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금수저든 흙수저든, 세금은 공평하게 내자.’ OCN 드라마 ‘38사기동대’의 예고편 자막이다. 이 드라마는 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 과장(마동석)과 사기꾼 양정도(서인국)가 합심해 고액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쳐 세금을 받아낸다는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되고 있다. 한정훈 작가는 체납자들의 천태만상을 리얼하게 묘사하기 위해 서울시 38세금징수과를 3개월 동안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모델이 된 38세금징수과의 이름은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현장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리얼한 현실이 있다고 말한다. ○ “니들이 먹고 자고 입고 쓰는 것, 다 나 같은 사람이 너희들한테 동정심으로 베푼 거라고…나 국가에 의무 없어.”(7화) 국세와 지방세 500억 원을 체납한 방필규(김홍파)는 세금을 받으러 온 공무원들 앞에서 뻔뻔한 대사를 내뱉는다. 체납자가 공무원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거나 경비원들이 가택수색을 나온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나온다. 현실의 징수 과정은 더 황당할 때도 있다는 것이 38세금징수과 조조익 과장의 설명. 조 과장은 “체납자 딸이 골프채로 공무원을 때리거나 가스통을 들고 나와 불을 붙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다”며 “체납자가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면 가택 수색보다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동작구청의 자동차세 담당 공무원 A 씨가 체납자가 휘두른 망치에 맞아 갈비뼈 골절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 “2009년도에 동생 마진철 씨 앞으로 재산 돌린 것 보고 왔습니다.”(4화) 극중 마진석(오대환)은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아내와 위장 이혼하고 재산을 가족 명의로 돌려놓는다. 38세금징수과에 따르면 실제 체납자들도 재산을 숨기기 위해 별장의 아궁이 속이나 골프장 클럽하우스 금고, 유령 해외 법인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쓴다. 실제로 서울시 지방세 1억여 원을 체납한 이는 형편이 어렵다고 했지만, 배우자 명의로 임대한 강남 아파트에서 6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며 살고 있었다. 배우자 명의 재산을 직접 압류할 수는 없지만 그의 납부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집을 수색해 공매가 가능한 물품 등을 압류했다는 설명이다.○ “우리 담당 중에 체납액 제일 큰 사람이 누구지?”(1화) 극중 마진석은 국세와 지방세 약 60억 원을 체납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서원시청 백 과장의 첫 징수 ‘타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서원시의 배경이 된 서울시 체납액 1위는 누구일까. 현재 공개된 서울시 지방세 체납액 개인 1위는 조모 씨(83억 원)로 마진석보다 체납액이 더 많다. 국세청이 공개한 국세 체납자 1위는 한보철강 전 대표 정태수 씨로 증여세 등 총 73건 2225억27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극중 방 회장의 국세 체납액 425억 원의 5배가 넘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방송인 김신영(사진)이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을 통해 자신과 닮은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에 대해 언급했다. 김 씨는 12일 방송에서 “동영상 속 여성은 내가 아니다”라며 팬들을 안심시킨 뒤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냐고 웃어넘겼지만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명 이후에도 악의적인 동영상 및 루머가 유포된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이날 방송에서 “저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제가 아니다”라며 “아시다시피 찍을 일이 없다”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김 씨의 소속사는 이 같은 동영상이 최근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대응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마음고생 했을 텐데 유쾌하게 넘겨 역시 김신영이다”, “여자 연예인들은 고충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유포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그런데 정말 ‘크리에이티브’가 창의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 거래요?”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새 국가브랜드 슬로건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발표한 직후 몇몇 외국인에게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자 오히려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뻔하고 지루하다’ ‘대충 만든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외국인은 “한국이 정말 창의적이란 이미지를 주고 싶다면 보다 독창적인 표현을 사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새 국가브랜드는 지금 ‘창조성 부족의 상징’으로 비판의 표적이 됐다. 프랑스 슬로건과 로고를 표절했는지의 논란은 앞으로 따져볼 일이다. 본질은 문체부가 강조한 것처럼 과연 이 새로운 국가브랜드에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제대로 담았느냐이다. 현재 문체부의 대응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로 창의 열정 화합이 도출돼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담은 것”이란 기계적 설명만 반복한다. 여러 나라에서 이미 사용해 전혀 새롭지 않은 인상을 주는 건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대답은 없다. 게다가 한류 스타와 한식,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구태의연하게’ 등장하는 홍보영상에서 누가 창의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 사실 문체부 답변에는 처음부터 해법이 들어 있었다. 지난해 국민으로부터 공모한 3만999건의 아이디어와 ‘한국다움’에 대한 127만 건의 키워드를 보자. 국민들은 창의와 함께 ‘화합’과 ‘열정’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누구라도 ‘창조경제’를 떠올릴 수 있는 ‘Creative’라는 표현만 활용했다. 발표 과정도 마찬가지다. 문체부는 논란이 된 해외 사례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해외 사례를 공개하고 국민과 함께 새로운 의미를 더하려고 했다면 공모전에서 도출된 대한민국의 또 다른 가치, ‘소통을 통한 화합’이 어우러지지 않았을까. 문체부는 지난해 국가브랜드 개발에 예산 28억7000만 원을 들였다. 올해 홍보물 제작과 이벤트 기획, 해외 홍보 예산으로 40억 원이 잡혀 있고 지금까지는 7억 원 가까이 썼다. 총 ‘68억 원짜리’ 국가브랜드는 열린 자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번에 내놓은 국가브랜드는 2001년 ‘다이내믹 코리아’ 이후 1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이제라도 안팎의 의견을 잘 청취해야 ‘정권과 함께 끝날 시한부’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18년 열릴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누가 봐도 뿌듯한 국가브랜드를 세계에 선보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서현 문화부 baltika7@donga.com}

