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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22일 오전 ‘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비주류 중 처음으로 탈당을 선언한다. 당 안팎에서는 양 진영 간 갈등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나온다. ○ 비주류 탈당 현실화 비주류가 극한 대치 끝에 탈당이라는 행동을 선택했다. 여권의 잠재적인 대선 주자인 남 지사와 비박(비박근혜)계 3선인 김 의원이 깃발을 들었다. 김 의원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발표에도 청와대는 안하무인이고, 이정현 대표는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탈당을) 결심했다”며 “새누리당은 더 이상 개·보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최순실 정국에서 위태롭게 유지돼 온 새누리당이 분당(分黨) 수순을 밟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과 재선인 하태경 의원의 선택이 주목된다. 비박 중진인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의원 등도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 이들은 탈당 의원 수가 국회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20명)에 이를 정도가 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탈당 러시’의 첫 번째 키는 김무성 전 대표가 쥐고 있다. 비주류에서 상대적으로 세가 많은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단할 경우 빠르게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비주류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의원 29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7명 등 총 36명은 이날 당에 박근혜 대통령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친박(친박근혜) 인적 청산’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하 의원은 “당에 이 대표뿐만 아니라 정계 은퇴해야 할 사람이 더 많다”며 “친박 패권주의, 최순실 비호 행위를 한 사람을 기준으로 9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현 “당 떠나면 면죄부 받느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당파를 겨냥해 “상한 국 안에 있는 것이면 그것이 국물이든, 건더기든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다 거기서 거기”라며 “당이 어려워지니까 ‘나는 저 당과 상관없다’며 당을 떠나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에 대해선 “콩나물값 깎다가 애 잃어버린다는 말이 있다”며 “당을 혼란과 공백 위기에 몰리게 했는데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직자들의 사퇴 요구로 물러난 박명재 사무총장 후임에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을 임명하고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 대표는 또 대통령 퇴진과 탄핵, 국회 추천 총리를 동시에 하겠다는 야당에 대해 “하야와 탄핵은 전혀 별개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이냐.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탄핵한다고 하고, 하야하라고 하면서, 또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해 국무총리를 포함한 중립내각을 구성한다고 한다”면서 “두 손가락으로 원과 세모와 네모를 동시에 그리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비주류의 탈당 명분을 세우려고 자기들끼리 대통령을 출당시키려 하는 것도, 야당과 함께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것도 정치적 패륜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비박 진영 황영철 의원은 “패륜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도리에 어그러짐’을 뜻한다”며 “국민 시각에서 본다면 누가 패륜하는 사람인지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 지도부, 김무성-유승민 ‘분리 대응’ 이날 당 지도부가 원내 비주류의 핵심인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분리 대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돌을 맞아야 할 김 전 대표가 당을 향해 끊임없이 돌을 던지고 있다. 당을 떠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자들을 만나서도 “김 전 대표는 하늘에 떠 있는 깃털 구름같이 행동과 말이 너무 가볍다”고 몰아세웠다. 반면 이 최고위원은 유 의원을 두고는 “그래도 당과 관련해 상당히 무겁게 행동하고, (김 전 대표와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유 의원도 최근 친박계 지도부를 향해 “하루하루 당이 망가지게 하는 주역들”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를 놓고 당내에선 친박계가 ‘유승민 대안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비주류의 탈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친박계가 ‘보수 혁신’을 주장하는 유 의원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을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의원은 탈당에는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신진우 기자}
20일 검찰 수사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야권 내에선 박 대통령 탄핵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박 대통령 퇴진 운동과 탄핵의 병행 추진을 국회와 야 3당에 요구했고,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2명도 탄핵 논의에 가세했다. 그러나 야권은 탄핵이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발의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권 “탄핵밖에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대통령 탄핵밖에는 남지 않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탄핵 절차 돌입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탄핵 요건은 갖춰졌다”며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들을 접촉해 보고 (탄핵소추안) 가결정족수(200명 이상)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주류도 탄핵 절차 착수에 동의했다. 비주류 진영 원내외 인사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비공개 전체회의 직후 “오늘 검찰 수사 발표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그동안 여당에서 대통령의 탄핵 절차 착수를 공개 주장한 김무성 전 대표와 하태경 의원 등에서 30명 넘게 불어난 것이다. 이날 회의 도중 검찰의 공소장을 확인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사안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탄핵 절차를 요구하는 입장을 내자는 제안이 나왔고 거수 방식으로 공개투표를 했다. 탄핵 발의 권한을 가진 현역 의원 35명 가운데 심재철 나경원 유승민 권성동 김세연 의원 등 32명이 동의했다. 이르면 26일 대규모 촛불집회 뒤인 다음 주부터 야 3당은 탄핵 추진과 국무총리 추천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탄핵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 오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와 최고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의 터닝포인트가 만들어졌다”고 탄핵 추진에 찬성했으나 추미애 대표는 막상 탄핵 절차에 착수했을 때 절차적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탄핵 추진에 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탄핵 요건이 됐다는 것과 바로 탄핵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 탄핵의 여러 불확실성 추 대표가 염려하는 것은 탄핵안의 국회 통과와 헌법재판소 결정까지의 과정에 남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라는 게 중론이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의원 200명을 확실하게 담보해낼 수 있느냐는 가장 현실적인 변수로 지적된다. 새누리당 32명이 탄핵 절차 착수에는 동의했다지만 이들이 표결에서 실제로 찬성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탄핵 절차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동의이지 탄핵 찬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설령 국회를 통과해 헌재로 넘어가도 기간의 불확실성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탄핵안 결정까지 6개월을 심의할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안의 국회 통과부터 헌재 결정까지 63일 만에 이뤄졌지만 이를 지금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재가 단기간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국민과 함께 압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에서 국회를 대표하는 소추위원으로 검찰 측 역할을 맡을 법제사법위원장이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라는 것도 꺼리는 한 요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소추위원을 맡았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탄핵을 결정했는데 권 의원이 그와 반대로 할 리는 없다”라면서도 “특검법안 통과도 반대했던 경력이 있어 적극적이진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면서 사실상 탄핵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쳐놓은 정치적 덫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추 대표의 개인적 트라우마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 이에 찬성했던 민주당의 대표라는 경험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탄핵을 통과시켜 헌재 결정이 날 때까지 국민의 여론이 바뀔 것을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조건희·홍수영 기자}
