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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민주당은 9월 안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사진)은 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채널A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며 “몇 가지만 고치려 하지 말고 법 초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법안과 관련해 “허위와 조작된 보도가 무엇인지 잘 정의돼 있지 않아 정부가 싫어하는 어떤 종류의 보도에도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 대해선 “명확하게 과도하고 불균형적”이라며 “정부가 좋아하지 않는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HRW는 다른 국제 비정부기구(NGO) 및 언론단체들과 함께 청와대와 국회에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27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27일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결론을 내야 하는 만큼 협의체에서는 더 치열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신문법과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등 다른 언론 관련 법안도 9월 정기국회 안에 처리를 끝내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1인 미디어 가짜뉴스 방지, 포털 공정화 등이 이제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과 함께 정기국회에서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협의체 출범 전부터 사실상 법안 강행 처리 의지를 드러내면서 야당과 언론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친문 강경파인 김종민 김용민 의원을 협의체에 배치한 것을 두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판을 깨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대한언론인회 관훈클럽 등 7개 언론단체도 이날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위한 들러리용 협의체에 불참한다’는 성명을 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워싱턴=유승진 특파원 promotion@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여야가 합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협의체 구성에 반대하며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합의기구를 만들어 독자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밀실에서 광장으로, 언론중재법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독립 기구 제안’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단체, 언론학계, 법조계, 언론현업단체 등이 참여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 단체들은 “겨우 3주 남짓 빠듯한 시간만 허락된 여야의 ‘4+4’ 협의체는 이미 누더기가 된 법률 개정안의 미세조정을 두고 힘겨루기만 하다 파행으로 끝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를 통해 언론 보도 피해 유형의 구체적인 분석, 언론과 시민의 상호 이해를 도모할 중재 절차 등을 논의하고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방송학회의 전임 회장 13명은 1일 ‘징벌적 배상 등 독소 조항이 포함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자유롭고 성역 없는 의혹 제기를 통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현저히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여야가 민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한 달 더 논의하기로 하면서 여당의 ‘입법 폭주’도 31일로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는 듯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협의체가 꾸려지기도 전부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유지돼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를 없애겠다”고 벼르고 있어 개정안 내 독소 조항을 둘러싼 파국의 불씨는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다. ○ 차선책으로 꺼낸 협의체 카드지난달 30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개정안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우세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끝내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해 물밑에서 ‘협의체’ 카드를 검토했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에 협의체 구성을 먼저 제안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했다. 이후 송영길 대표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협의체가 대안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여기에 청와대도 이날 뒤늦게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이어지면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우려를 전달하면서 지도부의 협의체 제안에 더 힘이 실렸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보낸 서한이 전달된 점도 지도부의 입장 선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전방위적 우려 속에 윤호중 원내대표가 결국 이날 밤 마지막 원내 회동 자리에서 협의체 구성안을 제안했다는 것. 여당 관계자는 “지난해 임대차 3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처럼 ‘독주 프레임’으로 비치면 대선을 앞두고 4·7 재·보선 패배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했다. 언론중재법에 대해 내내 묵묵부답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31일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악의적인 허위 보도나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의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정신적·물질적·사회적 피해로부터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구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콕 집어 암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이제 와 뒷북 입장을 발표하는 건 또 다른 이름의 무책임이요,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독소조항 놓고 여야 재충돌 불가피이달 27일까지 약 한 달간의 ‘명분 쌓기’용 시간을 번 민주당은 벌써부터 개정안 내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히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청구권을 사수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현) 개정안의 내용 안에서 수정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청구권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틀 자체를 없애는 등 우리 당의 기본적 원칙을 가지고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 삭제를 놓고도 민주당은 “법안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한 반면에 국민의힘은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은 이미 원내대표 회동에서 삭제됐다”는 입장이다. 야당 내에서는 “합의 시점을 못 박아둔 탓에 오히려 민주당에 강행처리 명분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합의 시점만 한 달 늦춘 것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를 묻는 질문에 “협의체에서 합의가 안 되면 진짜 (원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원점으로의 복귀 가능성도 예고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국내외 각계의 비판 속에 일단 강행이 중단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단기간에 수정을 거듭하며 ‘누더기 입법’이 됐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핵심 위헌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한 개정안은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기에 앞서 30일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전체를 삭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포함하면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언론중재법 처리에 나선 7월 이후 개정안을 6차례나 수정했다. 민주당은 당초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으로 언론사의 불법행위 등까지 포함해 6가지 요건을 만들었다가 비판이 일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4개로 줄였다.