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최근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업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인가 방식을 변경한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하는 컨소시엄이 3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이 아직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주주사를 찾지 못해 인가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공식적으로 준비 중인 곳은 소소뱅크·KCD뱅크·U-Bank(유뱅크) 3곳이다. 가장 최근 구성된 유뱅크 컨소시엄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 핀테크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 현대해상 등이 참여한다. 유뱅크는 노년층, 소상공인·중소기업, 외국인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는 인터넷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엔 핀테크 업체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만들겠다며 ‘KCD뱅크’를, 지난해 12월엔 소상공인·소기업 연합 단체 35곳이 주축이 된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소소뱅크)’가 차례로 출사표를 냈다. 둘 다 ‘소상공인 맞춤형 은행’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3곳 모두 아직 정식으로 인가 신청을 하진 않았지만 이들이 연이어 인터넷은행 설립 도전에 나서는 건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의 은행 인가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 방침을 발표할 때만 신청 및 심사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적합한 사업자가 인가를 신청하면 당국이 상시적으로 신규 인가를 내주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출범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제4 인터넷은행 경쟁을 촉진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합산 이용자 수는 2021년 말 기준 2640만 명에서 2023년 말 4127만 명(중복 집계)까지 늘었다. 2년 만에 이용자 수가 1500만 명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제4 인터넷은행의 관건은 ‘자본력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250억 원의 최소 자본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대주주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방안도 필요하다. 실제로 앞서 2019년 소소뱅크는 금융위에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자본조달방안 미흡 등으로 고배를 마셨다. 과거 인터넷은행 3사도 시중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터넷은행 업계도 대체로 새로운 ‘메기’의 등장을 환영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의 자본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시중은행, 금융그룹 등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소뱅크·KCD뱅크·유뱅크 모두 은행권, 금융그룹 등과의 논의를 통해 주주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들의 자본력을 꼼꼼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제4 인터넷은행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만큼 인가 신청을 하면 꼼꼼히 평가할 것”이라며 “특히 자본금 요건, 자본 조달 능력 등을 엄격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6일부터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으면 최대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4% 넘게 줄어든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처음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규제는 점점 더 강화돼 대출 한도는 올해 7월부터는 최대 9%, 내년에는 최대 17%까지 감소한다.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 일부 은행들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면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소득 5000만 원이면 1700만 원 ↓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26일부터 은행 주담대에 스트레스 DSR을 적용한다.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은행들은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내주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여기에 미래의 금리 인상 위험을 반영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 늘어날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반영함으로써 대출 한도는 기존보다 줄어들게 된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 5000만 원인 대출자가 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을 받을 경우 대출 한도는 1700만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이전까지는 최대 3억45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었는데, DSR 산정 시 스트레스 금리 0.38%포인트가 얹혀지면서 대출 한도는 최대 3억2800만 원으로 4.9% 감소한다. 다만 같은 조건으로 금리를 5년 넘게 묶어두는 혼합형, 주기형 상품으로 대출을 받으면 대출 한도 감소 폭은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했을 때보다 작다. 변동금리 상품보다 혼합형은 600만 원, 주기형은 1200만 원가량 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 DSR 도입 취지가 변동금리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인 만큼 대출 상환기간 내 고정금리 기간이 길수록 스트레스 금리를 덜 적용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 주담대 금리 최대 0.3%포인트 인상 1단계가 시작된 스트레스 DSR은 올 7월부터는 2단계, 내년부턴 3단계로 들어간다. 1단계에서 25%인 스트레스 금리 반영 비율은 2단계 50%, 3단계 100%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 축소 폭도 더욱 커진다. 26일부터 3억2800만 원이었던 대출 한도는 7월부터 다시 3억12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내년부터는 2억8400만 원까지 감소한다. 약 1년 만에 주담대 한도가 6100만 원(17.7%) 줄어드는 셈이다. 6월부턴 은행권의 신용대출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주담대도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에 포함돼 대출 한도는 더욱 감소한다. 한편 일부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금리를 상품에 따라 0.10∼0.30%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이미 KB국민은행은 7일 주담대 변동·혼합금리를 모두 0.23%포인트씩 올렸고, 신한은행도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05∼0.2%포인트씩 인상했다. 최근 가계대출은 약 두 달 만에 2조 원 넘게 증가했다. 이달 22일 기준으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13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조7209억 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주담대는 535조6308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7386억 원 증가했다.스트레스 DSR 규제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미래의 금리 인상 위험을 반영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것.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의 한 전통시장 인근에서 불법 사금융 업체를 운영했던 40대 김모 씨. 그는 시장 상인들에게 10만 원 안팎의 돈을 빌려준 뒤 14∼15일간 매일 1만 원씩을 수금하는 일수업자였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000%를 넘는 초고리였지만, 업체를 운영했던 수년간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출과 수금의 전(全) 과정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안민석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는 “단기 급전이 필요한 시장 상인이 연락을 주면 퀵서비스로 대출금을 지급하고, 매일 오토바이 기사가 시장을 돌며 원금 및 이자를 수금하는 형태의 범죄”라며 “이자 지급이 늦어지며 부담이 커진 피해자가 뒤늦게 불법 사금융으로 신고하려 해도 증거 자체가 부족해 피해 회복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관련 범죄 척결에 나섰지만, 단속 및 처벌을 면하기 위한 범죄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퀵서비스를 활용해 수금에 나서거나, 점조직 형태 운영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교란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단속과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와 수요 분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점조직’ 형태 운영에 ‘행동강령’까지 마련 불법 사금융 업체 A조직의 20대 조직원 김모 씨와 박모 씨는 2021년부터 전남 여수시와 충남 천안시, 충북 청주시 등지에서 불법 사금융 범죄에 가담했다. 