이 중국군을 향해 총 한 발만 쏴도 중국군이 융단 폭격으로 대응할 텐데 (대만이) 지독하게 버틴다”고 말했다. 압도적 군사력 차이 때문에 대만이 움직일 엄두조차 못 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70년 이상 대치하며 버텨 온 대만이다. 군사력 차이를 겁냈다면 진즉 무너졌을 것이다. 지금 대만에서는 미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에 대한 믿음과 ‘인내가 곧 국익’이라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대만의 입장에서 중국의 도발은 충분히 모욕적이었다.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4일 오후 중국 인민해방군의 둥펑(東風·DF)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이 대만 상공을 지나갔다. 이 가운데 최소 1발 이상이 수도이자 제1도시인 타이베이를 관통해 날아갔다. ‘중간선 무력화’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에는 두 지역의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이 있다. 대만해협은 폭이 좁은 곳은 130k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1950년대 이후 중간선을 넘는 것은 군사 충돌의 위험을 높이는 행동으로 간주됐고, 중국과 대만 모두 이 선을 암묵적으로 지켜 왔다. 대만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군은 4∼7일 군사훈련에서 공군기 100여 대, 함정 30여 대가 이 중간선을 넘었다. 대만은 “중국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하고 있다”고만 발표했다. 중국군은 대만의 영해까지도 들어왔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대만의 영해는 곧 중국의 영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할 리 없는 대만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중국은 6일 한 중국군 병사가 중국 함정 갑판에서 대만 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대만 해안선과 산맥이 보일 정도로 대만에 접근한 사진이다. 지난해 4월 미군 구축함 지휘관이 함교 난간에 다리를 올리고 맞은편에서 대치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사진을 공개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만에 굴욕을 안긴 것이다. 비록 중국군에 직접 대응은 아니지만 대만은 중국군의 훈련 기간을 피해 9일부터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할 예정이다. 또 다음 달 5일부터 공격용 헬기, 전차, 장갑차 등을 동원해 사격 훈련도 진행하기로 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군사훈련을 종료하더라도 이 같은 종류의 대만 압박을 일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로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고, 대만 영해 근처에 중국 함정들이 출몰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선언했다. 미군 함정들이 조만간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공산주의 국가와 전쟁을 치렀고, 현재도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만의 상황은 한국과 유사하다. 그래서 중국의 대만 압박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미국과 동맹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위기 상황에 맞서 ‘국익’이라는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등이 그것이다. 대만을 보면 우리의 답이 나올 수도 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대만 봉쇄’ 군사훈련에 이어 서해에서도 실탄 사격 훈련을 시작했다. 중국의 군사 대응이 한미로도 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해사국은 6일 “산둥반도 일대에서 6∼15일 실탄 사격 훈련, 랴오둥반도 북쪽 보하이만 일부 해역에서 8일∼다음 달 8일 군사 임무를 수행한다”며 “이 기간 해당 해역에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훈련 등 군사 활동 해역은 각각 장쑤성의 롄윈강시(市) 인근, 보하이만의 다롄시 인근 해역으로 파악됐다. 중국군의 훈련은 22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8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첫 중국 방문 일정과 겹친다. 실탄 사격 훈련이 진행되는 롄윈강은 박 장관의 방문지인 칭다오에서 차로 3시간 거리다. 박 장관은 9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 대치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CNN은 6일(현지 시간) 인도군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과 인도가 10월 중순 중국과 인도 국경지대인 우타라칸드주 아우리에서 연합훈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인도는 2020년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충돌해 인도군 20여 명이 사망하는 국경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군은 대만 봉쇄 훈련 도중 군함이 대만 해안선과 산맥 윤곽이 육안으로 보일 만큼 대만 코앞까지 접근했다. 중국과 대만은 각각 양측 구축함이 근거리에서 대치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 봉쇄 훈련에서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대만 침공 모의 훈련을 벌였다고 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6일 “중국군 전함과 무인기가 대만 동부 해안에서 일본 열도 인근으로 이동하며 미국과 일본 군함에 대한 모의 공격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中, 美日군함 모의공격 훈련… 美, 中겨냥 인도-필리핀과 군사협력 美-中 대치 아시아 전역 확대中, 美국방 핫라인 대화도 거부…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 배제못해대만 코앞 훈련 군함사진 공개도美, 中과 분쟁 국가들과 협력 강화… 中-印 국경분쟁 95km앞 군사훈련영해 다툼 필리핀엔 “상호방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과의 군사 소통 채널 단절을 선언한 중국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의 대화 요청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대만에 이어 서해로 실탄 사격훈련 범위를 확대했다. 미국은 중국과 인도가 분쟁을 벌이는 국경에서 불과 95km 떨어진 지역에서 인도와 연합 군사훈련을 벌인다고 예고했다. 친중국 행보를 보이지만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과의 군사협력 강화도 천명했다. 