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추정 요건 중 ‘피해 가중’이라는 표현만 빼고, ‘보복’ ‘반복’ 등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표현들은 그대로 뒀다. 민주당은 수정 과정에서 위헌적 조항을 일부 빼기도 했지만 거꾸로 위헌성이 더 큰 조항으로 바꾸기도 했다. 법사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명백한 고의·중과실’ 문구에서 ‘명백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적용 대상을 더 포괄적으로 바꿔 언론의 불이익을 강화한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해 국내외 인권·언론 기관들은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명의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앞서 24일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특별보고관들에게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서한을 보낸 지 1주일이 안 된 시점이다. 특별보고관들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서한은 민주당에도 전달됐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는 31일 성명을 내고 “악법은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분칠을 해도 악법일 뿐이다. 누더기 악법이 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여야의 협의체 합의는 충돌과 표결 처리를 한 달 뒤로 미룬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면서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주요 언론단체들이 더불어민주당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신문협회(WAN-IFRA), 국제언론인협회(IPI), 국제기자연맹(IFJ), 국경없는기자회(RSF)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단체와 국내 언론단체, 야당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한목소리로 반대했으나 집권 여당은 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말살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군부독재 정권과 같은 어두운 시대로 되돌리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여당이 법안 처리 과정에서 법조항의 일부 문구를 빼고 분칠을 가했으나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는 본질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이번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언론중재법 개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위헌심판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도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위축시킬 법안을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하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피맺힌 역사를 부정하는 퇴행”이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을 즉시 수용하라”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24일 국회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언론인 서명지(署名紙)’를 전달했다. 이 단체들은 앞서 9일 더불어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뒤 20일까지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서명엔 2636명의 언론인이 참여했다. 언론단체 대표들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국회에 촉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법안의 부당성에 대한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국내 인권단체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제 인권 규범을 위반했다는 진정서를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전달했다. 전환기정의네트워크(TJWG)와 류제화 변호사(여민합동법률사무소)는 이날 유엔 의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인권옹호가 특별보고관 등 4명에게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보도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담은 진정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진정서 내용을 검토하고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 정부를 상대로 긴급 탄원을 발송할 수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이 신설됐다. 열람차단이란 기사가 온라인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막는 조치를 말한다. 이 규정을 만든 취지는 언론 보도 피해를 빨리 구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의 열람을 차단할 수 있는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남용 위험이 크고, 이로 인해 보도는 물론 국민의 알 권리까지 위축될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모호한 기사 열람차단 기준 언론중재법 개정안 17조의 2는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을 규정하면서 3가지 요건을 들고 있다. 언론 보도가 △제목 또는 전체적인 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개인의 신체, 신념, 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밖에 언론 보도 등의 내용이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언론사(인터넷신문)와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에 따라 기사를 삭제해야 한다. 개정안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언론 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과 마찬가지로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의 요건 또한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 ‘진실하지 않은 경우’ ‘사생활의 핵심영역’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 등의 표현이 전부다. 이경환 법무법인 가우 변호사는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비진실성을 말하는지, 사생활의 핵심 영역과 인격권의 계속적인 침해는 어느 정도의 침해를 말하는지 분명하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권력형 비리 등 공익 보도의 경우 법원의 심리를 통해 진위가 사후적으로 밝혀지는데, 이같이 보도를 먼저 막는 것은 과도한 입법 규제”라고 말했다. 반론 및 정정보도 등을 통해 해당 기사가 전과 어떤 차이가 생겼는지 독자들이 온라인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 과잉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통신 분야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은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에 대해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모든 개인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공인이나 기업들은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판적 내용의 보도에 대해 열람차단 청구를 남발해 조정 절차에 대응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 등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보도활동을 심대하게 저해,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포털의 열람차단 인용 남발 우려도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대상에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까지 포함하면서 온라인에서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이 더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현재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는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대해 온라인 게시글에 대한 차단 임시조치를 해달라고 할 수 있는데 포털은 이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 논쟁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언론사 기사에 대해서도 열람차단 청구권을 만들면 논쟁적인 기사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서는 손쉽게 열람차단 청구를 받아들일 위험이 있고, 이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과 함께 해당 청구가 있었다는 점을 기사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다가 비판이 일자 삭제했다. 