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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이로재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62)는 건축가로는 최초로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됐다. 그는 국내 대표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이다. 1세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문하에서 15년 동안 건축을 배워 스승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독립한 뒤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데 성공했다. 1989년 ‘빈자(貧者)의 미학’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이후 자신만의 건축 세계를 쌓고 있다. 스승과 함께 경동교회(1980년), 서울지방법원 청사(1984년) 등의 도면을 그렸고 독립한 뒤에는 웰콤시티(2000년), 조계종 불교전통문화센터(2006년), 퇴촌주택(2011년) 등을 설계했다. 경기 파주출판도시의 건축코디네이터와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승 대표를 만나 작품 세계와 독특한 통찰을 들어봤다. DBR 150호(4월 1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프로젝트를 팀으로 진행할 때가 많다. “건축가가 직원들과 함께 팀을 꾸려서 작업을 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건축가가 모든 사안을 주도하고 결정을 내린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건축가의 몫이다. 반면 다른 건축가들과 함께 대등한 위치에서 작업할 때도 있다. 이때는 상황이 다르다. 가령 두 건축가가 함께 프로젝트를 맡으면 업무를 절반씩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체 마스터플랜은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전체적인 그림을 한 사람이 결정하지 않으면 책임을 맡은 구역별로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경기 파주출판도시를 설계할 때 건축가 40명이 참여해서 건물 160동을 지었다. 내가 마스터플랜을 짰는데 층수, 건물 크기, 재료 등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이에 동의하는 건축가에게만 일감을 나눠줬다. 공동체라는 의식이 허물어진 건물은 개별적인 특성만 가지게 된다. 전체적인 조화를 깬 것은 이미 건축이 아니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이견을 보일 수도 있다. “건축은 주변 환경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주변 건축물이나 사람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건축주는 자신의 돈을 쓰는 일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건물을 지어서는 안 된다. 공공성을 해치거나 건축에서 기본적인 사항을 깨는 요구를 거듭하면 건축가는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한다. 과거 한 건축주가 길 가까이에다 집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려면 길에서 비켜서 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건축주는 풍수지리를 고려해 집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설계하면 옆집에 위압감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건축주는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니고 내 집을 짓는 것인데 왜 그러느냐’며 화를 내고 돌아갔다. 이 건축주는 3년 뒤 더 큰 프로젝트를 내게 맡겼다. 자꾸 내 생각이 났고 결국 내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은 뒤 새 프로젝트를 가져온 것이다. 건축가가 신념을 가지고 정당한 주장을 하면 건축주는 결국 이해하게 된다.” ―스승 김수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 하지만 스승에게서 독립한 이후에는 스승의 작품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스승에게 배운 것에다 자신의 철학을 얹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자신만의 특성을 발견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아류에 그칠 뿐이다. 스승에게서 독립할 당시 나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 아는 것은 김수근의 건축뿐이었다. 막막했다. 이후 2, 3년 동안 다른 건축가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다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건축가마다 설계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어떤 건축가는 내부 공간을 중심으로 도면을 그린다. 또 다른 건축가는 건물 외형에 관심을 쏟는다. 땅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건축가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이끌어 내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나는 과거 내가 살았던 공간과 환경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그는 어린 시절을 부산의 달동네에서 보냈다) 그래서 만든 게 ‘빈자의 미학’이다. 빈자의 미학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미학이 아니다. 가난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미학이다. 100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도 옆 건물이 5층이면 층수를 낮추고 막다른 골목이라면 길을 내줘서 사람들이 다니게 해주는 게 빈자의 미학이다. 빈자의 미학은 나의 어릴 때 환경과 기독교적인 영향 등을 종합해서 만들었다. 빈자의 미학을 정립한 뒤 스승과는 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후에는 빈자의 미학에 맞춰서 도면을 그렸다. 빈자의 미학에 맞지 않는 프로젝트는 맡지 않았다. 욕심 같아서는 ‘이것을 해야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혹에 굴하면 안 된다. 숱한 유혹이 찾아왔지만 한 번도 유혹에 고개를 숙여본 적은 없다. 그런 유혹에 휘둘렸다면 지금쯤 항상 돈이나 생각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결정의 상황에서는 항상 주저하게 된다. 나의 결정에 따라서 건물 이용자의 행복과 불행이 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대범하지 못하고 소심할 수밖에 없다. 밤을 새우며 고민하는 날도 많다. 전문 분야에서 결정을 잘 내리려면 다방면으로 공부해야 한다. 건축을 뛰어넘어서 공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미국에 큰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단지가 조성될 때 이상적인 주거 형태라고 언론에서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단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단지는 흑인과 백인 등 계층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구조였다. 아파트 구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고 급기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집에서 편리함이 항상 가장 중요한 요소일까. 요즘 사람들은 잘 걷지 않는다. 그래서 주택을 일부러 불편하게 설계하면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삶에 대한 공부가 없으면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 없다.” ―집을 설계할 때 건축가는 어느 부분까지 결정해야 하는가.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는 기호에 따라 기능을 골라서 사용한다. 집도 이런 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거주자가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도록 건축가가 모든 것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건축가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인프라스트럭처만 깔아 놓아야 한다. 나머지는 비워둬야 한다. 그렇게 해야 거주자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석양이 보고 싶으면 창문을 열고, 별빛이 생각나면 뚫린 천장으로 별을 볼 수 있다. 여백을 남겨서 그 여백을 건축주가 스스로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취향에 따라 집을 마음대로 고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야 한다. 이것이 바로 비움의 미학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광고에서 남녀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등장하면 일단 소비자들은 쉽게 주목한다. 하지만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묘사하는 광고가 정말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성의 경제이론(Sexual Economic Theory)에 따르면 여성은 성(性)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여성은 출산, 양육 등 성과 관련해서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관계를 맺을 대상을 고를 때도 신중하다. 그래서 광고에 등장하는 성적 이미지를 받아들일 때도 브랜드와 제품 등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할 때만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등 공동연구진은 여성이 성적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했다. 