6일 처음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아빠본색’(사진)이 시청률 4.06%(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로 동시간대 종합편성채널 1위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7.02%까지 상승했다. ‘아빠본색’은 밖에서는 당당하지만 자식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아빠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방송인 김구라와 아들 MC그리 동현 부자의 일상과 아토피가 있는 딸 때문에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딸 바보’ 배우 이창훈, 10년째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 김영호의 사연이 공개됐다. 방송에서 보여준 독설가 이미지와는 달리 아빠 김구라의 진솔한 모습과 부모님의 이혼에 대한 아들 동현이의 속 깊은 모습이 그려지면서 방송 직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날 방송은 특히 20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20대 여성 시청률이 1.385%를 기록해 동시간대 방송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20대 여성 시청률(1.327%)보다 높았다. ‘아빠본색’의 이진민 책임 프로듀서는 “아빠들의 사연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과 주부뿐 아니라 동현이 또래인 젊은층의 관심도 함께 높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가 총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새 국가 브랜드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공개 이틀 만에 재탕 논란에 휩싸였다. 문체부는 4일 창의 열정 화합 등 지난해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도출된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를 담은 브랜드라며 ‘Creative Korea’를 공식 발표했다. 문체부는 당장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시작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새 브랜드가 프랑스의 산업 분야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국가 이름 앞에 ‘크리에이티브’라는 수식어가 붙은 점 △빨간색과 파란색을 함께 사용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프랑스는 2015년부터 첨단기술,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캠페인을 펼치며 해당 슬로건을 사용했다. 앞서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당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이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광고, 건축, 미술 등 창조적 산업을 중점 지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는 “‘크리에이티브’는 영국에서 가장 먼저 사용했으며, 어느 국가나 다 내세울 정도로 차별적인 요소가 없는 표현을 국가 브랜드로 사용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박영국 문화예술정책실장은 “프랑스와 영국, 미국,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 사례도 검토했지만 해외 사례는 특정 정책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전통과 현재, 미래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인 국가 브랜드와는 그 위상과 적용 범위가 달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충분히 검토했다면 4일 브리핑 자료 등에 이를 밝히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 중요한 해외 사례 등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처럼 똑같은 표현이 존재할 때는 당연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가 브랜드 개발에 소요된 기간과 예산을 고려할 때 더욱 창의적인 표현을 개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월 국가브랜드추진단을 구성한 문체부는 올 상반기까지 로고 디자인 비용 2060만 원을 포함해 슬로건 디자인에 2억7000만 원, 문헌 연구와 대국민 공모전 개최 및 홍보 영상 제작·방영에 약 26억 원 등 35억 원을 사용했다. 정작 널리 쓰일 로고와 슬로건 디자인 예산이 적어 ‘배보다 배꼽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추진단장에 김종덕 장관의 홍익대 시각디자인전공 동료 교수인 장동련 교수가 선정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김 장관 취임 후 홍익대 출신 인사들이 약진한 것과 같은 배경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 실장은 “장 교수가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그래픽디자인협의회 회장을 지내는 등 디자인과 브랜드 분야 권위자여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크리에이티브’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연상시키는 단어여서 정권이 바뀌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01년 김대중(DJ) 정부 때 국가 브랜드로 정해졌던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사실상 폐기됐다. 문체부가 국가 브랜드와 함께 공개한 홍보 동영상의 소재 역시 ‘창의성’을 강조한 국가 브랜드에 맞지 않게 진부하다는 비판도 있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부경희 교수는 “다른 국가에서 사용한 ‘크리에이티브’라는 표현을 쓰려면 그 내용은 한 단계 발전시켜 새롭게 보여야 한다”며 “홍보 동영상을 보면 ‘크리에이티브’에 걸맞지 않게 매우 전형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유근형 기자}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창조적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브랜드의 슬로건으로 ‘Creative Korea’를 4일 발표했다. 국가브랜드는 한 나라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대외적 국가 이미지를 말한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Creative Korea는 우리나라 국민의 유전자(DNA)에 내재된 창의의 가치를 재발견해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발표된 국가브랜드 로고는 태극기의 빨간색과 파란색을 모티브로 제작됐으며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卦)의 모양을 본뜬 두 개의 세로선을 양 끝에 배치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재확인하자는 취지에서 국가브랜드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5월과 9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2차례 공모전을 통해 ‘한국다움’에 대한 키워드 127만 건을 접수해 빅데이터 분석과 문헌 조사를 거친 결과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로 △창의 △열정 △화합이 도출됐다. 2001년 발표된 국가브랜드 ‘Dynamic Korea(다이내믹 코리아)’는 의도한 ‘역동적’이란 의미와 달리 남북 분단 상황과 연계돼 부정적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많았고 2009년 사실상 폐기됐다. 