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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의 핵개발이 왜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왜 저토록 이란의 핵개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막으려고 난리칠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정말 가능한가. 이란 석유를 못 사오면 정말 석유대란이 나는 걸까.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둘러싼 진실과 오해를 Q&A로 풀어본다. 》Q. 해묵은 이란 핵개발 문제가 왜 다시 불거졌나.A. 이란의 핵개발은 2002년 8월 15일 이란 중부 나탄즈 지역에 비밀 우라늄농축 시설이 존재한다는 폭로가 나온 뒤부터 계속돼 온 지구촌의 두통거리다. 이후 근 10년간 되풀이된 이란과 국제사회의 실랑이는 지난해 11월 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탄두 디자인부터 기폭장치 실험까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얻기 위해 조직적이고 비밀스러운 노력을 기울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비등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이란의 핵무장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력한 추가 제재 조치를 밝혔다. 특히 지난해 12월 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대치 국면이 본격화됐다. 이 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경제 주체가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만든 사실상의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다. Q. 미국은 왜 이란 핵개발 저지에 필사적인가.A. 이란은 핵무장을 통해 중동의 맹주를 꿈꾼다. 핵보유국이 되면 역시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에 맞선 군사적 대치의 역학관계도 변한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이란의 핵무장은 악몽 그 자체다. 우선 20세기 중후반 이래 세계에 핵무기가 퍼지는 것을 막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온 국제체제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무력화를 불러온다. 또 현 중동의 세력 균형이 완전히 깨지게 된다. 특히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에는 핵무장한 이란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위협이 된다.2002년 핵개발이 처음 탄로난 뒤 국제사회와 지루한 시소게임을 벌여온 이란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수를 준비하는 어수선한 지금이 중동의 패권을 장악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핵개발 속도와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세 변화는 올 11월 미국 대선과도 맞물린다. 공화당 후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외교정책이 무르다고 비판한다. 여당인 민주당마저 강경한 이란 제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로선 강경 카드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Q. 미국의 이란 제재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A.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석유 수입 금지를 직접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란 중앙은행이 석유 수출 대금을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석유 금수조치에 해당한다. 이란은 세계 5위의 원유 생산국이자 4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하루 평균 약 3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250만 배럴을 수출한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9%를 차지하는 이란에서 원유를 사올 수 없게 되면 세계 각국은 대체 원유 확보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란에서 하루 평균 54만3000배럴을 수입하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34만1000배럴) 한국(24만4000배럴) 등 아시아 국가의 이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들이 증산을 하고, 이란 원유를 수입하던 나라들이 각자 비축해 놓은 전략비축유를 풀면 국제유가는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그러나 최악의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대체원유의 수송마저 차질을 빚게 돼 현재 배럴당 100달러 안팎인 국제유가는 210달러 안팎으로 치솟아 세계 경제성장률을 3% 아래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Q.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가능할까.A. 이론상으로 봉쇄는 가능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해협 입구의 너비(약 34km)가 좁아 물리적으로 봉쇄가 어려운 건 아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이란 해군과 혁명수비대의 미사일·어뢰 요격 능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봉쇄는 이란에도 자살 행위에 가깝다. 이란은 원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생필품의 대부분도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온다. 자국에 우호적인 중국 수출길이 막히는 것도 부담이다. 호르무즈 봉쇄 위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8년 이란과 쿠웨이트 갈등에 미국이 개입하자 이란은 봉쇄를 선언했다. 당시 정유시설 폭격 등 전쟁 양상을 띠었지만 완전 봉쇄는 성사되지 않았다. 전면전이 부담스러웠던 양국은 통행을 묵인하며 갈등을 봉합했다.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노림수는 봉쇄 선언이 주는 심리적 파급효과”라고 지적했다. 세계 원유 교역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길목에 불안감이 조금만 조성돼도 석유 가격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경제위기를 겪는 유럽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요긴한 협상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봉쇄가 안 된다고 해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등 국지적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엔 엄청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988년처럼 국지전만 벌어져도 제3차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Q. 