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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건 연초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달러 환전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외적으로는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강(强)달러 현상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초부터 지난해 연고점(1487.6원) 수준으로 다시 치솟을 경우 서민 물가와 기업의 원가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를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제약이 커지면서 경제성장률 반등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서학개미 “달러 비교적 저렴할 때 투자”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미국 주식을 19억4217만 달러(약 2조8000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3억5793만 달러)보다 43% 늘어난 것으로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연초 ‘서학개미’의 대규모 매수세는 원-달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외환당국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낮아졌을 때 달러 자산을 사들이려는 투자자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일시적으로 낮아진 환율이 다시 튀어오를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높은 환율 부담으로 주춤했던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도 더 하락하진 않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국내 개인투자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연간 상승률(16.4%)은 코스피(75.6%)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환율 되돌림에 서민 물가-기업 부담 가중 환율 되돌림 현상은 지난해 외환당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릴 때부터 예고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 순투자라는 구조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연간 200억 달러 한도의 대미 투자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요인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고환율은 소비자 물가 부담으로 전이된다. 환율이 요동쳤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3% 올랐는데 농축수산물 물가는 4.1%로 더 크게 뛰었다. 수입 소고기와 과일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원자재 수급 비용이 커지면서 기업 실적도 악화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63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0.7%가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환율 상승으로 이익이 발생했다고 답한 비율은 13.9%에 그쳤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강해진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재 수입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1.0%)보다 두 배 높은 2.0%로 제시했다. 성장률 반등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예정이지만 통화정책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과 물가, 집값 상승 불안에 발목을 잡힌 탓이다. 이달 15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해 7, 8, 10, 11월에 이어 5연속 금리가 동결될 경우 시장은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주기) 종료의 시그널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27일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인하 기조’란 표현을 ‘인하 가능성’으로 대체한 바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패권주의 강화로 달러 강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화하는 정책을 지속해서 보여줘야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삼성전자가 지난주 장중 14만 원대까지 오른 가운데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올들어 6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3조 원 가까이 쓸어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9일 개인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2조7235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첫 개장일(2일)을 제외한 5~9일에 사 들인 금액이 판 금액을 앞질렀다.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연일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다 ‘빚투’ 열기도 높아졌다. 8일 기준 삼성전자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1조9770억 원으로 역대 최대액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가리친다. 보통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도체 랠리의 또 다른 견인차인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개인이 712억 원, 기관이 1753억 원 가량 매도했지만 외국인이 2079억 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팽팽한 힘겨루기를 보였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목표주가를 상향한 점이 외국인 매수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투톱의 주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들의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된 이후엔 판매량이 줄면서 실적과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한편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이 2조7000억 원어치, 외국인이 1조400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랠리를 이끌고 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3, 2, 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에 생기던 파도가 사라졌어요.”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엔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기자가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에서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 칸델라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여객선 ‘P-12 노바(Nova)’ 운항을 시작했다. 100% 전기로 움직여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로 빠른 시속 46km로 달린다. 노바 이용객이기도 한 링엔홀 씨는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성장시켜 수출 엔진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엔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엔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3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지난해 엔라이드가 아이온큐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약 1억 달러(약 1452억 원)에 달한다.이들 기업 창업자는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하는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대표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EQT)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팔크 엔라이드 대표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창업 선배가 VC로 활약하는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1인당 VC 투자액은 2020∼2024년 누적액 기준 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 명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에인절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스웨덴 스타트업의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 기업공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에인절 투자자 또는 VC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엔라이드, 클라르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 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EQT 벤처는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고 설명했다. 