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51

추천

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4-13~2026-05-13
문학/출판40%
문화 일반27%
인사일반12%
학술6%
역사3%
사회일반3%
만화3%
인공지능3%
기타3%
  • ‘김구 선생님-에밀레종 소리’ 등장… 파격 새앨범

    “BTS(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은 한국의 문화유산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팝 사운드를 결합시켰다.”(미국 경제지 포브스)BTS가 20일 공개한 정규 5집 ‘아리랑’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되 과거에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을 오롯이 담은 앨범이다.이날 오후 1시 공개된 앨범엔 타이틀곡 ‘스윔(SWIM)’을 포함해 총 14곡이 수록됐다. 앨범 전반부는 초기 ‘힙합돌’ 시절이 떠오르는 강렬한 비트와 에너지로 채워졌다. 첫 트랙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는 2000년대 팝 랩 같은 질감의 사운드 위에 전통 민요 ‘아리랑’의 선율과 전통 타악을 겹겹이 얹었다.힙합 R&B 곡인 ‘에일리언스(Aliens)’는 “파든(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이라는 가사를 넣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미국 아카데미상 2관왕을 축하하며 “김구 선생께서 꿈꾸셨던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는 나라’가 어느덧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앨범엔 이른바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의 소리로 구성된 6번 트랙 ‘No.29’도 실렸다. 이어지는 7번 트랙 ‘스윔’은 ‘날것’에 가까웠던 과거를 지나 보다 넓은 이야기로 나아가는 현재의 BTS를 보여준다.‘스윔’은 BTS의 글로벌 히트곡인 ‘버터(Butter)’나 ‘다이너마이트(Dynamite)’처럼 모든 가사가 영어로 구성됐다.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밖에도 무대 안팎에서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담은 ‘노멀(NORMAL)’ 등 다양한 정서를 아우르는 곡들이 앨범에 담겼다.미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제프 벤저민 칼럼니스트는 AFP통신에 “이번 앨범은 BTS가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진다”며 “우리가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을 기억하는 방식처럼, BTS는 K팝 역사에서 그들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나누는 아티스트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최적화 공급망의 역설… 위기시 대체망이 없다

    한 아이스크림콘 포장지에 적힌 원재료명을 살펴본다. 바닐라향 착향료는 마다가스카르산이고, 과자 부분의 밀가루는 미국산과 호주산, 쇼트닝은 말레이시아산이니 명실상부 ‘월드’콘인 셈이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세계가 담기기까진 어떤 일이 있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조업연구소장이 물건이 만들어져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을 추적한 책이다.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포뮬러1 스포츠카,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제조 시스템의 내부를 생생한 사례로 풀어내며,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제조업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제조업은 물건을 만드는 일(제조)과 그것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일(물류)로 이뤄진다. 불과 3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쓰는 물건을 만드는 이들(재단사, 대장장이, 목수 등)과 가까이 살았다. 하지만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그 결과 제조업은 ‘하수처리 시스템처럼’ 변했다. 우리의 삶에 필수적이지만,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좀처럼 인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실제로 많은 게 어긋났다. 팬데믹 당시 미국 등에선 마트의 위생용품 코너가 텅 비어 버리는 ‘화장지 대란’이 일어났다. 왜 마스크나 고무장갑, 인공호흡기 같은 필수품을 즉각적으로 생산하거나 늘릴 수 없었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제조업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영국인들이 무심코 사용하는 화장지 한 롤에도 긴 여정이 담겨 있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침엽수림에서 수십 년 자란 나무를 베어 트럭에 싣고 제재소로 보낸다. 제재소에서 나무는 껍질이 벗겨지고 여러 형태로 절단되며, 일부는 펄프 공장으로 이동해 셀룰로스로 분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펄프는 다시 수백 km를 이동해 압연 공장에서 화장지로 가공되고 포장된 뒤 물류망을 따라 화장실로 들어온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지나치게’ 최적화돼 있다는 데 있다. 공급망은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여분의 재고도, 대체 공급처도 없는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충격에는 취약해졌다. 평소 화장지 수요는 안정적이기에 매장은 2, 3주 치 재고만 보유한다. 2020년 봉쇄 조치 직후엔 수요가 7배 가까이 급증하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화장지가 이 정도니, 1만5000∼3만 개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 600만 개 부품으로 이뤄진 항공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취약성뿐 아니라 가능성도 동시에 짚는다. 팬데믹 당시 영국 의류 기업인 데이비드 니퍼는 지역 병원과 협력해 재활용 가능한 수술 가운을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산 일회용 가운이 끊기자 여성복 생산 라인을 과감히 전환한 것이다. 효율만을 좇던 시스템이 멈춰 섰을 때, 현지에서의 생산과 빠른 전환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셈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제조업은 보이지 않는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그래서 효율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속 가능성과 회복 탄력성을 함께 갖춘 제조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아이스크림콘 하나에 담긴 세계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그 질문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빌보드 “BTS 이번 앨범은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

