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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어, 위험하다(This tour is quite dangerous).” 25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화랑 ‘페이지룸8’에 들어선 외국인 8명이 “내 지갑이 위험하다”며 일제히 장난치듯 볼멘소리했다. 벽에 걸린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매의 눈으로 빠르게 스캔하더니, 몇 점을 콕 집어 화랑 관계자에게 작가 이름과 가격을 물었다. 스마트폰 메모장과 사진첩은 작품 정보, 화랑 상호로 빼곡했다.아트 바젤 홍콩, 프리즈 아부다비, 미국 언타이틀드 아트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총괄 디렉터와 수석 매니저가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 모였다. 요즘 ‘핫한’ 신진·중견 화랑이 밀집된 종로, 용산 등을 누비며 각 화랑 특징과 전속 작가를 샅샅이 살피기 위해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5년째 진행 중인 해외 인사 초청 프로그램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로, 한국 미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해외 진출을 돕고자 마련됐다.이번 프로그램에서 아트페어 관계자들이 찾은 19개 화랑은 학고재나 갤러리현대처럼 굵직한 곳부터 2020년대 문을 연 신예 갤러리까지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화랑에 대한 호응이 컸다. 창문으로 주변 한옥이 내다보이는 팔판동 화랑 ‘WWNN’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 관한 기억과 인식을 다룬 전시도 관심이 높았다. 홍콩 아트 센트럴의 코리 앤드류 바 디렉터는 “한국 미술에 이미 왕관(crown)은 씌워졌다”며 “다른 도시와 비교해 전시 주제와 작품이 주변 환경 및 역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게 강점”이라고 평했다.전통 회화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업을 마주할 때도 이들의 눈은 반짝였다. 다보격(多寶格·장식장의 일종)과 십장생을 재해석한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이 대표적이다. 유럽 최초 아시아 현대미술 전문 아트페어인 아시아 나우의 창립자 알렉산드라 팡은 “한국 미술은 고유한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구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며 “K뷰티, K팝이 그렇듯 한국 미술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거장의 단색화부터 젊은 작가의 디지털아트까지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국내 화랑들은 “글로벌 아트페어들과 접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환영했다. 해외 아트페어는 공식 승인이나 초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큰 무기가 된다.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아트페어 참가 여부를 승인하는 위원회에 ‘아는 얼굴’이 있는지가 화랑에는 중요하다”며 “이들이 직접 화랑에 들러 공간까지 경험할 기회는 드물어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도 “한국 미술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너무 멀고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반가워했다.나흘간 진행된 프로그램엔 관계자 간 네트워킹 행사 등도 포함됐다. 프리즈 아부다비의 알아누드 압둘라흐만 알함마디 부디렉터는 “아트페어에 새 피를 수혈해줄 가능성을 엿보는 재미가 컸다”고 감탄했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지속적인 관계 형성과 신뢰 구축은 추후 전시 협업, 아트페어 참여 등으로 이어질 바탕이 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미술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11년 4월 14일, 당시 많은 국민의 시선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집중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조선 기록문화의 꽃’으로 꼽히는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866년 병인양요로 프랑스에 약탈된 지 14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이달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국회가 과거 식민지 등에서 불법 취득한 문화유산을 반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 소장 유물은 양도 불가”란 기존 원칙을 깨고, 본국이 요청하면 별도 입법 없이 소유권까지도 돌려준다는 게 골자다. 대상은 1815년부터 1972년 사이에 약탈, 도굴, 암거래 등으로 반출된 유물. 시기적으로는 외규장각 의궤도 해당된다. 최근 서방 국가들에서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약탈했던 유물을 반환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제국주의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법 개정 등을 추진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소유권은 유지한 채 ‘영구 대여’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거나, 국빈 방문 등 이벤트가 있을 때 선물하던 기존 관례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다. 독일은 지난달 기존 ‘식민지 시기 취득품 반환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무조건적 반환, 대가 요구 없음” 등의 항목을 추가했다. 아울러 ‘식민지 문화유산 및 인골 반환 조정위원회’ 설립도 공식화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최근 국립박물관과 문화유산청(RCE)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기관들이 소장한 식민지 유물의 출처와 취득 경로를 조사하도록 지원에 나섰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약탈한 ‘지지 아요퀘’를 110년 만에 되돌려줬다. 지지 아요퀘는 현지 에브리에 부족이 신성한 상징물로 여기는 대형 나무 북. 네덜란드도 19세기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영토)에서 불법 반출된 ‘베닌 브론즈’ 119점을 지난해 일괄 반환했다. 