대만 해역에서 격화된 미중 군사 대치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 “中, 日열도 접근해 美日군함 모의공격 훈련”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후 대만 사태가 불거지자 오스틴 장관과 밀리 의장이 수차례 중국 카운터파트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고위급 핫라인은 그동안 미중의 우발적 충돌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사실상 모든 군사적 대화를 차단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7일 일단 종료한 것으로 보이는 ‘대만 포위’ 훈련에서 대만을 침공하는 모의훈련을 진행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군은 이번 훈련 기간 동안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해 온 중간선을 계속 침범했다. 훈련 첫날인 4일 공군기 22대, 5일 공군기 68대와 함정 13척, 6일 공군기 20대와 함정 14척이 잇따라 침범해 중간선이 무력화됐다. 특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군은 중국 전함과 무인기가 대만 동부 해안에서 일본 열도 인근으로 접근하면서 미국과 일본 군함에 대한 모의공격 훈련까지 진행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일 중국 군함에 승선한 병사가 대만 해안선과 산맥 윤곽이 육안으로 보이는 대만 쪽을 쌍안경으로 바라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대만 언론은 대만 동부 화롄 앞바다로 추정했다. 대만은 해안선 코앞까지 진입한 중국 구축함을 감시하는 대만 구축함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과 대만 구축함이 초근접 거리에서 대치한 것이다. 중국은 서해인 산둥성 해안과 보하이만 근처 랴오둥반도에서 실탄사격 훈련 등을 진행한다. 22일 시작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중국이 한국과 미국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美, 中-인도 국경 분쟁지 인근서 첫 훈련”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는 인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과 연합 군사훈련 및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CNN은 6일 인도군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이 10월 중순 인도와 중국 국경지대인 우타라칸드주 아우리에서 고(高)고도 전투 훈련을 비롯한 연합 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훈련이 예정된 곳은 중국과 인도가 분쟁을 겪는 국경에서 95km 떨어진 곳이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있는 티베트와 접해 있다. 2020년 중국과 인도가 국경에서 유혈충돌을 벌인 후 인도 국경지대에서 훈련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나 군사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수십 년간 지속된 상호방위조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현재 대만의 상황을 통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을 겨냥해 “남중국해의 가장 큰 위험은 강대국의 부당한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5일 일본, 호주와의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3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호주는 대만 유사시 미군 지원 방침을 밝혔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중국이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며 5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날 일본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조찬 회동에서 중국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한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심각한 우려와 강한 반대에도 대만에 간 것은 중국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하고 중국 주권과 영토 보전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짓밟았다”고 홈페이지에서 주장했다. 이어 “사악하고 도발적인 행동에 대응해 그와 그의 직계 가족에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입국 제한, 중국 내 자산 동결, 중국 기업 및 개인과의 거래 금지 등일 것으로 관측된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총리와 회동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만) 방문은 대만의 현상 변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만해협 평화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중국이 우리 방문을 (군사훈련의) 핑계로 삼고 있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기시다 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대만해협의 평화 안정과 유지를 위해 미국과 일본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중국 탄도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데 대해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고 (중국에) 요구했다고 펠로시 의장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펠로시 의장이 4일 밤 요코타 주일미군 기지에 도착할 때 차관급인 오다와라 기요시 외무성 부대신을 직접 보내 영접하도록 했다. 한국은 펠로시 의장 도착 때 관계자가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중국 정부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5일 미국과 국방 분야 협력을 단절하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4일부터 이틀째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대만을 옥죄는 동시에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도 본격화한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군사 갈등이 전방위 관계 단절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펠로시 대만 방문에 대한 8개항 보복 조치라며 “미중 간 전구(戰區) 사령관 통화 라인과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간 불법 이민자 송환, 형사사법 지원, 국제범죄 퇴치, 마약 퇴치 협력, 기후변화 협상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만 봉쇄 훈련으로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군 지휘관 핫라인 중단 등 국방 분야 협력 단절을 발표한 것이 심상치 않다. 