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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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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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허영과 겸손의 상징을 넘어선 선택의 순간

    화려한 펜던트와 럭셔리한 옷을 입고 머리 장식까지 한 상태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그를 설득하려는 듯 왼쪽에서 손짓을 하며 말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여성. 화려한 여성과 달리 장신구도 하나 걸치지 않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노란색 천으로 가렸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이들은 누구일까.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오랫동안 두 가지 오해를 받았다. 첫째는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이 대조를 이루는 건 허영심과 겸손함을 대비시켜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 때문에 이 그림은 과거 ‘겸손과 허영의 우화’라 불리기도 했다. 둘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렸다는 오해다. 다 빈치가 그린 작품으로 여겨진 이유는 오른쪽 여성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서 드러나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람이나 사물 형태를 윤곽선 없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드러내는 이러한 표현 방식을 이탈리아에선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라 한다. 이건 바로 다 빈치가 만들어낸 방식이다. 다 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이 그림 속 얼굴을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다 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화가들이 따라했다. 이 그림을 그린 밀라노 화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도 그랬다. 또 루이니의 다른 그림을 살펴 보면, 이 작품이 그저 단순히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을 대비시킨 게 아니란 점도 알게 된다. 바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루이니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러 차례 그려 왔고,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주요 소품 중 하나가 그림에서 여성가 쥐고 있는 ‘향유병’이다.향유병은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과 머리에 부은 향유를 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속세의 허영을 버리고, 검소한 옷차림인 ‘상냐 마르타’의 설득으로 예수를 따르게 된다. 향유병은 막달라 마리아가 물질적인 유혹을 벗어 던지는 순간을 강조하는 상징이기도 하다.이 작품은 1936년 앤 R. 퍼트넘과 에이미 퍼트넘이란 인물이 세상을 떠난 여동생 이레네를 추모하며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 미술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밝혀졌다. 흥미로운 건 성경에선 허영을 버리고 검소함을 가지라고 강조하지만, 그림 속 두 여성은 똑같은 비중으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인간은 삶에서 어떤 가치를 따를 것인가. 화가는 그 선택의 몫을 관객에게 넘겨주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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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바이올린 샛별 ‘6色 경연’ 펼친다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 부문) 결선에서 뜨거운 경쟁을 이어갈 연주자들이 결정됐다. 7,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준결선 경연 결과, 결선에 오르게 된 참가자는 제이슨 문(26·미국 콜번스쿨)과 윤해원(20·한국예술종합학교), 이예송(22·독일 한스아이슬러 음악대), 임현재(28·미국 커티스음악원), 올렉시 티셴코(18·오스트리아 빈음악대), 릴리아 포치타리(28·독일 한스아이슬러 음악대) 등 6명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인 제이슨 문 씨는 “수년 동안 좋아하며 연습했던 곡을 골랐기에 백스테이지에선 정말 떨렸지만 무대에서는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서 연주했다”며 “이제 결선에 한 곡만 남았으니 집중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몰도바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포치타리 씨는 “독일에 있을 때 넷플릭스로 한국 음식 다큐를 보고 매주 비빔밥을 해 먹었는데, 한국에서 진짜 비빔밥을 먹어봐서 기쁘다”며 웃었다. 윤해원 씨는 “준결선 진출만으로도 떨렸지만 심호흡하고 최대한 음악 표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결선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 협주곡에서 북유럽의 풍경이 주는 느낌을 잘 묘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022년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 최연소 입상자인 이예송 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공연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고 즐겁게 임하려고 노력했다”며 “결선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는 아련한 곡이지만 활기찬 분위기를 내보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티셴코 씨는 교수의 권유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낯선 나라에서 완전한 외국인이 돼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느껴서 좋았다”며 “약간의 긴장감이 연주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임현재 씨는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5년 전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 4년 동안 연주를 못 했던 그는 지난해 6월 다시 악기를 잡았다고 한다. 4개월 연습 뒤에 참가한 윤이상콩쿠르와 올 5월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도 준결선에 진출하고 이번에도 결선에 올라 “지금도 꿈을 꾸는 듯 얼떨떨하다”고 했다. 임 씨는 “2년 동안 병원 생활을 했고, 지금도 나에게 맞는 연주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결선 경연은 10일 오후 1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장윤성 지휘 한경아르떼필하모닉 협연으로 열린다. 결선 진출자들은 장 시벨리우스, 차이콥스키, 브람스 협주곡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시상식은 결선에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 반에 열린다. 입상자에게는 1위 5만 달러(약 7300만 원) 등의 상금과 함께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발표회 초청 등 다양한 연주 기회가 제공된다. 결선 공연은 전석 2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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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싸서 유명? 유명해서 비싸?… 미술계 흔든 경매의 세계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 달러(약 3488억 원)에 팔리며 공개 경매로 팔린 미술품 중 역대 두 번째로 비싼 작품이 됐다. 그렇다면 클림트 작품처럼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가격에 경매봉을 두드리게 한 작품은 뭐가 있을까. 작품에 얽힌 여러 이야기와 함께 ‘역대 경매가 톱10’을 살펴봤다. 다만 미술품은 갤러리 판매나 경매사 프라이빗 세일 등 여러 방식으로 거래돼, 경매 최고가가 가장 비싼 작품이란 뜻은 아니다. ● ‘홧김에 경매’ 역대 최고가공개 경매의 역대 최고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경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다. 2017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4억5030만 달러에 팔렸다. 당시 시세로 5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도 놀랍지만, 사연도 화제였다. 예수가 투명한 유리구를 쥐고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195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처음 나왔을 땐 겨우 45파운드에 팔렸다. 이후 복원을 거쳐 옥스퍼드대에서 ‘다빈치 진품’ 인정을 받았는데, 러시아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2013년 스위스 딜러로부터 1억2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훗날 리볼로블레프는 “딜러가 가격을 뻥튀기했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격분한 리볼로블레프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 작품을 내놓는다. ‘홧김에 경매’였다. 그런데 20분가량 이어진 경합은 점점 치열해지더니 한 번에 2000만, 3000만 달러씩 가격이 치솟았다. 미술전문 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는 당시 “경매장 분위기가 서커스장 같았다”고 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대리인이 리볼로블레프가 샀던 가격의 약 4배에 낙찰받았다. 다만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 진품이 맞느냐는 여전히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모딜리아니, 중국 벼락부자가 낙찰 때로 작품보다 낙찰받은 사람이 더 주목받기도 한다. 공개 경매가 역대 4위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운 누드’(1억7040만 달러)를 2015년 낙찰받은 건 중국의 대표적 벼락부자로 꼽히는 류이첸(劉益謙) 선라인그룹 회장이다. 노동자 집안 출신인 류 회장은 중학교 중퇴 뒤 가방 장사와 택시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1980년대부터 주식과 부동산 등에 뛰어들어 억만장자가 됐다.5위인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1억9500만 달러)은 총을 맞아 더 유명해졌다. 배우 매릴린 먼로를 그린 연작 중 하나인데, 원 제목은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었다. 1964년 퍼포먼스 예술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워홀에게 “쏴도 돼?(Can I shoot?)”라고 물었고, 이를 사진 촬영이라 여긴 워홀은 “찍어(Shoot)”라고 답했다. 그러자 포드버는 그림 속 먼로 이마에다 권총을 쐈다. 워홀은 그림 복원 뒤 제목에 ‘샷(총 맞은)’을 추가했다. 2022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유명 화상인 래리 거고지언이 낙찰받았다.이 밖에 역대 경매가 상위 10위엔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40만 달러·카타르 전 총리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비르 알사니 낙찰)과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 초상’(8250만 달러·일본 다이쇼와 제지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 장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억1050만 달러·일본 조조타운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 등도 이름을 올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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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범’ 조진웅 은퇴에… “범죄공개가 맞다” vs “이미 죗값치러”