모두 소유권까지 돌려준 경우다. 이에 세계 29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환수도 탄력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25만6000여 점에 이른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영국박물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등 801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자성적 분위기 조성이 (반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방 국가들이 반환 조건으로 내건 ‘불법·강제 반출’ 여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은 상당수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때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반출 시점이 주로 국가 혼란기여서 과거 기록 등을 통해 불법성을 확증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주목도 높은 핵심 문화유산은 더 쉽지 않다. 이집트는 지속적인 요구에도 이른바 ‘3대 약탈품’으로 불리는 로제타석과 덴데라 황도대, 네페르티티 흉상을 여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법이 마련돼도 관광객 유치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B급 유물’ 위주로 돌려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11년 4월 14일, 당시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집중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조선 기록문화의 꽃’으로 꼽히는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866년 병인양요로 프랑스에 약탈된 지 14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온 날이었다.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이달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국회가 과거 식민지 등에서 불법 취득한 문화유산을 반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 소장 유물은 양도 불가”란 기존 원칙을 깨고, 본국이 요청하면 별도 입법 없이 소유권까지도 돌려준다는 게 골자다. 대상은 1815년부터 1972년 사이에 약탈, 도굴, 암거래 등으로 반출된 유물. 시기적으로는 외규장각 의궤도 해당된다.최근 서방 국가들에서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약탈했던 유물을 반환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제국주의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법 개정 등을 추진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소유권은 유지한 채 ‘영구 대여’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거나, 국빈 방문 등 이벤트가 있을 때 선물하던 기존 관례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다.독일은 지난달 기존 ‘식민지 시기 취득품 반환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무조건적 반환, 대가 요구 없음” 등의 항목을 추가했다. 아울러 ‘식민지 문화유산 및 인골 반환 조정위원회’ 설립도 공식화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최근 국립박물관과 문화유산청(RCE)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기관들이 소장한 식민지 유물의 출처와 취득 경로를 조사하도록 지원에 나섰다.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약탈한 ‘지지 아요퀘’를 110년 만에 되돌려줬다. 지지 아요퀘는 현지 에브리에 부족이 신성한 상징물로 여기는 대형 나무 북. 네덜란드도 19세기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영토)에서 불법 반출된 ‘베닌 브론즈’ 119점을 지난해 일괄 반환했다. 모두 소유권까지 돌려준 경우다.이에 세계 29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환수도 탄력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25만6000여 점에 이른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영국박물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등 801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자성적 분위기 조성이 (반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여전히 넘어야할 산들은 많다. 서방 국가들이 반환 조건으로 내건 ‘불법·강제 반출’ 여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은 상당수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때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반출 시점이 주로 국가 혼란기여서 과거 기록 등을 통해 불법성을 확증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주목도 높은 핵심 문화유산은 더 쉽지 않다. 이집트는 지속적인 요구에도 이른바 ‘3대 약탈품’으로 불리는 로제타석과 덴데라 황도대, 네페르티티 흉상을 여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법이 마련돼도 관광객 유치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B급 유물’ 위주로 돌려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태평양 일대 산호초에는 이른바 ‘사기꾼 물고기’가 산다. 정식 명칭 ‘청줄베도라치’인 이 물고기는 몸 색깔을 제멋대로 바꿔 남의 새끼인 양 군다. 주로 위장하는 건 다른 물고기의 입속 기생충이나 찌꺼기를 제거해 주는 ‘청소놀래기’. 청소 서비스를 받으러 온 손님 물고기들은 불쌍하게도 찌꺼기 대신 입안 살점을 뜯기며 청줄베도라치의 배를 불려주게 된다. “명예나 미덕과 달리 이 세상에서 부정행위는 더 실용적인 이유로 불가피”한지 모른다. 책은 이처럼 황당하고도 신비로운 자연 속 사기꾼들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러면서 동식물과 인간의 속임수가 단지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자연과 사회를 움직여 온 근본적 메커니즘’이란 시각을 제시한다. 동물의 행동과 사회적 신호를 바탕으로 ‘인류의 정직과 기만은 어떻게 공존하면서 진화했는가’를 오랫동안 탐구해 온 미국 센트럴워싱턴대 생물과학부 석좌 연구교수가 썼다. 