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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北海道)가 정원 애호가들 사이에서 여름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동서 250km에 걸쳐 홋카이도 대표 정원 8곳을 잇는 ‘홋카이도 가든 가도(Hokkaido Garden Path)’가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여행업계도 관련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2009년 브랜드화한 홋카이도 가든 가도는 아사히카와에서 후라노를 거쳐 도카치 지역까지 이어지는 홋카이도 정원 관광의 핵심 코스다. 각 정원은 기후와 지형, 식생이 달라 계절마다 색다른 감각의 풍경을 보여 준다.●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정원들‘다이세쓰 모리노 가든’은 ‘신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다이세쓰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히말라야 블루포피와 캄파눌라 같은 고산식물이 풍성하게 피어나는 이 정원에 딸린 레스토랑에서는 홋카이도 출신 세계적 프렌치 셰프 미쿠니 기요미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우에노 팜’은 자연주의 정원 디자이너 우에노 유키가 영국 유학을 마치고 고향 아사히카와로 돌아와 조성한 정원이다. 영국식 정원 철학을 북방 식물과 홋카이도 자연조건에 맞게 섬세하게 재해석했다. 정원 안 카페와 헛간을 개조한 상점도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든다. 후라노 ‘바람의 정원’은 2008년 방영된 동명의 일본 TV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신후라노 프린스호텔에 있는 이 정원은 450여 종의 다년초와 장미가 어우러진 화단이 중심을 이룬다. 방문객들은 정원뿐 아니라 촬영에 사용된 집 내부도 둘러볼 수 있다. 홋카이도 남동부 도카치 지역은 5개 정원이 모여 있는 가든 가도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영국의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 댄 피어슨이 설계한 ‘도카치 천년의 숲’은 1000년 후 인류에 남겨줄 숲을 목표로 설계된 프로젝트형 정원이다. 초지 정원과 숲 산책로, 예술 작품 등이 어우러져 생태 복원과 감각적 체험이 동시에 가능한 장소다. 1800종 넘는 침엽수를 보유한 마나베 가든, 정원에서 기른 허브와 과일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도카치힐스, 일본의 타샤 튜더(미국의 유명 정원가)로 불린 고(故) 시치쿠 아키요 여사가 가꾼 시치쿠 가든, 홋카이도 과자 브랜드 롯카테이가 조성한 롯카노모리가 홋카이도 가든 가도의 품격을 완성한다.● 국내에도 시작된 정원 여행 트렌드 홋카이도 가든 가도는 이미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도 주목받는 정원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산과 평야, 정원을 따라 이어지는 여름의 홋카이도 여행은 자연의 장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정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정원 인근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지역 특산 재료로 만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여행의 큰 매력이다. 최근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취향 기반의 테마 여행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원은 자연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 공간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숲을 걷고 꽃을 바라보며 감각을 여는 경험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진관광 구윤교 과장은 “정원이 단순히 꽃을 보는 공간을 넘어 자연과 인생이 만나는 장소로 인식되면서 젊은 층과 중장년층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취향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정원 여행은 향후 유럽 같은 다른 지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마음이 쓸쓸했던 몇 해 전 초여름 어느 날, 일본 교토 근교 우지(宇治)의 사찰 정원에서 흐드러지게 핀 수국밭을 만났다. 작은 꽃송이가 중심에 알알이 맺히고 헛꽃이 레이스처럼 두른 산수국이었다. 단아한 형상인데도 깊은 남보라빛이라 어쩐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힘이 있었다. 그날 이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때의 산수국과 어느 산문집의 제목을 함께 떠올린다.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최근 경기 가평군의 주택정원에서 교토에서만큼이나 위로를 건네는 남보라빛 산수국을 만났다. 사업가 정구선 씨(㈜건교산업 대표)가 17년 전 집을 짓고 정성으로 일군 정원에서였다. 수국이 가득 피어난 언덕에서 그가 말했다. “이 남보라빛 수국을 보고 있으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고 행복해요. 미리 가보는 천국 같아요.”그를 처음 만난 건 사단법인 한국정원사협회 모임에서였다. 그야말로 정원에 ‘진심’인 회원들이 정원들을 답사하는 자리였다. 정 씨는 웃으면서 “우리 집은 특히 수국 필 때가 예쁘니까 그때 오세요”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수국 정원이 이렇게 대단한지 미처 몰랐다.그의 정원은 단지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니었다. 꽃과 나무에 바쳐진 인생의 풍경이자 한 사람의 꿈이 현실로 피어난 공간이었다. “어릴 적 소원이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거였거든요.”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사택을 옮겨 다니며 살았던 그는 늘 마당 있는 집을 꿈꿨다. 서른두 살이 되던 해, 처음 번 돈으로 강원 화천의 계곡 옆 2000평 땅을 사서는 사과나무 100주, 배나무 100주 등 과실수를 셀 수 없이 심었다. 서울 반포에서 주말마다 두 딸을 데리고 화천으로 향했지만 꿈은 그저 꿈인 것 같았다. “약을 치지 않고는 뭐 하나 제대로 자라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그 땅은 그냥 버려지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정년퇴직한 뒤 30년 가까이 가꿨다. “지금도 화천 집은 그대로 있어요. 엉망진창이지만….” 그 말이 지난 시간을 온전히 다 품은 듯했다.가평으로 온 것은 2008년. 2300평 대지에 150평 집을 짓고 가꾼 정원에는 저마다 매력을 뽐내는 나무 100여 그루가 들어서 있다. 황철쭉, 황목련, 수양벚꽃, 팥꽃나무, 풍년화, 미산딸나무, 마가목, 낙상홍…. 나무들 사이로 피어난 플록스와 접시꽃, 에키네시아와 블루베리가 바로 지금의 계절감을 드러낸다. 이제껏 먹은 블루베리 양보다 더 많은 블루베리를 이날 정원에서 따먹은 것 같다. 정 씨는 말했다.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여도 꽃을 만지고 있으면 금세 날아가요. 꽃은 그 자체로 응답해 주는 존재니까요.”그는 어머니가 세상을 뜬 후 극심한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 “남들은 뭘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냐고 했지만 그때 저는 숨 쉴 수조차 없었어요.” 일찍 남편을 여의고 두 딸을 키워낸 사업가 엄마는 강했지만 약하기도 했다. 2008년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딴 것이 그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나무를 심고 가지치기 등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곳이 마땅하지 않은 게 안타까워 지인들과 ‘파라가든’이라는 정원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천국(파라다이스)과 정원을 합친 말이다. 나중에는 함께 나무를 키워 이익이 생기면 공동 분배하는 실험도 해보고 싶단다.정원 뒤쪽 오솔길 따라 오르는 언덕이 산수국 꽃길이다. 15년 전 화천에서 세 포기 가져온 산수국을 꺾꽂이해 조성한 수국 동산이다. 그는 꺾꽂이로 주변에 아낌없이 묘목을 나눈다. 그해 나온 나뭇가지가 목질화할 때 한 마디씩 잘라 거름기 없고 배수가 잘되는 땅에 물을 말리지 않고 꽂으면 한두 달 후 뿌리가 내린다고 한다. 장마철을 환하게 밝혀주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꽃이 수국이다. 수국은 산성 땅에서는 푸른 빛, 알칼리성 땅에서는 붉은빛을 띤다. 색에 따라 꽃말도 다양하다. 분홍은 사랑과 감사, 빨강은 열정과 용기, 파랑은 신뢰와 사과, 보라는 꿈과 희망…. 정 씨의 수국 정원에서 나는 꿈과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수국은 슬픔을 닮은 이에게 말없이 웃어주는 꽃이라는 것을, 슬픔도 나누면 언젠가는 기쁨이 되어 피어난다는 것을….가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진작부터 보고 싶었지만 최근에야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4월부터 열려온 ‘겸재 정선’ 전시 이야기입니다.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이 손잡고 선보이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특별전이 오늘 막을 내린다니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겸재 탄생 350주년인 내년에 대구간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열린다니 또 보고 싶습니다.실은 이번 전시가 시작될 무렵 온라인에서 도록부터 샀습니다. 일이 몰려 전시장에 갈 엄두를 못 냈기에 혹여 전시를 못 볼 경우를 대비한 마음의 보험이었다고나 할까요. 뒤늦게나마 귀한 전시를 볼 수 있었던 건 축복입니다.미술관 1층에서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금강산 구경을 하고 2층에 올라 옛 서울을 그림으로 여행하는 내내 놀랍고 흐뭇했습니다.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MZ세대까지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며 진지하게 감상하더라고요. 일제 강점기 우리의 문화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았던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과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1910~1987)이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기뻐할까 짐작해 봅니다. 둘의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이 깃든 이 전시에는 15만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겸재의 진경산수화는 전란의 혼란이 수습되고 사회가 안정을 찾아가던 18세기 조선의 여행문화의 흐름과 맞물려 탄생했습니다. 특히 조선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했던 곳은 불교 성지이자 동아시아 명산인 금강산이었다죠. 당시 경제적 부담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이들은 겸재가 사실적으로 그린 금강산 그림을 집에서 누워서 보며 대리만족했다고 합니다. 