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짜리 국가브랜드가 짝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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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표절 논란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슬로건.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슬로건.
문화체육관광부가 총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새 국가 브랜드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공개 이틀 만에 재탕 논란에 휩싸였다.

문체부는 4일 창의 열정 화합 등 지난해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도출된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를 담은 브랜드라며 ‘Creative Korea’를 공식 발표했다. 문체부는 당장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시작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제 진흥 캠페인 슬로건.
프랑스의 경제 진흥 캠페인 슬로건.
하지만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새 브랜드가 프랑스의 산업 분야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국가 이름 앞에 ‘크리에이티브’라는 수식어가 붙은 점 △빨간색과 파란색을 함께 사용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프랑스는 2015년부터 첨단기술,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캠페인을 펼치며 해당 슬로건을 사용했다.

앞서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당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이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광고, 건축, 미술 등 창조적 산업을 중점 지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는 “‘크리에이티브’는 영국에서 가장 먼저 사용했으며, 어느 국가나 다 내세울 정도로 차별적인 요소가 없는 표현을 국가 브랜드로 사용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박영국 문화예술정책실장은 “프랑스와 영국, 미국, 아프리카 등 다른 나라 사례도 검토했지만 해외 사례는 특정 정책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전통과 현재, 미래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인 국가 브랜드와는 그 위상과 적용 범위가 달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충분히 검토했다면 4일 브리핑 자료 등에 이를 밝히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 중요한 해외 사례 등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처럼 똑같은 표현이 존재할 때는 당연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가 브랜드 개발에 소요된 기간과 예산을 고려할 때 더욱 창의적인 표현을 개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월 국가브랜드추진단을 구성한 문체부는 올 상반기까지 로고 디자인 비용 2060만 원을 포함해 슬로건 디자인에 2억7000만 원, 문헌 연구와 대국민 공모전 개최 및 홍보 영상 제작·방영에 약 26억 원 등 35억 원을 사용했다. 정작 널리 쓰일 로고와 슬로건 디자인 예산이 적어 ‘배보다 배꼽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추진단장에 김종덕 장관의 홍익대 시각디자인전공 동료 교수인 장동련 교수가 선정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김 장관 취임 후 홍익대 출신 인사들이 약진한 것과 같은 배경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 실장은 “장 교수가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그래픽디자인협의회 회장을 지내는 등 디자인과 브랜드 분야 권위자여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크리에이티브’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연상시키는 단어여서 정권이 바뀌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01년 김대중(DJ) 정부 때 국가 브랜드로 정해졌던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사실상 폐기됐다.

문체부가 국가 브랜드와 함께 공개한 홍보 동영상의 소재 역시 ‘창의성’을 강조한 국가 브랜드에 맞지 않게 진부하다는 비판도 있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부경희 교수는 “다른 국가에서 사용한 ‘크리에이티브’라는 표현을 쓰려면 그 내용은 한 단계 발전시켜 새롭게 보여야 한다”며 “홍보 동영상을 보면 ‘크리에이티브’에 걸맞지 않게 매우 전형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유근형 기자
#국가브랜드#문체부#크리에이티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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