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사드, 차기정부로”… 지지층 의식해 부정적 입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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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각파도 휩싸인 한국 외교]사드-위안부 소녀상 대선이슈로

《 올해 대선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위안부 소녀상 등 외교안보 이슈가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으로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반도에 몰아치는 삼각파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국내 여론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지가 차기 대통령의 주요 자질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얘기다. 》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중국을 방문해 차기 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사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주제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극명하게 대치하는 외교안보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부 야권 대선 주자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지지층을 고려하면서도 한미 동맹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 문재인·안철수, “사드 다음 정부로”


 최근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정부로 사드 배치 진행을 미루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8일 경북 구미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사드 배치 결정도 졸속, 사드 배치 입지 결정도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그런 것이 결과적으로 구미공단의 대중 수출을 그만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졸속 결정으로 경제·외교적 실익이 없는 만큼 차기 정부로 미루자”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야권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에 호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직후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사드 배치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에는 “사드 배치를 위한 제반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북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자”며 ‘잠정 중단’이라는 표현을 써 사실상 사드 배치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다시 돌아선 것이다. 이에 중국 관영 신화왕(新華網)은 5일 문 전 대표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는 분석 기사를 싣기도 했다. 신화왕은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며 “문 전 대표의 이런 모습은 기회주의적인 박근혜 정부와 대비되는 신중한 풍모”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확장성’을 고민하는 문 전 대표로서는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드 이슈가 전면에 부상하는 건 달갑지만은 않다는 기류다.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 행보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은 미묘한 문제”라며 “한국 외교의 현실을 볼 때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모두 중요하지 않으냐”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안 전 대표는 당초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했다가 “사드(배치)가 중국의 대북제재를 이끌어낼 협상 카드”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하더니 최근에는 “다음 정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태도를 미묘하게 바꾸고 있다.

 반면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줄곧 주장해 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만 최근 “국가 차원의 합의를 뒤집을 경우 외교안보적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는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신중한 견해를 피력했다.

○ 여권 주자들 “사드 배치는 주권 문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여권 대선 주자들은 사드 배치에 대해 “국민 생명 보호” “주권의 문제”라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사드 배치에 관해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없었다. 다만 외교안보 분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사드 이슈가 부각되는 것이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보수는 친미(親美), 진보는 친중(親中)’이라는 이념 프레임까지 작동하면서 여야 간 전선도 확대되고 있다. 바른정당 유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사드 방중을 두고 “매우 걱정스러운 매국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면 애국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면 매국이냐”라고 반박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지금은 국제 질서가 요동치면서 차기 정부에서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대선 주자들이 실리적, 현실적인 해법을 고민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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