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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석사 학위 논문이 표절로 판정된 가운데, 숙명여대가 김 여사의 학위 취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학칙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14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교육대학원은 지난 12일 ‘2025년 제2차 교육대학원위원회’를 열고 학칙 제25조2(학위수여의 취소)에 대한 부칙을 신설하기로 했다. 해당 학칙은 ‘부정한 방법으로 석사 등 학위를 받은 경우 대학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위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기존 규정은 2015년 6월 제정·시행돼 그 이전인 1999년에 석사 학위를 받은 김 여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새로 신설되는 부칙은 이 조항을 과거 학위 수여 사례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숙명여대는 오는 25일까지 학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규정위원회와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 심의 절차를 거쳐 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김 여사의 석사 학위도 취소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김 여사는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 2021년부터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숙명여대는 2022년 2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2월 25일 해당 논문이 표절에 해당한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눈 상태가 제 생각과 정반대였어요. 안과에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특수 안경을 통해 백내장 환자 시야를 체험한 황성일 씨(68)는 “평소 작은 글씨는 잘 보이고 큰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특수 안경을 써 보니 정반대였다”며 이같이 말했다.‘2025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 축제’가 13일 막을 올렸다.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후원으로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혁신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이 다수 참가했다. 대웅제약은 인공지능(AI) 기반 실명 질환 진단 보조 솔루션 ‘위스키’를 소개했다. AI 영상 진단 솔루션 기업 뷰노는 AI 기반 심전도 측정 기기 ‘하티브’를 선보였다. 행사장엔 △스마트러닝존 △메디컬존 △빅파마&바이오존 △스마트헬스케어존 △힐링 라이프존 △슬림&안티에이징 △금융헬스케어존 △공공라이프존 등 8개 분야 76개 부스가 마련됐다.올해 서울헬스쇼에서는 서울광장 인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 금융웰빙 토크 콘서트’가 함께 열렸다.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산 관리 로드맵 등이 소개됐다.개막식에는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김소희 의원,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 등이 참석했다.AI 기기에 양손 갖다 대니 “심장 나이 58세입니다” 바로 측정첨단 헬스케어 즐긴 건강축제척추 스캔 마사지에 외국인 “굿”… 공복혈당 검사 부스 문의 줄이어풍선 빨리 크게 불기 폐활량 대회도주형환 “건강한 노후, 국가 지속 과제”“제 나이가 75세인데, 심장 나이는 58세라네요.”13일 오후 ‘2025 서울헬스쇼’ 행사장을 찾은 박한균 씨(75)는 인공지능(AI) 영상 솔루션 기업인 뷰노의 심전도 검사기를 체험하고 한시름 놓았다. 태블릿 크기만 한 화면 양옆을 손으로 잡고 바닥에 발을 대면 심전도가 측정된다. AI는 심전도 파형을 분석해 부정맥 종류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종합해 심장 나이를 산출한다. 박 씨는 “심장 질환을 걱정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 다행”이라며 밝게 웃었다.● 집에서 척추건강 관리할 수 있어이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는 홈헬스케어 전문기업 세라젬이 스캔 방식으로 척추 길이와 굴곡을 분석한 뒤 맞춤형 마사지를 제공하는 척추 관리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캐나다 간호사 낸시 루이스 씨(69)는 “가평 한국인 친구 집에서 이 기기를 사용해 봤는데 압력이 인상적이었다”며 “집에서 척추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카본 플레이트가 내장된 러닝화인 카본화 체험을 제공하는 뉴발란스 부스에도 관람객이 대거 몰렸다. 동료와 함께 부스를 찾은 직장인 안국현 씨(27)는 정장 구두를 벗고 카본화를 신은 뒤 러닝머신에 올라 3분간 달렸다. 안 씨는 “착용감이 좋고 달릴 때 부담이 적다”고 했다.대웅제약은 안구 질환을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전시했다. 김지은 씨(45)는 “나이가 들수록 눈 건강이 중요한데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현대백화점 계열의 가구·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지누스는 방문객이 직접 매트리스에 눕거나 앉아보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당뇨 관리 필요성 깨달아”공복 혈당을 검사할 수 있는 한국당뇨협회 부스에는 이날 오전부터 문의가 이어졌다. 최진영 씨(81)는 공복 혈당이 dL당 249mg으로 나오자 깜짝 놀랐다. 공복 혈당이 dL당 120mg 이상이면 당뇨로 진단된다. 최 씨는 “이제라도 관리해야겠다”고 했다.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는 폐활량을 확인하는 대회를 열었다. 6초 안에 풍선을 25cm 이상 불면 폐활량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5명씩 3팀이 도전했는데 1명만이 25cm 이상 풍선을 불었다. 우승자 권현승 씨(34)는 “매주 풋살을 하는데 꾸준한 운동이 폐활량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걷기 양을 측정해 목표를 달성하면 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서울시 ‘손목닥터9988’ 소개 부스도 발길을 잡았다. 손목닥터에 가입한 신혜주 씨(60)는 “일주일에 2번 1시간 정도 서울식물원을 산책한다. 적립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어 이익이 2배”라고 말했다.● “국가 지속 가능성 위해 건강한 노후 필요”이날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은 건강한 노후에 관한 관심과 정책적 노력을 강조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기념사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한 노후 생활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큰 과제”라며 “서울헬스쇼가 노력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시민들의 저속노화와 무병장수를 위한 정책들을 앞세워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에 이 행사가 CES(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처럼 발전하길 바랐는데, 올해 와보니 그렇게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에 이어 서울헬스쇼를 찾았는데 다이어트 같은 운동을 하기 딱 좋은 도심 속 건강 축제인 것 같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8일 오후 경북 안동시 일직면에 있는 상현정(象賢亭)은 부서진 기왓장 잔해와 불에 탄 재로 가득했다. 이 정자는 1500년대 조선 중기 학문을 연구하던 구담서당(龜潭書堂)이 허물어진 뒤 후손들이 일제강점기인 1934년 다시 세웠다. 그런데 3월 남부를 할퀸 대형 산불로 불에 타 무너졌다. 이날 취재팀이 살펴본 정자는 산불이 나기 전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현정을 관리하는 이근식 안동 이씨 종친회장는 “복구 비용만 수억 원이 드는데 막막할 따름”이라며 “후손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 수백 년 된 문화유산, 산불 복구 지원 제외남부 산불로 다수의 문화재가 불에 타 소실된 가운데 상현정 같은 ‘비지정 문화유산’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의 복구 지원에서 밀려나 있다. 