실험참가자 87명을 4개 집단으로 나눴고 A집단에는 고가의 시계(130만 원 상당) 광고를 보여줬다. 이 광고에는 성적인 묘사가 등장한다. B집단에는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이 10만 원이라고 알려줬다. 이 광고에도 성적인 묘사가 포함됐다. C와 D집단에는 A와 B집단처럼 광고에서 시계의 가격을 130만 원과 10만 원으로 다르게 알려줬지만 성적인 묘사 내용은 뺐다. 실험 결과, 여성 참가자들은 성적묘사를 한 광고에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가의 시계 광고에서는 부정적인 태도가 크게 줄었다. 성적인 묘사를 하지 않은 광고에 대해서는 시계 가격이 여성 참가자의 반응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남성 참가자들은 시계의 가격에 관계없이 여성 참가자에 비해 성적인 묘사가 등장하는 광고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성은 저렴한 제품을 광고할 때 성적 묘사가 등장하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성을 싸구려로 취급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싸거나 희귀한 제품 광고에서는 성적인 묘사를 해도 부정적인 반응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성적인 묘사의 광고는 남성용 제품에서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용품 구매 의사결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이미지를 사용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에이미는 경력사원으로 소비재 제조업체에 입사한 뒤 2년 반 만에 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요 제품라인 2곳을 담당하는 임원 자리에 올랐다. 문제는 임원이 된 이후부터다. 4개월이 지났지만 갈수록 버거움이 느껴졌다. 업무시간을 늘렸지만 세부사항을 모두 파악할 수 없었다. 예상과 어긋난 업무 결과도 자주 발생했다. 에이미의 상사는 그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에이미가 맡은 부서의 실적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를 맡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기관인 창의적 리더십센터(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의 조사에 따르면 신임 임원의 40%가 18개월 이내에 실패했다. 임원의 성공과 실패요인을 분석한 책 ‘무엇이 임원의 성패를 결정하는가’(스콧 에블린 저·고현숙 역·올림·2014년)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승진 후 임원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바뀌었는데도 예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즉, 실패한 임원들은 예전 역할을 그대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시간을 내부 직원들과 보내고 모든 문제에 대해 일일이 지시하려 든다. 당연히 시간은 부족해지고, 간섭을 싫어하는 일부 직원들과 마찰까지 빚어진다. 임원 승진은 유능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능함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임원의 자리에서도 직원처럼 앞만 보고 옆을 보지 못하면 더이상 성장하기 어렵다. 임원은 이미 전문성에서 능력을 입증받은 사람이다. 더이상 전문성을 입증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 대신 리더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동안 성과는 개인의 능력으로 얻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팀의 성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임원은 장기전략, 선행과제 등 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실무는 부하 직원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 대신 직원들에게 이 일을 왜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알려주고 관여해야 한다. 그래서 팀이 성과를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임원과 팀원은 조직에서의 역할과 성공하는 방법이 아주 다르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스웨덴의 다국적 가구기업 이케아(IKEA)는 세계 3위의 가구업체다. 2013년 4월 현재 전 세계 41개 국가에서 34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매장 방문객은 7억 명을 넘는다. 직원만 15만4000명에 달한다. 이케아는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88)가 17세에 연 조그마한 잡화점에서 출발했다. 이 잡화점은 통신판매업체를 거쳐 세계적인 가구회사로 성장했다. 캄프라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이 성능과 디자인은 좋지 않으면서 가격은 비싼 가구를 구입하는 상황에 주목하고 가구업에 뛰어들었다. 이케아의 제품은 성능에 비해 가격이 싸다. 그 대신 고객에게 불편을 제공한다. 이케아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책 ‘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 저·배인섭 역·미래의 창·2013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신들이 서비스 업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다. 가구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업량의 80%를 고객이 직접 처리한다.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자신이 살 가구를 찾아야 한다. 원하는 제품을 찾으면 직접 선반에서 끄집어내 계산대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가구를 살피며 다른 제품과 비교할 수 있다. 구매를 강요당하지도 않는다. 친절한 고객상담을 포기해야 하지만 대신 판매자에게 현혹되지 않고 자유롭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값을 치르면 자동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간다. 가구는 직접 조립한다. 고객들은 평균 3시간 동안 가구를 고르고 집으로 가져와서 조립한다. 프랑스의 한 여대생은 “성인을 위한 레고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케아가 강력한 가구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이유는 고객에게 직접 가구 제작에 참여할 기쁨을 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작의 기쁨을 느끼면서 이케아의 브랜드에 동질감마저 느끼게 된다. 고객에게 불편을 주는 것으로 더 큰 만족을 이끌어 내는 것은 역발상적인 방법이다. 이케아는 고객이 항상 편리한 것을 추구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고 불편을 주는 방법으로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배임, 횡령 등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위는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기업은 임직원들이 비윤리적 행위를 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을 항상 감시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때 도덕적인 마음을 더 가지려는 성향을 보인다. 기업이 직원에게 자아를 성찰하도록 유도한다면 비윤리적인 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아를 성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사람들이 시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에 대해 관심을 쏟을 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반면 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 눈앞의 이익만 챙기는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 공동연구진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연상할 때 도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봤다. 실험 참가자들을 2개의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에는 ‘시간’이라는 단어를, 다른 집단에는 ‘돈’이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떠올리도록 했다. 이후 숫자 맞히기 과제를 부여하고 답안지에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적도록 했다. 답안은 스스로 채점하고 최종 성적표는 다른 종이에 따로 옮겨 적은 뒤 연구진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숫자 맞히기에 사용된 답안지는 채점을 마친 뒤 바로 버리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정답을 몇 개나 맞혔는지 확인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허위보고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버린 답안지를 회수해 최종 성적표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참가자들의 정직성을 파악했다. 