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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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문화 일반25%
연극21%
음악15%
인사일반12%
문학/출판9%
사회일반6%
중국3%
검찰-법원판결3%
대통령3%
만화3%
  • 밝은 멜로디에 절절한 가사… 그 역설이 ‘청춘’이니까

    인디밴드 ‘캔트비블루(Can’t Be Blue)’의 이름에는 음악에 대한 이들의 방향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끝내 우울에 잠기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사랑의 감정에 온전히 몰입하면서도, 이별과 권태의 씁쓸함을 매번 이겨내며 다시 나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노래하는 건 결국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 청춘의 감성이다. 지난해 6월 싱글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로 정식 데뷔한 캔트비블루는 지금 인디 신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밴드 중 하나다. 데뷔곡은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1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300만 회를 넘겼다. 음악 플랫폼 차트에도 입성했다. 물론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과 프로미스나인 서연 등 아이돌들이 ‘샤라웃(shout-out·언급해 주목도를 높임)’을 남기며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진 영향도 컸다.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이들은 아직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엔 관객 두 명 앞에서 공연했어요. 20∼30명이 모였을 때는 ‘우리 이제 성공했네’ 싶었죠.” 보컬 이도훈(20)과 키보드 권다현(22), 베이스 이휘원(22), 기타 김채현(21), 드럼 김대훈(21). 멤버들은 20대 초반의 앳된 나이지만, 음악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해 ‘한강대학가요제’ 동상과 ‘CMYK 2024’ 준우승, ‘인디스땅스’ 준우승 등 주요 신인 음악 경연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서울예대 동기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캔트비블루는 “다 같이 휴학하고 제대로 해보자”는 제안 하나로 무작정 밴드를 꾸렸다. 밝은 멜로디에 가슴을 후벼파는 가사. 캔트비블루의 음악은 감정의 경계를 잘 보여준다.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이도훈은 “의도적으로 멜로디를 밝게 쓰려 하는 건 아닌데, 오히려 오묘한 매력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데뷔곡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를 비롯해 이후 발매한 ‘Sick of you’ ‘죽어버릴 것 같아’ 등 3부작은 짝사랑의 아픔을 절절히 보여준다. 지난달 발표한 신곡 ‘take it anymore’는 이별 한 달 뒤쯤 느낄 법한 후회와 상실을 다뤘다. 캔트비블루의 강점은 단연 라이브 무대다. 이휘원은 “음원을 듣고 저희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라이브를 본 뒤 ‘좋다’고 후기를 남겨주실 때 행복했다”고 말했다. 캔트비블루가 다음 달 9일 서울 강남구 가빈아트홀에서 여는 700석 규모 콘서트는 30초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 20대 초반 기세가 범상치 않은 이 밴드의 목표는 뭘까. “미국 ‘코첼라’에 나갈 정도로 잘되고 싶다”며 웃던 멤버들은 곧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만의 색을 잃지 않고, 저희가 하는 음악이 트렌드의 기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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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NIE 패스포트’ 대상, 천소윤-권예지-최수지 학생 선정

    한국신문협회는 ‘2025 신문으로 배우는 디지털 시민교육 NIE 패스포트 공모전’ 수상자를 28일 발표했다. 공모전은 학생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지켜야 할 예절 및 행동 규범 등에 대한 12개 활동 과제 결과물을 심사했다. 대상은 천소윤(서울잠동초 6학년) 권예지(대구대건중 1학년) 최수지(고양백석고 3학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최우수상은 조시현(경산압량초 6학년) 임시연(대구월암중 1학년) 문정원(나주영산고 2학년) 학생이, 우수상은 안서진(부산신덕초 4학년) 김시은(부산모덕초 5학년) 이다은(대구학산중 1학년) 이서연(대구학산중 1학년) 변혜원(나주영산고 2학년) 조동욱(부산다대고 2학년) 학생이 각각 수상했다. 시상식은 11월 말 수상자 소속 학교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은 상장과 총 88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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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내 우울에 잠기지 않겠다”…‘캔트비블루’가 말하는 청춘의 사랑이란

    인디밴드 ‘캔트비블루(Can’t Be Blue)’의 이름에는 음악에 대한 이들의 방향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끝내 우울에 잠기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사랑의 감정에 온전히 몰입하면서도, 이별과 권태의 씁쓸함을 매번 이겨내며 다시 나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노래하는 건 결국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 청춘의 감성이다.지난해 6월 싱글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로 정식 데뷔한 캔트비블루는 지금 인디 신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밴드 중 하나다. 데뷔곡은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1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300만 회를 넘겼다. 음악 플랫폼 차트에도 입성했다. 물론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과 프로미스나인 서연 등 아이돌들이 ‘샤라웃(shout-out·언급해 주목도를 높임)’을 남기며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진 영향도 컸다.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이들은 아직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엔 관객 두 명 앞에서 공연했어요. 20~30명이 모였을 때는 ‘우리 이제 성공했네’ 싶었죠.” 보컬 이도훈(20)과 키보드 권다현(22), 베이스 이휘원(22), 기타 김채현(21), 드럼 김대훈(21). 멤버들은 20대 초반의 앳된 나이지만, 음악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해 ‘한강대학가요제’ 동상과 ‘CMYK 2024’ 준우승, ‘인디스땅스’ 준우승 등 주요 신인 음악 경연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올해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인 뮤지션 육성 프로그램인 ‘뮤즈온’에 선정돼 대만에서도 공연했다.서울예대 동기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캔트비블루는 “다 같이 휴학하고 제대로 해보자”는 제안 하나로 무작정 밴드를 꾸렸다. 정식 데뷔 전 홍대 클럽 공연을 돌며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한다.밝은 멜로디에 가슴을 후벼파는 가사. 캔트비블루의 음악은 감정의 경계를 잘 보여준다.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이도훈은 “의도적으로 멜로디를 밝게 쓰려 하는 건 아닌데, 오히려 오묘한 매력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데뷔곡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를 비롯해 이후 발매한 ‘Sick of you’, ‘죽어버릴 것 같아’ 등 3부작은 짝사랑의 아픔을 절절히 보여준다. 지난달 발표한 신곡 ‘take it anymore’는 이별 한 달 뒤쯤 느낄 법한 후회와 상실을 다뤘다.캔트비블루의 강점은 단연 라이브 무대다. 그동안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비롯해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팬층을 넓혀 왔다. 이휘원은 “음원을 듣고 저희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라이브를 본 뒤 ‘좋다’고 후기를 남겨주실 때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채현도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손전등을 켜주거나, 리프트를 타고 무대위에 오를 때 짜릿함을 느낀다”고 했다.캔트비블루가 다음 달 9일 서울 강남구 가빈아트홀에서 여는 700석 규모 콘서트는 30초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 20대 초반 기세가 범상치 않은 이 밴드의 목표는 뭘까. “미국 ‘코첼라’에 나갈 정도로 잘 되고 싶다”며 웃던 멤버들은 곧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만의 색을 잃지 않고, 저희가 하는 음악이 트렌드의 기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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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RM, 경주 APEC서 ‘K문화’ 기조연설

