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 기자 11명이 15일 내년 6·13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될 5개 질문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여권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지방선거까지 변수가 적지 않다. 선거 구도도, 후보도 예측불허다. 그래도 현장을 뛰는 기자들의 ‘취재노트’와 예리한 감각을 토대로 문답(問答)을 해봤다.》 기자 11명 중 9명은 6곳 사수에 부정적이었다. 6개 광역단체는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인 부산, 대구, 인천, 울산, 경북, 경남이다. 인천을 빼면 모두 영남권이다. 한때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렸던 지역이다. 한 기자는 “여권에서 부산시장, 대구시장, 경남도지사 후보로 유력 인사를 물색 중이라 한국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울산경남(PK)은 물론 대구경북(TK)에서도 한국당 지지율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적지 않다. 6곳을 모두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현재의 지방정부 지형을 크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 기자도 있었다. 탄핵 파고가 높았던 5·9대선 때도 대구, 경남에선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앞질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자 2명은 6개 광역단체장 수성에 걸었다. 한 기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지나며 ‘이니 효과’가 줄어드는 반면 ‘안보 보수’ ‘경제 보수’는 결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 대표는 “전국 광역단체장 중에서 6개를 지키면 현상 유지다. 현상 유지가 되면 다음 총선에서는 이길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보수 부활’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조금 더 우세한 쪽(11명 중 6명)은 원내교섭단체 기준 민주당-한국당-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합의 3자 구도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었다. 뿌리가 다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결합하기가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국민의당 내 통합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이를 돌파해 당 대 당 통합으로 이르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는 “바른정당에는 여전히 국민의당보다 한국당과의 연대나 통합이 우선이라는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3자 구도가 실현될 것으로 본 기자들은 “두 당의 핵심 과제는 생존”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틈바구니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지방선거를 치르는 4자 구도로는 광역단체장 가운데 어느 한 곳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꼭 통합이 아니더라도 바른정당은 영남, 국민의당은 호남을 나눠 맡고 수도권은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밀어주는 식의 선거연대면 각 당 지지층의 거부감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의 지방선거 ‘출격론’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여야의 공통 핫이슈다. 정당팀 기자들의 의견은 추석 연휴 전(10월 2일자) 조사에선 출마할 것이라는 의견이 10명으로 다수였지만 2개월여 만에 6 대 5로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그 사이 임 실장 등 당사자들이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한 탓이 크다. 그럼에도 ‘출마’ 쪽에 손을 든 기자들(6명)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지방선거에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가 더해질 것이고, 정권 핵심 참모나 내각의 일원으로선 ‘좋은 성적’을 위해 ‘응답’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는 것. 5명은 출마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한 기자는 “노무현이라면 차출했겠지만 문재인이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민주당 중진 의원의 견해를 들었다. 본인들의 ‘불출마’ 의사와 관계없이 결국은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 일인데, 승부사 기질의 노 전 대통령과 안정적 국정운영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캐릭터 차이가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는 서울시장 선거는 여권에 불리하다는 징크스가 있다.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가 실시된 후 6차례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4차례 승리했기 때문이다. 여권 후보가 당선된 때도 이유가 있었다. 1998년 고건 전 시장(2기)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후광 효과를, 2010년 오세훈 전 시장(5기)은 야권 분열 효과를 봤다. 내년 지방선거는 어떨까. 11명 중 10명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 같은 징크스가 깨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동시에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 기자는 “청와대의 결정적 실수나 남북 관계 등 대외적 돌발 변수가 없다면 정치 지형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기자는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군은 경력이나 인지도 면에서 ‘아이돌 그룹’ 수준인 데 비해 야권에서는 물망에 오르는 인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자 1명은 여권에 후보군이 난립하는 상황이 오히려 여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권의 경선 과정에서 비난전이 일어나고 있을 때 한국당에서 참신한 인물을 구하기만 한다면 민주당을 이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민병두 우상호 전현희 정청래 등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도전장을 던진 반면 야권에선 마땅한 후보가 없다. 선거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다. 그래서 3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는 ‘경선이 곧 본선’이다. 박 시장의 경선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예측은 밝지 않았다. 11명 중 8명이 박 시장이 경선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3선 피로감이 너무 크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한 기자는 “서울시장 3선은 전례도 없을뿐더러 자유한국당이 새 인물을 발굴해 ‘신상품’을 내놓으면 여권 내부에서부터 ‘바꿔 보자’는 의견이 폭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으로 박 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동원해 막강한 야당 후보와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 상황이 전혀 아닌 것 자체도 불리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박 시장의 무난한 승리’ 쪽에 선 3명의 기자는 경쟁 후보들을 낮게 평가했다. 이들은 “박 시장의 3선 의지를 꺾을 만한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경쟁 후보 모두가 단일화해 뒤집는다면 모를까 대과가 없는 현직을 바꾸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홍수영 gaea@donga.com·최우열 기자·정당팀 종합}