민주당은 기사 열람차단 청구의 표시를 놓고 ‘시민들이 사안을 중립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언론학자들은 이 같은 표시는 중립적인 판단이 아니라 오히려 선입견을 준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영환 고려대 교수)는 23일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다는 언론중재법의 기본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법학교수회는 배상액을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을 고려해 산정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우리 법의 손해배상은 가해에 상응하는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에 대해선 “과실의 추정을 넘어 고의·중과실까지 추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법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토대”라며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친 후에 시간을 두고 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시민단체인 미디어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사실상 이중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며 명확한 개념 정립이 되지 않은 허위·조작 정보에 모호한 기준으로 언론사의 고의·중과실까지 추정하는 것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MBC가 2020 도쿄 올림픽 방송사고와 관련해 보도본부장과 스포츠국장을 교체했다. MBC는 23일 “민병우 보도본부장이 이번 도쿄 올림픽 방송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박성제 사장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했다. 송민근 스포츠국장도 이날 보직에서 물러났다. MBC는 개회식 등 논란이 됐던 방송의 제작진에 대해서는 추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하기로 했다. MBC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도쿄 올림픽 개회식과 중계방송 방송사고 경위를 조사한 결과 인류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른 문화를 모독하거나 비하하지 않는다는 방송강령을 지키지 못했다”며 “방송심의 등 관련 규정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국제 대형 이벤트 중계방송에 대한 점검 시스템도 미비했다”고 밝혔다. MBC는 조사위 권고에 따라 스포츠 제작 가이드라인과 검수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MBC는 지난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는 화면에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넣고 아이티 선수단 입장 때는 최근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 등을 띄워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다. 개회식 이후에도 특정 종목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대표 선수 인터뷰를 편집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면서 일정 요건에 해당할 경우 언론사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추정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추정 요건을 들여다보면 개념과 기준이 모호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30조의 2에서 1항은 허위·조작 보도에 피해액의 최대 5배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고 2항은 이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요건 4개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요건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 삽화 영상 등)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다.○ ‘보복’ ‘충분’ 등 모호한 규정여기에는 ‘보복적’ ‘회복하기 어려운’ ‘충분한 검증’처럼 모호한 표현들이 많아 어떤 보도가 보복적인 것인지, 얼마나 검증을 해야 충분하다는 것인지 등을 규정할 수 없다.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승선 한국언론법학회장(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권 중에서도 핵심 기본권인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는 더욱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사 제목의 경우 본문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 역할을 하는데 얼마나 다르면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 다툼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처리 과정에서 초반에는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을 6개 만들었다가 비판이 일자 4개로 줄였다. 삭제된 요건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악의적으로 위반해 보도한 경우’ △‘정정보도 청구 또는 정정보도가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다. 현재 법원은 언론의 보도 과정에서 법률을 어겼더라도 그 보도가 국민의 알권리와 직결되고 공익 실현의 목적 등을 갖고 있으면 위법성을 판단하지 않고 있다. ○ 비판 기능 가로막는 입증 책임 우리나라 법체계상 피해 구제를 결정할 때는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 네 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사실상 언론사가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 책임을 지는 주체가 뒤바뀐 것이다. 법안 강행 과정에서 이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당초 조문에 빠져 있던 주어 ‘법원은’을 추가하고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문구에서 ‘언론사의’만 뺐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원고(언론 보도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음을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언론학자들은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판결의 주체인 법원이 이같이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게 한 것은 여전히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보도를 하면서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면 언론의 비판 기능이 위축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권력형 비리 의혹이 있을 때 보도 대상이 된 당사자가 추가 보도를 막기 위해 일단 정정보도 청구를 한 경우 앞선 보도를 인용했다는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고의·중과실을 인정하게 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같은 보도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언론 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악법이다.” 한국언론학회장, 한국방송학회장, 언론중재위원 등을 지낸 유재천 전 상지대 총장(83·사진)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이전 정권들에서도 언론을 규제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 정권에서 제일 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5배의 손해배상으로 징벌하겠다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의 주체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현 집권 세력은 지난 민주화 투쟁을 명분으로 삼으며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었던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이제 와서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모순을 버젓이 드러내놓고 있다”며 “진영논리에 갇혀 자신들의 정치 이념과 맞지 않는다고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발상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다원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들 세력이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초 차관급 이상 등 고위 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주요 주주도 제한적으로 언론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추진하다가 막판에 이들을 뺐다. 유 전 총장은 “현 개정안에서 여전히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요구가 가능하다”며 “민주당이 180석 수적 우위를 앞세워 기준이 모호한 ‘허위·조작 보도’라는 이유를 붙여 이 같은 입법을 강행한다 해도 헌법소원에서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언론의 자율적인 사회적 책임도 당부했다. 