두 사람은 2022년 말까지 1만 회에 걸쳐 최고 5200%의 고리로 40억 원의 대출을 알선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이자 및 연체금 명목으로 거둬들인 범죄 수익만 28억 원이 넘는다. 그 과정에서 저지른 악질 불법 추심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됐다. 두 사람이 검거된 것은 지난해 초. 약 2년의 기간 동안 수사망을 피할 수 있던 것은 A조직이 철저한 관리 체계를 두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콜팀’ ‘면담팀’ ‘수금팀’ ‘인출팀’ ‘총무팀’ 등으로 구성된 A조직은 다른 팀 조직원은 물론이고 같은 팀 소속의 조직원들끼리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구조였다. 면담팀과 수금팀의 조직원들은 본명 대신 미리 정해준 별칭만 사용해야 했다.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오프라인에서 대면하는 일은 절대 금지됐다. 업무 시에는 대포폰과 대포통장만 이용할 수 있었고, 공용 와이파이 대신 휴대용 와이파이만을 써야 했다. 출금팀 소속 조직원 역시 철저히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1개 체크카드로는 1개 은행에서만 인출하고 이를 전달할 때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찾아 주차했다. 심지어 퇴근할 때도 집에서 3km 이상 떨어진 곳에 주차해 놓고 걸어서 귀가해야 했다. 이처럼 불법 사금융 업체들의 범죄 수법 진화로 경찰 등 수사기관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직원들의 행각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장모 씨(45)는 가족을 들먹이며 위협하는 범죄 조직의 불법 추심에 경찰서를 찾았지만, 오히려 좌절하고 말았다. 장 씨는 “신고 당시 수사관이 직접 불법 사금융 업체 조직원과 통화했는데, 그 조직원은 수사관에게 어차피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며 “조직원이 대포폰을 사용해 검거가 어렵다는 말에 고소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단속에 한계 예방 및 수요 분산에 초점 둬야 이처럼 경기 불황과 고금리 기조로 불법 사금융 이용 수요가 커지는 추세에서는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높은 수익을 노리고 계속 진화하는 범죄를 원천 차단하기 쉽지 않다. 실제 최근 들어 저신용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종사자 등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변형된 형태의 불법 사금융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때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고수익을 벌 수 있는데 단속 및 처벌은 어려운 방식이 활용된다. 대기업 과장 이모 씨(38)는 2년 전 알게 된 지인 김모 씨에게 20만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만에 40만 원을 돌려받았다. 이 씨가 원금만 갚으라고 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김 씨는 그렇게 대출금을 수십, 수백만 원씩 늘려갔고 그때마다 단기간에 이자를 포함해 원금의 두 배를 돌려받았다. 그렇게 불어난 돈이 지난해 1억 원에 달했을 때, 김 씨는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사라졌다. 잦은 돈 거래로 신뢰 관계를 쌓은 뒤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이 씨는 “변호사를 찾아갔더니 일종의 불법 사금융에 당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일반 불법 사금융과 달리 내가 고리로 돈을 빌려준 입장이기 때문에 고소하더라도 자칫 ‘피의자’로 취급될 수 있다는 설명에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불법 사금융 범죄 조직 척결이 단속 강화보다 피해 예방 및 수요 분산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할 때도 단속으로는 범죄 조직 타진에 한계가 뚜렷했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범죄 수법과 심각성을 알리는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저신용자들을 위한 급전 창구를 다양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규제나 범죄 처벌 강화 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변호사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은 대부분 거리의 현수막 명함이나 온라인 광고를 통해 불법 사채에 접근하게 되는데, 정작 광고 처벌은 과태료 수준에 그친다”며 “불법 사금융 광고업자들을 불법 사채업자와 공범으로 보고 처벌해야 관련 범죄가 위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단돈 몇십만 원이 아쉬워 돈을 빌린 지 7개월 만에 원금이 5490만 원까지 불었습니다. 그간 갚은 이자만 해도 3400만 원이 넘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장모 씨(45)가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댄 것은 단돈 50만 원 때문이었다. 부모의 치료비와 두 자녀의 양육비를 충당하기 위한 선택이 불과 수개월 만에 가정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일주일마다 돌아오는 만기에 수십만 원씩 이자를 갚다 보니 생계를 유지하려 돈을 더 빌릴 수밖에 없었다”며 “‘돈을 갚지 않으면 어린 아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에도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19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협회가 불법 사금융 피해 민원을 접수했거나 사법기관으로부터 이자율 계산 등을 의뢰받은 사례는 연평균 4935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들의 평균 대출 금액은 777만 원, 평균 이자율은 연 347%였다. 장 씨처럼 연 80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로 고통받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에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범죄 예방은 물론이고 단속과 처벌 등에도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법 위반 사건은 2021년부터 매년 증가하며 지난달까지 4651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구속 기소된 사건은 약 2%(95건)에 불과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법 사금융 범죄 척결도 좋지만, 수요를 줄여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 예산으로 대출 재원을 마련하고 제도권 최후의 창구인 대부업 활성화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카톡 읽었네, 내일 ××줄게” 살해협박… 年8000% 고금리 덫에 [불법 사금융 지옥]불법사금융 피해 눈덩이… “일주일마다 수십만원씩 갚아야생계 유지하려 돈 계속 빌리게 돼… 한번 손대는 순간 못 빠져나와”‘몸캠’ 촬영 협박 시달린 피해자도 장모 씨(45)가 불법 사금융 업체 A조직과 연결된 것은 2022년 5월. 10년 넘게 폐암 투병을 하던 어머니와 3년 전 갑작스레 위암 판단을 받은 아버지의 병원비, 어린 자녀의 생활비를 홀로 감당하면서 개인회생까지 진행한 뒤였다. 사채는 더 이상 대출 가능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었다. 장 씨는 그해 12월 초까지 A조직으로부터 총 64회의 불법 사금융 대출을 진행했고, 최고 연 8000%대의 고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한번 손 내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덫”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불법 사금융 피해자 10명의 피해 유형은 대체로 비슷했다. 온라인 대출 카페 등을 통해 불법 사채업자를 처음 접했고, 십여만 원의 소액으로 시작한 빚은 불과 수개월 만에 수천만 원까지 불어났다. 대출 과정도 간단했다. 실제 취재팀이 피해자들이 이용했던 온라인 사이트 중 한 곳에 소액대출을 문의하자 3분 만에 15개 업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장 씨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A조직을 만났다. 그는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알게 된 대출 중개 사이트와 회원 1만6000명의 온라인 카페에서 대출을 받았다”며 “한 번이라도 이용하는 순간 이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출 과정에서 연체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악질 추심이 이어졌다. 지인들이나 직장에 불법 사금융 이용 사실을 알리겠다는 것부터 가족을 해치겠다는 내용까지 피해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협박이 대부분이었다. A조직은 장 씨에게 “아내와 자녀들을 죽이겠다”, “자녀 학교에 찾아가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신원이 노출된 자녀를 경기도로 전학 보낸 이후에도 계속되는 추심에 2022년 10월 유서를 쓰고 잠적하고 경찰에 신고도 해 봤지만, 대포폰을 쓰는 조직 특성상 신원 불상을 이유로 범죄 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았다. 박모 씨(26)도 같은 조직에 극심한 불법 추심을 당했다. 그의 부모님과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의 주변 가게에 전화해 욕설을 퍼붓는 등의 방법이 사용됐다. 박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아버지의 암이 재발했다”고 토로했다. 신체 불법 촬영물인 ‘몸캠’ 협박에 시달린 피해자도 많다. 