《 19일 전국적인 촛불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정치권은 여전히 ‘최순실 게이트’의 미로를 헤매고 있다. 18일에도 야권과 여권 일각에선 ‘질서 있는 퇴진’에 공감하는 듯하면서도 각 진영의 속내가 담긴 주장만 쏟아냈다. ‘국회의 선(先) 국무총리 추천’, ‘대통령 탄핵 추진’, ‘조기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 등이 불협화음처럼 따로 놀았다. “퇴진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권으로 향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先 총리추천]“거국중립내각 총리 임명해 국정공백 해결” 전날 야 3당 대표 회동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국회의 선(先) 총리 추천론은 18일 정치권, 특히 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 다시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서초포럼 특강에서 “여전히 법적으로 대통령인 그분과, 그분의 정부(政府), 여야가 빨리 합의를 통해 수습해야 한다”며 “첫째 국무총리 인선, 둘째 그 총리가 내각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비상시국위원회도 여야에 “거국중립내각 총리를 합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국정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커져가는 국민의 불안을 가라앉히는 일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속내는 선(先) 총리 추천 카드를 꺼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해 보세요. 당신(박 대통령)은 감옥으로 가겠지만 국가는 어디로 가겠는가”라며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국정 공백 아니냐”고 했다. 여기에 국회에서 탄핵을 결정한다고 해도 황교안 총리가 이끌고 ‘최순실 사단’ ‘우병우 사단’이 포진한 내각으로 되겠느냐는 고민도 담겨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물러나기를 거부하는 대통령에게 총리 선임을 의논하겠다는 것은, 더구나 ‘부역자’ (새누리) 당 대표와 함께 논의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임기 보장 없이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총리 추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일부 중진은 21일 의원총회에서 이런 제안을 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최순실 씨 기소, 26일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당도 총리 추천 문제를 논의할 타이밍을 찾을 것 같다”고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와 관련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탄핵 추진]“野 3당-非朴 합의로 탄핵소추 발의해야”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탄핵에는 그 시점과 실현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탄핵 시점은 20일로 예상되는 검찰의 최순실 씨 기소 직후에 하느냐, 내년 4월경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나서 하느냐, 아니면 그사이에 하느냐로 크게 나뉜다. 먼저, 검찰이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공범 혐의가 있다는 취지로 적시하면 탄핵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르면 이달 안에 국회가 탄핵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때처럼 헌법재판소가 두 달 안에 결정해 준다면 내년 1월 안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8일 “탄핵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더 전념한 뒤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26일 예정된 대규모 촛불집회가 지나고 난 뒤 민심의 향배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2018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이후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늦어도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4월 이후를 얘기하기도 한다. 그때까지 국회 추천 총리가 내각을 구성해 박 대통령을 압박하자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사실상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가 오기 때문에 현실성은 낮다. 시점만이 문제는 아니다. 내년 3월까지 헌법재판관 9명 중 2명의 임기가 만료돼 공석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럴 경우 탄핵정족수(6명 이상 찬성)를 재판관 7명 중에서 채워야 한다. 탄핵 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당의 찬성표가 문제다. 국회 탄핵을 위해서는 여권에서 29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협조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 때까지 탄핵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조기 개헌]“새 헌법으로 조기 대선… 대통령 임기 단축” 새누리당이 정국 수습 로드맵으로 ‘분권형 개헌’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야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주장이 거세지자 이를 막을 ‘제3의 해법’으로 개헌을 통한 조기 대선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가 처한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해법이 개헌”이라며 “개헌 작업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향해 “두 분 가운데 한 분이 (박 대통령 하야 뒤) 60일 만에 벼락치기로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느냐”며 “새 헌법에 따라 박 대통령의 임기는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최순실 사태로 중단된 개헌 논의를 재점화한 이유는 지금이 오히려 개헌의 적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단적 폐해가 확인된 만큼 개헌 논의의 물꼬를 틀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서 권성동 의원은 “최순실 사태에서 드러났듯 대통령제는 이제 생명을 다했다”고 말했고, 이철우 의원은 “하야나 탄핵은 만만치 않고 개헌이 현 시국을 극복할 계기”라며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 줬다. 아울러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필패’ 위기감 속에 개헌으로 판을 흔들려는 속내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외에 유력한 대선 주자가 아직 없는 데다 당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어 독자적인 정권 재창출이 사실상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개헌을 고리로 정치세력 간 합종연횡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모두 개헌에 찬성하는 이유다. 하지만 야권에선 여권의 ‘물타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 안 전 대표도 이런 이유로 정국 수습 로드맵에 개헌 이슈가 끼어드는 데 부정적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헌안에 대한 야권의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개헌 추진까진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최저치인 5%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검찰 조사 연기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한 15일과 다음날인 16일에는 일간 최저인 4%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15~17일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3주 연속 5%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90%였다. 특히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5%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31%, 새누리당은 15%, 국민의당 14%, 정의당 6% 등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더 떨어지며 하락세를 겪고 있고, 국민의당이 오차 범위 내에서 바짝 뒤쫓고 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당명 변경 전인 한나라당 시절을 포함해 최저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에도 18%였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바람이 불면 꺼지게 된다. 민심은 변한다.” ‘진박(진짜 친박근혜계)’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퇴진’을 거부한 채 정면 돌파에 나선 점과 맞물려 현재 여권 주류의 인식을 대변한 셈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버티면 언젠가 촛불시위는 사그라지고, 옛 지지층도 다시 결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또 야권과의 전면전이 장기화될수록 ‘최순실 정국 피로감’이 커지면서 내년 대선도 ‘진영 대결’로 치를 수 있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하지만 청와대 친박의 이런 태도가 오히려 보수의 궤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지전으로 지지층 결집?