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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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에서 환경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min@donga.com

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사회일반61%
보건23%
인사일반10%
정치일반3%
복지3%
  • 의대 교수 사직 행렬-진료 축소 현실화… “정부에 속아선 안돼” 강경론 우세

    25일 오전 7시 반.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 교수들은 의사 가운을 입고 흰 봉투를 든 채 각 병원을 연결해 온라인 총회를 열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잘못된 의료 정책과 정원 확대 추진을 철회하고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한 뒤 각 병원 총회장에 마련된 수거함에 사직서 봉투를 넣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전국 대학 14곳에서 사직서 제출 릴레이이날 전국 의대 교수 상당수는 예고한 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주 52시간 근무’ 등 진료 축소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 시도로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지만 ‘2000명 증원’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정부와 ‘2000명을 철회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의사단체는 막판까지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총회를 마친 후 “오늘(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조사에서 교수 1400여 명 중 900여 명이 답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며 “상당히 많은 교수들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교수들도 이날 오후 사직서를 취합해 이은직 의대 학장에게 제출했다. 지방에서도 사직 행렬은 이어졌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대에선 교수가 10명인 과에서 8명이 사직서를 내기도 했다. 충남 순천향대는 93명, 충북대는 50여 명, 대전 건양대는 10여 명이 사직서를 냈다. 오후 8시 기준으로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곳은 전국 의대 40곳 중 14곳에 달한다.이날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비대위)에서 공개한 사직 결의에 의대 19곳이 이름을 올린 걸 감안하면 집단 사직에 동참하는 의대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사직서를 내기로 한 의대가) 거의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후 당분간 병원을 떠나지 않는 대신 주 52시간 내에서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 등을 유지할 방침이다. 또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단체 “백지화 요구 ‘증원 0명’ 아냐”다만 의사단체는 증원 숫자가 조정된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서류상 만들어진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전의교협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도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전의교협 조은정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유예는 말이 안 되고 취소해야 한다”며 “취소한다면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수들이 너무 힘들어 외래진료를 축소하기로 한 것”이라며 “전공의가 돌아와야 진료 축소를 버릴 수 있다. 이제 조만간 돌아가시는 분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을 언급하며 “특정 직군을 악마화시키는 것은 최고경영자라면 바로 해고할 사안”이라며 교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정부와의 대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국민들에게는 쇼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뒤로 의사들을 압박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정부와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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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연하게”… 한동훈 요청 수용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를 만난 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이날은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25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26일부터는 면허 정지 처분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 증가가 총선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그러다 총선을 17일 앞둔 이날 당정이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으로 인한 파국을 막고 의사 단체와 우선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이번 주부터 (면허 정지) 처분이 가능한 전공의는 소수인 만큼 처분을 미루는 것도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전공의 ‘면허 정지라는 파국으로 가면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만큼 우선 면허 정지를 유예해 강대강 대치를 피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득했다”며 “한 위원장의 요청을 윤 대통령이 수용한 모습인 만큼 정부가 26일 바로 면허 정지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50분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전의교협 비대위원회의 김창수 위원장 등을 면담한 뒤 “국민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제가 받았다”고 밝혔다.정부, 내일 전공의 면허정지 유예 검토… 의대증원 2000명은 유지의료공백 리스크에 변화 기류韓, 의대교수 집단사직 하루전 면담대통령집무실서 대책회의 하던 尹韓 보고받은뒤 총리실에 “유연 대응”의대교수 사직서 계획 철회는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강경 일변도였던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의사들과의 대화체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여전히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의대 교수들도 25일 집단 사직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어 전공의 병원 복귀나 의료공백 해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전공의 면허정지 늦출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발표 후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그럼에도 미복귀한 전공의에게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상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1일만 해도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다음 주부터 원칙대로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의견 제출 기한이 끝나는 전공의 35명에 대해 바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면허정지에 대한 유연한 처리와 의료인과의 건설적 협의체 구성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위원장이 의대 교수들을 만나고 있을 때 윤 대통령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비서관, 이도운 홍보수석 등과 집무실에서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한 수석이 한 위원장의 요청을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한 총리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결국 한 위원장이 면담 후 중재의사를 밝힌 지 1시간 10분 만에 대통령실의 ‘유연 대응’ 입장이 나왔다. 복지부는 즉시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당분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도 “이른 시일 안에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동안 여당은 정부 강경 일변도 대응을 두고 대화와 소통의 신호를 더 내야 한다는 의견을 물밑으로 대통령실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어쨌든 지금은 선거기간이고 정부 여당의 갈등 조정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에 당이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의료계 “2000명 증원 재논의해야” 의료계에선 윤 대통령이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행정처분을 주문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증원 규모에 대한 재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에 대한 압박 일부를 중단한 것과 협의체 구성 제안 부분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상호 신뢰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의대증원 조치를 잠시 중단하고 신중히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25일로 예고된 교수들의 집단사직도 예고대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직서 제출에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을 포함해 전국 의대 교수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수들은 사직서를 낸 후에도 당분간 병원을 떠나지 않는 대신 주 52시간 내에서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 등을 유지할 방침이다. 또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이미 대학별 배분까지 마친 만큼 돌이키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원) 숫자 부분은 이미 정부가 발표를 해버려 번복할 경우 입시 혼란 등이 다시 초래될 수 있어서 현재로서는 수용할 수가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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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화” 의견내면 뭇매… 밀려나는 온건파 의사들