허세와 무임승차, 거짓 경보 등 우리 일상과 직관적으로 연결해 볼 만한 사례들이 풍부하게 담겼다. 수컷 공작이 “크고 화려하기만 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꽁지깃”을 갖도록 진화한 이유에 대해선 “무일푼 대학생이 BMW 컨버터블을 빌려 데이트 상대를 꼬드기는” 행동에 빗댄다. 가능한 한 빠르게 암컷에게 접근하고자 외형을 과장하는 수컷이 많다. 이에 암컷은 “훌륭한 수컷과 쭉정이를 차분히 구별할 전략으로서 충동성이 훨씬 약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인간의 속임수와 부정행위는 자연의 보편적 특성이다. 하지만 그 다양함과 복잡성은 다른 모든 생물종을 크게 뛰어넘는다. 일례로 인간은 자신과 타인의 세계관을 바꾸기 위해 완곡한 용어와 주관적인 현실을 만들어 낸다. ‘낙태 반대’는 ‘친(親)생명’으로, ‘지구 온난화’는 ‘기후 변화’로, ‘민간인 사상자’는 ‘부수적 피해’가 되는 식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의 말을 인용한 대목이 인상 깊다. “우리 부모님이 들려준 동화부터 정부의 선전 문구, 광고 캠페인까지. 인간은 가식과 거짓에 둘러싸여 평생을 보낸다.” 인간이 자꾸만 속고 속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를 다룬 대목에서 책은 빛을 발한다. 저자는 속임수가 역설적으로 인간 사회를 더욱 정교하게 만든 ‘진화적 엔진’이었다는 논리를 펼친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속임수는 일종의 군비 경쟁을 촉진한다. 속이는 자는 더 정밀한 가짜를, 속지 않으려는 자는 더 예리한 탐지 능력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적당한 때 정직함을 드러내는 것도 전술이다. 이 치열한 창과 방패의 대결 속에서 사기꾼을 가려낼 법률과 윤리, 기술 혁신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비단 중근세 시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인터넷 시대 이후 해킹과 거짓 정보가 확산됨에 따라 사이버 보안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속임수라는 독(毒)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문명이라는 항체가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춘향전’의 배경인 전북 ‘남원 광한루’(사진)를 국보로 지정한다고 국가유산청이 24일 밝혔다. 1963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된 지 63년 만의 승격이다.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로도 불리는 남원 광한루는 관리들의 연회와 시회(詩會)가 열리던 대형 관영 누각이다. 14세기 황희가 남원에 유배돼 세운 광통루(廣通樓)가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누각 주변의 호수와 섬, 오작교는 기행가사 ‘관동별곡’으로 잘 알려진 16세기 문인 송강 정철과 남원부사 장의국이 세웠다. 판소리 및 소설 ‘춘향전’도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1597년 정유재란 이후 여러 차례 수리·보수를 거쳤지만 큰 변화 없이 약 400년간 유지돼 왔다. 남원 광한루는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이 확정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선시대 ‘춘향전’의 배경인 전북 ‘남원 광한루’가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가 될 전망이다.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관영누각인 남원 광한루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24일 밝혔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지 63년 만의 승격이다.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로도 불리는 남원 광한루는 관리들의 연회와 시회(詩會)가 열리던 누각이다. 14세기 황희(黃喜)가 남원에 유배돼 세운 광통루(廣通褸)가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누각 주변의 호수와 섬, 오작교는 기행가사 ‘관동별곡’으로 잘 알려진 16세기 문인 송강 정철(鄭澈)과 남원부사 장의국이 세웠다.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이 교류하며 시문을 짓던 공간이라는 의미가 크다.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재창작되는 판소리 및 소설 ‘춘향전’도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1597년 정유재란 이후 여러 차례 수리·보수를 거쳤으나, 큰 변화 없이 약 400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목조건축의 특징인 화려한 장식이 온돌, 계단 등 실용적 요소와 결합한 형태로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남원 광한루는 예고 기간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이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이란의 고도(古都) 이스파한이 공습당했다. 이때 타격 지점에서 1km가량 떨어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나크셰 자한 광장’까지 충격파와 지반 진동이 퍼져나갔다고 한다. “페르시아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17세기 ‘샤 모스크(Shah Mosque)’는 화려한 청록색 타일과 모자이크 장식이 떨어져 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문화유산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직접 폭격이 아닌 공습 여파로도 문화유산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메르다드 헤자지 이스파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1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아시아·태평양지역 위원장단 회의에서 샤 모스크 사례를 들며 “폭격에서 350m 이상 멀어지면 눈에 띄는 훼손은 줄지만, 누적 충격에 따른 위험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충격파와 지반 진동, 건물 내 높아진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했다. 헤자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피해가 컸던 ‘이란의 베르사유’ 골레스탄 궁전과 체헬 소툰은 군사 타격이 반경 100m 이내에서 벌어졌다. 두 건축물에선 페르시아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아라베스크 문양과 사방연속무늬 장식이 대량 파괴됐다. 