韓 은행들 혁신기업 찾는 ‘AI 헤드헌터’ 도입… “기술력은 갈 길 멀어”국내 은행, 올해 AI로 우량기업 선별AI가 은행의 대출 심사 기간 줄여줄 듯“AI의 기업대출 기능, 아직은 보조적”인공지능(AI)으로 혁신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AI를 기업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AI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측모델을 AI 기반 기업대출 자동심사 시스템 ‘빅스(Bics)’에 반영할 계획이다. 빅스는 AI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에 대한 판정 결과를 기업대출 심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신속한 심사를 도울 뿐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AI가 심사관뿐 아니라 일종의 헤드헌터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심사 업무를 돕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심사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재무 분석, 사업 역량, 기술 경쟁력, 업종 분석 등을 포함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이르면 3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부터 AI가 기업대출 심사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동심사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우량기업을 선별하고, 재무 정보와 산업 전망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대출 사후 관리 등 기업대출 과정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 소득과 신용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 역량, 업황 등 검토 요소가 많아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AI가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면 은행 담당자가 심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주도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와 혁신 기업 선별을 맡기에는 기술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 심사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우선 심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미국 뉴욕 증시에서 7년 만에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다른 빅테크보다 수익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빅테크의 주가를 두고 지속해서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기준으로 업체별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구글 주가 지난해 65% 상승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알파벳 A주는 전 거래일보다 2.4% 오른 321.98달러에 마감했다. 알파벳 A와 달리 의결권이 없는 알파벳 C주 역시 2.51% 상승한 322.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알파벳 주식 2종을 더한 구글 시총은 3조8912억 달러(약 5644조 원)로 애플(3조8470억 달러)을 앞섰다. 이날 종가 기준 시총 1위는 엔비디아(4조5969억 달러)였다. 구글이 시총에서 애플을 앞선 것은 2019년 1월 이후 7년 만이다. 시총 2위에 오른 것은 2018년 2월이 마지막이었다. 알파벳 A주의 지난해 연간 상승률은 65.4%였다. 시총 3조 달러 벽을 넘어서며 2009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낮아졌던 주가가 회복되던 해였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구글의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이유로는 AI 수익성이 꼽힌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를 공개했다. TPU는 구글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으로, AI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특화됐다. 전력 소모량과 가격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자체 TPU를 활용한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 3’가 오픈AI 챗GPT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결정적 주가 상승 계기였다. 이후 주가가 3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상향 추세를 탔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 주식 투자자(서학개미)도 미국 증시에서 알파벳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알파벳 A주, C주를 합쳐 23억3204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구글 주가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증권가에선 구글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이 1100억 달러로 2024년 4분기(965억 달러) 대비 약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처리장치(CPU)나 GPU보다 전력 소모를 줄이도록 구글이 설계한 TPU는 (AI) 업계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익성이 주가 좌우할 것” 반면 시가총액 3위로 밀려난 애플은 AI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차세대 AI 비서 시리(Siri) 발표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실패한 것은 주가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애플의 지난해 연간 주가 상승률은 9.2%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16.4%)보다도 낮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증시에서 빅테크가 AI로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증명해야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시장에서 GPU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어가고 있는 시총 1위 엔비디아와 TPU를 활용해 수익성을 개선한 시총 2위 구글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AI 시장에서 몇 년간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이어온 엔비디아와 이에 맞서 AI 기술을 준비해 온 구글의 치열한 경쟁이 시장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지난해 4월 관세전쟁의 여파로 2,300 선이 깨졌던 코스피가 불과 9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존재감이 커진 반도체의 영향 때문이다. 조선, 방산, 원자력, 로봇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재조명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날까지 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100단위 숫자를 올리며 빠르게 치솟고, 증권사들이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올리자 투자 심리도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다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잠재 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물 경기와 주가 사이의 괴리가 커 금리나 실적 등 변수에 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젠슨 황 “메모리 공급자에 유리” 발언에 반도체주 상승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57% 오른 4,551.06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2938억 원, 기관이 9394억 원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1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강세로 4,611.72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분을 반납했고 오후에는 약보합으로 전환했다.올해 들어 코스피는 7.99% 상승했다. 증시가 열린 4거래일 모두 상승했고 매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6일까지는 매일 백 단위 자리를 갈아치웠다.이날도 반도체가 증시를 주도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이 개막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세계는 AI 팩토리로 불리는 공장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자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고 발언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올랐다.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10.02%), 샌디스크(27.56%) 등 메모리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7일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1.51%), SK하이닉스(2.2%)가 동반 강세로 마감했다.● AI 광풍에 유동성 더해지며 아시아 증시 랠리AI 투자 열풍에 각국의 유동성 확대까지 겹치며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일 하락 마감하긴 했지만 일본과 대만 증시도 6일까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 왔다.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 주가는 1년간 50% 넘게 올랐다. 오픈AI에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는 같은 기간 두 배로 올랐다. 