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이승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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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승헌 부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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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칼럼100%
  • 힐러리 “동맹과 함께 협력”…트럼프와 차별화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사진)는 28일(현지 시간) 후보 수락 연설에서 “누구도 미국을 홀로 고치거나 이끌 수 없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고 밝혔다. 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 마지막 날 클린턴 후보는 “미국인들은 혼자서 고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함께 고친다고 말한다”며 모든 미국인과 동맹국의 힘을 합해 세계와 미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아메리카니즘’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클린턴은 “러시아를 비롯해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과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테러와 싸우는 데 있어 모든 미국인, 그리고 동맹과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책을 단 한 가지도 제시한 게 없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기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주변에서 조금만 지적해도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 사람에게 핵무기 발사 권한을 맡길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통상 문제와 관련해선 “불공정 무역협정에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여러분이 믿는다면 우리는 중국에 맞서야 한다. 철강과 자동차 노동자, 국내 제조업자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클린턴은 43%를 얻어 42%의 트럼프보다 1%포인트 앞섰다. 지난주 조사(18, 19일) 결과에선 클린턴이 42%, 트럼프가 43%였다.필라델피아=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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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열시키려는 힘을 심판하자” 트럼프 14차례 맹공격

    “미국은 다시 한 번 심판의 순간(moment of reckoning)에 놓여 있다. 강력한 힘들이 우리를 떼어 놓으려 하고 있으며 신뢰와 존중의 유대가 닳아 해어지고 있다.” 딸 첼시의 소개를 받고 연단에 오른 힐러리 클린턴은 5만여 명의 지지자들의 환호에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양쪽 눈은 그렁그렁했다. 잠시 자세를 고쳐 잡은 뒤 클린턴은 미국의 정신을 강조했다. 28일(현지 시간) 미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 후보로서 한 55분간의 수락 연설에서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 등장 이후 확산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갈등과 난관을 뚫고 “모든 이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오직 두려움을 갖는 것 그 자체”라며 “미국은 희망과 용기의 나라다. 나와 함께 미국을 고쳐 더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이름을 14차례나 거론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는 (밝은) ‘아침의 미국’에서 (어둠이 가득한) ‘자정의 미국’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아침의 미국’은 1984년 재선 도전에 나선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로 트럼프가 공화당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인 레이건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클린턴은 이어 ‘아메리카니즘’을 내세운 트럼프가 “내가 미국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해 “누군가 ‘혼자 고칠 수 있다’라고 말한다면 믿지 마라. 우리는 함께하고 고칠 때 더 강해진다”라고 밝혔다. ‘나 홀로, 미국 우선’을 외친 트럼프에게 ‘우리 함께, 동맹과 같이’의 가치를 외쳐 자신을 트럼프와 대비했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브랜드) 넥타이는 미국 콜로라도가 아니라 중국에서, 트럼프 정장은 미시간이 아니라 멕시코에서 나온다”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모순과 위선을 꼬집었다. 트럼프를 겨냥한 클린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당대회장은 바로 옆 사람 말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힐러리! 힐러리!”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지지자들은 “바로 그거야! 힐러리!”를 외치며 열광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장군들보다 내가 이슬람국가(IS)를 더 잘 안다”라고 한 것을 거론하며 “아니야, 도널드(No, Donald, you don’t)”라고 꾸짖듯 말해 장내엔 폭소가 터졌다. 여성 대선 후보로서의 소회도 밝혔다. “내 어머니의 딸로서, 그리고 내 딸의 어머니로서 이런 날이 와 행복하다”라며 “미국의 모든 장벽이 사라지면 (여성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도 없어질 것이며 하늘만이 유일한 한계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깨끗하게 승복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지지자들에 대해 한참 동안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샌더스 지지자들의 대의명분은 바로 우리의 대의명분”이라며 “당신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함께 미국을 바꿔 나가자”라고 말했다. TV 카메라가 전대장에 앉아 있던 샌더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고 샌더스 부부는 박수로 화답했다. 앞서 미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찬조 연설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더 행복한 삶, 더 좋은 기회, 그리고 더 좋은 미국을 열망하는 가족들을 위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이 정치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뒤 25년 만에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그를 움직이는 동인인지를 설명하는 연설이었다”라고 평가했다.이승헌 특파원 현장 르포 ddr@donga.com}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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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바마=힐러리+오바마’의 포옹… 오바마, 8년전 라이벌서 ‘퀸메이커’로

