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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란 숫자에 대한 소회를 축약하자면, ‘부끄럽다’ ‘장하다’ 정도입니다. 이 이야기 속엔 ‘저는 조금 더 할 건데요’란 말이 포함돼 있어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세계와 독특하고 허스키한 음색. ‘소리의 마녀’라는 별명이 있는 가수 한영애 씨(71)는 데뷔 50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연장 살롱문보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아직 무대가 고프고, 오늘까진 목소리가 점점 더 좋아진다”며 “(나중에)‘나 원 없이 노래해 봤어, 괜찮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1976년 포크 그룹 해바라기 멤버로 데뷔한 그는 1986년 1집 ‘여울목/건널 수 없는 강’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신촌블루스 1기 멤버로도 활동하며 ‘누구 없소?’ ‘코뿔소’ ‘조율’ 등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소리의 마녀’라는 별칭에 대해 그는 “소리에 관심이 많아서 나쁘지 않게 들린다”며 “무서운 마녀가 아니라 빗자루 타는 마녀, 코믹하지만 바른 소리 가끔 하는 그런마녀이고 싶다”고 했다.이날 발표한 ‘스노우레인(Snowrain)’은 2022년 싱글 이후 4년 만의 신곡이다. 부활의 김태원이 작사·작곡과 기타 솔로를 맡았다. 한 씨는 “10년 전 김태원이 분장실에 찾아와 ‘선배님을 위한 곡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 약속을 잊지 않고 곡을 완성해 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날 영상통화로 깜짝 연결된 김태원은 “눈과 비를 소재로, 좋았던 기억뿐 아니라 아팠던 기억도 결국 추억이 된다는 걸 담았다”며 “한영애 선생님은 진정한 예술가이자 아티스트”라고 말했다.50년 동안 음악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에 대해 한 씨는 “심심하고 재미없는 대답일 수 있지만,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6월 13,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한 씨는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함께 사랑받는 환경을 바란다고 했다.“대중가요는 흐름을 타는 것이지만, 1950∼60년대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시대에 뒤처진 건 아니잖아요. 2020년대의 감각으로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거리낌없이 드러낼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후배 음악인들에게는 “자신이 음악을 하는 데 ‘뜻’이 있는가를 늘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제 경우엔 30대 후반에 그 답을 찾았어요. 너무 멋있게 들려서 다른 표현을 찾고 싶었지만, 결국 제 답은 ‘구원은 무대에 있다’였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50’이란 숫자에 대한 소회를 축약하자면, ‘부끄럽다’, ‘장하다’ 그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엔 ‘저는 조금 더 할 건데요’란 말이 포함돼 있어요.”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세계와 독특한 허스키 음색으로 ‘소리의 마녀’라는 별명을 얻은 가수 한영애(71)가 데뷔 50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공연장 살롱문보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아직 무대가 고프고, 오늘까진 목소리가 점점 더 좋아진다”며 “(나중에) ‘나 원없이 노래해 봤어, 괜찮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음 좋겠다”고 말했다.1976년 포크 그룹 해바라기 멤버로 음악계에 데뷔한 그는 1986년 1집 ‘여울목/건널 수 없는 강’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신촌블루스 1기 멤버로도 활동하며 ‘누구 없소?’, ‘코뿔소’, ‘조율’ 등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소리의 마녀’라는 별칭에 대해 그는 “소리에 관심이 많았어서 나쁘지 않게 들린다”며 “무서운 마녀가 아니라 빗자루 타는 마녀, 코믹하지만 바른 소리 가끔 하는 그런 마녀이고 싶다”고 말했다.이번에 발표한 ‘스노우레인(Snowrain)’은 2022년 싱글 이후 4년 만의 신곡이다. 부활의 김태원이 작사·작곡과 기타 솔로를 맡았다. 한영애는 “10년 전 김태원이 분장실에 찾아와 ‘선배님을 위한 곡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 약속을 잊지 않고 곡을 완성해줬다”며 “‘아름답다’, ‘아득하다’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이날 영상통화로 깜짝 연결된 김태원은 “눈과 비를 소재로 해 좋았던 기억뿐 아니라 아팠던 기억도 결국 추억이 된다는 나름의 생각을 담았다”며 “한영애 선생님은 진정한 예술가이자 아티스트”라고 말했다.50년 동안 음악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에 대해서는 “심심하고 재미없는 대답일 수 있지만,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시회, 박물관, 공연장 등을 다니며 모든 경험이 음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는 습관이 체화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그는 6월 13일과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신곡을 비롯해 1~6집의 주요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영애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지드래곤의 ‘드라마(DRAMA)’를 재해석해 불러보고 싶어졌다”며 “예전에 방탄소년단(BTS)이 유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2박 3일 동안 그들의 노래만 들으며 분석한 적이 있을 정도로 동시대 음악도 꾸준히 접하려 한다”고 말했다.그는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함께 사랑받는 환경을 바란다고도 했다.“대중가요는 흐름을 타는 것이지만, 1950~60년대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시대에 뒤처진 건 아니잖아요. 2020년대의 감각으로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이어 후배 음악인들에게는 “당신이 음악을 하는 데 ‘뜻’이 있는가를 늘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제 경우엔 30대 후반에 그 답을 찾았어요. 너무 멋있게 들려서 다른 표현을 찾고 싶었지만, 결국 제 답은 ‘구원은 무대에 있다’였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32년간 세계 공연계에서 쌓아 온 경험을 한국 문화예술에 더 깊고 넓게 기여하는 일에 보태고자 합니다.” 