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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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2~2026-03-24
역사25%
문화 일반21%
미술21%
인사일반15%
문학/출판6%
음악4%
요리/음식4%
언론2%
정치일반2%
  • 조각 작품에 숨 불어넣는 인간 퍼포먼스

    차가운 전시장 바닥에 납작 웅크린 한 여성이 천천히 몸을 뒤집는다. 비틀리는 신체 근처엔 권오상 작가의 조형물 2점이 놓여 있다. 크기도, 생김새도 언뜻 실제 사람 같은 작품 너머엔 20세기 스페인 조각가 로보의 소녀상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상이 배치됐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오브제는 점차 단순해지더니, 끝내 철근과 돌로 된 추상적인 조형물에서 시선이 멈춘다. 그런데 이 조형물에서 아까 그 여성이 보이는 것도 같다. 다음 달 3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M2에서 개막하는 ‘티노 세갈’전을 25일 먼저 찾았다. 전통적인 미술 개념에서 벗어나 퍼포먼스와 시각예술 등이 결합된 작업을 선보여 온 영국 태생 독일계 작가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살아있는 조각”인 인간을 추상적 조각과 연결한 작품 ‘무언가 당신 코앞에 나타나게 놔두는 대신 춤추는 브루스와 댄 그리고 다른 것들’을 포함해 총 6종류의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을 전시장 구역별로 나눠 선보인다. ‘구성된 상황’은 소리와 몸짓,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작품에 작가가 부여한 명칭이다. 상황을 수행하는 퍼포머는 ‘해석자(Interpreter)’로 불린다. 세갈은 이날 미술관에서 진행된 공개회에서 “작가로 활동한 약 25년간 ‘물질성 없는 예술이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다”고 했다. 세갈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미술관 야외 정원에서 펼쳐지는 ‘이 당신’은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 두드러진다. 해석자는 관람객을 만난 순간 느낀 감정을 각자 다른 노래로 들려준다. 이날 프리뷰에서는 관객과 눈을 맞춘 채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 윤도현밴드의 ‘너를 보내고’ 등을 불렀다. 미술관 로비에서 벌어지는 ‘무제’에선 군중 속에 뒤섞여 있던 해석자가 슬그머니 관람객에게 다가가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사라진다. “기록되지 않는 전시”로 표현되는 세갈의 작업은 작품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더 뚜렷해진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와 큐레이터, 공증인이 둘러앉아 서류 없이 구두 계약만으로 작품을 사고파는 것이 원칙”이라며 “작품은 오로지 훈련과 기억으로 미술관에 소장되며, 이는 ‘원본’과 불변성을 중시하는 미술관에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전시 도록은 발행되지 않고, 홍보용 사진과 소셜미디어 ‘인증샷’ 등도 찍을 수 없다. 세갈은 “지식은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성된 상황’은 작품당 14만5000달러(약 2억 원)에 팔린 적이 있다. 해당 전시가 미술관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의 작업인 건 맞다. 하지만 공연 등을 포함해 동시대 예술 전반에서 살펴보면 ‘상호작용과 즉흥성’이란 포인트가 익숙한 느낌도 없지 않다. 세갈과 인연이 깊은 프랑스 안무가 제롬 벨이 2023년 서울의 한 아트센터에서 해석자와 관객이 상호작용하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세갈이 “한국은 동시대 예술에 개방적”이라고 한 만큼, 국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6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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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도 인증샷도 없다…티노 세갈, 리움서 국내 첫 개인전

    차가운 전시장 바닥에 납작 웅크린 한 여성이 천천히 몸을 뒤집는다. 비틀리는 신체 근처엔 권오상 작가의 조형물 2점이 놓여 있다. 크기도, 생김새도 언뜻 실제 사람같은 작품 너머엔 20세기 스페인 조각가 로보의 소녀상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상이 배치됐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오브제는 점차 단순해지더니, 끝내 철근과 돌로 된 추상적인 조형물에서 시선이 멈춘다. 그런데 이 조형물에서 아까 그 여성이 보이는 것도 같다.다음 달 3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M2에서 개막하는 ‘티노 세갈’전을 25일 먼저 찾았다. 전통적인 미술 개념에서 벗어나 퍼포먼스와 시각예술 등이 결합된 작업을 선보여 온 영국 태생 독일계 작가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살아있는 조각”인 인간을 추상적 조각과 연결한 작품 ‘무언가 당신 코 앞에 나타나게 놔두는 대신 춤추는 브루스와 댄 그리고 다른 것들’을 포함해 총 6종류의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을 전시장 구역별로 나눠 선보인다.‘구성된 상황’은 소리와 몸짓,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작품에 작가가 부여한 명칭이다. 상황을 수행하는 퍼포머는 ‘해석자(Interpreter)’로 불린다. 세갈은 이날 미술관에서 진행된 공개회에서 “작가로 활동한 약 25년간 ‘물질성 없는 예술이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다”고 했다. 세갈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미술관 야외 정원에서 펼쳐지는 ‘이 당신’은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 두드러진다. 해석자는 관람객을 만난 순간 느낀 감정을 각자 다른 노래로 들려준다. 이날 프리뷰에서는 관객과 눈을 맞춘 채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 윤도현밴드의 ‘너를 보내고’ 등을 불렀다. 미술관 로비에서 벌어지는 ‘무제’에선 군중 속에 뒤섞여 있던 해석자가 슬그머니 관람객에게 다가가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사라진다.“기록되지 않는 전시”로 표현되는 세갈의 작업은 작품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더 뚜렷해진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와 큐레이터, 공증인이 둘러앉아 서류 없이 구두 계약만으로 작품을 사고 파는 것이 원칙”이라며 “작품은 오로지 훈련과 기억으로써 미술관에 소장되며, 이는 ‘원본’과 불변성을 중시하는 미술관에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전시 도록은 발행되지 않고, 홍보용 사진과 소셜미디어 ‘인증샷’ 등도 찍을 수 없다. 세갈은 “지식은 대부분 구전으로 전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구성된 상황’은 작품당 14만5000달러(약 2억 원)에 팔린 적이 있다.해당 전시가 미술관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의 작업인 건 맞다. 하지만 공연 등을 포함해 동시대 예술 전반에서 살펴보면 ‘상호작용과 즉흥성’이란 포인트가 익숙한 느낌도 없지 않다. 세갈과 인연이 깊은 프랑스 안무가 제롬 벨이 2023년 서울의 한 아트센터에서 해석자와 관객이 상호작용하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세갈이 “한국은 동시대 예술에 개방적”이라고 한 만큼, 국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6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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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히메지성 내달 2.5배 올려 2500엔… 경복궁은 20년째 3000원

