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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외환보유액 감소를 막고 위안화 환율 상승 방어에 나서고 있으나 ‘외환 엑소더스’가 계속돼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지난해 해외 기업 인수합병 규모는 2250억 달러(약 262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7∼9월) 이후 해외 직접투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이나 국부펀드 등 기관에 의한 해외 부동산 구매도 330억 달러에 이르러 전년 대비 53%나 증가했다. 이 통계에는 중국인 개인에 의한 부동산 구입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지난해 미국의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인 중 중국인의 비율은 27%나 됐다. 중국 자본의 해외 부동산 구매는 기존의 호텔, 사무실, 주거용 토지 등에서 산업단지, 물류센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왕성한 기업과 부동산 사냥으로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지난해 12월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10억 달러(약 3629조 원)까지 내려갔다. 201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12월 한 달 동안에만 410억 달러가 줄었다. 이르면 올 1월 이후 3조 달러 선이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86위안을 넘어 7년여 만에 가장 높았으며 7위안대 진입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당국이 올해 3차례 추가로 연방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달러 유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도 중국의 고민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안화 환율 상승에 대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당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존에 이뤄진 계약도 대금 지불을 지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외화 유출 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FT는 중국 당국이 최근 외국 기업에 5만 달러 이상 송금 시 추가적인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외국계 은행들은 중국 당국의 ‘창구 지도’로 뚜렷한 이유 없이 송금 절차가 늦어지고 있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설인 춘제(春節) 기간 북-중 고위 인사들이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성대한 축하연을 열어 양국 우호를 다진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측은 이 행사를 홈페이지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중 우호를 강조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상 대상으로 들고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는 관측이 있다. 30일 평양 소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중 양국은 24일 중국대사관에서 리셉션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북한 측에서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강하국 보건상 겸 북중친선협회 위원장, 이창근 북한 노동당 중앙국제부 부부장, 이길성 외무성 부상, 김인범 문화성 부상, 박경일 대외문화연락위원회 부위원장, 심국룡 외교단사업총국 국장 등 당정군 각 부서에서 70여 명이 참석했다.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축사에서 “지난해 북-중 양국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가경제 건설과 사회 발전 과정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면서 “올해 북-중 관계가 도전을 맞을 수 있지만 더 많은 기회도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리 대사는 “중국의 당과 정부는 북-중 관계를 고도로 중요시하며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도전을 기회로 바꿔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 궤도에 이끌어 올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대 부위원장은 “피로 맺어진 북-중 친선은 오래된 역사가 있고 양국 옛 지도자가 만들어 준 깊은 정은 양 국민의 공통된 재산”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24일과 25일에는 평양 대동강 외교회관에서 ‘2017 묘회(廟會)’도 가졌다. 공식 기념식이 아닌 일종의 설날 축하 문화오락 행사다. 이 행사에 중국 측은 리 대사와 대사관 전 직원 및 가족, 북-중 접경 도시인 단둥(丹東) 시 부시장, 재북 화교, 북한 주재 중국 기업인 등이 참석했고, 북한 측은 강하국 위원장과 이길성 부상 등 북한 당정군 관련 부서와 기층 간부 대표 4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고 중국대사관 홈페이지는 소개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동물원에서 관람객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30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29일 오후 2시경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 시 야거얼(雅戈爾) 동물원에서 관람객 장(張)모 씨가 호랑이 우리 안에서 물어 뜯겨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설 연휴를 맞아 동물원에 간 온 장 씨는 입장료를 내지 않으려고 담을 몰래 넘어 호랑이 방사 구역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홍콩 펑황망(鳳凰網)이 29일 보도했다. 이곳 동물원 입장료는 130위안(약 2만3000원)이었다. 장씨는 아내와 두 아들, 지인인 리(李) 모씨 부부 등 5명과 함께 동물원을 찾았다. 다른 가족 4명은 입장권을 끊어 동물원에 들어간 반면 장 씨와 이 씨는 외벽을 넘어 몰래 동물원에 입장하기로 하고 함께 담을 탔다. 두 사람은 3m 높이의 동물원 북문 서쪽 외벽을 넘어갔으나 또 다른 역시 3m 높이의 벽이 있었다. 리 씨는 담장 위에 철조망까지 쳐져 있어 포기했지만 장 씨는 이를 넘어들어갔다. 하지만 장씨가 들어간 곳은 호랑이들을 방사해놓은 우리였다. 장 씨가 호랑이의 공격을 받자 동물원 측은 공포탄과 폭죽을 쏴 1시간 만에 장 씨를 호랑이에게서 분리시켜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장 씨를 숨지게 한 호랑이는 동물원 측이 사살했다. 지난해 7월에는 베이징(北京) 연칭(延慶) 현 바다링(八達嶺) 야생동물원에서 사파리 관람차를 타고 있던 한 여성이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나갔다가 호랑이에게 끌려갔다. 이에 놀란 이 여성의 남편과 친정어머니가 호랑이를 쫓아가다가 친정어머니가 다른 호랑이에게 물렸다. 결국 친정어머니는 사망하고 여성은 크게 다쳤다. 이 동물원에서는 2014년 벵골 호랑이가 관리원을 물어 죽이는 등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2015년 8월에도 허베이(河北) 성 친황다오(秦皇島) 야생동물원에서 사파리 관람차량에서 나온 여성 관광객 한 명이 호랑이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함께 세계 무역의 정상 자리에 올라설 발판으로 삼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세력 확장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다자협상에서 빠지며 리더 자리를 내놓기가 무섭게 중국이 헤게모니 역전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AIIB 회원국이 올해 25개국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25개국에는 아일랜드 캐나다 에티오피아 수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총재는 “중국은 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세계에) 기여할 차례인 만큼 책임 있는 리더로 각인되기 위해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중국 주도로 출범한 AIIB에는 한국 인도 러시아 호주 등 57개국이 가입했다. 