    의대 증원으로 인한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 가운데서 대화와 중재 노력에 나섰던 일부 의사들이 잇달아 다른 의사들의 사임 요구나 비난에 직면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대화를 조율해 온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마저 “다수 교수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내부 강경파의 비난에 사임까지 요구받으며 입지가 좁아졌다. 병원 현장의 진료 차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의사들의 타협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 내부 중재 목소리 잇달아 묻혀 비대위는 이날 오후 7시 온라인으로 화상 회의를 열고 25일 집단 사직 이후의 대응 방안과 각 병원 진료 여부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방 위원장은 동료 교수들로부터 “정부와 더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취지의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방 위원장에 대한 비대위원장직 사임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방 위원장은 이달 6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에 선출된 뒤 줄곧 정부와 의료계가 조금씩 양보해 대화할 것을 주장해 왔다.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는 “정부는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하지 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증원 전면 재검토 주장을 접고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21일에는 “정부가 전공의 (면허 및 사법)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재안을 내놨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방 위원장의 제안을 일축하거나 비난했다. 서울의 한 병원 소속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다급한 것은 정부인데 방 위원장이 교수들에게 저자세로 나가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내부 강경파의 불만이 커졌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의사들도 정부와의 대화나 사태 봉합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이를 묵살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은 “미국, 일본, 대만의 정원 수준을 고려해 10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1004명씩 증원하자”고 중재안을 냈지만 신경과 의사들은 “개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주영수 국립의료원장도 17일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이성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냈다가 같은 병원 소속 의사들에게 “당직도 안 서본 원장”, “전문의들에게 공개적인 모욕을 줬다”는 등의 비난을 받았다.● 의협 지도부 선거… 강경파 2인 결선 투표 온건파 의사들은 다른 의사들에게 비난, 조롱을 받는 것을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 신상이 유포되는 등의 조리돌림까지 당하고 있다. 최근 의사들의 단체 채팅방에는 “25일부터 사직서를 낸 교수들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달라. 학생과 전공의도 선생님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앞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순차로 집단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한 바 있다. 채팅방에 올라온 글은 사직서를 안 낸 교수들이 누군지 가려내겠다는 뜻이다. 이달 초 파업에 불참하고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이 다른 전공의들로부터 “참의사”라며 조롱 섞인 비난을 받고,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새 의협 지도부가 꾸려지면 온건파의 목소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일 진행된 의협 차기 회장 선거에선 후보 총 5명 중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35.72%로 1위,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29.23%로 2위에 올랐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25, 26일 1,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두 사람 모두 강경파여서 대정부 투쟁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원의 집단 휴진이나 야간·주말 진료 축소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 “한국서 면허정지 받으면 美서도 의사 못 해” 정부는 의사들에 대해 엄정 대응 원칙을 고수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일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교수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전공의와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압박한다고 한다”며 “환자 곁에 남기를 원하는 교수님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면허 정지를 당한 전공의들이 해외 취업을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박 차관은 “국내 의대 졸업생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려면 복지부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며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자는 추천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공의 이탈 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 200명을 추가 파견한다. 박 차관은 “25일부터 약 6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100명과 공보의 100명을 추가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앞서 11일과 21일에 걸쳐 군의관과 공보의 213명을 파견했다. 이번 인원까지 합하면 총 413명이다. 정부는 ‘시니어 의사’ 활용 계획도 내놨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 활동하지 않는 50세 이상 79세 이하 의사는 4166명이다. 정부는 이들을 병원이 신규 채용하고, 퇴직 예정인 의사는 채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원한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늘어난 의대를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의대교육지원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도 이날 구성됐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교육부, 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해 이날 1차 회의를 열고 대학별, 지역별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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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려나는 ‘온건파’ 의사들…의협 회장 선거도 임현택·주수호 누가 돼도 ‘강경파’

    의대 증원으로 인한 정부와 의사계의 갈등 가운데서 대화와 중재 노력에 나섰던 일부 의사들이 잇달아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다른 의사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비대위)원장을 맡아 대화를 조율해 온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마저 “다수 교수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내부 강경파의 비난에 사임까지 요구받으며 입지가 좁아졌다. 병원 현장의 진료 차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의사들의 타협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 내부 중재 목소리 잇달아 묻혀비대위는 이날 오후 7시 온라인으로 화상 회의를 열고 25일 집단 사직 이후의 대응 방안과 각 병원 진료 여부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방 비대위원장은 동료 교수들로부터 “정부와 더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취지의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방 위원장에 대한 비대위원장직 사임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방 위원장은 이달 6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에 선출된 뒤 줄곧 정부와 의료계가 조금씩 양보해 대화할 것을 주장해 왔다.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는 “정부는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하지 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증원 전면 재검토 주장을 접고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21일에는 “정부가 전공의 (면허 및 사법)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재안을 내놨다.하지만 의사단체들은 방 위원장의 제안을 일축하거나 비난했다. 서울의 한 병원 소속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다급한 것은 정부인데 방 위원장이 교수들에게 저자세로 나가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내부 강경파의 불만이 커졌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의사들도 정부와의 대화나 사태 봉합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이를 묵살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은 “미국, 일본, 대만의 정원 수준을 고려해 10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1004명씩 증원하자”고 중재안을 냈지만 신경과 의사들은 “개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주영수 국립의료원장도 17일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이성적인 방법이 아니다”는 성명을 냈다가 같은 병원 소속 의사들에게 “당직도 안 서본 원장”, “전문의들에게 공개적인 모욕을 줬다”는 등의 비난을 받았다.● 의협 지도부 선거… 강경파 2인 결선 투표온건파 의사들은 다른 의사들에게 비난, 조롱을 받는 것을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 신상이 유포되는 등의 조리돌림까지 당하고 있다. 최근 의사들의 단체 채팅방에는 “25일부터 사직서를 낸 교수들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달라. 학생과 전공의도 선생님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앞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순차로 집단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한 바 있다. 채팅방에 올라온 글은 사직서를 안 낸 교수들이 누군지 가려내겠다는 뜻이다. 이달 초 파업에 불참하고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이 다른 전공의들로부터 “참의사”라며 조롱 섞인 비난을 받고,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새 의협 지도부가 꾸려지면 온건파의 목소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일 진행된 의협 차기 회장 선거에선 후보 총 5명 중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35.72%로 1위,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29.23%로 2위에 올랐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26일 1,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두 사람 모두 강경파여서 대정부 투쟁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원의 집단 휴진이나 야간·주말 진료 축소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 “한국서 면허정지 받으면 美서도 의사 못 해”정부는 의사들에 대해 엄정 대응 원칙을 고수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일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교수 명단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전공의와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압박한다고 한다”며 “환자 곁에 남기를 원하는교수님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면허 정지를 당한 전공의들이 해외 취업을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박 차관은 “국내 의대 졸업생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려면 복지부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며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자는 추천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정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공의 이탈 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 200명을 추가 파견한다. 박 차관은 “25일부터 약 6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100명과 공보의 100명을 추가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앞서 11일과 21일에 걸쳐 군의관과 공보의 213명을 파견했다. 이번 인원까지 합하면 총 413명이다.정부는 ‘시니어 의사’ 활용 계획도 내놨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 활동하지 않는 50세 이상 79세 이하 의사는 4166명이다. 정부는 이들을 병원이 신규 채용하고, 퇴직 예정인 의사는 채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원한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늘어난 의대를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의대교육지원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도 이날 구성됐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교육부, 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해 이날 1차 회의를 열고 대학별, 지역별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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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의대 증원 맞춰, 전임교수 확보 여부 엄격하게 검증