마찬가지로 A조직에게 돈을 빌린 직장인 김모 씨(29)는 2021년 9월 빌린 15만 원이 4000만 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정에서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대신 신체 사진을 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 씨가 거절하자 하루에도 수백 통의 협박 전화가 왔고 결국 그는 ‘손들고 무릎 꿇고 있는 모습’, ‘변기를 핥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전달했다. 김 씨는 “채무 사실이 더 많은 지인에게 알려질 것이 두려워 영상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일하던 병원도 결국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불법 행위를 가한 A조직의 총책과 조직원들은 경찰에 검거돼 지난해 8월부터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업체의 악성 협박에 노출된 피해자들은 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호소한다. 150만 원의 원금이 4개월 만에 1000만 원까지 불어난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불법 추심 때문에 하루에 2시간만 자면서 직장과 물류센터 배달을 병행해 빚을 갚아야 했다”며 “4개월 동안 체중이 15kg이나 빠졌고 정신과 약이 없으면 밤에 잠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태 모르는 ‘깜깜이’ 통계… 피해자 지원도 역부족 이처럼 불법 사금융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민생을 약탈하는 불법 사금융을 처단하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문제는 불법 사금융의 정확한 규모가 여전히 ‘깜깜이’ 상태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매년 불법 사금융 이용 실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통계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7년부터 매년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예산이나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표본의 대표성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과를 공표하지는 않고 있지만 해당 조사라도 없으면 실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심층 면접 등 통계 보완 방안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자영업자 이모 씨(49)는 지난해 6월 300만 원을 빌렸다가 약 7개월 만에 빚이 1억5000만 원까지 불어났다. 불법 사금융 업체들의 말도 안 되는 이자 요구에 경찰서를 3번이나 찾았지만, 그때마다 “사채업자와 적당히 합의를 보라”는 무성의한 답변에 억장이 무너졌다. 이 씨는 “미성년 자녀를 대상으로 한 협박까지 이어져 국민신문고와 대통령실 ‘국민제안 누리실’에 글을 남겼고 그제야 사건과 관련해 경찰 쪽에서 전화가 왔다”며 “피해자들은 1분 1초가 고통스러워 말라 죽어가고 있는데 경찰의 수사가 너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의 채무자 대리 및 소송 지원 제도 역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불법 추심에 대응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법률 지원을 받는다 해도 대포폰, 대포통장을 활용해 음지에서 이뤄지는 불법 사금융 업체들의 영업 방식상 유의미한 처벌을 이끌 증거를 찾는 것부터 막히기 일쑤다.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변호사는 “불법 사금융은 우리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40, 50대뿐만 아니라 10대까지 광범위하게 번져 있다”며 “당국이 인력과 의지를 갖고 단속에 나서는 동시에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경기 불황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저신용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점조직 형태로 철저히 음지에서 진행되는 범죄 수법 탓에 원활한 단속 및 처벌이 어려운 모습이다. 정부의 지원 제도 역시 피해 규모와 비교할 때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 받은 ‘연도별 대부업법 위반자 숫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월평균 109건이던 대부업법 위반 관련 사건 접수는 2022년 111건, 2023년 151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 들어서도 1월 한 달 동안 188건의 관련 사건 접수가 이뤄졌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을 ‘암적인 존재’라고 지칭하며 “법이 정한 추심 방법을 넘어선 대부 계약은 그 자체가 무효인 만큼 끝까지 추적해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금감원과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으로 이뤄진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가동돼 온라인 대부 중개 플랫폼 점검을 통한 불법 사금융 척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범죄 수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단속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법무부가 접수한 대부업법 위반 사건은 총 4651건. 이 중 18.6%(866건)는 ‘혐의 없음’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리됐고, 12.1%(561건)는 불구속 기소됐다. 구속 기소된 경우는 95건으로 전체의 2% 수준에 그쳤다. 안민석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는 “최근 불법 사금융 범죄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조직원들끼리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며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으로 증거 수집까지 방해하기 때문에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는 매년 1만 건이 넘는 신고·상담이 접수되지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 외에 지원 방안이 마땅치 않다. 불법 추심 피해 서민에게 변호사를 무료 지원하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 역시 효용성이 크지 않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26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피해자들의 과도한 이자를 반환받기 위한 소송은 70건에 불과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반사회적 불법 사금융 무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불법 협박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많아 범죄 규모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규제만 강화되면 저신용자의 대출이 아예 막힐 수 있는 만큼 대안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해외여행 때마다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의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 ‘트래블페이’를 사용해 온 직장인 김모 씨(31)는 올여름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여행을 앞두고 환전 고민이 생겼다. 트래블페이는 달러, 엔, 유로로 환전할 때는 수수료가 없지만 튀르키예 리라를 포함한 그 외 통화는 일부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새 환전 수수료가 무료인 외환 상품이 많이 출시돼 혜택을 꼼꼼하게 비교해 보고 새로운 카드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으로 지난해부터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에 이어 신한은행까지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내세운 외환 서비스 상품들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15일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국내 여행객은 2271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655만4031명) 대비 246% 넘게 늘어났다. 해외여행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2871만4247명)의 80% 수준까지 회복됐다. 해외로 떠나는 국내 여행객이 늘면서 금융사들은 무료 환전 서비스를 미끼로 고객 유치전에 나섰다.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달 18일 외화를 사고팔 때 수수료 없이 환전해 주는 외화통장 상품을 출시했다. 그간 트래블페이와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가 주도해온 여행자 특화 서비스 경쟁에 토스뱅크가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워 참전한 것이다.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은 출시 3주 만에 계좌 수가 60만 개를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토스뱅크의 ‘환전 수수료 무료’ 선언 이후 시중은행도 줄줄이 외환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은 30개국 통화에 대해 100% 환율우대를 적용하고 해외 결제 및 해외 현금입출금기(ATM) 인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를 14일 출시했다. 