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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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둥글고 신문은 네모납니다.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재밌게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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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4-07~2024-05-07
사회일반52%
사건·범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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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수만명 거리로… 정부, 의협간부 4명 출금

    3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 등 약 1만2000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이 서울 도심 집회를 열고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떤 상황이 와도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전국 시도 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했고 개원의와 전공의, 의대생 및 그 가족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의사를 영원한 의료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의 억압과 굴레에 항거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등돌리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전공의들이) 불법적으로 의료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대부분은 연휴가 끝나는 3일까지도 복귀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4일부터 면허정지 및 고발 절차를 진행한다.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이탈에 이어 전공의·전임의 예정자들이 4일부터 출근하지 않을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김 위원장 등 의협 현직 간부 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의협 “집회규모, 의약분업 때와 비슷”… 정부 “4일부터 선처 없다” 의협 “정부, 조건없는 대화 나서야”‘제약사 직원 참석 강요’ 글 논란엔, 의협 “요구 안해”… 경찰 “책임 물을것”정부 “법과 원칙 따라 절차 밟을 것”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옆 도로. 영등포역 방향 5개 차로를 메운 경찰 추산 약 1만2000명(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의 의사와 의대생 등은 ‘준비 안 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등의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쳤다. 전국 시도의사회 및 의대 깃발도 휘날렸다. 시위 행렬은 마포대교 방향으로 400m가량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역대 최대 집회였던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여의도 시위와 비슷한 규모로 모였다”고 했다.● 역대급 의사 집회… 제약회사 직원 동원 의혹도 연단에 선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무모한 정책 추진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포함한 비대위와 (2000명 증원을 포함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정부의 본심은 실질적 의료 개혁이 아니라 눈앞의 총선을 위한 것”이라며 “처우를 개선하고 소송 위험성을 줄여주면 전문의 수천 명이 자신의 (필수의료) 전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 중에는 가족 단위 참석자도 적지 않았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대생과 전공의 학부모들이 많이 왔다”고 전했다. 집회에 앞서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글이 여럿 온라인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전날 회원사에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집회 참석 강요가 있었다면) 엄정하고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법상 강요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민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주 위원장은 “비대위나 시도의사회에서 제약회사 직원 동원을 요구한 적은 결코 없다”면서도 “일반 회원들의 일탈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집회로 여의도 일대에선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3일까지 돌아오면 선처”… 복귀는 극소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방송에 출연해 “오늘(3일)까지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도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정부 스탠스가 변한 건 전혀 없다”며 “복귀하지 않은 분에 대해선 불가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공의 대다수는 3일 밤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추가 복귀 전공의는 거의 없다”고 했다. 부산과 대전, 광주, 경남 등에서도 연휴 기간 돌아온 전공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기 안양시 한림대성심병원에선 사직서를 냈던 50명 중 일부가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병원들은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힌 전임의 예정자들이 4일부터 출근하지 않을 경우 의료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5 병원 의사의 16%가량이 전임의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에게 미안하다며 망설이면서도 본인들까지 빠지면 병원이 마비된다는 걸 알기에 마음을 돌리는 전임의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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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中 비밀경찰서 의혹’ 중식당 소유주 횡령혐의 첫 압수수색

    중국 정부의 ‘해외 비밀경찰서’ 거점으로 운영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중식당 ‘동방명주’의 실소유주 왕하이쥔 씨(46)에 대해 경찰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수사 대상에는 과거 중국 관영 매체들과 협력사업을 벌인 왕 씨의 미디어 업체도 포함됐다. 경찰이 왕 씨 주변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비밀경찰서’ 의혹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王, 과거 중국 신화왕 한국채널 대표 역임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는 22일 왕 씨의 인천 자택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H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경찰은 공항으로 입국하는 왕 씨를 현장에서 수색해 개인용품 등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 씨는 2018년부터 송파구 잠실동 한강변 선박에서 동방명주를 운영하며 이곳을 거점으로 중국 정부의 비공식 경찰 역할을 일부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22년 12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한국 등에서 중국이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이 주목하는 곳은 왕 씨가 운영하는 미디어업체 H사다. H사는 중국 관영 매체들과 협력 사업을 벌여왔다. 2015년 7월엔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인 신화왕(新華網)의 한국채널로 지정돼 국내 광고 업무를 단독으로 대리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신화왕 보도에서는 왕 씨가 ‘신화왕 한국채널 총경리(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로 언급됐다. H사 법인 등기에도 ‘신화왕 한국채널’이 지점으로 등재돼 있다. 특히 2015년 신화왕은 왕 씨가 운영하던 H사에 대해 “중국중앙(CC)TV 산하 중국 텔레비전유사회사의 한국 내 유일한 파트너”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지금도 H사와 같은 빌딩에는 ㈜중국전시 한국지점이 입주해 있다. 중국전시는 CCTV 계열사 ‘차이나 텔레비전(China Television)’의 한국지사이다.● 자금 출처-용처 수사서 의혹 진위 드러날 듯2018년 미국 법무부는 신화통신을 사실상 중국 정부의 기관으로 분류하고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외국 대행사(foreign agent)’로 등록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신화통신이 중국 국무원 산하 기관으로, 공산당 선전정보부에 직접 보고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초 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국가정보원이 조사를 벌인 결과 동방명주가 국내 중국인의 국외 이송을 지원하는 등 사실상 영사 역할을 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리 적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을 위해 군사기밀을 누설하는 행위’인데, 대법원 판례상 북한만이 ‘적국’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의 간첩으로 활동하거나, 군사기밀 외 주요 국가기밀을 수집할 경우에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이달 2일 서울중앙지검이 왕 씨를 식당 미신고 영업(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이는 비밀경찰서 의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1년 2개월여 만에 본격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업체를 둘러싼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횡령이지만, 자금의 출처와 용처를 밝히면 비밀경찰서 의혹의 진위까지 밝힐 수 있다는 게 경찰 안팎의 시각이다. 왕 씨는 2017년경 중국에서 265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전송받아 국내 업체의 계좌로 전송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된 전례가 있는 만큼, 자금이 해외로 드나들었는지도 확인할 전망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해 왕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으나 왕 씨는 응하지 않았다. ㈜중국전시 한국지점 측은 왕 씨와의 관련성을 묻자 “할 말이 없다”고 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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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미래의 석유?’ 산유국 아부다비는 ‘탈(脫)석유’ 중[김수현의 세계 한 조각]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입니다. 지난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소식들,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지난달 9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알 히슨 거리.