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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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문학/출판74%
문화 일반7%
산업7%
생활/가정3%
국제사고3%
인사일반3%
사회일반3%
  • 피카소 ‘여인의 흉상‘ 301억원 낙찰…아시아 피카소 경매 최고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1944년 연인을 모델로 그린 ‘여인의 흉상’이 26일(현지시간) 홍콩 크리스티 가을 경매에서 약 301억 원에 낙찰됐다. 아시아 경매 시장에서 팔린 피카소 작품 가운데 최고가다. 이날 경매의 하이라이트였던 ‘여인의 흉상’은 8번째로 등장해 17분 가까이 경합을 벌인 끝에 추정가(8600만~1억600만 홍콩달러)를 훌쩍 넘어선 1억6700만 홍콩달러(약 301억 원)에 낙찰됐다. 수수료를 포함한 최종가는 1억9675만 홍콩달러, 약 357억 원에 이른다.‘여인의 흉상’은 피카소의 다섯 번째 연인이자 대표적 모델이었던 도라 마르를 그린 작품이다. 피카소와 마르는 1936년부터 약 9년간 교제했으며, 이 시기 피카소는 마르를 모델로 한 작품을 60점 이상 남겼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1937년 작 ‘우는 여인’이다.이번에 낙찰된 ‘여인의 흉상’은 두 사람의 교제 말기인 1944년 3월 5일에 제작됐다. 그림에서 마르는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며 진홍색 드레스와 칠흑 같은 머리카락이 대조를 이룬다. 세로 80.8㎝, 가로 65㎝ 크기의 유화로 그림 왼쪽 하단에 ‘Picasso’라는 서명이 새겨져 있다. 개인이 25년 넘게 소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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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질문만 잘해도 깊은 대화로 훅 들어간다

    ‘망한 대화’라는 직감이 드는 순간이 있다. 김빠진 맥주처럼 식어버린 공기, 제자리만 맴도는 화제. 이처럼 누군가와의 대화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책이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학 교수가 인간관계의 핵심인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야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탐구한 책이다. 그의 강의 ‘TALK: 비즈니스와 일상에서 더욱 잘 말하는 방법’은 하버드 MBA 과정을 대표하는 명강의로 꼽힌다. 저자는 수많은 대화 주제를 △깊은 대화 △맞춤 대화 △스몰토크로 나눠 ‘주제 피라미드’라는 틀로 설명한다. 평범한 스몰토크를 넘어 상대의 내면에 다가가기 위한 기술을 제시하는데, 책에 실린 대화 사례는 모두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해 무척 생생하다. 핵심은 질문이다. “인생의 의미가 뭘까요”처럼 추상적인 질문은 상대를 주저하게 만든다. 반면 “당신이 사는 집은 어떤 점이 좋은가요” “커피는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나요”처럼 구체적인 질문은 상대에게 세부적인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더 깊은 대화로 이어진다. 개인정보를 적절히 드러내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날씨를 가지고도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 “사실 저는 비 오는 날이 좋아요. 아늑한 기분이 들거든요”와 같이 자신을 먼저 열면 상대 역시 이에 화답하듯 자신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의외의 기술도 소개된다. 대화 주제를 ‘자주 바꾸는 것’이다. 저자는 낯선 사람을 짝지어 일부에게는 10분 동안 12가지 화제를 다루라고 지시했고, 다른 그룹에는 원하는 속도로 대화하도록 했다. 한데 전자 쪽이 훨씬 즐겁고 만족스러운 대화를 나눴다는 결과가 나왔다. 화제를 자주 바꿔도 충분히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언제 화제를 전환해야 할까. 저자는 세 가지 신호를 제시한다. 대화 도중 △침묵이 길어진다거나 △가식적인 웃음이 늘어난다거나 △같은 말을 불필요하게 반복한다면 새로운 주제로 넘어가야 할 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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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천학 시인, ‘제6회 이어도문학상’ 대상 수상

    제6회 이어도문학상 대상에 권천학 시인이 선정됐다.26일 이어도문학협회는 권 시인의 시 ‘희망의 섬 이어도’를 대상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1946년생인 권 시인은 199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사랑의 아포리즘’ ‘고독 바이러스’ 등을 냈다. 권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인생 3모작을 시작하는 시점에 이어도문학상까지 받게 돼 더없이 고맙다”고 했다. 금상은 ‘노인성이 유숙하는 섬’을 쓴 배진성 시인에게 돌아갔다.이어도문학상은 제주 남서쪽 수중 암초 이어도의 가치 확산과 미래지향적 의미 발견을 목표로 공모하는 상이다. 시상식은 11월 15일 오후 3시 서울 충무로 ‘문학의 집’에서 열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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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 향한 뒤틀린 욕망, 과연 사랑일까요

    “‘강타 사랑해요’를 쓰면서 한글을 뗐어요. 엄정화의 ‘페스티벌’을 보며 숟가락을 떴습니다. 제가 K팝에 대해 (소설을) 쓰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아직 K팝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부터 K팝에 푹 빠졌던 소설가 이희주(33). 그는 지금껏 ‘한 우물만 파온’ 작가다. 2016년 데뷔작 ‘환상통’ 때부터 아이돌 팬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더니, 급기야 2021년 두 번째 장편소설 ‘성소년’은 아이돌 멤버를 납치하는 내용이었다. 성과는 놀라웠다. ‘성소년’은 지난해 영미권 대형 출판사와 억대 선인세 계약을 맺으며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단편 ‘최애의 아이’와 ‘사과와 링고’로 젊은작가상과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연이어 받았다. 5일 출간한 첫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문학동네) 역시 K팝이 소재. ‘덕질’로 일종의 ‘성덕’이 된 셈이다.1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의 신간엔 불온한 금단의 욕망을 담은 여덟 편이 실렸다. 결코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수록작 ‘최애의 아이’에선 주인공이 최애 아이돌의 정자를 사서 임신까지 한다. “앞으로 25년은 낡고 닳고 시들어가는 대신 성장하며 아름답게 개화할 … 굿즈”라는 문장은 당황스러울 정도. 이 작가가 이렇듯 집요하게 K팝을 파고드는 건 그의 삶이 창작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제가 소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제 삶 속에 아이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작가는 ‘케이팝 하는 여자들’이란 모임도 하고 있다. 특정 아이돌을 지지하기보단, K팝 팬들이 함께 모여 토론한다. 최근 작가는 여기서 ‘자본주의 바깥에서 사랑하기’를 주제로 발표를 하기도 했다.“팬덤 문화는 소비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지금은 그게 더 가속화되는 상황이죠. 앨범을 통해 음악을 듣지 않는 시대인데도, 최애를 1등 만들려고 수십 장씩 사요. 많은 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구야 미안해’라고 한답니다. 이런 방식에서 어떻게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고민을 발표했어요.” 오랜 K팝 팬으로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어떻게 봤을지도 궁금했다. 이 작가는 “첫 K팝 영화로서 팬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아이돌 모습을 잘 담아냈다”면서도 “팬덤 내부의 복잡성과 정동은 또 다른 방식의 작품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했다.“정반합(正反合)이 있으면 이제 막 정(正)이 나온 셈이죠. 다음엔 반(反)도 한번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K팝의 인기에 힘입어 그의 소설에 대한 해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하퍼콜린스와 영국 팬 맥밀런과의 계약도 현지에서 먼저 “K팝 소재의 소설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며 이뤄졌다고 한다. ‘성소년’은 브라질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도 출간을 확정했다. 이 작가는 “그간 문단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소재라 처음엔 독자들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낯설어했던 시기가 있었다”며 “어쨌든 끈기 있게 하니까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인정해 주시는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자신처럼 “한국 문단에 돌연변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앞으로 K팝을 소재로 쓰는 작가들이 늘면 돌연변이가 주류가 되는 건 아니냐’고 묻자, 이 작가는 빙긋 웃었다.“K팝 소설은 제가 시초고, 제일 잘 쓴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원조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의 국물 맛을 잘 지켜야죠.”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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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쪽빛 조명 무대 위로 詩가 흘러내렸다