    “BTS(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ARIRANG(아리랑)’은 한국의 문화유산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팝 사운드를 결합시켰다.”(미국 경제지 포브스)방탄소년단(BTS)이 20일 공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되 과거에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을 오롯이 담은 앨범이다.이날 오후 1시 공개된 앨범엔 타이틀곡 ‘스윔(SWIM)’을 포함 총 14곡이 수록됐다. 앨범 전반부는 초기 ‘힙합돌’ 시절이 떠오르는 강렬한 비트와 에너지로 채워졌다. 첫 트랙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는 2000년대 팝 랩 같은 질감의 사운드 위에 전통 민요 ‘아리랑’의 선율과 전통 타악을 겹겹이 얹었다. 힙합 알앤비 곡인 ‘에일리언스(Aliens)’는 “파든(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라는 가사를 넣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미국 아카데미상 2관왕을 축하하며 “김구 선생께서 꿈꾸셨던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는 나라’가 어느덧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앨범엔 이른바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의 소리로 구성된 6번 트랙 ‘No.29’도 실렸다. 이어지는 7번 트랙 ‘스윔(SWIM)’은 ‘날 것’에 가까웠던 과거를 지나 보다 넓은 이야기로 나아가는 현재의 BTS를 보여준다. ‘스윔’은 BTS의 글로벌 히트곡인 ‘버터(Butter)’나 ‘다이너마이트(Dynamite)’처럼 모든 가사가 영어로 구성됐다.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이밖에도 무대 안팎에서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담은 ‘노말(NORMAL)’, 뜨겁게 살아가겠단 의지를 강조한 ‘라이크 애니몰스(Like Animals)’ 등 다양한 정서를 아우르는 곡들이 앨범에 담겼다.미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제프 벤저민 칼럼니스트는 AFP통신에 “이번 앨범은 BTS가 고국에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진다”며 “우리가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을 기억하는 방식처럼, BTS는 K팝 역사에서 그들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나누는 아티스트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6-03-20
    • 좋아요
    • 코멘트
  • “파도처럼 사라지고, 희미하게 번져온다… 가슴을 적신다”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23회 영랑시문학상 본심에 오른 후보작이 선정됐다.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9일 심사를 진행해 5개 작품(시집)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지난달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운영위원장 신달자 시인과 부위원장 허형만 시인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어 올해 운영 요강과 심사 기준을 확정하고, 예·본심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1차 예심은 김효은 신철규 안웅선 시인이 맡았으며, 2차 예심은 조대한 문학평론가, 박형동 황정산 시인이 참여했다. ‘등단한 지 10년 이상 된 시인이 2024, 2025년에 출간한 시집’을 대상으로 공모 및 추천을 통해 25개 작품을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5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영란 시인의 ‘사랑은 물오리나무를 타고 온다’ △박연준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손미 시인의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이승희 시인의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최형일 시인의 ‘밤비가 파두에 젖는다’이다(이상 작가명 가나다순).김 시인의 ‘사랑은 물오리나무를 타고 온다’는 정상적인 삶의 속도에서 뒤처진 존재들을 섬세하게 포착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저마다의 시간과 속도로 세계와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어떠한 끈으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관계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끌어올린다”고 평가했다.박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본심에 오른 작품으로, 사랑의 의미를 집요하게 탐색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작은 존재들을 향한 천형과도 같은 책임감과 섬세한 관찰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혔다”고 했다.손 시인의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해 상처와 분열의 세계를 통과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심사위원단은 “배제와 증오, 다툼과 전쟁이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 아직 증발되지 않은 연대의 고리를 찾는 시도가 더욱 귀하게 읽힌다”고 밝혔다.이 시인의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슬픔의 정서를 깊이 있는 서정으로 구현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안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슬픔의 언어가 한층 깊고 투명하며 아름답다. 지난여름처럼 짧고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최 시인의 ‘밤비가 파두에 젖는다’는 이질적인 방식으로 서정성을 확장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파도처럼 사라지는 문장들과 희미하게 번져오는 봄날의 무늬는 시 속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드문 절창을 완성한다”고 했다.심사위원들은 “영랑의 언어가 한국시의 아름다움과 율격을 보다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제23회 영랑시문학상은 그의 이름에 값하는 여러 시인의 빼어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밝혔다. 본심은 16일 열렸으며,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상금은 3000만 원.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강진의 독보적 가치… 지역 문화발전 동력으로 승화”

    “강진군만이 지닌 독보적인 역사적·문학적 가치를 지역 경제와 문화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승화시키겠습니다.”강진원 전남 강진군수(67·사진)는 17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강진군은 영랑 김윤식의 서정과 다산 정약용의 사유가 공존하는 특별한 인문 성지”라며 이렇게 말했다.지난달 강진군은 영랑생가 사랑채의 원형을 되찾기 위한 해체 복원 공사를 하던 중 상량문(上樑文·집의 내력, 공역 일시 등을 대들보 등에 적은 글)을 발견했다. 1924년 쓰인 것으로 ‘노인과 젊은이가 다 함께 즐거워한다’는 뜻의 ‘老少同樂(노소동락)’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강 군수는 “역사적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상량문의 발견은 영랑생가 사랑채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수많은 영랑의 시가 잉태된 창작의 산실이자 당대 문인들이 교류하며 시대정신을 나눴던 한국 현대시의 발상지였음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강 군수는 “강진군은 이 역사적 증거를 토대로 영랑생가를 박제된 유산이 아닌, 현대인의 메마른 감성을 치유하고 누구나 시심(詩心)을 나눌 수 있는 ‘살아 있는 인문학적 소통 공간’으로 복원·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시문학파기념관을 중심으로 역량 있는 문학인을 배출하는 데도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론장’ 제시한 철학 거장 하버마스 별세

