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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를 졸업한 유강열 씨(49)는 공기업에 취업했지만 변호사의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12년 전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다. 졸업 후 치른 변호사시험에서 처음 떨어진 뒤 4년간 출판사 임시직으로 일하며 네 차례 변호사시험을 봤지만 모두 탈락했다. 더 이상 변호사시험을 볼 수 없게 된 유 씨는 현재는 중견기업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현행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로스쿨에 재입학하더라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없다. 이른바 ‘오탈(五脫)자’다.● ‘변시 낭인’ 2000명 시대 눈앞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유 씨와 같은 오탈자 수는 지난해까지 누적 1918명으로 집계됐다. 1∼5회 변호사시험에서 모두 불합격한 첫 오탈자 108명이 나온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200명 안팎의 오탈자가 나온 결과다. 1월 치러진 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내달 발표되면 오탈자 수는 누적 2000명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반면 로스쿨이 취업난을 겪는 문과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며 변호사시험을 보려는 인원은 매년 늘고 있다.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지난해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에 원서를 낸 인원은 1만9057명. 10년 전(2016년·8246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로스쿨 입학생이 매년 2100명 정도로 고정된 걸 감안하면 입학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에 진학하더라도 매년 절반은 시험에서 떨어진다. 변호사 업계 상황과 각계 의견 등을 종합해 합격자 수를 매년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정하는데 최근 합격률이 50% 안팎으로 고정돼 왔기 때문이다. 불합격자가 누적되면서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도 2012년 1663명에서 지난해 3336명으로 13년 만에 2배가량 늘었다. 올해는 3757명이 응시 원서를 냈다.● 찬반 팽팽한 변호사 수 조정론이런 흐름과 맞물려 최근 변호사 업계에선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 법률 시장이 포화 상태라 더 이상 변호사 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증원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50%대에 잡아두는 건 다양한 법조 인재 배출이라는 변호사시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강모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늘면서 변호사 선임비가 저렴해지고 사무장이 서면을 쓰던 악습이 줄어드는 등 순기능도 분명 늘었다”며 “합격자 수를 줄이는 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 씨도 “정부가 오탈제를 운영해 꿈을 가진 사람들을 ‘낭인’으로 만들고 있다”며 증원 필요성을 주장했다.홍대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똑같은 자격시험이지만 합격률이 90%대인 의사 시험 응시자는 탈락을 걱정하지 않는 반면, 변호사시험은 그렇지 않다”며 “합격률을 80%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에만 변호사가 몰려 있을 뿐 지역과 공공 분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다.반면 인공지능(AI) 활용 등으로 변호사 수요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증원론에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변호사 2명과 법무법인을 차린 조모 변호사는 법률 AI를 포함한 5개 AI 서비스 이용에 매달 60만 원을 지출하는 대신 ‘어쏘(신입) 변호사’를 뽑지 않았다. 서울 소재 로스쿨을 졸업한 2년 차 변호사 이모 씨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정욱 대한변협회장은 “상당수 저연차 변호사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고 변호사 채용도 급감하고 있다. 변호사 수를 늘리는 건 청년 변호사들을 사지로 모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하는 오탈자는 소수”라며 “애초에 법률 수요가 없는 지역까지 변호사가 없다고 무작정 숫자를 늘릴 순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똑같은 자격시험이지만 합격률이 평균 90%대인 의사 시험 응시자는 탈락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반면 변호사시험은 정부가 매년 합격 인원을 정해 절반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 이사장(61·사법연수원 22기·사진)은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9년 처음 문을 연 로스쿨은 사법시험을 대신해 법조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3년간의 법조 교육을 제공하지만 변호사시험 관문을 넘지 못하는 졸업생들이 매년 절반 가까이 나오고 있다.합격률을 지금 수준으로 묶어두는 건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홍 이사장의 주장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이 시험 위주의 암기식 공부에만 매달리게 됐다고도 우려한다. 홍 이사장을 서울 중구 로스쿨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2020년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매년 17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매년 3000명이 넘는 인원이 변호사시험을 보고 있다. 올해 치러진 제15회 시험에는 3757명이 원서를 냈다. 이 중 1700명만 뽑아서는 누적된 불합격이 해소되지 않는다. 변호사시험 난이도는 매년 비슷한데 응시자가 누적되면서 합격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합격자 수는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합격률을 감안해 매년 정한다. 최근에는 합격률 50% 초반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를 80%대까지 올려야 한다. 로스쿨협의회가 가진 통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매년 5%포인트씩 합격률을 올리면 5년 뒤에는 80%가 된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2026~2031년 1900명대로 늘었다가 2032년 이후 1800명대로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합격률 80%를 주장하는 근거는.“다른 전문가 양성 제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은 기본기가 된 사람들을 선발해 교육한 뒤 적응하지 못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법조인이 되게끔 설계됐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로 본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80%가 합격하면 누적된 불합격자 수가 해소되고 응시자 수가 안정될 수 있다. 불필요한 경쟁이 해소되면 학생들이 민사법, 형사법 위주의 변호사시험에 매몰되지 않고 노동법, 공정거래법처럼 적성에 맞는 다양한 전문법을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기초법학과 특성화 교육이 강화되고 실무 역량과 공익 분야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는 등 로스쿨 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변호사 수가 이미 포화상태라는 주장도 있다.