    쪽빛 조명이 비춘 무대. 6명이 보면대(譜面臺)를 두고 앉아 있다. 깊은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연주회처럼. 하지만 무대 위에서 흘러나온 건 시(詩)였다.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김혜순 시인(70)이 후배 시인 5명과 함께 이달 5일 출간한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난다)를 읽는 ‘낭독 극장’을 열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 세계문화의집 국제문학상 등을 수상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김 시인의 무대는 13일부터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주간의 마지막 프로그램. 오후 7시, 130석 규모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이 암전되자 김 시인의 목소리로 녹음된 ‘시인의 말’이 울려 퍼졌다. 잠시 뒤 김 시인이 무대 왼편에서 조명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연극배우처럼 헤드셋 마이크를 찬 시인은 맨 오른쪽 의자에 앉아 서시(序詩) ‘그리운 날씨’를 읽었다. 이어 유선혜 시인이 들어왔다. 두 시인은 수록 시 ‘쌍둥이 자매의 토크’를 한 연씩 주고받으며 낭독했다. 1955년생과 1998년생, 40여 년의 간격을 잇는 호흡. 뒤이어 안태운, 김상혁, 신해욱, 황유원 시인도 무대에 올랐다. 수록 시 ‘오르간 오르간 오르간’은 6명이 “입술이었다가/계단이었다가/신호등이었다가/총 쏘는 남자였다가/액체였다가/기중기였다가”를 한 행씩 교차로 읽으며 긴장감 있는 리듬을 만들었다. 낭독에 참여한 시인들은 반팔부터 긴팔 외투, 운동화부터 워커까지 자유로운 차림새만큼이나 읽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김 시인은 비교적 담담하게 읽은 반면, 후배 시인들은 감정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황유원 시인은 ‘The Hen’s Scream’을 낭독하면서 “피리 좀 불지 마라”가 반복되자 마지막 구절에선 “‘제발’ 피리 좀 불지 마라”라며 ‘제발’에 힘을 가득 실었다. 김 시인의 신간 시집은 그가 커다란 어항 같은 화면에서 일렁이는 바다 생물 영상을 본 경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관객들은 바닷속을 유영하듯 자유로운 리듬과 시어에 1시간 반 몰입했다. 어둠 속에서 시 제목을 받아 적던 관객 박성훈 씨는 “‘알라모아나’에서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며 “평소에는 시를 직접 읽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처럼 이미지가 선명한 작품은 낭독으로 듣는 즐거움도 컸다”고 했다. 시 낭독회에 처음 왔다는 유호준 씨는 “시인의 어조와 호흡에 따라 전하려는 마음이 다르게 다가왔다”며 “청각에 몰입하고 싶어 눈을 감고 들었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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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빛 조명 아래 시가 흐르다…김혜순 시인, 후배들과 ‘낭독 극장’

    쪽빛 조명이 비춘 무대. 6명이 보면대(譜面臺)를 두고 앉아 있다. 깊은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연주회마냥. 하지만 무대 위에서 흘러나온 건 시(詩)였다.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김혜순 시인(70)이 후배 시인 5명과 함께 이달 5일 출간한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난다)를 읽는 ‘낭독 극장’을 열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 세계문화의집 국제문학상 등을 수상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김 시인의 무대는 13일부터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주간의 마지막 프로그램.오후 7시, 130석 규모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이 암전되자 김 시인의 목소리로 녹음된 ‘시인의 말’이 울려 퍼졌다. 잠시 뒤 김 시인이 무대 왼편에서 조명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연극배우처럼 헤드셋 마이크를 찬 시인은 맨 오른쪽 의자에 앉아 서시(序詩) ‘그리운 날씨’를 읽었다.이어 유선혜 시인이 들어왔다. 두 시인은 수록 시 ‘쌍둥이 자매의 토크’를 한 연씩 주고받으며 낭독했다. 1955년생과 1998년생, 40여 년의 간격을 잇는 호흡. 뒤이어 안태운, 김상혁, 신해욱, 황유원 시인도 무대에 올랐다. 수록 시 ‘오르간 오르간 오르간’은 6명이 “입술이었다가/계단이었다가/신호등이었다가/총 쏘는 남자였다가/액체였다가/기중기였다가”를 한 행씩 교차로 읽으며 긴장감 있는 리듬을 만들었다.낭독에 참여한 시인들은 반팔부터 긴팔 외투, 운동화부터 워커까지 자유로운 차림새만큼이나 읽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김 시인은 비교적 담담하게 읽은 반면, 후배 시인들은 감정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황유원 시인은 ‘The Hen’s Scream’을 낭독하면서 “피리 좀 불지 마라”가 반복되자 마지막 구절에선 “‘제발’ 피리 좀 불지 마라”라며 ‘제발’에 힘을 가득 실었다.김 시인의 신간 시집은 그가 커다란 어항 같은 화면에서 일렁이는 바다 생물 영상을 본 경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관객들은 바닷속을 유영하듯 자유로운 리듬과 시어에 1시간 반 몰입했다. 어둠 속에서 시 제목을 받아적던 관객 박성훈 씨는 “‘알라모아나’에서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며 “평소에는 시를 직접 읽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처럼 이미지가 선명한 작품은 낭독으로 듣는 즐거움도 컸다”고 했다. 시 낭독회에 처음 왔다는 유호준 씨는 “시인의 어조와 호흡에 따라 전하려는 마음이 다르게 다가왔다”며 “청각에 몰입하고 싶어 눈을 감고 들었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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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석기-철기에 가려졌던 ‘목기 인류’