    민주사회의 소통을 강조하는 ‘공론장(公論場)’ 개념 등을 제시해 20세기 후반 정치, 사회, 철학 등 전반적인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전후 독일의 지성’ 위르겐 하버마스가 타계했다. 향년 97세.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방송은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하버마스가 14일(현지 시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슈타른베르크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29년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1세대 학자인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 아래서 연구를 하고, 1960년대부터 하이델베르크대와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가르쳤다. 윗입술이 갈라진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으나 주변의 놀림에 개의치 않고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매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인의 대표 저서인 ‘공론장의 구조변동’(1962년)과 ‘의사소통 행위 이론’(1981년)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간의 합리적 토론과 소통의 의미를 정립한 걸작으로 꼽힌다. 그는 17, 18세기 서유럽에서 부르주아 공론장이 발달하면서 여론을 형성했고, 이를 통해 근대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봤다. 시민은 단지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공론장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정세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서구 좌파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다만 1970년대 독일 학생운동의 폭력성을 비난하며 사이가 멀어졌고, 이후 정치 참여엔 다소 거리를 둬 왔다. 1980년대 일부 역사학자들이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전쟁과 폭력이란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하자 그는 독일이 과거 범죄를 직시하고 성찰하는 ‘과거사 청산’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반론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버마스는 전후 독일의 양심을 형성하고 대변하는 버팀목이 됐다”고 평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김지하 시인(1941∼2022)이나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사회적 논란이 됐을 때 ‘지식인의 사상적 자유’를 옹호하며 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1996년 서울대 초청으로 방한했을 당시엔 약 2주간 이어진 강연과 행사마다 수천 명씩 몰렸다. 고인은 2012년 동아일보에 게재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 정치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1949년 나치 체제의 유산을 정리하고 서독이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적과 동지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정치문화를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며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도 자신의 관점만이 옳다고 여기는 냉전적 사고가 오래 지속됐다”고 설명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론장’ 개념 제시 세계적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별세…향년 97세

    ‘공론장’ 개념을 제시한 독일의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7세.AP통신과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방송 등에 따르면 출판사 주어캄프는 하버마스가 이날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슈타른베르크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슈타른베르크는 고인의 자택이 있는 곳이다.1929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난 그는 취리히, 본 대학 등에서 철학과 심리학 등을 폭넓게 공부한 뒤 대표적 프랑크푸르트학파의 1세대 학자인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년) 아래서 연구했다. 1960년대부터 하이델베르크대와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가르쳤다.고인의 대표 저서인 ‘공론장의 구조변동’(1962년)과 ‘의사소통 행위 이론’(1981년)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간의 합리적 토론과 소통의 의미를 정립한 중요한 저작으로 꼽힌다. 그는 17, 18세기 서유럽에서 부르주아 공론장이 발달하면서 여론을 형성했고, 이를 통해 근대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 주관과 주관이 서로 대등하게 의사소통하며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의견을 개선하는 합리성 개념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시민은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공론장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실 정치 문제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1980년대 일부 역사학자들이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전쟁과 폭력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쟁이 일자, 그는 독일이 과거의 범죄를 직시하고 성찰하는 ‘과거사 청산’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과도 적지 않은 인연을 맺었다. 1990년대 한국에서 하버마스는 가장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있던 사상가였다. 1996년 서울대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 약 2주간 이어진 강연과 행사마다 수천 명이 몰렸다.하버마스는 2012년 본보를 통해 보도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에서 독일의 민주주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1949년 나치 체제의 유산을 정리하고 서독이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적과 동지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정치문화를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며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도 상대를 협력의 파트너로 보지 못했고, 자신의 관점만이 옳다고 여기는 냉전적 사고가 오래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민사회는 역동적”이라며 한국 정치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5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소작농에 땅 준 토지개혁의 그늘… 여성 배제돼 불평등 심화

