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김진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져”… 민심 오판에 보수측도 질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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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정국]靑-친박 반격에 보수진영 대혼란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바람이 불면 꺼지게 된다. 민심은 변한다.”

  ‘진박(진짜 친박근혜계)’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선 퇴진’을 거부한 채 정면 돌파에 나선 점과 맞물려 현재 여권 주류의 인식을 대변한 셈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버티면 언젠가 촛불시위는 사그라지고, 옛 지지층도 다시 결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또 야권과의 전면전이 장기화될수록 ‘최순실 정국 피로감’이 커지면서 내년 대선도 ‘진영 대결’로 치를 수 있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하지만 청와대 친박의 이런 태도가 오히려 보수의 궤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진지전으로 지지층 결집?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야권을 향해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를 겨냥해 “초헌법적 여론몰이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건 인민재판”이라고 비난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 퇴진운동은) 언젠가 반드시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가세했다. ‘최순실 정국’을 ‘진영 대결 프레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여기엔 야권이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이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야권 공조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 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박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추천 총리 임명을 야권이 주도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박 대통령이 역공을 펼 빌미를 줬다. 야권이 ‘탄핵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도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동참을 자신할 수 없는 탓도 있지만 야권 전체(국회의원 171명)가 찬성할지도 확신할 수 없어서다.

 비박 진영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독자 세력화에 나서기 힘들다는 점도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반격이 가능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원외에선 탈당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원내만 하더라도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차기 국회의원 선거가 3년 5개월이나 남아 정국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이 ‘선도 탈당’에 나서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비박 진영 입장에선 막대한 창당 자금도 문제지만 보수 분열의 책임론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더욱이 비박 진영엔 강력한 대선 주자도 없는 상황이다.

○ “대통령이 죽어야 보수 가치가 살아”

 하지만 친박계가 자숙은커녕 정국을 ‘진영 대결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데 대해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박 대통령을 살리려다 보수 전체가 ‘부패 기득권 집단’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는 명분인데,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가 이런 식으로 가선 곤란하다”며 “최소한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검찰 수사라도 제대로 받아야 2선 퇴진을 거부할 명분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심을 거스를 경우 친박계뿐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친박계 내부의 지적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비리를 옹호하면 지금까지 보수가 추구해 온 시장주의나 한미동맹 등의 가치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져야 보수 진영에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전면적인 2선 후퇴로 ‘쓸쓸한 퇴장’을 선언해야 보수 진영이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비박 진영에선 차라리 야권과 ‘탄핵 공조’를 공식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비박 진영에서) 탄핵을 두고 이견이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당내 비리 인사에게 누구보다 엄격했다”며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권과 단호히 선을 그어야 보수층에 다시 투표할 명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배신감과 내년 대선의 위기감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보수 진영이 ‘보수 개혁’을 어떻게 이뤄 낼지 주목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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