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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은 방치할 때 동맥 경화, 뇌졸중, 신장 손상, 인지 저하 및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약 30%인 1300만 명이 고혈압 환자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로 부르는 이유다.고혈압이란 무엇인가?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압력을 의미한다. ‘120/80’ 같은 식으로 표시한다. 왼쪽 높은 숫자(수축기 혈압)는 심장이 뛸 때 혈관 내 압력, 낮은 숫자(이완기 혈압)는 심장이 쉴 때의 압력이다.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단 및 치료 기준에 의하면 정상혈압은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이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인 경우다. 수축기 혈압 120~139mmHg, 이완기 혈압 80~89mmHg일 때는 고혈압 전 단계로 본다.혈압이 너무 높으면 심장이 더 강한 압력으로 피를 내보내야 해 심장과 혈관에 손상을 주게 된다. 오랜 기간 반복되면 조직이 두꺼워지고 손상된다. 미국의 건강·라이프스타일 매체 프리벤션(Prevention)이 심장 전문의들을 인용해 고혈압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다.1. 가공식품 섭취가 많을 때과도한 나트륨(소금) 섭취는 혈압상승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액 소 나트륨 농도가 증가한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몸은 수분을 더 보유하게 되고, 그 결과 혈액량이 늘어나 혈압이 상승한다.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3136㎎(2023년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2000㎎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과 찌개, 김치를 많이 먹는 전통적인 식습관은 물론 최근 들어 과자, 라면, 피자, 통조림, 햄버거 같은 가공식품 섭취량이 증가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젊은 층의 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특히 높다. 나트륨과 함께 당분도 듬뿍 들어 있는 가공식품은 체중 증가를 유발하며, 비만은 혈압상승의 주요 원인이다.▶해결책간편식 대신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 생선, 콩류 등을 충분히 먹는 것이다. 제철 채소와 과일은 칼륨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몸속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또한 고섬유질 식단은 수축기 혈압을 현저히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2. 잦은 음주하루 1~2잔의 가벼운 음주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도한 음주나 폭음은 혈압을 지속해서 높인다.▶해결책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은 하루 한 잔 이하로 제한하는 게 좋다.1잔은 맥주 355㎖ 1캔, 와인 148㎖, 위스키 45㎖, 소주 103㎖에 해당한다.3. 운동 부족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체중 증가뿐 아니라 혈관의 탄성이 줄어들어 혈압이 높아진다. 운동 부족은 심혈관계의 기능 저하와 동맥 경화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해결책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혈관을 유연하게 만들고 호르몬 영향에 덜 민감하게 하여 혈압 조절에 매우 효과적이다.약 400건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규칙적인 운동은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혈압약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다.미국 심장협회(AHA)는 빠른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필라테스, 고강도 요가 등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하루 20~30분)을 권장한다.4. 만성 스트레스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인다. 과거에는 스트레스 유발 사건이 대체로 빠르게 끝났지만, 오늘날에는 끊임없는 업무 요구, 과도한 일정, 어려운 인간관계, 소셜 미디어까지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해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해결책운동, 심호흡, 명상, 요가, 독서, 음악 감상 등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업무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 같은 스트레스 유발 행동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자신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파악하고, 스트레스와 불안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5.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외로움과 사회적 단절은 직접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며, 혈압상승 및 우울증과도 관련이 있다.▶해결책가족이나 친구와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새로운 관계 맺음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6. 수면무호흡증 또는 수면 부족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식습관(단 음식에 대한 갈망 높임)을 망가뜨려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 특히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은 고혈압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는 수면 중 상기도가 막혀 일시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질환이다. 비만율 증가로 인해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고혈압 환장의 절반이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해결책 코골이나 수면 중 무호흡 증세가 있다면 수면 다원검사를 받아 수면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되면 양압기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7. 다른 질환 또는 약물 복용갑상선 질환, 쿠싱증후군, 신장혈관 질환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항우울제, 경구 피임약, 비스테로이드성 함염증제, 프레드니손(스테로이드의 일종), 세인트존스워트 등 일부 약물도 혈압을 올린다.▶해결책복용 중인 약이나 보충제를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원인 약물이 확인되면 다른 약으로 변경하거나,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혈압 조절 약을 병용해야 한다.8. 가족력유전적 요인도 고혈압 발병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유전 외에도 가족 간 비슷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긴 좌식 생활 등)이 함께 작용한다.▶해결책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생활 습관은 수정할 수 있다. 식단 개선,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발병 시기를 60대 후반이나 70대까지 늦출 수 있다.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 더욱 중요하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여러 가지 이유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많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아침 결식률은 34.0%, 즉 세 사람 중 1명이 아침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아침은 오랫동안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로 여겨져 왔다. 아침 식사는 단순히 ‘한 끼’가 아니라 몸의 생체리듬을 조율하는 중요한 신호다.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식사 시점은 우리의 내부 생체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심장협회(AHA)는 최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오전 8시 이전에 아침을 규칙적으로 먹는 사람은 대사 건강과 심혈관 건강이 더 좋은 경향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식사하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우리 몸의 내부 시계를 정확히 맞추는 행위인 셈이다.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의 소화기내과 전문의 사우라브 세티 박사는 “아침 식사는 소화기관이 하루의 소화 활동을 위해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한다”며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하루의 장 건강을 좌우한다”라고 말했다.그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 건강을 해치는 네 가지 아침 습관을 지적했다. 공식 지침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소화기 건강 원칙과 일치해 소개한다.1. 아침을 거르는 것세티 박사는 “아침을 거르면 장에 염증이 생기고 복부 팽만, 가스,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아침 식사를 건너띄면 뇌의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되어 백혈구 활동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체내 염증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그는 “의도적인 단식(예: 간헐적 단식)이 아니라면 기상 후 1시간 이내에 식사하는 것이 좋다”며 “식사 간격이 길어지면 위산이 과다 분비되고 장의 운동성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일부 연구에 따르면, 위산 축적과 염증은 대장암 등 위장관 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아침 식사를 하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안정시키며, 이후 과식이나 군것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2. 설탕이 많이 첨가된 시리얼 언뜻 보면 건강식처럼 보이는 그래놀라나 시리얼이 실제로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정제당 범벅인 경우가 많다.예를 들어, 그래놀라 1회분에는 평균 10~15g의 설탕이 들어 있는데, 이는 도넛 한 개(약 10g)보다 많다.세티 박사는 “첨가당이 많은 음식은 장에 염증을 유발하고, 혈당을 급격히 올려 과식을 부른다”며 첨가당이 많은 그래놀라나 시리얼 대신 원재료 그대로의 곡물과 씨앗, 과일(예: 귀리, 치아 씨드, 베리류)로 구성된 식단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세계보건기구(WHO)도 첨가당 섭취량을 하루 총칼로리의 10%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한다. 성인 기준 약 50g(백설탕 12티스푼)이며, 더 엄격한 권고 기준은 25g 이하다.한국인이 밥 대신 쉽게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용 식품으로는 달걀, 두부, 견과류, 그릭 요거트, 고구마, 토마토 등이 있다. 아침에는 과일 주스도 피해야 한다. 오렌지 주스 한 컵에는 약 20~24g의 당이 들어 있는데, 이는 도넛 두 개에 해당한다.당분이 많은 식품은 장내 미생물 군집을 교란하여 염증 유발 위험이 큰 박테리아의 과다 증식을 유발할 수 있다.3. 이동 중 식사하기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는 이동 중 차량이나 사무실에서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락을 싸기도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태에서 먹으면 소화효소 분비가 줄고. 장 운동이 억제된다. 앉아서 천천히 오래 씹으며 먹는 것이 훨씬 소화에 도움이 된다.