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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확산되면서 여권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물론이고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여권 대선 주자들까지 나서 재창당을 요구하면서 이정현 대표 체제는 출범 3개월 만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일 긴급 회동한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비박 진영의 잠재적 대선 주자 5명은 ‘재창당의 길’을 주장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기존 한나라당과 결별해 만든 새누리당을 전면 바꾸자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지우기’에 돌입하겠다는 얘기다. 재창당 요구에는 당의 주류인 친박계가 당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비주류를 중심으로 체제를 재건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재창당을 위한 첫 단계로 친박이 포진한 현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의 공동 행동은 친박이 2선으로 후퇴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비박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회동에 불참했다. 당 지도부와 친박 핵심에서는 ‘이정현 지키기’에 강경한 태도다. 청와대 인적 쇄신과 거국내각 구성 카드를 선제적으로 던진 데 이어 책임총리제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색이 없고 국정 운영 경험이 있는 이홍구, 고건 전 국무총리를 책임총리로 제시해야 야당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이정현 체제가 붕괴할 경우 자칫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한 폐족(廢族)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도 전날 여야 중진 의원 만찬 회동 이후 비박인 정병국 나경원 의원 등을 따로 만나 “이렇게 (이 대표를) 몰고 가서야 되겠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이번주 중 열릴 의원총회가 지도부 붕괴 여부를 가를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박이 주축이 된 3선 이상 중진 의원 21명은 이날 회동에서 “이 대표가 당원과 국민의 입장을 받아들여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의총을 기점으로 연판장 돌리기 등 본격적인 퇴진 촉구 행동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을 앞두고 친박계는 집단행동에 가세한 초·재선 의원들을 상대로 압박하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친박 중진에게 ‘사태 수습이 우선이고, 대안도 없는 상황 아니냐’는 전화를 받았다”라며 “한 의원은 너무 시달려 모임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중진 회동 간사 격인 황영철 의원은 “초·재선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방해하는 움직임이 확인됐다”라며 친박을 향해 경고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강경석 기자}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 5명이 1일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당 수습책으로 지도부 사퇴 후 재창당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당의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는 당 운영에서 2선 후퇴하라는 얘기다.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비박 진영 대선 주자 5명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회동 후 공동발표에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며 “그 길을 향한 첫걸음은 현 지도부의 사퇴”라고 주장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주축인 3선 이상 중진 21명도 회동을 갖고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설득하기로 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 대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다만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흔들리지 않겠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당 내홍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르면 3일 열리는 의원총회가 당 지도부 거취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새누리당이 극한 내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친박(친박근혜) 일색인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반면 이정현 대표는 “무슨 자격으로 물러나라 하느냐”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비박 및 일부 중립 성향 의원 40여 명은 31일 긴급 회동을 한 뒤 “현재 당 지도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낼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즉각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김용태 의원 등 비박 중진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직후 당 소속 의원 129명 중 50명으로부터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받은 뒤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전달했고, 이르면 11월 2일 의총을 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3선의 김세연 김영우 홍일표 의원과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 등 21명도 이날 ‘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을 구성하고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하라”라는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청와대에 거국내각 구성 등을 요구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이 대표는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원들이 뽑은 대표를 자기들 마음대로 물러나라고 하느냐. 선장으로 끝까지 키를 잡고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친박 핵심 인사 몇몇도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열고 “지도부 붕괴는 안 된다”라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는 8·7전당대회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당 주도권 싸움이 ‘대선 필패’의 위기감 속에 다시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비박 진영은 박근혜 대통령을 엄호했던 친박계가 전면에 포진해선 정권 재창출은커녕 당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박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2011년 말 ‘홍준표 대표 체제’ 붕괴 때와 같이 비박인 강석호 최고위원 등이 먼저 직을 던지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비박 진영의 움직임을 놓고 내년 당내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둔 ‘당권 재탈환’ 작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당직자는 “비박이 결국 김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을 ‘박근혜 비대위’처럼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려는 의도 아니냐”라고 말했다. 당초 이들이 긴급 회동 후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려다 속도 조절에 나선 데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김학용 의원이 나서는 모습이 좋지 않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홍수영 gaea@donga.com·신진우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정호성 부속·이재만 총무·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박근혜 대통령 곁을 떠나게 됐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1998년 4월 정계에 입문한 직후부터 18년 동안 고락을 함께한 최측근이다. 