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야권을 향해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를 겨냥해 “초헌법적 여론몰이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건 인민재판”이라고 비난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 퇴진운동은) 언젠가 반드시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가세했다. ‘최순실 정국’을 ‘진영 대결 프레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여기엔 야권이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이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야권 공조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 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박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추천 총리 임명을 야권이 주도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박 대통령이 역공을 펼 빌미를 줬다. 야권이 ‘탄핵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도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동참을 자신할 수 없는 탓도 있지만 야권 전체(국회의원 171명)가 찬성할지도 확신할 수 없어서다. 비박 진영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독자 세력화에 나서기 힘들다는 점도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반격이 가능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원외에선 탈당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원내만 하더라도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차기 국회의원 선거가 3년 5개월이나 남아 정국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이 ‘선도 탈당’에 나서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비박 진영 입장에선 막대한 창당 자금도 문제지만 보수 분열의 책임론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더욱이 비박 진영엔 강력한 대선 주자도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죽어야 보수 가치가 살아” 하지만 친박계가 자숙은커녕 정국을 ‘진영 대결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데 대해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박 대통령을 살리려다 보수 전체가 ‘부패 기득권 집단’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는 명분인데,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가 이런 식으로 가선 곤란하다”며 “최소한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검찰 수사라도 제대로 받아야 2선 퇴진을 거부할 명분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심을 거스를 경우 친박계뿐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친박계 내부의 지적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비리를 옹호하면 지금까지 보수가 추구해 온 시장주의나 한미동맹 등의 가치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져야 보수 진영에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전면적인 2선 후퇴로 ‘쓸쓸한 퇴장’을 선언해야 보수 진영이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비박 진영에선 차라리 야권과 ‘탄핵 공조’를 공식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비박 진영에서) 탄핵을 두고 이견이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당내 비리 인사에게 누구보다 엄격했다”며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권과 단호히 선을 그어야 보수층에 다시 투표할 명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배신감과 내년 대선의 위기감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보수 진영이 ‘보수 개혁’을 어떻게 이뤄 낼지 주목된다.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사진)는 15일 ‘국회 추천 국무총리’ 카드가 미궁에 빠진 데 대해 “두말할 것 없이 새 총리부터 세워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난국이 또 다른 난국을 잉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야도 탄핵도 모두 그 뒤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야권이 총리 추천의 전제조건으로 2선 후퇴, 퇴진 등을 내걸었다. “대통령은 이미 힘이 빠진 호랑이다. 무엇이 겁나 ‘2선 후퇴’의 항복문서를 꼭 받아야 하느냐. 진실로 나라를 걱정한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 (대통령을) 2선으로 밀면 된다. (촛불 집회 때) 서울 도심에 운집한 100만 시민의 함성이 있었다. 여소야대 국회에 여당은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뭐가 더 필요한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야 새 총리가 힘을 받지 않겠나. “대통령 권한에는 형식적인 면과 실질적인 면이 있다. 형식상 대통령이 결재하고 서명하는 것을 못 하게 하는 건 사고나 탄핵소추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어렵다. 그러나 실질적 권한 이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통령 스스로 권한을 형식상 권한으로 만들면 된다. (야권이) 원하는 2선 후퇴의 내용이 무엇인가. 형식인가, 실질인가. 더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대통령이 권한 이양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밝히면 될 텐데…. “대통령은 어차피 밀릴 수밖에 없다. 헌법적 표현이나 법리에 구애될 필요 없이 스스로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좋다. 누가 주도하건 앞으로의 국정은 험난하다. 권력도 권한도 없다. 오로지 책임만 있다. 총리에게 그 책임을 주고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 ―대통령 탈당을 거국중립내각의 출발점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총리가 힘을 가지는 경우 어차피 힘도 쓰지 못하는 대통령의 당적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이 오래 유지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차라리 지금 (당적을) 놓는 것이 당과 당원, 대통령 모두에게 좋을 수 있다.” ―국정 공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핵은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도, 또 나라 바깥에도 산재해 있다. 무엇을 위해 (야권은) 선결 조건을 말하고, 무엇을 위해 (대통령은) 물러선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이기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오로지 우리 앞에 놓인 심각한 문제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보다 급한 총리 문제부터 풀 수 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이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갈라졌다. 이정현 대표의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 카드에 맞서 비주류는 14일 현 지도부를 대체할 ‘비상시국위원회’를 띄웠다. 당의 ‘투 톱’인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의 공식 회의를 제각각 소집하는 등 이날 하루 동안 국회에서 정국 대응을 위한 회의와 모임만 9개가 열렸다.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비주류 진영 13명은 이날 비상시국위 준비모임을 열고 별도의 회의체를 공식화했다. 황영철 의원은 “대표자회의와 실무위원회를 운영해 국민과 당원에게 신임받지 못하는 현 지도부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자회의에는 여권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4선 이상 중진 의원 등이 포함된다.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지도부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정 원내대표도 이날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당내 공식적 모임이라기보다 원내대표 자문기구 형식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지난주 초·재선 간담회에 이어 이날 당 소속 3선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며 선수별 모임을 조직하는 등 ‘이정현 체제’에 선을 그은 뒤 독자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주류 진영은 이 대표의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단박에 거부했다. 김 전 대표는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고, 황 의원은 “그들만의 잔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선 회동 간사를 맡은 이철우 의원은 “회동에서 ‘우리가 전당대회를 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겠느냐’, ‘거국적인 보수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고 얘기를 모았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도 “엄중한 시국에 (전대가) 어울리는 정치 일정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마이 웨이’를 고수하며 주류-비주류 간 사생결단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롭게 출발하려는 로드맵을 발표한 만큼 모두가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당대회 일정상 12월 21일을 자신의 사퇴 시한으로 제시하며 “로드맵은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초·재선 의원과 각각 간담회를 열어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비주류 모임에서 활동하는 재선들은 이 대표가 주최한 간담회에 대거 불참했다. 