그 시선이 머문 자리엔 쉼과 위로가 깃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문화는 곧 복지입니다.뒤늦은 관람이어서 오히려 뜻밖의 기쁨이 있었습니다. 한국 정원의 우아함을 대표하는 호암미술관의 정원, 즉 희원(熙園)의 초여름 풍경을 마주했거든요. 지금 중앙 연못에는 분홍 연꽃이 막 피어나고 있어요. 프랑스 예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황금 장미’와 ‘황금 목걸이’ 작품이 있는 관음정 앞 연못은 노랑어리연꽃이 수면을 덮어 소박하면서도 찬란합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네요.초롱꽃, 까치수염, 애기기린초처럼 잔잔한 식물들이 피어난 초여름의 희원은 초승달처럼 은은한 매력을 풍깁니다. 작약처럼 화려한 꽃은 이미 피고 졌지만 풀꽃들이 조화를 이루며 저마다의 존재감을 빛내는 지금의 희원에서는 모두가 주연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조연입니다.그래서일까요. 이번 전시에 나온 겸재의 초충도(草蟲圖)와 화훼도(花卉圖)에 유독 마음이 끌렸습니다.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를 한눈에 담은 국보 ‘금강전도’나 시원한 폭포수가 시선을 사로잡는 ‘박생연’ 같은 작품들에 비하면 소소한데도 말예요.이를테면 ‘자위부과도’(간송미술문화재단)는 오이밭에서 고슴도치가 오이를 따 짊어지고 도망가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는데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 같기도 합니다. ‘요화하마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속 여뀌 아래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개구리는 무엇을 바라보는 걸까요. 우리도 그런 호기심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요. 그림 속에서 풀벌레 소리와 풀 향기가 스며 나오는 듯합니다.겸재 전시는 오늘 끝나지만 희원은 언제든 갈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정원입니다. 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1997년 문을 연 희원은 ‘밝고 환한 정원’이란 뜻입니다. 6만6000㎡ 대지 위에 정자와 물이 어우러지고 꽃나무와 석물이 조화를 이루는 거대한 작품입니다. 한국의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이 전통정원의 요소를 창의적으로 재현한 이 공간은 겸재의 붓끝과 닮았습니다. 겸재가 금강산의 절경을 현실에 끌어당겨 진경산수화라는 독창적 장르를 구축했듯, 희원 역시 현실의 땅에 전통정원의 이상을 구현한 풍경 회화입니다.무엇보다 겸재의 작품을 지켜내고 정영선이라는 조경가에게 기회를 준 ‘기업의 힘’을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예술과 자연을 보전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내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기업의 품격 있는 사회 환원 아닐까요. 겸재가 그린 자연과 정영선이 수놓은 정원은 모두 한 시대를 넘어선 풍경입니다. 풀향기 나는 싱그런 초여름의 희원을 꼭 만나보세요.용인=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높다란 메타세쿼이아 아래 수국이 몽글몽글 피어 있었다. 마치 초여름 야외 결혼식의 생화 장식처럼 탐스럽고 싱그러웠다. 그 길을 시민들이 환한 얼굴로 거닐고 있었다. 여기는 13일부터 22일까지 ‘2025 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진주시 초전공원이다. ● 황무지에 피어난 희망지금은 꽃과 웃음이 넘치지만 처음부터 이곳이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1978년부터 16년간 가로 30m 길이 1km 높이 40m에 달하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진주시는 2000년대 중반 이 폐허에 도시재생의 씨앗을 심었다. 2010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실내체육관을 품은 초전공원으로 거듭났고 이제는 반려견 전용 화장실까지 갖춘, 시민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공간이 됐다.이번 박람회를 통해 초전공원은 ‘정원의 도시 진주’라는 새로운 비전을 꽃피우는 무대가 됐다. 15년 전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2년 전 수국을 심은 건 ‘신의 한 수’였다. 과거 산불로 그을린 월아산에 시민들이 돌을 쌓아 되살린 ‘월아산 숲속의 진주’ 수국 축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박람회 기간 셔틀버스가 두 공간을 오간다. 초전공원 경관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 대나무숲에 산책로를 새로 만들고 보라색 버들마편초를 심었더니 공원 저수지를 볼 때 차경(借景)이 된다. 하대 강변 2만 ㎡ 터에는 꽃양귀비와 버베나가 한들한들 춤을 춘다. 어느 노랫말처럼 진주 모습이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온다. ● 모두가 뜻을 모은 정원 특히 눈길을 끈 건 ‘동행정원’이다. 경남진주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바탕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국남동발전의 ‘빛과 바람의 정원’은 요즘 정원박람회에 자주 등장하는 동행정원의 모범 사례다. ‘빛뜰’ ‘바람뜰’ ‘숨뜰’이라는 세 개 공간에 재생에너지 기업의 정체성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 운행을 멈춘 오래된 기차역에서 가져온 침목은 시간의 숨결과 기억을 묵묵히 전한다. 빛뜰에는 에메랄드빛 침엽수와 숙근 샐비어 사이에 직사각형 거울들이 놓여 있었다. 거울이 반사한 부드러운 햇빛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와닿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동행정원은 ‘바투 정원: 가까운 자연’이다. 자연이 주거지 옆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있는 수려한 공원 환경에 백당나무와 함박꽃나무처럼 수형이 자연스럽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관목들을 배치했다. 군더더기 없는 곡선의 데크길을 천천히 걷는 느낌이 좋았다. 진주시민정원사협회가 만든 ‘키친 가든’은 박람회 주제인 ‘정원과 함께 하는 삶: 생활 속 실용정원’을 잘 보여 준다. 시민 정원사들이 아이를 돌보듯 정성스레 채소를 심고 가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은퇴 후 텃밭 가꾸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정보와 영감을 준다.● 정원에 담은 한국의 멋산림청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정원 디자인 경연행사인 ‘코리아가든쇼’의 올해 주제는 ‘한국의 멋’이다. 초전공원에 조성된 6개 당선작 중 대상은 진주 출신 김태원 작가(29)의 ‘삼삼원’이었다. 사라진 금천구곡(琴川九曲)의 풍경과 감성을 재해석해 전통 조경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조경학과를 나와 조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 작가는 “한국의 멋이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딱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통 조경의 구곡(九曲·물길이 아홉 번 굽이친다는 뜻으로 이상향을 의미) 개념을 통해 진주의 옛 경관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글로만 남은 자연을 상상하며 선비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사람들은 진주를 더욱 아름답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원에 질문을 써놨습니다. ‘당신의 구곡은 어디입니까’.” 고요하게 사색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정원도 있다. 국립수목원이 모델 정원으로 제시한 ‘서식처 정원’이다. 여러 생물체가 흙과 돌, 썩은 나무 사이에서 공존하는 정원이다. 소박한 매력을 지닌 자생식물들이 돌, 고사목 등과 어우러져 있어 별안간 숲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진주 남강을 표현한 이끼는 지리산 기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세계적 희귀식물 진주바위솔도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의 대표 명소는 진주성과 진양호공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문을 연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누적 방문객 120만 명을 넘기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초전공원을 지나 월아산에 이르면 또 하나의 축제가 펼쳐진다. 22일까지 열리는 ‘월아산 수국 축제’다. 만개한 수국으로 뒤덮인 산길 곳곳에는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마’ ‘수국수국 설레는 여름’ 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남녀노소, 외국인 노동자까지 어울려 즐기는 풍경은 진정한 축제의 한 장면이었다. 챙 넓은 모자와 원피스 차림 여성들이 찾아와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모습은 정원의 여름날을 찬란하게 했다. 월아산은 1995년 대형 산불로 숲 대부분이 잿더미가 된 아픈 기억이 있다. 진주시와 시민들은 주저앉지 않고 일어나 함께 돌을 쌓고 나무를 심으며 생명을 되살려 냈다. 생태 숲과 자연휴양림, 최근엔 정원이 들어서며 월아산 숲속의 진주로 다시 태어났다. 숲속 어린이도서관과 ‘맨발로숲’ 같은 공간은 시민 일상과 맞닿아 있다. 이번 박람회는 도시가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정원을 돌보는 관계의 선순환을 보여 주었다. 산업적 시너지도 더욱 커지기를 기대한다. 진주는 진주목걸이를 걸친 여성처럼 우아한 품격이 흐르는 도시다. 그 안엔 역경을 딛고 되살아난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이 정원 여행이 진주의 또 다른 보물 같은 풍경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가볼 만한 곳◇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 출신 재불(在佛) 화가 이성자(1918∼2009)와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심포니: 우주의 대화’와 특별전 ‘은하수 아틀리에’가 22일까지 열린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이 화백의 프랑스 남부 작업실 ‘은하수’를 ‘주목할 만한 현대 건축물’로 지정했다. 한국 작가 작업실이 프랑스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황포냉면 진주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입소문 난 냉면 맛집이다. 메밀 전분과 고구마 전분을 적절히 배합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다른 식당보다 두 배 가까이 넉넉한 양도 인상적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장점을 모두 살린 ‘특미냉면’은 새콤달콤한 양념, 잘게 썬 육전 고명,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져 근사한 맛의 조화를 보인다.