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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왜 음식 배달 사업을 하지?’ 신한은행이 2022년 1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공공 배달 앱 ‘땡겨요’를 선보이며 뛰어들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은행을 예·적금 관리와 대출 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만 인식해 온 대중에게, 은행의 배달 시장 진출은 생소한 행보였기 때문이다. 은행이 고유 업무가 아닌 영역에 진출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의 배달 앱은 허용해 줬다. 민간 배달 앱 수수료율(7.8%)에 비해 2%의 낮은 수수료율을 제공해 자영업자와 상생한다는 취지나 음식점 주문 데이터 등으로 자영업자 신용을 평가해 대출하는 혁신성을 의미 있게 본 것이다. 배달 앱은 지난해 11월 배달 앱 시장 점유율 7.7%까지 성장했지만, 신한은행은 고민이 많다. 앱의 사업 규모가 커져 분사해서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분사시키려면 은행법에 따라 은행은 지분의 15%까지만 가질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거대 민간 자본이 지분 대부분을 가져가면 배달 앱의 공공성이 희석되기 쉽다”며 “우리 앱처럼 공공성이 있는 플랫폼은 분사할 때 은행 지분을 높일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가 혁신 금융 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금융권 자금을 과열된 부동산과 손쉬운 대출에서 혁신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틀기 위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혁신 금융을 벤치마킹하고 싶어도, 규제 탓에 못 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 금융지주 출자 규제 완화안, 9개월째 제자리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핀테크에 대한 금융지주회사의 출자 제한을 5%에서 15%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지주가 혁신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 등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출자 제한 비중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출자 제한을 10%포인트 늘린다고 재무적(FI) 투자자가 하는 수준 이상으로 협업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출자 제한 범위를 핀테크 산업에 한정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웹3.0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출자 범위를 핀테크 외 다른 분야로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해당 개정안은 9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5대 금융이 생산적 금융에 441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생산적 금융’ 분야로 분류되는 74.7%(331조 원)를 차지하는 대출에 대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생산적 금융 대출로 볼 수 있을지 모호하다. 이 사람이 데이터센터를 지은 뒤 센터에서 임대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출이 아닌 혁신 산업에 대출하자는 생산적 금융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런 경우는 생산적 금융으로 분류할지 애매하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가 나중에 생산적 금융 여신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금융 당국에서 큰 틀에서의 지침을 제공해야 속도와 실행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 투입 자금 중 50조 원이 배당된 정책 펀드(국민성장펀드)가 잘 굴러가도록 주식의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기준을 더 완화해 달라는 의견도 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RWA를 산정할 때 기업 대출, 주식 등 비교적 모험적인 투자에는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 가중치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건전성을 양호하게 관리하기 위해 모험 투자를 꺼리는 편이다. 은행들이 정책 펀드 투자를 꺼리지 않게끔 건전성 기준을 낮춰 달라는 의미다. ● 보험사들 “건전성 규제 부담 덜어줘야” 보험사들은 비상장 주식에 해당하는 정책 펀드에 투자할 때 요구 자본을 계산할 경우 충격 수준 또는 위험계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요구 자본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반드시 적립해야 하는 최소한의 자본을 말한다. 지금 규제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 충격 수준은 49% 정도인데, 유럽 등 선진시장의 상장 주식이나 장기 보유 주식(25∼35%)에 비해 높다는 얘기다. 당국이 요구하는 충격 수준이나 위험계수가 높으면 보험사들은 자본을 많이 쌓아둬야 해 부담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충격 수준이 높으면 펀드 투자에 대한 장부가액이 하락해 자본과 순자산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요구 자본 증가로 이어진다”며 “당국이 충격 수준을 완화하면 건전성 규제를 맞추는 부담을 덜어 투자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업계에서는 신기술금융사가 투자 목적회사(SP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자금 차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신기술금융사가 신기술 투자조합을 만들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형태다. 그런데 재원이 한정돼 투자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에서 생산적 금융의 실행을 위한 고환율 등 복합적인 거시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는 해외·투자은행(IB) 부문의 헤지 비용과 이익 변동성을 키우고, 재정 확대·기업 조달 비용 증가로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업금융·인프라 금융의 조달 비용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돈 안 되는 초기 단계, 정부가 총대 메야” 마중물 전략 강조中 빅펀드, 금융지원 추가 확보 기여테마섹 모델, 국가 전략산업 육성성공한국판 생산적 금융이 성공하려면 정부는 정책 금융으로 연구개발(R&D)과 초기 사업단계 자금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민간 금융이 투자하기 어려운 단계에선 정부의 자금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생산적 금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초혁신경제 선도를 위한 한국 금융의 생산적 지원 역할 강화 전략’ 자료에 따르면 정책 금융은 혁신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초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 첨단 제조와 신산업의 경우, 민간 금융으로선 지출하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긴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서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중국이 눈에 띄는 사례로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산업정책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정책을 내놨다. 첨단·신흥산업으로 장기 자금이 집중될 수 있도록 국영은행을 중심으로 저리 대출을 지원했다. 정부 자금이 투입된 사모펀드(GGF)는 적극적인 대내외 투자에 나섰다. 국가 반도체 산업투자 펀드(빅펀드)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국가 재정을 투입해 2014년 1기, 2019년 2기, 2024년 3기 빅펀드를 출범시켰다. 3개 국영 펀드의 자본금 규모 합계는 6868억5000만 위안(약 145조3031억 원)에 이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빅펀드 투자는 대상 기업이 은행 대출 등 여타 금융 지원까지 추가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며 “빅펀드가 투자한 기업은 금융회사에 정책 정합성, 투자 적격성 신호로 인식되고 대외 신용도도 높아져 중장기 설비 대출·회사채 발행이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국가 전략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데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KDI는 “항공·통신·금융 등 기간산업 기반 구축에서 시작해 인공지능(AI)·바이오·첨단 제조까지 전략기술 투자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짚었다. 민간 금융은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대규모 양산, 해외 확장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예컨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세쿼이아 캐피털, GGV 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미국·유럽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인프라 비용을 지원받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소프트뱅크와 야후의 투자를 받아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교육부는 2010년대 초반부터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영어 앞 글자를 딴 이른바 ‘STEM’ 과목에 대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융합인재 교육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교원 연수, 교재 개발, 성과발표회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학 입시에 밀려 아직 공교육 전반에 확산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한국과학창의재단 등이 만든 ‘융합교육 교수학습자료’에는 교육 현장에서 활용해볼 만한 내용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초등 3학년 과학에서 ‘소리의 성질’에 대해 배운다면 과학뿐만 아니라 수학, 사회, 미술 등의 교과목과 연계해서 가르칠 수 있다. 소음 문제가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된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수업한 뒤 소음 측정기를 활용해 소리 크기를 측정하는 단위를 배우는 식이다. 학생들이 교실, 급식실, 운동장 등에서 직접 소음을 측정하고 결과를 표와 그래프로 만든 뒤 수학 자료와 연계한다. 사회나 국어 시간에는 소음을 줄이는 방법을 토의할 수 있고 해결법을 글로 쓸 수 있다. 일부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효율적으로 관련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서울 계남초는 3학년 수학에서 컴퍼스로 원을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미술 시간에는 원으로 작품을 만들게 했다. 4학년 학생들에게는 상추 모종을 심고 자라는 과정을 관찰한 뒤 기록하도록 했다. 사회 시간에는 친환경 농업의 장점에 대해 토론하고 농작물이 밥상에 오르는 과정도 살폈다. 이 학교는 2024년에만 41개 ‘STEM 과목’ 프로그램을 운영한 성과를 인정 받아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양수영 서울 계남초 과학정보부장은 “지난해 학내 동아리를 만들어 방과후 시간에 과학과 미술을 연계한 융합교육을 진행했다”며 “학생들이 학교 인근 노인복지센터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셔와 함께 컴퓨터로 생활용품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교구를 활용하면 STEM 교육 효과는 더 커진다. 서울 하계중에 마련된 북부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는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블록 등을 조립해 구조물을 만들고 구슬이 움직이게 하는 교구인 ‘그래비트랙스’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해 트랙 길이를 재보고 구슬은 어느 정도의 커브로 회전해야 좀 더 천천히 내려올 수 있는지 살핀다. 