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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집트 대박물관 주요 유물은‘투탕카멘 컬렉션’부터 ‘태양의 배’까지…. ‘세계 최대’ 이집트 대박물관이 4일(현지 시간) 기자 대피라미드 근처에 문을 열었다. 공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이다. 역사 마니아들을 설레게 할 간판 유물들을 둘러봤다.》“꼼꼼히 다 보려면 24시간 잠을 안 자도 70일쯤(70 sleepless days) 걸릴 수도 있다.”(미국 CBS방송)‘세계 최대 박물관’ 이집트 대박물관(GEM·Grand Egyptian Museum)이 오랜 기다림 끝에 4일(현지 시간) 드디어 일반에 공개됐다. 2005년 공사에 돌입한 지 꼬박 20년 만이다. 이집트 카이로 기자의 대피라미드에서 2k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GEM은 연면적이 약 49만 ㎡로, 축구장 70개 규모에 이른다. 바티칸 시국(약 44만 ㎡)을 넘어서는 크기다.GEM은 7000년 이집트 역사가 깃든 보물이 가득해 역사 마니아들에겐 ‘꿈의 성지’로 꼽힌다. 1일 열린 개관식에서 압둘파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인류 역사 이래 나일강 유역에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박물관”이라며 “인간적 가치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 등불이자 대화의 장, 지식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사상 첫 ‘투탕카멘 컬렉션’ 모두 공개GEM에 전시되는 이집트 유물은 기원전 3100년 전 초기왕조 시대부터 로마의 속주가 된 이후 시대까지 광범위하게 아우른다. 유물 수만 10만 점에 이른다. 특히 오늘날 이집트가 “아랍권이나 북아프리카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고 특별한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뿌리”인 고대 유물이 풍부하게 전시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박물관 중심부 6층 높이 대형 계단(Grand Staircase)으로 가는 길목에서 거대한 람세스 2세 석상(높이 11.35m)이 관람객을 맞는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사상 최초로 전면 공개되는 ‘투탕카멘 컬렉션’. 고대 이집트에서 최고 전성기로 꼽히는 제18왕조의 12대 파라오 투탕카멘(재위 기원전 1334년∼기원전 1325년 추정)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 5000여 점을 면적 7500㎡ 전시장에 모았다. 이 컬렉션이 전부 전시되는 건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와 이집트 발굴가 하신 압둘 라술이 무덤을 발굴한 이래 처음이다. 컬렉션의 간판 유물은 투탕카멘 하면 떠오르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다. 이집트의 국보 1호 격으로, 저승의 지배자 ‘오시리스’와 태양신 ‘라’를 본떠 투탕카멘의 얼굴을 표현했다. 황금 11kg과 터키석, 청금석 등 보석류로 다채롭게 장식됐다.김종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동이슬람센터장은 “앞서 이집트 국립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로 전시돼 있다가 최근 GEM으로 옮겨왔다”며 “사후 영생을 꿈꾼 고대 이집트인들이 빚은 예술적 화려함의 극치”라고 평했다. 이 밖에 황금으로 된 왕좌와 샌들, 미라를 만들 때 내장을 담던 대리석 항아리 등도 관람객을 사로잡을 문화유산들이다. 4500년 전 쿠푸 왕의 ‘태양의 배’도 이번 정식 개관을 통해 4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확인된 세계 고대 선박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유물로 꼽힌다. 현재 복원된 배는 길이 43m에 무게가 20t에 이른다. 박물관 측은 “파라오가 죽은 뒤 나일강 서편 저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항해에 이 배를 사용할 것으로 고대인들은 믿었다”며 “1950년대 발굴 당시 못질 없이 정교하게 짜맞출 수 있는 1200여 개의 나무 조각으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카이로 근교 사카라 유적 출토품들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은 “사카라 유적은 이집트 문명 초창기인 초기왕조 시대부터 문명이 끝나는 그레코로만 시대까지 공동묘지구역으로 사용된 곳”이라며 “2022년 보존 상태가 완벽한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신왕국 시대 수도였던 테베(현 룩소르) 인근 아사시프 유적에서 발견된 기원전 7세기 채색 관(棺) 31구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발굴 당시 제사장과 귀족의 미라가 담긴 채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굴돼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공사만 20년 “옛 영광 되찾으려는 의지”이집트인들도 ‘꿈의 박물관’으로 부르는 GEM은 건립 구상이 처음 논의된 1992년부터 따지면 개관에 무려 33년이 걸린 셈이다. 2002년 이집트 기자에 박물관의 기초석이 놓였고, 2005년 착공했지만 정치적 혼란과 예산 확보 등으로 인해 본관 건물은 2012년에야 겨우 공사가 시작됐다.칼리드 압델라흐만 주한 이집트 대사는 “당초 2022년에 개관하려 했으나 팬데믹과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해 거듭 미뤄졌다”며 “총 10억 달러(약 1조4400억 원)가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예산의 80%(약 8억 달러)를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댔다”고 했다. JICA는 유물 보존과 복원, ‘제2의 태양의 배’ 조사 연구를 위한 기술 협력도 제공하고 있다. 박물관 지하 10m엔 1만230㎡ 규모의 복원센터와 3400㎡ 규모 수장고가 마련됐다.이집트 정부가 ‘허리가 휘어가며’ 성대한 박물관을 짓고자 애쓴 이유는 뭘까. 김종도 센터장은 “오늘날엔 경제적으로 다소 뒤처졌지만, 7000년 역사가 흐르는 나일강 문명에 대한 민족적 자부심이 엄청나다”며 “로마 제국부터 영국까지 오랜 식민 지배를 겪으면서 핍박받은 역사가 길다 보니, 인류 초기 문명국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했다.박물관은 이집트 경제의 핵심 먹거리인 ‘관광산업 부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랍의 봄’ 이후 정치적 혼란 등을 겪으며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이집트 당국은 “GEM이 정식 개관하면 하루 방문객 1만5000명, 연간 500만 명이 카이로를 찾을 것”이라며 GEM에 거는 기대가 엄청나다. GEM 입장료는 외국인 기준 성인 1명당 1450이집트파운드(약 4만4000원)로 책정됐다.