지난해 12월 16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폭풍전야였다. 일주일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집단 탈당을 입에 올리고 있었다. 친박과 분당(分黨) 배수진을 친 비박은 총력전을 벌였다. 그런 선거에서 친박계가 지원한 정우택 의원이 119표 중 62표를 얻어 비박 나경원 의원(55표)을 눌렀다.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친박에 부정적인 여론에도, 보수가 쪼개질 위기에도 둔감했던 새누리당의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12일 한국당의 새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누박(누가 뭐래도 친박)’의 숫자였다. 이는 정권을 잃고 온갖 풍파를 겪는데도 숨죽이고 있던 의원들의 속마음을 보여줄 지표였다. 선거 결과 복당파인 김성태 의원(108표 중 55표)이 승리를 거머쥔 가운데 ‘골박(골수 친박)’인 홍문종 의원은 35표를 얻는 데 그쳤다. 20대 국회 출범 당시 친박계는 70∼80명에 육박했다. 이에 비하면 확연한 퇴락이었다. 공식적인 숫자에 친박계도 스스로의 몰락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다. 사실 친박계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2014년 5월 당내 국회의장 경선(정의화 의장 당선), 같은 해 7월 당 대표 선거(김무성 대표 당선), 이듬해 2월 원내대표 선거(유승민 원내대표 당선)에서 친박계 후보는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친박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미명하에 공천과 당 운영에서 갖은 작패를 부렸다. 그러면서 보수 정당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 이번에 홍 의원을 찍지 않은 72표는 ‘친박의 재등판은 꼭 막아야 한다’는 의원들의 집단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친박계는 끝까지 오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선거 직전 통화에서 “중도 후보가 힘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계파 선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 선거를 하면 친박에 유리하다는 얘기였다. 의원 명단을 놓고 ‘○’ ‘△’ ‘×’를 치며 표 계산을 했다는 한 친박 핵심 의원은 “김, 홍 의원 모두 40여 표씩인데 확실한 표는 우리가 더 많다. 결선에 가면 1, 2표라도 이긴다”고 장담했다. ‘의리’를 중시하는 당 분위기에 의원들이 취했던 ‘페이크(가짜) 모션’을 친박계는 읽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친박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친박은 명실상부한 당내 소수파가 됐다. 또 몰락하는 순간까지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재기의 가능성을 스스로 박제한 채 생명 연장을 위한 몸부림만 치다가 정치적 유산도 없이 파산했다. 국회의 탄핵이 있은 지 1년, 세상은 천지개벽했는데 한국당의 변화는 너무도 더뎠다. 한국당 의원들이 성찰해야 할 점이 있다. 그간 뇌사 상태에 빠진 친박계에 호흡기를 달아준 사람은 누구였던가. 다름 아닌 침묵으로 묵인했던 한국당 의원들 자신이다. 사석에서는 친박의 행태에 온갖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정치적 의리와 지역민 정서를 핑계로 문제 삼지 않았다. 혹시 지금 내 손에 피 묻히지 않고 ‘비박당’으로 탈색했다고, 역시 집 나가지 않길 잘했다고 안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주석에게 알현하러 가는 날, 우리는 한미일 자유주의 핵동맹을 맺어서 북중러 사회주의 핵동맹에 대항을 하자는 취지로 일본에 왔다.” 일본을 방문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30여 분간 면담한 뒤 동행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날 때 자신은 아베 총리와 북핵에 대응하는 동맹을 강화한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문 대통령과 동급으로 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 대표는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모든 (대북) 옵션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테이블 위에 ‘예방 전쟁(preventive war)’까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아베 총리는 ‘가정해서 답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미국의 강한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중국인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당한 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을 얼마나 깔보고, 얕잡아 봤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 그런 대접 받으면서 어떻게, 왜 갔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자유한국당 새 원내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대여 투쟁의 강도를 예상할 수 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과 지역구에서 경쟁하는 앙숙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비서진으로 있는 상황을 빗대어 나온 말이다. 원내지도부의 토대가 대여 투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맞춤형 구조’라는 얘기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20대 총선 때 서울 강서을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던 진성준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과 겨뤄 승리했다. 진 비서관은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후임으로 물망에도 오른 적이 있을 만큼 정무수석실의 선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함 의장의 맞수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이다. 경기 시흥갑에서 함 의장이 2012년 19대,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백 비서관을 연이어 눌렀다. 특히 19대 때는 불과 202표 차로 당락이 갈릴 정도로 치열한 승부였다. 김 원내대표와 함 의장은 13일 한병도 정무수석과 상견례를 한 자리에서부터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하면 제가 정치적 희생양이 되더라도 강력하게 정권에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 의장도 “정치 보복에 대해 국민들은 식상해한다. 방향을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내년 6·13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유력 정치인들이 격돌하는 ‘별들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처음 치러지는 내년 재·보선은 규모 면에서 ‘미니 총선’을 방불케 하고 거론되는 후보들의 중량감도 상당하다. 특히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이 재·보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7일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의원직을 던진 서울 노원병과 국민의당 최명길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 2곳이다. 2심에서 의원직 상실 형을 받은 의원 3명을 포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의원도 17명에 이른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게 될 의원을 포함하면 재·보선 지역이 10곳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재·보선에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가 바둑판에 돌을 놓는 것처럼 여야의 지방선거 전략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벗어나 있는 대선 예비주자들은 이번 재·보선을 중앙정치에 진입할 계기로 보고 있다. 