센터에 참여한 이성용 백운중 교사는 “교과서, 문제집으로 수학을 가르칠 때는 힘들어하던 학생이 많다. 하지만 흥미로운 교구를 활용하니 교실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시에 무게를 둔 인문계 고교와 외국어고의 경우 STEM 교육을 학내 동아리 위주로 활용하고, 상대적으로 입시에서 자유로운 특성화학교는 정규 과정에 편성하기도 한다. 공업계 특성화학교인 서울 미래산업과학고는 수학과 정보 과목을 연계하는 융합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상청과 통계청 등의 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강수 확률에 따라 우산을 챙겨야 하는 확률을 계산하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푼다. 김정태 미래산업과학고 교사는 “학생들이 정보 과목을 통해 컴퓨터 등을 배울 때 수학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지도한다”며 “STEM 교육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 진로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14일 서울 동작구 영등포중 2층 교실. 책상에는 교과서나 입시 문제집이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은 수학 교사의 지도에 따라 공책에 도형을 그리고 숫자를 직접 적어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7월 문을 연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다. 센터에 참여한 서울 봉원중 1학년 주다혜 양(14)은 “학교 수학 수업에서는 시험에 필요한 문제를 푸는 게 전부인데 여기서는 수학을 활용해 게임을 하고 학습 교구를 이용해 수학 원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곳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4개 권역에 4개 센터를 마련했다. 이 센터들은 기초 과정을 어려워하는 초중고교생부터 심화 학습이 필요한 학생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 ‘과포자’(과학포기자) 발생을 예방하고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붙이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센터는 참가를 희망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정하고 방학과 방과 후 시간 등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수학과 과학을 생활 속에서 탐구하고 실천하는 교육의 장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학생들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손전등에 활용되는 포물선, 실험기로 배워이날 학생들은 포물면 반사 실험기를 다뤘다. 이 실험기는 포물선의 특성을 배우기 위해 특별 제작된 교구로, 접시 모양의 반사판에 전구가 달려 있는 포물경 2개로 구성된다. 먼저 포물경을 마주 보게 한 다음 한 포물경에는 신문지를 끼워 넣고 다른 포물경의 전구 스위치를 켠다. 이렇게 하면 빛이 신문지 한곳에 모이게 되고 온도가 오르면서 종이가 타고 연기가 난다. 이 실험을 통해 학생들은 빛이 한곳에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센터 수학 교사로 활동하는 이성훈 서울 개봉중 교사는 “포물선은 손전등, 파라볼라 안테나, 자동차 헤드라이트 등에 활용되는데 학생들은 실험기를 다루며 포물선의 특성을 저절로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업을 게임 형식으로도 진행해 학생이 미션을 직접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고 수학이 재미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초중고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입시 위주로 공부해 일부 상위권을 제외하고는 수학이나 과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교구, 게임 등을 활용해 흥미롭게 수업을 진행하면 이해도 쉽고 재미도 생겨 관심을 갖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 김남희 서울시교육청 창의미래교육과장은 “교과목 중심으로만 교육하면 실생활과 동떨어질 수도 있다”며 “여러 분야가 융합된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융합교육을 희망하는 교육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센터에는 ‘수학 성장 교실’, ‘창의융합 프로그램’, ‘유레카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다. 수학 성장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진 원인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지도한다. 창의융합 프로그램에서는 코딩 등을 가르친다. 유레카 아카데미는 실험과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수학과 과학을 심층적으로 탐구할 수 있게 한다. 이 밖에도 초등생을 위한 학부모와 함께 수학을 배우는 프로그램, 놀이와 체험 위주의 과학 캠프 등을 마련해 과목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4개 센터의 운영 효과를 분석한 뒤 향후 11개 모든 교육지원청으로 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RC카 활용한 축구 경기서 물리 원리 적용미국, 중국, 핀란드 등 주요국들은 과학·기술·공학·수학의 영어 단어 첫 알파벳을 딴 이른바 ‘STEM’ 과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양자역학 등 미래 산업을 일으킬 인재를 키우려면 가장 기초가 되는 과목인 수학과 과학 등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미현 경상국립대 화학교육과 교수는 “AI 분야에서 경쟁하려면 과학기술 인재가 꼭 필요하고 STEM 교육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수학, 과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게 하고 문제 해결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학생의 거주지가 교육의 질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이념하에 여성, 유색인, 장애 학생 등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양질의 STEM 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교육국과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I) 등이 공동 주최하는 ‘고교 e스포츠 리그’는 온라인 게임, 경기 등 다양한 대회를 통해 수학과 과학 등에 소홀한 학생의 관심을 유도한다. 모형자동차(RC카)를 활용한 축구 대회에서는 학생들이 정확한 슈팅을 하기 위해 물리 공식을 활용해 계산하고 여러 데이터 지표를 분석하며 컴퓨터 장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익힌다.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는 글로벌 테크기업 주도로 산학 연계 STEM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반도체 기업 퀄컴은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발명 프로젝트로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싱커빗(Thinkabit) 랩’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중고교 필수교육 과정에 실습과 연구 중심의 ‘종합실천활동’을 본격 도입했다. 이론 위주의 학습에서 탈피해 학생 스스로 체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는 취지다. 지난해 11월에는 교육부, 과학기술부 등 7개 정부 부처가 과학과 공학 교과과정에서 실험과 탐구 비중을 늘리고 융합교육을 강화하는 ‘초중등학교 STEM 교육 강화 의견’을 발표했다. 교수와 정보기술(IT) 기업 전문가들이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현장의 경험을 전달하도록 전문강사 초빙도 활발히 진행하기로 했다.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의 STEM 교육도 돋보인다. 상하이시는 자체적으로 과학·공학·연구 프로젝트를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일부 중고교에서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3년간 학생이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연구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했다. AI 로봇 제작, 가상현실(VR) 체험 등 과학관이나 연구소를 활용한 ‘학교 밖’ 실습형 학습도 확대하는 추세다. 핀란드는 교육자를 위한 STEM 교육에 무게를 둔다. 핀란드 창의교육협의회(CCE)는 초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STEAM 교육’ 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STEAM은 STEM 교육에 예술 분야를 추가한 것이다. 교사들은 5개 분야를 융합해 수업하는 방법을 배운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STEM 교육은 과학·기술·공학·수학이 병렬적으로 구분됐지만 생성형 AI가 도입된 뒤 데이터를 활용한 융합 교육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며 “공교육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교육 전반서 체험형 ‘STEM 교육’ 강화를” 해외 주요국과 달리 국내 교육 현장에서는 체험형 STEM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사들은 행정 등 잡무가 많아 STEM 교육을 위한 교재 개발, 수업 준비 등에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다. 연수를 다녀오거나 연구회 활동 등도 활발하게 해야 하지만 여건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김정태 서울 미래산업과학고 교사는 “교육과정대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사들의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융합교육을 연구할 수 있는 연수나 커뮤니티 지원 등이 계속돼 인력 풀을 관리해 주면 되는데 활동하던 연구회마저도 예산이 없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입시에 소홀하고 시간만 낭비한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양수영 서울 계남초 과학정보부장은 “아이들이 뭔가를 열심히 만들기는 하는데, 별로 배우는 게 없다며 반기지 않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STEM 교육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체감하는 게 쉽지 않다”며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교육에서 체험형 STEM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학교에서는 교과목이 나뉘어 있지만 현실 문제는 여러 분야가 서로 융합돼 있다”며 “STEM 과목 중심으로 융합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공교육 과정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나라에 있었다면 우리의 아이디어는 아직 머릿속에서만 존재했을지 모른다.” 영국 친환경 냉동운송 시스템 스타트업인 선스왑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스시스 최고경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2월 15일 영국 수도 런던 인근 서리의 연구개발(R&D)센터를 아시아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에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선스왑이 2020년 창업 후 5년 만에 트럭 냉동운송계의 ‘게임 체인저’로 성장한 비결은 영국의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VC)에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후테크 VC들은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시작으로 실제 사업성을 갖춰 주는 액셀러레이팅까지 한다”고 말했다. ● 탈탄소 냉동 트럭으로 운송비 81% 감소 선스왑은 디젤 기반 냉동 시스템이 30년 이상 독주하던 트레일러 업계에서 ‘신성’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와 태양광으로만 운영되는 ‘탈탄소 냉동 시스템’을 개발해 급성장하고 있다. 트레일러 상부와 측면에 고효율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설치하면 운행 중에도 자체적으로 충전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트럭 1대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연간 12t 줄일 수 있다. 냉동 트레일러 운영 비용도 디젤 차량 대비 최대 81%까지 줄었다. 