북미 시장 전력기기 3강(强) 중 유일한 아시아 기업인 일본 히타치 주가도 1년간 30% 이상 상승했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고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이 돈을 풀며 시장에 유동성이 불어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연초 유동성 확대와 초호황이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에 힘입어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맞물려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방침을 밝힌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4월 9일 코스피 종가는 2,293.7까지 하락했다. 9개월 만에 2,257.36포인트(98.4%)나 상승하며 두 배로 올랐다. 상장기업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1880조 원에서 2배인 3759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의 상승 폭은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67%), 대만 자취안지수(75%)보다 두드러진다.● 포모(FOMO)만큼 커지는 과열 우려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전망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4,600에서 5,650으로 상향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을 반영했다. 유안타증권도 기존 3,800∼4,600의 전망치를 4,200∼5,200으로 높였다. 주가가 연초부터 급등하면서 주식 투자를 하지 않거나, 반도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포모(FOMO·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현상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금융사에 다니는 전모 씨(42)는 “코로나 팬데믹 때도 주식 투자에 관심 없던 부모님이 최근 ‘지금 삼성전자를 사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셨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수익 인증과 투자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랐다.전문가들은 증시 급등이 이어지면 그만큼 부작용이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9개월 만에 2배로 오른 코스피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가 목표로 삼은 코스피 5,000을 돌파한 뒤엔 증시가 한 번에 꺾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분위기가 과열될수록 옥석을 가리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나 방산 등 일부 산업의 주가가 상승하며 코스피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사실 개별 종목을 보면 하락하는 종목이 더 많다”며 “포모 심리로 무작정 투자하면 오히려 낭패”라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사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320개인 반면 하락한 종목은 594개에 달한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 한국은행에서 5조 원을 빌려 쓴 것으로 확인됐다. 7일 한은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은에서 5조 원을 일시 차입했다. 같은 해 9월, 14조 원을 차입한 뒤 석 달 만에 일시 대출 제도를 통해 다시 돈을 빌렸다. 정부는 세입과 세출 사이 시차가 발생해 자금이 부족해지면 한은에서 자금을 빌렸다가 되갚는 ‘일시 차입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차입이 반복될수록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 일이 잦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해 한은에서 약 164조5000억 원의 자금을 빌려 썼다. 계엄 및 탄핵 정국이 이어졌던 상반기(1∼6월)에는 88조6000억 원, 하반기(7∼12월)에는 75조9000억 원을 차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차입액은 2024년(173조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재정경제부는 “정부는 12월의 구조적 세입-세출 불일치 해소를 위해 상환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 최소한도로 차입하고 있다”며 “지난해 집행하지 못한 일부 부처의 소요에 대해서도 이달 초 들어온 세입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속히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지난해 4월 관세전쟁의 여파로 2,300 선이 깨졌던 코스피가 불과 9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존재감이 커진 반도체의 영향 때문이다. 조선, 방산, 원자력, 로봇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재조명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날까지 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100단위 숫자를 올리며 빠르게 치솟고, 증권사들이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올리자 투자 심리도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다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잠재 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물 경기와 주가 사이의 괴리가 커 금리나 실적 등 변수에 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젠슨 황 “메모리 공급자에 유리” 발언에 반도체주 상승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57% 오른 4,551.06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2938억 원, 기관이 9394억 원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1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강세로 4,611.72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분을 반납했고 오후에는 약보합으로 전환했다.올해 들어 코스피는 7.99% 상승했다. 증시가 열린 4거래일 모두 상승했고 매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6일까지는 매일 백 단위 자리를 갈아치웠다.이날도 반도체가 증시를 주도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이 개막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세계는 AI 팩토리로 불리는 공장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자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라고 발언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올랐다.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10.02%), 샌디스크(27.56%) 등 메모리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7일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1.51%), SK하이닉스(2.2%)가 동반 강세로 마감했다.● AI 광풍에 유동성 더해지며 아시아 증시 랠리AI 투자 열풍에 각국의 유동성 확대까지 겹치며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일 하락 마감하긴 했지만 일본과 대만 증시도 6일까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 왔다.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 주가는 1년간 50% 넘게 올랐다. 오픈AI에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는 같은 기간 두 배로 올랐다. 북미 시장 전력기기 3강(强) 중 유일한 아시아 기업인 일본 히타치 주가도 1년간 30% 이상 상승했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고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이 돈을 풀며 시장에 유동성이 불어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연초 유동성 확대와 초호황이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에 힘입어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맞물려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방침을 밝힌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4월 9일 코스피 종가는 2,293.7까지 하락했다. 9개월 만에 2,257.36포인트(98.4%)나 상승하며 두 배로 올랐다. 상장기업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1880조 원에서 2배인 3759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의 상승 폭은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67%), 대만 자취안지수(75%)보다 두드러진다.● 포모(FOMO)만큼 커지는 과열 우려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전망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4,600에서 5,650으로 상향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을 반영했다. 유안타증권도 기존 3,800~4,600의 전망치를 4,200~5,200으로 높였다.주가가 연초부터 급등하면서 주식 투자를 하지 않거나, 반도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포모(FOMO·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현상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금융사에 다니는 전모 씨(42)는 “코로나 팬데믹 때도 주식 투자에 관심 없던 부모님이 최근 ‘지금 삼성전자를 사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셨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수익 인증과 투자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랐다.