한국은 어떻게 헤쳐가야 하나.A. 일단 한국과 일본, EU 등은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유럽은 전면 수입 금지를 선언했으나 6개월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한국은 제재에 동참은 하되 감축폭이나 방식은 상황을 보며 대처한다는 입장이다.러시아와 터키는 여러 차례 ‘유엔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주장해 왔다. 인도도 감축 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겉으로는 제재 반대를 얘기하면서도 반사이익을 얻으려 궁리하고 있다. 이란에 원유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것이다. 석유 수출이 금지되면 구매자가 줄어들고, 그나마 석유를 수출하려면 싼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이란의 처지를 십분 활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도 결국은 서방세계 편에 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뉴욕타임스는 “이번 제재의 성공은 동북아시아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이란 원유 수출량의 46%를 한국 중국 일본이 수입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22%를 수입하는 중국의 참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증산을 요청해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중국 국영석유회사를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쓰는 형국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미국이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 대(對)이란 제재 동참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한국도 이란산 원유 수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석유업계와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은 12일 일본을 방문 중인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에게 “국내 사정에 맞춰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계획적,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란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부터 원유를 조달할 수 있을지 타진하고 있다. 유럽의 정유사들도 이란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압박에 따라 이란과 본격적인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고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유럽의 일부 정유사는 계약 불이행 위약금이 있는 기존 계약에 따라 원유를 공급받고 있을 뿐, 이란과 새로운 계약은 하지 않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그동안 이란 제재를 반대해 온 중국을 방문해 11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를 차례로 만나 이란 금수조치 동참을 촉구했다. 한국은 이란 제재 수정안 예외조항에 규정된 면제(exception)나 예외(waiver)를 미국에 요청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면제를 받으면 석유 분야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금수조치를 유예받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추상적인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실적 대안으로 국방수권법 발효 이후 90일 내에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상당 부분 줄이기로 하고 일정 기간 예외를 인정받는 방안이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핵을 막아 달라고 미국에 부탁하면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제재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며 “이왕 한다면 타이밍도 중요하다. 결정이 늦어져 일본, 중국, 인도를 따라가는 모양새라면 매우 곤란하다”고 말했다.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예외를 인정받더라도 이란산 원유의 수입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 상승도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는 “3월까지는 대표단 미국 측 인사를 설득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1단계로 대체 원유 수입처를 중동 이외 지역으로까지 확대하고, 2단계로 비축유를 방출하는 단계별 대책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른 지역 원유보다 배럴당 1∼3달러 싼 이란산 원유의 수입이 줄면 그만큼 수익성이 나빠진다. 배럴당 103달러짜리 이란산 원유를 다른 지역의 106달러 원유로 대체하면 정유업계에 연간 28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제한되더라도 비축유와 현물시장 거래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아무래도 공급이 달리고 원가상승 요인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20%로 가장 높은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원유 도입처 다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춤춰.” 관광객의 한마디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녀들이 박수를 치며 엉덩이를 흔든다. 나신의 한 여성이 손을 내밀며 음식을 달라는 시늉을 하자 관광단을 인솔하던 경관이 “아까 줬잖아. 혼자 먹지 말고 나눠 먹으란 말이야”라고 윽박지른다.인도 벵골 만에 위치한 안다만 제도 정글지대의 원시부족 ‘자라와족’을 상대로 ‘인간 사파리 투어’가 벌어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놀이공원에서 곰이나 사자들을 상대로 하는 사파리투어를 연상케 하는 이런 관광실태는 영국 사진작가 게딘 체임벌린이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 최신호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옵서버에 따르면 자라와족 원주민 보호구역 입구에는 ‘사진과 비디오 촬영 금지’, ‘자라와족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마시오’라는 표지판이 적혀 있다. 