올해 안에 25개국이 가입하면 회원국 수에서 미국과 일본 주도로 67개국이 가입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추월한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지도자의 발언만 보면 양국의 역할이 바뀐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오히려 자국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1인 집권 체제 구축에 몰두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는 외부의 도전과 위협이 내부 결속과 권력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5일 ‘중국에 세계 지도자라는 모자를 씌우지 말라’는 사설에서 미국의 TPP 탈퇴가 중국에 기회만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이 TPP를 폐기하는 대신에 앞으로 양자 간 무역협상을 강화할 경우 중국과 무역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1일 1트럼프?TPP 탈퇴 등 트럼프 폭탄에美中 패권경쟁 가속·세계 경제질서 대혼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요 현안에 대한 초강경 정책을 내놓으면서 세계 정치·경제가 휘청입니다. 특히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으로세계 무역질서 재편이 불가피해졌죠.말 그대로 1일 1트럼프 폭탄입니다. #.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태평양 연안 12개 국가가참여하기로 했던 세계 최대의 무역동맹세계 경제의 37.4%에 해당하는 참가국 경제규모가유럽연합(EU)보다 커 관심을 모았지만미국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트럼프에 의해 와르르 무너졌죠.#. 러스트 벨트(낙후된 중서부 공업지역)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로 백악관 주인이 된 트럼프.지지기반 강화를 위해 이들의 입맛에 맞는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이들은 TPP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며트럼프에게 몰표를 던졌죠.#. 전임자 오바마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 입지를 좁히기 위해TPP 탈퇴 카드를 초장에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오바마는 "중국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TPP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트럼프는 각 나라와의 개별 무역협정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주장합니다.다자협상은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미국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뜻이죠.#.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미국 노동자에게 해를 가하는 국가를 철저히 단속(crack down)하겠다"<20일 백악관이 공개한 6대 국정과제>crack down은 미 공권력이 마약 밀매나 성매매 등강력범죄를 단속할 때 쓰는 표현. 그만큼 미국 이익에 올인하겠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자유무역 리더 역할을 포기하면서 후발 주자 중국은 "내가 미국 역할을 맡겠다"고 나섰습니다.23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의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죠.#. 중국은 한국 일본 인도 태국 등 16개국과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요.참가국 경제규모는 세계 경제의 30.6%로 TPP보다 조금 작지만해당국 인구는 무려 35억 명으로 세계의 48.5%에 달합니다.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리더 역할을 할 지는 의문입니다."무역 리더가 되려면 다자협상 참여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지만 중국은 자국중심 무역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자국 시장을 잘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 이에 세계 경제가 '리더 부재 시대'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성립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양대 기둥을 바탕으로 70년 넘게 이어진 세계 경제 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뜻이죠.#. 이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입니다.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트럼프 정권이한미 FTA 재협상을 시도할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죠."세계 무역질서 급변은 교역 의존도가 높은한국 경제에 압박이 될 수 있다"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한미국과 중국의 총성없는 패권 경쟁저성장 장기화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이 난관을 잘 돌파할 수 있을까요?원본 | 조은아 이승헌 구자룡 이상훈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 · 이고은 인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요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강경 입장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세계 정치·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이어 23일(현지 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를 선언하는 등 글로벌 통상규범을 뿌리째 뒤흔들면서 세계 무역질서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으로서는 회원국으로 참여하지 못한 TPP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무관세 자유무역 블록에서 소외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 글로벌 무역 활성화 수단으로 추진됐던 다자 자유무역협정(메가 FTA)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TPP 협상 중단 및 탈퇴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내며 “미국에 공정하고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무역협정을 위해 TPP에서 영원히 탈퇴하고 앞으로는 각국과 ‘일대일’ 양자 협정을 체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TPP 협상에 참여한 11개국에 탈퇴를 서면으로 통보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이 NAFTA 재협상을 선언하고 TPP 탈퇴를 예고하자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장쥔(張軍) 중국 외교부 국제경제사 사장(국제경제국장)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외신기자들에게 “중국이 세계 경제의 리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동력을 잃은 TPP의 빈자리를 자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채우자는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중국의 대외팽창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무장해 미국과 패권을 겨뤄 보겠다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공식 일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할 것”이라며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기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인공섬들이 공해상에 있고 중국의 일부분이 아닌 게 맞는지가 관건”이라며 “한 국가(중국)가 점거하지 못하도록 국제적인 이익을 확실히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난사(南沙) 군도와 기타 부속 도서는 논쟁할 여지가 없는 중국의 주권 영역”이라고 반발해 양국의 군사적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세종=이상훈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 질서를 구축해온 미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한다며 자유무역의 리더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 반면 글로벌 교역 무대에서 후발 주자였던 중국이 미국의 역할을 떠맡겠다고 나섰다. 