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각양각색의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흰 ‘요새’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요새는 1790년대 지어진 아부다비 최고(最古) 석조 건축물 카스르 알 호슨입니다. 현대식 건축물과 전통 요새가 합쳐진 거리의 풍경은 ‘아부다비 고유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기술 성장’이라는 이곳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듯했습니다.기자는 여러 건축물 중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본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화려한 디자인으로 이뤄진 정직하게 ‘네모반듯한’ 모습을 띤 이 건물은 ‘소소익선(小小益善)이라는 회사의 좌우명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ADNOC 본사는 LED 조명을 활용해 전기 소비를 줄이는 등 세계 건물 에너지 소비량 표준보다 약 24% 적게 에너지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ADNOC 본사는 미국그린빌딩협회(USGBC) 주최 친환경·저탄소 건축물 평가인증제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에서 상위 등급인 ‘골드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ADNOC 본사는 어쩌면 아부다비의 미래를 시각화한 상징일 수도 있습니다. 아부다비는 석유 생산국 중 가장 먼저 ‘탈(脫)석유’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국가입니다. 실제 이러한 선언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부다비통계청(SCAD) 등에 따르면 지난해 아부다비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은 비석유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아부다비의 비(非)석유 GDP(국가총생산) 성장률은 7.7%로, 이는 아부다비 내 전체 경제 성장률인 1%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기자는 지난달 8일부터 11일까지 아부다비의 핵심 기술산업 기관 일대를 방문했습니다. 아부다비 핵심 관료부터 길거리에 시민들까지, 이들은 모두 공통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AI 국가주의’ 선두 주자, 아부다비 여기서 잠깐! 아부다비는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하나이자 UAE의 수도입니다. 면적은 6만7340㎢로 전체 UAE의 약 87%를 차지합니다. 인구는 약 200만 명이며, 이 중 외국인이 90% 수준으로 해외 인력 유입률이 높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아부다비 내 원유 매장량은 약 920억 배럴로 추정됩니다. 이는 전체 UAE 매장량(1070억 배럴)의 86% 수준으로, UAE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아부다비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석유가 단 한 배럴만 남아 있는 ‘최후의 순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지난달 11일 아부다비에서 만난 파이살 알 반나이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C) 사무총장은 본보와의 공통 인터뷰에서 아부다비의 탈석유 경제 전략에 대해 이같이 전했습니다. “아부다비는 ‘지식 경제와 기술’이라는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알 반나이 사무총장은 전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가 석유 산업 중심의 성장, 두 번째 단계가 금융 및 관광 분야에서의 투자였다면 지금 아부다비는 인공지능(AI) 등 딥테크 분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ATRC는 아부다비의 기술혁신을 이끄는 국영 첨단 기술 연구기관입니다. 셰이크 칼리드 빈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가 직접 의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 세계 70개 이상 국가에서 1000명 이상 연구원이 이곳에서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체 연구원 중 55%가 여성인 점도 인상 깊습니다.이들이 주력하는 부분은 역시 AI입니다. ATRC 산하 핵심 연구기관인 기술혁신기구(TII)은 지난해 5월 UAE 최초 거대언어모델(LLM) ‘팰컨 40B’를 공개했고, 약 4개월 만인 지난해 9월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팰컨 180B’를 공개했습니다. 팰컨 180B는 1800억 개 매개변수를 가지며, 3조5000억 개 토큰을 기반으로 훈련한 LLM입니다. AI 성능 비교 사이트인 ‘허깅 페이스’에 따르면 팰컨180B의 성능은 오픈AI의 최신 AI ‘GPT-4’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구글의 팜(PaLM) 모델에 필적하며, 메타의 ‘라마(Llama) 2’보다도 뛰어납니다. 주목할 점은 ATRC가 공개한 두 모델이 완전한 ‘오픈소스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일반 사용자는 물론 연구나 상업적 용도에까지 ‘전면 개방’을 선언한 셈입니다. 오픈소스 모델의 경우 사용 기업은 AI 제공 기업에 데이터를 제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알 반나이 사무총장은 “모든 기업 데이터는 비공개로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 역시 접근할 수 없다”며 “이는 소수의 기업이 AI를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아부다비의 신념”이라고 전했습니다. 상용화를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아부다비에서는 ATRC 산하 기술 상용화 지원 조직 벤처 원(Venture One)을 통해 ‘AI71’라는 국영 기업이 설립됐습니다. 의료, 법률, 교육 등 ‘구독형’ 전문 AI 모델을 개발해 각 국가 및 기업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개발 중인 의료 AI인 ‘라지71(Razi71)’은 UAE는 물론 미국의 의사 면허 시험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알 반나이 사무총장은 “환자의 병명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조치까지 알려줄 수 있는 ‘완벽한 보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알 반나이 사무총장은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환영한다”며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대학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등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모집하고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추후 팰컨 기반 서비스에 대한 협력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 60% 자발적 생체 데이터 제공…“‘에미라티’ 맞춤 의료 체제 정립할 것”UAE는 2021년부터 국영 기업인 G42 헬스케어(현 M42)를 필두로 ‘에미라티(UAE 자국민) 게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100만 명에 달하는 UAE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분석(WGS)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UAE 국민 전체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에미라티 유전자 지도(Emirati Genetic Map)를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완성된 지도를 바탕으로 유전병이나 장애 등 돌연변이 발생을 최소화하며, 유전적 특성에 맞는 개인별 ‘맞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입니다.M42 측은 지난달 기준 약 57만 개 유전자 샘플을 이미 모았다고 전했습니다. 어른은 물론 갓 태어난 신생아의 유전자 샘플도 부모가 자발적으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알바라 엘카니 M42 운영 부문 선임이사는 “가장 짧은 기간 가장 빠른 속도로 샘플을 모았다. 경이로운(incredible) 수준”이라며 “모든 건 자발적(volunteer)이었다. 이는 지도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두텁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부다비의 또 다른 목표는 고도로 체계화된 보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토호국 단위의 ‘예방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당시 G42는 역내 생활 폐수는 물론 입국 비행기 내 오수 검사도 진행해 역내 집단 감염 예측은 물론 국가별 신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까지 분석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도 아부다비 전역에서는 매일 수십 개 지역에서 100개 이상의 샘플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병원균은 물론 물론 폐수 속 중금속 수준까지 매일 기록해 전염병 등 대규모 보건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기자가 인상깊게 들었던 부분은 아흐마드 알 아와드히 M42 커뮤니티 아웃리치 디렉터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제약업계에서 활용하는 참조 게놈은 유럽, 북미 등의 백인(Caucasian) 게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며 “에미라티 ‘맞춤’ 참조 게놈을 개발해 어떤 약물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 등을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가 주도의 생체 데이터 수집이 사생활 침해 등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자는 10년 후 UAE의 의료 체계가 어떻게 진화했을지 판단하려고 합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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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 공백… 응급환자도 돌려보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항의하는 전국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내고 상당수가 20일부터 병원을 이탈하면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됐다. 응급실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했고 수술도 절반가량만 진행되는 곳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규모”라며 정원 규모를 두고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9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수련병원 95곳에서 전공의 6415명(55%)이 사직서를 냈고,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이날 주요 병원을 현장 점검하고 근무 중단이 확인된 7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의 근무지 이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계속 복귀하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도 추진할 방침이다.