하버드 의대의 건강 매체 하버드 헬스(Harvard Health)는 “뇌는 위와 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음식이 위에 도달하기 전에 위액이 분비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연결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문제가 있는 장은 뇌로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문제가 있는 뇌는 장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의 위 또는 장 문제는 불안, 스트레스, 우울증의 원인이거나 그 결과일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4. 아침에 물을 안 마시는 습관사람은 잠자는 동안 평균 2~4컵의 수분을 잃는다.세티 박사는 “장은 음식이 원활히 이동하기 위해 물이 필요하다”며 “아침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할 때 무엇보다 먼저 물 한 잔을 마시라”라고 권했다. 물이 장의 원활한 활동을 돕는다는 것이다. 다만 아침 공복에 물을 마신다고 해서 특별한 이점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상반된 주장도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언제 먹고 언제 자느냐가 건강을 결정짓는다. 24시간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에 맞춰 생활하는 게 가장 좋다. 미국 심장협회(AHA)는 28일(현지 시각) 공식 학술지 순환(Circulation)에 ‘심혈관 대사 건강 및 질환 위험에서 생체 리듬 건강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AHA 전문가들은 우리 몸의 생체 리듬이 심장 건강, 대사 기능, 체중 조절에 깊게 관여한다며 이 리듬이 교란되면 특히 심혈관, 신장, 대사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 성명은 AHA가 처음으로 24시간 생체 시계를 중심 주제로 다룬 과학 성명으로, 수면·식사·운동 등 생활 전반이 생체 리듬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아침 식사는 8시 이전, 저녁은 잠자기 3~4시간 전에밥을 먹어야 할 때는 생체 리듬과 밀접하다.연구에 따르면 아침을 오전 8시 이전에 규칙적으로 먹는 사람은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낮아지고, 심혈관 대사 결과가 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늦은 저녁 식사는 간이나 췌장 같은 장기의 생체 시계를 교란해 혈당 급등이나 급락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체내 칼로리 소모를 늦추고, 지방 축적을 촉진해 체중 증가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2022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밤늦게 먹을수록 에너지 대사가 느려지고, 식욕 조절 호르몬이 불균형해져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라고 밝혔다.“저녁은 잠자리에 들기 3~4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저녁을 일찍 먹는 것은 생체 시계와의 동기화를 돕고, 대사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라고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교 페인버그 의과대학 신경학과 부교수이자 미국심장학회(FAHA) 수면 과학위원회 차기 위원장 겸 성명서 작성 그룹 자원봉사 위원장인 크리스틴 크누트슨 박사가 NBC 방송 투데이쇼에 말했다.▣ 잠은 밤에 8시간 이상수면 역시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생체 리듬의 핵심이다.AHA는 “대부분 사람에게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밤 10시에서 자정 사이에 잠들어 약 8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2022년 영국 엑서터대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연구진은 “밤 10시~자정 사이에 취침하는 사람들의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가장 낮다”라고 보고했다.야행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저녁형 인간으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 인간은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수면 시간이 충분하더라도 제2형 당뇨병, 비만, 고혈압, 심장병 위험이 더 컸다.그렇다고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으로 변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내부 시계’에 맞춰 수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운동은 낮에? 밤에?운동 시간 역시 개인의 생체 리듬에 따라 달라진다. AHA는 “아직 운동의 절대적인 최적 시간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원칙은 명확하다. ‘생체시계상 낮’인 아침이나 오후 운동은 생체 리듬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저녁 운동은 생체 리듬을 지연시킬 수 있다”라며 되도록 해가 떠 있을 때 운동하라고 권고했다. 낮 시간대 운동은 수면의 질을 높이고, 혈압과 인슐린 반응을 개선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체 리듬 교란을 막는 방법전문가들은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빛 노출 관리를 강조한다.“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심장병 책임자 디팍 L. 바트 박사가 투데이쇼에 말했다.주말에 늦잠을 자거나 평일·주말의 수면 패턴이 크게 다르면, 비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2023)가 있다.뉴욕대학교 랭곤 의대 인구 건강학과의 콜린 제프리 팝 교수는 “낮 동안 햇빛에 충분히 노출되는 것이 생체 리듬 조절에 매우 중요하다”라며 “아침 햇살은 우리 몸의 내부 시계를 외부 세계와 동기화시켜 준다”라고 같은 매체에 설명했다. 반면,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인공 빛은 뇌를 ‘아직 깨어 있어야 한다’라고 착각하게 만든다.AHA는 “특히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노출되면 멜라토닌이 억제되고 수면 시작이 지연될 수 있다”라며 “야간 조명 수준이 낮더라도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잘 때 TV나 스마트폰 화면 불빛 수준((105.3럭스)의 빛에 노출된 사람들은 달빛 혹은 어두운 방 수준의 어두운 환경에서 잔 사람들에 비해 심장병 위험이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설탕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알지만 단맛의 유혹은 견디기 어렵다. 열량이 거의 없는 대체당이 등장했지만, 아직 안전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꿀, 메이플시럽, 아가베 시럽 같은 ‘천연 감미료’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자연에서 얻은 천연 감미료는 정제당인 설탕보다 우리 몸에 더 좋을까?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문가 3명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일관되고 명확했다. 결론은 “우리 몸은 당의 출처를 구분하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몸속에서는 모두 같은 분자로 분해된다”브리검영대학교 영양학과 카렌 델라 코르테 교수는 “당이 꿀에서 왔든, 설탕에서 왔든, 아가베 시럽에서 왔든 몸속에서는 결국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 같은 동일한 단위로 분해된다”라고 말했다.즉, 섭취 경로나 형태가 달라도 인체는 모두 ‘당’으로 인식해 똑같이 처리한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감미료라고 해서 신체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소화 효소는 단순히 화학구조에 따라 반응하지, 감미료의 원산지에 따라 반응하지 않는다.꿀이 ‘자연스럽고 순수해 보인다’라는 인식은 과학적 근거가 아닌 이미지 마케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과일 속 당과 첨가당의 차이는 ‘형태’에 있다당분이 식품에 어떻게 함유되어 있는지에 따라 신체가 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진다.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영양학자 킴버 스탠호프 박사는 “사과 속 당과 초콜릿바 속 당은 분자적으로 같지만,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그 이유는 식이섬유(fiber) 때문이다.과일이나 채소를 통째로 섭취하면 함께 들어 있는 섬유질이 당의 흡수를 늦춰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아준다. 반면 정제 설탕이나 시럽 형태의 당은 이런 완충 장치가 없어, 당분이 혈류로 더 빨리 흡수되고, 종종 더 많은 양이 흡수되어 혈당이 빠르게 상승한다. 즉, 당 자체보다 ‘함께 먹는 성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꿀 한 숟가락을 단독으로 섭취하는 것과, 통과일 속 당을 섭취하는 것은 전혀 다르게 작용한다.단, 과일과 채소를 갈아 주스 형태로 마시면 장점은 사라진다. 당의 흡수를 늦춰주는 식이섬유가 가공 과정에서 제거돼 보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 혈당 급등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질환 위험 커져설탕이나 고과당 옥수수 시럽뿐만 아니라 꿀, 메이플시럽, 아가베 시럽 또한 식품에 추가하면 첨가당과 다름없다.스탠호프 박사는 “혈당이 반복적으로 급등하면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지고, 결국 제2형 당뇨병, 지방간,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내분비학자이자 소아과 명예교수인 로버트 러스틱 박사는 “과도한 당은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고, 이 지방이 간과 혈관에 쌓이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라고 경고했다.이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건강 기관은 하루 첨가당을 50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심장협회(AHA)의 지침은 이보다 엄격해 남성 36g, 여성 25g 이하다.▣ “‘천연’이라는 이름에 속지 마라”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꿀, 메이플시럽, 아가베 시럽도 모두 ‘첨가당’”이라며 자연에서 유래했으니 건강할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실제로 2015년 진행된 소규모 연구에서, 성인 55명이 꿀·고과당 옥수수 시럽·자당(설탕)을 각각 하루 50g씩 2주간 섭취했을 때 혈당, 콜레스테롤, 염증 수치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천연당’이라도 설탕보다 낫지 않았다.2024년 메이플시럽 업계의 지원으로 진행한 다른 연구에서는 메이플시럽이 설탕보다 혈당과 심혈관 건강에 더 낫다고 보고했지만, 분석 방법에 문제가 있어 실제 데이터보다 과장되게 결론지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스탠호프 박사가 전했다.▣ 당 욕구를 다루는 더 나은 방법전문가들은 인공 감미료(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나 스테비아나 몽크 후르츠 같은 식물성 또는 과일 기반 감미료 역시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같은 무열량 또는 저열량 인공 감미료가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스런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따라서 단맛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식이섬유를 포함한 자연식품에서 단맛을 찾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딸기, 사과, 구운 고구마처럼 자연적으로 단맛이 나는 과일과 채소를 통해 당 욕구를 충족하는 게 가장 낫다는 설명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꿀 한 방울 정도 뿌리는 것처럼 설탕을 조금만 첨가하라고 덧붙였다. 초콜릿을 좋아한다면 밀크 초콜릿보다 첨가당 함량이 낮은 다크초콜릿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요즘처럼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 많은 사람이 ‘계절성 정서 장애’라 불리는 우울증을 겪는다. 이는 계절의 변화(환절기)와 가을과 겨울철 일조량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잘 알려진 현상이다.