    내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이 최대 4배까지 늘어나면서 교육 시설 확충과 전임교수 확보가 어려운 일부 대학에선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정기 평가를 한 차례 통과하지 못하면 재학생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가 제한되고, 연이어 탈락하면 더 이상 의대를 운영할 수 없다.2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평원은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평가항목 중 ‘최소 전임교수 기준’에 가중치를 두거나 전임교수 확충 여부를 더 엄격하게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평원 평가인증 기준에 따르면 현재 각 의대가 확보해야 하는 전임교수는 ‘기초의학 25명과 임상의학 85명’(전공별 1인 이상)이다. 의학계에선 의대 최소 정원이 40명일 때 만든 이 기준을 정원 확대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준을 그대로 둘 경우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년도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는 당장 올해 11월까지 ‘주요 변화 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의대 40곳 중 서울 소재 8곳과 증원 폭이 10% 미만인 2곳(인제대, 연세대 원주)을 제외한 30곳이 심사 대상이다. 의평원은 내년 1월까지 방문 심사 등을 통해 교수 확보, 시설 확충, 재정 지원 계획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안덕선 의평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대학이 제출한 지원 계획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남은 인증 기간이 철회되고, 정기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당장 정원이 서너 배 늘어나는데 이들이 수업할 공간과 실습 환경, 부속병원 여건 등을 꼼꼼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평원은 의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설립된 민간 기관이다. 교육부 위임을 받아 의대 교육 현황을 평가 인증한다. 교육자원, 교수 등 9개 평가 영역에서 92개 기준을 심사해 인증 여부를 가린다. 인증 기간은 2∼6년이다. 교수 확보 기준에 미달해도 반드시 불인증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의평원 판정위원회가 교육 여건을 종합 평가한 뒤 인증 기간을 단축해 1년 뒤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대학 본부가 의대 교육에 더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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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증원, 내달 대입 공고뒤엔 수정 어려워… 現 고3부터 적용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이 발표되면서 의사와 전공의·의대생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대 2000명 증원’은 돌이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정원을 바탕으로 수험생과 학부모가 입시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각 대학이 내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 공고까지 마친 후에 내용이 바뀌면 수험생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 취소 소송을 낸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결론이 바뀔 수 있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돌이킬 수 없다” vs “법적 판단 남았다” 이날 의대 정원 발표는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지난달 6일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지 43일 만이고,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가 15일 첫 회의를 연 뒤 5일 만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속도감 있게 배정위원회를 가동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과정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교육부의 공문을 받은 각 대학은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고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 및 전형방법을 결정한다. 이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해 달라고 신청한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내년도 입시 시행계획은 지난해 4월에 공고한 것을 준수해야 하지만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이 가능하다. 대교협이 승인을 통보하면 각 대학은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교협 승인과 시행계획 변경사항 공고가 4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고된 시행계획을 변경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은 정원의 10%까지 모집이 정지될 수 있다. 또 수험생과 학부모의 줄소송이 예상된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정원이 배분되고 입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이 의대 반대 등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정원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인력 양성은 국가의 인력 수급 정책과 연계돼 교육부 장관이 결정하게 돼 있다. 따라서 (아무리 반대가 있어도) 정원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전국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이날 “의대 증원에 대한 처분 취소 신청을 냈는데 법적 판단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판사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인재전형 노린 지방 유학 늘어날 듯” 이번에 정원이 대폭 늘어난 비수도권 의대 27곳은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을 지역에 따라 20% 혹은 40% 이상 선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번에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린 만큼 정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내년도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3662명인 만큼 지역인재 전형 대상은 2198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각 대학이 밝힌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1068명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부산대와 동아대, 전남대 의대 등이 이미 8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해온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충청 지역 수험생은 지역인재전형으로 지원할 의대가 한 군데 더 늘게 된다. 교육부는 분교가 아닌 캠퍼스라 지역인재전형 선발 의무 대상이 아니었던 단국대(천안) 역시 입학 정원이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가 된 만큼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7학년도까지는 해당 지방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고교에 입학한 후 졸업하면 지역인재전형으로 지방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도 비수도권에서 졸업해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자녀가 초등학생이면서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 중에는 지방 전입학을 고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3 재학생은 물론이고 대학 재학생, 직장인까지 대거 의대에 가기 위해 N수에 뛰어들면서 단기적으로 이공계 인재 양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주요 대학의 한 교수는 “상위권 대학 공대 재학생 상당수가 반수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공계, 첨단분야 인재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무색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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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권 등 의대 신설 불발… 서울대 ‘의과학과’도 무산

    정부는 20일 발표에서 내년도에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을 서울을 제외한 전국 의대 32곳에 배분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설 의대에 미리 정원을 배분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의견을 정리해 건의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여지를 남겼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가 없는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되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배분에선 반영되지 않았지만 향후 신설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전남은 세종과 함께 의대가 없는 두 광역자치단체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도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전남도 국립 의대는 어느 대학에 (신설)할 것인지 전남도에서 의견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한 총리의 발언에 대해 “도민들이 30여 년 동안 간절히 원했던 의대 설립의 길이 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남도는 18일 통합의대 설립안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제출했는데,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목포와 순천에 의과대학 캠퍼스를 각각 두는 방안이다. 하지만 순천시와 순천시의회가 통합의대에 반대하고 단독의대 유치를 주장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의대가 한 곳뿐인 경남 역시 창원시에 의대 신설을 희망하고 있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창원 지역에 모집 단위를 둔 의대 신설을 목표로 정부의 의료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지역의 의료 환경 개선과 부족한 의료 자원 확보를 위해 국립의대 설립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의대를 신설하려면 총정원을 늘리거나, 기존 대학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 어느 쪽이든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신설 시 정원 재조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신설 검토 과정에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에 의과학자 양성 과정을 신설하려 했던 서울대의 구상도 물거품이 됐다. 서울대는 교육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 당시 ‘의예과 증원 15명과 의과학과 신설 정원 50명’을 제출했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원 배정에 대해 “의과학자는 별도 트랙으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학과 내에서 임상과 연결된 의과학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과 재정 지원, 인력 확충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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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지역인재전형 2배로 확대… 1068→2174명 이상