글·사진 진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높다란 메타세쿼이아 아래 수국이 몽글몽글 피어 있었다. 마치 초여름 야외 결혼식의 생화 장식처럼 탐스럽고 싱그러웠다. 그 길을 시민들이 환한 얼굴로 거닐고 있었다. 여기는 13일부터 22일까지 ‘2025 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진주시 초전공원이다.● 황무지에 피어난 희망지금은 꽃과 웃음이 넘치지만 처음부터 이곳이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1978년부터 16년간 높이 40m, 길이 1km에 달하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진주시는 2000년대 중반 이 폐허에 도시재생의 씨앗을 심었다. 2010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실내체육관을 품은 초전공원으로 거듭났고 이제는 반려견 전용 화장실까지 갖춘, 시민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공간이 됐다.이번 박람회를 통해 초전공원은 ‘정원의 도시 진주’라는 새로운 비전을 꽃피우는 무대가 됐다. 15년 전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2년 전 수국을 심은 건 ‘신의 한 수’였다. 과거 산불로 그을린 월아산에 시민들이 돌을 쌓아 되살린 ‘월아산 숲속의 진주’ 수국 축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박람회 기간 셔틀버스가 두 공간을 오간다.초전공원 경관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 대나무숲에 산책로를 새로 만들고 보라색 버들마편초를 심었더니 공원 저수지를 볼 때 차경(借景)이 된다. 하대 강변 2만 ㎡ 터에는 꽃양귀비와 버베나가 한들한들 춤을 춘다. 어느 노랫말처럼 진주 모습이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온다.● 모두가 뜻을 모은 정원특히 눈길을 끈 건 ‘동행정원’이다. 경남진주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바탕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한국남동발전의 ‘빛과 바람의 정원’은 요즘 정원박람회에 자주 등장하는 동행정원의 모범 사례다. ‘빛뜰’ ‘바람뜰’ ‘숨뜰’이라는 세 개 공간에 재생에너지 기업의 정체성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 운행을 멈춘 오래된 기차역에서 가져온 침목은 시간의 숨결과 기억을 묵묵히 전한다. 빛뜰에는 에메랄드빛 침엽수와 숙근 샐비어 사이에 직사각형 거울들이 놓여 있었다. 거울이 반사한 부드러운 햇빛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와닿았다.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동행정원은 ‘바투 정원: 가까운 자연’이다. 자연이 주거지 옆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있는 수려한 공원 환경에 백당나무와 함박꽃나무처럼 수형이 자연스럽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관목들을 배치했다. 군더더기 없는 곡선의 데크길을 천천히 걷는 느낌이 좋았다.진주시민정원사협회가 만든 ‘키친 가든’은 박람회 주제인 ‘정원과 함께 하는 삶: 생활 속 실용정원’을 잘 보여 준다. 시민 정원사들이 아이를 돌보듯 정성스레 채소를 심고 가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은퇴 후 텃밭 가꾸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정보와 영감을 준다.● 정원에 담은 한국의 멋산림청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정원 디자인 경연행사인 ‘코리아가든쇼’의 올해 주제는 ‘한국의 멋’이다. 초전공원에 조성된 6개 당선작 중 대상은 진주 출신 김태원 작가(29)의 ‘삼삼원’이었다. 사라진 금천구곡(琴川九曲)의 풍경과 감성을 재해석해 전통 조경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한국전통문화대 전통조경학과를 나와 조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 작가는 “한국의 멋이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딱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통 조경의 구곡(九曲) 개념을 통해 진주의 옛 경관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글로만 남은 자연을 상상하며 선비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사람들은 진주를 더욱 아름답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원에 질문을 써놨습니다. ‘당신의 구곡은 어디입니까’.”고요하게 사색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정원도 있다. 국립수목원이 모델 정원으로 제시한 ‘서식처 정원’이다. 여러 생물체가 흙과 돌, 썩은 나무 사이에서 공존하는 정원이다. 소박한 매력을 지닌 자생식물들이 돌, 고사목 등과 어우러져 있어 별안간 숲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진주 남강을 표현한 이끼는 지리산 기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세계적 희귀식물 진주바위솔도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199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의 대표 명소는 진주성과 진양호공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문을 연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누적 방문객 120만 명을 넘기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초전공원을 지나 월아산에 이르면 또 하나의 축제가 펼쳐진다. 22일까지 열리는 ‘월아산 수국 축제’다. 만개한 수국으로 뒤덮인 산길 곳곳에는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마’ ‘수국수국 설레는 여름’ 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남녀노소, 외국인 노동자까지 어울려 즐기는 풍경은 진정한 축제의 한 장면이었다. 챙 넓은 모자와 원피스 차림 여성들이 찾아와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모습은 정원의 여름날을 찬란하게 했다.월아산은 1995년 대형 산불로 숲 대부분이 잿더미가 된 아픈 기억이 있다. 진주시와 시민들은 주저앉지 않고 일어나 함께 돌을 쌓고 나무를 심으며 생명을 되살려 냈다. 생태 숲과 자연휴양림, 최근엔 정원이 들어서며 월아산 숲속의 진주로 다시 태어났다. 숲속 어린이도서관과 ‘맨발로숲’ 같은 공간은 시민 일상과 맞닿아 있다.이번 박람회는 도시가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정원을 돌보는 관계의 선순환을 보여 주었다. 산업적 시너지도 더욱 커지기를 기대한다. 진주는 진주목걸이를 걸친 여성처럼 우아한 품격이 흐르는 도시다. 그 안엔 역경을 딛고 되살아난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이 정원 여행이 진주의 또 다른 보물 같은 풍경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가 볼 만한 곳>①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 출신 재불(在佛) 화가 이성자(1918~2009)와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심포니: 우주의 대화’와 특별전 ‘은하수 아틀리에’가 22일까지 열린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이 화백의 프랑스 남부 작업실 ‘은하수’를 ‘주목할 만한 현대 건축물’로 지정했다. 한국 작가 작업실이 프랑스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②황포냉면: 진주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입소문 난 냉면 맛집이다. 메밀 전분과 고구마 전분을 적절히 배합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다른 식당보다 두 배 가까이 넉넉한 양도 인상적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장점을 모두 살린 ‘특미냉면’은 새콤달콤한 양념, 잘게 썬 육전 고명,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져 근사한 맛의 조화를 보인다.진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롯데백화점이 ‘와인 페어링(조합)’을 전문으로 하는 초대형 와인 다이닝 ‘더 페어링(The Pairing)’을 선보인다. 최고의 요리에 궁극의 와인 페어링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철학을 이름에 담았다.1일 롯데에비뉴엘 잠실점 6층에 185평 규모로 오픈한 ‘더 페어링’에서는요리에 따라 개인별 취향에 따른 1000여종의 와인을 제안한다. 병 단위의 와인을 선택해야하는 일반 와인 다이닝과는 달리 각종 요리에 맞춰 잔 단위의 와인을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함을 갖췄다.‘더 페어링’은 와인 페어링 취향의 다변화 추세를 반영했다. 기존에는 레드와인에는 육류, 화이트와인에는 해산물이나 치즈 등 페어링 음식에 대한 선호가 선명했으나 와인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틀을 깬 이색 페어링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정상급 셰프 4명의 요리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흑백 요리사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르몽뒤뱅의 윤병준 셰프, 모와의 문원기 셰프, 사브서울의 장한이 셰프, 무드서울의 김정한 셰프 등이 런치와 디너 세트, 단품 요리 등 총 18종의 메뉴를 재해석해 선보인다.메인 디너 코스의 경우 도미 카르파쵸를 시작으로 철광어 구이, 한우 채끝 스테이크 등으로 구성된 10개의 각 메뉴마다 ‘파이퍼 하이직’, ‘팔머 블랑 드 블랑’, ‘제나토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등 각 요리에 어울리는 잔 단위의 와인을 제공한다. 2020년 소펙사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출신인 롯데백화점 소속 최준선 소믈리에가 추천 와인을 선정했다.‘더 페어링’에서는 전국의 유명 셰프 및 와이너리와 협업한 ‘정기 컬래버레이션 디너’도 진행한다. 6∼8월에는 제나토(Zenato), 안티노리(Antinori), 에라주리즈(Errazuriz) 등 글로벌 와이너리의 초청 행사도 열 계획이다.매장 오픈 기념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프리미엄 와인 및 샴페인을 30% 할인 판매하고, 식사 주문 시 ‘팔머 브뤼 리저브’ 샴페인 한 잔을 웰컴 드링크로 선착순 한정 제공한다. 이달 말에는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5대 샤토 와인의 약 20여 빈티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스페셜 페어링 디너도 선보일 계획이다.최형모 푸드부문장은 “맛과 분위기뿐만 아니라 와인 페어링의 취향을 찾는 재미까지 선사할 수 있는 와인 미식의 성지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무더위가 예상되는 올 여름, 청량하고 감각적인 쉼을 선사하는 국내 호텔에 눈을 돌려보자. 