당 일각에서는 주류-비주류가 ‘심정적 분당(分黨)’ 상태를 넘어 ‘실질적 분당’ 수순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비박근혜) 주호영 의원은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은 당명과 로고를 바꿔 재건할 수준은 넘어섰다”며 “인적 청산이 필요하며 좁혀 들어가면 친박(친박근혜), 진박(진짜 친박) 강경론자 등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과 맞물려 당 해체의 과정이 여당발(發)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신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연속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최저치인 5%에 머물렀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두 번째 사과(4일)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실상 지명 철회(8일) 등으로 정국 수습에 나섰지만 지지율 반등에 실패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8∼10일 조사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지난주에 이어 5%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90%였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연령별로는 20대에서 지지율이 0%였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와 같은 31%, 새누리당은 1%포인트 하락한 17%, 국민의당 13%, 정의당 6% 등이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당명 변경 전인 한나라당 시절을 포함해 최저다. 종전의 최저치는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 18%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율은 21%로 직전 조사인 10월 둘째 주(27%)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6개월 연속 선두를 수성하긴 했지만 2위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19%)를 오차범위 내인 2%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1%포인트 올랐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지난달보다 1%포인트 오른 10%를 기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에 비해 3%포인트 오른 8%로 박원순 서울시장(6%)을 제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소속 대선 주자 중에선 유승민 의원이 4%로 가장 높았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정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그의 ‘솔직 화법’을 꼽기도 한다. ‘막말 제조기’로 불리기도 했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기간 그를 직접 만났던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미디어에선 막말하는 문제아로 비쳤지만 연설을 끝까지 들어보면 미국인 입장에선 청량음료처럼 속이 시원했을 것”이라며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소통하려는 것처럼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또 “대화할 때도 ‘잘 봐주세요’나 ‘저를 뽑아 달라’고 하기보다는 ‘우리는 친구’라며 서로 편하게 질문하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의 언행은 막말이라고 비난받았지만 미국 국민은 자신들이 직면한 빈곤과 실업을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로 논란을 빚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앞서 7월 “트럼프는 자기 나라가 처한 현재의 위기상황과 대중의 불만을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며 “막말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국내 대선에서도 ‘트럼프 현상’으로 부각된 ‘소통의 리더십’이 강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를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도 박 대통령의 비밀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논란 이후에도 진상을 솔직히 털어놓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신뢰의 위기에 놓였다. 허 소장은 “대선 주자들은 고객 지향적으로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듣고, 진솔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정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그의 '솔직 화법'을 꼽는다. '막말 제조기'로 불리기도 했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기간 그를 직접 만났던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미디어에선 막말하는 문제아로 비춰졌지만 연설을 끝까지 들어보면 미국인 입장에선 청량음료처럼 속이 시원했을 것"이라며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소통하려는 것처럼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또 "대화할 때도 '잘 봐 주세요'라고 하고, '저를 뽑아 달라'가 아니라 '우리는 친구'라며 서로 편하게 질문하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트럼프 (당선자)의 언행은 막말이라고 비난받았지만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빈곤과 실업을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로 논란을 빚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앞서 7월 "트럼프는 자기 나라가 처한 현재의 위기상황과 대중의 불만을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며 "막말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국내 대선에서도 '트럼프 현상'으로 부각된 '소통의 리더십'이 강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를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도 박 대통령의 비밀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논란 이후에도 진상을 솔직히 털어놓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신뢰의 위기에 놓였다. 허 소장은 "대선주자들은 고객지향적으로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듣고, 진솔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여야 정치권은 국정 정상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그 해법을 두고는 각자의 주장만 고집하고 있다. 야권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구체적인 외교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은 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만 주장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내치(內治)와 외치(外治)가 동시에 진공 상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은 이날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을 우려하면서도 국정 정상화의 전제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만 거듭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트럼프 당선에 대해 “현재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박 대통령으로는 이 같은(트럼프를 대비한) 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이 국정 및 외교 공백을 최소화하고 혼란의 장기화를 막는 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번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내정치 문제로도 우리 국민은 피로하고 불안한데 피상적으로 불안한 생각을 가질 것”이라며 “문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야 3당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사실상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거나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어 정국 주도권을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는 ‘대통령 고사(枯死) 전략’에 돌입한 모양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이날 오전 대표 회동을 갖고 전날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안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부했다. 박 대통령이 2선 후퇴와 총리의 권한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야 3당은 또 12일 예정된 민중총궐기대회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의 거취와 정국 수습책을 놓고 중구난방식 대응을 해 오던 야권이 ‘촛불’ 앞에 헤쳐 모여를 시도하는 셈이다. 청와대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 이후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자 다른 방식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 특검을 주장하다 여당이 이를 받아들이자 갑자기 특검을 철회했다가 재차 특검을 주장했다. 