    방탄소년단(BTS) 리더인 RM(본명 김남준·31·사진)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대 행사인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펼친다. RM은 APEC CEO 서밋 이틀차인 29일 오후 3시 5분부터 약 10분간 ‘APEC 지역의 문화창조산업과 K컬처의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28∼31일 나흘간 열리는 APEC CEO 서밋은 회원국 정상들과 재계 리더들이 모이는 연례 비즈니스 포럼이다. K팝 가수가 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RM이 처음이다. RM은 그동안 BTS의 리더로서 미국 등지에서 K팝을 알린 경험을 살려 한국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연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RM은 2018년 유엔 산하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행사에서 BTS를 대표해 연설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약 7분간의 연설에서 그는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달라.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라”란 메시지를 전했다. BTS는 2020년과 2021년에도 유엔에서 연설하며 ‘문화 사절’ 역할을 했다. 올해 서밋은 ‘비욘드, 비즈니스, 브리지(Beyond, Business, Bridge)’를 주제로 열린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급 인사 16명과 글로벌 기업 CEO 1700여 명이 참여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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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 리더 RM, APEC 서밋 기조연설…‘K컬처 소프트파워’ 알린다

    방탄소년단(BTS) 리더인 RM(본명 김남준·31)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대 행사인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펼친다.RM은 APEC CEO 서밋 이틀차인 29일 오후 3시 5분부터 약 10분 간 ‘APEC 지역의 문화창조산업과 K컬처의 소프트파워’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28~31일 사흘간 열리는 APEC CEO 서밋은 회원국 정상들과 재계 리더들이 모이는 연례 비즈니스 포럼이다. K팝 가수가 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RM이 처음이다. RM은 그동안 BTS의 리더로서 미국 등지에서 K팝을 알린 경험을 살려 한국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연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RM은 2018년 유엔(UN) 산하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행사에서 BTS를 대표해 연설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약 7분 간의 연설에서 그는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달라.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아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BTS는 2020년과 2021년에도 UN에서 연설하며 ‘문화 사절’ 역할을 했다.올해 서밋은 ‘비욘드, 비즈니스, 브리지(Beyond, Business, Bridge)’를 주제로 열린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급 인사 16명과 글로벌 기업 CEO 1700여 명이 참여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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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스타 스콧, 한국팬 첫 만남에 케미 폭발

    “한국은 아름답고 놀라운 나라야.”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34)의 외침에 관객석에서 더 큰 함성이 터졌다. 25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첫 내한 콘서트 ‘CIRCUS MAXIMUS(서커스 막시무스)’는 스콧 특유의 거칠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스콧은 래퍼이자 프로듀서, 패션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엔터테이너다. 사이키델릭 록 요소를 힙합과 결합한 독자적인 사운드를 구축했고, 카녜이 웨스트의 ‘수제자’로도 유명하다. 이번 투어는 2023년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유토피아(UTOPIA)’의 월드투어. 북미 등지에서 76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약 170만 명을 모았다. 공연은 초반부터 레이싱카처럼 속도를 높였다. 거대한 바위 구조물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 ‘HYAENA’를 시작으로 ‘THANK GOD’, ‘MODERN JAM’이 연달아 이어지자 약 4만8000명의 관객들은 함께 뛰고 소리쳤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무대에 올랐지만 분위기는 이미 절정에 가까웠다. 첫 내한공연인데도 관객과의 교감이 눈에 띄었다. ‘BACKR00MS’, ‘TYPE SHIT’, ‘Nightcrawler’ 구간에서 스콧은 관객 4명을 직접 무대로 불러 함께 래핑했고, 어깨를 맞대며 호흡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민소매 차림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뜨거운 열기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MAMACITA’를 앞두고 스콧이 팔을 크게 원을 그리며 돌리자, 스탠딩석 곳곳에서 관객들이 원을 만들고 서로 부딪치는 ‘모시 핏(Mosh Pit)’이 형성됐다. 스콧 공연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로, 특정 제스처가 관객의 집단적 에너지 분출을 촉발한다는 그의 공연 문법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어 감성적 멜로디와 비트 전환이 돋보이는 ‘MY EYES’, 새벽의 취기와 욕망을 고백하듯 읊는 ‘I KNOW?’에서는 음악 속 섬세한 감정의 결이 전달됐다. 클라이맥스는 대표곡 ‘FE!N’. 스콧은 후렴을 불렀다 멈추는 동작을 여섯 차례 반복하며 긴장과 폭발을 조율했다. ‘SICKO MODE’, ‘ANTIDOTE’, ‘GOOSEBUMPS’로 무대를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쏟아냈다. 무대 마지막에 그는 태극기를 둘러메고 스탠딩석 앞줄의 팬들과 손을 맞잡았다. “서울, 사랑해. 꼭 다시 올게.” 함성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 이어졌다.고양=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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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사랑해” 태극기 두른 트래비스 스캇의 첫 내한 무대