    과거 강력범죄 이력이 드러난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사진) 씨가 6일 은퇴를 선언했다. 조 씨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실망드린 걸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조 씨가 고교생이던 1994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차를 훔치고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5일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조 씨는 당시 유죄를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배우에게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나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됐으며 성폭력 관련 행위는 (조 씨와)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조 씨는 이튿날 은퇴를 선언했다. 일각에선 주로 정의로운 배역을 맡아 온 조 씨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씨는 아버지 이름을 예명 삼아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2016년엔 드라마 ‘시그널’에서 오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독립군을 다룬 영화 ‘암살’ 출연을 계기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맡았고, 2021년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땐 ‘국민 특사’로 참여했다. 올 8월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다. 이번 사건은 ‘소년범 전과 공개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현행법상 소년범 사건의 기록과 수사 자료는 피해 당사자라 할지라도 소년부 판사가 허가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낙인을 방지해 교화와 재사회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엔 15세 성폭력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주소지 공개를 요청한 피해 여학생(당시 15세)의 소송을 법원이 기각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피해 학생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곡 조영신 변호사는 “적어도 강력범죄라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씨는) 청소년 시절 잘못을 했고 응당한 제재를 받았다”고 했다. 죗값을 치른 뒤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조 씨가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혀 온 탓에 이번 사안은 여야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조 씨는 8월에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등 친여 성향을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성인이 된 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며 옹호성 발언을 남겼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가해자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 속에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조 씨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소년범 전력을 국가가 검증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7일 밝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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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웅이 쏘아 올린 ‘깜깜이 소년법’…피해자도 허가없인 열람못해

    과거 강력범죄 이력이 드러난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 씨가 6일 은퇴를 선언했다. 조 씨는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실망드린 걸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이번 사태는 조 씨가 고교생이던 1994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차를 훔치고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5일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조 씨는 당시 유죄를 받고 소년원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배우에게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나 관련 법적 절차도 종결됐으며 성폭력 관련 행위는 (조 씨와)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조 씨는 이튿날 은퇴를 선언했다.일각에선 주로 정의로운 배역을 맡아 온 조 씨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씨는 아버지 이름을 예명 삼아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2016년엔 드라마 ‘시그널’에서 오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독립군을 다룬 영화 ‘암살’ 출연을 계기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맡았고, 2021년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땐 ‘국민 특사’로 참여했다. 올 8월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다.이번 사건은 ‘소년범 전과 공개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현행법상 소년범 사건의 기록과 수사 자료는 피해 당사자라 할지라도 소년부 판사가 허가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낙인을 방지해 교화와 재사회화를 돕겠다는 취지다.문제는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엔 15세 성폭력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주소지 공개를 요청한 피해 여학생(15세)의 소송을 법원이 기각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피해 학생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곡 조영신 변호사는 “적어도 강력범죄라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씨는) 청소년 시절 잘못을 했고 응당한 제재를 받았다”고 했다. 죗값을 치른 뒤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조 씨가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혀 온 탓에 이번 사안은 여야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조 씨는 8월에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등 친여 성향을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성인이 된 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며 옹호성 발언을 남겼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가해자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 속에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조 씨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의 소년범 전력을 국가가 검증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7일 밝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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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홧김에 경매 내놓은 작품이 5000억? 낙찰가보다 놀라운 숨은 사연들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 달러(약 3630억 원)에 팔리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공개 경매로 팔린 미술 작품 중 역대 두 번째 높은 가격이었다.미술 작품은 공개 경매뿐 아니라 갤러리나 딜러의 판매, 경매사의 프라이빗 세일 등 여러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경매 최고가라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며, 때로 치열한 경합이 오가고 작품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경매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하나의 이벤트다. 클림트의 작품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경매봉’을 두드리게 한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봤다.● ‘홧김에 경매’로 역대 최고가역대 최고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500년경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살바토르 문디’로, 2017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20분간 경합 끝에 4억5030만 달러에 팔렸다. 한화로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도 놀랍지만, 드라마틱한 사연도 화제였다.예수가 투명한 유리구를 쥐고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195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와 단돈 45파운드(약 10만 원)에 팔린다. 이후 복원을 거쳐 옥스퍼드대 학회에서 ‘다빈치 진품’ 인정을 받는데, 이 작품을 러시아 억만장자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스위스 딜러로부터 1억2000만 달러에 샀다. 리볼로블레프는 “스위스 딜러가 작품 가격을 뻥튀기했다”고 뒤에 소송을 걸지만 패소했다.격분한 리볼로블레프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 이 작품을 내놓는다. ‘홧김에 경매’였다. 그런데 20분간 이어진 경합은 점점 치열해지며 한 번에 2000만, 3000만 달러씩 가격이 올랐다. 결국 사우디 왕자 모하메드 빈 살만의 대리인이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볼로블레프가 산 가격의 4배였다. 급상승하는 가격에 경매장 분위기는 서커스장 같았다고 전한다.● 억만장자 택시 기사, 총 맞은 그림때로는 작품보다 낙찰받은 사람이 더 주목받는다. 역대 4위인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운 누드’(1억7040만 달러)를 2015년 낙찰받은 사람은 중국의 억만장자 류이첸이었다. 류이첸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방 장사와 택시 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다 1980~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제약 투자로 재벌이 됐다. 6, 7명과 경합 끝에 손에 넣은 작품을 류이첸은 아내 왕웨이와 세운 미술관 ‘롱뮤지엄’에 보관하고 있다.5위 작품인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매릴린’(1억9500만 달러)은 실제로 총을 맞아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배우 매릴린 먼로를 그린 연작 중 하나인데, 원래 제목은 ‘세이지 블루 매릴린’이다. 이 작품 앞에서 퍼포먼스 예술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워홀에게 ‘쏴도 돼?(Can I shoot?)라고 물었고, 이를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들은 워홀이 ‘찍어’(Shoot)이라고 답해 포드버가 그림 속 먼로의 이마에 권총을 쏘았다. 워홀은 그림을 복원한 뒤 제목에 ‘샷’(총 맞은)을 추가했다. 2022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유명한 화상 래리 가고시안이 낙찰받았다.이밖에 경매 최고가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40만 달러),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 초상’(8250만 달러),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 연구 3부작’(1억4240만 달러), 장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억1050만 달러) 등이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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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안개에 싸인 그림… 죽음으로 이끌거나 죽음을 애도하거나

