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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길공항에서 버스로 약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지린성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의 ‘내두천’. 백두산 자락에 있는 내두천은 농심의 생수 브랜드 ‘백산수’의 수원지다. 이곳은 원시림보호구역에 포함돼 있다. 인적이 드문 고요한 마을에 펼쳐진 하천을 뒤로 하고 오르막길을 10분 가량 걷자 해발고도 670m에 깊이 1m의 넓은 수원지가 나타났다.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물 사이로 용천수(湧泉水)가 보글보글 올라오고 있었다. 용천수는 외부의 압력 없이 자연히 솟아 나오는 물로, 어느 계절이든 온도가 6.5~7도로 유지돼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이 수원지에서 용천수는 매일 2만4000t이 솟아 나오는데, 이 중 5000t이 백산수 생산에 쓰인다. 갓 솟아오른 원수(原水)를 떠서 한 컵 마셔보니 시원하고 청량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이 용천수는 백두산 천지로부터 수원지까지 약 40년 간 총 45㎞의 자연보호구역 지하 암반층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다. 40년은 국내외 생수 중 가장 오랜 자연 정수 기간이다. 자연 정수 기간이란 빗물과 눈이 지표면에 흡수된 뒤 지하 암반층을 통과하는 시간이다. 이 기간이 길수록 천연 미네랄 함유량이 높아지고, 불순물이 더 세심하게 걸러진다. 백두산의 화산 현무암은 거대한 천연 필터로 작용한다. 농심은 이 수원지에서 용천수가 많이 솟아나는 22개 지점에 장치를 설치해 원수를 수집하고, 지하 배관을 통해 3.7㎞ 거리의 백산수 공장으로 보낸다. 농심 관계자는 “취수 과정에서 환경오염이나 자연 파괴가 없다”고 설명했다.수원지에서 버스로 5분을 달리면 백산수 공장이 나온다. 농심은 2015년 2600억 원을 들여 29만1590㎡(8만 8336평) 규모로 이 공장을 지었다. 이 곳에서는 연간 최대 100만 t의 생수를 생산할 수 있다. 공장은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갖춰 병입, 포장 등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다. 공정을 마친 백산수는 1.7㎞ 떨어진 철도역으로 옮겨진 후 기차를 통해 약 1000㎞ 거리의 대련항으로 이동한다. 이후 선박으로 한국 평택항 등으로 들어와 소비자를 만난다. 안명식 연변농심 대표이사는 “생산 라인에는 독일 펜티어·크로네스, 캐나다 허스키 등 글로벌 설비업체의 기술이 적용됐다”며 “소위 고급 생수로 불리는 ‘에비앙’과 비교해도 설비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2012년 12월 생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백산수는 누적 매출액이 1조1000억 원을 넘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등과 생수 시장 3강으로 자리매김했다. 백산수 연간 매출은 2013년 240억 원에서 2015년 520억 원, 2019년부터는 1000억 원대로 성장했다.농심은 올해 백산수 브랜드 재도약을 추진해 2030년까지 연 매출을 20% 늘리겠다는 목표다. 김상헌 농심 마케팅실장은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25%에서 30%까지 늘릴 것”이라며 “중국 외에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얼다오바이허=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에 있는 ‘디렉터스 인스피레이션: 봉준호’ 전시관은 평일 낮인데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등장한 괴물 모형과 봉 감독이 직접 스케치한 영화 ‘옥자’의 그림을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었다. 또 봉 감독이 대학 시절 친구들과 활동했던 소모임 모집 포스터, 직접 그린 작품 콘티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대학생 라이언 로드리게스 씨(22)는 “예술 전공 학생이라 다양한 영감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봉 감독의 ‘기생충’을 재밌게 본 후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겨 이번 전시를 찾았다”고 말했다. 한때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한국이 이제 콘텐츠 생산과 확산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등 K콘텐츠가 세계 콘텐츠 산업에 영감을 주면서 ‘문화 수출 대역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2000년대 이후 K팝 등 K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일종의 역전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 대중문화가 산업적 측면에서 높은 위상을 갖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韓 대중문화 산업적으로 높은 위상”K콘텐츠의 위상 변화는 각종 실적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의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한류 초기인 2005년 13억113만 달러에서 2015년 56억6137만 달러, 2023년 133억3941만 달러로 급증했다. 반면 수입액은 같은 기간 29억8589만 달러에서 11억8282만 달러, 8억9382만 달러로 감소했다.글로벌 시상식에서도 K콘텐츠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영화 ‘기생충’은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2022년 에미상에서 6관왕을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해당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주요 부문을 수상한 사례였다. K팝 아티스트 방탄소년단도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연속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국내 초연의 토종 뮤지컬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K팝은 단순히 ‘해외 떼창’ 열풍에 그치지 않고 K팝 육성 시스템이 해외로 전수되는 움직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소니뮤직과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를 기획해 ‘칼군무’ 등 K팝식 트레이닝을 거친 일본인 걸그룹 니쥬(NiziU)를 데뷔시켰다.CJ ENM은 일본 요시모토고교(吉本興業)와의 합작사 라포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K팝 DNA’를 접목한 현지 아이돌 육성에 나섰다. 자체 음악 지식재산권(IP) 생태계 ‘MCS’를 기반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저팬’ 시리즈를 통해 JO1, INI, 미아이(ME:1) 등을 배출했다. 이들 중에는 K팝에 영감을 받아 성장한 현지 아티스트도 있었다. 지난달 11일 일본 지바현 ‘케이콘 저팬 2025(KCON JAPAN 2025)’에서 만난 미아이 멤버 이시이 란(21)은 “있지(ITZY) 류진 선배가 K팝 음악에 강하게 몰입해 파워풀한 춤을 추는 모습 영상을 보고 K팝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K팝 정체성으로 승부 할리우드 본토인 미국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CJ ENM은 2022년 미국 기반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을 약 9400억 원을 들여 인수하며 미국에서의 제작 기반을 확보했다. 지난달 11일 만난 크리스 라이스 피프스시즌 대표도 “한국, 일본 등 다양한 동양의 콘텐츠 제작사들과 협업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이어진 축적된 투자와 시스템이 지금의 K팝 위상을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J팝에 열광하고 일본 연예기획사 ‘자니스 사무소’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기업의 본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수년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하는 스타 육성 시스템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가 ‘칼군무’ 등 한국만의 스타일을 접목하면서 차별화된 K팝만의 정체성도 구축됐다. 