향수, 빙수, 웰니스 프로그램 등이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그랜드하얏트서울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은 ‘메종 마르지엘라 프래그런스’와 함께 ‘네버엔딩 섬머(Never Ending Summer)’를 테마로 협업을 진행한다. 메종 마르지엘라 프래그런스가 같은 이름의 시트러스 계열 향수를 선보인 것을 기념해 야외 수영장에 이 향수의 청량함을 담은 공간을 조성했다. 향수 신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향 트롤리와 브랜드 팝업존이 마련돼 향과 공간, 시간이 어우러지는 도심 속 휴양을 경험할 수 있다. 수영장 전용 마르지엘라 브랜딩 존에서는 스페셜 드링크를 제공한다. 이 호텔 야외 수영장은 10월 12일까지 투숙객 및 클럽 올림퍼스 회원에 한 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은 ‘칠링 앤드 힐링(Chilling & Healing)’ 여름 한정 객실 패키지를 선보인다. 이번 패키지의 하이라이트는 ‘복숭아 쁘띠 빙수 세트’다. 제철 복숭아를 활용한 미니 빙수에 커피 2잔과 쿠키가 함께 구성돼 더위를 식혀줄 뿐 아니라 여유로운 티타임의 감성까지 더한다. 5층 모모바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즐길 수 있다. 모모카페에서 제공되는 조식 뷔페 2인 혜택은 물론, 모모카페 런치 & 디너 뷔페 이용 시 사용할 수 있는 25% 할인 바우처도 제공된다. 이 패키지는 8월 31일까지다. ● 파크 하얏트 부산파크 하얏트 부산은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서머 세이버(Summer Saver)’ 객실 프로모션을 8월 31일까지 선보인다. 3박 이상 연속 투숙 시 하얏트 일일 요금 기준 25%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전 객실 타입에 적용된다. 모든 투숙객은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피트니스 센터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실내 수영장, 주말에만 운영되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웰니스 프로그램은 싱잉볼의 울림을 따라 깊은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마인드풀니스 플로팅 사운드젠’과 아로마테라피가 더해진 ‘젠센트 필라테스’로 구성되어, 도심 속 진정한 힐링을 선사한다.● 그랜드 조선 제주그랜드 조선 제주가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워터 스포츠 전문 브랜드 ‘배럴(BARREL)’과 손잡은 ‘플로트 온 서머(Float On Summer)’ 패키지를 8월 31일까지 선보인다. 배럴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구성된 기프트 세트와 그랜드 조선 제주의 풀 사이드 바 잇투오(EAT2O)에서 즐길 수 있는 ‘풀 사이드 서머 세트’를 혜택으로 담았다. 물놀이 때 사용하는 암튜브인 배럴의 ‘스위머즈 암링’ 2세트와 ‘메쉬 사각 토트백’이 포함된다. 2박 이상 투숙 고객에게는 객실 타입에 따라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 ‘조선델리’ 등 호텔 내 식음업장에서 사용 가능한 식음 이용권도 제공한다.● 메종 글래드 제주메종 글래드 제주는 ‘글래드 풀캉스 패키지’를 9월 30일까지 선보인다.객실 1박과 함께 △야외 수영장 ‘더 파티오 풀’ 성인 입장권 2매 △풀 사이드 바 생맥주 2잔 이용권 1매(6,9월 한정 혜택) △선베드 2시간 이용권 1매(7~8월 한정혜택, 음료 2잔 포함)를 제공한다. 선착순으로 시원한 물놀이 필수품인 △글래드 L튜브 1개도 제공한다. 더 파티오 풀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들을 위한 ‘패밀리 풀’과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성인 전용의 ‘인피니티 풀’ 2개로 구성됐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와인은 당도·바디감·산미 등 다른 주류와 비교해 선택 기준이 복잡하다보니 소비자들이 제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와인 입문자의 경우 별도의 지식 없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채널에서 원하는 와인을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보틀벙커는 이같은 와인 쇼핑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보틀벙커 앱’을 인공지능(AI) 기반 와인&위스키 퍼스널 큐레이터로새단장해 12일 선보였다. 이번에 개편한 ‘보틀벙커 앱’은 롯데마트 보틀벙커팀과 롯데마트 AI TF, 롯데 라일락(LaiLAC·Lotte AI Lab Alliance&Creators) 센터 등이 6개월간 협업한 결과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주류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AI 기능을 새롭게 탑재한 게 골자다.보틀벙커와 라일락 센터는 이번 앱에 LLM (Large Language Model, 대형 언어 모델)중 하나인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AI 기반 서비스를 구축했다. 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뜻한다.보틀벙커가 새롭게 기능을 추가한 ‘AI 소믈리에’는 대화형 AI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문의한 시간,장소,상황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적합한 와인을 추천해주는 맞춤형 와인 큐레이션 서비스다. 문자뿐 아니라 음성 메시지나 와인 라벨 이미지를 통해서도 문의할 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와인 라벨도 인식해 상품 정보를 알려준다. 보틀벙커는 소비자들이 AI 소믈리에를 통해 문의 → 예약 → 구매’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소믈리에 내 ‘픽업 예약’ 기능을 통해 주류 쇼핑의 편의성도 높였다.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기 좋은 온도로 보관해주는 ‘와인 칠링 서비스’도 제공한다.와인과 위스키 구매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보틀로그’ 기능도 추가했다. 소비자들은 보틀로그를 통해 이전에 구매하거나 검색한 주류를 저장해 손쉽게 재구매할 수 있다. 구매한 와인의 맛과 바디감 등을 ‘보틀로그’에 후기로 남길 수도 있다. 현직 소믈리에와 보틀벙커 MD들이 직접 작성한 ‘시음 노트’도 참고할 수 있다.롯데유통군 HQ는 롯데그룹이 유통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2023년 11월 ‘라일락 센터’ 조직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라일락 센터는 롯데 유통 계열사들의 AI 과제를 통합 기획 및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 보틀벙커 리뉴얼 앱에는 대화형 AI 에이전트 기반의 개인 맞춤형 와인 추천 앱 개발을 도맡아 진행했다. 박혜진 보틀벙커팀장은 “이번 앱 리뉴얼 출시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와인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라며, “지속적인 앱 업데이트를 통해 보틀벙커를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류 쇼핑 1번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패션 플랫폼 W컨셉이 뷰티 브랜드 육성에 나선다. 뷰티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디 브랜드를 발굴해 패션에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키워 온 노하우를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또 패션 브랜드의 뷰티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향후 뷰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W컨셉은 올해 ‘뷰티’를 전략 카테고리로 선정하고 전년보다 3배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뷰티는 패션과 구매연관도가 높아 매출 증대는 물론, 완성도 높은 스타일 연출 측면에서도 패션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상반기에는 패션-뷰티 연계를 차별화 전략으로 앞세운 대형 행사 ‘뷰티페스타’를 2회 연속 개최했다. 2월 첫 행사는 목표 매출의 3배 상회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역대 최다 수준인 2만여 개 뷰티 상품을 동원해 최대 90%의 높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봄·여름(SS) 패션 트렌드 키워드와 연계해 통합 스타일링을 제안한 점이 주효했다.4월 뷰티페스타는 초기 행사보다 매출이 40% 증가했다. 차별화된 큐레이션과 콘텐츠 경쟁력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됐다. 행사가 종료된 후로도 뷰티페스타 효과가 이어지며 W컨셉의 최근 3개월(3∼5월)간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성장했다.5월에는 새로운 전략도 발표했다. 패션 브랜드의 뷰티 카테고리 확장을 지원하고 판로를 제공함으로써, K-패션과 K-뷰티가 상생할 수 있는 신(新) 모델을 차별화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 1위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기업인 코스맥스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뷰티 사업 확장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W컨셉은 코스맥스와 함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뷰티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W컨셉이 뷰티 확장 가능성이 높은 패션 브랜드를 선별해 뷰티 확장에 필요한 데이터와 판매 전략 등을 지원하면 코스맥스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상품 기획과 제조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또한, 신규 브랜드가 출시되면 W컨셉은 자사 플랫폼을 통해 판로를 제공하고 광고와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W컨셉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가 보유한 감도와 세계관을 뷰티로 확장함으로써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 상하이, 청두, 뉴욕, 도하, 도쿄, 리야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크리스찬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회가 올해 4월 서울에 상륙해 7월 1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관람객을 만난다.플로렌스 뮐러의 큐레이션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글로벌 건축 기업 OMA의 파트너 시게마츠 쇼헤이(Shohei Shigematsu)가 구상한 몰입감 넘치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75년 이상 창조적인 활기로 가득했던 디올 하우스의 역사를 기념한다. 전시는 파리 몽테뉴 30번지의 중심으로 향하는 매혹적인 여정으로 시작된다. 전설적인 바 수트와 스커트의 곡선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혁신의 아이콘인 디올의 뉴 룩(New Look)이 다양하게 변주된다.