● “로제타석, 이집트로 돌아와야”GEM이 문을 열면서 이집트가 서구에 약탈당한 문화유산을 돌려받을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GEM이 최상급 전시 및 보존 환경 등을 갖췄기에, 그간 서구 국가들이 “어차피 돌려줘도 관리 역량 없지 않느냐”며 차일피일 돌려주길 보류했던 핑곗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집트 국영 매체인 알하람 위클리는 “GEM은 루브르나 영국박물관의 복제본이 아니다”라며 “두 박물관은 제국주의가 만든 산물이지만, 이 박물관은 진정성이 낳은 결과”라고 했다. 이집트 밖에서도 약탈 문화유산 반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3일 사설에서 “이집트 학자들은 로제타석 등 고대 이집트의 주요 유물 반환을 영국박물관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국이 유물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단 주장은 문화 약탈을 ‘문명적 박애’로 포장한, 문화 주권 박탈”이라고 비판했다. 빼앗긴 문화유산을 고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집트도 일부 유물을 돌려받긴 했다. 2021년 각국에 흩어져 있던 문화유산 5300여 점이 이집트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로제타석’(영국박물관)과 ‘덴데라 천궁도’(루브르박물관), ‘네페르티티 흉상’(베를린 신박물관) 등 굵직한 문화유산은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곽민수 소장은 “GEM 개관을 계기로 문화유산 반환 주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당장 핵심 유물이 이집트로 옮겨지진 않더라도, 영구 임대나 소유권 이전 등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의 움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3층. QR코드로 접속한 모바일 지도의 안내에 따라 웅장한 고려시대 동종과 화려한 목조보살입상을 지나자 불교조각실의 한구석에서 높이 20cm의 청동 불감(佛龕·휴대 가능한, 부처를 모신 집 모양 유물)이 은근한 조명을 받고 있었다. 이 독특한 전시품 옆엔 ‘슬픈 시대가 남긴 귀한 것’이라는 입간판이 놓였다.QR코드를 비추자 “1417년 만들어진 이 불감은 조선총독부가 남긴 사진 기록물인 유리건판 덕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는 오디오 해설이 흘러나왔다. 불감을 받친 분청사기 좌대(座臺)는 10여 년 전까지 수장고에 외따로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을 보고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제 주인을 찾았다고 한다.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참여형 관람 프로그램 ‘20년의 이야기, 유물과 사람’을 지난달 22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 소장품 총 44만 점 가운데 20년 새 흥미진진한 사연이 밝혀졌거나, 관람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유물 20점을 엄선했다. 특별 제작한 웹페이지로 보물찾기하듯 전시를 감상하도록 구성됐다. 보물을 찾을 때마다 찍은 도장의 수에 따라 굿즈가 제공된다. 관람객이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나의 감상 유형’ 테스트를 거쳐 나만의 관람 코스를 짤 수 있다. 안식가형에게는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탐험가형에게는 ‘고구려 무덤벽화 모사도’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후 각 유물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보면서 전시장을 찾아다니면 된다. 박물관 야외정원에 놓인 ‘약사부처와 미륵부처’ 등 평소라면 지나치기 쉬운 유물까지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다. 각 문화유산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학예연구사 20여 명의 회고를 오디오 해설로 듣는 재미도 있다. ‘서봉총 신라금관’은 2015년에야 비로소 원형을 되찾았는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보관하다가 훼손한 뒤 건성으로 땜질한 사실을 담당 학예사가 밝혀냈다고 한다. 기자는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6시 폐관까지 도장 10개를 모았다. 선물로 엽서와 토트백이 제공됐으나 다른 관람객을 위해 사양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장 20개를 모두 모아 온 이들은 1560명. 다 채우면 엽서, 토트백에 굿즈 20% 할인권(또는 이야기 도록)도 받을 수 있다. 12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문화재 반경 100m 밖에서 이뤄지는 공사까지 규제한 서울시 조례를 국가유산청장과 협의 없이 개정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묘 인근 재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6일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문화재보호 조례 19조 5항을 삭제한 것은 무효”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문체부 패소로 판결했다. 문제가 된 조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넘는 지역에서도 문화재 보존 필요성이 인정되면 공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2023년 9월 시의회 의결을 거쳐 삭제됐다. 이에 문체부는 서울시가 상위법을 어겨 가며 조례를 개정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문화유산법에 따라 시도지사는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서울시는 문화재 반경 100m 내)을 정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삭제된 19조 5항이 애초에 효력이 없었고, 이를 삭제한 서울시의회의 행위 역시 적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상위법령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초과하는 지역에서의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사항까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정하도록 위임했다고 해석되지 않는다”며 “적법한 권한 행사”라고 판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조례개정이 법령에 따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한 적법한 조치임을 인정받았다”며 “종묘와 180m 떨어진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등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서울시의 종묘 인근 건축 높이 계획 변경에 대해 “실로 깊은 유감”이라며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문화재 반경 100m 밖에서 이뤄지는 공사까지 규제한 서울시 조례를 국가유산청장과 협의 없이 개정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묘 인근 재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6일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문화재보호 조례 19조 5항을 삭제한 것은 무효”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문체부 패소로 판결했다.