    “힐러리는 나보다, 심지어 (남편인) 빌 클린턴보다 대통령직에 더 적합한 사람입니다. 나와 함께 힐러리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함께해 주세요.” 연설의 달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격정적인 웅변으로 자신의 8년 과업을 이어 줄 후계자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27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50분경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 연단에 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용기와 긍정의 나라다. 이를 이끌 수 있는 것은 바로 일생을 미국에 헌신해 온 힐러리 클린턴뿐”이라고 말했다. 백악관행 티켓을 놓고 8년 전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던 클린턴의 승리에 오바마는 모든 것을 건 듯했다. 오바마의 우렁찬 목소리가 전대장을 압도하면서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흑인 여성들은 종교집회에 참석한 듯 눈물을 흘렸고, 누구라 할 것 없이 “Thank you” 피켓을 들고 8년 전 오바마의 선거 구호인 “Yes, we can”을 외쳤다.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44분 동안 편안하면서도 줄곧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는 우울한 비관론과 서로에 대한 질시와 반목만 있었다. 이런 분노와 비난, 미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어 “힐러리는 국무장관(2009∼2013년)으로서 주요 결정에 참여했으며 당시 보여준 지적 능력과 일에 대한 헌신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보여준 열정과 조직력 그리고 인내심을 본받아야 한다”며 샌더스 지지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선 “계획도 없고, 사실에 기반을 둔 사람도 아니다. 무엇보다 70년 동안 노동자의 인생에 한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서 미국인들의 챔피언이, 여러분의 목소리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트럼프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겨냥해 “미국은 이미 위대하고 강력하다”며 “미국은 스스로를 구세주라 여기는 트럼프에게 의지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동맹들에 미군 주둔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며 철군 카드를 꺼낸 데 대해 “미국의 가치가 ‘가격표(price tag)’로 매겨지는 줄 아느냐. 미국은 그런 것을 넘어선 헌신 덕에 세계의 존경을 받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사설에서 “미국의 건국 교훈을 설득력 있게 지켜 낸 탁월한 인간이자 대통령의 고별사”로 규정하고 “아름답고 감성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칼럼니스트 E J 디온 주니어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이번 가을엔 오직 하나의 논리적 선택만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설득력이 있었다”고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무대 한쪽을 가리키자 클린턴이 깜짝 등장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포옹한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힐러바마(힐러리+오바마)’ 연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앞서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팀 케인 상원의원은 “내 아들의 목숨을 맡길 만큼 클린턴을 믿는다”고 말했다. 케인의 아들 냇 케인은 해병대원으로 복무 중이다. 연설 중간에 유창한 스페인어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관심을 산 그는 트럼프에 대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마디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7일 발표한 USC와의 공동 여론조사(20∼26일 실시)에서 클린턴은 전국적으로 40%를 얻어 47%의 트럼프에게 7%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클린턴의 대선 후보 지명과 샌더스의 대승적 승복 등 호재까지 반영된 것이어서 클린턴의 지지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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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 돌직구’ 한국계 하버드대생 “힐러리 클린턴 지지할 것”

    “트럼프는 항상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유세장에서 주한미군 철수 위협 공약에 대해 “한국은 매년 8억6100만 달러(약 9800억원)를 주한미군 방위비로 지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조목조목 받아쳐 주목받은 한국계 하버드대생 조지프 최(21·한국 이름 최민우) 씨. 2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만난 최 씨는 트럼프를 비판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주저 없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클린턴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소수 민족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미주 한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하버드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전대에 오게 된 그는 이날 부대행사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계 클린턴 지지모임’(AAPI·Asian American Pacific Islander)에도 참석했다. 지난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도 가보려고 했지만 다른 일정과 겹쳐 못 갔다고 했다. 대회 개막 후 매일 전대장을 찾은 그는 지난해 유명세를 타기 전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경제학과에 다니는 그는 하버드대생들이 만드는 정치 잡지인 ‘하버드 폴리티컬 리뷰(HPR) 편집장이다. 1969년 창간된 HPR는 이 대학 출신인 엘 고어 전 부통령 등이 거쳐 간 잡지다. 최 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지만 인종 차별, 총기 규제 등 여전히 문제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바꾸고 싶다”고 했다. “정치는 깨끗한 직업은 아니지만 직접 들어가서 명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 자란 콜로라도 주에 한국인이 많이 사는데 한국인 이익을 대변하고도 싶습니다.” 지난해 트럼프에 돌직구를 날린 이유를 묻자 “작은 행동이었지만 크게 이슈가 돼 좋았다”며 “트럼프가 잘못된 이야기를 했는데 정치인들이 반박하지 않아 직접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의 설전에 앞서 지난해 4월 하버드대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설 후 “일본 정부는 왜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추궁했던 그는 다음달 일본을 방문한다. 그는 “일본 정부 초청으로 동료 하버드대생들과 함께 가는데 아베 총리가 내가 제출한 신청서를 보고 승낙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필라델피아=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필라델피아=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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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합의 상징’ 우뚝 선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6일(현지 시간) ‘유리 천장’을 깨고 미국 역사상 첫 주요 정당의 여성 대선 후보가 되는 역사적 순간엔 경선 내내 치열하게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있었다. 