비지정 문화유산이란 문화유산법 또는 특별시·광역시·도 조례에 의해 지정되지 않은 문화유산 중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의미한다. 12일 안동시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소실된 안동 비지정 문화유산은 총 6곳이다. 상현정을 비롯해 조선 후기에 지어진 고택인 괴와구려, 정조 17년에 재건축한 안동 김씨재사, 순천 김씨 고택 동리재사 등 4곳은 전소됐다. 조선 후기 영양 남씨 효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허영정, 고택 송하재사 등 2곳은 부분 피해를 입었다. 비록 지정 문화유산은 아니지만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는 등 학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음에도 복구 비용을 지원받지 못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피해를 입은 문화재 중 국가지정유산과 시·도지정유산 등에 대해서만 복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비지정 문화유산의 경우 차선책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향토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방안이 있으나, 지원되는 보수 비용은 최대 5000만 원에 그친다. 통상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보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산불 피해를 입은 비지정 문화유산이 수년째 방치된 경우도 있다. 1889년 고종 23년 16명의 유생이 만든 강원 강릉시 ‘상영정(觴詠亭)’은 2023년 강릉 산불로 전소된 뒤 지금도 복구되지 못한 채 터만 남아 있다. ● “향후 가치 밝혀지는 경우도… 정부가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지정 문화유산 승격 등 향후 가치를 고려해 비지정 문화재 역시 정부가 복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택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는 “비지정 문화유산은 추후 연구를 통해 가치가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며 “지정 유산이 아니더라도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식 인제대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는 “비지정 문화유산도 문화유산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등 산불 등으로부터 발생할 피해를 사전에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경북 산불을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50대 남성과 60대 남성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50대 남성은 야산에서 조부모 묘 성묘 도중 어린 나무를 태우려고 불을 붙였다가 산불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60대 남성은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태우다가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안동=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안동=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안동=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안동=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한 달 넘게 밤마다 집이 활활 타는 악몽을 꾸니까 정신병 걸릴라 칸다. 베개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줄줄 난데이.”7일 오후 3시경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2리에서 만난 김미자 씨(82)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듯 주먹으로 자신의 명치를 연신 때렸다. 경북 산불이 마을을 덮친 3월 25일 밤 김 씨는 약 봉투와 겉옷 하나만 챙겨 대피했다. 며칠 뒤 돌아와 보니 그의 기와집은 불에 타 무너졌다. 손녀에게 주려고 아껴둔 가락지, 가족 사진도 재만 남았다. 그의 집은 철거됐고 잔해도 수거됐다. 김 씨는 집이 있던 터를 보며 “그 뻘건 불꽃이 잊히질 않아. 앞으로 어떻게 살 수 있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가 이달 11일이면 발생 50일째다. 불은 진화됐고 주요 뉴스에서도 멀어졌지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여전히 극심한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이전과 달라진 삶을 살고 있었다. 동아일보는 5∼8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따른 설문을 활용해 이재민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결과 20명 중 12명(60%)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정신건강의학과 등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한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의 이재민은 이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물리적인 피해 복구뿐만 아니라 이재민들의 정신, 마음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경북산불’ 이재민 “밤마다 집 활활 타는 꿈… 정신병 걸릴라 칸다”산불 50일… 트라우마 심층 인터뷰“도무지 잠 오지않아 수면제 의지”… “‘눈이다’를 ‘불이다’ 듣고 짐싸기도”20명중 12명 즉시 심리치료 필요… 어르신들 상담 꺼려 지원대책 시급3월 경북 북부를 대형 산불이 휩쓴 지 50일이 다가오지만 이재민들의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은 계속되고 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주민 이영해 씨(66)는 4월부터 수면제를 먹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면 새카맣게 타버린 집과 3000여 평의 밭, 살림살이들이 떠올라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7일 오후 찾아간 이 씨의 집은 그곳이 집이었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부부의 이름이 적힌 문패만이 남아 그곳이 한때 집이었단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 씨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일어날 만큼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이재민 20명 중 12명, 치료 필요한 수준동아일보는 5∼8일 경북 영덕, 영양, 안동 등 산불 피해 지역을 돌며 이재민 20명을 만나 트라우마 측정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담긴 트라우마 측정 설문 20개를 사용했다. 1개 문항당 5점(전혀 아님 0점∼매우 많이 4점) 척도로, 37점 이상(최대 80점)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고위험군에 속한다. 조사 결과 취재팀이 만난 이재민 20명 중 12명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당장 트라우마 상담 등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7일 영덕군 영덕읍 화천리에서 만난 서순복 씨(84)는 “검은색만 봐도 다 타버린 집이 떠올라 눈물부터 난다”며 “한평생 살아온 집이 없어진 걸 볼 수가 없어 여태 딱 2번 갔다”고 했다. 그의 트라우마 점수는 53점으로 매우 높았다. 속곡리 주민 김정민 씨(68)는 산불 이후 낯선 차량과 사람을 경계하게 됐다. 김 씨는 “누가 또 산에 불을 지르는 건 아닐지 조마조마한 상태”라고 했다. 역시 고위험군인 대곡리 주민 김모 씨(87)는 “눈 감으면 5남매 주려고 농사지은 깨, 아끼던 놋그릇 등이 다 타버린 게 떠올라 두 달째 잠을 못 잔다”며 울었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 주민 50대 여성 A 씨는 이번 산불로 이웃 주민 2명을 잃었다. 그는 친구가 “눈이다”라고 한 말을 “불이다”로 잘못 듣고 공포에 질려 황급히 가방을 싸 대피하려 한 적도 있었다. 일부 이재민은 정신적 고통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났다. 영덕읍 화천리 주민 신명기 씨(85)는 20일 경북 포항의 한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산불 피해를 본 이후 이유 없이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파서다. 