그 결과 머리에 ‘시간’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참가자들이 ‘돈’이라는 단어를 연상했던 참가자들보다 더 정직하게 자신의 점수를 제출했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임직원에게 돈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배임, 횡령 등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업은 임직원들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시간의 개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임직원들이 자아를 더 성찰하고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다. 비윤리적 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기업에서는 되새겨볼 만한 연구 결과다.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미국 식품업체 ‘크래프트’의 경영진은 치즈 브랜드 ‘벨비타’의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천연 유기농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벨비타는 가공 치즈 식품이었기 때문에 유기농 열풍에 속절없이 시장을 잃고 있었다. 그런데 크래프트 경영진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벨비타의 ‘골수팬’ 층이 꽤 두껍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골수팬은 구매자의 10%(약 240만 명)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매출 기여도는 30∼40%, 이익의 50%나 차지했다. 이들이 바로 ‘슈퍼 컨슈머(super consumers)’다. 이후 크래프트 경영진은 슈퍼 컨슈머를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이들이 좋아할 만한 햄버거와 샌드위치용 냉장 슬라이스 치즈를 출시했고 요리용 냉장 다진 치즈도 선보였다. 다양한 치즈 조리법도 수집해서 단골 고객에게 제공했다. 새로 선보인 제품들은 무려 1억 달러(약 1071억 원)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미국 컨설팅사인 케임브리지그룹의 에디 윤 회장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3월호)에 슈퍼 컨슈머를 활용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발행하는 HBR Korea 창간호에 전문 번역된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슈퍼마켓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슈퍼 컨슈머들은 전체 소비자의 10%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매출 기여도는 30∼70%에 달했다. 슈퍼 컨슈머들이 기여하는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 마케팅 담당자들은 단골 소비자들이 이미 많은 물량을 사고 있기 때문에 추가 구매를 유도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슈퍼 컨슈머의 잠재력은 무척 높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은 스테이플러(호치키스)를 한두 개 정도만 갖고 있다. 반면 슈퍼 컨슈머는 스테이플러를 무려 8개나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스테이플러로 찍은 종이의 모습이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무실, 주방, 자동차 등 여러 장소에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구비해 놓고 사용한다. 조사 결과, 슈퍼 컨슈머에게 9번째 혹은 10번째 스테이플러를 사도록 유도하는 게 일반 소비자가 스테이플러를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려서 새로 구입할 때를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더 기업에 도움을 줬다. 슈퍼 컨슈머는 광고와 판촉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해준다. 비싼 대중매체에 광고를 하거나 오랫동안 제품을 구입하지 않은 고객에게 사용하지도 않을 할인 쿠폰을 발송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슈퍼 컨슈머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정확하게 타깃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슈퍼 컨슈머는 탁월한 혁신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제품에 강한 열정을 가졌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주 내놓는다. 실제 크래프트사는 슈퍼 컨슈머들이 자사 크림 제품에 요거트를 섞어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관련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 슈퍼 컨슈머 ::마케팅에서 자주 쓰이는 ‘헤비 유저(heavy users)’와 개념이 다소 다르다. 헤비 유저는 단순히 많이 사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슈퍼 컨슈머는 구매량이 많으면서 동시에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가진 고객을 뜻한다. 이들은 제품을 혁신적으로 사용하고 새롭게 변형하는 데 관심이 많다. 가격에는 그리 민감하지 않으며 제품을 자주 사용한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인간의 능력은 제한돼 있다. 약점도 많다. 때로는 매우 어려운 난관을 겪어야 한다. 인간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의 지식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하지 못할 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자연의 섭리에서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인간이 쌓아 올린 근대 과학기술의 역사는 200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자연의 생명체들은 38억 년 이상 진화하면서 다양한 생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살피면 인간에게 유용한 지혜와 기술을 얻을 수 있다. 남극 대륙에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겨울이 찾아오면 생명체들은 추위를 피해 따뜻한 장소로 이동한다. 반면 황제펭귄은 더 추운 곳으로 이동한다. 너무 추워서 아무도 찾지 않는 빙산으로 향한다. 황제펭귄이 다른 생명체와는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천적이 없는 곳에서 짝짓기를 무사히 마치고 새끼를 안전하게 부화하기 위해서다. 짝짓기에 성공한 암컷은 알을 낳아 수컷한테 주고 바다로 떠난다. 이후 부화는 오롯이 수컷의 몫이다. 수컷은 남극의 혹한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협동을 선택했다. 운동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원을 만들어 서로를 격려한다. 황제펭귄은 이와 비슷한 모습을 만들어 추위를 견딘다. 수컷은 몸을 서로 맞대고 커다란 똬리를 튼다. 몸으로 방풍벽을 치고 외부보다 10도 이상 기온이 따뜻한 내부 공간을 만든다. 하지만 외벽 역할을 하는 황제펭귄들은 영하 50도의 추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그대로 있으면 얼어 죽기 마련이다. 그래서 황제펭귄들은 추위에 맞서는 방풍벽 역할을 돌아가면서 맡고 일부는 내부 공간에서 몸을 녹이며 추위를 버틴다. 남극의 혹한은 황제펭귄에게 서로 도우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일깨웠다. 이들의 모습은 경쟁사회에서 서로 돕지 않고 각자 해결책을 찾다가 결국 모두 죽고 마는 인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남극 빙산에서는 법과 지도자, 재판관이 없지만 공평한 질서를 추구하며 함께 생존한다. 인간도 황제펭귄에게서 공동체 의식을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 (동아비지니스리뷰) 147호(2014년 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 합니다. 》한국기업 지식경영의 현주소● 스페셜 리포트 대웅제약은 전국 영업직 직원 500명 중 실적 상위 1∼5위에 해당하는 고수들을 선발해서 각각에게 교육생 10명을 붙여주고 멘토링하도록 지원했다. 영업 고수들은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회사의 관심과 격려에 자극을 받고 주말까지 희생하면서 영업 노하우 전수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멘토링을 받은 사원들은 전체 영업사원보다 5∼6배나 많은 실적을 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많은 기업들이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에 관심을 가지고 학습조직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자 실망감을 느낀 기업도 많아졌다. 이후 지식경영에 대한 관심은 이전에 비해 줄었다. 그렇지만 지식경영은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기업들은 대웅제약의 사례처럼 지식경영을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국내 기업의 지식경영 현주소와 최신 트렌드를 집중 조명했다.직관으로 의사결정… 결과는?● MBA통신 2012년 미국 뉴욕의 퀸스 지역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민심이 흉흉해졌다. 퀸스 주민들은 저녁시간에 외출을 꺼렸다. 뉴욕 경찰은 어느 날 불량하게 보이는 한 흑인 청년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보고 직관적으로 의심스럽게 여기며 쫓아갔다. 청년은 영문을 모른 채 쫓아오는 경찰을 피해 달아났다. 경찰이 “꼼짝 마”라고 소리치자 흑인 청년은 신분증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경찰은 총을 꺼내려는 것으로 오해했고 총을 수십 차례나 쐈다.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인간이 사물을 바라볼 때 뇌는 2가지 방법으로 작동한다. 하나는 직관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다. 