선스왑은 앤드루 등 공동 창업자 3명이 시작한 작은 회사였다. 사업이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했던 2020년 기후테크 전문 VC ‘서스테이너블 벤처스’가 전격적으로 15만 파운드(약 3억 원)를 투자하면서 연구개발의 기반이 마련됐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단순 자금 투자뿐 아니라 사무공간을 제공했다. 1년간 재무, 마케팅, 영업, 웹사이트 디자인 등 실무를 돕고, 다양한 교육을 지원했다. 축적된 기후테크 컨설팅 노하우를 살려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유통망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했다. ● 기후테크 VC의 전문성, 성공의 밑거름 사업이 물꼬를 트자 추가 투자가 이어졌다. 영국 유력 바클리 은행, 정부 기후펀드 ‘클린 그로스 펀드’, ‘브리티시 그로스 펀드’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셸벤처스의 투자는 선스왑이 유럽 전역의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투자는 ‘기술 혁신’으로 이어졌다. 투자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자체적인 시험 데이터가 쌓이면서 ‘데이터 기반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갖추게 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시간이 지나면서 배터리 기능을 최적화시키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선스왑 관계자는 “기존 디젤 기반 냉동 운송 체계는 성능이 떨어지고 고장이 나도 왜 그런지 알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배터리와 냉동 수준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명이 창업을 꿈꿨던 회사는 현재 직원 100명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사무실 규모도 6배로 확장했다. VC가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며 기술 혁신이 가속화된 사례도 있다. 영국 노팅엄에 본사를 둔 풍력발전기 예측 정비기업 오닉스는 2024년 세계적인 금융그룹 맥쿼리가 지분을 100% 확보하며 기술 혁신이 속도를 냈다.오닉스는 사전에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들고, 한 번 고장 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풍력발전 터빈을 실시간 점검하는 회사다. 기존에는 풍력발전의 고장 탐지와 진단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맥쿼리의 인수 뒤 감속 운전 여부, 수리 시점, 자원 투입 계획까지 AI로 운영되는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단순 경보 시스템을 넘어 풍력발전소의 총운영비까지 줄이는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다. 알렉시스 그레논 오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맥쿼리의 투자로 자원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인재들이 합류하면서 개발 역량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VC의 투자 손실 지원하는 영국 정부유럽 지역에서 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혁신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SEIS 제도가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SEIS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소규모 기업에 투자하면 최대 50%까지 소득세를 공제해 준다. 투자 주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투자에 실패해도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전해 투자 리스크를 낮춰 준다. 스타트업 컨설팅 전문 기업 도헤 글로벌의 율리아나 이사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영국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한 건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라며 “아이디어 단계에서도 민간 VC들이 망설임 없이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제도들도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영국 정부의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제도인 ‘이노베이트 UK’는 초기 개발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지만,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 셈이다. 영국 정부가 기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안정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비결이다. 오닉스 관계자는 “미국은 정권에 따라 기후 정책이 달라지는데, 영국은 5년 단위 탄소 감축 예산이 법으로 이미 규정돼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기후 스타트업 160여 개 품은 英 벤처캐피털창업가 500여 명 자유롭게 드나들어고액 투자자들의 방 별도로 마련“회사 맞아? 카페 아닌가?”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 인근. 100년 넘은 바로크풍 흰색 벽돌 건물 5층에 들어선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사옥의 첫인상은 이랬다. 회사 외부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연상케 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파티룸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 카페에선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디저트를 30% 할인가로 즐기며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1인용 방에 누워 생각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이 건물은 1900년대 초부터 런던의 행정기관으로 사용되다 최근 37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방치돼 왔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3년 전 런던 중심부의 건물을 ‘기후 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공간의 벽과 바닥은 100년 넘은 기존 자재를 그대로 유지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가구, 파티션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앤드루 워즈워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160여 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 입주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색적인 건 이 공간에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초기 단계부터 교류하며 투자할 회사들을 모색한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VC를 넘어 유망한 기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발굴해 사업 모델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 ‘기후테크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즈워스 CEO는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 창업자에 가깝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가 최근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본격 논의되는 대전·충남, 광주·전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육의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고 교육자치의 독립적 위상을 명확히 명문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15일 밝혔다.이날 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청과 교육공동체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있다”며 “지방행정체제 통합이라는 행정 효율성에 매몰되어 교육자치의 본질이 외면받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회는 국회에 발의된 행정통합 특별법안에 교육계와의 협의나 교육공동체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행정통합 논의와 정부 및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교육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최근 정치권에서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 도입 및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해서도 협의회 측은 “교육자치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도록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교육감 직선제 원칙과 독립 감사권, 교육재정 집행권 등은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될 수 없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다만 협의회 측은 교육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입장문은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교육감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사·재정·감사 권한이 일반 행정에 예속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며 “통합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통합 지역에서는 교육감은 1명으로 통합하고 대신 부교육감은 2명으로 유지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의 경우 도입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방 대학병원 3년 차 레지던트 김모 씨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수도권 신도시에서 개원하는 게 목표다. 수련 중인 병원에 교수로 지원하거나 고향에서 일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자녀 교육 등을 고려하면 수도권에 자리 잡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환자 경험을 쌓는 데도 수도권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입시부터 의대 증원 인원을 100% ‘지역의사제’로 선발하기로 하면서 현장에선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 없이는 증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의대 증원을 반기면서도, 수련병원이나 근무지 제약 등 불리한 조건 탓에 ‘지역의사 선발 전형’ 지원을 고민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를 해야 한다.● “의대 문 넓어져” vs “낙인 우려” 14일 입시업계 등에 따르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지역의사제를 통해 의대 입학 문이 넓어지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에 사는 예비 고3 권모 군(18)은 “현재 공대를 지망하지만 지역의사제로 의대를 갈 수 있다면 도전할 생각”이라며 “노후를 생각하면 10년 의무 복무도 괜찮다”고 했다. 