하지만 오전 5시 반부터 자동차 130대와 버스 25대가 보호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린다. 관광객들은 자라와족 여성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마다 바나나와 비스킷을 던져준다. 이 장면을 목격한 원주민 보호운동 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의 한 직원은 “관광객들이 ‘인간 동물원’을 즐기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런 투어의 배후에는 부패한 현지 경찰이 있다. 현지 신문 ‘안다만 크로니클’의 데니스 자일스 편집장은 “자라와족은 경찰이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돈벌이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객들은 약 350파운드(약 62만 원)를 지불하고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 이 중 일부는 경찰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경찰은 관광객들의 불법 행위를 막기는커녕 관광객을 인솔하고 원주민들에게 강제로 공연을 시키기도 한다. 안다만 제도 내 현지인은 아예 ‘자라와족과 함께하는 하루’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파리 투어를 홍보한다. 그는 “1만5000루피(약 33만 원) 정도면 경찰을 매수할 수 있고, 1만∼1만5000루피를 더 내면 차량부터 운전사, 자라와족에게 던져줄 비스킷과 스낵도 제공한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자라와족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이주한 1세대 원주민의 후예다. 이들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98년. 부족의 한 청년이 다리 골절상을 입어 정글 바깥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그곳에서 겪은 외부세계를 주민들에게 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외부세계에 존재가 알려진 지 불과 14년밖에 안 됐지만 이미 원주민들은 질병과 착취, 성매매 등에 노출돼 있다.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그들은 외부세계를 접한 이후 홍역, 볼거리, 말라리아 등 유행성 질병에 시달리게 됐고, 알코올의존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때때로 자라와족 여성들이 외부인의 아기를 낳지만 부족 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18세기 말 1만 명에 가까웠던 자라와족은 현재 400여 명으로 줄었다. 외부세계를 만난 이후 자존감과 고유의 언어, 문화를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키쇼레 찬드라 인도 부족문제부 장관은 “돈을 위해 인간을 짐승처럼 부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개탄하며 조사를 지시했다고 AF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인도는 2002년 원주민 보호 목적으로 하루에 8개 단체에 한해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허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동영상=“춤추면 음식 줄께” 인도 ‘인간 사파리’ 투어}

걷다 보면 명품 브랜드 매장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쇼핑 천국 홍콩.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로 4피트(약 1.22m), 세로 2.5피트(약 0.77m) 크기의 ‘새장(cage)’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 파리의 루이뷔통 매장보다도 이 새장들이 더 많다. 호주 사진가 브라이언 케이시의 카메라에 포착된 ‘새장 속 홍콩인’들은 주택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집에 최소 20개의 새장이 들어가며 용적률을 최대화하기 위해 3층으로 쌓는다. 드나들기 쉬운 아래층일수록 비싸다. 공동 화장실과 세탁기는 있지만 부엌은 사치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집의 소유주는 새장당 평균 월 200달러(약 23만1700원)를 꼬박꼬박 챙긴다. “노숙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새장 속이 그래도 2∼3도 덜 춥거든요.” 은퇴 노인, 비정규직, 싱글맘 등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주 이용 층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에서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폭력행위를 방관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사람도 처벌하는 강력한 ‘국가왕따방지’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 프레데리카 윌슨 플로리다 주 하원의원은 곧 국가 왕따방지법안(anti-hazing bill)을 의회에 제출키로 하고 세부 내용을 연방 법무부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일간 마이애미헤럴드가 최근 보도했다. 이 법안은 동료 학생에 대한 폭력행위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거나 방관하는 경우도 처벌하도록 했다. 괴롭힘을 당한 피해 당사자가 이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동료 학우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힌 가해 학생만을 중죄로 다스리던 기존의 법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과의 동맹 파기 결정을 앞두고 파키스탄 재무장관이 동맹을 철회할 경우 경제적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자국민들에게 경고했다. 압둘 하페즈 셰이크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5일 의회 국가안보위원회에 출석해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한다면 파키스탄은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경제적 고립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키스탄 일간 더익스프레스트리뷴이 6일 보도했다. 국가안보위는 지난해 11월 2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오폭으로 파키스탄 초소에서 병사 24명이 숨진 후 대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대정부 권고안을 만들고 있다. 