문체부는 이번 국가브랜드를 국내외 주요 매체와 공항 및 역 등을 통해 소개하고 올해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이 브랜드를 사용할 계획이다. 한편 새 국가브랜드와 관련해 Creative Korea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보다 정교한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와 혼동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영어강사인 조너선 오하욘 씨(33·캐나다)는 “두 단어의 첫 음절이 C와 K로 어울리는 것은 훌륭하지만 ‘한국이 왜 크리에이티브한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집 근처 재래시장을 지날 때 폐업을 앞둔 속옷 가게에서 재고떨이가 한창이었다. 아무런 장식도, 색깔도 없는 여성용 면 팬티가 다섯 장에 5000원. 시장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속옷 더미 앞에는 ‘엄마용 빤스 세일 중’이라는 색도화지가 붙어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은 애초부터 예쁘게 치장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시장통에 박제된 것 같아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두고두고 마음이 쓰였던 기억이 있다. 7월 2일 종영한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엄마의 빤스’ 같은 애틋함이 녹아 있는 드라마다. ‘중년’ 또는 ‘꼰대’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진 우리네 엄마 아빠의 인생이 시장에 펼쳐진 무채색 속옷처럼 수수하게 그려졌을 뿐인데 마지막 회 시청률 7.1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케이블채널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네이버 TV캐스트에서는 관련 동영상 클립이 1500만 번 이상 재생됐다. ‘시니어벤저스’로 불리는 쟁쟁한 중견 배우들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출생의 비밀과 재벌, 아이돌 출연진으로 무장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이 드라마가 공감을 이끌어 낸 비결은 ‘이해의 마법’에 있다. 전쟁-산업화를 겪은 세대와 유례없는 학업-취업 경쟁에 내몰린 세대의 갈등은 세대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인생은 부모와 자식 간의 전쟁’이라는 대사처럼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삶을 차분히 이해할 여유조차 없이 악다구니만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화자인 완이(고현정)는 엄마(고두심)와의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엄마의 이야기로 소설을 쓰기로 한다. 어렵지만 엄마에 대한 이해로 갈등을 극복하고 남은 인생을 웃으며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암에 걸리고 나서야 딸과 엄마는 친구가 된다. 예순이 넘어 연하남과 ‘썸’을 타는 엄마에게 “그 남자랑 잤어?”라며 깔깔거리며 웃는 딸. 암에 걸린 엄마는 “아이구, 딸년이라고 에미한테 ‘남자랑 잤냐’가 뭐야”라며 질색하면서도 친구처럼 들이대는 딸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이가 엄마와 엄마의 친구들을 ‘친구’로 바라봤듯, ‘디어 마이 프렌즈’는 누구나 겪게 될 시간을 먼저 겪은 세대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서로에게 손을 내밀 기회를 줬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지금 내 나이의 엄마를 만난다면’이라는 글이 화제다. 결코 만날 수 없는, 자신과 동갑인 나이의 엄마를 만난다면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로 전하는 이 글은 여성 회원이 많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터넷상에서 번지고 있다. ‘아빠와는 절대 결혼하지 말라’거나 ‘공부를 다시 해서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라는 댓글 속에서 ‘나이를 먹어서야 비로소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는 고백들이 눈길을 끈다. ‘엄마 장하다. 나는 서른이 넘어서도 견디기 힘든 것들을 엄마는 어떻게 다 견뎠어.’ 인생의 고비를 몇 번 넘긴 다음에야 ‘꼰대’나 ‘개저씨’, ‘개줌마’로 규정된 세대가 왜 그렇게 고단하고 치열했어야만 했는지, 때로 왜 그렇게 염치가 없었고 예의를 차릴 여유조차 없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드라마는 끝났지만 세대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하고 이해해야 한다. 부모 세대가 짊어진 짐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우리 세대의 숙제는 무엇인지, 한 세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마침내 서로 이해하고 의지할 때 어떤 마법이 일어나는지. 이서현 문화부 기자 baltika7@donga.com}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의 ‘셧업(Shut Up)’이 1일 음원 공개 직후 7개 음원차트 순위권에 올랐다. 민효린, 제시, 라미란, 티파니, 홍진경, 김숙으로 구성된 언니쓰는 1일 오후 5시 방송된 KBS 2TV ‘뮤직뱅크’를 통해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음원은 이날 공개 직후 멜론, 지니, 네이버뮤직 등 총 7개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전통적인 음원 강자인 Mnet ‘쇼미더머니5’의 음원 공개 이후 2, 3위로 하락하긴 했지만 1∼3일 주말 음원 차트 톱5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니쓰는 ‘언니들의 슬램덩크’ 출연진이 결성한 프로젝트 걸그룹이다. 출연진이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이 예능에서 민효린은 오래전 꿈인 ‘걸그룹 데뷔’를 털어놨다. ‘셧업’은 박진영과 유건형이 작곡, 박진영이 작사한 곡으로 나쁜 남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강한 여성상을 표현했다. ‘셧업’의 선전에 대해 여성 누리꾼들은 “기싸움보다 멤버들끼리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최고령 걸그룹이지만 계속 차트를 석권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당시 대통령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현 KBS방송문화연구소 근무)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는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파일을 공개한 뒤 “당시 청와대가 KBS 보도에 직접 개입한 증거”라며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파일은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오후 9∼10시경 두 사람이 통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개된 분량은 각각 7분 24초와 4분 29초. 이 홍보수석은 “지금 이런 시점에서 정부와 해경을 두들겨 패서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겠냐”며 KBS의 해경 비판 논조에 대한 불만을 나타났다. 