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살률은 일조 시간이 가장 짧은 겨울이 아닌 봄철에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됐다. 실제 2021년부터 3년간 국내 월별 자살사망자 수를 보면, 봄(3~5월)이 겨울(12~2월)보다 약 20% 많다.이에 의문을 품은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와는 다른 관점에서 햇빛과 자살률의 관계를 분석했다.▣ 빛과 자살률의 관계, ‘일조 시간’ 아닌 ‘실제 햇빛양’으로 접근다나카 신스케 농업·보건·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에서 햇빛과 자살률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했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라며 “이건 계절성 요인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라고 이 연구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즉, 기존 연구에선 낮이 길어질수록 자살률이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햇빛이 많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감이 줄어 자살이 감소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다른 결론이라 뭔가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공동 교신저자인 다나카 교수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일조 시간)’만을 기준으로 삼은 이전 연구들과 달리, 미국 전역의 25년 치 기상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제 햇빛이 얼마나 비췄는지’(태양 복사 에너지량)를 자살률 분석에 반영했다.그는 미국 카운티별로 NASA 위성이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에 하루 도달한 태양 복사량을 측정했다. 다나카 교수는 “비가 오거나 흐리면 일조 시간이 같더라도 햇빛이 훨씬 적다”라며 “우리 연구는 지표면에 실제로 도달한 태양 에너지를 측정한 점에서 기존 연구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햇빛이 줄면 자살률은 6.76% 상승분석 결과, 햇빛 노출이 표준편차 1단위 감소할 때 자살률은 6.7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월과 당월의 누적 영향(예를 들어 전달 햇빛이 적었고, 이번 달도 흐린 날이 많으면 그 영향이 겹쳐 자살률이 높아질 수 있음)을 포함한 결과이며, 효과의 크기는 총기 규제 정책이 약할 때,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없을 때, 실업률이 높아질 때 등 주요 자살 위험 요인과 맞먹는 수준이다.다나카 교수는 “햇빛 노출이 줄면 자살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라며 “햇빛은 주요 정책 개입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또한 구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햇빛양이 줄어들 때 ‘우울증(depression)’이나 ‘자살(suicide)’ 같은 단어의 검색량이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되었다.▣ 햇빛 부족은 정신 건강에 ‘조용한 위험 요소’다나카 교수는 “최근 사람들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햇빛 노출의 이점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 정신 건강을 위해 적절한 햇빛을 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이번 연구가 태양광 차단을 기반으로 한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기술의 잠재적 부작용을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술은 대기 중에 입자를 뿌려 햇빛을 반사함으로써 지구 온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화산 폭발이 일시적으로 지구를 냉각시키는 원리를 모방한다.다나카 교수는 “그 영향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햇빛을 줄이면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지구공학 기술을 도입할 때 그 잠재적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에 게재되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쌀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주식이다. 하지만 최근 쌀 소비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 건강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밥이 혈당을 높이거나 살찌기 쉬운 고탄수화물 식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미는 건강식, 백미는 덜 건강한 식품’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둘 사이의 영양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한다면 백미도 아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라고 말한다.▣ 영양 성분 차이, 일부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냐영양학적으로 볼 때, 현미와 백미의 가장 큰 차이는 가공 정도다. 현미는 도정 과정에서 겉껍질(왕겨)만 벗기고 속겨와 씨눈(배아)이 남아 있어 식이섬유, 비타민 B군, 미네랄이 조금 더 풍부하다.조리한 현미 약 100g에는 식이섬유 1.75g, 단백질 2.26g, 지방 0.8g, 탄수화물 22.9g이 들어있다. 같은 양의 백미에는 식이섬유 0.87g, 단백질 1.75g, 지방 0.17g, 탄수화물 18.35g이 들어 있다.식이섬유의 함량 차이가 제일 크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그리고 주요 미네랄(철·마그네슘·아연·비타민 B군 등)의 함량 차이도 조금 난다. 하지만 백미를 ‘건강에 나쁜 음식’으로 규정할 수 있을 만큼 큰 차이는 아니다. 일상적인 섭취량에서는 큰 영양 격차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백미도 충분히 건강한 선택전문가들은 “현미가 영양 면에서 약간의 우위를 가지지만, 백미를 먹는다고 해서 건강에 해롭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강조한다.특히 한국처럼 단백질(생선, 두부, 고기)과 채소 반찬이 풍부한 식단에서는, 백미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식이섬유나 비타민 B군을 다른 음식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즉, 쌀의 종류보다 ‘전체 식단의 균형’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현미의 단점도 고려해야현미는 상대적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소화가 더디고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미의 영양학적 장점을 충분히 누리려면 꼭꼭 여러 번 씹어 삼킴으로써 소화가 잘 되도록 신경써야 한다. 이에 비해 흰쌀은 부드럽고 소화가 잘돼 위산 역류가 잦거나 저식이섬유 식단이 필요한 사람은 백미가 더 적합할 수 있다.또한 가 현미보다 적다. 비소는 주로 곡물의 외피에 존재하며 도정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에 백미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남는다. 다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미에 잔류하는 비소 함량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미가 더 나은 선택인 사람체중 관리나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현미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미국의 등록 영양사 데스티니 무디는 “흑미·적미·야생미(와일드 라이스)까지 포함하더라도 체중 감량에는 현미가 가장 효과적”이라며 “칼로리는 비슷하지만, 현미의 풍부한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과식을 방지하고 다이어트 중 허기를 줄여준다”라고 건강 매체 프리벤션(Prevention)에 말했다.연구에 따르면, 현미 섭취는 체중과 체지방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 특히 흰쌀은 현미보다 혈당지수(GI·Glycemic Index)가 높아 식후 혈당 상승 속도가 더 빠르므로,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현미 섭취가 권장된다.▣ 결론: ‘쌀 고르기’보다 ‘식단 꾸리기’가 더 중요결국 중요한 것은 현미와 백미 중 어느 쌀이 더 좋은가를 따지기보다, 식단 전체의 균형이다.하루 식단 속에서 적당한 양의 탄수화물과 충분한 단백질, 채소, 건강한 지방을 함께 섭취한다면 흰쌀도 현미 못지않게 건강한 선택이 될 수 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남성이 여성과 같은 수준으로 관상동맥 심장질환(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운동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연구 개요국제 학술지 에 발표한 이번 관찰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성인 8만 5000여 명을 약 8년간 추적 관찰해 얻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의 손목에 착용한 활동량계로 1주일 동안 측정한 데이터를 사용해 신체활동이 심장질환 위험과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주요 결과연구진은 먼저 심장질환 병력이 없는 8만 243명을 살펴봤다.주당 150분의 운동을 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8년간의 추적 관찰 기간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22% 낮았다. 남성은 같은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위험이 17% 줄었다.추가 분석 결과, 여성은 주당 250분(4시간 10분)의 운동으로 심장질환 위험을 30%까지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남성은 주당 530분(약 9시간)의 운동을 해야 같은 수준의 위험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더욱 놀라운 결과는 관상동맥 심장병을 이미 앓고 있는 5000여 명의 남녀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나타났다. 8년의 추적 관찰 기간 주간 운동 목표(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를 달성한 여성의 사망 위험이 유사한 활동량을 가진 남성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남성이 같은 수준의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역시 두 배 가까운 운동 시간이 필요했다.중간 강도 운동이란 빠르게 걷기처럼 숨은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의 활동을 말한다. 고강도 운동은 달리기, 수영, 언덕 오르기 등 심박수가 더 크게 상승하는 활동이다.모든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활동적인 사람은 주로 앉아서 지내는 사람보다 심장질환 위험이 낮았고, 활동적인 여성은 활동적인 남성보다 5% 더 큰 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다. 운동량이 늘어날수록 심장질환과 사망 위험이 더 줄어드는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도 확인됐다.여성의 운동 이득이 더 큰 이유운동이 왜 여성에게 더 큰 효과를 주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성호르몬(에스트로겐 등), 근육 섬유의 구성 차이, 당 대사 과정에서의 에너지 생산 능력 차이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중국 샤먼대학교 의과대학 심혈관질환 연구소의 천자이진(Jiajin Chen) 연구원은 “여성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남성보다 훨씬 높으며, 에스트로겐은 운동 중 체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또한 남성은 수축 속도가 빠른 근육(fast-twitch muscle·속근)이 많아 폭발적인 움직임에 유리하지만, 여성은 수축 속도가 느린 근육(slow-twitch muscle·지근)이 많아 운동 중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생리적 차이가 여성의 신체가 운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큰 심혈관 이점을 얻는 이유일 수 있다고 천 연구원은 덧붙였다.