오판에 따른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을 완충재 상당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첨단기술, 경제 분야에서 극심한 갈등을 이어가는 양국이 그나마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꼽던 기후변화, 마약 퇴치 협력까지 중단해 관계 단절 수준이 더욱 악화됐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이날 중국이 핵추진 잠수함이 포함된 항공모함 전단까지 훈련에 합류시켰다며 “아군 항모로 적 항모를 차단하는 항모 전단 억제 훈련을 처음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보유한 항모인 랴오닝함과 산둥함이 펠로시 의장의 3일 대만 방문 직전 모항에서 출발했다. 미 백악관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펠로시 의장 호위에 나섰던 미국 로널드레이건 항모 전단에 중국 훈련 감시를 위해 대만 동남부 해역에 더 머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몇 주 안에 미 전함과 전투기가 대만해협 해상과 상공을 통과하는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美 “中 ‘개구리 삶기’식 대만 봉쇄”… 中, 바이든 겨냥 “기후 협력 중단” 백악관 “中 정기적 봉쇄작전 의도… 美, 새로운 현상 받아들이지 않을것”주미 中대사 초치, 도발행위 항의… 中, 펠로시 대만방문에 보복조치군사-범죄퇴치 협력 등 중단 선언… 양국 우발적 충돌 가능성 높아져 중국 정부는 5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에 미중 간 군 사령관 핫라인 중단 등 국방 분야 협력 단절뿐 아니라 기후 변화 협상과 마약 퇴치 협력 중단 등도 포함시켰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신(新)군사냉전이 양국 간 전면적 관계 단절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백악관은 4일 친강 주미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 항의하며 미국은 중국의 어떤 행동에도 (대응이) 준비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AP통신은 이날 “군사와 경제 교류는 중단된 상태이지만 기후 변화와 펜타닐 등 불법 마약 거래 퇴치는 미중 양국이 공감한 분야”라며 이 분야 협력 중단의 파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면서 사실상 관계 단절 수준에 이른 첨단기술과 경제 교류 분야에 이어 그나마 양국이 협력을 시도하던 분야까지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 협력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은 갈등이 극심할 때도 존 케리 미국 기후문제 특사가 지난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협력의 끈을 이어왔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세계 1, 2위 오염 물질 배출국이다. 양국이 배출하는 화석연료가 세계 배출량의 40%를 차지한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주축이기도 한 양국 간 협력이 완전히 단절되면 전 세계 기후 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AFP통신은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회담하겠다고 한 양국 합의도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 “국방협력 단절로 우발 충돌 가능성↑” “중국이 ‘개구리 삶기’를 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 시간)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에 대해 “중국이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이 같은 수준의 긴장 강도를 유지하거나 최소한 (봉쇄) 작전을 더욱 자주 정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개구리 삶기’는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곧바로 뛰쳐나오지만 서서히 끓이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죽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중국이 대만을 방어하려는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여가며 이를 정례화하고 장기적으로 지속해 대만을 고립시키고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의도를 이번 훈련에서 드러냈다고 분명히 한 셈이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의 이런 군사 도발을 “(대만의 실질적 주권 유지라는) 현상을 바꿔 (대만 봉쇄라는) 뉴노멀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런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도발 정례화를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 핵추진 잠수함이 포함된 항공모함 전단이 처음 참여해 미국 항공모함 억지 훈련을 벌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 전단에 대만 동남부 해역에서 중국 훈련을 감시하라고 지시한 뒤 몇 주 안에 항공모함 전단이나 군함, 전투기를 대만해협에 진입시키는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5일 국방 분야 협력 중단을 발표해 미중 간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중국은 ‘대만 봉쇄’ 훈련 이틀째인 이날 중국과 대만이 대치해 온 실질적 경계선으로 인식돼 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전투기 68대와 군함 13척이 침범해 무력화했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고타니 데쓰오 주임연구원은 “이런 종류의 대규모 훈련이 앞으로 수년간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不)’ 약속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며 “옛날 장부”를 언급한 데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가 ‘챙겨야 할 옛날 장부는 없다’며 사드 3불은 한중 간 약속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5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 3불 정책 유지 약속을 지키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와 관련해 “이미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도 관련 협상 수석대표와 정부 대변인이 사드 3불은 약속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옛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 어느 나라든 대외정책의 기본적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드 3불 정책 유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새 정부가 챙겨야 할 옛날 장부가 존재하는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오 대변인이 언급한 ‘옛 