3인방은 박 대통령의 폐쇄적 국정 운영 스타일과 맞물려 여러 차례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은 그때마다 이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의혹을 일축했다. 2015년 1월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 이후 3인방 사퇴론이 일었을 때 “세 비서관은 묵묵히 고생하면서 그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한 사람들이다.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공개적으로 이들을 감쌌다.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당시 “3인방은 박 대통령의 피부다. 옷(다른 참모진을 의미)은 벗어 버리면 되지만 피부가 상하면 몸(박 대통령)이 다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3인방의 교체 여부는 이번 청와대 인적 쇄신의 바로미터(기준)로 여겨졌다. 최 씨의 국정 개입 파문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한 박 대통령은 결국 ‘생살’과 같은 3인방을 도려내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마비 우려가 커지자 전직 국회의장 등 여야 정치 원로들이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30일 전격 회동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2선 후퇴하고, 책임 총리에게 국정을 맡겨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주말 동안 정치, 시민사회 원로 등을 잇달아 청와대로 초청해 정국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여당 출신인 박관용 김형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야당 출신인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국민의당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 등 7인은 이날 조찬 회동을 했다. 회동을 제안한 박 전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라며 “그렇다고 대통령 하야 등 헌정 중단은 나라만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원로 회동에선 사태를 수습하려면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2선 후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임 전 의장은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서 통치하려 해선 안 된다, 국가의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아 있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했다. 정 고문은 “박 대통령을 치지도외(置之度外·내버려 두고 상대하지 않음)해야 하는 게 해법의 원칙”이라며 “거국내각을 구성해 대통령은 있되 없는 것처럼 국정이 운영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박 전 의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상의해 새 국무총리를 결정하고, 총리에게 국정의 책임을 맡겨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선 여당 출신 원로들이 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김형오 전 의장은 “국회에서 총리를 뽑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가 “(여소야대 상황인데) 야당에서 선임하게 하자는 것이냐”라고 반문하자 “그렇다 해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은 당 지도부에 이 같은 여야 원로들의 뜻을 전달했다. 야당을 향해서는 “야당에서도 책임 있게 논의에 참여해야 빨리 수습할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편 박 대통령은 29일 새누리당 상임고문들을 청와대로 긴급 초청해 파문을 수습하고 사실상 마비된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언을 구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상임고문 33명 가운데 김수한 박관용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세기 신영균 김용갑 전 의원 등 6명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을 시작하며 참석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먼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한 시간여 진행된 면담에서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에게 “왜 직언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못했느냐”라고 지적하며 한탄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국가가 위기 상황인데 국정 중단 없이 문제를 수습하려면 대통령이 모두 버리는 자세로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라며 “필요하면 대통령 본인도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참석자들의 우려에 박 대통령은 “걱정이 많이 된다”,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안다”,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 시급히 수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여러 차례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자 박 대통령은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 면담을 끝내며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30일에도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홍구 고건 전 총리, 진념 전 경제부총리,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세중 변호사 등 시민사회 원로 10여 명을 비공개로 만나 조언을 구했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국가 리더십이 사실상 공백 상태다. 그럼에도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진 ‘청와대-집권여당-정부’의 3각 축은 제 기능을 못하고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 씨의 연설문 수정을 시인한 뒤 청와대는 자체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책임론을 놓고 자중지란 양상으로 흐르고, 공직사회는 경제·안보 쌍끌이 위기 상황에서 복지부동이 심화되고 있다. ○ 식물 청와대 청와대는 27일에도 위기 타개를 위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여야의 전면 쇄신 요구에 답을 내놓지 못한 채 연설문 유출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받는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 김한수 행정관 등에 대한 내부 조사마저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참모의 일괄 사표 제출에 대한) 의견을 모아 보자고 해서 수석비서관이 전부 모였다”며 “그 자리에서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지금 당장 했을 때 대통령이 너무 힘드실 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 다수여서 (사표 제출을) 미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있을 때까지 지켜 보기로 뜻을 모았다는 얘기다. 이 비서실장은 예결특위에서 ‘문고리 3인방’(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에 대한 지적에 “그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보니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제 눈엔 안 보였다”고 했다. 