전문가들은 증시 급등이 이어지면 그만큼 부작용이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9개월 만에 2배로 오른 코스피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가 목표로 삼은 코스피 5,000을 돌파한 뒤엔 증시가 한번에 꺾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분위기가 과열될수록 옥석을 가리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나 방산 등 일부 산업의 주가가 상승하며 코스피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사실 개별 종목을 보면 하락하는 종목이 더 많다”며 “포모 심리로 무작정 투자하면 오히려 낭패”라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사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320개인 반면 하락한 종목은 594개에 달한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정부가 지난달 말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 한국은행에서 5조 원을 빌려 쓴 것으로 확인됐다.7일 한은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은에서 5조 원을 일시 차입했다. 같은해 9월, 14조 원을 차입한 뒤 석달만에 일시 대출 제도를 통해 다시 돈을 빌렸다. 정부는 세입과 세출 사이 시차가 발생해 자금이 부족해지면 한은에서 자금을 빌렸다가 되갚는 ‘일시 차입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차입이 반복될수록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 일이 잦다는 것을 뜻한다.정부는 지난해 한은에서 약 164조5000억 원의 자금을 빌려 썼다. 계엄 및 탄핵 정국이 이어졌던 상반기(1~6월)에는 88조6000억 원, 하반기(7~12월)에는 75조9000억 원을 차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차입액은 2024년(173조 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재정경제부는 “정부는 12월의 구조적 세입-세출 불일치 해소를 위해 상환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 최소한도로 차입하고 있다”며 “지난해 집행하지 못한 일부 부처의 소요에 대해서도 이번달 초 들어온 세입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속히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한 뒤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이 30% 가까이 치솟았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027년 만기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은 마두로 대통령 압송 직전 액면가 1달러(100센트)당 33센트에서 이날 오전 42센트로 27% 뛰었다.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베네수엘라의 중장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정권 교체로 채무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국가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개입으로 과거보다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판단한 채권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 국채를 사려고 몰리면서 국채 가격이 급등했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채에 베팅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수익을 챙기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석유 회사들을 투입해 (베네수엘라의) 석유 기반 시설을 수리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에너지·산업재 기업들의 주가가 뛰었다. 이날 정유기업 발레로 에너지는 주가가 9.23%나 오르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대형 석유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베네수엘라에 진출한 셰브론 주가도 5.1% 올랐다. 국제유가는 불확실성으로 변동 장세 끝에 상승 마감했다. 같은 날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74% 오른 배럴당 58.32달러로, 브렌트유는 1.66% 오른 61.76달러로 마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한 뒤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이 30% 가까이 치솟았다.5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027년 만기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은 마두로 대통령 압송 직전 액면가 1달러(100센트)당 33센트에서 이날 오전 42센트로 27% 뛰었다.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베네수엘라의 중장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정권 교체로 채무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국가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개입으로 과거보다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판단한 채권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 국채를 사려고 몰리면서 국채 가격이 급등했다. 베네수엘라 국채에 베팅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수익을 챙기고 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석유 회사들을 투입해 (베네수엘라의) 석유 기반 시설을 수리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에너지·산업재 기업들의 주가가 뛰었다. 이날 정유기업 발레로 에너지는 주가가 9.23%나 오르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대형 석유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베네수엘라에 진출한 셰브론 주가도 5.1% 올랐다. 월가에서는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석유 개발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국제유가는 불확실성으로 변동 장세 끝에 상승 마감했다. 같은 날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74% 오른 배럴당 58.32달러로, 브렌트유는 1.66% 오른 61.76달러로 마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압송을 강행한 배경에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봐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세계 원유 매장량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사실상 통제함으로써 국제 원유 시장에서 OPEC의 힘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원유 패권 경쟁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미국이 압도적 힘을 앞세워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경제적 이해를 우선시하는 행보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에너지 안보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빼앗긴 석유 되찾을 것”트럼프 대통령이 주권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전격적인 군사 작전을 펼친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식 명분으로는 ‘불법 마약 거래 단절’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장악해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야심을 대놓고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해 미국으로 강제 이송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거대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가서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투자해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지하에서 엄청난 양의 부를 끌어올려 그 수익의 일부를 그 나라가 우리에게 끼친 피해에 대한 보상 형태로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피해는 과거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에 투자했던 미국 석유 회사들이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국유화 정책으로 쫓겨난 사건을 가리킨다. 1999년 취임한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7년 오리노코 벨트 내에서 미국 기업들이 운영하던 석유 프로젝트를 강제로 국유화했다. 당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프로젝트별로 보유하던 40% 안팎의 지분을 최소 60% 이상으로 높이도록 강제로 계약을 변경했다.미국 석유사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지분을 몰수당했다. 이 회사들은 반발하며 국제투자분쟁(ISDS)에 나섰다. 코노코필립스와 엑손모빌의 청구액은 각각 300억 달러, 150억 달러를 웃돈다. 두 회사는 총 100억 달러가량의 배상 판정을 받아냈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로 실제 회수한 금액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에너지 기업이 베네수엘라에 재진입해 석유 채굴에 나서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계획을 시행하는 데 1000억 달러(약 144조 원)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3032억 배럴로 세계 전체의 20%에 달하지만 기술력 부족과 인프라 붕괴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대표적 원유 매장 지역인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분지 지역의 경우 시추 설비는 약탈당해 부품이 암시장에 팔려 나갔다. 