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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취임 인사차 야3당 원내대표를 만나려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섰다. 야당은 앞선 16일 정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친박(박근혜)계 지도부와 냉각기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가장 먼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실을 찾았지만 당직자들이 "현재 회의 중이니 오늘은 돌아가시라"고 말해 만남이 불발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서,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면담을 거부하면서 여야 원내대표 간 만남은 불발됐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참을성 있게 견디겠다. 우리 당은 국민이 용서해줄 때까지 빌어야 한다"라며 "협상 파트너로서 제가 아마 더 보고 싶고, 더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를 조용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정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예방'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연락도 없이 왔다간 건 문전박대가 아니라 무단침입 시도"라며 "그런 쇼를 하면 안 된다. 국민에게 '야당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걸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친박(친박근혜)계 정우택 의원이 선출된 16일, 기자를 만난 야당 의원들은 “앞으로 (여당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도로 친박당’과 대화에 나섰다가 촛불 민심의 반발을 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듯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국민 정서로는 정 원내대표를 정상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국회 로드맵을 짤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통상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각 당 원내대표를 예방하지만 주말 내내 만남은 없었다. 며칠 전 여야 3당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며 협치 실험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야당들은 자신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와야 한다는 태도다. ‘도로 친박당’을 만든 새누리당에 어떤 비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17일 촛불집회에선 “황교안 퇴진” 구호가 많았다. 정부 여당은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그러나 야당이 국정 운영 파트너를 입맛대로 고를 만큼 우리가 처한 대내외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야당은 “정기국회가 끝났고 임시국회 일정이 확정됐으니 당장 여야가 원내에서 협상할 현안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정 원내대표와의 만남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임시국회를 소집한 이유는 탄핵안 통과 이후 국정 공백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취지 아니었던가. 국민 정서가 어떻든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사람에게 “당신은 국무총리일 뿐”이라며 20, 21일 대정부질문에 무조건 나오라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탄핵소추 전 책임총리를 세우라는 각계의 촉구에 귀를 닫은 건 야당이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야당은 줄곧 ‘황 권한대행이 야당을 따로 만나는 것도 안 된다’ ‘친박 지도부와의 여야정 협의체도 안 된다’고 하면서 국정 수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붕괴를 기다리며 반사이익만 누리려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야당이 기대고 있는 촛불 민심은 ‘부도덕한 여당’을 심판했지 ‘무능력한 야당’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거야(巨野)의 힘자랑’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우경임·정치부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전날 불거진 청와대의 대법원 등 사법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불법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헌법 쿠데타”라고 했다. “특검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해야 할 사안”이라며 “관련자들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주요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MBC 해직 기자 이용마 씨를 위로 방문한 자리에서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주요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재인가 기준과 요건을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사실상 언론 통제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조사 기간 13∼15일)에서 9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40%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도가 40%를 넘은 건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는 그해 3월에 45%, 6월에 43%였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15%였고, 국민의당(12%)은 3주 연속 지지도가 하락해 새누리당에 역전당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32%)에서도 새누리당(25%)을 앞섰고, 광주·전라(53%)에서 국민의당(22%)의 2배 넘게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 지지도는 60대 이상(16%)을 제외한 20∼50대에서 1위였다. 민주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올라 30%를 넘어섰다.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제1야당에 대한 ‘밴드왜건(Bandwagon·편승)’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길진균 leon@donga.com·우경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내년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야권의 텃밭인 호남을 찾거나 대선 출마 선언을 앞당기는 등 ‘대선 준비 모드’로 전환한 셈이다. 박 시장은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광주 무등산에 오른 뒤 금남로 촛불집회, 국립5·18민주묘지 등을 찾을 예정이다. 박 시장의 광주 방문은 5월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뒤 7개월 만이다. 