그는 “민주당이 왜 법으로 언론을 규제하려고 하는지 언론 주체들이 돌이켜봐야 할 점도 없지 않다”며 “구호에 그치는 언론의 윤리강령이나 취재윤리를 넘어서 언론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율규제 기구를 만드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세계 최대 국제 언론 기구인 국제기자연맹(IFJ)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강행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폐지를 촉구했다. IFJ는 20일(현지 시간) ‘한국의 미디어법 개정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이 법안의 폐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1926년 창설된 IFJ는 140개 국가 187개 단체의 기자 6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IFJ는 이 성명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가짜 뉴스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이 법안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오보에 대해 과도한 처벌 규정이 있어 한국 기자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언론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증진하는 법을 만들어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계신문협회(WAN), 국제언론인협회(IPI), 서울외신기자클럽(SFCC)도 언론중재법 개정 철회를 촉구했다. 40여 개 시민단체와 언론사 노동조합이 참여한 ‘언론독재법 철폐투쟁을 위한 범국민 공동투쟁위원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집권여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짜 뉴스 잡는 법’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진짜 뉴스 죽이는 법이 될 것’”이라며 “25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즉시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 및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인간은 읽고 쓰고 헤엄칠 줄 알아야 비로소 배웠다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한 말이다. 당시 그리스에서 수영은 필수 교육 중 하나로 꼽혔다. 약 8000년 전에 그려진 이집트 와디수라의 ‘헤엄치는 사람들’ 벽화에서 알 수 있듯이 수영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그리스·로마시대는 수영의 역사에서 첫 황금기였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헤엄치기는 민물보다 바닷물이 나으며, 차가울수록 좋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로마시대 경멸의 표현 중 하나가 “저 인간은 헤엄도 못 치고 읽지도 못해”였단다. 그리스·로마시대에 수영이 중요하게 인식됐던 것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원전 423년 스파르타 군대가 스팍테리아섬에서 아테네 군대에 포위됐을 때 스파르타 지원군은 꿀에 버무린 양귀비 씨와 빻은 아마를 가죽에 채운 후 잠수를 해서 포위된 아군에게 식량을 날라주었다. 이렇게 ‘대접’을 받았던 수영이 중세 이후엔 1000년 동안 유럽 대륙에서 암흑 속에 묻혀야 했다. 로마제국의 몰락 후 체계적인 물 공급 시스템이 무너지자 도시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졌고, 기독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옷을 거의 입지 않고 하는 수영을 타락한 것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했다. 심지어 중세시대 널리 퍼졌던 마녀사냥에서는 물에 뜨는지 여부가 마녀를 구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중세 수영의 암흑기를 지나 근대에 와서는 상금이 걸린 수영대회가 열렸다. 1791년 영국에서 열린 수영대회의 우승 상금은 오늘날 돈으로 1225달러(약 144만 원) 정도였다. 기록 단축을 위한 기술의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나이키가 개발한 끈 없는 수영 안경은 기록을 0.146초 앞당길 수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100m 자유형에서 1위와 2위의 기록 차이는 0.29초에 불과했다. 수영 선수 출신인 저자가 20년 넘게 모은 다양한 수영의 역사를 정리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알아두면 때로는 쓸모 있는 신비한 수영 사전.’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헌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독소조항을 여럿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중과실 추정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은 대표적인 위헌 조항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시민의 언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언론학자와 법학자들은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 헌법가치를 짓밟은 장치들로 보고 있다. 이들 조항의 위헌성과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차례로 들여다본다.》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개정안 30조의2 1항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입은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손배와 관련해서는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한다고도 되어 있다. 언론 및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법 조항에 들어 있는 문구들의 개념이 모호하고, 기존 법률에 언론 피해 구제 장치들이 있는데 언론사에 대해서만 과잉 처벌을 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은 손해배상 사유가 되는 ‘언론 등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등을 통해 보도하는 행위’(개정안 2조 17의3)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허위와 조작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에는 날짜 등 단순한 사실관계의 오보도 포함할 수 있는데 이런 것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비판이 집중되는 대목은 배상액을 손해액의 5배까지 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우리나라 법체계와 맞지 않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동원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행 법체계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복수의 피해 구제책이 있는데도 또다시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는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로 피해 회복을 구할 수 있고,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가해자에게 처벌을 가할 수도 있다. 형법의 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과 사실 표현에 따른 명예훼손 모두를 처벌한다. 여기에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 청구 등 반론권도 보장하고 있다. 대륙법계 체계를 택하고 있는 한국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영미법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승선 한국언론법학회장(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올해 2월 헌법재판소가 사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일반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법체계를 감안했기 때문”이라며 “사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유지하면서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것은 법체계적으로 충돌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 등을 감안해 민주당은 사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문 교수는 “국내 법체계에서 민법상 손해배상의 원칙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원상복구 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5배 배상뿐 아니라 배상액 산정에 언론사의 매출까지 고려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 규제”라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중재위원장을 지낸 박용상 변호사는 “언론사만 다른 배상 책임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언론 피해자에 대해서만 언론사의 매출까지 고려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피해자)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악법으로 정부 비판적 보도에 징벌을 가하고 싶은 태도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하다. 