야권이 먼저 요구한 거국중립내각 구성 논의도 ‘전제 조건’을 앞세워 좀처럼 응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 또는 ‘하야’ 주장에 뒤따를 수 있는 리스크(부담)는 피하면서 야권에 유리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조속히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고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분담도 정리해 트럼프 당선 후폭풍 등에 대비하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대선 결과로 우리 경제와 안보 상황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국내외적으로 국가와 국민이 어려움에 처할수록 여야는 정쟁을 중단하고 힘을 합쳐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도 “안보와 경제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를 돌파해야 할 국가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라며 “야 3당은 하루속히 총리 적임자를 추천하고 새 총리로 하여금 실질적인 거국내각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국회에 조속한 총리 추천을 거듭 요청했다. 배성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박 대통령의 제안은) 총리에게 강력한 힘을 주고, 능력 있고 좋은 분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체 없이 빨리 임명하겠다는 뜻”이라며 “국회에서 총리를 빨리 추천해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간절한 호소”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미국 대선이 미치는 경제·외교 영향에 치밀하게 대비하고 있는데 직무를 수행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대통령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에게 장관 임면권 등 내치에 대한 실질적 권한은 넘길 수 있지만 외치에 관해서는 박 대통령이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장택동 기자 }
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임명 선언에 새누리당은 악화 일로를 걷던 ‘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도 “정국 수습의 첫 단추를 겨우 끼웠다”는 반응과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한 고비 넘겼지만…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에 “참담하다”고 했던 여권 대선 주자들은 이날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한 데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유승민 의원은 “일방적 총리 지명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며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사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수습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야당이 먼저 중립적인 인사를 국무총리 후보로 내놓고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불통·독선 대통령이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인 점에서 진일보했다”며 “야당은 초헌법적인 ‘2선 후퇴’ 주장을 그만두고 국회에서 해야 할 역할을 하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 가던 비주류 의원들도 한 고비 넘겼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3선 이상 비주류 중진들의 ‘구당(救黨) 모임’ 간사 격인 황영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태 수습의 첫걸음을 잘 내디뎠다고 본다”며 “남은 문제는 현 지도부 퇴진을 포함한 쇄신 방향”이라고 했다. 총리 추천권을 포함해 일단 난국 수습의 ‘공’이 야당으로 넘어간 만큼 당분간 당 쇄신에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날 ‘대통령 탈당’ 카드를 꺼낸 김무성 전 대표 등은 정국 수습책이 안 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국회의장 면담에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갑작스러운 국회 방문 소식에 대해 “만나지 않겠다는 야당 대표를 찾아다니는 시도는 참 잘못됐고 국민의 마음을 더 좌절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내 자중지란은 여전 주류인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이 오늘까지도 추가 메시지가 없을 경우 친박 지도부가 먼저 나서 대통령에게 ‘김병준 지명 철회’를 요구하려고 했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했으니 9분 능선을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조만간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당 쇄신책의 로드맵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에 따르면 재창당 준비위는 서청원 김무성 심재철 원유철 이주영 정갑윤 정병국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 7명과 4선 중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 최경환 의원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꾸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준비위가 자리를 잡는 시점에서 사퇴하는 수순을 밟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들은 현 지도부 퇴진 후 비상대책위원회 주도로 일신(一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오히려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이 대표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인재영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미 의원들은 이정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저항에도 변화가 없다고 하면 갈라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내홍 속에 자중지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선 하태경 의원이 국정감사 당시 최순실의 증인 채택을 막은 원내지도부에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누가 뭘 막았다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김 수석부대표는 “내 책임이니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실제 사퇴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전북 전주을이 지역구인 정운천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에서 배제된 데 반발하며 국회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정 의원은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을)으로 갑자기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 의원이 지도부 퇴진 주장을 밝힌 데 따른 ‘괘씸죄’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수석부대표는 “의석수에 따라 권역별로 할당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새누리당은 악화 일로를 걷던 '최순실 게이트' 파문을 수습할 첫 단추를 겨우 끼웠다는 분위기였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의 사퇴 등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독자적인 당 쇄신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류-비주류 간 내홍은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놓이게 됐다. ● 한 고비 넘긴 새누리당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에 "참담하다"고 반응했던 여권 대선주자들은 8일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한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유승민 의원은 "일방적 총리 지명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면서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사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수습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며 "야당이 먼저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를 국무총리 후보로 내놓고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불통·독선 대통령이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인 점에서 진일보했다"며 "야당은 초헌법적인 발상인 '2선 후퇴' 주장을 그만 두고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을 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 가던 비주류 의원들도 한 고비 넘겼다는 반응이 많았다. 3선 이상 비주류 중진들의 '구당(救黨) 모임' 간사격인 황영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태 수습의 첫 걸음을 잘 내딛었다고 본다"며 "남은 문제는 현 지도부 퇴진을 포함한 쇄신 방향"이라고 말했다. 