“송무를 담당하는 서초동 변호사들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송무가 법무의 전부는 아니다. 아직도 필요한 법률서비스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국내 법률시장은 2013년 3조9000억 원에서 2024년 9조6000억 원으로 2.5배로 늘었다. 사내 변호사 시장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같은 기간 변호사 수는 2.2배로 늘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게다가 어떤 시장이든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다고 해서 시장 진입을 막지는 않는다.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라이센스는 최소한의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시장에 진입하는 걸 막으려는 장치이지 업계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법률서비스가 부족한 분야는 어딘가.“한국 기업들이 열심히 돈을 벌어서 정작 법률서비스는 미국 로펌에 맡긴다. 국제 업무나 금융 분야가 특히 그렇다. 국내에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기업들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연구개발에만 몰두하다 기술을 빼앗기는 벤처 기업이 대표적이다. 코스피가 6000선을 넘으니 외국계 헤지펀드들도 한국에서 돈 벌어가려 혈안이다. 법률 대응이 제대로 안 되면 기껏 좋은 제품, 서비스 만들어서 남 줄 수밖에 없다.전문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와 함께 지역과 공공 영역의 수급 불균형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변호사 수는 증가했지만 상당수가 서울, 특히 서초동에 집중돼 있다. 단적인 예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교육청의 변호사 채용은 지원자 부족으로 인한 ‘재공고’가 일상화돼 있다. 겉으로는 변호사가 과잉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과 공공 분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새로운 법조 인재를 계속해서 배출해야 하는 이유다.”―‘결원보충제’를 폐지하는 등 로스쿨 입학정원을 조정하면 합격률이 올라갈 텐데.“결원보충제는 로스쿨 자퇴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다음 학년도 입학정원을 일부 늘려주는 제도다. 왜 결원이 생기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봐야 한다. 학생들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 중에서도 더 취업이 잘 되는 로스쿨로 이동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결원 보충을 하지 않으면 상위 로스쿨로 쏠림은 심화되고 지방의 소형 로스쿨은 공동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인재를 균형 있게 선발하고 법률서비스가 잘 닿지 않는 지방에 변호사들이 골고루 진출하게 하려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안 맞는다.”―변호사시험에 5번 탈락하면 더는 응시할 수 없다. 이 같은 ‘오탈자’가 누적 2000명에 이른다.“어떤 교육이든 모두의 성과를 보장할 수는 없다. 로스쿨에 입학해 보니 막상 적성에 맞지 않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꼭 생긴다. 그런 학생들은 기업 법무팀 등 빨리 다른 일자리를 찾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문제는 사법시험 세대 ‘고시 낭인’처럼 이들도 본인이 낙오자라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로스쿨 학위만으로 진로 설계가 어렵기도 하다. 미국에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않고 로스쿨만 졸업한 JD(Juris Doctor) 학위자도 전문성이 우대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에게 맞는 진로를 설계해 줄 수 있는 기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제한적인 합격률로 인해 충분한 자격이 있는데도 5회 탈락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보인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분별하게 사건을 수임하려는 변호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변호사 징계 결정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추세다. 이 같은 과열 경쟁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47·변호사시험 2회·사진)은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원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말했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은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하고 변호사 수를 늘려 사법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삼은 변호사 수 증원 규모는 이미 달성됐다는 게 변협의 주장이다. 변호사시험 도입 당시 약 1만 명이었던 변호사 수가 이제는 3만8000명까지 늘어 청년 변호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열 경쟁으로 결국 의뢰인과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김 협회장을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변호사는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땐 변호사 수가 적었던 게 맞다. 사법제도 개혁 논의 과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는 늘리자는 목표를 세웠고 그 기준이 변호사 1인당 인구 1480명이었다.이 목표는 2021년경에 이미 달성했다. 현재 변호사 1인당 인구는 1357명밖에 되질 않는다. 애초에 목표 자체도 잘못됐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변호사 수를 늘리기엔 한국의 법조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법조 시장이 50분의 1 수준으로 작다. 게다가 유사 직역까지 합치면 1인당 국민 수가 90명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구조는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시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숫자만 늘려온 결과다.”―적정 합격자 수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일차적으로는 연 1200명 이하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의 평균 수준으로 맞추려면 10년 이상 변호사를 뽑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로스쿨 재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줄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고려해 장기적으로는 1200명보다 더 낮춰야 한다.이는 로스쿨 정원 2000명의 60% 정도가 합격하는 수치다. 물론 실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은 이보다 많다. 하지만 시험을 여러 번 볼지언정 졸업생의 80% 이상은 결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한다.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한 ‘오탈자(응시금지자)’는 소수다. 과거 사법시험만 있던 시절에는 십 년 가까이 시험을 보고도 합격하지 못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오탈자는 충분히 적다.”―법조 시장 전망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현재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8조~10조 원 수준이다. 