하나카드는 올해 3월까지 운영 예정이던 26개국 통화 환전 수수료 무료 기간을 올해 12월 말까지 연장하고, 하나은행 지점에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혜택을 넓혔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금융사들이 출혈 경쟁으로 수수료 이익이 줄어드는 것까지 감수하는 건 고객 이탈을 막고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인해 신탁 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외환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만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향후 외환 수수료가 은행권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 수수료가 중요한 수익원인 만큼 은행권도 고객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며 “환전 수수료 면제는 은행 입장에서 손해일 수 있지만 외화 예수금을 유치하고, 이를 운용해 다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설 연휴 이후 금융감독원이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한 2차 현장검사에 나선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자율배상 등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은행권은 불완전판매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배상에 나설 경우 자칫 배임 소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인 16일부터 홍콩 ELS 판매사에 대한 2차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5일 열린 ‘2024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홍콩 ELS와 관련해 “이달 마지막 주까지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점검하거나 추가 검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에 대한 책임 분담 기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판매사가 스스로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경우 자체적으로 배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해당 금융기관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며 “금융권의 자체적인 자율 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자율배상 요구에 선뜻 응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불완전판매라는 결론이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은 데다, 자율배상이 은행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향후 배임 소지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콩 ELS 판매 규모가 총 19조3000억 원에 이르는 만큼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자율배상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민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은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아직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되는 사안으로 손실배상과 관련돼 결정된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근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빚을 돌려막는 서민들이 급증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정부가 내달 대규모 ‘신용사면’을 예고하면서 카드사들에는 리스크 관리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카드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 급전 창구로 카드론을 이용하던 서민들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카드사 연체액 2조 원 돌파…18년래 최대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3.0%로 집계됐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하는 이 수치가 3%를 넘은 것은 2015년 8월(3.1%) 이후 8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8월 2.9%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연체율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연체액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조516억 원으로 2005년 3월 말(2조2069억 원) 이후 18년여 만에 최대 규모였다. 카드사 연체율이 치솟고 연체액이 급증한 것은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출자들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카드 대출자는 급전이 필요해 이용하는 취약대출자 비중이 높아 고금리 장기화의 그늘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 카드사에 달갑지 않은 ‘신용사면’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의 대규모 신용사면이 카드사들의 잠재 리스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는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소액연체(2000만 원 이하)가 발생한 298만 명에 대해 5월까지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할 경우 신용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연체 금액을 상환할 경우 연체 이력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액 대출 연체자의 연체 정보를 삭제하는 신용사면은 3월 12일부터 실시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신용사면으로 25만 명가량이 제2금융권을 떠나 은행에서 대출을 이용할 수 있고, 15만 명가량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 유입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카드 신규 발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상환 능력이 취약한 중·저신용 차주들이 카드론 등에 몰리며 오히려 연체율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역시 당국의 신용사면에 대비해 리스크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연체율 등이 높은 상황이라 신용사면 이후 취약대출자 유입에 따른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만약 신용사면 이후 취약대출자들의 연체율 등이 높아지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카드론 등의 금리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61%로 전달(14.46%)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카드론 금리가 오를수록 중저신용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신용사면 이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 금리가 오를수록 중저신용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신용사면 이후 부실이 생기지 않게 대환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 비교적 낮은 이자로 연체를 없앨 수 있게 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MBK장학재단이 17명의 예비 대학생들을 제17기 MBK 장학생으로 선발했다고 5일 밝혔다. 선발된 장학생들에겐 입학금과 등록금 전액이 지원될 예정이다.MBK장학재단에 따르면 장학생 선발은 한 달 간의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진행됐다. 김병주 MBK 장학재단 이사장(MBK파트너스 회장)이 서류 전형을 통과한 3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이번에 장학생 17명이 신규 선발되며 MBK 장학생은 총 202명으로 늘어났다.MBK의 이번 장학생들은 가톨릭관동대,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 홍익대(가다나 순) 등 전국 9개 대학에서 선발됐다. 전공 분야도 인문사회, 이공계, 예체능, 의예 등 다양했다.MBK 장학재단은 2007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개인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재단은 선발된 장학생에게 입학금과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교재비와 함께 해당자에 한해 학업장려비도 제공된다. 재단은 지원자의 성별이나 출신 지역, 진학 예정 대학, 전공 분야 등을 가리지 않고 장학생 지원 접수를 받는다. 대신 선발된 장학생들은 ‘Pay it forward’(도움받은 사람은 다시 사회에 도움을 환원하고자 한다)라는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김 이사장은 “지원자 모두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밝고 건강한 의지와 태도를 보였다”며 “선발된 장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학업에 집중하고 차후 사회 각 분야의 리더가 돼 스스로 다짐한 사회 환원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정부가 기업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그간 증시에서 저평가돼 왔던 일부 금융, 보험, 유통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열풍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기준 KB금융의 주가(종가 기준)는 한 주 전인 1월 26일 대비 23.23%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도 각각 24.64%, 13.82% 올랐다. 