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동

유재동 부장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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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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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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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맞은 사람만…” 美 백신여권 확산에 ‘자유 침해’ 논란 격화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일본 라면집을 찾았다. 유리문에 ‘12세 이상 손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손님들은 모두 직원 요구에 따라 스마트폰에 있는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했다. 대부분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었지만 간혹 미접종자도 보였다. 직원들은 미접종자를 식당 바깥의 야외 좌석으로 안내했다.》 종업원 해나 씨는 “처음에는 손님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손님은 당황한 기색이었고 또 다른 손님은 다소 반발했다”고 알려줬다. 일부 고객의 항의에도 대다수가 음식점 안에서 안전하게 식사를 하려면 접종 증명서 요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인근의 유명 식당 ‘카츠 델리카트슨’ 역시 줄 서서 입장하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접종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고객들 또한 직원의 백신 증명 요구에 별다른 불만 없이 응하는 모습이었다.곳곳에서 ‘백신여권’ 확대 뉴욕시는 지난달 16일부터 음식점을 비롯해 극장, 술집, 공연장, 박물관, 스포츠 경기장 등 실내 시설에 입장할 경우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약 한 달의 계도 기간을 거쳐 13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된다. 이때부터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손님을 실내로 들였다가 적발되면 업주가 벌금을 낸다. 아직은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기간이라 현재 일부 시설만 자발적으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곳곳에서 접종 여부 확인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 내려받을 수 있는 모바일 백신 증명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하는 종이 증명서가 운전면허증과 마찬가지로 외출할 때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신분증이 된 것이다. 미 전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는 지난달 20일부터 식당과 헬스장, 술집, 여가 시설 등에 입장할 때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도록 했다. 하와이주 호놀룰루 역시 이달 13일부터 실내 시설에 입장할 때 백신 접종 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시카고에서는 백신 대신 실내 시설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가령 식당에서도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백신을 맞았는지와 관계없이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도 지난달부터 술집과 식당, 헬스장 등에 들어갈 때 백신 접종 또는 음성 확인 증명서를 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는 아직 백신 의무화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식당과 공연장 등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접종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주요 기업 또한 사무실에 복귀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조치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블랙록 등 금융사, AT&T 시스코시스템스 맥도널드 월마트 등이 모두 내근 직원의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의무화 반발 시위·소송 난무 이런 조치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뉴욕 브루클린의 ‘로코’ 식당은 지난달 시가 백신 의무화를 발표하자 불복하는 공지문을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 내용은 ‘성별, 인종, 나이, 백신 접종 여부 등으로 고객을 차별하지 않는다. 모든 손님을 환영한다’였다. 당시 식당 주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 의무화는 미국적이지 않은 조치라고 생각했다”며 당국 단속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개인 자유를 중시하고 각종 차별에 민감한 미국인 입장에서는 당국의 일률적인 조치를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식당 업주들 또한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백신 의무화 대상에 종업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육체노동에 시달리느니 두둑한 실업급여를 받겠다’는 종업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일을 그만두는 직원들이 늘어나 일손 부족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필리페 마수드 씨는 CNBC방송에 “접종을 원치 않는 직원 두어 명이 그만뒀다.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회복 조짐 등으로 현재 미국에서는 직장을 그만둬도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게 어렵지 않아 회사나 업주가 백신을 강요하면 이직을 선택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공동으로 백신 미접종 근로자를 대상으로 ‘회사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42%의 응답자는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35%는 “의료·종교적 이유로 예외 인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백신을 맞겠다”는 답은 16%에 불과했다. 미접종자 10명 중 약 8명이 ‘직장 때문에 백신을 맞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항의 시위도 잇따른다. 지난달 25일 맨해튼 뉴욕시청 앞에서는 공립학교 교사와 공무원 등을 포함한 100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앞서 뉴욕시는 9월 개학을 앞두고 공립학교 교사와 교직원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지난달 14일 LA시청 앞에서도 백신 찬반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1명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초 미 CNBC방송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가 의무화에 찬성했고 46%는 반대해 찬반 여론이 팽팽했다. 집권 민주당 지지자의 대부분이 찬성하고 야당 공화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정치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법적 다툼도 증가했다. 서부 오리건주 경찰관 및 소방관들은 최근 주 공무원에 대한 민주당 소속 케이트 브라운 주지사의 백신 의무화 조치 시행을 막아 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들은 “주지사의 조치가 주 법령과 미국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북동부 메인주의 시민단체들도 7일 주 보건 당국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 정부가 지난달 “주내 모든 의료 종사자는 10월 1일까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다만 법원은 백신 의무화 쪽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6월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 감리교 병원은 직원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강제했다가 소송을 당했다. 법원은 “병원의 조치는 직원과 환자를 더 안전하게 하려는 선택”이라며 기각했다. 접종을 거부한 병원 직원들은 무더기로 해고를 당했다.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의 인디애나대 일부 학생들 또한 “학교 측의 교내 백신 의무화 방침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대법원이 기각했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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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세입자들도 “평생 집 사기 글렀다”… 팬데믹 중 집값 폭등