장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사드 3불이 윤석열 정부가 지켜야 할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사드 3불은 한국 정부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2017년 사드 배치에 중국이 보복하자 문재인 정부가 밝혔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不)’ 약속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며 “옛날 장부”를 언급한 데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가 ‘챙겨야 할 옛날 장부는 없다’며 사드 3불은 한중 간 약속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5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 3불 정책 유지 약속을 지키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와 관련해 “이미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도 관련 협상 수석대표와 정부 대변인이 사드 3불은 약속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옛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 어느 나라든 대외정책의 기본적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드 3불 정책 유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관계자에는 이에 대해서도 “새 정부가 챙겨야 할 옛날 장부가 존재하는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오 대변인이 언급한 ‘옛 장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사드 3불이 윤석열 정부가 지켜야 할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사드 3불은 한국 정부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2017년 사드 배치에 중국이 보복하자 문재인 정부가 밝혔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할 때는 지정학적 위험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 안보 영향이 커졌다”며 “지정학적 요인에 대해 20∼30년 전보다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개구리 삶기’를 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 시간)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에 대해 “중국이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이 같은 수준의 긴장 강도를 유지하거나 최소한 (봉쇄) 작전을 더욱 자주 정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개구리 삶기’는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곧바로 뛰쳐나오지만 서서히 끓이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죽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중국이 대만을 방어하려는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여가며 이를 정례화하고 장기적으로 지속해 대만을 고립시키고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의도를 이번 훈련에서 드러냈다고 분명히 한 셈이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의 이런 군사 도발을 “새로운 현상(status quo)이다. 뉴노멀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런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도발 정례화를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 핵추진 잠수함이 포함된 항공모함 전단이 처음 참여해 미국 항공모함 억지 훈련을 벌인다고 공언했다. 미국은 조만간 항공모함 전단이나 군함, 전투기를 대만해협에 진입시키는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해 미중 직접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中 대만 봉쇄 일상화 의도 거부”중국은 ‘대만 봉쇄’ 훈련 이틀째인 5일에도 중국과 대만이 대치해 온 실질적 경계선으로 인식돼 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전투기 20여 대와 군함 10여 척이 침범해 무력화했다. 대만 국방부는 침범 사실을 밝히면서도 “‘싸움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충돌을 피하면서 국가 주권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의도대로 중간선이 무력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으로 대만군의 활동 반경이 크게 축소되면서 대만 봉쇄 상황이 뉴노멀로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고타니 데쓰오 주임연구원은 “이런 종류의 대규모 훈련이 앞으로 수년간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의 이번 훈련은 미국의 직접 개입과 국제사회의 큰 반발을 야기할 수 있는 ‘대만 침공’보다 일상적으로 대만을 압박할 ‘봉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훈련이 끝난 후에도 중국군이 계속 대만 인근에 잔류하거나 훈련을 일상화한다면 이는 대만을 붕괴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NYT는 “중국이 탄도미사일 5발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뜨린 것은 미국과 일본에 대해 개입하지 말라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美, 대만해협 진입 무력시위 예고커비 조정관은 중국 대만 봉쇄의 ‘뉴노멀’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선택한 행동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 몇 주 내에 (군함과 전투기가) 대만해협 수역과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군의 대만 해협 통과가 이번 대만 해협 위기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실사격 훈련에 나서자 미국은 항공모함 2척을 앞세운 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군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은 유사 시 미군 항공모함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랴오닝함과 산둥함 항모는 물론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 미사일도 훈련에 참가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미 미 하원의장과 그 직계 가족을 제재한다고 5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4일부터 이틀째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핵추진 잠수함이 포함된 항공모함 전단까지 훈련에 합류시켰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펠로시 의장 호위에 나섰던 미국 로널드레이건호 항공모함 전단에 중국 훈련 감시를 위해 대만 동남부 해역에 더 머물라고 지시했다. 