다음 대선까지는 4년 정도나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역대 대통령 5명 가운데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인물은 없다.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구는 서울 송파을과 노원병이다. 여야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혈투를 공언한 만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이 지역의 ‘빅 매치’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출마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의원 경험이 없는 안 지사가 대권가도를 위해서는 3선 도지사에 도전하기보다 재·보선을 염두에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안 지사는 “충남도지사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국회로 가라는 얘기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서울시장 3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한국당은 현 여당세가 다소 강한 노원병에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투입하고, ‘강남벨트’로 보수 색채가 있는 송파을에는 참신한 인물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노원병에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송파을에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을 내세워 ‘홍준표 대리전’으로 정면 돌파하는 전략도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잃어버린 의석을 되찾기 위해 ‘필승 전략’을 짜고 있다. 안 대표가 송파을에 직접 등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른정당은 재·보선을 통해 생존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노원병에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송파을에는 박종진 전 앵커를 출마시켜 당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두 보수 야당에서 모두 서울시장이나 재·보선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 탈환이냐, 수성이냐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경쟁에 들어간 부산 지역의 재·보선도 관심거리다. 여권에서는 ‘김영춘-조국’ 투 톱으로 부산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현역 의원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을 부산시장 후보로 차출하고, 김 장관이 출마할 경우 공석이 되는 부산 부산진갑 보궐선거에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내보내는 전략이다. 한국당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의 부산 해운대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홍수영 gaea@donga.com·최고야 기자}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25%로 올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정치권에서는 여진이 이어졌다.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7명에 찬성 133명, 반대 33명, 기권 11명으로 가결됐다. 자유한국당(116명)이 표결을 보이콧한 게 오히려 패착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예산안 처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았지만 법인세법 개정안에선 소속 의원 39명 중 2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전원은 반대(9명) 또는 기권(2명)을 했다. 이번 인상안이 여권의 ‘생색내기 증세’라고 여기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한국당이 바보처럼 헌법기관으로서의 표결 권한을 포기하는 바람에 이상한 법인세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표결 참여로) 법인세법 개정안이 부결됐다면 민주당이 (통과된 안보다 증세 폭이 큰) 정부 원안을 다시 표결에 부치면서 더 나쁜 영향이 올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한국당이 없어서 국민의당 의원 상당수가 부담 없이 ‘제대로 된 법인세 증세를 하라’며 반대표를 던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국당이 있었다면 찬성으로 돌아섰을 전략적 반대라는 얘기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내년도 국회의원의 세비가 5년 만에 인상된다. 5일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는 국회의원 세비 가운데 일반수당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2.6%)만큼 올리는 예산이 반영됐다. ‘셀프 인상’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여야가 이를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국회의원은 현재 1인당 연봉 1억3796만 원을 받는다. 월급으로 따지면 1149만 원 정도다. 세비는 2011년 연 1억2969만 원에서 2012년 1억3796만 원으로 오른 뒤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이유로 올해까지 5년 동안 동결됐다. 의원 세비 가운데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월평균 646만 원)이 2.6% 인상된다. 내년부터 의원들은 월급으로 매달 약 17만 원씩을 더 가져가게 된다. 국회의원 전체로 보면 1년에 6억 원 정도의 예산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달 3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세비 인상을 결정한 직후 원내교섭단체 여야 3당은 ‘밀실 담합’과 ‘셀프 인상’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여야는 예산안 심사에서 의원 세비만 따로 심사하는 과정이 없어 의식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삭감을 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 비교섭단체인 바른정당 소속 의원 11명은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세비 인상을 위한 여야 담합을 문제 삼았다. 유승민 대표는 “바른정당은 예산이 완전히 타결되기 전에 이 문제를 ‘세비 동결’로 바로잡아 달라고 주장해 왔으나 어느 정당 하나 언급하지 않았다. 저희가 이번 예산안에 반대 표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해 20대 국회가 출범하며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은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세비 동결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정진석 의원은 “당론을 1년도 안 돼 뒤집었다. 몰염치한 여야 담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 전에 의원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여야 3당이 인상분을 반납하는 것을 논의해 보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2018년 12월 4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같이 (예산 관련 여야 3당 잠정 합의문에) 서명을 했습니다.” 4일 오후 4시 50분 국회 의원회관 737호실 앞. 오전 10시 반부터 7시간 가까이 닫혀 있던 우 원내대표실의 문이 열리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손에 합의문을 쥔 채 나타났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2일)을 이틀 넘긴 여야가 극적 타결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합의 사항을 듣던 취재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합의 날짜를 올해가 아닌 ‘2018년’으로 잘못 기재한 문안을 우 원내대표가 그대로 읽어 내려간 것이다. 