이 경찰은 직관에 따라 판단했고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직관에 따라 내린 의사결정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과정에서 인기 있는 수업 중 하나인 ‘관리자 의사결정(Managerial Decision Making)’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CEO)는 돈에 무관심할 것 같다. 하지만 평범한 월급쟁이보다 CEO가 훨씬 더 돈에 민감하고 관심도 많다. 왜 충분하게 돈을 버는데도 불구하고 돈에 더 집착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돈에 부여하는 심리적인 가치가 돈의 출처와 소득의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금액이 같더라도 노동으로 번 급여와 불로소득을 다른 가치로 평가한다. 급여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캐나다 토론토대 등 공동연구진은 소득의 출처와 규모가 사람들이 돈에 부여하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먼저 돈의 출처에 따라 사람들이 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도를 알아봤다. 한 집단에는 일을 잘했기 때문에 상여금을 받았다며 10달러를 줬고 다른 집단에는 추첨에 당첨됐다며 10달러를 제공했다. 이후 돈의 중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상여금을 받은 집단이 당첨금을 받은 집단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실험참가자에게 종이비행기를 접으라고 시킨 뒤 한 집단에는 10달러를 주고 다른 집단에는 1달러를 제공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돈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10달러를 받은 사람들이 1달러를 받은 사람들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땀을 흘려 얻은 돈은 능력 등 사람들의 가치를 나타내는 하나의 징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에서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기업에 꼭 좋은 소식인 것만은 아니다. 기업이 직원에게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매년 급여가 인상되지 않으면, 직원들은 조직에서 자신이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끊임없이 급여를 올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기업도 매년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노사분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은 인정이나 명예 등 급여 이외의 방법으로 임직원들이 자신의 가치를 느끼도록 유무형의 보상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안도현 심리과학해설가 dohyun@socialbrain.kr}
광고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소비자의 생각을 살피는 것이다. 메시지 내용과 소비자의 생각이 일치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반면 일치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천연과일 음료를 광고할 때 ‘이익 증가’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피로를 풀어준다’며 건강 증진을 강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면 ‘손실 예방’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감기를 막는다’고 홍보하는 게 더 좋다. 문제는 소비자가 복합적인 생각을 동시에 할 때다. 소비자가 피로를 풀어주면서 감기까지 막는 음료를 원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메시지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미국 조지타운대와 노스웨스턴대의 공동연구진은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내용과 부정적인 상황을 예방하는 메시지 등으로 천연과일 음료의 광고 문구를 작성하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준 뒤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봤다. 이번 실험에서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메시지와 부정적인 상황을 예방하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반응을 살폈다. 광고 문구는 ‘활력이 필요하시죠?(긍정) 이 음료를 드시면 활력이 생깁니다(긍정)’와 ‘심장이 건강해지고 싶으세요?(긍정) 이 음료를 마시면 심장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부정 예방)’ 등이었다. 실험 결과 긍정과 부정예방 등 복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들은 긍정, 부정예방 등 상충되는 내용의 광고 메시지를 잘 받아들였다. 반면에 광고 메시지에 긍정의 내용만을 담고 있거나 부정을 예방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졌을 때는 참가자들에 대한 전달력이 크게 떨어졌다. 광고를 제작할 때 소비자의 생각보다는 메시지의 논리적 근거, 광고 모델 등에 우선순위를 둘 때가 많다. 하지만 메시지 전달력을 높이려면 먼저 소비자의 생각과 메시지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까다로운 현대 소비자들은 상충되는 생각을 함께 가지고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안도현 심리과학해설가 dohyun@socialbrain.kr}

최희암 전 연세대 농구부 감독(59)은 선수 시절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고교를 졸업할 무렵 명문대에 스카우트되지 못하자 입학시험을 보고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실업팀인 현대조선에 입단했지만 스타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1986년 모교인 연세대 농구부에 코칭스태프로 다시 합류한다. 최 전 감독이 이끄는 연세대 농구부는 남자프로농구팀이 창설되기 전까지 실업팀과 대학팀이 함께 참여한 ‘농구대잔치’에서 대학팀으로는 유일하게 2번이나 우승했다.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등 스타 선수들을 휘어잡은 ‘최희암의 리더십’은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후 프로팀 감독을 거쳐 고려용접봉 중국법인장으로 변신해 관심을 모았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스포츠와 사업 두 분야를 모두 경험한 최 전 감독을 만나 리더십과 전략에 대한 그의 독특한 통찰을 들어봤다. DBR 146호(2월 1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슛은 정확한 게 우선인가, 아니면 많이 던지는 게 필요한가. “슛은 일단 잘 들어가야 한다. 잘 들어가야 더 많이 쏘게 된다. 슛 성공률이 75%인 선수와 90% 이상인 선수는 일단 신체적인 차이가 가장 크다. 그 다음에는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으면 공이 잘 들어간다. 같은 능력이라면 자신감에 따라 성공률이 75%가 될 수도 있고 90%가 되기도 한다.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선수들은 컨디션, 자신감, 주변 환경 등에 따라 경기력에 영향을 받는다. 이상민 선수는 고교 시절 득점력이 매우 좋았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득점력이 많이 떨어졌다. 문경은, 우지원, 서장훈 등의 슛이 더 좋기 때문에 자신이 슛을 쏠 기회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자꾸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다 보니 슛을 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잘하는 선수도 못하게 된다. 이런 것들이 결국 자신감과 관련이 있다.” ―현역 시절 스타 선수가 감독으로 실패한 사례가 많다. “스타 출신 감독들은 자신들이 과거 경기에서 잘했기 때문에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잘 모른다. 자신들은 공을 쉽게 넣었기 때문에 공을 못 넣는 것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저것도 못 넣느냐’고 꾸짖기도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사람의 눈에는 당연히 쉬운 업무인데 다른 사람은 몇 시간을 해도 어려울 수 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선수들이 계속 못하면 짜증을 내고 결국에는 해당 선수를 ‘안 되는 선수’라고 판단해 관심을 끊어버린다. 기본적으로 에이스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기 쉽다. 스타 선수는 학교에 다닐 때 수업시간에 졸아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 고교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는 대학 감독과 코치들이 나서서 경쟁적으로 스카우트를 하려고 한다. 이게 해당 선수의 잘못은 아닌데 잘하는 선수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봉사하는 자리다. 하지만 스타 출신 감독은 ‘내가 옛날에 누구였는데, 농구선수 누군데’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감독과 선수의 차이는 무엇인가. “선수에게는 보호자가 있다. 감독에게는 없다. 선수는 실수를 해도 용인이 된다. 그러나 감독의 실수는 용인되지 않는다. 자신이 모두 감수해야 한다. 선수는 자신의 일만 하면 된다. 감독이 학부모 역할도 해줄 수 있다. 감독에게는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대체로 선수가 경기를 못할 때보다는 잘할 때를 기억한다. 서장훈 선수에게는 잘 못했던 경기보다는 ‘국보센터’라는 별명이 더 오래 남는다. 반면 감독은 과거 평가를 떠올리면 안 된다. 감독은 작년과 재작년에 우승했더라도 올해 꼴찌를 기록하면 바로 해임된다. 선수는 올해 좀 못해도 연봉만 좀 깎이고 내년에 다시 뛸 수 있다. 선수 시절을 생각하고 감독을 하면 치명타다. 감독은 비바람이 부는 절벽 앞에 서서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위기감을 느끼지만 죽기 살기로 버텨야 한다. 