세계적인 첼로 연주자이자 지휘자인 장한나 씨(44)가 여성 음악인 최초로 예술의전당(예당) 사장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장 씨의 사장 임명에 대해 “1987년 예당이 설립된 이래 첫 음악인 출신 여성 사장”이라며 “문화예술계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K컬처가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시점에 예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도약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 씨는 여성 음악인으로는 첫 번째 예당 사장이다. 예당 수장을 여성이 맡은 건 이사장과 사장 직제가 합쳐져 있던 1989년에 임명된 조경희 전 정무제2장관(수필가)뿐이다. 장 씨는 역대 최연소로, 1980년대생이 사장이 된 것도 처음이다. 장 신임 사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1992년 7월 아홉 살의 나이에 처음 예당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며 “고국의 팬과 수십 년간 음악의 기쁨을 나눠 온 소중한 무대로 돌아가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이라며 “예당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가까이 열려 있는, 시대를 품는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도록 성실하게 충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 신임 사장은 1994년 11세에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첼로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첼로 영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베를린필하모닉과 뉴욕필하모닉, 런던심포니 등과 협연하며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부터는 지휘자로 영역을 확장해 유럽과 북미 등에서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왔다. 국내에선 예술감독으로 2009∼2014년 ‘장한나의 앱솔루트클래식페스티벌’과 2024∼2025년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초빙특임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장 씨는 이르면 이달 24일 임명장을 받고 3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당 사장은 장형준 전 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6월 종료된 뒤 10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한편 문체부는 같은 날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 박혜진 단국대 성악과 교수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엔 유미정 단국대 피아노과 교수를 임명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K팝 가수 최초로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빌보드는 5일(현지 시간) 차트 예고 기사를 통해 “BTS ‘아리랑’이 힙합 스타 카녜이 웨스트(예·YE)의 신보 ‘불리(BULLY)’와 멜라니 마르티네즈의 ‘하데스(HADES)’ 등을 제치고 지난주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K팝 가수 앨범이 ‘빌보드 200’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앨범은 지난해 이 차트에서 비연속으로 1위를 기록했다.‘아리랑’은 BTS의 통산 7번째 빌보드200 1위 앨범이다. BTS는 지난달 20일 이 앨범을 발매하며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32년 간 세계 공연계에서 쌓아온 경험을 한국 문화예술에 더 깊고 넓게 기여하는 일에 보태고자 합니다.”세계적인 첼로 연주자이자 지휘자인 장한나 씨(44·사진)가 여성 음악인 최초로 예술의전당(예당) 사장이 됐다.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장 씨의 사장 임명에 대해 “1987년 예당이 설립된 이래 첫 음악인 출신 여성 사장”이라며 “문화예술계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K컬처가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시점에 예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도약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 씨는 여성 음악인으로는 첫 번째 예당 사장이다. 예당 수장을 여성이 맡은 건 이사장과 사장 직제가 합쳐져 있던 1989년 임명된 조경희 전 정무제2장관(수필가)뿐이다. 장 씨는 역대 최연소로, 1980년대 생이 사장이 된 것도 처음이다.장 신임 사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1992년 7월 아홉 살의 나이에 처음 예당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며 “고국의 팬과 수십 년간 음악의 기쁨을 나눠 온 소중한 무대로 돌아가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이라며 “예당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가까이 열려있는, 시대를 품는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도록 성실하게 충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장 신임 사장은 1994년 11세에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첼로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첼로 영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베를린필하모닉와 뉴욕필하모닉, 런던심포니 등과 협연하며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2007년부터는 지휘자로 영역을 확장해 유럽과 북미 등에서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왔다. 국내에선 예술감독으로 2009~2014년 ‘장한나의 앱솔루트클래식페스티벌’과 2024~2025년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초빙특임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장 씨는 이르면 이달 24일 임명장을 받고 3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당 사장은 장형준 전 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6월 종료된 뒤 10개월 동안 공석이었다.한편 문체부는 같은 날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 박혜진 단국대 성악과 교수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엔 유미정 단국대 피아노과 교수를 임명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음악을 사랑하니까 다들 이곳에 모이셨겠죠?” 3일 저녁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Z세대 대표 록스타’로 불리는 가수 한로로의 밝은 목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EBS 라이브 공연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공감)이 3년 만에 재개되는 걸 기념하는 ‘홈커밍데이’ 무대였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헬로 루키’ 출신 뮤지션인 한로로(2022년)와 실리카겔(2016년), 장기하(2008년) 등이 관객 400여 명과 함께 프로그램의 ‘부활’을 축하했다.