이런 기반 위에 각 세대 아티스트들의 경험과 성과도 차곡차곡 쌓였다. 임 평론가는 “1996년 H.O.T.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싸이, BTS, 블랙핑크에 이르기까지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쌓이면서 그 축적이 오늘의 성과를 이룩한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영상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한 점도 경쟁력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K팝은 뮤직비디오나 음악 방송에도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해서 다이내믹한 콘텐츠를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CJ ENM 관계자는 “참신한 뮤직비디오, ‘프로듀스 101’ 시리즈와 같은 브랜딩, 경쟁력 있는 포맷이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는 멀티플렉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상영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됐다. 제작부터 배급,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영화 제작 구조도 한층 체계화됐다. 김 평론가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마니아층 일부의 관심을 받긴 했지만, ‘저렴하고 나름 개성 있는 콘텐츠’ 정도로 인식됐다”며 “이후 대중문화 개방과 정보기술 발전, 막대한 자본 투입이 맞물리며 K콘텐츠가 글로벌하게 퍼지고 세계 시장을 단숨에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도쿄=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로스앤젤레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명품 대체품 ‘듀프’ 소비 인기복제품을 의미하는 ‘듀프(dupe)’ 제품 소비 트렌드가 고물가 시대에 ‘현명한 소비’로 주목받고 있다. 명품 로고가 주는 만족감보다 실속 있는 소비에 대한 효용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며 ‘듀프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직장인 김모 씨(39)는 지난해 11월 국내 유니클로 매장에서 업무용 가방 2개를 7만4800원에 구입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이 가방을 원래 들고 다니던 약 70만 원짜리 일본 브랜드 ‘요시다 포터’의 인기 제품인 ‘탱커 2WAY 서류 가방’의 대체품 격으로 구입했다. 유니클로 제품이 기존에 들고 다니던 포터 가방과 생김새는 매우 유사한데, 가격은 훨씬 저렴해 실용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가격이 싼데 디자인은 비슷하고, 무엇보다 수납 공간이 많고 편리해서 7개월째 잘 들고다니고 있다”며 “가격이 싸다 보니 여기 저기 들고 다니다 바닥에 놔둬도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명품스러운’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이른바 ‘듀프’ 소비가 전 세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 후유증,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 여력이 감소하면서 듀프 소비 트렌드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제적 효율성과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MZ세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같은 듀프 소비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 짝퉁과는 다른 듀프듀프 제품은 브랜드의 가짜 로고까지 유사하게 달아 명품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이른바 ‘짝퉁’과는 차이가 있다. 상표권을 침해하는 짝퉁은 불법이지만, 디자인이나 주요 특징을 따라 한 듀프 제품은 법적 문제가 될 소지는 크지 않다. 짝퉁을 구매하는 건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지만, 듀프 제품을 ‘발굴’하는 것은 오히려 자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복제품을 찾는 건 흥이 나는 일’(51%)이라고 답했다. 저렴한 듀프 제품을 찾는 것을 일종의 ‘게임’처럼 즐기는 것이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짝퉁 소비는 구매력이 부족한 상태임에도 원본의 아우라에 대해 추종하고 싶은 마음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듀프 소비와는 결이 좀 다르다”며 “듀프는 원본의 아우라를 좇기보다는, 이 돈으로도 그런 성능이 나온다는 태도에서 나오는 소비 행태”라고 설명했다.품질 개선이 거의 없는데도 팬데믹 이후 끊임없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명품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과 반발이 듀프 소비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블룸버그 통신 등은 매장에서 2600유로(약 385만 원)에 팔리는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 가방의 원가가 53유로(약 8만 원)라고 보도했다. 노동 착취, 불법 이민자 고용 등 사회적 문제와 함께 명품 시장의 마진 구조가 알려지며 거품 낀 명품 브랜드 제품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디올뿐 아니라 아르마니,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 모두 원가 대비 매우 높은 판매가로 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번지는 사이 듀프 소비에 대한 인상은 긍정적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올해 2월 실시한 조사에선 미국 성인 10명 중 3명이 듀프 제품을 구매해 봤다고 답했고 ‘듀프’에 대해 ‘패셔너블’(69%), ‘트렌디’(68%) 등의 단어를 떠올렸다. 패션잡지 보그는 “듀프가 올해 패션 뷰티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며 “틱톡과 Z세대(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실용적 소비 태도가 이를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dupe’의 연관 검색어를 입력하면, 각종 듀프 제품 구매를 자랑하거나 소개하는 영상이 수십만 개에 육박한다. ● 패션·뷰티·가전 등 듀프 열풍듀프 열풍은 패션, 뷰티,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고 있다. 특히 ‘가성비’를 내세우는 SPA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듀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나아가 크리스토퍼 르메르, JW앤더슨, 질샌더, 마르니, 지방시 출신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클레어 웨이트 등과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유니클로의 가성비는 유지하면서,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어 제품이 발매될 때마다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곤 한다. SPA 브랜드 자라(ZARA) 역시 듀프의 선두주자로 ‘샤넬 느낌 트위드’, ‘프라다 느낌 신발’이 화제를 모은다. 다이소의 뷰티 카테고리를 올리브영 독주 체제를 위협할 만큼 급성장시킨 것도 듀프 제품의 적극적인 출시다. 대표적인 사례가 6만 원 상당의 샤넬 립밤을 듀프한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밤’이다. 