꽃과 정원을 향한 크리스찬 디올의 열정은 두 개의 서정적인 전시 공간으로 구현됐다. 미스 디올을 주제로 한 첫 번째 공간은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아카이브 자료와 에바 조스팽의 텍스타일 작품을 통해 향수에 깃든 다양한 매력을 조명한다. 거대한 달항아리를 형상화한 두 번째 공간은 김현주 작가가 식물의 다양한 형태를 한지로 표현한 작품과 은행나무 벤치가 어우러진다.전설적인 향수로 사랑받는 쟈도르의 이야기는 장-미셸 오토니엘의 예술 작품,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과 인디아 마다비가 제작한 특별한 보틀, 리한나 등 디올 앰버서더들이 착용한 골드 자수 드레스를 통해 펼쳐진다.샤를리즈 테론, 제니퍼 로렌스, 지수, 셀린 디옹 등 스타들이 착용한 드레스들이 눈을 호강하게 한다. 수 써니 박의 설치 미술 작품과 함께 선보이는 디올 무도회 공간은 눈부신 드레스들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 상하이, 청두, 뉴욕, 도하, 도쿄, 리야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크리스찬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회가 올해 4월 서울에 상륙해 7월 1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관람객을 만난다.플로렌스 뮐러의 큐레이션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글로벌 건축 기업 OMA의 파트너 시게마츠 쇼헤이(Shohei Shigematsu)가 구상한 몰입감 넘치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75년 이상 창조적인 활기로 가득했던 디올 하우스의 역사를 기념한다.전시는 파리 몽테뉴 30번지의 중심으로 향하는 매혹적인 여정으로 시작된다. 전설적인 바 수트와 스커트의 곡선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혁신의 아이콘인 디올의 뉴 룩(New Look)이 다양하게 변주된다.꽃과 정원을 향한 크리스찬 디올의 열정은 두 개의 서정적인 전시 공간으로 구현됐다. 미스 디올을 주제로 한 첫 번째 공간은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아카이브 자료와 에바 조스팽의 텍스타일 작품을 통해 향수에 깃든 다양한 매력을 조명한다. 거대한 달항아리를 형상화한 두 번째 공간은 김현주 작가가 식물의 다양한 형태를 한지로 표현한 작품과 은행나무 벤치가 어우러진다.전설적인 향수로 사랑받는 쟈도르의 이야기는 장-미셸 오토니엘의 예술 작품,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과 인디아 마다비가 제작한 특별한 보틀, 리한나 등 디올 앰버서더들이 착용한 골드 자수 드레스를 통해 펼쳐진다.샤를리즈 테론, 제니퍼 로렌스, 지수, 셀린 디옹 등 스타들이 착용한 드레스들이 눈을 호강하게 한다. 수 써니 박의 설치 미술 작품과 함께 선보이는 디올 무도회 공간은 눈부신 드레스들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폴 스미스 국제식물원보존연맹(BGCI·Botanic Gardens Conservation International) 사무총장이 무대에 올라 말했다. “팬데믹은 전 세계 식물원에 도전이자 기회였습니다. 거의 유일한 피난처가 식물원이었으니까요. 생물다양성 위기를 겪는 지금, 나무가 문화에 깊이 스며든 한국에서 총회를 열게 돼 기쁩니다.”9~13일 국립수목원과 BGCI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 등에서 열린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를 참관했다. 이번 총회 주제는 ‘변화를 위한 교육’. 51개국에서 1600여 명이 참가한 ‘식물원 교육 올림픽’은 동아시아 최초 개최라는 상징성만큼이나 교육적 실험과 상상으로 가득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총회는 140건의 발표와 45건의 워크숍이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흥미로워 보이는 프로그램이 많아 몸이 하나인 게 야속할 정도였다. 첫날 눈길을 끈 ‘참여형 예술: 식물에 대한 시각적 대화’라는 워크숍에 참여했다. 아이슬란드 예술교육자 아스틸더 박사는 파스텔과 검은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을 ‘우리에게 봉사하는 존재’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둘씩 짝지어 앉아 눈을 감고 각자 가장 좋아하는 식물을 떠올려 보세요. 상대에게 그 식물을 말하지는 마세요. 우리는 식물을 정확히 그릴 게 아니라 추상적으로 표현할 거예요. 자, 이젠 색을 골라 정원의 길을 그려 보세요. 그 길을 따라가며 식물을 만날 거에요. 근사하죠?”다음은 자신이 생각한 식물을 상대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각 대륙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식물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에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진행됐던 ‘음성 이미지 미술관 여행’이 떠올랐다.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에게 작품을 설명하자 은유가 풍성해져 감상이 깊어지는 것과 유사한 경험이었다.총회장에도 ‘시크릿가든’이 있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우리 자생식물들로만 조성한 실내 정원이었다. 맞은편 벽면에는 ‘러쉬 아트페어’에 참여한 발달장애 예술가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기후 위기로 위태로운 자생식물들을 관찰해 섬세하게 표현한 이 전시는 총회 세부 주제 중 하나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의 일환이었다.● 미래를 향한 식물원강연장을 옮겨 다니며 각국 식물원 관계자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계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어린이와 청소년, 그들이 만들어 나갈 미래를 향해 있었다. 식물원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교육과 치유의 핵심 플랫폼이었다.‘예술과 과학의 융합: 교육 혁신의 창조와 발전’ 세션에서는 식물원 교육이 다양성을 품기 위해 예술과 과학의 접점이 강조됐다. “예술은 데이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예술은 감정과 연결되는 통로를 제공한다”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호주에서 온 참가자는 아이들이 과학자와 시간을 보낸 후 예술가와 함께 꽃잎과 돌로 작업하게 하는 ‘어린 식물학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식물원 교육을 위한 융복합 접근’ 세션에서는 미국 마이애미 페어차일드 열대식물원 관계자가 말했다. “어떻게 미래 세대를 과학의 동반자로 참여시킬 수 있을까요. 체험을 통해 마음을 움직여야 능동적인 환경 지킴이를 길러낼 수 있습니다.” 이 식물원은 청소년의 녹색 비전을 정책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마이애미 거버먼트센터 구역은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기록해 온 학생들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도 협력해 우주 과학자의 꿈을 키우도록 돕는다.지역 난민들을 가드닝에 참여시키는 영국 왕립원예협회(RHS) 브릿지워터 정원, 12ha나 되는 쓰레기 산을 유럽 최대 야자수 식물원으로 탈바꿈시킨 스페인 팔메텀 사례 발표도 인상적이었다.● 국경을 넘어 국격을 높이다코엑스 맞은편 봉은사에서 열린 야외 워크숍은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특히 인기였다. ‘나무 에너지를 느끼는 감각을 깨워 보세요’ 워크숍에 참가하니 프랑스 명상 교육자가 말했다. “나무가 된 것처럼 땅에 뿌리내리는 상상을 해보세요.” 감정을 다스리고 몸과 마음을 ‘지금 여기’에 정박시키는 연습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부 참가자는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뱅크를 견학하기도했다. 총회 마지막 행사로 13일 강원 양구군 국립DMZ자생식물원에서 열린 평화음악회는 깊은 울림의 하이라이트였다.총회 기간 한국과 세계의 식물원이 더 깊이 연결되는 실질적 협력이 이어졌다. 국립수목원은 미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과 식물 유전 자원의 중복 보전과 공동 연구를 협력하기로 했다. 유네스코와 지속가능발전교육, 중앙아시아 4개국과는 생물다양성 공동 연구를 해 나가기로 했다. 매년 6월 12일을 세계 식물원 교육의 날로 지정하는 데에도 합의했다.무엇보다 국내 식물원들의 자긍심이 커진 게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노력의 씨앗들이 잎을 돋워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다학제 융복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요소를 총회에 균형 있게 담아내려 했다”며 “한국의 수목원과 식물원도 당당히 ‘K-컬처’의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120년 전 미국에 왔던 한국 식물들, 이제 고향 갑니다”윌리엄 네드 프리드먼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장 인터뷰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에서 만난 윌리엄 네드 프리드먼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장은 수목원을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지구적 협력의 무대’라고 표현했다. 9일 국립수목원과 식물유전자원 중복 보전 협력 의향서에 서명한 그는 120년 전 한국에서 수집된 식물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1872년 설립된 아놀드수목원은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수목원이다. 이 수목원이 보유한 식물 2100여 종(種) 가운데 200여 종(600여 개체)이 한국 자생식물이다. 프리드먼 원장은 “1905~1919년 한국에서 수집한 식물을 보존하고 있는 아놀드수목원에 최근 한국 국립수목원이 유전자 자원을 요청해 기꺼이 보내기로 했다”며 “식물 유전자를 갖고 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중복 보전이야말로 전 세계 식물원이 함께해야 할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만약 어떤 종이 한국에서 사라지더라도, 우리가 가진 유전자 자원을 기반으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내 위기종이 사라질 경우, 한국에서 되살려줄 수도 있겠죠. 이건 일종의 지구적 보험입니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온 식물들 자손이 지금은 보스턴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 유전자를 한국에 보내는 건 단순한 과학적 행위가 아니라 책임입니다.”이번 총회를 계기로 국립수목원과 아놀드수목원은 유전자 자원의 공동 보존 및 교환, 공동 연구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프리드먼 원장은 “각 식물은 고유한 이야기와 역사를 품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뿌리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미래를 위한 책임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아놀드수목원에 있던 한국 식물이 돌아오면 국립수목원은 온실 재배를 거쳐 올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 기념 행사 때 전시식물로 활용한 뒤 증식시킨다는 계획이다.