이날 셰이크 장관은 “단일 사건(오폭 사건)으로만 대미 관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안보와 국가 번영, 경제 외교 등 다차원적인 패러다임에서 균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미국의 원조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금융기관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파키스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은 1998년 미국의 제재 때도 파키스탄은 건재한 전례가 있다며 셰이크 장관의 발언에 이견을 보였다. 당시 미국은 인도가 핵무기 실험을 할 때마다 파키스탄도 경쟁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실험을 계속하자 인도와 파키스탄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미안 라자 라바니 국가안보위원장은 국방부와 외교부의 의견을 수렴한 후 10일 권고안을 확정해 유사프 라자 길라니 총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이 미국과의 동맹을 파기하면 종결을 목전에 둔 아프가니스탄전쟁의 향방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케냐 야생하마, 새끼 지키려 사람들과 5시간 맞서칼을 든 사람들이 몰려오는데도 진흙에 빠진 새끼 곁을 떠나지 않은 어미 하마(사진)의 모성애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6일 케냐 일간 데일리네이션에 따르면 어미 하마는 4일 밤 새끼 한 마리를 데리고 케냐 서부 키수무에 있는 한 골프장에 풀을 뜯으러 갔다. 그런데 새끼가 그만 진흙에 발이 빠져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자 어미 하마는 다음 날 날이 밝을 때까지도 서식지인 호수로 돌아가지 못하고 새끼 옆을 지켰다.출근한 골프장 직원이 야생동물 감시반에 연락했다. 히자만 인근 마을 주민들이 하마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오랜만에 하마고기 맛을 보려는 주민들의 손에는 커다란 칼이 들려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주민 수가 불어났다. 경찰까지 출동해 접근을 차단했지만 주민들은 “고기를 달라”며 하마 쪽으로 접근했다. 한 주민은 “이것은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새해 선물이다. 식료품값이 비싼데 오늘 공짜 고기를 먹게 됐다”며 반겼다.하지만 어미 하마는 주민들이 던지는 돌을 맞아가며 새끼를 지켜냈다. 5시간 넘게 햇볕에 노출돼 피부도 많이 상했다. 출동한 야생동물 구조요원들은 어미 하마가 쓰러지면 곧바로 주민들이 달려들 것을 우려해 마취총 사용을 포기했다. 결국 굴착기가 출동해 새끼를 진흙에서 꺼냈고 하마 모자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주민들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지켜봤다. 야생동물감시반 로버트 오우코 부국장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주민들에게 역설했으나 주린 배를 움켜쥔 이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였다”며 안타까워했다.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美 “유능한 교사 만난 학생, 대학 진학률-소득 높다”훌륭한 교사가 학생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의 경제학 연구팀이 20년에 걸쳐 학생 250만 명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초중학교 때 유능한 교사를 만난 학생은 10대에 임신할 확률이 낮고 대학진학률과 성인이 됐을 때 버는 소득이 높았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신문은 학생의 성적을 통해 교사의 업무수행도와 자질을 평가하는 ‘부가가치 분석’ 점수로 교사의 유능 정도를 분류했다고 전했다.연구진은 부가가치 분석 점수가 높은 교사에게 배운 미국 4∼8학년생들의 평생 소득은 평균 점수를 받은 교사에게 배운 동급생보다 4600달러(약 534만 원)가 많았고 대학 진학률도 0.5% 높았다고 밝혔다.연구 공동 책임자인 존 프리드먼 하버드대 교수는 “낮은 점수를 받은 교사를 10년 동안 고용한다면 이론적으로 총 250만 달러(약 29억 원)의 소득손실을 낳는 셈”이라며 “부가가치 분석법이 완벽한 교사평가방식은 아니지만 점수가 낮은 무능한 교사를 되도록 빨리 해고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의 성적만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부가가치 분석이 시험성적 조작, 시험을 위한 수업, 우수학생만을 위한 수업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놓고 지구촌 국가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지난해 12월 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이란산 원유 주요 수입국들의 고민은 본격화됐다. 이 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경제 주체는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이란 중앙은행이 석유 수출 대금을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나 다름없다.○ EU 등 금수 참여국의 명분과 고민유럽연합(EU)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핵 개발 의혹에 대한 제재를 위해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를 주도해온 프랑스의 알랭 쥐페 외교장관은 “30일 EU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식적인 결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4일 말했다.EU 외교소식통들도 “이란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반대 입장을 철회함으로써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추진하기로 27개 EU 회원국 간에 원칙적 합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그러나 쥐페 장관은 “이란산 석유를 많이 수입해 쓰는 일부 EU 회원국에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석유의 대체 수입국이 될 수 있다. 