탄핵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에게 대선주자 지지율이 밀린 만큼 반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에서 박 시장은 자신의 ‘개헌 로드맵’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져 최근 이 시장과의 ‘비문(비문재인) 연대’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의 ‘개헌 연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대표는 16일 전북 전주를 방문해 ‘국민주권개혁회의’를 고리로 한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창당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헌법을 손보지 않고, ‘호헌’을 하겠다는 것은 지금의 기득권과 특권의 패권세력이 구시대의 특권과 기득권, 그리고 패권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선 “귀국하면 반 총장을 만나 (개헌 등) 그런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신년 초가 되면 기존 정당들의 분열과 분화와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발함으로써 우리 정치에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계 개편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손 전 대표는 22일 광주를 방문한다. 안 전 대표는 당분간 지역 방문 일정 대신 토론회 등에 참여하면서 정국 구상에 들어간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시국토론회에서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실행에 옮겨 부패한 관료와 재벌, 검찰의 공생 사슬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26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황형준 기자}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40%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조사기간 13~15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40%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도가 40%를 넘은 건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이후 18년 만이다. 민주당은 모든 지역에서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32%)에서 새누리당(25%)을 앞섰고, 연령별 지지도는 60대 이상(16%)을 제외한 20~50대에서 1위였다. 민주당 지지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탄핵'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올라 30%를 넘어섰고,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제1야당에 대한 '밴드왜건(Bandwagon·편승)'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당과 대선주자 간 지지도가 상호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이재명 (성남시장) 현상'이 당 지지도에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연령별로 20, 30대에서 각각 10%포인트 올랐고,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9%포인트 올랐다"며 "이는 이 시장의 지지도가 쏠린 세대, 지역과 일치한다"고 말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의혹을 밝힌 결정적 증거물인 태블릿PC가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최 씨의 ‘오판’ 때문이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15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태블릿PC가 있었던 서울 강남구 더블루케이 사무실 내 고영태 씨의 책상을 왜 방치했느냐는 의문과 관련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박 전 과장은 “책상을 두고 나온 것은 최 씨의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 국정기밀 문건이 담겨 있는 이 태블릿PC를 숨길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 결국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의 발등을 찍었다는 것이다. 박 전 과장은 당시는 최 씨와 그의 측근인 고 씨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고 씨는 사무실에 나오지 않던 때인데 사무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고 씨가 직접 용달을 불러 들여온 책상이라 이를 무턱대고 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의대로 치울 수 없어서 최 씨에게 물어보니 ‘그건 고 상무가 알아서 하게 놔두라. 괜히 건드리면 법적으로 걸고넘어질 수 있다’고 해 두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씨의 이 같은 지시 때문에 책상 안에 태블릿PC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둔 채 사무실을 정리하고 건물 관리인에게는 “책상 주인이 곧 찾으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태블릿PC는 최 씨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된 태블릿PC의 소유주가 논란이 되자 검찰도 11일 최 씨의 것이 맞다고 다시 한 번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태블릿PC의 위치가 최 씨의 동선과 일치하고 최 씨가 주고받은 메시지까지 저장돼있다는 점을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들었다. 검찰은 이 태블릿PC 외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의 태블릿PC, 고 씨가 소유한 태블릿PC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 씨가 독일에서 SK그룹에 K스포츠재단 출연금 80억 원을 요구했던 사실의 은폐를 지시하는 통화 내용도 추가로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전날에 이어 통화 녹음파일 5개를 추가 공개하며 “통화 상대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고, 최 씨의 귀국 3일 전인 10월 27일 통화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이 “최 씨의 지시를 받아 SK그룹에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정 전) 사무총장이 뭐라고 얘기를 했다는 거야. 그럼 내가 SK를 들어가라고 했다고?”라고 물었다. 이에 상대방은 “네, 회장님이 지시했고 본인(정 전 사무총장)이 기업을 방문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이 또 확인 전화를 했다. (정 전 총장이)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다 얘기했다”고 답했다. 최 씨가 “왜 정 총장이 얘기한 거를 못 막았어?”라고 탓하자 상대방은 “(K스포츠재단의) 정동춘 이사장과 김필승 이사도 막으려 했는데 본인이 완고해서 못 막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씨는 “얘기를 짜 보라”며 SK그룹에 80억 원을 요구했던 사실을 조작하라고 지시하며 “안(종범 전 수석)은 지금 뭐라 그런대요?”라고 묻기도 했다.김도형 dodo@donga.com·우경임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났지만 ‘여야정 협의체’ 참여 여부 등 정부와 국회의 구체적 협치 방안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 의장은 이날 회동 모두 발언에서 “국민이 국회와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잘 소통하고 협치해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경제 활성화를 하라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국정협의체를 활용해 민생이나 경제를 살리자는 제안이 있는데 잘 검토해 달라”고 여야정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다. 