몇 주 안에 미 전함과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미국과 중국 항모가 직접 대치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5일 “중국군의 이번 훈련에 핵추진 잠수함을 거느린 항공모함 전단이 가세했다”며 “아군 항모로 적의 항모를 차단하는 항모전단 억제 훈련을 처음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만을 방어하려는 로널드레이건호 항모 전단 등의 대만 접근을 막는 훈련을 위해 항모를 출격시켰다는 것이다. 중국이 보유한 항모인 랴오닝함과 산둥함이 펠로시 의장의 4일 대만 방문 직전 모항에서 출발했다. 전날 중국군이 사상 처음으로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탄도미사일을 대만 동부 해역으로 발사한 것도 미 항모 전단의 개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대만 쯔유시보 등에 따르면 전날 대만 상공을 날아간 탄도미사일 4발 가운데 최소 1발 이상이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를 관통했다. 중국군은 5일에도 군용기와 함정들이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중간선 무력화에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 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로널드레이건호 전단에 현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머물 것을 지시했다“며 ”몇 주내로 대만 해협 상공과 해상에서 표준 항행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떠난 지 하루 만인 4일 낮 12시(현지 시간)부터 돌입한 ‘대만 봉쇄’ 훈련에서 대만 해역 곳곳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DF) 계열 미사일 11발을 동시다발로 퍼부었다. 특히 일부 탄도미사일은 중국 본토에서 발사돼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부 해역에 떨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미사일들이 대만 상공을 비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온 대만 서부의 ‘대만해협 중간선’이 완전히 무력화된 것이다. 중국이 이날 미사일과 로켓포 실탄 훈련을 벌인 대만 주변 해역 6곳은 모두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쪽이었다. 특히 훈련 지역 3곳은 대만의 영해까지 침범했다. 이날 오후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해역의 여러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집중 타격해 목표물을 전부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대만 북부 남부 동부 해역에 둥펑 계열 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전구는 공개한 영상에서 탄도미사일인 DF 계열 미사일이 본토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어 이 미사일들이 대만 동부 해역들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동부전구는 앞서 훈련이 시작된 직후에는 다연장 장거리 로켓포들을 중간선을 넘어 대만해협 대만 쪽 해역으로 발사한 뒤 “특정 구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남 해역을 훈련 지역으로 지정한 뒤 한국 영공을 넘어 한국 측 해역으로 미사일들을 발사한 셈이다. 중국이 발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로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도 훈련에 참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군 훈련 시작 직전인 3일 국가안보팀을 전화 회의로 소집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이날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5발이 사상 처음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며 외교 경로로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中, 사상최대 대만 포위 훈련… 동서남북에 미사일-로켓포 퍼부어 中, 스텔스기-공중급유기까지 동원… 침공시 미군 개입 차단 능력 과시훈련구역 추가하고 기간도 연장, 中매체 “대만 무력 통일 리허설”日, 中미사일 5발 日 EEZ 낙하에 “매우 위험한 훈련… 강력 비난”중국은 4일 낮 12시(현지 시간) 시작한 사상 최대 규모의 ‘대만 봉쇄’ 훈련에서 대만 동부 북부 남부 해역에 탄도미사일을 집중 발사했다. 중국군은 대만과 대치해온 실질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 동쪽의 대만 해역인 대만 서부에 장거리 로켓포를 발사했다. 대만을 둘러싼 4면에서 모두 무력시위를 벌인 것. 훈련 시작 전부터 중국은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에 나섰다. 대만을 둘러싼 훈련 지역 6곳 모두 중간선을 넘었고 이 중 3곳에 대만 영해가 포함된 가운데 이날 군함들이 영해 침범 위협까지 했다. 중국군은 이날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젠-20을 포함해 100여 대 군용기를 동시에 투입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전투기는 물론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기종의 군용기들이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 중간선 무력화 “무력통일 리허설”이날 중국군은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 11발을 대만 북부 남부 동부 해역에 발사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훈련에 DF-11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DF-11은 사거리가 300∼800여 km다. 특히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군 동부전구가 이날 공개한 미사일 발사 영상과 낙하지점 그래픽에 따르면 대만 서쪽인 중국 본토의 미상 장소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대만 동북부, 동부, 남동부의 중국군 훈련 해역 3곳에 낙하했다. 탄도미사일들이 대만 상공을 가로질렀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비행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SCMP는 둥펑 미사일들이 대만의 북쪽 지룽항, 동쪽 화롄, 서쪽 타이중 근해의 목표물을 향해 발사됐다고 전했다. 동부전구는 앞서 훈련이 시작된 직후에는 장거리 로켓포들을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해협 대만 쪽 해역으로 발사했다. SCMP는 사거리 350∼500km인 PCL-191 다연장로켓이 푸젠성 핑탄에서 발사됐다고 전했다. 