    정부가 20일 전국 의대 40곳의 내년도 입학 정원을 발표하는 가운데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2174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고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에 담긴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1068명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19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한덕수 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전국 40개 의대별 정원을 발표한다. 정부는 증원분 2000명 중 80%(1600명)는 비수도권, 나머지 20%(400명)는 수도권에 배분할 방침이다. 수도권도 서울보다 경기, 인천 지역 위주로 증원한다. 주요 거점 국립대 의대 7곳은 학교당 200명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현 정원 135명)보다 큰 매머드급 지방 의대가 다수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많게는 기존의 2, 3배 이상으로 늘려주는 대신 신입생 60% 이상은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지역인재를 ‘지역의사’로 양성해 지방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비수도권 의대가 증원분이 반영된 정원(3623명)의 6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할 경우 최소 2174명이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다. 부산대와 동아대, 전남대 의대 등이 이미 8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해 온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지역인재 선발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별 정원 확정은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지방의대 “증원해도 수련병원 부족” 정부 “거점 국립대병원 확대” 의대 지역인재전형 2배로“지금도 지방 졸업생 절반 수도권行정원 늘리면 ‘의사쏠림’ 심해질 우려”정부 “지역필수의사제 도입하고… 권역별 임상교육센터 만들어 실습” “충북대병원은 약 800병상인데 매년 48명가량 뽑는 레지던트에게 간신히 수련을 시키는 수준입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서너 배로 늘어난다고 더 받을 수도 없고 결국 상당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탈할 겁니다.”(충북대병원 관계자) 입학정원이 49명인 충북대 의대는 이달 초 교육부에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50명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만큼 20일 대학별 정원 발표에서 200명 안팎이 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충북대 의대 안팎에선 “4, 5배로 정원이 늘어날 경우 교육도 문제지만 수련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내에서 수련이 어려울 경우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수련 후 수도권에 정착할 확률이 높아 ‘수도권 의사 쏠림’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거점 국립대병원을 확대하고 권역별 임상교육센터를 만들어 최대한 지역 내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금도 졸업생 절반이 수도권 ‘이탈’ 지금도 지방 의대 졸업생 절반가량은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지방 의대 졸업생 1만9408명 중 9067명(46.7%)이 수도권 의대 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았다. 특히 경북 소재 의대 졸업생의 경우 무려 90%가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았다. 반면 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의대생의 경우 97.4%가 수도권에 남아 대조를 보였다. 비수도권 의대에 수련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수도권에서 자리 잡기 원하는 졸업생들이 많다보니 수련 단계에서 이미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올 상반기(1∼6월) 신규 레지던트 모집에서 전국 국립대병원 15곳 중 비수도권 9곳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이 지방 의료인력 확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9개 주요 대학병원은 2028년까지 수도권에 대형 분원 11곳을 설립할 예정이다. 총 병상 수는 6600개에 달한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재활의학과 교수)은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수도권 신규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국립대병원 역량 키울 것” 정부도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이 수도권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경우 과반이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도권에 남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역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먼저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을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수준으로 만들어 전공의 수련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전공의 과정에 들어가려면 7년 정도 여유 시간이 있다”며 “현재 전북대병원 등이 추진하는 권역별 임상교육센터를 조기 개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임상교육센터에선 수술기법 연습 등 실습 중심 교육이 진행된다. 또 지역인재전형 선발을 확대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등을 통해 비수도권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20일 증원을 발표한 후 비수도권 의대에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 이상으로 정하도록 권고하고 향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청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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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한달 미룬 대형병원 “한계”, 공보의 빠진 보건소 “휴진”

    “바로 수술하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 환자들인데 한 달째 수술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제 한계입니다.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렵습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전까지 매주 10건씩 진행하던 폐암 수술을 지난달 말부터 3건 안팎으로 줄였다. 전공의 19명과 전임의(펠로) 13명이 차례로 병원을 떠나면서 매우 위급한 수술 외에는 메스를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중증일 때가 많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쉽지 않다. 흉부외과 중 폐암 전문인 폐식도 외과의 경우 전공의와 전임의가 모두 떠나 교수 7명만 남은 상태다. 수술을 마친 중환자 예후 관찰이나 다른 과의 흉관(胸管) 삽관도 교수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본격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지 20일이면 한 달이 된다. 정부는 공공병원 운영 시간을 늘리고 대형병원에 공중보건의(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하는 등 비상진료체제를 가동해 의료 붕괴를 막고 있다. 하지만 둘러본 의료 현장 곳곳에선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었다.● 대형병원은 ‘한계’, 보건소는 ‘휴진’ 전문의가 3명인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는 위급한 신생아 수술이 아닌 다른 수술은 일절 못 하고 있다. 소아외과는 항문이나 식도가 없이 태어난 신생아 등 민감한 수술을 맡는데, 국내 전문의는 50명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서정민 교수는 “전공의와 전임의가 없어 모든 수술을 교수 3명이 책임지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주요 병원의 한 이식외과 교수는 “몸도 힘들지만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중증·응급 환자 공백을 막기 위해 의료 취약지역에 배치됐던 공보의를 차출해 대형병원에 배치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전북 무주군 무주군보건의료원 진료실 앞에는 ‘전공의 파업으로 공중보건의 파견돼 휴진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주부터 의료원 성형외과 전문의 2명이 다른 지역 병원에 차출됐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60, 70명이 찾던 해당 과 외래 진료도 잠정 중단됐다. 진료를 위해 의료원에서 40km가량 떨어진 다른 도시 병원에 가야 한다. 공보의 7명 중 2명이 서울 대형병원에 차출된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도 사정이 비슷하다. 응급실 의사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었고 전문의가 빠진 외과에는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던 일반의가 자리를 옮겨 진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정부 믿고 대화 나와 달라”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이 전공의 이탈로 진료와 수술을 줄이면서 환자들은 종합병원과 전문병원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성심병원 2층 정형외과 대기실에는 환자와 보호자 등 20여 명이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서울성심병원 관계자는 “경증 및 준중증 환자들이 몰리면서 응급실 환자는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2, 3명을 더 채용해 전공의만 근무하던 응급실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거점 국립대 병원의 역량 강화와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등의 필요성을 국민들도 인지하게 됐다”며 “정부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변화의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에게 “증원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고수하지 말고 후배들을 설득해 달라.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 이탈 사태 후 병원을 방문한 건 처음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무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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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명 증원 의대별 배정인원 내일 발표