● 돌아온 음악인들의 ‘집’ 한로로는 통통 튀는 사운드의 ‘먹이사슬’로 공연 문을 열었다. 정사각형 무대를 둘러싼 네 방향 관객과 번갈아 눈을 맞추며 호흡하는 등 한층 단단해진 무대 장악력이 두드러졌다. 2022년 ‘입춘(立春)’으로 데뷔한 그는 청춘의 감정을 담은 서정적인 음악으로 빠르게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사랑하게 될 거야’ ‘0+0’ 등이 빅히트하고, 올 2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에도 선정되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한로로는 “‘헬로 루키’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려, 공감은 제게 늘 긴장되는 공간”이라며 “그때는 아무도 저를 몰랐는데, 오늘 응원 슬로건을 보니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면서 웃었다. 공연 후반부엔 2일 발매된 새 싱글 ‘애증(LOVE&HATE)’의 타이틀곡 ‘게임 오버?’로 큰 환호를 이끌어 냈다. 한로로는 “게임 속 몬스터에게 쫓기다가 ‘여기서 끝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느껴 만든 곡”이라며 “미움 뒤의 사랑을 찾아서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이어 무대에 오른 4인조 밴드 실리카겔은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몽환적인 키보드가 인상적인 ‘9’, 청량한 색감과 차가운 기계음의 조화가 재밌는 ‘빅 보이드(BIG VOID)’, 강렬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틱택톡(Tik tak tok)’을 연이어 들려주며 관객을 압도했다. 기타리스트 김춘추는 “공감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재밌게 보고, 공부도 된 프로그램”이라며 “중단 소식에 아쉬웠는데 다시 돌아와 기쁘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다시는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곡 ‘노 페인(NO PAIN)’의 가사인 “내가 만든 집에서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음악인들의 기쁨을 보여주는 듯했다.피날레는 2세대 인디음악의 아이콘 장기하가 맡았다. 추리닝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특유의 말하듯 이어가는 창법과 자유로운 몸짓만으로 분위기를 장악했다. ‘그건 니 생각이고’, ‘부럽지가 않어’, ‘별일 없이 산다’ 등 히트곡들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2008년 ‘헬로 루키’가 첫 TV 데뷔였다는 장기하는 “당시엔 이 무대가 이렇게 오래 기억될 줄 몰랐다”며 “지금 이 자리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악뮤’ ‘김완선’ 등 공연 이어가 2004년 시작된 공감은 재즈와 록, 포크, 힙합,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저변을 넓힌 프로그램이다. 2007년부터는 ‘헬로 루키’로 국카스텐 등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 173팀을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3년 가까이 라이브 공연을 중단했다가, 이후 공정거래법률 위반 혐의를 받던 구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 의결로 국내 음악산업 상생기금 300억 원을 EBS에 출연하면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공감에선 앞으로 ‘악뮤’ ‘김완선’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공연 실황은 다음 달 6일 방송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음악을 사랑하니까 다들 이곳에 모이셨겠죠?”3일 저녁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홀. ‘Z세대 대표 록스타’로 불리는 가수 한로로의 밝은 목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EBS 라이브 공연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공감)이 3년 만에 재개되는 걸 기념하는 ‘홈커밍데이’ 무대였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헬로 루키’ 출신 뮤지션인 한로로(2022년)와 실리카겔(2016년), 장기하(2008년) 등이 관객 400여 명과 함께 프로그램의 ‘부활’을 축하했다.● 돌아온 음악인들의 ‘집’한로로는 통통 튀는 사운드의 ‘먹이사슬’로 공연 문을 열었다. 정사각형 무대를 둘러싼 네 방향 관객과 번갈아 눈을 맞추며 호흡하는 등 한층 단단해진 무대 장악력이 두드러졌다. 2022년 ‘입춘(立春)’으로 데뷔한 그는 청춘의 감정을 담은 서정적인 음악으로 빠르게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사랑하게 될 거야’ ‘0+0’ 등이 빅히트하고, 올 2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에도 선정되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한로로는 “‘헬로 루키’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려, 공감은 제게 늘 긴장되는 공간”이라며 “그때는 아무도 저를 몰랐는데, 오늘 응원 슬로건을 보니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고 웃었다.공연 후반부엔 2일 발매된 새 싱글 ‘애증(LOVE&HATE)’의 타이틀곡 ‘게임 오버?’로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한로로는 “게임 속 몬스터에게 쫓기다가 ‘여기서 끝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느껴 만든 곡”이라며 “미움 뒤의 사랑을 찾아서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이어 무대에 오른 4인조 밴드 실리카겔은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몽환적인 키보드가 인상적인 ‘9’, 청량한 색감과 차가운 기계음의 조화가 재밌는 ‘빅 보이드(BIG VOID)’, 강렬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틱택톡(Tik tak tok)’을 연이어 들려주며 관객을 압도했다.기타리스트 김춘추는 “공감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재밌게 보고, 공부도 된 프로그램”이라며 “중단 소식에 아쉬웠는데 다시 돌아와 기쁘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다시는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곡 ‘노 페인(NO PAIN)’의 가사인 “내가 만든 집에서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음악인들의 기쁨을 보여주는 듯했다.피날레는 2세대 인디음악의 아이콘 장기하가 맡았다. 