문제가 된 조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넘는 지역에서도 문화재 보존 필요성이 인정되면 공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2023년 9월 시의회 의결을 거쳐 삭제됐다. 이에 문체부는 서울시가 상위법을 어겨가며 조례를 개정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문화유산법에 따라 시·도지사는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서울시는 문화재 반경 100m 내)을 정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대법원은 삭제된 19조 5항이 애초 효력이 없었고, 이를 삭제한 서울시의회의 행위 역시 적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상위법령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초과하는 지역에서의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사항까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정하도록 위임했다고 해석되지 않는다”며 “적법한 권한 행사”라고 판단했다.이번 판결로 종묘와 180m 떨어진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등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세계유산 보존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서울시가 해당 지역의 건축 높이 계획을 변경한 데 대해 “실로 깊은 유감”이라며, 서울시가 개발을 강행할 경우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석조문화유산 257점을 전시한 야외 산책로 ‘모두의 정원’이 5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공개됐다. 대구박물관은 이날 ‘모두의 정원’을 공개하고 “이건희 회장과 유족의 석조물 기증품을 박물관 뒤편 산책로를 따라 조성했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기증 받은 257점 가운데 90여 점을 지난해 말 먼저 전시한 데 이어, 나머지 석조물도 전부 일반에 선보이게 됐다.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 점 중 석조문화유산은 837점으로, 주로 대구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모두의 정원은 ‘해담길’과 ‘월담길’ ‘별담길’ 등 3가지 산책로로 만들어졌다. 이 중 해담길을 따라가면 1696년에 높이 3.5m로 지어진 ‘효자 이종형 정려문(旌閭門)’을 만날 수 있다. 정려문은 효자나 열녀, 충신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나 문을 일컫는다. 한길중 학예연구사는 “이종형은 조선 시대 효자로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라며 “그 효행이 아들로도 이어져 효자문까지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박물관이 조성한 정원에는 이 회장이 기증한 문화유산에 포함된 모든 석탑(6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의미도 크다. 고려 시대에 제작된 높이 5.8m 오층석탑을 비롯해 조선시대 오층석탑(높이 1.75m) 등이 있다. 흥미로운 생김새를 지닌 석인상(石人像)들도 눈길을 끈다. 네모반듯한 얼굴에 두툼한 코와 큰 귀가 두드러지는 석상부터 두 눈이 볼록 튀어나와 투박한 석상까지 다채롭다. 박물관 측은 “석인상들의 위치와 방향, 높이를 다르게 배치해 관람객이 여러 표정과 형태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석조문화유산 주변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들로 꾸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더 돋보이게 했다. 대구박물관에선 모두의 정원과 연계한 어린이 전시도 개최되고 있다. 내년 10월까지 열리는 체험형 전시 ‘알록달록 동자상’은 어린 관람객이 동자석 복제품 4점과 목조 동자상 4점 등을 직접 보고 만지며 색다른 의미를 찾아보도록 구성됐다.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제25회 어린이 그리기 잔치 입상작품 특별전’에서는 아이들이 석조문화유산을 보고 그린 그림들을 전시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석조문화유산 257점을 전시한 야외 산책로 ‘모두의 정원’이 5일 대구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공개됐다.대구박물관은 이날 ‘모두의 정원’을 공개하고 “이건희 회장과 유족의 석조물 기증품을 박물관 뒤편 산책로를 따라 조성했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기증 받은 257점 가운데 90여 점을 지난해 연말 먼저 전시한 데 이어, 나머지 석조물도 전부 일반에 선보이게 됐다.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 점 중 석조문화유산은 837점으로, 주로 대구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모두의 정원은 ‘해담길’과 ‘월담길’,‘별담길’ 등 3가지 산책로로 만들어졌다. 이 중 해담길을 따라가면 1696년에 높이 3m50cm로 지어진 ‘효자 이종형 정려문(旌閭門)’을 만날 수 있다. 정려문은 효자나 열녀, 충신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나 문을 일컫는다. 한길중 학예연구사는 “이종형은 조선 시대 효자로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라며 “그 효행이 아들로도 이어져 효자문까지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대구박물관이 조성한 정원에는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문화유산에 포함된 모든 석탑(6점)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는 의미도 크다. 