    봄이 되면 일본 고베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히메지(姫路)성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런데 올봄엔 히메지성에 가려면 지난해의 2.5배에 이르는 돈을 내야 한다. 다음 달 1일부터 성인 1인당 입장료가 1000엔(약 9300원)에서 2500엔으로 인상되기 때문. 앞서 오사카성도 지난해 4월부터 성 내부 관람료를 기존보다 2배인 1200엔으로 올렸다. 최근 세계적으로 관광 인구가 크게 증가하자 관광세를 도입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관광명소로 인기 높은 세계 문화유산들의 ‘관람료 인플레이션’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K컬처 열풍으로 문화적 관심이 높아진 우리나라도 “20년째 3000원인 궁궐 입장료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베르사유 궁전, 비유럽인 입장료만 올려고대 잉카 문명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페루 마추픽추 역시 올 5월부터 입장료가 오른다. 페루 정부는 9일(현지 시간) “성인 외국인 기준으로 마추픽추 입장료를 기존 152솔(약 6만5500원)에서 163솔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내국인 입장료도 64솔에서 69솔로 오른다”고 밝혔다.이처럼 해외에선 자국민보다 외국인 요금을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도 지난달부터 관광 성수기(4∼10월) 동안 유럽경제지역(EEA) 이외 국가에서 온 방문객에겐 베르사유 궁전 관람료로 35유로(약 5만9600원)를 받고 있다. 기존 32유로보다 9.4% 인상된 금액. 반면 유럽 방문객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지에선 “가격 조정에 따른 추가 수입은 연간 93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람료 인상 도미노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다, 자국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대중적 인식의 확대가 맞물린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정부 재정 악화와 자국민 우선주의 등이 관람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을 가격 장벽으로 완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민 문화향유권 고려해 인상해야”국내에서도 조선 궁궐과 왕릉의 입장료가 인상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9∼20일 ‘궁능 관람료 현실화 관련 대국민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해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의 적정 관람료와 내외국인 차등 요금 등에 관한 의견을 모았다. 해당 온라인 설문은 입장료 인상에 찬성하며 ‘문화유산 보존과 방문자 관리에 힘쓰자’는 의견이 더 많았으나, 한복 착용 무료 폐지 등 조건을 내건 경우가 상당수였다. ‘입장료가 오르면 자주 가긴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현재 경복궁과 창덕궁 입장료는 3000원, 덕수궁·창경궁·종묘는 1000원이다. 조선왕릉은 500∼2000원을 받는다. 경복궁 기준으로 하면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내국인, 만 18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외국인, 국가유공자, 한복 착용자 등은 무료다. 궁능유적본부와 문화행정연구소가 지난해 궁능 관람객 23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궁능 입장료로 평균 9730원을 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산청은 “의견 수렴 단계를 거쳐 연내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세계 최저가 수준인 국내 티켓값을 인상할 때가 됐다”면서도 “보편적 문화 향유권을 저해하지 않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현 건국대 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겸임교수는 “저렴한 입장료는 훌륭한 복지지만, 문화유산 관리의 질을 높이고 행정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며 “다만 우리 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입장료 문턱을 높이는 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관람 방식과 할인 정책의 다양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히메지성은 입장료를 인상하되, 1년간 무제한 관람이 가능한 ‘연간 입장권’을 2회 입장 가격(5000엔)에 판매하기로 했다. 지역 거주민은 기존 가격인 1000엔만 받는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장)는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계절이나 시간별로 가격을 달리하고 인근 박물관 전시나 야간 행사와 통합한 ‘패키지 관람권’ 등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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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 상승·보호 인식 맞물려…세계유산 관람료 인상 도미노

    봄이 되면 일본 고베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히메지성(姫路城)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런데 올봄엔 히메지성에 가려면 지난해의 2.5배에 이르는 돈을 내야 한다. 다음 달 1일부터 성인 1인당 입장료가 1000엔(약 9300원)에서 2500엔으로 인상되기 때문. 앞서 오사카성도 지난해 4월부터 성 내부 관람료를 기존보다 2배인 1200엔으로 올렸다. 최근 세계적으로 관광 인구가 크게 증가하자 관광세를 도입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관광명소로 인기 높은 세계 문화유산들의 ‘관람료 인플레이션’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K컬처 열풍으로 문화적 관심이 높아진 우리나라도 “20년째 3000원인 궁궐 입장료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베르사유궁전, 비 유럽인 입장료만 올려고대 잉카 문명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페루 마추픽추 역시 올 5월부터 입장료가 오른다. 페루 정부는 9일(현지 시간) “성인 외국인 기준으로 마추픽추 입장료를 기존 152솔(약 6만5500원)에서 163솔로 조정할 계획”이라며 “내국인 입장료도 64솔에서 69솔로 오른다”고 밝혔다.이처럼 해외에선 자국민보다 외국인 요금을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도 지난달부터 관광 성수기(4~10월) 동안 유럽경제지역(EEA) 이외 국가에서 온 방문객에겐 베르사유 궁전 관람료로 35유로(약 5만9600원)를 받고 있다. 기존 32유로보다 9.4% 인상된 금액. 반면 유럽 방문객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지에선 “가격 조정에 따른 추가 수입은 연간 93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람료 인상 도미노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다, 자국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대중적 인식의 확대가 맞물린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정부 재정 악화와 자국민 우선주의 등이 관람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를 가격 장벽으로 완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민 문화향유권 고려해 인상해야”국내에서도 조선 궁궐과 왕릉의 입장료가 인상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9~20일 ‘궁능 관람료 현실화 관련 대국민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해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의 적정 관람료와 내외국인 차등 요금 등에 관한 의견을 모았다. 해당 온라인 설문은 입장료 인상에 찬성하며 ’문화유산 보존과 방문자 관리에 힘 쓰자’는 의견이 더 많았으나, 한복 착용 무료 폐지 등 조건을 내건 경우가 상당수였다. ‘입장료가 오르면 자주 가긴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현재 경복궁과 창덕궁 입장료는 3000원, 덕수궁·창경궁·종묘는 1000원이다. 조선왕릉은 500~2000원을 받는다. 경복궁 기준으로 하면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내국인, 만 18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외국인, 국가유공자, 한복 착용자 등은 무료다. 궁능유적본부와 문화행정연구소가 지난해 궁능 관람객 23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궁능 입장료로 평균 9730원을 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유산청은 “의견 수렴 단계를 거쳐 연내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세계 최저가 수준인 국내 티켓값을 인상할 때가 됐다”면서도 “보편적 문화 향유권을 저해하지 않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현 건국대 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겸임교수는 “저렴한 입장료는 훌륭한 복지지만, 문화유산 관리의 질을 높이고 행정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필요하다”며 “다만 우리 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입장료 문턱을 높이는 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관람 방식과 할인 정책의 다양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히메지성은 입장료를 인상하되, 1년간 무제한 관람 가능한 ‘연간 입장권’을 2회 입장 가격(5000엔)에 판매하기로 했다. 지역 거주민은 기존 가격인 1000엔만 받는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장)는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계절이나 시간 별로 가격을 달리하고 인근 박물관 전시나 야간 행사와 통합한 ‘패키지 관람권’ 등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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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 고찰’ 불국사 대웅전, 연내 해체-수리