특히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다”며 “너무 어렵다. 한 번만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 홍보수석은 또 “(KBS 보도가) 과장이 심하다. 앞으로 정부를 비난할 시간이 있을 테니 지금 며칠만 기다려 달라”, “(보도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해주든지 아니면 한 번만 다시 찍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은 김 전 국장 측이 언론노조 등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언 전 KBS 이사는 “김 전 국장의 허락을 받아 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김 국장은 세월호 희생자를 교통사고 피해자에 비유해 논란을 불렀으며 이후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의 뜻이라며 (내게) 사표를 종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편 KBS 관계자는 “녹취록은 양자간에 벌어진 일이라 회사 차원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파일 공개 논란은) 이유를 막론하고 내 불찰”이라며 “해경이 주축이 돼 한 생명이라도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선(先)구조 후(後)조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는데 지금 와서 보니 지나쳤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김 전 국장과는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격식 없이 통화하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이서현·강경석 기자}

《뮤지컬 ‘모차르트’는 한국 뮤지컬 관객들 사이에 두꺼운 마니아 층을 거느린 작품이다. 2010년 초연 이후 원작의 힘과 캐릭터의 매력이 더해져 재공연을 거듭하면서 작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했다. 올해 재공연을 앞두고 제작사 EMK는 일본 연출가 고이케 슈이치로(小池修一郞)를 택해 새로운 연출로 승부수를 던졌다. 음악을 빼면 완전히 바뀐, 새로운 ‘모차르트’에 대해 e메일을 통해 고이케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은 6월 10일∼8월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4만 원. 1577-6478》 Q. 기존 모차르트는 한국에서 흥행작으로 성공한 작품입니다. 새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로 연출에 있어 많은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 버전은 제가 2002년에 새롭게 해석한 내용에 한국에서 인기 있는 넘버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을 추가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빈과 함부르크에서만 상연된 상태라 그 두 버전의 대본을 토대로 저 나름의 해석을 더하고 곡의 순서, 즉 스토리의 전후 순서를 변경했죠. 재능의 화신인 ‘아마데’의 존재 의미를 명확히 하고, 스토리를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각 역할들이 마지막으로 모차르트와 얽힐 때,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를 명확히 하고 싶었습니다.” Q. 구체적으로 변화를 준 장면들은 어떤 부분입니까. “이번 공연 무대미술은 대형 가변식 계단과 에이프런 스테이지로 이루어진, 스케일이 느껴지는 무대입니다. 공연 마지막 부분 크레인을 가동해 이 스테이지(관객석으로 뻗은 무대 앞쪽) 앞쪽으로 나가는 장면에 큰 변화를 줬습니다. 이는 일본 공연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Q. 이번 연출에 대한 언론과 관객의 평이 좋습니다.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어떻습니까. “한국에서 ‘모차르트’에 대한 평가는 주연을 맡은 배우의 카리스마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볼프강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보여줬습니다. 세 명의 아마데 아역들도 각자의 감수성으로 예리한 표현력을 보여줬습니다. 제 마음이 배우들과 통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주연 배우들과는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것일 텐데 주연 배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지훈 전동석 규현 씨 모두 개성이 있습니다. 이지훈 씨는 연기 중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하기 때문에 아주 설득력 있는 인물을 만들어 주고, 전동석 씨는 천진난만하고 구김살이 없어요. 그만큼 작품의 후반부로 갔을 때 비극성을 크게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규현 씨는 신비로움을 겸비한 볼프강을 표현해줘서 매력적입니다. 노래도 지훈 씨는 섬세하고, 동석 씨는 스케일이 있고, 규현 씨는 신비로움 즉, ‘의외성’을 표현하는 매력이 있어요. 아무리 보고 들어도 질리지 않아요. 관객 여러분도 꼭 세 명의 볼프강을 비교하면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Q. 유럽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일본 공연 버전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합니다.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모든 배우가 함께 ‘내 운명 피하고 싶어’(일본판 제목 ‘그림자를 벗어나서’)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배우들과 함께 관객분들이 자신의 ‘인생의 그림자’가 무엇인지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7월엔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올해로 스무 살 성년이 되는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다음 달 6∼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CGV명동역 등에서 팬들을 찾는다. 또 다음 달 27일부턴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2030 만화의 미래’를 주제로 닷새간 축제 마당을 벌인다. 두 행사 모두 1월 3일 별세한 만화가 이상무 씨(1946∼2016)를 회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씨는 ‘독고탁’ 캐릭터로 1970, 80년대를 대표하는 만화가. SICAF는 이 씨 추모전과 그의 작품을 돌아보는 ‘스크리닝 토크’를 준비했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개막식에서 만화에 대한 애정을 담은 가수 전인권의 신곡(가제 ‘만화 만세’)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이 노래에 맞춰 이 씨의 작품 영상을 상영한다. SICAF 해외 거장 초대전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인 온리 콤판 씨(33)가 온다. 콤판 씨는 ‘히어로’인 충무공에게 매료돼 명량해전을 다룬 단행본 만화 ‘이순신: 폴른 어벤저’를 펴낸다. 이번 작품은 10월 열리는 미국 코믹콘에 처음 공개할 예정인데 한국 팬을 위해 4월 28일 일부를 유튜브에 선보였다. 콤판 씨는 2009년부터 충무공을 다룬 만화를 발매했으며 미국에서 5만 권 넘게 판매됐다. SICAF는 만화가 김진 씨(36)의 ‘바람의 나라’ 원화 및 영상 전시회와 김 씨의 사인회를 마련했다. 김 씨의 ‘바람의 나라’는 1992년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뮤지컬, 드라마, 온라인 게임 등으로 만들어졌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특별전인 ‘만화의 미래, 2030년의 만화’에서 한국과 프랑스 만화작가 22명이 만화의 미래에 대해 상상력을 펼쳐 창작한 단편 원고를 전시하고, 이후 과학자들의 코멘트를 넣어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만화의 미래전에는 이충호, 하일권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이 참여한다. 