현재 사우디와도 증산 문제를 협의 중이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의 맏형 격인 이란 석유 수입 제재를 위해 후방에서 EU를 강력히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이란의 핵 개발 계획을 포기시키기 위해 이란의 석유 생산량만큼 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하지만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초긴축 정책으로 가뜩이나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원유 공급마저 차질을 빚으면 경제에 추가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어 내 코가 석자지만 명분을 뿌리칠 수도 없는 처지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유럽이 결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란 제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EU의 이란 석유 금수조치가 공식적으로 결정돼도 미국이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법을 적용할 방침이어서 실제 금수조치는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은 예외 인정 요청한국 일본 터키 등은 제재법에 있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미국에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외조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면제(waiver)’고, 나머지는 ‘예외(exception)’다. 면제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때, 혹은 미국과 구체적인 협력을 해왔거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에 한해서 120일간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외’는 법이 발효된 뒤 90일 이내에 해당 국가가 이란산 석유 수입의 상당량을 감축한다고 결정하면 180일 정도 석유 분야에 한해서만 인정해 준다는 내용이다. 유예 및 면제기간은 갱신이 가능하다. 한국은 면제와 예외 두 가지를 모두 좇는 ‘투 트랙’ 접근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안보와 관련해 면제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점차적으로 줄여 예외를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9.6%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에 대한 연간 수출입 규모는 163억 달러 수준이다.‘이란 제재 대응을 위한 정부 대책반’의 한 관계자는 “일본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이란산 석유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예외 대신 면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면제가 비석유 분야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이지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조건이 다소 추상적이며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려워 받아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의 동맹국인 터키도 면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란산 원유의 대량 구매처인 수입업체 터프라스를 금수 대상 업체에서 제외해 달라는 게 핵심이다. 하루 약 34만1000배럴의 이란산 석유를 들여오는 일본도 면제 또는 예외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미국은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줄이고 다른 산유국으로 공급처를 바꾸는 나라에 한해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5일부터 여성 속옷가게에 여성 점원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시행한다고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사우디에서는 이슬람율법에 따라 가족 관계가 아닌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어울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란제리 가게조차 종업원은 남성 일색이었다. 남성 근무자가 1명이라도 있으면 여성이 근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에 따라 앞으로 여성 속옷가게에서 남성은 모두 ‘퇴출’된다. 이 법은 남성 점원을 통해 속옷을 사는 게 불편하다며 여점원을 고용하라는 운동을 펼친 사우디 여성들이 이룬 작은 성취다. 2006년에는 남성 점원이 여성 의류와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규가 만들어졌지만 이슬람 강경 원리주의자들의 반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새 법이 시행되면 여성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사우디 내 여성 속옷가게는 총 7300여 곳으로 이미 법 시행을 앞두고 2만8000여 명의 여성이 취업 신청을 했다. 그동안 여성 속옷가게에서 근무하던 남성 직원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만화나 음악 분야에서 기승을 부리던 해적판이 전자책 시장에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전체 전자책 다운로드 가운데 약 20%가 해적판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등 불법 다운로드가 극성을 부리자 인터넷서점 아마존 등 관련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일 보도했다. 심지어 시중에 정식으로 출판되기도 전에 해적판이 나도는 경우도 있다. 미국 소설가 딘 쿤츠의 신간 ‘77 섀도 스트리트’는 아마존에서 약 12파운드(약2만1400원)에 전자책 예약주문을 받고 있지만, 해적 웹사이트에서는 이미 전자책과 오디오북 해적판이 돌고 있다. 아마존은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 사용자가 전자책을 다운로드할 때 지불하는 금액의 30%를 가져간다. 출판업계는 해적 사이트 링크를 검색순위에서 없애 달라고 구글에 요구하거나 사이트 자체 폐쇄 압력을 넣는 등 고심하고 있다. 해적판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스캐너에 인식시키면 되는 등 제작이 쉽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종이책보다 비싼 전자책의 불합리한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깔려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경제주체는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지식경제부는 1일 대(對)이란 수출입 및 원유수급 차질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반을 구성했다. 한국 정부는 제재법 적용 유예 인정을 미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제재법은 미국의 국가 안보나 에너지 수급 안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미 대통령이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한해 제재 조치를 바로 실행하지 않고 임시적으로 면제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9.6%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에 대한 연간 수출입 규모는 163억 달러(지난해 1∼11월) 수준이다. 