또한 반경 100∼250m 거리에선 장식 요소에 중대한 손상이 생기거나, 창문과 문 등 접합 구조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위원장단 회의가 열린 날, 이란 문화유산부는 전국 유적과 문화유산 130여 곳이 직접 타격 또는 폭발 여파로 파손됐음을 공개했다. 이란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는 “전쟁 전후로 유적지 좌표를 교전 당사국들에 전달하고, 공중에서 식별할 수 있는 문화유산 보호 표식을 설치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군과 미국 국무부는 “문화유적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고의적 파괴가 아님’을 주장하는 국가들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는 “정조준이 아니란 이유로 가해국은 책임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이 오랫동안 문제로 제기됐다”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역시 문화유산을 핀포인트로 때리지 않는 전략적 공중전이지만, 피해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이번 조사 결과를 교훈 삼아 “문화유산을 보호할 실질적 대책을 구축해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은 ‘전쟁 중 문화유산 공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 협약’(1954년)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문화유산 파괴 행위를 전쟁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협약엔 가입돼 있지만, 사후 조치에 불과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있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ICOMOS 한국위원회 사무총장)는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는 분위기인 만큼 우리나라도 사후 대책이 아닌 사전 대비책을 고민해볼 때”라며 “실질적으로 문화재 파괴를 제재할 수 있는 장치도 국제 사회와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이란의 고도(古都) 이스파한이 공습당했다. 이때 타격 지점에서 반경 1km가량 떨어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나크셰 자한 광장’까지 충격파와 지반 진동이 퍼져나갔다고 한다. “페르시아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17세기 ‘샤 모스크(Shah Mosque)’는 화려한 청록색 타일과 모자이크 장식이 떨어져 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문화유산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직접 폭격이 아닌 공습 여파로도 문화유산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메르다드 헤자지 이스파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1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아시아·태평양지역 위원장단 회의에서 샤 모스크 사례를 들며 “폭격에서 350m 이상 멀어지면 눈에 띄는 훼손은 줄지만, 누적 충격에 따른 위험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충격파와 지반 진동, 건물 내 높아진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했다.헤자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피해가 컸던 ‘이란의 베르사유’ 골레스탄 궁전과 체헬 소툰은 군사 타격이 반경 100m 이내에서 벌어졌다. 두 건축물에선 페르시아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아라베스크 문양과 사방연속무늬 장식이 대량 파괴됐다. 또한 반경 100~250m 거리에선 장식 요소에 중대한 손상이 생기거나, 창문과 문 등 접합 구조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위원장단 회의가 열린 날, 이란 문화유산부는 전국 유적과 문화유산 130여 곳이 직접 타격 또는 폭발 여파로 파손됐음을 공개했다. 이란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는 “전쟁 전후로 유적지 좌표를 교전 당사국들에 전달하고, 공중에서 식별할 수 있는 문화유산 보호 표식을 설치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군과 미국 국무부는 “문화유적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고의적 파괴가 아님’을 주장하는 국가들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는 “정조준이 아니란 이유로 가해국은 책임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이 오랫동안 문제로 제기됐다”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역시 문화유산을 핀포인트로 때리지 않는 전략적 공중전이지만, 피해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우리나라도 이번 조사 결과를 교훈 삼아 “문화유산을 보호할 실질적 대책을 구축해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은 ‘전쟁 중 문화유산 공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협약’(1954년)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문화유산 파괴 행위를 전쟁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협약엔 가입돼 있지만, 사후 조치에 불과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있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사무총장)는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는 분위기인만큼 우리나라도 사후 대책이 아닌 사전 대비책을 고민해볼 때”라며 “실질적으로 문화재 파괴를 제재할 수 있는 장치도 국제 사회와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메마른 나뭇가지에 회녹색 이파리가 내키지 않는 듯 매달려 있다. 그 위로 느지막한 오후의 빛이 기울고, 변덕스러운 구름은 이내 비바람을 몰고 올 모양이다. 누렇게 빛바랜 어느 날의 오래된 기억 같다. 근대 영국을 대표하는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의 유작 ‘어런들 방앗간과 성’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임을 암시하듯 복잡미묘한 감정이 배어 있다. 