정 비서관에 대해선 “청와대에 들어간 다음 정시에 퇴근한 일도 없고 집에서 식사할 시간도 없는데 (최 씨를) 만날 시간도 없었다더라”고 ‘대리 해명’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사과문을 우병우 민정수석이 작성했다는 의혹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이 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의 조력을 받아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을) 작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앞서 이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작성한 것’이라고 허위 답변한 것일 수 있어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정무수석은 “사과문은 대통령이 홍보수석에게 구술하고, 홍보수석이 문안을 다듬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사과문이 24일 저녁 ‘6인 대책회의’에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우 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6명이 최순실 PC 의혹 보도가 나간 당일 저녁 대책회의에서 사과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 씨의 존재와 역할을 이들 6명만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길 잃은 여당 새누리당은 특별검사 도입을 전격 수용하며 대외적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지만 내부에선 안일한 사태 인식을 보여주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의 비박(비박근혜) 진영 의원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일부 비박 의원이 시중에 떠도는 최 씨 의혹을 거론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찌라시’(사설 정보지)에서 나도는 얘기를 의총에서 인용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고, 이장우 최고위원은 “일부 의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박 강석호 최고위원은 “지금은 잘못했다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다 들어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연설문 등과 관련해) 물어본 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인권결의안을 김정일에게 물어봤다고 당시 장관이 주장하는데도 버티고 있다”며 “지인(知人)에게 물어본 것이 나쁜가, 주적(主敵)에게 물어본 것이 나쁜가”라고 말했다. 최 씨의 국정 개입 논란을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비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묻지 마 엄호’를 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번 주부터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시작됐지만 새누리당은 사실상 전략 마련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내년도 나라살림 예산이 빈틈없이 짜이도록 전력투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핵심 당직자는 “청와대가 인적 쇄신 등 당의 요구에 어떤 응답을 내놓은 뒤에야 당이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눈치 보는 정부 ‘최순실 블랙홀’에 국정 마비 위기에 몰린 정부는 청와대 눈치만 살필 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무위원과 공직자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잘 인식해 말과 행동에 신중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최근 사태와 관련해 공직자의 ‘입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이날 예결특위에서 황 총리를 향해 “공직기강 당부는 공직자들을 보고 할 게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 / 세종=손영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에게 연설문을 사전에 전달했다는 점은 시인했지만 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 씨의 태블릿PC에서는 인사, 외교 등 국정 관련 문서들도 상당수 발견됐다. 청와대에서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최 씨와 접촉하면서 자료를 보내줬다는 얘기다. 최 씨의 태블릿PC 소유주는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 명의였고, 이 법인 대표가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실 행정관으로 확인됐다고 jtbc가 26일 보도했다. 최 씨가 김 행정관이 개통한 태블릿PC를 통해 청와대 문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김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SNS 팀장을 맡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취임한 뒤 행정관으로 임명돼 뉴미디어실에서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jtbc에 따르면 최 씨 태블릿PC에 깔려있는 카카오톡의 친구 명단에는 김 행정관이 ‘한 팀장’이라는 애칭으로 저장돼 있었다. 최 씨가 김 행정관에게 ‘하이(Hi)’라고 격의 없이 인사할 만큼 두 사람이 친밀한 사이로 추정된다고 jtbc는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김 행정관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최 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을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이다. 정 비서관은 26일 새벽 귀갓길에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매일 자정에나 퇴근하는데 언제 (최 씨에게) 가서 (문건을) 전달하느냐. e메일로도 전한 바 없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jtbc는 최 씨 태블릿PC에 들어있는 ‘국무회의 말씀자료’ 등 문서 파일 여러 건의 작성자 ID(‘narelo’)가 정 비서관의 것이라고 보도했다. PC에는 또 다른 ID가 등장하는데, 이 ID의 주인이 만든 문서를 정 비서관이 손을 봐서 최 씨에게 넘어간 유통 경로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greatpark1819’라는 ID의 정체도 관심을 끈다. 이메일에 암호가 걸려 있고 해당 계정이 폐쇄돼 내용 확인이 어렵지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 관련 ID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사 검증과 내부 감찰 업무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비서관실에도 전직 공무원 출신 C 행정관과 D 행정관 등이 ‘최순실 라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뿐 아니라 박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윤전추 행정관이 ‘핵심 실세’라는 얘기도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최 씨의 비밀 의상 제작실에서 박 대통령의 의상을 챙겨오기도 한 윤 행정관을 최 씨가 추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 집권 44개월간 청와대의 보고 및 의사결정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이들은 권력 운용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원칙’이 무너진 점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박 대통령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 때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문고리 3인방 등 소수 인원만 박 대통령을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장관들이 처음에 정 비서관에게 박 대통령 대면보고 시간을 잡아 달라고 요청하다가 몇 차례 정 비서관에게서 ‘그냥 보고서를 올리라고 합니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 다음부터 대면보고를 요청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주로 전화로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다. ‘정윤회 동향 보고’의 작성자인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박관천 전 행정관은 2014년 상반기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문고리 3인방은 박 대통령의 피부다. 옷(다른 참모진을 의미)은 벗어버리면 되지만 피부가 상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몸(박 대통령)이 다친다.” 