감독에게는 과거가 없다. 현재 어떻게 하느냐로 평가될 뿐이다.” ―선수들에게 질책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돌아가신 이성구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지도자나 선수나 서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10개의 기술이 있으면 10개를 모두 잘하는 선수는 없다. 그런데 지도자는 7, 8개 기술을 칭찬하기보다 잘못한 2, 3개의 기술을 지적한다. 그러면 나중에는 잘하던 7, 8개의 기술도 못하게 될 수 있다.’ 감독이 연습에서는 선수의 실수를 지적하고 야단을 칠 수 있다. 하지만 잘하는 7, 8개의 부분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질 정도까지 다그치는 건 곤란하다. 잘하는 게 있어도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없다. 특히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다그치면 경기 결과가 나빠진다.” ―경기장에서 감독의 전략대로 따라주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선수는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줘야 한다. 최대한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상대팀도 바보가 아니니까 꼭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선수의 돌출행동에 대해서는 꾸짖어야 하지만 경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경기가 감독의 전략대로 풀리지 않을 때 감독에게 필요한 덕목이 인내력이다. 감독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이 폭발하고 성질을 부리면 무조건 경기에서 진다. 감독이 인내심을 가지고 경기를 운영해도 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면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 적어도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는 않는다. 선수가 실수를 한다고 감독이 화를 내면 선수들은 실수를 막는 데 주력한다. 슛을 던져야 할 때 실수를 우려해서 던지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100% 진다. 감독이 화를 내면 듣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많다.” ―프로농구에서 하위권 팀을 맡았다.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 오히려 심리적인 부담감은 적었다. 그런데 지던 사람은 지는 게 습관이 될 수 있다. 패배의 생활화가 되면 어려워진다. 코치진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심리적으로 패배가 익숙해진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승리하기는 어렵다. 꼴찌에서 벗어나려면 팀의 분위기부터 빨리 바꿔야 한다. 선수 교체가 좋은 대안이다. 모비스 팀을 맡고 선수 14명 중 10명을 바꿨다. 전자랜드에서도 선수들을 대폭 교체했다. 꼴찌 팀의 선수를 다른 팀의 선수들과 맞바꾸면 우수한 선수들이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실력이 같다고 가정할 때 성적이 좋은 팀, 이겨본 팀의 선수들이 성적이 좋지 못한 팀의 선수들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낫다. 성적이 좋은 팀의 선수들은 승리가 몸에 익숙해져 있다. 게다가 승리하는 팀에 소속됐지만 경기장에서 많이 못 뛴 선수들은 마음속에 독기를 품고 있다. 꼴찌 팀이 이런 선수들을 영입하면 팀의 분위기가 바뀌고 성적이 올라간다. 때로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우리 팀 주전들을 내놓고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의 벤치선수를 받을 때도 있다.” 최희암 감독은…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연방체육대학원(United States Sports Academy)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2002년 연세대 농구부 감독, 코치를 지냈다. 프로농구에서는 울산모비스와 인천전자랜드의 사령탑을 맡았고 2009년 10월부터 고려용접봉 중국법인장으로 근무하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의사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한 번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투자비에서 절대 회수할 수 없는 비용, 이른바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의사결정자들이 현 시점에서 가치가 없는 사업이라는 게 명백해도 과거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자들이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인식하는 시점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나 미래라는 데 있다. 과거 시점에 투자했고 현재 상황은 어렵지만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탓에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진다. 그렇다면 매몰비용에 대한 잘못된 의사결정(오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프랑스 인시아드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동연구진의 연구를 참고해 볼 만하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우선 A집단에는 15분 동안 자신의 숨소리에 집중하는 ‘마음 챙김 명상(mindful meditation)’을 시켰다. 마음 챙김 명상을 하면 의식이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한편 B집단에는 아무 시점이나 생각하도록 했다. 이후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답을 구했다. “당신이 어떤 기업에서 20만 달러(약 2억1400만 원)짜리 인쇄기계를 구입했다. 잠시 후 다른 업체가 성능이 50%나 더 좋은 기계를 단돈 1만 달러(1070만 원)에 팔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려면 효율성이 높은 1만 달러짜리 기계를 꼭 사들여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실험 결과 A그룹에선 전체의 80%가 1만 달러짜리 기계를 추가로 구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반면 B그룹에선 이 비율이 50%에 불과했다. A그룹의 경우 현재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한 단 15분의 명상만으로, 20만 달러짜리 인쇄기계를 산 과거의 의사결정을 대부분 잊은 것이다. 결국 매몰비용의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덜 하고 인식 시점을 현재에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안도현 심리과학해설가 dohyun@socialbrain.kr}

“벽돌 사이의 금까지도 스케치하라.”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적 미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말이다. 그는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날마다 밖으로 나가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고 자세하게 관찰해서 기록하라고 했다. 핵심은 관찰이다. 어떤 대상을 관찰하려면 일단 유심히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쉽게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고 새로운 영감이 떠오른다. 관찰은 마케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려면 좀 더 의미 있는 것을 깊이 관찰해야 한다. 마케터들은 어떤 기준으로 소비자를 관찰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45호에서 마케터를 위한 관찰의 기준 5가지를 간추렸다.○ 자신에게 없거나 불편한 것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끼고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구입한다. 그런데 자신이 어떤 것에 결핍을 느끼는지 스스로는 잘 모를 때가 많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결핍을 해결하면 수요는 저절로 생긴다. 생활용품 회사인 ㈜아이엔피가 개발한 ‘에디슨 젓가락’은 미처 깨닫지 못한 일상생활의 결핍을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다. 젓가락질을 처음 배우기란 쉽지 않다. 에디슨 젓가락을 개발한 박병운 사장은 여덟 살짜리 조카를 보고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젓가락질을 배우는 것은 어린이들을 괴롭혀 온 결핍 요소였다. 박 사장은 젓가락 끝을 나사로 잇고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링 3개를 만들어 붙였다. 그렇게 하자 젓가락질을 할 수 있는 손가락의 자세가 쉽게 나왔다. 아이들은 에디슨 젓가락을 이용해서 젓가락질을 쉽게 배웠다. 관찰은 사람들의 결핍을 발견하고 제품의 가치를 높여 준다.○ 육체적-정신적 고통 회피성향 일본의 문구 업체 고쿠요(KOKUYO)는 놀랍게도 철심이 없는 스테이플러인 하리낙스(Harinacs)를 개발했다. 고쿠요는 스테이플러를 사용하다 손에 철심이 박히는 상황을 관찰했다. 철심이 손에 박히면 매우 아프다. 이처럼 사람들의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관찰하는 것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사람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유니클로의 발열내의 히트텍은 출시되자마자 한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히트텍 덕분에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은 2012년 매출액 12조 원, 순이익 1조 원을 기록했다. 