고려 시대에 제작된 높이 5m80cm 오층석탑을 비롯해 조선시대 오층석탑(높이 1m75cm) 등이 있다. 흥미로운 생김새를 지닌 석인상(石人像)들도 눈길을 끈다. 네모반듯한 얼굴에 두툼한 코와 큰 귀가 두드러지는 석상부터 두 눈이 볼록 튀어나와 투박한 석상까지 다채롭다. 박물관 측은 “석인상들의 위치와 방향, 높이를 다르게 배치해 관람객이 여러 표정과 형태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석조문화유산 주변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들로 꾸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더 돋보이게 했다.대구박물관에선 모두의 정원과 연계한 어린이 전시도 개최되고 있다. 내년 10월까지 열리는 체험형 전시 ‘알록달록 동자상’은 어린 관람객이 동자석 복제품 4점과 목조 동자상 4점 등을 직접 보고 만지며 색다른 의미를 찾아보도록 구성됐다.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제25회 어린이 그리기 잔치 입상작품 특별전’에서는 아이들이 석조문화유산을 보고 그린 그림들을 전시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00년 서울에서 처음 선보였던 공연보다 2, 3배 많은 한국어가 사용돼요. 영어나 독일어로 공연할 때와는 다른 에너지가 새로 형성됐다고 봅니다.” 25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되는 독일 무용단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카네이션’(사진)에 대해 리허설 디렉터인 에드워드 폴 마르티네스는 이전 공연과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카네이션’은 20세기 전설적인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슈(1940∼2009)가 1982년 발표한 작품. 4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마르티네스 디렉터는 “한국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카네이션 조화 9000송이로 꾸며진 무대에서 펼쳐진다. 바우슈가 1980년 찾은 칠레 안데스산맥의 카네이션 들판이 공연 구상의 밑거름이 됐다. 무대의 꽃들 사이로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춤추고 노래하고,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경비원들이 이를 통제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꽃들은 짓밟혀 흩어지게 된다. 다니엘 지크하우스 예술감독은 “작품에서 드러나는 억압과 폭력의 광경은 우리 삶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한국 공연은 탄츠테아터 부퍼탈에서 1980년대부터 활동해 온 시니어 단원들과 2019년 이후 입단한 젊은 단원들이 어우러져 17명이 무대에 오른다. 1996년 입단한, 무용단의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인 김나영이 리허설 어시스턴트로 참여해 공연을 지도했다. 김나영은 “독일에서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땐 내가 배웠던 발레와 너무 달라 큰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던 바우슈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고 했다. 공연은 6∼9일 LG아트센터에 이어 14, 15일 세종시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맞은편에 높이 140m가 넘는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하자 국가유산청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반면 서울시 측은 “고도 제한 구역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산청은 3일 “서울시가 종묘와 인접한 ‘세운 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하며 유네스코 권고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일방적으로 최고 높이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고시를 강행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산청이 문제 삼은 건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이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 들어서는 건물의 최고 높이는 약 141m로, 당초 계획된 높이인 약 72m의 2배 가까이 된다.세운 4구역은 종묘와 청계천 사이에 위치해 문화유산 주변 경관 논란이 반복돼 왔다. 서울시와 유산청 간 최고 높이 기준 조정 협의는 2009년부터 이어졌다. 서울시는 2018년에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일부 구역의 높이 계획을 조정했지만, 당시 문화유산에 미칠 영향과 일조권 문제 등으로 조정 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노후 상가 철거와 공원 조성 등 ‘도심 녹지 및 공공기능 강화’를 전제로 높이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세운 4구역은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어 세계유산법이나 문화유산보호법상 고도 제한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유산청은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가 지닌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네스코는 1995년 종묘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며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관과 유교문화가 독특하게 결합된, 단아하면서도 신성한 건축물”이라며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서울시의 이번 재정비촉진계획에 대해 ‘세계유산 영향 평가’ 실시를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변경 고시를 강행했다는 게 유산청의 주장이다. 국내에서 세계유산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인 김포 장릉(章陵)도 인근에 대규모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문제가 됐다. 당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으며, 올 3월엔 전문가 공동 실사도 진행했다. 