다이소는 샤넬 제품 가격의 20분의 1 수준인 3000원으로 출시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다이소는 1020대 여성 소비자층 유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생활가전 기업 샤크닌자의 뷰티 브랜드 샤크뷰티의 대표 제품인 ‘샤크 플렉스타일’은 2020년대 전후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 시장 확장의 중심이었던 다이슨의 ‘에어랩 스타일러’ 듀프 제품으로 불린다. 샤크 플렉스타일은 다이슨 제품의 약 50∼60%에 불과하다. 이 제품은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 “듀프는 디자인의 미래를 죽인다” 비판도 일각에서는 듀프 소비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듀프가 불법은 아니지만, 복제 대상 브랜드가 제품 개발, 마케팅 등을 거쳐 시장에 내놓은 것을 일부 베껴서 돈을 버는 것이 불편하다는 시선이다. 미국 가구 브랜드 헬러의 존 에덜먼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이 구매하는 모든 복제품은 디자인의 미래를 죽인다”고 비판했다. 복제품으로 진품 소비가 줄어든다면 창작자는 어떻게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판 속에서도 고물가와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분위기로 인한 듀프 소비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복제 대상인 명품 브랜드들이 듀프 제품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듀프는 ‘현명한 소비’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듀프 제품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명품 듀프 제품의 경우 이미지를 우려한 명품 브랜드 한 곳이라도 문제를 삼기 시작하면 다른 브랜드들도 줄줄이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듀프(dupe)영어 ‘듀플리케이트(duplicate·똑같은, 꼭 닮은)’의 줄임말로, 고가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기능·디자인을 가진 저렴한 대체품을 소비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에는 단순 복제를 넘어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명품의 대체품으로 뜻이 확장됐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5대 그룹 총수 및 6개 경제단체장들의 대통령 취임 후 첫 회동은 기업인들이 “미국에서 이 대통령을 좋아한다”며 덕담을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전 10시에 시작된 간담회는 점심시간까지 이어지면서 도시락을 먹으며 낮 12시 20분에 끝났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제대로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함께 노력해 달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는 한미 통상협상 등 미국발(發) 관세 전쟁에 대한 대응과 경제 활성화 방안에 집중됐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과거처럼 부당 경쟁 또는 일종의 특혜, 일종의 착취,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아직도 여전히 (기업들에 대한) 불신들이 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 李 “기업이 경제의 핵심” 이 대통령은 “지금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안정되어 가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우리 국민들이 경제단체장들, 주요 그룹의 책임자들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마음이 더 편해지실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간담회를 시작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최근 선거 후에 시장이 많이 안정이 돼서 주가도 많이 오르고 그래서 저도 마음이 참 편하다”고도 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코스피 상승에 대해 언급하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재용 회장은 “(이 대통령이) 표방하신 실용적 시장주의라는 국정철학은 저희 삼성뿐만 아니라 여기 참석 중인 기업,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불안하게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복합 위기 상황이고, 혹자는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국난의 시기라고도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성장해 왔으며, 이번 경제 위기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회장은 “당장의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20년, 30년 후 다음 세대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간담회에서 “한국 모빌리티 산업이 미국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역시 높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게 싸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류진 회장은 ‘내수 활성화’를 강조하며 “이번 여름 휴가 시즌부터 대대적인 국내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해 내수 회복의 불씨를 살리자”고 제안했다.● 기업들 “美 관세로 투자 어려워”이날 간담회에선 한미 통상협상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분절 등 글로벌 통상 질서의 대전환기를 겪고 있다”며 “외교, 안보 활동을 통해 기업들의 경제 영토, 활동 영역을 확대해 드리는 것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 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관세 및 투자 협상 방향에 대한 경제계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를 하면 부과했다고 하면 좋을 텐데 ‘한다, 만다’ 한다”며 “기업인들이 사업을 결정하거나 투자를 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통상 대응과 공급망 안정화, 인공지능(AI) 분야도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을 통해 석유화학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손경식 회장은 “미국, 중국 중심의 수출입을 타 국가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했고, 김기문 회장은 “미국이 세탁기, 냉장고까지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는데 대기업은 물론이고 협력 중소기업까지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李 “상법 개정안 시장 투명성 위해 필요” 이 대통령은 ‘공정한 경제 생태계’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과거처럼 부당 경쟁 또는 일종의 특혜, 착취,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미 다 그 상태는 벗어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불신들이 좀 있다. 