프리드먼 원장은 이번 방한 기간 창덕궁 비원과 리움을 방문했다. 그는 휴대전화로 찍은 비원의 백송 사진을 보여줬다. “나무의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 것 같았어요.” 리움의 청자와 기와에 새겨진 식물 문양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작품 출처를 표기하듯, 수목원에서는 각 식물을 언제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수집했는지를 기록합니다. 그래서 수목원은 기억을 품은 살아 있는 박물관입니다.”그는 “한국 수목원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친구가 됐다”며 “식물 외교는 결국 사람 외교”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 시대에 지식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한 그루 나무를 사랑하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3일부터 22일까지 경남 진주시가 거대한 정원으로 변신한다. 산림청, 경남도, 진주시가 공동 주최하는 ‘2025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가 진주시 초전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는 정원 자재와 식물 소재는 물론 첨단 정원 기술과 공간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행사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정원과 함께하는 삶(생활 속 실용 정원)’. 아파트 베란다, 옥상, 주말농장 등 일상에서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정원 가꾸기 정보를 제공해 ‘진주 같은 정원, 정원 속의 진주’라는 도시의 비전을 선보인다. 박람회 장소인 초전공원은 원래 쓰레기 야적장이었다. 폐허의 시간을 지나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이곳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시가 정원을 품고, 정원이 도시를 바꾼다’는 변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초전공원에는 ‘2025 코리아 가든쇼’ 공모에서 선정된 작가들의 정원이 전시된다. 선정된 6명의 작가는 한국의 멋을 담아 정원을 조성했다.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참여한 ‘동행 정원’도 만나볼 수 있다. 정원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학술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14일에는 국립수목원과 공동 기획한 국제정원 심포지엄이 초전공원 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정원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공 정원과 지역 사회, 도시 정원 활성화 사례를 나눈다. 14∼21일에는 국내 정원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달밤 정원 토크콘서트’도 펼쳐진다. 생활 속 정원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민 참여 콘텐츠도 여럿 준비됐다. 푸드트럭, 벼룩시장, 교향악단 공연과 버스킹 등 오감을 자극하는 즐길 거리가 초전공원 전역에 마련된다.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서 열리는 수국 페스티벌과도 연계돼 진주 도심 전체가 정원 축제장으로 변모한다. 진주에는 이미 ‘보랏빛 향기’가 물씬 난다. 초전공원 일원에는 수국, 버베나, 라벤더, 베고니아 등 보랏빛 꽃길이 조성됐다. 지수면 K-기업가정신센터 일원과 상평교∼남강교 구간에도 보라색 꽃물결이 넘실댄다. 남강 변에는 시민정원사와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꽃무리원이 자리 잡아 지역 공동체 정원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번 박람회는 ‘진주시가 올해 2월 수립한 정원 진흥 기본계획의 실현장이기도 하다. 기본계획은 △진주 정원 향유 문화의 현대적 해석과 대중화 구현 △생활 속 정원 문화 확산을 통한 공간복지 실현 △지역자원을 활용한 정원 산업 특성화 △진주 정원박람회의 중장기 단계별 계획 수립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등 정원도시 실현을 위한 전략과 방향을 담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정원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삶의 질을 바꾸는 공간”이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정원을 문화와 산업, 일상의 일부로 연결해 지속가능한 정원도시의 미래를 제시하고 시민 모두와 함께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국제식물원보전연맹(BGCI)이 주최하는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가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와 국립수목원에서 열린다. 세계식물원교육총회는 115개국 900여 개의 수목원·식물원을 회원으로 보유한 BGCI가 3∼4년 주기로 여는 국제회의다. 올해 제11차 총회는 국립수목원의 그간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과 국제 네트워크 기반의 지역 협력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1991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총회가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1개국 244개 기관에서 수목원·식물원 교육 전문가 등 16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다 규모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변화를 위한 교육: 글로벌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물원·수목원의 역할’이다. 국내외 주요 연사들이 △건강과 웰빙 △다양성을 품은 식물원 교육 △첨단기술의 활용 △청소년 활동 강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등 5개 주제를 논의한다. 개회식 기조 강연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샤바즈 칸 유네스코 동아시아 소장이 맡는다. 아일랜드 국립식물원(정원 속 예술-예술과 과학의 융합), 영국왕립원예학회(원예 기술 격차 해결을 위한 학제 간 파트너십) 등의 해외 발표와 서울시 정원도시국(건강과 웰빙: 정원의 가치), 국가유산청(한국 전통 정원식물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개발 및 수용) 등 총 64개 세션에서 140건의 발표와 45건의 워크숍이 열린다. 총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 방향을 담은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 성명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13일에는 강원 양구군 DMZ자생식물원에서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이사장 임미정)과 함께하는 특별 음악회도 예정돼 있다. 국립수목원은 유네스코 동아시아지부,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수목원 등과 협약도 체결할 계획이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그동안 식물원과 수목원 교육이 식물 지식 전달 중심으로 이뤄져 일상 속 실천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교육이 국제적 흐름을 선도할 수 있도록 국내 수목원들의 협력 역량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백제의 옛 도읍, 충남 부여. 고대의 기억을 끌어안은 부여의 골목길을 걷다가 어쩌면 역사보다 조용히 빛나는 풍경과 마주쳤다. 마을마다, 집마다 가꿔진 소박한 정원들이었다. 담장 아래 들꽃, 길가에 놓인 화분들…. 정성의 손길이 이룬 일상의 정원이었다.● 시간의 정원, 궁남지 궁남지(宮南池)는 이름 그대로 궁궐 남쪽에 조성된 연못이다. 백제 무왕이 634년 못을 파고 물을 끌어 섬을 띄우고 사방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섬은 신선이 산다는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본떠 조성됐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궁남지는 1960∼1970년대 복원 공사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가운데 인공섬에는 ‘용(龍)을 안았다(抱)’는 뜻의 포룡정(抱龍亭)이 있다. 정자 현판은 1971년 부여 출신인 고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가 썼다. 1400년 정원의 시간을 품은 궁남지를 천천히 걸었다. 한여름 연꽃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버드나무 아래 찔레꽃 향기가 감도는 오월의 정취도 호젓하니 좋았다. 물가의 청초한 붓꽃, 키다리 아저씨처럼 연못에 길게 찍힌 나무 그림자도 좋았다. ● 외산면 돌담마을과 휴휴당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정원이었다. 외산면 반교리 낮은 돌담길에서 만난 노란 꽃밭의 정체는 마을 주민들이 심은 배추꽃이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5도(都) 2촌(村)’ 생활을 꿈꾸며 2006년 터를 잡은 곳도 이 마을이다. 서울 사람인 그가 왜 부여에 왔는지는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편에 잘 나와 있다.‘내가 그리는 시골집은 듬직한 산자락 아래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그만 마을이 있고, 마을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며 개울 건너로는 대를 이어 농사짓는 논과 밭이 있어 철 따라 곡식과 채소가 자라는 농촌 마을이다.’ 전국을 돌며 ‘집 가까이에 아름다운 절집이 있어 내 집 정원인 양 거닐 수 있는 곳, 문화유산의 전통이 있는 고장으로 집에서 차로 이삼십 분 거리에 박물관이 있는 곳’을 찾은 게 바로 부여 서쪽 끝 외산면 반교리다. 그의 세컨드하우스 이름은 ‘쉬고 쉬는 집’이란 뜻의 휴휴당(休休當)이다. 여덟 평(26㎡) 세 칸 황토벽 기와집 앞마당에 네잎클로버가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쪼그려 앉아 이런 행복 저런 행복을 찾아본 시간이 돌이켜 보니 행복이었다. 수풀이 커튼처럼 쳐진 집 맞은편 단칸 정자 탁오대(濯吾臺)에 앉아 보았다. 콸콸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이 눈과 귀를 흘러 마음을 씻어 주었다. 내로라하는 풍광을 섭렵한 그가 왜 이 터를 골랐는지 절로 알겠다. ● 삶이 깃든 부여의 정원들 조경가인 김인수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대표가 부여의 ‘비밀의 정원’들로 안내해 주었다. 2009년 부여백제정원축제 예술감독을 맡았던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꾼 정원을 찾아 전국을 다니다가 부여에 정착했다.