지난해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한 윤태호 씨의 ‘윤태호 특별전-삶의 고고학’을 준비했다. 이 특별전에는 ‘비상착륙’ ‘야후’ 등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신작 ‘미생’까지 작품 흐름을 볼 수 있으며 작품별 명장면, 명대사, 주요 작품의 제작 후기도 엿볼 수 있다. 홈페이지 SICAF(),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아빠들의 육아’ 트렌드를 이끌었던 KBS2 주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시청률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했다. 27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슈퍼맨이…’의 26일 방송분 시청률은 9.9%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4년 6월 22일 9.1%를 기록한 이후 24개월 만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MBC ‘아빠! 어디가?’, SBS ‘오 마이 베이비’와 함께 육아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던 대표 프로그램이다. 추성훈·사랑 부녀와 송일국·삼둥이(대한, 민국, 만세) 부자가 화제를 끌며 한때 시청률이 20%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동시간대 MBC 프로그램 ‘복면가왕’이 부상하고, 추사랑과 삼둥이가 올해 초 하차하면서 화제성도 떨어졌다. 제작진은 아빠들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공동육아구역’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아직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아빠 육아 예능의 신선함이 사라져 포맷 자체의 인기가 떨어진 것” “새로 합류한 양동근, 오지호, 인교진의 아이들이 육아 예능에 출연하기엔 너무 어리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국 ‘가디언’이 시도하는 수익 모델은 독특하다. 많은 언론사들이 광고의 다각화와 기사의 유료화 등을 고민하고 있을 때 가디언은 ‘멤버십’을 내세워 독자들에게 특별한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디언 멤버십 프로그램 매니저인 그레이엄 페이지 씨는 5월 25일 영국 런던 가디언 본사를 방문한 기자들에게 “가디언 멤버십 제도는 2014년 전통적인 미디어에 대한 독자의 충성도가 점차 줄어든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다른 매체들이 온라인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전략을 취한 것과 달리 가디언은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고품질의 강연과 토론회 등 행사의 독점적인 ‘멤버십’으로 끌어들인 것. 각종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이 가디언이라는 브랜드를 더욱 친숙하게 느끼고 뉴스와 관련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느끼게 하자는 취지다. 멤버십을 통해 상세한 독자 데이터도 구축할 수 있다. 가디언의 멤버십은 △가디언의 라이브 이벤트 티켓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렌드’(무료)와 △이벤트 참여 기회와 기념품을 증정하는 ‘서포터’(월 5파운드) △무료 이벤트 티켓 및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파트너’(월 15파운드) △독점 이벤트에 초청받을 수 있는 ‘후원자’(월 60파운드)로 구분된다. 올해 1분기 까지 약 9만 명의 멤버십을 유치했다. 가디언 멤버십 제도의 핵심인 이벤트는 주제와 규모, 이벤트가 열리는 지역을 다양화해 독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특종 기자와 현안에 대해 직접 토론을 하거나 유명 인사를 패널로 섭외해 사회·정치적 쟁점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 올해 3월 브렉시트(Brexit)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는 참가 요청이 쇄도해 장소를 더 넓은 곳으로 변경했다. 이벤트 주제도 미술, 요리, 스포츠, 문학 등 다양하다. 노팅엄, 맨체스터 등 영국 각지에서 주 2,3회 지역 이벤트도 주최하는데 행사 평균 참여율은 85%에 이른다. 페이지 씨는 “멤버십에 가입한 독자는 전체 가디언 독자 중 일부분이지만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멤버십을 통한 수익 증대도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현상유지가 아닌 이기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얼 윌킨슨 사무총장은 5월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6년 INMA 총회에서 40여 개국 미디어기업 관계자 500여 명에게 미디어 기업의 성공전략으로 ‘이기는 전략’을 강조했다. 전통 미디어 산업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현상유지는 결국 도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INMA 총회는 세계 주요 언론사의 기자, 마케터, 전략 담당자 등이 모여 미디어 시장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윌킨슨 사무총장은 ‘자동차 비즈니스’에서 ‘모빌리티 비즈니스’로 방향을 바꾼 미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 GM의 사례를 들며, 미디어 기업의 ‘변신’을 주문했다.●“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라” 22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INMA 총회에서 전 세계 미디어 기업 관계자들은 비즈니스 성공사례들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최근 미디어 기업들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른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 분야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미디어 기업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콘텐츠에 기업의 브랜드를 얹히는 새로운 형태의 홍보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드는 별도 조직인 ‘T 브랜드 스튜디오’를 2014년 출범시켰다. 처음에는 광고주가 5개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GE, 필립스 등 100여 개 광고주로 급성장했다. 세바스찬 토미치 뉴욕타임즈 광고 및 혁신 담당자는 “브랜디드 콘텐츠 매출이 매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많은 언론사들이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새로 마련하면서 이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랩 역시 시스코, 비자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모바일 중심 캠페인을 진행하며 브랜디드 콘텐츠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가디언 전체 매출의 10%가 브랜디드 콘텐츠 매출이다. 특화된 콘텐츠로 유료화 모델을 성공시킨 사례도 소개됐다. 테크놀러지 관련 심층 뉴스를 돈을 받고 뉴스레터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거나,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동영상을 유료 회원들에게만 먼저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 관심을 받았다. 