지하 송유관에서는 원유 유출, 폭발,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한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석유 회사들은 베네수엘라 사업 재참여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제 유가가 공급 과잉으로 최근 5년 새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위험을 떠안고 베네수엘라에 들어갈 유인도 크지 않다.● “韓 원유 수급 다변화, 비축 운용 고도화 시급”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이라는 지정학적 악재에도 국제 유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배럴당 57.32달러)보다 소폭 하락한 배럴당 57달러 안팎으로 거래됐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금수 조치가 유지되고 있고, 실제 생산량도 많지 않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에너지 기업의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장기적으로 베네수엘라발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미국 엑손모빌 주가는 4일 한때 프리마켓에서 6% 넘게 상승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종목도 강세를 보였다. 5일 에쓰오일 주가는 5%,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 넘게 올랐다.정부는 이날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 주재로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국제 유가와 금융 시장 변동성을 중심으로 사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과 OPEC을 축으로 한 원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수급처 다변화와 전략 비축 운용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며 “비축유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근 2%를 넘는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국채와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종합투자계좌(IMA)’가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돼 평균 금리가 연 2.8∼3.0%인 국내 은행 예금은 수익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은 원금이 보장돼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기 때 15.4%의 소득세를 떼면 수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투자용 국채는 안정적이면서 예금보다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2026년도 개인 투자용 국채를 2조 원 수준으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저축 방식이다. 기관투자가 중심의 국채 시장을 개인으로 넓혀 안정적인 재정 자금을 조달하고, 국민에게는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5년물·10년물·20년물로 발행된다. 만기가 긴 대신 매년 지급되는 이자가 원금에 다시 투자돼 이자가 붙는 장점이 있다. 또 매입액 2억 원까지는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 14%(지방세 포함 15.4%)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 때문에 절세효과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대형 IB에 허가한 IMA도 예금과 마찬가지로 원금이 보장되면서 연수익률 4%를 목표로 한다. 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 허가받은 증권사들은 IMA를 통해 얻은 운용자산으로 비상장기업, 국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등 다양한 기업금융자산과 모험자본에 분산 투자한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8조 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만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 등이 국내 최초로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아 최근 모집을 마쳤다. 미래에셋증권의 IMA 1호는 총 1000억 원(고객 모집 950억 원, 당사 투자 50억 원)을 발행했고 경쟁률은 5 대 1이었다. 이번에 판매된 상품은 만기 3년의 폐쇄형으로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상품은 신청 금액에 따라 비례해서 나눠주는 안분배정 방식이다. 한국투자증권의 IMA 전체 모집액은 1조590억 원으로, 이 중 개인 고객 2만239명이 8638억 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IMA는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가입자는 증권사의 자본력과 신용을 믿고 투자하는 셈이다. IMA를 내놓으려는 증권사들에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는 이유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근 2%를 넘는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국채와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종합투자계좌(IMA)’가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돼 평균 금리가 연 2.8~3.0%인 국내 은행 예금은 수익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은 원금이 보장돼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기 때 15.4%의 소득세를 떼면 수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개인 투자용 국채는 안정적이면서 예금보다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2026년도 개인 투자용 국채를 2조 원 수준으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저축 방식이다. 기관투자자 중심의 국채 시장을 개인으로 넓혀 안정적인 재정 자금을 조달하고, 국민에게는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개인 투자용 국채는 10년·20년물로 발행된다. 만기가 긴 대신 매년 지급되는 이자가 원금에 다시 투자되어 이자가 붙는 장점이 있다. 또 매입액 2억 원까지는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 14%(지방세 포함 15.4%)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 때문에 절세효과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자기 자본 8조 원 이상의 대형 IB에 허가한 IMA도 예금과 마찬가지로 원금이 보장되면서 연수익률 4%를 목표로 한다. 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 허가받은 증권사들은 IMA를 통해 얻은 운용자산으로 비상장기업, 국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등 다양한 기업금융자산과 모험자본에 분산 투자한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자기 자본이 8조 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만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 등이 국내 최초로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아 최근 모집을 마쳤다. 미래에셋증권의 IMA 1호는 총 1000억 원(고객 모집 950억 원, 당사 투자 50억 원)을 발행했고 경쟁률은 5대 1이었다. 이번에 판매된 상품은 만기 3년의 폐쇄형으로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상품은 신청 금액에 따라 비례해서 나눠주는 안분배정 방식이다.한국투자증권의 IMA 전체 모집액은 1조590억 원으로, 이 중 개인 고객 2만239명이 8638억 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IMA는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가입자는 증권사의 자본력과 신용을 믿고 투자하는 셈이다. IMA를 내놓으려는 증권사들에 ‘자기 자본 8조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는 이유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올해 기업의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 제도 시행이 가시화되면서, 지난해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 규모가 전년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이달 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 규모는 874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2874억 원)과 비교해 600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자사주 처분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1∼6월) 652억 원에 불과했지만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1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핵심 정책 과제로 부각되자 상장사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으로서는 자사주를 강제 소각하여 자산 가치를 소멸시키기보다, 제도 시행 전 시장에 주식을 팔아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통상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주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기업에는 현금 유입 없는 자본 감소에 해당한다. 