    “광활한 죽음의 제국에 유일한 생명의 불꽃으로 있는 것. 고독한 원 안에 고독한 중심으로 세상에 놓이는 것보다 더 슬프고 불쾌한 일은 없다. (…) 이 그림은 마치 지옥의 묵시록 같다.” 19세기 독일 화가인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작품 ‘바닷가의 수도사’를 보고 한 문학가가 남긴 글이다. 이 문학가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그는 무한히 고독하고 막막한 이 그림에 대해 “눈꺼풀이 잘려 나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절망감을 표한다. 그리고 몇 달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비슷한 시기 이 그림을 본 프로이센 왕자 프리드리히 빌헬름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그림을 보기 석 달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바닷가에서 하늘을 원망하며 홀로 선 남자를 보고 왕자는 아버지에게 “저 그림을 갖고 싶다”고 속삭인다. 왕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깜짝 놀라 그림을 산다. 바위산 정상에서 안개가 가득한 풍경을 보는 남자의 뒷모습을 그린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로 유명한 프리드리히. 그의 작품은 여러 시대를 거치며 찬사와 무시, 오해를 번갈아 받았다. 책은 이처럼 프리드리히 작품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몰입감 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문화부 기자 출신인 저자는 독일 본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미술사와 근대사를 공부했으며 예술 잡지 ‘모노폴’을 창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경력을 살려 그림에 대한 소장 기록과 인간적인 사연,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교차시킨다. 화가가 살아있을 때부터 작품을 소장했던 소장자, 그림을 도난당하거나 불에 타고 전쟁에서 폭격을 맞을 뻔한 사연 등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인생’을 그려 보인다. 평론가와 왕자의 평가가 엇갈렸던 ‘수도사’ 말고도 여러 작품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거대한 산을 그린 풍경화 ‘바츠만산’은 나치에 의해 강인한 독일인의 표상으로 활용됐다. 이에 반해 ‘외톨이 나무’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보고 감동해 아름다운 시를 써냈다. ‘달을 보는 두 사람’은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모티프가 됐다. 독일을 찾았던 월트 디즈니는 ‘밤비’의 배경을 그의 풍경으로 채웠으며, 20세기 독일의 가장 유명한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한다. 시대는 물론 사람에 따라서도 그림에 대한 반응은 달라진다. 화마나 전쟁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으면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마치 사람 같은 작품의 운명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예술 작품의 의미는 결국 관객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떠오른다. 저자는 이 말을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의 말로 대신한다. 블로흐는 프리드리히의 작품을 보고 어떻게 낙관적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사람이 있고, 그 그림을 볼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으니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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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켜는 별을 기다리며…

    “수예가 아홉 살이었을 때, 저에게 질문을 했어요.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이건 어때요?’ 하면서. 그 나이에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올해 핀란드 ‘장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제자 박수예(25)의 첫인상을 묻자 울프 발린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스웨덴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교수,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예술대 객원교수인 발린은 23세 때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42년 동안 많은 세계 유망주를 지도하고 있다.박수예는 아홉 살 때 발린 교수에게 발탁돼 베를린에서 공부하며 앨범 발표부터 콩쿠르 우승까지 차근차근 커리어를 밟아 나가고 있다. 십수 년 전 한국에서 온 어린 연주자의 가능성을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어떤 사람의 잠재력은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설명하기 어렵죠. 하지만 그 질문을 받으니 수예가 공손하게 물어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린 소녀였는데도 강한 개성과 열린 마음과 왕성한 호기심이 돋보였어요. 수예와 정말 많은 수업을 했지만 어려웠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 영리함과 노력을 갖춘 톱클래스 연주자입니다.” 발린 교수는 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예선 2일 차까지 심사를 마친 상태였다. 지금까지의 인상을 묻자 “끝까지 봐야 알 수 있겠다”고 신중하게 답하면서도 참가자들의 기량을 칭찬했다. “요즘 콩쿠르는 연주자들의 평균 기량이 매우 높아졌어요. 점점 심사하기가 까다로워지고 있지요. 그럼에도 언제나 ‘톱클래스’는 극소수입니다. 그런 연주자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발린 교수는 이번 콩쿠르의 흥미로운 포인트로 1차 예선에서 연주자들이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한 것을 꼽기도 했다. “20세기 피아니스트 아르투어 슈나벨이 ‘모차르트는 아이들이 연주하기엔 너무 쉽고, 어른이 연주하기엔 너무 어렵다’고 했어요. 모차르트 음악은 ‘디테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작은 것을 간과하잖아요. 작고 평범한 것도 놓치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느냐, 또 솔로곡이 아니니 피아노와 잘 협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발린 교수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대목은 뭘까. 결국은 차이를 가르는 건 “개성”이라고 했다. 요즘은 유튜브 등을 통해 좋은 연주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이에 평균적으로 실력은 높아졌지만, 세계적으로 연주들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저는 베를린에서 세계에서 온 여러 학생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다른 문화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지만, 꼭 지켰으면 하는 건 자신의 ‘뿌리’입니다. 1960, 70년대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15명을 떠올려보면, 각자의 연주 스타일이 모두 달랐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연주자들이 기교만 열심히 연습하는 게 아니라 작곡가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사회, 정치 배경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나를 위해 음악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작곡가와 음악을 앞에 세우고 내가 뒤에 서는 것. 그 안에서 움직이며 큰 힘을 만들어 내는 연주자가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연주자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며 남은 심사에 임하겠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2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7, 8일 서울교육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리는 준결선에 이어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결선 경연으로 마무리된다. 준결선 1만 원, 결선 전석 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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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일절, 독립혁명 의미 살려 ‘3·1독립선언절’로”