신 씨는 “혼이 빠진 것 같고 몸도 아파 미쳐 버리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고령층, 상담-심리치료 잘 몰라… 대책 필요두 달 가까이 지나도 이재민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에 응한 이재민 대부분은 정부의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들은 주로 고령으로, 심리상담 자체가 낯설뿐더러 제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이재민 구호·봉사 활동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1일 기준 1만1548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전문인력들이 정기적으로 마을을 방문해 심리상담을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이나 논밭 등 물리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것만큼이나 이재민의 심리, 정신적 피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이 고령인 이재민들은 관련 제도나 지원 정책이 있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윤상연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심리치료 등에 익숙하지 않아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상담 제도를 안내하고 지속해서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재난 2, 3개월로 접어드는 시점에는 죄책감과 상실감에 더 쉽게 빠지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재정적, 시스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영덕=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안동=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영양=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대구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황모 씨(37)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자신을 사칭한 사기가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황 씨는 지난달 대구가톨릭대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벌어진 일명 ‘신생아 낙상 암시 논란’의 피해 아동 아버지다. 중환자실 간호사가 황 씨의 아기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낙상시키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써 파장이 컸다.그런데 황 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누군가 그를 사칭해 “아들 일 때문에 힘들다. 후원을 해달라”는 내용의 텔레그램과 문자메시지를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황 씨는 “모르는 번호로 ‘무슨 일이냐’는 연락이 자꾸 왔다.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황 씨는 지난달 17일 대구북부경찰서에 사칭 사기가 발생했다고 신고했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과거 유명 연예인, 기업인, 정치인 등을 사칭한 투자 유도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면, 최근에는 황 씨처럼 이름이나 사연이 알려진 일반인을 사칭한 사기가 부쩍 늘고 있다. ● 방송 출연한 일반인 사칭해 사기방송에 출연해 유명해진 이후 ‘사칭 사기’의 목표물이 된 사례도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이 모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칭 사기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한 불법 주식 리딩방에서 누군가 이 씨의 변호사 자격증을 도용해 올린 뒤 ‘특정 종목을 사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이 씨의 변호사 자격증 사진까지 조작해서 올렸다. 이 변호사는 “피해 금액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를 것 같다”며 “손이 덜덜 떨린다”고 심경을 밝혔다.가장 빈번한 일반인 사칭 사기 유형은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접근한 뒤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경남 일대에서 2021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유명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자 등을 사칭해 193명으로부터 31억 원을 뜯어낸 투자 사기 일당 76명이 2023년 12월경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3월에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의 친인척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투자 리딩방으로 유인한 뒤 수억 원을 가로챈 사건도 있었다.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2023년 3월 강원 원주시에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맘카페 운영진’을 사칭한 사기도 있었다. 이들은 원주 시내 식당과 학원 등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해 ‘홍보해 주겠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 수사기관 “유명인 사칭 접근 일단 의심해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접수된 일반인 사칭 포함 투자 리딩방 사건은 1만197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에 접수된 피해 규모만 8949억 원에 이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상담한 사이버 금융 범죄 피해 상담 중 62.4%가 유명인을 사칭한 사이버 사기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작한 사진과 자격증 사진으로 피해자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이미지를 보고 실제 그 사람이라고 속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대방이 온라인에서 자신을 전문가, 유명인 등이라고 소개할 땐 소속 기관 대표 번호로 전화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도하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투자 권유는 특히 의심해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인터넷주소 링크가 있으면 절대로 누르면 안 된다. 휴대전화를 해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 누군가 나를 사칭해 사기를 벌인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우선 사건을 빠른 시일 내에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피해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 중인 SNS에 일정 기간 ‘내가 돈을 요구하면 사기입니다’ 등의 문구를 내걸어 주변에 미리 알리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 중 하나다. 경찰 관계자는 “사칭을 당한 경우에는 해당 사실을 알게 되는 즉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추가 범행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어요. 제게 심장을 준 아이의 부모님을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뛰고 있는 제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1일 오후 1시경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행사 현장에서 만난 강윤호 군(9)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 군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태어나 10차례 넘는 수술과 중환자실 입원을 반복한 끝에 지난해 1월 새 심장을 이식받았다. 아버지 강민구 씨(40)는 “이식받던 순간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키우겠다”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날 낮 12시경 서대문구 본부에서 장기이식 수혜 어린이들과 장기기증 유가족인 ‘도너패밀리’가 만나는 ‘생명나눔, 다시 만난 봄’ 행사를 개최했다.