중국군이 대만 동부 해역까지 타깃으로 한 것은 대만 침공 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전구는 미사일 발사가 “정밀 타격과 지역 거부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역 거부 능력이란 ‘적의 접근이나 육해공 지역 점령을 차단한다’는 뜻이다. 훈련 해역 6곳 중 3곳은 대만 영해를 포함하고 있어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이 대만 영해에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서쪽 지역은 대만 제2도시 가오슝 인근 류추섬에서 불과 9.5km 떨어져 있다. 미사일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 인근 동북쪽 지역도 해안에서 불과 18.5km 떨어져 있다. 이날 오전 11시경에는 대만 동북부 화롄항 인근 해역에 중국군 미사일 구축함 3척이 동시에 나타났다. 구축함들은 화롄항에서 25해리(약 46.3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다 막판에 선회했다. 1해리만 더 접근하면 대만 영해에 진입하는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중국 공군은 전날 밤 군용기 22대를 중간선을 넘어 대만 영공으로 진입시켰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이번 군사훈련은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할 때에 대비한 ‘무력통일 리허설’”이라며 “이번 훈련으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대만해협 중간선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앞으로 최소 4일간 이어지는 훈련에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수위를 높여 대만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돼 혼란에 빠뜨리는 심리전을 전개할 수 있다고 대만 전문가들은 봤다. 중국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존 방어체계로 막을 수 없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DF-17을 훈련에 참가시켰다. 대만은 중국이 애초 7일 정오까지 3일간 6곳에서 훈련을 한다고 했지만 기간을 8일로 하루 연장하고 훈련 지역도 1곳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 대만 “中, 北에서 배워 멋대로 미사일 발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보팀을 소집해 전화 회의를 열고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과 항모강습단이 대만 동남부 필리핀해에 있다고 밝혔다. 미군 해상초계기 P-8A가 대만 서남부에 등장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의 미사일 발사는 대만의 안보를 위협하고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국제 교통과 무역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라며 “중국 정부는 북한에서 배워 인접 국가 수역에 마음대로 미사일을 쏘았다”고 했다. 이날 NHK 등에 따르면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9발 중 5발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며 “강력히 비난한다. 매우 위험한 훈련”이라고 규탄했다. 기시 방위상은 “중국에 외교 경로로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중국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으로 인근을 오가던 항공기와 선박 모두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 5회 인천∼타이베이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5, 6일 항공편을 취소했다. 7일에는 중국 군사훈련 종료 시간인 오후 1시 이후 대만 상공에 진입하도록 인천에서의 출발 시간을 오전 10시 35분에서 1시간 늦추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4일 같은 노선 인천 출발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7시로 앞당긴 데 이어 5일 운항은 취소했다. 대만 상공을 통과하던 국내외 항공기들도 일본 오키나와나 중국 내륙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과 동남아를 오갈 때는 이전에도 바람 등의 영향에 따라 3개 항로 중 하나를 선택해 왔기 때문에 비행 시간이나 연료 소모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훈련 첫날 항공기 총 650대가 영향을 받았다. 훈련이 실시되는 3일 동안 최소 1950대가 노선 변경 등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군의 6개 훈련 지점이 모두 대만의 비행정보구역 내에 있어서 상당수 국제 항로가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 이상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을 근거로 ‘유례없는’ 물류 지연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만 해도 군사훈련 구역에 선박 15척이 머물러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대만해협이 한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된 반도체와 각종 전자 장비를 나르는 항로라는 점에도 주목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떠난 지 하루 만인 4일 오후 12시(현지 시간)부터 돌입한 ‘대만 봉쇄’ 훈련에서 대만 해역 곳곳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DF) 계열 미사일들을 동시다발로 퍼부었다. 특히 일부 탄도미사일은 중국 본토에서 발사돼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부 해역에 떨어졌다. 중국과 대만 간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온 대만 서부의 ‘대만해협 중간선’이 완전히 무력화된 것이다. 중국이 이날 미사일과 로켓포 실탄 훈련을 벌인 대만 주변 해역 6곳 모두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쪽이었다. 특히 훈련 지역 3곳은 대만의 영해까지 침범했다. 이날 오후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해역의 여러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집중 타격해 목표물을 전부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대만 북부 남부 동부 해역에 둥펑 계열 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전구는 공개한 영상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DF-11이 본토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어 이 미사일들이 대만 동부 해역들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동부전구는 훈련이 시작된 직후에는 장거리 로켓포들을 중간선을 넘어 대만해협 대만 쪽 해역으로 발사한 뒤 “특정 구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북한이 군사분계선 이남 해역을 훈련 지역으로 지정한 뒤 한국 영공을 넘어 한국 측 해역으로 미사일들을 발사한 셈이다. 