    국내 대표 사찰 중 하나인 경북 경주 불국사의 본당(本堂) 격인 대웅전(大雄殿·국가지정유산 보물)이 올해 안에 해체돼 수리에 들어간다. 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최근 문화유산위원회 건축문화유산분과 회의에서 “지난해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불국사 대웅전은 6개 등급 가운데 5번째인 ‘E(보수)’ 등급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문화유산연구원은 해마다 20∼30건의 관리 대상을 선정해 상태를 점검하며, A(양호) B(경미 보수) C(주의 관찰) D(정밀 진단) E(보수) F(긴급 조치) 등으로 나눠 평가한다. 가급적 빨리 수리가 필요할 경우 E나 F 등급으로 판단한다. 분과회의 자료에 따르면 불국사 대웅전은 2018년부터 보존 상태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이어졌다. 연구원 측은 “대량(大樑·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큰 들보)과 반자(지붕 밑을 편평하게 만든 구조물)의 파손이나 탈락이 확인됐다”며 “2023년 점검에서도 주요 부재에서 전반적으로 처짐이나 균열, 파손 등이 나타났다. 해체 및 수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11년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신라 경덕왕 때인 751년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국사의 핵심 불전(佛殿)이다. 오늘날 남아 있는 건물은 조선 영조 때인 1765년 중창된 것이나, 건물 하부의 초석과 기단 등은 신라 시대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중창 기록과 단청에 대한 기록이 함께 보존돼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대웅전 앞뜰엔 국보 ‘다보탑’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모니터링에서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문화유산은 불국사 대웅전을 포함해 모두 3건이다. 국보 13건과 보물 11건을 점검한 결과, 국보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과 보물 ‘강릉 보현사 낭원대사탑비’도 E 등급을 받았다. 보현사 낭원대사탑비는 올해 해체 및 수리되며,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보존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국보 13건과 보물 12건 등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이 실시된다. 점검 대상에는 서울 숭례문과 경주 첨성대, 경복궁 근정전, 공주 갑사 대웅전 등이 포함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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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국사 대웅전 올해 ‘해체 수리’ 착수…“파손·균열 심각”

    경주 불국사의 중심 건물인 대웅전(大雄殿)이 보수가 필요하다는 점검 결과가 나옴에 따라 해체, 수리하는 공사가 올해 진행된다.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달 문화유산위원회 건축문화유산분과 회의에서 “지난해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 결과 대웅전은 총 6개 등급 가운데 뒤에서 2번째인 ‘보수’(E) 등급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문화유산연구원은 매년 관리 대상 20~30건을 선정해 상태를 점검한다.분과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웅전은 2018년부터 보존 상태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문화유산연구원 측은 “대량(大樑·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큰 들보)과 반자(지붕 밑을 편평하게 만든 구조물)의 파손이나 탈락이 확인됐다”며 “앞서 2023년 점검에서도 주요 부재 전반적으로 처짐, 균열, 파손 등 현상이 나타났다. 해체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2011년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신라 경덕왕 때인 751년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국사의 핵심 불전(佛殿)이다. 오늘날 남아있는 건물은 조선 영조 재위 기간인 1765년 중창된 것이나, 건물 하부의 초석과 기단 등은 신라시대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창 기록과 단청에 대한 기록이 함께 보존돼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 앞뜰에는 국보 ‘다보탑’과 ‘석가탑’이 세워져 있다.한편 이번 모니터링에서 대웅전을 포함해 수리가 필요한 문화유산은 총 3건으로 집계됐다. 국보 13건, 보물 11건 등 총 24건 가운데 국보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과 보물 ‘강릉 보현사 낭원대사탑비’도 E등급을 받았다. 보현사 낭원대사탑비는 올해 해체 및 수리되며,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보존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21건은 ‘주의 관찰’(C) 등급으로 평가됐다.올해는 국보 13건과 보물 12건 등 25건의 문화유산에 중점 모니터링이 실시된다. 점검 대상에는 서울 숭례문, 경주 첨성대, 경복궁 근정전, 공주 갑사 대웅전 등이 포함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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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덕궁 누비는 AI ‘순라봇’… 화재-침입 사각지대 없앤다