황 권한대행이 9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뒤 국회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지금 상황이 엄중함을 알고 있고 국민의 뜻을 국정 전반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황 권한대행의 20, 21일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에 대해서도 정부와 야당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14일 오전 허원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방문해 ‘황 권한대행이 대정부 질문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지만 두 야당 원내대표는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거듭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대통령 공백 사태’ 속에서 14일 열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세균 국회의장 간 회동은 협치에 대한 원론적인 공감대만 확인한 채 끝났다. 야권이 ‘황교안 체제 길들이기’에 나선 가운데 황 권한대행도 순순히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미묘한 대립구도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여당은 내분 상태여서 당분간 실질적인 협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1시 58분 국회 본청에 도착해 정문에서 기다리던 진정구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의 안내를 받아 국회의장 접견실로 이동했다. 지난달 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방문 당시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하차 지점부터 영접한 것에 비하면 의전의 격이 낮다. 국회 관계자는 “평소 국무총리가 국회를 방문할 때는 영접을 하지 않는데 대통령과 총리 중간 정도의 의전을 갖추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황 권한대행을 접견실 앞에서 기다리다 인사를 나눴다. 이어 오후 2시 접견실에 함께 입장해 모두 발언을 한 뒤 2시 6분부터 2시 34분까지 28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정 의장과 황 권한대행은 비교적 활발히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황 권한대행은 “정부 관료들은 의원들과 달리 소통하는 방법이 미숙하다. 정 의장이 소통을 잘하시는 분이니 잘 배우겠다”며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 측은 “황 권한대행이 국회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12일 정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이 그냥 얼굴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날 협치 방안에 대한 진전은 없었다. 야당은 연일 황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황 권한대행 체제 초반에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을 계속 ‘황 총리’라고 호칭하면서 “마치 (탄핵) 가결을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부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의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과 관련해 “국회를 무시하면서 몰락의 길을 갔던 박근혜 대통령의 전철을 따르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황 권한대행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당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인 상태에서 야당과 협의를 한다면 일방적으로 끌려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불출석 의사를 전했고, 야 3당 대표와의 회동에도 부정적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회와의 협치는 필요하지만 여당 없이 야당하고만 협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야권도 여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여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국회 상황이 안정돼 더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국민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구성원 자체의 성격상 구성이 참으로 난망하다”며 “당분간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전날 학계·언론계 원로를 만난 데 이어 이날 고건, 이홍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사회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경험이 있는 고 전 총리는 2003년 4당 국정협의체를 통해 이라크 추가 파병 등 현안을 처리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한상준 기자}

“국회가 탄핵 이후 새로운 국가시스템 정립을 주도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취임 후 세 번째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심은 단순히 탄핵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야정 협의체의 국정 협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탄핵 국면에서 국가 서열 2위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정 의장은 “(내가) 직접 필드에서 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예방과 관련해 정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이 만나면 국민에게 무언가 보탬이 되는 논의와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냥 얼굴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이 여야정 협의체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황 권한대행에게서 ‘확답’을 받아내겠다는 뜻이다. 개헌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하면서도 시한은 못 박지 않았다. 정 의장은 “개헌은 중장기적이고 대선보다 더 중요한 과제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되고 어떻게든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라면서도 “100m 달리기 경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13일 서해 백령도 군부대를 방문해 안보 태세를 점검할 예정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두 달 가까이 타오르고 있는 ‘촛불 민심’을 국가 원로들도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대한 분노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광장에 응집해 있다는 것이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과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대한민국은 수십 년간 쌓인 적폐를 청산해야 할 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정계 관계 법조계 언론계 등 각자의 경험에 따라 인식과 판단, 전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열띤 논의 속에 좌담회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혁명의 마그마 끓고 있어” ▽김진현=올해 1월 초 혁명의 마그마가 불타고 있다고 썼는데, 촛불 전에 혁명의 마그마가 돼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 박정희 스타일의 체제를 제거했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확실히 (과거 체제를) 청산했어야 했다. ▽허영=국회는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 촛불의 원인은 대통령이지만 촛불을 키운 건 국회다. (국정 혼란 상황에서) 제때 대응 안 하고 말을 바꾸며 혼란을 키우니 국민은 짜증이 났다. 