복지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거부를 예고했던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도 2745명 중 30% 안팎이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파업 당시 참여율(8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전문의 취득을 앞둔 4년 차 레지던트 등 병원에 남은 이들 중 상당수는 최소한의 진료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모임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임시 대의원 총회를 마치고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번 사안은 1년 이상 갈 수 있다”며 장기화를 예고했다.전공의가 빠져나간 대형병원은 수술실 가동을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의료진이 부족한 탓에 응급진료를 거절당한 환자들도 생겼다. 60대 공모 씨는 이날 오전 폐암 4기 환자인 남편과 함께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렸다. 공 씨는 “어제부터 남편이 42도 안팎의 고열에 시달려 집 주변 응급실에 찾아갔다가 ‘중환자는 치료할 수 없다’고 해서 대형병원으로 왔는데 또 거절당했다”며 의료진을 향해 “제발 받아 달라. 남편 같은 중환자는 이러다 정말 죽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일각에선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며 허황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대형병원서 퇴짜맞은 중증환자, 軍병원 응급실 겨우 입원 “대형병원 연락했지만 거부당해”국군병원-공공병원 응급실로軍병원 “외래환자도 진료 검토”병원 요구로 ‘강제퇴원’ 환자 늘어 20일 낮 12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서울병원 응급의료센터. 환자 임모 씨(84)가 의식이 희미한 상태로 들것에 실린 채 들어왔다. 부인 서재희 씨(77)와 딸(50)이 황망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임 씨는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구급차로 약 35km를 달려왔다고 했다. 임 씨는 지난주 낙상으로 고관절이 골절돼 병원에 입원했지만 후두암에 뇌경색, 심근경색 등 각종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 고령의 중증환자여서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딸은 “어제(19일) 저녁부터 서울대병원 등에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전공의 사직 사태로 와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오늘 아침 군병원 응급실에 민간인이 갈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급하게 왔다”고 했다. 딸은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인 서 씨는 “의사들이 사람 죽으라고 내버려 두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 씨는 이르면 21일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군 병원 응급실 찾는 중증 환자들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내고 근무를 중단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발길을 돌린 환자들은 20일부터 민간인에게 문을 연 전국 12개 국군병원과 공공병원을 찾았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의 일환으로 응급 환자를 위해 국군수도병원과 국군대전병원 등의 응급실을 동원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경 장폐색 증상을 보이던 A 씨(90)도 수도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석웅 국군수도병원장은 “지금까지도 응급환자의 경우 필요하면 군 병원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출입 절차를 간소화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며 “의료 공백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민간인 외래환자도 진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 중 상당수가 환자를 거부하면서 환자 전원(轉院·병원 이전)을 돕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에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오후 5시 56분경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에는 인천에서 패혈증 증세를 보이던 환자의 전원(병원 이전) 요청이 접수됐다. 인천의 한 병원이 환자를 전원할 병원을 찾을 수 없자 상황실로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상황실에서 급히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대형병원들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이 환자는 약 25km 떨어진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상황실을 총괄하는 응급의학 전문의는 “평소 패혈증 환자 전원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번에는 1시간 넘게 걸려 겨우 이송했다”며 “대학병원 등 25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헛수고였다. 지금은 다치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환자 돌려보내는 응급실, 퇴원 창구는 북새통 응급실과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거나 진료가 지연되는 환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기자와 만난 김영래 씨(86)는 “담석으로 18일 동안 입원했던 2차 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예약한 후 왔는데 입원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차 병원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역시 거절당해 남편(87)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날 오후 대전 중구에 있는 충남대병원 응급실을 막 빠져나온 염모 씨(50)는 “병원에서 투석을 해야 한다고 해놓고 필요한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전 10시 반경 아버지가 숨이 가빠져서 응급실에 왔는데 빈자리가 없다고 해서 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수액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병원의 요청으로 퇴원 환자가 늘면서 퇴원 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1층 퇴원 창구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 씨(20)는 “전치 16주 골절상을 입고 수술한 지 1주일 만에 일단 퇴원하라고 해 병원을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뚜렷하게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며 답답해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성남=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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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떠나 가운 입고 모인 전공의들, 5시간 마라톤 회의… 내용은 비공개

    20일 낮 12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소속 병원 로고가 찍힌 가운을 입은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100여 명이 강당에 모였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시 대의원 총회에 참석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었다.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박단 대전협 회장은 “(대학병원) 가운을 입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해 각자 가운을 입고 와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번 사안(전공의 투쟁)은 1년 이상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로 19일 사직서를 내고 병원 근무를 중단한 상태다.이날 총회에 참석한 전공의들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였다가 최근 사직한 류옥하다 씨는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싸우는 게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이렇게 가면 필수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조치가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또 “이미 사직한 상태인데 어떤 식으로 업무를 개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사태가 마무리돼도 필수의료 전공의 4분의 1, 3분의 1은 안 돌아갈 수도 있다”며 정부의 강경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환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밝혔다. 한 전공의는 “환자를 두고 나오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만에 하나 사직서를 낸 상황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겁박 때문이 아니라, 환자분들한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대전협은 이날 5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고 이후 오후 늦게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성명에서 “2000명은 어처구니 없는 숫자”라며 “합리적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주장했지만 향후 대응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이날 오전부터 빅5 병원(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선 진료를 중단하고 퇴근하는 전공의들이 줄을 이었다.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만난 한 전공의는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타며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손에 든 종이가방엔 구겨진 의사 가운이 들어 있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총 6415명이다. 복지부에 자료를 제출한 병원 95곳의 전공의(약 1만1600명) 중 55%다. 복지부는 이 중 1630명이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했다.빅5 전공의들이 근무 중단을 선언한 20일에는 더 많은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 등에선 빅5 전공의 2745명 중 30% 안팎이 근무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집단휴진(파업) 당시 전공의 참여율이 80%였는데 그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며 강경하게 나오는 탓에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다만 이날 전공의의 선배인 임상강사 및 전임의(펠로)들이 입장문을 내고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 상황에서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밝혀 사직 릴레이가 전임의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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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의협 지도부 2명에 ‘의사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