지난해 자사주 처분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엘앤에프로 지난해 12월 3일 운영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약 1226억 원 규모 자사주(보통주 100만 주)를 매각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투자 재원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약 994억 원(보통주 7만4887주)어치 자사주를 처분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 이곳에서는 청소기처럼 생긴 작은 로봇이 흰 바닥 위를 분주히 누비고 있었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 바닥에는 건물의 외형, 배관 위치 등이 담긴 설계도가 그려졌고 그 위로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시공 안내문이 새겨졌다. 다양한 국적의 현장 작업자들은 언어 장벽과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로봇은 미국의 대형 건설사, 데이터센터, 아파트 등에서 쓰인다. 건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이 기술은 사람이 직접 설계도를 그리던 기존 방식보다 업무 효율을 수 배 높였다.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디렉터는 “로봇이 설계도를 정확히 그려주면 사람들은 시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로봇 기술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혁신 금융’이 든든한 연료가 됐다. 이곳 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은 창업 초기 2, 3년간은 수익을 안 따지고 밀어준다”고 입을 모았다. 실리콘밸리 금융 생태계에는 ‘홈런 한 번을 위해 99번의 실패를 포용한다’는 문화가 진작에 뿌리내렸다. 혁신 금융의 토양에서 성장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최근 미 증시가 3년 연속 20%대 상승을 이어가며 견고하게 성장하는 비결 역시 혁신 금융이 키워낸 혁신 기업의 활약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혁신 금융 기반이 약한 국내에서는 한계를 느낀 창업가는 물론이고 투자처를 찾으려는 금융사들까지 실리콘밸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이제는 혁신금융 전쟁] 〈2〉 실패해도 투자하는 실리콘밸리기술 결함 겪었던 美 로봇 스타트업실패에도 재도약 할 수 있던 비결로 벤처캐피털 꾸준한 투자 기반 꼽아유행 테마산업에 쏠리는 韓과 달리 실리콘밸리선 기업 잠재력 우선시“B급 사업도 A급 맨파워면 선택”“첫 투자자는 우리와 커피를 몇 번 마신 뒤 투자를 결정했어요.”미국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더스티 로보틱스’의 테사 라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첫 투자 유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2018년 창업한 라우 CEO는 창업 초기 첫 투자자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커피를 마시며 건설 산업에 대해 새로 배운 점과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시간이 가면서 우리가 점점 발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시 더스티 로보틱스는 신생 기업이라서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투자자들은 전진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클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라우 CEO는 과거 창업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실패해도 투자 기회를 주는 ‘혁신 금융’의 힘이 더스티 로보틱스를 키운 셈이다. 덕분에 이 기업은 7년간 약 7000만 달러(약 1011억 원) 투자를 모을 수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2024년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도 꼽혔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혁신 금융가들이 스타트업 실패를 이해해주고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가치 있게 여긴다고 소개했다.● “여러 실패가 기업을 성장시켜” 라우 CEO는 이미 한 번 사업을 접고 더스티 로보틱스를 창업했지만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초창기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로봇을 쓰다가 반품시켰다. 작동 오류로 바닥에 설계도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곧바로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때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이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제품을 재설계했다. 기술이 개선됐고 당시 로봇을 퇴출시켰던 아파트 건설사를 다시 고객으로 돌렸다. 라우 CEO는 “우리의 역사는 많은 실패로 가득 차 있고 그 실패가 우리를 성장시켰다”고 회고했다. 더스티 로보틱스가 실패에도 버텨내고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생태계 역할이 컸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사업 완성도나 손익보다, 이 기술이 실패를 거쳐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 99번 실패하더라도 1번의 성공을 기다려준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잭 라이스 데이비스 수석 마케팅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늘 ‘이 산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사들을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초기 2, 3년간 수익화 여부를 묻지 않는다. 안준영 롯데벤처스 미국 지사장은 “벤처 펀딩은 육아와 비슷해서 4, 5년 만에 크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 “맨파워, B급 사업도 A+급으로 키운다” 데이터 분석업체 ‘디맨드세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 전역엔 114만8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455억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105개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 전체 유니콘 기업은 13개였다. 실리콘밸리 지역 유니콘 기업이 한국 전체의 8배다. 실리콘밸리가 유니콘 기업을 활발하게 배출할 수 있는 비결은 ‘혁신 금융’의 투자 공식이다. 혁신 투자자는 사업 자체의 우수성보다 창업 멤버 역량을 본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쿼이아는 한번 검증한 창업가를 ‘세쿼이아 패밀리’로 본다. 세쿼이아 투자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진에딧’ 박효민 대표는 “세쿼이아는 사업보다는 사람을 검증하고, (검증된 사람들인) ‘세쿼이아 패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리에게 ‘망하더라도 다음 창업 때 우리에게 제일 먼저 오라’고 말한다”고 했다.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설적인 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나는 A급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B급 팀보다, B급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A급 팀에 투자하겠다. 왜냐하면 A급 팀은 B급 아이디어의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 A+급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 금융권은 사람의 역량이나 기업의 가능성 대신 그때그때 유행하는 테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공지능(AI) 등 테마 분야가 아닌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었다”면서 “특히 내수 산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수익에 ‘0’ 하나 더 붙어” 실리콘밸리에 韓벤처 지원 조직 러시‘IBK창공’, 韓 스타트업 美진출 지원HD현대-중기부도 현지 거점 마련“장기적 안목으로 투자 방식 바꿔야”국내서도 창업 생태계 강화 목소리“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보다 수익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IBK창공’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기관은 IBK기업은행 창업 육성 조직이다. 미국에서 창업에 성공하면 한국에서보다 더 큰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선 한 번 투자 기회가 올 때 규모가 크다”며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투자를 받으면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력으로 남는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서 재창업하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한국 은행과 대기업도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지원 조직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이유는 혁신 자금이 풍부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기회가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은 2021년 KDB실리콘밸리를 설립했다. 