주요 2개국(G2)의 리더십 재편이 삐걱대며 부쩍 어려워진 교역시장에 ‘리더 없는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각 나라와의 개별적인 무역 협정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상대국마다 경제 상황과 교역 내용이 서로 다른 만큼 일대일 ‘맞춤형 무역 협정’ 체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TPP 등 다자협상에서는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미국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는 반성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양자 무역협정에 대한 강한 전투의지를 내비쳤다. 백악관은 20일 공개한 ‘6대 국정과제’에서 “미국과 맺고 있는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우리 노동자에게 해를 가하는 국가들은 철저히 단속(crack down)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rack down’은 미국에서 경찰이나 연방수사국(FBI)이 마약 밀매, 성매매 등 범죄 현장을 단속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그만큼 고강도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틈을 타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세계 자유무역 경제 패권을 꿰차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TPP 탈퇴를 발표한 23일 장쥔(張軍) 외교부 국제경제사 사장(국제경제국장)이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의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리 계획된 고도의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RCEP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기존 발언에 비해 수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교부가 이런 문제에 조심스러워했기에 장 사장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리더십을 잘 발휘하면 RCEP는 TPP보다 경제적 효과가 훨씬 높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TPP는 교역 규모가 큰 중국을 끌어들이지 못해 핵심이 빠진 협상이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세계 무역 리더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 패권을 쥔 리더가 되려면 다자협상 참여국들이 경제적 효과를 누리도록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지만 중국은 자국 중심적인 무역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는 “중국은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자국 제품이 선진국에 밀릴 것을 우려한다.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시장을 잘 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CEP에 참여한 일본 인도도 중국에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역무역협정팀장은 “일본이나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자국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내기 때문에 RCEP가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전쟁 때문에 당분간 RCEP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리더 부재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성립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관세무역일반협정(GATT·1994년 세계무역기구(WTO)로 전환)이라는 양대 기둥을 바탕으로 70년 넘게 이어진 글로벌 경제 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워싱턴=이승헌·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자신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에 대응해 중국은 연초부터 ‘각개격파’ 식 외교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 싱가포르 등 강경 3개국에 집중되고 있는 외교적 노력은 20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선수(先手)를 빼앗기기 전에 관계를 개선하거나 우호 분위기를 다져 놓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은 지난주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억류한 장갑차 등에 대해 협의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장관급 협의를 하고 장갑차 반환 등 관계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화교 출신인 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2015년 11월 첫 양안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열 정도로 양국은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내린 남중국해 판결에 싱가포르가 적극적인 지지를 나타내면서 관계는 급랭했다. 필리핀의 장관급 대표단이 23일과 24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하는 것도 ‘탈미친중(脫美親中)’ 성향을 보여 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마음을 바꾸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번 방문에서는 지난해 10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약속한 150억 달러(약 17조5000억 원) 규모의 대(對)필리핀 신규 투자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은 23일 전했다. 이번 대표단에는 카를로스 도밍게스 재무장관과 벤저민 디오크노 예산장관 등 장관급만 5명가량이 참가해 1박 2일간 베이징에 머물면서 왕양(汪洋) 중국 부총리와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 쉬사오스(徐紹史)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과 만날 예정이다. 앞서 시 주석은 이달 12일 베이징을 방문한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해상 안보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시 주석은 응우옌푸쫑 서기장과는 ‘두 나라 모두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난해 1월 중국 정부가 1가구 2자녀 정책을 전면 허용하면서 시작된 베이비붐 시대는 향후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 투입 의존도가 크고 중국의 경제성장은 세계 경제성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한국에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1가구 2자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22일 “지난해 자녀 둘 이상 부부의 비율이 2015년에 비해 10%포인트 늘어난 45%로 추산됐다”며 “(1가구 1자녀 정책 시행 전인) 2013년 이전 30%보다는 15%포인트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런 추세라면 2050년까지 3000만 명의 잉여 노동력이 확보될 것이고 고령화 비율도 2%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원회는 중국 인구 1000명당 1명꼴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로 인구 전체 출생아 수를 추산했다. 