    “한국은 아름답고 놀라운 나라야.”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캇(34)의 외침에 관객석에서 더 큰 함성이 터졌다. 25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첫 내한 콘서트 ‘CIRCUS MAXIMUS(서커스 막시무스)’는 스콧 특유의 거칠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스콧은 래퍼이자 프로듀서, 패션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엔터테이너다. 사이키델릭 록 요소를 힙합과 결합한 독자적인 사운드를 구축했고, 카녜이 웨스트의 ‘수제자’로도 유명하다. 이번 투어는 2023년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유토피아(UTOPIA)’의 월드투어. 북미 등지에서 76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약 170만 명을 모았다.공연은 초반부터 레이싱카처럼 속도를 높였다. 거대한 바위 구조물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 ‘HYAENA’를 시작으로 ‘THANK GOD’, ‘MODERN JAM’이 연달아 이어지자 약 4만8000명의 관객들은 함께 뛰고 소리쳤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무대에 올랐지만 분위기는 이미 절정에 가까웠다.첫 내한공연인데도 관객과의 교감이 눈에 띄었다. ‘BACKR00MS’, ‘TYPE SHIT’, ‘Nightcrawler’ 구간에서 스콧은 관객 4명을 직접 무대로 불러 함께 래핑했고, 어깨를 맞대며 호흡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민소매 차림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뜨거운 열기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MAMACITA’를 앞두고 스콧이 팔을 크게 원을 그리며 돌리자, 스탠딩석 곳곳에서 관객들이 원을 만들고 서로 부딪히는 ‘모쉬 핏(Mosh Pit)’이 형성됐다. 스콧 공연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로, 특정 제스처가 관객의 집단적 에너지 분출을 촉발한다는 그의 공연 문법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어 감성적 멜로디와 비트 전환이 돋보이는 ‘MY EYES’, 새벽의 취기와 욕망을 고백하듯 읊는 ‘I KNOW?’에서는 음악 속 섬세한 감정의 결이 전달됐다.클라이맥스는 대표곡 ‘FE!N’. 스콧은 후렴을 불렀다 멈추는 동작을 약 여섯 차례 반복하며 긴장과 폭발을 조율했다. ‘SICKO MODE’, ‘ANTIDOTE’, ‘GOOSEBUMPS’로 무대를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쏟아냈다.무대 마지막에 그는 태극기를 둘러메고 스탠딩석 앞줄의 팬들과 손을 맞잡았다. “서울, 사랑해. 꼭 다시 올게.” 함성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이어졌다.고양=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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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식물의 생명력은 지능에서 나온다

    우리는 오랫동안 식물을 ‘정적인 존재’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은 나름의 감각 체계를 갖추고, 서로 소통하는 존재다. 특히 식물들이 포식자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화합물을 분비해 소통한다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다. 세이지브러시의 경우 위협이 낮은 수준일 때는 가까운 개체에만 전달되는 복잡한 화합물을 분비한다. 반대로 높은 수준일 때는 지역 전체의 식물종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화합물을 분비한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의 ‘뜨거운 감자’인 ‘식물지능(Plant Intelligence)’에 대해 다룬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를 주로 취재하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사표를 던지고, 이 주제에 깊이 파고들기 위해 하와이 카우아이섬 절벽부터 칠레의 정글까지 지구 곳곳을 탐험한다. 책은 우리가 식물에 대해 갖고 있던 낡은 편견을 깨도록 돕는다. 식물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변달맞이꽃은 꿀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틀어주면 3분 내로 꽃꿀의 당도를 높인다. 꽃의 오목한 접시 같은 모양이 일종의 공명 스피커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벌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다. 완두콩 새싹은 밀폐된 파이프 안에서도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뿌리를 뻗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접촉에 반응하고, 기억하고, 다른 종을 속이는 등 식물의 도발적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단순히 보기 좋은 ‘배경’ 정도로 여기던 식물을 ‘사유하는 존재’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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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적인 그 곡, ‘AI 작사-작곡-노래’… 저작권 논란은 ‘불협화음’