건강 생활 습관 지침, 성별 차이 반영해야이 논문과 함께 실린 논평에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여성 심혈관 건강 전문의 에밀리 라우(Emily Lau)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될 수 없다’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한다”라며 “이제는 성별에 따른 맞춤형 전략을 지침에 반영하고, 여성의 심혈관 건강을 최적화할 수 있는 맞춤형 중재 방법을 개발해야 할 할 때”라고 강조했다.관상동맥 심장질환이라?관상동맥 심장질환이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혈관이 좁아짐에 따라 심장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심장에 피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허혈성 심장질환이라고도 하며,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심근 괴사(세포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죽는 현상)가 없는 협심증과 심근 괴사를 동반하는 심근경색증이 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하루에 똑같이 8000보를 걷더라도, 한 번에 15분 이상 길게 걸어 걸음 수를 쌓는 것이 짧게 여러 번 걷는 것보다 향후 10년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심혈관질환(CVD)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 개요국제 학술지 에 27일(현지시각) 논문을 발표한 스페인과 호주 공동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평균 나이 62세의 성인 3만 3560명을 대상으로 2013~2015년 사이에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해 하루 동안의 활동 패턴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3~7일 동안 손목에 활동량 계를 착용해 객관적인 신체활동 수준을 측정했다.하루 평균 8000보 미만 걷는 이들은 ‘활동 부족’, 5000보 미만은 ‘좌식 생활’로 분류했다. 전체 참가자의 하루 중간 걸음 수(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값)는 5165보였다.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하루 걸음 수를 어떤 식으로 쌓는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한 번에 5분 미만 걷는 그룹 △5분 이상~10분 미만 걷는 그룹 △10분 이상~15분 미만 걷는 그룹 △15분 이상 걷는 그룹.-42.9%가 5분 미만 걷기 그룹에 속해 가장 많았다. -33.5%는 5분 이상~10분 미만,-15.5%는 10분 이상~15분 미만,-8.0%는 ‘한 번에 15분 이상 연속 걷기’를 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전체 사망 위험 및 심혈관질환 위험9.5년 동안 추적할 결과, 주요 건강 지표는 다음과 같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5분 미만: 4.36%,-5분 이상~10분 미만: 1.83%,-10분 이상~15분 미만: 0.84%,-15분 이상: 0.80%. ▸ 심혈관질환 위험 5분 미만: 13.03%, 5분 이상~10분 미만: 11.09%, 10분 이상~15분 미만: 7.71%, 15분 이상: 4.39%,즉, 한 번에 걷는 구간이 짧을수록 전체 사망 및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고, 반대로 한 번에 15분 이상 연속해서 걷는 사람들은 그 위험이 눈에 띄게 낮았다. 좌식 생활자에서 길게 걷기 효과 더욱 뚜렷특히 하루 5000보 미만 걷는 ‘좌식 생활자’에서 한 번에 걷는 구간이 길수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많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좌식 생활자 중 5분 미만 걷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5.13%인데 반해 15분 이상 연속 걷는 사람은 0.86%에 불과해 6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스페인 마드리드 유럽대학교(Universidad Europea de Madrid) 의학·보건·스포츠 학부의 보르하 델 포소 크루스(Borja del Pozo Cruz) 교수는 “긴 걷기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추며, 혈당 조절을 돕는다. 이 모든 것이 심혈관 건강의 핵심 요소”라며 “또한 더 오래 걷는 것은 심장 자극의 강도를 높이고, 근육을 완전히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CNN에 설명했다.그는 “이 결과는 ‘하루 1만 보’라는 개념에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비록 1만 보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짧게 자주 걷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걷는 것이 심장 건강과 장수에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텍사스 A&M대학의 스티븐 라이히먼(Steven Riechman) 교수는 “짧게 걷는 때에는 몸이 완전히 운동 모드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 효과가 약할 수 있다”라며 “운동을 시작하면 신체가 휴식 상태에서 활동 상태로 바뀌며 여러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체온 상승 같은 변화는 5분 미만의 걷기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NBC 뉴스에 설명했다.결론 및 시사점이번 연구는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람(하루 8000보 미만)이나 좌식 생활자에게, 짧은 간헐적 걸음보다 10~15분 이상 연속해서 걷는 ‘목적 있는 걷기’가 건강에 훨씬 효과적임을 보여준다.연구진은 이 결과가 “하루 총 걸음 수뿐만 아니라, 걷기 패턴과 지속 시간이 심혈관 건강과 장기 생존에 중요한 변수임을 시사한다”라고 강조했다.따라서 활동량이 적은 사람일수록 하루 중 일부 시간을 정해 15분 정도 꾸준히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강 최적화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지었다.5분 미만 짧은 ‘운동 스낵’도 체력 향상에 도움 된다며?이 연구 결과는 최근에 실린, 5분 미만의 짧은 운동(‘운동 스낵’)이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다른 연구 결과와는 상반된다.하지만 차이가 있다.그 연구의 ‘짧은 운동’은 구조화된 중등도~고강도 운동이었고,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짧은 걷기는 하루 중 자연스럽게 걷는 저강도 활동이었다는 점이다.델 포소 크루스 교수는 “걷기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걷기가 해로운 사람은 없다”라면서 “다만 이번 연구는 하루 8000보 이하로 걷는 저활동자나 좌식 생활자에게 특히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숫자 세기, 책 읽기, 명상, 수면 보조제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큰 효과를 못 봤다면, 의외로 식탁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미국 시카고대학교 의과대학과 컬럼비아대학교 어빙 메디컬센터 연구진이 주도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하루 동안 과일과 채소, 통곡물 등 복합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들은 그날 밤 수면의 질이 더 높았다.반면,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많이 먹은 날에는 잠이 더 자주 깨거나 얕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이 연구는 10월호에 실렸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시카고대 당뇨병 연구·훈련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좋은 식단이 곧 좋은 잠을 만든다”연구진은 평균 연령 28세의 건강한 미국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하루 식단과 그날 밤의 수면 데이터를 여러 날에 걸쳐 분석했다.참가자들은 앱을 이용해 식사 내용을 기록했고, 수면 데이터는 손목에 착용한 활동 추적기를 통해 객관적으로 측정했다.분석 결과, 과일·채소 섭취량이 많을수록 수면 분절 지수(sleep fragmentation index)가 낮아졌다. 수면 분절 지수란 수면 중 자주 깨거나 수면이 중단되는 현상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로, 수면의 질 저하와 다양한 건강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다.복합 탄수화물(통곡물 등)을 많이 섭취한 사람도 마찬가지로 더 깊은 잠을 잤다. 식이섬유와 마그네슘 섭취가 많을수록 수면이 더 안정되는 경향을 보였다.반면, 붉은 고기(소·돼지·양고기 등) 및 가공육(햄·소시지·베이컨 등) 섭취는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첨가당(식품 제조·조리 중 인위적으로 추가하는 당)은 수면 질과 관련이 없었다.연구를 이끈 시카고대 수면센터의 에스라 타살리(Esra Tasali) 박사는 “단 하루의 식단 변화로도 수면 질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라며 “좋은 식습관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비용 효율적인 수면 개선법이다”라고 말했다.■ 하루 5컵의 과일·채소, 숙면의 기준선연구진은 하루 동안 과일과 채소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장량인 5컵 수준으로 섭취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면의 질이 평균 16% 더 높았다고 밝혔다. 5컵은 400g 분량이다. 참고로 한국인의 하루 과일·채소 권장 섭취량은 이보다 약간 더 많은 500g이다.수면의 질이 16% 높아졌다는 것은 단순히 수면 시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밤중에 깨어나는 횟수가 줄고 깊은 수면(비REM 수면)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컬럼비아대 수면·생체리듬연구센터의 마리-피에르 생옹즈(Marie-Pierre St-Onge) 박사는 “많은 사람이 ‘잠을 잘 자게 도와주는 음식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번 연구는 그 답을 보여준다”라며 “작은 변화가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더 나은 잠은 우리의 선택 안에 있다”라고 말했다.■ 왜 식단이 수면에 영향을 줄까?연구팀은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 미네랄(특히 마그네슘), 항산화 물질이 체내 스트레스 반응과 염증을 완화해 신체의 긴장을 줄여주는 것으로 추정했다.또한 통곡물 등 복합 탄수화물은 서서히 에너지를 방출해 밤새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돕는다. 이러한 혈당 안정성은 뇌를 차분하게 하고 신체를 이완시켜 깊고 지속적인 수면을 가능하게 한다.반면 붉은 고기와 가공육에는 포화지방과 나트륨이 많아 위장 부담을 높이고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가공육의 질산염과 보존제 성분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수면 호르몬(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할 위험도 있다.■ “오늘의 식탁이 오늘 밤의 잠을 결정한다”이번 연구는 ‘잠이 부족하면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 특히 지방과 설탕 섭취량을 높인다’는 기존 연구의 반대 방향, 즉 ‘건강한 식단이 수면의 질을 높인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특별한 치료 없이 하루 세 끼의 균형 잡힌 식사만으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체중은 정상이지만 복부에 지방이 몰려 있는 ‘숨은 복부비만’이 전 세계 성인 5명 중 1명꼴로 분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외견상 마른 체형임에도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이 최대 81% 더 높았다.에 실린 이번 다국적 연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비 전염성질환 위험 요인 감시체계(STEPS)’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2000~2020년 사이 91개국 47만여 명(15~69세)을 대상으로 했다.■ 정상 BMI라도 ‘배 나온 체형’이면 위험연구진은 정상 체질량지수(BMI, 18.5~24.9)에 속하지만, 허리둘레가 여성 80cm(31.5인치) 이상, 남성 94cm(37인치) 이상인 경우를 복부비만으로 정의했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복부비만은 행동적·대사적 요인 모두와 연관되었다. 허리둘레가 큰 사람들은 과일·채소 섭취가 적고, 신체활동이 부족할 확률이 각각 22%와 60% 더 높았다.정상 BMI에 속하는 사람 중 21.7%가 복부비만이었으며, 이들은 복부비만이 없는 정상 BMI를 가진 또래 집단에 비해 다음과 같은 질환 위험이 컸다.