    20일 서울 창덕궁 후원. 높이 1m 남짓의 상자형 로봇이 흙길 위를 지나다녔다. 꽁무니에 달린 빨간 매듭 노리개를 흔들며 연못 근처를 지날때, 한 직원이 시험을 위해 휴대용 부탄가스 토치로 로봇 가까이 불을 갖다 댔다. 그러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라는 경고음이 울리며 경광등이 켜졌다. 창덕궁 상황실 화면에는 즉각 “오전 11시 8분 화재” 경고창이 떴다. 이 로봇은 국가유산청이 조선시대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순라군(巡邏軍)’에서 이름을 따 10일 시범 도입한 궁궐 최초의 로봇 경비원 ‘순라봇’이다. 고궁 가운데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길이 많은 창덕궁에서 다음 달 9일까지 성능을 시험한다. 순라봇은 인공지능(AI)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기반해 자율 주행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낮 2회, 밤 7회 순찰한다. 후원 내 충전소에서 출발해 약 40분간 애련정(愛蓮亭)과 부용지(芙蓉池) 등을 점검한 뒤 충전소로 돌아오는 코스다. 별도 조작하지 않아도 정해진 순찰 일정에 맞춰 알아서 ‘출퇴근’을 한다. 같은 로봇이 대한민국 공군의 대구 종합보급창 등에서도 쓰이고 있다. 화재나 침입 등을 감지하고 관제센터로 즉시 알리는 기능을 갖췄다. 반경 150m를 3차원 탐지하는 라이다(LIDAR) 센서와 전후좌우 카메라, 화재 감지 센서가 장착됐다. 고감도 마이크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의 위치까지 파악 가능하다. 이를 개발한 ‘도구공간’의 강경순 본부장은 “AI 딥러닝을 통해 비명과 아기 울음소리, 유리창 파열음 등을 분간한다”며 “높이가 비슷한 어린아이와 입간판을 시각적으로 구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순라봇의 도입은 2008년 숭례문 방화, 2023년과 지난해 발생한 경복궁 낙서 사건 등에서 거듭 지적됐던 문화재 관리 사각 문제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덕궁(54만 m²)과 경복궁(38만 m²) 등 부지가 넓은 궁궐은 관리의 허점이 생기기 쉽다. 김철용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장은 “인력과 폐쇄회로(CC)TV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틈이 있다. 순라봇이 상시 조력자가 돼줄 것”이라고 했다. 강 본부장은 “창덕궁 전체 권역 기준으로 총 3대 투입되면 사각지대 상당 부분을 메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보완할 점이 눈에 띄기도 했다. 바퀴 특성상 5cm가 넘는 궁궐 문턱을 스스로 넘지 못해 전각 곳곳을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일부 구간에서는 통신 오류가 생겨 CCTV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지 않기도 했다. 국가유산청은 시범 운영을 거쳐 확대 적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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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RM 소장품,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서 만난다

    “이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다리가 되길 바랍니다.” 다음 달 20일 완전체로 컴백하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사진)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RMXSFMOMA’에서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고 직접 큐레이션까지 나선다. 20일 SFMOMA에 따르면 RM은 “우리는 경계로 규정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시는 바로 그런 경계들을 비춘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작품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호기심이든 연구든, 어떤 시선이든 모두 환영한다”고 전했다. 특별전에는 RM 소장품과 SFMOMA 소장품 200여 점이 출품된다. 이번 특별전은 SFMOMA가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며, 내년 2월 7일까지 SFMOMA에서만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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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RM 소장품,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서 공개한다

    “이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다리가 되길 바랍니다.”다음 달 20일 완전체로 컴백하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RM x SFMOMA’에서 자신의 소장품을 공개하고 직접 큐레이션까지 나선다.20일 SFMOMA에 따르면 RM은 “우리는 경계로 규정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시는 바로 그런 경계들을 비춘다”며 “동양과 서양, 한국과 미국, 근대와 현대, 개인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이에 놓인 경계가 포함된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작품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호기심이든 연구든, 어떤 시선이든 모두 환영한다”고 전했다.특별전에는 RM 소장품과 SFMOMA 소장품 200여 점이 출품된다. 김환기, 박래현, 윤형근, 장욱진 등 굵직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마크 로스코, 앙리 마티스, 조지아 오키프, 파울 클레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SFMOMA 측은 “RM의 사색적인 컬렉션은 현대 미술을 새롭게 바라보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특별전은 SFMOMA가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며, 내년 2월 7일까지 SFMOMA에서만 열린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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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 넘나드는 백현진… 그가 그린 ‘서울의 색’

    제목 그대로 ‘갈팡질팡’하는 색깔의 도형들이 가로 1.5m, 세로 2.1m 크기의 도톰한 한지에 그려져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금색 스프레이 선과 다홍색, 주황색 물감은 묘하게 삐걱대며 어우러진다. 그림을 그린 배우 백현진(사진)이 지난해 발표한 정규 앨범 ‘서울식’에서 “어둡고 하얗고 노랗고 푸르고/희미한 선명한 가물거리는 시간”(수록곡 ‘시간’에서)이라고 역설적으로 노래한 대목이 절로 떠올랐다.지난해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에서 ‘백 부장’ 캐릭터로 사랑받은 화가 겸 배우, 싱어송라이터 백현진의 개인전 ‘서울 신택스(Seoul Syntax)’가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4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갈팡질팡’을 포함해 그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느낀 소회가 담긴 평면 회화, 비디오 작업 등 30여 점이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장예란 PKM 갤러리 전시팀장은 “서울이라는 공간 속 리듬과 어긋남, 규칙과 오류의 공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어법 또는 구문(構文)으로 번역되는 신택스(syntax)에는 문법(grammar)과 달리 맞고 틀림이 없다”고 설명했다.출품작에선 충분한 여백을 낀 느슨한 구성과 반복적으로 배치된 도형으로 인해 담백한 균형이 느껴진다. 두꺼운 한지에 물감이 스며든 ‘멈춤’(2025년) 등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빼곡하게 쌓아 올리던 예전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흑연과 잉크 등 간소한 재료로 완성한 ‘PW’ 연작도 맥을 나란히 한다. 백현진은 3일 간담회에서 “젊었을 땐 덜 그리면 불안했다. 채우고 채우며 밀도 높은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는 덜 그린 듯한 그림이 좋다”고 했다. 서울을 소리로 표현한 작업이 앨범 ‘서울식’이라면, 전시는 시각적 결과물이다. 그림에는 백현진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4년 책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는 일’에서 “청년 시절에는 서울이란 도시의 모든 게 끔찍이 싫었다. 특히 색깔이 몹시 거슬렸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그 색깔이 볼만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조화롭다고 여겨지는 색감에서 벗어나, 그 어떤 조합이든 익숙해지는 훈련을 최근 수년간 반복했다고 한다. 다음 달 2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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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끔찍하게 싫던 서울의 색, 이제는 볼만해졌다…백현진 ‘서울 신택스’