중국이 발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존하는 미사일방어체계로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도 훈련에 참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군 훈련 시작 직전인 3일 국가안보팀을 전화 회의로 소집했다.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으로 인근을 오가던 항공기와 선박 모두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 5회 인천~타이베이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5, 6일 항공편을 취소했다. 7일에는 중국 군사훈련 종료 시간인 오후 1시 이후 대만 상공에 진입하도록 인천에서의 출발 시간을 오전 10시 35분에서 1시간 늦추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4일 같은 노선 인천 출발시각을 오전 10시에서 7시로 앞당긴 데 이어 5일 운항은 취소했다. 대만 상공을 통과하던 국내외 항공기들도 일본 오키나와나 중국 내륙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과 동남아를 오갈 때는 이전에도 바람 등의 영향에 따라 3개 항로 중 하나를 선택해 왔기 때문에 비행시간이나 연료소모는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훈련 첫날 항공기 총 650대가 영향을 받았다. 훈련이 실시되는 3일 동안 최소 1950대가 노선 변경 등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군의 6개 훈련 지점이 모두 대만의 비행정보구역 내에 있어서 상당수 국제 항로가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세계 컨테이너선 절반 이상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을 근거로 ‘유례없는’ 물류 지연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만 해도 군사 훈련 구역에 선박 15척이 머물러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대만해협이 한국 대만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된 반도체와 각종 전자 장비를 나르는 항로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미국은 항상 대만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4일부터 3일간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는 첫 군사훈련에 나서는 중국은 “미국에 의지한 대만의 독립 시도는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주권이자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통일을 둘러싸고 미중 간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미중이 돌이키기 어려운 ‘대만 신(新)군사냉전’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차이 총통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43년 전 미국은 대만관계법으로 항상 대만을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철통(ironclad)같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핵심 동맹국에 대한 방어 의지를 강조할 때 사용하는 ‘철통같은 결의’를 대만에 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3차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펠로시 의장도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미군 개입을 가능하도록 한 대만관계법을 강조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전날 밤 대만 도착 직후 공개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시 주석의 집권 강화로 중국에서 최악의 인권 상황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차이 총통과 회담 전 연설에선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해 시 주석 체제를 독재 정권으로 묘사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은 중국의 통일 대업을 방해하려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두파혈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국방부는 4∼7일 대만을 둘러싼 해역 6곳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 제2도시 가오슝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도 포함됐다. 중국은 훈련 지역에 선박과 항공기 진입을 금지해 대만이 고립 상태가 된다. WP는 이날 “미중 관계가 영원히 바뀌고 대만이 그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밍보는 사설에서 “미중 관계가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며 “쿠바 미사일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대만에서 19시간 체류를 마치고 3일 밤 한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4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중국이 홍콩에서 한 일보다 더 많은 증거는 필요하지 않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일국양제(1국가 2체제)는 실현되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한 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지하기 위해 어떤 구상이 있나’라는 질문에 “독재와 민주주의의 간 투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 체제를 독재로 겨냥하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국이 받아들이는 대신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약속’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약속은 미중 수교로 이어진 1970년대 미중 ‘데탕트’의 근간이 됐다. ○ 펠로시 “中, 일국양제 약속 쓰레기통에”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입법회(국회)를 찾아 부원장 등을 만난 뒤 차이 총통과 회담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의회 대표단은 안보와 경제, 통치체제의 ‘3가지 기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과 반도체 동맹 등 경제 협력, 중국의 통일 시도에 맞선 대만의 민주주의 체제 방어를 핵심 의제로 꼽은 것. 