서울시는 세운 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한 만큼 조만간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 개발 인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건축 관계자는 “세운상가 철거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고 일부 구역은 문화·전시시설로 계획돼 있다”며 “인근 종묘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건축심의 과정에서 높이와 형태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봄가을에는 야외 무대에 서는 날이 많은데, 비가 조금만 와도 무대가 빙판처럼 미끄러워요. 이번 달 공연에선 점프 때마다 미끄러져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12년 경력의 댄서 강모 씨(33)는 최근 이렇게 토로하며 한숨 지었다. 강 씨는 “하지만 누구도 안전 대책을 마련해주진 않는다”며 “특히 조명 스태프들은 크고 작은 감전 사고도 잦다”고 했다.》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의 미국 토니상 6관왕 수상,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 히트 등과 맞물리며 올해 K컬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문화의 주역인 예술가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K컬처가 더 나아가기 위해선 K아티스트를 위한 제도적 안전 장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화려한 무대 뒤 위험천만 지뢰밭객석에선 마냥 화려하게 보이는 무대. 하지만 뒤편은 ‘지뢰밭’과 같다고 예술인들은 입을 모은다. 높은 무대, 각종 무대 장치와 조명, 복잡한 전기 배선 등은 공연에 필수적이지만 현장 예술가와 스태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공연계나 영화계 등에선 사고가 여전히 빈번하다고 한다. 무대 스태프 한모 씨(37)는 ‘2년 전 리허설 뒤 하반신 마비를 겪은 성악가가 최근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간담이 서늘했다. 자신도 무대 세트가 천장에서 떨어져 어깨를 스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씨는 “합판으로 만들어졌기에 망정이지, 쇠로 된 소품에 맞았으면 인생이 끝났을 수 있다”며 “무대 세트를 설치하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는 셀 수도 없이 많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A 씨(29)는 막중한 업무량도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하루 16시간씩 무거운 장비를 나르다 보면 항상 피곤하다. 한 선배는 현장에서 과로사했다”고 했다. 올 8월 세종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 리허설을 하던 20대 무용수 2명이 약 3m 아래의 오케스트라 피트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너 아니어도 할 사람 수두룩”하지만 사고가 일어나도 상당수 예술 종사자는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현장에서 다쳐도 치료비는 대부분 자비 부담이며, 유급병가는 상상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21세기 예술계가 이렇게 후진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단기 계약직이나 1인 사업체의 용역 계약 형식 등이 대부분인 예술인들의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주원인으로 꼽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예술인 중 정규직 비율은 5.4%에 불과하다. 공익인권재단 ‘공감’의 천지선 변호사는 “많은 예술인이 프리랜서나 용역 계약 형식으로 일해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계약이 ‘하도급’ 형태로 이뤄진 경우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예술계의 고질적인 ‘열정 강요’ 분위기도 한몫한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여기는 단체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며 “부당한 처우에도 예술인 신문고에 신고조차 못 한다”고 했다.● 예술인 산재보험 확대 시급이에 전문가들은 예술인의 ‘산재보험 가입’ 확대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물론 2013년부터 예술인도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개인 예술인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2%에 그치고 있다. 문체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산재보험’이 시행되면 예술인도 적용받을 것이라지만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재해 위험이 높은 자영업자’를 선별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술계 적용은 한참 늦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 산재보험을 기존 임의 가입 방식에서 당연 가입 방식으로 개편해 프리랜서 등도 혜택을 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도 “무대시설을 이용하는 제작자가 안전 조치를 이행하는지 극장 측도 확인하도록 하는 등 각 참여 주체에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흑사병이 중세 유럽을 휩쓸자, 당대 사람들은 하층민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전염병 창궐의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흘러 팬데믹이 닥치자, 서구권에선 사태의 ‘원흉’으로 중국인과 아시아인을 지목했다. 한국 사회 역시 다양한 일을 계기로 ‘혐중’을 비롯한 증오가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이 같은 혐오와 차별은 대부분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돌이켜 봤을 때 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인 저자는 “역사적으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엉뚱한 희생양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차별이 어떻게 생겨나고 이용됐는지를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일상에 교묘히 파고들어 구분조차 어려운 차별에 대해 차근차근하게 설명한 책이다. 차별의 정의와 종류,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 등을 구체적인 사례와 법적 기준으로 두루 살폈다. 예컨대 차별을 하도록 누군가에게 지시하는 경우, 그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더라도 차별이다. 