창업가가 자연스럽게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 ‘넥스트라운드’를 매년 실리콘밸리에서 연다. HD현대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 ‘마루SF’를 열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창업가들에게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개소를 목표로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를 조성하고 있다. SVC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던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KVIC)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확장해 마련한다. 정부와 기업, 은행이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건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혁신 금융을 키워 국내 창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기업과 은행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해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한 국내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벤처 투자는 외면받기 쉽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스톡홀름=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실리콘밸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보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서울=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서울=신무경 기자 yes@donga.com서울=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서울=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2일 “해외 투자은행(IB)들이 1400원 초반 환율을 전망하는데, 국내 유튜버들만 원화가 곧 휴지 조각이 된다고 한다”며 원화 약세 전망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가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른바 ‘K자형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환율 적정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괴리가 큰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환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한미 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이어진 원화 약세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도 영향을 준 만큼 구조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헤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해외 투자를 줄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국민연금도 최근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라는데, 외환시장 영향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일정 수준 나오더라도, 체감 경기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친다”고 밝혔다. 양극화 양상 회복을 가리키는 ‘K자형 회복’은 지속 가능한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연간 대미 투자 200억 달러 집행에 대해서는 “절대로 기계적으로 안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가 한은을 떠난 뒤라도 금융통화위원들이 안 해줄 것이다. 한은이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해외 투자은행(IB)들이 1400원 초반 환율을 전망하는데, 국내 유튜버들만 원화가 곧 휴지 조각이 된다고 한다”며 원화 약세 전망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가 양극화가 심화다는 이른바 ‘K자형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환율 적정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괴리가 큰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환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한미 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최근 3년간 이어진 원화 약세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도 영향을 준 만큼 구조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헤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해외 투자를 줄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국민연금도 최근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라는데, 외환시장 영향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올해 경제 성장률이 일정 수준 나오더라도, 체감 경기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친다”고 밝혔다. 양극화 양상 회복을 가리키는 ‘K자형 회복’은 지속 가능한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연간 대미 투자 200억 달러 집행에 대해서는 “절대로 기계적으로 안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가 한은을 떠난 뒤라도 금융통화위원들이 안 해줄 것이다. 한은이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보통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1년이 걸리지만, 이 장치를 쓰면 2∼3시간 만에 통신이 연결됩니다.” 지난해 12월 15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게일랑 지역에 들어선 스타트업 ‘트랜스셀레스티얼’을 찾았다. 이 회사의 모하마드 다네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속하고 저렴하게 통신을 연결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다네시 CTO는 “광섬유 랜을 설치하려면 인허가, 땅 매립 등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장비로 하면 레이저를 사용한 무선이라 간편하다”고 소개했다. 이 스타트업의 통신 기술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일본, 인도,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첨단 기술 하나만으로 세계 자금을 싱가포르로 끌어들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스타트업 기술의 수혜를 누리고 세계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건 혁신 금융 덕분이었다.● “벤처투자사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해 성공”트랜스셀레스티얼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싶다’는 청사진을 품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인구를 22억 명 정도로 추산했다.다네시 CTO는 “레이저 통신 기술로 세계 누구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싱가포르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았다.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 여러 국가의 통신사들과 협업 중이다. 지난해 11월엔 일본 최대 통신 회사 NTT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일본은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태풍이 잦아 통신망을 빠르게 복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엠파워파트너스의 캐시 마쓰이 파트너는 “지진과 태풍으로 인해 통신 네트워크가 끊겨도 이 회사의 제품을 이용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스타트업을 창업한 다네시 CTO는 이란 국적이지만 싱가포르에 회사를 세웠다. 싱가포르에 혁신 산업을 수혈해 주는 ‘혁신 금융’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사업은) 수백 곳의 벤처캐피털이 밀집한 싱가포르에서 사업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자평했다.싱가포르에서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아치센’도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세계 곳곳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디지털 농식품 기업 ‘팜바이트’와 조인트 벤처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국경 부근의 조호르-싱가포르 경제특구(JS-SEZ)에 스마트팜도 지었다. ‘제2의 딥시크’인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마누스는 지난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에 2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됐다.