-당뇨병 1.81배-고혈압 1.29배 -총콜레스테롤 1.39배-중성지방 1.56배연구진은 “BMI는 체중과 키의 비율만을 보여줄 뿐, 체지방이 어디에 쌓여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라며 “복부 내장지방은 단순한 체중 증가보다 대사 이상과 심혈관질환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허리둘레가 건강을 더 잘 예측”이번 결과는 BMI보다 허리둘레가 건강 위험을 더 잘 예측한다는 이전 연구들과도 일치한다.영국의 영양학자 마거릿 애시웰(Margaret Ashwell) 박사는 2012년 랜싯(Lancet)에 발표한 논문에서 허리둘레 대비 키 비율(waist-to-height ratio)이 BMI보다 심혈관질환과 사망률을 더 정확히 예측한다”라고 보고했다.그는 “허리둘레는 키의 절반 이하로 유지하라(Keep your waist to less than half your height)”는 간단한 원칙을 제시하며, BMI 대신 허리둘레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스웨덴 루드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5월 유럽심장학회(ESC) 학술대회(Heart Failure 2025)에서 발표한 연구 내용도, 허리둘레-키 비율(WtHR : Waist-to-height ratio)이 비만으로 인한 심부전 위험을 예측하는 데 BMI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처럼 허리둘레도 재야”연구진은 “BMI만으로는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없다”라며 “정기 검진에서 허리둘레 측정이 혈압 측정만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전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 환자는 지난 30년간 2억7000만 명에서 5억2000만 명으로 급증했으며, 22022년 기준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8억2800만 명으로 추산됐다.국내 전문가들도 “한국인과 같은 아시아인은 마른 체형이지만 내장지방이 쉽게 쌓이는 체질이므로 BMI보다 허리둘레, 복부비만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라고 지적한다.복부비만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운동, 당류 섭취 줄이기, 채소·통곡물 위주의 식단이 권장된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만성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쾌변’을 열망하는 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하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영국 영양사협회(British Dietetic Association)가 변비 해결을 위한 식이 지침을 새롭게 제시했기 때문. 이는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지금까지 나온 총 75개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해 마련했다. 약물 없이 식단만으로 변비를 치료하는 세계 최초의 ‘근거 기반 변비 식이요법 권고안’이라는 평가다.위장병 전문의인 호주 웨스턴 시드니대학교 빈센트 호(Vincent Ho) 교수가 59개의 권장 사항 중 ‘근거 수준’이 높아 실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핵심을 정리한 글을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했다.■ 키위, 하루 2~3개 최소 4주 이상 섭취연구진은 키위 2~3개를 매일, 최소 4주간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초록색이든 황금색이든, 두 품종 모두 변비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효과를 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키위의 식이섬유는 수분을 만나면 사과의 섬유질보다 크게 부풀어 올라 변의 부피를 늘려 장을 더 쉽게 통과하도록 해준다. 껍질째 먹을 때 섬유질이 더 풍부하지만, 과육만 먹어도 효과는 있다.그린 키위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액티니딘(actinidin)이 들어 있어 위와 소장에서 음식의 단백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장 통과를 돕는다.키위에는 라피드(raphides)라 불리는 결정체가 있는데, 장 점액 생성을 촉진해 윤활 작용을 함으로써 대변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키위를 섭취하면 메탄을 생성하는 장내세균을 줄여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네랄 워터와 마그네슘연구진은 미네랄 워터 섭취가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권장량은 하루 0.5~1.5리터(약 2~6컵)를 2~6주간 마시는 것이다. 이유는 미네랄 워터에 마그네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은 천연 배변제(변 연화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산화마그네슘(MgO)은 만성 변비 치료용 식이 보충제로 흔히 사용된다. 이번 권장안에선 하루 0.5~1.5g의 산화마그네슘 보충제를 4주 이상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다만 신장 질환자나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마그네슘 보충제는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밀빵, 하루 6~8조각 3주 이상 섭취연구에 따르면, 호밀빵은 정제 밀가루로 만든 흰 빵이나 일반 완화제보다 변비 개선 효과가 높았다. 하루 6~8조각을 3주 이상 섭취할 것이 권장된다. 다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양이다. 아울러 호밀에는 글루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셀리악병(글루텐 불내증)을 앓고 있다면 적합하지 않다.■ ‘고식이섬유 식단’, 꼭 필요하지 않다이번 지침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식이섬유를 많이 먹는 것이 만성 변비에 반드시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한 점이다.연구진은 하루 25~30g의 섬유질을 섭취하는 고 식이섬유 식단과 15~20g 섭취하는 저 식이섬유 식단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시험 한 건을 발견했다.그 결과, 고 식이섬유 식단은 변비 완화에 추가적인 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저 식이섬유 섭취 군이 가스 발생과 복부 팽만감이 적었다고 보고됐다. 물론 이것이 “섬유질이 필요 없다”라는 뜻은 아니다.하지만 연구진은 “일반 식사보다는 보충제를 통한 섬유질 섭취가 더 효과적”이라며 차전자피(질경이씨 껍질) 등 하루 10g 이상의 섬유 보충제 섭취를 권장했다.■ 만성 변비란?이번 연구에서 변비는 주 3회 미만의 배변, 이것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정의했다. 만성 변비는 전 세계 성인의 약 16%가 겪는 흔한 질환이다.대표 증상은 딱딱하거나 울퉁불퉁한 변, 복통, 메스꺼움 등이 있으며, 심할 경우 혈변, 발열, 구토로 이어질 수 있다.연구 결과는 인간 영양과 식이요법 저널(Journal of Human Nutrition & Dietetics)과 신경위장학 & 운동학(Neurogastroenterology & Motility)에 동시에 게재됐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노년 여성도 하루 4000보 이상을 일주일에 한두 번만 걸어도 전체 사망위험과 심혈관 질환(CVD) 위험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된 이번 연구는 ‘얼마나 자주 걷는가’보다 ‘얼마나 많이 걷는가’ 즉, 걸음 수의 총량이 건강에 더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한다. 걸음 수를 한꺼번에 몰아서 걷는 방식도 건강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주 1~2일만 하루 4000보 달성해도 사망률 26% ‘뚝’연구에 따르면, 하루 4000보 이상을 주 1~2일이라도 달성한 여성(평균 72세)은 일주일 내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 여성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위험이 26% 낮고, 심혈관 질환 위험은 27% 낮았다.주 3일 넘게 하루 4000보 이상 걸은 여성의 전체 사망위험 감소 폭은 40%까지 커졌지만 심혈관 질환 위험은 27%로 차이가 없었다. 하루 5000~7000보 이상을 3일 이상 걸은 여성에서는 전체 사망위험 감소 폭이 32%로 약간 줄었고, 심혈관 질환 위험은 16%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하루 약 4000보 이상에서는 추가 걸음 증가가 건강 이점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현상(효과 평탄화)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특정 걸음 수를 넘어서면 추가로 더 걷더라도 건강상 이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다른 연구들과 맥을 같이 한다. ‘얼마나 자주’보다 ‘얼마나 많이’가 핵심연구진은 몇 회 걷는지보다 일주일 동안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었는지가 건강에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평균 일일 걸음 수를 고려해 다시 분석했더니, 처음에 보였던 ‘걷는 날 수와 전체 사망률·심혈관 질환 위함 간 연관성’은 대부분 사라졌다. 쉽게 말하면, 하루 1만 보를 이틀에 몰아서 걷든, 매일 4000보를 꾸준히 걷든, 결국 중요한 것은 일주일 동안 걸은 총 걸음 수라는 것이다.연구 개요이번 연구는 미국 여성건강연구(Women’s Health Study)에 참여한 평균 나이 71.8세 여성 1만 354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2011~2015년 사이 7일 동안 활동 추적기를 착용해 활동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했으며, 이후 약 11년간 추적 관찰됐다.연구 시작 시점 참가자들은 심혈관 질환이나 암이 없었다. 2024년 말 연구종료 시점까지 전체의 13%(1765명)가 사망했고, 5%(781명)가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았다. 결론: 빈도보다 총량이 핵심연구진은 “평균 연령 72세인 고령 여성에서, 주 1~2일이라도 하루 4000보 이상을 걷는 경우 전체 사망위험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 걸음 수 기준을 더 높였을 때는 사망위험이 추가로 감소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라면서 “다만 평균 일일 걸음 수를 보정한 분석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거의 사라졌는데, 이는 걸음 수의 빈도보다 총 걸음 수가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효과에 더 중요한 요인임을 의미한다”라고 결론지었다.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노년기 여성의 신체활동 지침뿐만 아니라 임상 및 공중보건 실무에도 참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음악을 가까이하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호주 모나시대학교가 치매 진단 이력이 없는 70세 이상 노인 1만 800명을 대상으로 음악 감상이나 연주가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결과, 항상 음악을 듣는 사람은 전혀 듣지 않거나, 거의 듣지 않거나, 가끔 듣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3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기 연주도 35%의 감소 효과를 보였다. 연구 결과는 에 게재됐다.연구 개요연구자들은 음악 활동 참여 수준(음악 감상, 악기 연주, 또는 두 가지 병행)에 따른 3년 차 이후의 치매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그 결과, 늘 음악을 듣는 것이 치매 위험을 가장 크게 낮췄다. 치매 발생률 39% 감소와 함께, 치매 없는 인지 장애(이하 인지 장애) 발생률도 17% 낮았으며, 전반적인 인지 능력과 일화 기억(episodic memory·개인이 직접 경험한 사건이나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저장하는 기억의 한 종류) 점수도 더 높았다.악기를 자주 또는 항상 연주하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35% 낮았다. 다만 인지 장애 위험이나, 인지 기능 변화와의 유의한 연관성은 보이지 않았다.