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해 열린 행사엔 강 군뿐만 아니라 심장을 이식받은 김주아 양(4), 김채성 군(4), 이온유 군(4)도 참석해 도너패밀리 23명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도너패밀리들은 어린이들을 토닥이며 “행복하게 살아”라며 응원했다. 김 양의 아버지 김재겸 씨(39)는 “인공심장 탓에 샤워 한 번 해보지 못한 주아가 560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날, 씻겨주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도너패밀리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양은 생후 7개월에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인공심장을 달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3년 12월 24일 기적처럼 심장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김 씨 부부는 심장을 이식받은 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했다. 도너패밀리인 이나라 씨(32)는 자신이 낳은 두 아이가 아닌, 김 양으로부터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았다. 이 씨의 아들 서정민 군은 생후 13개월째에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됐다. 의식이 없는 채로 병상에서 첫돌을 맞이한 지 열흘 뒤에 이 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서 군은 2020년 9월 26일 심장, 폐 등을 기증했다. 이 씨는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된 만큼 열심히,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도너패밀리도 다가오는 5일 어린이날을 기념해 어린이들에게 선물과 손수 작성한 편지를 전달했다. 도너패밀리 강호 회장은 “이 세상 어딘가에 여전히 자녀의 숨결이 살아있다는 위로와 희망이 카네이션에 담겨 있다”며 “‘생명’을 키우는 한 가족으로서 행사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이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어요. 제게 심장을 준 아이의 부모님을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뛰고 있는 제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1일 오후 1시경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행사 현장에서 만난 강윤호 군(9)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 군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태어나 10차례 넘는 수술과 중환자실 입원을 반복한 끝에 지난해 1월 새 심장을 이식받았다. 아버지 강민구 씨(40)는 “이식받던 순간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키우겠다”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날 낮 12시경 서대문구 본부에서 장기이식 수혜 어린이들과 장기기증 유가족인 ‘도너패밀리’가 만나는 ‘생명나눔, 다시 만난 봄’ 행사를 개최했다. 5월 ‘가정의 날’을 기념해 열린 행사엔 강 군뿐만 아니라 심장을 이식받은 김주아 양(4), 김채성 군(4), 이온유 군(4)도 참석해 도너패밀리 23명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도너패밀리들은 어린이들을 토닥이며 “행복하게 살아”라며 응원했다. 김 양의 아버지 김재겸 씨(39)는 “인공심장 탓에 샤워 한 번 해보지 못한 주아가 560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날, 씻겨주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도너패밀리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양은 생후 7개월에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인공심장을 달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3년 12월 24일 기적처럼 심장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김 씨 부부는 심장을 이식받은 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했다. 도너패밀리인 이나라 씨(32)는 자신이 낳은 두 아이가 아닌, 김 양으로부터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았다. 이 씨의 아들 서정민 군은 생후 13개월째에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됐다. 의식이 없는 채로 병상에서 첫돌을 맞이한 지 열흘 뒤에 이 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서 군은 2020년 9월 26일 심장, 폐 등을 기증했다. 이 씨는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된 만큼 열심히,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도너패밀리도 다가오는 5일 어린이날을 기념해 어린이들에게 선물과 손수 작성한 편지를 전달했다. 도너패밀리 강호 회장은 “이 세상 어딘가에 여전히 자녀의 숨결이 살아있다는 위로와 희망이 카네이션에 담겨 있다”며 “‘생명’을 키우는 한 가족으로서 행사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주불을 진화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번졌다. 강풍을 타고 잔불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다시 발령했고, 인근 주민 약 3000명에게는 긴급 대피 문자가 발송됐다. ‘도심 산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안전 문제로 수리온 야간 투입 안 해 지난달 28일 시작돼 23시간 만에 진화됐던 산불은 30일 오후 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확산됐다. 숲에 쌓인 낙엽과 잔가지들 안에서 타고 있던 잔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29일) 오후 7시 반경 백련사 방면 7분 능선에서 가장 처음 재발화가 확인돼 산림당국이 이날 오전 진화를 거의 완료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10m의 바람이 불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불씨가 되살아났다. 화선(불길의 최전선)은 2.1km까지 확대됐고, 국가소방동원령이 다시 발령됐다. 국내 유일 야간 진화 헬기인 수리온은 앞서 28일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됐지만, 이날은 안전문제로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불길은 인접 민가 밀집 지역인 서변동 일대로 번졌고, 오후 5시 6분경 해당 지역 2164가구 3414명에게는 ‘주변 초·중학교로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유치원 2곳과 초·중학교 2곳이 1일 휴교하기로 했다. 산림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선 주민 대피를 결정했다”며 “장비와 인력으로 방화선을 설치했고 1일로 예보된 비가 진화 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불다발지역 상위 5곳 모두 도시대구 산불을 계기로 도심도 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다발지역지도’에 따르면 산불다발위험지역 상위 5곳은 인천 남동구, 인천 계양구, 부산 남구, 서울 노원구, 울산 동구로 모두 대도시였다. 산불이 대부분 사람에 의해 발생하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도심의 산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도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담배꽁초로 산불이 나 인근 120가구 주민이 대피한 바 있다. 도심 산불은 자칫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는 산림과 비산림 간 거리가 촘촘하게 맞닿아 있어 화재 시 인명피해 위험이 높다”고 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의 ‘지역별 산불 최근린거리’(산불 발생지들 중 가장 가까운 두 지점 간 직선거리)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은 1224m였지만 서울은 306m, 부산 430m, 광주 486m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산불 발생지 간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산불이 발생한 장소들이 밀집해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심 산의 산불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 ‘지역별 임도(숲길) 실적 및 밀도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임도는 없었다. 