미국은 400조~500조 원대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 자체가 비교되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시장 규모가 작다. 서울을 기준으로 개업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가 1건 정도다. 2008년엔 7건에 가까웠는데 2021년 1건대로 줄었다.게다가 인공지능(AI)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상당수 저연차 변호사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다.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채용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업계 환경이 변하고 있는데 관계기관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변호사 수만 늘리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을 사지로 모는 것이다.”―경쟁으로 수임료 하락 등 의뢰인들이 이점을 보는 부분도 있지 않나.“변호사 숫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마냥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형 로펌들이 광고에 쏟는 돈이 매출의 30~40%까지 올랐다. 광고에만 연 600억 원을 내는 로펌도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될 돈이다.저가 수임을 표방해 마구잡이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그래 놓고 불성실하게 업무를 하는 것이다. 변협 징계위원회가 징계 결정을 내린 수는 2021년 53건까지 줄었다가 2025년 232건으로 늘었다. 법률전문가들을 사지로 모는 건 국가적으로도 해가 되는 일이다.”―법률서비스 접근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동의하기 어렵다. 과거 무변촌을 없애보자는 취지에서 청년 변호사들과 강화도에 사무실을 열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안 왔다. 강화도는 한국에서 제일 큰 무변촌으로 꼽히지만 차를 타고 한 시간만 나가면 인천지법 근처 변호사 사무소가 많다. 법률서비스가 필요하면 거기로 가는 거다. 무변촌이 왜 있나. 아무도 안 오기 때문이다. 애초에 수요가 없는데 무변촌이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회적인 취약계층들도 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다 열려 있다.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도 변호사 채용공고가 매년 줄고 있다. 공공기관 변호사 채용공고의 경우 2021년 632건이었는데 2025년 476건으로 감소했다. 수요가 없는 것이다. 변호사를 못 구한 곳이 있다면 박봉에 계약직인 일자리를 주기 때문이다. 청년 변호사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다.”―로스쿨 제도 전반에 대한 평가는.“로스쿨 도입이 추구했던 취지는 이미 상당 부분 달성됐다고 본다. 변호사 숫자도 늘어났고 법률서비스 접근성도 좋아졌다. 이제는 법조 제도 전반을 재설계할 시점이다. 합격자 수, 시장 규모, 유사 직역 문제 등을 객관적 자료로 공개하고 논의해야 한다. 지금은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데 논의 과정이 불투명하다. 변호사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이 약속돼야 법률서비스의 질도 담보된다. 숫자 조정은 직역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을 위한 문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법대를 졸업한 유강열 씨(49)는 공기업에 취업했지만 변호사의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12년 전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다. 졸업 후 치른 변호사시험에서 처음 떨어진 뒤 4년간 출판사 임시직으로 일하며 네 차례 변호사시험을 봤지만 모두 탈락했다. 더 이상 변호사시험을 볼 수 없게 된 유 씨는 현재는 중견기업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현행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로스쿨에 재입학하더라도 변호사시험에 볼 수 없다. 이른바 ‘오탈(五脫)자’다.● ‘변시 낭인’ 2000명 시대 눈 앞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유 씨와 같은 오탈자 수는 지난해까지 누적 1918명으로 집계됐다. 1~5회 변호사시험에서 모두 불합격한 첫 오탈자 108명이 나온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200명 안팎의 오탈자가 나온 결과다. 1월 치러진 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내달 발표되면 오탈자 수는 누적 2000명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반면 로스쿨이 취업난을 겪는 문과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며 변호사시험을 보려는 인원은 매년 늘고 있다.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지난해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에 원서를 낸 인원은 1만9057명. 10년 전(2016년·8246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로스쿨 입학생이 매년 2100명 정도로 고정된 걸 감안하면 입학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에 진학하더라도 매년 절반은 시험에서 떨어진다. 변호사 업계 상황과 각계 의견 등을 종합해 합격자 수를 매년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정하는데 최근 합격률이 50% 안팎으로 고정돼왔기 때문이다. 불합격자가 누적되면서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도 2012년 1663명에서 지난해 3336명으로 1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3757명이 응시 원서를 냈다.● 찬반 팽팽한 변호사 수 조정론이런 흐름과 맞물려 최근 변호사 업계에선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 법률 시장이 포화상태라 더 이상 변호사 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증원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50%대에 잡아두는 건 다양한 법조 인재 배출이라는 변호사시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강모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늘면서 변호사 선임비가 저렴해지고 사무장이 서면을 쓰던 악습이 줄어드는 등 순기능도 분명 늘었다”며 “합격자 수를 줄이는 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 씨도 “정부가 오탈제를 운영해 꿈을 가진 사람들을 ‘낭인’으로 만들고 있다”며 증원 필요성을 주장했다.홍대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똑같은 자격시험이지만 합격률이 90%대인 의사 시험 응시자는 탈락을 걱정하지 않는 반면, 변호사시험은 그렇지 않다”며 “합격률을 80%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에만 변호사가 몰려 있을 뿐 지역과 공공 분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다.반면 인공지능(AI) 활용 등으로 변호사 수요가 점점 줄고있는 상황을 반영해 증원론에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변호사 2명과 법무법인을 차린 조모 변호사는 법률 AI를 포함한 5개 AI 서비스 이용에 매달 60만 원을 지출하는 대신 ‘어쏘(신입) 변호사’를 뽑지 않았다. 서울 소재 로스쿨을 졸업한 2년차 변호사 이모 씨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정욱 대한변협회장은 “상당수 저연차 변호사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고 변호사 채용도 급감하고 있다. 변호사 수를 늘리는 건 청년 변호사들을 사지로 모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하는 오탈자는 소수”라며 “애초에 법률 수요가 없는 지역까지 변호사가 없다고 무작정 숫자를 늘릴 순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의 재판 준비 부족으로 이기훈 전 삼부토건 부회장의 도피를 도운 코스닥 상장사 회장의 결심공판이 한 차례 연기됐다. 