음악 감상과 악기 연주를 병행하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33%, 인지 장애 위험은 2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노년의 뇌 건강, 음악감상과 악기연주로 지켜라”교신 저자인 조앤 라이언 교수(신경정신의학&치매 연구 부서 책임자)는 “현재 치매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질병의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전략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뇌 노화는 나이와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의 환경이나 생활 습관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음악 감상과 악기 연주와 같은 생활 습관 기반 개입이 인지 건강을 증진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음악의 뇌 기능 보호 효과는 16년 이상 고등 교육을 받은 집단, 즉 대학 졸업 이상 그룹에서 가장 뚜렷했으며, 중등 교육 수준(12~15년)에서는 일관되지 않았다.관찰연구라는 한계도 있다.연구진은 “연구 결과는 음악 활동이 노인의 인지 건강 유지를 위한 접근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인과관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밤 시간에 밝은 빛에 노출되면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호주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개인별 야간 조도와 심장 건강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로, 의학 학술지 에 게재됐다.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8만 8905명(평균 연령 62.4세)을 대상으로, 1주일간 손목에 착용한 센서를 통해 측정한 총 1300만 시간 이상의 야간 조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대 9년 반 동안 추적 관찰했다.■ 어두운 방보다 밝은 방에서 잔 사람, 심장병 위험 50% 이상 높아참가자들은 평균 야간 조도(illuminance)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뉘었다.0~50백분위(0.62럭스): 달빛 혹은 어두운 방 수준51~70백분위(2.48럭스): 희미한 실내 조명71~90백분위(16.37럭스): 일반 침실 조명91~100백분위(105.3럭스): TV나 스마트폰 불빛 수준분석 결과, 가장 밝은 빛(91~100백분위)에 노출된 사람은 어두운 환경(0~50백분위)에서 잔 사람보다 △심부전 위험이 56% △심근경색 위험이 47% △관상동맥질환과 심방세동 위험이 각각 32% △뇌졸중 위험이 28% 더 높게 나타났다.이 결과는 운동, 식습관, 수면 습관, 흡연·음주, 유전적 요인 등을 모두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밤의 불빛, 생체시계 교란시켜 심장에 부담”연구를 이끈 다니엘 윈드레드(Daniel Windred) 플린더스대 FHMRI 수면건강연구소 연구원(박사)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밤에 밝은 빛을 쬔다는 사실만으로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한 첫 사례”라며 “밤의 인공조명이 생체시계를 교란해 심혈관계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우리 몸은 아침이면 코르티솔이 분비돼 신체활동을 돕고 저녁에는 멜라토닌이 분비돼 수면 준비를 한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체온, 혈압, 심박수 등 생체리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빛을 쬐면 분비가 억제된다.연구진은 “야간의 빛 노출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면, 혈압과 혈당 조절, 혈액 응고 등 대사 과정이 교란돼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젊은 층에서 특히 민감… “여성의 생체시계가 빛에 더 예민”공동저자인 션 케인(Sean Cain) 플린더스대 의과대학 교수는 “여성은 빛에 의한 생체시계 교란에 남성보다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통 여성은 남성보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생리적 보호 효과가 있지만, 밤에 밝은 빛에 자주 노출되면 그 차이가 사라진다”고 밝혔다.또 다른 공동저자인 앤드루 필립스(Andrew Phillips) 의대 부교수는 “이 문제는 교대 근무자나 대도시 거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켜둔 채 자는 일상적인 습관도 심혈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심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불 끄기”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이며, 한국에서도 암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연구진은 “야간 조명은 식습관·운동 부족·흡연처럼 관리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봐야 한다”며 조금만 신경 쓰면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윈드레드 박사는 “커튼을 완전히 닫고, 조명은 어둡게 하고,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을 피하는 것이 심장 건강을 지키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10대 시절 즐겨 듣던 노래가 마음속 깊이 각인된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런 ‘인생 노래’의 추억이 형성되는 시기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핀란드 위배스퀼래대학교(University of Jyväskylä) 연구자들이 84개국 189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평균 16세, 여성은 19세 무렵 가장 깊은 음악적 유대감을 형성했다. 남성, 10대 시절 음악에 평생 열광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음악 한 곡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노래가 발표된 당시의 나이와 음악적 의미를 분석했다.남성이 평균 3년 먼저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이유는 청소년기 음악사용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남성은 10대 중·후반(14~17세) 시기에 록이나 헤비메탈 같은 강력한 음악을 통해 독립심과 정체성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시기의 음악은 ‘부모로부터의 독립’과 ‘나만의 세계’를 상징하며, 결과적으로 이 시기 음악이 성인 이후까지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남는다.이번 연구에 따르면, 남자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10대 시절 음악에 지속적으로 열광했다. 심지어 60대 이후에도 젊은 시절 들었던 록과 메탈 같은 강렬한 사운드의 노래에 감정적으로 가장 큰 반응을 보였다.연구진은 이를 ‘이중 정점 패턴’(dual-peak pattern)이라고 표현했다. 즉, 남성에겐 청소년기 음악과 최근 음악이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초기 정점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여성, 더 느리지만 평생 음악적 의미 갱신하며 진화반면 여성은 음악을 감정조절, 인간관계, 가치탐색 수단 등 보다 복합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정서적·사회적 경험의 통합 과정이 더 길게 이어지면서, 음악적 의미가 완성되는 시점이 남성보다 3년 늦은 19세 전후로 나타났다.또한 여성은 나이가 들어도 음악적 감수성이 계속 나아갔다. 60대 여성의 경우, 10대 시절 음악보다 최근의 음악이 정서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경향을 보였다.정리하면, 남성은 과거의 음악에 정체성을 고정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성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삶과 감정에 맞춰 음악의 의미를 새로 써나가며 진화하는 차이를 보였다.음악을 기억하는 세 가지 패턴연구진은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의미 있게 느끼는지를 결정짓는 세 가지 패턴을 확인했다.첫째, 회고 정점(reminiscence bump): 청소년기~초기 성인기에 형성된 음악이 평생 지속되는 고전적 패턴. 남성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둘째, 연쇄 정점(cascading bump): 30세 이하의 젊은 층에서 주로 관찰되며, 부모 세대의 음악(출생 25년 전 발매곡)에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특징이 있다. 여성에게서 더 뚜렷했다.셋째, 최근 정점(recency bump): 6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패턴. 최근 10~15년 사이의 음악에 강한 감정적 의미를 부여하며 여성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뇌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식음악은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편도체, 내측 전전두엽 피질 등을 동시에 활성화한다. 이 부위들은 감정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남기는 핵심 회로로, 특히 청소년기에 매우 민감하게 작동한다.이 시기의 뇌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은 약하지만, 보상 자극과 감정적 학습에는 매우 민감하다. 이 때문에 10대 시절 음악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타임캡슐’로 남게 된다.남녀 간 시기 차이는 사춘기 발달 속도, 사회적 기대, 문화적 역할 차이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성별 특성, 음악치료에 활용 가능남녀 간 차이는 음악치료와 정서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연구진은 “노년층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성별에 따라 접근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예를 들어. 중·노년 남성에게는 10대 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을 중심으로 한 재생 목록(플레이리스트)이 자서전적 기억을 자극해 정서적 긍정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이와 달리 여성은 최근 수십 년간의 음악을 폭넓게 포함하는 것이 정서적 공감과 몰입을 유도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연구 결과는 영국의 학술지 에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제로 슈가’ 제품에 흔히 사용하는 무열량 또는 저열량 인공 감미료(이하 인공 감미료)가 ‘요요현상’을 막고, 장내 건강한 미생물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교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공동연구진은, 인공 감미료를 포함한 저당(低糖) 식단이 체중 감량 후 유지에 도움이 되며, 장내 미생물의 구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결과를 권위 있는 학술지 에 발표했다.■ 인공 감미료, ‘요요 없는 체중 관리’에 도움연구진은 인공 감미료 제품이 체중 감량 유지와 장내 미생물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국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연구에는 그리스,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4개국에서 모집한 성인 341명과 어린이 38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였으며, 먼저 2개월 동안 저열량 식단으로 평균 5% 이상 감량했다. 이후 10개월 동안은 ‘일반식’으로 돌아가되, 총에너지 섭취 중 당류 비율을 10%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했다.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설탕 그룹’은 인공 감미료를 피해 기존 식단을 유지했다. 반면 ‘인공 감미료 그룹’은 설탕 대체제가 들어간 상용 제품을 자유롭게 선택했다.대표 적인 인공 감미료 성분은 설탕에 비해 단맛이 매우 강한 아스파탐, 아세설팜 K, 사카린, 타우마틴, 네오탐, 스테비아와 당알코올 제품인 에리트리톨, 소르비톨, 만니톨, 이소말트, 말티톨, 락티톨, 자일리톨 등이 포함됐다.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당류 섭취량을 제한한 두 그룹 모두 줄어든 체중을 유지했으나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인공 감미료 그룹은 설탕 그룹보다 평균 1.6kg 더 많은 체중 감량을 유지했다. 연구 지침을 충실히 지킨 사람들만 따져보면, 그 차이는 3.7kg까지 벌어졌다.