    미국에서도 집이 없는 사람 중의 절반 가까이는 내 집 마련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처럼 미국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의 상실감이 상당히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7일 미 경제매체 CNBC방송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대출업체 렌딩트리는 지난달 2~6일 소비자 2050명을 대상으로 주택 구입을 주제로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세입자의 48%는 “자신이 평생 집을 사지 못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현재 41~55세인 ‘X세대’의 경우는 55%, 25~40세에 해당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52%가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세대들보다 집을 못 살 것이라는 공포가 큰 것이다. 렌딩트리의 제이컵 채널 수석 애널리스트는 “소득이 절정에 다다른 X세대를 비롯해 한창 커리어 중반에 접어든 사람들은 ‘지금 집을 사지 못 하면, 아마도 앞으로 계속 못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이들은 팬데믹 기간 중에 집값이 정말 빠르게 오르고 임금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균적인 가정의 경우 주택 보유가 부의 큰 원천이라는 점에서 (X세대 등의) 이런 생각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은 금융자산이 많은 부유층보다 상대적으로 주택 자산에 더 의존하는 양상을 띤다. 주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산층 가정이 내 집 마련에 실패할 경우 계층 하락의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인들도 한국인들처럼 주택 소유를 상당히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응답자 중 88%는 월세를 내는 것보다 자기 집을 갖기를 더 원했다. 자유롭게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다는 점(63%)이 가장 많이 꼽혔지만, 월세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점(55%), 집값이 대체로 상승한다는 점(47%)도 장점으로 거론됐다. 집을 장만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선납금이 너무 비싼 점, 집값이 너무 높은 점, 신용점수가 낮은 점 등이 꼽혔다. 미국에서는 집을 살 때 보통 집값의 5~20%를 선납금(down payment)으로 내고 나머지는 주택 모기지를 받아 해결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총 34조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액은 11조 달러에 이른다. 최근 미국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은 무엇보다도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미국의 6월 전국 주택가격 지수(케이스 실러 코어로직)는 1년 전보다 18.6% 상승하며 1987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재 집값은 미국의 부동산 대호황기였던 2006년에 비해서도 4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의 집값 급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많아진 데다, 제로금리 정책과 막대한 재정지출로 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초에 앞으로 3년 간 주택 공급을 10만 가구 늘린다는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기도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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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오지 못한 1106명… 끝까지 찾는 美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한 지 20년이 됐지만 뉴욕에서는 지금도 테러 희생자들의 유해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사는 여성 니키아 모건 씨(44)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경찰은 어머니의 것으로 확인된 유해를 뉴욕시 당국이 찾았다고 알렸다. 어머니는 20년 전 세계무역센터(WTC)에서 보험중개인으로 일하다 9·11테러로 숨졌다. 모건 씨는 어머니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해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당국에서 실종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모건 씨는 9·11테러 후 희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자신의 유전자 샘플을 당국에 제출해 놓고도 잊고 있었다. 검시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전자 분석 기술이 좋아진 덕에 아주 작은 뼛조각에서 어머니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건 씨 어머니는 뉴욕에서 신원이 확인된 1646번째 희생자로 기록됐다. 며칠 뒤에는 또 다른 남성의 유해도 확인돼 그는 1647번째가 됐다. 9·11테러 전체 희생자 2983명 중 뉴욕에서 숨진 사람은 2753명이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가 1106명 남아 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의 유해는 현재 맨해튼 9·11 추모공원 등에 안치돼 있다. 뉴욕시 검시관실 법의학자들은 지금도 2만2000개에 이르는 사망자 신체 부위를 갖고 신원 확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9·11테러 발생 직후에는 한 해 수백 구의 시신이 유족 품으로 돌아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1년에 한두 건의 신원 확인도 어려웠다. 테러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이 오랫동안 화염에 휩싸였던 데다, 유해 발굴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모건 씨 어머니 유해도 2019년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뉴욕시 바버라 샘슨 수석 검시관은 “(9·11테러 사망자) 신원 확인은 우리 기관의 신성한 의무이자 2001년 당시 우리가 유가족들에게 했던 약속”이라며 “차세대 유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더 많은 신원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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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1 희생 2983명 이름 읽으며 “극복해야 하지만 잊어선 안돼”

    《“지금도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진다.” 9·11테러 20주년을 닷새 앞둔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9·11추모박물관을 찾은 여러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9·11테러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쉽게 잊히지 않는 충격이라는 의미였다. 뉴욕에서는 9·11테러 희생자들의 유해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친구와 가족의 죽음을 겪고 나서 내게 중요한 일이 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20년 전 그 사건은 내 인생 경로를 바꿨다.” 6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9·11추모박물관. 이곳에서 만난 중년 남성 제프는 “9·11테러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9·11테러 당시 건물 등의 잔해와 파편, 희생자들의 유품을 전시해 놓은 지하층 파운데이션홀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제프는 “테러가 났을 때 버지니아주에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이후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찾게 됐다”면서 “곧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그게 돈을 버는 것보다 나에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희생된 친구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지난 20년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20년 전 일 같지가 않다”면서 “9·11테러 직후 미국의 공동체 의식이 가장 강했던 것 같다. 그때의 모습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9·11추모박물관에서 만난 많은 미국인은 한목소리로 “20년이나 지난 테러가 마치 어제 벌어진 일 같다”고 했다. 시간이 오래 흘렀다고 해도 저절로 치유되거나 잊히지 않는 그런 충격이었다는 얘기였다. 6일은 미국의 노동절 연휴이자 9·11테러 20주년을 앞둔 마지막 휴일로 평소보다 많은 뉴요커들이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았다. 박물관 주변 광장에 있는 두 개의 대형 추모 연못에는 9·11테러 희생자 2983명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따라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세리 웨더왁스 씨는 “이런 느낌이 들 줄은 몰랐는데 테러가 마치 어제 일어난 일 같다”고 했다. 9·11테러로 당시 40대이던 사촌과 친구들을 잃은 그는 9·11은 ‘악(evil)’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웨더왁스 씨는 “테러로 인해 엄마 배 속에 있던 아기를 비롯해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희생됐다”면서 “극복해야 하는 일이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발생한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테러 위험에 다시 노출돼 있다. 