    정부는 19일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단체의 단체행동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겼다며 의사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고 전공의 약 1만3000명에게는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의협은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맞섰다. 이날 복지부는 의협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조직위원장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7일 정부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의협이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한 전공의들에게는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최대 1년간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 불응 의사가 확인되는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며 “구속영장 신청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도 전국 검찰청에 “의료법 위반 등 불법 행위에 대해 강제 수사를 포함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전국 의대 40곳 재학생들이 20일 동맹휴학을 예고한 걸 두고 “집단 휴학 및 수업 거부로 유급 처분된 학생은 구제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정부의 강경 방침에 반발했다. 의협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의사들은 파업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의 압박에 희망이 없어 의사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차관이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했다며 “의도적으로 그런 표현을 했다면 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새’는 온라인에서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복지부는 “단순한 실수이며 의도된 것이 아니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 단체도 이날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의사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전국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각 대학이 2151∼2847명 증원을 희망한다고 했던 걸 두고 “당시 실제 교육 여건에 비춰 무리한 규모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일 낮 12시 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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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자료 지우고 나와라” 전공의 지침 글 수사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와 관련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방이나 인수인계 지침 등을 삭제하고 나오라’는 내용의 행동 지침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9일 오전 “전공의에게 사직 전 병원 업무 자료를 삭제하라는 글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는 112신고가 들어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온라인에서 확산된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인계장(인수인계) 바탕화면, 의국 공용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세트오더(특정 치료에 대한 기본 처방 지침)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으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 시간 없으면 삭제만”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된 이 글이 의사 전용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에 처음으로 게시된 것으로 보고 게시 여부와 시점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앱에서 게시글이 삭제된 게 확인되면 복구 의뢰와 함께 최초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최초 글 작성자에게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처방 기록 등을 변조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허위정보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경찰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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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개 병원 전공의 715명 사직서 제출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1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갖고 “의료 공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일”이라며 의사단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빅5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을 결의한 상태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절대적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병원을 떠나는 건 환자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국민이 있고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고 했다. 또 “(의사들이 반대하는) 2000명 증원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까지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23개 병원, 715명이다. 이 중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103명 중 3명은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수련병원 221곳에 ‘전공의 근무 현황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한 총리의 담화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반발했다. 또 원광대 의대는 전국 의대 중 처음으로 재학생 160명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 서명 등 요건이 미비해 반려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빅5병원-국립암센터 수술 절반 연기… “날짜 확정 못해” 통보도 진료 일정 조정 등 개별 통보 시작환자들 “갑자기 취소 말도 안돼”일부 병원선 외래진료까지 차질의협 “의사 악마화, 대재앙 맞을것” “엊그제만 해도 ‘이달 내로 수술하자’더니 돌연 취소가 말이 되나요.” 18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김모 씨(57)는 간암을 앓고 있는 남편 걱정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부터 외래 진료와 입원 치료를 반복하던 김 씨의 남편은 며칠 전 증상이 심해져 응급환자로 이 병원에 들어왔다. 병원 측에서 먼저 수술 날짜를 앞당기자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날 병원으로부터 돌연 “수술 날짜를 확정지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의료) 파업 여파가 아닐까 싶다. 기한 없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큰일이라도 일어날까 두렵다”고 했다. ● 환자들 “수술 취소되고 일정도 확정 안 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8일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곳곳에서 수술 건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등 수술 일정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은 18일부터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 연기 방침을 전달하고 있다. 19일부터 수술을 평소 대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세브란스병원도 수술 연기 환자를 선별해 통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45건 안팎의 수술을 진행하던 국립암센터는 20∼23일 예정 수술 중 절반가량을 연기하기로 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센터 환자들은 모두 중증이라 파업이 길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엔 총 70명의 전공의가 근무 중이다. 한 직장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공의 파업으로 어머니 수술이 취소됐다. 다음 일정도 확정 안 된 이 상황이 지옥”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병원에선 외래 진료까지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황모 씨(72)는 “아내가 고령인데다 폐렴 증상이 심해 입원을 요청했으나 병원에서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계속 거부했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수술 날짜가 조정되며 지정 헌혈 날짜까지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혈소판감소증 환자도 있었다. 이 환자는 “고위험 산모여서 대학병원을 선택했는데 동네 병원보다 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등 다른 직군이 메우게 하려다 반발에 부닥친 병원도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속의 한 간호사는 “의사 파업으로 간호사에게 업무가 넘어오는 것에 대해 무력감만 느낀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사 집단 진료 중단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지역 병원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3차 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전공의들이 19일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도 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약 880명)의 사직서 제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을 수립 중이다.● ‘개인적 사직’에 복지부 “집단 사직 판단할 것”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까지 전국 수련병원 23곳에서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이라고 밝힌 전공의 4년 차 김혜민 씨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의국장은 전공의들을 통솔하는 최고참 전공의다. 김 씨는“아파도 병가는 꿈도 못 꾸고, 수액 달고 폴대 끌며 근무해왔다. 엄마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사직의 표면적 사유가 개인 사정이라고 해도 집단 사직을 공모했거나 동료들의 동반 사직을 독려한 정황이 있다면 집단 사직으로 판단하고 병원들이 사직서 수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직 이후 동료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진다면, 집단 사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하는 정부 행태가 변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의대생,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에 위헌적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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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 알리던 관광경찰, 11년만에 굿바이