중국은 1980년 1가구 1자녀 정책을 도입해 인구 증가를 억제하다가 2013년부터 1가구 2자녀 정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지난해 전면 시행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자 35년간 유지했던 정책을 완전히 폐기한 것이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노동력이 필요한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이뤄 왔다”며 “인구 증가가 지속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을 떠받치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6.5% 이하로 떨어지면 경제위기가 올 우려가 있어 당국은 출산 장려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 위안신(原新) 교수는 23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 인터뷰에서 “중국의 1가구 2자녀 정책이 지속 가능한 발전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국책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저출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자녀 출산 제한을 더 풀고 아예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노동력과 소비력에 기초한 세계경제 성장의 선순환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차이나데스크 팀장은 “(중국의 베이비붐은) 생산인구 감소의 충격에 (세계가)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효과가 중국의 고령화 속도를 늦추면서 중국의 산업구조가 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내수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1가구 2자녀 정책의 ‘약발’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육비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 젊은 여성의 출산 기피 등이 꼽힌다. 중국 당국은 22일 1가구 2자녀 효과를 발표하면서 “인구 증가에 상응하는 제대로 된 지원 정책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생아는 1786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이는 중국 보건당국이 당초 예상했던 2000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차이나데일리는 “가장 큰 우려는 보모의 부족”이라며 “(두 자녀 가정을 위한) 세금 혜택, 출산휴가와 교육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을 소개했다. 중국중앙(CC)TV는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어린이집과 교사 부족 현상이 1가구 2자녀 시대에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에서 한 아이 양육비는 한 해 약 2만 위안(약 342만 원)으로 월평균 가계소득의 40%를 넘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전 소장은 “당분간 둘째 출산은 소득에 여유가 있는 계층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베이이붐을 지속하려면 양육 부담을 줄이는 등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산아 제한 정책 폐지만으로 인구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를 지나고 있어 출생아 증가가 고령화 추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윤완준 zeitung@donga.com·이건혁 기자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이 2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관련 보도를 통제하며 새 행정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관영 매체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쓴소리와 우려를 나타났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1일자 국제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다고 전하고 22일자에선 트럼프 신정부가 6가지 목표를 발표했다고 간략하게 보도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21일 저녁 메인 뉴스 후반부에 단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다는 소식과 함께 워싱턴 등 미국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 국내외에 변동성만 급증했다”며 “국제사회가 그의 취임 이후를 우려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중국 당국이 관영 언론의 보도를 인용 보도하는 것 외에 별도의 보도를 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취임식을 생중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도 취임 기사를 싣지 못하도록 했다고 FT는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중국 신문은 원래 취임식과 관련해 4개 페이지를 준비했는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설명하는 1개 면으로 줄었다”며 “대륙 언론이 트럼프 취임에 침묵했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7%에 그쳐 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바오치(保七·성장률 7%대 유지) 고속 성장 시대를 끝내고 중저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증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7% 성장했으며 목표 범위인 6.5∼7%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1990년 3.9% 이후 가장 낮다. 작년 4분기 GDP는 전년 동기보다 6.8% 늘어나 1∼3분기 모두 6.7%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보다는 나아졌다. 3월 초 발표될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6.5%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중국산 수입 제품 45% 관세 부과’가 실행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을 3%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부동산 거품 등으로 지지해 온 경제성장도 지속하기 어려운 데다, 올해 예고된 3차례의 미국의 이자율 인상으로 외환 유출이 가속화하는 것도 중국의 내수경제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는 ‘바오치’ 시대를 마감하고 ‘6%대 성장률’을 지키기 위한 ‘바오류(保六)’ 시대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경제가 중저속 성장세로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사드 갈등까지 겹치는 경우 더욱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26%에 달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7.7% 줄어드는 등 2년 연속 감소세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가 18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의 반도체 투자 증가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발언한 다음 날 중국 최대 반도체업체 칭화유니그룹이 300억 달러(약 35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부터 미중 간 통상 분쟁이 불붙는 가운데 ‘반도체 대전(大戰)’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칭화(淸華)대 산학협동의 국유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19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에 300억 달러를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칩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이 공장에서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3차원(3D) 낸드플래시와 D램 플래시칩용 웨이퍼를 매달 10만 장가량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은 2014년 16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최근 반도체산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3월에도 우한(武漢)에 240억 달러 규모의 메모리칩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현재 자국 반도체 시장에서 10% 안팎인 국내 업체의 점유율을 10년 내에 70%로 높일 계획이다. 