이 외에도 흥국화재(49.41%), 한화손해보험(34.34%) 등 보험주와 이마트(24.50%), 롯데쇼핑(17.92%) 등 유통주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5.5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들은 모두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회사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돈보다 시가총액이 적다는 뜻으로 기업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의 업종별 PBR을 보면 금융업이 0.51배, 보험업이 0.46배, 유통업이 0.70배로 모두 1배를 밑돌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저(低)PBR 기업들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히자 이들 종목이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BR이 낮다고 무턱대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종목에 대한 투자 열풍이 과도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며 “테마주 때처럼 막 뛰어들지 말고 지배구조 개선 등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기업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한 ‘전세자금대출 갈아타기’가 서비스 초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전세자금대출 이동 신청 건수는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810건으로, 전체 액수가 1640억 원에 달했다. 1건당 평균 신청 금액은 2억 원으로, 은행에 따라 1억6000만 원에서 2억6000만 원까지 금액대가 분포됐다. 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갈아타기용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2일 기준 은행별 최저 금리(6개월 변동금리)는 농협은행 3.65%, 하나은행 3.73%, 신한은행 3.84%, 우리은행 3.97%다. 국민은행은 별도의 갈아타기용 상품 없이 3.46%의 고정금리를 최저 금리로 제시했다. 모두 3.5∼4.0% 안팎으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평균금리(4.70∼5.45%)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이로 인해 한동안 전세대출 갈아타기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앞서 시행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는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일까지 1만4783건(2조5337억 원)이 접수됐다. 1건당 평균 신청액은 1억7000만 원 수준으로, 낮은 금리로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출시 직후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한국 주식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투자는 애국심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직장인 정모 씨(28)는 국내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는 자칭 ‘서학개미’다. 2022년부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 그는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몇 년째 오르지 않고 있는데 한국 주식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거란 믿음이 생길 수가 없다”며 “반면 미국 주식은 주식창을 들여다볼 때마다 흐뭇하다”고 했다.● 韓 주식은 ‘단타용’… 美 주식에 ‘몰빵’ 최근 미국 강세장에 올라타 미 증시 예찬론자가 된 이들도 적지 않다. 강모 씨(29)는 올 초 한국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애플과 아마존,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 미국 대형 기술주를 쓸어 담았다. 애플에만 1200만 원을 투자했다는 그는 “한국 주식은 배당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주에게 유리할 게 하나 없는데 최근에는 장도 좋지 않아 살 이유가 없다”며 “미국 주식에만 ‘몰빵’하려 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 주식을 동시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한국 주식은 ‘단타용’, 성장 가치가 높은 미국 주식은 ‘장기 보유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강원 원주시에 거주하는 박모 씨(35)는 “한국 주식은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반면 애플은 계속 들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2차전지주 투자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경 에코프로와 포스코홀딩스를 매수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자 금방 팔아 치웠다. 박 씨는 “어차피 한국 주식은 장기적으로 오를지 안 오를지 불투명하니 단타용으로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것이고, 애플은 가격이 조금 내려도 안 팔고 꾸준히 가져갈 예정”이라고 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와 미 나스닥지수 일간 수익률 3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한 주부 신모 씨(64)는 “미국 주식이 연금보다 낫다”며 “이미 수익률이 수십 퍼센트 되는데도 더 오래 가져가고 싶어 팔기 아까울 정도”라고 말했다.● “주주 가치 확대해 증시 저평가 해소해야” 한국 증시는 낮은 주주환원율과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 등에 발목 잡힌 지 오래다. 그 결과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 등과 같은 주주 환원 정책에 있어 미국은 물론 여느 신흥국들보다도 뒤처져 있다.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FactSet)과 KB증권 등에 따르면 2013∼2022년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미국이 92%인 반면 한국은 29%에 불과했다. 신흥국(38%)과 중국(31%)보다도 낮다. 총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 자사주 매입금 등 주주 환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국내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 또한 증시 저평가의 대표적 요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한국의 모자 기업 동시 상장 비중은 19.3%에 달한 반면 미국은 5.7%에 그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물적 분할 후 모자기업을 동시 상장시키는 것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한국의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불합리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인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배당소득에 세금을 매기다 보니 애당초 배당금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조금만 주가가 상승하면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려 한다”며 “장기 투자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짜여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은행권이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이율을 올리고, 청년도약계좌 일시 납입자를 위한 적금 상품을 추가로 출시한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인해 5년 만기를 채우는 데 부담을 느끼는 청년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만기 5년)를 3년 이상 유지하는 경우 중도해지이율을 은행의 3년 만기 적금 금리 내외 수준(3.2∼3.7%·올 1월 기준)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에 따르면 현재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 이율은 2.4%대(3년 가입 기준)다. 이에 더해 청년도약계좌 일시납 가입자의 적금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도약플러스적금(가칭) 출시도 추진한다. 현재는 가입자가 일시 납입하는 기간 동안 청년도약계좌에 추가 저축을 할 수 없는데, 이 기간에 저축할 수 있는 1년 만기 상품을 출시해 적금 공백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적금은 청년도약계좌에 일시 납입하는 가입자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일반 적금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며 금리 등 세부 조건은 4월 상품 출시 때 공개된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한 정책 금융 상품이다. 5년간 매달 70만 원 한도로 적금하면 정부 지원금 등을 더해 5000만 원가량의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청년들의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3년 이상 계좌 가입을 유지한 경우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비과세를 적용하고, 혼인과 출산 등의 이유로 중도에 해지해도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도 청년도약계좌의 만기가 5년으로 긴 탓에 청년들이 가입을 망설이거나 중도해지율이 높아져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우리에게 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24년 신년사를 통해 ‘내실과 협업’을 강조했다. 