추리닝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특유의 말하듯 이어가는 창법과 자유로운 몸짓만으로 분위기를 장악했다. ‘그건 니 생각이고’, ‘부럽지가 않어’, ‘별일 없이 산다’ 등 히트곡들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2008년 ‘헬로 루키’가 첫 TV 데뷔였다는 장기하는 “당시엔 이 무대가 이렇게 오래 기억될 줄 몰랐다”며 “지금 이 자리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악뮤’ ‘김완선’ 등 공연 이어가2004년 시작된 공감은 재즈와 록, 포크, 힙합,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저변을 넓힌 프로그램이다. 2007년부터는 ‘헬로 루키’로 국카스텐 등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 173팀을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3년 가까이 라이브 공연을 중단했다가, 이후 공정거래법률 위반 혐의를 받던 구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로 국내 음악산업 상생기금 300억 원을 EBS에 출연하면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공감에선 앞으로 ‘악뮤’ ‘김완선’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공연 실황은 다음 달 6일 방송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인구의 30∼60%를 앗아간 대재앙이었다. 도시와 마을은 순식간에 붕괴됐고, 공포와 혼란이 사회 전반을 뒤덮었다. 그러나 학술지 ‘사이언스’ 전문 기자인 저자는 이 사건을 단순한 종말이 아닌 변화의 출발점으로 바라본다. 노동력이 급감하자 살아남은 피지배층의 노동력 가치가 높아졌고, 지배층의 통제는 약화됐다. 그 결과 중세 사회의 경직된 위계 구조는 균열을 맞았고, 보다 평등한 질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책은 이처럼 인류가 겪어온 다양한 시대의 ‘아포칼립스’를 최신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복원한다. 저자는 이를 “한 사회의 생활 방식과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집단적 상실”로 정의하며, 파괴 자체보다 그 이후 인간의 적응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극심한 상실 속에서도 기존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이집트 고왕국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장기 가뭄으로 나일강 범람이 멈추고 농경이 붕괴되자, 신성시되던 왕권은 약화됐다. 중앙집권 체제는 해체됐고 지역 단위의 정치 질서가 등장했다. 권력은 더 이상 신성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고, 백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통해 유지돼야 했다. 지역의 평민들은 점점 부유해지고, 억압됐던 창의력이 자유로이 발산됐다. 역사서에 ‘멸망’으로만 간단히 기록됐던 아포칼립스의 순간을 ‘실패’가 아닌 ‘적응과 재편’의 과정으로 해석한 점이 흥미로운 책. 팬데믹과 기후위기, 정치적 불안이 겹친 오늘날 역시 또 다른 전환의 시기일 수 있다. 재난을 단순한 파괴로만 볼 게 아니라 그 이후 어떤 변화가 가능해지는지를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시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 귀를 때리는 듯한 빗소리 위로 배우 이제훈의 낮은 내레이션이 스며들었다. 김광균의 시 ‘노신(魯迅)’이 낭송되자 어두운 무대엔 하얀 타이포그래피가 솟아올랐다. 이중 프로젝션으로 입체화된 글자들은 구름처럼 부유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인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1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하슬라 인 서울―추일서정: 김광균’은 한국 모더니즘 시를 대표하는 김광균(1914∼1993)의 작품 세계를 음악과 낭송,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종합예술 공연이다. 지난해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하슬라국제예술제’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서울에서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하슬라(何瑟羅)는 삼국시대 강릉의 옛 이름이다. 강릉 공연과 달리 이제훈의 녹음 내레이션이 더해진 서울 공연은 김광균의 대표 시 9편을 중심으로 16개 장면으로 재구성됐다. 눈과 비, 바람, 바다, 안개, 기적 등 시 속에서 반복되는 감각적 이미지들이 음악과 영상으로 다채롭게 표현됐다. 배우 김미숙의 낭송을 중심으로 소프라노 이명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참여했다. 각 장면은 시와 음악이 맞물리며 선명한 이미지로 살아난다. 소복이 쌓이는 눈과 외로이 켜진 호롱불의 대비가 돋보이는 ‘설야(雪夜)’에 드뷔시 ‘눈 위의 발자국’이 흘러나왔다. 서재처럼 꾸며진 무대 한가운데 김 배우가 직접 앉아 낭송하자, 눈 내리는 밤의 고요와 쓸쓸함이 손에 닿을 듯 깊이 다가왔다. 특히 음악은 단순한 반주를 넘어 공연 전체를 이끄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명주는 최우정 작곡가가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한 가곡 ‘목련’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아련하게 그려냈다. 또 다른 초연 가곡 ‘와사등’ 역시 왈츠 리듬으로 도심 속 외로움을 표현한 시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사무엘 윤이 샹송 ‘파리의 다리(Sous les ponts de Paris·술레 퐁드 파리)’의 가사를 생전 시인이 즐겨 부르듯 “술에 빠진 파리”라고 바꿔 부르자, 객석에도 웃음이 번졌다. 인터스텔라에 삽입돼 유명한 샤를 뒤몽의 ‘아뇨, 난 후회하지 않아요’에선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조화가 돋보였다. 이국적인 이미지를 통해 쓸쓸한 가을날의 풍경을 회화적으로 그려낸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이 기적 소리와 함께 마지막을 장식하자, 관객들은 한참 긴 여운 속에 잠긴 듯했다. 이날 무대는 김광균 시가 지닌 고독과 공감각적 이미지를 생생하게 구현하며, 관객이 한 편의 시 속을 천천히 걸어 나오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프리뷰 공연 ‘추일서정’에 이어 올 10월 16∼25일 강릉 전역에서 열리는 제3회 하슬라 국제예술제는 ‘사랑과 우정’을 주제로 더욱 확장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재혁 예술감독은 “‘추일서정’은 하슬라국제예술제가 추구하는 예술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서울에서 시작된 감동이 가을날 강릉에서 펼쳐질 ‘사랑과 우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시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귀를 때리는 듯한 빗소리 위로 배우 이제훈의 낮은 나레이션이 스며들었다. 김광균의 시 ‘노신(魯迅)’이 낭송되자 어두운 무대엔 하얀 타이포그래피가 솟아올랐다. 이중 프로젝션으로 입체화된 글자들은 구름처럼 부유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인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1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하슬라 인 서울―추일서정: 김광균’은 한국 모더니즘 시를 대표하는 김광균(1914~1993)의 작품 세계를 음악과 낭송,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종합 예술 공연이다. 