    정부가 현재보다 총 2000명 늘어난 전국 의대 40곳의 내년도 입학 정원을 20일 발표한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등 사회적 혼란을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속전속결로 의대 증원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 결정 배경과 의료 개혁 의지 등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달 6일 정부가 ‘의사인력 확대방안’을 발표한 지 43일 만에 의대 증원 절차가 일단락되는 것이다. 총 3058명이었던 전국 의대 정원은 총 5058명으로 늘게 된다. 정부는 늘어나는 정원의 약 80%를 비수도권 의대 27곳에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선 정원 배분 후 한 달째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상당수가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학들이 입시 요강을 확정해 공고하면 현실적으로 증원 결정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기습 발표’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정원 배분 발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며 “전공의와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의 복귀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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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명 모여 해부 ‘관광 실습’ 될것” vs “3년내 교육 인프라 확충”

    15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의대 본관 4층 ‘첨단·안전 환경 해부학 실습실’. 철제 실습대 10개가 놓여 있었고 벽과 천장에는 모니터와 수술등이 매달려 있었다. 해부학은 생리학과 함께 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과목 중 하나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인체 해부를 배우기 위해 6∼8명씩 조를 짜고 커대버(해부용 시신)로 실습한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은 실습실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과 개별 모니터를 보고 따라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날은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를 내고 나오지 않아 새 학기 수강생으로 붐벼야 할 실습실은 조용하기만 했다. 배장환 충북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심장내과 교수)은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조별 인원이 3∼4배 이상으로 늘어나 ‘겉핥기 실습’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실습용 시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늘리면 커대버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 “6∼8명이 하던 실습 20∼30명이” 동아일보는 14, 15일 현 입학 정원의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한 거점 국립대인 충북대와 부산대를 찾아 의대 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4일 교육부에 제출한 의대 증원 신청서에 충북대는 현 정원 49명에서 250명으로, 부산대는 125명에서 250명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 충북대는 전국 40곳 의대 중 희망 증원의 폭이 가장 크다. 정부가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의대 정원을 200명가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충북대 의대 정원이 4배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충북대 의대 관계자는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실습 시설도 4배로 확충돼야 한다”며 “갑작스레 정원을 크게 늘리면 6∼8명이 하던 실습을 20∼30명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생은 생물학, 유전학, 생화학 등 기초 교양 위주인 의예과 1, 2학년을 마치면 3년차인 본과부터 본격적으로 기초의학 교육을 받는다. 최근에는 대형 강의도 작은 그룹으로 나눠 실험과 실습 위주로 운영된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단기간에 실습 시설 등을 확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급격하게 증원을 하면 실습 여건이 나빠져 일부 학생은 구경만 하는 ‘관광 실습’이 될 것”이라며 “1980년대식 교육은 가능하겠지만 미래지향적인 교육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과 3학년부터 시작되는 병원 실습도 상황은 비슷하다. 14일 방문한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엔 본원 안에 의대 실습생을 위한 공간이 없어 길 건너 건물 5층의 절반을 실습준비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본과 3, 4학년 250명이 쓸 개인사물함도 부족해 일부 학생들은 가운 등을 강의실 한쪽에 쌓아두고 있다. 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선 병원 내에 술기(수술 기법) 등을 연습할 시뮬레이션 센터가 있어야 하지만 상당수 병원엔 이런 공간이 없다. 전자의무기록(EMR)을 보고 환자 사례를 공부해야 하는데, 실습생에게 할당된 공간이 없어 간호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틈틈이 차트를 열람한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재활의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다양한 환자 사례를 익히기 위해 진료를 참관하는데,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교수와 입원 및 외래 환자도 그만큼 늘어야 한다”며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아무리 키운다고 해도 그만한 실습 환경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대학 “2027년까지 교육 인프라 확충” 의대 증원을 희망하는 대학 본부와 정부는 내년도 입학생이 본과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대 1, 2년차인 예과에선 실습 과정이 많지 않아 기존 대학 자원을 활용해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지방 거점 국립대 교수를 늘리면 교수 부족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거점 국립대들은 정부 지원을 근거로 두 배 이상의 증원을 희망하고 있다. 정원을 현 49명에서 140명으로 늘리기를 희망하는 강원대 김현영 총장은 “예과 학생들이 수업할 강의실 등은 기존 학교 시설을 활용해 마련할 수 있다”며 “증원된 학생들이 본과로 올라가기 전까지 시간을 갖고 실습 시설 등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대는 2028년까지 의학계열 학생들이 쓸 건물을 신설할 계획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정부에서 시설 확충 비용이나 교수 정원을 늘려주면 200명까지는 증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교육의 질’ 저하 우려에 대해 “증원을 해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확인했다”며 “분반 수업과 교과과정 조정 등으로 부족한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시간도 마련할 수 있고 생명공학 등 일부 분야는 이공계 교수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 실습 환경 확충은 내년도 입학생이 본과 3년생이 돼 병원에서 교육받는 2029년 전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과생 실습병원을 각 의대의 수련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도 실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며 “수련병원 규모가 작은 의대생들도 다른 병원에서 충분한 실습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청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부산·양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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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교수 “해부학 시신 1구에 30명” vs 정부 “본과진학땐 확충 끝나” 끝없는 평행선

    15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의과대학 본관 4층 ‘첨단·안전 환경 해부학 실습실’. 철제 실습대 10개가 놓여 있었고 벽과 천장에는 모니터와 수술등이 매달려 있었다. 해부학은 생리학과 함께 의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과목 중 하나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인체 해부를 배우기 위해 6~8명씩 조를 짜고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실습한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은 실습실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과 개별 모니터를 보고 따라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날은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를 내고 나오지 않아 새 학기 수강생으로 붐벼야 할 실습실은 조용하기만 했다.충북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조별 인원이 3~4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어 ‘겉핥기 실습’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실습용 시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늘리면 카데바 한 구당 학생 30~40명이 실습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는 14, 15일 현 입학 정원의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한 거점 국립대인 충북대와 부산대를 찾아 의대 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4일 교육부에 제출한 의대 증원 신청서에 충북대는 현 정원 49명에서 250명으로, 부산대는 125명에서 250명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급격하게 증원을 하면 실습 여건이 나빠져 일부 학생은 구경만 하는 ‘관광 실습’이 될 것”이라며 “1980년대식 교육은 가능하겠지만 미래지향적인 교육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반면 보건복지부는 ‘교육의 질’ 저하 우려에 대해 “증원을 해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확인했다”며 “분반 수업과 교과과정 조정 등으로 부족한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시간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醫 “실습 아닌 관광 될 판” vs 校·政 “예과 지금도 수용 가능”14일 오후 경남 양산시 부산대 의대 캠퍼스. 지난달 19일 개강했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재학생(590명) 98%가량이 휴학계를 내고 등교하지 않고 있다. 의대 3층엔 20여 개의 소형 강의실이 있다. 병원 진료실만 한 크기로 7, 8명이 앉으면 꽉 차는 공간이다. 주로 본과 1, 2학년생들의 소규모 토론 수업(프로젝트 기반학습·PBL)에 쓰인다. 소화기내과 수업에선 ‘49세 여성 환자가 복통으로 내원했다’ 등 가상 사례를 놓고 병력 확인부터 처방까지 학생들이 모의 진료를 한다. 교수는 학생이 환자에게 필요한 질문을 제대로 했는지, 필요한 검사를 빠트리진 않았는지, 처방이 적절한지 등을 꼼꼼히 조언한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해부학 교수)은 “(현재 125명인 의대)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을 때 지금처럼 PBL 수업을 진행할 교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 “6~8명이 하던 실습 20~30명이 해야”현재 정원 50명 미만인 지방 국립대들에 대규모 증원이 진행되면 이런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는 4일 교육부에 제출한 의대 증원 신청서에 현재 49명인 정원을 250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전국 40곳 의대 중 희망 증원의 폭이 가장 크다. 