원유 수입 대금은 이란 중앙은행에 개설한 원화 계좌를 통해 한국의 수출대금과 상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결제하고 있다. 한편 세계 원유 운반선의 약 20%(2011년 기준)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온 이란은 1일 해협 부근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마흐무드 무사비 해군 대변인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목표물을 추적하고 미사일 교란을 방지하는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이란 원자력기구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핵연료봉 자체 생산에 성공했다”며 “연구용 원자로 노심에 이 연료봉을 주입했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란은 하루 전인 31일에는 혁명수비대의 마수드 자자예리 사령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5년 전 얘기다. 지금은 봉쇄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며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핵문제 협상 테이블 복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란이 강온 양면책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은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면서도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남미의 전현직 국가원수들이 줄줄이 암 선고를 받는 이유는 미국이 암을 퍼뜨리는 기술을 쓰기 때문이다?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57·사진)은 28일 수도 카라카스의 군 기지에서 행한 연설에서 최근 남미 지도자들이 잇따라 암에 걸린 것과 관련해 “미국이 암을 퍼뜨리는 기술을 개발했고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미국 배후설을 주장했다.그는 전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갑상샘 암 선고를 받은 소식과 관련해 “정말, 정말, 정말 이상하다. 확률법칙으로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1940년대 미국 정부 소속 과학자들이 과테말라 교도소 수감자들을 상대로 매독과 기타 질병들을 감염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적대 국가 지도자들을 상대로 암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동맹관계인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조심하라고 농담조로 당부했다. 암에 걸렸다가 10월에 완치를 선언한 차베스 대통령은 암을 극복하거나 투병 중인 전현직 국가원수들을 모아 내년 초 ‘암 정상회의(Cancer Summit)’를 열겠다고 지난달 선언한 바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스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상 깊게 기억하는 모습이 있다. 호객행위를 벌이는 수천 명의 ‘루스트라보타스(스페인어로 구두닦이)’들이다. 약 3500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사시사철 두꺼운 검은색 발라클라바(안면보호 마스크)와 푹 눌러 쓴 야구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볼리비아의 ‘구두닦이’들이 복면을 한 채 구두를 닦는 데는 사정이 있다. 그들은 “발라클라바와 야구모자는 우리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패”라고 말한다. 14세 때부터 구두를 닦아온 하비에르 마마니 씨(31)는 매일 아침마다 “아빠는 왜 마스크를 써요?”라고 묻는 아들에게 “혹시 이웃들이 아빠를 알아보고 ‘구두닦이다, 구두닦이!’라고 소리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지”라고 대답한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구두 한 켤레를 닦고 버는 돈은 346원. 그들이 사회의 최하층 계급처럼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데는 돈을 못 번다는 점보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주로 고아들이나 폭력 가정에 방치된 어린이들은 10대 초반부터 구두닦이의 길로 들어선다. 사회의 편견과 고된 하루살이에 지칠 때면 본드를 흡입하면서 몽롱한 상태를 즐기고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커서 좀도둑이나 알코올의존증환자, 마약 중독자 등으로 타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수록 사회는 이들을 불신 어린 시선으로 대하고 이들은 복면으로 얼굴을 감추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이들이 스스로의 얼굴과 권익을 되찾기 위한 작은 노력을 시작했다. 첫걸음은 신문 ‘오르미곤 아르마도’의 창간이었다. 격월로 4000부씩 발행되는 이 신문은 동료 루스트라보타스들에게 한 부에 60센트씩 팔린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다시 더 어려운 처지의 동료들을 돕는 데 쓰인다. 특히 어려운 처지의 가정에 식료품이나 잠을 잘 수 있는 공간 등 기초생활 여건을 마련해 주고, 야학에 등록해 새 기술을 배우고픈 구두닦이들의 재교육을 위한 보조금도 지원한다. 올해는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한 해였다. 루이스 레비야 라파스 시장은 “루스트라보타스들은 라파스 경제의 초석”이라며 구두닦이를 정식 직업으로 인정했다. 이제 볼리비아 구두닦이들은 전국에 12개 단체지부를 갖추고 있는 어엿한 직업인으로 자리 잡았다. 라파스 주요 상업 지구지부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마마니 씨는 BBC에 “사실 장모님은 아직도 내가 구두닦이인 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교황 베네딕토 16세(84)가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성탄전야 미사에서 상업주의로 물든 크리스마스를 꾸짖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오늘날 크리스마스는 상업적인 기념일이 됐다. 