지난해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하슬라국제예술제’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서울에서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하슬라(何瑟羅)는 삼국시대 강릉의 옛 이름이다.강릉 공연과 달리 이제훈의 녹음 나레이션이 더해진 서울 공연은 김광균의 대표 시 9편을 중심으로 16개 장면으로 재구성됐다. 눈과 비, 바람, 바다, 안개, 기적 등 시 속에서 반복되는 감각적 이미지들이 음악과 영상으로 다채롭게 표현됐다. 배우 김미숙의 낭송을 중심으로 소프라노 이명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참여했다.각 장면은 시와 음악이 맞물리며 선명한 이미지로 살아난다. 소복이 쌓이는 눈과 외로이 켜진 호롱불의 대비가 돋보이는 ‘설야(雪夜)’에 드뷔시 ‘눈 위의 발자국’이 흘러나왔다. 서재처럼 꾸며진 무대 한가운데 김 배우가 직접 앉아 낭송하자, 눈 내리는 밤의 고요와 쓸쓸함이 손에 닿을 듯 깊이 다가왔다. 특히 음악은 단순한 반주를 넘어 공연 전체를 이끄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명주는 최우정 작곡가가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한 가곡 ‘목련’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아련하게 그려냈다. 또 다른 초연 가곡 ‘와사등’ 역시 왈츠 리듬으로 도심 속 외로움을 표현한 시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사무엘 윤이 샹송 ‘파리의 다리(Sous les ponts de Paris·술레 퐁드 빠리)’의 가사를 생전 시인이 즐겨 부르듯 “술에 빠진 파리”라고 바꿔 부르자, 객석에도 웃음이 번졌다. 인터스텔라에 삽입돼 유명한 샤를 뒤몽의 ‘아뇨, 난 후회하지 않아요’에선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조화가 돋보였다.이국적인 이미지를 통해 쓸쓸한 가을날의 풍경을 회화적으로 그려낸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이 기적 소리와 함께 마지막을 장식하자, 관객들은 한참 긴 여운 속에 잠긴 듯했다. 이날 무대는 김광균 시가 지닌 고독과 공감각적 이미지를 생생하게 구현하며, 관객이 한 편의 시 속을 천천히 걸어 나오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프리뷰 공연 ‘추일서정’에 이어 올 10월 16~25일 강릉 전역에서 열리는 제3회 하슬라국제예술제는 ‘사랑과 우정’을 주제로 더욱 확장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재혁 예술감독은 “‘추일서정’은 하슬라국제예술제가 추구하는 예술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서울에서 시작된 감동이 가을날 강릉에서 펼쳐질 ‘사랑과 우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월 1회였던 ‘문화가 있는 날’이 매주 수요일로 확대된다. 영화관 할인은 월 1회에서 2회로 늘어난다.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가 있는 날’을 이날부터 이같이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문화가 있는 날’은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 등 전국 주요 문화시설에서 할인 및 무료 관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로, 2014년 도입됐다. 문체부는 “‘문화가 있는 날’이 도입된 후 평균 영화관 관객 수가 30%, 매출액이 15% 늘었다”며 “매달 마지막 수요일 하루만으로는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데 한계가 있단 지적에 따라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지방자치단체들과 전국 주요 국립예술기관, 민간 기관 등이 ‘문화가 있는 날’ 확대 시행에 동참한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등 민간 영화관 3곳은 5월부터 할인 혜택을 월 2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 매월 두 번째와 마지막 수요일 오후 5~9시에 성인은 1만 원, 청소년은 8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고궁 등 문화유산도 관람 환경을 조성한 후 5월부터 할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데 이어, 타이틀곡 ‘스윔(SWIM)’도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을 차지했다. BTS가 해당 차트에서 1위를 한 건 일곱 번째로, 비틀스와 롤링스톤스 등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로 많이 1위에 오른 그룹이 됐다. 빌보드는 3월 30일(현지 시간) 차트 예고 기사에서 “BTS ‘스윔’이 엘라 랭글리의 ‘추징 텍사스(Choosin‘ Texas)’와 올리비아 딘의 ‘맨 아이 니드(Man I Need)’를 제치고 이번 주 ‘핫 100’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스윔’은 주간 집계에서 스트리밍 1530만 회와 라디오 에어플레이 2580만 회, 디지털 및 실물 싱글 판매량 15만4000건을 기록했다. BTS는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K팝 가수 최초로 ‘핫 100’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과 ‘버터(Butter)’ 등도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는 “BTS가 일곱 번째 1위 곡을 내놓으며, 1958년 차트 집계 이래 비틀스(20곡)와 슈프림스(12곡), 비지스(9회), 롤링스톤스(8회)에 이어 다섯 번째로 1위 기록을 많이 보유한 그룹이 됐다”고 전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스윔’은 핫 100 사상 1190번째 1위 곡이자, 발매와 동시에 1위로 진입한 89번째 곡이다. 또 스윔이란 단어가 제목에 포함된 노래가 빌보드 핫 100 정상을 차지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게다가 BTS 앨범 ‘아리랑’은 수록된 14곡 가운데 ‘스윔’ 포함 13곡이 동시에 핫 100에 들기도 했다. 첫 번째 곡인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가 25위에 오른 데 이어, ‘훌리건(Hooligan·35위)’과 ‘에프와이에이(FYA·36위)’ ‘노멀(Normal·41위)’ 등도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한 곡인 ‘No. 29’(1분 38초)는 가사 없이 국보인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만을 담아 집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BTS는 소속사 빅히트뮤직을 통해 “3년 9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선보인 앨범으로 빌보드 1위란 큰 영광을 얻었다”며 “이 노래가 국경을 넘어 많은 분들께 작은 용기와 위로가 됐길 바란다”고 했다. 리더 RM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위 소식을 공유하며 “사랑과 감사를 보낸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정규 앨범인 ‘아리랑’을 발매한 BTS는 9∼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월드 투어에 돌입한다. 