그 불신들을 조금 완화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합리화를 약속하면서도 “필요한 규제들이라면, 공정한 시장 조성을 위한 규제 이런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생명, 안전을 지키는 규제, 이런 것들이야 당연히 강화해야 될 텐데”라고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저희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산업현장 안정 이거는 있건 없건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청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자 하는 홈플러스의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MBK의 자구노력”이라며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MBK는 입장문에서 “MBK가 보유한 2조5000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를 무상 소각할 것”이라며 “경영권을 비롯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인수합병과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전날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조사위원으로 지정된 삼일회계법인이 청산 가치가 더 높다는 결과를 내놓았고, 조사위원의 권고를 받아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허가’를 법원에 신청한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약 3조7000억원으로 영업을 지속하는 데 따른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보유 부동산의 가치는 높지만 최근 영업실적이 부진해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MBK 인수 후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연간 2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MBK는 “인가 전 인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홈플러스는 인수인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을 활용해 회생채권 등을 변제하고, 대폭 부채가 감축된 상태로 정상회사로 경영될 것”이라며 “이미 대한통운, 팬오션, 대한해운, 쌍용자동차, 이스타항공, 팬택 등의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고 했다.MBK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MBK의 자구노력이고, 직접투자”라며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나온 것은 MBK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한 뒤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을 초래하고, 유통사업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했다.이어 “MBK가 조사보고서를 핑계 삼아 인수합병을 하려 하는 것은 진정한 회생이 아닌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한 절차일 뿐”이라면서 “이는 점포 매각과 사업부 분할매각, 그리고 또다시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산산조각내고 손을 터는 명백한 ‘먹튀’ 시도”라고 비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12일 전 세계 백화점 수뇌부에게 롯데백화점의 혁신 비결을 럭셔리·뷰티·푸드 팝업과 VIP 집중 공략 등으로 소개했다. 그는 또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그룹의 ‘더현대서울’에 대해 “유통의 혁명”이라고 극찬했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16회 IGDS 월드 백화점 서밋(WDSS)’에 참석한 정 대표는 ‘K리테일, K경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행사는 세계 백화점 경영자들이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는 롯데백화점과 대륙간백화점협회(IGDS) 공동 주최로 열렸다.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사례로 서두를 열었다. 잠실점은 지난해 매출(거래액) 3조 원을 넘기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이어 두 번째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정 대표는 “잠실점에서는 지난해 31개 럭셔리 브랜드와 46개 K패션 브랜드와 팝업을 진행했다”며 “지난해 가장 반응이 좋았던 ‘포켓몬 타운’은 행사 기간 25일 동안 약 400만 명이 다녀갔고 잠실점 고객 수는 2019년 대비 지난해 28% 증가했다”고 했다. VIP 고객에 대한 강조도 이어졌다. 그는 “백화점 사업에서 VIP 고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롯데백화점은 상위 5% VIP 매출이 전체의 62%를 차지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VIP를 겨냥해 브랜드 협업과 골프 라운딩 등 문화 경험 제공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 사례로는 까르띠에, 불가리, 반클리프아펠 등 14개의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참여하는 ‘하이 주얼리 페어’를 들었다. 그는 이날 경쟁사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을 두고는 ‘유통의 혁명’이라고 칭했다. 정 대표는 질의응답에서 “더현대서울은 기존 백화점과 다르게 공간 혁신을 꾀한 것이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랜초쿠커멍가. 농심은 이곳에 라면 생산 공장 2곳을 보유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국제공항이 가까워 다양한 유통센터와 제조기업들이 있는 물류 중심지다. 농심은 이곳을 단순한 라면 공장이 아닌 지역 사회와 호흡을 같이하는 상생의 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8년 동안 매년 지역 학생들을 공장으로 초청해 생산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농심 공장을 견학한 학생은 6000명이 넘었다. 니키 커윈 농심 아메리카 총무팀장은 “학생들에게 한국 라면이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하게 생산되는지 보여주고, 다양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접할 기회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매주 2차례씩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농심의 시설을 소개하고 보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1971년 미국 한인타운의 재미교포 공략을 시작으로 라면 수출을 시작한 농심은 40년 만에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꼽은 ‘세계 최고의 라면’을 생산하는 K라면의 대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NYT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는 세계 최고의 라면 11개를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신라면 블랙’(1위),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3위), ‘신라면 건면’(6위), ‘신라면 사발’(8위) 등 농심 제품 4개를 꼽았다. 라면 종주국으로 불렸던 일본 제품들 사이에서 당당히 K라면이 순위에 오른 것이다.● 현지서 1000여 명 고용K컬처에 힘입어 K라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농심은 2005년부터 가동한 1공장 옆에 2공장을 짓고 2022년 가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늘어난 라면 수요에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까지 등장하면서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은 이미 폭발적으로 증가해 있었다. 2공장 가동으로 농심이 현지에서 직접 고용하는 인원은 2025년 현재 700여 명으로 가동 전(2021년 422명)보다 66% 늘었다. 수프 제조를 위한 자회사인 농심태경, 관련 물류 담당 직원까지 합하면 농심은 1000여 명의 일자리를 현지에서 창출했다.