총리 추천권을 포함해 일단 '공'이 야당으로 넘어간 만큼 당분간 당 쇄신에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전날 '대통령 탈당' 카드를 꺼낸 김무성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박 대통령과 선 긋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 조율 없이 덜컥 "국회를 찾은 데 대해 "만나지 않겠다는 야당 대표를 찾아다니는, 이런 시도는 참 잘못됐다"면서 "국민의 마음을 더 좌절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갈피 못 잡는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계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이 오늘도 메시지가 없을 경우 친박 지도부가 먼저 나서 대통령에게 '김병준 지명 철회'를 요구하려고 했다"면서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했으니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조만간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당 쇄신책의 로드맵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상에 따르면 재창당 준비위는 서청원 김무성 심재철 이주영 원유철 정갑윤 정병국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 7명과 4선 중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 최경환 의원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준비위가 자리를 잡는 시점에서 사퇴하는 수순을 밟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주류 의원들은 현 지도부가 퇴진한 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 오히려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주류 측에서는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미 의원들은 이정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저항에도 변화가 없다고 하면 이제는 갈라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내홍 속에 자중지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선 하태경 의원이 국정감사 당시 최순실의 증인 채택을 막은 원내지도부에 책임론을 제기하자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발끈하며 "누가 뭘 막았다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후 김 수석이 "그럼 내 책임이니 관두겠다"고 말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실제 사퇴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전북 전주에 지역구를 둔 정운천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에서 배제된 데 반발하며 국회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정 의원은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을)으로 갑자기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 의원이 지도부 퇴진 주장을 밝힌 데 따른 '괘씸죄'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수석은 "의석수에 따라 권역별로 할당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홍수영기자 gaea@donga.com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사진)가 7일 ‘최순실 게이트’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공식 요구하면서 계파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대표는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고,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무성, “대통령보다 당이 중요” 탈당 요구 김 전 대표는 이날 “우리 당 지지 기반인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한다”며 “헌법 가치를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의 길로 가는 게 헌법 정신이지만 국가적 불행이자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여권 내에선 이례적으로 ‘탄핵’이란 단어까지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주말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대선 주자들과 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1 대 1로 만나 향후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야권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탈당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가 우선돼야 영수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이정현 대표에게 야권의 분위기를 전했지만 이 대표는 영수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향후 수습 방안을 설명하는 게 우선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야당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이날 선제적으로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당권 싸움 논란을 의식한 듯 “나도 다시 한번 백의종군의 자세로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전혀 관심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는 김 전 대표의 탈당 요구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국 수습을 위해 영수회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탈당 얘기가 나온 데 대해 떨떠름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내에선 ‘대통령 탈당’ 찬반 엇갈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탈당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결심할 문제”라며 “대통령이 생각하는 게 2선 후퇴이자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라면 당적 정리 문제도 고민해야 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탈당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야당과의 합의를 통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유일한 해법인데 이를 위해 대통령의 탈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통령의 탈당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법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이라고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대통령 탈당에 초점이 맞춰져선 안 된다. 대통령의 진실 고백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 분당 신호탄? 당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가 여야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탈당 요구를 거부하면 결국 김 전 대표를 필두로 한 비주류가 당을 떠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제외한 당내 비주류가 야권 일부 인사들과 손을 잡는 ‘제3지대’ 시나리오다. 물론 김 전 대표는 분당이나 탈당을 고려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주류 진영도 아직은 ‘분당으로 치닫는 건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대표 사퇴 문제가 전혀 바뀌지 않고 당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한동안 잠잠했던 제3지대론이 박 대통령 탈당 주장과 맞물려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강경석 coolup@donga.com·홍수영·송찬욱 기자}

“나라가 망하거나 조직이 망가질 때 드러나는 현상이 내부의 리더십 붕괴로 인한 ‘지리멸렬’이다. 지금 집권 여당은 망하는 조직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출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여권의 공멸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지도부 사퇴를 놓고 걷잡을 수 없는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당 출신인 김 전 의장은 이정현 대표 등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를 향해 “‘대통령을 잘못 모셨다’고 하며 벌써 사표를 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비박(비박근혜) 진영에도 “이 지경까지 이른 데 여당 의원으로서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에도 국민의 반발이 거세다. “두 번째 사과가 아주 잘못 됐다. 박 대통령이 아직도 국정 수행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다. 최순실 씨 관련 행적도 문제지만 국민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까지 의심하는 상황에서 뭘 더 하려는 것인가. 그나마 박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기대를 건다면 애국심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겠다는 자세가 공인으로서 그 애국심을 발휘하는 길이다.” ―정치권에서도 대통령 하야 주장이 나오는데…. “정치인이 하야 주장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이다. 대안 세력도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하야로 겪게 될 나라의 혼란을 어쩔 것인가.” ―여당은 4일 의원총회에서 수습책을 찾지 못하고 주류-비주류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진 양상이다. “지금 여당은 망하는 조직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리더십은 붕괴됐고 공통의 목표를 상실했다. 그런데도 항상 네 탓만 하고 있다. 이러고도 망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한동안 몸담았던 정당인데 새누리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자괴감이 들고 참 비참하다.”(김 전 의장은 4·13공천을 앞둔 3월 초 공천 논란이 빚어지자 실망해 탈당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는 사퇴해야 하나. “제대로 된 지도부라면 벌써 나갔어야 한다. ‘선(先)수습 후(後)사퇴’라는데 친박이 말하는 사태 수습이 뭔지도 모르겠다. 야당에서는 이미 현 지도부와 상대도 안 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을 위한 헌신과 자리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이 대표가 빨리 직을 내려놓는 게 대통령을 위한 길이다.”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 대선 주자 5명이 ‘재창당’을 요구했는데…. “대선 주자라면 불난 집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하는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하는데 불 끄라고 밖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다. 갈가리 찢어진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지도부 사퇴만 운운할 때가 아니다. (김 전 대표는) 몇 달 전까지 지도부였고, (시도) 지사들도 새누리당 아니면 어떻게 지사가 됐겠는가.