대혼돈 속에 있다”며 걱정했다. 추모의 연못 주변에서 만난 중년 여성은 “뉴욕에서 오래 살아온 뉴요커로서 9·11 20주년이 된다니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9·11테러 당시 맨해튼 바로 옆 동네인 브루클린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사건 직후 다른 사람들한테서 전해 듣긴 했지만 그저 빌딩에 불이 난 정도로만 알았다”며 “집에 와서 TV로 뉴스를 보고 나서야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 여성은 “9·11테러는 단지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전 세계를 모두 바꾼 사건”이라며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 돕고 합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남편이 소방관이었던 조앤이라는 여성은 “20년은 긴 시간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9·11테러로 인해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마치 어제의 일처럼 느껴진다”면서 “이 사건은 전 세계인의 삶의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뉴욕 시민들의 거대한 추모 공간인 9·11추모광장은 2011년에, 추모박물관은 2014년에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당시 9·11테러로 무너졌던 세계무역센터(WTC) 건물 잔해와 구조물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전시물 대부분을 지하에 배치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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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유재동]시대에 역행하는 기본권 제한

    요즘 미국에선 ‘보수의 아성(牙城)’으로 불리는 텍사스주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시행된 낙태제한법과 함께 지난달 말 주의회가 통과시킨 개정 투표법이 미 전역에서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그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하는 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 가령 앞으로는 차에 탄 채로 하는 드라이브스루 투표, 야간·새벽 투표가 금지된다. 선거관리 직원은 유권자가 요청하지 않는 한 부재자투표 신청 용지를 보내거나 우편투표를 장려하지 못한다. 영어를 모르는 유권자의 투표를 도와주는 것에도 제한이 생긴다. 텍사스주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 들어 18개 주에서 30건이 넘는 투표권 제한 입법이 쏟아졌다. 조지아주에선 투표를 위해 줄을 선 유권자에게 물이나 음료를 제공하는 행위까지 금지했다. 플로리다주는 부재자투표 신청을 선거 때마다 새로 하도록 규정해 선거 참여를 아주 번거롭게 만들었다. 이런 투표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공화당 측은 “엄격한 투표 관리로 부정선거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투표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 우려스러운 것은 많은 시련 속에서도 투표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흘러 온 미국 역사의 흐름이 다시 과거로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투표를 하려면 1인당 20∼30달러의 세금을 내고, 문해(文解)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도 통과해야 했다. 이런 절차는 사실상 흑인과 이민자들, 저소득층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은 이런 제도적 장벽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게 유권자가 되더라도 선거당국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이 제도 역시 처음엔 부정선거를 막겠다며 도입됐지만, 생계 문제 해결이 급한 빈곤층과 유색인종 투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처럼 미국에서 투표권을 더 보장하기는커녕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산에서 비롯됐다. 작년 대선에서 우편투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트럼프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양산한 끝에 급기야 대선 불복을 선언했다. 실제 이렇다 할 선거 부정이 없었다는 건 그의 ‘충복’이었던 법무장관의 수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의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 여전히 공화당 지지자들 중 절반을 넘는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고 있는 이런 뿌리 깊은 갈등과 혐오가 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투표권 말고도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도 흔들었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개 비난하는가 하면, 불리한 보도에 대해선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며 기자들의 통신 기록까지 뒤졌다. 지금 한국에서도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는 법안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극렬 지지자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자들을 괴롭히고 조롱, 협박하는 상황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제각각이겠지만 본질은 같다. 개혁을 명분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불신과 증오를 악용해 상대를 모두 ‘부정 투표자’나 ‘가짜뉴스 생산자’로 낙인찍는 정치적 프레임이다. 그런 공방을 이어가는 사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대들보는 썩어가고 있다.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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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1희생 잊지말자”… 美시민들 그라운드제로 향해 수백km 순례

    미국 워싱턴주 출신의 참전용사 대니얼 스톡스 씨(49)는 지금 성조기를 들고 미 동부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약 400km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2001년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일들을 해온 그는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좀 더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보스턴 국제공항에서 9·11테러 피해 현장인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까지 걸어서 순례하는 것. 20년 전 보스턴에서 납치된 여객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충돌한 것에서 경로를 착안했다. 2주에 걸친 그의 여정에는 동행자가 있다. 20년 전 그날, 그라운드제로에서 31세 소방관 남편을 잃은 중년 여성 데니스 올슨 씨다. 남편 사진을 배낭에 매달고 이 길을 걷는 올슨 씨는 지역 언론에 “가끔은 그 사건이 전생(前生)이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바로 어제 일 같기도 하다”며 “남편은 유머감각도 있고 책임감도 강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17세 고교생 에즈라 릭터도 이 여정에 합류했다. 두 사람이 중간에 묵었던 에어비앤비의 가족이었던 릭터는 “내가 태어나기 전 벌어진 비극을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었다”며 동참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20년 전 첫 번째 비행기가 WTC를 강타한 이달 11일 오전 8시 46분에 끝난다. 각지에서 답지하는 성금은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된 미군 13명의 가족들을 위해 쓸 예정이다. 서부에서는 사이클링 부대가 국토를 횡단해 그라운드제로로 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출신 소방관 10명은 지난달 1일 서부 해안에 인접한 샌타클래라에서 출발해 뉴욕까지 오는 40일간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여행 막바지에 접어든 이들은 그동안 하루 약 100마일(약 160km)씩 달리면서 폭염과 폭우, 토네이도 등 온갖 고비를 맞았다. 그때마다 든 생각은 “20년 전 뉴욕 소방관들이 겪었을 아픔에 비하면 이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것이었다. 소방관 존 번 씨는 “우리는 경찰, 소방관, 군인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다”면서 “만약 지금 출동 경보가 울린다면 우리 소방관들도 (뉴욕 소방관들과)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인 수도 워싱턴에서도 역시 그라운드제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이가 있다. 20년 전 소방관으로서 테러 현장에 출동했다가 목숨을 잃은 남동생 스티븐 실러(당시 34세)를 기리기 위해 형 프랭크 실러 씨는 800km에 이르는 길을 걸어서 다니고 있다. ‘잊지 말자’라는 제목이 붙은 그의 여정은 가는 곳마다 취지를 공감하는 동네 주민의 응원이 끊이지 않는다. 20년 전 비행기 승무원으로서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봤던 폴 베네토 씨(62)도 기내 음료카트를 밀면서 보스턴 공항에서 그라운드제로까지 이동 중이다. 