미국 진출 반세기 만에 농심은 현지에서 K라면을 연간 10억 개 생산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농심이 미국 시장에 투자한 돈은 3억 달러(약 4100억 원)이다. 농심의 미국 시장 매출액은 지난해 5억500만 달러로, 20년 전 4170만 달러(2005년)에서 1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7년 국내 식품사 최초로 미국 전역의 월마트 점포에 제품을 넣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월마트를 비롯해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점에서 나오는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질렀다.현재 농심이 받아든 숙제는 여전히 미국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일본 회사들을 제치고 K라면을 정상에 올리는 것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심은 31억8500만 달러(약 4조3500억 원) 규모의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이 21.5%로 2위다. 현재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는 일본의 도요스이산(42.8%), 3위는 닛신(18.4%)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2030년까지 미주 지역 매출을 15억 달러까지 확대하고, 일본 회사를 제치고 미국 라면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K라면 식문화 LA 지역 사회에 전파 농심이 미국에 전파하고자 하는 것은 제품뿐 아니라 ‘한국식 라면 식문화’다. 지난해 11월 농심은 뉴욕한국문화원과 협업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서울 한강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면 즉석조리기를 설치해 운영했다. 한국인들이 본토에서 즐기는 ‘한강 신라면’을 미국인들에게 선보인 것이다. 행사 기간 중 뉴욕 20여 개 K푸드 식당에서는 신라면 볶음밥, 채끝살을 곁들인 짜파구리 등 농심 제품을 활용한 메뉴를 판매했다. 농심은 미국 현지에서 축구를 통한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장이 위치한 LA 연고지 팀들과 연달아 파트너십을 맺고 경기장에서 라면 매장을 운영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 프로축구팀 LA FC, LA 갤럭시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신라면에 어울리는 토핑을 더하거나 신라면 부리토 등 라면을 활용한 메뉴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역 사회 관중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한 지 100일째인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에 인수합병(M&A) 추진 계획을 반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12일 법원에 홈플러스의 자산과 부채 규모, 현금 흐름 상황 등을 토대로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판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달 10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다.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 후 정상 영업에 집중하면서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지 않았지만 회생계획안에는 M&A 추진을 포함해 구체적인 현금 흐름 개선과 채무 상환 방안을 담기로 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한 지 100일 째인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에 인수합병(M&A) 추진 계획을 반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12일 법원에 홈플러스의 자산과 부채 규모, 현금흐름 상황 등을 토대로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판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10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다.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 후 정상영업에 집중하면서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지 않았지만 회생계획안에는 M&A 추진을 포함해 구체적인 현금 흐름 개선과 채무 상환 방안을 담기로 했다. 홈플러스의 부채는 메리츠 계열 3개사에서 빌린 1조2000억 원을 포함해 2조 원 대며, 자가 보유 점포의 가치를 더한 부동산 자산은 4조7000억 원 규모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평범했던 장소가 어느 날 음악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드넓은 리조트, 철거를 앞둔 아파트, 도심 속 다리 밑까지.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열리는 이색 음악 페스티벌을 통해 올여름 일상에 짧은 탈출을 제안합니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파라다이스시티는 리조트 시설 전체를 무대로 폭넓게 활용해 21, 22일에 ‘아시안 팝 페스티벌(아팝페) 2025’를 엽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다양한 장르의 아시아 음악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음악 축제입니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8개국 50여 개 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규모를 대폭 확장했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 전역에 걸쳐 다양한 특색의 공간에서 힙합, 일렉트로닉,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탁 트인 야외 잔디광장 ‘컬처파크’에서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피크닉과 함께 하는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인 ‘크로마’에서는 조명과 음향이 어우러진 퍼포먼스가 벌어집니다. 가수와 가까운 거리에서 교감할 수 있도록 설계한 라이브 뮤직 라운지 바 ‘루빅’, 대규모 다목적 공연장 ‘스튜디오 파라다이스’에서도 공연이 진행됩니다. 페스티벌 첫날인 21일에는 밴드 붐을 이끄는 ‘실리카겔’과 ‘새소년’, 10년 만에 내한하는 일본의 ‘에고레핑’, 인도네시아 팝 밴드 ‘롬바 시히르’ 등이 무대에 오릅니다. 22일에는 28년째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 ‘자우림’, 무경계 아티스트 ‘장기하’ 등이 공연합니다. 철거 전인 아파트가 공연장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달 초 밴드 ‘솔루션스’는 서울 서대문구 인왕아파트에서 ‘퓨처펑크 스테이지’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철거를 앞둔 인왕아파트의 베란다를 무대로, 주차장을 객석으로 삼았습니다. 파격적인 시도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끈 당시 공연은 ‘여름과 함께 사라질 그곳에서…’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이 외에도 지난달 개최된 그룹 ‘세븐틴’의 ‘B-DAY PARTY: BURST Stage @잠수교’는 서울 잠수교를 공연장으로 활용했습니다. 잠수교에서 공연을 연 K팝 아티스트는 세븐틴이 처음입니다. 공간은 음악의 일부가 됩니다. 