임도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길로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달 8일 기자가 서울 북한산을 방문해 보니 백운대 정상 높이는 836.5m인데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340m 정도에 불과했다. 9년 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민병인 씨(56)는 “서울 등 도심에선 건물이나 차가 많아 산 초입까지 진입하는 것도 힘들 때가 많다”며 “불이 나면 20kg이 넘는 장비를 들고 뛰어야 한다”고 전했다. ● 임도 내고 인근 건물 기준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도심 산에도 일정 수준의 임도를 개설하고, 산 인근 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는 “성북구처럼 산이 큰 곳에는 사람도 집도 밀집돼 있어 자칫 ‘화약고’가 될 수 있다”며 “국립공원이라 하더라도 산불 취약 구역만큼은 임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해환경연구소장은 “최근 산불 원인 중 건축물 화재 비화(건축물에서 산으로 옮겨붙는 불)가 크게 늘고 있다”며 “산과 건물 사이에 방화대(불길 차단 공간)를 두고, 산불 고위험 지역 건물에 난연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조국혁신당 당직자가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30일 정치권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조국혁신당 소속 당직자는 상급자 김모 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인은 김 씨에게 지난해 7, 12월 등에 걸쳐 지속적인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김 씨가 택시 안에서 포옹을 하고 볼에 입을 맞추거나 노래방에서는 허리를 감싸는 등의 추행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인이 방광염으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자 “XX를 하지 않아 그렇다”는 취지의 성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고 한다. 고소인은 이달 당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진상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고소 당일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로 이첩됐다. 이곳은 일선 경찰서가 다루기 까다로운 유력 인물의 성폭력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서울청 직할 부서다. 경찰은 고소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측은 “외부전문기관 위탁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정한 상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주불을 진화한지 하루 만에 다시 번졌다. 강풍을 타고 잔불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다시 발령했고, 인근 주민 약 3000명에게는 긴급 대피 문자가 발송됐다. ‘도심 산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불 다시 번져… 안전 문제로 수리온 야간 투입 안 해지난달 28일 시작돼 23시간 만에 진화됐던 산불은 30일 오후 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확산했다. 숲에 쌓인 낙엽과 잔가지들 안에서 타고 있던 잔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29일) 오후 7시 반경 백련사 방면 7부 능선에서 가장 첫 재발화가 확인돼 산림당국이 이날 오전 진화를 거의 완료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10m의 바람이 불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불씨가 되살아났다. 화선(불길의 최전선)은 2.1km까지 확대됐고, 국가소방동원령이 다시 발령됐다. 국내 유일 야간 진화 헬기인 수리온은 앞서 28일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됐지만, 이날은 안전문제로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불길은 인접 민가 밀집 지역인 서변동 일대로 번졌고, 오후 5시 6분경 해당 지역 2164가구 3414명에게는 ‘주변 초·중학교로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산림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선 주민 대피를 결정했다”며 “장비와 인력으로 방화선을 설치했고 1일로 예보된 비가 진화 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산불다발지역 상위 5곳 모두 도시대구 산불을 계기로 도심도 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다발지역지도’에 따르면 산불다발위험지역 상위 5곳은 인천 남동구, 인천 계양구, 부산 남구, 서울 노원구, 울산 동구로 모두 대도시였다. 산불이 대부분 사람에 의해 발생하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도심산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도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담배꽁초로 산불이 나 인근 120가구 주민이 대피한 바 있다. 도심 산불은 자칫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는 산림과 비산림 간 거리가 촘촘하게 맞닿아 있어 화재 시 인명피해 위험이 높다”고 했다.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의 ‘지역별 산불 최근린거리’(산불 발생지들 중 가장 가까운 두 지점 간 직선거리)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은 1224m였지만 서울은 306m, 부산 430m, 광주 486m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산불 발생지 간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산불이 발생한 장소들이 밀집해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심산 산불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 ‘지역별 임도(숲길) 실적 및 밀도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임도는 없었다. 임도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길로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달 8일 기자가 서울 북한산을 방문해 보니 백운대 정상 높이는 836.5m인데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340m 정도에 불과했다. 9년 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민병인 씨(56)는 “서울 등 도심에선 건물이나 차가 많아 산 초입까지 진입하는 것도 힘들 때가 많다”며 “불이 나면 20kg 넘는 장비를 들고 뛰어야 한다”고 전했다. ●임도 내고 인근 건물 기준 강화해야전문가들은 도심 산에도 일정 수준의 임도를 개설하고, 산 인근 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는 “성북구처럼 산이 큰 곳에는 사람도 집도 밀집돼 있어 자칫 ‘화약고’가 될 수 있다”며 “국립공원이라 하더라도 산불 취약 구역만큼은 임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해환경연구소장은 “최근 산불 원인 중 건축물 화재 비화(건축물에서 산으로 옮겨붙는 불)가 크게 늘고 있다”며 “산과 건물 사이에 방화대(불길 차단 공간)를 두고, 산불 고위험 지역 건물에 난연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조국혁신당 당직자가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30일 정치권과 경찰에 따르면 28일 조국혁신당 소속 당직자는 상급자 김모 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인은 김 씨에게 지난해 7, 12월 등에 걸쳐 지속적인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김 씨가 택시 안에서 포옹을 하고 볼에 입을 맞추거나 노래방에서는 허리를 감싸는 등의 추행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인이 방광염으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자 “XX를 하지 않아 그렇다”는 취지의 성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고 한다. 