반면 10년간 의무 근무가 부담이 돼 일반 전형보다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무 복무 기간 등의 이유로 2년 전 의대 증원만큼 수험생 관심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며 “지난번엔 직장인 의대반도 개설했지만 이번엔 계획이 없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역의사 전형으로) 합격하더라도 근무지 제약이나 ‘낙인’ 우려가 없는 일반 전형으로 재도전하는 학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대 선발 전형이 ‘일반 전형’과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나뉘면서 입시 전략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의사제는 선발 인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 학생으로 뽑게 돼 있어 중학교 진학부터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학생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사 보상 강화-정주 여건 개선 필요” 지방대학의 교육 여건이나 수련병원 규모를 고려하면 임상 경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충분한 실력을 쌓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중도에 지역을 떠나는 이탈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필수과의 경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 기간도 의무 복무 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문의 취득 후 5∼6년이 지나면 대거 이탈자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지역의사제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하위 법령을 통해 구체적인 의무 복무 지역과 기관 등을 규정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전문가들은 지역의사제를 통한 의대 증원이 효과를 내려면 의무 복무 이후에도 의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지역의사니 공공의사니 해서 의사를 보충해도 시간이 지나면 도로 사라질 것”이라며 “문제가 생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역 의료 수가를 차등화해 지역의사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거점병원을 강화해 주민들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도 지역에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과 지방 대학 간 경쟁률 격차가 최근 5년 새 가장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종로학원이 전국 190개 대학의 최근 5년간 정시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6학년도 정시 평균 경쟁률은 5.99 대 1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 소재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6.01 대 1, 비수도권은 5.61 대 1이었다. 서울 대학 경쟁률이 지방에 비해 불과 0.40 대 1 정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서울과 지방의 대학 정시 경쟁률 차이는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작된 2022학년도 이후 매년 줄고 있다. 2022학년도 경쟁률 차이는 2.77 대 1이었으나 2023학년도 2.21 대 1, 2024학년도 2.10 대 1을 거쳐 지난해 1.84 대 1까지 하락했다. 올해는 경쟁률 격차가 1 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지방 대학의 경쟁률은 5.61 대 1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다. 2022학년도 3.35 대 1이었던 경쟁률은 매년 꾸준히 올라 2025학년도 4.20 대 1이었다. 1년 만에 1.41 대 1 더 오른 것이다. 반면 서울의 경쟁률은 지난해(6.04 대 1)보다 소폭 떨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근 수도권과 지방 모두 취업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수험생들이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12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서머빌시. ‘미국 바이오산업의 실리콘 밸리’,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 마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케임브리지시 켄들 스퀘어와 함께 바이오산업 혁신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에 ‘아프리오리 바이오(Apriori Bio·이하 아프리오리)’사가 있었다. 아프리오리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으로 바이러스의 미래 변이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효과적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벤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를 탄생시켜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 유명한 벤처캐피털(VC)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이하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끌었다.이날 찾은 아프리오리 입주 건물에서는 뜻밖에도 아프리오리 외에 플래그십이 창업시킨 바이오 벤처 회사 5곳을 한 층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플래그십이 유망한 신생 기업들을 모아 무럭무럭 키우는 거대한 인큐베이터인 셈이었다. 첨단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혁신 금융’ 플래그십은 씨앗 기업들을 집적해 창업 시너지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대형 VC가 마련한 바이오 창업 단지기업들은 넓은 한 층 공간을 각각 구역을 나눠 쓰고 있었다. 가벽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개방된 공간이라 겉보기에는 마치 한 회사의 거대한 연구실처럼 보였다.연구실에서 만난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직원이 20여 명이라 딱 스타트업 규모지만 우리가 누리는 자원은 일반 스타트업은 누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래그십이 투자한 여러 분야 바이오 벤처가 한 공간에서 협업하고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AI 전문가부터 계산 생물학, 데이터 분석, 실험 연구자 등 전문 인재가 풍부하고 수십억 원 규모의 첨단 장비를 쓸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날 돌아본 플래그십 창업 벤처 연구 공간에는 세포 배양과 분석부터 차세대 유전자를 읽는 기술 딥 시퀀싱에 이르기까지 직원 수십 명이 수일, 수십 일 동안 해도 해내지 못할 연구를 하루나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첨단 장비가 가득했다. 바이러스 시료 수십 종을 자동판매기처럼 자동으로 보관하고 출고해 주는 장비도 있었다.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이런 투자와 장비 덕분에 우리는 그 시간에 더 좋은 논문을 읽고 더 지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다”며 “플래그십 안에서 이뤄지는 투자, 협업을 통해 우리는 과학 기술 최전선에서 최대한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VC가 투자뿐 아니라 창업 과정에 참여연구 현장에서 만난 플래그십 출신 크레이그 윌리엄스 아프리오리 최고경영자(CEO)는 “이 모든 건 플래그십만의 독특한 벤처 투자 프로세스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래그십은 단순히 유망 벤처에 투자하고 이익을 얻는 일반 VC들과 달리 고유한 ‘창업(origination)’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플래그십은 매년 사내 전담 조직을 통해 100여 개의 ‘만약 ∼라면(What if?)’이라는 질문을 도출한다. 그런 뒤 사내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가능성 없는 질문을 제거해 나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 하나에서 여러 방향의 혁신 기회가 나올 수 있는가’이다. 이 과정을 통해 플래그십이 정말 투자를 통해 회사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3∼4개의 최종 질문을 찾아낸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진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불확실성(uncertainty)의 영역’에 투자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리스크는 줄여야 하므로 끝까지 살아남은, 검증된 아이디어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는 이런 방식이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플래그십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바로 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처음엔 회사 이름 없이 프로젝트 숫자만 부여된다. 윌리엄스 CEO는 “아프리오리도 처음엔 그저 ‘FL(Flagship Lab) 77’이었다”며 “질문에 대한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게 입증되기 전에는 회사라는 생각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자유롭게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덕분에 플래그십이 투자하고 창업을 이끈 바이오 회사는 각 전문 분야에서 빠르고 혁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화이자, 노보 노디스크, GSK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종의 빅파마(대형 제약사) 연구개발(R&D)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로서는 이 같은 혁신 ‘원천’에 가까워질수록 훨씬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플래그십 투자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플래그십, 25년간 118곳 창업 지원플래그십은 3년마다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바이오 벤처 투자를 진행한다. 가장 최근 펀드 규모는 36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그 전 펀드는 33억 달러 규모였다. 모더나부터 아프리오리까지 이런 방식으로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끈 기업은 25년간 118개에 달한다. 플래그십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고문인 안드레 안도니안 아태 지역 의장은 “플래그십은 VC가 아니라 기업 창조자(company creater)”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업가를 키우고, 자금을 대고, 회사를 운영하고 확장하는 모든 것을 한 지붕 아래에서 한다”며 “켄들 스퀘어 연구실 면적의 25%가 플래그십과 관련돼 있고 이를 통해 1만 명의 고용을 창출해 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안도니안 의장은 “혁신 측면에서 VC와 스타트업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파일럿’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으로 갈 ‘우주 비행사’에게 투자하길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반도체보다 큰 1000조 시장… 韓 스타트업, 큰 시장에 나와야”빅5 병원 데이터-우수 인력 강점보스턴 큰손 플래그십도 韓 개척“반도체가 400조 원 규모라고 하면 신약시장은 1000조 원이 넘습니다. 연간 성장률도 12%에 달하니 바이오에 베팅을 안 할 수가 없죠.”(이성환 SV인베스트먼트 이사)미국 바이오 산업 메카인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서 만난 한국 벤처캐피털(VC)들은 입을 모아 더 많은 한국의 VC와 바이오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2014년 보스턴에 진출해 올해로 현지 바이오 벤처 투자 13년 차를 맞는 솔라스타벤처스 윤동민 대표는 “바이오 투자야말로 현지에 나와 실시간으로 동향을 느끼고 중요 기업인과 네트워킹하며 독점 개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글로벌 빅파마 연구개발(R&D) 헤드와 바이오 벤처 수백 개가 모인 이곳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굉장히 많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이 이사는 “한국에서는 바이오벤처가 초기 투자를 받은 뒤 상장하지 않으면 중간에 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에서는 중간에 빅파마와 손을 잡거나 라이선스를 팔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엑시트할 다양한 기회가 있고, 많은 경우 한국보다 4∼5배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한국 VC 가운데 보스턴 현지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 진출한 곳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이사는 “한국에서 나오는 정책자금만 운용하거나 코스닥에만 상장시켜도 VC들이 먹고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 VC와 기업이 자꾸 더 큰 시장에 나오고 한미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야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역설했다.