실무자가 작성한 초안의 오타를 검토할 겨를도 없을 만큼 합의에서 발표까지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 국민의당 태도 변화에 한국당 ‘한국당 패싱’ 오전만 해도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법정시한 내 처리가 불발된 뒤 여야는 전날 공식 협상을 멈춘 채 ‘냉각기’를 가졌다. 다만 우 원내대표가 김 원내대표와 여의도 한 호텔에서 따로 조찬 회동을 하는 가운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반으로 예정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여야는 의원회관의 우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협상에 공을 들였다. 점심으로 도시락이 들어가며 ‘마라톤협상’이 이어졌다. 오후 2시 40분경에는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속속 입장해 협상이 ‘2+2+2’ 회동으로 전격 확대됐다. 이때부터 협상장 주변에선 “오늘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여야가 합의문을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50분 뒤 모습을 드러낸 3당 원내대표는 여덟 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다만 정 원내대표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조’로 타협안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여소야대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당 설득에 주력해 왔다. 호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도 국민의당 의견이 적지 않게 반영됐다. 한국당에선 ‘한국당 패싱’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 최저임금, 공무원 증원 등 정부 여당 ‘선방’ 예산안 협상의 발목을 잡았던 핵심 쟁점에선 정부 여당의 주장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 국민의당이 주요 고비마다 여당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은 정부 원안(2조9707억 원)대로 반영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16.4%나 대폭 인상되면서 소상공인 및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예산이다. 2019년 이후엔 정부가 임금을 직접 지원해선 안 된다는 야당의 주장도 사실상 관철시키지 못했다. 공무원 증원 수는 정부 원안인 1만2221명에서 9475명으로 다소 줄었다.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1만 명’을 마지노선으로 고집했으나 국민의당은 9000명을, 한국당은 7000명을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당 타협안으로 수렴된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저는 8자든 9자든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무원 증원 수를) 흥정하듯이 정했는데 정말 부끄러운 숫자”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주장이 관철된 부분은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 시기를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인 9월로 미룬 것이다. 여야 합의문에는 내년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기업에 이를 적용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정부 원안 기준이던 과표 2000억 원 초과 기업보다는 적용 대상이 다소 줄었다. 여야 합의대로 최고세율이 인상되면 올해보다 법인세를 더 내야 하는 기업은 77곳, 추가세수 규모는 2조3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 원내대표는 “법인세가 가장 첨예한 문제인데, 잠정 합의문에는 유보로 돼 있지만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여야는 소득세 인상안에 대해선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과표 5억 원 초과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40%)이 42%로 2%포인트 오른다. 홍수영 gaea@donga.com·장관석 / 세종=박재명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담은 42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결국 법정 처리 시한(2일)을 넘겼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법정 시한 내 새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2월 3일 0시 48분, 오전 3시 57분에 본회의 처리가 되긴 했지만 합의는 전날 이뤄졌다. 국회 수정안을 정리하는 작업 때문에 표결만 자정을 넘긴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여야는 ‘헌법이 정한 처리 시한을 지키자’며 도입한 선진화법의 정신을 3년 만에 내팽개친 뒤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고공 행진하는 지지율을, 야당은 표 대결에 밀리지 않는 의석수를 믿고 ‘치킨게임’을 벌인 것이다. ○ 여야 ‘치킨게임’에 처리 불발 선진화법 시행 이후에는 매년 12월 1일 정부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훌쩍 넘기는 일이 사라졌다. 여대야소 지형에선 정부안으로 표 대결을 하면 야당에 불리한 만큼 야당은 쉽사리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소야대 3당 체제와 맞물리며 돌파구 찾기가 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올해 여야는 법정 시한을 하루 넘긴 3일 “냉각기를 갖자”면서 공식적인 협상도 열지 않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일요일이라도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본회의 공휴일 개의의 건’을 전날 의결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언제든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 모두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 대신 각각 기자간담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장외 여론전을 벌였다. 국회가 첫 ‘시한 내 처리 불발’이라는 오명을 떠안으면서도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은 “결국 지연 책임이 상대방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새 정부 국정운영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국정을 맡긴 저희가 책임지고 해 나가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협상이 늦어지더라도 국민의 지지로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보따리를 풀어주는 것은 여당”이라고 강조했다. 늦어지면 결국 정부 여당이 손해라고 압박한 것이다. ○ 예산안 협상 막판 쟁점은… 예산안 협상 타결의 발목을 잡은 쟁점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공무원 증원(1만2000명) 예산과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 인상을 보전하기 위한 지원 예산이다. 당초 여야가 꼽은 6대 쟁점 가운데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은 이견을 많이 좁힌 상태다. 여야는 정부안의 공무원 증원 숫자를 줄이는 것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감소 폭을 놓고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타협안으로) 한국당은 7000명, 국민의당은 9000명, 민주당은 1만500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1만 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더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을 ‘사람 중심 예산’이라고 천명한 만큼 상징성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금을 보전해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2조9700억 원에 대해선 입장이 더 팽팽하게 대립한다. 