    3월 1일 삼일절의 명칭을 민족 독립을 쟁취하려는 혁명적 성격이 강하단 뜻을 담아 ‘3·1독립선언절(3·1 Independence Declaration Day)’로 바꾸는 걸 추진하는 모임이 결성됐다.‘3·1독립선언절 제정 추진위원회’는 3일 서울 서초구 KCEF서초플랫폼에서 발기인대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이날 발기선언문에서 “1919년 3월 1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 지배와 폭정을 벗어나 정치적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자유의지로 결단하고 봉기한 3·1독립혁명의 첫날”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3월 1일은 “독립선언과 만세 시위를 결행한 날이며, 상하이 임시정부로 시작된 오늘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의 길로 나아가게 한 역사적 계기이자 근대적 국민통합의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는 3·1독립선언절 제정 법안을 여야 합의로 조속히 의결하라”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 관장과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 김학준 전 동아일보 회장, 신복룡 건국대 명예교수,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주성민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명예이사장 등 공동대표 6인을 포함해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정 교수는 “내년 2월 4일 추진위원회의 공식 발족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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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군복 뒤에 숨은 불안감

    “최고 상류층의 초상화를 그리던 붓으로 거리의 부랑자와 정신 이상자도 그렸던 화가.” 근대 미술의 문을 연 거장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에 대해 어느 미술사가가 남긴 말이다. 고야의 붓이 모두가 선망하던 대상부터 감추고 싶은 사회와 인간의 치부까지 건드렸음을 뜻한다. 그의 붓이 그린 귀족과 왕실 초상화에선 이런 ‘양면성’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서 볼 수 있는 고야의 ‘라 로카 공작, 비센테 마리아 데 베라 데 아라곤의 초상’은 스페인 왕실과 가까웠던 라 로카 공작이 왕립 역사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된 걸 기념해 그린 초상화다. 이때 고야는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4세의 신임을 받아 궁정화가로 일하고 있었다. 군인이자 행정가였던 라 로카 공작은 이 초상화에서 화려한 군복과 훈장 차림이다. 권위를 드러내는 복장은 그의 업적을 돌아보게 한다. 이 시기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 왕실은 프랑스혁명으로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라 로카 공작은 왕실의 반혁명 정책을 지지했고, 바렌시아 지역 사령관으로서 프랑스인 추방령을 내려 왕실의 신임을 받았다. 강경한 왕실 충성파 세력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급스러운 의자와 위엄 있는 복장에 반해, 라 로카 공작의 모습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소매 끝으로 어색한 듯 움츠리고 있는 오른손이 그러하며,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려는 듯 살짝 벌어진 입술 또한 그렇다. 사실적인 피부 질감과 주름은 라 로카 공작의 권위 이면에 있는 왕정 쇠퇴기의 불안함을 보여준다. 고야는 이 그림을 그리기 2년 전 목숨을 위협하는 병을 앓았다. 당시 서서히 청각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고통을 겪은 뒤 고야가 그린 작품들에선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을 그리고 4년 뒤, 고야는 수석 궁정화가가 된다. 그 직후 국왕 카를로스 4세와 그의 가족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카를로스 4세의 가족’은 국왕이 아닌 왕비 마리아 루이사를 중심에 배치하고 왕족의 옷을 화려하게 그렸다. 하지만 마치 해질 녘 노을처럼 사라질 것 같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왕실 내부의 긴장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19세기 프랑스 예술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고야의 예술이 지닌 혁신성과 감정의 깊이를 높이 샀다. 그의 예술은 에두아르 마네 같은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근대 미술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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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잉아트, 美NADA아트페어 참가… “김서연-알레그레 작품 출품”

    도잉아트는 미국 마이애미 아이스팰리스스튜디오에서 2일(현지 시간)부터 6일까지 열리는 NADA(New Art Dealers Alliance) 아트페어에 참가한다. NADA는 2002년 뉴욕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왔다. 도잉아트는 스페인 작가 바바라 알레그레와 한국 작가 김서연의 작품을 출품한다. 정승희 도잉아트 대표는 “NADA가 지향하는 미학적 실험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반영하는 두 명의 작가를 선보인다”라고 설명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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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호 1968승… 스승 조훈현과 최다승 타이