한편 이들은 “2, 3년 전부터 보스턴 VC 사이에서 한국 바이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며 “한국의 우수한 인력,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빅5 병원 환자 규모와 데이터, 시장 자금력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실제로 미국 대표 바이오 VC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도 2년 전 싱가포르에 지사를 내 한국과 일본 등 3개국 시장을 개척 중이다. 안드레 안도니안 플래그십 아태지역 의장은 “아시아는 혁신 원천이자 가장 큰 시장”이라며 “기회가 너무 많아 어디에 시간과 노력의 우선순위를 둘지가 가장 큰 고민일 정도”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권과 비수도권 소재 대학 간 경쟁률 격차가 최근 5년 사이 가장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시작된 2022학년도 이후 최소 격차다. 비수도권 대학의 정시 경쟁률도 2022학년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1일 종로학원이 전국 190개 대학의 최근 5년간 정시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정시 평균 경쟁률은 5.99대 1로 집계됐다. 이중 서울권 대학 평균 경쟁률은 6.01대 1, 비수도권은 5.61대 1로 집계됐다. 서울권이 비수도권에 비해 불과 0.40 대 1 높게 나타난 것이다. 서울권과 비수도권 대학 정시 경쟁률 차이는 통합형 수능이 시작된 이래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2학년도 2.77대 1에서 출발한 격차는 2023학년도(2.21대 1), 2024학년도(2.10대 1)를 거쳐 지난해 1.84대 1까지 내려왔다. 올해에는 경쟁률 차이가 1대 1에도 못 미쳤다. 올해 비수도권 대학 경쟁률도 5.61대 1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학년도 3.35대 1이었던 경쟁률은 매년 꾸준히 올라 지난해 2025학년도 4.20대 1로 집계됐는데, 1년 만에 1.41대 1 더 오른 것이다. 반면 서울권 경쟁률은 지난해(6.04대 1)보다 소폭 떨어졌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권과 충청권 두 곳이 서울권 평균 경쟁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해 대구·경북권(15개 대학) 평균 경쟁률은 6.43대 1, 충청권(38개 대학)은 6.30대 1이다. 전문가들은 수험생의 ‘실리주의’가 비수도권 강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비수도권 거주 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을 선택하는 대신 거주지 인근 경쟁력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근 수도권과 지방 모두 취업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수험생들이 집에서 가까운 지방 대학에 지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지방대 집중육성정책과 공공기관·공기업 지역인재 채용 등의 실질적 성과에 따라 지방대에 대한 인식이 재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3, 2, 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에 생기던 파도가 사라졌어요.”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엔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기자가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에서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 칸델라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여객선 ‘P-12 노바(Nova)’ 운항을 시작했다. 100% 전기로 움직여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로 빠른 시속 46km로 달린다. 노바 이용객이기도 한 링엔홀 씨는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성장시켜 수출 엔진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엔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엔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3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지난해 엔라이드가 아이온큐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약 1억 달러(약 1452억 원)에 달한다.이들 기업 창업자는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하는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대표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EQT)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팔크 엔라이드 대표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창업 선배가 VC로 활약하는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1인당 VC 투자액은 2020∼2024년 누적액 기준 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 명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에인절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스웨덴 스타트업의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 기업공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에인절 투자자 또는 VC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엔라이드, 클라르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 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EQT 벤처는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고 설명했다. 韓 은행들 혁신기업 찾는 ‘AI 헤드헌터’ 도입… “기술력은 갈 길 멀어”국내 은행, 올해 AI로 우량기업 선별AI가 은행의 대출 심사 기간 줄여줄 듯“AI의 기업대출 기능, 아직은 보조적”인공지능(AI)으로 혁신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AI를 기업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AI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측모델을 AI 기반 기업대출 자동심사 시스템 ‘빅스(Bics)’에 반영할 계획이다. 빅스는 AI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에 대한 판정 결과를 기업대출 심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신속한 심사를 도울 뿐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AI가 심사관뿐 아니라 일종의 헤드헌터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심사 업무를 돕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심사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재무 분석, 사업 역량, 기술 경쟁력, 업종 분석 등을 포함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이르면 3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부터 AI가 기업대출 심사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동심사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우량기업을 선별하고, 재무 정보와 산업 전망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대출 사후 관리 등 기업대출 과정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 소득과 신용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 역량, 업황 등 검토 요소가 많아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AI가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면 은행 담당자가 심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주도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와 혁신 기업 선별을 맡기에는 기술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 심사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우선 심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3,2,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의 파도가 완전히 사라졌어요.”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겐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이날 기자는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의 시범 운항에 동행했다. 기자가 직접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2024년 스톡홀름에서는 칸델라가 개발한 여객선 ‘P-12 노바(Nova)’가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수상 교통으로 운행됐다. 100% 전기로 움직이는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 빠른 시속 46km에 운행된다. 노바의 출퇴근 이용객인 링겐홀 씨는 “최소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키워 국가적으로 수출 저력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아인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트럭 운행을 최종 관리하는 감독관은 지정 경로에서 무려 100km 이상 떨어진 관제실에서 트럭의 비정상적 주행 여부를 파악한다.아인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을 상용화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로버트 팔크 아인라이드 대표는 “기업이 (글로벌 자본 유치로) 연구·실험 단계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성장과 확장을 전제로 한 조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은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의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의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팔크 아인라이드 CEO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 창업 선배들이 VC로 활약하는 ‘벤처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되며, 이는 유럽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1인당 VC 투자액도 2024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명 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엔젤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의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스웨덴의 ‘스타트업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의 기업공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엔젤 투자자 또는 VC의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아인라이드, 클라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의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 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큐티 벤처의 경우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빅터 앵글레슨 이큐티 파트너 및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며 “사용자 경험이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교육부가 학생의 심각한 ‘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이달 발표할 예정인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포함시킬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원단체 사이에서도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재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재돼 대학 입시에도 반영되지만, 교권 침해는 징계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7일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처벌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기는 방안과 관련해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기재 범위, 보존 기간 등을 정할 방침”이라며 “이를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포함시킬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교권 침해가 발생한 사건은 3800건에 달한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면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하고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지만, 퇴학이나 전학 처분 등을 받아도 징계 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다. 