샌더스는 이날 후보 지명을 위한 ‘롤 콜’(대의원 공개투표) 도중 클린턴의 후보 지명을 제안하면서 ‘승복의 정치’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앞서 전대 첫날인 25일에도 메인 연사로 나서 “버니”를 외치며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을 진정시키며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샌더스였다. 오후 4시 26분경 시작된 대의원 투표는 별 소동 없이 진행돼 클린턴의 승리로 끝났다. 투표 시작 두 시간 후 테네시 주 개표 결과 클린턴이 전체 대의원의 절반(2383명)을 얻어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샌더스는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의 대의원 투표가 끝나자마자 바로 마이크를 잡고 클린턴을 당 후보로 공식 지명할 것을 제안했다. 8년 전 민주당 전대에서 클린턴이 당 화합을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 지명을 제안한 것과 똑같았다. 원래는 알파벳 순서대로 각 주 대의원들이 투표하지만 민주당은 샌더스가 클린턴의 후보 지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샌더스 측과 조율해 버몬트(Vermont) 주 순서를 맨 뒤로 옮겼다. 전대장에 모인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대부분 기립해 박수를 치며 “힐러리” “버니”를 외쳤다. 마샤 퍼지 전대 임시 의장은 “샌더스 상원의원이 위대한 단합의 정신을 보여줬다. 박수로 지명을 확정하겠다”고 하자, 대의원들은 “찬성합니다(Aye·미 의회에서 찬성할 때 Yes 대신 사용하는 표현)”라고 말했다.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샌더스가 마지막까지 민주당의 단합을 위해 축복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후보 지명 후 곧바로 트위터에 샌더스의 발언 동영상과 함께 대선 슬로건인 ‘함께하면 더 강하다(Stronger Together)’를 올려 샌더스의 승복에 감사를 표했다.필라델피아=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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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1년 봄, 한 소녀를…” 청중들 녹인 클린턴의 ‘러브레터’

    “여러분은 오늘 제대로 된 선택을 했습니다. 힐러리는 지금까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훌륭한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변화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8년 전 백악관 문턱까지 갔다가 좌절한 뒤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아내. 그를 지켜봐 온 남편은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로 아내를 지지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26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10분경 대회장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는 클린턴 부부에게 누구보다 뜻깊은 자리였다. 미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연단에 섰다. 그는 처음부터 힐러리를 대선 후보로 밀어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1971년 봄, 한 소녀를 만났다”고 운을 뗀 뒤 가벼운 손짓을 곁들여 힐러리와의 연애담, 외동딸 첼시를 얻게 된 과정 등 힐러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말하는 데 42분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다른 연사들과는 달리 속삭이듯 하는 목소리로 마치 아내에게 보내는 공개 연애편지 같은 느낌을 줬다. 첼시가 태어난 날 힐러리의 양수가 터진 이야기도 했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에서 힐러리를 처음 만났을 때 자석처럼 끌렸다. 나는 베스트 프렌드와 결혼했다”며 “나중에 힐러리 가족을 만났더니 매우 보수적이었는데 정작 힐러리는 인권운동을 하면서 민주당원이 됐다”고 소개했다. CNN은 “똑똑하지만 차갑다는 평가를 받는 힐러리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자연스레 힐러리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내가 아칸소 주지사였을 때나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힐러리는 언제나 일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대통령직은 고된 일이다. 하나씩 제대로 풀어 가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힐러리는 미국을 위해 최고의 변화를 가져다 줄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25일 전대 시작 후 별로 들리지 않던 ‘힐러리’ 구호가 비로소 전대장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체인지 메이커’ 피켓 수백 개도 등장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는 진짜(darn·‘damn’의 순화된 표현) 체인지 메이커”라며 가벼운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그가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자 힐러리가 동영상으로 깜짝 등장했다. 역대 남성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슬라이드로 연이어 공개된 뒤 유리 천장이 부서지듯 스크린이 깨지는 효과를 내며 등장해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진 뒤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깨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분 덕분에 1800만 개(경선 득표 수)의 금이 갔다”고 말한 것과 오버랩 됐다. 힐러리는 “오늘은 지지자 여러분의 승리이고 당신의 밤”이라며 “만약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이 순간을 지켜보는 어린 소녀가 있다면 ‘나는 아마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지만 다음 차례(여성 대통령)는 바로 여러분 중 한 명’이라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클린턴을 응원했다. 그는 “40년 전 건국 200주년이 되던 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며 “민주당은 미국의 도덕적 기반을 위협하는 공화당 대선 후보와는 대조적인 인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 제이슨 씨도 나와 힐러리를 응원했다. 조지 부시, 조지 W 부시 부자 등 전직 대통령 가족이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난주 공화당 전대와는 대조적이었다. 클린턴의 ‘외교 멘토’ 중 한 명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연사로 나서 트럼프를 정조준했다. 그는 “트럼프의 11월 대선 승리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푸틴이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각각 “훌륭한 지도자”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한 것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이상하게도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에게 감탄한다”고 비판했다. 전대장에서 만난 클린턴 지지자들은 비로소 전대가 ‘힐러리 축제’로 바뀌고 있다며 안도했다. 뉴저지 주에서 온 애나 크렌스키 씨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원숙하면서 세련된 연설을 계기로 e메일 유출 스캔들로 흔들리던 민주당 축제가 제자리를 잡을 것 같다”며 웃었다.