익숙한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 그 속에서 울리는 소리는 우리 일상에 스며들며 순간을 추억으로 만들어줄 겁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제너시스BBQ가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명문 축구 구단인 FC바르셀로나와 FC서울의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공식 후원하고 6만4000석 중 3만 석의 표를 고객과 가맹점주들에게 증정한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창업주 겸 회장(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FC바르셀로나 초청 경기는 지난 30년을 함께해 주신 5000만 국민께 올리는 감사의 헌정 무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BBQ는 자사 앱에서 입장권 증정 행사를 벌인다. 11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45일간 앱에서 ‘골든 티켓 페스타’ 이벤트를 통해 2만 장을 준다. 앱에서 치킨을 주문하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응모권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BBQ 앱 신규 출시 이후 지금까지 주문 마릿수가 가장 많은 고객 100명에게는 입장권을 각각 2장씩 준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제너시스BBQ가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명문 축구 구단인 FC바르셀로나와 FC서울의 7월 31일 경기를 공식 후원하고 6만4000석 중 3만 석의 표를 고객과 가맹점주들에게 증정한다. FC바르셀로나는 다음 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경기하고 8월 4일에는 대구FC와 경기할 예정이다. FC바르셀로나의 방한은 2010년 이후 15년 만이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창업주 겸 회장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FC바르셀로나 초청 경기는 지난 30년을 함께해 주신 5000만 국민들께 올리는 감사의 헌정 무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BBQ는 자사 앱에서 입장권 증정 행사를 벌인다. 우선 이달 11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45일간 앱에서 ‘골든 티켓 페스타’ 이벤트를 통해 2만 장을 준다. 앱에서 치킨을 주문하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응모권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BBQ 앱 신규 출시 후 주 지금까지 주문 마릿수가 가장 많은 고객 100명에 입장권을 각 2장 씩 준다. 이달 11일부터 7월 25일까지 주문량이 많은 고객 등 다양한 기준으로 입장권을 증정한다. 이번 방한에는 폴란드 출신 스트라이커로 올 시즌 공식 경기에서 40골을 넣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17세 골잡이 라민 야말과 페드리 등이 한국을 찾는다. 후안 라포르타 FC바르셀로나 회장도 선수들과 동행한다. FC바르셀로나 소속 선수들의 기자회견 등 각종 행사도 BBQ 매장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BBQ 관계자는 “선수들이 BBQ 매장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이라며 “BBQ 청계광장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BBQ는 FC바르셀로나 경기 관련 프로모션이 최근 배달 앱 수수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가맹점주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달 앱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자사 앱을 통한 주문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BBQ가 이번 마케팅에 지출하는 금액은 10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FC바르셀로나는 ‘트레블(라리가·코파 델레이·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2차례 달성한 명문 구단이다. 올 시즌에는 코파 델 레이와 라리가에서 우승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농심이 일본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아시아 첫 매장이자 글로벌 2호점 ‘신라면 분식’을 열었다고 9일 밝혔다. 다케시타 거리는 패션과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현지 젊은층을 비롯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신라면 분식은 농심이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 신라면의 매운맛과 농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4월 페루 마추픽추를 시작으로 운영 중인 글로벌 농심 라면 체험 공간이다. 농심은 이번에 연 일본 신라면 분식에 라면 즉석조리기로 신라면·신라면 툼바·짜파게티 등을 맛볼 수 있는 체험형 라면 바를 마련했다. 너구리 인형·네온사인 등 소품을 활용한 사진 촬영 공간도 마련해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농심은 현지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에서 신라면 분식을 운영해 글로벌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전 세계 30개국 46개 주요 백화점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번 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모인다. 더현대서울을 견학하고 글로벌 유통업계 전반이 겪고 있는 오프라인 쇼핑 시장의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10일 국제백화점협회(IADS)와 공동으로 더현대서울에서 IADS 정례 CEO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13일에는 대륙간백화점협회(IGDS) 소속 21개국 37개 백화점 CEO 및 경영진이 롯데백화점 주최 월드 서밋 참석 후 더현대서울 투어를 한다고 9일 밝혔다. 세계 양대 백화점협회가 더현대서울로 모이는 것이다. 전 세계 16개국 16개 백화점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IADS가 CEO 콘퍼런스를 한국에서 여는 것은 1928년 프랑스에서 협회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국내 백화점 가운데는 IADS 회원사가 없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미국 블루밍데일스,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독일 브로이닝어, 스위스 마노르 등 회원사 9개국의 백화점 경영진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콘퍼런스에 앞서 더현대서울의 인공폭포, 녹색공원, MZ 전문관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IADS 회원사 다수가 현대백화점의 리테일 차별화 전략에 주목하며 교류를 요청해 이번 방한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농심이 일본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아시아 첫 매장이자 글로벌 2호점 ‘신라면 분식’을 열었다고 9일 밝혔다. 다케시타 거리는 패션과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현지 젊은층을 비롯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신라면 분식은 농심이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 신라면의 매운맛과 농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4월 페루 마추픽추를 시작으로 운영 중인 글로벌 농심 라면 체험 공간이다. 농심은 이번에 연 일본 신라면 분식에 라면 즉석조리기로 신라면·신라면 툼바·짜파게티 등을 맛볼 수 있는 체험형 라면 바를 마련했다. 