최근 은행권에 대한 이자 장사 비판에는 “성장 전략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함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2023년에는 10년 만의 역성장 위기, 비은행 부문의 성장 저하 등 그룹의 부족한 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이 모든 결과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성장 전략에 대해서는 본업의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또 다른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함 회장은 “업권별로 요구되는 기본 필수 역량을 확보해 본업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우리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찾아 보유 자원을 집중해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다만 우리가 내실을 다지는 동안 급변하는 환경과 수많은 경쟁자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에 또 다른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는 ‘협업’을 제시하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산맥을 따라 군집을 이루며 사는 ‘레드우드’(미국 삼나무) 사례를 들었다. 뿌리의 깊이가 약한 레드우드가 오랜 세월을 견디며 울창한 숲을 이루는 비결은 협업이라고 설명하며 뿌리의 깊이는 얕지만 옆으로 뻗어 주변 나무의 뿌리와 강하게 얽혀 서로를 지탱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 사의 한정된 자원으로 강력한 경쟁자들과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협업 방식으로는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 제휴,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예로 들었다. 최근 은행의 과도한 이자 수익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함 회장은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에게는 금리 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며 “이미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항변보다는 우리의 성공 방정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금리 및 수수료 체계의 산정 방식 검토에 있어서 가산금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과 원가 산정에 신용등급 체계는 적정한지, 금리 감면 요청 전에 선제적인 제안은 할 수 없었는지 등을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금융그룹의 성장 전략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밝혔다. 가입자 수 300만 명을 넘긴 ‘트래블로그’를 통해 상생과 성장이 함께할 수 있음도 강조했다. 함 회장은 “성장을 멈추자는 것도, 무작정 나누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트래블로그는 수수료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손님의 편의와 혜택은 극대화해 모두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고객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어 “진심을 바탕으로 손님, 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년 7월 출시된 트래블로그는 ‘하나머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원, 달러, 엔, 유로, 파운드 등 통화를 외화 하나머니로 충전한 뒤 체크카드로 사용하는 서비스다. 외화 하나머니로 충전할 때 환전 수수료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앱을 통한 실시간 충전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함 회장은 “변동성의 심화, 불확실성의 증대로 예측이 불가능한, 그러나 완전히 새로울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며 “모두에게 진심을 다하고, 다 같이 나누고, 희망을 더하며, 함께하는 착한 금융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 그룹의 새로운 백년을 위한 토대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은 ‘고객 중심, 일류 신한’ 달성을 위해 신한인이 가져야 할 일상의 기준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024년 신년사를 통해 고객 중심과 혁신, 도전을 강조했다. 올해의 경영 슬로건으로는 ‘고객 중심, 일류 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제시했다. 진 회장은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업권 전반에 걸쳐 고른 결실을 맺었다”며 “청년과 스타트업의 꿈을 응원하고 상생 금융 실천에도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17일 사회 취약계층을 배려하고 민생 안정에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융감독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올해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과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기술, 금융 소비자의 트렌드가 분초 단위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기존의 성공 방식만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디지털, 글로벌 등의 영역을 꼽으며 신한금융그룹이 업계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해 나가길 주문했다. 신한금융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 나가기 위해선 ‘고객’을 중심을 둬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규모와 성과에만 몰두하다 본질인 고객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내부 통제, 리스크 관리를 통한 ‘업의 윤리’도 강조했다. 진 회장은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업의 윤리’”라며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보는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 일류 신한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자”고 말했다. 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절실함’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신한을 만든 파이팅 스피릿, 팀워크, 주인 정신은 결국 절실함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며 “조직 태생 초기의 생존을 위한 절실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자”고 말했다. 새해 키워드로는 ‘담대심소(膽大心小)’와 ‘이택상주(麗澤相注)’ 등 두 가지 사자성어를 제시했다. 먼저 ‘담대심소’는 ‘도량은 넓고 크되 마음은 늘 작은 부분까지 깊이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신한금융그룹의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의 기준인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은 불편함도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택상주’는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주며 공존한다는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다. 진 회장은 이 사자성어를 설명하며 “1등은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지만 일류는 모두의 평가와 인정으로 완성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떠한 환경에서도 혼자만의 생존은 불가능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하다”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덧붙였다. 진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영 리더들이 갖춰야 할 태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연구함’이라는 의미의 ‘궁리’를 설명하며 “신한의 경영 리더들은 ‘궁리’를 통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여도 내면에서는 늘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마지막엔 공감과 상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진 회장은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건전한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심과 공감을 이야기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어우러진 금융 생태계에서 주위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자세는 필수”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한 시중은행에서 상품 선정 업무 담당 직원이 다수의 증권사로부터 수차례 골프 접대를 받아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ELS 판매 금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하나은행은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 본점에서 ELS 상품 구조를 결정하고 증권사 선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A 씨는 지난해 6월 ‘청렴 유지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인 정직 3개월을 받았다. A 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다수의 증권사로부터 15차례 골프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캐디 비용을 제외한 골프 비용은 A 씨를 접대한 증권사에서 모두 부담했다. A 씨의 비위는 제보를 통해 알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은행 측은 A 씨가 징계를 받은 건 맞지만 ELS 상품 선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상품 선정에 있어 A 씨가 의견을 냈을 수는 있지만 ELS 상품 선정 과정이 시스템화돼 있고, 내부 통제 절차가 갖춰져 있어 담당 직원 개인이 임의로 상품을 선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H지수 ELS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불완전판매 논란에 이어 또다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불거진 은행을 향한 눈초리가 곱지 않다. 