이를 ‘차별 지시’라고 부른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차별에 관한 여러 쟁점을 다루며 역차별 논란의 이면에 깔린 허구성 등을 짚었다. 경력 단절 여성 지원, 여성 전용 공간 마련 등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성차별이 남녀에게 동등한 문제가 될 수 없다”며 “법개념에서 남성 차별을 배제해서는 안 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주된 정책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어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이렇게 많은 국빈을 박물관에 모신 건 제 생애 처음입니다. 게다가 신라 금관 6점도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여 온종일 긴장되네요.”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의 안전과 질서를 14년째 책임지고 있는 송창훈 주무관(43)은 요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해외 정상들과 특급 VIP들이 대거 경주박물관을 찾았기 때문이다. VIP들의 일거수일투족 및 경호 등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지만 송 주무관은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호관 업무도 보안상 공개하기 어렵다. 몇 시에 출퇴근하는지, 몇 명이 배치되는지도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송 주무관에겐 27일부터 개막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역시 무게감이 남다르다. 일반 관람은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되는데, 준비할 게 많다고 한다. 그는 “APEC이 끝나자마자 많은 인파가 몰릴 듯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타국에서 벌어졌지만, 최근 방호관을 긴장하게 만든 사건도 있었다. 이달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4인조 절도범이 침입해 왕실 보석을 훔쳐 달아났기 때문이다. 송 주무관은 “우리나라는 도난 우려가 비교적 덜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박물관이 혼잡할 때는 안전사고 등도 벌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송 주무관이 경주박물관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16년에 벌어졌다. 당시 엄청난 지진이 경주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2000년 역사를 품은 보물들이 놓인 진열장이 마구 흔들렸어요. 바깥에선 지붕 기와들이 깨지고 나뒹굴었죠. 기지국마저 마비돼 동료들과 휴대전화로 소통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그게 ‘박물관 전용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개발한 계기였습니다.” 박물관은 비교적 폐쇄적이고 복잡한 건물 구조인 데다 진열대 유리 등이 많아 신속 대응이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재난이 발생하면 소방, 경찰 등과의 협업 역시 최우선 과제다. 송 주무관은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을 만들어 다른 박물관 등에도 배포했다.경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약 1000년 전 고려 시대에 충남 서산 보원사(普願寺)와 경북 예천 개심사(開心寺)에 세워졌던 오층석탑들이 국보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10∼11세기 고려 때 건립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경북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두 석탑은 1963년 나란히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으며, 62년 만에 국보로 승격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태조(왕건)의 총애를 받은 승려 탄문(坦文·900∼974)이 광종(4대)을 위해 불탑과 불상을 조성했다는 비문이 남아 있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현종(8대) 2년 때인 1011년 건립됐다. 탑에 새겨진 190자 명문(銘文)을 통해 명확한 건립 시기와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석탑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약 1000년 전 고려 시대에 충남 서산 보원사(普願寺)와 경북 예천 개심사(開心寺)에 세워졌던 오층석탑들이 국보가 된다.국가유산청은 “10~11세기 고려 때 건립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경북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두 석탑은 1963년 나란히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으며, 62년 만에 국보로 승격했다.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태조(왕건)의 총애를 받은 승려 탄문(坦文·900~974)이 광종(4대)을 위해 불탑과 불상을 조성했다는 비문이 남아 있다. 유산청은 “통일신라 말기의 기법과 양식을 계승하면서 고려초 새로운 기법들도 나타난 석탑으로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다”며 “우리나라 석탑 조성시기를 알 수 있는 편년(編年)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현종(8대) 2년 때인 1011년 건립됐다. 탑에 새겨진 190자 명문(銘文)을 통해 명확한 건립 시기와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석탑에선 유사성을 찾기 어려운 독창적 방식으로 보살상 등이 조각돼 있으며, 복식이나 지물(持物) 또한 특이해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석탑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금까지 만든 ‘천마총 금관’만 100개가 넘는데, 국가원수를 위한 금관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29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해당 금관을 제작한 금속문화유산 복제전문가인 김진배 씨(63). 그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해 “아들(준연 씨)과 아침부터 매일 10시간씩 쉬지 않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 씨에 따르면 외교부가 금관 복제품 제작을 의뢰해 온 건 이달 10일. 