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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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민주 첫 女대선후보’ 힐러리 “유리천장에 가장 큰 금을 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사진)이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클린턴은 26일(현지 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롤 콜’(대의원 공개투표)에서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제치고 전체 대의원의 과반(2383명 이상)을 무난히 확보했다. 이로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와 ‘(동맹국과) 함께하면 더 강하다(Stronger Together)’를 슬로건으로 내건 첫 여성 후보 클린턴이 벌이는 역사적인 대선전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출신의 ‘워싱턴 아웃사이더’이고, 힐러리는 대통령 부인과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낸 미국 정치 주류라는 점에서 뚜렷이 대비된다. 샌더스는 이날 대의원 투표가 마무리된 뒤 “(검표 등) 남은 투표 절차를 중단하고 클린턴을 당 후보로 공식 지명할 것을 제안한다”고 선언했다. 클린턴은 뉴욕에서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유리천장에 지금껏 가장 큰 금을 냈다(we just put the biggest crack in that glass ceiling yet)”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전당대회 후 나타난 트럼프의 ‘컨벤션 효과’에 e메일 파장까지 겹치면서 클린턴의 대선 승리 확률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CNBC가 이코노미스트, 펀드매니저 등 경제전문가 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점친 응답자는 52%였다. 지난달 같은 조사의 80%에 비하면 2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15%에서 26%로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e메일 유출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이번 해킹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러시아는 미 정부 시스템뿐만 아니라 민간 시스템도 해킹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 개입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필라델피아=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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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샌더스 “힐러리 옆에 서 있을것”…지지자들 달래며 단합 호소

    “우리는 충분한 역사적 성취를 이뤄 냈습니다. 클린턴은 틀림없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를 25년 넘게 지켜봐 왔습니다. 그의 옆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25일(현지 시간) 연단에 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은 경선 기간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명백한 어조로 선언했다. 샌더스발(發) 정치 혁명 완수에 연설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이날 발언은 e메일 파문에 흔들리는 당의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클린턴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백발 노(老)정객의 간곡한 당부였다.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를 가득 메운 5만여 명의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들 사이에서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e메일 파동 이후 클린턴 반대 운동에 나섰던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버니”를 더 크게 외쳤고, 클린턴 지지자들은 “힐러리” “버니”를 번갈아 가며 환호했다. 클린턴은 전대장에 없었지만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연설 도중 두 차례 일어나 박수를 쳤다. 언론들도 당을 구하기 위한 샌더스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로스앤젤레스 지국장 애덤 나고니는 “클린턴 지지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 샌더스의 연설은 결국 표를 움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샌더스는 연설 전부터 전대 첫날의 주인공이었다. 오후 10시 50분경 연단에 오르자 일부 지지자들이 함성과 함께 울먹이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에 샌더스는 3분이 넘도록 연설을 시작할 수 없었다. 샌더스도 감격에 북받친 듯 쉽게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생큐!”라는 말만 반복하기를 수차례. 팔을 아래로 내리며 간신히 지지자들을 진정시킨 뒤에야 샌더스는 30여 분 동안 격정적인 연설을 이어 갔다. 연설 시작은 전대 직전 불거져 샌더스 지지자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민주당전국위원회(DNC) e메일 유출 파동이었다.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여러분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나보다 실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논란을 피해 가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버니를 백악관으로!”를 외쳤다.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고, 흐느꼈다. 노정객은 깨끗하게 승부에 승복했으며, 경선 기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사투를 벌였던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린턴이 전투에서 이겼다면, 샌더스는 전쟁에서 승리했다”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이날 채택한 정강정책에도 샌더스의 주장이 대거 반영됐다.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약 1만7100원)로 인상, 건강보험 범위 확대 등 샌더스 정책이 포함됐다. 하지만 샌더스가 반대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중대한 인권 유린에도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날 전대장 안팎에서는 클린턴과 샌더스 지지자들이 하루 종일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까지 갔다. 스콧 보리스 씨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용하던 ‘힐러리를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나타나 클린턴 지지자들과 거친 말싸움을 벌였다. 미시간 주에서 온 마틴 제임스 씨는 “샌더스를 욕보이는 이 따위 전대는 필요 없다”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샌더스 연설 후에도 지지자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샌더스 측 대의원인 제사 루이스 씨는 기자와 만나 “힐러리 지지는 내가 샌더스에게 기대했던 게 아니다. 27일 팀 케인 부통령 후보 지명 과정에서 대의원들이 항의 차원에서 집단 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필라델피아에서 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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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율까지 역전… 위기의 힐러리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26일(현지 시간) 공식 지명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리카니즘’을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전당대회 흥행 효과에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e메일 유출 악재가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25일 공개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USC 공동 여론조사(18∼24일 실시)에서 클린턴은 41%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45%)에게 4%포인트 뒤졌다. 