정부가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의대 정원을 200명가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충북대 의대 정원이 4배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배장환 충북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심장내과 교수)은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실습 시설도 4배로 확충돼야 한다”며 “갑작스레 정원을 크게 늘리면 6~8명이 하던 실습을 20~30명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의대생은 생물학, 유전학, 생화학 등 기초 교양 위주인 의예과 1, 2학년을 마치면 3년차인 본과부터 본격적으로 기초의학 교육을 받는다. 최근에는 대형 강의도 작은 그룹으로 나눠 실험과 실습 위주로 운영된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단기간에 실습 시설 등을 확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본과 3학년부터 시작되는 병원 실습도 상황은 비슷하다. 14일 방문한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엔 본원 안에 의대 실습생을 위한 공간이 없어 길 건너 건물 5층의 절반을 실습준비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본과 3, 4학년 250명이 쓸 개인사물함도 부족해 일부 학생들은 가운 등을 강의실 한쪽에 쌓아두고 있다.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선 병원 내에 술기(수술 기법) 등을 연습할 시뮬레이션 센터가 있어야 하지만 상당수 병원엔 이런 공간이 없다. 전자의무기록(EMR)을 보고 환자 사례를 공부해야 하는데, 실습생에게 할당된 공간이 없어 간호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틈틈이 차트를 열람한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재활의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다양한 환자 사례를 익히기 위해 진료를 참관하는데,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교수와 입원 및 외래 환자도 그만큼 늘어야 한다”며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아무리 키운다고 해도 그만한 실습 환경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대학 “2027년까지 교육 인프라 확충”의대 증원을 희망하는 대학 본부와 정부는 내년도 입학생이 본과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대 1, 2년차인 예과에선 실습 과정이 많지 않아 기존 대학 자원을 활용해 강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지방 거점 국립대 교수를 늘리면 교수 부족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거점 국립대들은 정부 지원을 근거로 두 배 이상의 증원을 희망하고 있다. 정원을 현 49명에서 140명으로 늘리기를 희망하는 강원대 김현영 총장은 “예과 학생들이 수업할 강의실 등은 기존 학교 시설을 활용해 마련할 수 있다”며 “증원된 학생들이 본과로 올라가기 전까지 시간을 갖고 실습 시설 등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대는 2028년까지 의학계열 학생들이 쓸 건물을 신설할 계획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정부에서 시설 확충 비용이나 교수 정원을 늘려주면 200명까지는 증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보건복지부는 대규모 증원을 감당할 만큼의 교수 수급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한 것은 맞다”면서도 “생명공학 등 일부 분야는 이공계 교수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병원 실습 환경 확충은 내년도 입학생이 본과 3년생이 돼 병원에서 교육받는 2029년 전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과생 실습병원을 각 의대의 수련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도 실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며 “수련병원 규모가 작은 의대생들도 다른 병원에서 충분한 실습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양산·부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청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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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던 집 보증금까지 다 주고 떠난 ‘김밥 할머니’

    50여 년 동안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7억 원 이상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김밥 할머니’로 불렸던 박춘자 할머니가 11일 별세했다. 박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남은 집 보증금 5000만 원도 모두 기부하고 떠났다. 향년 95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어렸을 때 집안이 넉넉하지 않아 열 살 무렵 학교를 그만두고 당시 경성역(현 서울역) 앞에서 김밥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경기 성남시로 이사 간 뒤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에게 김밥을 팔며 생계를 꾸렸다. 365일 하루도 장사를 쉬지 않았던 박 할머니는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생각을 40여 년 전 성당을 다니면서 실천에 옮겼다. 신부가 데려온 발달장애인 아이들을 직접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후 장애인 11명이 머물 집을 마련하고 아흔 넘어 기력이 다할 때까지 친자식처럼 돌봤다. 젊은 시절 아이를 낳지 못해 이혼당한 아픔이 있던 박 할머니에겐 늦게 얻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였다. 박 할머니는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했다. 2008년 TV에서 초록우산의 후원 사업을 알게 된 후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3억 원을 기부했다. 2011년에는 해외 아동 지원에 써 달라며 1000만 원을 기부했다. 같은 해 장애인을 위한 거주 공간을 지어 달라며 성남 작은예수의집에 3억 원을 기부했다. 2019년에는 ‘죽기 전 조금이라도 더 나눠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초록우산에 매월 정기후원을 신청했다. 그해 건강이 악화된 고인은 본인이 사망하면 집 전세 보증금 5000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유산기부’ 서약도 맺었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2021년엔 LG 의인상을 받았는데, 이 상금 5000만 원도 모두 기부했다고 한다. 같은 해 12월 모범 기부자로 청와대에 초청된 박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던 시절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김밥 장사로)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너무나 행복했다. 그게 너무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고인의 장례는 성남시 소망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유해는 13일 오전 발인식 후 경기 안성시 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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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5병원 교수들 잇단 사직결의… 정부 “예외없이 진료유지명령”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교수 약 2900명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이어 집단행동 절차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전공의 병원 이탈 한 달이 되는 다음 주부터 집단 사직서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외래 진료와 수술 등이 현재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의료법을 위반해 집단행동을 하면 교수들도 예외가 없다”며 전공의 이탈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건 없는 대화 나서야” vs “교수 예외 없다” 전날(11일)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8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를 포함해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 복귀를 위해선 (정부가) 특정 정원을 고집하지 않는 조건 없는 대화와 토론에 나서야 한다”며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 외래 진료 축소, 신규 환자 예약 중단, 수술 축소 및 중단, 기존 환자 외래 연기 및 입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미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집단사직을 결의한 바 있다. 당시 “사직 일정은 추후 정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르면 이번 주중 일정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저녁 온라인 총회를 열기로 했다가 기술적 문제로 취소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집단행동 방식과 시기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11일 비대위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을 논의 중이다. 그 밖에도 단국대병원 아주대병원 등의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21개 의대 비대위는 12일 오후 8시 반부터 화상회의를 열고 집단 사직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 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며 정면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교수의 병원 이탈이 가시화될 경우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법적인 절차를 거쳐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교수협 중재에 정부·의협 모두 “어렵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더라도 대학이나 병원이 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경우 교수들은 각 병원에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지키는 최소한의 업무만 할 방침이다. 서울대 비대위 관계자는 “2000년 의약분업 때처럼 각 과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응급 진료만 담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외래 진료와 수술 등은 더 줄어들게 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전국 상급종합병원 수술 건수는 전공의 이탈 직전 대비 약 53% 감소한 상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가 처방을 내려야 환자 처치가 가능하다”며 “교수들이 파업한다면 야전 병원처럼 최소한의 기능만 남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야, 국민 대표, 전공의, 교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하고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검토를 거쳐 1년 후 확정하자”며 “대화협의체를 구성하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전원 복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은 늦추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의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다. 