    멕시코-미국 전쟁이 끝난 1848년, 영토 개발에 혈안이 된 미 연방정부는 정착민들을 부추겨 태곳적부터 캘리포니아에 살던 원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냈다. 코첼라밸리에 살던 카후일라 부족도 그중 하나였다. 카후일라족의 상당수는 한때 자신들의 땅이었던 곳에서 정착민들을 위해 일해야 했다. 토지의 주인이 바뀔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가 쓴 신간은 현대 사회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땅’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대대적인 토지 재분배의 시기에 각국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형성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난 2세기 동안 토지 소유 구조는 세계적으로 크게 재편됐다. 원주민이 살던 땅이나 소수 엘리트가 독점하던 토지는 식민 지배와 전쟁, 혁명, 국가의 토지 개혁 등을 거치며 새로운 집단에 재분배됐다. 이 과정에서 토지 재분배는 설계 방식에 따라 안정과 성장의 토대가 되기도 했지만, 또 다른 불안정을 낳기도 했다. 토착민에게서 토지를 탈취한 나라들은 인종적 위계질서가 깊이 뿌리내린 사회를 후손들에게 남겼다. 대지주에게서 토지를 몰수해 집단화하는 선택을 한 나라들도 있다. 이렇게 탄생한 집단농장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남은 사회들은 여전히 저개발과 부패, 권위주의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는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채택한 ‘경자유전’ 개혁도 설명한다. 대지주로부터 땅을 거둬 실제로 경작하는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 일본에서는 극소수의 지주가 절대다수의 가난한 소작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들 지주 집단이 결성한 전국적 연합체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이를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떠받친 기둥으로 여겼다. 경자유전 개혁은 이에 대한 미국의 처방이었다. 이 개혁은 일본 사회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힘을 얻은 소농들은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자녀를 논밭이 아니라 학교로 보낼 수 있었다. 한 세대가 채 지나지 않아 일본은 도시화와 교육 수준의 상승을 동시에 이루며 경제 호황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사회적 하층 계급 출신들이 공직과 군부, 재계에 대거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자유전 개혁에도 한계는 있다. 재산권을 남성 가장에게 귀속시키면서 성 불평등을 강화했다. 남성은 토지 자산 가치 상승을 발판 삼아 사회적·경제적 권력을 키웠지만, 여성은 그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됐다. 환경 오염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작자가 토지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게 되면서 생산량을 극대화하려는 압박이 커졌고, 그 결과 산업용 비료와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며 토지를 혹사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가장 끈질긴 문제들이 알고 보면 토지 재분배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뒤집어 말하면, 올바른 주인을 만난 토지는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토지와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데 통시적 시각을 더해주는 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56년 샘터에 담긴 행복, 이 한권에 담았어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 중 한 곳인 ‘우래옥’. 어느 날 오랜 단골이 음식을 반쯤 남기더니 “오늘은 오래 사탕을 물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유독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던 모양. ‘오랜 단골이 떨어져 나가는구나’ 싶었지만, 다음 날 손님은 여전히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들어서며 한마디했다. “가족이라면 싫은 소리를 먼저 해야죠.” 월간지 ‘샘터’ 1986년 4월호에 실린 에피소드다. 우래옥 당시 사장인 장진건 씨가 산문 ‘한 가족의 식탁에 올리듯’에서 소개했다. 이 글은 지난달 25일 출간된 필사집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사진)에 다시 수록됐다. 1970년 4월 창간한 국내 최장수 월간지 ‘샘터’의 글 가운데 문장들을 엄선해 엮은 필사집이다. 필사집엔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 최인호 소설가, 피천득 시인 등 당대 문장가들의 산문뿐만 아니라 회사원, 주부, 군인, 자영업자 등 독자들의 문장도 함께 담았다. 샘터 편집부는 “문장을 고르는 기준은 단 하나였다”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독자들의 가슴에 청정한 숨을 불어넣을 문장인가”라고 했다. 선정된 문장마다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도 덧붙였다. 답을 스스로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문장의 의미가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취지다. 글의 감동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정채봉 작가의 ‘어둠을 찍어낸 광부’, 배우 안성기의 ‘훌륭한 연기는 기술보다 인격이 앞선다’ 등 20편은 발췌문에 더해 전문도 실었다. 이해인 수녀는 필사집 추천사에서 “오래된 ‘샘터’ 애독자이자 필자로서 이 필사집은 마치 커다란 보석상 하나를 통째로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나태주 시인도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문장들만 골라냈으니, 그 문장들은 바닷가 모래밭의 조약돌들처럼 충분히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고서도 반짝일 것”이라고 소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산만한게 때론 약이 되기도… 그 덕에 약사로 만화가로 이중생활”