특검의 준비 미흡에 재판부조차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코스닥 상장사 회장 이모 씨와 공범 6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당초 이날 재판에선 증거조사와 함께 결심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검이 증거기록을 준비해오지 않아 일정이 미뤄졌다. 통상 결심에선 검찰의 구형과 최종변론, 변호인 측의 최종변론이 진행된다.재판장이 “증거를 전부 채택하고 조사하겠다”고 진행하려하자, 특검 측이 “죄송하지만 증거기록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이 사건을 전혀 신경 안 쓰신 모양”이라며 “아무리 급작스럽게 인사가 있어도 이런 부분도 (특검 내부에서) 공유가 안 되냐”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과 증거조사를 하기로 하고 날짜를 잡았는데 준비도 안 했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특검 측은 “죄송하다. 시간을 주시면 (준비)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씨 측 변호인은 “오늘 결심이 (진행)되는 줄 알고 왔다”고 불만을 토로 했고, 재판장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다음엔) 준비해 오지 않으면 그냥 증거조사하고 종결하겠다”며 다음 기일을 13일 오후 4시로 잡았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해 55일 만에 체포됐는데, 이 씨 등은 이 과정에서 이 전 부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의 항소심이 4일 시작됐다. 특례법에 따라 설치된 내란전담재판부가 본격 가동된 것.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국헌 문란과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은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 2심 첫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의 관저이자 경호 구역을 허락도 없이 들어왔으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무집행을 거부, 방해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사권 문제도 다시 쟁점으로 삼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 권한에 대해 과도하게 확장 해석해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 측은 “피고인(윤 전 대통령)은 국헌 문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어떠한 사과 메시지도 내지 않고,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부정하거나 경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1심이 무죄를 선고한 사후 계엄선포문 허위 행사, 외신을 상대로 한 허위 공보 혐의 등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1심에서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며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중 일부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고 형량도 절반 수준인 징역 5년으로 결정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은 서울고법에 설치된 또 다른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에 배당됐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이 4일 시작됐다. 특례법에 따라 설치된 내란전담재판부가 본격 가동된 것.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국헌문란과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은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했다.이날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 2심 첫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의 관저이자 경호 구역을 허락도 없이 들어왔으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무집행을 거부, 방해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사권 문제도 다시 쟁점으로 삼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권한에 대해 과도하게 확장 해석해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 측은 “피고인(윤 전 대통령)은 국헌문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범해을 전면 부인하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어떠한 사과 메시지도 내지 않고,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하거나 경시했다”고 형량이 가볍다고 주장했다. 또 1심이 무죄를 선고한 사후 계엄선포문 허위 행사, 외신을 상대로한 허위 공보 혐의 등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1심에서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며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중 일부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고 형량도 절반 수준인 징역 5년으로 결정했다.한편 윤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은 서울고법에 설치된 또 다른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에 배당됐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정치인 ‘쪼개기 후원’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구현모 전 KT 대표가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황창규 전 KT 회장도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KT 소액주주 35명이 구 전 대표, 황 전 회장 등 전 경영진을 상대로 낸 76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전현직 경영진이 위법행위로 KT에 손해를 끼쳤다”며 2019년 3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이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회삿돈으로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360차례에 걸쳐 후원한 점을 문제 삼았다. KT 경영진이 상품권을 정가에 사고 할인 금액만큼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11억5000만 원을 조성한 뒤 이 중 4억 원가량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해 KT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 구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700만 원의 벌금을 확정받기도 했다. 1, 2심은 법령 위반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경영진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쪼개기 후원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을 돌려줘 배상해야 할 손해가 없다고도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쪼개기 후원에 한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11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3년 5개월 동안 조성했고 이 중 4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 