그는 “다니면서 비가 오거나 다리가 아프거나 할 때는 카트에 놓인 동료들의 사진을 보면서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이들이 그날 테러에 맞섰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9·11 공식 행사도 우울하고 위축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올해는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대부분 정상적으로 열릴 계획이다. 11일 그라운드제로에서 진행되는 추모식에서도 올해는 유족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희생된 가족 2983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그라운드제로와 워싱턴 인근 국방부,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 등 9·11테러 관련 장소 3곳을 모두 방문한다. 이 자리에는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함께한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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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18.1㎝ 물폭탄…뉴욕 주지사 “하늘이 열린 줄 알았다”(영상)

    대형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북동부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뉴저지와 뉴욕주 등을 중심으로 40여 명이 숨졌다. 기록적인 폭우로 주택과 차량이 침수되고 정전 피해가 잇따랐으며 지하철 등 교통수단이 마비됐다. 미 남부에 상륙한 허리케인의 희생자가 뒤늦게 북동부에서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CNN 등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저녁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폭풍우로 인해 미 북동부 지역에서 최소 4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자는 뉴저지와 뉴욕주에 집중됐으며 뉴욕주 사망자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이 사는 아파트 지하층이 범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역대급’ 폭우가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1일 하루 동안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7.13인치(약 18.1cm)의 비가 쏟아져 1869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의 1927년 3.84인치(9.8cm) 기록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물이 뉴욕의 거리로 쏟아졌다”고 표현했다. 뉴욕에서는 고속도로가 범람하고 폭우가 도시의 지하철 선로로 쏟아져 내렸다. 이로 인해 뉴욕 지하철은 2일 오전까지 많은 노선이 정상적인 운행을 하지 못 했다. 발이 묶인 승객들은 지하철 역사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특히 뉴욕시 동부 퀸스 등에서는 불어난 물이 아파트 단지 지하층으로 떨어지면서 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민자나 저소득층 등 수만 명의 주민들은 뉴욕의 엄청난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지하층이나 안전 기준을 갖추지 못한 불법 주거지에 살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지적했다.퀸스의 한 아파트 지하층에서는 48세 여성이 유리문을 깨고 들어온 수심 2m의 물에 갇혀 결국 숨졌다. 빌딩 관리인은 “그녀가 계속 도와달라고 비명을 질러서 우리가 도우러 갔지만 수압이 너무 강해서 구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역 주민들은 퀸스 도로의 홍수 범람에 대해 수년 전부터 당국에 민원을 넣어왔다고 말했다. 미 북동부 지역에는 원래부터 허리케인이 자주 지나가며 피해를 줬지만 이 정도로 사망자가 불어난 것은 당국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보통 허리케인은 육지에 상륙하고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파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아이다가 지난달 29일 상륙했던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 인근은 사망자가 아직까지 10명 미만으로 집계된 반면, 상륙한지 4~5일이 지난 허리케인을 맞은 북동부 지역은 오히려 희생자 수가 대폭 불어났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멕시코만의 따뜻하고 축축한 공기가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다를 만들었고, 육지를 이동하는 중에도 높은 기온이 아이다에 수증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이례적인 폭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300여 명의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발간하는 미 국립기후평가(NCA) 보고서는 “미 전역에서 폭우 현상이 점점 더 많이 관찰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이 육지와 해양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CNN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후변화는 허리케인으로 하여금 더 많은 비와 더 큰 폭풍을 동반하게 하고 있다”면서 “아이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런 현상은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더 흔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피해 지역에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허리케인 아이다와 서부 지역 산불, 뉴욕과 뉴저지주의 전례 없는 홍수는 우리에게 기후 위기가 왔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 역시 방송에서 이번 폭우에 대해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없다”면서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가 현실이 됐다”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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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텍사스 “성폭행 임신도 6주부터 낙태 금지” 논란

    미국 텍사스주에서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낙태제한법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1973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판결 이후 낙태 제한 정도가 가장 강한 법으로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 등 임신 6주 이후로는 어떤 경우라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낙태를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주 법이 헌법상 권리인 낙태권을 침해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올 5월 텍사스주 의회를 통과하고 그레그 애벗 주지사(공화당)가 서명한 이른바 ‘심장박동법(Heartbeat Bill)’이 이날부터 시행됐다. 임신 6주부터는 여성의 낙태를 금지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6주부터는 의료진이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판명할 수 있어 생명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법이다. 애벗 주지사는 이날 “오늘부터 심장이 뛰는 모든 태아는 낙태의 유린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임신 6주가 돼도 자신이 임신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임신 사실을 자각하기 어려운 시기인 6주를 낙태를 금지하는 시점의 기준으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성폭행 피해나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많은 법이지만 법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텍사스주는 이 법을 시행하면서 주정부는 불법 낙태 단속에 관여하지 않고 시민들이 불법 낙태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했다. 불법 낙태 시술을 한 병원과 조력자, 임신부를 병원까지 태워준 택시 운전사까지 모두 소송 대상이 된다. 소송에서 이긴 시민에게는 1만 달러(약 116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주정부에 집행 권한이 없다 보니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도 어렵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미 연방대법원에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 시행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이날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낙태제한법의 합법성을 다투는 소송들은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법의 효력이 중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는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 판결에 따라 임신 22∼24주 이후의 낙태만 금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극단적인 텍사스주 법은 반세기가량 이어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우리 행정부는 헌법상 권리를 지키고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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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보수의 아성’ 텍사스, 임신 6주부터 낙태금지 논란