유니클로는 고통을 관찰했다. 2008, 2009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 소비자들은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불황보다 심리적 고통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경제 상황이 소비자의 심리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더 춥게 느끼도록 했다. 히트텍은 어쩌면 물리적인 발열 기능보다는 심리적인 발열 기능이 더 강력한 제품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추위를 이전보다 더 느끼는 상황에서 몸이 따뜻해진다는 히트텍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불분명한 대상에 대한 공포 누구나 불안을 느끼며 산다. 불안은 분명하지 않은 대상에 대해 갖고 있는 심리적 공포다. 그런데 불안을 관찰하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급증하던 2009년 1월 현대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1년 내에 실직하면 판매한 차를 되사 주는 ‘실직자 구매 보상 제도’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중산층에게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09∼2010년 미국에서 현대차의 매출 급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의 경제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실직자 판매 보상 제도’를 ‘2009년 최우수 광고’에 선정했다. 뉴욕타임스는 마케팅의 백미라고 치켜세웠다. 사실 현대차가 실직자의 차를 되사 준 사례는 350대 정도에 불과했다. 성과는 높았고 비용은 낮았다. 현대차는 소비자가 느끼고 있던 불안을 관찰했고 여기서 도출된 아이디어로 높은 성과를 내게 됐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포착 시대는 늘 변한다. 그래서 변화의 길목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면 성공의 기회를 잡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최근 변화는 싱글세대 및 실버세대의 증가, 향수(鄕愁) 마케팅의 증대, 피곤함과 외로움의 배가, 저성장 경기의 장기화 등이다. 싱글세대는 계속 늘어난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 특징을 관찰한다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싱글세대를 위한 벽걸이 세탁기를 만들었다. 많은 가전회사가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 회사가 국내 인구 구조의 변화를 읽고 가장 먼저 싱글세대를 위한 세탁기를 내놓았다. 벽걸이 세탁기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싱글세대가 늘면 이들이 거주하는 소형 아파트와 원룸이 증가할 것이다. 혼자 사는 작은 집에 어떤 세탁기가 들어갈 수 있을까? 당연히 크기가 작은 벽걸이 세탁기가 소비자의 호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품을 쓰는 소비자의 행동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다. 오직 행동만으로 자신의 불편함을 표현한다. 마케터들이 의미 있는 발견을 하려면 먼저 소비자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보일러 광고에서 가장 반향이 컸던 광고 중 하나가 경동보일러의 광고다. 이 광고는 광고인으로는 유일하게 대통령 표창을 받은 1세대 광고인 이강우 씨가 제작했다. 이 씨는 경동보일러의 광고를 의뢰받은 뒤 제품의 특장점을 살펴봤으나 경쟁사 제품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장점이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인들은 대체로 소비자의 심리적 요인을 찾아 이를 제품에 연결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씨는 보일러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3일 이상 관찰했다. 하지만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재래시장의 보일러 가게에서 신혼부부를 발견하고 그들을 따라 가게로 들어갔다. 신혼부부는 자기들끼리 말을 나눴다. “여보, 날도 추워지는데, 시골에 계신 아버님, 보일러나 하나 바꿔 드리자.” 시골에 계신 부모님 댁에 보일러를 바꿔 드리려는 효자, 효부의 대화였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씨는 번뜩하고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광고 카피가 코미디언들이 차용해서 사용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하나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문구다. 광고인 이 씨는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했다.○ 트렌드는 바로옆에 있다 통계학 개념인 중심극한정리(Central Limit Theorem)에 따르면 개체가 30개 정도면 이들의 특성은 정규분포를 따르게 된다. 이 이론을 소비자 관찰에 적용하면 30명의 의견과 반응만 차근차근 살펴봐도 대부분 소비자의 결핍을 찾아내는 데 문제가 없다. 한국은 지역별로 트렌드가 크게 다르지 않고 국민 대부분이 동일한 트렌드를 좇는 동질성이 강한 나라다. 그냥 하나의 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비자 30명에게만 제대로 물어보면 정답의 99%는 알아낼 수 있다.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해서 결핍을 찾아냈다면 30명에게 물어보라. 이들의 의견만 잘 살펴도 한국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대표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임직원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제품을 개발할 때도 여러 부서가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협력은 숨은 지원군이다. 하지만 협력이 언제나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평소 다른 부서의 업무에 관심이 적으며 부서 간에는 보이지 않는 벽도 존재한다.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보다는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으며 결국 성과를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협력을 가로막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성과주의가 강화되면서 사람들은 작은 실수라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무가 아닐 때는 관여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둘째는 사람들이 협력하는 방법을 잘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들과 팀을 구성해서 업무를 추진할 때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협력하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해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할 때가 많다. 마지막은 협력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는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 아직도 국내 기업들에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짙게 남아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의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공통의 목표를 제시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 않고 도움을 주려고도 하지 않으려는 것은 해당 업무가 자신의 일과 관련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떨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리더는 언행을 일치시키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은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다.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통의 부족으로 행여 오해라도 발생하면 협력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김성완 ㈜통코칭 대표 bizpartner@dreamwiz.com}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A사는 2008년 미국에서 차량 1400대(장부가 2500만 달러·약 266억 원)의 재고가 발생했다. 재고 처리를 위해 A사 경영진은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을 접촉했지만 딜러들은 “50% 이상의 할인 판매를 해주면 고려해 보겠다”는 답변을 했다. 이들의 제안을 그대로 따르면 A사는 장부가의 절반인 1250만 달러(약 133억 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고민하던 A사는 기업 간 거래(Corporate Trading) 전문 업체인 미국 액티브인터내쇼날의 문을 두드렸다. A사의 의뢰를 받은 액티브인터내쇼날은 1400대 모두를 장부가 그대로 매입하겠다며 흔쾌히 제안에 응했다. 50% 할인을 해도 팔릴까 말까 한 자동차를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제값에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액티브인터내쇼날이 활용하고 있는 기업 간 거래는 재고, 부실채권 등 기업의 잉여 자산이나 부실 자산을 최대한 정상 가격에 인수하되 그 대가로 현금 대신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특히 미디어 광고권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기업 간 거래 모델을 정착시킨 액티브인터내쇼날 사례를 DBR가 집중 분석했다.○ 모두 ‘윈-윈’인 비즈니스 모델 액티브인터내쇼날이 A사와의 거래에서 내놓은 것은 현금이 아니라 미디어 광고권이었다. A사는 당시 미국에서 연간 4억 달러(약 4261억 원) 이상의 광고를 집행하고 있었다. 