현 청와대에선 연설기록비서관조차 박 대통령을 대면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 씨가 광범위하게 국정에 개입할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원내 2당으로 전락했던 (4·13)총선 패배 때보다도 큰 쓰나미(지진해일)가 우리 앞에 몰려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6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국정 개입 논란으로 당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침몰의 위기감이 높아진 새누리당은 이날 서둘러 야당이 주장하던 특별검사 도입을 전격 수용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비주류 일각에선 친박(친박근혜)계 일색인 지도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 최고위 뒤집고 의총에서 “특검 수용”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 내각에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번 사태와 직간접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특검 도입엔 부정적인 태도였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는 친박 지도부가 여전히 대통령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가 전체와 당을 고려한 더 깊고 신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당의 리더십을 새로 교체해 당이 중심을 잡고 청와대 비서진 교체, 거국내각 등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오후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선 초반부에 특검 도입과 함께 “이정현 대표 체제로는 현재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 쏟아졌다. 김학용 의원은 “대통령을 보좌한 사람들, 대통령과 가깝다고 말한 사람들은 다 책임져야 한다”며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정양석 의원은 “마음이 아프지만 이 대표가 희생양이 돼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검 요구를 수용하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이 대표 퇴진론은 다소 잦아들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의원 22명의 발언을 들은 뒤 마무리 발언에서 “앞서 ‘(나도 박 대통령처럼) 연설문을 쓸 때 친구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등 경솔한 발언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내가 마치 그분(박 대통령)의 비서인 것처럼 말하는 건 모욕”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의총 도중에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며 “‘당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고개 드는 ‘박 대통령 탈당론’ 의원들은 의총에서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에는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이학재 의원은 “지금은 탈당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수의 의원도 당장 박 대통령의 탈당에는 부정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의 급격한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박 진영을 중심으로 조기 탈당론은 계속 거론되고 있다. 전날 김용태 의원에 이어 이날 나경원 의원은 “탈당이 결국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박 대통령이) 결국 그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을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며 저한테 수십 통의 문자가 온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은 특검 수용과 함께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 핵심 당직자는 “당장은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없었지만 어느 정도 수습이 끝나면 당이 대통령과 선을 긋는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진상 규명 과정에서 이 대표의 행보에 따라 지도부 총사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여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고발 의결에 앞서 “우 수석을 지키라고 할 땐 언제고…”라고 항의하며 회의에 불참했다.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 기자}

25일 오후 3시 43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네이비색 재킷과 정장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476자 분량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1분 35초에 걸쳐 읽어 내려갔다. 발표 말미에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박 대통령이 본인의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민이 많이 놀랐을 테니 직접 설명을 드려야겠다”라며 참모들에게 준비를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전날 저녁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는 청와대에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 도중 소식을 접한 이정현 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대응 방법을 논의한 뒤 청와대 관계자에게 연락해 “박 대통령이 회의 석상이 아닌 직접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경위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최 씨와의 인연, 대통령 취임 전과 후의 최 씨의 역할, 최 씨에게 연설문을 보내 준 이유 등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오랜 인연으로 대선 때 연설·홍보에서 도움을 받았고, 취임 초반까지 최 씨의 의견을 들었다는 취지다. 이번 사안은 박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설문을 최 씨에게 전달한 청와대 참모를 문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연설문 전달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부분이 있는지는 어차피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문책이 있더라도 수사를 지켜보면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즉각적인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의견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날 오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해명을 할 예정이지만 책임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을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어물쩍 넘어가면 큰일 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후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에게도 연락해 “박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제외하고 특정 현안에 대해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대면한 건 지난해 8월 6일 노동 개혁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 발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날 낮에는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 및 오찬 등의 일정이 있어서 회견 시점이 오후로 정해졌다. 전날 밤 보도가 나온 이후 청와대는 계속 침울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씨 문제가 불거지자 ‘식물 청와대’로 추락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한 뒤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대통령 사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무슨 내용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라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고,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전인 이날 오후 2시 비가 내리는 청와대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을 게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나라의 심각한 사태를 모르는 건지 할 말이 없네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수영 기자}