고소인은 이달 당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진상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사건은 고소 당일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로 이첩됐다. 이곳은 일선 경찰서가 다루기 까다로운 유력 인물의 성폭력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서울청 직할 부서다. 경찰은 고소인 진술을 바탕으로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측은 “외부전문기관 위탁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며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정한 상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딥페이크(인공지능 이미지 합성) 영상 유포자를 알려주겠다’며 10대 여학생들을 텔레그램으로 유인해 성착취물을 만든 10대 남성 등 사이버 성폭력 사범 20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8월 28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사이버 성폭력 범죄를 단속한 결과 224명을 검거하고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중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 등)과 강요, 공갈 등 10여 개 혐의를 받는 고등학생 A 군(17)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지난해 7월부터 텔레그램에서 ‘판도라’, ‘다이진’이라는 별명을 쓰며 10대 초반 여성 1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 34개를 제작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텔레그램에서 당신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고 있는데 유포자를 알려주겠다”며 쪽지를 보내 텔레그램으로 유인했다. 이후 ‘일인다역’을 하며 피해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신체 사진 등을 요구했고, 얻은 사진으로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중1 학생이었다. A 군은 피해자를 공범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5명을 낚아 오면 해방시켜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하거나 유인하도록 했다. 이렇게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된 B 양(16) 등 공범 3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A 군은 “성적인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고, 스스로 멈출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은 직접 제작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외에도 연예인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 81건, 허위영상물 1832건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단속에서 경찰은 자신의 오피스텔에 폐쇄회로(CC)TV를 몰래 설치해 아동·청소년 3명을 포함한 여성 53명과의 성관계 장면을 1584회 불법 촬영해 판매한 남성 2명도 구속했다. 이들은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남성에게) 성형수술 등을 지원해 줄 테니, 여성들을 끌어들여 성관계를 맺는 영상을 찍어 판매하자’고 합의한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1300만 원을 추징·보전했다. 텔레그램 내에서 일명 ‘작가’로 활동하며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청소년 2명에 대한 성착취물 46개를 제작한 남성 2명도 구속됐다. 이들은 직장 동료의 부인이나 여성 동료 등 피해자 182명을 대상으로 한 허위 영상물 281건을 제작·소지한 혐의 등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성폭력은 제작·유포자뿐만 아니라 소지하거나 시청하는 행위도 중대한 범죄로 간주해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피해가 발생하면 망설이지 말고 수사기관이나 상담 기관 등을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 강조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딥페이크(인공지능 이미지 합성) 영상 유포자를 알려주겠다’며 10대 여학생들을 텔레그램으로 유인해 성착취물을 만든 10대 남성 등 사이버 성폭력 사범 20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2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8월 28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사이버 성폭력 범죄를 단속한 결과 224명을 검거하고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중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 등)과 강요, 공갈 등 10여 개 혐의를 받는 고등학생 A 군(17)도 있었다.경찰에 따르면 A 군은 지난해 7월부터 텔레그램에서 ‘판도라’, ‘다이진’라는 별명을 쓰며 10대 초반 여성 1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 34개를 제작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텔레그램에서 당신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고 있는데 유포자를 알려주겠다”며 쪽지를 보내 텔레그램으로 유인했다. 이후 ‘일인다역’을 하며 피해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신체 사진 등을 요구했고, 얻은 사진으로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중1 학생이었다.A 군은 피해자를 공범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5명을 낚아 오면 해방시켜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하거나 유인하도록 했다. 이렇게 피해자에서 피의자가 된 B 양(16) 등 공범 3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A 군은 “성적인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으며, 스스로 멈출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은 직접 제작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외에도 연예인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 81건, 허위영상물 1832건도 가지고 있었다.이번 단속에서 경찰은 자신의 오피스텔에 폐쇄회로(CC)TV를 몰래 설치해 아동·청소년 3명을 포함한 여성 53명과의 성관계 장면을 1584회 불법 촬영해 판매한 남성 2명도 구속했다. 이들은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남성에게) 성형수술 등을 지원해 줄 테니, 여성들을 끌어들여 성관계를 맺는 영상을 찍어 판매하자’고 합의한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1300만 원을 추징·보전했다.텔레그램 내에서 일명 ‘작가’로 활동하며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청소년 2명에 대한 성착취물 46개를 제작한 남성 2명도 구속됐다. 이들은 직장 동료의 부인이나 여성 동료 등 피해자 182명을 대상으로 한 허위 영상물 281건을 제작·소지한 혐의 등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성폭력은 제작·유포자뿐만 아니라 소지하거나 시청하는 행위도 중대한 범죄로 간주해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피해가 발생하면 망설이지 말고 수사기관이나 상담 기관 등을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 강조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고가 외제차를 중고로 산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수천만 원의 보험금을 타 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 정모 씨 등 10명을 10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가 외제차 2대를 이용해 사고를 내고 보험금 약 65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 정 씨 등은 사전에 외제차 벤틀리와 포르셰를 중고로 산 뒤 누구나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지난해 4월 5일 인적이 드문 새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도로에서 점멸신호에 정차 중이던 포르셰를 벤틀리가 추돌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냈다. 