이번엔 피해액의 5배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액까지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언론에 대한 적개심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언론중재위원장을 지낸 박용상 변호사(77·사진)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위헌 요소가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기본법 제정에 참여했지만 이후 이를 잘못으로 인정하고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주요 신문사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개정한 신문법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박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정치적 의도를 떠나 순수하게 법리적으로 보더라도 위헌적”이라며 통과돼도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영미법에는 한국의 법체계와 달리 형법상 모욕죄 처벌도 없고 명예훼손죄는 사문화됐다. 정정보도 청구권과 반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반면 우리 법에는 기존 구제책들이 있는데도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법체계 측면에서 박 변호사는 “징벌은 형법의 고유한 기능인데, 민법의 손해배상에 징벌적 기능을 넣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한국과 비슷한 대륙법 체계의 독일은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 채권자가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더라도 독일 내 집행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개정안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다각도로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피해자에게만 5배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면 언론사의 다른 채권자들과 형평에 어긋난다”며 “법관에게 재량이 있는 법체계에서 배상액의 불확실성이 더 커져서 언론 종사자가 다른 직업보다 차별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논란만 가중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질적인 언론 피해 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은 포털에서 기사 검색이 되지 않도록 포털 사업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등 달라진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는 실질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가짜뉴스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은데 더불어민주당이 당파적인 이해관계에 치중해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김상호 경북대 교수) “허위·조작 정보를 걸러내는 언론을 허위·조작 정보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현안토론회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커지자 일부 조항에 대해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위헌적 독소 조항들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김상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뉴스(허위·조작 정보)가 무엇인지 분명히 정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한다면 민주당이 정략적이고 당파적인 이해관계에 치중해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오명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5배로 언론 보도의 손해배상액 상한을 올린다 해도 법원에 손해배상액 산정 재량이 있는 현 법체계에서 혼란만 가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 보도로 인한 시민의 피해를 구제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허위·조작 정보를 걸러내는 것과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현실화하는 것은 각각 중요한 목표이고 각각 다른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언론을 마치 허위·조작 정보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이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수정된 개정안은 고위공직자 등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 대상은 차관급 이상 등 매우 제한적”이라며 “결국 이 법이 도입되면 이 대상에서 빠졌지만 사회적인 영향력과 발언권을 가진 유력 인사들이 비판적인 보도를 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유지하고 있는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법률 위반으로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다면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펜타곤 페이퍼’(미국 국방부에서 작성한 베트남전쟁 관련 기밀 보고서) 보도나 한국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언론학계 및 법조계의 주요 단체인 한국언론학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 및 보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언론학회는 16일 역대 학회장 26명으로 구성된 회장단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자 구제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법안이 처리되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반민주 악법으로 변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개정안의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고 민주적 의견 수렴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신문협회 같은 국제단체까지 나서 반대하는 문제의 법안을 지금까지 언론 자유를 외친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회장단은 시민사회 구성원들과 충분한 숙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야와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국민이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국회에 설치해 인터넷 개인 미디어를 포함해 이른바 ‘가짜 뉴스’에 대한 종합대책을 원점에서 재수립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언론학회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현안 토론회’를 열고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가치와 기능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 변호사 3만여 명이 소속된 대한변협도 이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즉시 보류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예고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공론화 과정과 충분한 논의 없이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몇몇 독소조항은 결과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해 종국에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교각살우’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언론사의 매출액을 고려해 손해액을 정하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대한변협은 “정부나 여당이 자신의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수시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다면 자유로운 대정부 비판 기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변협은 특히 “‘정정보도 청구가 있는 기사’ 등에 대해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 버리는 조항은 전형적인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는 17일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방침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언론단체와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일부 수정 방침에 대해 “수정이 아니라 강행 처리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13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 언론의 비판 감시 기능 위축, 위헌 가능성 등 언론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광범위하게 문제점을 제기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일부 수정이 아니라 원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더불어민주당에 8월 중 강행 처리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개정안은 실질적인 피해 구제와는 동떨어졌고 언론 통제 및 언론자유 침해로 직결될 여지가 크다”며 “이는 언론 표현의 자유 확대와 자율규제를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정의당은 민주당이 제시한 언론중재법 수정 방침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13일 국회 