지난해 11월 기준 H지수 ELS의 총 판매 잔액 19조3000억 원 중 15조4000억 원(79.6%)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에서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한 의원의 질의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고위험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며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시중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가 22일 판매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A 씨는 대부중개 플랫폼을 통해 알게 된 불법 대부업자에게 10만 원을 빌렸다. 일주일 후 20만 원을 상환하기로 했지만 갚지 못하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다른 불법 대부업체에서 빚을 돌려막다 보니 대출금은 25군데에 600여만 원까지 늘며 이자율이 5214%에 달했다. A 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불법 대부업자는 그의 지인을 협박했고, 결국 A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불법 대출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29일부터 서울시, 서울경찰청, 금융보안원과 함께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합동점검을 실시한다. 자금 수요가 급증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을 통한 불법행위가 예상되는 데 따른 조치다. 점검 대상은 서울 소재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5곳이다. 이번 점검에서는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을 통한 △개인정보 판매 및 무단 유출 △미등록 대부업자의 불법 광고 대행 △정부·금융기관 사칭 등 허위·과장광고 △대부 광고 의무 표시사항 게시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또 고객 개인정보 제3자 제공 금지 등 대부중개 플랫폼 협의회의 자율 결의사항 이행 여부도 확인한다. 적발된 업체에는 과태료 부과와 영업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한다. 개인정보 유출 같은 법 위반 행위는 수사 의뢰를 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그간 금감원은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일원으로 지자체·경찰과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대한 점검을 지속해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대출 관련 홈페이지에 개인정보를 남길 경우 불법 고금리 대출, 불법 추심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모 씨(28)는 지난해 5월 1년 3개월 동안 부었던 청년희망적금을 깼다. 월세 보증금 1000만 원이 필요한 상황인 데다 고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매달 받는 급여가 일정하지 않다”며 “적게 벌 때는 한 달에 120만 원 수준인데 주거비로만 80만 원 가까이 나가니 다달이 50만 원씩 적금을 넣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판매한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다음 달부터 시작될 예정된 가운데 적금의 최초 가입자 중 30%가량이 중도에 계좌를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동안 납입하면 연 10%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는데도 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얘기다. 고물가 여파로 생활비 부담이 늘어난 청년들이 매달 수십만 원씩 저축을 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 들어 출시한 청년도약계좌 역시 가입자가 작년 말까지 51만 명으로 정부 예상치의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채무 상환 능력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다른 대출을 일으키는 ‘빚 돌려막기’도 심화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청년 대상 정책금융 상품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일자리 확대 등 청년들의 재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다중채무자, 저신용 청년들을 위한 정책자금을 조성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청년희망적금 가입자 30% 중도해지고물가에 “적금 넣을 여력 없어”… 20~39세 연체액 1년새 1416억 증가尹정부 청년도약계좌 가입도 저조당국 “중도해지 비과세” 개선안 내놔 “토익 학원비 낼 돈도 빠듯한데 저축을 할 여력이 어떻게 있겠어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생활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 씨(26)는 1년 넘게 유지해 온 청년희망적금을 지난해 3월 해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달에 80만 원을 버는데 이 중 40만 원을 적금에 부으면 생활하기에도 벅찼다”며 “돈을 넣을 여력이 없기도 하고 마침 학원비 등 생활비가 더 필요해 작년에 적금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조성한 ‘청년희망적금’의 중도 해지자가 90만 명에 육박했다. 청년층의 빚 상환 능력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빈곤의 늪’에 빠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청년 10명 중 3명, 연 10% 이자 포기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청년희망적금의 중도해지자 수는 86만1309명으로 집계됐다. 청년희망적금 출시 당시 최초 가입자가 289만5043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도해지율은 29.8%에 달한다. 청년희망적금은 총급여 36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상품으로 2022년 2월 출시됐다. 만기 2년 동안 매달 50만 원 한도로 납입하면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연 10% 정도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됐다. 출시 초기에는 가입 신청이 폭주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마비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금리 조건이 파격적인데도 청년층의 중도 해지가 속출한 것은 김 씨처럼 최근의 고물가 기조로 저축을 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 청년들 사이에선 적금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 코인 등에 여윳돈을 투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3월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한 직장인 김모 씨(30)는 “청년희망적금에 10만∼20만 원씩 넣어서는 ‘티끌 모아 티끌’ 아니겠냐”며 “차라리 그 돈을 코인이나 주식에 넣는 게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6월 출시한 청년도약계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5년간 매월 최대 70만 원씩 넣으면 최대 5000만 원을 모을 수 있게 설계됐지만 계좌를 개설한 청년은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51만 명으로 금융위원회가 추산한 예상 가입자(306만 명)의 16.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날 금융당국은 청년들의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계좌를 3년 이상만 유지하면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주는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놨다. 또 만기를 맞는 청년희망적금 가입자가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지만 더 길어진 만기(5년) 탓에 중도해지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강 의원은 “청년희망적금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반면교사 삼아 인센티브를 높여주는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빚 상환 능력도 악화 문제는 고물가 여파로 청년들이 저축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고금리의 장기화까지 맞물려 청년들이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9세 금융권 연체금액은 2022년(7∼12월) 3524억 원에서 2023년(1∼7월) 4940억 원으로 늘며 증가세가 뚜렷했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청년들이 또 다른 대출을 받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수는 142만 명이며 이들의 대출 잔액은 157조 원에 달한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지난해에만 6만5000명 불어났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을 줘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한국 청년 중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이 많은데 이들에게 맞춤형 취업 훈련, 인턴십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미국 증시가 새해 벽두부터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로 무장한 대형 빅테크 기업 주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큰 악재를 맞았지만, 미국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36% 오른 38,001.8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8,000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22% 상승한 4,850.43에 거래를 마치면서 전날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0.32% 오른 15,360.29에 장을 마쳤다. 