    제목 그대로 ‘갈팡질팡’하는 색깔의 도형들이 가로 1.5m, 세로 2.1m 크기의 도톰한 한지에 그려져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금색 스프레이 선과 다홍색, 주황색 물감은 묘하게 삐걱대며 어우러진다. 그림을 그린 배우 백현진이 지난해 발표한 정규 앨범 ‘서울식’에서 “어둡고 하얗고 노랗고 푸르고/희미한 선명한 가물거리는 시간”(수록곡 ‘시간’에서)이라고 역설적으로 노래한 대목이 절로 떠올랐다.지난해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에서 ‘백부장’ 캐릭터로 사랑받은 화가 겸 배우, 싱어송라이터 백현진의 개인전 ‘서울 신택스(Seoul Syntax)’가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4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갈팡질팡’을 포함해 그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느낀 소회가 담긴 평면 회화, 비디오 작업 등 30여 점이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장예란 PKM 갤러리 전시팀장은 “서울이라는 공간 속 리듬과 어긋남, 규칙과 오류의 공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어법 또는 구문(構文)으로 번역되는 신택스(syntax)에는 문법(grammar)과 달리 맞고 틀림이 없다”고 설명했다.출품작에선 충분한 여백을 낀 느슨한 구성과 반복적으로 배치된 도형으로 인해 담백한 균형이 느껴진다. 두꺼운 한지에 물감이 스며든 ‘멈춤’(2025년) 등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빼곡하게 쌓아 올리던 예전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흑연과 잉크 등 간소한 재료로 완성한 ‘PW’ 연작도 맥을 나란히 한다. 백현진은 3일 간담회에서 “젊었을 땐 덜 그리면 불안했다. 채우고 채우며 밀도 높은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는 덜 그린 듯한 그림이 좋다”고 했다.서울을 소리로 표현한 작업이 앨범 ‘서울식’이라면, 전시는 시각적 결과물이다. 그림에는 백현진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4년 책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는 일’에서 “청년 시절에는 서울이란 도시의 모든 게 끔찍이 싫었다. 특히 색깔이 몹시 거슬렸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그 색깔이 볼만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조화롭다고 여겨지는 색감에서 벗어나, 그 어떤 조합이든 익숙해지는 훈련을 최근 수 년간 반복했다고 한다. 다음 달 2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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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우리문화유산 25만점, 29개국 801곳서 소장 확인”

    외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25만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올해 1월 1일 기준 해외로 반출돼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은 25만6190점(12만1143건)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세계 29개국 박물관과 미술관 등 801곳을 조사한 숫자로, 소장 정보나 취득 경위가 불명확한 경우를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라별로 보면 일본이 전체 43.2%에 해당하는 11만611점을 갖고 있다. 미국(6만8961점)과 독일(1만6082점), 영국(1만5417점)이 그다음으로 많다. 중국 고궁박물원,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등에도 우리 문화유산이 보관돼 있다. 재단 측은 “19, 20세기에 도난된 경우가 많지만 정상적인 거래나 선물에 의한 반출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재단을 통해 환수된 문화유산은 올해 1월 기준 2855점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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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손엔 설 음식, 다른 손으로 ‘이 책’… 배부른 ‘4D 독서’ 어때요

    명절의 묘미는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식탁이다. 색색깔 나물과 바삭한 전이 풍기는 구수한 향은 없던 입맛도 돌게 만든다. 짧지 않은 연휴, 최근 세계적으로도 열풍인 한식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들을 읽어보면 어떨까. 지난해 1월 이후 출간된 도서 중에서 골라봤다.●한국인의 매운맛 사랑‘매운맛’ 없이 오늘날 한국인의 입맛을 논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고추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세기 이전엔 어떻게 매운맛에 대한 열망을 충족할 수 있었을까.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우리 양념의 기원과 변천에 대해 짚은 책 ‘양념의 인문학’(정혜경, 신다연 지음·따비)은 1611년 조선의 문신 허균(1569~1618년)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도문대작’에는 매운 장을 가리켜 ‘초시(椒豉)’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책은 이를 고추장이 아닌, 초피로 만든 ‘천초장(川椒醬)’으로 본다.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매운맛을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은 고추 도입 이전에도 초피나 산초를 이용해 매운 양념을 만들어 먹었다”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고추의 사용량과 빈도가 다른 매운맛 향신료를 압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원조 미식가요리 서바이벌 예능 열풍이 거세다. 군침이 절로 나는 음식만큼이나 촌철살인 같은 평가가 재미 포인트다. 16세기에도 조선 팔도의 음식을 통달하고서 비평을 남긴 ‘미식가 선비’가 있었다. 앞서 ‘도문대작’을 쓴 허균이다. “남북을 오가며 맛난 고기든 아름다운 꽃부리든 씹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그는 글에 자신이 경험한 조선의 맛과 멋을 압축시켰다.이달 발간된 책 ‘허균의 맛’(김풍기 지음·글항아리)은 ‘도문대작’을 “조선 최초의 맛집 지도”라고 평하면서 그 속에 담긴 65개의 음식을 인문학적으로 살핀다. 고소한 봄을 불러오는 생선 ‘웅어’부터 코가 뻥 뚫리는 산갓김치, 고등어 내장으로 만든 젓갈, “혼탁한 세속의 마음을 정화하는 재료”라고 표현한 마늘까지 다채로운 식재료가 등장한다.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이자 국내 저명한 허균 연구자가 풍부한 설명을 곁들여 친절하게 풀어썼다.●겨울 구미 당기는 냉면직장인의 발길로 붐비는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은 요즘 냉면 가게 ‘전쟁’이다. 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 등 지역마다 매력 있는 냉면들은 겨울에도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책 ‘냉면의 역사’(강명관 지음·푸른역사)는 이처럼 다양한 우리나라 냉면의 발자취를 톺아본다. 신라 진흥왕이 순행 길에 얼음을 띄운 메밀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을 시발점 삼아 여러 고문헌을 통해 선조들의 냉면 사랑을 살폈다.책의 ‘별미’는 19~20세기 냉면이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확산한 과정을 다룬 부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평양에서는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조합을 결성해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파업을 일으켰다. 냉면이 외식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반죽꾼과 발대꾼, 앞자리, 고명꾼, 배달부 등 냉면 노동자의 유형도 숫자도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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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의 대학로 누빈 일타 강사와 시험 브로커