    ‘돌부처’ 이창호 9단(50·사진)이 1968승을 기록하며 ‘스승’ 조훈현 9단(72)의 역대 최다승 기록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이 9단은 30일 서울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 인크레디웨어 레전드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최규병 9단을 상대로 241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 9단의 통산 전적은 1968승 1무 814패가 됐으며, 조 9단과 최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1986년 입단한 이 9단은 그해 조영숙 초단에게 첫 승리를 거둔 뒤, 2000년 10월 안조영 6단을 꺾으며 1000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유창혁 9단을 상대로 1900승을 달성했다. 이 9단은 “최다승 기록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알려줘 최근 알게 됐다”며 “어느 기사와 대국해도 늘 어렵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9단은 올해 63전 50승 13패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2000승까지 32승이 남아 있어, 이런 속도라면 내년에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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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하기’와 ‘빼기’… 韓-대만 추상화, 서로를 비추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에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한 홍콩 문학가 류이창(1918∼2018)의 소설 ‘테트-베슈(對倒·교차점)’. 소설은 197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이주한 중년 남성과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나란히 보여준다. 제목 ‘테트-베슈’는 우표 수집가들이 쓰는 말로, 우표 두 장이 위아래 반대로 붙어 있는 ‘쌍둥이 우표’를 가리킨다. 지난달 23일 대만 가오슝 에일리언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전시 ‘음유시공(吟遊時空·The Bards of Time and Space)’은 마치 이런 쌍둥이 우표와도 같았다. 중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50년을 살다 대만으로 돌아온 작가 호칸(霍剛·훠강·93)과 한국에서 태어나 남미와 유럽에서 활동한 작가 권순익(66)을 교차 구성했기 때문이다. 미술관 측은 “‘테트-베슈’에서 두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전개되며 서로 호응하는 구조에서 힌트를 얻어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국적도 세대도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가까이서 질감, 붓 터치를 눈여겨볼수록 둘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름을 알게 된다. 권 작가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겹겹이 쌓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해 두껍게 쌓아 올린다면, 호 작가는 순간 떠오르는 형태와 색, 선을 그리며 즉흥적으로 리듬을 만든다. 미술관은 이를 ‘더하기’와 ‘빼기’로 비유했다. 호 작가는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 본질로 돌아가며, 권 작가는 계속해서 더하면서 내면으로 다가간다는 설명이다. 호 작가는 중국 난징에서 태어나 17세에 대만으로 이주한 뒤, 서구 추상화를 보고 자극을 받아 1964년 밀라노로 이주했다. 권 작가는 급속한 현대화와 산업화를 겪은 세대로, 특히 광산 지역인 경북 문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흑연’을 자주 사용한다. 이런 두 작가가 가오슝에서 만난 건 ‘현대 아시아 추상’을 함께 짚어 보자는 의도가 담겼다. 미술관 디렉터인 야만 샤오는 “유럽의 초기 추상은 디자인적인 요소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데 반해 두 아시아 작가의 추상 작품은 산해경(山海經)을 읽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기획자의 의도대로 작품들은 서로 호응하거나 차이점을 드러내며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1955년부터 현재까지 약 70년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온 두 작가의 작품 72점이 전시됐다. 호칸의 과감한 선이 돋보이는 대형 회화 작품, 권 작가가 기와에서 형태를 가져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만든 설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내년 11월 1일까지.“亞 추상화, 서구 모방 아닌 우리만의 철학 담아”‘에일리언 센터’ 야만 샤오 디렉터 “전시 계기, 韓과 교류 이어가고파”“아시아의 추상화가들이 서구 스타일을 단순히 모방한 게 아니라 우리만의 철학으로 독자적인 언어를 창조한 역사라는 것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대만 가오슝에 있는 에일리언 아트센터 디렉터인 야만 샤오(사진)는 센터 개관 7주년을 맞아 개최한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만 남부 제2도시이자 무역항인 가오슝에 2018년 문을 연 에일리언 아트센터는 개관 전에는 방치된 건물이었다. 하지만 콘크리트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자연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해당 건물의 원래 이름은 ‘킨마 호스텔’. ‘킨마’는 금문도와 마조도를 가리키는 말로, 대만군이 머물렀던 군사 숙소였다고 한다. 1967년 만들어져 1988년까지 군인 숙소였다가, 2012년까진 철도 공병 사령부로 쓰였다. 이후 비어 있는 상태로 점점 폐허가 되어 갔다. 샤오 디렉터는 “미술관으로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수락했다”며 “설계안을 15번이나 바꾸면서 2년여의 리모델링 과정 끝에 지금의 공간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이름으로는 ‘낯선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에서 ‘에일리언(Alien·외계인, 이방인)’을 붙였다. 20세기 이후 근현대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데, 미국 작가인 제임스 터렐의 ‘코린토스 터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음유시공’전과 일본 작가의 도예·회화전도 열린다. 샤오 디렉터는 “휴대전화 화면으로는 볼 수 없는 예술의 여러 가지 감각을 직접 와서 경험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등과) 국제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가오슝=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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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성공한 ‘엄친아’ 가정, 공통된 비결은…

    형제자매가 모두 뛰어난 성취를 드러내는 가족에겐 어떤 비밀이 있을까. 성장 과정과 부모의 양육 태도부터 자녀 간의 경쟁과 협력, 가족 내 미묘한 정서와 문화는 얼마나 영향을 줄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 실제 가족의 사례를 통해 깊이 있게 서술한 책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출장을 떠났을 때 다른 집에 맡겨지면서, 집마다 다른 분위기를 본 저자는 “내가 이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생각해 봤다고 한다. 그러나 가정 문화에 관해 다룬 책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에 직접 연구하고 책을 쓰기에 이른다. 저자는 재즈 음악가 마살리스 가족, 철인 3종 경기 선수와 소설가 남매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형제자매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이 공유하는 가정 내 문화나 일상 대화, 농담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성공은 엄격한 훈육이나 일방적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이 드러난다. ‘성공 양육 비법’이라는 확실한 공식은 오히려 존재하지 않았다. 가족마다 다른 변수와 우연의 요소가 작용한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된 패턴도 있다. 부모들은 자녀가 실패하는 걸 막지 않으며, 스스로가 분명한 목표를 향해 살아가며 본보기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트라이애슬론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세라 그로프의 아버지 제리 그로프는 14km에 이르는 집 근처 호수를 수영으로 건너고 싶다는 딸의 말에 보트로 옆을 따라가며 도전하게 돕는다. 결국 세라는 호수를 끝까지 헤엄쳐 건너며 마을 기록을 세운다. 세라의 오빠 애덤은 성공한 기업가로, 언니 로런은 호평받는 소설가로 성장했다. 저자가 만난 부모들은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솟구치는 순간을 포착하고,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했다. 2007년부터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서 가족과 젠더, 여성 건강 등의 사회 문제를 취재해 온 저자는 2018년 직장 내 성희롱 이슈를 다뤄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뷰 대상자의 목소리를 잘 살리면서 풍성한 데이터도 갖추는 저자의 스타일이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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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놀이 같은 심판극… 관객이 배심원이죠”