최근 미국 증시 상승의 배경에는 일명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이라 불리는 대형 기술주 7인방이 있다. 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M7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모든 종목이 새해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반도체 최고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장 중 주당 6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올해 들어서만 23.9% 넘게 상승했다. 일본 증시도 초저금리와 미중 갈등 반사 효과 등에 힘입어 1989년 거품 경제 시절 이후 연일 최고치를 쓰고 있다. 반면 중국 증시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올 들어 7%가량 급락했고 한국 코스피도 비슷한 폭으로 하락 중이다.M7(매그니피센트7)1960년대 서부영화 ‘황야의 7인’의 제목이었지만 최근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미국 대형 기술주 7개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AI 날개 단 미국 증시, 금리인하 지연 악재에도 ‘쾌속 질주’ 대형 기술주 ‘M7’ 앞세워 상승엔비디아, 올 들어서만 23.9% 뛰어… MS-애플 신기술 경쟁, 시총1위 다툼‘M7’ 낙관론, 중동전쟁 비관론 제압… 예상밖 상승랠리, 투자신중 의견도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미 증시가 연초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홍해 물류대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은 첨단 기술에 올라타 쾌속 질주를 하는 모양새다.● 첨단 기술 경쟁이 이끈 美 증시 호황 22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0.27% 오른 596.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주당 600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다소 주춤했다. 지난해 주당 400달러를 넘어섰을 때만 해도 거품론이 있었지만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독점회사로 AI 반도체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H100’은 개당 4만 달러가 넘는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AI 반도체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4∼6월)부터 중국 수출용 반도체 생산을 예고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인 ‘B100’ 출시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신기술 경쟁을 통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10일(현지 시간) 오픈AI를 통해 ‘GPT스토어’를 출시했다. GPT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처럼 생성형 AI 모델인 챗GTP를 기반으로 개발한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거래할 수 있는 장터다. 향후 챗GPT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GPT스토어 출시 후 12일 시총 2조8870억 달러를 달성해 2021년 11월 애플에 내줬던 시총 1위 자리를 2년 2개월 만에 되찾았다. 그러자 애플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내놓으면서 반격에 돌입했다. 비전 프로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혼합해서 보여주는 휴대기기로, ‘제2의 아이폰’이 될 것으로 애플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비전 프로의 주문량이 예상치를 웃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2일 애플 주가는 전날 대비 1.22% 오르면서 이날 0.54% 하락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총 1위 자리에 복귀했다.● “M7 낙관론이 시장 비관론 이겼다” 뉴욕 증시는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 등 악재가 쌓이는 와중에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증시 상승에 대해 기술주의 실적 성장에 대한 낙관론과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고금리 장기화나 중동 전쟁의 확산 위험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관론을 이겼다고 분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었지만 미국 정부의 투자 확대와 AI 등 기술 혁신이 미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지난해엔 기술 혁신에 주목했다면 올해엔 수익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실적이 상승할 경우 주가에 대한 고평가 부담을 덜 수 있어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 랠리의 종착역이 머지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주부터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만큼 지난해 실적 및 올해 실적 예상치가 시장 전망보다 부진할 경우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의 주요 종목들의 주가를 고려하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 발표가 필요할 것”이라며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확실한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까지 한국 증시의 부침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인하 기대가 수그러들면서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크게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에릭 로버트슨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글로벌 리서치 헤드 겸 수석전략가(사진)는 1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연초 한국 증시가 크게 휘청인 건 중국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기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낮은 경제성장률과 급락한 소비 지출, 중국 정부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등을 꼽았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중국발 악재를 상쇄할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기 전까지 한국 증시가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들어 7.19% 급락했다. ‘블랙 재뉴어리(검은 1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코스피는 이날도 전 거래일보다 0.34%(8.39포인트) 하락한 2,464.35로 마감했다. 시장에 안정감을 되찾아줄 미 연준의 첫 금리 인하는 올 5월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150bp(1bp는 0.01%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거라고 기대하지만 우리는 100bp 정도로 예상한다”며 “5월 25bp 인하를 시작으로 3분기(7∼9월)에 2번, 4분기(10∼12월)에 1번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연준보다 먼저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7∼12월)에 총 50bp를 인하할 것으로 보는데 여건에 따라 더 공격적으로 인하 폭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가 가상자산에 힘을 더욱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난 1년간 가상자산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버트슨 전략가가 꼽은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는 ‘불확실성’이다. 그는 “올해는 지정학적 위기와 각국의 선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게 될 것”이라며 “현금을 보유하고 보험을 들어두는 등 불확실성에 대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11월 예정된 미 대선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미국 우선주의’로 회귀하면 경제·군사 정책 측면에서 일부 국가가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며 “유럽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중동 전쟁 확전 우려, 세계 각국의 크고 작은 선거, 북한의 도발 등을 한 해 경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았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