    미국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텍사스주에서 역대 최강의 낙태 규제법이 1일 시행에 들어갔다. 1973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 이후 가장 강력한 법으로 사실상 낙태를 금지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올 5월 텍사스주 의회를 통과하고 그레그 에벗 주지사가 서명한 일명 ‘심장박동법’(Heartbeat Bill)이 이날부터 시행됐다. 임신 6주부터 여성의 낙태를 금지한 것이 핵심 내용으로, 6주부터는 의료진이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판명할 수 있어 하나의 생명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법이다. 에벗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부터 심장이 뛰는 모든 태아는 낙태의 유린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며 “텍사스주는 생명권을 항상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임신 6주가 돼도 자신이 임신했는지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 사실을 알고 나면 낙태가 이미 법적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에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엄격한 규정 때문에 이 법은 5월에 주의회를 통과할 때부터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법이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따로 법적 대응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법에 따르면 주정부는 단속에서 손을 떼야 하고, 대신 시민들이 불법 낙태에 대한 제소를 할 수 있다. 불법 낙태를 시술한 병원과 조력자, 심지어 임산부를 병원에 태워준 택시 기사까지 모두 피소 대상이 되고, 소송에 승리한 시민에게는 1만 달러(약 116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이처럼 주정부에게는 아무런 집행 권한이 없다 보니, 당국을 상대로 법 집행 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물론 낙태금지법의 합법성 자체를 다투는 소송들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전망이라 법안 효력이 향후 중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에서 이런 강력한 낙태금지법이 추진된 것은 텍사스주가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공화당이 집권한 곳을 중심으로 최소 12개주가 임신 초기에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소송 등의 과정을 거치며 시행이 보류됐다. 현재 미국 내 대부분의 주들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라 임신 22~24주 이후의 낙태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이 최근 보수화되면서 향후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연방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대거 임명됨에 따라 ‘6대 3’의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됐다. 당장 올 10월 시작되는 회기에 연방 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안을 다룰 예정이어서 여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텍사스주의 법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극단적인 텍사스주 법안은 반세기 가량 이어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이 법은 여성, 특히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민주당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도 이날 일제히 이 법안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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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조난 바이든 구해준 아프간 통역사… “대통령님, 저와 가족을 구해주세요” SO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가 조난당했을 때 그를 구했던 아프간인 통역사가 끝내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역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신과 가족을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8년 2월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을 태운 헬기가 아프간 산악지역에서 눈폭풍을 만나 비상 착륙했다. 미군 통역사였던 모하메드는 구조팀에 합류해 군용차량에 몸을 싣고 수 시간을 달려 이들을 구조했다. 당시 36세였던 모하메드는 미군과 약 100차례 전투에 동행하는 등 희생정신이 남달라 미군들도 그를 각별히 신뢰했다고 한다. 모하메드는 올 6월 미국에 특별 이민 비자를 신청했지만 그가 일하던 방위산업체에서 필요한 서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신청 절차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자 모하메드는 아내와 네 자녀를 데리고 공항으로 갔다. 하지만 자신은 출국할 수 있어도 가족은 안 된다는 미군의 말을 듣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프간 탈출에 실패한 모하메드는 지난달 30일 WSJ를 통해 “안녕하세요, 바이든 대통령님. 저와 가족을 구해주세요. 여기 있는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그는 가족들과 함께 탈레반을 피해 은신해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있었던 조난 사고 경험을 자주 언급한 바 있다. 2008년 아프간에서 모하메드와 함께 일했던 육군 참전용사 숀 오브라이언은 “단 한 명의 아프간인만 도울 수 있다면 그를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WSJ 기자가 낭독한 모하메드의 메시지를 듣고 “우리 편에서 20년 동안 싸워주고, 눈폭풍에서 사람들을 구해준 것 등 모든 노고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당신을 구출할 것이고 당신의 공로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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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가니에 “아프간군은 최고의 군대”… 끝까지 상황 오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장세력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고 만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막판까지 오판하고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약 3주 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아프간군을 최고의 군대라고 했다. 또 가니 대통령에게는 “당신은 훌륭하고 고결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로이터통신은 두 사람이 7월 23일에 14분간 나눈 통화 녹취록과 음성 파일을 익명의 관계자로부터 입수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통화한 날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가니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빠져나와 외국으로 달아나기 23일 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가니 대통령에게 “당신은 분명히 최고의 군대를 갖고 있다”면서 “7만∼8만 명인 (탈레반) 군대와 비교해 당신은 30만 명의 잘 무장된 군대가 있다. 그들은 분명히 잘 싸울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칭찬이 무색하게 아프간 정부군은 탈레반의 공격에 제대로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수도 카불을 넘겨줬다. 30만 명에 이른다는 군대 규모가 대부분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병력이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내 사태 변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는 외교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당신의 정부가 단지 생존하는 것뿐 아니라 지속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정상이 통화할 당시 아프간은 이미 거점 지역의 절반이 탈레반의 손에 떨어진 상태였다. 