반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인 학교폭력의 경우 모든 처벌 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돼 202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반영되고 있다.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등 중대한 처벌을 받으면 졸업 후 4년간 기록이 유지되고 퇴학은 계속 기록으로 남는다. 교권 침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두고 교원들 사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팽팽하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달 말 전국 교사 274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3.0%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40.1%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교권 침해로 학급 교체 이상의 중대 처분을 받으면 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승혁 한국교총 대변인은 “하루 서너 명의 교사가 학생에게 매를 맞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학폭 사례와 유사하게 학생부 기재 요건을 결정하면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단체들은 소송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교권 침해와 관련된 처벌 기록이 학생부에 기재되면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기록을 없애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선정 전교조 대변인은 “폭행이나 성 관련 범죄 등 엄중한 사안은 학교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 형사소송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장세린 교사노조 대변인은 “교권 침해 사실을 기록한 교사를 학부모가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교육부가 학생의 심각한 ‘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이달 발표 예정인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원단체 사이에서도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재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재돼 대학 입시에도 반영되지만, 교권 침해는 징계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다.교육부 관계자는 7일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처벌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기는 방안과 관련해 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기재 범위, 보존 기간 등을 정할 방침”이라며 “이를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교권 침해가 발생한 사건은 3800건에 달한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면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하고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지만, 퇴학이나 전학 처분 등을 받아도 징계 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다. 반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인 학교폭력의 경우 모든 처벌 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돼 202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반영되고 있다.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 중대한 처벌을 받으면 졸업 후 4년간 기록이 유지되고 퇴학은 계속 기록으로 남는다.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를 두고 교원들 사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팽팽하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달 말 전국 교사 274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3.0%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40.1%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교권 침해로 학급교체 이상의 중대 처분을 받으면 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승혁 한국교총 대변인은 “하루 서너 명의 교사가 학생에게 매를 맞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학폭 사례와 유사하게 학생부 기재 요건을 결정하면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단체들은 소송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교권 침해와 관련된 처벌 기록이 학생부에 기재되면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기록을 없애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선정 전교조 대변인은 “폭행이나 성 관련 범죄 등 엄중한 사안은 학교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 형사소송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장세린 교사노조 대변인은 “교권 침해 사실을 기록한 교사를 학부모가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이 7일 “선생님이 다시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이 숨 쉬는 진짜 교육의 공간을 앞장서 만들겠다”고 밝혔다.교총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는 ‘2026년 교육계 신년교례회’를 열었다. 강 회장은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이후 인천, 제주, 충남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교육시스템 붕괴가 만든 대참사”라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하루에도 교사 4명이 상해·폭행을 당하고, 아동학대 신고는 하루 2건씩 이어진다. 대부분 무죄”라며 “선생님들은 오늘도 아동학대 신고를 감수하며 가르칠지, 적당히 ’민원 없는 교사‘로 남을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선생님이 존중받을 때 아이들의 미래도 함께 자란다”며 “선생님이 살아야 학교가 산다”고 말했다.행사에 참석한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2026년을 교육개혁의 실질적 원년으로 삼아 그동안 준비한 정책을 현장 선생님과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악성 민원과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에 기관과 교육계와 함께 대응하는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이날 행사에는 최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고교 3학년 최모 군(19)은 5일 서울 소재 한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에 들어갔다. 아직 겨울방학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11월 19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최 군은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이상 학원에서 공부한다. 그는 “수능 다음 날 재수를 결심하고 정시모집 원서도 내지 않았다”며 “수능이 어려웠던 탓에 재수를 결심한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른바 ‘불수능’ 여파로 이날 개강한 각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은 지난해 대비 수강생이 최대 3배로 급증했다. 대입 제도 개편 전 마지막 수능을 치를 ‘예비 고3’과 고교학점제로 내신 부담이 커진 ‘예비 고2’들은 일찌감치 ‘윈터스쿨’(겨울방학 학원)로 몰려들고 있다. 연초부터 입시 준비가 과열되면서 올해 사교육 전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분 만에 재수반-윈터스쿨 마감” 입시업계에 따르면 통상 2월에 시작하는 정규반과 달리 1월에 개강하는 재수 선행반은 정시를 일찌감치 포기했거나 합격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저조한 수험생들이 많이 듣는다. 2026학년도 불수능 탓에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수험생이 재수 선행반을 택했다. 상대평가보다 1등급 비율이 낮았던 영어영역 등의 영향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불합격하거나 정시에서도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없는 수험생이 선행반에 몰린 것이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00여 명이 재수 선행반에 등록했는데 올해는 300여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방학과 졸업 전에 교외 체험학습으로 학교를 아예 빼먹고 재수학원과 입시학원에 등록한 학생도 많다. 교외 체험학습은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면 여행, 견학, 가정 학습 등의 이유로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된다. 충남 천안의 고교 3학년인 박모 군은 “이번 수능 성적으로는 원하던 수의학과에 입학할 수 없어 1월 한 달을 모두 교외 체험학습으로 신청하고 학원에 들어왔다”고 했다. 겨울방학 기간 예비 고교 1∼3학년 대상으로 최대 6주간 운영되는 윈터스쿨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예비 고교 3학년은 올해 ‘N수생’(대학 입시에 두 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윈터스쿨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이전에 기존 과정으로 응시하는 사실상 마지막 수능인 데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나면 N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예비 고3 학부모 김미영 씨는 “겨울방학을 잘못 보내면 올해 수능 시험을 망칠까 봐 두려웠다”며 “윈터스쿨 문자를 받자마자 5분 만에 마감돼 간신히 신청했다”고 전했다.● “독서실도 대기번호 전쟁” 고교학점제를 적용받는 첫 세대인 예비 고교 2학년 학생들은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 윈터스쿨을 찾고 있다. 