    “아침 출근길에 들으면 힘이 날 경쾌한 노래.” 인공지능(AI) 작곡 프로그램 ‘수노(Suno)’의 노래 설명란에 이 한 줄을 쳤다. 간단한 멜로디를 허밍으로 녹음한 뒤 버튼을 누르자, 10초도 안 돼 멜로디와 가사가 완성됐다. “아침 출근, 무거운 가방 속 희망을 담고 또 하루를 견디네. 언젠가 저 하늘 구름처럼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을까.” 부드러운 음색의 남성 보컬이 달콤한 멜로디와 경쾌한 드럼 비트에 맞춰 노래했다. 가사가 화들짝 놀랄 만큼 깊이 있진 않았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이번엔 가사 주제를 ‘옆집 고양이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노래’로 바꿔 봤다. 스타일은 ‘부드러운 여성 보컬의 재즈’. 10초 뒤, 잔잔한 피아노 연주 위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작은 발자국 사뿐사뿐, 햇살 속에서 뒹굴뒹굴. 눈망울 속에 세상 담고 내 맘 훔친 너의 시간.” 이게 정말 AI가 만들 걸까. 가창력이나 음정이 크게 ‘인공적’이지 않았다.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노래를 듣고 어떻게 느끼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인간 작곡가 위협하는 AIAI의 급속한 발달에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음악계로 침투하는 속도도 무척이나 빠르다. 올해 6월 앨범 ‘플로팅 온 에코스(Floating on Echoes)’로 데뷔한 AI 록밴드 ‘벨벳 선다운(Velvet Sundown)’은 AI 출연으로 음악 산업이 얼마나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노래 ‘더스트 온 더 윈드(Dust on the Wind)’는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스포티파이 ‘바이럴 50’ 차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970년대 복고풍을 재현했다고 평가받는 이 노래는 발매 당시 AI로 제작됐단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멜로디. “eyes like film in faded light, dreams walk barefoot into the night(희미한 빛 속의 필름 같은 눈, 꿈은 맨발로 밤 속으로 걸어가네)” 같은 가사도 제법 그럴듯했다. 하지만 점차 이 밴드가 ‘AI가 만든 가상’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멤버 누구도 인터뷰를 한 적이 없고, 실제 무대에도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공개된 이미지가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밴드 측은 “인간이 AI를 활용해 창작한 실험적 밴드 프로젝트”라고 시인했다. 인간의 상상력과 AI의 계산이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탄생한 셈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AI가 정식 음원 차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인간의 역할을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력감’마저 느끼게 한다”고 했다. 최근 일본의 한 특집 방송에서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AI와 펼친 ‘프로듀싱 대결’은 이런 위기감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그는 일본 국민 걸그룹 ‘AKB48’를 비롯해 ‘노기자카46’, ‘히나타자카46’ 등 유명 아이돌을 제작한 스타 프로듀서다. 방송은 인간 아키모토와 그의 작사 스타일을 학습한 AI 모델이 각각 곡을 프로듀싱하고, 이에 대한 시청자 투표로 승자를 정했다. 아키모토는 1960, 70년대 유행한 헤어스타일 ‘세실 컷’에서 영감을 받아 젊은 여성이 또래 여성에게 품는 동경의 감정을 담은 노래 ‘세실(セシル)’을 만들었다. AI 아키모토는 아키모토가 만든 수백 곡의 데이터를 학습한 뒤, “레이와(令和) 시대(2019년∼)에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실연 노래”라는 콘셉트로 ‘오모이데 스크롤(思い出スクロ―ル)’을 완성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AI 프로듀서가 만든 노래가 1만4225표로 진짜 아키모토 곡(1만535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대결을 마친 아키모토는 “(AI가 만든 곡도) 좋은 곡”이라며 “이런 표현을 쓰다니 싶을 정도로 놀랍다”고 평했다.● “전문가 아니어도 작곡”AI의 발전은 지금껏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작곡의 문턱을 크게 낮추는 결과도 낳고 있다. 기자가 사용한 ‘수노’를 비롯해 ‘유디오(Udio)’ 등 AI 음악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면, 화성과 리듬 등 복잡한 음악 지식 없이도 프롬프터만 잘 짜면 퀄리티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렇다 보니 일반인이 만든 AI 음악이 인기를 얻는 경우도 생겨났다. 유튜버 ‘심통봇’ 채널에 올라온 ‘고스타그램’이란 노래는 한 달 만에 조회수가 297만 회를 기록했다. 성불하기 싫어하는 처녀 귀신과 그를 데려가려는 저승사자가 티격태격한다는 콘셉트로 만든 가사는 AI의 창작물로 보기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감정을 건드린다. 남성 래퍼가 “미련 남는 건 이해하지만 그만하고 이제 성불할 시간, no more drama”로 귀신을 채근하면, 여성 보컬은 “저 아직 MBTI가 뭔지도 잘 몰라요, 나도 인생네컷 프레임 골라보고 싶어요”라고 맞받아친다. “(귀신이) 놀래킨 적도 없는데 피곤해 기절하네요, 복수할래도 이미 불행해 보이네요”처럼 현대 사회를 묘사한 가사도 날카롭다. 댓글엔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런 ‘갓작(명작)’이 나오거나 괴물이 탄생하는 것 같다” “이게 진짜 대중음악 아니냐”는 반응들이 올라왔다.AI로 만든 노래가 기존 음악 시장을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미국 AI 가수 자니아 모넷은 지난달 발매한 디지털 싱글 ‘How Was I Supposed to Know’로 미 빌보드 R&B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그의 전체 음원은 미국에서만 스트리밍 980만 회를 돌파했다. 근데 이 노래는 시인인 텔리샤 존스가 ‘수노’에 자신의 시를 입력해 만든 노래다. 결국 시인은 음반 레이블 ‘할우드 미디어(Hallwood Media)’와 300만 달러(약 43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레이블은 올 8월 스스로를 ‘AI 음악 디자이너’로 부르는 ‘아이몰리버(imoliver)’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몰리버는 AI 작곡 플랫폼 ‘수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물. 대표곡 ‘Stone’은 300만 회 이상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할우드 미디어는 성명을 통해 “아이몰리버는 음악의 미래를 대표한다. 그는 장인정신과 취향의 교차점에 선 음악 디자이너”라며 “세상은 그의 작품이 가진 섬세함과 특별함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생성형 AI 음악 시장은 2023년 4억4000만 달러 규모에 머물렀다. 하지만 2030년이 되면 27억900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만 따져봐도 약 30%에 이른다.● 저작권·윤리 문제는 여전히 숙제 물론 여전히 AI 음악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저작권이다. 생성형 AI가 노래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저작권자의 음원과 가사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워너뮤직그룹, 유니버설뮤직그룹, 소니뮤직그룹 등 세계 3대 음반사는 ‘수노’와 ‘유디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음반사들은 생성형 AI 기업들이 단지 인터넷에 공개된 음원을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 유튜브의 저작권 보호 기술을 우회해 조직적으로 음원을 불법 복제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결국 AI가 학습하는 음악은 모두 저작권 염려가 없는 작품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이런 방안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통과된 뒤 현재 관련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AI 기본법은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와 영상, 텍스트 등에 워터마크 표기를 의무화해 AI 생성물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논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정책연구본부장은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저작권자들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한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학습 데이터 공개가 전제되지 않으면 권리자들이 소송을 하려 해도 나의 저작물이 무단으로 사용되었는지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가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느냐 역시 논란거리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현재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해서는 법적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내 저작권법이 인간이 아닌 AI가 만든 산출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저협은 올 3월 저작권을 신고할 때 해당 저작물이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보증을 받는 절차도 도입했다. 음저협 관계자는 “최근 AI를 활용한 음악 창작이 급증함에 따라, AI가 관여된 저작물의 저작자와 지분 인정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도입한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AI 시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된 것도 분명하다. 프랑스와 독일의 저작권 관리 단체 사셈(SACEM)과 게마(GEMA)가 공동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서 창작자 1만5073명 중 35%가 이미 “AI를 음악 창작에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5세 이하 젊은 음악가로 한정하면 이 비율은 51%에 이른다. 장르별로는 전자음악(54%), 힙합(53%), 광고음악(52%), 영상·배경음악(47%) 순이었다. 유니버설뮤직은 지난해 10월 컨트리 가수 브렌다 리의 1958년 히트곡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를 AI 음성 모델로 재현해 스페인어 버전으로 재발매했다. 녹음 당시 13세였던 리의 실제 음성을 바탕으로 AI 보컬 모델을 생성해 스페인어로 녹음했다. 유니버설뮤직그룹은 “이 과정에서 원작자의 허락을 받는 등 윤리적으로 AI를 활용해 고전 명곡을 새 언어로 재탄생시켰다”고 밝혔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AI 아티스트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제는 누가 직접 연주하고 노래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나은 선택과 편집을 하느냐의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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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30주년 크라잉넛 “인디 동료들의 희망 되고파”