어차피 자동차를 판매한 대가로 현금 2500만 달러를 받는다 해도 광고 집행을 위해 다시 돈을 써야 했기 때문에 액티브인터내쇼날의 제안은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A사는 골칫거리였던 재고 차량을 제값에 팔아서 좋고 액티브인터내쇼날 입장에선 광고 판매에 따른 중개 수수료 수입을 거둘 수 있기에 손해를 볼 게 없었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광고 판매가 성사될 경우 광고 물량의 약 15%를 중개 수수료로 챙길 수 있다. A사로부터 구입한 재고 차량은 기업 간 거래 서비스를 활용하는 렌터카 업체에 팔았다. 한마디로 모두가 ‘윈-윈’ 하는 구조인 셈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이런 방식으로 2012년 미국 본사에서 처리한 재고품 등의 취급액이 27억 달러(약 2조8765억 원)에 달했다.○ 물물교환으로 재고를 해결하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미국 뉴욕에서 사업을 하던 경영자 앨런 엘킨 회장과 아서 와그너 사장이 1984년 공동 창업했다. 엘킨 회장은 광고 판매 대행업에서, 와그너 사장은 잡화 판매 대행업에서 각각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이들은 재고품으로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다 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기업들의 ‘물물교환’만으로도 재고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구체적인 사업 모델 구상에 돌입했다. 예를 들어 B기업에서는 남아도는 재고품들이 C기업에는 꼭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B, C기업은 상대방의 사정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은 재고품을 헐값에 처리하고 필요한 물품은 정상가로 구입한다. 회계장부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고품이 신상품이 아니라도 구입할 용의가 있는 고객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 호텔 체인이나 렌터카 업체들의 경우 객실 TV로 꼭 최신 제품을 비치하거나 고객들에게 최신 모델의 차량을 빌려줄 필요는 없다. 호텔이나 렌터카 고객들도 잠시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신상품 여부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일 재고품을 가진 회사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제품을 정상가로 교환한다면 손실을 보지 않고 재고를 처리하며 꼭 필요한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주요 수익원은 광고 중개 수수료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창업 초창기부터 기업 간 거래를 이용하려는 고객사로부터 중개의 대가로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어디서 수익을 창출할까. 바로 광고 중개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재고를 정상가에 구입하는 대가로 광고권을 제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재고품을 가져가는 비용 대신 광고권을 제공하는 제안에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고 받아들인다. 물건을 더 팔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미디어에 광고를 해야 하는 기업들이 많다. 고객사로부터 떠안은 물건은 다른 고객사에 되파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즉, D라는 고객사가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재고품을 인수하고, D에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업체 E를 찾아가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고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D에 제공하는 것이다. 대신 액티브인터내쇼날이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거래처를 확보해야 했다. 취급 품목에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가 이뤄져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체로 대형 기업들과 거래를 텄다. 현재 액티브인터내쇼날은 미국 경제지인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70%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거래 규모 최대화 유도 액티브인터내쇼날은 특히 거래의 지급수단으로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TC(Trade Credit)를 고안했다. TC를 가진 고객들은 액티브인터내쇼날이 거래 중인 다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TV나 신문에 광고를 낼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통상 재고품을 받을 때 TC로 대금을 결제한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의 TC를 고객사가 사용하려면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실제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규모의 15∼20%만 TC로 지불할 수 있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내야 한다. 고객사가 100원에 상당하는 광고를 하고 싶다면 이 중 TC로 지불할 수 있는 건 15∼20원 수준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의 입장에선 TC 판매를 통해 거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15∼20원의 TC가 실제로는 100원의 거래를 일으키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TC를 지불하고 대체로 광고권을 구매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늘수록 액티브인터내쇼날이 얻을 수 있는 광고 중개 수입도 커진다. 물물교환을 활용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킨 액티브인터내쇼날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조선의 성리학자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1574년 임금 선조에게 인재등용, 안민(安民), 군정개혁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상소문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올렸다. 율곡은 특히 상소문에서 임금이 재야의 선비를 유형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했다. 율곡은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4가지 부류로 나눴다. 첫째는 유현(遺賢)이다. 도덕적으로 훌륭하며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려고 하지 않으나 기회가 생기면 정성을 다해 임금을 섬기는 유형이다. 둘째는 은둔(隱遁)이다. 높은 벼슬을 가볍게 보고 청렴하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셋째는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서 함부로 벼슬길에 오르려고 하지 않는 선비들로 염퇴(恬退)라고 했다. 마지막 유형은 헛된 명예를 추구하는 부류다. 겉으로는 벼슬을 사양하면서도 속으로는 욕망을 추구한다. 율곡은 이들을 가리켜 도명(盜名)이라고 했다. 율곡은 선비의 부류에 따라 이를 대하는 임금의 태도가 달라야 한다고 했다. 유현에게는 임금의 진실된 마음을 전하고 이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은둔은 벼슬을 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크고 이를 꺾을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둬야 한다. 대신 그가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순화시키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염퇴가 능력 이상의 일을 못하겠다고 밝힐 때는 물러나서 쉬도록 허락해야 한다. 반면 욕망만 채우려는 도명은 무시하고 가까이 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들은 백성들을 힘들게 만들 수 있으니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율곡은 특히 임금이 선비들의 말(의견)을 잘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비는 원래 명예와 재물을 위해서 벼슬을 하는 게 아니다. 임금을 섬기고 자신의 뜻을 펼치며 백성을 잘 보살피기 위해 조정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인재발굴은 현대에도 유효한 과제다. 유현을 발굴하고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받아들이며 도명을 피하는 혜안이 필요하다.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병원 응급실은 늘 긴박하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도 잦다. 환자들은 대부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의사는 최대한 빨리 환자를 응급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환자를 어떻게 조치할지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매번 사소한 결정에서도 과중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응급실 의사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먼저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다. 