    2010년 퓨전 사극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성균관 유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성장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배우들이 연기한 ‘꽃도령’ 캐릭터들은 두꺼운 팬덤을 거느리기도 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조선의 국립대학’ 성균관은 “싱그러운 청춘이 모인 캠퍼스”로 대중에게 인식됐다. 그러나 성균관의 실제 풍경은 드라마와 괴리가 상당했다. 18세기 성균관 상재생(上齋生·급제를 거쳐 입학한 유생)의 평균 나이는 약 45세였다. 3년에 한 번 치러지는 식년시(式年試)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게다가 ‘남장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하숙집 사장 격인 반주인(泮主人) 가족과 정분이 나는 서사가 훨씬 그럴듯했다. 19세기 야담집 ‘청구야담’엔 유생이 반주인의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일화가 등장한다. 오늘날 ‘대학로’로 통칭되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혜화동 일대의 17세기 이후 풍경을 살핀 책이다. 조선시대 유일한 대학가이자 고시촌이었던 반촌(泮村)의 독특한 운영 방식과 변천사를 20개 주제로 나눠 풀어냈다. 풍부한 고문헌과 한시 등 자료가 뒷받침하는 덕에 전개가 탄탄하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권위 있는 고전 연구 학자인 저자는 반촌의 인간 군상을 만화경을 보듯 다채롭고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반촌에 형성된 대학 문화를 그간 잘 알려진 유생 너머 반인(泮人)에게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본래 성균관 소속 공노비를 가리켰던 반인은 그 역할이 점차 푸줏간 주인, 과거 시험 브로커 등으로 넓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유생과 관계를 맺고 세력을 키웠다. 반주인을 소개한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반주인은 유생에게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물건을 사다 주거나 유생 대신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문과(대과) 급제를 위해 온갖 뒷바라지를 한 셈이다. 17세기 글 ‘검옹지림(黔翁志林)’에 따르면 유생이 벼슬에 오를 땐 후한 보상도 따랐다. 유생은 반촌 시절의 수고에 대한 대가로 반주인에게 큰 재물을 줬다. 이는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기보단 채무 이행에 가까운” 경우도 많았다. 고시촌이 있었으니 당연히 ‘스타 강사’도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18세기 반인 출신 교육자 정학수(鄭學洙)가 꼽힌다. 노비 신분인 수복(守僕)으로 오래 일했으나,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뛰어나 크게 인정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땐 한 제자가 시를 지어 “동쪽 서쪽 거리에서 샘 솟듯 울음 울며/마을 현인 잃었다며 모두가 곡을 하네”라고 애도했다. 저자는 “당대 한양 사람은 반촌과 반인을 따돌리고 천시했으나, 반인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고 평했다. 반촌은 20세기 들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개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성균관의 위상은 추락하고, 반촌의 역할도 없어졌다. 사람 냄새 물씬한 반촌의 세계에 푹 빠져든 독자라면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절로 대학로로 향할지도 모르겠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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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北대사대리가 말하는 ‘돈세탁 설계자’의 실체

    지난해 북한 해커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탈취한 암호화폐 규모는 약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탈취한 돈을 북한으로 흘려보내는 과정의 핵심 인물은 ‘어둠의 은행가’ 심현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트와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샥스핀 등을 구입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 세탁까지 도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송에는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가 출연해 심현섭의 실체를 파헤친다. 2019년 쿠웨이트에서 일하던 중 가족과 탈북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류 전 대사대리는 심현섭을 실제 만난 일화를 들려준다. 심현섭은 당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상주하면서 김정은 일가를 위한 고급 시계 등 사치품을 수시로 구매했다고 한다. ‘어둠의 은행가’로서의 모습과 대비되는 면모도 밝혀진다. 류 전 대사대리는 “사석에서 식사할 땐 딸 이야기를 꺼내며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고 전한다. 2016년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하던 북한 경제무역참사부 김철성 부대표 역시 심현섭을 직접 만난 목격담을 밝혀 눈길을 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심현섭을 잡고자 현상금 700만 달러(약 100억 원의)를 걸어둔 상태다. 심현섭을 단순 전달책이 아닌, 북한의 돈세탁 전반을 설계한 인물로 판단해 전 세계를 상대로 공개 수배를 내린 것. 심현섭은 수사망을 피하려 ‘심 알리’ ‘심 하짐’ 등 가명을 사용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류 전 대사대리가 북한의 비공식 경제 구조와 사이버 범죄, 대외 네트워크 등에 관한 밀도 높은 설명을 곁들여 이해도를 높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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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균관은 청춘 캠퍼스 아닌 고시촌… ‘반촌’에 비친 조선의 대학로