너구리 인형·네온사인 등 소품을 활용한 사진 촬영 공간도 마련해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농심은 현지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에서 신라면 분식을 운영해 글로벌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신라면 분식을 비롯해 최근 국내외에서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를 중심으로 ‘너구리의 라면가게’를 운영 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분식을 신라면의 매운맛과 한국 식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는 글로벌 K라면 명소로 가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전 세계 30개국 53개 주요 백화점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번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모인다. 더현대서울을 견학하고 글로벌 유통업계 전반이 겪고 있는 오프라인 쇼핑 시장의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10일 국제백화점협회(IADS)와 공동으로 더현대서울에서 IADS 정례 CEO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13일에는 대륙간백화점협회(IGDS) 소속 21개국 37개 백화점 CEO 및 경영진이 롯데백화점 주최 월드 서밋 참석 후 더현대서울 투어를 한다고 9일 밝혔다. 세계 양대 백화점협회가 더현대서울로 모이는 것이다. 전세계 16개국 16개 백화점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IADS가 CEO 콘퍼런스를 한국에서 여는 것은 1928년 프랑스에서 협회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국내 백화점 가운데는 IADS 회원사가 없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미국 블루밍데일즈,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독일 브로이닝어, 스위스 마노르 등 회원사 9개국의 백화점 경영진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콘퍼런스에 앞서 더현대서울의 인공폭포, 녹색 공원, MZ 전문관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IADS 회원사 다수가 현대백화점의 리테일 차별화 전략에 주목하며 교류를 요청해 이번 방한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미국에서 2028년까지 ‘비비고’를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브랜드로 키워 낼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만난 CJ제일제당의 미국 자회사 ‘슈완스’의 페데리코 아레올라 브랜드마케팅 경영리더(CMO)는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그는 “음료나 스낵 시장에는 ‘오레오’처럼 연 매출 10억 달러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가공 식품 분야에서는 아직 드물다”며 “비비고가 최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약 2조 원을 들여 슈완스를 인수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2020년부터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유통망을 통합해 미국 전역 6만여 개의 유통점에서 비비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전략적 통합 덕분에 기존에 슈완스가 생산하던 냉동 피자 등의 매출을 포함한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4조7183억 원으로 뛰었다. 이는 2018년 대비 약 13배 성장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전역에 21개의 식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햇반, 볶음밥, 김치 등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비비고는 현재 미국 내 아시아권 냉동식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비고 단일 브랜드가 미국에서 낸 연 매출은 2023년에 이미 약 5억 달러(약 6800억 원)를 넘겼다. 아레올라 리더는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며 경쟁사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비고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현지화다. 아레올라 리더는 “CJ제일제당 미국법인에는 만두 연구개발(R&D)팀이 따로 있을 정도”라며 “이렇게 개발된 것이 미국 내 비비고 제품 중 판매량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치킨&실란트로(고수) 만두’”라고 했다. 한국 만두소에는 돼지고기가 주로 쓰이는 것과 달리, 해당 제품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닭고기를 사용하고 고수 향을 가미했다. 이 제품은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비비고를 10억 달러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아레올라 리더는 ‘학교 급식’을 꼽는다. 어린 시절부터 한식을 접하게 해, 잠재적인 비비고 소비자들을 육성하는 장기적인 계획이다. 아레올라 리더는 “미국 잘파세대에게 한식을 익숙한 존재로 학습시키기 위해 슈완스의 학교 급식 사업부를 활용해 다양한 비비고 제품을 학교 급식에 넣고 있다”며 “만두, 김, 치킨 등 다양한 한식을 급식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로스앤젤레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1 지난달 8일 오후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거리에 있는 한인마트. 이곳에서 만난 오노데라 히나노 씨(27)의 장바구니에는 잡채용 당면과 고추장 등이 담겨 있었다. 오노데라 씨는 “한국 아이돌 ‘르세라핌’의 팬인데 멤버들이 한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K푸드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오노데라 씨는 한 달에 한 번은 한인마트를 찾아 재료를 사서 집에서 잡채, 삼계탕, 감자탕, 보쌈 등을 만들어 먹는다. #2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 뚜레쥬르 세리토스점. 사거리를 두고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카페 및 외식 체인점과 경쟁하고 있는 이 매장 내에서 고객들이 ‘김치고로케’ 등 한국식 빵과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한국식 빵과 음료 인기가 해외 시장에서 높아지면서 뚜레쥬르 해외 법인 매출은 2021년 851억 원에서 지난해 2116억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해외 매장도 미국 인도네시아 등 9개국 560개로 늘었다. 비빔밥 등에 한정됐던 해외 K푸드 인기가 K팝 인기를 타고 잡채, 감자탕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K팝 팬들은 한식을 외식뿐 아니라 직접 요리해 먹는 문화로까지 즐기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수산물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약 13조5700억 원)로, 전년 대비 9% 늘었다. 이는 최근 3년간 수출 성장률의 3배에 가까운 높은 증가율이며 2015년 이후 9년 연속 단 한 차례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 “낯선 음식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K컬처”K푸드가 빠르게 세계 각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K컬처가 있다. 익숙지 않은 한국 음식을 ‘나도 한번 먹어볼까’ 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K컬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레지나 슈나이더 CJ푸드빌 아메리카 마케팅총괄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들은 한류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미국 시장에서 받고 있다”며 “김치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색 메뉴로 김치고로케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K푸드를 보면서 낯선 식감에 대한 거부감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효과도 있다. 