정치자금으로 위법하게 송금됐다”며 “황 전 회장과 구 전 대표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이를 이용한 감시·감독을 의식적으로 외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후임자 임명 제청이 지연되면서 대법관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대법관 임명을 두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이견을 보이면서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을 둘러싼 사법부 반발 속에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와대와의 이견으로 노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하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조 대법원장에게 1월 21일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55·사법연수원 26기),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60·25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1·22기),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8·24기) 등 후보자 4명을 추천했다. 이후 대법원은 윤 부장판사와 손 부장판사를 1, 2순위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청와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법원은 박 고법판사를 제청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청와대는 김 고법판사를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전달하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법원은 김 고법판사의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인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에서 취임할 첫 대법관인 만큼 대법원이 정부와 발맞춰 갈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할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치인 ‘쪼개기 후원’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구현모 전 KT 대표가 소액주주에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황창규 전 KT 회장도 배상책임을 물게 됐다.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KT 소액주주 35명이 구 전 대표, 황 전 회장 등 전 경영진을 상대로 낸 76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소액주주들은 “전현직 경영진들이 위법행위로 KT에 손해를 끼쳤다”며 2019년 3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이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회삿돈으로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360차례에 걸쳐 후원한 점을 문제 삼았다. KT 경영진들이 상품권을 정가에 사고 할인금액만큼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11억5000만 원을 조성한 뒤 이 중 4억 원가량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해 KT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 구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700만 원의 벌금을 확정받기도 했다. 또 주주들은 KT의 2010년 무궁화위성 3호 해외 불법매각, 박근혜 정부 당시 재단법인 미르에 대한 금전 출연 등으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법령 위반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경영진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쪼개기 후원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을 돌려줘 배상해야 할 손해가 없다고도 판단했다.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쪼개기 후원에 한해 배상책임을 인정하며 “11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3년 5개월 동안 조성했고 이중 4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 정치자금으로 위법하게 송금됐다”며 “황 전 회장과 구 전 대표가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이를 이용한 감시·감독을 의식적으로 외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사진)이 27일 사의를 표명한 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여기에 법원 내부에서도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며 법원행정처 책임론이 제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주심을 맡았던 박 처장의 부임 이후 민주당이 사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온 점도 부담이 됐다는 것. 전국 법원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고 외부 기관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핵심 자리인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입법 등을 이유로 물러나는 건 초유의 일이다. 박 처장이 42일 만에 사의를 밝혔지만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도 물러나라”며 압박을 이어갔다.● 사법개혁 반발에 최단기 임기 마친 박영재 처장 이날 오전 조 대법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박 처장은 오후에 “사법부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물러나게 돼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처장은 “현재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연달아 국회를 통과하고 있는 ‘사법개혁 3법’에 대한 반발로 박 처장이 물러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조 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중대한 문제”라며 반발하고, 25일에는 전국 각급 법원장이 모인 법원장회의를 열고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문도 내는 등 계속해서 ‘사법개혁 3법’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여당의 강행 처리가 현실화되자 결국 법원행정처장까지 사의를 표명한 것. 여기에 법왜곡죄, 재판소원 등 사법 체계를 뒤흔들 수 있는 법안의 처리를 법원행정처가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법원 내부에서 불거진 것도 박 처장 사퇴의 배경으로 꼽힌다. 법왜곡죄가 통과된 26일 현직 판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이판사판’ 익명게시판에는 “법안이 통과되는 동안 행정처는 뭐 하고 있었냐”는 글이 올라왔다. 한 부장판사는 “임명되는 순간부터 민주당과의 마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점에서 박 처장이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박 처장은 지난해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판단한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이런 탓에 박 처장이 부임해 관례에 따라 국회를 예방할 당시 만나주지 않은 민주당 의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대법원에서는 “퇴임을 앞둔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하면 이 대통령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대법관이 없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원행정처장의 정해진 임기는 없지만 역대 처장들은 통상 2년가량 근무했다. 