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당의 멤버로서 엎드려서 내 목을 치라는 심정으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친박-비박은 이 시국에도 왜 싸우고 있다고 보나. “친박이든 비박이든 진영에만 안주하면 정치생명이 보장된다고 보는 것 같다. 당도 안 보이고, 국가도 안 보이는 것이다. 당이 침몰할 판에 당권을 놓고 옥신각신하는데 어리석은 짓이다. ‘천막당사’ 시절처럼 국민이 한 대 때리면 두 대 맞겠다는 자세로 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 죽어야 산다.” ―여권 전반의 기능이 정지된 상황에서 국정 공백의 우려가 크다.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인 상황에서 국정 마비가 오래 지속되면 엄청난 재앙이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은 대통령과 국회뿐이다. 대통령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국회가 대체 세력이 돼야 한다. 야당이 ‘반(半)시체’나 다름없는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압박만 하면 국가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국회가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여소야대 국회에선 야당이 국회를 주도해 국민의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국회의장이 나서 여야, 재야·시민사회·종교 원로와 함께 ‘비상시국국민대표회의’를 구성해 국회가 통치 행위의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 국회가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과 안정적인 권력 이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야 지도자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모습을 보여 달라.” ―당장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의 해법은…. “아까운 사람이다. 어려운 시국에 총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데 안타깝다. 청와대가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면서 낙마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김 후보자가 대통령과 야당에 소기의 역할을 해서 국정의 얽혀 있는 실타래를 푸는 데 기여하고 명예롭게 퇴진할 길이 열리면 좋겠다.” :: 김형오 전 국회의장(69) ::△서울대 외교학과,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14∼18대 국회의원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부산대 석좌교수,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장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대해 두 번째 사과를 한 4일 새누리당도 “모든 사태는 대통령과 당의 책임”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청와대와 내각에 이어 여당 일각에서 인적쇄신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정현 대표 체제는 출범 3개월 만에 ‘시한부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박(비박근혜)계 강석호 최고위원도 이날 사퇴를 예고하며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압박했지만 이 대표는 사퇴를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탈당 또는 분당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의총에서 ‘지도부 사퇴론’ 분출 이 대표는 이날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2004년 박 대통령을 모시기 시작한 이후 이 순간까지 함께 모든 정치를 해왔다”며 “저의 죄가 크고 무겁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여권 공멸의 우려 속에 의원들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분출했다. 윤한홍 의원은 “국민들은 이 대표를 대통령의 비서로 생각한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 사태를 이 대표만 대통령과 소통해서 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학용 의원은 “당정청이 한 몸이라면 당도 바뀌어야 한다”고, 당 대변인직을 사퇴한 김현아 의원도 “민심을 거스르면 배가 전복된다”고 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반발했다. 박대출 의원은 “세월호는 선장이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며 침몰했다”고 말했다. 이채익 의원은 “여기에 대통령 도움 안 받고 당선된 자가 있느냐”며 공동 책임을 강조했다. 다만 친박에서도 ‘사퇴 전제 선(先)수습’ 주장이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일단 불을 꺼야 한다. 동시에 그만둘 시점도 정하라”고 촉구했다. 발언을 지켜보던 정 원내대표는 “12월 2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새 내각이 자리 잡으면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강 최고위원도 “이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까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제가 먼저 사퇴하겠다”고 했다. 2011년 말 ‘홍준표 대표 체제’ 붕괴 때처럼 직을 먼저 던져 지도부 총사퇴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의원 44명 중 사퇴 요구가 22명으로 사퇴 반대(11명)의 2배였다. ‘시한부 수습’ 주장도 11명에 이르렀다. 7시간여 진행된 의총 마무리에 나선 이 대표는 “저는 눈뜨기가 싫고 당장이라도 내려놓고 싶다”면서도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우는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제가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물러나겠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에 사퇴를 요구한 의원들이 반발했고 주류-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개××” “정치 그만하라”라는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여권 대선주자들 “담화 부족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 뒤 “속으로 펑펑 울었지만 공동 책임의 한 축으로 국민께 큰 아픔을 드린 입장에서 제 눈물과 감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에는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 여권의 잘못으로 큰 국가 위기를 맞게 됐으니 애국심으로 협조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대선주자들은 담화에 대해 대체로 “크게 미흡하다”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모자라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김무성 전 대표는 “담화 전반부는 진솔하게 얘기했지만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정도의 언급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국민이 듣고 싶은 모든 진실을 고백하지 않고,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국민은 대통령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원한다. 2선으로 물러나고 총리 지명을 철회하라”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통령이 모든 걸 비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사과를 할 때 ‘통보’식 총리 지명에 대해서도 정중히 사과하고, 야당에 도와달라는 얘기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송찬욱 기자}

《 4일 짙은 회색 상하의 차림으로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은 수척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듯 눈자위에 붉은 기운이 엿보였다. 발언 도중 목소리가 여러 차례 떨렸고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이날 담화는 오전 10시 반부터 9분 20초에 걸쳐 생중계로 진행됐다. 지난달 25일 95초 동안 이뤄진 ‘녹화 사과’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글픈 마음” “괴롭기만 하다” “가슴이 찢어진다” “참담” “사죄” “자괴감” 등 감성적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지자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국정 수습 방안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언급이 없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① 미르-K스포츠 설립 관여 의혹]“국가경제 위해 추진… 수사 걸림돌 될까 말못해”두 재단 거론 안해… “특정인이 이권” 최순실 잘못 강조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검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을 지시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박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4일 담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고, 구체적 해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헌신적으로 뛰어줬던 공직자들과 선의의 도움을 줬던 기업인들에게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간접적인 표현만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한 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국정 운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두 재단 설립은 이와 관련된 일인데 최순실 씨 등이 개입하면서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에 관해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은 이유를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했다. 