    프랑스 피레네산맥에는 절벽을 깎아 만든 좁은 길을 걸어야 하는 종주 코스가 있다. 이름은 ‘슈맹 드 라 마튀르(Chemin de la Mâture).’ 번역하면 ‘돛대의 길’이다. 인적 드문 산을 깎아서 왜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또 이름은 왜 돛대의 길일까.때는 18세기. 프랑스와 영국은 식민지를 둘러싸고 패권 다툼을 벌였다. 더 크고 강력한 해군 전함을 앞다퉈 건조했다. 관건은 전함을 만들 목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였다. 뭣보다 아파트 20층쯤 되는 최대 61m 높이의 돛대를 만들 ‘크고 곧은’ 나무가 핵심이었다.프랑스는 그 해결책을 피레네산맥 깊은 곳에서 찾았다. 사람이 좀처럼 쉽게 다닐 수 없다 보니, 거대한 전나무 숲이 그대로 보존된 야생 지역이었다. 1772년 프랑스는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좁은 길을 깎아냈다. 이 길을 통해 돛대용 목재를 비롯해 다양한 용도의 나무를 절벽 아래로 실어 내려왔다.반면 영국엔 돛대를 만들 만한 침엽수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 결국 발트해 연안에서 수입한 상대적으로 작은 나무들을 활용해 조립식 돛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개의 작은 통나무를 쇠고리로 이어 붙이는 방식이라 구조적으로 취약했다. 당연히 내구성도 떨어져 전투 중 쉽게 부러졌다. 실제로 당시 양국의 주요 해전은 프랑스가 영국을 제압했다. 1779년 그레나다 전투는 영국 해군의 가장 큰 참패로 기록돼 있다.이처럼 ‘목재’는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재료였다. 영국 헐대학교 생물과학과 객원교수인 저자는 문명의 여정을 지탱해 온 핵심 소재로서 나무를 조명한다. 인간이 진화하고 세상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금에 이를 때까지 6000만 년이 넘는 여정에서 나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흥미롭게 추적한다.특히 이 책은 돌·청동·철이라는 세 가지 재료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를 구분해 온 전통적 서사에서 벗어나려는 인식이 핵심이다. 1831년 덴마크 고고학자인 크리스티안 톰센이 돌·청동·철에 따라 인간의 시대를 분류하는 개념을 도입한 이래, 이 방식은 인류학과 고고학의 주류가 됐다.하지만 저자는 인류와 가까운 친척인 유인원이 대부분의 도구를 돌이 아닌 나무로 만든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초기 인류 역시 유인원에게서 목공 기술을 이어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즉, 최초의 도구는 돌이 아니라 나무였을지도. 다만 오늘날까지 남은 인공 유물이 대부분 석기나 금속이다 보니 이들의 중요성이 과도하게 부각됐을 수 있다. 나무의 역할이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지워져 버린 셈이다.저자의 눈은 나무와 돌의 공존으로 향한다. 머나먼 옛 선조들은 오히려 석기를 이용해 ‘나무 도구’를 만들었을 것이란 인식이다. 최초 인류의 직업은 ‘목수’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2001년 탄자니아에서 발굴된 160만 년 전 페닌즈 유적지에서 나온 손도끼와 박편의 날 주변에선 아카시아의 옥살산칼슘 결정이 발견됐다. 손도끼가 목공 작업에 쓰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나무 창을 깎는 데 석기를 이용했다는 건 인류의 지적 능력에도 중대한 진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따지고 보면, 나무의 쓰임새는 참 다양하다. 큰 구조물을 떠받치는 거대한 부재도 될 수 있고, 이쑤시개 같은 자그마한 도구를 만들 때 쓰일 수 있다. 나무는 얼마나 다재다능한 재료인가. 잠시 세상을 ‘나무 중심’으로 바라보자. 관점의 변화는 삶의 차이를 이끌어낸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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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흥망성쇠서 중요한 소재 ‘나무’…그 역할을 짚어본 책 ‘나무의 시대’ [책의 향기]

    프랑스 피레네산맥에는 절벽을 깎아 만든 좁은 길을 걸어야 하는 종주 코스가 있다. 이름은 ‘슈맹 드 라 마튀르(Chemin de la Mâture).’ 번역하면 ‘돛대의 길’이다. 인적 드문 산을 깎아서 왜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또 이름은 왜 돛대의 길일까.때는 18세기. 프랑스와 영국은 식민지를 둘러싸고 패권 다툼을 벌였다. 더 크고 강력한 해군 전함을 앞다퉈 건조했다. 관건은 전함을 만들 목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였다. 뭣보다 아파트 20층쯤 되는 최대 61m 높이의 돛대를 만들 ‘크고 곧은’ 나무가 핵심이었다.프랑스는 그 해결책을 피레네산맥 깊은 곳에서 찾았다. 사람이 좀처럼 쉽게 다닐 수 없다 보니, 거대한 전나무 숲이 그대로 보존된 야생 지역이었다. 1772년 프랑스는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좁은 길을 깎아냈다. 이 길을 통해 돛대용 목재를 비롯해 다양한 용도의 나무를 절벽 아래로 실어 내려왔다.반면 영국엔 돛대를 만들 만한 침엽수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 결국 발트해 연안에서 수입한 상대적으로 작은 나무들을 활용해 조립식 돛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개의 작은 통나무를 쇠고리로 이어 붙이는 방식이라 구조적으로 취약했다. 당연히 내구성도 떨어져 전투 중 쉽게 부러졌다. 실제로 당시 양국의 주요 해전은 프랑스가 영국을 제압했다. 1779년 그레나다 전투는 영국 해군의 가장 큰 참패로 기록돼 있다.이처럼 ‘목재’는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재료였다. 영국 헐대학교 생물과학과 객원교수인 저자는 문명의 여정을 지탱해 온 핵심 소재로서 나무를 조명한다. 인간이 진화하고 세상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금에 이를 때까지 6000만 년이 넘는 여정에서 나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흥미롭게 추적한다.특히 이 책은 돌·청동·철이라는 세 가지 재료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를 구분해 온 전통적 서사에서 벗어나려는 인식이 핵심이다. 1831년 덴마크 고고학자인 크리스티안 톰센이 돌·청동·철에 따라 인간의 시대를 분류하는 개념을 도입한 이래, 이 방식은 인류학과 고고학의 주류가 됐다.하지만 저자는 인류와 가까운 친척인 유인원이 대부분의 도구를 돌이 아닌 나무로 만든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초기 인류 역시 유인원에게서 목공 기술을 이어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즉, 최초의 도구는 돌이 아니라 나무였을지도. 다만 오늘날까지 남은 인공 유물이 대부분 석기나 금속이다 보니 이들의 중요성이 과도하게 부각됐을 수 있다. 나무의 역할이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지워져 버린 셈이다.저자의 눈은 나무와 돌의 공존으로 향한다. 머나먼 옛 선조들은 오히려 석기를 이용해 ‘나무 도구’를 만들었을 것이란 인식이다. 최초 인류의 직업은 ‘목수’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2001년 탄자니아에서 발굴된 160만 년 전 페닌즈 유적지에서 나온 손도끼와 박편의 날 주변에선 아카시아의 옥살산칼슘 결정이 발견됐다. 손도끼가 목공 작업에 쓰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나무 창을 깎는 데 석기를 이용했다는 건 인류의 지적 능력에도 중대한 진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따지고 보면, 나무의 쓰임새는 참 다양하다. 큰 구조물을 떠받치는 거대한 부재도 될 수 있고, 이쑤시개 같은 자그마한 도구를 만들 때 쓰일 수 있다. 나무는 얼마나 다재다능한 재료인가. 잠시 세상을 ‘나무 중심’으로 바라보자. 관점의 변화는 삶의 차이를 이끌어낸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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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3년 전 최초의 한글 번역 성서, 국립중앙도서관서 본다