    “나도 ADHD인 것 같아!”“요즘 ADHD 아닌 사람도 있나?” 현직 약사가 그린 웹툰 ‘이 땅에 ADHD로 태어나’엔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놓고 이뤄지는 대화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결론은 이렇게 난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즘 ADHD만큼 자주 언급되면서도, 그만큼 오해가 많은 질환이 또 있을까. ADHD 진단을 받은 당사자이기도 한 작가는 자신의 충동성과 조급함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웹툰에 담았다. 해당 작품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누적 4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웹툰과 동명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만화가 비스카차 씨(36)를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남미에 서식하는 설치류 ‘비스카차’를 필명으로 쓰는 그는 “신상보다는 책이 더 조명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비스카차 씨는 32세 때 ADHD 진단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짓눌러 온 정체 모를 괴로움의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다. 그는 11세부터 17세 무렵까지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상담도 계속 받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일기를 쓰며 ‘내가 왜 괴로운가’를 자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결국 ADHD 진단으로 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약대를 졸업한 그는 이른바 ‘빅5’ 병원에서 근무했다. 세 번째로 배치된 부서는 암센터. 약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힘들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항암제는 대부분 액체라 한 번 섞이면 뭐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 조제 단계에서 실수가 나지 않도록 매우 세밀하게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문제는 업무 속도였다. 긴장 속에서 실수를 피하려다 보니 일은 점점 느려졌고, 바쁜 업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빌런’ 취급을 받았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겪었다. 그는 “병원을 그만둔 뒤 정신과를 찾았고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30대에 받은 ADHD 진단은 오히려 그에게 일종의 해방구였다. ‘내가 그동안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자신을 다시 이해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 비스카차 씨는 “그때부터 ADHD 관련 최신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 읽으며 증상을 파고들었다”고.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청소년 시절 장래희망란에 늘 ‘화가’를 적었을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작가가 투영된 웹툰 주인공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들여다본다. 유달리 글씨 따라 쓰기를 어려워했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늘 산만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 온 기억까지 하나씩 꺼내놓는다. 자신의 ADHD를 설명하려다 상대방 역시 나름의 결핍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도 담겼다. 현재 그는 경기도에 있는 한 약국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ADHD 메타 인생’이란 후속작도 연재 중이다. 독자들에게 받는 메시지는 큰 힘이 된다. 그는 “ADHD인지 몰랐는데 만화를 본 뒤 진단 받고 치료도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그는 스스로를 “산만해서 약사도 하고 만화가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ADHD 때문에 뭔가를 못 한다기보다, ADHD이기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최근엔 약사가 주인공인 판타지 장편 웹툰도 구상하고 있다. “마법의 약국에 환자들이 자기가 모르는 병을 가지고 와요. 약을 주면서 환자도 스스로 병을 깨닫고 치료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아직 더 구상해야 하긴 하지만요. ADHD라서 아이디어는 많아요.(웃음)”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 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 주의 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일부는 청소년기와 성인기가 돼도 증상이 남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빌런’ 취급 받던 약사, 32살에 ADHD 진단…“왜 괴로웠는지 알게 돼”

    “나도 ADHD인 것 같아!”“요즘 ADHD 아닌 사람도 있나?”현직 약사가 그린 웹툰 ‘이 땅에 ADHD로 태어나’엔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놓고 이뤄지는 대화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결론은 이렇게 난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요즘 ADHD만큼 자주 언급되면서도, 그만큼 오해 많은 질환이 또 있을까. ADHD 진단을 받은 당사자이기도 한 작가는 자신의 충동성과 조급함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웹툰에 담았다. 해당 작품은 X(옛 트위터)에서 누적 4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지난달 웹툰과 동명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만화가 비스카차 씨(36)를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남미에 서식하는 설치류 ‘비스카차’를 필명으로 쓰는 그는 “신상보다는 책이 더 조명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비스카차 씨는 32세 때 ADHD 진단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짓눌러 온 정체 모를 괴로움의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다. 그는 11살부터 17살 무렵까지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상담도 계속 받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일기를 쓰며 ‘내가 왜 괴로운가’를 자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결국 ADHD 진단으로 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약대를 졸업한 그는 이른바 ‘빅5’ 병원에서 근무했다. 세 번째로 배치된 부서는 암센터. 약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힘들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항암제는 대부분 액체라 한 번 섞이면 뭐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 조제 단계에서 실수가 나지 않도록 매우 세밀하게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문제는 업무 속도였다. 긴장 속에서 실수를 피하려다 보니 일은 점점 느려졌고, 바쁜 업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빌런’ 취급을 받았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겪었다. 그는 “병원을 그만둔 뒤 정신과를 찾았고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30대에 받은 ADHD 진단은 오히려 그에게 일종의 해방구였다. ‘내가 그동안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자신을 다시 이해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 비스카차 씨는 “그때부터 ADHD 관련 최신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 읽으며 증상을 파고들었다”고.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청소년 시절 장래희망란에 늘 ‘화가’를 적었을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작가가 투영된 웹툰 주인공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들여다본다. 유달리 글씨 따라쓰기를 어려워했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늘 산만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온 기억까지 하나씩 꺼내놓는다. 자신의 ADHD를 설명하려다 상대방 역시 나름의 결핍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도 담겼다. 현재 그는 경기도에 있는 한 약국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ADHD 메타 인생’이란 후속작도 연재 중이다. 독자들에게 받는 메시지는 큰 힘이 된다. 그는 “ADHD인지 몰랐는데 만화를 본 뒤 진단 받고 치료도 시작했단 메시지를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그는 스스로를 “산만해서 약사도 하고 만화가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ADHD 때문에 뭔가를 못 한다기보다, ADHD이기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최근엔 약사가 주인공인 판타지 장편 웹툰도 구상 중이다. “마법의 약국에 환자들이 자기가 모르는 병을 가지고 와요. 약을 주면서 환자도 스스로 병을 깨닫고 치료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아직 더 구상해야 하긴 하지만요. ADHD라서 아이디어는 많아요.(웃음)”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0
    • 좋아요
    • 코멘트
  • 법정·이해인·최인호…‘56년 샘터’ 명문장, 필사집으로 재탄생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 중 한 곳인 ‘우래옥’. 어느 날 오랜 단골이 음식을 반쯤 남기더니 “오늘은 오래 사탕을 물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유독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던 모양. ‘오랜 단골이 떨어져 나가는구나’ 싶었지만, 다음날 손님은 여전히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들어서며 한마디했다. “가족이라면 싫은 소리를 먼저 해야죠.”월간지 ‘샘터’ 1986년 4월호에 실린 에피소드다. 우래옥 당시 사장인 장진건 씨가 산문 ‘한 가족의 식탁에 올리듯’에서 소개했다. 이 글은 지난달 25일 출간된 필사집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에 다시 수록됐다. 1970년 4월 창간한 국내 최장수 월간지 ‘샘터’의 글 가운데 문장들을 엄선해 엮은 필사집이다.필사집엔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 최인호 소설가, 피천득 시인 등 당대 문장가들의 산문뿐 아니라 회사원, 주부, 군인, 자영업자 등 독자들의 문장도 함께 담았다. 샘터 편집부는 “문장을 고르는 기준은 단 하나였다”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독자들의 가슴에 청정한 숨을 불어넣을 문장인가”라고 했다.선정된 문장마다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도 덧붙였다. 답을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문장의 의미가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취지다. 글의 감동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정채봉 작가의 ‘어둠을 찍어낸 광부’, 배우 안성기의 ‘훌륭한 연기는 기술보다 인격이 앞선다’ 등 20편은 발췌문에 더해 전문도 실었다.이해인 수녀는 필사집 추천사에서 “오래된 ‘샘터’ 애독자이자 필자로서 이 필사집은 마치 커다란 보석상 하나를 통째로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나태주 시인도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문장들만 골라냈으니, 그 문장들은 바닷가 모래밭의 조약돌들처럼 충분히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고서도 반짝일 것”이라고 소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0
    • 좋아요
    • 코멘트
  • 채널A ‘하트시그널 러닝 페스타’ 참가자 모집