임천면 군사2리 어느 집 마당에는 수백 개, 어쩌면 수천 개의 항아리에 꽃이 자라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항아리를 한꺼번에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안주인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라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아리는 식물의 모양과 위치를 손으로 익히기 위한 그만의 정원 도구였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원 일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줘요.” 같은 마을 개울가 담장 아래에는 분홍낮달맞이꽃이 말갛게 세수한 아기 얼굴처럼 피어 있었다. 꽃상추와 토마토를 키우는 텃밭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던 이 집 안주인을 일으켜 세운 게 정원 가꾸기였다. 죽어가는 식물일지라도 아침저녁으로 “예쁘다, 예쁘다” 해주면 신기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작은 정원들에도 삶의 깊은 서사가 깃들어 있었다. 홍산면의 한 주택 정원은 요양보호사 부부가 이룬 꽃대궐이다. 남편이 아침마다 아내에게 가장 먼저 보여 주고 싶어 심기 시작한 꽃들이 장미, 클레마티스, 알리움, 분홍설구화 등이다. 백합나무 아래 작약과 양귀비가 흐드러진 곳에 선 아내의 수줍은 미소가 더할 나위 없이 예뻐 보였다. 귀향한 부부가 정성스레 수국을 가꾸는 휴휴당 인근 카페 ‘금반향’, 35년간 혈액투석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였다가 오래된 흙집을 사들여 남편과 정원을 일군 민박집 ‘현암리 돌담집’, 장화와 절구 안에 꽃을 키우는 ‘장원막국수’…. 부여의 정원들은 설계가 아닌 손길, 조성 계획이 아닌 사랑으로 자라는 돌봄의 산물이다.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정원을 가꿀 수 없다는 건 핑계가 아닐까. 각자가 고유한 방식으로 정원을 돌보는 모습은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는 인생도처유상수의 참뜻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 부여의 정원이 묻는다 세도면 ‘수리재’ 펜션의 아침밥상은 식탁 위의 정원이었다. 아카시아꽃을 올린 나무 테이블에 구운 가래떡, 수박, 와플 등이 들꽃과 함께 차려졌다.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차를 따르는 소리가 공간에 퍼지며 화음을 이뤄 냈다. 개, 고양이, 산양 등 각종 동물이 사는 마당에는 흰 닭이 총총 걷고 있었다.비가 내렸지만 ‘부여 10경’에 꼽히는 가림성(성흥산성) ‘사랑나무’를 찾아갔다. 가림성 정상부에 선 수령 400년 느티나무는 높이 22m, 둘레 5.4m의 천연기념물 564호다. 나뭇가지가 반쪽 하트 모양으로 퍼져 있어 사진을 찍은 뒤 좌우 반전해 두 장 붙이면 하나의 하트를 이루는 ‘인생샷’ 명소다. 비바람이 거세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렸지만 깊게 뿌리를 내린 중심은 요동치지 않았다. 맑은 날이 아니어서 오히려 귀한 풍경을 보았다. 흐린 날의 흔들림 속에서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믿는다. 정원은 한시도 똑같지 않다. 시간과 계절, 우연과 질서, 감각들이 겹쳐지며 이뤄 내는 살아있는 예술이다. 가을이 오면 백마강 대붓뚝 억새는 계절의 붓끝이 되어 부여 정원의 시간을 써 내려갈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정원은 박람회라는 틀 안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정원의 본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정원이 거창하거나 세련될 필요는 없다. 화분 하나, 꽃 한 송이를 정성스레 들여다보고 돌보는 마음이 있다면 그곳이 곧 정원이다. 그런 정원은 사실 부여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가다. 돌담 골목, 개울가 마당, 버려진 공터에서 만난 부여의 정원들은 묻는다. “당신은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지금, 당신은 성실하게 마음의 정원을 돌보고 있는가.”글·사진 부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백제의 옛 도읍, 충남 부여. 고대의 기억을 끌어안은 부여의 골목길을 걷다가 어쩌면 역사보다 조용히 빛나는 풍경과 마주쳤다. 마을마다, 집마다 가꿔진 소박한 정원들이었다. 담장 아래 들꽃, 길가에 놓인 화분들…. 정성의 손길이 이룬 일상의 정원이었다.●시간의 정원, 궁남지궁남지(宮南池)는 이름 그대로 궁궐 남쪽에 조성된 연못이다. 백제 무왕이 634년, 못을 파고 물을 끌어 섬을 띄우고 사방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섬은 신선이 산다는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본떠 조성됐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궁남지는 1960~1970년대 복원공사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가운데 인공섬에는 ‘용(龍)을 안았다(抱)’는 뜻의 포룡정(抱龍亭)이 있다. 정자 현판은 1971년, 부여 출신인 고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가 썼다. 1400년 정원의 시간을 품은 궁남지를 천천히 걸었다. 한여름 연꽃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버드나무 아래 찔레꽃 향기가 감도는 오월의 정취도 호젓하니 좋았다. 물가의 청초한 붓꽃, 키다리 아저씨처럼 연못에 길게 찍힌 나무 그림자도 좋았다. ●외산면 돌담마을과 휴휴당기억에 오래 남는 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정원이었다. 외산면 반교리의 낮은 돌담길에서 만난 노란 꽃밭의 정체는 마을 주민들이 심은 배추꽃이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5도(都) 2촌(村)’ 생활을 꿈꾸며 2006년 터를 잡은 곳도 이 마을이다. 서울 사람인 그가 왜 부여에 왔는지는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인생도처유상수’ 편에 잘 나와 있다.“내가 그리는 시골집은 듬직한 산자락 아래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동그만 마을이 있고, 마을 앞에는 실개천이 흐르며 개울 건너로는 대를 이어 농사짓는 논과 밭이 있어 철 따라 곡식과 채소가 자라는 농촌 마을이다.” 전국을 돌며 ‘집 가까이에 아름다운 절집이 있어 내 집 정원인 양 거닐 수 있는 곳, 문화유산의 전통이 있는 고장으로 집에서 차로 이삼십 분 거리에 박물관이 있는 곳’을 찾은 게 바로 부여 서쪽 끝 외산면 반교리다. 그의 세컨드하우스 이름은 ‘쉬고 쉬는 집’이란 뜻의 ‘휴휴당(休休當)’이다. 여덟 평(26㎡) 세 칸 황토벽 기와집 앞마당에 네잎클로버가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쪼그려 앉아 이런 행복 저런 행복을 찾아본 시간이 돌이켜보니 행복이었다. 수풀이 커튼처럼 쳐진 집 맞은편 단칸 정자 ‘탁오대’(濯吾臺)에 앉아 보았다. 콸콸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이 눈과 귀를 흘러 마음을 씻어주었다. 내로라하는 풍광을 섭렵한 그가 왜 이 터를 골랐는지 절로 알겠다. ●삶이 깃든 부여의 정원들조경가인 김인수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대표가 부여의 ‘비밀의 정원’들로 안내해 주었다. 2009년 부여백제정원축제 예술감독을 맡았던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꾼 정원들을 찾아 전국을 다니다가 부여에 정착했다.임천면 군사2리의 어느 집 마당에는 수백 개, 어쩌면 수천 개의 항아리에 꽃이 자라고 있었다. 그토록 많은 항아리를 한꺼번에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안주인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라 거의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아리는 식물의 모양과 위치를 손으로 익히기 위한 그만의 정원 도구였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원 일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줘요.” 같은 마을의 개울가 담장 아래에는 분홍낮달맞이꽃이 말갛게 세수한 아기 얼굴처럼 피어 있었다. 꽃상추와 토마토를 키우는 텃밭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었던 이 집의 안주인을 일으켜 세운 게 정원 가꾸기였다. 죽어가는 식물일지라도 아침저녁으로 “예쁘다, 예쁘다” 해주면 신기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작은 정원들에도 삶의 깊은 서사가 깃들어 있었다. 홍산면의 한 주택정원은 요양보호사 부부가 이룬 꽃대궐이다. 남편이 아침마다 아내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어 심기 시작한 꽃들이 장미, 클레마티스, 알리움, 분홍설구화 등이다. 백합나무 아래 작약과 양귀비가 흐드러진 곳에 선 아내의 수줍은 미소가 더할 나위 없이 예뻐 보였다. 귀향한 부부가 정성스레 수국을 가꾸는 휴휴당 인근 카페 ‘금반향’, 35년간 혈액투석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였다가 오래된 흙집을 사들여 남편과 정원을 일군 민박집 ‘현암리 돌담집’, 장화와 절구 안에 꽃을 키우는 ‘장원막국수’…. 부여의 정원들은 설계가 아닌 손길, 조성 계획이 아닌 사랑으로 자라는 돌봄의 산물이다.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정원을 가꿀 수 없다는 건 핑계가 아닐까. 각자가 고유한 방식으로 정원을 돌보는 모습은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의 참뜻을 부여에서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부여의 정원이 묻는다세도면 ‘수리재’ 펜션의 아침밥상은 식탁 위의 정원이었다. 아카시아꽃을 올린 나무 테이블 위로 구운 가래떡, 수박, 와플 등이 들꽃과 함께 차려졌다.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차를 따르는 소리가 공간에 퍼지며 화음을 이뤄냈다. 개, 고양이, 산양 등 각종 동물이 사는 마당에는 흰 닭이 총총 걷고 있었다.비가 내렸지만 ‘부여 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가림성(성흥산성) ‘사랑나무’를 찾아갔다. 가림성 정상부에 선 수령 400년 느티나무는 높이 22m, 둘레 5.4m의 천연기념물 564호다. 나뭇가지가 반쪽 하트 모양으로 퍼져 있어 사진을 찍은 뒤 좌우 반전해 두 장 붙이면 하나의 하트를 이루는 ‘인생샷’ 명소다. 비바람이 거세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렸지만 깊게 뿌리를 내린 중심은 요동치지 않았다. 맑은 날이 아니어서 오히려 귀한 풍경을 보았다. 흐린 날의 흔들림 속에서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믿는다.정원은 한시도 똑같지 않다. 시간과 계절, 우연과 질서, 감각들이 겹쳐지며 이뤄내는 살아있는 예술이다. 가을이 오면 백마강 대붓뚝 억새는 계절의 붓끝이 되어 부여의 정원의 시간을 써 내려갈 것이다.요즘 한국에서 정원은 ‘박람회’라는 틀 안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정원의 본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모든 정원이 거창하거나 세련될 필요는 없다. 화분 하나, 꽃 한 송이를 정성스레 들여다보고 돌보는 마음이 있다면 그곳이 곧 정원이다. 그런 정원은 사실 부여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가다. 이번에 돌담 골목, 개울가 마당, 버려진 공터들에서 만난 부여의 정원들은 묻는다. “당신은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지금, 당신은 성실하게 마음의 정원을 돌보고 있는가.”