나중에는 촛불이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로 향했다고 봐야 한다. ▽김황식=우리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뤘다고 자랑하지만 진정한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를 보여 (국민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 법치주의 파괴 현상에 분노한 것이다. ▽김형오=국민이 왜 전국 각지에서 들고 일어났나.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압박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제시하지 못했다.○ “시민이 끌고 정치권이 뒤따라” ▽김형오=정치권이 (여론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시민이 끌고 정치권이 뒤따랐다. 표에 굶주린 정치권으로선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시기보다 리더십이 부재했다. 대통령 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 리더십도 없었다. 당장 대권에는 눈을 밝히지만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김진현=촛불을 녹아내는, 촛불을 수용하는, 촛불을 승화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촛불에 의존하기만 했다.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면 명예혁명으로 갈 것이고, 끊을 수 없다면 파국으로 갈 것이다. 야당에 유리하다, 여당에 불리하다가 아니라 ‘혁명의 마그마’를 질서 있는 명예혁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가 과제다. 1960년 4·19혁명 이후 1년여 만에 5·16군사정변이 일어났다. 1987년 6월 혁명은 누구한테 바쳤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싸우느라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과연 정치인이 촛불 민심을 명예혁명으로 이끌 수 있을지 아직은 물음표다. ▽허영=진짜 민심은 침묵하는 다수다. 촛불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 민심을 대변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본다. 선거를 하면 침묵하는 다수 의사가 표로 나타난다. 그러니 여론조사가 늘 틀리는 것이다. 언론도 침묵하는 국민 의사를 살펴봐야 한다. ▽김황식=다이아몬드 원석을 캐다가 정치권에 가져오면 다 다듬고 가공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정치권의 몫인데, 그저 여론이 하자는 대로 쫓아가는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 “촛불 민심 담은 제도적 장치 논의해야” ▽허영=탄핵안이 가결된 뒤 (정치권이) ‘헌법재판소를 믿고 기다리자, 생업에 종사하자’고 호소할 줄 알았는데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어겼다며 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국회가 선동에 앞장선다면 역시 탄핵감이다. 광장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야지, 직접 광장에 뛰어 나가려면 국회가 왜 필요한가. ▽김형오=정치권이 국민 여론을 담아내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정책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정치권이 둘 다 할 생각이 별로 없다.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치권이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김황식=박근혜 정부의 여러 가지 문제점 중 사회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 게 가장 크다. 세대나 계층별로 통합하는 노력보다 자기 나름대로 목표를 세워 밀고 가다 보니 소외된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김진현=우리나라는 근대화에 성공했지만 근대화의 신화와 기적에 갇혀 있다. 이제 ‘박정희 체제’도, ‘1987년 체제’도 막다른 골목에 있다. 촛불이 상징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려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압도적 국회 통과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게임에 들어갔다. 탄핵안의 압도적 가결이 사실상 대선 레이스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 ‘위기 극복 리더십’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넘어야 할 마지막 능선은 국가 대청소를 통해 국가 대개조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국정 수습이 중요하다”며 “우선 경제 분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밝혔다. 각각 미래와 수습에 방점을 두고 탄핵 이후 정국의 주도권 경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박 대통령 퇴진’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앞세웠다. 국회 탄핵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여권 지지층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일단 10일 촛불집회에 참석한다. 지지층 다지기를 통해 대세론을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속내다.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계속할지, 안정을 내세워 속도 조절에 나설지는 주말 촛불 민심을 확인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은 대선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 정계 개편 등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10일 촛불집회 불참과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 중단 의사를 밝혔다. 지지율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방책으로 정계 개편 또는 중도·우파 끌어안기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지지율 급상승세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도 가장 선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한 시간이라도 빨리 퇴진하는 것이 국민의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잰걸음과 달리 여권 주자들은 코너에 몰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권 도전을 포기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당을 떠나 제3지대에서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은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구심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유 의원은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었다”며 “앞으로 헌법질서를 지켜가면서 정치혁명을 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 흔적을 지울 수 있다면 여전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히든 카드다.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보수층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과 결합하지 않고 독자세력화에 나선 뒤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기 대선 일정의 키는 헌법재판소가 쥐고 있다. 