로이터는 “(이런 발언은) 통화 23일 뒤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것이라고는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인식한 쪽은 오히려 가니 대통령이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리는 본격적인 침공을 당하고 있다”며 “파키스탄이 계획하고 물자를 지원한다. 국제 테러리스트 1만∼1만5000명이 침공에 가담하고 있으며 대부분 파키스탄인”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 내내 아프간 내 실제 전쟁 상황보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탈레반과의 전투가 잘 안되고 있다’는 인식이 전 세계와 아프간 일부에 존재한다는 건 굳이 내가 당신에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그런 인식이 사실이든 아니든 다른 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니 대통령에게 저명한 정치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군사전략을 소개하면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가니 대통령을 향해 “이런 말을 당신한테 직접 하는 게 주제넘은 것은 안다”면서 “나는 당신을 오랫동안 알아왔는데 당신은 훌륭하고 고결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가니 대통령은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기 직전 거액의 돈을 챙겨 외국으로 달아났다. 로이터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백악관에 입장 설명을 요청했으나 백악관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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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목숨 구한 아프간 통역사도 탈출 실패…“구해달라” 호소

    13년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가 조난당했을 때 그를 구한 아프간인 통역사가 끝내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역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신과 가족을 구해달라고 구호 요청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2008년 2월 21일 바이든과 존 케리, 척 헤이글 등 3명의 상원의원을 태운 블랙호크 헬기가 아프간 산악지역에서 눈폭풍을 만나며 비상 착륙을 했다. 이후 전직 군인 등으로 이뤄진 사설 보안팀이 인근의 탈레반 대원들을 감시하면서 바그람 공군기지에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이 때 기지에 있던 미군 통역사 모하메드는 구조팀에 합류, 군용차량 험비에 몸을 싣고 수시간을 달려 이들을 찾아내 안전하게 구조했다. 당시 36세였던 모하메드는 미군과 함께 100여 차례 전투에 동행하는 등 희생정신이 남달라서 미군들도 각별히 그를 신뢰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수년 간 아프간을 떠날 생각을 하던 모하메드는 탈레반의 이번 공습을 계기로 제대로 된 탈출 기회를 모색했다. 자신이 일하던 방위산업체에서 관련 서류들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비자 신청이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 그냥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아내와 네 자녀를 데리고 공항으로 향했지만 본인은 출국이 가능해도 가족은 안 된다는 미군의 말을 듣고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 탈출이 어렵게 된 모하메드는 지난달 30일 WSJ을 통해 “안녕하세요. 바이든 대통령님. 저와 가족을 구해주세요. 여기 있는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2008년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 헬기사고를 자주 언급하며 자신의 해외 경험을 유권자들에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알카에다가 어디 사는지 알고 싶다면, 오사마 빈 라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나와 함께 헬기가 착륙한 산속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당시 모하메드와 일했던 참전용사들은 의원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육군에 복무했던 숀 오브라이언은 “단 한 명의 아프간인만 도울 수 있다면 그를 선택하라”고 호소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WSJ 기자가 낭독한 모하메드의 메시지를 듣고 “우리 편에서 20년 동안 싸워주고, 눈폭풍에서 사람들을 구해준 것 등 모든 노고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당신을 구출할 것이고 당신의 공로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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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장악 23일 전… 바이든 “아프간군은 최고의 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오판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아프간군을 최고의 군대라고 칭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은 두 사람이 7월 23일 14분 간 나눈 통화 녹취록과 음성 파일을 익명의 관계자로부터 입수해 이 같이 보도했다. 통화가 이뤄진 날은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가니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도피한 지 불과 23일 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가니 대통령에게 “당신은 분명히 최고의 군대를 갖고 있다”면서 “(탈레반의) 7만~8만 명의 군대에 견줘 당신은 30만 명의 잘 무장된 군대가 있다. 그들은 분명히 잘 싸울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칭찬이 무색하게 아프간 정부군은 탈레반의 공격에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맥없이 무너졌다. 30만 명에 이른다는 군대 규모는 대부분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허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의 정국 변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듯한 발언도 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외교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당신의 정부가 단지 생존하는 것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두 정상이 통화할 당시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전체 지역 거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해서 아프간 정부의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희미해지고 있던 때였다. 오히려 상황의 급박함을 인식한 쪽은 가니 대통령이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리는 본격적인 침공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파키스탄이 계획하고 물자를 지원한다. 국제 테러리스트 1만~1만5000명이 침공에 가담하고 있으며 대부분 파키스탄인”이라면서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돕고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 내내 전쟁의 실제 상황보다는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문제라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전 세계와 아프간 일부에 ‘탈레반과의 전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굳이 내가 당신에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그런 인식이 사실이든 아니든, 다른 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에게 저명한 정치인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군사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이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들은 미군이 철수해도 아프간 정부군이 최소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상황 판단에 기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가니 대통령을 향해 “이런 말을 당신한테 직접 하는 게 주제넘은 것은 안다”면서 “나는 당신을 오랫동안 알아왔는데 당신은 훌륭하고 고결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가니 대통령은 카불이 함락되기 직전 돈을 챙겨 국외로 도피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백악관은 이런 녹취록 내용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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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리 “탈레반, 안전출국 보장을” 결의… 中-러 