빠른 붓 터치와 묵직한 물감이 번갈아 등장하고, 화면 곳곳은 팔레트 나이프로 다듬어 거칠면서 필사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되고 있는 ‘어런들 방앗간과 성’은 컨스터블이 그리던 도중 숨을 거둔 작품. 봄바람이 살랑이는 1837년 3월의 마지막 날, 그의 나이 예순하나였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이었지만, 친구였던 화가 찰스 로버트 레슬리는 충분히 완성됐다고 판단해 그해 왕립 미술 아카데미 전시회에 출품해 그림을 세상에 알렸다. 털리도(톨레도) 미술관 측은 “컨스터블의 말년 회화가 도달한 깊이와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자연의 실제 풍경과 변화무쌍한 빛의 변화, 삶의 감정이 충실하게 담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인생 후반부는 황금기와 암흑기의 교차로였다. 풍경화가로서 경력이 무르익어 세간의 인정을 받았고, 불혹에 오랜 친구였던 마리아 엘리자베스 비크넬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컨스터블은 사랑하는 아내를 1828년 먼저 떠나보내며 극심한 비탄에 빠진다. 그는 당시 동생 에이브럼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 난 예전처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내게 세상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후 화창한 하늘과 뭉게구름 아래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이 담긴 ‘위븐호 공원’(1816년) 같은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았다. 마리아가 세상을 떠난 직후 완성된 ‘해들리 성’(1829년) 속 풍경은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다. 폐허나 다름없는 성과 건조한 덤불은 음울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곧이어 컨스터블은 왕립 미술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고, 1830년대엔 교단에 서며 화가로서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성공이 그의 절망과 슬픔을 완전히 덜어주지 못한 듯하다. 레슬리는 컨스터블에 관한 회고록에서 “그는 남은 생애 대개 검은 옷을 입었고, 겉모습에서 고통이 깊은 사람이라는 인상이 풍겼다”고 썼다. 컨스터블은 비바람 눅눅한 그리움이 밴 ‘어런들 방앗간과 성’을 남긴 뒤, 먼저 간 아내 곁에 나란히 누웠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소장한 미술품 150여 점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RMXSFMOMA’에서 공개된다.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래라 해처 바루스 SFMOMA 외부협력담당총괄은 “전시는 13세기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RM의 소장품 150여 점, 미술관 소장품 50점가량으로 이뤄진다”며 “출품작 중 다수가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백남준의 ‘TV 붓다’ 시리즈 등 RM의 소장품 사이사이에 SFMOMA 소장품 50여 점이 걸려 마치 ‘대화하듯’ 소개될 예정이다. 김환기 작품이 프랑스 작가 이브 클랭과, 윤형근 작품이 미국 작가 도널드 저드와 함께 나란히 소개되는 식이다. 김효은 SFMOMA 큐레이터는 “전시는 RM의 개인적인 예술 여정을 따라 집, 사람 등 보편적 주제를 다룬다”며 “예술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RM 소장품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등 조선시대 화가부터 박래현, 장욱진 등 근현대 작가들까지 아우른다. RM은 미술관을 통해 “동양과 서양, 한국과 미국, 근대와 현대, 개인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이에 놓인 경계들을 비추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소장한 미술품 150여 점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RM x SFMOMA’에서 공개된다.2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클라라 해처 바루스 SFMOMA 외부협력담당총괄은 “전시는 13세기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RM의 소장품 150여 점, 미술관 소장품 50점가량으로 이뤄진다”며 “출품작 중 다수가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백남준의 ‘TV 붓다’ 시리즈 등 RM의 소장품 사이사이에 SFMOMA 소장품 50여 점이 걸려 마치 ‘대화하듯’ 소개될 예정이다. 김환기 작품이 프랑스 작가 이브 클랭과, 윤형근 작품이 미국 작가 도널드 저드와 함께 나란히 소개되는 식이다. 김효은 SFMOMA 큐레이터는 “전시는 RM의 개인적인 예술 여정을 따라 집, 사람 등 보편적 주제를 다룬다”며 “예술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M 소장품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등 조선시대 화가부터 박래현, 장욱진 등 근현대 작가들까지 아우른다. RM은 미술관을 통해 “동양과 서양, 한국과 미국, 근대와 현대, 개인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이에 놓인 경계들을 비추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메마른 나뭇가지에 회녹색 이파리가 내키지 않는 듯 매달려 있다. 그 위로 느지막한 오후의 빛이 기울고, 변덕스러운 구름은 이내 비바람을 몰고 올 모양이다. 누렇게 빛바랜 어느 날의 오래된 기억 같다.근대 영국을 대표하는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의 유작 ‘아런델 방앗간과 성’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임을 암시하듯 복잡미묘한 감정이 배어있다. 빠른 붓 터치와 묵직한 물감이 번갈아 등장하고, 화면 곳곳은 팔레트 나이프로 다듬어 거칠면서 필사적이다.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되고 있는 ‘아렌델 방앗간과 성’은 컨스터블이 그리던 도중 숨을 거둔 작품. 봄바람이 살랑이는 1837년 3월의 마지막 날, 그의 나이 예순이었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이었지만, 친구였던 화가 찰스 로버트 레슬리는 충분히 완성됐다고 판단해 그해 왕립 미술 아카데미 전시회에 출품해 그림을 세상에 알렸다. 톨레도 미술관 측은 “컨스터블의 말년 회화가 도달한 깊이와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자연의 실제 풍경과 변화무쌍한 빛의 변화, 삶의 감정이 충실하게 담겼다”고 설명하고 있다.그의 인생 후반부는 황금기와 암흑기의 교차로였다. 