독일 일간지 ‘빌트(Bild)’의 프리미엄 유료화 서비스를 성공시킨 토비아스 헤닝 씨는 “독자들은 콘텐츠가 좋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두려운 5인방(scary 5)을 넘어라” 이번 총회에서는 미디어 기업을 향한 구글의 ‘구애’가 눈길을 끌었다. 구글은 회의장 앞 로비에 가장 큰 규모의 홍보 부스를 설치했다. 총회 사전 세미나로 검색, 지도, 유튜브 서비스를 이용한 다양한 보도 사례도 선보였다. 미디어 기업들의 최적 협력 파트너가 자신들이란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스냅챗 등은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디어 기업들과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고 이미 미디어 산업의 주요 ‘행위자’로 자리잡았다. 이번 총회에서 이들 5개 기업을 ‘두려운 5인방(scary 5)’으로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신생 매체 ‘복스 미디어(Vox Media)’는 미디어 기업이 두려운 5인방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복스 미디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 다양한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로 유명하다.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플랫폼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복스 미디어’ 브랜드 콘텐츠를 찾도록 한 것이다. 조나단 헌트 부사장은 “지금 시대에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브랜드”라며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통해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낸다면 소비자들은 플랫폼이 아닌 브랜드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공의 답은 독자에게 있다” 세계 미디어 기업들은 독자의 관심사와 콘텐츠 소비 패턴, 뉴스 소비 시간 등 가능한 모든 정보를 동원해 독자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ophan’이라는 사내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독자의 유입 경로와 관심사, 댓글 등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지역 기반의 뉴스를 발굴하고 독자와의 인터랙티브 뉴스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한다. 경찰에게 살해당한 미국 내 희생자 데이터를 축적하는 ‘더 카운티드(the counted)’는 독자들과 가디언이 함께 만든 보도의 대표 사례다. 런던=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한때 함께 근무했던 회사 상사를 1년 만에 길에서 마주친 직장인 김모 씨(30·여). 반가운 마음에 “안녕하세요, 부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라고 인사하자마자 “너 근데 임신 안 하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는 “보자마자 임신 얘기부터 하는 통에 난감했다”며 “아이를 갖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직장에서는 혼기가 찬 여직원에게 “결혼은 언제 하느냐”고 묻는 선배 직원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대개 이런 질문을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사생활 침해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생활 관련 질문이 특정 개인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직장 내에서 넘어서는 안 될 선(線)을 스스로 정하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에 있는 연매출 2000억 원대 정보기술(IT) 중견기업 A사. 이 회사 직원 10여 명에게 직장 내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를 물어봤다. 직장에서 이뤄지는 ‘사생활 추궁’은 결혼과 출산뿐 아니라 자녀의 학교 성적, 재산 등 인생 전반에 걸쳐 다양했다. 사내 연애를 하다 2년 전 여자친구가 퇴사한 직원 정모 씨(33)는 사내 인사를 만나는 게 고역이다. 그는 “지나갈 때마다 큰 소리로 ‘여자친구하고 잘 지내냐’는 질문을 하는 상사가 많다”며 “모든 직원에게 ‘헤어졌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만 생각하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는 회식 때마다 직원의 연애 사실을 전체 직원에게 공개하는 상사 때문에 연애를 시작해도 회사 동료에게 알리지 않는 ‘전통’을 가진 부서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부부의 출산 문제는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아들을 낳고 6개월 전 복직한 주모 씨(33)는 “6개월 동안 ‘둘째는 언제 낳느냐’는 질문을 시어머니보다 지금 부서장에게서 더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간부가 돼도 고민은 여전하다. 중간 관리자인 임모 씨(45)는 최근 회사 선배와의 대화 도중 “어디 사느냐”는 질문을 받고 “경기 ○○시에 산다”고 답했다. 그는 즉시 “왜 하필 집값이 떨어지는 곳에 사느냐”는 타박과 함께 한참 동안 ‘재테크 강좌’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직원은 “살던 집을 월세 주고 이사를 갔는데 월세 수입이 얼마인지 묻는 직장 상사도 있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런 사생활 침해는 비단 A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과거 가족 중심의 공동체에서 이미 개인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직장문화가 이를 따라잡지 못해 나타나는 일종의 ‘문화지체(文化遲滯)’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상사들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래 직원들에게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불임이나 이혼 등 밝히기 어려운 개인의 사정도 많은 만큼 회사 내의 ‘프라이버시 에티켓’을 공공장소에서 기초질서를 지키는 것처럼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이서현 기자우리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change2015@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사례나 사진, 동영상을 보내주시면 본보 지면과 동아닷컴에 소개하겠습니다.}