한국당은 내년 1년만 한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기업이 부담해야 할 근로자 임금을 세금으로 직접 지원해주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당이 “2019년에는 2018년의 50% 수준인 1조5000억 원으로 지원금을 줄이자”는 타협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 밖에 정부 여당이 ‘핀셋 증세’로 이름 붙인 법인세 인상안도 막판 쟁점이다. 여권의 법인세 인상안은 소득 2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리는 내용이다. 한국당은 과표 200억 원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면 최고세율 소폭 인상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과표구간 신설 없이 최고세율을 2%포인트 올리자는 주장이다. 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박성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보면 이상과 현실에 분명한 괴리가 감지된다. 중요한 것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점이다.” 국가 개혁이라는 과제를 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약 7개월,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1일 한국정책학회(회장 이용모 건국대 교수) 동계학술대회의 ‘새 정부의 정책: 이상과 현실’ 분과 토론에서 나온 지적이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론의 뼈대인 노동과 복지 정책을 평가하며 “정책 의도는 좋지만 정교한 정책 대안이 없고, 중장기적인 정책 목표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촛불집회에는 양극화와 고용불안 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함께 실린 만큼 노동과 복지 정책을 핵심 과제로 삼은 점은 바람직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기에 각 정책의 구체성과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최 교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정부 방침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학교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교, 기간제 교사, 임용시험 준비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비정규직 간 채용 방식, 처우 등이 모두 다른 데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공공선을 실현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앞섰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 해결의 ‘운전대’를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4강(미중일러) 외교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핵 이슈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코리아 패싱’도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에 깊이 연루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어정쩡한 ‘균형외교’와 같은 소극적 자세로는 우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보다 적극적 자세로 미중 양국을 향한 ‘중첩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북핵 문제는 결국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노력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군사행동을 억지하기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올해 1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집단 탈당한 개혁보수 신당파가 새 당명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때다. 대선 주자였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주장이 엇갈렸다. 유 의원은 보수의 본류라는 게 선명한 ‘보수당’에 마음이 있었다. 반면 남 지사는 ‘미래를 위한 전진’ 같은 아예 새로운 그릇을 원했다. 굳이 당명에 보수라는 이념을 명시해 외연을 좁힐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였다. “정말 ‘보수당’으로 하겠다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생각은 지우라”고도 했다. 바른정당이란 당명은 그 타협의 산물이었다. 2월에는 바른정당에 보수 후보 단일화 공방이 벌어졌다. 유 의원의 말이 화근이었다.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보수 후보로 단일화해서 대선을 치러 보자는 게 보수의 대의명분”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남 지사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럼 왜 탈당을 했나. 그 안에 남아서 후보가 되면 되지”라고 몰아붙였다. 바른정당이 창당대회를 치른 직후였기에 마땅한 지적이었다. 유승민 캠프 의원들이 “유 의원이 실수한 게 맞다. 실수를 그렇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느냐”며 남 지사를 원망할 정도였다. 그런 남 지사의 말이 요즘 심상찮다. 열차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치켜세우며 출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대표직을 건 승부수”(10월 24일)라고 평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보복의 길로 가고 있다”(11월 18일)고 한국당의 대여투쟁에 힘을 싣는가 하면, 최근 “보수통합이 우선”이라며 국민의당과 통합을 논의 중인 유 대표를 비판했다. 하나씩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수년 동안 여의도를 취재하며 눈치가 생겼다. 정치인이 차곡차곡 말을 쌓을 땐 이유가 있다. 궤도 변경을 위한 명분 쌓기일 경우가 많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 속에 보수, 진보 양 극단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커졌다. 그만큼 ‘제3지대’의 정치적 공간은 줄어들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 지방선거 무대에 직접 올라야 하는 남 지사의 고민을 모르지 않는다. 그에겐 보수의 성적표가 자신에게 달렸다는 책임감도 남다를 테다. 하지만 돌아보면 한국 정치사에 언제는 진영 논리를 깨는 정치 실험이 쉬웠던가. 한나라당 시절부터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중도 외연 확장’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던 남 지사가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당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는 남 지사에게 그의 언어로 물어야겠다. 남 지사는 연정(聯政)을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로 삼으며 “보수끼리 뭉치고 진보끼리 뭉치는 진영 싸움은 과거 정치”(2월 9일)라고 했다. 또 “이름 바꾸고 3명 징계했다고 다시 한국당과 손잡자고 한다면 도대체 바른정당이 왜 태어났느냐”(2월 28일)고 물었다. “선거에 불리하다고 뭉쳐보자는 것은 명분이 없다”(3월 20일)고도 했다. 남 지사가 그간 외쳐온 ‘진영을 깨는 정치’는 그저 다른 보수 정치인과 차별화하려는 포지셔닝 전략이었는가.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원칙만 고집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핵심 정치 철학을 상황 논리에 쉽사리 내어주는 건 다른 문제다. ‘여의도 언어’의 유통기한이 짧다고 해서 국민이 그 말을 다 잊는 건 아니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