풍경화가로서 경력이 무르익어 세간의 인정을 받았고, 불혹에 오랜 친구였던 마리아 엘리자베스 비크넬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컨스터블은 사랑하는 아내를 1828년 먼저 떠나보내며 극심한 비탄에 빠진다. 그는 당시 동생 에이브럼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 난 예전처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내게 세상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고백했다.이후 화창한 하늘과 뭉게구름 아래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이 담긴 ‘위븐호 공원’(1816년) 같은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았다. 마리아가 세상을 떠난 직후 완성된 ‘해들리 성’(1829년) 속 풍경은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다. 폐허나 다름없는 성과 건조한 덤불은 음울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곧이어 컨스터블은 왕립 미술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고, 1830년대엔 교단에 서며 화가로서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성공이 그의 절망과 슬픔을 완전히 덜어주지 못한 듯하다. 레슬리는 컨스터블에 관한 회고록에서 “그는 남은 생애 대개 검은 옷을 입었고, 겉모습에서 고통 깊은 사람이라는 인상이 풍겼다”고 썼다. 컨스터블은 비바람 눅눅한 그리움이 밴 ‘아런델 방앗간과 성’을 남긴 뒤, 먼저 간 아내 곁에 나란히 누웠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관 상설전에 걸린 작품 약 4분의 1을 교체한 뒤 22일부터 새롭게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미술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한국근현대미술 I, II’ 작품 260점 중 69점을 교체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설전은 근대 이후 한국 미술 100년사를 주요 작가와 작품을 통해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한국근현대미술 I’에서는 기존에 오지호와 이중섭을 다뤘던 ‘작가의 방’이 각각 이인성(1912∼1950)과 박수근(1914∼1965)으로 바뀐다. 박수근은 ‘토벽’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표현 기법으로 6·25전쟁 이후 사회상을 다룬 화가. 새롭게 단장한 전시장에서는 ‘춘일(春日·사진)’, ‘초가집’ 등 1950, 60년대 풍경과 군상을 담은 유화, 드로잉 43점이 전시된다. 풍부한 색감으로 근대 도시를 기록한 화가 이인성의 방은 1930년대 수채화 대표작 ‘계산동 성당’ 등 11점으로 구성됐다. ‘한국근현대미술 Ⅱ’에선 공예 작품과 민중 미술, 여성주의 미술 작품이 추가됐다. 근대 여성 미술가들을 재조명한 5부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에서 정정희의 태피스트리 작업 ‘힘’, 이기순의 ‘유고슬라비아의 해변’ 등이 공개된다. 안상철의 회화 ‘청일’도 미국 스미스소니언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국외순회전’을 마치고 돌아와, 개편된 상설전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관 상설전에 걸린 작품 약 4분의1을 교체한 뒤 22일부터 새롭게 선보인다.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미술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한국근현대미술 I, II’ 작품 260점 중 69점을 교체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설전은 근대 이후 한국 미술 100년사를 주요 작가와 작품을 통해 소개하고자 마련됐다.‘한국근현대미술 I’에서는 기존에 오지호와 이중섭을 다뤘던 ‘작가의 방’이 각각 이인성(1912~1950)과 박수근(1914~1965)으로 바뀐다. 박수근은 ‘토벽’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표현 기법으로 6·25전쟁 이후 사회상을 다룬 화가. 새 단장한 전시장에서는 ‘춘일(春日)’, ‘초가집’ 등 1950~1960년대 풍경과 군상을 담은 유화·드로잉 43점이 전시된다. 풍부한 색감으로 근대 도시를 기록한 화가 이인성의 방은 1930년대 수채화 대표작 ‘계산동 성당’ 등 11점으로 구성됐다.‘한국근현대미술 Ⅱ’에선 공예 작품과 민중 미술, 여성주의 미술 작품이 추가됐다. 근대 여성 미술가들을 재조명한 5부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에서 정정희의 태피스트리 작업 ‘힘’, 이기순의 ‘유고슬라비아의 해변’ 등이 공개된다. 안상철의 회화 ‘청일’도 미국 스미스소니언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국외순회전’을 마치고 돌아와, 개편된 상설전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친구과의 대화에서 ‘쎄함’을 느끼고 ‘당장 손절해야 할 사람 특징’ 쇼츠를 시청한다. ‘MBTI별 최악의 궁합’도 살펴본 뒤 “어쩐지”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 전엔 침대에 누워 인공지능(AI) 챗봇에 묻는다. “올해 내 대인관계 사주 좀 알려줘. 연애운도 같이.”‘내 마음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옷감 재단하듯 관계를 맺고 쳐내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책은 오늘날 이 같은 현상의 다양한 면면을 ‘손익계산’이란 키워드로 분석한다. 나의 감정적 에너지는 소모되는 자원, 타인의 고통을 듣는 행위는 감정적 손해로 치부하는 원인을 쉽고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저자는 이른바 ‘짝짓기 예능’의 폭발적 인기도 인간관계가 상품화된 사회와 관련 깊다고 봤다. 시청자들은 매력적인 외모의 남녀가 대신 타주는 ‘썸’을 소비하면서 도파민을 얻는다. 서사의 굴곡을 천천히 따라가며 감정을 소모할 필요도, 썸이라는 애매하고 괴로운 관계를 직접 겪을 필요도 없으니까. “설렘과 흥분만을 선택적으로 대리 체험할 수 있어” 흥행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젊은 여성이 사주와 점집에 열광하는 현상을 분석한 여성주의적 관점이 흥미롭다. 여성은 오랫동안 가정과 일터에서 자기 삶과 욕망의 주체이기보단 대상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저명한 미술비평가 존 버거의 말을 빌려 “여성이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은 타인에게 평가받는 자기로 대체돼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감정마저 대상화하고 각종 측정 도구로 자아를 탐색, 진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유명 심리전문가에게 괴로움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제안받는 ‘고민 예능’의 유행은 처음 만난 타인에게 대가를 내고 상담받는 게 당연해진 시대의 씁쓸한 단면일지 모른다. 2024년 한 설문조사에선 25∼39세 한국 청년의 70%가 ‘지금 외롭다’고 했다. 