헌재가 1월 중 탄핵 결정을 내린다면 3월에, 6개월의 심리 기간을 꽉 채울 경우 8월에 차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불투명한 대선 일정만큼 대선 구도도 급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6∼8일 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은 18%의 지지율로 각각 20%를 기록한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을 2%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안 전 대표(8%), 안희정 충남도지사(5%),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 의원(각 3%)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시장의 무서운 상승세 속에 선두 그룹과 한 자릿수 지지율에 갇힌 중간 그룹 대선 주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견제할지 주목된다.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우경임 기자}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 처리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일제히 민생을 내세우며 ‘포스트 탄핵’ 정국의 주도권 경쟁을 예고했다. 전날까지 탄핵하더라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주장하던 양당 내부의 목소리가 이날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탄핵안 국회 통과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무엇보다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큰 걱정”이라며 “민주당은 민생 우선, 경제 우선 원칙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조류인플루엔자(AI)의 급속한 확산 문제 등을 예로 들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민생 안정 대책을 조기에 발표하고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국가 혼란 해소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민생도 민생이지만 이른바 개혁 과제, 특히 삼성에 대한 개혁을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영선 의원은 “눈치 보고 있는 검찰과 삼성 같은 재벌에 대한 개혁 문제를 다뤄나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변재일 의원도 “삼성 출신들이 얼마나 (각계에) 퍼져 있나. 삼성공화국”이라며 “지금 아니면 개혁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처럼 산적한 민생 문제에 재벌개혁 문제까지 얽히면 대선이 사실상 4∼5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스텝이 꼬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당도 민생과 경제를 책임지는 정당을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4·19 이후처럼 혼란으로 갈 것이냐, 외환위기 때처럼 국민 통합으로 극복하는 길로 갈 것이냐 기로에 놓여 있다”며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오직 국민과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했다면 부결이었다”며 “오늘 표결해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자랑하지는 않겠다”며 민주당의 2일 탄핵 처리 주장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황형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는 9일 오후 4시 반경 나올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은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처리해야 하는데 9일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다. 9일 이후 본회의는 예정돼 있지 않고, 차수(次數) 변경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8일 오후 2시 45분경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9일 오후 3시에 개회하는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들어가 밤 12시까지는 끝내야 한다. 표결이 밤 12시를 넘어도 끝나지 않으면 탄핵안은 폐기된다. 9일 본회의 안건은 탄핵안 한 건뿐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열자마자 탄핵안을 상정한다고 이날 밝혔다. 탄핵안에 대한 찬반 토론이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법안이나 결의안과는 달리 인사(人事)와 관련된 안건은 찬반 토론을 하지 않았다. 2013년 11월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해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요구했지만 당시 강창희 국회의장은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의원들이 5분 자유 발언이나 의사진행 발언을 할 수는 있다. 5분 자유 발언은 본회의가 열리기 4시간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 이날까지 발언을 신청한 의원은 없다고 국회사무처는 밝혔다. 탄핵안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명이다. 그러나 의결 정족수가 다 차지 않더라도 표결은 시작할 수 있다. 산회 전까지 최소 200명만 투표를 하면 유효하다. 그러나 일단 200명 이상이 모인 뒤 투표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표결은 본회의장 의원석의 전자 기표기를 사용하지 않고 본회의장 뒤편 투표소에서 투표용지에 ‘가(可)’ 또는 ‘부(否)’를 적는 방식의 무기명 투표다. 오후 3시 반경 표결이 시작되면 오후 4시 반 무렵 탄핵안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법적으로는 여야가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탄핵안에 대한 찬반토론이 생략되고 무기명 투표인 현행 방식에 절차적 민주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하원은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 때 4개의 탄핵 사유마다 깊이 있는 찬반토론을 거쳐 각각 기명 표결한 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역할을 하는 상원으로 보냈다. 한편 야당 일각이 추진하고 새누리당 비주류에서 검토하는 ‘탄핵 인증샷’ 공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기표된 투표용지를 촬영했다가 적발되면 무효 처리된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8일 라디오에서 “야당에서 ‘(여당 내) 반란표가 있다’는 둥 그래서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서 찬성표 인증샷을 찍어 간직하고 있어야 되지 않느냐는 논의도 나왔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그 책임을 여당 비주류가 뒤집어쓰지 않도록 찬성 투표 후 인증샷을 찍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다. 민주당 6선의 이석현 의원은 이미 탄핵안에 ‘가(可)’라고 표기한 투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찍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겠다며 동료 의원들의 동참까지 촉구한 상태다. 국회법에는 투표용지 촬영과 관련된 금지 조항은 없지만 인증샷 때문에 자칫 탄핵안 표결 결과의 효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무기명 투표를 규정한 국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홍수영 기자}