자유한국당은 27일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특수활동비 부정 유용 의혹을 규명하는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하다며 관련 특검법을 발의했다.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의원 3명을 제외한 한국당 소속 의원 113명이 서명했다. 특검 법안은 수사 대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물론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특수활동비 관련 사건을 모두 포함시켰다. 다만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 “특검 요구가 ‘방탄용’으로 비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검찰에 맡기고 나머지(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수용되지는 않았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64)이 24일 오후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사를 받고 풀러난 데 이어 이튿날 새벽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9)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검찰은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이 22일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석방된 것을 포함해 사흘 만에 중요 피의자 3명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적폐청산’ 수사를 바라보는 법원 내부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검찰, 임관빈 석방에 침묵 검찰은 임 전 실장에 대해 법원이 석방 결정을 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눈치다. 임 전 실장에게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 외에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58)에게서 3000만 원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기소 전 보석’ 제도를 적용해 보증금 1000만 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임 전 실장을 풀어줬다. 재판부는 앞서 김 전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석방 이유로 들었다. “사이버사의 활동을 보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 댓글 내용 등은 알지 못했고 지시를 한 일도 없다”는 임 전 실장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사건 관계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다는 점도 석방 결정의 이유가 됐다. 현직이 아닌 전직 공무원인 임 전 실장이 증거를 인멸하기는 어려우며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므로 도망할 가능성도 낮다고 본 것이다. 임 전 실장 석방 결정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할 말이 없다”며 일절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 석방 때 “법원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출입 기자단에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반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법원, ‘적폐청산’ 제동 거나” 롯데홈쇼핑에서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명목으로 3억여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수수 등)로 청구했던 전 전 수석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검찰의 당혹감은 더 커졌다. 전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검찰이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에 대해 처음 청구한 영장이다. 앞서 전 전 수석의 측근 윤모 씨 등이 같은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에 수사팀은 구속영장 발부를 낙관했다. 전 전 수석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도 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전 전 수석의 범행 관여 여부 및 범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원 내부 ‘기류 변화’를 거론하고 있다.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2)는 형사재판 관련 행정업무 총책임자다. 또 법원장을 보좌하며 영장전담 판사를 포함한 형사재판 담당 법관의 인사평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 법관이다. 또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범위가 확대되면서 사실 확인과 법리 검토가 부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김 전 장관 등을 석방하고 전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수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비쳤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는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또다시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자칫 수사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내 소환조사를 목표로 달려온 검찰 수사 일정도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 국민의당-바른정당 “법원 결정 존중” 정치권에서도 임 전 실장 석방과 전 전 수석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검찰의 망나니 칼춤도 끝나가는 시점이 오긴 왔나 보다”라고 적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 잘못은 꼭꼭 감추고 무리한 탄핵으로 집권한 것도 모자라 아예 (보수의) 씨를 말리려는 망나니 칼춤 앞에 우리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태가 조속히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법원을 거칠게 비판했다. 박범계 의원은 신 부장판사를 향해 “이런 성급하고도 독단적인 결정에는 이유가 있을 것. 법리가 아니라 소수의 정치적 공세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법원을 비난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검찰의 반발이나 정치권의 노골적인 사법부 비판은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일로 몹시 유감”이라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윤수·홍수영 기자}
다음 달 치러질 자유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청산을 마무리 짓기 위해 홍준표 대표가 사실상 선거전에 뛰어들고, 친박계가 이에 반발하면서 선거 결과가 곧 ‘홍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에서는 당초 4선의 홍문종 의원과 3선의 김성태 의원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었다. 홍 의원이 강성 친박계를 우군으로 두고 있다면 김 의원은 홍 대표와 바른정당 복당파의 지지를 받아 대립 구도가 명확했다. 먼저 공세에 나선 쪽은 홍 대표다. 홍 대표는 25, 26일 잇달아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과 중도 후보군을 두루 비판했다. 친박에는 “박근혜 사당(私黨) 밑에서 고위 공직하고 당 요직 다 차지하면서 전횡하던 사람들”이라고 했고, 중도 후보에 대해선 “소신 없이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또 “누가 대여 투쟁을 잘할 것인가에 원내대표 선출의 초점이 있어야 한다”며 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을 맡은 김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김 의원은 “대여 투쟁으로 인한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주류였던 친박계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제명 여부를 결정할 의원총회 소집권이 있는 원내사령탑까지 내줄 수 없다며 저항하고 있다. 