기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이후에도 아프간인과 외국인들의 안전한 출국을 보장하라고 탈레반에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촉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주도해 마련한 이번 결의안은 “탈레반은 아프간인과 외국인이 안전하게 아프간을 떠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테러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레반에 우호적이거나 미국의 아프간 정책을 비판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아프간 정부 계좌 동결이 아프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습 당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을 지적하면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했던 ‘안전지대’ 설치는 결의안에 담기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프간 출국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수도 카불에 유엔이 통제하는 안전구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탈레반 측은 이날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은 독립국이기 때문에 (안전지대 설치는) 필요 없다”며 “그런 구역을 프랑스나 영국에 만들 수 있겠느냐”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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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바이든, 역사상 가장 형편없고 무능한 철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전쟁 역사상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처럼 형편없고 무능한 철군은 없었다”며 “누구도 이런 무식한 철군, 이런 멍청함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했다. 미 정계 일각에서는 철군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 때 시작됐다는 점에서 아프간 혼란의 책임을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가 모두 져야 한다고 비판한다. 야당인 공화당 내 중도파 밋 롬니 상원의원은 “우리는 두 행정부의 끔찍한 결정들 때문에 이 상태에 빠졌다”며 양쪽을 동시에 비판했다. 그러나 철군을 지나치게 성급하게 밀어붙이며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서 비판의 칼날은 주로 바이든 행정부에 쏠린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 대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지한다”는 38%에 그쳤다. 응답자의 49%는 “아프간 내 미국인과 조력자들이 대피를 완료할 때까지 미군이 더 주둔해야 한다”고 했다. “즉시 철수해야 한다”는 답은 13%에 불과했다. ‘아프간의 현재 상태에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도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20%로 가장 많았다. 탈레반(16%),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10%), 트럼프 전 대통령(9%) 등을 제쳤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 인사 중 한 명 정도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6일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 앞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미군 13명의 유족 또한 대통령을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통령 부부는 숨진 미군의 유해가 미국에 도착한 지난달 29일 유족들과 따로 만났다. 유족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을 위로하기보다 6년 전 뇌종양으로 사망한 장남 이야기만 주로 했다고 비판했다. 한 유족은 집으로 가는 길에 대통령이 있는 쪽을 향해 “내 형제가 죽었다. 지옥 불에 떨어져라”고 외쳤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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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아프간 철군, 역사상 가장 무능하게 이뤄져” 바이든 비난

    미국 정계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파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이 완료된 30일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사상 전쟁에서 철군이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처럼 이렇게 형편없고 무능하게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누구도 이런 무식한 철군처럼, 이런 멍청함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 측이 미군의 장비를 내놓지 않으면 군사 공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50억 달러(약 100조 원) 상당의 모든 장비는 한 푼도 남김없이 즉각 미국으로 반환돼야 한다”며 “만약 반환되지 않으면 우리는 군사력으로 대응하거나, 최소한 장비를 폭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탈레반과의 철군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 때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번 아프간 사태의 책임은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가 공통으로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미트 롬니 상원의원(공화당)은 전날 방송에 나와 “우리는 두 행정부의 끔찍한 결정들 때문에 이 상태에 빠졌다”며 양쪽을 동시에 비판했다. 그러나 아프간 철군을 지나치게 성급하게 밀어붙이며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서 비판의 칼날은 주로 바이든 행정부에 집중되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하야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 탄핵이 일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팀 멤버 중 한 명 정도는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안보팀의 일부는 물러나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그들과 대통령에게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사태 뒷수습으로 정신이 없는 백악관 측은 이런 책임론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사퇴 요구들을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1년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짙다. 상·하원 모두 아슬아슬한 리드를 하고 있는 민주당은 내년 선거에서 상원 1석, 하원 5석만 각각 공화당에 넘어가도 다수당 지위를 뺏기게 된다. 수전 와일드 민주당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은 성명을 통해 “미군의 아프간 대피 과정은 지독하게 잘못 처리됐다”며 행정부를 비판했다. 이밖의 중도 성향의 많은 민주당 의원들도 바이든 행정부에게 스스로 거리를 두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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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트리나 참사’ 16주기에 허리케인 ‘아이다’ 강타… ‘암흑천지’ 뉴올리언스 도시 전체 정전

    약 1800명의 생명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가 발생한 지 딱 16년 되는 날에 대형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했다. 허리케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뉴올리언스는 도시 전체가 정전되고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에 비상사태 선포를 승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다는 29일 낮 12시경 루이지애나주의 남부 해안 마을에 최대 풍속 시속 230km로 상륙했다. 지금까지 미국 본토를 강타한 허리케인 중 5번째로 강한 풍속이다. 아이다의 등급은 전체(1∼5등급)에서 두 번째로 높은 4등급으로 3등급이었던 카트리나보다 높았지만 29일 밤엔 2등급으로 위력이 낮아졌다. 강풍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29일 저녁 루이지애나 지역에서는 약 100만 명의 주민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은 정전 상태가 수 주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무가 도로에 쓰러지면서 행인 1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 미시시피강이 역류하고 멕시코만 일대의 정유 시설 가동이 95% 중단돼 에너지 공급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 루이지애나주에는 미국 전체 정유량의 20%를 담당하는 공장 17개가 있다. 28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아이다의 영향으로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량이 91% 감소했다. 