그러면서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이 총통은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대만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에게 중국의 압박에도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한 벨리즈 정상 등에게 수여한 최고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을 수여했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밤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홍콩 사태를 언급하며 “중국은 일국양제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며 “중국공산당의 대만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방관해선 안 된다”고 시 주석을 정조준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시 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면서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차이 총통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시 주석이 자신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불안감이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경제 둔화 등 어려움에 봉착하자 대만을 위협해 국내 동요를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 “위기의 소용돌이 확산 안 돼”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로 해석하자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중국이 “통일 대업을 방해하면 머리 깨져 피 흘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자 진화에 나선 것.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는 위기와 충돌의 소용돌이를 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대립하는 가운데 대만을 두고 중국과 군사 충돌할 경우 미국이 2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백악관은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 등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레드라인(한계선)’으로 두고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공은 중국에 있다”며 “중국은 다음 단계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3일간 대만 봉쇄’ 고강도 반격 대만 둘러싼 6개 지점서 7일까지 군사훈련모래 수출-100여개 식품 수입 금지 등 보복대만해협 물류-韓 항공편 운항 차질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서 4일부터 3일간 대만 주변에서 해·공군 훈련을 실시해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반격에 나섰다. 섬나라인 대만이 해상 및 공중 봉쇄로 고립에 처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의식한 행동이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훈련은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는 것과 같다”고 규탄했다. 중국은 농수산물 수입 금지 등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보다 약자인 대만에 보복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2시간 동안 사실상 대만 봉쇄”중국 국방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당도한 2일 밤 “대만을 둘러싼 6개 지점에서 4일 낮 12시부터 7일 낮 12시까지 72시간 동안 군사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6개 지점을 연결하면 대만을 완전히 에워쌀 수 있다. 훈련 중에는 일반 선박 및 항공기의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대만은 사실상 72시간 동안 고립된다. 국방부는 훈련 중 이상 조짐이 포착되면 바로 군사 행동으로 반격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해협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이와 별도로 2일 밤부터 대만 주변 해상 및 상공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 등 연합 군사행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전구가 3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공개한 훈련 영상에 중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야간 출격 장면, 사거리가 중장거리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등장했다. 중국의 이번 훈련은 인도태평양 전체 정세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가장 서쪽에 있는 요나구니섬은 대만과 불과 110km 떨어져 있어 일본 또한 중국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 “훈련 해역에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다. 중국 측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반발했다. 항공편과 물류 차질까지 빚어졌다. 대만 직항편을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의 군사훈련 첫날인 4일 항공편을 3시간 앞당겨 훈련 시간을 피하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화물기 운항시간을 앞당긴다. 훈련이 계속되면 결항할 수도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천연가스 공급업체들이 일본과 대만 등으로 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 속도를 줄이고 있다. 해운사들도 위험이 큰 대만해협을 대신할 다른 항로를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대만 겨냥 경제 보복 가속미국은 중국군이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진입시키거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의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존하는 방공 체계로 요격이 불가능한 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 대만 부근의 미 항공모함 전단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을 넘어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2일 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건넜다”고 했지만 대만 국방부는 부인했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천연 모래는 풍화작용 등 자연적 현상에 의해 형성된 모래로 건축 자재 및 철강재 제조 등에 필수적이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도 이날부터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해관총서는 음료수·과자류 생산 기업 등 100여 개 대만 기업의 식품 수입도 금지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