이들은 우연히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현장에서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시키고 차량 수리비와 치료비 등 명목으로 보험금을 타 낸 뒤 나눠 가졌다. 이를 수상하다고 생각한 해당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블랙박스에는 일당이 범행에 대해 논의한 대화 내용이 일부 남아 있었으며 사고 전 두 차량이 나란히 운행하며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범행 전 과정에서 텔레그램을 사용했다. 일당은 동네 선후배나 친인척 등 친분이 있던 사이로,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들을 모집한 정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이전에도 보험 사기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고가 외제차를 중고로 산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수천만 원의 보험금을 타 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 정모 씨 등 10명을 10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가 외제차 2대를 이용해 사고를 내고 보험금 약 65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경찰에 따르면, 주범 정 씨 등은 사전에 외제차 벤틀리와 포르셰를 중고로 산 뒤 누구나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지난해 4월 5일 인적이 드문 새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도로에서 점멸신호에 정차 중이던 포르셰를 벤틀리가 추돌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냈다.이들은 우연히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현장에서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시키고 차량 수리비와 치료비 등 명목으로 보험금을 타 낸 뒤 나눠 가졌다. 이를 수상하다고 생각한 해당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조사 결과, 블랙박스에는 일당이 범행에 대해 논의한 대화 내용이 일부 남아 있었으며 사고 전 두 차량이 나란히 운행하며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범행 전 과정에서 텔레그램을 사용했다.일당은 동네 선후배나 친인척 등 친분이 있던 사이로,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들을 모집한 정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이전에도 보험 사기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은 고려대에 수십억 원대 대규모 익명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에만 총 425억 원이 기부됐다.고려대는 27일 이달 들어 30억 원과 70억 원 규모의 익명 기부가 추가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도 125억 원과 2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기부가 있었다. 기부금은 자연계 중앙광장과 인문관 신축, 기금 교수 임용, 다문화 인재 장학금 등 학내 주요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대학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들의 조용한 헌신이 큰 울림이 되고 있다”며 “기대에 걸맞은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2300만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인해 이용자들 사이에 자신의 유심(USIM) 정보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해킹으로 인한 구체적인 유출 피해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해커들이 탈취한 유심을 이용해 복제폰을 만들고 재산을 빼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법 복제 등 최악 가능성도 상정해야”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해킹 공격으로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심 정보는 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유심 인증키 등이다. 다만 해킹당한 유심 정보 서버와 개인정보 서버가 분리돼 있어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별도의 서버에 저장된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는 문제가 없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2차 피해 사례는 없고 유심 복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 자산 탈취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건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암호공학연구실 기술총괄은 “일반 금융정보는 유심에 저장되지 않지만 개인 인증을 할 때 필요한 문자 인증 등 정보는 유심 탈취를 통해 얻을 수 있다”며 “유심 정보가 저장된 서버 외에 개인 가입자 정보를 저장하는 서버까지 해킹을 당하게 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까지 해커 침입 경위와 유출 정보의 범위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유심 복제로 똑같은 복제폰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개인정보가 저장된 서버까지 해킹됐을 경우 등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보안 강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번 사태로 2022년 해킹된 유심 정보가 복제돼 가상자산 탈취에 쓰인 정황이 유력했던 ‘심 스와핑’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전국 경찰서에서 약 40건의 심 스와핑 의심 사례를 넘겨받아 수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는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과 관련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보안 강화 권고 안내 조치를 취하는 한편으로, 내부 시스템 보안을 강화했다.● SK텔레콤,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권고 전문가들은 심 스와핑 피해를 막으려면 통신사가 제공하는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면 다른 사람이 고객의 유심 정보를 복제 또는 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통신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이 차단된다. 김 총괄은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기기 변경이나 해외 로밍이 막혀 해커가 유심을 복제해 대포폰에 꽂을 경우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전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할 것을 권장하는 문자메시지(MMS)를 순차 발송하기로 했다. 전날 홈페이지에 공지한 지 하루 만에 7만2000명이 이 서비스에 신규 가입했다. 온라인 고객센터 T월드는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가 몰리며 서버가 폭주하기도 했다. 또 전화 요금이 갑자기 많이 나오거나 스팸 메시지가 단기간에 급증하면 유심 정보 노출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편 SK텔레콤 측으로부터 해킹 피해 신고를 접수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수사에 착수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청소년들에게 돈을 준다고 유인해 홍채 정보를 요구하는 신종 사기가 유행하면서 경찰이 ‘긴급 스쿨벨’을 발령했다. 올해 첫 긴급 스쿨벨이다. 