세계 34개 도시에서 82회에 걸쳐 대규모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이어, 타이틀곡 ‘스윔(SWIM)’도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을 차지했다. BTS가 해당 차트에서 1위를 한 건 일곱 번째로, 비틀스와 롤링스톤스 등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로 많이 1위에 오른 그룹이 됐다.빌보드는 3월 30일(현지 시간) 차트 예고 기사에서 “BTS ‘스윔’이 엘라 랭글리의 ‘추징 텍사스(Choosin‘ Texas)’와 올리비아 딘의 ‘맨 아이 니드(Man I Need)’를 제치고 이번 주 ‘핫 100’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스윔’은 주간 집계에서 스트리밍 1530만 회와 라디오 에어플레이 2580만 회, 디지털 및 실물 싱글 판매량 15만4000건을 기록했다.BTS는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K팝 가수 최초로 ‘핫 100’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과 ‘버터(Butter)’ 등도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는 “BTS가 일곱 번째 1위 곡을 내놓으며, 1958년 차트 집계 이래 비틀스(20곡)와 슈프링스(12곡), 비지스(9회), 롤링스톤스(8회)에 이어 다섯 번째로 1위 기록을 많이 보유한 그룹이 됐다”고 전했다.빌보드에 따르면 ‘스윔’은 핫100 사상 1190번째 1위 곡이자, 발매와 동시에 1위로 진입한 89번째 곡이다. 또 스윔이란 단어가 제목에 포함된 노래가 빌보드 핫 100 정상을 차지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게다가 BTS 앨범 ‘아리랑’은 수록된 14곡 가운데 ‘스윔’ 포함 13곡이 동시에 핫 100에 들기도 했다. 첫 번째 곡인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가 25위에 오른 데 이어, ‘훌리건(Hooliganl·35위)’과 ‘에프와이에이(FYA·36위)’ ‘노말(Normal·41위)’ 등도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한 곡인 ‘No. 29’(1분 38초)는 가사 없이 국보인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만을 담아 집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BTS는 소속사 빅히트뮤직을 통해 “3년 9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선보인 앨범으로 빌보드 1위란 큰 영광을 얻었다”며 “이 노래가 국경을 넘어 많은 분들께 작은 용기와 위로가 됐길 바란다”고 했다. 리더 RM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위 소식을 공유하며 “사랑과 감사를 보낸다”고 했다.지난 달 20일 정규 앨범인 ‘아리랑’을 발매한 BTS는 9~12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월드 투어에 돌입한다. 세계 약 34개 도시에서 82회에 걸쳐 대규모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슈베르트의 음악은 때로 인간이 쓴 게 아니라, 천국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을 때가 있어요.” 올해로 데뷔 7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80)는 26일 발매한 새 앨범 ‘슈베르트’에 담긴 음악을 이렇게 설명했다. 백 씨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음악가에게 은퇴라는 건 의미가 없다”며 “좋은 곡은 많고, 인생은 짧다”고 말했다. 그가 슈베르트 음악을 음반으로 내는 건 2013년 발표한 앨범 ‘슈베르트: 즉흥곡, 클라비어 소품집, 악흥의 순간’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앨범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3번, 14번, 18번과 20번까지 모두 네 곡이 실렸다. 백 씨는 “13번은 가장 이르게 배운 피아노 소나타로 늘 사랑해 온 작품이고, 20번은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해 남겨뒀던 곡”이라고 설명했다. 백 씨는 13년이란 간극에 대해 “특별히 떠났다가 다시 온 것 같지 않다”고도 했다. “한때는 한 곡을 공부해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나가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제 속에 잠재된 음악이 시기에 맞춰서 나타나는 거였죠. 내가 곡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곡이 날 선택한 거예요.” 열 살 때 해군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며 데뷔한 백 씨는 지금까지 3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오랜 시간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깊이 구축해 온 그에겐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백 씨는 “(그 별명이) 좀 무겁게 다가온다”며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다 구도자”라고 했다. 백 씨는 다음 달 3일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2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펼친다. 여든 번째 생일인 5월 10일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들을 만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방탄소년단(BTS) 컴백을 기념한 글로벌 캠페인 ‘스윔사이드(SWIMSIDE)’를 한국에서 진행했다고 30일 밝혔다. 스포티파이는 27~29일 사흘간 한강 유람선 위에서 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즐길 수 있는 캠페인 ‘스포티파이 X BTS 스윔사이드’를 진행했다. 이 기간 스포티파이 유저 2000여 명이 현장에 모여 축제를 즐겼다.프로그램이 열리는 동안 한강 유람선과 선착장은 BTS의 앨범에서 영감을 받은 몰입형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배에 탑승한 팬들은 인터랙티브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BTS의 음악 퀴즈를 풀고 특별한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사운드 웨이브 바’도 즐겼다. 배 운항 중에는 신곡에 맞춰 프로젝션 미디어 아트와 불꽃놀이가 펼쳐져 장관을 이뤘다. 