    “30년을 인디 뮤지션으로 살아왔어요. 인디 음악을 꿈꾸는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데뷔 30주년을 맞은 1세대 인디밴드 ‘크라잉넛’은 지난 세월이 쌓이고 쌓여 에너지라도 된 듯했다. 이들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간담회를 갖고 “25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30주년 기념 특별전시 ‘말달리자’와 연계 공연을 연다”고 밝혔다. 전시는 사전 예약하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와 연계된 공연은 유료로 예매할 수 있다.1995년 홍대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태동한 크라잉넛은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한국 인디 신을 이끌어 가는 어엿한 ‘맏형 밴드’가 됐다. ‘말달리자’ ‘밤이 깊었네’ ‘명동콜링’ 등 그동안 내놓은 히트곡은 늘어놓자면 끝이 없을 정도. 초중고교 동창인 박윤식(49·보컬, 기타)과 이상면(49·기타), 이상혁(49·드럼), 한경록(48·베이스) 등 데뷔 멤버에 2집부터는 김인수(51·키보드)가 합류한 뒤 지금껏 멤버 변화 없이 굳건히 밴드를 지켜 왔다.한경록은 “크라잉넛은 정원에서 손질을 받지 않고, 피어나고 싶은 대로 피어난 ‘야생화’ 같은 존재”라며 “30년 동안 해보니 그렇게 대박 났다곤 할 수 없지만,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한 시대를 살아왔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인수는 “인디는 항상 위축된 상황에서도 발전해 나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크라잉넛을 상징하는 대표곡 ‘말달리자’는 현 세대들에게도 여전히 울림이 크다. 이상면은 “이 노래는 앞부분에 세상이 원하는 이야기(잔소리)를 늘어놓은 뒤 ‘닥쳐’로 이어지는 포맷”이라며 “지금도 (잔소리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전시는 크라잉넛은 물론 인디밴드의 역사도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초입은 라이브 클럽 드럭을 재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멤버들이 직접 그라피티를 했다고 한다. 또 친필 악보 등 미공개 소장품과 아트워크를 통해 크라잉넛의 역사를 다층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상상마당 홍대 라이브홀에서 공연도 이뤄진다. 김창완밴드, 잔나비, 장기하, 김수철 등이 참여한다.“크라잉넛뿐만 아니라 인디도 30주년이잖아요. 한국 인디 역사에 바치는 선물 같습니다. 내년이 ‘붉은 말’의 해니까, 제대로 한번 달려봐야죠.”(한경록)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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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년간 목말랐다… ‘오아시스’에

    “Hello, It‘s good to be back!”(안녕, 돌아오니까 좋네요!)1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영국 밴드 오아시스(Oasis)의 콘서트는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었다. 21일 오후 오프닝 곡 ‘헬로(Hello)’로 문을 연 공연은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5만5000명이 기다린 세월을 한풀이하듯 환호를 쏟아냈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동생 리엄 갤러거(53)는 특유의 뒷짐 자세로 여유롭게 노래했고, 형 노엘 갤러거(58)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기타를 연주했다.●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 마”1991년 맨체스터에서 결성된 오아시스는 당대 브릿팝을 상징하는 밴드. 누적 음반 판매량은 9000만 장을 넘겼고, 정규 앨범 7장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렸다. 2009년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해체하며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으나, 지난해 “총성이 멈췄다(The guns have fallen silent)”며 재결합을 선언했다. 2009년 7월 지산밸리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선 지 한 달 만에 갈라섰던 걸 떠올리면, 이날 공연은 감격을 넘어서는 울림이 오롯했다.오랜 기다림의 결실은 기대보다 더 달콤했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23곡의 세트리스트는 오아시스, 그 자체였다. 헬기의 굉음이 강렬한 ‘Morning Glory’와 기성세대를 비꼬는 ‘Some Might Say’의 짜릿함은 여전히 명불허전. ‘Cigarettes & Alcohol’에선 리엄의 제안에 따라 관객들이 등을 맞대고 어깨동무를 한 채 좌우로 흔들며 기세는 점점 불타올랐다. 끝없이 이어지는 함성에 갤러거 형제는 “뷰티풀”, “생큐”를 외치며 화답했다.두 형제의 음색이 주는 힘도 강렬했다. 특히 ‘Half the World Away’와 ‘Talk Tonight’에선 노엘의 감성적인 보컬이 빛났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Slide Away’는 뭉클함마저 전해졌다. 거친 세월을 넘어 복원된 형제애가 묻어난달까. 리엄의 목소리도 거칠지만 단단했다.절정은 역시 ‘오아시스 베스트 앨범’을 듣는 듯한, 메가히트곡이 집약된 앙코르. ‘The Masterplan’과 ‘Don‘t Look Back in Anger’, ‘Wonderwall’, ‘Champagne Supernova’. 뭔 말이 더 필요할까. 관객의 떼창 속에 울려 퍼지는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 마’라는 가사에선 시공간을 아우르는 감동이 물씬했다.● 청춘을 깨우는 90년대 밴드이번 공연은 오아시스의 음악이 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예매 플랫폼 놀(NoL) 티켓에 따르면 관객의 63.2%가 10, 20대. 30대까지 합치면 91.8%를 차지했다. 오아시스의 전성기를 직접 체험한 적도 없는 이들이 공연장의 대부분을 채운 셈이다.50대를 넘어 환갑에 가까운 오아시스에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직선적인 기타 리프와 솔직한 감정으로 밀어붙이는 음악이 지금의 감수성과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물론 ‘형제의 난’이 유명한 ‘밈(meme)’이 됐던 영향도 한몫했다.오아시스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 ‘청춘의 감성’을 건드린다. ‘Live Forever’의 낭만과 ‘Rock ‘n’ Roll Star’의 자의식, ‘Don‘t Look Back in Anger’의 위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과거 명곡을 다시 소환하는 시대. 하지만 오아시스는 레트로도 복고도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젊음의 불안과 자존감을 함께 어루만진다. 그 심장이 어디쯤에 있더라도.고양=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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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릿팝 상징’ 오아시스 내한공연…남녀노소 시대 초월 ‘청춘의 감성’ 건드린 무대