    올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채널A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 콘셉트를 활용한 ‘하트시그널 러닝 페스타’가 개최된다. 채널A는 “5월 3일 열리는 ‘하트시그널 러닝 페스타’의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9일 밝혔다. 국내 연애 관찰 예능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하트시그널’의 느낌을 살린 달리기 행사로, 10km(문화비축기지∼가양대교 왕복) 코스 러닝과 포토존·부스체험, 미니게임, 로테이션 소개팅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행사 참가자 전원에게는 △마르디 메크르디 특별 제작 티셔츠 △베로카 멀티비타민 △아미노바이탈 에너지젤 등으로 구성된 러닝 키트가 제공(물품 변경 가능)될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14일부터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총 모집 인원은 7000명이며, 참가비는 7만 원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심장재단, 도이치모터스, 한국화이자제약 등의 후원으로 진행되며, 참가비의 일부는 심장병 환우 등에게 기부될 계획이다. 본 행사 일정 등은 주최 측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채널A ‘하트시그널 러닝 페스타’ 5월 3일 개최…14일부터 선착순 모집

    채널A가 5월 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하트시그널 러닝 페스타(HEART SIGNAL RUNNING FESTA)’ 참가자를 이달 14일부터 선착순 모집한다. 채널A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 컨셉으로 마련된 이번 대회는 10㎞(문화비축기지~가양대교 왕복) 코스 러닝과 포토존·부스체험, 미니게임, 로테이션 소개팅 등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참가자 전원에게는 △의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가 특별 제작한 티셔츠 △베로카 멀티비타민&미네랄 △아미노바이탈-아미노샷 에너지젤(1박스) △바티스트 드라이샴푸 50ml △CJ제일제당 밸런스밀 프로틴쉐이크&프로틴바 △메디힐 토너패드 2종 샘플링 파우치 △어테이션 로지블룸 비타민 미백 브라이트닝 마스크팩 △일동제약 케어리브 등으로 구성된 러닝 키트가 제공될 예정이다. 물품은 변경될 수 있다.참가 신청은 14일부터 홈페이지(https://heartsignalrunfesta.com)에서 할 수 있다. 총 모집 인원은 7000명이며, 참가비는 7만 원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심장재단, 도이치모터스, 한국화이자제약 등의 후원으로 진행되며 참가비 일부는 심장병 환우 등에 기부될 계획이다. 가수 션이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러닝 대회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행사 진행은 ‘달리는 아나운서’로 알려진 박지혜 아나운서와 프라임이 맡는다. 본 행사 일정 등은 주최 측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09
    • 좋아요
    • 코멘트
  • BTS 신곡 ‘아리랑’ 사전저장 400만회 넘어

    약 4년 만에 컴백하는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이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사전 저장(Pre-save)’ 400만 회를 돌파했다. 8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BTS가 20일 오후 1시 공개할 예정인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사전 저장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100만 회를 넘긴 데 이어 400만 회도 넘어섰다. 빅히트뮤직은 “남은 2주 동안 사전 저장 수치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관심이 쏠린다”고 했다. ‘아리랑’은 앞선 4일 스포티파이 ‘카운트다운 차트 글로벌’에선 1위를 차지하며 7주 연속으로 정상을 지켰다. 이 차트는 발매를 앞둔 앨범과 싱글의 사전 저장 수치를 집계하는 차트다. BTS는 ‘아리랑’ 발매 다음 날인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을 개최한다. 앞서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과거 콘서트장에서 울려 퍼진 BTS 팬클럽 ‘아미(ARMY)’의 함성과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 일곱 멤버의 모습이 담겨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한편 블랙핑크도 3년 5개월 만에 내놓은 미니 3집 ‘데드라인(DEADLINE)’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데드라인’은 38개 지역 아이튠스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곡 ‘고(GO)’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 유튜브 월드와이드 트렌딩 1위와 ‘24시간 내 가장 많이 본 동영상’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좋은 출발을 보였다. 6일(현지 시간)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데드라인’은 앨범 톱100에 11위로 진입했다. ‘고’ 역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44위에 올랐다.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은 “블랙핑크가 최고의 전성기로 돌아왔다”며 “네 멤버가 쌓아온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도 블랙핑크 특유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호평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역시 블랙핑크… 英 오피셜 앨범 차트 11위·싱글 44위