실제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조사를 받으면서 구체적으로 진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된 뒤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국민에게 다시 설명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해명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이제 수사 초반인데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대통령이 해명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② 최순실과의 관계]“홀로 살며 챙길 개인사, 오랜 인연 최순실 도움 받아”사이비 종교-굿판 부인… 최순실에 의존 이유는 해명 부족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다. 최 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관여하는 과정에 박 대통령과의 ‘직거래’가 있었는지, 최 씨가 박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이를 통해 이익을 챙겼는지 등을 밝히는 게 핵심이다. 이는 박 대통령만이 정확히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4일 담화에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의 개인적 친분에 대해선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만 했던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했다. 최 씨가 의상 공급 등 박 대통령의 ‘잔일’을 맡아 주면서 교류가 이어졌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어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씨에 대한 신뢰를 최 씨가 악용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족 간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낸” 박 대통령이 왜 최 씨와의 왕래는 끊지 못했고 청와대의 보좌진 대신 최 씨에게 ‘여러 개인사’를 맡겼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추가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다만 “심지어 내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며 최 씨의 부친 최태민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야권과 일부 언론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인 최태민 씨와 박 대통령이 종교적으로 연결됐고, 최순실 씨와도 종교적 관계 때문에 가깝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것에 적극 반박한 것이다. [③ 국정운영 어떻게]“대통령 임기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계속 돼야”나를 조사하되 국정 정상화 맡겨달라는 의지 표현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면서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검찰과 특별검사 조사를 수용한 만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만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임기’ 문제를 언급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해석이 분분했다. 담화의 전체 맥락을 놓고 보면 정치권 안팎의 하야나 2선 후퇴 요구에도 직접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담화에 책임총리제 등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실제 야권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전제로 야권에 거국내각 주도권을 줄 생각은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검찰 및 특검 수사에 협조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걸 포함한 발언 아니냐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자세로 국정 정상화의 절박감을 나타낸 듯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언급에 대해 “정치권이 심각한 국정 공백을 해결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이나 하야를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3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대통령이 나서야지 거짓 사과해서 국민 분노를 한 번 더 사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전남대에서 ‘왜 민주공화국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면서 “이 문제를 제일 잘 아는 분은 대통령이다. 이번 주 중, 늦어도 다음 주라도 국민 앞에 직접 서서 고해성사 하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1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그게 없으면 불행한 사태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야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유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를 “우리가 투표로 맡긴 대통령의 권력을 사인(私人)이 행사한 헌법 파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에게 5년간 한시적 권력을 위임해 국가 일을 돌보라고 했더니 그 권력이 아주머니한테 넘어가 장차관 인사하고, 재벌의 돈을 모으고, 딸을 부정 입학시킨 데서 (국민의) 분노가 일어난 것”이라고도 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당시 캠프에서 도왔다. 그는 자신의 책임론에 대해선 “대통령이 저런 상황이었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본질을 모르고 지지한 데 대해선 기회를 봐서 사과하겠다”고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제가 뭘 했어요? 어떤 도둑질을 했다고!”(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도둑질을 하셨어요?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2일 ‘최순실 게이트’ 위기 수습을 위해 열린 새누리당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정 의원은 이런 설전까지 주고받았다. 비박(비박근혜)인 정 의원은 “이 대표가 그동안 어떤 말씀을 했고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거론하면서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지도부 사임이 국민적 여론이고 이 사태를 수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발끈하며 “기왕 얘기가 나온 거니 거론을 하라”며 “괜히 도둑질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고 받아쳤다. 이 대표는 “이정현이 뭘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했고, 정 의원은 “이 정부에서 정무수석, 홍보수석 하셨고 더 나아가 대표로 당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감사 당시 최순실 의혹이 나왔을 때 증인 채택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막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근 지도부 사퇴 주장에 대해 “38만 명의 당론으로 당 대표가 된 나를 왜 자기(비박)들 50명이 내려오라고 하느냐”고 반박해 왔다. 보다 못 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금 우리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국민 앞에 우리 모두 죄인”이라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 지도부는 2일 박근혜 대통령의 ‘깜짝 개각’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권 대선 주자들은 야당과 협의도 없이 전격 교체를 발표한 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청와대의 인사 발표 직후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노무현 정권에서 무려 4년씩 대통령정책실장을 하며 정책의 틀을 다 짰다”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비서실장을 할 때 정책으로 뒷받침한 동지였고 국민의당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려고 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단히 거국내각에 가까운 추천”이라며 “야당이 이 분을 부정, 부인한다면 노무현 정부를 부정,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긴급회동을 하며 새누리당의 재창당 요구를 했던 비박(비박근혜) 진영 대선 주자들은 반발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이 국회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총리를 지명한 것은 국민 다수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에 맞게 국회와 상의해서 결정하라”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금은 인사를 할 타이밍이 아니라 대통령의 진솔한 고백과 책임 인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병준 카드’마저 무산될 경우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수습하기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 직후 “사전에 야당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비공개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야 상의 없이 결정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총리 지명이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중립은 맞지만 거국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박 진영 김용태 의원은 “어떻게 천길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고 있는 나라를 구할 마지막 방안마저 걷어차느냐”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김병준 총리 지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