    무대 한가운데에 식탁이 있고, 객석은 무대를 삼면으로 둘러싼다. 보통 관객은 무대 맞은편에서 바라보지만 이 연극은 관객이 투우를 감상하듯 둘러싼다. 그 때문에 배우들은 한 번 등장하면 퇴장할 수 없다. 이에 앞 모습은 물론이고 옆 얼굴, 뒤통수까지 연기해야 하는 ‘고난도’ 작품. 연극 ‘트랩’의 배우 박건형과 연출 하수민을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실은 하 연출은 오래전부터 박 배우를 주인공 ‘트랍스’에 어울리는 인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를 만난 뒤 ‘말 한마디’에 더욱 확신을 얻었다.“무대 위 트랍스는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사실 스스로 삶을 변화시킬 용기가 없는 평범한 인물이거든요. 박 배우가 ‘평범한 인간’이란 얘길 했을 때 핵심을 관통했다 생각했죠.” 박 배우는 트랍스를 “돈벌이에만 급급하다 지적인 사람들을 만나 고장 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대로 섬유회사 외판원인 트랍스는 출장 중 자동차 사고로 우연히 만난 은퇴한 법조인들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며 엉뚱한 길에 빠진다. 이 법조인들은 무료함을 달래려 ‘모의재판’ 놀이를 하는데,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트랍스를 추궁한다. 때로는 네가 저지른 일이 ‘철학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부추긴다. 이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그리는 극은 마지막에 충격적 반전으로 막을 내린다. 뭣보다 이 연극의 매력은 이러한 모든 과정을 관객이 배심원이라도 된 듯 에워싼 채 감상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배우는 회차마다 커다란 시련(?)에 빠진다.“제게 가장 소중하면서 어려운 장면이 ‘등장 신’이에요. 조용한 무대에 들어가 흥을 느끼고 춤도 추며 분위기를 띄워야 해요. 그런데 관객이 워낙 가까우니 때론 제 몸짓을 부끄러워하는 게 느껴집니다. 거기서 같이 민망하면 끝장나는 거죠.”(박 배우) 무대에서 먹는 것도 고역이다. 음식을 먹되, 대사 차례가 오기 전에 다 씹어 넘겨야 한다. 이러다 보니 상대 배우 입의 ‘이물질’이 자신의 와인잔에 들어온 적도 여러 번 있다고 한다. “분명 어떤 관객은 이걸 봤을 텐데 ‘이걸 버려, 마셔?’ 오만가지 생각이 그때마다 들어요. 삼면을 둘러싼 객석이 아주 매력적이면서도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셈이죠.” 하 연출은 이런 무대를 만든 의도를 ‘마당놀이’에 비유했다. “원작 소설을 읽고 ‘향연’과 ‘법정’이 동시에 벌어져야 한다는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큰 테이블은 심판대와 같고, 관객은 배심원이어야 했죠. 사실은 관객도 같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거기까진 한계였습니다. 하하.” 이런 몰입감은 관객이 무대를 지켜보며 계속해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마지막 장면이 공개되면 그날마다 객석 분위기가 다릅니다. 어떤 날은 박수가 나오고, 다른 날은 충격에 휩싸인 침묵이 감돌아요. 결국 이 작품은 관객이 완성하는 겁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작품으로 들어가 함께한다는 것. 정말 독특한 경험이니 꼭 참여해 보세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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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연극 ‘인간 탈피’ 30일까지

    극단 다이얼로거와 창작집단 고릴라조합의 연극 ‘인간 탈피’(사진)가 서울 종로구 지구인아트홀에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2021년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 공모 우수작으로 선정된 지강숙의 희곡이 원작으로, 남동훈 연출이 무대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인간성을 잃은 자가 인간으로, 지킨 자가 개구리로 변한다는 역설적 설정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인간 본질과 사회적 균열을 탐구한 실험적 연극이다. 정교한 선으로 구성한 무대와 영상, 여기에 음악과 안무가 독특하게 결합해 작품의 기묘한 세계관을 드러낸다. 3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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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통수까지 연기하는 무대…관객이 둘러싼 연극 ‘트랩’