그 화려한 조명이 주님의 겸손이라는 신비를 가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점점 늘어가는 상업적인 기념행사에 예수 탄생의 단순함이 가려지고 있다”며 “성탄절의 피상적 화려함 이면에 있는 진실된 기쁨과 의미를 찾고 베들레헴 마구간에 있던 아기를 기억할 수 있도록 다 같이 기도를 드리자”고 촉구했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2002년 성탄절을 3일 앞두고 발표한 주례담화에서 “집요한 상업주의 광고로 묘사되는 크리스마스 이미지로 단순하고 검박한 성탄절의 정신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날 성탄전야 미사 시작 전 성 베드로 성당 내부를 돌 때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처럼 이동식 연단을 이용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발암 위험’을 지닌 프랑스제 유방확대용 실리콘젤이 세계 65개국에 수출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실리콘젤은 가슴 성형용 보형물 생산 업체 가운데 세계 3위였던 프랑스의 폴리 앵플랑 프로테즈(PIP)사 제품(사진)이다. PIP사는 지난해 공업용을 의료용으로 속인 사실이 적발된 뒤 파산했다.21일 AFP통신이 입수한 PIP사의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간 실리콘젤 생산량 10만 개 중 약 84%가 해외로 수출됐다. PIP사의 수출 대상국은 최소 65곳으로 수출 물량의 50∼58%가 베네수엘라 브라질 칠레 등 남미지역이며 27∼28%가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지역이었다. 미국은 2006년 PIP사의 제품에 암과 낭창(피부병의 일종) 등의 위험이 있다는 소견을 내고 수입을 금지했다. PIP사는 10년간 컴퓨터나 전자 장치 부속물로 쓰이는 공업용 실리콘을 유방확대용 보형물 재료로 사용해 연간 10억 유로(약 1조5000억 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누렸다.프랑스 보건당국은 PIP사 보형물을 삽입한 여성이 프랑스에만 3만 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1000명이 가슴 안에서 보형물이 터진 것으로 보고됐다. 프랑스 정부 조사 결과 보형물을 넣은 여성 8명이 유방암에 걸렸으며 1명은 지난달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AFP가 22일 보도했다. 보형물과 발암 위험의 상관관계를 조사 중인 프랑스 정부는 23일 전문가 회의를 열어 제거수술 권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보형물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 비용은 정부가 의료보험을 통해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2일 “실리콘젤 인공유방의 국내 허가 현황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 PIP사가 제조한 제품이 허가된 적이 없다”며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제품은 모두 미국에서 제조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영화 속 가상 조직이 종교가 될 수 있을까? 올해 3월 체코에서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 체코 전체 인구의 0.14%인 1만5000여 명이 자신의 종교를 ‘제다이의 기사’라고 밝혔다. 제다이는 1977년 첫선을 보인 영화 ‘스타워즈’에서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조직이다.제다이의 기사를 믿는 사람들인 ‘제디스’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프라하로 3977명의 신자가 있었다. 타임지 최신호는 체코의 주 종교인 가톨릭(26.8%)의 신자 수가 10년 전 인구조사 때보다 170만 명이 줄고, 인구의 절반인 480만 명이 자신의 종교를 밝히지 않는 현실에서 제디스의 ‘커밍아웃’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제다이의 기사를 신앙으로 믿는 사람들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다.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사회학과 애덤 포사마이 교수는 2005년 펴낸 ‘종교와 대중문화: 초현실적인 증거’에서 이를 ‘제다이 센서스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제다이 센서스 현상은 2001년 각국의 인구조사 때 처음 나타났다. 10년 전 조사 때 영국인 39만 명, 호주인 7만여 명, 뉴질랜드인 5만3000여 명이 ‘제다이의 기사’를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디즘을 진지한 종교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체코 인구 조사 통계국 관계자는 “우리도 처음에 이 종교가 진지하지 않다며 빼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통계가 ‘이것은 종교고 저것은 종교가 아니다’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의 주요 외신들은 19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긴급 소식으로 타전했다. AP와 AFP, dpa통신은 조선중앙TV의 특별 방송을 인용해 긴급 기사로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69세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일본 NHK는 낮 12시 정규 뉴스 시간에 한국어 동시통역원이 조선중앙TV 보도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 소식을 내보냈다. NHK는 “김 위원장이 17일 오전 현지지도 길에 병으로 숨졌다”는 북한 TV 보도 내용을 전한 뒤 “최근 이를 예고하는 징조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국제부 기자의 설명을 덧붙였다. 중국의 신화통신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AP는 “북한의 변덕스럽고, 불가사의한 김정일 지도자가 숨졌다”면서 김 위원장이 2008년 뇌중풍(뇌졸중)을 앓았지만,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 사진이나 비디오 영상에서는 건강한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또 김 위원장이 담배와 코냑 등을 즐겼으며 당뇨병과 심장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미국 CNN 등 주요 방송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CNN은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 등 김정일 사후 체제 전망과 한국 정부가 비상 대응체제를 가동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또 지난해 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방북했던 인터뷰 진행자 울프 블리치를 전화로 연결해 이 사실을 비중 있게 전달하며 해설하고, 여러 전문가들을 계속 연결하며 북한 향후 동향을 예상했다. 폭스 뉴스, MSNBC 등 주요 뉴스 전문 채널도 김정일 사망 사실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 알의 밀알이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맺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1년 전인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중부의 작은 도시 시디부지드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26세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분신자살했다. 무허가라는 이유로 과일과 좌판을 모두 빼앗긴 뒤 택한 처절한 항거였다. 