    “hello, it’s good to be back!”(안녕, 돌아오니까 좋네요!)1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영국 밴드 오아시스(Oasis)의 콘서트는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었다. 21일 오후 오프닝 곡 ‘헬로(Hello)’로 문을 연 공연은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5만5000명이 기다린 세월을 한풀이하듯 환호를 쏟아냈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동생 리암 갤러거(53)는 특유의 뒷짐 자세로 여유롭게 노래했고, 형 노엘 갤러거(58)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기타를 연주했다.●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마”1991년 맨체스터에서 결성된 오아시스는 당대 브릿팝을 상징하는 밴드. 누적 음반 판매량은 9000만 장을 넘겼고, 정규 앨범 7장 모두 영국차트 1위에 올렸다. 2009년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해체하며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으나, 지난해 “총성이 멈췄다(The guns have fallen silent)”며 재결합을 선언했다. 2009년 7월 지산밸리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선 지 한 달 만에 갈라섰던 걸 떠올리면, 이날 공연은 감격을 넘어서는 울림이 오롯했다.오랜 기다림의 결실은 기대보다 더 달콤했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23곡의 세트리스트는 오아시스, 그 ‘잡채’(자체)였다. 헬기의 굉음이 강렬한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와 기성세대를 비꼬는 ‘섬 마잇 세이(Some Might Say)’의 짜릿함은 여전히 명불허전. ‘시가렛츠 앤 알코올(Cigarettes & Alcohol)’에선 리암의 제안에 따라 관객들이 등을 맞대고 어깨동무를 한 채 좌우로 흔들며 기세는 점점 불타올랐다. 끝없이 이어지는 함성에 갤러거 형제는 “뷰티풀”, “땡큐”를 외치며 화답했다. 두 형제의 음색이 주는 힘도 강렬했다. 특히 ‘하프 더 월드 어웨이(Half the World Away)’와 ‘톡 투나잇(Talk Tonight)’에선 노엘의 감성적인 보컬이 빛났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슬라이드 어웨이(Slide Away)’는 뭉클함마저 전해졌다. 거친 세월을 넘어 복원된 형제애가 묻어난달까. 리암의 목소리도 거칠지만 단단했다.절정은 역시 ‘오아시스 베스트앨범’을 듣는 듯한, 메가히트곡이 집약된 앵콜. ‘더 마스터플랜(The Masterplan)’과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원더월(Wonderwall)’,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 뭔 말이 더 필요할까. 관객의 떼창 속에 울려퍼지는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마”라는 가사에선 시공간을 아우르는 감동이 물씬했다.● 청춘을 깨우는 90년대 밴드이번 공연은 오아시스의 음악이 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예매 플랫폼 놀(NoL) 티켓에 따르면 관객의 63.2%가 10·20대. 30대까지 합치면 91.8%를 차지했다. 오아시스의 전성기를 직접 체험한 적도 없는 이들이 공연장의 대부분을 채운 셈이다. 50대를 넘어 환갑에 가까운 오아시스에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직선적인 기타 리프와 솔직한 감정으로 밀어붙이는 음악이 지금의 감수성과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물론 ‘형제의 난’이 유명한 ‘밈(meme)’이 됐던 영향도 한몫했다. 뭣보다 오아시스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 ‘청춘의 감성’을 건드린다. ‘리브 포에버(Live Forever)’의 낭만과 ‘락앤롤 스타(Rock’n’Roll Star)’의 자의식, ‘Don’t Look Back in Anger’의 위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과거 명곡을 다시 소환하는 시대. 하지만 오아시스는 레트로도 복고도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젊음의 불안과 자존감을 함께 어루만진다. 그 심장이 어디쯤에 있더라도.고양=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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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대중성 갖춘 ‘아이다’, 서울시오페라단 새 출발점”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아이다’는 오페라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감동을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이번 공연이 서울시오페라단의 40년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도약의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단 40주년 기념 오페라 공연 ‘아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공연하는 건 2014년 이후 11년 만. 공연은 다음 달 13∼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작품인 아이다는 1871년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뒤 세계 오페라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인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사랑과 갈등을 그렸다. 대중에겐 2막에서 이집트군이 에티오피아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연주되는 ‘개선행진곡’으로도 친숙한 작품. 박 단장은 “이번 무대는 새로운 해석보단 원작의 정신과 감동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아이다 역을 맡은 임세경은 2015년 한국인 성악가 최초로 이탈리아 고전 원형 경기장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아이다를 연기해 세계적인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임세경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이다를 연기하면서 성장했다”며 “동료와의 합과 무대 에너지 등을 고민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탈리아 파르마 콩쿠르 1위 출신인 소프라노 조선형도 함께 아이다를 연기한다. 라다메스 역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동양인 최초로 로미오 역으로 출연했던 테너 신상근,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프랑스 마르세유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국윤종이 맡았다. 국윤종은 “처음으로 라다메스를 맡아 너무나 기대가 크고 설렌다”며 “그만큼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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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밴드 ‘림프 비즈킷’ 베이시스트 샘 리버스 별세

    미국 뉴메탈 밴드 ‘림프 비즈킷’의 창립 멤버인 베이시스트 샘 리버스(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48세. 밴드 멤버들은 1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리버스는 단순한 베이스 연주자가 아니었다. 그는 모든 음악의 맥박이자 혼돈 속의 평온이었고, 소리에 영혼을 담은 ‘순수한 마법(pure magic)’ 자체였다”고 추모했다. 사망 원인은 따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고인은 2015년 건강상 문제로 휴식기를 갖다가 2018년 다시 합류했다. 1994년 미 플로리다에서 결성된 림프 비즈킷은 얼터너티브록 장르 중 하나인 뉴메탈의 대표 밴드였다. 헤비메탈과 힙합, 펑크를 조합한 ‘랩코어’ 음악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영화 ‘미션임파서블2’의 주제곡 ‘테이크 어 룩 어라운드(Take a Look Around)’ 등이 수록된 3집 ‘초콜릿 스타피시 앤드 더 핫도그 플레이버드 워터(Chocolate Starfish and the Hot Dog Flavored Water)’는 당시 세계적으로 35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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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커스와 삶의 공통점, 위태로워서 아름답다