    블랙핑크가 3년 5개월 만에 내놓은 미니 3집 ‘데드라인(DEADLINE)’이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뒀다.6일(현지시간)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새 미니앨범 ‘데드라인’은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에 11위로 진입했다. 신보 타이틀곡 ‘고(GO)’ 역시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44위로 첫 진입했다.블랙핑크는 다른 글로벌 차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드라인’은 38개 지역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월드와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타이틀곡 ‘고(GO)’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 유튜브 월드와이드 트렌딩 1위와 ‘24시간 내 가장 많이 본 동영상’에 이름을 올렸다.해외 유력 매체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롤링스톤은 “블랙핑크가 최고의 전성기로 돌아왔다”며 “네 멤버가 쌓아온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도 블랙핑크 특유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평했다. 빌보드는 ‘고’에 대해 “앨범 최고의 곡이자 블랙핑크를 진정으로 대표하는 곡”이라고 극찬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08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내가 죽더라도 꼭 출간을…” 엡스타인 피해자의 절규

    희대의 아동 성폭력범 제프리 엡스타인,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이자 공모자인 길레인 맥스웰. 신간은 엡스타인의 소굴에서 살아남아 그들을 심판하는 데 앞장섰던 여성 인권운동가 버지니아 주프레가 남긴 회고록이다. 그동안 주프레의 이야기는 책과 인터뷰, 기사, 영화, 미니시리즈, TV 특집 프로그램 등을 통해 꽤 전해졌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직접 말한 것은 이 책이 처음. 지난해 세상을 떠나기 전 마무리한 책이니, ‘최후의 진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프레는 여덟 살 무렵부터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 얼마 뒤에는 아버지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갈 곳 잃은 분노는 마약과 비행으로 이어졌고, 청소년 재활시설에 감금되기도 했다. 그곳을 탈출한 뒤에는 열다섯 살에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한다’는 남자에게 감금돼 성착취를 당했다. 이후 엡스타인의 저택으로 유인돼 3년여 동안 피해를 입었다.엡스타인은 그녀처럼 이미 상처 입고 무너진 소녀들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그녀를 포함한 많은 피해자는 엡스타인의 본색을 알면서도 그의 소굴로 돌아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말한다. 엡스타인을 만나기 전, 우리가 어떤 세월을 견뎌 왔는지 먼저 보라고. 아버지의 성적 학대가 계속되던 어느 날, 대가족이 함께 떠난 캠핑 여행에서 벌어진 일이다. 삼촌과 고모가 듣는 자리에서 그녀는 외쳤다. “이 새끼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몇 년이나 나를 강간했다고요!” 그러자 아버지는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얼굴을 때렸다. 입술이 터지고 한쪽 눈이 부어 감길 때까지 폭행이 이어졌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학대를 소리 내어 폭로했으니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다음 날 가족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어릴 적 그녀는 요로감염을 반복적으로 앓았다. 증세가 심할 때면 소변을 참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허리에 스웨터를 묶고 다녔다. 결국 ‘오줌 소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어머니는 젖은 속옷을 발견할 때마다 격분해 엉덩이가 얼얼해질 때까지 매질했다. 제대로 된 어머니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던 그녀에게, 누군가 자신을 챙기고 돌봐주며 필요를 알아봐 주는 행동은 모성처럼 보였다. 그래서 맥스웰을 한때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기기도 했다. 주프레가 이 모든 상처를 딛고 일어선 건 딸을 출산한 이후였다. 이 아이에게만큼은 자신이 겪은 일을 절대 겪게 하지 않겠다고, 더 나아가 단 한 명의 소녀라도 더 구해내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트라우마와 침묵을 떨치고 투사로 거듭났다. 피해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9년 마침내 엡스타인은 성매매와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감옥에서 자살했다. 지난해 4월, 주프레 역시 안타깝게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생존 이후에도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이 남아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결말이다. 때문에 책을 읽는 일은 무척 고통스럽다. 폭력과 방임,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끝까지 따라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녀는 ‘단 하나의 삶이라도 지켜지기를’ 바라며, 자신이 죽더라도 이 책을 꼭 출간해 달라는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주프레는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데 앞장섰고, 피해자 지원 단체를 설립했으며, 아동 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법 제정에도 힘을 보탰다. 그녀는 사라졌지만, 이 책은 그녀의 목소리를 오래도록 남겨둘 것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충주시청 떠난 충주맨, 개인 유튜브 70만 구독자 넘어