환자에게 몇 가지 검사를 실시하면 이후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큰 방향은 잡을 수 있다. 이상 징후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한다. 하지만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할 때도 있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응급실에서 기본은 환자의 ABC를 살피는 것이다. A는 기도(Airway), B는 호흡(Breathing), C는 혈액순환(Circulation)이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했다면 자신의 역할을 다른 의사에게 넘기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의료계에서는 ‘손을 바꾼다’고 말한다. 손을 바꾸는 것은 같은 사안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자는 취지에서 시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다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대체로 이전 방법에서 약간 변형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해법을 구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이럴 때 과감하게 손을 바꾸면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릴 때도 있다. 응급실에선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환자가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고 해서 의사가 위기를 느끼면 안 된다. 위기에 처한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의사는 항상 차가운 마음으로 환자를 바라봐야 한다. 환자와 자신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환자가 죽어간다고 같이 위기를 느끼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 어려움에 처한 비즈니스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위기에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자신이 어디에서 틀렸는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도 찾을 수 있다.홍윤식 고려대 응급의학과 교수 yshong@korea.ac.kr}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 (동아비즈니스리뷰) 142호(2013년 12월 1일 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유제약 리포지셔닝 성공사례○ DBR 케이스스터디 유유제약의 ‘베노플러스-겔’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약국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바르는 진통소염제’로 팔렸다. 핵심 기능으로 내세웠던 건 부기 완화였다. 매출액은 근 10년 넘게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유유제약은 지난해 타깃 고객층을 아이들에서 20, 30대 성인 여성으로 바꿨다. 약의 핵심 기능도 부종 완화에서 멍을 없애주는 치료제로 변경했다. 이른바 리포지셔닝(repositioning) 전략을 통해 ‘멍치료제’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셈이다. 이후 베노플러스-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나 늘었다. 사실 베노플러스-겔의 리포지셔닝 전략에는 빅데이터 분석의 공이 크다. 무려 26억 건에 달하는 소셜네트워크 데이터 분석을 통해 멍이 들면 민간요법에만 의존하는 소비자들의 행태를 파악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도입한 베노플러스-겔의 리포지셔닝 성공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생산성 하락없이 호의 베풀려면…○ Harvard Business Review 사람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이 받은 것보다 남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는 ‘기버(giver)’, 자신이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아내려 하는 ‘테이커(taker)’, 받은 만큼 돌려주는 ‘매처(matcher)’다. 조직의 입장에선 주는 행동을 장려하는 게 좋다. 동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거나, 지식을 공유하거나 가치 있는 무언가를 아무 대가 없이 남들과 나누려는 기버가 많을수록 효과적인 협력과 혁신, 품질 개선 및 우수한 서비스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기버들은 조직 내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실속도 없이 남들에게 도움만 주다가 자신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면서도 조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가 해법을 제시했다.}
모바일 메신저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지인들과 소통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올 9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및 모바일 메신저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6.4%가 모바일 메신저를 2개 이상 사용하고 있었다. 각각의 메신저를 사용하는 이유는 서로 달랐다.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을 주목적으로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의 경우, 전체의 61.6%가 ‘다른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인 중심의 ‘폐쇄형’ SNS인 카카오스토리 이용자들은 ‘친구들의 소식을 알기 위해서’(85.3%) 사용하는 목적이 컸다. 특이한 점은 ‘앞으로 어떤 SNS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전체의 48.8%가 카카오스토리를 골랐고 29.6%가 트위터를 꼽았다. 이런 결과는 사람들이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할 때 불특정 다수보다는 지인들과의 소통을 더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통은 실제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전체의 65.9%가 ‘메신저를 자주 하는 사람과 오프라인에서도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고 응답했고 66.2%는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과는 메신저도 많이 한다’고 답했다. 최근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가상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실생활에서의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위 실태 조사를 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기존 인간관계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익명의 인간관계를 확장하기보다는 오프라인의 기존 인간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고 싶어 한다.윤덕환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언론이 살아 있어야 한다. 예로부터 언론은 위대한 국가 지도자들이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아무리 혹독한 비판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정에 반영한 지도자는 성군이 됐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하거나 입을 막는 지도자는 어김없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고대 성군이었던 순(舜) 임금은 비방지목(誹謗之木)이라는 나무를 궁궐 앞에 세우고 누구든지 정치에 불만이 있다면 그 기둥에 비방하는 글을 새기도록 했다. 그는 비방지목에 적힌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국정운영의 균형을 잡아 나갔다. 요(堯) 임금도 ‘누구든 감(敢)히 간(諫)하여 말할 수 있는 북’이란 뜻의 감간지고(敢諫之鼓)를 매달아 놓고 백성들의 불만을 경청했다. 감간지고는 조선시대 신문고와 같은 역할을 했다. 명심보감에는 ‘나의 장점만 말하는 사람은 나를 해치는 사람이고, 나의 단점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나의 스승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데, 사실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은 이런 달콤한 말이 아니라 단점과 문제점을 냉혹하게 지적하는 언사다. 맹자는 신하를 고를 때 자신에게 과감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신하인 불소지신(不召之臣)을 한두 명 정도는 둬야 한다고 했다. 불소지신은 ‘함부로 오라 가라 부를(召) 수 없는 신하(臣)’라는 뜻으로 이들의 역할은 소수의견을 내놓는 것이었다. 국가와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어떤 사안이든 과감하게 비방할 수 있는 비방지목을 세우고 어떤 문제도 과감하게 간언할 수 있는 감간지고를 매달아야 한다. 리더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불소지신도 키워야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된 의견들은 국가와 조직이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균형을 잡아나갈 수 있도록 하고 발전과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다. 쓴소리가 귀에는 거슬려도 국가 미래를 위한 정론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위정자들의 바른 자세다.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