부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한반도 전역에 자생하는 관속식물 3975분류군의 공식 학명과 국명을 정리한 종(種) 목록을 국제학술지 ‘아시아태평양 생물다양성 저널(Journal of Asia-pacific Biodiversity)’에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의 학명과 분포를 과학적으로 정리해 세계 학계에 공식 보고한 첫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국제 주요 식물 데이터베이스가 외국 자료를 기반으로 구축돼 우리 자생식물 정보가 누락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미선나무속, 제주고사리삼속 등 한반도 특산속 6개를 포함한 388분류군의 특산식물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이번 발표는 우리 식물의 정체성과 학술적 기준을 국제적으로 확립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곤충과 버섯 등 우리 산림생물자원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연구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삼성카드가 ‘삼성카드 & 마일리지 플래티넘(MILEAGE PLATINUM)’ 이용 고객에게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금액 1000원당 스카이패스 1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회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유소, 백화점, 택시, 커피, 편의점 등 5개 업종에서는 이용금액 1000원당 스카이패스 2 마일리지를 매월 2000마일리지까지 적립 받을 수 있다. 월 2000 마일리지를 초과해도 기본 1마일리지가 적립된다.통상 일반적인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카드가 이용금액 1500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것과 비교하면 혜택이 크다.이밖에도 아멕스 플래티넘 등급 서비스로 ▲인천공항 라운지 본인 무료 ▲인천공항 발렛파킹 무료 ▲공항카페 커피 무료 ▲아티제 커피 1+1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단, 해외 겸용 카드의 경우). 연회비는 국내용 4만 7000원, 해외겸용 4만 9000원이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올해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이색 뷰티 상품이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홈쇼핑(대표 김재겸)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냉감, 휴대성, 간편함을 키워드로 한 여름철 맞춤형 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제형의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피부 온도를 낮추고 야외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색 냉감 뷰티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휴대용 냉감 쿨시트로 시원하게롯데홈쇼핑은 손풍기가 대표하던 여름 개인 냉방 시장에 스킨케어와 접목된 냉감 뷰티 상품이 등장하며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간편하게 휴대하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이색 제품을 발굴해 홈쇼핑 업계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 17일 롯데홈쇼핑이 단독 론칭한다는 휴대용 냉감 쿨시트는 ‘오제끄 빙쿨’이다. 2시간 동안 영하 6도의 시원함이 지속되는 롤링 타입의 쿨시트다. 열을 즉각 흡수하는 냉감 성분이 원단에 함유되어 있어 피부에 닿는 순간 온도를 낮춰준다는 설명이다. 낱개 포장되어 간편하게 휴대 가능하며, 가로 70cm의 넉넉한 사이즈로 목, 팔, 얼굴 등 다양한 신체 부위의 열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생분해가 가능한 레이온 원단을 사용했으며 멘솔과 페퍼민트 오일 등을 함유해 체취 감소, 붓기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캠핑, 골프, 나들이는 물론 출퇴근 등 일상 생활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이준영 롯데홈쇼핑 뷰티팀장은 “무더위를 앞두고 간편하면서 즉각적인 쿨링 효과를 줄 수 있는 휴대용 냉감 뷰티 제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며 “향후 휴대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이색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땀나도 간편하게 쿠션으로 ‘톡톡’땀과 피지로 무너지는 메이크업을 간편하게 보완하기 위한 휴대용 선케어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기존 튜브형 선크림을 넘어 쿠션, 스틱 등 간편하게 덧바를 수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집중 선보인다. 올해 선보인 차별화 상품으로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엘비비(LBB)’의 선스크린이 대표적이다. 엘비비는 자외선 차단은 물론 수분 보습, 기미 관리까지 도움을 주는 고기능성 제품으로 3월 첫 방송에서 60분 만에 완판됐다. 고급 스파에서 사용되는 제품으로, ‘선크림이 아니라 로션을 바른 것처럼 부드럽고 순하다’는 소비자들의 리뷰가 화제를 모으며 방송 4회 만에 누적 주문액 10억 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웅제약의 더마 코스메틱 K뷰티 브랜드 ‘이지듀’의 선세럼도 인기다. ‘이지듀’는 대웅제약이 세계 최초로 의약품화에 성공한 독자성분인 EGF(상피세포성장인자)를 적용한 화장품으로, 자외선 차단은 물론 기미 개선에 도움을 준다. 덧발라도 부담 없는 사용감과 높은 기능성이 호응을 얻으며 첫 방송에서 2500세트가 완판됐다. 이밖에도 쿠션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 ‘엘로엘 선쿠션’, 자연 유래 성분을 활용한 ‘그라운드플랜’의 고농축 미스트 등 여름철 맞춤 뷰티템들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16일에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지듀 기미쿠션’을 판매한다. 기미 커버와 보습효과를 동시에 갖춘 기능성 쿠션으로, 올해 주문금액만 50억 원을 돌파한 인기상품이다. 21일에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르쿠방 향수’도 소개한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산뜻하고 지속력이 높은 향이 특징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직사각형의 푸른색 천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가만히 보면 식물과 곤충의 형상이 섬세하게 들어있다. 버드나무, 등나무, 꽃매미, 노린재…. 벤치에 앉아 바람결과 햇빛을 느끼며 물을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 남측 산책로에 선보인 ‘그림자 아카이브’ 전시다. 어느 계절에 가도 좋은 선유도공원을 가봐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겼다. ‘그림자 아카이브’는 햇빛과 그림자가 약품과 물을 거치면서 풍경을 기록하는 시아노타입(Cyanotype·청색 인화)과 그림자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이다.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을 바라보는 기다란 정자인 동시에 선유도의 일상을 기록하는 장치인 셈이다. 숲의 수직성과 옛 정수장 구조물의 수평성이 어우러지는 병풍 역할을 한다.이 전시는 서울시 공공미술 수변 갤러리 프로젝트 ‘선유담담’(仙遊談擔)의 일환이다. 선유담담은 선유도공원을 향유하며 떠오르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선유도공원을 배경으로 작가와 시민이 함께 만든 이야기를 다양한 소재와 방식의 미술작품으로 구현했다.선유도공원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정수장으로 활용됐던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켜 2002년 문을 열었다. 2020년 베니스비엔날레건축전 한국관 초청작가이자 덕수궁 프로젝트 ‘상상의 정원’(2021년), 제주 중문대포주상절리대 경관개선작업(2024년) 등을 진행했던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소연 디자인 작가와 협업해 이번에 ‘그림자 아카이브’로 선유도에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김 교수는 말한다. “선유도는 한강이라는 물이 만든 섬이며, 물을 정화하던 정수장이었고, 물이 풍부한 공원으로 변모했습니다. 선유도는 ‘물의 기록’입니다. 특히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은 여과조라는 산업 구조물을 물에 사는 식물들을 위한 아름다운 집으로 만든 곳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물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습니다. 수생식물원이라는 근사한 물을 오래 바라볼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물의 정화과정은 약품과 여재를 이용합니다. 고층빌딩 없는 섬의 풍부한 햇빛이 약품과 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 선유도의 풍경을 새롭게 기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장소 읽기를 통해 이번에 ‘그림자 아카이브’가 탄생하게 됐습니다.”그는 선유도에서 의미 있고 시민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선정했다. 콘크리트 기둥을 에워싼 녹색 기둥의 정원, 연잎이 수면을 가득 채운 수생식물, 가지런히 뻗어있는 미루나무 숲, 금계국이 만개한 꽃밭, 세월의 질감이 담긴 다리, 당산대교를 바라보는 정자,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그런 뒤 햇빛의 강도와 대상 간의 기록을 시아노타입으로 캔버스 천에 프린팅했다. 화학약품을 배합해 천에 발라 햇빛에 노출시키면 햇빛이 닿는 부분은 파랗게, 닿지 않는 부분은 하얗게 되는 원리를 활용한 작업이다.“조경에서는 주인공으로 삼기 어려운 그림자를 공공미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시아노타입에 주목했던 건, 선유도공원의 모태인 정수장이 물을 그저 경관적으로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물을 정화하는 데 화학약품을 이용했기 때문이에요. 물과 화학약품이 새로운 방식으로 선유도의 풍경을 담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자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한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김 교수)‘그림자 아카이브’는 맞은편 북쪽 산책로에서 보면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 질 무렵과 밤에 보는 풍경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선유도의 시간 속 풍경 여행은 빛과 그림자, 물,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매번 다른 화음을 만들어낼 것이다. 소란스럽지 않고 담담한, 그립고도 기대되는 여행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