    무대 한가운데에 식탁이 있고, 객석은 무대를 삼면으로 둘러싼다. 보통 관객은 무대 맞은편에서 바라보지만, 이 연극은 관객이 투우를 감상하듯 둘러싼다. 때문에 배우들은 한 번 등장하면 퇴장할 수 없다. 모든 장면을 소화하고 실시간 음식까지 먹는다. 이에 앞 모습은 물론 옆 얼굴, 뒤통수까지 연기해야 하는 ‘고난도’ 작품. 연극 ‘트랩’의 배우 박건형과 연출 하수민을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실은 하 연출은 오래전부터 박 배우를 주인공 ‘트랍스’에 어울리는 인물로 생각했고 한다. 그런데 그를 만난 뒤 ‘말 한마디’에 더욱 확신을 얻었다.“무대 위 트랍스는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사실 스스로 삶을 변화시킬 용기가 없는 평범한 인물이거든요. 박 배우가 ‘평범한 인간’이란 얘길 했을 때 핵심을 관통했다 생각했죠.”박 배우는 트랍스를 “돈벌이에만 급급하다 지적인 사람들을 만나 고장 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대로 섬유회사 외판원인 트랍스는 출장 중 자동차 사고로 우연히 만난 은퇴한 법조인들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며 엉뚱한 길에 빠진다. 이 법조인들은 무료함을 달래려 ‘모의재판’ 놀이를 하는데,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트랍스를 추궁한다. 때로는 네가 저지른 일이 ‘철학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부추긴다. 이 과정을 ‘블랙 코미디’로 그리는 극은 마지막에 충격적 반전으로 막을 내린다.뭣보다 이 연극의 매력은 이러한 모든 과정을 관객이 배심원이라도 된 듯 에워싼 채 감상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배우는 회차마다 커다란 시련(?)에 빠진다.“제게 가장 소중하면서 어려운 장면이 ‘등장 신’이에요. 조용한 무대에 들어가 흥을 느끼고 춤도 추며 분위기를 띄워야 해요. 그런데 관객이 워낙 가까우니 때로 제 몸짓을 부끄러워하는 게 느껴집니다. 거기서 같이 민망하면 끝장나는 거죠.”(박 배우)무대에서 먹는 것도 고역이다. 음식을 먹되, 대사 차례가 오기 전에 다 씹어 넘겨야 한다. 일러다보니 상대 배우 입의 ‘이물질’이 자신의 와인잔에 들어온 적도 여러 번 있다고 한다. “분명 어떤 관객은 이걸 봤을 텐데 ‘이걸 버려, 마셔?’ 오만가지 생각이 그때마다 들어요. 삼면을 둘러싼 객석이 아주 매력적이면서도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셈이죠.”하 연출은 이런 무대를 만든 의도를 ‘마당놀이’에 비유했다.“원작 소설을 읽고 ‘향연’과 ‘법정’이 동시에 벌어져야 한다는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큰 테이블은 심판대와 같고, 관객은 배심원이어야 했죠. 사실은 관객도 같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거기까진 한계였습니다. 하하.”이런 몰입감은 관객은 무대를 지켜보며 계속해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마지막 장면이 공개되면 그날마다 객석 분위기가 다릅니다. 어떤 날은 박수가 나오고, 다른 날은 충격에 휩싸인 침묵이 감돌아요. 결국 이 작품은 관객이 완성하는 겁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작품으로 들어가 함께 한다는 것. 정말 독특한 경험이니 꼭 참여해 보세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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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미술가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그림[김민의 영감 한 스푼]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엘리자베스 레더러 초상’이 근현대미술 최고가를 기록하고 난 3일 뒤. 이번엔 여성 미술가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21일(현지 시간) 같은 경매에서 5470만 달러(약 806억 원)에 낙찰된 프리다 칼로의 작품 ‘엘 수에뇨(라 카마)’, 즉 ‘꿈(침대)’입니다. 이 기록은 2021년 세워진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작품 최고가도 넘어섰습니다. 이전 라틴아메리카 최고가 작품 역시 칼로가 그린 ‘디에고와 나’였습니다.침대, 해골 그리고 나 ‘엘 수에뇨’에는 구름이 자욱한 하늘 위로 떠 있는 침대, 금색 이불을 덮고 있는 프리다, 그리고 캐노피 위에 놓인 해골이 보입니다. 해골은 꽃다발을 쥐고 있지만, 온몸에는 다이너마이트 전선이 칭칭 감겨 있습니다. 불길한 무언가가 일어날 듯한 분위기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지붕을 사이에 두고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진 닮은꼴의 프리다와 해골입니다. 두 사람의 옆으로 누운 자세부터 얼굴을 받친 두 겹 베개까지, 비슷한 형태들이 나란히 놓여 리듬을 만듭니다. 그런데 해골의 몸에는 다이너마이트 전선이, 프리다의 몸에는 푸릇한 잎이 달린 덩굴이 감겼습니다. 각각 죽음과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는 모습. 그러나 둘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얇은 지붕이 무너진다면 금방이라도 하나가 될 것처럼 말입니다. 구름처럼 떠다니는 침대, 식물 덩굴이 자라나는 이불, 지붕을 덮친 해골처럼 칼로의 작품에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광경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모습을 눈여겨 본 프랑스 초현실주의 예술가 앙드레 브르통(1896∼1966)은 칼로의 작품도 ‘초현실주의’라고 칭찬하며 자기의 무리에 끌어들이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칼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꿈이 아닌 현실이다 칼로는 1939년 파리에서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을 만난 뒤 이렇게 말합니다. “지적 허영과 무책임한 이론만 가득한 부패한 지식인 집단이야. 이런 예술가들과 만나느니 시장에서 토르티야를 파는 게 낫겠어.” 또 자기 작품은 초현실주의가 아니라고 부정하며 “내 작품은 꿈이 아닌 현실을 그린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1930년대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무의식’을 개념적으로 접근하고 풀어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에 반해 칼로는 현실 속 자기의 삶에서 감정을 끌어와 작품을 그렸기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엘 수에뇨’를 봐도 신비로운 분위기는 있지만, 그림 속 오브제들은 잠자는 칼로를 비롯해 모두가 현실에 있었던 것들입니다. 칼로가 누워 있는 침대부터, 다이너마이트를 감은 해골까지, 전부 칼로가 갖고 있던 가구와 물건입니다. 우선 침대는 칼로가 인생 대부분을 보낸 장소입니다. 칼로가 18세 때 타고 있던 버스가 트램과 충돌하는 큰 사고가 났고, 이때 칼로는 쇠못이 골반을 관통한 것은 물론이고 척추와 다리도 심하게 다쳤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재활과 수술을 거쳐야 했고, 평생 만성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신체의 한계를 겪는 상황에서도 칼로는 그림을 그렸고, 가족들은 침대에 이젤과 팔레트를 놓아줬습니다. 누워 있을 때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캐노피에 거울을 달아 주기도 했죠. 칼로는 이렇게 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엇이든 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의지는 역설적으로 ‘죽음이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생각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칼로가 잠자면서 꾸는 ‘꿈’을 주제로 한 그림에 자기를 닮은 해골을 그려 넣은 것을 보면, 그가 ‘언제든 잠을 자다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유명하고 희귀한 칼로 “프리다 칼로가 존경받는 여성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 세상 어느 여자가, 아니 어떤 사람이 그녀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모든 사람이 마음속에 칼로의 작은 조각 하나씩은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칼로의 조카손녀인 마라 로메오 칼로의 말입니다. 칼로는 살아있을 때는 초현실주의 예술가나 남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보다 덜 유명한 작가였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고 여성 예술가에 대한 연구가 깊어진 것과 동시에 그의 불꽃 같았던 삶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등 미디어로 조명되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멕시코에서 칼로의 작품을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며, 멕시코 내부의 칼로 작품은 해외로 거래될 수 없어 희귀함이 더해졌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공개 경매가 아닌 프라이빗 세일에서 칼로의 작품은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이상까지 거래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칼로의 얼굴이 크게 그려질수록 컬렉터에게 인기가 많다고도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처럼 누구나 감정 이입하기 쉬운 비극적인 삶, 그것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는 그림, 그리고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희귀함. 이런 조건들이 더해져서 칼로의 작품은 계속해서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제의 ‘엘 수에뇨’는 내년 3월부터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영국 테이트모던,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미술관을 순회하는 기획전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입니다.※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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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인생의 키워드는 ‘한번 해볼까’”