역시 이날 공개된 CBS 여론조사(22∼24일 실시)에서도 클린턴 43%, 트럼프는 44%로 트럼프가 앞섰다. CNN과 ORC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은 45%, 트럼프는 48%로 오차 범위 내지만 클린턴이 3%포인트 뒤졌다. e메일을 통해 경선 과정에서 DNC의 노골적인 클린턴 편들기 행태가 드러났지만 피해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클린턴을 지원하고 나섰다. 샌더스는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연사로 나서 열광하는 지지들 앞에서 “클린턴은 반드시 대통령이 될 것이며 그의 옆에 설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은 이날 전대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을 ‘가학적 독재자가 통치하는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규정하고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명문화한 정강 정책을 확정했다. 필라델피아=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이유종 기자}

    •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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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리번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힐러리 최우선 과제는 북한 문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최측근 제이크 설리번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40·사진)은 25일(현지 시간) “클린턴 전 장관에게 북한 문제는 최우선 순위 과제(a very high priority)”라고 말했다. 클린턴 캠프에서 외교정책을 맡고 있는 설리번은 이날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클린턴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설리번은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등 우리가 보아 온 북한의 각종 도발들은 심히 우려스럽고 골치 아픈 일”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를 총동원해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더라도 미국은 ‘자동 개입’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그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에 도전하거나 우리의 적이 되려는 세력에게는 선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클린턴은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의 중요한 파트너에게 바위처럼 굳건히 헌신하고 있다”며 “이런 헌신이 미국과 동맹들의 이익이 된다는 전제 아래 (집권 뒤) 이전 대통령들이 해오던 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은 클린턴의 예일대 로스쿨 직계 후배로 집권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요직에 발탁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필라델피아=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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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리 캠프’ 외교 책임자 “北核 문제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최측근 제이크 설리번 (사진·40)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25일(현지 시간) “클린턴 전 장관에게 북한 문제는 최우선 순위 과제(a very high priority)”라고 말했다. 클린턴 캠프에서 외교정책을 맡고 있는 설리번은 이날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클린턴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설리번은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등 우리가 보아 온 북한의 각종 도발들은 심히 우려스럽고 골치 아픈 일”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를 총동원해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더라도 미국은 ‘자동 개입’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그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에 도전하거나 우리의 적이 되려는 세력에게는 선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클린턴은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의 중요한 파트너에게 바위처럼 굳건히 헌신하고 있다”며 “이런 헌신이 미국과 동맹들의 이익이 된다는 전제 아래 (집권 뒤) 이전 대통령들이 해오던 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은 클린턴의 예일대 로스쿨 직계 후배로 집권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요직에 발탁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필라델피아=이승헌 특파원기자 ddr@donga.com}

    •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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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메일 폭로… 러 개입說… 힐러리 비명

    미국 민주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는 전당대회(25∼28일·현지 시간)를 바로 눈앞에 두고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공정성 여부를 둘러싸고 깊은 내홍에 빠졌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불거지면서 대선판에 소용돌이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파문은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DNC 지도부 인사 7명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 25일까지 주고받은 e메일 1만9252건과 첨부 파일 8034개를 22일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e메일을 통해 ‘유대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무신론 성향을 공격하는 게 어떠냐’는 대화를 주고받는 등 경선을 공정하게 치러야 할 DNC가 조직적으로 ‘클린턴 편들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클린턴의 대관식을 하는 전당대회가 순조롭게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샌더스는 24일 CNN 인터뷰에서 데비 슐츠 DNC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슐츠 위원장은 전대 의장직에서 해임됐으며 전대 후 DNC 위원장직도 바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캠프는 e메일 해킹이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캠프 로비 묵 본부장은 ABC와 CNN 등에 출연해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 요원들이 DNC e메일을 해킹해 트럼프를 돕기 위해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사이버 공격 원천 증명은 어렵지만 연구자들은 DNC가 러시아 소재 두 정보기관의 공격을 받았다고 결론지었다”고 24일 보도했다. 러시아 해커들은 6월에도 DNC가 트럼프에 대해 만든 자료를 해킹한 뒤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필라델피아=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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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난 샌더스 지지자들 “네버 힐러리”… 민주당도 불협화음

