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與, 당파성에 치중… 언론을 허위정보 주범 몰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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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언론중재법 재검토 촉구

“가짜뉴스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은데 더불어민주당이 당파적인 이해관계에 치중해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김상호 경북대 교수)

“허위·조작 정보를 걸러내는 언론을 허위·조작 정보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현안토론회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커지자 일부 조항에 대해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위헌적 독소 조항들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김상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뉴스(허위·조작 정보)가 무엇인지 분명히 정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한다면 민주당이 정략적이고 당파적인 이해관계에 치중해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오명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5배로 언론 보도의 손해배상액 상한을 올린다 해도 법원에 손해배상액 산정 재량이 있는 현 법체계에서 혼란만 가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 보도로 인한 시민의 피해를 구제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허위·조작 정보를 걸러내는 것과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현실화하는 것은 각각 중요한 목표이고 각각 다른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언론을 마치 허위·조작 정보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이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수정된 개정안은 고위공직자 등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 대상은 차관급 이상 등 매우 제한적”이라며 “결국 이 법이 도입되면 이 대상에서 빠졌지만 사회적인 영향력과 발언권을 가진 유력 인사들이 비판적인 보도를 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유지하고 있는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법률 위반으로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다면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펜타곤 페이퍼’(미국 국방부에서 작성한 베트남전쟁 관련 기밀 보고서) 보도나 한국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언론중재법#재검토 촉구#가짜뉴스#주범 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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