논평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와 합의한 사안이 없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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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교수도 집단행동 준비…정부는 “교수도 법적절차 예외없다”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교수 약 2900명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이어 집단행동 절차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전공의 병원 이탈 한 달이 되는 다음 주부터 집단 사직서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외래진료와 수술 등이 현재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의료법에 위반해 집단 행동을 하면 교수들도 예외가 없다”며 전공의 이탈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건 없는 대화 나서야” VS “교수 집단행동 예외 없다”전날(11일)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8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를 포함해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 복귀를 위해선 (정부가) 특정 정원을 고집하지 않는 조건 없는 대화와 토론에 나서야 한다”며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 외래 진료 축소, 신규 환자 예약 중단, 수술 축소 및 중단, 기존 환자 외래 연기 및 입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미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집단 사직을 결의한 바 있다. 당시 “사직 일정은 추후 정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르면 이번 주 중 일정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저녁 온라인 총회를 열기로 했다가 기술적 문제로 취소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집단행동 방식과 시기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11일 비대위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을 논의 중이다. 빅5 병원 외에도 단국대병원 아주대병원 등의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21개 의대 비대위는 12일 오후 8시 30분부터 화상 회의를 열고 집단 사직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다.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 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며 정면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교수 병원 이탈이 가시화될 경우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법적인 절차를 거쳐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협 중재에 정부·의협 모두 “어렵다”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더라도 대학이나 병원이 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경우 교수들은 각 병원에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지키는 최소한의 업무만 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대 비대위 관계자는 “2000년 의약분업 때처럼 각 과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응급 진료만 담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 경우 외래진료와 수술 등은 더 줄어들게 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전국 상급종합병원 수술 건수는 전공의 이탈 직전 대비 약 53% 감소한 상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가 처방을 내려야 환자 처치가 가능하다”며 “교수들이 파업한다면 야전 병원처럼 최소한의 기능만 남는 셈”이라고 말했다.이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여야, 국민대표, 전공의, 교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며 “대화협의체를 구성하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전원 복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늦추기 어렵다”라며 거절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사전에 협의된 바 없고 협의할 이유도 전혀 없다. 논평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1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전공의 1만2001명이 병원과의 계약을 포기하거나 이탈했고, 이 중 5556명에게 의사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가 발송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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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병원 의뢰서 있어야 3차병원 진료… 상급병원 문턱 높인다

    《공보의 등 오늘 대형병원 파견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11일부터 대형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파견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11일부터 4주간 대형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공보의는 병역 의무 대신 3년 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다. 군의관과 공보의는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에 파견된다. 다만 의료 취약지역에서 공보의가 차출되면서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 보건소 진료가 중단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병원을 이탈하면서 생긴 의료 공백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이번 사태를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의료개혁’의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 문턱을 높여 경증 환자의 무분별한 대형병원 이용을 제한하는 의료 전달 체계 개선과 함께 의사 독점 분야 개방,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증 환자 3차 병원 이용 제한 정부는 전공의 이탈 후 3차 병원을 응급·중증환자 위주로 개편하고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에 따라 3차 병원의 경우 신규 입원 환자는 예전보다 20∼30%, 외래 환자는 30%가량 줄어든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줄어든 환자 대부분은 시급성이 떨어지거나 상태가 경증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3차 병원에서 진료를 제대로 못 받을 것을 우려한 경증 환자들이 1차 병원(동네 의원)이나 2차 병원(중소병원)으로 분산됐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증 환자가 상급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확립할 방침이다. 현재는 1차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으면 3차 병원 진료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2차 병원의 진료의뢰서가 반드시 있어야 3차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도 제한한다. 응급 신고를 받아 구급대가 이송하거나 병원 간 이송하는 경우에만 수용하고, 환자가 스스로 응급실을 찾아가면 돌려보낼 방침이다. 직접 응급실까지 갈 수 있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경증이기 때문에 대형병원 대신 지역 응급실을 이용하게 한다는 취지다. 3차 병원으로부터 경증 환자를 이송받아 진료하는 회송전담병원도 지정한다. 복지부는 이달 중 회송전담병원 100곳을 지정하고 상황요원 인건비와 환자 진료비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회송전담병원 수요 조사를 실시 중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대형병원들이 이번 사태 전까지 경증 외래 환자를 진료하며 큰 수익을 올려 왔다. 3차 병원의 경증 환자 수용 비율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 독점 허물고 간호사 역할 확대 정부는 의사들이 독점해 온 의료 영역의 칸막이를 허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8일부터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등 89개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제정에도 긍정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것에 어려움이 없도록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인에게만 허용됐던 문신 시술을 문신사에게 맡기는 방안도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PA 간호사 및 문신사 합법화는 모두 의사단체가 반대해 왔던 사안이다. 그동안 직역 갈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다뤄온 사안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77.7시간에 달한다. 응답자의 52%는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고 답했다. 이에 복지부는 전공의 최대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는 월 100만 원의 수련비용도 지원한다. 이번을 계기로 전공의 아닌 전문의 중심 대형병원을 정착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11일부터 4주 동안 대형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138명을 파견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한덕수 국무총리가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의 후속 조치”라며 “필요한 경우 추가 투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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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비상진료 지원에 건강보험 재정 1882억 투입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1만 명을 넘자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1882억 원을 투입한다고 7일 밝혔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집행하기로 한 예비비(1285억 원)를 포함하면 총 3167억 원이 비상진료체계에 투입되는 것이다. 정부는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이 같은 내용의 비상진료체계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대비해 현장에 남은 의료진에게 주는 보상을 강화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재정은 우선 한 달 동안 한시적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건보 재정을 활용해 1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을 더 높인다. 지금도 경증 환자를 하급 병원으로 회송할 때 진료 손실분을 보상하고 있는데, 이를 30∼50% 더 높이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중심 진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 조기 대응하는 신속대응팀과 응급실 심폐소생술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정부는 진료의뢰서만 있다면 1차 의료기관(동네 의원)에서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현재와 달리 2차 의료기관(병원, 종합병원)을 의무적으로 거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복지부가 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전국 100개 수련병원을 서면 점검한 결과 해당 병원 전공의 1만2225명 중 1만1219명(91.8%)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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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복지장관 “미니 의대도 정원 100명은 돼야… 지방대 중심 배분”