또 팬들은 월드컵대교 아래 등장한 대형 스포티파이 코드를 스캔하면 스포티파이 애플리케이션에서 흘러나오는 BTS의 독점 보이스 콘텐츠를 경험했다. 20일 ‘아리랑’을 발매한 BTS는 23일 미국 뉴욕 피어 17에서 열린 스윔사이드 캠페인에서 완전체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아리랑’은 미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영미권 차트를 석권 중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미 빌보드는 30일(현지 시간) 차트 예고 기사에서 “BTS는 64만1000장에 해당하는 앨범 유닛을 기록했다”며 “2014년부터 이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이래 그룹 앨범의 최고 기록”이라고 밝혔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과 디지털 앨범 등의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 등을 종합한 ‘유닛’으로 순위를 매긴다. BTS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건 일곱 번째다. BTS는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K팝 가수 최초로 정상에 오른 뒤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 등 여섯 장이 1위에 올랐다. ‘아리랑’은 28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에서 정상을 차지한 데 이어 미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하며 서구 주요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했다. BTS는 5집 앨범 타이틀곡 ‘스윔(SWIM)’으로 31일 발표되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도 노리고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슈베르트의 음악은 때로 인간이 쓴 게 아니라, 천국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을 때가 있어요.”올해로 데뷔 7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80)는 26일 발매한 새 앨범 ‘슈베르트’에 담긴 음악을 이렇게 설명했다. 백 씨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음악가에게 은퇴라는 건 의미가 없다”며 “좋은 곡은 많고, 인생은 짧다”고 말했다. 그가 슈베르트 음악을 음반으로 내는 건 2013년 발표한 앨범 ‘슈베르트: 즉흥곡, 클라비어 소품집, 악흥의 순간’ 이후 13년만이다. 이번 앨범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3번, 14번, 18번과 20번까지 모두 네 곡이 실렸다. 백 씨는 “13번은 가장 이르게 배운 피아노 소나타로 늘 사랑해 온 작품이고, 20번은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해 남겨뒀던 곡”이라고 설명했다. 백 씨는 13년이란 간극에 대해 “특별히 떠났다가 다시 온 것 같지 않다”고도 했다. “한 때는 한 곡을 공부해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나가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제 속에 잠재된 음악이 시기에 맞춰서 나타나는 거였죠. 내가 곡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곡이 날 선택한 거예요.”열 살 때 해군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며 데뷔한 백 씨는 지금까지 3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오랜 시간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깊이 구축해 온 그에겐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백 씨는 “(그 별명이) 좀 무겁게 다가온다”며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다 구도자”라고 했다.백 씨는 다음 달 3일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2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펼친다. 여든 번째 생일인 5월 10일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기다림’은 클래식에서 중요한 미학이다. 곡을 잘 아는 청중은 각자가 좋아하는 대목을 기다리며 음악을 음미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친숙한 선율이 어느 순간 귀에 스며들길 고대하며 감상의 재미를 느낀다. 27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32)이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그랬다. 현악기의 웅장한 선율과 목관의 애틋한 화음이 약 3분간 이어진 뒤 등장한 피아노의 첫 음은 객석의 공기를 단숨에 바꿔 놓았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적절한 강약을 지닌 음들이 오케스트라 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조성진이 펼친 ‘건반 위의 사랑’ 개막 공연의 첫 곡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예악(禮樂)’에 이어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쇼팽 협주곡을 기교보단 섬세한 감정의 결로 풀어냈다.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그저 받치기보다 서로 균형을 유지하며 흐름을 함께 만들어 갔다. 이 곡은 열아홉 살 쇼팽이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만난 소프라노 콘스탄차 그와트코프스카를 향해 품었던 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팽은 친구 티투스 보이치에호프스키에게 보낸 편지에 “매일 밤 그녀가 나타나는 꿈을 꾸지만, 처음 본 지 6개월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고 적었다. 짝사랑으로 남은 감정은 협주곡 곳곳에 스며 있다. 조성진은 이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건반 위에 옮겨 놓았다. 부드럽게 번지는 음엔 사랑의 설렘과 머뭇거림, 홀로 품는 행복과 그 뒤의 고뇌가 고루 담겼다. 특히 느린 템포가 돋보이는 2악장에선 고요한 로망스의 결이 또렷하게 살아났다. 약 40분에 걸친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이어졌다. 앙코르는 쇼팽의 왈츠 두 곡이었다. ‘이별의 왈츠’는 이뤄지지 못한 사랑의 여운을 잔잔하게 이어갔고, ‘화려한 대왈츠’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공연을 마무리하는 데 적합했다.● 동서양의 조화 이끈 ‘예악’ 공연의 문을 열었던 윤이상의 ‘예악’은 서양 관현악으로 동양적 음향을 풀어낸 작품. 1966년 독일 도나우에싱겐 음악제에서 초연된 뒤 그를 유럽 음악계에 각인시키며 국제적 명성을 안긴 대표작이다. 공연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진은숙 예술감독은 “‘예악’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윤이상 작품인데, 그동안 자주 연주돼 프로그램에 포함하지 않다가 올해 넣었다”고 했다. 평소 낭만적으로 들리던 하프는 ‘예악’에서 한국의 한을 담아낸 가야금처럼 들렸다. 오보에는 구슬픈 피리를, 바이올린은 해금을 떠올리게 했다. 화성 위주의 서양 음악과는 또 다른 맛이다. 특히 오케스트라에 유일하게 포함된 전통 타악기 ‘박’은 음악의 시작과 전환, 종결을 명확히 알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팀파니 등 뒷줄 악기들이 단순한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리듬을 받치며 박자의 흐름을 이끄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공연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밀도 높은 소리들이 맞물리며, 봄날의 무도회 같은 화려함과 생동감이 펼쳐졌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에서 출발했다. 2002년 국제음악제로 격상된 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음악회는 모두 26회의 공연이 열린다. 30일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과 김유빈 플루트 리사이틀이 열리고, 31일엔 명창 왕기석이 고수 조용안과 함께 ‘수궁가’를 선보인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즐길 수 있다.