    ‘세계 최대 현대미술 전시’ 베니스 비엔날레는 메인 전시 참여 작가만 400여 명. 세계 65개국 파빌리온(전시장)을 꾸리는 각국 큐레이터와 작가팀을 더하면 600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20여 년을 일하며 미술, 건축 전시 총괄 디렉터로 수많은 변수를 관리하고 갈등을 조율해 온 이가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의 총괄 책임자이기도 한 마누엘라 루카다지오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 주요 인사 초청(K-Fellowship)’을 통해 최근 한국을 찾은 그를 1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루카다지오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성장한 배경이 ‘다양성’과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문화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이 바로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것. 그는 “베니스는 동서남북, 심지어 실크로드까지 연결하던 ‘가교’였고, 그렇기에 비엔날레가 열리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며 “19세기 단 1개의 전시장에서 지금의 규모로 성장한 비결”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자란 루카다지오는 건축사학 박사로 건축 역사를 연구하고 오래된 건축물을 복원하기도 했다. 미술관에서도 일하던 그는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20여 년을 비엔날레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한 번 해볼까?’라고 시작한 일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 됐다”며 “역사도 흥미롭지만, 살아 있는 예술가와 소통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나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호기심을 갖고 알아보기를 좋아하는 루카다지오는 자신이 받은 영향 중 하나로 나폴리의 문화를 꼽았다. “나폴리는 오랜 시간 동안 그리스부터 아랍, 노르만 등 다양한 문화가 거쳐 갔고, 그 흔적이 도시에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그 덕에 도시적이면서 도시적이지 않은 양면성이 있죠.” 어느 길에서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 수 있는, ‘공적’이면서 ‘사적’인 특징이 있다고. 그런데 이번 방한으로 돌아본 한국의 모습에서 나폴리와 비슷함을 느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래된 건축물부터 근대 건물, 무척 현대적인 초고층 건물까지 한자리에 있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거리의 사람들 표정에서도 활기가 느껴지며 한국 문화가 역동적이라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실감했지요.” 그는 2021년부터 프리츠커 건축상의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건축상의 심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데, 지난해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루카다지오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상황을 묻자 그는 “자세한 것을 밝힐 순 없지만, 리켄이 말했으니 내가 전화한 것이 맞다”며 “누군가의 ‘인생 뉴스’가 될 소식을 전하게 돼 나도 긴장하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일정은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 예술을 알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각기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수십 년간 조율해 온 그에게 ‘중재’의 비결을 묻자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대화를 하라.” “비엔날레든 상이든 큰 행사에는 먼저 철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늘 변수는 생기고, 그때마다 최고의 해결책은 대화였어요. 또한 큰 어려움이 닥친 일은 늘 최고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것을 겁내지 말고, 대화를 하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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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수라장 속… 홀로 초연한 예수의 얼굴

    히로니뮈스 보스(1450∼1516) 하면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 소장된 ‘환락의 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남부, 프랑스 북부 지역까지 아울렀던 플랑드르 지역은 상업과 섬유산업이 발달했다. 덕분에 루벤스를 비롯해 뛰어난 감각을 지닌 예술가를 다수 배출했다. 그중 한 명인 보스가 그린 세 폭 제단화가 ‘환락의 땅’이다. 높이가 220cm이고, 양쪽 문을 열면 폭 4m가 넘는 이 작품엔 인간의 쾌락과 타락을 상상력을 동원해 표현한 모습들이 가득하다. 나체의 사람들이 자기 몸보다 큰 과일에 달라붙어 그것을 먹고 있거나, 타락한 인간이 새의 머리를 한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장면 등 기괴한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라도미술관에서도 늘 관객이 붐비는 작품 중 하나다. 현재 보스가 그린 것으로 확인된 작품은 세계에 25점밖에 없으며, 드로잉도 8점에 불과하다. 보스는 15, 16세기 플랑드르 지역에서 조수들과 함께 의뢰를 받아 많은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종교개혁이 이 지역을 휩쓸면서 혼란이 벌어진다. 예수, 마리아 등 성인을 표현하는 것이 금지됐으며, 성당에 있던 조각이나 그림들이 대거 파괴됐다. 이때 보스의 그림들도 많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보스가 그림에 서명이나 날짜를 매번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추정 작품을 그의 것으로 확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서울 세종미술관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서 전시하는 샌디에이고 미술관 소장품 ‘그리스도의 체포’엔 보스의 서명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림 오른쪽 위에 있는 단검에서 보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예수가 로마 병사들에게 체포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림의 왼쪽 화려한 복장을 한 로마 병사가 칼을 꺼내려고 움직이고 있으며, 이를 본 베드로가 단검을 번쩍 들어 올리며 저항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예수를 배신한 유다는 바로 옆에서 곁눈질하며 상황을 살피는 중이다. 예수를 둘러싼 모든 인물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예수만이 바닥을 내려다보며 모든 것을 받아들인 듯 평온한 얼굴이다. 예수 옆엔 촛불이 활활 타오르며 얼굴에 따스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보스는 이러한 인물들의 대조를 통해 예수가 배신당하고 체포되는 고통보다, 유다를 용서하고 초연해하는 감정을 강조하고 있다. 멀리서 세계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넓은 시야에서 그린 ‘환락의 땅’과 비교하면, 인물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 가져와 그린 이 작품은 보스의 감정 표현을 좀 더 디테일하게 감상할 수 있다. 보스가 그린 것으로 확실하게 확인되는 ‘그리스도의 체포’는 샌디에이고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가운데 하나이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작품이다. 약 500년 전에 그려진 작품으로 미술관에 직접 가지 않으면 보기 힘든 근대 이전 시기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히 눈여겨볼 가치가 크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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