원내 권력마저 홍 대표와 가까운 김 의원에게 넘길 순 없다는 것이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현 정국에서 대여 투쟁이 중요하긴 하지만 홍 대표와 바른정당 복당파에 대한 당내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 측과 친박계의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제3후보’ 대안론도 나온다. 친박의 부활 시도와 홍 대표의 리더십이 모두 마뜩잖은 의원들이 주축이다. 과거 범(汎)친박으로 분류됐던 60여 명의 초·재선 의원 표심이 최대 변수인 셈이다.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5선의 이주영 의원과 4선의 나경원 유기준 조경태 한선교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이주영 의원은 “당의 화학적 결합이 긴요하다. 보수정당을 살리는 데 역할이 있다면 소극적으로 있지 않겠다”며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15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총 소집을 거론했지만 홍 대표는 이를 다음 달 7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참 다행인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사진)이 23일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석방을 놓고 오락가락 반응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다행이다’라고 했다가 여당 의원 등의 지적에 말을 번복한 것이다. 송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김 전 장관이 석방된 데 대한 소회가 어떠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질의에 “소회라기보다는 참 다행이다”라며 “같은 동료로 같이 근무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과의 인연에 대해 “김 전 장관이 1년 선배”라고 답하기도 했다. 송 장관은 1973년 해군 소위로, 김 전 장관은 1972년 육군 소위로 각각 임관했다. 이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아무리 선배이건 동료이건 (국방부 장관이) 다행이라고 하는 건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송 장관은 “같이 근무하고 생활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국방부가 가서는 안 될 길을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 갔다. ‘다행이다’란 표현은 이를 너무 인간적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고 거듭 따지자 송 장관은 “같은 군인이고, 동시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다행이라는 소회를 말한 것인데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9월에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대해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해서 될 사람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다음 날 “발언이 과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보수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전 정부를 동시다발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면서 보수층이 일부 결집한 효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한국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14%로 나타났다. 1위인 더불어민주당(46%)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여야 주요 5개 정당 가운데 이달 들어 유일하게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당 지지율은 5·9 조기 대선 이후 최고치이다. 정부 여당이 보수정권 9년을 집중 겨냥하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는 적폐청산의 부수 효과가 생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지방선거까지) 지지율 25% 목표치를 세웠는데, 최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보수 궤멸을 막기 위해서”라는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 명분도 여권이 제공한 셈이 됐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9일 페이스북에 “‘승자의 칼이 정적(政敵) 처벌에만 몰두한다’고 패자를 지지했던 국민들 대부분이 느낀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적폐청산이 아니다. ‘정치보복’ 또는 ‘복수의 정치’가 되는 것”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자유한국당 A 의원은 최근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가정보원이 여야 의원에게도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아찔한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을 마친 직후였다. 한 국정원 요원이 “(정부를) 잘 방어해줘서 고맙다”며 500만 원이 담긴 봉투를 건네더라는 것. A 의원은 “당시 거절한 게 천만다행이다. 사정(司正) 광풍 속에선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자 여의도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검찰 수사에 야당 의원이 15명 연루돼 있다”는 얘기가 한국당 내부에서 흘러나오는가 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엔 수개월 묵힌 ‘여당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특히 한국당은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사퇴로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처지가 됐다는 분위기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청와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초청 만찬 때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청와대에서 유일한 화합파인 전 수석을 왜 치느냐. 그러면 결국 우리 의원들한테 (검찰의 칼끝이) 향할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요즘 검찰을 보면 영화 ‘더킹’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선 검사가 정권의 흥망성쇠에 따라 여야의 비리가 담긴 수사 파일을 골라잡는 장면이 나온다. 전 전 수석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의 조직 논리에 따른 ‘여론 무마용’ 카드라는 해석이 나왔다. 변창훈 검사의 자살 이후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커지자 수사를 치고 나갈 동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여야 의원에 대한 국정원 특활비 살포설을 두고선 ‘국정원 작업설’ ‘친박 작업설’ 등 다양한 음모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국회가 대대적인 국정원 예산 손보기에 들어가자 의도적으로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국정원이 작업한 정보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최우열 기자}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깊은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양당 사이에 정말 진지한 협력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방문했다.”(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14일 유승민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실을 찾아가 한 말이다. 첫 회동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양당의 연대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둔 대화들도 오갔다. 