미국 언론들은 아이다를 2005년 8월 29일 같은 지역에 상륙했던 카트리나와 비교해 보도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이다의 피해 규모가 16년 전보다는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이다의 등급이나 최대 풍속이 카트리나보다 높지만 카트리나 이후에 제방을 높이 쌓았고 카트리나 때보다 폭풍해일의 높이가 낮다는 이유에서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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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카트리나 참사’ 16년째 되는 날, 또 허리케인… 정전·인명피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가 발생한 지 딱 16년째 되는 날에 대형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했다. 이로 인해 허리케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뉴올리언스는 도시 전체가 정전되고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아직 전체 사상자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1800여 명이 숨졌던 카트리나 때보다는 희생자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다는 29일(현지 시간) 낮 12시경 루이지애나주의 남부 해안마을에 시간당 최대 풍속 230㎞로 상륙했다. 지금까지 미국 본토를 강타한 허리케인 중 5번째 풍속이다. 등급도 전체(1~5등급)에서 두 번째로 높은 4등급으로 3등급이었던 카트리나보다 한 단계 높았다. 29일 밤 2등급으로 위력이 낮아진 아이다는 점차 북동쪽으로 진로를 돌리며 30일 오후에는 미시시피주 중북부까지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풍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29일 저녁 루이지애나 지역에서는 100만 명의 주민들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은 정전 상태가 수주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풍으로 나무가 도로에 쓰러지면서 행인 1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 폭풍의 영향으로 미시시피강이 역류하고 건물 지붕이 뜯겨져 나갔으며 멕시코만 일대의 정유 시설 가동이 95% 중단돼 에너지 공급에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루이지애나주는 미국 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빠른 지역이어서 의료 시스템이 부담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이다 상륙에 앞서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에 비상사태 선포를 승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다는 파괴력이 강한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며 “루이지애나를 위해 우리는 기도한다”고 했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며칠 또는 몇 주가 우리에게 극도로 어려운 날들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허리케인 상황을 2005년 8월 29일 같은 지역에 상륙해 18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카트리나와 비교해 보도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아이다의 피해 규모가 16년 전보다는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이다의 등급이나 최대풍속 등이 카트리나보다 높긴 하지만 당시 막대한 피해로 인해 제방을 높이 쌓는 등 그동안 태풍에 많은 대비를 해왔다는 것이다. 또 카트리나 때는 폭풍해일의 높이가 최대 6m 이상을 기록하면서 넓은 지역에 걸쳐 하천이 범람해 피해가 컸던 반면 아이다의 경우는 해일 높이가 4~5m 가량으로 비교적 낮았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배리 킴 교수는 “15피트(4.5m)의 해일도 엄청난 피해를 유발하지만 카트리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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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아기 돌보던 美해병대원, 카불테러 희생

    미국 국방부가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 앞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된 미군들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미군 사망자 13명의 평균 나이는 불과 22세였다고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미 언론이 전했다. 해병대 정비 담당이었던 니콜 지(23·사진)는 테러 발생 일주일 전쯤에 카불 공항에서 한 아기를 안은 채 돌보는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내 일을 사랑한다”고 썼다.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공항에서 호송하거나 병장 진급 소식에 기뻐하는 사진 등도 올렸다. 그의 부친 리처드 헤레라는 “딸이 죽기 며칠 전 문자를 보내왔다. 탈레반을 피해 탈출하려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고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지는 고교 시절 연인인 남편이 해병대에 먼저 입대하는 것을 보고 입대를 결심했다. 이후 둘은 결혼해 부부가 됐다. 당초 항공관제사가 되고 싶었지만 심장박동이 불규칙해 정비기사로 직종을 바꿨다. 다른 해병 희생자 라일리 매콜럼(20)은 임신 중인 아내가 약 3주 뒤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가족들은 “매콜럼은 훌륭한 아버지가 될 참이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장난감 총을 갖고 놀며 군인이 되고 싶어 한 그는 18세가 되자마자 입대 지원서를 냈다. 해병에서 제대하면 역사 교사나 레슬링 코치가 되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해병 카림 니쿠이(20)는 9·11테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2001년에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무술에 능했던 니쿠이는 해병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으려 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번 테러 발생 후 관련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 TV를 보던 중 집으로 찾아온 3명의 해병대원들로부터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아버지는 “아들은 전쟁이 시작된 해에 태어났고 전쟁이 끝나는 해에 생을 마쳤다”고 한탄했다. 니쿠이는 자살폭탄 테러가 나기 수 시간 전에도 자신이 아프간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동영상을 가족들에게 보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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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불 2번째 폭발음은 테러 아닌 CIA기지 폭파 때문

    26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국제공항 앞 자살폭탄 테러에 이어 몇 시간 뒤 큰 폭발음이 또 들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테러 공격이 발생한 줄 알고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이 폭발음은 철군 시한이 5일밖에 남지 않았던 미군이 아프간 내 미 중앙정보국(CIA) 기지를 폭파하면서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이글 베이스(Eagle Base)’라고 불리는 카불 공항 외곽의 CIA 기지를 스스로 폭파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미군 기밀 정보와 최신 군사 장비가 탈레반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앞서 미 국방부는 26일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터지자 공격이 모두 두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가 다음 날 테러는 한 번만 일어났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두 번째 폭발음의 정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추측이 무성했다. 이 두 번째 폭발음이 CIA 기지를 폭파할 때 났던 소리였음이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이 기지는 벽돌 공장을 개조해 만들어졌고 아프간전쟁 초기부터 사용됐다. 처음엔 작은 규모였지만 나중에는 아프간 정보기관의 대테러 부대를 훈련하는 역할도 맡았다. 20년에 걸친 전쟁 기간 내내 사용됐는데 미국이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해 현지 주민들은 기지의 정체에 대해 거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지는 외부인의 침투가 거의 불가능하게 설계됐다. 약 3m 높이의 담벼락이 기지를 둘러쌌고, 두꺼운 철문은 차량이 드나들 때만 잠시 열렸다가 재빨리 닫혔다. 내부로 진입한 차량도 검문소를 거치며 세 차례 더 수색을 받아야 했다. NYT는 “CIA 기지 폭파는 미리 계획됐고 카불 공항 폭발 사건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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