새누리당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된 최순실 씨에게 연설문을 사전 유출한 의혹을 시인하자 패닉(혼돈)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성명이 나오기 전까지 오히려 박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당내 반발을 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최순실 씨 국정 개입 논란에 대해 “(나도) 연설문이나 기자회견문을 준비할 때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대정부질문 하나만 하더라도 언론인과 문학인, 일반 상인, 친구 등의 얘기까지 듣는 경우도 있다”며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하태경 의원은 “이런 안이한 상황 인식으론 대통령과 당에 닥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최순실 사태를 축소 규정한 데 대해 참담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성명 발표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지만 “납득할 만한 (청와대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게 전부였다. 당 일각에선 이를 두고 “아직도 대통령 호위무사냐”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를 향한 강경 목소리는 오히려 정진석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 사과 전 “집권 여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시라” “대통령이 국민들께 직접 소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걱정스럽다”며 “국가 통치 시스템이 그 뿌리부터 흔들린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강남에 사는 웬 아주머니가 연설을 뜯어고치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며 “이건 나라도 아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문란에 국정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진행하고 대통령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용태 의원은 “여야 지도부는 즉각 최순실 사태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을 논의해야 한다”며 “여야가 특검 도입을 합의하면 대통령이 당적 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병우 수석의 즉각 사퇴와 청와대 전면 개편도 요구했다. 정병국 의원은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과 관련된 위법적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자괴감에 휩싸였다. 김태흠 의원은 “대통령이 잘못된 부분을 시인하긴 했지만 규정이나 상식으로 볼 때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 의원은 “대통령이 최 씨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사과가 결국 논란만 더 낳는 형국이 됐다”며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묻자고 할 텐데 답이 안 나온다”고 우려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 기자}

새누리당은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깜짝 ‘개헌 카드’에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까지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나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 진영 모두 판 흔들기를 내심 기대하던 터였다. 그러나 이날 저녁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일부 수정했다는 의혹이 방송 보도를 통해 제기되면서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달라졌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수그러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친박 지도부 ‘개헌 드라이브’ 이정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 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회동할 당시 대통령과 잠깐 독대하는 시간에 개헌에 대한 건의 말씀을 드렸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개헌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당청 간 사전 교감 속에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나왔음을 강조했다. 여권 주류는 개헌을 통해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고 야권을 교란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수시로 “내년 대선 때까지 중도 보수와 급진 진보 세력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개헌 추진을 염두에 두고 중도 보수의 호남 세력까지 포괄하는 새누리당 중심의 정계개편론을 펴온 것이다. 친박계인 조원진 최고위원도 “정부에서 개헌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야당은 ‘개헌 대 반(反)개헌’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정치 빅뱅도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은 “지금까지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으니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됐으면 좋겠다”며 힘을 실었다. ○ 김무성 “애국의 결단”, 유승민 “블랙홀” 온도차 비박 진영 중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며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공식화를 ‘애국의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내년 4월 12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이뤄지는 게 최적”이라고까지 했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협치와 연정을 기반으로 한 분권형 개헌으로 가면 정치를 잘하는 인물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김 전 대표에게 (대선 주자의) 여지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개헌 논의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서는 국민이 그 의도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정부마저도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빠지면 국민과 국가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에서도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경제 위기를 보고해서 북핵이니 개헌이니 이런 것만 하지 말고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라는 건데, 보고할 시간도 잡지 못하느냐”며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꼬락서니)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반전을 꾀하는 다른 주자들도 서둘러 입장을 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일본 도쿄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리빌딩 차원에서 개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개헌을 내세우고 ‘늘푸른한국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면 대선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분권형 개헌은 반기문 맞춤용? 여권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개헌에 대해 아직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이 없다. 다만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맡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이 이뤄질 경우 외교·안보에 강한 반 총장이 더욱 강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 친박계 일각에선 공공연히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전제로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론’이나 ‘반기문-안철수 연대론’을 거론하고 있다.