7일 야 3당은 공동결의대회를 열어 야권 공조를 다지면서 새누리당의 탄핵 동참을 압박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탄핵이 애국이다, 새누리당도 동참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새누리당을 향한 탄핵 시위를 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세월호) 아이들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보고 이후에도 올림머리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람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며 “(새누리당이) 국민 마음을 헤아린다는 표시로 9일 탄핵 가결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탄핵안 표결 전날인 8일 오후 9시부터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밤샘 농성을 한 뒤 이튿날 곧바로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8일부터 국회를 에워싼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어 국회 출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다”며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도 국회 안이나 인근에 머무는 등 24시간 비상체제”라고 전했다. 밤샘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은 국회 경내 전면 개방과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9일 밤 12시 넘어 표결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 개방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만약 탄핵이 (부결로) 잘못되면 국회가 맨 먼저 불탈 것”이라며 “탄핵이 가결되면 박근혜 한 사람은 죽지만 4999만9999명은 산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6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한 데에는 국조특위 위원들의 새로운 사실에 근거한 ‘송곳’ 질문이 부족했던 탓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8년 국회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대기업 총수들이 모인 슈퍼 청문회였지만 ‘호통’과 ‘낯 뜨거운 면박’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는) 30∼40분간 이뤄졌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답변에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 동안 논할 만한 머리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 “아직 쉰 살이 안 됐는데 평소에도 남이 질문하면 동문서답하는 게 버릇이냐” “하루종일 돌려 막기 사지선다형 대답을 하고 있다.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내가 부족하다, 앞으로 잘하겠다고만 했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이 부회장이 계속 대답을 머뭇거리자 “자꾸 머리 굴리지 말라”고 타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처럼) 삼성 직원한테 탄핵받는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증인들을 향해 “촛불집회에 나가보신 증인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묻기도 했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손을 들자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안 의원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총수는 손을 들어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전경련을 탈퇴할 의사가 있는지) 네, 아니요로 답해 달라”고 일부 총수들을 재차 몰아붙였다. 박범계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서울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복역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2014년 3월 한화와 삼성이 정유라에게 8억 원과 10억 원 상당의 말을 상납하면서 빅딜을 성사시켰지 않느냐”고 의혹을 제기하며 “그런 망나니 정유라에게 말까지 사줘야 거래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하태경 의원은 1988년 5공화국 당시 청문회를 거론하며 “당시 청문회에 나왔던 분들의 자제 6명이 또 (이번 청문회에) 나왔는데 정경유착이 이어져오고 있다”며 “그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대기업 총수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오후 질의 직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손경식 CJ,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병력과 고령으로 오래 있기 힘들다”며 귀가시키자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베트남에 간 걸(일자리) 3분의 1만 한국으로 오면 좋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국내 투자 많이 하고 있다고 해서 어느 분보다도 고맙단 말씀 드린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이사에게는 “민주당에 입당한 적이 있느냐” “임기 채우고 그만뒀는데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서 연임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나”라는 등 논점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주 전 대표가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박하자 오히려 주 전 대표의 퇴장을 요구해 소란을 빚었다.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질의도 쏟아졌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재용 구속’이 적힌 촛불집회 피켓을 들어 보이며 이 부회장에게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의 책임을 따져 물은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신동빈 회장에게 “며느리 국적이 어디냐” “부인 국적이 어디냐”라고 개인적인 신상을 캐묻기도 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5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9일까지 국회 앞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독자적인 촛불 집회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 국회 경내에서 당 차원의 탄핵 촉구 촛불 집회를 열었지만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오후 7시 별도의 촛불 집회를 가진 것. 문 전 대표는 “국회가 탄핵을 부결한다면 국민 뜻을 대리하는 대의기구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국회가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선 “아무것도 하지 말라. 준엄하게 탄핵을 받으라. 탄핵이 의결되면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한 중진 의원은 “야당도 탄핵안 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무작정 국회를 압박하는 집회를 문 전 대표가 주도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부터 9일까지 밤마다 국회 앞 촛불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앞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권력시대, 어떻게 열 것인가’ 시국토론회에서 “박근혜 체제는 제왕적 대통령, 재벌 대기업, 정치 검찰이라는 1% 기득권자들의 동맹”이라며 “현행 헌법 체계 내에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대폭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재벌 개혁 방안으로 계열사 분리나 주식 매각을 명령할 수 있는 ‘계열분리명령제’와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도 제안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TV 방송에서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해 “시효가 지났다”면서 “지금은 탄핵 표결 아니면 즉각 퇴진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우경임 기자}