책은 현대인이 외로움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려면 인간관계의 상품화를 경계하고 진심 어린 유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경청하고 공감하는 관계의 기능이 상품화될수록 관계는 피상적으로 전락한다. … 마음이 문이라면, 누군가는 열쇠가 되어야만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친구과의 대화에서 ‘쎄함’을 느끼고 ‘당장 손절해야 할 사람 특징’ 숏츠를 시청한다. ‘MBTI별 최악의 궁합’도 살펴본 뒤 “어쩐지”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 전엔 침대에 누워 인공지능(AI) 챗봇에 묻는다. “올해 내 대인관계 사주 좀 알려줘. 연애운도 같이.”‘내 마음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옷감 재단하듯 관계를 맺고 쳐내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책은 오늘날 이같은 현상의 다양한 면면을 ‘손익계산’이란 키워드로 분석한다. 나의 감정적 에너지는 소모되는 자원, 타인의 고통을 듣는 행위는 감정적 손해로 치부하는 원인을 쉽고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저자는 이른바 ‘짝짓기 예능’의 폭발적 인기도 인간 관계가 상품화된 사회와 관련 깊다고 봤다. 시청자들은 매력적인 외모의 남녀가 대신 타주는 ‘썸’을 소비하면서 도파민을 얻는다. 서사의 굴곡을 천천히 따라가며 감정을 소모할 필요도, 썸이라는 애매하고 괴로운 관계를 직접 겪을 필요도 없으니까. “설렘과 흥분만을 선택적으로 대리 체험할 수 있어” 흥행한다는 분석이다.특히 젊은 여성이 사주와 점집에 열광하는 현상을 분석한 여성주의적 관점이 흥미롭다. 여성은 오랫동안 가정과 일터에서 자기 삶과 욕망의 주체이기보단 대상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저명한 미술비평가 존 버거의 말을 빌려 “여성이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은 타인에게 평가받는 자기로 대체돼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감정마저 대상화하고 각종 측정 도구로 자아를 탐색, 진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유명 심리전문가에게 괴로움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제안받는 ‘고민 예능’의 유행은 처음 만난 타인에게 대가를 내고 상담받는 게 당연해진 시대의 씁쓸한 단면일지 모른다. 2024년 한 설문조사에선 25~39세 한국 청년의 70%가 ‘지금 외롭다’고 했다. 책은 현대인이 외로움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려면 인간관계의 상품화를 경계하고 진심 어린 유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경청하고 공감하는 관계의 기능이 상품화될수록 관계는 피상적으로 전락한다…마음이 문이라면, 누군가는 열쇠가 되어야만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6일부터 ‘워싱턴의 날(District Day) 스페셜 메뉴’ 판매. 가격 8∼22달러.”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립 아프리칸아메리칸 역사문화박물관(NMAAHC) 홈페이지에 최근 이런 공지가 올라왔다. 한 방문객 후기를 빌리자면 “박물관의 숨은 보석”인 1층 식당에서 나흘간 특식을 판매한단 내용이다. 1862년 워싱턴의 흑인 노예 3100명이 해방된 날을 기려, 남부의 솔(soul) 푸드인 치킨에 로컬 식재료 ‘멈보 소스’를 끼얹은 메뉴 등을 선보인다. NMAAHC를 포함해 스미스소니언 재단 소속 국립박물관은 20곳 모두 1년 내내 ‘무료 입장’이다. 하지만 1년간 벌어들인 수입은 2024년 기준 무려 1억7500만 달러(약 2575억 원)에 이른다. 기부금과 정부 지원금을 빼고 식음료와 굿즈 판매, IMAX 극장 관람 등 ‘장사’로만 번 돈이다. 박보나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수익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영리 기관인 ‘스미스소니언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재정 지속 가능성을 키웠다”며 “분야별 전문가와 학예사가 긴밀히 논의해 박물관 경험의 질까지 높였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 등의 관람료 유료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보다 질 높은 전시 문화와 서비스 제고를 위해 필요하단 시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통해 수입을 끌어올린 해외 박물관을 참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유료화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박물관 재정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란 주장이다.일례로 해외에선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수입을 얻는 곳들이 적지 않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은 무료 관람이지만, ‘선택 참여 행사’는 요금을 받는다. 이달 20일부터 10주간 열리는 ‘한국의 예술’ 강좌는 645파운드(약 128만 원), 21일부터 4주간 ‘메디치 가문과 예술가’를 다루는 온라인 강의는 125파운드다. 반면 국중박은 일반인 대상 교육과 세미나는 물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뮤지엄 아카데미 종합 과정’까지 모두 무료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교육 사업으로 재원을 확보하면 입장료 문턱을 낮추기도 수월하다”며 “강좌를 유료로 전환하는 대신 소장품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내용의 깊이와 다양성을 확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박물관 정체성을 활용한 수익 사업 다양화도 꾀할 수 있다. 미 뉴올리언스에 있는 국립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은 전쟁사 관련 여행 상품이 ‘캐시카우’로 꼽힌다.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출연진, 전쟁사 전문가 등와 함께 10월 8∼15일 독일과 벨기에로 떠나는 여행 상품은 1인당 1000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금방 매진됐다. 지난해 박물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사업 등으로 1년간 번 돈이 약 1160억 원에 이른다. 