홍수영 gaea@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24일 개막하는 예산국회는 야권이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된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서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23일 미르·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의혹이 있는 예산을 ‘비선 실세·국정 농단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野, ‘비선 실세’ 의혹 관련 예산 전액 삭감 민주당은 비선 실세 의혹의 핵심인 차은택 감독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한국관광공사의 강원 원주 이전 후 서울의 옛 사옥에 한류 콘텐츠 체험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41% 증액된 약 1278억 원이 책정돼 있다. 민주당은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진행됐고, 예산 증액 과정에서 차 감독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지시가 확인되는 등 불법 편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미르재단이 주도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케이밀(K-Meal) 사업 예산 154억 원, 차 감독과 연관된 회사가 홍보 콘텐츠 제작을 맡은 보건복지부의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185억 원도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직접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하는 예산이면 삭감할 수 있겠지만 아프리카 ODA 사업까지 의심스럽다며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건 맞지 않다”며 “예산 자체를 정쟁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 원조 사업을 성급히 중단할 경우 국가 브랜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복지부가 주관하는 개도국 ODA 사업은 우간다 감염병 역량강화사업, 케냐 건강보험 정책협력사업 등 비선 실세 논란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예산 삭감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취약계층 예산 반영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청년, 여성, 노인 등 일자리 예산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누리과정 등 예산 전쟁 화약고 줄이어 법인세 인상,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서도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 3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자 증세’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법인세의 최고 구간을 현 22%에서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24%까지는 올리겠다는 입장이고, 정의당은 중소기업(과표 2억 원 이상)까지도 법인세를 25%로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모든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했고, 국제적 추세로 봐도 법인세율을 올리는 나라는 없다”며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지방교육 정책재정 특별회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 의장은 “감사원 결과를 보면 일부 교육청은 여유 재원이 많은데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며 이 방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특별회계는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누리과정 예산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태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특별회계를 할 게 아니라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2%포인트 정도 올리면 근본적인 예산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홍수영·황형준 기자}
지난달 4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가 이사진 구성 문제로 출범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 10명 중 새누리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추천 명단을 국회 의사국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4명)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 정책 개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역시 위원 10명 중 새누리당(5명)만 자문위원 명단을 제출했을 뿐 더민주당(3명)과 국민의당(2명)은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인권법 첫 발의 후 본회의 통과까지 약 11년 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야권이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가 두 차례나 이사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국회사무처를 통해 더민주당에 보냈지만 아직 추천 명단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더민주당은 재단을 설립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재단 출범 지연이 새누리당의 과욕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당초 10명의 이사 중 선출되는 이사장은 여당, 상임이사는 야당이 각각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이 두 자리를 다 차지하려 하면서 이사진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각각 맡기로 합의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12조(재단 임원의 구성)에 따르면 국회가 추천하는 이사 10명을 여야 동수로 하고, 이사장은 이사 중 호선으로 정한다고 돼 있을 뿐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여야가 나눠 추천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여야 갈등이 계속되면서 현판식조차 못하고 있다. 직원 선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사회가 구성돼야 정관을 통과시킬 수 있고, 정관이 있어야 직원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 수립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편성된 사업비 83억5400만 원이 제대로 집행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빨리 직원도 뽑고 훈련도 시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주성하·홍수영 기자}
새누리당은 ‘송민순 회고록’ 의혹에 대한 18일 긴급 의원총회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며 총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막상 회고록의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없었다. 논란의 중심인 2007년 11월 15∼20일의 의사결정 과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 당시 노무현 대통령,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등 6명이다. 이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어 논의 과정이 기록된 회의록이나 메모가 대통령기록물로 남아 있어야 사실관계가 확인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6일 동안 공식 회의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 단 한 번뿐이었다. 나머지 16, 18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와 20일 싱가포르 현지 회의 모두 비공식 회의에 가까워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당시 기록물 열람을 요청할 생각이다. 문제는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열람이 가능하다는 것. 그나마 야당의 동의를 얻더라도 ‘기권’ 결정이 확실하게 내려지지 않았던 15일 회의록만 열람이 가능하다. 남은 물증은 2007년 11월 20일 당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송 장관에게 보여준 메모다. 메모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는 19일 국가정보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당시 상황을 보고한 자료 일체를 제출할 것을 국정원에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미 정권이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 국정원이 자료를 갖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홍수영 기자}