22일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 스쿨벨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긴급 스쿨벨은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경우 학교와 학부모에게 주의 및 대응 요령 등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시스템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홍채를 인식하면 현금 2만 원을 준다고 학생들을 유인한 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는 친구들을 가입시키면 현금을 추가 지급하는 식의 ‘피라미드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찰 관계자는 “홍채는 금융 거래 등에 사용되는 고유 생체 정보”라며 “유출되면 평생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꽝 없는 룰렛 게임’이라고 광고하며 돈을 입금하게 하고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계정을 차단하는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은 돈을 내고 참가하는 경우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청소년들의 개인정보는 2차 피해를 야기할 우려가 높고 가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 옹벽이 무너지며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됐다.22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후 1시 9분경 남양주시 화도읍 창현리의 한 아파트에서 지상 주차장 옹벽 등 일부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주차돼 있던 차량 6대가 아래로 빠지며 파손됐다. 사고 당시 주변에 보행자와 차량 탑승자는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 등은 사고 접수 직후 현장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크레인을 동원해 차를 끌어올렸다. 남양주시는 추가 붕괴를 우려해 주차장과 인접한 아파트 동의 40세대를 임시 대피를 안내하고 인근 화도체육문화센터에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했다. 당국은 이번 비로 지반이 약해졌으며 빗물 등을 배출하는 우수관로를 따라 토사가 유출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는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한 뒤 구체적인 붕괴 원인을 분석하고 복구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무너진 옹벽 주변 아파트가 붙어있어 안전 확보를 위해 동 주민들의 출입을 막은 뒤 대피시켰다”며 “현재 전도된 차량을 다 꺼내는 등 긴급 조치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복귀했다.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2022년 11월 7일 관저로 옮긴 지 886일 만이자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일주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서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6·3 대선을 앞두고 정치 행보를 재개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날 메시지에도 사과와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은 담기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비상 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관저를 떠나면서 정문 앞에 차를 세운 뒤 ‘과잠’(대학교 학과 잠바)을 입은 청년들과 포옹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은 파면된 내란 수괴 주제에 뻔뻔하게 상왕 노릇을 하려 든 윤석열의 후안무치에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尹, 승복 없이 “새 길 찾겠다”… 지지층 결집 정치행보 재개 시사[尹 관저 퇴거] 尹, 파면 일주일만에야 사저로관저 앞 모인 청년들과 포옹-악수… 이동 내내 창문 활짝 열고 손흔들어“관저 앞 지킨 뜨거운 열의 가슴 새겨”… ‘배후 영향력 행사’ 현실화 가능성사저 앞선 尹지지-규탄 집회 동시에11일 오후 5시 10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 검은색 승합차가 멈춰 서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남색 정장과 노타이 차림의 윤 전 대통령은 가장 먼저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 도열한 ‘과잠(대학교 학과 점퍼)’을 입은 청년들과 포옹하고 악수를 나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단체에서 활동한 이들이다. 일부 청년은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고 나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는 팻말을 든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차량에 다시 올라탄 뒤에도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는 17분 내내 창문을 열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일주일 만에 관저에서 퇴거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나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그 대신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했다. 사실상 정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면서 탄핵 이후에도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복도 사과도 없이… “새로운 길 찾겠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 퇴거에 맞춰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메시지를 냈다. 탄핵 심판 직후 내놓은 세 번째 메시지에서 윤 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며 정치 행보 재개를 시사했다. 그는 “지난겨울 많은 국민들 그리고 청년들께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주셨다”며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관저를 떠나기 전 대통령실 참모진들과의 환송 자리에서는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직원들에게 “우리가 취임 이후 국가 발전을 위해 또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비상 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구치소에 있던 기간이 임기 중 가장 빛났던 시간”이라며 “자유와 주권 수호, 번영을 위해 싸우고 투쟁하자.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저, 사저서 환대 부각한 尹사저로 비교적 조용히 떠났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은 참모진과 지지자들로부터 환대받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건네받은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Korea Great Again)’라고 쓰인 빨간 모자를 쓰고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본뜬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려는 듯 마이크를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관저에서 키우던 반려견, 반려묘 11마리와 함께 사저로 이동했다. 사저에는 윤 전 대통령 내외가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경 아파트 정문에 파란색 이삿짐 트럭 2대 등이 정차했다. 매트리스와 캣타워 등이 내려지기도 했고, 윤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 1층 로비 내부에는 윤 전 대통령을 환영하거나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꽃바구니 상자도 있었다. 이날 한남동 관저와 서초동 사저 앞에선 윤 전 대통령 지지 집회와 규탄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서초동 사저 앞에 모인 윤 전 대통령 지지 측은 “윤 어게인! 다시 대한민국”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집회에선 30여 명이 모여 ‘윤석열을 당장 사형하라’ ‘김건희를 당장 구속하라’ 등의 손팻말을 흔들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