    2010년 퓨전 사극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성균관 유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성장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배우들이 연기한 ‘꽃도령’ 캐릭터들은 두터운 팬덤을 거느리기도 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조선의 국립대학’ 성균관은 “싱그러운 청춘이 모인 캠퍼스”로 대중에게 인식됐다.그러나 성균관의 실제 풍경은 드라마와 괴리가 상당했다. 18세기 성균관 상재생(上齋生·급제를 거쳐 입학한 유생)의 평균 나이는 약 45세였다. 3년에 한 번 치러지는 식년시(式年試)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게다가 ‘남장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하숙집 사장 격인 반주인(泮主人) 가족과 정분이 나는 서사가 훨씬 그럴듯했다. 19세기 야담집 ‘청구야담’엔 유생이 반주인의 부인과 불륜을 저지른 일화가 등장한다.오늘날 ‘대학로’로 통칭되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혜화동 일대의 17세기 이후 풍경을 살핀 책이다. 조선시대 유일한 대학가이자 고시촌이었던 반촌(泮村)의 독특한 운영 방식과 변천사를 20개 주제로 나눠 풀어냈다. 풍부한 고문헌과 한시 등 자료가 뒷받침하는 덕에 전개가 탄탄하다.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권위 있는 고전 연구 학자인 저자는 반촌의 인간 군상을 만화경을 보듯 다채롭고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반촌에 형성된 대학 문화를 그간 잘 알려진 유생 너머 반인(泮人)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본래 성균관 소속 공노비를 가리켰던 반인은 그 역할이 점차 푸줏간 주인, 과거 시험 브로커 등으로 넓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유생과 관계를 맺고 세력을 키웠다.반주인을 소개한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반주인은 유생에게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물건을 사다 주거나 유생 대신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문과(대과) 급제를 위해 온갖 뒷바라지를 한 셈이다. 17세기 글 ‘검옹지림(黔翁志林)’에 따르면 유생이 벼슬에 오를 땐 후한 보상도 따랐다. 유생은 반촌 시절의 수고에 대한 대가로 반주인에게 큰 재물을 줬다. 이는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기보단 채무 이행에 가까운” 경우도 많았다.고시촌이 있었으니 당연히 ‘스타 강사’도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18세기 반인 출신 교육자 정학수(鄭學洙)가 꼽힌다. 노비 신분인 수복(守僕)으로 오래 일했으나,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뛰어나 크게 인정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땐 한 제자가 시를 지어 “동쪽 서쪽 거리에서 샘 솟듯 울음 울며/마을 현인 잃었다며 모두가 곡을 하네”라고 애도했다. 저자는 “당대 한양 사람은 반촌과 반인을 따돌리고 천시했으나, 반인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고 평했다.반촌은 20세기 들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개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성균관의 위상은 추락하고, 반촌의 역할도 없어졌다. 사람 냄새 물씬한 반촌의 세계에 푹 빠져든 독자라면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절로 대학로로 향할지도 모르겠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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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을 감싼 지중해 빛, 대서양 건너 또 다른 빛 되다

    ‘빛의 대가(Master of Light)’로 불리는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는 1907년 투병 중이던 자신의 딸 마리아를 그림으로 그렸다. 스페인 세고비아의 ‘라 그랑하’ 왕실 별장을 거니는 마리아의 하얀 드레스와 흙바닥 위로 쏟아지는 태양을 화폭에 눈부시게 담았다. 그런데 지중해의 빛을 포착한 이 작품은 얼마 뒤 소로야에게 다른 차원의 ‘빛’을 안겨주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라 그랑하의 마리아’는 이전까지 유럽에 한정돼 있던 소로야의 명성을 미국으로 넓힌 작품으로 꼽힌다. 그림은 대서양 너머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의 첫 번째 영구 소장품이 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미술관에 따르면 중대한 전환점은 1909년 미 뉴욕에서 열린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HSA)’전이었다. HSA를 설립한 철도 재벌 가문의 상속자이자 히스패닉 연구자 아처 헌팅턴(1870∼1955)은 그간 눈여겨보던 화가인 소로야에게 대규모 개인전을 열라고 제안한다. 소더비에서 출간된 책 ‘화가: 호아킨 소로야’에 따르면 이 전시에는 350여 점의 그림이 출품됐고, 당대로선 기록적인 수준인 약 16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인들은 낯선 인상파 화가였던 소로야의 그림에 열광했다. 전시품 절반이 넘는 190여 점이 판매됐다. 헌팅턴은 그 가운데 주요 출품작인 ‘라 그랑하의 마리아’를 골랐다. 중산층 전문직 연봉이 1000달러 안팎이던 시절, 헌팅턴은 그 4배인 4000달러에 작품을 샀다고 한다. 약 16년간 그림을 보관하다가 1925년 개관을 앞둔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 HSA전 이후 소로야는 미국 각지에서 순회전을 열면서 부유한 후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헌팅턴은 다른 소장가들과 달리 단순히 작품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세상이 히스패닉을 어떻게 기억하게 할 것인가’를 함께 설계하는 동맹이 됐다. 그의 의뢰와 후원을 받아 소로야는 1913년부터 6년간 스페인 전역을 돌며 지역 주민의 풍습과 의상 등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바로 커다란 캔버스 14개를 이어 붙인 가로 길이 약 70m의 대작, ‘스페인의 비전’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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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중해의 태양을 포착한 ‘빛의 대가’