브리핑에서 “그동안 정의당을 비롯한 언론계에서 주장했던 독소조항에 대한 수정 입장은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여전히 미흡하고 부족하다”며 “여당도 수정 입장을 밝히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인정한 만큼 일부 수정이 아니라 원점에서 차근차근 재검토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설계도가 잘못됐으면 집을 다시 지어야지 벽돌 몇 장 넣었다 뺐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12일 민주당은 국내외 각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개정안 일부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 등은 피해액의 최대 5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기사 열람 차단 청구의 표시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중 개정안 처리는 변함없이 강행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기자협회 등 4개 단체는 12일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등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언론중재법 철회를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수정이라는 꼼수로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문제적 법안의 중단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나온 독소조항 일부에 대한 지적을 (민주당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강행 처리 명분으로 삼는 것은 반민주적 처사”라며 “꼼수를 중단하라”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세계신문협회(WAN-IFRA)가 한국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세계신문협회는 12일 한국신문협회에 전달한 “전 세계 언론은 ‘가짜 뉴스’ 법과 싸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과 함께 나서다”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에서 “한국 정부와 여당이 성급히 만든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세계신문협회는 세계 언론 자유 창달을 목적으로 1948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언론단체로 60여 개국 1만5000여 개 언론사가 가입돼 있다. 세계신문협회는 성명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가짜 뉴스’에 대한 기준을 정하려 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해석의 남용으로 이어져 언론 보도의 자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뱅상 페레뉴 세계신문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유형의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여러 정권이 정치적, 경제적 권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데 사용한 편리한 수단이었다”며 “언론법 개정안이 그대로 처리된다면 한국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고 비판적인 논의를 사실상 억제하려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韓, 언론중재법 강행땐 최악 권위주의 정권 될것”세계신문협회 “즉각 철회” 세계신문협회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사에 부당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액수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언론사가 내도록 한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세계신문협회는 성명에서 “개정안은 보도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져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8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우선적으로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라며 “개정안을 서둘러 입법화하려는 것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세계신문협회는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해 관훈클럽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단체와 연대해 헌법이 보장한 범위를 뛰어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철회하는 데 힘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한국신문협회가 9일 세계신문협회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상황 보고를 한 후 나왔다. 세계신문협회가 사흘 만에 신속하게 공식 성명을 낸 것은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관훈클럽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등은 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현재 언론인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언론 단체들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입법 독재”라고 규탄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소조항이 다수 들어 있다. 우리나라 법체계와 충돌하는 과잉 처벌도 많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인다고 해도 이후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아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시민 피해 구제를 입법 취지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언론 보도의 입막음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언론 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법원에서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내 법체계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 여기에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추가하는 것은 과도하고 중복된 규제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사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법 통과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법을 발의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으니 괜찮다고 하는 것은 황당한 핑계”라고 꼬집었다. 언론 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언론사의 매출을 손해액 산정의 기준으로 삼고,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다고 전제한 규정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정안은 피해 배상액 산정 시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을 고려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거나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을 경우 언론사에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어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법원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위법행위만으로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건 민법상 원칙적으로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두는 우리 법체계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승선 한국언론법학회장(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허위·조작 보도의 기준과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언론의 비판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고위 공직자 등의 비리에 대한 보도도 틀어막게 되는 것”이라며 “시민 피해 구제라는 민주당의 입법취지와 달리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언론의 입막음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규제하겠다는 대상 자체가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개정안에는 보도가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했을 때 기사의 삭제를 청구할 수 있는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도 포함돼 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진실하지 않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비진실성인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요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남용의 위험성이 항상 뒤따른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조항들은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