    충북 충주시청 유튜브 채널인 ‘충TV’를 이끌다가 사직한 ‘충주맨’ 김선태 전 주무관이 자신의 이름을 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김 전 주무관이 2일 개설한 유튜브 채널 ‘김선태’는 4일 오후 현재 구독자 수가 72만 명을 넘어섰다. 3일 처음 올린 2분짜리 영상 ‘김선태입니다’는 18시간 만에 조회수 약 339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김 전 주무관은 해당 영상에서 “(시청을 관둔 게) 쫓겨난 것처럼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다. (충주)시청 공무원들이 많이 도와줬다”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개인 유튜브 방송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전 주무관이 주도한 ‘충TV’는 공공기관 채널스럽지 않은 B급 감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지난달 13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 이후 면직 처리됐다. 지난달 19일엔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정계 진출설 등이 돌기도 했으나, 김 전 주무관은 “만나서 대화를 나눴을 뿐, 특별한 제안 같은 건 없었다”고 해명했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은 현재 김 전 주무관과 함께 일하던 최지호 주무관이 운영하고 있다. 김 전 주무관의 영상엔 충주시 채널 명의로 “선태야, 나의 선태야”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충TV’ 구독자 수는 현재 약 77만 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결혼은 하겠지만 결혼식은 않기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화장실 칸에 갇혀 있는 신부. 드레스를 양팔로 돌돌 말아 올린 채 겨우 변기에 앉아 일을 보지만, 새하얀 드레스에 노란 소변이 튀고 만다. 이 아찔한 장면은 연소민 소설가(26)가 결혼식을 생각할 때 한동안 가장 먼저 떠올리던 이미지였다. 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연 작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맘먹어 왔는데, 문득 제가 비혼주의를 오래 생각해 온 건 ‘완벽한 결혼식’에 대한 강박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결혼은 하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 20대 중반 연인을 그린 소설 ‘노 웨딩’(자음과모음)을 지난달 12일 출간했다. 실제로도 연 작가는 지난해 5월 ‘노 웨딩’을 했다. 양가 부모와 가까운 친척들만 레스토랑에 모셔 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예식을 갈음했다. 소설에도 자신의 경험이 많이 녹아 있다. 그는 정작 결혼 준비 과정 자체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은 별로 없다는 점이 의아했다고 했다. “(기존 소설에선 연애와 결혼) 그 사이의 공백이 느껴졌어요. 저처럼 웨딩에 대한 공포가 있거나 조금 다른 방식의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제 소설이 작은 용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이 좋은 만남이자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죠.” 소설은 성장담이기도 하다. 주인공 윤아는 수동적이고 갈등을 피하던 인물이지만, ‘노 웨딩’을 선언하며 처음으로 가족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한다. 노 웨딩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윤아는 한 가지 확신을 얻는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을 수 있고, 믿어도 된다는 것. 소설에는 “동틀 때 울지 않는 닭은…모가지를 비틀어 삼계탕을 끓여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몫’을 다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세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연 작가는 “관혼상제를 당연한 ‘몫’처럼 여기는 사회에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삶 역시 그런 질문의 연속이었다. 고교 졸업 직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도 그중 하나다. 고3 여름방학, 생활기록부를 보다가 문득 ‘이 서른 장이 정말 나의 역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날로 기숙사에서 짐을 싸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2학기는 최소 출석 일수만 채우고 두 달 동안 집에서 책과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얌전하게 생겨서 부모님 속 많이 썩였다”며 그는 씩 웃었다. 스무 살이 되자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자기소개서와 함께 무작정 방송사에 보냈다. 객기와 글을 눈여겨본 곳에서 연락이 왔고, 시사교양·교육 다큐멘터리 작가로 한동안 일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진짜 원하는 게 조금씩 보였고, 그제야 ‘이제는 대학을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생전 처음 미대 입시를 준비해 2023년 서울여대 공예전공으로 입학했다. 도예를 소재로 한 첫 장편소설 ‘공방의 계절’(모요사·2023년)은 해외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 전업 작가로 살 생각은 없다고 했다. 현재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 중이다. 대학 진학도, 결혼식도, 직업 선택도 사회가 정해 놓은 ‘몫’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그것이 정말 자신의 몫인지 끊임없이 물어 온 작가. “깊이를 더 채우고 싶다. 일상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시간이 제게는 필요한 것 같다”는 그의 말이 단단하게 다가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충주맨’ 김선태, 개인 유튜브 시작… “자유롭게 방송하고 싶었다”

    충북 충주시청 유튜브 채널인 ‘충TV’를 이끌다가 사직한 ‘충주맨’ 김선태 전 주무관이 자신의 이름을 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김 전 주무관이 2일 개설한 유튜브 채널 ‘김선태’는 4일 오후 현재 구독자 수가 72만 명을 넘어섰다. 3일 처음 올린 2분짜리 영상 ‘김선태입니다’는 18시간 만에 조회수 약 339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김 전 주무관은 해당 영상에서 “(시청을 관둔 게) 쫓겨난 것처럼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다. (충주) 시청 공무원들이 많이 도와줬다”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개인 유튜브 방송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전 주무관이 주도한 ‘충TV’는 공공기관 채널스럽지 않은 B급 감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지난달 13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 이후 면직 처리됐다. 지난달 19일엔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공개됐으나, 김 전 주무관은 “정치엔 뜻이 없다”고 해명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6-03-04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