    143년 전 간행된 최초의 한글 번역 기독교 성서 ‘예수셩교 요안ᄂᆡ복음젼셔’가 정부에 기증돼 일반에 공개된다.국립중앙도서관은 18일 “강순애 한성대 명예교수로부터 고문헌 324책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기증한 도서 가운데 ‘예수셩교 요안ᄂᆡ복음젼셔’는 1882년 중국 선양(瀋陽) 문광서원에서 간행된 최초의 한글 번역 기독교 성서다. 스코틀랜드 선교사인 존 로스와 존 매킨타이어가 조선인 이응찬, 백홍준, 서상륜 등과 함께 번역했다. 이밖에도 ‘누가복음’, ‘주교요지’ 등 희귀 고문헌과 조선 후기에 사용된 목활자, 책 표지 문양에 쓰인 능화판 등도 포함됐다.도서관에 따르면 기증 받은 고문헌들은 다음 달부터 본관 5층 고문헌실에 ‘강순애 문고’를 설치해 공개할 계획이다. 도서관 측은 “희귀 고문헌을 국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보존 처리 및 디지털 작업을 통해 여러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했다.고문헌 발굴과 연구에 힘써 온 강 교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강 교수는 “그동안 모은 고문헌을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며 “앞으로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수집한 문헌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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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은 인간 본성… AI로 이야깃거리 풍성해져”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인간이 어떤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꿈을 꿉니다. AI가 없었을 땐 들려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인간이 할 수 있게 된 가능성. 이것이야말로 놀랍고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요.” 소설 ‘종이 동물원’ 등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계 미국 작가 켄 리우(49)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리우 작가는 2011년 발표한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과학소설(SF) 문학상인 휴고상, 네뷸러상과 권위 있는 판타지 문학상인 세계환상문학상을 모두 받았다. 제1회 MCT페스티벌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는 15일 간담회에서 “인간(의 노동)이 AI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까, 보상은 누가 해줄까라는 우려는 매우 단기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리우 작가는 카메라가 등장하며 시각예술이 발전하고 현실을 표현할 다양한 방법이 생긴 것처럼, AI의 탄생은 곧 새로운 형태의 예술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론 미스터리 소설도 독자가 용의자를 취조하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며 “용의자 안에 다양한 스토리를 집어넣어서 독자와 상호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예시일 뿐, 훨씬 더 흥분되고 신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리우 작가는 “기술을 인간과 구별되는 악(惡)으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기술이 인간을 위협하는 식으로 많이 묘사되지만, 사실 기술은 인간 본성과 가치관의 표현이라는 인식이다.“친구와 소통하려 하는데 전화기 없이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저는 아내 빼고는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걸요. 기술 없이는 인간을 이해하기도 어려워요. 개미집 없이 개미라는 종을 생각하거나, 벌집 없이 벌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어릴 적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리우는 로펌 변호사,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래머 등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 중국 SF ‘삼체’를 미국에 처음 알린 번역가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다양한 자극을 얻기 위해 의료와 환경, 프로그래밍 등 분야를 막론하고 과학 콘퍼런스에 자주 다니고, 과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제 모든 커리어는 저의 관심사에서 비롯됐어요. 글쓰기가 프로그래밍이나 변호사의 일처럼 경제적으로 많은 보상을 받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작가가 됐습니다. 미래는 타인이 아닌 각자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의 힘이 가장 중요합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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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대 문인과 예술가 ‘교류의 흔적’ 엿보기

    문인과 예술가들이 남긴 방명록 등을 전시하는 ‘만남의 이정표-방명록’전이 서울 종로구 영인문학관에서 19일부터 개최된다. 영인문학관은 “1958년부터 문인이나 예술가들이 남긴 방명록 등을 모은 다양한 기록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1958년 결혼식 방명록과 1960년 ‘지성의 오솔길’ 출판기념회 방명록, 1969년 이광수 유품 자료 전시회 방명록 등도 선보인다. 오세창 서예가(1864∼1953)의 10폭 병풍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전시와 함께 이 전 장관의 부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강석경·최윤 소설가의 문학 강연회도 열린다. 최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작가의 방’도 마련된다. 문학관 측은 “방명록은 모인 사람들의 마음과 교류의 흔적이 예술로서 남는 것이자 누가 찾아왔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물”이라며 “그 시대 문인과 예술가들의 교류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31일까지.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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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8∼12일 4대 고궁-종묘서… 공연-전시 등 ‘궁중문화축전’

    다음 달 서울 4대 고궁과 종묘에서 ‘궁중문화축전’이 열린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다음 달 8∼12일 서울 경복궁과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종묘에서 제11회 궁중문화축전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궁중문화축전은 해마다 궁궐 등의 특성을 살려 공연, 전시, 의례 재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축제다. 경복궁에선 한복을 입고 집옥재와 향원정 일대를 거니는 ‘한복 연향’이 열린다. 창경궁에서는 60세 이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반려식물 만들기 체험을, 덕수궁에선 어린이를 대상으로 ‘준명당 어린이 학교’가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궁중문화축전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면 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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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차트 40위 안에 6곡… “K팝이 지배하고 있다”