퇴임하는 브루스 앤드루스 상무부 부장관은 “중국 반도체 산업 투자 확대는 철강과 태양에너지 산업과 비슷하게 미국 산업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 속에 미국은 2015년 칭화유니그룹의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지분 매입 시도를 ‘안보 전략적 이유’를 들어 불허했다. 지난해에는 독일 반도체업체 아익스트론의 미국 사업장 인수도 저지했다. 중국 언론은 트럼프 취임 직전까지도 대중 통상전쟁 가능성을 공격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0일 게재한 ‘오늘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사설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자리에 오르는 트럼프는 세계 질서를 무너뜨려 인류에게 재난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과는 달라져 건설적 측면을 보여주기를 세계는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19일 ‘중국의 한국 괴롭히기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7일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이 북핵 위협에 맞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경제적 보복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드는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을 돕고 방조했기 때문에 필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6.7%에 그쳐 2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는 바오치(保七·성장률 7% 유지) 고속성장 시대를 끝내고 중저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7% 성장했으며 목표 범위인 6.5~7%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1990년 3.9% 이후 가장 낮다. 작년 4분기 GDP는 전년 동기보다 6.8% 늘어나 1~3분기 모두 6.7%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보다는 나아졌다. 올해 3월 초 발표될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6.5%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 경제 성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 전체 수출의 18% 가량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중국산 수입 제품 45% 관세 부과'가 그대로 실행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을 3%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부동산 거품 등으로 지지해 온 경제 성장도 지속하기 어려운데다, 올해 예고된 3차례의 미국의 이자율 인상으로 외환 유출이 가속화하는 것도 중국의 내수 경제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는 '바오치' 시대를 마감하고 '6%대 성장률'을 지키기 위한 '바오류(保六)' 시대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10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와 내년 예상 성장률을 6.5%와 6.3%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조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처음으로 70조 위안(1경2011조원)선을 넘어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년보다 늘어난 경제 총량 5조 위안(857조원)은 5년 전이라면 10% 성장률에 해당한다는 설명도 붙였다. 차오허핑(曹和平)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상황)'이 끊임없이 일어났지만 중국 경제는 6.7% 성장이라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중 수출 의존도가 26%(2015년)로 최대 교역국인 한국은 중국 경제가 중저속 성장세로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사드 갈등까지 겹치는 경우 더욱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지난해 전년대비 7.7% 줄어드는 등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1 표적은 예상대로 세계 패권 전쟁의 유일한 경쟁 상대인 주요 2개국(G2) 중국이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를 따라 그의 초대 내각 참모들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국제 문제의 양대 축인 안보, 통상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팽창을 “용납할 수 없다”라는 초강경 메시지를 잇달아 던졌다. 이에 중국도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혀 양국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강(强) 대 강’의 충돌도 불사할 태세다. 대륙 강대국(중국)의 완충지대이자 해양 강대국(미국)의 교두보인 한반도 주변 정세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의 통상 정책 참모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는 18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을 ‘가장 보호무역주의가 강한 나라’ ‘악의적인 무역 행위’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 CNN이 “트럼프가 로스 후보자를 통해 취임 전 중국에 (통상 전쟁) 최후통첩을 보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로스 후보자는 중국 통상 정책의 구체적인 문제로 국영 기업과 정부 보조금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꼽으며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며 퇴출 카드도 만지작거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로스 후보자는 “중국 국영 기업의 30% 이상은 파산 직전이지만 이들은 국영 은행이 제공하는 저리의 대출과 정부 보조금으로 목숨을 이어 가면서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는 낮은데 중국만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관세는 협상 도구이자 우리가 제시한 무역 기준을 지키지 못한 국가나 기업을 징벌하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아주 심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한 무역을 위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통상 무대를 서로에게 공평하도록 평평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자유무역이라는 말뿐인 ‘레토릭’(정치적 수사)에 현실성을 가미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중국을 상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협상용으로 내건 대만 정책 재조정이나 남중국해에서의 강경 대치 등 ‘정치 외교 군사정책’ 최후통첩을 이미 보낸 상태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참모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는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호전적인’ 베이징에 대처하기 위해 대만과 좀 더 긴밀한 군사 유대를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군 철수 목소리가 높은 일본 오키나와나 필리핀 주둔 미군을 대만에 주둔시켜 남중국해 군사 분쟁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의 외교 정책 참모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지난주 인사청문회를 통해 중국의 미온적 대북 제재에 대해 “더 이상 (말로만) 북한을 