● 세제 혜택, ‘혁신금융’ 유입 촉진싱가포르가 아시아 스타트업 요람으로 정착한 가장 큰 이유는 ‘혁신금융’이 강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에 따르면 2023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국 6곳(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 금액 중 싱가포르 점유율은 73.3%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엄모 씨(48)는 “다양한 투자 회사들이 있어 운영 자금을 마련할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 상속·증여세, 양도·배당소득세가 없는 점도 수많은 혁신 금융이 유입되는 배경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소재 한 벤처캐피털의 대표는 “투자 환경이 자유로운 데다 세대 간 자산 이전도 용이해 북미권, 유럽 투자사, 기관이 싱가포르를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은행들 일찍이 ‘체질 변신’ 싱가포르의 강점으로 꼽히는 ‘전통 은행의 체질 변신’은 한국 금융권이 배워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싱가포르 은행인 DBS, UOB, OCBC는 가계대출 영업에서 벗어나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는 아시아권 스타트업에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OCBC는 창업 후 6개월∼2년가량 된 초기 스타트업에 최대 10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1225만 원)를 빌려주는 ‘비즈니스 퍼스트 론’을 도입했다. UOB는 스타트업 해외 확장과 기술을 지원하는 ‘핀랩(Finlab)’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자회사 버텍스홀딩스의 추아 키 록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정부는 은행이 스타트업 투자로 본 손실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은행들이 그 과정에서 투자 노하우를 익혔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강국과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금융회사들이 혁신 기업들의 자금줄이 되고 있지만, 한국 금융권은 여전히 부동산 대출 중심 영업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담보 없이도 기술력만 있으면 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국내 은행권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기업이 아무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에 나선다고 해도, 금융사들이 자금의 물꼬를 혁신 산업으로 돌리지 않으면 혁신 산업 육성은 물론 1%대 저성장을 벗어나기도 어렵다.● 30년째 안 바뀌는 ‘손 쉬운 영업’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분기별)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국내 은행권(시중·지방·인터넷전문·특수은행)의 주담대는 767조786억 원으로 전체 원화대출금(2466조1660억 원)의 31.1%를 차지했다. 9월 말 기준으로 2019년(31.3%) 이후 가장 높다. 국내 은행들이 이처럼 부동산 대출에 치중하는 이유는 기업 대출에 비해 개별 대출 규모가 작아 손실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한국 부동산 특성상 담보가 확실해 은행이 돈을 떼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만큼 은행 수익률은 높아진다.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손실을 곧바로 메울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연쇄 부도에 이은 금융권 줄도산 이후 국내 은행들은 개인 부동산 담보 대출 영업에 주력해 왔다. 이런 영업 관행이 약 30년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은행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한국 경제에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스타트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으로 자금이 좀처럼 향하지 않다 보니 국가 전체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당장은 안전해 보이지만, 경제 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기가 된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빚을 못 갚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추명삼 한국은행 금융시장연구팀 차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은행 대출 여력이 줄면 전체 신용 공급이 줄어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 벤처 집중 투자하는 VC마저 자금 회수한 건축 플랫폼 스타트업은 사업 악화로 2024년 1월 법원으로부터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투자사는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투자자가 이해관계인(대표)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근거로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을 행사했다. 스타트업은 “조금만 기다려 주면 이자라도 갚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2025년 7월 법원은 투자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이후 스타트업 업계는 얼어붙었다. 창업자가 사업에 삐끗하면 언제라도 개인 자산을 날릴 수 있는 선례가 됐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VC)들은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투자한 스타트업으로부터 돈을 회수하는 분위기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회수 시장이 막히면서 투자 실적이 없는 이른바 ‘깡통 VC’도 등장하고 있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5년 1∼11월 투자 실적이 ‘0원’인 VC는 36곳에 달한다. 전체 등록 벤처투자사(384개)의 약 9.4%가 소위 깡통 투자사인 셈이다. 2020년에는 깡통 투자사가 11곳(전체의 5.6%)에 불과했는데, 5년 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형 은행은 가계 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을 바꾸지 않고, VC마저 자금줄이 막히면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토스, 배달의민족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이 안 나온 지 오래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VC와 사모펀드(PE), 금융회사가 각각 역할별로 창업 생애주기 전체에서 초기 스케일업부터 인수합병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회수가 용이한 자본시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치중된 자금 물꼬를 혁신 산업으로 돌려야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대 교수는 “은행권이 그동안 부동산 담보 대출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이제는 그 돈을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 성장을 높일 수 있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지난해 12월 16일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역. 금융 중심지인 ‘래플스 플레이스’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이곳에 7층짜리 회색 건물이 서 있다. 물류 창고, 자동차 부품 센터 등이 에워싸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건물에 들어서니 벽면을 따라 5m 높이 거치대에 촘촘하게 심어진 푸른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벽을 따라 조성된 ‘수직 스마트팜’이다. 상추, 케일, 근대 등 9개 종 식물이 밭이 아닌 인공 시설에서 자란다. 이곳 담당 직원 에릭 치아 씨는 “로봇이 농작물 방제, 운반, 점검 등을 모두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빌딩 안 수직 농장은 2015년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스마트팜 기업 ‘아치센’이 관리한다. 식물 영양분과 산성 농도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조절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빈센트 웨이 아치센 대표는 “싱가포르 국토에서 경작지 비중은 고작 1%”라며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치센은 도시 국가 특성상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싱가포르 경제 모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토에서 나는 채소는 이 나라 전체 채소 소비량의 4%에 불과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는 수입이 안 돼 가격이 치솟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9만 달러 부국(富國)의 약한 고리가 드러났다. 아치센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혁신 금융’이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설비투자, 전기료 등 비용 부담이 커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혁신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싱가포르는 물론 한국 벤처캐피털(VC)과 말레이시아 식품 기업 등이 800만 달러(약 116억 원)를 투자했다.세계 최대 창업 강국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혁신 산업을 키우는 ‘혁신 금융’을 놓고 전쟁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싱가포르 벤처투자 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84%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금융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옛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혁신 금융 전쟁에서 뒤처진 한국이 지금이라도 더 과감히 나서야 혁신 산업을 일으키고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이 혁신 기업을 적극 발굴해 자금을 지원하면 유망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몰려올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권이 부동산에서 혁신 기업으로 돈의 물꼬를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