    “그것 봐, 힐러리가 그럴 줄 알았어.” “내일부터 본때를 보여줘야 해.” 24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 주변 공원. 인근 뉴저지 주에서 1시간 넘게 차를 몰고 온 앤드리아(21), 어맨다 배스크스(20) 씨 자매는 잔디에 앉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다는 이들은 영문을 묻는 기자에게 “오늘 CNN에서 위키리크스 e메일 보도를 보고 엄청 열 받았다”고 말했다. 앤드리아 씨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막기 위해 힐러리를 지지하려고 전당대회장까지 왔다”며 “하지만 다시 마음을 바꿔야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웰스파고센터 주변에는 위키리크스 e메일 파문이 알려지면서 24일 오전부터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보다는 샌더스 지지자가 더 많이 모여들었다. 1787년 최초의 제헌의회가 연방헌법을 제정한 미국 민주주의의 고향 필라델피아. 이곳의 전대 전야(前夜)에는 미국 최초 주요 정당 여성 대선후보의 등장이라는 기대와 흥분보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클린턴의 구호인 ‘그녀와 함께한다’는 보이지 않고 샌더스의 구호인 ‘필 더 번’(Feel the Bern·버니를 느껴 봐)이 바로 눈에 띄었다. 지난주 공화당 전대장인 클리블랜드에서 자주 보였던 반(反)트럼프 진영의 ‘네버 트럼프’를 응용한 ‘네버 힐러리’ 구호도 곳곳에서 들렸다. 클린턴의 정치적 고향인 뉴욕에서 왔다는 조 브래드쇼 씨(42)는 “힐러리 지지자들도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오늘 축제를 즐기겠느냐”며 “e메일 스캔들로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힐러리가 또다시 e메일 건으로 우리를 실망시켰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선후보 왕관을 쓰면 안 된다”고 흥분했다. 기자가 “힐러리의 후보 지명은 막을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하자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대꾸했다. 분위기를 간파한 듯 클린턴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했다. CNN은 “통합과 화합의 전대를 만드는 데 이번 파장이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판단한 클린턴이 신속히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했다”며 클린턴이 데비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음을 시사했다. 클린턴이 당선돼야 자신의 업적을 유지할 수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슐츠 위원장과 통화를 갖는 등 진화에 직접 나섰다. 샌더스는 “당장은 트럼프와 같은 재앙적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클린턴 지지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나는 오래전부터 DNC의 편파적 운영을 문제 삼아왔다. 이번 사건에 실망했지만 놀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민주당의 완전히 망가진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e메일 파동으로 클린턴이 고심 끝에 고른 팀 케인 부통령 후보 카드는 별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샌더스는 이날 “(진보 여전사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골랐어야 했다”고 클린턴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NBC 인터뷰에서 “힐러리가 케인을 선택한 것은 샌더스나 다른 모든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케인은 버지니아 주지사 시절 16만 달러(약 1억8000만 원)어치의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관심은 클린턴보다는 25일 전대 첫날 찬조연설에 나서는 샌더스의 입에 쏠리게 됐다. 그의 말에 따라 샌더스 지지자 중 일부가 이탈하거나 심지어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로 예정된 후보 지명 과정에서 샌더스 지지자들이 전대장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순조로운 지명을 방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가 최저임금 인상, 대형 은행 규제 같은 ‘이념적 혁명’ 안건을 강조할 예정이라면서도 “샌더스가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크루즈와 같은 논란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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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스타플레이어’ 총출동… 트럼프 ‘가족잔치’와 차별화

    25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개막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은 도널드 트럼프(70)와는 뚜렷이 차별되는 이벤트로 대세론을 다시 지피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클린턴은 공화당 전대 바로 다음 날인 22일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을 지명했다. 막판까지 고심하다 뽑은 카드였다. 히스패닉인 토머스 페레스 노동부 장관과 흑인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 카드도 저울질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케인 의원은 중도 성향으로 1998년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시장을 비롯해 버지니아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거쳤다. 한번도 선거에서 진 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지지층을 자랑한다. 가톨릭교도인 데다 청년 시절 온두라스 선교사 활동을 위해 배운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히스패닉 비하를 일삼아 온 트럼프를 겨냥한 포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이 백인 남성 등 취약층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23일 대표적인 경합 주인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로 날아가 케인과 함께 첫 합동 유세를 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부동산 개발을 하며 흑인들에게 (자신이 지은) 아파트 입주를 불허했을 때 케인은 무주택자와 홈 리스를 위한 정책을 구상했다”고 트럼프와 케인을 비교했다. 케인은 히스패닉이 많이 사는 지역 특성을 감안한 듯 스페인어로 “모두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며 “트럼프가 당신의 뒤를 봐주겠다고 하면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22일 수락연설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되겠다(I am your voice)”라고 한 것을 비꼰 것이다. 또 “트럼프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라며 “힐러리는 트럼프처럼 동맹을 휴지통에 처박지 않는다”라고 했다.