232만(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42만 명) 촛불집회의 탄핵 민심을 확인했다는 야권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향한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사실상 탄핵 동참 선언에 야당들은 탄핵 부결의 부담에서 한숨을 덜었다. 그러나 9일 탄핵안 표결까지 어떤 돌발 변수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보고 남은 기간 탄핵 여론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여당 탄핵 부결시켜 봐라” 압박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안을 발의한 순간 돌아갈 다리를 불사른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없애고 표결 자체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에 앞만 보고 간다”고 강조했다. 또 “야당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도 말했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여야 협상’ 제안을 사실상 일축한 셈이다. 5일 임기를 마치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탄핵 외에 새누리당과의 협상이나 타협은 없음을 다시 선언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 비박계의 비상시국회의에 전체 43명 중 29명만 참석하고, 탄핵 찬성을 표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식한 듯 비박계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9일 전까지 △100시간 연속 탄핵 팟캐스트 △5일간 매일 오후 6∼7시 국회서 촛불집회 △비상의원총회 개최 등 탄핵 여론전에 나서기로 했다. 비박계가 주말 촛불 민심에 압도돼 탄핵 표결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여론몰이를 한층 강화한다는 것이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자신 있으면 (새누리당은) 탄핵을 부결시켜 봐라. 10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공박했다. 이날 취임 100일을 맞은 추미애 대표도 “지난 100일보다 앞으로 5일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 야권에도 ‘싸늘’…대선 주자 곤혹 야권의 대선 주자들도 새누리당 압박에 한층 더 가세했다. 그러나 그동안 탄핵 추진에 오락가락했던 이들에게 촛불 민심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새누리당은 촛불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탄핵안이 부결되면 민심의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광주 촛불집회 현장을 찾았지만 연단에 오를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당초 ‘박근혜퇴진 광주운동본부’가 ‘2일 탄핵안 발의’에 실패한 이들에게 자유발언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집회 막바지에 시민 인터뷰 형식으로 발언이 소개됐다. 문 전 대표가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야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4일 “(탄핵은) 원내 사람들 몫”이라며 “(의원직 사퇴는) 대선 주자가 할 말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전날 대구 촛불집회 현장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주최 쪽이 아예 정치인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진행자는 “광장의 주인은 안철수가 아니라 대구 시민”이라고 소리쳤고, 일부 시민은 “안철수는 빠져라”라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다급한 듯 4일 열린 국민포럼 창립 기념 강연에서는 민주당 추 대표-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회동에 대해 “명예로운 퇴진 카드로 뒷거래를 한 것 아니냐”고 근거를 대지 않은 채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민심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결되면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유력 대선 주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조금씩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야권이 정작 탄핵 후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탄핵이 가결될 경우 ‘권한대행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예고된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야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는 3일 촛불집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광장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물러나라’이니까 정치권은 그 이후를 생각해야 되는데 대책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이) 말을 거의 할 수 없다. 개별적으로 얘기하면 (총리 및 과도내각 구성 논의에) 다 동의하는데 아무 소리를 못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다른 야권 대선 주자들과 달리 탄핵 논의와 함께 총리 임명과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여야 협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손 전 대표는 “정치권이 9일 탄핵을 한다고 하면 그전에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총리로 내세우는 게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탄핵이 가결되면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인데 그게 국민이 원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손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탄핵 결정 시 60일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감안하면 최소 4개월에서 8개월까지 국정 공백이 생긴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롯데에 대한 사드 보복, 고용 절벽 등 당면 과제가 많은데도 국정을 책임질 총리 문제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얘기를 하면 내가 (총리를) 하고 싶어 한다고 오해를 산다는데 누가 나를 총리 시키겠느냐. 총리부터 바꾸는 게 정도(正道)”라며 “정치권은 광장의 함성을 모아 개헌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손 전 대표는 지난달 12일부터 매주 토요일 부인인 이윤영 씨, 측근 2, 3명과 함께 밤늦게까지 집회에 참석해 왔다.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도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촛불 민심이 심화되니 탄핵으로 선회했는데 (탄핵 이후) 어떻게 할 건가. 아무 대책이 없다”라며 “정당들의 한심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탄핵을) 사전 예측하고 대비하면서 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라고 혀를 찼다. 하지만 야 3당 지도부는 수습 대책 논의에 나섰다가 새누리당과 ‘거래’하는 것처럼 비쳐져 ‘촛불 민심’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만 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야당 주도로 새 총리를 선출하면 야당도 국정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인데, 대선을 앞두고 ‘공동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우경임 기자}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배수진을 쳤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4월 말 대통령 퇴진→6월 말 조기 대선’의 정국 수습 시나리오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2일 회동에서 탄핵안을 발의해 9일 표결한다는 ‘탄핵 시간표’에 합의했다. 