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遺賢을 발굴하고 盜名을 멀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선의 성리학자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1574년 임금 선조에게 인재등용, 안민(安民), 군정개혁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상소문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올렸다. 율곡은 특히 상소문에서 임금이 재야의 선비를 유형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했다.

율곡은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4가지 부류로 나눴다. 첫째는 유현(遺賢)이다. 도덕적으로 훌륭하며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려고 하지 않으나 기회가 생기면 정성을 다해 임금을 섬기는 유형이다. 둘째는 은둔(隱遁)이다. 높은 벼슬을 가볍게 보고 청렴하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셋째는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서 함부로 벼슬길에 오르려고 하지 않는 선비들로 염퇴(恬退)라고 했다. 마지막 유형은 헛된 명예를 추구하는 부류다. 겉으로는 벼슬을 사양하면서도 속으로는 욕망을 추구한다. 율곡은 이들을 가리켜 도명(盜名)이라고 했다.

율곡은 선비의 부류에 따라 이를 대하는 임금의 태도가 달라야 한다고 했다. 유현에게는 임금의 진실된 마음을 전하고 이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은둔은 벼슬을 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크고 이를 꺾을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둬야 한다. 대신 그가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순화시키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염퇴가 능력 이상의 일을 못하겠다고 밝힐 때는 물러나서 쉬도록 허락해야 한다. 반면 욕망만 채우려는 도명은 무시하고 가까이 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들은 백성들을 힘들게 만들 수 있으니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율곡은 특히 임금이 선비들의 말(의견)을 잘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비는 원래 명예와 재물을 위해서 벼슬을 하는 게 아니다. 임금을 섬기고 자신의 뜻을 펼치며 백성을 잘 보살피기 위해 조정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인재발굴은 현대에도 유효한 과제다. 유현을 발굴하고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받아들이며 도명을 피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