조 대법원장의 수리 시점에 따라 박 처장은 최소 40여 일의 최단기 법원행정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처장은 법원행정처장직에서만 물러나고 대법관직은 유지하게 된다.● “조희대도 사퇴해야” 강공 이어가는 與사법부가 법원행정처장 사퇴 카드까지 꺼내며 반기를 들었지만 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 처리가 현실화되는 것에 대해 사법부 내부에서는 무기력을 호소하는 분위기도 감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왜곡죄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도 꾸준히 이어졌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했고, 법원장회의의 우려 목소리도 아무런 힘이 없었다”며 “사법부가 이걸 막을 능력은 없지 않나 무력감이 든다”고 말했다. 박 처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후 SNS에 “조 대법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밀려서 사퇴하느니 자진 사퇴가 그나마 나을 거다”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 투표가 시작되자 본회의장 의장석 앞에 모여 ‘이재명 재판 뒤집기 사법파괴 3법 재판지옥 국민 피눈물’이란 문구의 플래카드를 펼치고 피켓 시위를 벌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플래카드까지 드는 건 과해 보이고 국회법에 위배돼 보이니 치워 달라”고 수 차례 말했고, 국민의힘은 약 12분 만에 플래카드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피켓으로 피켓 시위를 촬영하던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을 내리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조국혁신당은 “서 의원이 이 의원의 얼굴을 가격했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와 형사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불법 촬영을 하고 있어 휴대전화를 친 것”이라고 반박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더불어민주당의 ‘3대 사법개혁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27일 처장직에서 사퇴했다. 사법부의 반발 속에 재판소원제를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법원은 “박 처장은 27일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처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천대엽 전 처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지 42일 만이다. 박 처장은 공지를 통해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며 “부디 현재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박 처장은 중요 임무에 종사한 조연”이라며 “진짜 사퇴해야 할 사람은 조 대법원장”이라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당시 주심 대법관이었다. 이날 헌재법 개정안은 여야 충돌 끝에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헌재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 투표가 시작되자 의장석 앞을 점거하고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피켓으로 영상을 촬영하던 조국혁신당 이해민 사무총장을 가격하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이어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됐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28일 법안이 통과되면 이 대통령은 임기 동안 22명의 새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집권 여당이 위헌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난도질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독재정치”라고 주장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26일 천대엽 대법관(62·사법연수원 21기·사진)을 중앙선거관리위원으로 내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대법관이 맡는 관례에 따라 천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 국회 인준 투표를 통과하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후임으로 대법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7일까지 중앙선관위원장을 맡게 된다. 대법원은 “천 대법관은 해박한 법률 지식과 균형 감각으로 신망을 얻고 있고, 법원행정처장으로서 탁월한 행정 역량을 수행한 바 있어 중앙선관위원의 직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라고 내정 이유를 설명했다. 선관위원장을 맡아 온 노 대법관은 다음 달 3일 대법관 임기가 끝난다. 선관위는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위원들 가운데 뽑는데 1963년 선관위가 창설한 이후 지금까지 별도의 선거 없이 대법관 위원이 선관위원장을 맡아 왔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26일 천대엽 대법관(62·사법연수원 21기·사진)을 중앙선거관리위원으로 내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대법관이 맡는 관례에 따라 천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 국회 인준 투표를 통과하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후임으로 대법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7일까지 중앙선관위원장을 맡게 된다. 대법원은 “노 선관위원장이 최근 위원직 사퇴의사를 표명해 후임 위원으로 천 대법관을 지명하기로 내정했다”며 “천 대법관은 해박한 법률지식과 균형 감각, 법원행정처장으로서 탁월한 행정역량을 수행한 바 있어 중앙선관위원의 직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선관위원장을 맡아 온 노 대법관은 다음 달 3일 대법관 임기가 끝난다.선관위는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위원들 가운데 뽑는데 1963년 선관위가 창설한 이후 지금까지 별도의 선거 없이 대법관 위원이 선관위원장을 맡아왔다. 부산 출신인 천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고 2021년 5월 대법관으로 임명돼 2024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판검사가 사실을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왜곡죄(형법 개정안)를 수정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여권에서도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원안이 상정되기 약 1시간 전 막판 수정에 나선 것. 야당이 “위헌성이 여전한 땜질 입법”이라고 반발한 가운데 대법원은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25일 오후 3시경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수정안을 보고한 뒤 당론으로 채택했다. 수정안은 처벌 대상을 형사 사건으로 한정했다. 또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적용 요건을 구체화하고 합리적인 재량 판단은 면책하기로 하는 등 예외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는 22일 의총에서 결정한 원안 처리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위헌성 시비를 최소화한 안”이라고 설명하고 토론을 진행했고, 거수로 당론 추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수정안을 마련한 것은 당 안팎에서 위헌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친여 성향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수정을 요구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법령의 의도적 잘못 적용’ 문구 삭제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수정안을 마련했다는 것.