    온몸의 뼈란 뼈는 다 사라진 것 같았다. 라텍스를 입은 여성 무용수 두 명은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꼬며 극한의 유연성을 보여줬다. 한 명이 허리를 한껏 뒤로 꺾어 몸을 아치 형태로 만들자, 다른 한 명이 그 위에 올라타 한 손으로 균형을 유지했다. 관객석에선 “이게 가능해?”라는 경탄이 터져 나왔다.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공연된 태양의 서커스 ‘쿠자’. 두 무용수가 선보인 건 곡예 ‘컨토션’의 한 장면이다.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서커스 단체인 태양의 서커스가 내놓은 여러 공연 중에서도 쿠자는 가장 대담한 작품으로 꼽힌다. 2007년 4월 캐나다에서 초연된 쿠자는 4개 대륙 22개국에서 80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관람했다. 한국엔 2018년 처음 선보인 뒤 7년 만에 아시아 투어로 다시 돌아왔다. 홍콩, 부산을 거쳐 11일부터 서울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제목 쿠자는 ‘상자’를 의미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비롯됐다. 공연 내용도 주인공 소년 이노센트가 상자를 열면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스토리텔링했다.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작품은 인간과 인류애를 주요 테마로 삼는다”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모습이 펼쳐지면서 인간의 삶과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고 했다. 무대에선 75분간 6t가량의 회전식 탑 ‘바타클랑’을 중심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퍼포먼스가 계속해서 펼쳐진다. 아티스트를 공중에 던졌다가 천막으로 받아내는 ‘샤리바리’, 1600파운드(약 726kg)의 바퀴를 활용하는 곡예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높이 7m까지 의자를 쌓아 올리는 ‘밸런싱 온 체어(Balancing on Chairs)’ 등이 이어지며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이번 시즌엔 공중에서 훌라후프를 타고 펼치는 곡예 ‘에어리얼 후프’가 추가됐다. 바람을 가르며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후프 위를 평지처럼 움직이는 무용수의 모습에 객석에선 끊임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이라이트는 7.6m 상공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곡예 ‘하이 와이어(High Wire)’. 아티스트 4명은 발끝에 본드를 붙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외줄을 탔다. 줄 위에서 펜싱 대결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마차를 만드는 등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상보다 신기한 묘기들이 이어졌다. 이노센트에게 인생을 가르쳐주는 트릭스터, 우스꽝스럽지만 권위를 추구하는 왕, 매드독 등 재치있는 캐릭터들도 즐거움을 주는 요소. 배우들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곁들이고, “파이팅” 등 한국어를 사용하며 관객들과 호흡을 맞춘다. 수동으로 무대 세트를 바꾸는 동안엔 ‘스켈레톤 댄스’ 같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보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탑 안에서 부르는 라이브 무대도 귀를 즐겁게 한다. 순수히 인간의 땀만으로 창조하는 ‘원조 도파민’을 가득 채워보고 싶다면 관람할 만하다. 12월 28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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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아찔하게 더 신묘하게…원조 도파민 태양의 서커스 ‘쿠자’ 돌아왔다