개혁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도록 만든 중국의 텅 빈 약속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과 함께 중국에 사실상의 전방위적 패권전쟁을 선언하자 중국은 일단 속내를 파악하면서 호흡을 고르는 분위기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 새 행정부의 집권 기간에 미중 관계가 지속적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1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국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과 새로운 관계 모델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강대국은 상대방의 핵심 관심 사안을 존중해야 하며 갈등과 대립 없이 상호 존중과 윈윈할 수 있는 협력 관계에 기반을 둔 새로운 관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국이 무역 패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라며 무역전쟁을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19일 “중국은 무역전쟁에 직면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매긴다면 중국은 보복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에선 벌써 대미 보복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레스터 로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18일 “중국은 차기 미국 정부가 대(對)중 무역이나 투자에 제한을 가하는 등 통상 제재를 취하면 이에 대비한 조치를 준비해 놓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보복 조치로는 △반덤핑 및 보조금 상계관세 부과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조사 △세계 최대의 달러 국채 보유국으로서의 대미 반격 카드 △보잉 항공기 주문 취소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조치 등이 거론된다고 SCMP는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글로벌 안보, 통상 질서에 대격변을 예고해 온 ‘워싱턴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20일(현지 시간) 공식 취임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주요 2개국(G2)인 중국과 경제 안보 패권 경쟁도 불사하겠다는 기세여서 세계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수장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는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사실상 ‘G2 통상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중국은 말로는 자유무역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큰 나라 중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국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더 이상 (경쟁국의) 악의적 무역행위, 정부 보조금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중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정책을 철회 또는 수정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 진출에 제약을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로스 후보자는 이어 “미국은 공정한 무역을 위해 우리가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나라들에는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지만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혹한 징벌(severe punishment)을 내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 연설에서 “주권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대국은 자기만 옳다면서 억지로 (상대국에 상품을) 사고팔도록 패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어떤 국가도 마음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고 국제 법질서를 파괴할 수 없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 난징(南京)대 주펑(朱鋒·53·사진) 교수는 1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국 정부와 크게 달라 트럼프 취임 후 양국 관계는 큰 기복을 겪을 것”이라며 “특히 미중 양국은 경제와 안보 두 개의 전선(戰線)에서 큰 마찰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취임 후 일정 기간은 중-미 간 마찰을 해소하는 적응기가 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일방적으로 압박하고, 특히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인하면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려고만 한다면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선 미국이 대중 무역 역조를 이유로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주 교수는 “중국의 반격 수단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주 교수는 “트럼프가 추구하는 것은 재(再)세계화이지 세계화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세계화는 세계화의 규칙과 제도를 바꿔 미국의 이익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안보 갈등과 관련해 “남중국해에서 중-미 양국 간에 당분간은 군사적 충돌이 없겠지만 중국이 남중국해의 산호초섬(인공섬)에 방위시설을 설치하면 분쟁이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가 “아직까지 남중국해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단 것은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비교적 빠른 시기에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미 양대 강국이 충돌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강경책만을 구사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을 빌미로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주 교수는 “중국 정부의 대북 제재 참여 원칙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이어갈지, 아니면 최근 거론되는 ‘선제 폭격론’처럼 눈에 띄는 조정을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어떤 선수(先手)를 두느냐에 따라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주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는 다른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내놓을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 설정에 변화를 줄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어떤 강경한 정책을 내놓을지 등을 중국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약 50분간에 걸친 연설 중 약 3분의 2 가량을 '경제 세계화'를 역설하는 데 사용했다. 직접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사흘 후인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주의로 돌아가려는 것에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세계 경제 무대에서 미국을 제치고 새로운 지도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개방과 경제 세계화 등을 외쳤지만 정작 중국은 자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등 반개방, 반세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가 16일 독일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의 경제정책은 실제적으로 세계화에 위배되고 있다"며 "중국은 언행을 일치시켜야 한다. 