    “K팝이 차트를 지배하고(dominate) 있다.”(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사진)의 주제곡 ‘골든’이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6주째 1위를 지키는 등 K팝 노래가 해당 차트 40위 안에 6곡이나 포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12일(현지 시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 따르면 ‘골든’은 해당 차트에서 6주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기록한 3주 1위 기록을 앞지른 기록이다. ‘골든’은 현재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4주 비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20년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기록한 3주 1위 기록을 앞지른 기록이다. ‘골든’보다 핫 100에서 오래 1위를 차지한 K팝은 10주를 차지한 BTS의 ‘버터(Butter)’뿐이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작품 속 헌트릭스의 경쟁 그룹인 사자 보이즈의 노래 ‘소다 팝’은 4위, ‘유어 아이돌’은 7위를 차지했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정연, 지효, 채영이 부른 OST ‘테이크다운’은 24위를 차지했다. 다른 K팝 곡들도 상위에 올랐다. 트와이스의 ‘스트래티지(STRATEGY)’는 35위, 블랙핑크의 ‘뛰어’는 37위에 올라 K팝 곡만 총 6곡에 달한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측은 “세계를 지배하는 한국 음악 장르에 또 다른 획기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주”라고 말했다. 40위 아래에도 K팝 곡들이 있다. 하이브의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의 ‘가브리엘라(GABRIELA)’는 45위, 로제의 ‘아파트(APT.)’는 52위에 올랐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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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호랑이-까치는 민화에 왜 등장할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신스틸러 중엔 눈 3개 달린 까치를 꼽을 수 있다. 우리 전통 민화엔 눈 3개 달린 동물이 또 있다. 바로 개(狗)다. 이 책은 이처럼 한국 미술사를 전공하고 한국민화학회 고문으로 있는 저자가 그림과 조형물, 건축물에 숨겨진 한국적 무속 전통을 풀어냈다. 주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 술책 가운데 민간에서 널리 활용된 것 중 하나가 부적이다. 이 가운데 회화적 성격이 강한 것을 문자 위주의 부적과 구별해 ‘부작화(符作畵)’라 부른다. 부작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개다. 개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호랑이, 강한 부리를 가진 매처럼 용맹하고 포악한 조수(鳥獸)는 아니다. 하지만 벽사(辟邪·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의 주체로 부작화에 자주 등장한다. 평소 못 보던 것이 나타나면 경계하며 짖는 개의 속성과 관련이 깊다. 개를 주인공으로 한 벽사화 가운데 눈이 3개 달린 개가 등장하는 그림도 있다. 눈을 세 개로 표현한 건 귀신을 수색하는 영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묘책이다. 장례 때 귀신을 쫓기 위해 쓰는 방상시(方相氏) 탈의 눈이 네 개인 것과 같은 이치다. 벽사용 장식에는 귀신도 많이 쓰였다. 더 무서운 귀신으로 귀신을 쫓으려는, 나름의 이이제이(以夷制夷)인 셈이다. 도깨비나 괴수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외형만으로는 정체를 구분하기 어려워 귀면으로 통칭한다. 궁궐, 왕릉, 사찰 등 건축물에서부터 양반 가옥, 무덤의 부장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벽사용 주술 도구로 등장한다. 옛사람들은 귀신들이 놀라 도망칠 만큼 귀면의 형상이 공격적이고 위협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때문에 그런 모습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일본,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 장인들이 만든 귀면의 표정은 생각만큼 사납거나 독살스럽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경계의 눈초리에 관대함이 배어 있고, 공포감을 조성하려 했던 표정에서조차 해학과 온화함이 묻어난다. 저자는 이에 대해 “모나지 않은 한국인의 타고난 심성이 귀면 미술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썼다. 글로벌 대중문화 코드가 된 한국적 상징 코드의 뿌리를 짚어보는 재미가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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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적 상처를 직접 대면, 한국 작가들 부럽다”

    “저는 한강 작가와 김애란 작가의 책을 한 권도 빠짐없이 봤습니다.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중국 문학의 거장 옌롄커(閻連科·67)는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작가축제’ 간담회에서 한국 문학에 대해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옌 작가는 한국의 대가 현기영 작가(84)와 함께 이번 축제에 개막식 연사로 나선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서울 그라운드서울에서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8개국에서 온 해외 작가 10명과 한국 작가 19명이 대담과 토론을 진행한다. 옌 작가는 특히 12일 현 작가와 갖는 대담에 많은 기대를 표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등이 어떤 역사적 사건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며 “한국에선 암흑기나 상처를 작가들이 대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다”고 했다. “솔직히 중국에선 어떤 역사적 상처의 경우에는 작가가 제대로 직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대담을 통해서 이런 사건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을 배우고 싶습니다.” 현 작가는 이번 작가축제의 주제인 ‘보이는 것보다 ( )’에 대해서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사물이나 사건, 인물의 내면을 추구하는 게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주제의 ‘( )’는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단 뜻이 담겼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압축 성장을 통해 시대적 고통과 열광을 겪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인간성이 마모되고 물질만 좇는 상황이 됐어요. 옌 선생과 이런 세태에선 보이지 않는, 망각 속에 묻혀 버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대화할 계획입니다.” 두 작가는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선 애증을 담아 답했다. “작가는 인생에선 그리 좋은 직업이 아닙니다. 매일 불안하고 잠 못 자고 수면제가 필요하죠. 그보다는 눕자마자 잠드는 삶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옌 작가) “벽돌공이 벽돌을 쌓는 것처럼, 하나의 건조물을 만드는 일과 같아요. 문장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면 기분이 좋죠. 일종의 중독 현상이 와요. 그럴 때 작가는 참 행복한 거죠.”(현 작가) 한편 옌 작가는 3일 열렸던 중국 전승절에 대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글을 써야 해서 보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중국 국민의 생활이나 일자리에 관심이 더 많다. 이번 달 소득이 지난달보다 더 적어졌다든지”라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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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연둣빛 풋사랑이 익어가듯… 오감으로 써내려간 ‘어른의 연애’

    해마다 봄이면 찾아오는 노래 ‘벚꽃엔딩’처럼, 여름만 되면 역주행하는 소설이 있다. 2016년 국내 출간된 마쓰이에 마사시(松家仁之·67·사진)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주인공. 10년 가까이 됐건만 여름이면 1만 부씩 중쇄를 찍는다. 올해 역시 약 1만 부를 새로 찍으며 ‘여름 제철 소설’의 위상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이 소설은 일본 무명작가의 데뷔작이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13만 부가 팔렸다. 소설가 김연수, 김영하, 건축가 유현준 등이 수작으로 꼽으며 입소문을 탄 덕이 크다. 노건축가와 그의 철학을 존경하는 청년의 여름날을 그린 작품으로, 숙련공의 가치가 이울어 가는 시대에 휩쓸리지 않는 모습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달 25일엔 마쓰이에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가라앉는 프랜시스’(비채)도 국내 출간됐다. 이를 계기로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한국 독자들이 ‘여름은…’을 인생 책으로 꼽는 것에 대해 “한국엔 자신이 원하는 걸 자신의 힘으로 찾아내는 독자가 많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해외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처음 쓴 장편소설이다 보니 새삼 소설의 보편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마쓰이에 작가는 와세다대 문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2012년 54세에 데뷔했다. ‘여름은…’을 번역한 김춘미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는 “늦깎이 작가지만, 그의 언어 구사가 앞으로 어디까지 이를지 이렇게 궁금한 작가도 드물 것”이라고 했다.‘여름은…’이 20대 풋사랑을 그렸다면, ‘가라앉는 프랜시스’는 30대 이상 ‘어른의 연애’를 그린 소설. 감정의 밀도와 톤이 확연히 다르다. 신작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다가가면서도 완전히 맞닿지 않는 거리감을 끝내 유지한다. 전작이 연둣빛 여름을 닮았다면, 신간은 새하얀 겨울이 떠오른다.‘가라앉는 프랜시스’에서 게이코는 도쿄 생활을 청산하고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에 우편배달부로 취직한다. 인구 800명 대다수가 노인인 이곳에서 그는 눈이 침침한 수신인을 대신해 편지를 읽어 주고, 말동무도 되어 준다. 그 과정에서 마음 깊은 구석에 빛이 닿는 것을 느낀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대담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더욱더 민감해지고 경계심이 강화되기도 하죠. 한 사람의 내면에도 ‘감정의 온도’의 차이와 변화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마쓰이에 작가는 이런 신작의 키워드로 “눈(雪), 소리, 남녀”를 꼽기도 했다.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문장은 작가가 데뷔작부터 선보인 장기 중 하나. 제도용 연필을 깎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건축사무소 풍경을 “커피를 끓이는 향내처럼, 연필을 깎는 냄새에 아직 어딘가 멍한 머리 심지가 천천히 눈을 뜬다”고 표현했다. 신작에서도 편지봉투가 우체통 바닥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 빨간 우편배달차가 하얀 눈을 뒤집어쓰며 나아가는 모습 등을 유려하게 펼쳐 보인다. 작가는 이처럼 ‘스쳐 지나가던 감각을 깨우는 표현’에 대해 “주인공은 여행자나 거주자 중에 아직 어느 쪽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미묘한 입장”이라며 “자연환경이나 지역 공동체에 대한 감각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소화하는’ 한 가지 방법을 권하기도 했다. “잠시 휴대전화를 꺼두고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것에 마음을 집중해 보라”였다. 그리고 그때의 읽는 속도는 이렇게. “가능하다면 천천히, 안단테로.”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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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년 시력(詩歷) 시인의 꿈은… 여전히 ‘마음이 가난한 사람’