새누리당은 17일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놓고 파상 공세를 폈다.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성사 배경까지 문제 삼았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추악한 대북 거래를 낱낱이 고백하고 국정조사, 국회 청문회, 특검, 검찰 수사 등 일체의 진상 규명에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전 대표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은 현금을 얼마나 요구했고, 어떤 통로를 통해 협상이 진행됐는지 밝히라” 등 10가지 공개질문을 했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뿐만 아니라 보수-진보 진영 간 민감한 사안인 ‘뒷거래’ 형태의 남북 대화 논란 등으로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진상 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5선의 정갑윤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위원회로 격상시켰다. 4선 이상 중진의원 간담회도 열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간담회 뒤 “코미디를 보는 듯한 심정이다. 문 전 대표가 확실한 입장을 밝히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지나치게 정치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뚜렷한 근거 없이 대북 현금 지원 의혹까지 제기했기 때문이다. 역풍을 우려한 듯 이정현 대표는 당 TF에 “특정인을 흠집 내려는 게 아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사명감으로 접근해 달라”고 주문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국회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6일 청와대 국정감사(21일 예정)에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게 정상적이고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그간 민정수석은 국감에서 기관 증인 명단에 일괄적으로 포함되지만 관행적으로 불출석에 대한 양해를 받아 왔다. 정 원내대표는 “우 수석이 기관 증인으로 채택됐으니 나오는 게 원칙이고 증언을 해주는 것이 지금으로선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장 혼자 힘으로 나오라 마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여야 간 합의를 해야 한다”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의사진행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박(비박근혜) 진영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야당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는 지목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관련해 “도대체 최순실이 누군데 나라를 불신과 불통의 아수라장이 되게 해놓고 정작 당사자는 말 한마디 없고 (당 지도부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냐”고 비판했다. 이어 “집권당이 진상도 제대로 모르는 채 최 씨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국회 일정의 막대한 지장을 감수하고 있다”며 “우리 당은 최 씨를 둘러싼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국정감사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여야가 ‘예산 전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처리의 데드라인인 12월 2일까지 법인세 인상 등을 놓고 여야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기국회가 열린 뒤 사사건건 빚어진 여야 간 충돌도 이를 위한 ‘몸풀기’ 성격이 컸다. 특히 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자 증세’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킬 태세다. 법인세 인상 방어에 나선 새누리당도 강경하다. 13일 여야 3당의 정책위의장에게 법인세 인상과 예산 정국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새누리당 “글로벌 추세 역행”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야권의 법인세 인상 공조 방침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모든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했다”며 “국제적 추세를 보더라도 법인세 인상이 쟁점이 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감세 이전으로 법인세율을 되돌린다는 취지로 ‘법인세 정상화’라고 네이밍(작명)한 데 대해 “인상은 인상이지, 세금에 정상화가 어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연간 4조8000억 원어치의 법인세 비과세·감면 항목을 정비해 야당의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안(여당 3조5000억 원 추가 세수 추정)보다 실제 효과가 더 컸다”며 “야당이 정치적 상징성을 노린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을 놓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맞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안 부수법안(예산안과 함께 본회의 자동 부의)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장은 “지정할 수는 있겠지만 표결로 밀어붙일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며 “단독 처리를 막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당 “초고소득 대상 증세안”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해) 준조세적 성격을 띤 전근대적 강탈 행위로 기업을 괴롭히거나 꼼수 서민 증세로 국민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며 “법인세 정상화를 비롯한 착한 세금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의 증세안이 ‘초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인세는 연 당기순이익 500억 원 초과 대기업, 소득세는 연소득 5억 원 초과 고소득자가 대상이다. 윤 의장은 “상위 0.1% 계층에 대한 증세를 새누리당이 방어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비과세·감면 조정을 통해 실질세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아주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당에서는 2014년 정부 여당의 담뱃세 인상 전략을 벤치마킹하자는 말도 나온다. 당시 담뱃세 인상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본회의 직권상정→다수당이던 새누리당 찬성’으로 통과됐다. 다만 윤 의장은 “12월 1일까지 여야 협상에 최선을 다해 의장이 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당 “대기업 더 부담해야” 국민의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2%포인트 인상안으로 더민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8년째 재정적자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먼저 증세안을 가지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왜 부자 증세인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오른 게 담뱃세밖에 없다. 국민들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을 옥죈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는 “경제학 족보에 없는 논리”라며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혁신 상품을 만들어야지 법인세 탓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의회권력을 쥔 야당의 강행 처리에 대해선 “세법 논의는 여야가 새 정치의 모습을 보여줄 시금석”이라며 “벼랑 끝에서 협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길진균 기자}