안 대표는 공개발언에서 유 대표를 ‘개혁의 파트너’라고 칭했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양당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의 정치적 노선에 대한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은 소회를 꺼내며 “‘이분들이 안보, 경제, 민생, 한국정치 개혁 등에서 바른정당과 생각이 많이 일치하는구나’ ‘앞으로 양당이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 이런 공감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비공개로 약 25분간 대화를 나눴고, 이 중 10분간은 양당 대변인도 내보낸 뒤 독대했다. 유 대표는 ‘호남 지역 몇몇 의원을 배제해야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안 대표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양당이 영호남 지역주의의 늪에 빠져선 안 된다는 취지가 와전됐다는 것이다. 양당 대표 회동은 상견례 성격인 만큼 구체적인 중도-보수 통합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다만 이들은 독대 자리에서 “양당 간 연대나 통합을 위한 창구를 열어두자”며 논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의당 내 비안(비안철수) 측 호남 의원들의 반발 기류가 만만찮다. 21일 국민의당의 끝장토론식 의원총회가 양당 통합 논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유 대표는 전날 대표로 선출된 직후 각 당 대표들을 예방하는 일정을 조율했으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거절했다. 홍 대표는 14일 오전 페이스북에 바른정당을 향해 “잔류 배신자 집단이 입으로만 개혁으로 포장해 국민을 현혹한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예방조차 거부하는 졸렬한 작태를 보고 상당히 실망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최고야 best@donga.com·홍수영 기자}
박근혜 정부의 초대 주일 대사로 있던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보기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4년 6월. 대선 당시 댓글 사건으로 국정원의 개혁 요구가 불거지자 박 전 대통령은 남재준 전 원장을 경질한 뒤 이 전 원장을 소방수로 투입했다. 그러나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 내정에 선뜻 내켜하지 않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노태우 정부 ‘실세’ 의전수석을 거쳐 김영삼 정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 특보와 2차장을 지낸 터라 정보기관의 ‘흑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대선 개입 의혹 및 개인 비리 문제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터였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이란 자리가 결국 자신을 겨누는 칼날이 될 수 있음을 예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국정원장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인사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8개월 만인 이듬해 2월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의 후폭풍으로 인한 개각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 후임으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전 원장은 재임 당시 주변에 무력감을 종종 호소했다. 한 정치권 인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하자 그는 “나도 요즘 대통령을 만날 수가 없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뉴스에서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의 이름을 접할 때면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오명이나마 ‘급’이 높았던 이에게 무슨 얘기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그저 박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였다. 현장을 쫓아다니던 ‘말(末)진’ 기자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다. 그래서 ‘안봉근’의 의미를 쉬이 여겼는지 모르겠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전 대통령이 지역 행사에 들렀을 때다. 안 전 비서관이 한 예비후보를 박 전 대통령 옆으로 쓱 밀어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예비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사진을 얻었고 국회에 무사히 입성했다. 이제는 재선 의원이 됐다. 3인방의 또 다른 인사인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얼굴을 알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을 2004년 천막 당사 시절부터 10년 넘게 취재한 기자들도 대개 그랬다. 베일에 가린 그를 놓고 ‘카더라’ 통신만 난무했다. 이 전 비서관이 2014년 국회 운영위원회에 처음 출석했을 땐 실물을 보자면서 취재진이 회의장에 우르르 몰려가기도 했다. 얼굴은 몰랐지만 시쳇말로 그의 ‘미친 존재감’을 실감한 적은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한 학계 인사가 박근혜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당시 정책 분야를 총괄했던 안종범 의원(구속 기소)을 비롯해 캠프 주요 인사들에게 죄다 수소문했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똑같았다. “인물 리스트를 손에 쥔 이재만이 유일하게 안다.” 이들은 단순한 비서관이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의 폐쇄적인 생활과 맞물려 3인방에게 정보와 권력이 집중됐다. ‘문고리 권력’은 그렇게 실세가 됐고 공직자 위에 군림했다. 박 전 대통령도 논란이 있을 때마다 두터운 신뢰 표시로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1년여간 법망을 피해온 이, 안 전 비서관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두 사람은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고 숨어 지내더니 이번에는 자신들이 단순한 ‘돈 심부름꾼’이라고 주장했다는 전언이다. 국정원 특활비를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박 전 대통령을 ‘방패’ 삼은 셈이다. 사실은 당사자들만 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20년 가까이 손과 발이 돼 왔던 문고리들과 법정에서 ‘진실 게임’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상인심 참 야박하다. 꼭 이, 안 전 비서관의 얘기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의 최대 실력자였던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모습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서 의원은 자신을 제명하려는 홍준표 대표와 ‘녹취록 공방’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서 의원의 부인은 홍 대표의 부인에게 벌레 잡는 ‘에프킬라’를 선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홍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데 대한 앙갚음이다. 최 의원은 홍 대표를 향해 “그만 덮고 가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주군’은 쫓겨났는데 따라나서기는커녕 이쯤에서 끝내자는 게 군색하다. 측근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보인다고 했다. 한때 측근, 실세였던 인사들의 ‘나부터 살고 보자’에 국민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럴수록 박 전 대통령은 더 초라해진다.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