내신 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수능에 매진하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했다면 빨리 정시로 입시 전략을 수정하고 수능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비 고2들 사이에서는 독서실 대기번호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 4월까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확정되면 대학생 중에서도 수능을 다시 치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모집 인원이 늘면 대입 제도가 바뀌기 전에 의대에 다시 도전하려는 대학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4년 기준 국내 사교육비는 29조2000억 원으로 4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이유로 내신과 입시 제도 실패를 꼽고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입시 제도가 바뀌면 학교보다는 학원이 더 빨리 적응한다”며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고교 3학년 최모 군(19)은 5일 서울 소재 한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에 들어갔다. 아직 겨울방학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11월 19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최 군은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이상 학원에서 공부한다. 그는 “수능 다음날 재수를 결심하고 정시모집 원서도 접수하지 않았다”며 “수능이 어려웠던 탓에 재수를 결심한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이른바 ‘불수능’ 여파로 이날 개강한 각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은 지난해보다 수강생이 최대 3배로 급증했다. 대입 제도 개편 전 마지막 수능을 치를 ‘예비 고3’과 고교학점제로 내신 부담이 커진 ‘예비 고2’들은 일찌감치 ‘윈터스쿨’(겨울방학 학원)로 몰려들고 있다. 연초부터 입시 준비가 과열되면서 올해 사교육 전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분 만에 재수반-윈터스쿨 마감”입시업계에 따르면 통상 2월에 시작하는 정규반과 달리 1월에 개강하는 재수 선행반은 정시를 일찌감치 포기했거나 합격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저조한 수험생들이 많이 듣는다. 2026학년도 불수능 탓에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수험생이 재수 선행반을 택했다. 상대평가보다 1등급 비율이 낮았던 영어영역 등의 영향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불합격하거나 정시에서도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없는 수험생이 선행반에 몰린 것이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지난해는 100여 명이 재수 선행반에 등록했는데 올해는 300여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방학과 졸업 전에 교외체험학습으로 학교를 아예 빼먹고 재수학원과 입시학원에 등록한 학생도 많다. 교외체험학습은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면 여행, 견학, 가정 학습 등의 이유로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된다. 충남 천안의 고교 3학년인 박모 군은 “이번 수능 성적으로는 원하던 수의학과에 입학할 수 없어 1월 한달을 모두 교외체험학습으로 신청하고 학원에 들어왔다”고 했다.겨울방학 기간 예비 고교 1~3학년 대상으로 최대 6주간 운영되는 윈터스쿨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예비 고교 3학년은 올해 ‘N수생’(대학 입시에 두 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윈터스쿨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이전에 기존 과정으로 응시하는 사실상 마지막 수능인데다,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늘어나면 N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예비 고3 학부모 김미영 씨는 “겨울방학을 잘못 보내면 재수생에 수능 점수가 밀릴 것 같아 윈터스쿨을 신청했는데 문자 받자마자 5분 만에 마감됐다”고 말했다.● “독서실도 대기번호 전쟁”고교학점제를 적용받는 첫 세대인 예비 고교 2학년 학생들은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 윈터스쿨을 찾고 있다. 내신 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수능에 매진하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했다면 빨리 정시로 입시 전략을 수정하고 수능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비 고2들 사이에서는 독서실 대기번호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4월까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확정되면 대학생 중에서도 수능을 다시 치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모집인원이 늘면 대입 제도가 바뀌기 전에 의대에 다시 도전하려는 대학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4년 기준 국내 사교육비는 29조2000억 원으로 4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이유로 내신과 입시제도 실패를 꼽고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입시 제도가 바뀌면 학교보다는 학원이 더 빨리 적응한다”며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내년부터 서울 일반고에서도 다자녀 가정의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정하는 ‘다자녀 우선 배정’이 시행된다.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의 둘째부터 희망하면 형제·자매·남매가 다니는 일반고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교육감 선발 후기 일반고 입학전형부터 다자녀 가정 우선 배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4일 밝혔다. 우선 배정은 원서 접수일을 기준으로, 형제·자매·남매가 일반고 1학년 또는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학교에만 적용하던 우선 배정을 후기 일반고까지 확대한 것이다. 자녀들이 각각 다른 학교에 배정되면서 생기는 가정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형제·자매·남매가 서로 다른 학교에 배정돼 통학 동선이 분산되거나 학교 행사와 상담 등이 중복돼 학부모의 일정 조율이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교육청은 이번 제도 시행으로 신입생의 학교생활 적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근식 교육감은 “저출생 시대에 교육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족 지원 정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부 내용은 3월 말 발표되는 ‘2027학년도 서울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내년부터 서울 내 일반고에서 다자녀 가정의 자녀가 같은 학교에 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다자녀 우선 배정’이 시행된다.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의 둘째 자녀부터 적용될 예정이다.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교육감 선발 후기 일반고 입학전형부터 다자녀 가정 우선 배정 제도를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다자녀 가정의 둘째 또는 이후 자녀가 형제·자매·남매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 가길 희망한다면 해당 학교에 우선 배정된다. 우선 배정은 원서접수일을 기준으로 형제·자매·남매가 1학년 또는 2학년에 재학 중일 때만 적용된다. 세부 내용은 올 3월 말 ‘2027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학교에서만 적용되던 우선 배정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한 것이다. 형제·자매·남매가 서로 다른 학교에 배정되면서 생긴 통학 및 가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그동안 형제·자매·남매가 서로 다른 학교에 배정돼 통학 동선이 꼬이거나 학교 행사·상담 일정 중복으로 학부모의 일정 조율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이번 제도 도입은 평준화 지역 고등학생 배정 규모가 큰 수도권에서 서울이 우선 배정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근식 교육감은“저출생 시대에 교육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족 지원 정책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 이곳에서는 청소기처럼 생긴 작은 로봇이 흰 바닥 위를 분주히 누비고 있었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 바닥에는 건물의 외형, 배관 위치 등이 담긴 설계도가 그려졌고 그 위로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시공 안내문이 새겨졌다. 다양한 국적의 현장 작업자들은 언어 장벽과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미국의 대형 건설사, 데이터센터, 아파트 등에서 쓰인다. 건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이 기술은 사람이 직접 설계도를 그리던 기존 방식보다 업무 효율을 수 배 높였다.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디렉터는 “로봇이 설계도를 정확히 그려주면 사람들은 시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로봇 기술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혁신 금융’이 든든한 연료가 됐다. 이곳 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은 창업 초기 2, 3년간은 수익을 안 따지고 밀어준다”고 입을 모았다. 실리콘밸리 금융 생태계에는 ‘홈런 한 번을 위해 99번의 실패를 포용한다’는 문화가 진작에 뿌리내렸다. 혁신 금융의 토양에서 성장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최근 미 증시가 3년 연속 20%대 상승을 이어가며 견고하게 성장하는 비결 역시 혁신 금융이 키워낸 혁신 기업의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혁신 금융 기반이 약한 국내에서는 한계를 느낀 창업가는 물론이고 투자처를 찾으려는 금융사들까지 실리콘밸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이제는 혁신금융 전쟁] 〈2〉 실패해도 투자하는 실리콘밸리기술 결함 겪었던 美 로봇 스타트업실패에도 재도약 할 수 있던 비결로 벤처캐피털 꾸준한 투자 기반 꼽아유행 테마산업에 쏠리는 韓과 달리 실리콘밸리선 기업 잠재력 우선시“B급 사업도 A급 맨파워면 선택”“첫 투자자는 우리와 커피를 몇 번 마신 뒤 투자를 결정했어요.”미국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의 테사 라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첫 투자 유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2018년 창업한 라우 CEO는 창업 초기 첫 투자자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커피를 마시며 건설 산업에 대해 새로 배운 점과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시간이 가면서 우리가 점점 발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시 더스티 로보틱스는 신생 기업이라서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전진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클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라우 CEO는 과거 창업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실패해도 투자 기회를 주는 ‘혁신 금융’의 힘이 더스티 로보틱스를 키운 셈이다. 덕분에 이 기업은 7년간 약 7000만 달러(약 1011억 원) 투자를 모을 수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2024년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도 꼽혔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혁신 금융가들이 스타트업 실패를 이해해주고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가치 있게 여긴다고 소개했다.● “여러 실패가 기업을 성장시켜” 라우 CEO는 이미 한 번 사업을 접고 더스티 로보틱스를 창업했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초창기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로봇을 쓰다가 반품시켰다. 작동 오류로 바닥에 설계도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곧바로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때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이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제품을 재설계했다. 