    정호승 시인(75)은 가방 안주머니에 항상 지폐를 종류별로 넣고 다닌다. 시인이 “5만 원짜리 사건”이라고 부르는 날 이후부터다. 어느 날 시인은 지하철 역사에서 구걸하는 노숙인을 마주쳤다. 지갑을 보니 1000원짜리도, 1만 원짜리도 없고 5만 원짜리 지폐만 있었다. 지갑을 꺼내 들었으니 상대는 시인의 손만 쳐다보는 상황. “미안해요. 다음에 드릴게요.” 결국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시끄러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하겠다고. 그때부터 정 시인은 가방에 1000원, 5000원, 1만 원짜리 지폐를 다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신작 시집 ‘편의점에서 잠깐’(창비)을 낸 정 시인을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의 서류가방 안엔 꼬깃꼬깃 접은 지폐들이 여러 장 들어 있었다. 53년 시력(詩歷)의 시인은 요즘 화두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시인은) 마음의 부자가 되려면 (역설적으로) 마음이 가난해져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시를 쓰기 어렵거든요. 영혼과, 마음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시인은 기본적으로 가난한 사람이에요.” 할머니들이 지하철에서 강낭콩이나 호랑이콩을 팔면 지나치지 않는다. 구두는 집에서 닦지 않고 꼭 구두 닦는 이에게 맡긴다. ‘마음이 가난해지기 위한’ 시인의 한 방편이다.“해마다 12월 1일이면 거리에 구세군 냄비가 등장해요. 제 원칙은 ‘처음 만나는 구세군 냄비에 반드시 돈을 넣는다’예요. 그다음 냄비도 ‘이거는 아내 몫, 이거는 아들 몫, 이거는 며느리 몫’ 하면서 넣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약속에 늦었으니까 그냥 가자’ 하고 지나치기도 하죠. 그러면 ‘아, 내가 끝까지 실천을 못 하는구나’ 싶죠.” 마음이 가난해지기. 시인은 “말처럼 쉽진 않다”고 털어놨다. 엎어지고 일어서기의 반복인 ‘마음 가난해지는 길’에 대해 그는 시에서 솔직하게 노래했다.“나도 이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생각하는 순간 바다에 빠져 죽었다”(시 ‘마음이 가난해지기 위하여’에서), “나는 마음으로 가는 길을 가지 못하고/그만 돌다리에 파묻혔다”(시 ‘마음으로 가는 길’에서). 깨달았다고 여긴 순간 불쑥 찾아오는 번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시구(詩句)다. 2022년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에서 슬픔에 ‘택배’라는 현대적 상징물을 접목시켰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선 ‘편의점’을 등장시켰다. 그는 “이제 물리적으로 노년이긴 해도 ‘시가 늙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그래야 읽는 사람도 안 그래도 지쳐 있는 삶에 생동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표제작 ‘편의점에서 잠깐’은 늦은 밤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우연히 만난 옛 연인이 주인공이다. 해후의 장소가 버스정류장도, 길거리도 아닌 편의점이라니. “편의점에서는 ‘계산’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랑에서 왜 이별이 이뤄졌을까를 생각해 보면 자기 이익을 계산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나는 얼마만큼 나누고 줬는가를 편의점에서 만났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시에는 “당신이 산 캔맥주는 당신이 계산하고/내가 산 컵라면은 내가 계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신의 것은 내가 계산하고, 내 것은 당신이 계산하던’ 옛 시절이 떠올라 구슬퍼지는 구절이다. 1972년 등단해 반세기 넘게 독자들을 위로해온 시인. 그는 “이번 시집으로 바라는 단 한 가지도 시를 통한 위안”이라고 했다. 널리 알려진 시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산산조각’을 언급하며 “살다 보면 누구 인생이든 다 산산조각이 난다”고 했다. “그럴 때 ‘오늘도 산산조각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당부와 함께.“네팔 룸비니에서 흙으로 만든 부처님 형상을 사 왔거든요.(시인의 종교는 가톨릭이다.) 근데 책상에 둔 순간부터 걱정되는 거예요. 흙으로 만들었으니 떨어지면 산산조각 나잖아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거 아니냐.’ 거의 20년 전 시인데 저도 최근 그 시에서 위안을 받았어요. 그 시 쓰고 제게도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어요. 생각을 바꾸면 편안해집니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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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 학생 위한 대안학교… “한국사회 적응한 졸업생들 뿌듯”