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26일 수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대법원은 수정안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와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첫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도 “헌법 정신에 대한 도전이자 사법 개악”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재석 176명 중 찬성 175명, 기권 1명으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판검사가 사실을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왜곡죄(형법 개정안)를 수정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여권에서도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본회의가 열리기 약 1시간 전 막판 수정에 나선 것. 야당이 “위헌성은 여전한 땜질 입법”이라고 반발한 가운데 대법원은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당 지도부는 25일 오후 3시경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수정안을 보고한 뒤 당론으로 채택했다. 수정안은 처벌 대상을 형사 사건으로 한정했다. 또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적용 요건을 구체화하고 합리적인 재량 판단은 면책하기로 하는 등 예외 조항을 포함시켰다.이는 22일 의총에서 결정한 원안 처리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위헌성 시비를 최소화한 안”이라고 설명하고 토론을 진행했고, 거수로 당론 추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수정안을 마련한 것은 당 안팎에서 위헌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친여 성향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가 수정을 요구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법령의 의도적 잘못 적용’ 문구 삭제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수정안을 마련했다는 것.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26일 수정안을 강행처리할 방침이다.다만 대법원은 수정안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와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첫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도 “헌법 정신에 대한 도전이자 사법 개악”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재석 176명 중 찬성 175명, 기권 1명으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이 지난달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24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권리가 침해된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날 국민의힘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각하된 데 대해 “청구인의 법적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각하는 청구 요건이 부적합할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종료하는 것이다.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심사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 법은 국가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내란·외환·반란죄 또는 관련 사건 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2개씩 두도록 하는 법이다. 한편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1심에서 내란 우두머리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날 항소하면서 서울고법에 설치된 내란전담재판부가 항소심을 맡게 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이 안고 있는 사실인정의 오류와 법리 오해를 밝히고자 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정치적 배경에 대해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항소를 포기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항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도 전날 2시간 반 동안 내부 회의를 연 끝에 항소 방침을 잠정 결정하고 조만간 항소할 계획이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항소심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항소심은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에 배당됐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사건 항소심도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부가 심리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이 지난달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24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권리가 침해된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헌재는 이날 국민의힘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각하된 데 대해 “청구인의 법적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각하는 청구 요건이 부적합할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종료하는 것이다.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심사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해 이같이 결론내렸다. 이 법은 국가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내란·외환·반란죄 또는 관련 사건 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2개씩 두도록 하는 법이다. 한편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1심에서 내란 우두머리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날 항소하면서 서울고법에 설치된 내란전담재판부가 항소심을 맡게 될 예정이다.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이 안고 있는 사실인정의 오류와 법리 오해를 밝히고자 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정치적 배경에 대해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항소를 포기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항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도 전날 2시간 반 동안 내부 회의를 연 끝에 항소 방침을 잠정 결정하고 조만간 항소할 계획이다.