쫄깃한 떡의 식감이 고무같이 느껴져 떡볶이를 찾지 않던 외국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 떡볶이를 먹는 일이 생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학부 교수는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입에 넣는 것은 굉장히 두려운 일이지만, 유튜브 등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가 먹는 걸 보면 그런 두려움이 극복된다”고 말했다. 경영학계에서도 K푸드의 확산을 문화가 산업의 확장을 이끈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식품에 대한 사례 연구를 했다. 이 연구를 통해 “K컬처의 세계화로 K푸드가 함께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고, 한식 시장의 규모까지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영화·드라마·TV쇼에 K푸드를 적극 활용하고 음악 축제인 케이콘(KCON)에서 K푸드 시식 이벤트를 벌이는 등 글로벌 접점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K팝 공연장에는 K푸드를 소개하는 부스가 빠짐없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10일 오후 찾은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저팬 2025(KCON JAPAN 2025)’ 현장에도 떡볶이나 김밥, 라면은 물론이고 팥빙수, 냉면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체험하려는 일본인들로 북적였다. 비비고 부스에서 떡볶이, 김밥, 튀김 등 분식을 맛본 야마시타 미사키 씨(29)는 “한국 아이돌 ‘제로베이스원’ 팬이 되면서 감자탕, 부대찌개, 간장게장 같은 한식도 좋아하게 됐다”며 “지금은 한 달에 두 번은 꼭 신오쿠보(일본 한인타운)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10년간 K푸드 폭발적 성장… 베이커리로 관심K컬처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동안 한국 식품 기업들의 해외 매출은 줄지어 조 원 단위로 올라섰다. 불닭볶음면으로 전 세계를 휩쓴 삼양식품의 2015년 해외 매출은 307억 원이었는데, 약 10년 후인 2024년에는 1조3359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의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이 기간 농심의 연간 해외 매출은 2015년 약 6050억 원(5억5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에서 1조3037억 원으로 뛰었다. 미국 2위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인수하기 전인 2018년 6748억 원이었던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지난해 5조5814억 원으로 급증했다. K컬처라는 날개를 단 ‘한식’은 밥, 김치, 만두 등 한국 음식에서 서양에서 즐겨 먹는 빵 등 서양 음식으로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빵 없이 못 사는 나라’ 미국에서 한국식 베이커리가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푸드가 전통적인 의미의 ‘한식’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 K콘텐츠를 통한 잦은 노출과 한국 식품의 높은 품질을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다 보니 맛뿐 아니라 모양, 색깔까지도 국내 브랜드들은 매우 섬세하게 연구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제품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빵의 본고장은 유럽 등 서양권임에도 불구하고 더 맛있게, 예쁘게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K베이커리에 외국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은 김치, 불고기 등 특정 음식을 넘어 ‘한국인들은 뭘 먹는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대형마트와 배달 앱 업계가 이재명 정부의 유통업계 규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예고한 새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이 본격화되면 위축된 소비 심리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다.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휴무해야 하며, 평일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은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민생 분야 20대 의제’ 가운데 첫 번째 의제로 담겨 있다. 현재 대형마트는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평일에도 휴업을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는 않지만 민주당은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민주당은 3월에는 전통시장 반경 1km 내 대기업슈퍼마켓(SSM)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를 5년 연장하는 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들도 규제 방향을 지켜보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규제하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식에서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와 불공정행위가 이어지며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면서 “플랫폼 중개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하고,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규제 강화 가능성에 “10여 년 전 유통 환경과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규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소상공인이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며, 쿠팡을 필두로 이커머스 업체들이 약진하는 상황”이라며 “오프라인 마트 중심의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세계 최대 유통 박람회에서 롯데의 성장 전략과 혁신 사례로 ‘글로벌 시장 확장과 인공지능(AI)’을 소개했다.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3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전미소매연맹(NRF) 빅쇼 아시아퍼시픽 2025’ 행사에 참석해 ‘롯데의 유통 혁신’을 주제로 싱가포르 최대 유통기업 페어프라이스그룹의 비풀 차울라 최고경영자(CEO)와 대담했다. 김 부회장은 “롯데 유통군은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 아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며 고객 경험 중심의 차별화한 유통 플랫폼을 지속해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 그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들었다. 김 부회장은 “불확실성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한 한국 유통시장이 글로벌 사업 확장과 AI에 기반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부회장은 5일 롯데쇼핑 실적 개선 전략과 주주 환원 강화 실행안이 담긴 ‘CEO IR 레터’를 주주들에게 전달했다. 2006년 상장 이후 처음이자 유통업계 최초로 중간 배당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중간배당액은 1200원이며 배당기준일은 6월 30일이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