    《영광의 수상자들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8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9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6∼8월 3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해밀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사회에 나가 양쪽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굳은살’을 만들어 주기 위한 학교입니다. 오랜 시간 해밀학교를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시는 의미로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수 인순이로 널리 알려진 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68)은 해밀학교가 인촌상 교육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학생들에게 우리는 모두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태어났고 모두 특별한 아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밀학교는 다문화 학생 교육을 위해 2013년 강원 홍천군에 설립된 중학교 학력 인정 다문화 대안학교다. 김 이사장은 과거 라디오 방송을 듣다 다문화 학생의 고교 졸업률이 낮다는 사실을 접하고 학교 설립을 결심했다. 그는 “‘다문화 학생은 사춘기를 보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옆에서 도와주면 그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사춘기를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개교 당시 교사와 학생이 각각 6명씩인 소규모 학교였다. 친환경 농촌 체험관을 빌려 교실로 꾸미고 민가를 임차해 기숙사로 사용했다. 현재는 교사 10명, 학생 55명 규모로 성장했고 별도의 학교 건물과 기숙사도 마련했다. 지난달 27일 만난 이경진 해밀학교 교장은 “설립 초기에는 다문화 학생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잘 몰라 힘들었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웠다”며 “여러 선생님이 학생 교육에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후원금이 모이며 학교 건물도 짓고 대안학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밀학교에는 다문화 학생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 학생이 아닌 학생들도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다.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한국어 성장 과정 데이터화 및 교육과정 반영, 학습자료 다국어 동시 번역 시스템 개발 등의 노력으로 많은 다문화 학생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입학 전 한국어를 전혀 못 했던 학생이 3년간 교육을 받으며 한국어가 상당한 수준으로 늘었고 해밀학교를 졸업한 뒤 일반고를 거쳐 국내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이 교장은 “한국 사회에 적응해 잘 살아가고 있는 해밀학교 졸업생들로부터 ‘해밀학교를 늘 기억하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정말 감격스럽다”며 “학생 한 명, 한 명이 모두 가족 같다”고 말했다.공적2013년 가수 인순이(김인순) 씨가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강원 홍천군에 만든 학교. 교사 10명, 학생 55명으로 운영 중이며, 40여 명의 시간강사가 한국어, 방송 촬영, 코딩, 드론 교육 등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이주 배경의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학습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교사들이 다국어 자동 번역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2023년 강원도 최초로 구글 레퍼런스 스쿨에 선정됐다. 해밀학교는 함께 살아갈 다문화 사회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등단 61년 맞은 현대시 산증인… “시는 내게 멈출 수 없는 호흡”언론·문화 신달자 시인“(수상 소식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인촌상을 받는다는 건, 시를 잘 써왔다는 것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왔다는 의미가 담긴 거니까요. 이 상을 받은 만큼, 남은 인생에서 말 한마디라도 힘을 불러들이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올해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신달자 시인(82)은 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수상 소식을 들었던 감격적인 심경을 떠올렸다. 1964년 등단한 뒤 지난해 시력(詩歷)으로 환갑을 맞은 시인에게도 인촌상 수상은 너무나 특별한 의미였기 때문이다.그는 평생 시가 곧 삶이었기에 이런 기쁨도 찾아왔다고 믿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시와 만난 뒤 한 번도 이 길을 의심하지 않았다. 신 시인은 “시는 내게 호흡과 같다”며 “숨을 멈추면 죽듯, 시를 쓰지 않으면 나는 없다. 죽을 때 ‘시인 신달자가 갔다’고 불리면 영광”이라고 했다.신 시인은 1973년 첫 시집 ‘봉헌문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7권의 시집을 펴냈다. 그의 시는 한국 현대시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수필집 ‘백치 애인’과 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도 각각 70만 부, 100만 부 넘게 팔렸다. 작품들을 통해 결혼 직후 투병 중인 가족을 간호하고 세 딸을 키우며 가장 역할을 한 모습이 알려지며 독자들의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든 작품엔 어려운 삶의 풍경을 담아내는 따뜻한 온기가 배어난다.“당장 내일 아침 끼니가 막막할 때도 있었어요. 그때 ‘더 이상 못 해’라는 말을 집어던지고 ‘이 순간을 반드시 글로 쓸 거야’라는 마음 하나로 버텼습니다. 글로 쓰기 위해 돌을 씹어서라도 일어서야 한다는 마음, 그것이 제 생명줄이었죠.”신 시인은 문단 선후배들의 신뢰가 두텁기로 유명하다. 한국시인협회장과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주변을 챙겼다. 그는 “여든이 넘으니 모든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며 “남을 미워할 시간이 없다. 예전엔 가끔 지적도 했지만 이젠 ‘괜찮아, 너 잘하는 것도 있잖아’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그게 나이가 가르쳐주는 너그러움 같아요. 이번 여름 무척 더웠지만 가을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잖아요. 요즘 하늘이 얼마나 예뻐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게 많습니다.”시인은 인촌상 수상 소감을 전하는 순간 역시 ‘축복’이라고 불렀다. “살면서 헛된 시간은 없어요. 지금 이 시간도 얼마나 축복인가요. 내일로 가서 이날이 과거가 되면 또 하나의 재산이 쌓이는 겁니다. 누군가 ‘마지막 순간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전 ‘감사합니다’일 거예요.”공적1964년 여성지 ‘여상’에 시 ‘환상의 방’이 당선됐고, 박목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본격적인 문단 활동에 나섰다. 여성 특유의 심미감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삶의 고뇌를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하며 여성성을 바탕으로 시 세계를 확장했다. 결혼 직후 남편과 시어머니가 투병할 때 간호하고, 세 딸의 어머니로 가장 역할을 했다. 어려운 삶의 모습을 따뜻한 온기로 표현하며 공감을 얻었고, 한국의 대표적 여성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같이 얻기 어려운 문학 장르에서 문학성 높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북한 경제 데이터 분석한 석학… “北 제대로 아는게 통일 열쇠”인문·사회 김병연 교수“북한 경제를 전공하면 교수로 자리 잡기 힘들다며 말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며 북한 경제 연구에 매진해 온 모든 연구자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인촌상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63)는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인촌상을 수상하게 돼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밝혔다.김 교수는 옛 소련과 동유럽 등 사회주의 경제가 자본주의로 어떻게 이행하는지를 연구하며 세계적 석학 반열에 올랐다. 특히 이를 통해 북한 경제를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최근에는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에서 통일, 이주민 적응 여부 등을 연구하고 있다.김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3000명 이상의 탈북자를 조사해 북한 경제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동료 연구자들과 중국 단둥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180여 개 중국 기업의 자료도 수집해 북한의 실질 장기경제 성장률 등을 추산했다. 그 결과 한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이 1960년대 후반부터 북한을 앞서기 시작했음을 밝혀냈다.김 교수는 2017년 북한 경제에 관한 각종 데이터를 집대성한 저서 ‘북한 경제의 실체를 벗기다(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를 통해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등 주요국 대북 정책 결정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이 책으로 2018년 대한민국 학술원상, 서울대 학술연구상도 받았다. 그는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 연구는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이념의 전쟁터’였다”며 “북한 경제를 객관적으로 실증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대북 정책을 펼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 또한 북한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수립된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보수 정권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만 말하고, 진보 정권은 ‘평화와 경제협력’만 강조하는데 이런 이분법적 사고로는 대북 정책을 제대로 펴기 어렵다”며 “‘짬뽕’과 ‘자장면’ 둘 중 하나를 양자택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실(fact)에 기반해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있는 ‘코스 메뉴식’ 대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북한 경제에 대한 연구가 통일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 경제를 모르면 북한이라는 배가 어디로 나아갈지 알 수 없다”며 “북한을 공부하는 경제 전문가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공적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시기에 일어나는 경제 변화 등을 연구하는 ‘이행기 경제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 북한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해 북한 경제와 국가 간 경제 제도의 비교연구라는 비주류 분야를 소신 있게 연구했다. 비교경제 분야 최고학술지에 8편 등 총 50편에 가까운 논문을 게재했다. 2017년 영문 서적 ‘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북한 경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이론적 추론을 넘어선 실증적 연구를 했다.고체-액체 사이 ‘네마틱’ 관측… “꿈의 물질 고온초전도체 연구”과학·기술 김범준 교수“한국에 훌륭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많은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영광입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 꿈의 물질로 불리는 고온초전도체의 비밀을 밝힐 수 있도록 더욱 연구에 정진하겠습니다.”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범준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49)는 2일 본보 인터뷰에서 “요즘 한국 과학계의 전반적인 연구 역량이 많이 올라갔다고 느낀다”며 “노벨상 시즌이 곧 돌아오는데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김 교수 역시 한국 과학계의 경쟁력을 높인 데 크게 일조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2023년 ‘제4의 상’이라고 불리는 ‘네마틱 상’(액체와 고체 성질을 동시에 갖는 상)을 관측한 연구는 김 교수의 대표 공적으로, 이 연구는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대부분의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으로 존재하지만 스마트폰 액정처럼 고체와 액체 사이의 ‘제4의 상’도 존재한다. 이런 네마틱 상이 양자역학계에도 존재한다는 이론은 있었지만 이를 실제 물질에서 관측하지는 못했다. 김 교수는 네마틱 상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 ‘공명 비탄성 X선 산란 장비(RIXS)’를 개발해, 이리듐 산화물에서 네마틱 상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네마틱 상태의 이리듐 산화물로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고온초전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고온초전도체는 절대온도 77K(캘빈·영하 196도) 이상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의미한다. 고온초전도체가 개발되면 양자컴퓨터의 개발 가능성도 커진다. 기존 초전도체의 경우 극저온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해 복잡한 냉각장치를 갖춰야 하고, 온도가 올라가면 에러율이 높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고온초전도체가 실현되면 이 같은 ‘양자 오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남은 연구 인생을 고온초전도체를 양자컴퓨터에 활용하도록 하는 데 다 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다소 생소한 연구를 한국에서 꽃피우기까지는 많은 역경이 있었다. 물질의 양자 스핀을 관찰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가 포스텍에 있는 포항방사광가속기 하나뿐이었고, 연구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김 교수는 포스텍에 자리 잡기 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그룹리더로 있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독일은 다 천천히 가는 사회라 사는 데는 불편함이 많지만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긴 호흡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초과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국민들도 조금은 느긋하게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공적2008년 최고 권위 학술지인 ‘Physical Review Letters’에 이리듐 산화물에서의 새로운 부도체 상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전자 사이의 강한 상호 작용으로 인해 일반적 물리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상관 물질 중 이리듐 산화물에 대한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세계적 연구 확산을 선도했다. 최근 세계 최초로 스핀 액정 상을 관측해 양자컴퓨팅과 초전도체 등 미래 혁신기술 분야 경쟁력 향상에 기대감을 낳고 있다. 또 비탄성 공명산란 연구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대형 장비를 포항 가속기연구소에 구축했다.제39회 인촌상 심사위원(가나다순)▽교육 △위원장 백순근 서울대 교수·한국교육학회 회장 △위원 이용균 중앙고 교장, 임창빈 한국지도자육성장학재단 이사장, 장덕호 건국대 교수▽언론·문화 △위원장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위원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 이은주 서울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인문·사회 △위원장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 △위원 김두얼 명지대 교수, 이철승 서강대 교수, 임준철 고려대 교수▽과학·기술 △위원장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김창영 서울대 교수, 심현철 KAIST 교수, 예종철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베를린=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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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굶어 죽은 우크라 390만 명… 스탈린 체제 ‘의도된 참사’였다