    ‘빛의 대가(Master of Light)’로 불리는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는 1907년 투병 중이던 자신의 딸 마리아를 그림으로 그렸다. 스페인 세고비아의 ‘라 그랑하’ 왕실 별장을 거니는 마리아의 하얀 드레스와 흙바닥 위로 쏟아지는 태양을 화폭에 눈부시게 담았다. 그런데 지중해의 빛을 포착한 이 작품은 얼마 뒤 소로야에게 다른 차원의 ‘빛’을 안겨주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라 그랑하의 마리아’는 이전까지 유럽에 한정돼 있던 소로야의 명성을 미국으로 넓힌 작품으로 꼽힌다. 그림은 대서양 너머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의 첫 번째 영구 소장품이 되기도 했다.샌디에이고미술관에 따르면 중대한 전환점은 1909년 미 뉴욕에서 열린 ‘히스패닉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HSA)’전이었다. HSA를 설립한 철도 재벌 가문의 상속자이자 히스패닉 연구자 아처 헌팅턴(1870~1955년)은 그간 눈여겨보던 화가인 소로야에게 대규모 개인전을 열라고 제안한다. 소더비에서 출간된 책 ‘화가: 호아킨 소로야’에 따르면 이 전시에는 350여 점의 그림이 출품됐고, 당대로선 기록적인 수준인 약 16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미국인들은 낯선 인상파 화가였던 소로야의 그림에 열광했다. 전시품 절반이 넘는 190여 점이 판매됐다. 헌팅턴은 그 가운데 주요 출품작인 ‘라 그랑하의 마리아’를 골랐다. 중산층 전문직 연봉이 1000달러 안팎이던 시절, 헌팅턴은 그 4배인 4000달러에 작품을 샀다고 한다. 약 16년간 그림을 보관하다가 1925년 개관을 앞둔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HSA전 이후 소로야는 미국 각지에서 순회전을 열면서 부유한 후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헌팅턴은 다른 소장가들과 달리 단순히 작품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세상이 히스패닉을 어떻게 기억하게 할 것인가’를 함께 설계하는 동맹이 됐다. 그의 의뢰와 후원을 받아 소로야는 1913년부터 6년간 스페인 전역을 돌며 지역 주민의 풍습과 의상 등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바로 커다란 캔버스 14개를 이어붙인 가로 길이 약 70m의 대작, ‘스페인의 비전’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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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금관 6점, 10년마다 경주서 모인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던 신라 금관 6점이 앞으로 10년마다 경주에서 함께 전시된다. 올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당대 황금 문화를 대표하는 신라 금관들을 선보인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1일 “약 1500년 전 신라 최고 통치자를 위해 만들어진 금관에 관한 전시를 더 자주, 더 많은 지역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신라 금관에 대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해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관련 전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APEC 정상회의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개막 10년 뒤인 2035년에는 신라 금관 6점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출토된 금관들을 한자리에 모아 살피는 대규모 전시가 개최될 전망이다. 아울러 5월에는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신라, 황금과 신성함’전이 열린다. 금관을 포함해 신라 문화와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다. 하반기에는 중국 상하이박물관에서도 신라를 다루는 전시가 개최된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경남 양산에서, 올 9월 경북 청도에서 금관을 주제로 한 순회전이 열린다. 지난해 개막한 금관 특별전은 박물관이 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9일 기준 누적 관람객 수는 25만1052명으로, 하루 관람 인원을 2550명으로 제한했던 걸 감안하면 거의 매일 매진된 셈이다. 경주박물관 관계자는 “특별전 폐막일인 22일까지 30만 명가량이 전시를 관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막 직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한 게 세계적인 이목을 끌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라 금관은 5∼6세기 전반 약 150년간 이어진 황금 문화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도 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을 매개로 해서, K컬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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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아는 지식 빼고 상식 빼고 세상을 봐, 그래야 들려”

    “외딴 행성에서 보내오는 소리가 안 들린다고? 우리가 아는 지식 빼고 상식 빼고 세상을 봐, 그래야 들려.” 2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가수 김수철(69)이 자신의 그림 ‘어느 행성의 소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캔버스는 내게 또 하나의 악보”라는 그는 14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데뷔전 ‘김수철: 소리 그림’을 개최한다. 30여 년간 아무도 모르게 혼자 그려온 그림 1000여 점 가운데 160점을 추려 처음으로 외부에 선보인다. 이날 작업실은 바라만 봐도 마음속 구김이 펴지는 듯한 그림들이 빼곡했다. 검은 먹 대신 푸른 물감을 쓴 ‘김수철표’ 수묵화, 알록달록한 도형 위에 VHS 비디오테이프를 풀어헤쳐 얼굴을 만든 자화상 등이 눈길을 끌었다. “30∼40년 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등의 VHS를 활용했어요. 10대 시절부터 그림은 내 삶의 일부였죠. 작곡할 땐 악상이 떠오르면 도형이나 색깔로 먼저 표현하고는 했습니다.” 1977년 가수로 데뷔한 이래 파격적인 음악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던 ‘작은 거인’의 면모는 그림에서도 묻어난다. 세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소리부터 인간의 청력으론 들리지 않는 깊은 바닷속 소리까지 200∼500호 크기 화폭에 담아냈다. 그는 “아크릴 물감으로 유화 질감을 내려 노력했다. 아크릴이 유화에 못 미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BTS(방탄소년단)가 공연했던 뉴욕 유엔본부에서 2002년에 ‘기타 산조’를 연주한 뒤로는 23년간 외국 땅을 못 밟았어요. 하지만 제겐 그림과 음악으로 만드는 세상이 더 컸습니다.” 시각 예술을 향한 애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다. 안개 풍경으로 잘 알려진 화가 이기봉과는 죽마고우, 지난달 별세한 배우 안성기와는 호형호제하며 오랜 시간 교류했다. 고인과는 1984년 영화 ‘고래사냥’에도 함께 출연했다. “다들 말리던 국악을 하다가 돈이 떨어질 때면 성기 형이 흔쾌히 큰돈을 빌려주고는 했어요. 삶의 은인이죠. 전시회에 깜짝 초대해서 꼭 격려받고 싶었는데…. 그림 한 점 드릴 수 없어 너무 슬픕니다.” 전시에선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김 씨는 매일 오전 5시 집을 나서 오후 6시까지 작업실에 머물며 10시간씩 그림을 그린다. 점심은 김밥, 저녁은 햄버거다. “요플레 뚜껑 핥아 먹듯” 아껴 쓰는 물감이지만, 만만찮은 재료비를 충당하려 적금을 2번이나 깼다. 그는 “전시 개최에 드는 돈이 예상치의 2배를 넘어 환장한다”면서도 “예술의전당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밥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 재벌이 된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전시 티켓값이 2만, 3만 원씩 하는 요즘, 김 씨가 주최 측을 설득해 맞춘 입장료는 1만 원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도 마음 편히 보러 오길 바라서였다. “아무렴 좋다, 좋아. 돈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전시를 보러 온 분들이 힘과 평안을 얻어 가길 바랍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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