“지상파 방송이 한류 콘텐츠 제작의 중심이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광고제도 완화가 필요하다.” 올해 8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과연 그럴까. 방통위가 지상파에 광고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지상파는 콘텐츠 제작비를 늘리지 않을 것이며 광고 증가 효과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류 콘텐츠 핵심은 ‘외주제작사’ 30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방송 시장의 진단과 규제 기관의 역할’ 세미나에서 발제에 나선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지상파는 2000년대 초 제작비를 대폭 줄인 이후 연평균 제작비 증가율이 2.5%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에 광고를 몰아줘도 제작비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지상파에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969억∼2750억 원까지 광고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 연구원은 “지상파가 한류 확산에 기여한 건 맞지만 수출된 방송프로그램 대부분은 드라마이며 드라마 대부분은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는 1990년대 드라마 제작비의 120%를 지출했지만 현재는 50% 정도만 지원한다”며 “떨어진 시청률과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을 높이려면 광고 확대에 앞서 제작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상파 방송사의 비용 구성을 외국과 비교하면 인건비와 관리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경영효율화를 본격화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지상파의 광고 매출이 줄고 있지만 임시 조치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방송사의 광고 외 주문형비디오(VOD) 등 프로그램 판매 전체 매출액 7444억 원 중 지상파 매출은 5385억 원에 달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토론에서 “지상파는 원가나 비용 면에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광고 규제 개혁은) 지상파 외에 유료방송, 플랫폼까지 포함된 미디어 생태계 전체의 문제인 만큼 종합적인 미디어 정책의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방통위가 너무 즉각적으로 대응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문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광고총량제 시행에 따른 시장 영향이 방통위 예측과 사업자 예상이 다른 것 같다”며 “미방위는 이 부분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유료방송이 콘텐츠 다양화와 한류 제2 거점” 콘텐츠 다양화를 주도하는 유료방송이 한류의 제2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료방송 콘텐츠의 다양성과 수용자’ 발제를 통해 “종합편성채널 등 경쟁력 있는 유료방송의 등장으로 제작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2012년 유료방송채널 제작비가 지상파를 추월해 콘텐츠 성장을 견인하고 있어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현재 유료방송 채널사업자(PP)들은 평균 자본금이 40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하다. 매출액 100억 원 미만 채널이 63%에 이른다. 정인숙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는 “방통위 안은 사업자 간 이해 갈등과 시청자의 권익보호 측면 중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또 지상파와 유료방송에 동일 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이서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공정성 평가지표를 자체 개발하겠다고 나서면서 ‘방송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 대상인 정부가 보도의 공정성을 직접 판단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4일 발표한 3기 방통위 정책과제에서 앞으로 방송평가를 할 때 공정성 관련 평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행 방송평가에서 공정성과 관련된 심의제재 감점을 더욱 높이는 한편 별도의 공정성 평가 체계를 만들어 방송평가에 추가로 포함시킬 계획이다. 우선 이중규제라는 반발이 나온다. 방통위는 2000년부터 방송사를 대상으로 매년 방송평가를 실시해 왔다.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과 편성, 방송사 운영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방송사업의 재허가 및 재승인 때 반영해 왔다. 현행 방송평가에서도 공정성 항목(심의 관련 규정 준수 여부)은 중요한 평가요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보도 등 각종 프로그램을 심의해 그 결과에 따라 점수를 배정한다. 이런 심의제재 관련 점수 비중은 지상파의 경우 방송평가 총점의 10%에 달하고 종편과 보도채널에는 더욱 높아 각각 총점의 12.1%, 14%에 이른다. 그런데도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방송평가위원장)은 이날 “방심위와 별도로 공정성 평가지표를 개발해 따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행 방송 공정성 평가도 이미 여러 차례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심위가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내린 제재 조치 가운데 올해에만 세 차례나 법원에서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시사프로그램의 주요 역할인 정부 비판이나 합리적 의혹 제기를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방심위의 제재 조치 남발에 제동을 걸었다. 근본적으로는 언론의 공정성을 정부가 직접 판단한다는 발상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정성 평가 강화는 정부가 각 언론사의 보도에 더욱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소리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는 연구기관이나 시청자단체 등 비정부기구에서 하는 게 보편적이다. 여야 추천으로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는 합의제 조직인 방통위가 제대로 된 평가지표를 만들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큰 논란이 불가피하다. 기준을 만들어도 실효성 있는 평가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방통위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방송 준칙과 방송심의 규정을 정비하고, 각 방송사가 구체적인 재난보도 지침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난방송과 관련해 오보와 선정적 보도에 대해서는 방송평가에 반영되는 감점을 높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방침이 재난 상황에서 빠르게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방송사의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남윤서 baron@donga.com·이서현 기자}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혜경 씨(52·여)와 김필배 씨(76)에게 29일까지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25일 통보했다. 또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와 딸 2명에게도 같은 날까지 귀국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이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이들은 계열사 경영과 깊숙이 관련된 핵심 인물로, 유 전 회장이 사실상 이들 기업의 소유주이자 실제 경영인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의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정점으로 계열사들의 지분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유 전 회장 일가가 교묘하게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설계자’로 김필배 씨를 지목하고 있다. 