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올리되 과표기준 2000억→3000억 초과로 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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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예산안 타결]여야 3당 잠정합의안 발표

합의문 들고…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이 내년도 예산안 잠정합의안을 발표한 뒤 서명 문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합의문 들고…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이 내년도 예산안 잠정합의안을 발표한 뒤 서명 문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18년 12월 4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같이 (예산 관련 여야 3당 잠정 합의문에) 서명을 했습니다.”

4일 오후 4시 50분 국회 의원회관 737호실 앞. 오전 10시 반부터 7시간 가까이 닫혀 있던 우 원내대표실의 문이 열리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손에 합의문을 쥔 채 나타났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2일)을 이틀 넘긴 여야가 극적 타결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합의 사항을 듣던 취재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합의 날짜를 올해가 아닌 ‘2018년’으로 잘못 기재한 문안을 우 원내대표가 그대로 읽어 내려간 것이다. 실무자가 작성한 초안의 오타를 검토할 겨를도 없을 만큼 합의에서 발표까지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 국민의당 태도 변화에 한국당 ‘한국당 패싱’

오전만 해도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법정시한 내 처리가 불발된 뒤 여야는 전날 공식 협상을 멈춘 채 ‘냉각기’를 가졌다. 다만 우 원내대표가 김 원내대표와 여의도 한 호텔에서 따로 조찬 회동을 하는 가운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반으로 예정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여야는 의원회관의 우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협상에 공을 들였다. 점심으로 도시락이 들어가며 ‘마라톤협상’이 이어졌다. 오후 2시 40분경에는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속속 입장해 협상이 ‘2+2+2’ 회동으로 전격 확대됐다. 이때부터 협상장 주변에선 “오늘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여야가 합의문을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50분 뒤 모습을 드러낸 3당 원내대표는 여덟 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다만 정 원내대표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조’로 타협안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여소야대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당 설득에 주력해 왔다. 호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도 국민의당 의견이 적지 않게 반영됐다. 한국당에선 ‘한국당 패싱’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 최저임금, 공무원 증원 등 정부 여당 ‘선방’

예산안 협상의 발목을 잡았던 핵심 쟁점에선 정부 여당의 주장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 국민의당이 주요 고비마다 여당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은 정부 원안(2조9707억 원)대로 반영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16.4%나 대폭 인상되면서 소상공인 및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예산이다. 2019년 이후엔 정부가 임금을 직접 지원해선 안 된다는 야당의 주장도 사실상 관철시키지 못했다.

공무원 증원 수는 정부 원안인 1만2221명에서 9475명으로 다소 줄었다.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1만 명’을 마지노선으로 고집했으나 국민의당은 9000명을, 한국당은 7000명을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당 타협안으로 수렴된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저는 8자든 9자든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무원 증원 수를) 흥정하듯이 정했는데 정말 부끄러운 숫자”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주장이 관철된 부분은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 시기를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인 9월로 미룬 것이다.

여야 합의문에는 내년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기업에 이를 적용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정부 원안 기준이던 과표 2000억 원 초과 기업보다는 적용 대상이 다소 줄었다. 여야 합의대로 최고세율이 인상되면 올해보다 법인세를 더 내야 하는 기업은 77곳, 추가세수 규모는 2조3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 원내대표는 “법인세가 가장 첨예한 문제인데, 잠정 합의문에는 유보로 돼 있지만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여야는 소득세 인상안에 대해선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과표 5억 원 초과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40%)이 42%로 2%포인트 오른다.

홍수영 gaea@donga.com·장관석 / 세종=박재명 기자
#예산안#법인세율#잠정합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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