야 3당 및 무소속 의원 171명은 3일 새벽 탄핵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다음 주 퇴진 시점을 명확히 밝히면 표결에 동참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탄핵안이 실제 표결에 부쳐질지 주목된다. 전날 탄핵안 처리 시점을 두고 ‘2일→9일→5일’로 오락가락하던 야 3당은 ‘촛불 민심’의 저항에 부닥치자 즉각 탄핵 대오를 재정비했다. 이날 야 3당 원내대표 회동 직후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민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라면서 “야 3당은 굳은 공조로 흔들림 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은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 시점과 2선 후퇴 방침을 밝히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말 비박계 의원들과 잇달아 만나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 3당은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선언하더라도 예정대로 9일 탄핵안 표결을 강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요구에 응답해 사퇴 시점을 밝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탄핵안 가결과 부결을 모두 대비한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이 질서 있는 퇴진 대신 가결이 불확실한 탄핵을 선택한 것을 두고 정당 정치가 ‘광장 정치’에 휩쓸려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상황에선 탄핵을 철회해도, 탄핵이 부결돼도 (여야 모두) 죽는다”며 “탄핵안 가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일 촛불집회 민심 역시 탄핵안 처리의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1일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공동발의에 합의했다. 하지만 야권 정치력 부재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부터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돌발 회동’을 해 야권 탄핵 공조는 오락가락했다. 야 3당은 2일 탄핵안을 공동 발의해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5일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마음을 탄핵 찬성으로 되돌리기 위해 의지할 것은 광장의 촛불 민심뿐”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정당 밖 박 대통령 즉각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눈치를 보며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야 3당 긴박한 하루 야권은 1일 탄핵안 발의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추 대표는 김 전 대표와의 조찬 회동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박계 의원들이 9일에도 탄핵 추진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2일이나 9일 탄핵안 처리가 모두 불투명하다면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고,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2일 탄핵안 처리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새누리당 비박 진영과 국민의당이 전원 찬성할 것으로 확신할 수 없고, 탄핵안 처리를 미루는 사이 청와대가 어떤 국면 전환을 꾀할지 모른다”며 “9일까지 기다리면 탄핵 동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고 배경을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비토를 놨다.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도중 박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안 2일 처리’를 제안했지만 “탄핵은 발의가 목적이 아니라 가결이 목적”이라는 거절의 말을 들어야 했다. 두 야당 대표가 시급한 시점에 주도권 다툼을 한 것이다. 결국 2일 탄핵안 처리는 무산됐다.○ 박지원의 ‘회군’ 이날 오전 박 위원장이 ‘탄핵안 2일 처리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보도된 뒤 국민의당 당사와 의원들에게는 ‘새누리당 2중대냐’ 같은 조롱 섞인 비난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쇄도했다.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박 위원장은 각각 비난 문자메시지를 2000통, 1000통 넘게 받았다고 한다. 다급해진 국민의당은 본회의 종료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즉각 발의→2일 본회의 보고→5일 본회의 열어 처리’라는 중재안을 도출했다. 그전까지 “탄핵은 가결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던 박 위원장도 뜻을 굽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탄핵 공조로 복귀한 게 중요할 뿐”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2일 탄핵안 공동발의도 성사될지 미지수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72시간 내 처리가 안 되면 폐기된다. 이 때문에 5일 본회의 개회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2일 발의는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야권 주요 대선주자들도 탄핵안 2일 처리 무산의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을 무산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며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다. 퇴진 일정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자격도 없는 새누리당이 탄핵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대통령 퇴진 일정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 “거의 환란에 가까운 이 국정 위기 앞에서도 자신과 당파의 이해를 재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에 국민은 절망한다”며 “즉각 탄핵을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안 처리 강행 배경은 새누리당 비박계마저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에 공감하며 탄핵안 가결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민주당이 탄핵안 처리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촛불 민심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3일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이 최고조에 달할 텐데 국민의당이나 새누리당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며 “탄핵안이 부결되면 새누리당은 해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의원은 “전략도 없고 피해의식만 가득하다”고 탄식했다. 그러나 부결의 후폭풍이 새누리당에만 미친다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하고, 문 전 대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우경임 woohaha@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