    온 몸에 뼈란 뼈는 다 사라진 것 같았다. 라텍스를 입은 여성 무용수 두 명은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꼬며 극한의 유연성을 보여줬다. 한 명이 허리를 한껏 뒤로 꺾어 몸을 아치 형태로 만들자, 다른 한 명이 그 위에 올라타 한 손으로 균형을 유지했다. 관객석에선 “이게 가능해?”라는 경탄이 터져나왔다.1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공연된 태양의서커스 ‘쿠자.’ 두 무용수가 선보인 건 곡예 ‘컨토션’의 한 장면이다.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서커스 단체인 태양의 서커스가 내놓은 여러 공연 중에서도 쿠자는 가장 대담한 작품으로 꼽힌다. 2007년 4월 캐나다에서 초연된 쿠자는 4개 대륙 22개국에서 80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관람했다. 한국엔 2018년 처음 선보인 뒤 7년 만에 아시아 투어로 다시 돌아왔다. 홍콩, 부산을 거쳐 11일부터 서울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제목 쿠자는 한국어로 ‘상자’를 의미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비롯됐다. 공연 내용도 주인공 소년 이노센트가 상자를 열면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스토리텔링했다.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작품은 인간과 인류애를 주요 테마로 삼는다”라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모습이 펼쳐지면서 인간의 삶과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고 했다.무대에선 75분 간 6t 가량의 회전식 탑 ‘바타클랑’을 중심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퍼포먼스가 계속해서 펼쳐진다. 아티스트를 공중에 던졌다가 천막으로 받아내는 ‘샤리바리’, 1600파운드(약 726kg)의 바퀴를 활용하는 곡예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높이 7m까지 의자를 쌓아 올리는 ‘밸런싱 온 체어(Balancing on Chairs)’ 등이 이어지며 지루할 틈이 없었다.특히 이번 시즌엔 공중에서 훌라후프를 타고 펼치는 곡예 ‘에어리얼 후프’가 추가됐다. 바람을 가르며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후프 위를 평지마냥 움직이는 무용수의 모습에 객석에선 끊임없이 박수가 터져나왔다.하이라이트는 7.6m 상공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곡예 ‘하이 와이어(High Wire)’. 아티스트 4명은 발 끝에 본드를 붙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외줄을 탔다. 줄 위에서 펜싱 대결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마차를 만드는 등 인공지능(AI)로 만든 영상보다 신기한 묘기들이 이어졌다.이노센트에게 인생을 가르쳐주는 트릭스터, 우스꽝스럽지만 권위를 추구하는 왕, 매드독 등 재치있는 캐릭터들도 즐거움을 주는 요소. 배우들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곁들이고, “화이팅” 등 한국어를 사용하며 관객들과 호흡을 맞춘다. 수동으로 무대 세트를 바꾸는 동안엔 ‘스켈레톤 댄스’ 같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보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탑 안에서 부르는 라이브 무대도 귀를 즐겁게 한다. 순수히 인간의 땀만으로 창조하는 ‘원조 도파민’을 가득 채워보고 싶다면 관람할 만하다. 12월 28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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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마린스키 발레단 전민철, ‘퍼스트 솔로이스트’ 활동 시작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발레리노 전민철 씨(21·사진)가 ‘퍼스트 솔로이스트’로서 정식 활동을 시작한다. 18일(현지 시간) 마린스키 발레단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 씨는 퍼스트 솔로이스트 명단에 포함됐다. 퍼스트 솔로이스트는 발레단의 차상위 등급으로 수석 무용수 다음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에는 앞선 2011년 김기민 씨(33)가 동양인 최초의 발레리노로 입단해 2015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바 있다. 전 씨는 이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두 번째 한국인 발레리노가 됐다. 전 씨는 이달 25일 마린스키 발레단 정식 입단 후 첫 작품인 ‘지젤’에서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1740년대 설립된 마린스키 발레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소속으로,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세계 정상급 발레단으로 꼽힌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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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카소 ‘기타가 있는 정물화’ 운송중 사라져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그림 ‘기타가 있는 정물화’(사진)가 전시를 위해 운송되던 중 사라져 스페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이달 9일부터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의 카하그라나다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비상설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다. 피카소는 ‘기타가 있는 정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을 여러 점 남겼다. 이번에 사라진 작품은 1919년 불투명 수채화 물감의 일종인 구아슈로 그려진 것으로, 크기는 가로 9.8cm, 세로 12.7cm다. 개인 수집가가 소장한 작품으로, 약 60만 유로(약 10억 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하그라나다 재단에 따르면 전시 개막 전인 3일 운송업체 승합차가 전시품을 싣고 마드리드를 출발해 전시장에 도착했다. 전시품들은 차량에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옮겨졌고, 운송업체 직원 모두가 함께 이동했다. 이후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는 가운데 엘리베이터에서 전시장으로 옮겨졌다. 재단 측 관계자가 작품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주말이 지난 6일 오전이었다고 한다. 재단 측은 감시 카메라 영상을 점검했지만 수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고, 도난 예술품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사라진 그림이 등록됐다”고 밝혔다. 피카소의 작품은 과거에도 도난 사례가 있었다. 2019년 네덜란드의 예술작품 행방 조사업자 아르트휘르 브란트는 프랑스 남부 해안의 한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인사의 요트에서 20년 전 도난된 피카소의 1938년 작품 ‘도라 마르의 초상’을 찾아내기도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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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철, 러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로이스트’…두 번째 한국인 발레리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발레리노 전민철 씨(21)가 ‘퍼스트 솔로이스트’로서 정식 활동을 시작한다.18일(현지 시간) 마린스키 발레단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 씨는 퍼스트 솔로이스트 명단에 포함됐다. 퍼스트 솔로이스트는 발레단의 차상위 등급으로 수석 무용수 다음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에는 앞선 2011년 김기민 씨(33)가 동양인 최초의 발레리노로 입단해 2015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바 있다. 전 씨는 이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두 번째 한국인 발레리노가 됐다.전 씨는 선화예중과 선화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7월 마린스키 오디션에 합격했다. 올해 6월부터 마린스키 활동을 시작했지만, 비자 발급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아 그동안은 공식 게스트 아티스트 자격으로 무대에 섰다. 7월엔 입단하자마자 ‘라 바야데르’에서 남자 주인공 솔로르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전 씨는 이달 25일 마린스키 발레단 정식 입단 후 첫 작품인 ‘지젤’에서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1740년대 설립된 마린스키 발레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소속으로,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세계 정상급 발레단으로 꼽힌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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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운동화끈을 없애자, ‘장애’가 사라졌다

    1995년 조산으로 예정일보다 두 달 일찍 태어난 매슈 왈저는 한 살 때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오른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던 그는 신발끈을 묶는 일이 늘 큰 도전이었다. 2012년 여름, 왈저는 나이키에 “신체 능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의 편지는 소셜미디어에 널리 확산되며 나이키에도 전해졌다. 결국 나이키는 신발끈 대신 지퍼와 벨크로 스트랩을 적용해 손을 쓰지 않아도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는 ‘플라이이즈(FlyEase)’ 라인을 개발했다. 뇌성마비 청년의 요청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임산부와 노인 등 더 많은 이들이 이 제품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배제된 사용자를 중심에 둔 디자인이 오히려 더 넓은 세대와 상황을 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은 장애인과 어린이, 노인 등 다양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활용해 디자인의 ‘기준점’을 다시 묻는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뒤 영국 런던에서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공부한 저자는 5년 동안 일본, 미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9개국을 돌며 300명 이상의 전문가와 당사자를 인터뷰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어린이, 휠체어 이용자, 시각장애인의 부모 등 디자인 과정에서 중심에 놓이지 못했던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책은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로 뛴 인터뷰로 전달한다. 저자는 40여 년간 류머티즘을 앓아온 전상실 씨와의 대화를 통해 아파트가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 씨는 정수기 물을 마시기 위해 막대기를 사용하고, 손이 닿지 않는 냉장고 위 칸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저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쓰도록 고안된 디자인이라도, 그 장벽을 마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시각의 확장은 예술로도 이어진다. 영국 아티스트 수 오스틴은 개조한 휠체어를 타고 바닷속을 유영하는 영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휠체어와 함께 바다를 헤엄치는 그의 모습은, 고정관념을 깨는 행위 자체가 예술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중요한 건 사용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디자인이다. 일본 이시카와현립도서관은 현 내 장애인 단체들과 협력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열람 공간의 경사로 기울기와 너비, 휠체어 회전 가능 여부는 물론이고 서가에서 책을 쉽게 집을 수 있는지, 도서 반납함 투입구 높이가 적절한지까지 실제 사용자 테스트를 거쳐 세심하게 결정했다. 도서관 경영관리과의 사카이 씨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답은 오직 현장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일률적인 배리어프리 가이드라인 대신,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반영해야 한단 뜻이다. 이 밖에도 장애인이 ‘잘 버틴 하루’가 아닌 ‘최상의 하루’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미국 글레이저어린이박물관, 단순히 시설에 수용되는 게 아니라 주민으로서 일상을 살아가게 만든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등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한 다양한 디자인 사례가 담겨 있다. 디자인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사소한 관점의 차이임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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