    “여기서 경복궁은 어떻게 가야 하죠?”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입구. 대만 청년 5명이 이렇게 영어로 묻자 관광경찰대 3팀 이진영 경사(46·여)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검색했다. 이 경사는 “앞에 표지판이 보이시죠?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세요”라고 영어로 설명했다. 이들이 “김치 말고 한국 음식도 더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이 경사는 “떡볶이를 꼭 먹고 가세요”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이날 3팀은 베레모를 쓰고 가슴엔 ‘POLICE’ 명찰을 단 채 신동주 팀장(55·경위)의 지휘 아래 한옥마을 일대를 순찰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이들에게 ‘셀카’를 찍자고 제안했고, 경찰관들은 익숙한 일인 듯 ‘양손 엄지 척’ 포즈를 하며 응했다.● 11년 만에 해산하는 관광경찰대관광경찰대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고 민원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청 외사계 소속으로 2013년 출범했다. 길 안내 같은 단순 민원부터 절도, ‘쇼핑 강매’, 바가지 요금 등의 사건도 직접 처리한다. 관광 현장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엮인 각종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서울 부산 인천 등 3곳에서 운영 중인데, 서울의 경우 명동 동대문 홍대 이태원 등 7곳에서 59명이 근무한다. 상인과 관광객 간 오해를 바로잡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 관광경찰대엔 필리핀 남성과 상점 업주가 함께 찾아와 언쟁을 벌였다. 남성은 5만 원권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업주는 5000원권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상조 경장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5000원권으로 확인돼 남성이 사과하며 종결 처리됐다. 이 경장은 “두 지폐의 색깔이 비슷해 관광객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관광경찰대는 이달 중 공식 해체되고 현장 근무를 원하는 대원들은 지구대 등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흉기 난동 사건이 이어지면서 지구대 등 치안 현장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다. 관광경찰의 업무는 기동순찰대가 담당한다. 출범 때부터 관광경찰로 일한 신 경위는 “(과거에는) 관광객들이 택시비로 50만∼60만 원을 내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며 “한국이 ‘다시 오고 싶은 나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일조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전담 조직 필요” vs “일선 인력 충원 환영”경찰 내부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경찰대가 해산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103만1665명으로 전년(319만8017명)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파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관광경찰대가 해산되더라도 전담 부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순찰대 내에 외국인 관광객을 전담하는 ‘관광경찰팀’을 따로 둬 관광경찰대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반면 일선 지구대에선 관광경찰대 해산에 따른 인력 증원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광지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관광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원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라며 “관광경찰대 출신이 현장에 배치되면 치안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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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관저로 한밤 택시 18대 호출, 30대 여성 검거

    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없는 번호’로 택시 18대를 호출했던 30대 여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다만 이 여성은 택시를 불렀던 시간대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6일 A 씨를 불러 그가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택시를 부른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5일 오전 2시 반경부터 오전 4시 18분까지 5∼10분 간격으로 용산구 한남동 관저 1검문소 방향으로 택시 18대를 호출해 택시 운전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A 씨는 당시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했고, 출발지를 ‘○○전문학교’로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학교’는 1검문소에서 20m 떨어진 건물의 22년 전 지명인데, 이곳을 출발지로 삼으면 앱 내 내비게이션에선 택시가 검문소를 통과하는 방향으로 경로가 안내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당시 A 씨가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는 이후 결번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택시를 부른 사람이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호출자를 추적해 왔다. 그 결과 호출자 계정으로 최초 가입된 휴대전화의 명의자인 A 씨를 찾아낸 것. 그런데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해당 택시 앱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그날은 사용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술에 취해 실수로 여러 차례 같은 장소로 택시를 호출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면서도 “자세한 경위와 관저 진입 의도성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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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 탓 아이 잃고 지옥같은 삶… 국가배상 다행이지만 보상액 턱없이 부족”

    “가습기 살균제를 허가한 건 국가였잖아요. 그 책임이 이제라도 인정돼서 다행입니다.” 7일 수화기 너머 김모 씨(52)의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단호했다. 그는 전날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허가에 대한 국가 책임을 최초로 인정해 피해자에게 위자료 지급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김 씨는 2007년 2월 14일, 생후 100일 된 딸을 가습기 살균제 탓에 잃은 뒤 ‘내 손으로 아이에게 독극물(살균제)을 줬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2018년 아내마저 암으로 떠나보낸 뒤로는 “거의 지옥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6일 서울고법이 ‘정부가 2008∼2011년 충분한 심사 없이 가습기 살균제 주원료가 유해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위법했다’고 판시하자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던 아이들을 살려내는 첫걸음”이라며 반기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정부가 인정하는 피해의 범위와 수준이 좁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가습기 살균제의 중증 피해자로 인정된 민수연 씨(56)가 대표적이다. 1994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그는 2000년대부터 알 수 없는 기침 증세를 호소하며 네 아이를 유산했다. 딸 꽃잎(태명)은 태어난 날 숨져 화장했다. 민 씨는 29년 만에 호흡기 피해를 인정받았지만, 유산이나 다른 신체 증상에 대해선 그러지 못했다. 살아남은 민 씨의 두 아들도 호흡기 증상에 시달리지만 한 명은 가장 낮은 ‘등급 외’ 피해로 분류됐다. 다른 한 명은 아예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환경부가 예산에 맞춰서 피해 인정 규모를 꿰맞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법원이 6일 정부 위자료를 300만∼500만 원으로 정하고 그나마 원고 5명 중 2명은 기업 측 보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제외한 것도 아쉬워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은정 씨(48)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 중 임신해 태어난 고1 둘째 아이는 희귀장애 탓에 몸무게가 24kg에 불과하지만 ‘등급 외’ 피해로 판정됐다”며 “고통 속에서 기초생활 생계급여로 연명하는데 위자료가 턱없이 작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7901명이며 이 중 1847명이 사망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 책임을 묻는 소송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7일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였던 화학물질 중 일부를 물감 등 어린이용품에 쓰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판결을 수용할지, 불복해 상고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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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대통령 관저에 한밤 택시 18대 호출, ‘없는 전화번호’로 불러… 용의자 추적