통영=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기다림’은 클래식에서 중요한 미학이다. 곡을 잘 아는 청중은 각자가 좋아하는 대목을 기다리며 음악을 음미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친숙한 선율이 어느 순간 귀에 스며드길 고대하며 감상의 재미를 느낀다.27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32)이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그랬다. 현악기의 웅장한 선율과 목관의 애틋한 화음이 약 3분간 이어진 뒤 등장한 피아노의 첫 음은 객석의 공기를 단숨에 바꿔 놓았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적절한 강약을 지닌 음들이 오케스트라 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조성진이 펼친 ‘건반 위의 사랑’개막 공연의 첫 곡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예악(禮樂)’에 이어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쇼팽 협주곡을 기교보단 섬세한 감정의 결로 풀어냈다.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피아노를 그저 받치기보다 서로 균형을 유지하며 흐름을 함께 만들어갔다.이 곡은 열아홉 살 쇼팽이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만난 소프라노 콘스탄차 글라드코프스카를 향해 품었던 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팽은 친구 티투스 보이체호프스키에게 “매일 밤 그녀가 나타나는 꿈을 꾸지만, 처음 본 지 6개월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고 적었다. 짝사랑으로 남은 감정은 협주곡 곳곳에 스며 있다.조성진은 이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건반 위에 옮겨 놓았다. 부드럽게 번지는 음엔 사랑의 설렘과 머뭇거림, 홀로 품는 행복과 그 뒤의 고뇌가 고루 담겼다. 특히 느린 템포가 돋보이는 2악장에선 고요한 로망스의 결이 또렷하게 살아났다. 약 40분에 걸친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이어졌다.앙코르는 쇼팽의 왈츠 두 곡이었다. ‘이별의 왈츠’는 이뤄지지 못한 사랑의 여운을 잔잔하게 이어갔고, ‘화려한 대왈츠’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공연을 마무리하는 데 적합했다.● 동서양의 조화 이끈 ‘예악’공연의 문을 열었던 윤이상의 ‘예악’은 서양 관현악으로 동양적 음향을 풀어낸 작품. 1966년 독일 도나우에싱엔 음악제에서 초연된 뒤 그를 유럽 음악계에 각인시키며 국제적 명성을 안긴 대표작이다. 공연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진은숙 예술감독은 “‘예악’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윤이상 작품인데, 그동안 자주 연주돼 프로그램에 포함하지 않다가 올해 넣었다”고 했다.평소 낭만적으로 들리던 하프는 ‘예악’에서 한국의 한을 담아낸 가야금처럼 들렸다. 오보에는 구슬픈 피리를, 바이올린은 해금을 떠올리게 했다. 화성 위주의 서양 음악과는 또다른 맛이다. 특히 오케스트라에 유일하게 포함된 전통 타악기 ‘박’은 음악의 시작과 전환, 종결을 명확히 알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팀파니 등 뒷줄 악기들이 단순한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리듬을 받치며 박자의 흐름을 이끄는 것도 인상적이었다.이날 공연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밀도 높은 소리들이 맞물리며, 봄날의 무도회 같은 화려함과 생동감이 펼쳐졌다.통영국제음악제는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에서 출발했다. 2002년 국제음악제로 격상된 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음악회는 모두 26회의 공연이 열린다. 30일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과 김유빈 플루트 리사이틀이 열리고, 31일엔 명창 왕기석이 고수 조용안과 함께 ‘수궁가’를 선보인다. 바로크부터 현대 음악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즐길 수 있다.통영=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일을 계속하기 어렵지요. 가정은 여자의 천직이니까요.” 1933년 잡지 ‘신여성’ 좌담회에서 한 여성 참여자가 남긴 이 말은 여성들의 오랜 고민을 보여준다. 1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에선 성별과 관계없이 경제활동을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 사이에서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23년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단독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의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의 분석 틀을 빌려왔다. 1955년생부터 현재 30대에 들어선 1996년생까지 한국 대졸 여성을 네 집단으로 나눠 분석했다. 책은 세대 변화의 궤적을 또렷하게 그려낸다. 1집단(1955∼1964년생)은 결혼과 일을 병행한 여성이 100명 중 2∼6명에 불과했던 ‘소수의 각자도생’ 세대다. 2집단(1965∼1974년생)은 경제활동 참여가 늘었지만 전통적 성 역할 속에서 ‘커리어와 가정의 고단한 공존’을 겪었다. 3집단(1975∼1984년생)에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됐지만 돌봄 인프라 부족 속에 ‘경력 단절’이 집단적으로 나타난다. 앞선 세대의 버거움을 생생하게 목격한 4집단(1985∼1996년생)은 다른 선택을 한다. 커리어와 가정을 공존시킬 생각을 버리고, 결혼을 ‘옵션’으로 재배치한다. 저자들은 “평등하게 자라 이전보다 더 높은 학력 수준을 갖춘 4집단 여성들에게 커리어 추구가 고민 1순위”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자가 쓴 책이지만 건조하지 않다.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통계와 인터뷰를 균형 있게 엮어냈다. 커리어를 고민하는 여성의 연인의 입장, 결혼 연령 상승에 따른 출산의 어려움, 딩크족의 가치관 등 오늘날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현실적인 고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결론의 해법이 다소 기시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남녀 불문 커리어와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정답’이 여전히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게 아닐까.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