한미 정상회담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복제품을 서둘러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제작을 요청받은 금관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신라 금관 6개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되는 천마총 금관(국보)이다. 김 씨는 도금한 동판을 잘라 머리띠와 ‘출(出)’자 모양 장식을 만들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동그란 달개 380여 개와 푸른빛 곱은옥 58개도 손수 제작했다.“동판을 얇게 두드리고 잘라 지름 1cm 달개를 만든 뒤 도금한 철사를 끼우고 꼬아 본체에 하나하나 고정시켰어요. 만약 금관 전체를 순금으로 만들었다면 제작비가 3억 원 가까이 들었을 겁니다.” 김 씨는 명장이었던 아버지 김인태 씨의 대를 이어 1980년대부터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 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국가유산을 복제하는 작업은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라고 한다.“이 일을 40년 넘게 했는데도 단순 예술품을 만들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요. 역사가 깃든 유산이니까요. 오차 없이 똑같이, 그 아우라까지 담아내고자 노력합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금까지 만든 ‘천마총 금관’만 100개가 넘는데, 국가 원수를 위한 금관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해당 금관을 제작한 금속문화유산 복제전문가인 김진배 씨(63). 그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해 “아들(준연 씨)과 아침부터 매일 10시간씩 쉬지 않고 만들었다”고 전했다.김 씨에 따르면 외교부가 금관 복제품 제작을 의뢰해 온 건 이달 10일이다. 한미 정상회담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복제품을 서둘러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제작을 요청받은 금관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신라 금관 6개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되는 천마총 금관(국보)이다. 신라 22대 왕인 지증왕이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가 32.5cm, 머리띠 둘레가 63cm에 이르는 대관(大冠)이다.김 씨는 도금한 동판을 잘라 머리띠와 ‘출(出)’자 모양 장식을 만들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동그란 달개 380여 개와 푸른 빛 곱은옥 58개도 손수 제작했다. “동판을 얇게 두드리고 잘라 지름 1cm 달개를 만든 뒤, 도금한 철사를 끼우고 꼬아 본체에 하나하나 고정시켰어요. 만약 금관 전체를 순금으로 만들었다면 제작비가 3억 원 가까이 들었을 겁니다.”김 씨는 명장이었던 아버지 김인태 씨의 대를 이어 1980년대부터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 왔다. 2008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황남대총 북분 출토 금관과 금제 허리띠 10점 등을 만들어 해외 박물관의 한국 전시실로 보내기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국가유산을 복제하는 작업은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라고 한다.“이 일을 40년 넘게 했는데도 단순 예술품을 만들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요. 역사가 깃든 유산이니까요. 오차 없이 똑같이, 그 아우라까지 담아내고자 노력합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던 집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 전 대통령 사저(사진)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에 대해 문화유산위원회가 조건부 가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등록 대상에는 토지 한 필지와 건물 두 동이 포함됐다. 당초 마포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라는 명칭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했으나, 심의에서 제시된 등록 조건에 따라 향후 명칭은 ‘서울 동교동 김대중 가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청은 향후 이 사저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한 뒤,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976년 시작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기술실이 약 50년 만에 센터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500만 관람객’이란 기적 같은 성과를 거둔 시점이기에 더 의미 있게 여겨집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를 공개하면서 “첨단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세계적인 보존과학 연구의 거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전시관 뒤편 별도 건물에 연면적 9196㎡ 규모로 문을 연 보존과학센터는 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건립됐다. 유물 상태를 원격으로 진단하고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지원할 수 있는 ‘스마트 원격진단실’, 유물 형태를 3차원(3D)으로 분석하는 ‘3D 형상분석실’ 등이 마련됐다. 향후 목조 문화유산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대형 원통형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도 추가로 갖출 예정이다. 센터 1층 전시실에서는 박물관의 보존과학 역사를 소개하는 특별전 ‘보존과학, 새로운 시작 함께하는 미래’가 내년 6월까지 열린다. 국가지정유산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의 CT 촬영 영상, 6세기 고구려 개마총 고분 벽화 재현 과정 등을 선보인다. 유 관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손상도 측정과 보존처리,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모니터링 등을 보존과학센터에서 추진할 계획”이라며 “연구와 교육, 현장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 보존과학 허브가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1976년 시작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기술실이 약 50년 만에 센터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500만 관람객’이란 기적같은 성과를 거둔 시점이기에 더 의미 있게 여겨집니다.”