이것이 오랜 세월 동안 중동·북아프리카를 지배해온 독재의 철옹성을 불태우는 불씨가 될지 그때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부아지지의 1주기인 17일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와 시디부지드에서는 추모 행렬이 잇따랐다. 시민들은 "12월 17일 한 청년이 아랍과 세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추모했고, 반체제 운동가 출신으로 12일 선출된 문시프 마르주끼 대통령은 "튀니지에 희망을 가져다 준 이 땅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부아지지는 튀니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숱한 청년 실업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리비아에 돈 벌러 건설노동자로 간 아버지는 그가 3세 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와 재혼한 그의 삼촌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했다. ▼이집트-리비아 등 ‘민주주의 산통’ 계속▼소년가장이 된 그는 12세 때부터 일을 해야 했고, 6명의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학교도 그만둬야 했다. 군 입대를 자원했지만 실업률이 30%를 넘어서는 시디부지드에서는 군대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다. 과일 노점상 수입은 월 140달러 수준이었지만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과일을 줬다. 하지만 번번이 노점 철거를 당하고 과일과 좌판을 몰수당했다. 부패한 경찰에게 뇌물을 상납할 형편이 안 됐던 부아지지는 시청에 찾아가 선처를 호소했지만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도록 해 주겠다"며 시청 앞에서 몸에 기름을 부은 뒤 불을 붙였다. 그의 분신은 만성적 실업과 독재에 시달려온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불과 28일 뒤인 1월 14일, 23년간 철권통치해온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은 거센 민중의 분노에 쫓겨 망명했다. 재스민꽃의 나라 튀니지의 기적은 무기력하게 독재에 순응하며 살아야 했던 이웃 나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중동 독재자들의 도미노 붕괴를 이끌었다. 부아지지가 죽은 지 1년, 튀니지 민주주의는 평화적인 총선(10월 23일)을 거쳐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청년실업률 등 숙제는 여전하다. 지난해 말 13%를 기록했던 실업률이 올해는 18.3%에 이르렀다. 청년 실업자 문시프 드리디 씨(28)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혁명 뒤 먹고사는 건 나아진 게 없다"고 개탄했다. 민주혁명을 이뤄낸 이웃 나라들 역시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1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군부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이를 강경 진압하는 군부의 유혈충돌로 9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리비아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후 과도정부 지도자들이 정국을 지휘하고 있지만 여러 분파의 갈등으로 정정불안의 씨앗을 품고 있다. 헐벗고 쪼들리면서도 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돕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다는 한 청년의 희생으로 열린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온 세계가 응원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할리우드 톱스타 앤젤리나 졸리(사진)가 감독한 1990년대 중반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영화가 발칸 반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졸리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고 연출한 감독 데뷔작인 영화 ‘피와 꿀의 땅에서’는 참혹한 인종청소가 이뤄졌던 보스니아 내전의 상흔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23일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인 이 영화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이슬람 희생자인 보스니아 여성과 그를 성폭행한 세르비아 군인 간의 사랑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가해자였던 세르비아계의 지도자들은 “잔혹행위를 편향적으로 묘사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브라니스라브 주키치 ‘보스니아 세르비아인 연합’ 대표는 “세르비아인들을 강간범으로만 몰아가는 이 영화는 거짓말을 보여 준다”며 “세르비아인들이 사는 지역의 개봉금지 요청에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촬영 도중 사라예보에서 영화 반대 시위가 열렸고 보스니아 당국은 촬영 금지처분을 내렸다. 제작진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쫓겨나 촬영을 계속했다.하지만 보스니아 내전 피해자들은 영화 제작 초기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특별시사회에 참석한 뒤에는 오히려 찬사를 보내고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반응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한편 크로아티아 출신 언론인 겸 작가 조시프 크네제비치는 2007년 자신이 쓴 ‘더 솔 섀터링’을 졸리가 표절했다며 미국 일리노이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인도 동부의 한 마을에서 화학용 메탄올을 넣은 밀주를 마신 주민 140여 명이 숨졌다. 서벵골 주 콜카타 시에서 약 30km 떨어진 파르가나스24 지역에서 13일 밀주를 나눠 마신 일용직 노동자와 인력거 운전자들 중 143명이 숨졌다. 현지 경찰은 “아직 70여 명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이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가게에서 0.5L당 6∼10루피(약 124∼218원)하는 저렴한 술을 사서 나눠 마셨다가 변을 당했다. 숨진 이들의 내장에서는 산업용 메탄올이 검출됐다. 인도에서는 불법 양조장들이 산업용 화학물질을 첨가한 밀주를 만드는 바람에 중독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제적 여력이 안 돼 밀주를 즐겨 찾는 인도의 빈민가나 가난한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2008년 5월 카르나타카와 타밀나두 지역에서 168명이, 2009년 7월에는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130여 명이 같은 사고로 사망한 바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