    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없는 번호’로 택시 18대가 호출돼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특히 용의자는 인근 건물의 22년 전 이름을 출발지로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면 정상적으로 호출했을 때와 달리 택시 경로가 관저 검문소를 통과하도록 설정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경찰은 호출자가 의도적으로 택시를 경호구역 내에 진입시키려 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반경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된 한 택시가 대통령 관저 1정문 검문소 앞으로 접근했다. 택시 운전사는 검문 직원의 제지로 멈춰 선 뒤 ‘인근 건물로 와달라는 호출을 받고 앱 내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경로대로 운전해서 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오전 4시 18분까지 5∼10분마다 해당 앱으로 호출된 택시 17대가 추가로 검문소로 접근했다. 경비대는 택시를 전부 돌려보내는 한편 관저 인근 경계를 강화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검문소 통과를 시도한 택시 18대는 전부 같은 앱 회원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왔다. 이 회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결번이었다. 이 앱은 해외 휴대전화로 가입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호출자가 택시를 부를 때 앱에 입력한 출발지가 ‘○○전문학교’였다는 점이다. 이는 검문소에서 북쪽으로 약 20m 떨어진 한 관서가 2002년까지 사용하던 옛 이름이다. 해당 관서의 현재 이름이나 주소를 출발지로 입력하면 택시는 대통령 관저 검문소를 거치지 않고 큰길가의 정문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택시 앱이나 인터넷 지도에선 ‘○○전문학교’가 검색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앱에서 ‘○○전문학교’를 입력하면 항상 경로가 검문소를 통과하게끔 잘못 설정된다. 또, 이 앱에선 가맹택시 전용 호출을 받으면 운전사가 승객의 위치를 모른 채 반드시 자체 내비게이션의 경로대로 운전해야 한다. ‘손님 가려 태우기’를 막기 위해서다. 경찰은 택시 호출자를 택시 운전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수사 중이다. 용의자가 확인되면 택시 앱 경로 설정상의 오류와 가맹택시의 특성을 알고 관저 진입을 노린 것인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한 것인지, 검문소의 혼란을 틈타 다른 일을 벌이려 한 건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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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한밤중 대통령 관저로 몰린 택시 18대…22년 전 주소로 호출해 검문소 통과 유도

    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없는 번호’로 택시 18대가 호출돼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특히 용의자는 인근 건물의 22년 전 이름을 출발지로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면 정상적으로 호출했을 때와 달리 택시 경로가 관저 검문소를 통과하도록 설정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경찰은 호출자가 의도적으로 택시를 경호구역 내에 진입시키려 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반경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된 한 택시가 대통령 관저 1정문 검문소 앞으로 접근했다. 택시 운전사는 검문 직원의 제지로 멈춰 선 뒤 ‘인근 건물로 와달라는 호출을 받고 앱 내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경로대로 운전해서 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4시 18분까지 5~10분마다 17대의 해당 앱으로 호출된 택시가 추가로 검문소로 접근했다. 경비대는 택시를 전부 돌려보내는 한편 관저 인근 경계를 강화했다.경찰 조사 결과 당시 검문소 통과를 시도한 택시 18대는 전부 같은 앱 회원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왔다. 이 회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결번이었다. 이 앱은 해외 휴대전화로 가입했어도 이용할 수 있다.주목할 점은 호출자가 택시를 부를 때 앱에 입력한 출발지가 ‘○○전문학교’였다는 점이다. 이는 검문소에서 북쪽으로 약 20m 떨어진 한 공관서가 2002년까지 사용하던 옛 이름이다. 해당 공관서의 현재 이름이나 주소를 출발지로 입력하면 택시는 대통령 관저 검문소를 거치지 않고 큰 길가의 정문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택시 앱이나 인터넷 지도에선 ‘○○전문학교’가 검색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앱에서 ‘○○전문학교’를 입력하면 항상 경로가 검문소를 통과하게끔 잘못 설정된다.또, 이 앱에선 가맹택시 전용 호출을 받으면 운전사가 승객의 위치를 모른 채 반드시 자체 내비게이션의 경로대로 운전해야 한다. ‘손님 가려 태우기’를 막기 위해서다. 승객 연락처도 안전상의 이유로 가상번호로만 제공된다.경찰은 택시 호출자를 택시 운전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수사 중이다. 용의자가 확인되면 택시 앱 경로 설정상의 오류와 가맹택시의 특성을 알고 관저 진입을 노린 것인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한 것인지, 검문소의 혼란을 틈타 다른 일을 벌이려 한 건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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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소방관 순직 10명중 7명, 샌드위치 패널 화재였다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공장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고와 관련해 건축 자재로 널리 쓰이는 ‘샌드위치 패널’이 원인으로 다시 지목되고 있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 10명 중 7명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2022년 전국 건설 현장 등을 점검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고 있었고, 샌드위치 패널 건물 10곳 중 1곳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화재가 빠르게 번질 수 있는 곳만이라도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금지해 대형 화재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22년 전국 건설 현장 및 건설 자재 공장 514곳을 대상으로 불시점검을 한 결과 252곳이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자재다. 낮은 단가로 물류 공장이나 창고 등을 지을 때 쓰이지만,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번지고 유독가스를 다량으로 내뿜어 화재 시 큰 피해를 일으킨다. 국토부 조사 결과 24곳은 아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 화재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드위치 패널과 같은 복합자재의 경우 화재 시 수축 정도를 보는 ‘콘칼로리미터 시험법’ 등 4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화재 성능이 인정된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 불이 나면 단열재 부분이 급격히 녹아내려 건물이 빠르게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후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조차 건물 붕괴로 고립돼 순직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1월 경기 평택시 물류창고 화재에선 송탄소방서 소방관 3명이 순직했는데, 우레탄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로 불길이 커져 소방관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잔불 처리 과정에서 샌드위치 패널에 다시 불이 붙으며 퇴로가 차단돼 광주소방서 소방관 1명이 고립돼 순직했다.샌드위치 패널, 불에 급격 수축… 유독가스 뿜고 붕괴위험 키워 [소방관 앗아가는 샌드위치 패널]화재현장 소방관 잇단 순직평택-이천 물류창고 화재때도… 샌드위치 패널 건물 진화하다 순직전문가 “층과 층 사이 불연재 사용해… 다른 층 화재 확산되는 것 막아야”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 시 전소(全燒)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층과 층 사이에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를 사용해 화재가 다른 층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샌드위치 패널 기준 더 높여야”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은 화재 발생 시 붕괴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패널의 심재(강판 안쪽을 채운 단열재) 부분이 강한 열로 인해 빠르게 녹아내리며 더 이상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축하기 때문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은 힘을 지탱하는 심재가 화염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붕괴에 취약하다”며 “양면에 있는 철판도 열을 받게 되면 맞물려 고정된 부분이 풀릴 수도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힘이 없다”고 했다.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 육가공품 공장 화재도 4층 규모의 공장 내외부 전체가 인화성이 강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건물이 완전히 불에 타버릴 만큼 피해가 컸다. 실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화재 지점까지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화세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30분 뒤 대응 1단계, 25분 후 대응 2단계를 발령해야 할 정도로 불길은 급속도로 번졌다. 불을 처음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박찬용 씨는 “지붕 환풍구에서 불이 나와 신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붕까지 불이 붙었다”며 “곧 건물 외벽 전체로 순식간에 불이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도 “불길이 짧은 시간에 건물 전체로 급속도로 번지는 바람에 완진까지 13시간이나 걸렸다”고 했다.● 규제 강화됐지만, 사각지대도 많아 부적합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는 비율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샌드위치 패널 사용 건물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은 2019년 13.7%에서 2022년 9.5%까지 줄어들었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계속 발생해 소방관이 순직하는 등 인명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2021년 12월 주요 건축자재에 대해 품질인정제도를 도입하며 안전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방관 7명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를 진압하다가 사망했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1명, 2022년 1월 경기 평택 물류창고 화재에서 3명, 이번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2명 모두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변을 당했다. 현재 샌드위치 패널 등 복합자재를사용해 건물을 지으려면 ‘준불연’ 이상의 자재만 사용해야 한다. 히지만 품질인정제도 시행 이전 지어진 건물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어려워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화재가 난 건물 역시 2020년 건축돼 품질인정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샌드위치 패널의 효율성이 높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불연 소재를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미네랄울 등 무기단열재를 사용하면 불연화가 가능하다”며 “샌드위치 패널을 완전히 금지하는 대신 실제 시공 현장에서 준불연 인정을 받은 제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일 화재 현장에선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감식이 이뤄졌다. 합동감식에는 경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소방본부 등에서 30여 명이 참여했다. 