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센터를 공개하면서 “첨단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세계적인 보존과학 연구의 거점이 되겠다”고 밝혔다.전시관 뒤편 별도 건물에 연면적 9196㎡ 규모로 문을 연 보존과학센터는 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건립됐다. 유물 상태를 원격으로 진단하고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지원할 수 있는 ‘스마트 원격진단실’, 유물 형태를 3차원(3D)으로 분석하는 ‘3D 형상분석실’ 등이 마련됐다. 향후 목조 문화유산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대형 원통형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도 추가로 갖출 예정이다.센터 1층 전시실에서는 박물관의 보존과학 역사를 소개하는 특별전 ‘보존과학, 새로운 시작 함께하는 미래’가 내년 6월까지 열린다. 국가지정유산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의 CT 촬영 영상, 6세기 고구려 개마총 고분 벽화 재현 과정 등을 선보인다. 1924년 경주 식리총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조각들을 디지털 정합 기술로 결합해 만든 재현품도 처음으로 공개됐다.유 관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손상도 측정과 보존처리,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모니터링 등을 보존과학센터에서 추진할 계획”이라며 “연구와 교육, 현장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 보존과학 허브가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하늘로 솟구친 나뭇가지 모양 세움 장식이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1500년 전 신라 마립간(麻立干)이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자”로서 머리에 썼던 ‘천마총 금관’. 국가지정유산 국보로, 순도 19.9K에 무게 1.2kg이 넘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국립경주박물관이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28일부터 개최한다. 5∼6세기 약 100년에 걸쳐 만들어져 지금껏 전하는 신라 금관은 모두 6점. 천마총 금관을 비롯한 모든 금관이 한자리에 모인 건 사상 처음이다.● 신라 정체성 담긴 세계적 유산천마총 금관은 현재 남아 있는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대관(大冠)으로 꼽힌다. 금실로 꿰어 단 푸른빛 곱은옥과 둥근 달개, 양옆으로 늘어진 드리개는 숨이 멎을 듯 화려하고 섬세하다. 윤상덕 경주박물관장은 27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금관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왕의 권력과 신라의 독자적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유산”이라며 “사슴뿔과 새 모양 장식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굽은옥과 달개는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특별전의 백미는 역시 6개 금관. 한자리에서 찬찬히 살펴보며 다채로운 양식과 제작 기법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예컨대 5세기 후반 금관총 금관에선 미세한 원형 무늬가 세움 장식 가장자리를 따라 한 줄로 새겨져 있다. 반면 6세기 천마총 금관에선 두 줄이 나타난다. 신라 금관이 처음 그 존재를 드러낸 건 일제강점기인 1921년. 당시 경주 노서리에서 한 주민이 주막을 넓히는 공사를 하다가 ‘금관총’을 발견했다. 이후 1975년까지 금령총·서봉총·교동·천마총·황남대총에서 차례로 금관이 출토됐다. ● 시기별 크기·순도 등이 달라 이번 전시에선 금허리띠 6점과 팔찌 등 황금으로 된 장신구들도 함께 전시됐다. 학계에서는 무덤에 장신구를 함께 묻음으로써 생전의 부와 권력이 사후세계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특히 황남대총 남분과 북분에서 출토된 금허리띠는 각각 길이가 99cm, 120cm에 이르고 장식적 완성도도 뛰어나다”며 “칼, 향로, 집게 등 의례적 물품을 축소해 허리띠 하단에 붙인 장식들은 착용자의 권능을 상징한다”고 했다.금관의 순도, 재료별 원산지 등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금관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교동 금관은 순도가 89%로 가장 높다. 5세기 말∼6세기 초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서봉총 금관의 순도는 80%까지 낮아지게 된다. 이번 전시는 일반에는 다음 달 2일부터 공개된다. 12월 14일까지.경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고 조선 왕실 유산이 보관된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갔던 사실이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23년 3월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방문했다. 유산청은 “당시 김 여사는 박물관 정문으로 입장해 지하 1층 과학문화실을 살펴본 뒤 제2수장고도 약 10분간 둘러봤다”며 “방문 관련 기록은 없다”고 전했다. 고궁박물관의 제2수장고는 국가지정유산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된 공간이다. 보물이자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궤’를 포함한 문화유산 2100여 점도 이곳에 보관돼 있다. 지하 11m에 자리 잡은 400m 길이의 터널을 지나 25cm 두께 철문 4개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수장고 출입자는 박물관의 소장품 관리 규정에 따라 출입 시간과 사유, 이름을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김 여사가 방문한 3월 2일 출입 기록 3건 중에는 김 여사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당시 수장고 담당자와 동행해 출입이 이뤄졌으나, 기록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수장고가) 본관 건물과 가까이 있고, 당일 직원들이 수장고 안에서 유물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가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