특히 인공 감미료 그룹은 설탕 그룹보다 당류 섭취량이 줄어 하루 평균 12g 더 적게 먹었고, 식단에서 당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더 크게(2.4%P) 줄었다. ■ 장내 미생물도 다이어트에 유리한 유익균 위주로 재편흥미로운 점은 인공 감미료 섭취 군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는 것이다.무엇보다 단쇄지방산(SCFA)을 생성하는 유익균들이 늘어났는데, 대표적으로 프레보텔라(Prevotella), 메가스파이라(Megasphaera), 유박테리움(Eubacterium), 부티릭시모나스(Butyricimonas) 등이 포함됐다.단쇄지방산은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발효해 생성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으로 포만감을 높이고,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며, 염증 반응을 줄이는 대사 보호 인자로 알려져 있다.또한 메탄 생성 균(Methanolobus)이 증가했는데, 이는 장내 발효 효율과 에너지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요약하면, 설탕 대체제로 인공 감미료를 첨가한 식단이 장내 세균 환경을 대사 건강에 유리한 형세로 바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작용 일부 있지만 건강에는 문제 없어인공 감미료 그룹에서 복통, 복부 팽만, 가스, 묽은 변 등 위장 관련 증상이 조금 더 자주 보고되었다.다만, 심각한 부작용이나 장기적 건강 악영향은 관찰되지 않았다.연구진은 “인공 감미료 제품 중 일부는 당알코올이나 섬유질 형태로 장에서 발효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소화 불편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공 감미료 논란에서 긍정적 증거 추가감미료의 안전성과 체중 조절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일부 관찰 연구에서는 “인공 감미료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비만율이 높다”라는 결과가 보고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인공 감미료 사용 자체가 아니라 비만 상태인 사람들이 설탕 대체제로서 이를 선택하는 경향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이번 연구에서는 10개월간의 인공 감미료 섭취 후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CVD) 위험 지표(예: 간 내 지방함량 등) 에서 변화가 없었다. 이는 감미료의 장기 섭취가 부정적 건강 효과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연구진은 짚었다.이번 연구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이라는 점에서 기존 관찰연구보다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연구진은 “감미료가 마법처럼 살을 빼주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저당 식단의 일부로 활용할 경우 체중 유지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인공 감미료,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활용할 때 제 역할연구진은 인공 감미료의 효과에 대해 ‘무엇을 대체하느냐’와 ‘어떤 식습관에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즉, 인공 감미료는 설탕을 줄이는 전략의 일부일 때 유용하지만, 단맛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용도로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를 하루 총 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 할 것을 권장한다. 2000칼로리 기준 약 50g이다. WHO가 제시한 이상적인 섭취량은 5% 미만이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아침식사는 금(金)처럼 소중하다는 옛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최근 국제 학술지 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은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대사증후군은 고혈당,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낮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복부 비만 같은 위험 요인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나타나는 질환이다.연구 개요이번 연구는 한국, 미국, 일본, 이란 등 여러 나라에서 수행한 9편의 관찰 연구(총 11만 8385명 참여)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연구진은 PubMed, Web of Science, Embase 등 주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아침 결식과 대사증후군 및 구성요소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를 추렸다.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대사증후군 혹은 그 구성요소(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가 결과 변수로 포함된 연구만 선정했다.연구 결과, 아침을 거르는 사람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1.10 배 증가했으며, 복부비만,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모두에서 유의한 위험 상승이 관찰됐다.아침 결식이 대사증후군을 부르는 이유연구진은 “아침을 거르는 행동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빼먹는 것이 아니라 몸의 생체리듬을 깨뜨려 대사조절 기능 전반에 혼란을 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우리 몸의 대사 시계는 아침식사를 신호로 움직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를 반복적으로 생략하면 호르몬 분비, 인슐린 반응, 지방 대사 등 여러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복부비만: 공복 길면 과식으로 이어질 확률 높아아침을 굶으면 공복 상태가 길어져 점심이나 저녁때 ‘보상적 과식’을 할 위험이 커진다. 이때 혈당과 인슐린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내장 지방이 축적돼 복부비만을 유발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침을 거르는 사람은 허리둘레와 체지방 비중이 유의하게 높았다.-고혈당: 인슐린 저항성 증가 악순환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일시적으로 혈당이 떨어지지만, 식사 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혈당 변동 폭이 커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혈당을 세포에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이 현상은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의 핵심 위험 요인이다. -고혈압: 교감신경 자극과 염증 반응아침을 거르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교감 신경계가 과활성화되어 심박수와 혈압이 오르게 된다. 또한 장시간 공복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늘려 혈압 상승을 더욱 부추긴다. 여기에 비만과 염증 반응이 겹치면 고혈압 위험이 더욱 커진다.-이상지질혈증: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불균형아침을 거르면 하루 중 지질대사가 불안정해진다. 공복 시간이 길고, 이후 한꺼번에 섭취하는 고열량 식사는 식후 고지혈 상태를 유발해 총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일명 ‘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고,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은 낮춘다. 이에 따라 심혈관 질환의 위험까지 커진다.아침 결식 ≠ 간헐적 단식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식이요법인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과 아침 결식을 혼동해선 안 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간헐적 단식은 의도적이고 구조화된 식이요법이다.예를 들어 ‘16:8 단식’처럼 금식과 식사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며, 균형 잡힌 식단과 충분한 수분 섭취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과 대체로 병행한다.이는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고 세포 자가포식을 촉진하는 등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아침 결식은 무계획적이고 불규칙한 생활방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통 식사 질 저하·야식·과식 등 불건전한 식습관을 동반한다.결론: 아침식사는 대사질환 예방의 열쇠연구를 수행한 중국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는 아침식사 결식이 대사증후군 및 그 구성요소(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의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킨다는 점을 입증하였다”라며 “생활 습관 변화로 수정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균형 잡힌 아침식사의 정기적 섭취를 포함하는 공중보건 전략은 심혈관·대사질환의 예방과 관리에서 가장 비용 효율적인 접근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대사질환 고위험군에서는 아침식사 습관 개선이 핵심적 예방 전략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괴짜들의 노벨상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상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막힌 기도나 손상된 폐로 인해 산소 공급이 어려운 환자에게 직장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구하는 이 기술의 인체 적용 가능성을 평가한 첫 임상시험 결과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의학 학술지 에 게재됐다.“이번 연구는 인체 대상 첫 데이터이며, 시술의 안전성만을 입증한 초기 결과로 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성이 확인된 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혈류로 산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는지를 평가할 계획이다.”이 연구를 주도한 다케베 다카노리(Takanori Takebe) 박사(미국 신시내티 소아병원·일본 오사카대)가 말했다. 그는 ‘장기 오가노이드 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를 3차원 배양해 만든 장기유사체를 가리킨다.■ ‘장내 산소호흡(Enteral Ventilation)’이란?이 기술은 산소가 풍부하게 녹아 있는 액체를 관장(enema)처럼 직장을 통해 주입하여, 대장을 통해 산소를 흡수하고 이를 혈류로 전달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폐 대신 장(腸)이 숨을 쉬는 것처럼 산소를 공급받는 원리다.돼지 대상 초기 연구 결과가 2021년 Med 표지 논문으로 처음 공개됐으며, 캐나다 과학 다큐 프로그램 ‘The Nature of Things’에서도 소개됐다. 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연구진은 2024년 이그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다.만약 현재 추진 중인 임상시험에서 성공한다면, 기도가 손상되거나 폐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새로운 응급 산소공급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기술은 의학적으로 크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낯설지만 오래전에 나온 발상이 기술의 영감은 미꾸라지(loach)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됐다. 미꾸라지는 물에서는 아가미로 수면의 산소를 삼키고 진흙탕 같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장 점막을 통해 산소를 직접 흡수하는 ‘장 호흡’이 가능한 대표적인 수생 생물이다. 또한 이 연구는 과거 신시내티 소아병원 연구자 리랜드 클라크(Leland Clark, 1918~2005) 박사의 업적을 계승한 것이다. 그는 과거 과불화탄소(perfluorocarbon) 기반 산소 운반액, 즉 오늘날 ‘옥시사이트(Oxycyte)’로 알려진 액체를 개발했다. . 