기술이 개선됐고 당시 로봇을 퇴출시켰던 아파트 건설사를 다시 고객으로 돌렸다. 라우 CEO는 “우리의 역사는 많은 실패로 가득 차 있고 그 실패가 우리를 성장시켰다”고 회고했다. 더스티 로보틱스가 실패에도 버텨내고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생태계 역할이 컸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사업 완성도나 손익보다, 이 기술이 실패를 거쳐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 99번 실패하더라도 1번의 성공을 기다려준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마케팅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늘 ‘이 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사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초기 2, 3년간 수익화 여부를 묻지 않는다. 안준영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장은 “벤처 펀딩은 육아와 비슷해서 4, 5년 만에 크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 “맨파워, B급 사업도 A+급으로 키운다” 데이터 분석업체 ‘디맨드세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 전역엔 114만8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455억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105개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 전체 유니콘 기업은 13개였다. 실리콘밸리 지역 유니콘 기업이 한국 전체의 8배다. 실리콘밸리가 유니콘 기업을 활발하게 배출할 수 있는 비결은 ‘혁신 금융’의 투자 공식이다. 혁신 투자자는 사업 자체의 우수성보다 창업 멤버 역량을 본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쿼이아는 한번 검증한 창업가를 ‘세쿼이아 패밀리’로 본다. 세쿼이아 투자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진에딧’ 박효민 대표는 “세쿼이아는 사업보다는 사람을 검증하고, (검증된 사람들인) ‘세쿼이아 패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리에게 ‘망하더라도 다음 창업 때 우리에게 제일 먼저 오라’고 말한다”고 했다.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설적인 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나는 A급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B급 팀보다, B급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A급 팀에 투자하겠다. 왜냐하면 A급 팀은 B급 아이디어의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 A+급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 금융권은 사람의 역량이나 기업의 가능성 대신 그때그때 유행하는 테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공지능(AI) 등 테마 분야가 아닌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었다”면서 “특히 내수 산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수익에 ‘0’ 하나 더 붙어” 실리콘밸리에 韓벤처 지원 조직 러시‘IBK창공’, 韓 스타트업 美진출 지원HD현대-중기부도 현지 거점 마련“장기적 안목으로 투자 방식 바꿔야”국내서도 창업 생태계 강화 목소리“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보다 수익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IBK창공’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기관은 IBK기업은행 창업 육성 조직이다. 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큰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선 한 번 투자 기회가 올 때 규모가 크다”며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투자를 받으면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력으로 남는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서 재창업하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한국 은행과 대기업도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지원 조직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이유는 혁신 자금이 풍부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기회가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은 2021년 KDB실리콘밸리를 설립했다. 창업가가 자연스럽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 ‘넥스트라운드’를 매년 실리콘밸리에서 연다. HD현대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 ‘마루SF’를 열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창업가들에게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개소를 목표로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를 조성하고 있다. SVC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던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KVIC)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확장해 마련한다. 정부와 기업, 은행이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건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혁신 금융을 키워 국내 창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은행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해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한 국내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벤처 투자는 외면받기 쉽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실리콘밸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보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서울=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서울=신무경 기자 yes@donga.com서울=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서울=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보통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1년이 걸리지만, 이 장치를 쓰면 2∼3시간 만에 통신이 연결됩니다.” 지난해 12월 15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게일랑 지역에 들어선 스타트업 ‘트랜스셀레스티얼’을 찾았다. 이 회사의 모하마드 다네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속하고 저렴하게 통신을 연결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다네시 CTO는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인허가, 땅 매립 등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장비로 하면 레이저를 사용한 무선이라 간편하다”고 소개했다. 이 스타트업의 통신 기술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일본, 인도,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첨단 기술 하나만으로 세계 자금을 싱가포르로 끌어들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스타트업 기술의 수혜를 누리고 세계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건 혁신 금융 덕분이었다.● “벤처투자사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해 성공”트랜스셀레스티얼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싶다’는 청사진을 품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인구를 22억 명 정도로 추산했다.다네시 CTO는 “레이저 통신 기술로 세계 누구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싱가포르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았다.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 여러 국가의 통신사들과 협업 중이다. 지난해 11월엔 일본 최대 통신 회사 NTT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일본은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태풍이 잦아 통신망을 빠르게 복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엠파워파트너스의 캐시 마쓰이 파트너는 “지진과 태풍으로 인해 통신 네트워크가 끊겨도 이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스타트업을 창업한 다네시 CTO는 이란 국적이지만 싱가포르에 회사를 세웠다. 싱가포르에 혁신 산업을 수혈해 주는 ‘혁신 금융’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업은) 수백 곳의 벤처캐피털이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자평했다.싱가포르에서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아치센’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세계 곳곳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디지털 농식품 기업 ‘팜바이트’와 조인트 벤처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국경 부근의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JS-SEZ)에 스마트팜도 지었다. ‘제2의 딥시크’인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마누스는 지난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에 2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됐다.● 세제 혜택, ‘혁신금융’ 유입 촉진싱가포르가 아시아 스타트업 요람으로 정착한 가장 큰 이유는 ‘혁신금융’이 강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에 따르면 2023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국 6곳(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 금액 중 싱가포르 점유율은 73.3%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엄모 씨(48)는 “다양한 투자 회사들이 있어 운영 자금을 마련할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 상속·증여세, 양도·배당소득세가 없는 점도 수많은 혁신 금융이 유입되는 배경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소재 한 벤처캐피털의 대표는 “투자 환경이 자유로운 데다 세대 간 자산 이전도 용이해 북미권, 유럽 투자사, 기관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은행들 일찍이 ‘체질 변신’ 싱가포르의 강점으로 꼽히는 ‘전통 은행의 체질 변신’은 한국 금융권이 배워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싱가포르 은행인 DBS, UOB, OCBC는 가계대출 영업에서 벗어나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는 아시아권 스타트업에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OCBC는 창업 후 6개월∼2년가량 된 초기 스타트업에 최대 10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1225만 원)를 빌려주는 ‘비즈니스 퍼스트 론’을 도입했다. UOB는 스타트업 해외 확장과 기술을 지원하는 ‘핀랩(Finlab)’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자회사 버텍스홀딩스의 추아 키 록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정부는 은행이 스타트업 투자로 본 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은행들이 그 과정에서 투자 노하우를 익혔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