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항소심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항소심은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에 배당됐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사건 항소심도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부가 심리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반도체 기술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공범들끼리 이를 공유했다면 기밀 사용죄와 별개의 기밀 누설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무겁게 처벌하고 기업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23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지난달 15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징역 1년 6개월,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은 김 씨의 공범 2명도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김 씨는 삼성전자에서 퇴사해 중국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직장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가 핵심 기술인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 등을 빼돌린 혐의로 2024년 구속 기소됐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유진테크 등의 기술 자료를 무단 반출해 네트워크 연결저장장치(NAS) 서버에 올린 혐의도 받는다.1심 법원은 이들이 영업비밀을 NAS 서버에 올려 해외로 유출한 혐의에 대해 영업비밀 ‘사용’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를 인정했다. 다만 공동정범 사이에서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누설’ 행위는 이미 영업비밀 사용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같은 법리적 판단을 유지하면서 김 씨의 형량만 징역 7년에서 징역 6년으로 깎아줬다.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영업비밀 누설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별개 범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취득, 사용, 제3자에게 누설 등을 각각 독립한 범죄로 규정한다”며 “이러한 행위를 알면서도 영업비밀을 사용하는 행위 또한 독립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정경쟁방지법 입법 취지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관련해 처벌 대상을 확대하면서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는 데 있다”며 원심이 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선고에 이어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세 번째 법적 판단이 나왔다. 세 재판부 모두 ‘군대가 국회를 막아선 것’을 내란의 결정적 근거로 꼽았고, 내란이 실패했더라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구체적인 형량은 각 재판부가 내란의 ‘기획성’을 얼마나 인정했는지, 30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 판례’를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국회로 군대 보낸 순간 내란 시작돼”20일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지귀연 재판장은 “윤 전 대통령 등의 행위는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킨 것으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내란 종사자로 지목돼 징역 23년이 선고된 한 전 총리, 징역 7년형을 받은 이 전 장관에 이어 정점인 윤 전 대통령에게도 내란죄가 인정된 것이다. 세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투입한 것을 내란 판단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며 내란죄의 두 가지 필수 요건인 ‘국헌 문란(헌법 질서를 파괴하려는 목적)’과 ‘폭동(무력행사)’을 모두 인정했다. 앞서 선고를 마친 이진관 재판장, 류경진 재판장도 “군 병력과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를 점거해 그 활동을 제한하려 한 것은 내란”이라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한 전 총리의 1심을 맡았던 이 재판장은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 했다.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류 재판장 역시 군 투입 등을 두고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회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국헌 문란의 목적 아래 이뤄진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패한 내란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법리도 세 재판부가 같았다. 이 전 장관 재판부는 “목적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고, 윤 전 대통령 재판부도 “내란죄는 어떤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비상계엄의 지속 시간은 비교적 짧았고 군경과의 충돌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다”며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한 전 총리 재판부가 “인명 피해가 없고 금방 종료된 것은 맨몸으로 맞선 국민의 용기와 군경의 소극적인 대응 덕분이지 내란 가담자가 자제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과 엇갈린다.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국회 무력화와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해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국회를 봉쇄할 계획을 세우면서 야근하는 국회 직원이 많다는 것조차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지 재판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결심한 시점도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이라고 봤다.● 항소심은 ‘노상원 수첩’ 증거 능력 쟁점 앞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그가 장기 독재를 꿈꾸며 1년여간 계엄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2023년 10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대로 군 사령관 인사를 낸 게 시작이라는 게 특검 시각이다. 반면 재판부는 이런 주장이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획적 내란’이 아닌 ‘우발적 폭주’로 결론 내면서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노상원 수첩’의 증거 능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세 재판부 모두 비상계엄이 내란이라고 판단했지만 양형은 엇갈렸다.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 재판장은 계엄 당시 군 투입을 지적하면서도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65세인 윤 전 대통령의 나이를 언급하며 “비교적 고령”이라고 했지만, 79세의 한 전 총리 1심을 맡은 이 재판장은 나이를 감형 사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한 전 총리 재판부는 “‘위로부터의 내란’인 12·3 비상계엄은 ‘아래로부터의 내란’인 과거 사례보다 위험하다”며 기존 판례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결과 한 전 총리는 전두환 정권의 2인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도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