액체이면서 공기처럼 폐호흡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 물질은 실제로 1989년 영화 ‘어비스’(The Abyss)에서 쥐가 액체 속에서 ‘숨을 쉬는’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인체 시험 결과와 다음 단계신시내티 소아병원에 따르면, 이번 임상시험은 일본에서 27명의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했다.참가자들은 60분 동안 산소를 포함하지 않은 과불화탄소 액체를 최대 1500㎖까지 직장 내에서 유지했다. 이번에 사용한 물질은 비휘발성·비흡수성이기 때문에 장 점막을 통해 전신으로 흡수되지 않았다, 피험자는 주입 후 1시간 동안 누운 자세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이 시간을 통해 액체가 장내에 머물며 가스 교환(향후 산소를 주입해 실험할 경우 매우 중요한 과정)이 가능한지, 그리고 독성 반응이 없는지를 관찰했다.그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가 시술을 견뎠으며, 복부 팽만감이나 불편함 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주입한 액체는 관장과 동일하게 항문을 통해 배출했다.연구진은 이제 산소가 주입된 액체를 사용하여 혈중 산소 포화도 향상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산소가 실제로 혈류로 전달되는 효율을 측정한다는 의미다.장기적으로는 신생아의 호흡 보조 기술로의 확장도 검토 중이다.이 기술의 원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향후 산소가 포함된 액체를 사용한 임상시험에서는 점도, 산소포화도, 체류시간, 배출 안전성 등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현재 다케베 박사는 이 연구를 상용화하기 위해 ’EVA Therapeutics‘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다음 임상시험의 시점은 연구 자금 확보 속도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살을 빼려고 운동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운동만으로 얻을 수 있는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살을 빼는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섭취한 열량보다 소모한 열량이 크면 체중이 줄어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도, 쉬운 일도 아니다.왜 운동만으로는 살이 잘 빠지지 않을까?운동이 기대만큼 큰 폭의 체중 감량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리적 이유가 있다.▶ 식욕 증가: 운동 후 식욕이 자극되어 섭취량이 늘어나기 쉽다.▶ 활동량 감소: 운동을 한 날에는 무의식적으로 하루 동안의 다른 움직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신체의 효율성 향상(대사 적응):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는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더 작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적응한다.이러한 대사 적응은 진화적으로 보면 생존을 위한 기능이었다. 과거 인류는 에너지가 부족한 환경에서 체력을 아끼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하지만 이렇게 진화한 우리 몸이 현대사회에서는 체중 감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운동의 진짜 역할=감량 상태 유지운동은 초기 체중 감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감량 후 요요현상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영국 링컨대학교의 생리학자 레이첼 우즈 박사가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 글에서 설명했다. 1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교의 연구(2021년)에 따르면, 운동량이 초기 체중 감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감량 후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들은 줄인 체중을 훨씬 더 오래 유지했다.또한 운동은 혈당 조절, 인슐린 감수성, 염증 수준, 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건강 지표를 개선한다. 이는 심혈관 질환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2024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연구에서는 운동과 체중 감량 약물(예: 삭센다)을 병행할 경우, 약물 단독 사용 때보다 감량 유지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운동이 줄인 체중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이유운동이 체중 감량 자체보다 감량 유지에 효과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기초 대사량 감소 보완: 체중이 줄면 신체는 휴식 시 소비하는 열량(기초 대사량)을 예상보다 더 크게 줄인다. 이는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운동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높여 이러한 대사 감소를 부분적으로 상쇄한다.▶ 근육량 유지: 체중이 줄면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함께 감소한다. 근육이 줄면 기초 대사량도 떨어지므로 체중이 다시 늘기 쉽다. 그러나 저항운동(예: 근력운동과 필라테스 등)은 근육 손실을 막고 다시 근육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어 기초 대사율을 높이고 장기적인 체중 유지에 기여한다.▶ 지방 연소 능력 유지: 체중 감량 후에는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도 높은 운동은 지방 산화 능력과 대사 유연성(탄수화물과 지방을 상황에 맞게 전환해 사용하는 능력)을 되돌린다.▶ 인슐린 감수성 개선: 운동은 인슐린의 효율을 높여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지방 저장을 억제한다.▶ 스트레스 완화 및 수면 개선: 운동은 기분, 수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준을 개선해 과식과 지방 축적을 줄이는 간접적 효과를 낸다.운동 반응, 사람마다 달라사람마다 운동에 대한 반응은 다르다. 같은 운동을 해도 칼로리 소모량이나 식욕 반응이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운동 종류에 따른 효과도 차이가 있다.예를 들어, 걷기·달리기·자전거 타기·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은 열량 소모와 지방 연소 능력을 높인다. 반면 근력운동은 근육량 유지·증가와 연결돼 기초 대사율 상승으로 이어진다.운동, 체중 감량보다 감량 유지에 훨씬 더 효과적정리하면, 운동은 단독으로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식이요법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감량 후 요요현상을 막아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는 데는 이보다 나은 도구가 없다.더욱 중요한 것은 대사 건강을 유지하며, 정신적 안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결국 운동은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라는 낭만적인 통설은 기반을 거의 잃었다. ‘알코올은 첫 한 방울부터 건강에 나쁘다’라는 증거가 이미 수북하게 쌓였기 때문이다.악영향은 육체 건강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케임브리지대학교, 미국 예일대학교 공동연구진이 에 최근 발표한 대규모 분석에 따르면, 소량의 음주조차 뇌 기능에 해롭고 치매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다.미국과 영국에서 56~72세 성인 57만 명 이상을 평균 4~12년 추적한 결과, 주당 1~3잔 수준의 ‘가벼운 음주’조차 치매 위험을 15%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1잔은 순수 알코올 14g에 해당한다. 알코올 함량 5% 맥주 350㎖, 40% 위스키 43㎖, 12% 와인 145㎖, 17% 소주 103㎖(두 잔) 정도다.전문가들은 “양도 문제지만 알코올 자체가 뇌에 미치는 신경독성이 더 심각하다”라고 경고한다.이번 연구와 관련해, 알코올이 어떻게 뇌의 구조와 기능을 파괴하는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푸드&와인이 전문가들과 함께 집중 조명했다. 알코올, 뇌 염증·산화 스트레스 일으켜 신경세포 파괴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신경 생물학자이자 중독의학 전문의인 랜달 터너(Randall Turner) 박사는 “알코올은 뇌 속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촉진하고, 신경세포의 손상을 가속한다”며 “이는 결국 기억력 저하와 인지 기능 약화를 불러온다”라고 설명했다.터너 박사는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매우 독성이 강하다. 이 물질은 신경세포의 DNA를 손상하고,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촉진한다”라고 말했다. 터너 박사는 “이러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반복되면, 기억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가장 먼저 쪼그라든다”라고 짚었다.‘음주 → 수면 방해 → 기억력 약화’의 악순환마인드패스 헬스(Mindpath Health)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 아누핀더 싱(Anoopinder Singh) 박사는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싱 박사에 따르면, 술을 마시면 렘(REM·급속안구운동)수면이 줄어든다. 이는 기억 통합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단계다. 렘수면 부족은 단기적으로는 숙취와 함께 머리가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인다. 장기적으론 인지력 저하, 기억력 감퇴, 문제해결 능력 악화로 이어진다.“술을 마신 다음 날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이유가 바로 뇌 회복 과정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인지 기능 전반이 손상된다”라고 싱 박사가 말했다.또한 알코올은 뇌혈관 손상을 유발해 뇌졸중이나 미세혈관 질환을 촉진한다. 이 역시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여성의 뇌가 특히 더 취약터너 박사에 따르면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뇌 손상 위험이 더 크다.“여성은 체내 수분 비율이 낮고 알코올 분해 효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게 유지된다. 또한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이 알코올 대사에 영향을 미쳐, 신경세포 염증 반응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이는 여성 음주자에게서 기억력 저하, 언어 처리 속도 저하, 감정 조절 기능 손상이 남성보다 더 빠르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다만 남성은 평균적으로 더 자주 더 많은 양을 마시기 때문에 결국 남녀 모두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다고 싱 박사는 지적한다.술, 마실수록 위험 커져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적당한 음주’란 없다고 봐야 한다”라고 입을 모아 경고한다.세계 보건기구(WHO) 역시 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안전한 알코올 섭취량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발표했다.싱 박사는 “뇌 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적당히 마시는 술’도 뇌 노화를 촉진한다”라며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최선이고, 최소한 빈도와 양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조언했다.기억력 유지하려면? “술 대신 운동과 숙면”전문가들은 술잔 대신 물병을 쥐라고 강조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7시간 이상 충분한 숙면, 그리고 과일과 채소 중심의 식단은 뇌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줄여 인지 기능을 보호한다.터너 박사는 “한 잔의 와인이 아니라. 그 한 잔이 반복되는 습관이 문제”라며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섬세하다”라며 술과 헤어질 결심을 촉구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