청와대가 ‘여권발(發) 개헌론’에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제동을 건 데 이어 12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까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분위기가 심상찮다. 2014년 10월 김무성 전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쐐기를 박았던 때와는 다르다. ‘막고 터져 나오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개헌론이 되레 주목받으면서 ‘청와대 제동’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당, 정치인이 주도해서 하는 것은 잘못된 개헌”이라며 “정략적인 의도로 헌법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은 개헌 이슈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는 청와대와 보조를 맞춘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개헌 주장이 터져 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헌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여든 야든 차기 유력 주자가 부각된 상황도 아니라 개헌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당론으로 국회 개헌특위를 제안하자”고 말했다. 다만 최근 개헌론을 잇달아 제기했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선 “국감에 대해서만 말해 달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여권 내 개헌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권력 집중적인 대통령제를 고치자는 개헌론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명분 있게 대립각을 세우기 좋은 이슈다. 그런 만큼 김 전 대표 등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일부 대선주자는 앞으로 개헌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친박근혜)계도 시기를 문제 삼을 뿐 내심 찬성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내년 초 각계에서 개헌 요구가 차오르면 팽팽히 당겨진 고무줄을 박 대통령이 튕겨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개헌은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선 전문가가 안(案)을 내놓고 정치인들도 그런 안을 모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개헌 논의 자체를 원천 반대하진 않았다. 개헌론자로 ‘진박(진짜 친박)’인 정종섭 의원은 이날 당내 초선 회동을 연 뒤 모임을 정례화했다. 개헌 국면을 염두에 두고 당내 여론을 주도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발 개헌론이 부상하며 야권에서도 개헌 주장과 반박이 잇따랐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정치권만 관심 있는 권력구조에 대해 논의하면 국민들이 ‘그들만의 리그’로로 볼 것”이라며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론에 반대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1호 기업 중 하나인 동양물산기업에 이어 또 다른 1호 기업인 유니드도 박근혜 대통령의 친족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11일 “유니드의 경우 박 대통령의 이모 육인순 씨의 차녀인 홍소자 씨의 아들이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홍 씨의 남편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또 김 의원에 따르면 동양물산기업의 회장은 박 대통령의 사촌언니인 박설자 씨의 남편이다. 박설자 씨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고 박상희 씨의 딸이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이 외가와 친가에 한 개 기업씩 특혜를 준 모양새”라며 진상조사를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살수차(물 대포) 물 공급 중단 결정과 관련해 공방이 오갔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이날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불법 시위가 자행되고 있는데 살수차 물 공급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박 시장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소방용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불법”이라며 물 공급 중단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어 “경찰이 시위 진압용으로 쓴 물값은 누가 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질문에는 “(2014년) 세월호 시위 이후 이 문제가 제기돼 지금은 경찰에 물값을 받고 있다. 그 전까지 경찰은 물값을 내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서울대병원 국정감사에서 더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1987년 최루탄을 맞고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 씨를 거론하며 “이한열 열사 사망진단서도 외인사(外因死·외부 요인 사망)로 돼 있다”며 백남기 씨 사망 원인을 따졌다.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는 “백 씨가 받아야 할 (투석) 치료를 적절하게 받았다면 저도 외인사라 썼을 것”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대병원 국정감사는 농민 백남기 씨의 사인(死因)을 둘러싼 논란으로 뜨거웠다. 야당 의원들은 백 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신경외과)가 사망진단서에 '병사(病死)'로 기재한 것을 놓고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1987년 최루탄을 맞고 숨진 이한열 열사를 거론하며 "이 열사도 직접사인은 심폐기능 정지이고 선행사인은 뇌손상으로 사망원인과 종류가 (백 씨 사건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한열 기념사업회가 공개한 이 열사 사망진단서에는 외인사(外因死·외부 요인 사망)로 분류돼 있다. 백 교수는 "백 씨가 받아야 할 (투석) 치료를 적절하게 받았다면 저도 외인사라 썼을 것"이라며 "그러나 직접적인 사인은 급성신부전 합병증인 고칼륨혈증으로 인해 심장이 갑자기 멎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은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도 외인사로 얘기하는데 유독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돼 있어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 작성은 317일간 치료를 맡은 주치의로서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사망진단서를 변경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는 '담당 교수가 일반적인 지침과는 다르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는 특조위의 판단이 병원 측의 공식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더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백 교수에 대해 허위진단서 작성으로 검찰에 고발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하자 서 원장은 "허위진단서에 대한 근거가 없어 고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의원들은 백 씨 사망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부검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특조위 위원장을 맡았던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는 "법의학에선 사회적 관심을 받는 분의 죽음은 사건의 완결성을 위해 나중에 생길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도록 부검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과 부검 반대를 요구하는 '백남기 투쟁본부'에 대해 "이적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홍수영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