다만 국내에서 이런 시도들이 실현되려면 현행 ‘국가재정법’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공립 박물관장은 “지금처럼 모든 수입이 국고로 귀속되면, 사업 다각화로 수익을 내도 특별전이나 시설 개선 등에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했다. 유료 관람 시행 전에 박물관 영리화로 인한 부작용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미 워싱턴대가 발간한 저널 ‘법학 리뷰’는 “기관별 인지도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졌고, 수익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공익 프로젝트를 등한시하는 폐해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이 소장한 조선시대 산수화 ‘칠보산도(七寶山圖·사진)’가 잃어버린 원형을 고국에서 되찾는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메트 소장 ‘칠보산도’를 리움미술관과 협력해 한국에서 보존 처리 및 복원한다”고 15일 밝혔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이 유물은 각 가로 28.3cm, 세로 121cm 크기의 그림 10점으로 이뤄져 있다. 메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칠보산도’는 일본 교토의 한 수집가가 소장하던 걸 2020년 미술관이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 원래 10폭 병풍 형태로 제작됐으나 현재 원형을 잃고 개별 두루마리로 분리돼 있다. 재단 측은 “칠보산 일대의 풍경을 그린 19세기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로서 완성도가 높다”며 “보존 처리를 거쳐 병풍 형태로 복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이 소장한 조선시대 산수화 ‘칠보산도(七寶山圖)’가 잃어버린 원형을 고국에서 되찾는다.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메트 소장 ‘칠보산도’를 리움미술관과 협력해 한국에서 보존 처리 및 복원한다”고 15일 밝혔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이 유물은 각 가로 28.3㎝, 세로 121㎝ 크기의 그림 10점으로 이뤄져 있다. 함경도 칠보산의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 깊은 계곡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됐다.메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칠보산도’는 일본 교토의 한 수집가가 소장하던 걸 2020년 미술관이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 원래 10폭 병풍 형태로 제작됐으나, 현재 원형을 잃고 개별 두루마리로 분리돼 있다. 재단 측은 “16세기부터 명승으로 인식되던 칠보산 일대의 풍경을 그린 19세기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로서 완성도가 높다”고 “보존 처리를 거쳐 병풍 형태로 복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대 로마의 용맹한 전사, 호라티우스 삼형제가 검을 들어올렸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맹세. 적국 ‘알바 롱가’와의 정면 승부에서 두 형제는 죽음을 피하지 못했고, 호라티우스만 살아남아 승전보를 울렸다. 그러나 호라티우스는 적군과 약혼한 누이를 처단해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가족의 생명마저 앗은 그는 영웅인가 죄인인가. 이러한 설화를 묘사한 18세기 회화이자 유럽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미지 중 하나인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서 전시 중인 이 작품은 프랑스 신고전주의 회화를 확립한 자크루이 다비드(1748∼1825)의 대표작.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고전적인 구성, 곱씹을 만한 이야기로 인해 수없이 분석되고 재해석돼 왔다.‘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역사적으로 미술이 “지성과 도덕을 표현하는 매개”로 도약하게 만든 계기로 평가받는다. 톨레도 미술관의 로버트 신들러 큐레이터는 “공적 책무와 개인적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이 완성도 높게 표현된 명작”이라며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 일상과도 맞닿아 있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이 소장 중인 판본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1784년 작(가로 4.2m, 세로 3.3m)보다 작은 가로 1.6m, 세로 1.3m 크기다. 축소본이지만 엄격한 삼각형 구도와 절제된 색채, 극적인 감정 대비 등은 마찬가지로 잘 드러나 신고전주의 회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이 축소본은 왜 만들어진 걸까. 정본(正本)으로 여겨지는 루브르 소장품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의뢰로 앞서 제작됐다. 재정 위기에 봉착한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국가 권위가 실추됐고, 국왕은 ‘국가가 개인에 앞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다비드에게 도덕적 회화를 주문했다. 그렇게 완성된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에 크게 감격한 이가 있었는데, 귀족이자 예술 후원자였던 보드뢰유 백작(1740∼1817)이었다. 보드뢰유 백작은 다비드에게 같은 그림을 작게 그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백작은 그림을 품에 안은 이듬해인 1787년, 도박 빚에 허덕이다가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를 팔아야 했다. 결국 작품은 여러 소장가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톨레도 미술관에 오게 됐다. 백작의 작품을 손에 넣었던 역대 수집가 중엔 장바티스트 피에르 르브룅(1748∼1813)이란 인물도 있다. 화가이자 미술상이었던 르브룅은 루브르 박물관의 핵심인 왕실 소장품을 확충한 주역이다. 당대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초상화가였던 엘리자베트 루이 비제 르브룅과 결혼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르브룅 부인이 남긴 명작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라티우스 작품의 맹세’ 바로 오른쪽에 걸려 있는 ‘세레스 백작부인’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