소방청 화재조사팀은 무너진 건물 내부를 3차원(3D) 장비로 스캔했고,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은 바닥에 쌓인 기름 막의 폭과 길이를 재며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불이 어디서 처음 시작했고 왜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 피해를 키운 것인지 여부도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문경=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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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2년간 적용 유예’ 무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의 국회 처리가 또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1일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전제로 법 적용을 2년 미루는 정부·여당의 절충안을 거절하면서 이날 열린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양대 노총의 눈치를 보며 민생 현장을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83만이 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예비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당 의원총회 뒤 “산업 현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해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며 “현재 중대재해법은 그대로 시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대신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을 2년 후 개청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일 “‘산업안전보건청’ 대신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이라는 명칭으로 해서 단속, 조사 업무를 조금 덜어내고 예방, 지원 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드는 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에 대해 “의총에서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히면서 여야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의총에서 의원 다수가 절충안 수용에 반발하면서 여야 협상은 결렬됐다. 野 강경파 반발에 ‘산안청 설치 협상’ 본회의 직전 결렬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민주당 의총 반대 분위기에 급반전… 與 “의회정치 합의도출 외면” 반발中企중앙회 “불황에 폐업공포 가혹… 2월 임시국회서 재논의를” 호소 1일 여야는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개정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지 6일째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일부 수용하면서 여야 간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본회의 직전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의회정치를 통한 합의 도출이라는 기본을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복합 경제위기로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형사 처벌에 따른 폐업 공포를 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호소하는 등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野 “안전문제 후퇴 불가” 與 “양대 노총 눈치”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하에 40여 분간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산업안전보건청을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의 형태로 2년 뒤 설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당초 산업안전청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간 오찬 자리에서 “여야 합의를 이뤄 법안을 유예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면서 윤 원내대표가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수용 가능성을 내비쳐 여야는 막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다만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민주당 의원 15명이 자유토론에 나섰는데,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유예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2년을 이미 유예했는데 정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산업현장에서 사망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은 “안전과 생명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후퇴해선 안 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민주당 의총 탓에 한 시간 반가량 미뤄진 본회의에 중대재해법이 끝내 상정되지 못하자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1순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득권 양대 노총일 뿐, 선거에서 이들 도움 받을 생각에 민생을 내던졌다. 오로지 표만 생각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실제 이날 오후 양대 노총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기류에 반발해 민주당을 항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입장 변화만 있으면 협상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법안 유예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추가로 협상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소상공인 “너무 가혹” 노동계 “환영”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중소기업들은 반발했다.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은 “영세한 사업장에선 대기업 수준으로 안전담당자와 시스템을 갖출 여력이 없어 업자들이 자포자기한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건설업 등 상대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성이 큰 업종에서는 “언제 범법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돼 처리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우려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소 제조업체 관리자 A 씨는 이날 “수정안과 함께 (중대재해법 관련) 교육이나 대책 등이 정리됐어야 했다”며 “그저 우리 사업장에서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빌 뿐”이라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7)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직원들을 모아 산업안전 관련 미팅을 하고 있다”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통로에 쌓아뒀던 물건까지 모두 치워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혹시라도 다시 유예를 추진한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리지 않고 끝까지 심판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정부와 여당의 중대재해법 개악 시도가 무산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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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장 내-외벽 ‘샌드위치 패널’ 화 키워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의 외벽과 내벽이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공장처럼 사람이 상주하는 곳에는 이 같은 구조의 건축물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자재를 뜻한다. 빠른 시공이 가능하고 건축 비용이 낮아 주로 물류 공장이나 창고 등을 짓는 데 사용된다. 다만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번지고 유독가스를 다량으로 내뿜는 등 화재 시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샌드위치 패널에 방수 처리를 할 경우 물을 흡수하지 못해 진화 작업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발생하는 대형 화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1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는 총 1만5911건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96명이 숨지고 912명이 다쳤다. 특히 2020년 4월 총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화재 당시에도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를 키운 주원인으로 꼽혔다. 지난달 22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2020년 12월 샌드위치 패널 등 주요 건축자재에 대한 품질인증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화재에 잘 견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합 판정을 받은 자재만 생산, 유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 기준이 강화됐다고 해도 화재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어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난연(難燃)성이라고 해도 결국 늦게 탈 뿐 화재를 예방하는 조치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 등 사람이 계속 상주해서 관리해야 하는 곳에는 아예 샌드위치 패널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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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첫차 타야 점심 무료급식권 받아” 기부 한파에 떠는 노인들