보호 무역주의 배격에 대한 정치적 선언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 주석은 '경제 세계화'의 필연성을 설명한 뒤 그럼에도 단점이 있기 때문에 개혁해야 하는데 중국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보호주의로 회귀하려는 트럼프 정부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질서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시 주석은 '시대의 책임을 함께 지고, 세계 발전을 함께 추진한다'는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과거에는 경제 세계화를 (노다지 같은) 알리바바의 동굴로 여기다가 지금은 (열면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로 취급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등 논쟁의 대상이 됐다"고 운을 띄웠다. 시 주석은 "빈곤 실업 소득격차와 지역내 충돌, 테러, 난민 등 많은 문제들이 경제 세계화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수백만 난민, 많은 어린이들의 사망 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들은 전란과 충돌, 지역 혼란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경제 세계화에 따른 필연적 산물이 아니라 감독 체계의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경제 세계화는 사회 생산력 발전의 객관적 요구와 과학기술 진보의 필연적 결과이지 누구나 특정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며 "경제 세계화야 말로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고 과학기술과 인류 문명의 진보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경제 세계화도 양면성이 있어 특히 경제 하강기에 파이가 커지지 않고 혹은 적어질 때는 성장과 분배, 자본과 노동, 효율과 공평간 모순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참외도 쓴 꼭지가 있고, 대추도 가시가 있다'"는 옛말을 인용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경제 세계화는 몽둥이로 때려 죽일 대상이 아니라 적응하고 잘 유도해야할 것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여 그 혜택이 모든 국가와 민족에게 퍼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도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세계 경제라는 대해(大海)로 뛰어들어 물먹어가며 배웠다"며 "세계 경제라는 대해는 피할 수 있는 것 아니다, 대해를 벗어나 작은 호수, 작은 개울에 자신을 가두려고 하는 것은 조류에도 안 맞고 불가능하다"고 경제 세계화를 옹호했다. 시 주석은 세계 경제 성장이 7년 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고 빈부격차 남북격차 등 많은 과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제 관리 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주장했다. 신흥경제국가의 세계 경제 기여율은 80%가 넘는데 글로벌 경제 관리체계는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대표성과 포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2010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는데도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 눌려 충분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이는 시 주석이 곧이어 "세계 경제 체계의 변혁의 긴박성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대도(大道)는 천하 모든 사람들의 공공의 것'이라는 고전 속의 한 구절을 들어 경제 세계화 등 개혁된 국제질서 하에서의 발전은 모든 국가와 인민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올리지 않는다"고 강조해 트럼프가 환율 조작 국가로 지정하려는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잘 준수할 것이라고 한 것도 협약 파기를 언급하고 있는 트럼프를 겨냥했다. 시 주석은 "인류 역사에 평탄한 길은 없었지만 인류의 전진을 막지는 못했다"며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거나 믿음을 버리거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며 "역사는 용감한 자가 창조한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의 연설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서방 곳곳에서 세계화에 대해 회의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 주석이 방어자로 나섰다"며 "세계 질서를 지키는 인심 좋은 강대국의 이미지를 심으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시 주석이 자신과 트럼프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고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방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한편 클라우스 주중 독일 대사는 시 주석의 다보스 포럼 연설 하루 전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 수 십년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모두 중국 파트너와 합자회사를 세워야 했는데 이는 통상 중국 기업, 특히 국유기업이 외국기술을 이전받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호주의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최근 신에너지 자동차 영역의 기술이전 규정을 강화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개방적 세계 경제를 유지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만이 모든 국가가 함께 번영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세계화 와 자유무역주의에서 한발 후퇴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하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인 중국도 ‘중국 우선주의’라는 실리를 위해 세계화와 자유무역 이데올로기를 표방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 주석은 “‘경제 세계화’는 사회 생산력의 필연적인 결과이지 특정 국가(미국)가 만든 것이 아니다.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라며 “현재 가장 긴급한 과제는 경제 세계화를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전후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뒤늦게 뛰어든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개방경제 질서를 깨지 말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경제 세계화야말로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인류 문명의 진보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50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경제 세계화’라는 용어를 10차례 이상 언급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해 “발전은 사람들의,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라며 불평등 해소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세계 경제 발전에 중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중국도 세계 시장이라는 대해(大海)에 용감히 뛰어들었다”라며 “중국의 발전은 세계의 기회다. 중국은 단지 세계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헌자다. 중국의 빠른 성장이 세계 경제 안정과 성장에 강하게 추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는 용감한 자가 창조한다”라는 말로 연설을 마쳐 새 국제 질서를 중국이 주도하겠다는 포부와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의 경제적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 경제 질서 지도국 자리마저 넘보고 있다. 