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은 물론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듭 요구하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클린턴은 전당대회에 ‘올스타급’ 연사를 대거 등장시켜 ‘가족 잔치’라는 평가를 받은 트럼프와 차별화한다. 첫날부터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내세우는 것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연설에서 트럼프 지지를 거부해 아수라장이 된 공화당 전대와 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샌더스 대변인 마이클 브릭스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샌더스는 많은 면에서 크루즈와 다르다”며 전당대회에서 샌더스가 통합의 구심점이 될 것을 예고했다. ‘진보 여전사’로 통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도 연단에 선다. 2008년 민주당 경선 경쟁자였던 오바마 대통령과 한때 ‘힐러리 대항마’로 거론된 조 바이든 부통령도 나서 왜 클린턴이어야 하는지 연설한다. 감성적이고 격정적인 연설이 무기인 오바마가 어떤 말로 호소할지도 관심사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외동딸 첼시 ‘클린턴 재단’ 부대표도 나선다. 첼시는 28일 마지막 연사로 나선다.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와 첼시는 한때 절친한 사이였지만 대선 레이스 이후 사이가 소원해졌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불협화음이 터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CNN은 “클린턴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너무 무난한 인물을 골랐다. 진보적인 부통령 후보를 원했던 샌더스 지지층이 불만을 터뜨릴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케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등 진보 진영이 탐탁지 않게 여길 만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케인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는 소식에 일부 샌더스 대의원들은 “끔찍한 선택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샌더스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퇴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AP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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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힐러리 타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사진)을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선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25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한다. 클린턴이 26일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고 28일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와 벌일 ‘워싱턴 아웃사이더 대 여성’이라는 세기의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전대는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선출한 지난주 공화당 전대 못지않은 역사적인 정치 이벤트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첫 여성 대선후보인 클린턴이 트럼프와 차별되는 어떤 구상을 밝힐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클린턴 대관식’은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메리카니즘’을 천명한 공화당 전대와 달리 화합과 진보의 메시지를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경선 기간 치열하게 싸웠던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전대 첫날인 25일 메인 연사로 나서 클린턴 지지를 촉구한다. 8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연사로 나선다. 공화당 전대가 거물들이 모두 빠진 트럼프 가족들의 잔치였다면 민주당 전대는 그야말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클린턴은 22일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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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민주당 전당대회 25일 개막…힐러리 ‘첫 여성대통령’ 시동

    힐러리 클린턴(69) 전 국무장관을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25일(이하 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한다. 클린턴이 26일 대의원 투표를 거쳐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고 28일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치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와 벌일 ‘워싱턴 아웃사이더 대 여성’이라는 세기의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전대는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지난주 공화당 전대 못지않은 역사적 정치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특히 클린턴이 첫 여성 대선 후보로서 백악관 주인이라는 마지막 남은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트럼프와 차별화되는 어떤 집권 구상을 밝힐 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힐러리 대관식’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메리카니즘’을 공식 선언한 공화당 전대와는 달리 화합과 진보의 메시지를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경선 기간 치열하게 경쟁했던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전대 첫날인 25일 메인 연사로 나서 클린턴 지지를 촉구한다. 8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 역시 맞붙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연사로 나선다. 트럼프가 전대 내내 장녀 이방카 등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을 감안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외동딸 첼시 ‘클린턴재단’ 부대표도 주요 연사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클린턴은 22일 민주당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클린턴은 23일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가진 첫 합동 유세에서 “케인은 트럼프와 그의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와는 정반대의 사람”이라며 트럼프를 공격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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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글로벌리즘 아닌 아메리카니즘으로”