    30일 오전 5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 급식소 사회복지원각(원각사) 앞. 영하 4도의 추위 속에 노인들이 모여들었다. 노인들은 공원 담벼락을 따라 줄을 서더니, 제각기 준비해온 스티로폼 상자 뚜껑이나 종이 계란판 위에 주저앉았다. 한 노인이 손을 녹이려 자판기에서 뽑은 200원짜리 커피는 추운 날씨 탓에 금세 식어서 차가워졌다. 이 줄은 원각사가 그날 점심에 나눠주는 무료 급식의 ‘우선 대기표’를 받기 위한 행렬이었다. 대기표는 오전 7시부터 배부하는데, 이를 놓치면 그날 급식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집에서 나와 줄을 선 것이다. 경기 김포시에 산다는 정승일 씨(83)는 “월세를 내고 나면 기초연금이 6만 원 남는데, 점심값이라도 아끼려고 오전 4시 반에 첫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무료 급식소 “기부 줄어 운영 걱정” 고물가와 기부 문화 위축 탓에 무료 급식소 사정이 어려워지자, 저소득 노인 등 취약계층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부터 대기 줄에 몰리고 있다. 이날 귀마개와 모자, 장갑 등으로 온몸을 두른 채 오전 6시부터 탑골공원 앞에 줄을 선 김용학 씨(73)는 “최근 대기표 없이 급식 줄에 섰다가 밥을 타 먹지 못한 적이 있어서 (오늘은) 서둘러 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오전 7시가 돼 원각사 자원봉사자가 대기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3분 만에 대기표 67개가 동이 났다. 고영배 원각사 사무국장은 “예전부터 무료 급식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대기표를 나눠줬는데 새벽 4, 5시부터 대기 줄이 여전히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표를 손에 쥔 채 탑골공원 주변을 배회하던 노인들은 오전 11시 반경 무료 급식이 시작되자 다시 급식소로 몰려들었다. 대기표가 없는 노인 300여 명은 원각사 앞에 줄을 섰다. 낮 12시경 한 자원봉사자가 “(오늘) 급식이 마감됐습니다”라고 안내했다. 1시간 넘게 기다리다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일부 노인은 “이런 경우가 어딨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원각사 측은 최근 정기 기부자가 줄면서 급식량을 줄여야 했다고 한다. 인근에서 또 다른 무료 급식소의 운영 책임자인 자광명 씨(법명·70)은 “인건비가 부족해 나와 자원봉사자 3, 4명이 겨우 운영 중”이라며 “기부금이 부족해 배급 인원이 점점 줄어들 것 같다”고 전했다. ● 코로나19로 위축된 기부 회복 안 돼 무료 급식소들이 운영난을 호소하는 이유는 식자재값이 비싸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위축됐던 기부 문화가 지금껏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1년간 한 번이라도 기부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지난해 23.7%로 2013년 34.6%보다 10%포인트 넘게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5.6%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노인 인구는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전년보다 46만여 명 늘어난 97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9%를 차지했다. 고령층 소득 빈곤율은 40.4%(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4.2%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맞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노인 밀집 지역’ 내 식사 복지부터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활동 제약 등으로 스스로 음식을 준비하기 힘든 고령층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시설 위탁 등을 통해 음식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부족한 사회적 교류를 채우기 위해 무료 급식소를 찾는 노인도 적지 않은 만큼, 노인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관계 소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 지원금 외에도 노인 일자리 등 ‘사회적 교류’가 공존할 수 있는 지원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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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정외과 63학번 입학 60주년… 장학기금 5억3000만원 모교 기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63학번 졸업생들이 모교 후배들을 위해 5억3000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7월 입학 6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이번 모금액은 ‘라이트업 정외 63 장학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인성과 능력을 모두 지닌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고려대는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정치외교학과 63학번 동기들의 정치외교학과 및 정경대학 발전 기금 기부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장학 기금은 김경옥 ㈜탑헬스바이오 대표의 기부금 5억2000만 원과 동기들의 기부금 1000만 원을 합해 조성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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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현진 습격범 “우발적 범행”… 실제론 얼굴 가린채 주변 배회 정황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25일 무차별 공격한 중학교 2학년 A군(15)이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군이 범행 30분 전부터 돌멩이를 소지한 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주변을 배회한 정황으로 보아 진술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휴대전화 증거 분석 등을 통해 A 군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연예인 보려 기다리다 우발적 범행” 주장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배 의원을 습격한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A 군을 보호자 입회하에 조사했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이 많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렸다.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 범행 전 행적 조사 등을 토대로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하지만 우발적 범행이라는 A 군 진술과 달리 습격 상황 자체는 계획범죄로 전개된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의견이다. 실제로 A 군은 25일 범행 30분 전부터 마스크, 모자로 얼굴을 철저히 가린 채 피습 발생 건물 주변을 배회했다. 또한 배 의원의 머리를 때린 돌멩이도 몸에 지니고 있었다. 경찰은 A 군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학교 2학년생인 A 군이 배 의원의 비공식 일정 동선을 어떻게 파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배 의원은 피습 당시 비공개 개인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 일정인데 어떻게 일정이 새어 나갔는지 의원실 차원에서 도저히 모르겠다. 주변을 배회했다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일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도 경찰 브리핑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의원실 등에 따르면 피습 사건이 일어난 건물 2층 미용실은 배 의원이 평소 자주 가던 곳으로 알려졌다.●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조치 A 군은 또한 경찰 조사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과 같은 학교의 전교 부회장이라고 밝힌 B 군은 사건 당일 자신의 SNS에 “가해 학생은 평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평소에도 일반 학생들을 스토킹했다. 또 콩알탄을 던지는 등 불미스러운 일들을 많이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A 군의 또 다른 지인은 “A 군이 거의 반 모든 애들과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A 군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 관계자는 “A 군이 평소에도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놓고 다녔다”고 전했다. A 군이 먼지와 쓰레기가 있는 지하 보일러실에 들어가 드러눕는 돌발행동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경찰은 A 군을 부모 입회하에 조사한 뒤 이날 새벽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조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돼 자해 및 타해 위험성이 있는 사람을 정신의료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경찰은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점과 현재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다”며 “향후 범행동기 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등 엄정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3일이 지나도 보호자 동의를 거쳐 몇 개월 더 입원을 연장할 수 있는 ‘보호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렇게(전환) 할 거냐고 물으면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통상 그런 식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중인 배 의원 피습 사건을 영장 단계부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정원두 부장검사)가 맡도록 했다. 한편 배 의원이 A 군을 선처하지 않고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배 의원 측은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배 의원 측은 통화에서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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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격범, 범행 직후 ‘촉법소년’ 언급… 15세로 형사처벌 가능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습격한 A 군이 범행 직후 ‘촉법소년’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15세(2009년생)로,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형사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군은 25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배 의원을 돌로 무차별 가격하다가 현장에 있던 의원실 관계자에게 붙잡혔다. 이후 A 군은 “나는 열다섯 살이다”라며 ‘촉법소년’을 언급했다고 한다. 경찰은 A 군에 대해 당초 검토했던 특수폭행 혐의 대신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A 군이 돌로 17차례 머리를 강하게 내려 찍어 피해자가 응급 수술을 받는 등 상해 혐의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적용되는 특수상해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처분을 받지만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학교생활 규정에 따라 교직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생활교육위원회를 소집해 (A 군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무교육인 중학교는 퇴학 처분은 불가능하다. 이에 A 군에게는 최고 ‘10일 이내 출석정지’가 부여될 수 있다. 다만 A 군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록이 남지 않는다. 현행법상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으면 학생부에 기재되지만 일반 폭력 사건은 형사 처벌을 받아도 학생부에 기록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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