유 전 회장과 비슷한 연배인 김 씨는 2003년 다판다, 문진미디어 등 계열사 이사로 처음 등재된 이후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맡는 등 10년 넘게 경영 전반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은 유 전 회장이 세모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공식적으로 계열사의 경영에서 손을 뗀 시기였다. 김 씨는 지난달 17일 측근들 사이의 내부 갈등으로 모든 이사직에서 사임했으며 수사 착수 직전 출국했다. 지난해 초 해외로 나간 김혜경 씨는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3대 주주(6.29%)이자 핵심 계열사인 다판다의 2대 주주(24.4%)로 등재돼 있다. 김 씨는 유 전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차남 혁기 씨는 유 전 회장의 경영 및 신앙의 후계자로 알려져 있다. 혁기 씨는 형 대균 씨와 함께 아이원아이홀딩스 최대주주이자 계열사 문진미디어 공동대표로 등재돼 있다. 혁기 씨는 2003년 10월 뉴욕 맨해튼 허드슨 강변 고급 아파트를 약 20억 원에 매입하고 2007년 8월에는 미국 뉴욕 시 근교에 40억 원대 저택을 매입하는 등 해외에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벤틀리 랜드로버 캐딜락 등 고급 자동차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측근인 두 김 씨와 자녀들 명의로 재산을 넘겨놓고 사실상 그룹을 경영했다고 보고 이들이 귀국하는 대로 관련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인천=이서현 baltika7@donga.com / 조건희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30여 개 계열사의 이름 대부분을 작명하는 데 관여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회사의 직원들도 “세모그룹은 유 전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2003년 세모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계열사 주식을 단 1주도 실명으로 갖고 있지 않다. 본보 취재팀이 세모그룹 계열사 법인 등기부등본을 대조한 결과 유 전 회장은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에 아들 2명을 지배주주로, 최측근 7명을 이사와 감사로 내세워 지배구조를 공고히 했다. 최측근 7명은 유 전 회장과 세모그룹을 일으킨 동업자 또는 지인들이다. 고창환 세모그룹 대표는 오대양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하던 1991년 당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고 대표의 동서 이모 씨는 당시 피의자들에게 자수를 권유하면서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대기도 했다. 송국빈 다판다 대표는 삼우트레이딩 직원으로 일하던 1981년 당시 사장인 유 전 회장과 함께 청와대에 모범 노사관계 사례자로 초청돼 전두환 전 대통령과 오찬을 했다. 아이원아이홀딩스 3대 주주(6.29%)이자 다판다 2대 주주(24.4%)인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는 유 전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알려졌다.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천해지 대표이사에 등재된 변기춘 대표는 유 전 회장과 막역한 친구의 아들이자,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의 친구다. 올해 3월 아이원아이홀딩스, 문진미디어, 다판다의 대표직을 그만 둔 김필배 전 대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세모그룹 내에서 김 전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손발이 돼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키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다. 핵심 측근뿐만 아니라 두 아들과 두 딸의 주식취득 경위와 증여세 포탈 여부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조각가로 알려진 장남 대균 씨는 서울 강남에서 골동품이 전시된 고급 카페와 수입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혁기 씨는 유 전 회장의 경영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씨의 두 딸도 ‘모래알 디자인’이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녀와 최측근 명의로 ‘막후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고, 유 전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혁기 씨가 미국에 머물고 있고 세월호 참사 직후 김혜경 대표와 김필배 전 대표가 해외로 출국한 상태여서 검찰은 이 3명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동진 shine@donga.com·이서현·조건희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사실상 지배하는 핵심 계열사들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파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또 회사 경영의 핵심 인물이자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혜경 씨(52)와 김필배 씨(76)는 21일 유 전 회장 등 회사 관계자 30여 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 전 회장 측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핵심 수사 대상 인물을 도피시켰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전날 검찰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의 자택 등 거주지 3곳과 청해진해운, 다판다를 비롯한 계열사 12곳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지만 몇몇 회사와 단체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들이 지워진 것을 발견했다. 일부 회사에선 전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포맷돼 있었다. 해외로 출국한 김혜경 씨는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분 6.29%를 보유해 유 전 회장의 두 아들(각각 19.44%)에 이은 3대 주주다. 또 다판다의 지분 24.41%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다판다는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천해지의 지분 18.21%를 갖고 있다. 김필배 씨는 각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지난달까지 문진미디어, 아이원아이홀딩스, 클리앙 등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승객 구호 조치 없이 자신들만 탈출해 수백 명을 실종 또는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 등)로 1등 기관사 손모 씨(58)와 2등 기관사 이모 씨(25·여), 배의 기관을 조종하는 조기수 이모 씨(55)와 박모 씨(58) 등 4명을 구속했다. 합동수사본부는 선박직 승무원 15명을 전원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5일부터 기획검사국 주도로 청해진해운과 관계사들에 대출을 해준 산업은행, 기업은행, 경남은행, 우리은행 등 4개 은행에 대해 불법 대출 여부를 특별검사한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과 관계사들이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2000억 원 가운데 4개 은행의 비중이 65%를 차지한다.최우열 dnsp@donga.com·이서현·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