    21일 오후 10시 18분(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 반(反)트럼프 시위로 18일부터 계속 시끄러웠던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아레나 안팎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노상에서 티셔츠를 팔던 상인도, 시위대를 단속하던 경찰들의 눈도 모두 전당대회장을 생중계하는 TV 스크린에 고정됐다. 이날 빨간색 넥타이를 고른 트럼프는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5만여 명의 대의원과 공화당원들이 일제히 “트럼프”를 외치자 그는 눈을 연신 껌벅거렸다. 기자 옆에 있던 당 관계자는 “저런 표정 처음 본다. 눈물이 고인 것 같다”고 했다. 머뭇거림도 잠시, 트럼프는 ‘아메리카니즘’을 기조로 한 집권 구상을 거침없이 밝혔다. 무역이든 안보든 모든 기준은 미국의 이익이라는 것이다. 동맹국들은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도둑질하고 불법으로 만든 제품을 덤핑해 왔으며 환율 조작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주거나 경제자유와 주권을 감소시키는 어떤 무역협정에도 서명하지 않겠다”며 “원하는 협상을 얻지 못하면 협상장을 걸어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내에선 일제히 “트럼프”를 외쳤다. 트럼프가 “USA”로 바꿔 부를 것을 유도해 전대장은 바로 “USA, USA” 함성으로 가득했다. 트럼프는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거칠게 비판했다. 그는 “힐러리는 대기업과 엘리트 언론, (월가 등) 고액 기부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힐러리는 그들에게 유리한 사회, 경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벵가지 사태, 이라크 철군 등을 거론하며 “힐러리는 본성도, 판단력도 나쁜 사람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그를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을) 진심으로 후회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의 클린턴 때리기가 계속되자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구속하라(Lock her up)!”고 외쳤다. 트럼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11월 본선에서 힐러리를 무너뜨리면 된다”고 화답했다. 그는 최근 40여 년간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중 가장 긴 1시간 15분 동안 연설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이제 더이상 패배하지 않고 승리할 것”이라며 “나는 미국을 다시 강하고, 자랑스럽고, 안전하며 그리고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머리 위로는 2만여 개의 풍선이 휘날렸고 전대장 인근에 있는 이리 호 주변에선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나흘간의 ‘트럼프 쇼’는 이렇게 끝났다. 우려했던 유혈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가 전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 러시아 등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하도록 한 조항을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국들 간의 연대는 나토의 핵심 가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봐도 유럽의 평화가 미국의 평화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미치 매코널은 “정치 신예가 보이는 실수”라고 말했고, 같은 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트럼프 발언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매우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끝난 공화당 전당대회에 이어 민주당은 25일부터 28일까지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클린턴 전 장관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한다. ―클리블랜드에서 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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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美이익 최우선… 한미FTA 재검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핵심 공약으로 미국의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을 공식 천명했다. 경제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보호무역주의’와 외교적으로는 해외 분쟁 개입을 줄이고 동맹국의 비용 분담을 더 요구하는 ‘신(新)고립주의’가 핵심이다. 트럼프는 21일(현지 시간) 미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글로벌리즘이 아닌 아메리카니즘이 우리의 신조(credo)”라며 이같이 선언했다. 그는 “내 적(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다른 점은 미국을, 미국인을 다시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라며 “나는 미국인들의 목소리가 되겠다(I am your voice)”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특히 “클린턴이 미국의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은 무역협정을 한국과 맺었다”며 한국을 거론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선 “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켰지만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클리블랜드=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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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하원 프랭크스 “트럼프 집권해도 사드배치 번복없어”

    “미군이 허용한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내 집 뒤뜰에 두겠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위험은 현재까지 드러난 게 없다.”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트렌트 프랭크스 의원(사진)은 20일(현지 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차 방문한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한 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원 미사일방어(MD) 코커스(의원모임)와 전자파(EMP) 코커스 의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주 “성주 참외를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스 의원은 이날 “사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정치적인 주장”이라며 “사드 도입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MD 시스템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서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랭크스 의원은 제조회사인 록히드마틴이 한국 배치를 위해 사드를 새로 제작할지에 대해서는 “미 본토에 배치된 사드를 들여올지, 아니면 새로 만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배치된 사드는 오류 테스트를 거쳐 성능이 검증됐다는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사드 배치 결정이 재고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트럼프가 집권해도 사드 배치는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클리블랜드=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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