    “정원이 40∼50명인 소규모 의대(미니 의대)는 ‘규모의 경제’가 안 나온다. (의대 정원이) 100명은 돼야 교육이 잘 이뤄진다고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에 늘어날 의대 정원 2000명을 대학별로 배분할 때 ‘최소 100명’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교수와 실습 장비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고려할 때 의대별 정원이 최소 100명은 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 17곳의 경우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과 ‘100명’을 기준으로 배분 의대 증원 발표 한 달을 맞아 이뤄진 이날 인터뷰에서 조 장관은 정부가 대규모 증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대학에 압력을 가해 과도하게 신청하게 했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장을 부인했다. 조 장관은 “직원들에게 절대 대학들과 접촉하지 말라고 했다”며 “(대학이 총 3401명을 신청한 건) 지방 대학 총장들이 지역에서 의사를 배출할 좋은 기회로 보고 많이 요청한 것 같다”고 했다. “대학 본부에서 무리한 증원을 요청했다”며 가톨릭대 의대 학장단 전원이 7일 사퇴하는 등 대학 내 진통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선 “의대와 재학생들이 총장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대학 본부가 역량에 비해 과도한 숫자를 신청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총장들이 합리적으로 요청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복지부와 협의해 ‘의대 증원 정원 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르면 이달 중 배분을 완료할 방침이다. 조 장관은 배분 방침에 대해 ‘지방’과 ‘100명’을 언급했다. 먼저 “지방대를 나와 그곳에서 수련해야 현지 정착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우선 지방대를 중심으로 배분할 것”이라고 했다. 또 “100명은 돼야 교육이 잘 이뤄진다고 하니 이를 고려해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의대 정원이 100명 미만인 의대는 총 29곳이다. 조 장관은 동시에 “서울의 큰 대학을 포함해 40곳 전부에 적절하게 (정원을) 드릴 것”이라며 신청한 이상 조금씩이라도 모두 늘려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수천 명 면허정지, 원칙대로 가겠다” 조 장관은 2000명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의협 등의 주장에 대해선 “부족한 의사 수를 다시 추계하고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자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일각에서 타협안으로 언급되는 단계적 증원에 대해서도 “그만큼 필수의료나 지역의 의사 확충이 늦어지기 때문에 국민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선 “원칙에 따라 처분하고 예전 같은 구제는 없을 것”이라며 “(면허정지가 끝난 뒤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수천 명을 한꺼번에 면허정지시킬 수 있겠냐는 관측에 대해선 “(이번에는) 한두 명을 본보기로 (처분)하는 게 아니라 원칙대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다만 정부가 정한 복귀시한(지난달 29일) 이후 병원으로 돌아오는 전공의에 대해선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과정에서 상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돌아올 것을 권했다. 또 “대화에 일단 응하면 36시간 연속근무 축소와 수련 비용 지원 등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사안들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세종=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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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공백 메우기 위해 건보 재정서 1882억 투입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1만 명을 넘자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1882억 원을 투입한다고 7일 밝혔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집행하기로 한 예비비(1285억 원)를 포함하면 총 3167억 원이 비상진료체계에 투입되는 것이다.정부는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이 같은 내용의 비상진료체계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대비해 현장에 남은 의료진에게 주는 보상을 강화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재정은 우선 한 달 동안 한시적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건보 재정을 활용해 1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을 더 높인다. 지금도 경증 환자를 하급 병원으로 회송할 때 진료 손실분을 보상하고 있는데, 이를 30~50% 더 높이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중심 진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 조기 대응하는 신속대응팀과 응급실 심폐소생술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정부는 진료의뢰서만 있다면 1차 의료기관(동네 의원)에서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현재와 달리 2차 의료기관(병원, 종합병원)을 의무적으로 거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복지부는 전날 편성된 예비비 1285억 원도 신속하게 집행할 방침이다. 예비비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휴일 및 야간 진료 지원(400억 원) △기존 의료진 당직비(380억 원)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 인건비(59억 원) 등에 사용된다.한편 복지부가 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전국 100개 수련병원을 서면 점검한 결과 해당 병원 전공의 1만2225명 중 1만1219명(91.8%)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최근 일부 개원의들이 전공의들을 돕겠다며 채용 공고를 내는 행위가 현행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 규정에 따르면 수련기관 외 의료기관에서 근무나 겸직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겸직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 사유가 되고, 처방전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발행하면 의료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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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전공의 위주 병원구조 바로잡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의사단체의 반발에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정부 조치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헌법에 따른 국가의 책무와 국민 생명권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단체가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의 강경 대응을 ‘인권 탄압’이라고 주장하자 정부 강경 조치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처음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대의 교수당 학생 수, 변호사 및 의사 수 증가 폭 등을 거론하며 의사단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동시에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전공의 위주의) 병원 운용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전문의 중심으로 인력구조를 개편하고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시한(지난달 29일)까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수가 체계를 개선하지 않아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게 만들고 대형 병원이 값싼 전공의에게 의존하게 만든 건 정부”라며 “수가 개선을 말로만 하지 말고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尹 “의대정원 2.2배 늘때 변호사 30배”… 의료계 “보상체계 개선을” [의료공백 혼란]의료 혼란 중대본 회의 첫 주재“의료비 511배 증가때 의사는 7배”… 숫자 앞세워 증원 반대 근거 반박의료계 “기초의학 분야 교수 부족… 수가 개선 재원 조달책 제시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약 16분 동안 의료 공백 사태를 언급했다. 또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의대 2000명 증원 반대의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료비 511배 증가할 때 의대 정원 2.2배”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에서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의료 수요가 폭증한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기간 의대 정원은 2.2배 증원됐는데 전체 대학 정원은 7.5배 늘었고 배출되는 연간 변호사 수도 30배 늘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의료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당장 내년부터 현재 3058명에서 2000명(65%) 늘릴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당 평균 (학생) 정원은 독일 243명, 영국 221명, 미국 146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77명”이라며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정원도 평균 1.6명에 불과해 법정 기준인 8명에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또 울산대 의대의 경우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0.4명이고 성균관대 의대의 경우 0.5명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의대 증원 논란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강해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기초·필수 분야 교수 확보가 문제” 이날 윤 대통령은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이고, 국가적 비상의료 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현실이 비정상적”이라고도 했다. 전공의 근무 환경 개선 및 전임의 중심 병원 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대형 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병원 운영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하겠다”고도 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난도가 높은 중증 심장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지방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의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며 가장 시급한 (필수의료) 분야부터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언급한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GDP나 의료비가 증가한 만큼 의사 수가 늘어야 한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같은 논리라면 물가 상승률만큼 수가를 올려줘야 하는데 정부는 그만큼 보상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의대 기초의학과 교수는 “의대 교수 수가 전체적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필수의료나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는 절대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지원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과 교수는 “필수의료 수가 개선을 위해선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수가와 함께 의료진 개인에 대한 보상과 병원 운영비 지원 등 다각적 대책이 마련돼야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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