    1931∼1934년 소련 전역에서 최소 5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이 가운데 390만 명이 우크라이나인이었다. 훗날 ‘홀로도모르(Голодомор)’라고 불리는 대기근이었다. 우크라이나어로 굶주림을 뜻하는 ‘홀로드’와 멸종을 뜻하는 ‘모르’의 합성어다. 굳이 따지면 ‘아사(餓死)’다. 신간은 1930년대 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대기근 홀로도모르를 다룬다. 저자는 ‘굴라크’로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이자 칼럼니스트로, 러시아 및 중동부 유럽 현대사를 탐구해온 인물이다. 책의 주제는 명확하다. 스탈린 체제가 어떻게 식량을 무기 삼아 우크라이나 사회를 무너뜨렸는지에 집중한다. 곡물 수탈은 물론 주민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봉쇄한 탓에 수백만 명이 탈출조차 못 한 채 굶어 죽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민족운동은 1932∼1933년 대기근으로 궤멸했다. 저자는 이 비극이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민족성을 억누르려는 의도된 정치적 폭력이었다고 설명한다. 기근이 극에 달했던 1932년 겨울에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마을에 폭력적인 징발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특수제작한 긴 금속 막대를 들고 다니며 침대든 아기 요람이든 개집이든 어느 표면이든 찌르고 다니며 숨겨진 곡물을 찾았다. 겨울이 봄으로 바뀌고 식량 부족이 극심해지자 대다수 농민은 저항을 멈췄다. 심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육체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굶주린 이들은 힘이 없어 저항할 수가 없었다. 배고픔이 저항의 의욕마저 짓누른 것이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근의 구조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대기근에 대해 완전한 침묵이 이어졌다고 한다. 저자는 최근 공개된 문서와 생존자 증언, 지역 연구 등을 모아 소련의 정책 집행 과정을 고발한다. 기근에 대해 공적인 자리에서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던 이후의 ‘기억 전쟁’까지 짚어낸다. 책을 읽다 보면 권력은 과거를 지우거나 왜곡함으로써 현재를 지배한다는 무서운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기록과 기억이 사라질 때 진실은 얼마나 쉽게 권력에 휘둘리는가. 그 물음은 과거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하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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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책 해외 홍보, 뉴욕서 ‘찾아가는 도서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4,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찾아가는 뉴욕도서전’을 개최한다. ‘찾아가는 도서전’은 한국 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2015년부터 해마다 서너 차례씩 개최해 온 사업 상담회다. 올해 체코 프라하, 폴란드 바르샤바, 대만 타이베이에 이어 한국 책의 북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뉴욕에서 네 번째 상담회를 여는 것. 지난해에는 일본과 인도네시아, 스페인에서 국내 기업 49곳과 해외 기업 108곳을 연결했다. 이번 뉴욕 도서전에는 문학동네, 창비, 다산북스, 웅진씽크빅 등 국내 15개 출판사가 참가했다. 미국에서는 세계 5대 출판사로 꼽히는 펭귄랜덤하우스, 하퍼콜린스, 사이먼앤드슈스터 등이 도서전을 찾는다. 문학 에이전시인 트라이던트 미디어그룹과 와일리 에이전시, 디지털·오디오 콘텐츠 기업 오버드라이브, 레코디드 북스 등도 참여한다. 도서전에 맞춰 주뉴욕한국문화원은 아동도서 332종을 새롭게 전시하고 박현민 아동작가가 참여하는 독자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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