시 주석의 이날 다보스포럼 연설은 국제경제적 힘의 전이 과정에 역사적인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사람들에게 비치는 시 주석의 모습이 트럼프 당선인과 대조를 이루지만 두 사람의 공약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는 시 주석의 ‘중국의 꿈’이 내세운 주요 주제를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의 시장 개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15년 기준 중국의 평균 관세율은 9.8%로 미국의 3.5%보다 훨씬 높다. WSJ는 “시 주석이 무역을 통해 현대화를 추구하고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정작 국경 없는 세계라는 경제 비전은 불편해한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기술 분야에서 다국적기업을 몰아내면서 국영 기업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 신문은 “시 주석이 국가 주권을 강조하면서 인터넷에서 통제를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세계화의 선두 그룹에 해당하는 다국적 비정부기구(NGO)를 통제한 점도 ‘세계화의 수호자’와는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추진을 막기 위해 한류 차단 등 각종 경제 제재를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 워싱턴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여해 “트럼프는 중국이 수출에서 이익을 보려고 인위적으로 중국 위안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 한다고 보지만 현재 중국은 보유 외환을 풀어서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실정”이라며 “(그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주장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 기자}

14일 오후 3시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인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허룽(和龍) 시 난핑(南平) 진 두만강변 국도. 강변 국도를 따라 약 2m 높이의 철조망이 이어져 있었고, 강 너머로 북한군 초소들과 순찰 중인 군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폭 10m 안팎의 강만 건너면 곧바로 북한 땅. 국경의 긴장감이 피부에 와 닿았다. 국경을 따라 난 도로를 차로 10여 분쯤 달리자 붉은색 아치형 기둥에 ‘화룡변경경제합작구’라는 커다란 글씨가 중문과 한글로 적혀 있었다. 중국 정부가 2015년 3월 북-중 양국의 공동 투자 사업이 활발해지기를 바라며 인가한 이곳은 경제인들이 간편한 수속만으로 자유롭게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합작 투자 사업을 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지만 이 합작구 내 지디(吉地) 촌 등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 마을에선 합작구 인가 약 3개월 전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2014년 12월 27일 국경을 넘어온 북한 군인이 권총으로 조선족 70대 노인 부부 4명을 사살했던 것. 당시 중국 매체들이 침묵한 가운데 한국 언론이 처음 사건을 보도했으며 중국 정부가 북한에 공식 항의하는 등 파장이 컸다. 중국 변경 부대는 사건 이후 마을의 민가 한 채를 빌려 병사들을 주둔시켰다. 지금도 병사 6명가량이 머물고 있는 이 집의 목책에는 군부대가 주둔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마당에는 병사 2명이 왔다 갔다 했다. 병사들은 기자가 탄 차량이 옆길로 지나가자 주의 깊게 쳐다보기도 했다. 당시 조선족 노인 부부를 살해한 북한 군인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 군인은 27세의 사병으로 알려졌으나 초급 장교였다. 사건 이튿날 주민 신고로 출동한 중국 군, 공안과 총격전을 벌이다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고 한다. 생명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병원 치료 중 스스로 수술 부위를 훼손해 목숨을 끊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허룽 시 공안 변방대대는 주민들에게 “불법 월경(越境) 인원이 집에 뛰어들어 금품을 요구하면 ‘안 준다’ 등의 자극적인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불법 월경자를 신고하면 한 명당 1000위안(약 18만 원)의 장려금을 준다” 등의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 지디 촌 등을 둘러본 뒤 차를 타고 나오다 변경부대에서 차량 검문을 받았다. 여권을 소지하지 않아 인근 공안 파출소에서 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한 소식통은 “변경 지역에서 조선말을 쓰는 사람이 신분증이 없으면 탈북자로 오해받을 수 있어 신분증 휴대는 필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합작구 안에 탈북자 방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모습은 북-중 관계가 복잡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귀띔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2일 “북한 국경경비대 지휘관들이 1월부터 4월까지 단 한 명의 탈북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국경 경비를 철통 강화하겠다는 결의대회를 갖고 김정은에게 올리는 맹세문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최근 변경을 따라 설치된 탈북자 월경 방지용 철조망에 보강 작업을 했다고 RFA는 전했다. 중국이 옌볜 룽징(龍井) 시의 북-중 접경 지역인 카이산툰(開山屯)에 군부대를 증강 배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북-중 무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는 올해 들어 대북 제재가 강화되기는커녕 예년보다 북-중 간 화물차 통행이 늘어나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고 RFA가 14일 전했다.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015년 남중국해에서 중국 소형 군함이 '자유의 항해' 활동을 벌이고 있던 미국 군함을 향해 돌진해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들이 있었다고 중국 관영언론이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중 관계가 모든 분야에서 악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무리수를 두면 양국간 무력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16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중국 호위함인 단둥함은 2015년 5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샤·南沙)군도에서 미국의 '자유급 연안해역전투함'인 '포스워스함(LCS-3)'발견한 뒤 "즉각 떠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포스워스함이 경고를 무시하자 단둥함은 즉각 돌진했다. 그제서야 포스워스함은 "잘못 들어왔다"는 신호를 보낸 후 물러났다고 샤쿤(夏坤) 단둥함 부함장은 전했다. 배수량 1960t의 단둥함은 인근 해역에서 60일 가량 순찰 활동을 벌이던 중 "중국 영해에 들어온 미국 전투함을 조사해 내쫓으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쫓겨간 포스워스함은 3000t 급으로 싱가포르 항구에 머물며 남중국해에 자주 출현하고 있었다고 중국 랴오닝(遼寧) 성의 단둥신원왕(丹東新聞網)은 보도했다. 단둥함은 이 사건 직후에도 남중국해 융수자오(永暑礁) 인근에서 순찰 도중 미국의 9200t 급 구축함인 라센함에도 경고 후 돌진해 들어갔으며 라센함도 "잘못 들어왔다"는 신호를 남기고 떠났다고 밍보는 전했다. 신문은 단둥함이 비록 2000t이 안되지만 충돌할 경우 포스워스나 라센함을 침몰 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트럼프의 비전문성과 자신을 똑똑하다고 여기는 것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인들이 전혀 정치 경험이 없는 그를 뽑은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비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